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

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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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용 기자입니다.

parky@donga.com

취재분야

2026-02-26~2026-03-28
칼럼100%
  • [사설]남덕우를 기리며 ‘제2 한강의 기적’을 기다린다

    197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그제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가난 극복과 경제 발전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전을 현실로 옮긴 한국 경제의 산증인이었다. 서강대 교수로 재직 중 1969년 박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그는 박정희정부에서 재무부 장관과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으로 9년 2개월 동안 일하며 ‘박정희노믹스’를 완성했다. 1980년대에는 국무총리와 한국무역협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경제 관료로 재임하면서 사채 동결, 증권시장 개혁, 부가가치세 도입, 중화학공업 육성, 사회간접자본 확충, 중동시장 진출 등 굵직한 경제 개혁 조치를 주도했다. 부가가치세를 시행해 허약한 세수 기반을 다졌고,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외자 유치를 성사시켰다. 1975년부터 추진한 중동 진출은 제2차 석유 파동을 극복하는 마중물이 됐다. 그가 이끈 정부 경제팀의 혜안과 헌신적 노력은 세계가 찬사를 보낸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남 전 총리는 일선에서 물러난 뒤 고령임에도 2005년 한국선진화포럼을 설립하고 세미나 활동을 통해 한국 경제를 위한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경제 성장 과정에서 물가와 부동산 투기를 잡지 못하고 기업구조 개혁, 국민에 대한 경제교육 등의 과제를 완수하지 못한 점을 아프게 생각했다. 그는 “경제 발전에 시동이 걸리면 정부 역할을 시장경제의 자율 기능으로 넘겨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시장경제주의자였다. ‘한강의 기적’은 전문성이 뛰어난 경제 관료,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1세대 기업인, 결단과 추진력을 가진 정치 리더십의 합작품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권이 경제팀을 흔들 때마다 “정치는 내가 맡을 테니 당신들은 경제 개발에 전념하라”며 힘을 실어 주었다. 부가가치세 도입의 여파로 1978년 총선에서 참패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그를 20일 만에 경제특보로 다시 부르기도 했다. 남 전 총리는 2009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회고록에서 “빈번히 경제장관을 바꾸는 것은 대통령에게 확고한 목적의식이나 경륜이 없거나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을 남겼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에 일본보다 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수출과 내수의 두 날개로 도약하는 새로운 경제를 일으켜 후대에 물려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맨땅에서 경제를 부흥시킨 제2, 제3의 남덕우가 나와야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201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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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박근혜 공약가계부, 실행 가능한 방안 담아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새 정부 들어 첫 재정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임기 5년간 대선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지와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꾸려가기 위한 ‘공약가계부’ 논의도 있었다. 경기 침체와 고령화 등으로 돈 들어올 데는 막막하고 쓸 데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17개 부처 장관이 모두 참석해 국가의 곳간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논의하고 제시하는 자리였다. 정부는 국가채무를 임기 내 국내총생산(GDP) 대비 30%대 중반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쉽지 않은 목표다. 올해 적자국채를 찍어 17조3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짜게 되면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4.8%에서 36.2%로 올라간다. 경기가 회복되고 정부 씀씀이를 대폭 줄이지 않으면 임기 내 균형재정은 어려울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와 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당장 임기 5년간 135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공약 재원도 막막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세입을 53조 원 늘리고 세출은 82조 원 줄여 이 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경기 침체로 국세 수입에 구멍이 뚫렸다. 이달 말 내놓을 ‘공약가계부’에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재원 확보와 재정 지출 방안이 담겨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불신을 줄일 수 있다. 세금의 효율성을 높이고 중복된 사업에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정부가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국회의원들의 ‘쪽지예산’ 같은 지역구 챙기기를 막는 장치도 필요하다. 민간 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에 나서 일자리를 만들면 정부가 쓸 돈은 그만큼 줄어든다.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기업 투자의 마중물을 붓는 것이 나라 곳간을 채우는 길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연금과 의료 지출이 늘어나고 경제 활동이 둔화되면 정부 가계부의 적자폭은 커진다. 임기 5년 이후까지 내다보고 선제적 재정개혁을 준비해야 후임 정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국가채무를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법으로 정해 방만한 재정운영을 막는 방안도 실행에 옮길 때가 됐다. 정부는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 없이 재원을 마련하는 ‘증세 없는 공약 실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세금은 덜 내면서 복지 혜택은 선진국 수준으로 받겠다면 나라 곳간이 견뎌내질 못한다. 복지공약을 고수하려면 누가 얼마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증세(增稅) 논의를 늦지 않게 시작하는 게 솔직한 정부다. 복지에는 반드시 비용이 따른다.}

    • 201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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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박용]곤충의 가치

    1990년 베트남에서는 어린이들의 영양실조가 심각했다. 그러나 가난한 가정에서도 유독 튼튼한 아이들이 있었다. 미국 연구팀은 이들이 들과 논에서 뛰놀며 달팽이나 곤충 등을 잡아 조금씩 자주 먹으며 허기를 때운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 아이들의 식사법을 보급해 영양실조 퇴치에 기여했다. ▷곤충은 과거 수렵과 채집을 통해 살아가던 인류의 유용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농경이 대세가 된 지금도 세계 20억 명이 딱정벌레 애벌레 벌 개미 메뚜기 귀뚜라미 등 1900여 종의 곤충을 먹는다. 중국은 두부에 개미나 메뚜기를 넣어 먹고, 동남아에서는 베짜기개미 알을 진미로 친다. 보릿고개를 겪었던 한국의 중장년들이라면 메뚜기 번데기 등으로 허기를 달래던 ‘식용 곤충’의 추억을 갖고 있다.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미래의 식량 대안으로 곤충을 주목하고 있다. 2050년 90억 명으로 불어날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고단백 저지방에 마그네슘 철 아연 같은 무기질이 풍부한 곤충만한 대안이 없다는 거다. 곡물과 육류 생산을 위한 농경지와 목초지는 자연을 훼손하지만 곤충은 그런 우려가 없어 일석이조다. 문제는 식용 곤충에 대한 혐오감을 극복하고 안전하고 친환경적 생산법을 개발하는 일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식용 곤충의 연구개발 투자에 나섰다. 마르셀 디커 바헤닝언대 교수는 “2020년경 슈퍼에서 벌레를 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구상 동물 중 가장 많은 게 곤충이다. 알려진 것만 약 100만 종이 있다. 유기물 분해나 꽃가루받이도 곤충이 한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내에 멸종한다”는 섬뜩한 경고까지 했다. 최근에는 식용 이외에 해충 방제, 사료, 약재, 환경 정화, 애완용으로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동의보감’에 약재로 쓰이는 곤충 목록이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곤충을 여러 용도로 활용해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정부도 2011년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해 곤충의 산업적 가치를 주목했다. 이쯤 되면 “벌레만도 못하다”는 말이 곤충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지도 모르겠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 201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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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밀양 송전탑 갈등 8년, 이젠 끝낼 때

