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에 일자리 요구하며 세금 공제는 줄여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6일 03시 00분


정부가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대기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 감면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연 매출액이 3000억 원 이상인 9만1603개 대기업이 대상이다.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의 기본 공제율을 1%포인트 낮춰 연간 2000억 원 정도의 세금을 더 걷을 계획이다. 야당이 17조3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는 것을 문제 삼자 정부는 대기업의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이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는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늘리는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주는 제도다.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면 투자액의 2∼4%를 기본 공제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추가로 3∼7% 세액 공제를 해준다. 과거 ‘임시투자세액공제’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고 대기업에만 유리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고용과 연계한 세금 감면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공제율이 낮고 조건이 까다로워 기업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에 주어지는 기본 공제율(2∼3%)이 1%포인트 더 낮아져 과거보다 부담이 늘게 된다.

수도권 밖의 대기업이 1조 원을 투자해 근로자 1000명을 고용하면 기본 공제와 추가 공제를 합해 450억 원의 세금을 감면받지만 기본 공제가 줄면 세금 감면 혜택은 350억 원이 돼 100억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기업들은 세액 공제를 감안해 투자 규모를 정한다. 불경기에 감면 혜택까지 줄면 기업들은 투자액을 축소하거나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된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내걸었던 복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올해부터 5년간 비과세 감면 축소를 통해 15조 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지난해 각종 비과세·감면(조세 지출) 규모는 29조7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여러 비과세 감면 제도 중에서 일자리 관련 세금 혜택부터 줄이는 것은 우선순위가 잘못됐다. 정부가 돈을 풀어 만든 일자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여서는 안 된다. 복지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서도 일자리 창출을 우선순위에 놓고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대기업#세금 공제#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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