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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이 2-3으로 끌려가던 8회 1사 상황. 김해고 1루 주자 최재영(1학년·사진)은 도루 사인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5회에 도루를 시도했다 한 차례 실패한 최재영은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키는 167cm로 작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빠른 발만큼은 자신 있었다. 배명고 투수 김민주(3학년)가 1번 타자 황민서(3학년)에게 첫 번째 공을 던지는 순간 최재영은 이를 악물고 달렸다. 포수가 2루로 송구한 공이 뒤로 빠지면서 최재영은 3루까지 내달렸다. 이후 황민서의 좌익수 앞 안타가 나오면서 최재영은 홈을 밟았다. 승부를 3-3 원점으로 돌려놓는 천금 같은 득점이 나온 순간이었다. 최재영의 동점 득점에 힘입은 김해고는 이후 3번 타자 박진영(3학년)의 결승 1타점 안타를 더해 배명고를 상대로 4-3 승리를 거머쥐었다. 최재영은 이날 9번 지명타자로 나서 3타수 2안타를 치기도 했다. 그는 “도루를 한번 실패했는데도 감독님이 다시 도루 사인을 내주셔서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1학년 최재영은 이날 처음으로 전국대회에 나섰다. 1학년 선수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달 3일부터 등교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2주간의 훈련 기간 보장을 위해 16일까지 1학년 선수 출전을 금지했다. 박무승 김해고 감독은 최재영에 대해 “발도 빠르고 콘택트 능력도 좋다. 야구 센스도 뛰어나다. 승부처에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출루 때마다 도루 사인을 냈다. 2학년 때부터는 우리 팀 1번 타자를 맡아줄 선수”라고 말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일곱 살 소년’ 율곡고가 ‘백전노장’ 청원고(옛 동대문상고)를 물리치고 창단 이후 처음으로 황금사자기 8강에 진출했다. 2013년 창단한 경기 파주 율곡고는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6강전에서 청원고(1961년 창단)에 9-1,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7회 이후 7점 이상 차이가 나면 콜드게임을 선언한다. 2회초 공격부터 4점을 뽑으며 앞서 가기 시작한 율곡고는 7회초 김민서(3학년)의 2점 홈런으로 콜드게임 승리 요건을 갖춘 뒤 7회말 수비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하면서 경기를 매듭지었다. 김민서는 “청원고가 전통 있는 야구 명문이지만 율곡고는 지금 우리가 명문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 율곡고가 야구 명문이라는 평가를 받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3년 창단한 김해고도 배명고(1963년 창단)에 4-3 진땀승을 거두고 창단 후 첫 번째 전국 대회 8강 진출 기록을 남겼다. 김해고는 2-3으로 뒤진 8회초 공격에서 1번 타자 황민서(3학년)와 3번 타자 박진영(3학년)의 적시타로 두 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었다. 9회말 1사 1, 3루 위기에서 김해고 박무승 감독은 투수를 천지민(3학년)에서 어성길(3학년)로 바꿨다. 투수 교체가 적중했다. 배명고 9번 타자 목진혁(3학년)이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으나 어성길이 재빨리 쇄도해 3루 주자 이웅찬(3학년)을 홈에서 잡아내고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어성길은 “마운드에 올라갈 때부터 ‘수비가 70%, 투구가 30%’라고 생각했다. 스퀴즈 번트 상황 대비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하던 대로 하자’는 생각으로 수비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런 신생 팀보다 더 오랜만에 8강에 오른 ‘전통의 팀’도 있었다. 부경고(1945년 창단)는 승부치기 끝에 강원고(2014년 창단)에 10-9로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부경고가 황금사자기 8강 진출에 성공한 건 경남상고라는 이름을 쓰던 1994년 준우승 이후 26년 만이다. 부경고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상대 투수 이예준(3학년)의 폭투를 틈타 5-5 동점을 만든 뒤 승부치기로 진행한 10회초 공격에서 먼저 5점을 뽑으면서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가 연장으로 넘어가면 주자를 1, 2루에 둔 채로 공격을 시작한다. 10회말 공격에 들어선 강원고도 4점을 뽑았지만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이날 5타수 4안타(2루타 1개) 2타점을 기록한 부경고 4번 타자 최태영(2학년)은 “지난해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으면서 1년을 완전히 쉬었다. 이번이 고등학교 진학 후 출전한 첫 대회다. 한 타석, 한 타석 집중해 공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의 팀끼리 맞붙은 이날 마지막 경기에서는 광주진흥고(1973년 창단)가 중앙고(1910년 창단)를 7-4로 꺾고 1989년 이후 31년 만에 8강에 합류했다. 1965년 우승팀 중앙고가 탈락하면서 올해 8강에서는 전부 이 대회 우승 경험이 없는 학교만 남게 됐다.황규인 kini@donga.com·조응형 기자}