    한국전력과 경남 밀양시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놓고 8년 동안 이어져온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그제 만났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들 사이의 갈등은 송전 선로의 개설 계획이 알려진 2005년 시작됐다. 한전은 밀양 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8년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부산 기장군, 경남 양산시, 울산 울주군, 경남 밀양시, 창녕군의 5개 시군을 거치는 90.5km 구간에 철탑 161기를 세우고 선로를 가설하는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밀양 지역 약 30km 구간에 설치되는 송전탑 52기의 공사는 주민들의 반대로 아직 끝내지 못하고 있다. 이 바람에 선로 개통이 2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3조2500억 원을 들여 지은 140만 kW급의 신고리 원전 3호기는 올해 말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내년 9월에는 신고리 4호기의 상업운전도 예정돼 있다. 밀양 구간 선로를 잇지 못하면 우회 선로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신고리 원전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어렵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지 않으면 올겨울 전력 수급이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밀양 주민은 주민 건강과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송전탑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거나 선로를 땅속에 묻는 지중화(地中化)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밀양을 7번이나 방문한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지중화만 빼놓고 모든 것을 해주겠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선로에는 765kV의 고압 전류가 흐른다. 765kV의 케이블을 지하에 묻는 기술은 세계적으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지중화를 위해서는 밀양 구간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345kV로 전압을 낮춰야 한다. 공사기간은 12년, 비용은 전체 사업비의 약 5배인 2조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국가적 낭비가 불가피하다. 당장 송전탑 공사를 재개해도 신고리 3호기의 상업운전 시점인 올해 말에야 공사를 끝낼 수 있다. 정부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화 창구를 가동해 주민 불신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전국에는 765kV 송전탑이 이미 900여 기 건설되어 있다. 주민들도 송전탑 백지화나 지중화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모두가 승자가 되는 해법에 협력해야 한다. 한전 측은 현실적인 보상 방안과 진정성 있는 대화로 주민의 마음을 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160여 개의 송전 선로가 건설되고 있다. 밀양 이외에 전북 군산시에서도 새만금 송전탑 건설을 놓고 6년째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차제에 전력 인프라 현대화를 합리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갈등 해결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 201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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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통상임금 뇌관, 勞使政 대타협으로 제거해야

    미국을 방문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과 만났을 때 “통상임금 문제는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인 만큼 꼭 풀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애커슨 회장이 “엔화 약세와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되면 절대로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 데 대한 언급이었다. GM은 올 2월 5년간 80억 달러를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휴일 야근 잔업 수당과 퇴직금 등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된다. 기업들은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이 없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에 따라왔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해 3월 “미리 정해놓은 비율을 적용해 분기별로 주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며 기존 판례를 깨고 정부와 다른 해석을 내놓자 노동조합의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GM 회장의 발언은 이에 대한 우려다.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반영되면 각종 수당과 퇴직금도 따라서 오른다. 휴일 근무와 잔업이 많은 자동차와 조선업계에는 발등의 불이다. 노조와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는 한국GM은 패소할 경우 물어야 할 비용 8100여억 원을 지난해 실적에 반영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면 법으로 보전해줘야 할 3년 치 소급분 등으로 38조6000억 원의 기업 부담이 늘어나고 일자리 37만∼41만 개가 날아간다고 주장한다. 생산성과 무관한 인건비 급증은 경기침체 속에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다. 통상임금 논란은 생산성과 연계되지 않은 왜곡된 임금체계와 경직된 노사관계, 허술한 제도가 낳은 사회적 갈등이다. 노사 어느 한쪽에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1980년대 이후 임금이 급상승하면서 노사갈등이 고조됐다. 기업들은 임금 부담을 덜기 위해 기본급 대신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늘려 대응해 왔는데 이제 그 부메랑을 맞게 된 것이다. 통상임금에 대한 정부 방침과 법원의 해석이 다르다 보니 회사마다 일일이 소송을 벌여 법원의 판단을 물어야 할 판이다. 노동계는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을 돌려받자는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투자와 기존 인력을 줄이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들에게 돌아간다. 노사가 합리적인 고통 분담 방안을 마련해 일자리도 지키고, 근로자의 이익도 챙기는 상생의 모범답안을 이끌어내야 한다. 법원의 결정에 맡기기보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노사정협의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박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풀 수 있다.}

    • 201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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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기준금리 내려도 기업투자 불씨 꺼지면 헛일

