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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만 보이던, 보이지 않던 내일도 넌 결국 해낼 거잖아.” 춤을 추며 노래하는 가수들 사이로 혼성그룹 ‘거북이’ 멤버 터틀맨이 등장한다. 그는 2008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지난해 한 음악전문 케이블방송을 통해 다른 멤버들과 함께 춤을 추고 신곡을 부르는 모습이 공개됐다. 인공지능(AI)이 생전 터틀맨의 목소리와 춤 동작을 학습해 만들어 낸 가상의 공연이다. 이처럼 문화 콘텐츠에 정보기술(IT)를 결합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창작자가 새로운 직업으로 등장했다. 22일 한국고용정보원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지난해 새롭게 등장한 36개 직업을 선별해 발표했다. 대표적인 직업이 ‘융복합 콘텐츠 창작자’다. 세상을 떠난 유명인사의 얼굴과 목소리를 AI로 복원해 새로운 모습을 창조하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산업과 관련된 신(新) 직업이 많다. 스트리밍 기술을 전문으로 다루는 ‘공연 방송 기술자’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집에 있는 방청객이 무대에 열광하는 모습을 실시간 공연에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학교 온라인 수업을 위해 각종 기기와 시스템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e러닝 테크니션’이라는 직업도 새로 생겼다. 한류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으며 ‘방송프로그램 포맷 개발자’란 직업도 생겼다. 한국 방송 프로그램을 해외시장의 수요에 맞춰 기획하고 구성하는 직업이다. 콘텐츠의 가치를 평가하는 ‘콘텐츠 가치 평가사’, 수출 콘텐츠를 발굴하고 해외 수요자와 중개하는 ‘수출 저작권 에이전트’ 역시 최근 새롭게 생겼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맞춤형 광고를 만드는 ‘데이터 마케팅 전문가’, 디자인을 통해 빅데이터를 시각물로 구현하는 ‘데이터 시각화 디자이너’ 등도 최근 등장한 직업으로 분류됐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앞으로 노동조합법상 결격 사유가 생긴 노조에 대해 정부가 ‘노조아님(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있는 길이 사라진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의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설립 이후 결격 사유가 생긴 노조가 정부의 시정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 노조아님 통보를 할 수 있다는 기존 시행령 문구를 삭제했다. 그동안 노조법은 사측 인사 또는 근로자가 아닌 사람이 노조에 가입하거나, 정치운동을 주 목적으로 하는 노조의 경우 노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노조아님 통보를 받으면 단체협약 체결, 쟁의조정 신청,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등 노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번에 규정이 바뀌면서 기존 노조아님 판정을 받던 노조도 모두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대법원이 지난해 9월 해직 교사가 가입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노조아님을 통보한 고용부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이뤄졌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는 고용부가 결격 노조에 대해 30일 내에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유지됐다. 고용부 측은 “결격 노조가 시정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제동을 걸 행정 수단은 없다”며 “사회적 대화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노사 양측은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가 대법원 판결로 효력을 잃은 노조아님 제도를 정비한다면서도 시정 요구권을 유지해 노조 활동에 개입할 여지를 여전히 남겨 뒀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결격 사유가 발생한 노조의 설립 신고를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이 삭제되면서 노조 자격을 둘러싼 현장 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노사 모두 이번 개정안에 대한 별도 의견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등을 위해 노조 조합원 수를 산정할 때 실업자와 해고자 등을 제외하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노조법 개정을 통해 노조 가입이 가능해진 실업자와 해고자를 조합원 수에서는 빼도록 한 것이다. 또 지금까지 단체협상 유효기간에 맞춰 온 교섭대표 노조의 지위유지 기간은 2년으로 정했다. 경영계는 단협 유효기간이 최대 3년으로 바뀐 만큼 교섭대표 노조의 지위유지 기간도 3년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고용부는 다음 달 26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노사 의견을 종합한 뒤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송혜미 1am@donga.com·서동일 기자}
채용 면접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받으면 면접을 다시 보는 등 고용 과정의 성차별 피해를 구제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노동위원회 차별시정절차 신설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이 절차는 사업주가 채용과정에서 성차별을 하거나, 성별에 따라 임금 등 근로조건을 차별할 경우 노동위원회가 시정 명령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노동위원회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1억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절차 개정은 ‘피해자 구제’에 초점을 맞췄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가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별에 따른 근로조건 차별 역시 금지 사항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업주에 대한 처벌 사항만 있고 피해자 구제방안은 별도 규정하지 않았다. 실제 구직자가 채용과정에서 특정 성별이어서 부당하게 탈락한 사실이 확인돼도 사업주가 처벌받을 수는 있어도 구직자 구제 기회는 없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금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21세기 말에 국내 야생 동식물의 6%가 멸종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 가뭄이 잦아지면서 이 시기에 국내 습지의 26%가 소멸할 것으로 예측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국내 생태계 피해를 예측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2015∼2020년 국내에 서식하는 야생동물 5700여 종과 내륙습지 2500개 지역, 수생태계 담수지역 800곳, 갯벌 162개와 산림 6만 km²를 대상으로 연구한 자료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2017년 수준으로 계속 배출할 경우 21세기 말 한반도 기온은 1880년 대비 평균 4.5도 이상 오른다. 이렇게 되면 국내 야생 동식물 중 336종(6%)이 멸종위기에 처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평균 기온이 2.9도 오르면 61종이 소멸할 것으로 예상됐다.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구슬다슬기, 참재첩 등 서식지 이동이 쉽지 않은 담수생태계 동물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 기온 상승에 따라 뉴트리아, 큰입배스 등 외래종이 기존 남부지방에서 중부지방까지 출몰해 습지 피해 등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로 잦은 가뭄이 발생해 습지가 소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예측치대로 21세기 말 기온이 19세기 말 대비 4.5도 오를 경우 국내 습지의 26%인 657곳이 소멸 위험에 처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여 같은 기간 기온 상승이 2.9도에 그치면 22곳만 없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무제치늪, 대암산 용늪 등 산지 습지가 먼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산지 습지는 탄소 저장능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소멸할 경우 해당 지역의 탄소 배출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동식물 멸종과 습지 소멸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추가 연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환경부는 9일부터 한 달 동안 ‘탄소중립 영상 공모전’을 진행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흡수를 늘려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든다는 의미의 탄소중립을 알리기 위한 행사다. 공모는 △탄소중립 광고(30초 이내) △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 아이디어(30초∼3분 이내) △2050년 탄소중립사회 미래(30초∼3분 이내) 등 3가지로 진행된다. 고등학생 이하와 대학·일반인 부문으로 나뉜다. 참가 신청은 환경부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제출된 작품은 3차례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대상에는 상금 500만 원과 환경부 장관상이 수여된다. 