프로축구 K리그1 전북이 ‘골 넣는 수비수’ 김민혁의 활약으로 포항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단독 선두를 지켰다. 전북은 16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방문경기에서 2-1로 승리해 승점 18(6승 1패)로 단독 1위 자리를 지켰다. 포항은 3패(3승 1무)째를 기록하며 승점 10에 머물러 4위에 위치했다. 전반 40분 포항 미드필더 이승모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흔들렸던 전북은 수비수 김민혁의 활약으로 가까스로 이겼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베테랑 스트라이커 이동국이 자리를 비운 전북은 전반까지 공격에서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시즌 4골을 터뜨린 이동국은 지도자 교육을 받기 위해 약 2주간 자리를 비우게 됐다. 그 빈자리를 벨트비크, 조규성 등이 대신했지만 이동국만큼의 존재감을 보이지는 못했다. 최전방에서 생긴 빈틈은 수비수 김민혁이 메웠다. 김민혁은 전북이 만든 두 골에 모두 관여했다. 김민혁은 후반 14분 프리킥 상황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문전에서 차올려 포항 수비수 하창래의 허벅지에 맞고 들어가는 자책골을 유도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는 김보경이 올린 코너킥을 손준호가 머리로 방향을 바꾸자 지체 없이 노마크 헤더를 터뜨려 역전골을 만들었다. 울산은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방문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경기 전반 강원의 파상 공세를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으로 여러 차례 막아낸 울산은 후반에만 3골을 몰아쳐 승리를 거머쥐었다. ‘강원 킬러’ 울산은 2012년 5월 26일 경기에서 강원에 마지막으로 패한 뒤로 12승 3무의 압도적인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울산은 후반 27분 역습 상황에서 윤빛가람이 김인성의 크로스를 받아 득점한 데 이어 31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기희의 머리를 맞고 흐른 공을 주니오가 득점으로 연결했다. 리그 득점 선두 주니오는 3경기 연속 골이자 시즌 8호 골을 터뜨렸다. 후반 42분에는 비욘 존슨의 페널티킥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최근 3경기 실점 없이 연승 가도를 달린 울산은 개막 후 7경기 연속 무패 행진도 이어가며 5승 2무(승점 17)로 전북에 이은 2위 자리를 지켰다. 수원 삼성은 성남을 2-0으로 완파하고 6위(승점 8·2승 2무 3패)로 도약했다. 전반 28분 염기훈의 스루패스를 타가트가 결승골로 결정지었다. 지난해 득점왕 타가트는 오랜 침묵을 깨고 시즌 첫 골을 기록했다. 전반 32분에는 김민우가 추가골을 터뜨려 승부를 결정지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은 연일 이변의 연속이다. 광주일고, 부산고 등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조기 탈락했다. 대회 5일째인 15일에는 또 다른 우승 후보 충암고가 부경고에 2-5로 덜미를 잡혔다. 이변의 중심에는 6과 3분의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권동현(3학년·사진)이 있었다. 권동현은 3-1로 앞선 3회초 무사 1, 2루에서 등판해 9회까지 실점 없이 잘 던졌다. 25타자를 상대하며 안타는 3개만 내줬고 삼진은 4개를 잡았다. 9회 2아웃까지 잡아낸 권동현은 마지막 타자를 남겨두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 수가 104개로 1일 상한선인 105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3학년 투수 진강철이 잡았다. 권동현은 “마지막 타자까지 내가 잡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충암고가 우승 후보라고 해서 부담이 됐는데 막상 상대해 보니 특별히 강하게 느껴지지 않아 자신 있게 던졌다”고 말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시속 139km였지만 공격적인 피칭이 인상적이었다. 권동현은 192cm 장신에서 내리꽂는 직구가 주무기다. 롤모델도 롯데의 장신 투수 김원중(27·192cm)이다. 큰 키로 시원시원하게 빠른 공을 뿌리는 모습에 반했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 때 키가 188cm까지 자랐던 권동현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8년 팔꿈치 내측 인대 손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이후 한 학년을 유급한 뒤 재활을 하며 1년여를 보냈다. 지난해 복귀해 팀의 에이스로 활약 중인 권동현은 “힘든 재활을 거치며 한 단계 성장했다. 어렵게 이 자리까지 온 만큼 팀을 가능한 한 높은 곳까지 올려놓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주최: 협찬: 방송: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누군가에게는 예상하지 못했던 이변이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기억될 첫 경험이다. 1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32강 경기에서 강원고와 김해고가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강원고는 이날 두 번째 경기에서 우신고를 상대로 7-0,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는 7회 이후 7점 차가 나면 콜드게임을 선언한다. 2014년 창단한 강원고는 지난해 황금사자기에 처음 출전했지만 휘문고에 1-5로 패하며 서둘러 짐을 싸야 했다. 