    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연 2.50%로 결정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이다. 한은이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박자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돈 풀기 흐름에 보조를 맞춘 측면도 있다. 외신들은 “한국도 글로벌 환율 전쟁에 참전했다”고 분석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추가경정(추경) 예산이라는 새 정부의 정책 변화와 유럽중앙은행(ECB), 호주 등의 금리 변동’을 금리 인하의 이유로 꼽았다. 이달 들어 ECB에 이어 덴마크 인도 호주 폴란드가 금리를 내렸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자국 통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다. 특히 일본의 공격적인 돈 풀기에 따른 ‘엔저(低)’ 현상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부담이 커졌다. 원화가치 상승과 금리 차익을 노린 단기 투기성 자금 유입도 우려됐다. 정부와 국회가 경기 부양을 위해 17조3000억 원의 추경 예산을 통과시키며 한은을 압박하자 금리 동결을 고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와 한은이 늦게나마 한목소리를 낸 것은 긍정적이다. 정부와 한은이 책임을 떠넘기며 시장 혼선을 부채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가 지난달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경기 살리기에 나서자 한은은 “경제 성장세가 현재 개선되는 상태”라며 금리를 동결해 정부와 시각차를 보였다. 김 총재는 이달 초 “지난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것도 굉장히 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안 돼 “지난달과 경기 전망이 달라진 게 없다”면서도 금리 인하로 급선회해 등 떠밀려 뒷북을 친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일각에선 “김 총재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기 색깔을 드러내려다 힘에 밀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추경과 금리 인하 효과가 실물 경제에 반영되려면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투자와 소비, 수출이 침체된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다. 정책의 시차를 줄이려면 정부가 추경 예산 집행의 속도를 내야 한다. 시장에 풀린 돈이 생산적인 기업 현장으로 흐르지 못하게 막는 금융권의 병목 현상도 해소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돈 풀기 경쟁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 부채 증가와 물가 상승에 대한 감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3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2.6%, 설비투자는 6.6% 하락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푸는 것은 단기적인 진통제에 불과하다. 잠재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고 기업 투자의 불씨를 살려내야 시장의 윗목까지 온기가 전해질 것이다.}

    • 201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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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박용]소비자 없는 창조경제는 없다

    슈퍼볼대회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최종 승자를 가리는 미 프로스포츠 최대 행사다. 올해는 2월에 열렸는데 세계 1억6000만 명이 시청했다고 하니 광고단가가 초당 1억 원이 넘는다. 웬만한 기업은 엄두도 못 낸다.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만이 광고를 했을 뿐이다. 삼성전자는 2분짜리 슈퍼볼 광고를 제작해 내보내는 데 1500억 원이라는 큰돈을 썼다. 이 정도 거래라면 삼성그룹 광고 계열사인 제일기획에 일감을 몰아주는 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 노다지 광고는 미국의 광고회사가 가져갔다.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은 “세간의 생각과 달리 우리는 실력이 없어 광고를 만들지 못했다”고 땅을 쳤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시장환경이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TV 반도체 등에서 세계 1위의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과 협력업체를 상대한다. 제일기획은 국내 최대 광고회사지만 세계 순위로는 16위의 ‘안방 호랑이’다. 임 사장은 “삼성전자는 글로벌 관점으로 시각이 바뀌었다”며 “계열사라고 해도 세계적 광고회사와 경쟁할 실력이 안 되면 광고를 맡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능력이 없는데도 일감을 몰아줬다가는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슈퍼볼 광고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제일기획은 요즘 ‘국내 1위는 잊고 세계 16위를 기억하자’는 말을 한다. 2015년 ‘글로벌 톱10’ 진입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9단계 변화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세계 1등 광고회사의 매출총이익은 제일기획의 33배다. 10위 목표를 달성하자면 연간 30%씩 성장해야 한다. 국내시장에 안주하거나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의 내부 물량만 따내서는 이룰 수 없는 목표다. 임 사장은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것과 같은 환골탈태(換骨奪胎)가 필요하다”며 “위기 체감, 생각의 전환, 사즉생(死則生)의 실행정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뼈아픈 실패가 창조와 혁신의 동력이 된 것이다. 제일기획을 바꾼 건 정치권의 엄포나 정부의 압박이 아니다. 소비자와 시장의 욕구다. 성공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창업자인 헨리 포드는 “종업원에게 임금을 주는 건 경영자도 주주도 아닌 소비자”라 했고, 월마트 창업자인 샘 월턴은 “기업을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소비자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강조하는 경제민주화와 기업의 변화 및 혁신이 필수적인 창조경제를 풀어나갈 공통의 키 플레이어가 소비자인 셈이다. 소비자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투자에 나서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민간기업이다. 지한파인 기 소르망 파리정치학교 교수는 얼마 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창조경제의 시작은 연구소나 민간기업”이라며 “한국은 정부가 나서 창조경제를 주도하고 있지만 관료적인 방법으로는 혁신이 제대로 싹틀 수 없다”고 경고했다. 1970, 80년대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은 세계 15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한국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 재계는 “가장 창의적이지 못한 집단인 정치권과 관료가 창조경제를 들고 나왔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부가 시장질서를 바로잡는 것은 필요하지만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창조경제의 씨앗인 민간기업의 창의성과 활력까지 떨어뜨린다. 창조경제시대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부당 내부거래를 일삼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아무리 덩치가 커도 도태할 수밖에 없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기업들이 소비자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창조적인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창조경제는 소비자의,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를 위한 경제다.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 201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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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대기업에 일자리 요구하며 세금 공제는 줄여서야