최종 수상작은 환경부 홈페이지에 공개되며, 앞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홍보물로 활용된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부장님이 회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좋아요’를 누르라고 한다. 과장님이 대형 프로젝트를 끝냈으니 저녁때 한잔만 하자고 한다. 차장님이 갑자기 내 개인 SNS를 팔로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별다른 논란이 되지 않았을 직장문화다. 그러나 지금 20, 30대 ‘MZ세대’ 직장인에게는 심각한 고민거리다. 참다못해 회사와 상사를 갑질로 신고한 후배 직장인도 많다. 최근 1년 6개월 동안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은 8267건. 저연차 직원들이 “성과급이 너무 적다”며 성토하자 대표가 직접 설명하는 일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젊은 직장인이 생각하는 직장 갑질은 무엇이고, 기성세대와 어떻게 다르게 보는지 살펴봤다. “회사SNS에 ‘좋아요’ 누르라는 부장님… 갑질 아닌가요?” 직장 괴롭힘 논란으로 번지는 직장내 세대갈등 서울의 한 중견기업 홍보팀 직원인 김진수(가명·30) 씨는 최근 팀장으로부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회사 홍보에 활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회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라는 것. 개인 SNS 계정에 회사 관련 게시물을 올리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김 씨는 이런 지시들이 명백한 사생활 침해이자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팀장은 “퇴근하고 일을 하라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회사 윗사람들이 개인 SNS가 업무와 분리된 개인 공간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며 “결국 내 원래 계정 외에 별도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 회사 홍보물을 올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세대별 시각차 큰 ‘직장 괴롭힘’ 올해 서른 살인 김 씨는 이른바 ‘MZ세대’에 해당된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아우르는 단어다.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사생활을 중시하고 공정성에 민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이들이 회사의 주력이 되면서 직장 내 갈등도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업무상 필요한 일로 간주되던 것들을 ‘직장 내 갑질’이라고 보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런 문제가 직장 내 괴롭힘 논란으로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정보기술(IT) 기업인 카카오에서 벌어진 일이다. 카카오는 최근 인사평가 때 ‘함께 일하고 싶다’ ‘함께 일하기 싫다’ 등의 동료 평가를 내리도록 한 뒤, 평가 대상이 된 직원에게 그 결과를 전 직원 평균값과 함께 전달했다. 이에 직원 한 명이 “이 질문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며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근로감독을 요청했다. 직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준다는 취지의 신고였다. 간부급과 MZ세대는 ‘직장 내 갑질’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다.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가 만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 내 갑질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연령대별로 달랐다. 직장갑질119는 ‘수습사원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 ‘다소 모욕적인 업무 지시도 필요하다’ ‘단합을 위한 회식이나 노래방 모임 등이 필요하다’ 등 30개 문항을 조사했다. ‘급한 일이 생기면 업무시간이 아니어도 SNS로 일을 시킬 수 있다’는 문항도 포함됐다. 조사 결과 20, 30대는 이들 문항을 ‘갑질’로 여기는 점수가 각각 71.5점과 70.5점으로 평균(69.2점)보다 높았다. 반면 40대(68.1점)와 50대(66.3점)는 평균보다 낮았다. 나이가 많은 직장인들은 상대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까지 ‘문제없다’고 판단한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MZ세대는 특히 사생활 침해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기성세대와의 견해차가 가장 크다. 직장인 이연지(가명·28) 씨는 최근 유행하는 SNS인 ‘클럽하우스’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았다가 이틀 만에 삭제했다. 계정을 만들자마자 그의 상사가 팔로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회사 상사가 본다고 생각하니 사생활이 침범당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친구에게 어렵게 초대를 받아 아깝긴 했지만 활동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SNS상에서 여러 프로필을 사용하는 ‘멀티프로필’ 기능을 환영하는 이유도 사적인 활동을 회사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직장인 남정현(가명·31) 씨는 최근 중요한 프로젝트를 끝낸 후 저녁 회식을 하자는 부서 과장의 제안을 뿌리쳤다. 식사는 점심으로 바꿨다. 그는 “저녁시간은 퇴근 후 사적으로 보내야 하는 개인의 시간”이라며 “저녁 회식이 갑질일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일부 젊은 직장인은 “상사가 친해지기 위한 의도라고 하더라도 개인 사생활을 물어보는 건 싫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논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IT 등 기업의 규모와 성격을 가리지 않고 불거진다. 최근 MZ세대의 직장 내 갈등도 네이버, 카카오 등 상대적으로 ‘젊은 조직’으로 알려진 IT 기업의 성과급 논란을 계기로 불거졌다. 콘텐츠 기획 회사에 다니는 박희연(가명·33) 씨는 “우리 회사는 평균 연령이 낮은데도 개인생활보다 일을 중시하라는 ‘젊은 꼰대’가 적지 않다”며 “회사의 주류 문화는 여전히 개인보다 일을 중시하는 예전의 문화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법적 해결은 한계…세대 간 소통 필수 MZ세대가 문제라고 보는 직장 내 괴롭힘은 상당수 개인 간의 갈등과 괴롭힘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만큼 법적 해결이 어렵다는 뜻이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국한하고 있다. 젊은 직원들이 문제로 보는 SNS 팔로, 저녁 회식 등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실제 고용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부터 올 1월까지 고용부에 접수된 진정 건수는 총 8267건에 달했다. 유형별로 ‘폭언’(3709건)이 가장 많았고 ‘부당인사’(1730건) ‘따돌림·험담’(1226건) 등의 순이었다. ‘차별’(342건)과 ‘사적 업무 지시’(170건) 등 MZ세대가 민감하게 여기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고용부는 이 중 3222건(39.0%)을 괴롭힘이 아니거나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개선을 지도하거나 검찰에 송치한 건은 1409건(17.0%)에 그쳤다. 고용부 관계자는 “단순히 직원이 괴롭다고 해서 모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는 게 아니다”라며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앞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더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후 폭언·폭행과 같은 명백한 갑질은 줄었지만, 갈등과 괴롭힘의 경계에 있는 미묘한 괴롭힘 제보가 2∼3배 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방치했다가는 갈등이 직장 갑질로 번질 수 있는 만큼 마냥 덮어둬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세대 간의 활발한 소통이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꼽힌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조직에 무조건 충성하기보다 자신의 이익이나 가치에 따라 이직을 자주 하는 세대”라며 “이 세대의 감수성을 이해하고 문법에 맞춰가야 기업들도 이들과 함께 커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민간기업 채용이 급감한 가운데 공공기관의 청년 신규 채용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청년고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고용의무제가 적용되는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436곳이 새로 채용한 15∼34세 청년층은 2만2798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442곳에서 2만8689명을 신규 고용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채용 인원이 5891명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청년 채용이 줄면서 공공기관의 전체 정원 대비 신규 채용 청년 비율도 감소했다. 지난해는 공공기관 436곳 전체 정원의 5.9%가 신규 채용 청년이었다. 