강원고 승리의 일등공신은 3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한 이종욱(3학년)이었다. 이종욱은 이날 선제 2타점 3루타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NC 이종욱 코치(40)와 먼 친척 사이”라는 이종욱은 “친구들과 어떻게든 첫 경기만 이기자고 다짐했는데 그 목표를 이뤄 기쁘다”고 말했다. 강원고 선발투수로 나선 신동화(3학년)는 7이닝 동안 안타를 3개만 내주면서 우신고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 이번 대회 첫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김해고가 청주고에 3-2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2003년 창단한 김해고는 올해가 여섯 번째 황금사자기 출전이지만 작년까지는 전부 1회전에서 탈락하며 대회 첫 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었다. 1-2로 뒤진 채 9회말 공격을 시작한 김해고는 선두 타자로 나선 4번 타자 정종혁(3학년)과 5번 박진영(3학년)이 나란히 내야 안타로 출루한 데 이어 후속 타자 세 명이 연이어 몸에 맞는 공을 얻어내면서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몸에 맞는 공 두 개로 2-2 동점이 되자 청주고 김인철 감독은 투수를 김도윤(3학년)에서 최형선(3학년)으로 바꿨지만 바뀐 투수마저 초구에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결국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몸에 맞는 공으로 결승 타점을 올린 김해고 8번 타자 김민준(2학년)은 “솔직히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많이 긴장했다. (박무승) 감독님께서 부르시더니 책임감을 가지고 치라고 하셨다. 그런데 마침 공이 몸쪽으로 날아오는 행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4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끝까지 마운드를 지킨 김해고 에이스 김유성(3학년)이 승리투수가 됐다. 프로야구 NC의 유력한 1차 지명 후보로 꼽히고 있는 김유성은 6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잡아내며 1피안타 무실점으로 청주고 타선을 막아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이날 마지막 경기에서는 8회말 터진 4번 타자 김현준(3학년)의 2점 홈런으로 배명고가 전주고에 8-1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전주고는 1985년 우승 이후 황금사자기 16연패에 빠졌다. 첫 경기에서는 부경고가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충암고를 5-2로 물리쳤다.황규인 kini@donga.com·조응형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선수노조가 사무국, 구단과 리그 개막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AP통신 등은 14일 “선수노조가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선수 출신 토니 클라크 선수노조 사무총장은 “사무국과의 추가 논의는 헛된 일”이라고 말했다. 선수노조는 13일 사무국으로부터 “팀당 72경기를 치르고 경기 수에 비례한 연봉의 최대 80%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이 나오자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그간 선수노조는 ‘경기 수에 비례한 연봉 100% 지급’을 요구해 왔다.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사무국이 직권명령으로 진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무국과 구단주들이 주장한 팀당 48∼50경기의 ‘초미니 시즌’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선수노조는 경기 수 감소에 따른 연봉 피해를 주장하며 MLB 연봉중재위원회에 진정을 낼 수 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3·바르셀로나)가 돌아왔다.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중단된 뒤 약 3개월 만에 돌아온 그라운드에서 메시는 1골 2도움 ‘원맨쇼’를 펼치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2시즌 연속 20골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바르셀로나는 14일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열린 방문경기에서 메시의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에 힘입어 마요르카를 4-0으로 꺾었다. 바르셀로나는 3월 6일 레알 소시에다드전 승리(1-0) 이후 약 3개월 만에 다시 열린 정규리그에서 승리해 2연승을 달렸다. 리그 선두 바르셀로나는 19승 4무 5패(승점 61)로 1경기를 덜 치른 2위 레알 마드리드(승점 56)에 승점 5점 차로 앞서 있다. 이날 메시는 1-0으로 앞선 전반 37분 헤딩 패스로 마르틴 브레스웨이트의 골을 도왔다. 후반 34분에는 날카로운 침투 패스로 호르디 알바의 쐐기골을 합작했다. 후반 추가 시간 2분에는 루이스 수아레스의 패스를 받아 드리블로 상대 수비 2명을 따돌린 뒤 오른발 슛 득점까지 만들었다. 메시는 라리가 23경기에서 20골로 2위 카림 벤제마(14골·레알 마드리드)를 큰 차이로 누르고 득점 1위에 올라 있다. 도움도 14개를 기록해 2위 수아레스(8개)와 큰 격차로 1위다. 