    정부가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대기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 감면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연 매출액이 3000억 원 이상인 9만1603개 대기업이 대상이다.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의 기본 공제율을 1%포인트 낮춰 연간 2000억 원 정도의 세금을 더 걷을 계획이다. 야당이 17조3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는 것을 문제 삼자 정부는 대기업의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이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는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늘리는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주는 제도다.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면 투자액의 2∼4%를 기본 공제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추가로 3∼7% 세액 공제를 해준다. 과거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고 대기업에만 유리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고용과 연계한 세금 감면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공제율이 낮고 조건이 까다로워 기업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에 주어지는 기본 공제율(2∼3%)이 1%포인트 더 낮아져 과거보다 부담이 늘게 된다. 수도권 밖의 대기업이 1조 원을 투자해 근로자 1000명을 고용하면 기본 공제와 추가 공제를 합해 450억 원의 세금을 감면받지만 기본 공제가 줄면 세금 감면 혜택은 350억 원이 돼 100억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기업들은 세액 공제를 감안해 투자 규모를 정한다. 불경기에 감면 혜택까지 줄면 기업들은 투자액을 축소하거나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된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내걸었던 복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올해부터 5년간 비과세 감면 축소를 통해 15조 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지난해 각종 비과세·감면(조세 지출) 규모는 29조7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여러 비과세 감면 제도 중에서 일자리 관련 세금 혜택부터 줄이는 것은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정부가 돈을 풀어 만든 일자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여서는 안 된다. 복지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서도 일자리 창출을 우선순위에 놓고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 201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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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박용]‘리틀 싸이’의 수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올해 1분기(1∼3월) ‘청소년을 위한 좋은 영상물’로 꼽은 영화가 ‘마이 리틀 히어로’다. 차별과 편견을 딛고 뮤지컬 스타의 꿈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다문화가정의 아이가 주인공이다. 실제 스리랑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지대한 군(12)이 주인공 영광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영화 속의 영광은 뮤지컬 ‘조선의 왕, 정조’ 오디션에 나선다. 노래 실력은 빼어나지만 춤 실력은 형편없다. 악바리처럼 춤 연습을 해도 타고난 외모는 바꿀 수가 없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 사회의 차별과 편견의 민낯을 드러낸다. “조선의 왕을 뽑는데 토종 놔두고 그런 애를 뽑겠냐.” “그 애가 한국을 대표하는 건 아직 좀 그렇잖아.” ▷최근 ‘리틀 싸이’로 불리는 다문화가정 출신 꼬마 가수 황민우 군(8)도 차별과 편견에 울었다. 민우 군은 2009년 SBS ‘스타킹’에 출연해 춤 실력과 끼를 선보인 뒤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에 등장해 스타덤에 올랐다. 최근 한국-베트남 합작 영화인 ‘사이공 신데렐라’와 채널A 시트콤에 출연하고 가수로 데뷔했다. 일부 누리꾼은 “싸이보다 더 유명해지고 싶다”는 이 여덟 살 꼬마를 향해 ‘다문화××들은 태어난 게 죄다’ ‘뿌리부터 쓰레기’라는 악성 댓글로 공격했다. 민우 군의 소속사는 홈페이지까지 마비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민우 군은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다문화가정을 대표해 참석했다. 하지만 요즘은 악플이 무서워 댓글도 맘대로 보지 못한다고 한다. 철없는 누리꾼만 탓할 일이 아니다. 민우 군의 아버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애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니까 다른 부모들이 우리를 낮게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低)출산으로 노동력이 줄어 2030년엔 이민자가 지금의 갑절 이상으로 늘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문화가정의 ‘리틀 히어로’들이 날개를 활짝 펼쳐야 우리 사회의 미래도 열린다. 악플을 다는 ‘토종’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 201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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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60세 정년 안착하려면 연공서열 임금 손봐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어제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내용의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대로라면 2016년부터 ‘60세 정년’이 300명 이상 민간 사업장, 공기업, 지방 공기업에 적용되고, 2017년부터 국가기관과 모든 기업으로 확대된다. 이번 개정안은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한 정년 연장의 틀을 마련하고 시행 대상과 시점을 합의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한발 진전된 내용이다. 저(低)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문제와 늘어나는 고령자의 복지 수요를 고려하면 근로자들이 더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터주는 일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영국은 능력이 아니라 나이로 정년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연령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점차적으로 65세까지 늘어나게 되어 있는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퇴직 시기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도 정년 연장은 필요하다. 여야는 이번 개정안에서 ‘정년을 연장하는 경우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나 임금피크제(특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단계적으로 깎는 제도)와 같은 구체적인 조치는 명시하지 않았다. 앞으로 노사 간에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불씨를 남긴 셈이다. 노조 측은 임금 삭감이 없는 정년 연장을 원하지만 재계는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 부담과 생산성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노사가 서로 다른 셈법을 내세우고 있다. 노조가 정년만 늘리고 급여는 지금처럼 받겠다고 나서게 되면 어렵게 물꼬를 튼 ‘60세 정년’은 안착하기 어렵다. 노조는 임금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일자리를 지키고 정년을 늘리는 전체 생애 소득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일본이 4년 유예를 조건으로 1994년 60세 정년 의무화를 발표할 당시 일본 기업의 84.1%가 60세 이상의 정년 제도를 갖고 있었다. 우리는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평균 정년이 57.4세,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둔 비율이 23.3%에 불과하다. 300인 미만 사업장 5곳 가운데 1곳만이 정년 제도를 갖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3, 4년 후 60세 정년 연장을 법으로 강요한다면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장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보완 대책이 요구된다. 한국 기업은 근무 연수 등에 따라 급여가 늘어나는 연공서열(年功序列)식 임금 체계를 갖고 있다. 20년 이상 근속한 근로자의 임금이 1년 미만 근로자의 갑절이 넘는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임금 차이가 1.2∼1.5배로 크지 않다. 높은 임금을 받는 고령자가 많아지면 기업의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직무와 성과를 중시하는 임금체계를 정착시키고 능력과 실적에 따라 재취업과 재고용을 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숫자에 불과한 나이가 아니라 능력에 따라 일하는 60세 현역시대를 만들려면 노조와 기업 등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 자기 이익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

    • 201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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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침묵하는 다수를 깨운 창조적 학교폭력 예방법