이는 2019년 7.4%보다 1.5%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청년고용의무제가 시작된 2014년 이후 공공기관 정원 대비 신규 채용 청년 비율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공공기관 청년고용의무제는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이 매년 정원의 3% 이상 청년을 선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기관 명단이 공개된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이 정원의 5% 이상 청년 신규 채용을 하겠다는 국정과제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청년 채용 감소에 대해 “2018년과 2019년 청년 신규 채용 실적이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코로나19 확산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올해 종료 예정인 청년고용의무제를 2023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고용노동부가 건설 및 조선업종에서 능력과 직무 중심의 임금 체계를 확산시키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직무평가도구를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최근 건설업과 조선업의 직무평가도구를 개발해 ‘임금직무정보시스템’(wage.go.kr)에 게재했다. 직무평가도구는 일반 기업이 직원을 직무로 평가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이다. 현재까지 근속 연수에 기반한 임금 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바꾸려면 직무 평가를 먼저 해야 한다. 이를 돕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고용부는 직무평가도구를 활용해 직무 기반 인사제도를 도입한 기업 사례를 소개하는 사례집도 함께 발간했다. 고용부는 건설, 조선에 앞서 보건의료, 은행, 정보기술(IT) 등 9개 업종의 직무평가도구도 개발해 보급했다. 정부는 이처럼 참고자료를 내놓아 산업 현장의 임금체계를 직무 중심체계로 계속 전환시킬 방침이다. 일한 기간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는 과거 근로제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는 기업 인건비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 역시 호봉제 임금 체계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임금체계 개편을 주요 노동혁신 과제로 내걸고 정부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호봉제를 채택한 기업이 직무급제 채택 기업보다 더 많다. 이날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호봉제를 채택한 곳이 전체의 54.9%로 조사됐다. 2019년(58.7%)에 비해 3.8%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기업 두 곳 중 한 곳이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직무 중심 임금체계 도입이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노조의 반발이다. 임금 삭감을 우려해 도입을 반대하는 노조가 많다. 또 직무급을 도입하려면 개별 직무의 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도 넘어야 한다. 각 기업이 직무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무 중심 인사관리의 필요성에 모두 공감하지만 현장에서 적용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다”며 “노사의 자율적인 직무 중심 인사관리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업종별로 직무평가도구를 개발하고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까다로운 수당 신청 조건부터 알쏭달쏭한 취업 지원 제도까지. 누구나 궁금해하는 생활 속 노동정보를 알기 쉽게 정리한 ‘2021 노동잡학사전’을 연재합니다.》 1년간 서울의 한 중소기업 계약직으로 일한 김은정(가명·22) 씨는 최근 일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무급휴직 날짜가 늘어나면서 서울의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자신이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일단 계약한 2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또 월급이 줄어서 어쩔 수 없어 내린 결정이지만 ‘자발적인 사직’이기도 합니다. ○월급 줄어 ‘사표’엔 실업급여 수령 가능1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라면 김 씨 같은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실업급여 액수와 수급 기간은 실직 전의 임금과 일한 기간에 비례합니다. 하루 6만120원에서 6만6000원을 최소 120일, 최대 270일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업급여를 받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우선 실직 이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일자리를 잃었는지 여부입니다. 통상 해고나 권고사직을 당한 경우나 계약기간이 만료된 경우 등입니다. 셋째는 다시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김 씨처럼 스스로 사표를 낸 자발적 실업이라도 실업급여를 받는 ‘예외’가 있습니다. 누구든 이런 상황에서는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김 씨는 계속된 무급휴직으로 생활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누가 보더라도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게 나은 경우죠. 다만 이런 경우라도 회사의 휴업, 휴직으로 월급이 평소의 70% 미만으로 줄어야 합니다. 월급이 줄어든 달이 최근 1년 사이 2개월 이상 있어야 합니다. 급여가 깎인 달이 연속될 필요는 없고, 합쳐서 2개월이면 됩니다. 예를 들어 A 씨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회사 방침에 따라 2개월 동안 한 달에 2주씩 무급휴직을 했다면 스스로 사표를 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월급이 평소의 70% 미만, 급여가 줄어든 달이 1년 사이 2개월 이상 등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합니다. 하지만 만약 똑같이 4주 무급휴직을 했더라도 한 달만 내리 쉬었다면 실업급여를 받기 어렵습니다. 이사로 인해 출퇴근이 힘들어져 사표를 내도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버스나 지하철 등 통상의 교통수단으로 사업장 왕복에 드는 시간이 3시간 이상인 경우’에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인정합니다. 단, 배우자나 부양해야 하는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이사를 가는 경우여야 합니다. 회사가 이전하거나 근로자가 다른 지역 사업장으로 전근을 발령받아 출퇴근에 3시간 이상 걸려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학교 기숙사에 살며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대학생 B씨가 있습니다. 만약 B씨의 회사가 지역을 옮기게 된다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요. 대학생은 기숙사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거주지 이전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기숙사 입·퇴소를 입증할 만한 서류를 받으면 됩니다. 꼭 등본이 아니더라도 거주지 이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최근 1년간 두 달 이상 주 52시간을 지키지 않은 사업장에서 일했다면 자진 퇴사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법정 근로시간을 적용받지 않는 5인 미만 회사 직원이 주52시간 넘는 격무에 시달려 사표를 냈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근로기준법 위반은 아니지만, 누구든 같은 상황에서 일을 그만둘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년 동안 두 달 이상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았거나 임금체불을 당해 사표를 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아파서 퇴사하면 치료 후 신청해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더 이상 회사를 다니기 어려운 경우에도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인정됩니다. 물론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만으로는 수급 자격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을 증명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회사나 고용부에 신고하는 것입니다. 조사 결과 괴롭힘이 드러나고, 이로 인해 회사를 더 다닐 수 없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가 어렵다면 실업급여를 신청할 때 괴롭힘 정황이 담긴 문자메시지나 녹취 등의 증거를 제출하면 됩니다. 관할 고용센터에서 논의한 뒤 수급 자격 인정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일할 수 없을 정도로 다치거나 아파서 퇴사하는 경우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치거나 아파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진단서가 있어야 합니다. 또 회사에서 휴직, 병가를 주거나 다른 직무로 전환해주기 어렵다는 의견서를 써줘야 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병이 어느 정도 나은 후에야 실업급여 수급 자격이 인정된다는 점입니다. 실업급여는 실직자가 다시 일하는 것을 전제로 주는 돈인 만큼 병이 아직 낫지 않았다면 ‘일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부모님이나 함께 사는 가족이 아파 한 달 이상 간호해줘야 하는데, 회사 사정상 휴직이 어려워 사표를 내도 실업급여 수령이 가능합니다. 