시즌 종료까지 구단별로 10∼11경기가 남아 득점, 도움왕 석권이 유력하다. 메시는 이날 득점으로 라리가 12시즌 연속 20골 이상을 터뜨리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1929년 출범한 라리가 역사상 12시즌 연속 20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메시가 처음이다. 2008∼2009시즌 23골을 기록해 20골을 넘긴 메시는 2011∼2012시즌에는 리그에서만 50골을 터뜨려 라리가 사상 한 시즌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475경기에 출전해 439골을 기록했는데, 라리가 최다 골 기록이다. 2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1골)와의 격차도 크다. 한편 메시와의 맞대결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마요르카 기성용은 경미한 발목 부상으로 출전 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같은 팀에서 뛰는 일본 기대주 구보 다케후사(19)는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이강인(발렌시아)은 13일 레반테전 출전이 기대됐으나 기회를 잡지 못했다. 교체 명단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초구… 무조건 초구….” 인상고 1번 타자 박성윤(3학년·사진)은 타석에 들어서며 속으로 되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6월에야 찾아온 정식 경기. 지난해 10월 전국체육대회 이후 약 8개월 만에 들어선 타석이었다. ‘손맛’에 목말랐던 박성윤은 두 번째 공을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호쾌한 스윙과 함께 날아간 공은 좌익수 왼쪽에 떨어졌다. 박성윤은 11일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대구상원고와의 1회전에서 1회초 상대 선발투수 김대호(3학년)의 초구를 받아쳐 대회 첫 안타를 만들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반기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 안타는 2020년 고교야구 첫 번째 안타로 기록됐다. 박성윤은 “평소에도 초구를 자주 노리는 편이다. 직구를 노리고 들어갔는데 마침 가운데로 직구가 들어오기에 사정없이 때렸다. 한동안 정식 경기가 없어서 답답했는데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회 첫 홈런 역시 박성윤의 손에서 나왔다. 그는 양팀이 0-0으로 맞선 3회 1사 주자 없는 풀카운트 상황에서 몸쪽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05m짜리 홈런을 때렸다. 박성윤의 선제 홈런포를 발판으로 인상고는 대구상원고에 5-1로 이겼다. 전교생이 83명밖에 되지 않는 인상고는 지난해 황금사자기에서 명문 북일고를 5회 콜드게임(15-2)으로 꺾고 16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박성윤은 “지난해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팀의 리드오프로서 돌풍을 이어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명불허전이다. 11일 올해 고교야구 개막을 알린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는 대회 첫날부터 인상적인 명장면들이 속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전반기 주말리그가 치러지지 않아 이번 대회를 통해 첫 공식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그동안의 한풀이를 하는 듯했다. 지난해 황금사자기 32강전에서 명문 북일고를 상대로 콜드승(15-2)을 거두며 강한 인상을 남긴 인상고는 이날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대구상원고와의 1회전에서 5-1로 승리했다. 선발 김선재와 구원 나병훈(이상 3학년)은 각각 5이닝 1실점(무자책), 4이닝 무실점으로 대구상원고 타선을 봉쇄했다. 타선에서는 홈런포가 상대 마운드의 기를 꺾었다. 0-0으로 맞선 3회 1번 타자 박성윤(3학년)이 선제 홈런(1점)을 쳤다. 1-1로 맞선 6회에는 4번 전희범(2학년), 5번 백승민(3학년)이 연속타자 홈런(각각 1점)을 날리며 점수 차를 벌려 갔다. 인상고는 7회 2점을 더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 전희범은 “지난해 우리를 보고 ‘돌풍’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내 생각엔 올해 전력이 더 좋은 것 같다. 작년 16강을 넘어 올해는 4강까지 노려 보겠다”며 웃었다. 전북 정읍의 작은 학교인 인상고는 전교생이 83명밖에 되지 않는다. 신생팀들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 1월 창단해 대회에 참가한 41개 팀 중 가장 막내인 서울컨벤션고는 같은 날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성지고와의 경기에서 6-0으로 승리했다.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연습경기조차 치러보지 못했던 이 팀은 고교 야구 최고 권위의 황금사자기에서 역사적인 창단 후 첫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11월 창단한 나주광남고도 세현고와 맞붙어 7-0, 창단 후 첫 승리를 콜드게임(8회)으로 장식했다. 두 팀 모두 더 많은 기회를 찾아 타 학교에서 전학 온 선수들이 맹활약했다. 서울컨벤션고의 주축은 2학년생들이다. 