    ‘2학년 학생이 물탱크 쪽에서 쭈그려 있는 걸 보았습니다.…저희 학교에도 따돌림이 있는 것 같아요.’ ‘○○가 군용 칼 2개를 들고 다녀요.’ 충북 A고교에서 진행된 창의적인 학교폭력 예방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과 A고는 올 2∼4월 두 달간 익명으로 쌍방향 대화가 가능한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생들이 교사와 상담하도록 했다. 이 실험의 가장 큰 특징은 ‘익명성’에 있다. 익명 모바일 메신저는 신분 노출이 두려워 침묵하던 대다수 학생의 소통창구가 됐다. 두 달간 7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해 155건의 의견을 냈다. 반신반의하던 학생들은 폭력과 따돌림, 담배 음주 절도 같은 동료 학생의 일탈 행동은 물론이고 개인사까지 상담했다. 이번 시도는 사후 처벌보다 사전 예방에 도움이 됐다. 친구의 선행이나 교사의 장점을 칭찬하는 긍정적인 내용이 전체의 3분의 1이나 될 정도로 학생들은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A고 사례는 침묵하는 다수의 학생이 학교폭력을 막는 참여자로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정보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학교폭력이라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 온 한 벤처기업가 덕분에 가능했다. 이 벤처기업가는 올해 1월 창업해 익명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A고 이모 교사는 과거 익명 문자메시지를 활용해 제보를 받았지만 발신자가 자기 학교 학생인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상담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그런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이다. 전국 초중고교생 10명 중 1명꼴로 학교폭력에 시달린다. 교육부 장관이 방문하고 학교폭력 예방 모범학교로 선정된 학교에서 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이 투신자살을 하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괴롭힘을 당하는 약자를 도와주기는커녕 평범한 학생들이 일진의 강요로 가해자가 되는 ‘폭력의 악순환’과 ‘폭력의 집단화’도 큰 문제다. 학교폭력전담 경찰관(스쿨폴리스)을 배치하고, 폐쇄회로(CC)TV를 늘린다고 해도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을 모두 막기는 어렵다. 학생과 교사들의 적극적 의지가 있어야 한다.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하면 학생과 교사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A고의 교훈이다.}

    • 201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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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17년간 그대로인 해외쇼핑 면세기준 400달러

    관세청은 해외 면세점이나 의류 잡화 귀금속 판매점에서 일정액 이상을 쓴 내국인의 신용카드 명세를 넘겨받아 세관 검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상반기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국내 면세점의 신용카드 거래만 받아보던 것을 해외 카드 결제 명세까지 손바닥에 올려놓고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밀수로 인한 탈세, 불법 외환거래 등에 따른 지하경제 규모는 연간 47조 원으로 추정된다. 해외에서 수백만 원짜리 고가 핸드백이나 액세서리 등을 사오면서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것은 명백한 세금탈루 행위다. 백운찬 관세청장도 그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에서 고가의 물건을 사고 입국할 때 세금을 안 내는 것은 밀수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현실과 동떨어진 면세 기준은 그대로 두고 단속 으름장만 놓는 것은 국민을 잠재적 밀수범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인당 면세 한도 400달러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000달러 수준이던 1996년에 책정했다. 17년간 소득이 갑절 가까이로 늘었는데도 면세 한도는 그대로다. 이러니 선물 수요가 많은 신혼부부나 해외 출장자들은 가슴을 졸이며 공항 입국장을 통과하는 게 현실이다. 가족과 함께 외국에 갔다가 청바지 몇 벌만 사도 400달러는 쉽게 넘어간다. 면세 한도가 높은 일본은 20만 엔(약 2000달러), 우리보다 소득이 낮은 중국도 5000위안(약 800달러)이다. 정부가 소득 증가와 물가 상승을 이유로 2005년 출국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 한도만 3000달러로 50% 높인 것과도 형평이 맞지 않는다. 한국조세연구원은 2년 전 국민소득과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을 고려해 면세 한도를 600∼1000달러로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현실적 면세 기준은 올리지 않고 신용카드 단속만 강화하면 현금 구매 유혹만 커질 것이다. 세수 효과도 크지 않고 세관 행정력만 낭비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은 2000년대 들어 면세 한도를 2배로 높이고 여행객보다 마약 총기 밀매 감시에 집중하고 있다. 지하 경제 양성화의 취지는 좋으나 여행객을 잠재적 탈세범으로 만드는 제도는 옳지 않다. 합리적인 면세 한도 조정과 단속 강화는 함께 가야 효과가 크다.}

    • 201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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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창조경제의 심장이 힘차게 뛰게 하려면

    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이 공개 나흘 만에 아이튠스 세계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도 13일 공개 첫날 조회수가 1890만 건으로 첫날 조회수 기준으로 신기록을 작성했다. 싸이처럼 문화와 산업, 과학기술과 산업이 만나는 곳에서 과감한 도전에 나서는 한국의 젊은 인재들이 많아져야 이른바 창조경제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 한국 창조경제의 역량은 객관적 수치로 볼 때 글로벌 수준에 비해 떨어진다. 동아일보와 베인앤컴퍼니코리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35개국을 대상으로 창조경제 지수를 평가한 결과 한국은 25위에 그쳤다. 미국(1위) 캐나다(2위)와 같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남의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추격형 경제의 대명사로 알려진 중국(22위)보다도 순위가 낮은 것은 충격적이다.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과 사업화, 성공 사례 배출이 이어지는 선(善)순환의 기업 생태계가 끊어진 탓이 크다. 한국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능력은 중위권이었지만 새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역량은 꼴찌 수준이었다. 한국 학생들은 공부는 잘하지만 창조성의 필수 요소인 자기표현과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미국 부모들은 10명 중 7명이 ‘아이가 고생하더라도 창업했으면 한다’고 답했지만 한국 부모들은 절반 이상이 ‘대기업에 취업하길 바란다’고 응답할 정도로 도전에 인색한 사회 분위기도 걸림돌이다. 젊은이 특유의 도전정신을 약화시키는 교육시스템과 사회문화 의식, 제도 안에 들어 있는 ‘손톱 밑 가시’가 무엇인지 찾아내 뽑아내는 것이 창조경제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처럼 선진국 뒤를 따라가는 제조업 중심의 ‘추격형 경제’로는 승산이 없다.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아 기존 파이를 나눠먹기에도 급급하다. 이성용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대표는 “박세리가 나온 이후 ‘세리 키즈’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지배하고 있듯이 훌륭한 기업이 나오면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하는데도 한국은 이런 시스템이 없다”고 말했다. 뼈아픈 지적이다. 싸이 같은 도전자들이 산업의 각 영역에서 쏟아져 나오도록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주고 창업을 지원하는 사회가 되어야 창조경제의 심장이 힘차게 뛸 수 있다.}