실업급여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는 고용보험 온라인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회원 가입, 실명 인증 등 4단계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2일부터는 이용 절차가 간소화돼 한 번의 인증으로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확인하고 신청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공동인증서, 금융인증서 등이 필요하니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고용노동부가 건설과 조선업종에서 능력과 직무 중심의 임금 체계를 확산시키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직무평가도구를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최근 건설업과 조선업의 직무평가도구를 개발해 ‘임금직무정보시스템(wage.go.kr)에 게재했다. 직무평가도구는 일반 기업이 직원을 직무로 평가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이다. 현재까지 근속 연수에 기반한 임금 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바꾸려면 직무 평가를 먼저 해야 한다. 이를 돕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고용부는 직무평가도구를 활용해 직무 기반 인사제도를 도입한 기업 사례를 소개하는 사례집도 함께 발간했다. 고용부는 건설, 조선에 앞서 보건의료, 은행, 정보기술(IT) 등 9개 업종의 직무평가도구도 개발해 보급했다. 정부는 이처럼 참고 자료를 내놓아 산업 현장의 임금체계를 직무 중심체계로 계속 전환시킬 방침이다. 일한 기간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는 과거 근로제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는 기업 인건비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 역시 호봉제 임금 체계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임금체계 개편을 주요 노동혁신 과제로 내걸고 정부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호봉제를 채택한 기업이 직무급제 채택 기업보다 더 많다. 이날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호봉제를 채택한 곳이 전체의 54.9%로 조사됐다. 2019년(58.7%)에 비해선 3.8%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기업 두 곳 중 한 곳이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직무 중심 임금체계 도입이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노조의 반발이다. 임금 삭감을 우려해 도입을 반대하는 노조가 많다. 또 직무급을 도입하려면 개별 직무의 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도 넘어야 한다. 각 기업이 직무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무중심 인사관리의 필요성에 모두 공감하지만 현장에서 적용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다”며 “노사의 자율적인 직무중심 인사관리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업종별로 직무평가도구를 개발하고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지난해 11월 ‘줌(ZOOM)’을 이용한 원격수업에서 초등학생 이민수(가명·9) 군은 장래희망에 대해 “의사 선생님이 돼 코로나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이 군의 꿈은 경찰관이었다. 이 군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의사가 되겠다는 초등학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이 꼽은 희망직업은 의사(7.6%)가 운동선수(8.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2019년에는 의사가 초등학생 희망 직업 중 4위였는데, 1년 만에 두 계단 오른 것이다. 이 군의 담임교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의료진을 존경하는 사회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의 인기는 여전했다. 지난해 초등학생 희망직업 4위로 전년도보다 한 단계 내려갔지만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프로게이머는 지난해 5위에 오르며 2019년 6위보다 순위가 올랐다. 지난해 학생들의 등교수업이 줄면서 유튜브 시청과 게임 이용 시간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고생은 초등생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했다. 지난해 중학생 희망직업 1~3위는 교사, 의사, 경찰관으로 2019년과 동일했다. 고등학생은 1위 교사, 2위 간호사, 3위 생명·자연과학자 및 연구원으로 집계됐다. 고교생이 꼽은 희망직업 중에도 의사가 2019년 11위에서 지난해 5위로 6계단 뛰어올랐다. 이번 조사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7~10월 전국 초중고 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 총 4만20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송혜미기자 1am@donga.com}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본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11월 경사노위 산하 공공기관위원회에서 정부와 노동계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합의하고 3개월 만에 제도 도입이 사실상 확정됐다. 경사노위는 최근 열린 본위원회에서 노동이사제 도입 등 ‘공공기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합의’ 등 6개 안건을 의결했다고 23일 밝혔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회사 경영 사안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다. 이번 합의 의결에 따라 올해 기준 350개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제를 운영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노사정 합의안에는 “노동이사제 도입 이전에도 공공기관 노사는 자율적인 합의에 따라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관하고 의장이 허가하는 경우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가능하도록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경사노위는 국회에 노사정 합의안을 제출해 향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에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노동계 안팎에선 공공기관 합의안이 경사노위 본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공공기관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사측’인 정부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는 방향성에 합의한 상황”이라며 “공공기관 경영진도 근로자의 경영 참여를 위해 노력할 의무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합의 과정에서 사용자위원 전원이 반대하면서 ‘반쪽 합의’라는 한계도 갖게 됐다. 경사노위 본위원회에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노사 대표 각각 4명, 공익위원 4명, 정부위원 2명 등 16명이 의결에 참여했다. 이 중 사용자위원 4명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의 노동이사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원 부동의 의견을 냈다. 근로자가 경영에 참여할 경우 노사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경영계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공공기관 합의는 정부가 사용자로 나서며 경영계는 참여하지 않았다. 경사노위 본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 모두가 특정 안건에 반대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노동이사제가 향후 민간으로 도입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40대 주부 이정민(가명) 씨는 가끔 나서는 거리에서 낯선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 혹시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릴까 항상 마음이 불안하다. 이 씨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주말에 지인과 골프를 치고, 사람들을 만나 삶의 활력을 찾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집에서 잘 나오지 않고 있다. 군인 아들에게도 “휴가 나오지 말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가족과의 접촉도 조심스러운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 씨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꼭 필요한 외출도 못 하면 ‘코로나 우울’ 의심 이 씨는 ‘코로나 우울(코로나 블루)’을 겪는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된다. 기존 병명으로는 건강염려증에 해당된다. 이 씨의 주치의는 “이 씨처럼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건강을 우려하는 것은 질병”이라며 “건강염려증이 악화돼 증상이 없고 밀접접촉자가 아닌데도 매주 한 차례 이상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해 최근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등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코로나 우울은 학술적으로 정해진 병이 아니다. 