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 거래 살아나야 민생 주름살도 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박근혜 정부가 어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침체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세금 감면과 금융 지원 등 종합적인 처방을 내놓았다. 부동산 호황기 때 ‘공급 확대,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췄던 대책에서 ‘공급 조절, 수요 확대’를 통해 거래를 정상화하는 쪽으로 물줄기를 튼 것은 올바른 처방이다.

최근의 집값 하락은 전세금 상승과 이사, 인테리어, 공인중개업 등 부동산 관련 서민 업종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돌아서면서 전세 수요가 늘고 전세금이 급상승해 서민 부담이 가중됐다. 지난해 주택 공급 물량은 2002년 이후 가장 많은 58만7000채에 달해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정부는 공급 물량을 줄이기 위해 공공 부문부터 조절에 나섰다.

이번 대책에는 신규나 미분양 주택은 물론이고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기존 주택을 취득할 때도 양도세를 5년간 면제해 주는 방안이 포함됐다. 자금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 등을 주택 시장으로 끌어들여 바짝 마른 시장에 마중물을 대겠다는 의도다. 신혼부부와 같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주택 취득세를 면제해주는 조치는 전세 수요를 매매로 돌리고 무주택자들의 집 장만을 유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하우스 푸어’와 ‘렌트 푸어’를 위한 주거복지 대책의 실효성과 도덕적 해이 우려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시장을 납득시킬 수 있는 후속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투기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찔끔찔끔 규제를 푸는 식의 단기 대책을 남발해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새 정부도 정부 개입과 규제를 완화한다고는 했지만 1000조 원에 이르는 가계 부채를 우려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대출인정비율(LTV) 기준과 같은 금융 규제에는 사실상 손을 대지 않았다. 취득세와 양도세 면제도 올해 집을 사면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부동산 거래의 숨통을 죄는 세금과 규제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장기 대책도 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번 대책으로 양도세 취득세 등의 세수 감소가 우려되지만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면 그만큼 거래가 늘어나 세수에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세금 면제 등을 실행에 옮기려면 주택법이나 세법 등을 고쳐야 하고, 줄어든 지방 세수를 보전하기 위한 추경 편성도 불가피하다. 모두 국회를 거쳐야 가능한 일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추진됐지만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야당의 반대로 흐지부지 됐다. 이번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 경제는 올해도 2%대 성장에 그쳐 서민 경제에 한파가 닥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로 옥신각신하다가 부동산 거래 정상화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부동산 시장이 살아야 민생의 주름살도 펴진다.
#박근혜#부동산 대책#세금 감면#금융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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