    • 201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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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박용]대리기사의 ‘운수 나쁜 날’

    동소문의 인력거꾼 김 첨지에게 오랜만에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80전을 벌어 모주까지 한잔 걸치고 달포 넘게 기침을 하는 아내에게 줄 설렁탕까지 사들고 돌아왔다. 하지만 설렁탕 국물을 먹고 싶다던 아내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김 첨지는 죽은 아내의 얼굴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1920년대 하루살이 인력거꾼을 그린 현진건의 단편 ‘운수 좋은 날’의 줄거리다. ▷그날 벌어 그날 먹고사는 현대의 김 첨지가 대리운전 기사들이다. 운 좋으면 하루에 대여섯 번 ‘콜’을 잡아 10만 원을 번다. 그렇지만 회사 수수료 20%를 떼고 보험료 등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6만 원 남짓. 돌아올 길이 막막한 ‘오지 콜’을 잡으면 하루를 공친다. 운이 더 나쁘면 술 취해 주먹을 휘두르고 여성 기사를 접대부로 착각하는 ‘손’(손님에서 ‘님’을 빼고 부르는 기사들의 말)을 만나기도 한다. ▷최근 한 대리운전 기사가 배우 이지아 씨를 태우고 억대 수입차인 마세라티를 운전하다가 순찰차를 들이받았다. 보험 한도 3000만 원을 넘으면 나머지 수리비는 대리 기사가 물어야 할 판이다. 외제차라고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위험 부담은 훨씬 크다. 도시경제학자인 리처드 플로리다에 따르면 도시화는 의사 변호사 같은 고임금 서비스 직종과 이들을 통해 돈을 버는 가사도우미 운전기사 같은 저임금 직종으로 일자리를 양극화한다. ▷1990년대 등장한 대리운전은 도시화와 마이카 시대, 음주문화가 만든 신종 저임금 서비스업. 음주사고를 방지하고 외환위기 이후 서민 일자리를 만든 순기능도 있다. 전국대리기사협회는 대리운전 기사를 15만∼20만 명 정도로, 하룻밤 이용객은 50만∼60만 명쯤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아직 관련 법률이나 표준 요금조차 없다. 기사 권익과 소비자 안전을 위해서라도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오늘 밤도 수십만 명의 대리운전 기사가 진짜 ‘운수 좋은 날’을 바라며 거리를 누빈다.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 201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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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박용]네덜란드 토마토의 무한도전

    독일인들은 과거 네덜란드산 토마토를 ‘물폭탄’이라고 놀렸다. 거칠고 맛이 없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 16세기 스페인 정복자가 남미에서 가져온 토마토는 남유럽과 궁합이 잘 맞았으나 춥고 흐린 날이 많은 북쪽의 네덜란드에서는 상품성이 떨어졌다. 경제논리로 보면 네덜란드는 토마토를 사다 먹고 다른 품목을 수출하는 게 나았다. 네덜란드는 뻔한 생각을 뒤엎었다. 1990년대 해외시장으로 치고 들어가 유럽 토마토 시장을 뒤집었다. 인구 1600만 명의 네덜란드는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남유럽 국가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토마토를 해외에 내다파는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햇볕이 조금이라도 있는 게 아예 없는 것보다 낫다’는 네덜란드 농부의 창조적 도전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지중해산 토마토가 신의 선물이라면 네덜란드산 토마토는 인간의 작품이다. 농민들은 온도 습도 등을 컴퓨터로 자동 조절하는 첨단 유리온실 수경재배 농법을 개발해 불리한 자연환경을 이겨냈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맨땅에 농사를 짓는 그리스 농가의 10배다. 대량주문을 받아 신선한 토마토를 바로 따서 납품하는 똑똑한 유통시스템도 만들었다. 이러니 날씨와 땅만 믿고 안주한 남유럽이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소개한 ‘95%가 과학기술이고 5%만이 노동’인 네덜란드 창조농업의 힘이다. 우리 농가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네덜란드보다 남유럽과 더 닮아 있다. 정부가 토마토를 14대 수출전략 농식품으로 지정했지만 수출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보호막이 있는 안방 시장에서 더 높은 값을 받는데 기술과 돈을 투자해 해외시장을 개척할 필요도 별로 없다. 수출업체 열 중 여덟은 “국내 가격이 오르면 수출 계약을 깨고 내수로 물량을 돌리는 영세농가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자본과 기술이 들어올 길도 막막하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은 최근 경기 화옹간척지에 네덜란드 농법을 배워 초대형 유리온실을 짓고 수출용 토마토를 재배하려다가 “대기업이 밥그릇을 뺏어간다”는 농민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이 회사는 “일반 농가의 주력 상품이 아닌 유럽계 붉은빛 토마토를 재배해 수출하겠다” “농민단체 등이 사외이사나 지분을 참여해도 좋다”고 제안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380억 원 넘게 투자한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대기업이 발을 빼면 시장은 당분간 농가 차지겠지만 미래가 밝진 않다. 토마토 재배면적은 감소 추세다. 한국산 토마토는 1990년대 일본이 수입하는 토마토의 80%를 넘게 차지했지만 깐깐한 검역과 미국과 뉴질랜드의 추격에 걸려 2010년 30%대로 추락했다. 논란이 된 붉은빛 토마토 생산성은 네덜란드의 15%에 그친다.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빗장까지 열리면 토마토 시장의 안방 사수도 버거워 보인다. 생산성을 높이고 수출길을 넓혀야 승산이 있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말하고 세금을 퍼부어도 네덜란드처럼 자본과 기술, 가슴이 펄떡펄떡 뛰는 농민들의 무한도전이 없으면 헛일이다. 좁은 내수시장에 돋보기를 들이대면 밥그릇 싸움만 남는다. 망원경으로 세계시장을 멀리 내다보면 대기업도 좋은 파트너가 된다. 대기업이 기술과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농가는 노하우를 얻어 파이를 키우는 창조농업의 길은 없었을까. 토마토 전쟁의 뒤끝이 영 찜찜하다. 신시아 몽고메리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당신은 전략가입니까’라는 책에서 전략가에게 주는 교훈으로 ‘평정을 구하는 기도’ 한 대목을 소개했다. “하느님, 제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평정의 마음과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꾸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이를 분간할 지혜를 주소서.” 우리는 창조농업을 위해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바꿔야 할까. 정부와 농가는 이를 분간할 지혜가 있는가.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 201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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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박용]맹독 사이버 유언비어