다만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우울증, 무기력증, 통제 불능의 분노 등이 생기는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시작되며 누구나 마음속에 부정적인 감정을 품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1년 넘게 계속되면서 이런 감정이 오랜 기간 이어지는 것이다. 자칫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코로나 우울의 대표적인 증상은 외출 안 하기와 강박관념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최소한의 외출도 하지 않고, 주변인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의심을 떨쳐내기 어렵다면 코로나 우울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하루에 1시간 이상 코로나19 관련 기사를 검색하거나 확진자 동선을 자주 들여다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음 건강’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코로나 우울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30대 직장인 김혜정(가명) 씨는 재택근무를 하며 올 1월 한 달 동안 외출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약속은 모두 취소하고 끼니는 배달음식으로 해결했다. 코로나19 불안과 길어지는 ‘집콕’ 생활이 겹치면서 그는 우울증을 앓게 됐다. 요즘은 TV를 보는 것도 어렵다. 김 씨는 결국 휴직하고 심리상담을 받는 중이다. 김 씨가 일상적인 일도 할 수 없게 된 건 우울증이 뇌 신경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기억력, 집중력, 사고력이 크게 떨어졌다. 불안장애를 겪는 경우에도 매사 집중을 못 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김 씨처럼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주변 사람들이 눈치 챌 정도로 말수가 줄고 행동이 느려졌다면 코로나 우울을 의심해봐야 한다. ○ 취약계층에 더 혹독한 코로나 우울 마음의 병을 방치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박창훈(가명·60) 씨는 지난해 명예퇴직 직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외부 활동을 할 기회를 잃었다. 혼자 사는 박 씨는 형에게 “살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등 우울증 증세를 보여왔다. 가족의 치료 권유도 거부했다. 박 씨는 이달 극단적인 선택을 해 응급실에 실려갔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중증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비대면 사회에서 더 고립되는 노인이나 장애인 등은 코로나 우울에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우울에 취약한 사람들은 코로나 정보에 노출되는 시간을 하루 30분 이하로 정하고, 매일 산책을 하는 게 좋다”며 “주변인도 이런 분들과 꾸준히 연락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승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은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심리적인 부작용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며 “큰 감염병 확산 이후에도 정신적 트라우마가 남을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국민들의 ‘심리방역’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신건강 치료 금기시 사회 분위기 먼저 바뀌어야”정신문제 유경험자 22%만 상담전문가 “초기에 치료해야 조기완치” 자영업을 하는 40대 남성 최승훈(가명)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건망증이 심해졌다. 평소와 다르게 식욕이 없고 피로감도 자주 느꼈다. 6개월간 이런 증상이 계속됐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렇겠거니’ 했다. 딸의 거듭된 권유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나서야 최 씨는 본인이 우울증에 걸린 걸 알았다. 스스로의 감정에 무감각한 사이 매출 하락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마음의 병으로 커진 것이었다. 우울증은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2개월 내에 완치된다. 불안장애(공황장애 등), 분노장애(간헐적 폭발성 장애)를 가진 경우도 빨리 치료를 받는다면 주변인들과 관계가 나빠져 증상이 심해지는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지 못해 증상을 방치하거나, 알더라도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9년 국립정신건강센터 조사 결과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5명 중 1명(22.0%)만이 누군가와 상담하거나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본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알고도 1년 넘게 치료를 받지 않은 비율도 30.9%에 달했다. 병원을 찾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두면 나아질 것 같아서”(39.3%), “스스로 극복해야 할 것 같아서”(20.3%) 등을 이유로 꼽았다. 백명재 경기도 선별진료소 전문의(정신건강의학과)는 “최근 20, 30대는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중장년 남성은 진료받는 비율이 여전히 낮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일상적인 감정이 된 불안과 우울,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이런 감정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느낀다면 상담이나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고령층, 소외계층,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친 실직자 등은 코로나 우울의 타격이 더 큰 만큼 주의해야 한다. 실직자의 경우 각 지역 고용노동센터에서 무료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무료 상담이 가능하다. 정신건강 치료를 꺼리는 사회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여전히 병원 진료 문턱이 높다”며 “본인 증상이 코로나 우울에 해당된다고 여겨지면 초기에 치료를 받아야 빨리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주신 분들 가나다순.△김현수 명지병원 교수 △백명재 경기도 선별진료소 전문의 △ 백종우 경희대병원 교수 △ 정찬승 전문의 △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교수 △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교수김소영 ksy@donga.com·송혜미 기자}

남 일 아닌 ‘코로나 우울’… 1년간 심리상담 136만건 ‘여행 가이드.’ 8년간 정성훈(가명·62) 씨의 명함에 적힌 직업이다. 생계 수단이지만 매일 새로운 사람과 만나면서 의욕과 활기를 얻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지금 그에겐 활력이나 희망이 남아 있지 않다.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유행하면서 지난해 3월 정 씨는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 그날 잠자리에서 정 씨는 밤새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 밤이 길게 가진 않겠지’라고 생각했다. 1년이 되도록 정 씨는 복직은커녕 다른 일도 구하지 못했다. 김밥 한 줄로 해결하던 세 끼를 두 끼로 줄였다. 그는 “뭘 하고 싶어도 사회가 나를 받아주지 않는구나, 난 쓸모가 없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고 토로했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에서 이뤄진 심리상담은 136만1403건. 지난해 정부에 등록된 자살 고위험군도 1만9471명으로 2019년보다 13.4% 늘었다. 전년도 증가율의 5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2년 차인 올해 사회 곳곳에서 ‘코로나 우울(코로나 블루)’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본다. 정부가 제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종식 후에도 후유증이 남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코로나 공포에 ‘집콕 고립’… 감기기운에도 ‘너는 확진자’ 환청 세종에 사는 주부 이은혜(가명·36)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이 진행된 1월 한 달 동안 현관문 밖으로 딱 두 번 나갔다. 두 번 모두 쓰레기를 모으고 모으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얼른 내다버리고 온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 탓이다. 이 씨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자신의 두 아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이다. 그래서 초등학생인 첫째는 점심 급식을 못 먹게 하고 하교시킨다. 둘째는 지난해부터 단 하루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다. 그는 “바이러스 덩어리인 바깥세상이 나를 향해 발톱을 치켜세우고 있는 느낌”이라며 “주말부부인 남편이 집에 올 때조차 바이러스를 묻혀 오는 건 아닌지 경계심이 든다”고 했다. 이 씨는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도 사람들 속에서 생활하던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다.○ 우리 이웃 덮친 ‘코로나 우울’ 1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에도 상처를 남겼다. 장기 실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만 ‘코로나 우울(코로나 블루)’을 겪는 건 아니다. 감염에 대한 불안,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이들을 향한 분노, 비대면 사회에 대한 부적응….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도 이런 부정적 감정이 일상처럼 녹아 있다. 때로 코로나 우울은 공황장애 증상으로까지 이어진다. 박소은(가명·31) 씨는 지난해 감기 기운을 느끼자마자 갑자기 ‘누군가가 심장을 움켜잡는 듯한 느낌에 숨을 쉴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 박 씨가 두려웠던 건 코로나19 감염 자체보다 주변의 시선이었다. “평소 아파트 커뮤니티에 자주 접속하는데 지역 확진자 동선이나 ‘우리 단지에 마스크 안 쓴 사람이 돌아다닌다’는 비난이 자주 올라오더라고요. 몸살 걸린 나를 욕하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어요.” 마음의 병이 몸의 증상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프리랜서 캐스팅 매니저로 일해 온 김정석(가명·40) 씨는 지난해 12월 느닷없이 ‘마취 없이 발목을 절단하는 고통’을 느꼈다. 그는 “병원에 가니 급성 통풍발작이라 했다”며 “코로나19로 일감이 끊겨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탓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발달기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코로나 우울에 더 취약하다. 지난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정서행동특성검사를 실시했는데 ‘관심군’으로 분류된 1학년 비율이 16.7%로 전년도(5.0%)의 3배 수준이었다. 이 중 절반은 당장 상담이 필요한 ‘우선관리군’이었다. 이 학교 상담교사는 “초등학생은 학교생활과 친구관계에서 얻는 즐거움이 중요한데 등교 중지로 충족이 안 되다 보니 우울해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대전에 사는 고교생 최아름(가명·17) 양도 코로나19 이후 불안장애가 심해졌다. 지난해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친구를 한 명도 사귀지 못했다는 생각에 초조했다. 최 양은 “등교하는 날이면 누구도 말을 걸어주지 않는 교실이 견디기 힘들어 화장실에 종일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민간 의료봉사단체 열린의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 대상 온라인 심리상담창구 ‘상다미쌤’에 접수된 상담신청은 2019년(3500건)의 2배가 넘는 7800건이다. 열린의사회 관계자는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다 보니 가족과의 갈등이나 폭력에 노출되는 청소년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비대면’에 취약할수록 더 큰 고립감 코로나19 2년 차가 되면서 많은 사람이 새로운 일상에 적응한 듯 보인다. 하지만 많은 이웃, 특히 취약계층에게는 여전히 높은 벽이다. 엘리베이터 버튼마다 코로나19 방지 항균 필름이 붙은 이후 돌연 점자로 된 층수조차 누를 수 없게 된 시각장애인이 대표적이다. 한승진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팀장은 “하루아침에 내가 사회와 소통하던 문자가 사라진 셈”이라며 “이는 단순히 불편한 차원을 넘어 시각장애인의 자존감과 자립심을 깎아먹는 경험”이라고 지적했다. 생활 속 규칙이 무너지면 극도로 불안감을 느끼는 발달장애인들에게도 코로나19로 바뀐 일상은 큰 스트레스다. 발달장애인 최승현(가명·19) 씨는 바깥 활동이 불가능해지자 주먹으로 벽을 치고 자해를 시도하는 폭력적 행동이 심해졌다. 최 씨의 어머니는 “아이도 아이지만 나도 돌봄에 지쳐 더 이상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들이 나가고 싶다고 난동 부리는 소리에 이웃 민원도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온라인 미팅 등 비대면 소통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노인들의 고독감도 문제다. 지난해 남편과 사별한 후 충남에서 혼자 사는 이인자 씨(82)는 코로나19로 마을회관과 복지관이 문을 닫으면서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복지관 가서 공부하고 노래하며 춤추는 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지금은 벗도 없고 적적하기만 할 뿐”이라며 “사람이 그리워 집 앞 정자나무를 왔다 갔다 한다”고 전했다. 어른의 도움 없이 줌 수업 등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기 힘든 초등학교 저학년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수도권의 한 초등교사는 “조손가정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 접근성이 낮아지다 보니 학교생활 적응도 어렵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때도 사회적 후유증이 몇 년간 지속됐는데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역시 바이러스가 사라지더라도 2, 3년은 국민들의 심리적·정서적 후유증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극단선택 고위험군’ 급증… 등록인원 작년 2만명 육박 ‘코로나 우울(코로나 블루)’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분노(레드)와 절망(블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다양한 피해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 우울을 가벼운 질병으로 봐선 안 되는 이유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고위험군 등록관리 인원은 전년보다 13.4% 늘어난 1만9471명으로 2만 명에 육박했다. 전년도 증가율이 2.8%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심각한 수준이다. 인원수나 증가율 모두 전례 없는 규모다. 박지연(가명·32) 씨도 지난해 정부가 관리하는 자살 고위험군에 포함된 사람 중 한 명이다. 박 씨는 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한 뒤 ‘물에 빠진 솜처럼 하루 종일 늘어져 지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로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는 사이 몸무게는 8kg씩 늘었다가 빠지기도 했다. “어느 날 변기를 붙잡고 토하고 있는데 자신이 소, 돼지만도 못하다고 느껴졌어요. 힘을 내서 일을 구해야 하는데 몸만 아프니 살아 숨쉬는 게 낭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코로나 우울로 건강마저 잃은 박 씨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여러 은행을 돌았다. 그렇게 간신히 700만 원가량을 대출받았다. 이는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다행히 박 씨는 취업 상담을 위해 찾은 고용센터에서 심리안정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받아 참여했다. 덕분에 극심한 우울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하지만 박 씨처럼 정부기관의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면 결국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2만2565명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정신건강 문제가 있던 사람일수록 코로나 우울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진단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미주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 카리사 에티엔 사무국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정신보건 위기는 모든 나라에서 ‘초대형 악재’가 됐다”며 “정신건강을 돌보는 것이 코로나19 대응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에 대한 현실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우울, 불안 탓에 더욱 절망하는 분들의 마음의 문제도 잘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송혜미 1am@donga.com·김소영·김성규 기자}
‘코로나 우울(코로나 블루)’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분노(레드)와 절망(블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다양한 피해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 우울을 가벼운 질병으로 봐선 안 되는 이유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고위험군 등록관리 인원은 전년보다 13.4% 늘어난 1만9471명으로 2만 명에 육박했다. 전년도 증가율이 2.8%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심각한 수준이다. 인원수나 증가율 모두 전례 없는 규모다. 박지연(가명·32) 씨도 지난해 정부가 관리하는 자살 고위험군에 포함된 사람 중 한 명이다. 박 씨는 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한 뒤 ‘물에 빠진 솜처럼 하루 종일 늘어져 지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로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는 사이 몸무게는 8kg씩 늘었다가 빠지기도 했다. “어느 날 변기를 붙잡고 토하고 있는데 자신이 소, 돼지만도 못하다고 느껴졌어요. 힘을 내서 일을 구해야 하는데 몸만 아프니 살아 숨쉬는 게 낭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코로나 우울로 건강마저 잃은 박 씨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여러 은행을 돌았다. 그렇게 간신히 700만 원가량을 대출받았다. 