    대니얼 솔로브 미국 조지워싱턴대 로스쿨 교수가 2007년 펴낸 책 ‘평판(評判)의 미래’는 2005년 한국 지하철에서 벌어진 ‘개똥녀 사건’으로 시작한다. 그는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치 않은 여성의 행동은 잘못이지만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진, 이름, 학교와 가족관계까지 공개하며 비난을 퍼붓는 마녀사냥식 인터넷 여론몰이의 위험을 경고한 것이다. ▷인터넷의 ‘집단 이지메’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와 결합하면 맹독성(猛毒性)이 된다. 과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카더라’ 통신은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통해 하루도 안 돼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누군가가 정보를 흘리면 영향력이 큰 ‘루머꾼’이 퍼뜨리고, ‘구글 세대’들이 신상 털기에 나서는 식이다. 인터넷에서는 ‘잊혀질 권리’도 없다.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기도 어렵다. 연예인이나 고위관료처럼 평판이 중요한 사람들은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다.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그제 건설업자의 전현직 고위관료 성접대 리스트를 유포한 트위터 사용자 55명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는 “헛소문이 돌아 자살까지 생각했다”며 “이대로 그냥 넘어가면 유언비어로 사람을 죽이는 악습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성접대를 받았다면 할복자살하겠다”는 글까지 트위터에 올렸다. ▷유언비어는 사안이 중요하고 상황이 모호할수록 급속도로 퍼진다. 한미 쇠고기 협상,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때도 사건마다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악의적인 세력은 유언비어로 비이성적인 군중심리를 자극한다. 1923년 일본 간토(關東)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고 일본인들을 습격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로 시작됐다. 사이버 유언비어는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할 수 있으나 수사가 쉽지 않다. 유신시절 악명 높던 경범죄처벌법의 유언비어 날조 유포 조항은 민주화와 함께 1988년 사라졌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해야 하지만 악의적 유언비어는 법을 바꿔서라도 없앨 때가 왔다.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 201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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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부동산 거래 살아나야 민생 주름살도 펴진다

    박근혜 정부가 어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침체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세금 감면과 금융 지원 등 종합적인 처방을 내놓았다. 부동산 호황기 때 ‘공급 확대,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췄던 대책에서 ‘공급 조절, 수요 확대’를 통해 거래를 정상화하는 쪽으로 물줄기를 튼 것은 올바른 처방이다. 최근의 집값 하락은 전세금 상승과 이사, 인테리어, 공인중개업 등 부동산 관련 서민 업종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돌아서면서 전세 수요가 늘고 전세금이 급상승해 서민 부담이 가중됐다. 지난해 주택 공급 물량은 2002년 이후 가장 많은 58만7000채에 달해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정부는 공급 물량을 줄이기 위해 공공 부문부터 조절에 나섰다. 이번 대책에는 신규나 미분양 주택은 물론이고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기존 주택을 취득할 때도 양도세를 5년간 면제해 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자금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 등을 주택 시장으로 끌어들여 바짝 마른 시장에 마중물을 대겠다는 의도다. 신혼부부와 같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주택 취득세를 면제해주는 조치는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리고 무주택자들의 집 장만을 유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하우스 푸어’와 ‘렌트 푸어’를 위한 주거복지 대책의 실효성과 도덕적 해이 우려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시장을 납득시킬 수 있는 후속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투기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찔끔찔끔 규제를 푸는 식의 단기 대책을 남발해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새 정부도 정부 개입과 규제를 완화한다고는 했지만 1000조 원에 이르는 가계 부채를 우려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대출인정비율(LTV) 기준과 같은 금융 규제에는 사실상 손을 대지 않았다. 취득세와 양도세 면제도 올해 집을 사면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부동산 거래의 숨통을 죄는 세금과 규제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장기 대책도 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번 대책으로 양도세 취득세 등의 세수 감소가 우려되지만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면 그만큼 거래가 늘어나 세수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세금 면제 등을 실행에 옮기려면 주택법이나 세법 등을 고쳐야 하고, 줄어든 지방 세수를 보전하기 위한 추경 편성도 불가피하다. 모두 국회를 거쳐야 가능한 일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추진됐지만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야당의 반대로 흐지부지 됐다. 이번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 경제는 올해도 2%대 성장에 그쳐 서민 경제에 한파가 닥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로 옥신각신하다가 부동산 거래 정상화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야 민생의 주름살도 펴진다.}

    • 201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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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현오석 경제팀의 MB정부 탓, 그땐 뭐하고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K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정부의 경제 전망과 관련해 “상황을 잘 파악해서 전망했더라면 예산을 편성할 때 재정 정책이 다른 모습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이명박(MB) 정부가 올해 경제가 4.0% 성장할 것으로 가정하고 너무 낙관적인 예산안을 짠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이석준 재정부 제2차관도 “성장률 하락으로 올해 12조 원 정도의 세입 차질이 예상된다”는 경고까지 내놨다. 현 부총리와 이 차관은 MB 정부에서 각각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재정부 예산실장의 중책을 맡았던 인사들이다. 현 부총리는 2011년 KDI 원장으로 재직할 때 201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4.1%로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2%에 그쳤다. 당시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기 위해 MB 정부의 치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무리하게 부풀려서 끼워 넣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차관은 6개월 전 MB 정부의 장밋빛 예산안 작성을 진두지휘한 예산실 책임자였다. 그런 인사들이 반성은커녕 새 정부로 말을 갈아타자마자 전임 정부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니 낯이 간지럽지 않은가. MB 정부는 ‘균형재정 유지’라는 목표에 매달려 4.0% 성장을 가정한 예산을 내놨다가 세수 부족을 초래했다. 박근혜 정부는 뒷감당이 어려워지자 성장률 전망치를 민간 연구기관과 외국계 투자은행보다 낮은 2.3%로 끌어내리고 추경 카드까지 꺼냈다. 그동안 대형 악재가 없었는데도 정부는 6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1.7%포인트나 떨어뜨려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실추시켰다. 지난 정부는 임기 막판 치적 쌓기를 위해, 새 정부는 임기 초 경기 부양 카드를 쓰기 위해 ‘성장률 놀음’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박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5년간 135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계산은 3%대 성장을 전제로 한 것이다. 2%대 저성장 기조가 굳어진다면 공약 재원을 마련할 길도 막막해진다. 현오석 경제팀은 남 탓하기 전에 경제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확실성부터 털어내야 한다. 그제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는 창조경제의 개념과 증세 없는 복지 재원 등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성장엔진에 불을 댕길 수 있는 창조경제의 각론을 제시하고 이행이 어려운 복지공약은 솎아내는 게 새 경제팀이 먼저 할 일이다.}