이는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다행히 박 씨는 취업 상담을 위해 찾은 고용센터에서 심리안정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받아 참여했다. 덕분에 극심한 우울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하지만 박 씨처럼 정부기관의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면 결국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2만2565명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정신건강 문제가 있던 사람일수록 코로나 우울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진단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미주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 카리사 에티엔 사무국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정신보건 위기는 모든 나라에서 ‘초대형 악재’가 됐다”며 “정신건강을 돌보는 것이 코로나19 대응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에 대한 현실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우울, 불안 탓에 더욱 절망하는 분들의 마음의 문제도 잘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여행 가이드.’ 8년간 정성훈(가명·62) 씨의 명함에 적힌 직업이다. 생계 수단이지만 매일 새로운 사람과 만나면서 의욕과 활기를 얻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지금 그에겐 활력이나 희망이 남아 있지 않다.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유행하면서 지난해 3월 정 씨는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 그날 잠자리에서 정 씨는 밤새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 밤이 길게 가진 않겠지’라고 생각했다. 1년이 되도록 정 씨는 복직은커녕 다른 일도 구하지 못했다. 김밥 한 줄로 해결하던 세 끼를 두 끼로 줄였다. 그는 “뭘 하고 싶어도 사회가 나를 받아주지 않는구나, 난 쓸모가 없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고 토로했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에서 이뤄진 심리상담은 136만1403건. 지난해 정부에 등록된 자살 고위험군도 1만9471명으로 2019년보다 13.4% 늘었다. 전년도 증가율의 5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2년 차인 올해 사회 곳곳에서 ‘코로나 우울(코로나 블루)’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본다. 정부가 제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종식 후에도 후유증이 남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송혜미 1am@donga.com·김소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정부와 지자체가 1분기(1∼3월)까지 90만 개 이상의 직접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중 상당수가 ‘노인복지’ 수준 일자리로 나타났다. 직접 일자리는 정부가 재원을 투입해 공공이나 민간에 한시적으로 내놓는 일자리다. 일자리 창출의 근본 해법이 되기 어렵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고용지표 개선 효과 때문에 비슷한 일자리 대책이 반복되고 있다. 19일 고용노동부가 공시한 1분기 중앙부처의 직접 일자리 83만 개를 분석한 결과 59만 개(71.1%)가 보건복지부의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일자리로 채워졌다. 이는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가 이웃 노인이나 장애인, 한부모 가정 아동 등을 돕는 일거리다. 매달 30시간 이상 일하지만 식비와 교통비를 합친 활동비는 월 27만 원 이하로 정해졌다. ‘용돈 벌기’ 일자리로 일자리 목표를 채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보다 수당이 더 낮은 정부 공급 일자리도 있다. 고용부의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 사업은 50∼69세 퇴직자 1만1700명을 선발한다. 금융권 퇴직자가 소상공인 금융 상담을 하는 등 경력자의 사회공헌을 지원하지만 시간당 수당이 2000원에 그친다. 교통비(3000원)와 식비(6000원)를 포함해도 하루 8시간 근무에 2만5000원(시급 3125원)을 받게 된다. 그런데도 이 사업 참여자는 앞으로 일자리 통계에서 ‘취업자’로 분류된다. 정부가 직접 만드는 청년 일자리 역시 휴지처럼 쓰고 버리는 이른바 ‘티슈인턴’이 대부분이라는 게 청년들의 지적이다. 행정안전부는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으로 1분기 9400명의 민간기업 채용을 지원한다. 정부 계획은 청년들이 일단 업무 경험을 쌓도록 하는 ‘취업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지만 현장의 체감은 크게 다르다. 지난해 이 사업에 참여한 취업준비생 이모 씨(27)는 “인턴인데도 야근을 밥 먹듯 했다”며 “정직원도 각종 수당을 제대로 못 받는다는 걸 알고 중간에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 씨 외에도 지난해 이 사업에 참여한 청년 3만6000명 중 7100명(19.7%)이 정해진 기간을 채우지 않고 중도 포기했다. 정부 예산을 실효성 없는 일자리 창출에 사용한다는 비판에도 ‘정부발(發)’ 임시 일자리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부처의 한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를 넣지 않으면 일자리 목표를 채우는 게 쉽지 않다”며 “매년 나오는 일자리 대책에 단발성 일자리가 꼭 포함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17일 직접 일자리 추가 발굴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관련 사업의 예산 규모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올해 내놓는 직접 일자리 104만 개 외에 직접 일자리를 추가로 늘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했다. 정부 일자리가 실효성 없는 단기 일자리라는 지적에 대해 임서정 대통령일자리수석비서관은 1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취약계층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일자리를 단기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일자리 정책이 단기적인 직접 일자리 창출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며 “경직된 노동시장과 저조한 투자 문제를 해결할 중장기적 해법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송혜미 1am@donga.com·이지운 기자}

설 연휴가 시작된 11일부터 전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높아지면서 경기 인천 등의 일평균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m³당 76μg 이상) 수준으로 악화됐다. 국내에서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으로 관측된 건 약 1년 2개월 만이다. 14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오후 10시 기준 경기 남부 일부 지역(76∼107μg)과 충남(77μg)에서 매우 나쁨 수준의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관측됐다. 12일에는 인천, 13일은 충남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각각 77μg으로 매우 나쁨 수준이었다. 서울 등 전국 나머지 지역도 연휴 기간 내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였다. 연휴 내내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지면서 환경부는 14일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충청·세종 지역에 올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했다.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인 건 2019년 12월 10일이었다. 당시 경기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76μg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교통량과 경제활동이 줄고, 비가 오는 날이 늘면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을 보인 날이 하루도 없었다.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는 10일 중국 등 국외에서 초미세먼지가 유입된 뒤 국내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더해져 생겼다. 평년보다 3∼5도 높은 포근한 날씨가 연휴 내내 이어지며 대기 중 오염물질들의 화학작용으로 만들어진 2차 초미세먼지까지 더해졌다. 이 기간 대기가 정체하면서 나흘 동안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졌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한반도 상공에 자리 잡고 있는 고기압의 대기가 상당히 안정돼 있어 거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는 월요일인 15일 오후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이날 늦은 밤부터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전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서울 인천 경기남부 충남 대구가 ‘나쁨’, 그 밖의 지역은 ‘좋음’이나 ‘보통’이 될 것으로 예보됐다. 한편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전날과 비슷하지만 낮 최고기온은 2∼13도로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진다. 서울 낮 최고기온은 3도, 체감온도는 영하 2도로 예보됐다. 강원 동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5∼3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설 연휴가 시작된 11일부터 전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높아지면서 경기 인천 등의 일평균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당 76㎍ 이상) 수준까지 악화됐다. 매우 나쁨 수준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관측된 건 430일 만이다. 14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경기남부와 충남 지역에서 매우 나쁨 수준의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관측됐다. 12일에는 인천, 13일에는 충남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각각 77㎍으로 매우 나쁨 수준이었다. 서울 등 전국 나머지 지역도 연휴 기간 내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였다. 연휴 내내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지면서 환경부는 14일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충청·세종 지역에 올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했다.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인 건 2019년 12월 10일이다. 당시 경기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76㎍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교통량과 경제활동이 줄고 비가 오는 날이 늘면서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을 보인 날이 하루도 없었다.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는 10일 국외에서 초미세먼지가 유입된 뒤 국내 발생 오염물질이 더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여기에 평년보다 3~5도 가량 높은 포근한 날씨가 연휴 내내 이어지며 대기 중 오염물질들의 화학작용으로 만들어진 2차 초미세먼지까지 더해졌다. 이 기간 대기가 계속 정체하면서 나흘 동안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졌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한반도 상공에 자리잡고 있는 고기압의 대기가 상당히 안정돼 있어 거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는 월요일인 15일 오후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이날 늦은 밤부터 해소될 전망이다. 이날 전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경기남부·세종·충북·대구가 나쁨, 서울을 비롯해 그 밖의 지역은 ‘좋음’이나 ‘보통’이 될 것으로 예보됐다. 환경부 측은 “봄에 대기 정체가 이어지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계절관리제 등 저감 대책을 철저히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가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올 상반기(1∼6월) 청년고용 상황이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장관은 1분기(1∼3월)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로운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직원을 줄이지 않고 휴업·휴직하는 사업주에게 인건비를 지원해 줬다. 고용보험 적용 대상도 예술인과 특수고용직 종사자(특고) 등으로 확대했다. 이는 고용안전망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재원으로 사용되는 고용보험기금 고갈의 우려도 커졌다. 이 장관은 “기금 안정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필요한 시기에 고용보험요율 인상에 대한 노사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로 고용이 얼어붙은 가운데 청년층 타격이 크다. 올해 청년고용 상황을 어떻게 보나. “올해 상반기는 지난해보다 좀 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도 학교를 졸업하고 고용시장에 새로 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많다. 하지만 하반기(7∼12월)에는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서 고용도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상반기가 어렵고, 하반기에 고용 상황이 풀릴 것이다. 이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켜 빨리 청년고용이 회복되도록 하겠다.” ―청년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청년들이 취업을 못 하는 시기에도 경력을 개발할 기회를 줘야 한다. 정부는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을 늘리고, 정규직이 아니어도 정보기술(IT) 직무에 청년을 채용하는 중소·중견기업에 인건비를 보조하고 있다. 청년들이 필요한 기술을 배우거나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국민내일배움카드로 5년간 300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의 훈련비를 지원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이 청년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를 장려하기 위해 청년을 채용하는 기업에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청년고용증대세액공제 등 지원금과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새로운 청년고용 대책을 내놓을 계획은 없나. “청년고용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용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3월까지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을 수립해 발표하겠다.” ―코로나19로 인해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다. 고용 문제에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훨씬 빨라질 것이다. 정부도 디지털 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라 디지털 경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에서 친환경 산업으로의 산업구조 전환이다. 올해 정부는 디지털, 친환경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키울 생각이다. 기존 산업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이 분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도 만들겠다. 또 플랫폼 경제의 확산에 따라 산업구조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고용 형태도 변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는 대책을 올해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의 직업훈련 제도로는 시장 수요에 맞춰 훈련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업훈련을 바꿀 방안이 있나. “디지털 융합훈련 분야에서는 기존 직업훈련이 갖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공급자 중심 체계라, 산업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 규제로 혁신적인 민간 훈련기관들이 직업훈련 체제 안에 들어오지 못했는데 이런 규제를 허물고 있다. 젊은 민간 업체가 개발한 혁신적인 훈련과정을 직업훈련에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저소득 구직자에게 최대 300만 원의 구직촉진수당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올해 첫선을 보였다. 첫 달부터 올해 지원 규모의 30%에 달하는 인원이 신청했다. 예산이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시작 단계에서부터 지원이 필요한 많은 국민들이 신청하신 점은 다행이다.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 아닌가 생각한다. 초반에 몰리던 수요는 현재는 다소 안정됐다. 연초에는 일주일에 1만 명씩 신청했는데, 지금은 2500명 정도다. 설 연휴(11∼14일) 이후 신청 추세를 살펴 보완이 필요하다면 보완하겠다.” ―전 국민 고용보험 시행으로 고용보험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고용보험기금에서 부담하는 출산휴가, 육아휴직 급여 등은 고용보험기금의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따라서 노사가 모은 실업급여보다 재정으로 지원하는 게 더 적절하다. 이런 지출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코로나19 상황을 봐야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필요한 시기에 고용보험요율 인상 문제를 노사와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영계는 7월부터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특수고용직의 경우 고용보험 계정을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정 분리는 불가능하다. 고용보험기금 계좌 자체가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분리할 방법이 없다. 또 임금근로자와 특고 양쪽에 해당되는 분들이 많다. 이 경우 임금근로자로 고용보험에 가입한 이력과 특고로 가입한 이력을 연계해 보험을 운영해야 한다. 다만 경영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특고 재정수지를 따로 계산해 고용보험을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