    • 201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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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박용]투견 도박

    20일 충북 청주의 한 편의점. 얼굴에 피를 묻힌 50대 남성이 편의점으로 뛰어들어 “내 딸이 죽었으니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외쳤다. 강력계 형사 등 경찰 30여 명이 현장에 출동해보니 죽은 건 사람이 아니라 애완견이었다. 딸처럼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애완견의 교통사고에 놀란 남자의 비명이 살인사건 소동을 부른 것이다. 핵가족 시대, 개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기러기 아빠들은 “가족인 나만 놔두고 애완견까지 데리고 해외로 떠났다”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차라리 개 팔자가 낫다는 것이다. 인류가 개를 길들인 지 1만4000년이 지났지만 요즘처럼 개의 위상이 높았던 때는 없었다. 개는 애완동물의 최대 라이벌인 고양이보다 인내심과 충성심이 뛰어나다. 전북 임실군에 전해오는 오수의 개, ‘하치 이야기’라는 영화로 제작된 일본의 충견, 폭격에 사망한 주인을 기다리다 죽은 이탈리아의 개 ‘피도’ 이야기처럼 개와 주인의 애틋한 일화는 세계 어디에나 있다. 개는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오며 자유를 내주고 먹이와 안식처를 얻었다. ▷인간은 형질과 생김새를 선택해 개의 품종을 개량했다. 사냥, 가축몰이, 집을 지키는 용도로 개를 길렀던 고대에는 다리가 길고 몸집이 큰 개가 대세였다. 기원전 3400년경 이집트 유적에 등장하는 개도 하운드 계열의 대형견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군용견으로 키웠고, 동아시아에서는 식용으로 쓰기도 했다. 농가월령가에는 며느리가 친정에 갈 때 개를 삶아가는 풍습이 나온다. 작고 앙증맞은 애완견은 15세기 유럽 귀족들이 신분 과시용으로 기르기 시작했다. 싸움 기질을 배가시킨 투견(鬪犬)의 원조는 로마시대 맹수와의 경기에 등장하던 대형견 마스티프이다. 도사견, 핏불테리어 등도 싸움을 위해 개량한 품종이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일본에서 도사견이 전해진 뒤 1990년대까지 전국 단위 투견대회가 성행했다. 2007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도박 목적의 투견은 금지됐다. ▷최근 인터넷으로 투견 경기를 생중계하고 판돈을 걸도록 하는 잔혹한 투견 도박 사이트가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에게 개는 반려동물이 아니라 단지 돈의 향방을 결정해주는 카드나 화투짝에 불과했다. 주인이 시키는 대로 서로 물어뜯고 피를 흘리는데도 “협공을 하고 있다”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식으로 스포츠 아나운서처럼 중계까지 했다니…. 17세기 철학자 데카르트는 “사람만이 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통을 느낀다”고 했으나, 현대 과학은 동물도 기쁨이나 고통 등의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탐욕에 눈이 멀어 피가 튀는 투견 도박판에 환호하는 이들에게 개들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동물보다 우월한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고 뻐기지나 말든가’라고.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 201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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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사회지도층 해외 비밀계좌, 한만수 씨뿐일까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사퇴한 한만수 씨의 해외 금융계좌 운용과 세금 탈루 의혹은 다시금 사회지도층의 도덕성을 묻게 한다. 조세법 전문 변호사인 그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상식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 세금을 냈더라도 거액의 자산을 수년간 미신고 상태로 해외 은행에 넣고 굴렸다면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을 훼손한 심각한 흠결이다. 국세청은 2011년 역외(域外) 탈세 단속을 강화하며 해외 금융계좌에 10억 원 넘게 갖고 있으면 자진 신고하도록 하는 해외 금융계좌 자진신고 제도를 도입했다. 한 전 후보자는 2011년 7월 국세청에 2006∼2010년 발생한 종합소득세 1억7767만 원을 뒤늦게 납부했다. 야당은 이 돈이 해외 비자금에 대한 세금이라며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한 전 후보자가 1억7000여만 원의 세금을 냈다면 해외 계좌에 넣어둔 돈이 수십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 전 후보자는 최근 공개된 한 보고서에서 지하경제의 예로 해외 거래에서 발생한 소득을 국내에 들여오지 않고 은닉하는 행위를 지목했으나 정작 본인은 해외 계좌를 갖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세청에 해외 금융계좌 자산을 신고한 규모는 2011년 11조5000억 원, 2012년 18조60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해외 공사나 수출입 과정에서 허위계약서를 만들거나 해외 투자 명목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수법이 쓰이고 있다. 세무당국은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고 세금을 탈루한 사회지도층 인사를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 재원 135조 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탈세를 막겠다고 약속했다. 국세청도 적극적이다. 이 판에 해외 비자금 의혹이 있는 인사를 걸러내지 못하고 경제 검찰인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한 것은 박 대통령이 원하는 조세 정의 확립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 201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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