강경민 나주광남고 감독은 “신생팀에는 (경쟁에서 밀려) 마음에 상처가 있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이 합심해서 좋은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며 감격에 겨워 했다. ‘야구인 2세’의 선전도 인상적이었다. 현역시절 포수로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진갑용 KIA 배터리 코치의 아들인 경북고 투수 진승현(2학년)은 비봉고전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0-3으로 뒤지던 4회말 2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진승현은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줘 승계주자 홈인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 4와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아내며 3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 시속 143km의 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가 비봉고 타선의 기세를 잠재웠다. 진승현이 호투하는 사이 경북고는 5, 6, 7회 각각 2점씩 내 6-5로 역전승했다. 진승현은 “앞선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선배들이 예상보다 빨리 탈락했다. 올해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조응형 기자}

“광주일고 이의리와 강릉고 김진욱의 맞대결이 대회의 하이라이트다.” KBO리그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11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개막하는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은 대회 초반부터 고교 야구를 대표하는 특급 왼손 투수 간의 선발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대회 둘째 날인 12일 첫 번째 경기에서 맞붙는 광주일고와 강릉고는 에이스 투수 외에도 공수에서 안정적인 전력을 갖춰 우승 후보로 꼽힌다. 광주일고 3학년 이의리는 지난해 황금사자기에서 1년 선배 정해영(KIA)과 함께 광주일고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어느새 팀의 에이스가 돼 우승을 노리는 그는 시속 140km대의 패스트볼과 크게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지난해 황금사자기에서는 지역 라이벌 광주동성고와의 8강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7회 콜드승(9-1)을 이끌었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는 포수 조형우(3학년) 역시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강한 어깨와 정확한 송구, 블로킹 등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평가다. 조영민 SK 스카우트 그룹장은 “고교 수준에서 한 팀이 좋은 투수와 포수를 함께 갖기는 쉽지 않다. 이의리와 조형우의 배터리는 41개 참가 팀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다”고 말했다. 올해 프로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KT 소형준(유신고 졸업), LG 이민호(휘문고 졸업)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지난해 2학년 선수로 ‘제2회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한 강릉고 김진욱도 팀의 사상 첫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 재목으로 꼽힌다. 1975년 창단한 강릉고는 아직 전국대회 우승 기록이 없다. 지난해 김진욱은 주말리그 및 전국대회 21경기에 등판해 11승 1패, 평균자책점 1.58을 기록했다. 삼진은 무려 132개를 잡아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사사구는 19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민동근 NC 스카우트는 “김진욱은 무엇보다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배짱이 좋다. 정확한 컨트롤과 뚝심 있게 꽂아 넣는 직구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스카우트들은 충암고와 부산고도 우승 후보로 꼽았다. 충암고는 3학년 우완 투수 강효종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강효종은 OB(현 두산)에서 투수로 뛰었던 강규성의 아들이다. 좋은 신체조건(키 185cm, 체중 86kg)을 가진 강효종은 시속 147km까지 나오는 직구가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백성진 LG 스카우트 팀장은 “강효종은 일찌감치 서울 지역 유력한 1차 지명 후보로 분류돼 있다. 제구력이 뛰어나고 경기 운영을 할 줄 안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데 특히 커브 궤적이 좋다”고 설명했다. 부산고에서는 3학년 유격수 정민규가 주목받는다. 정민규는 고교 야구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장타력을 갖춘 유격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키 183cm, 몸무게 85kg의 정민규는 공·수·주 3박자를 두루 갖췄다. 지난해에는 27경기에 나서 타율 0.370, 2홈런, 26타점을 기록했다. 부산고는 정민규 외에도 3루수 김형욱, 포수 박성재(이상 3학년) 등 장타력이 있는 타자가 많다. 권영준 롯데 스카우트는 “정민규는 한화 내야수 노시환(경남고 출신)과 비슷한 유형이라고 보면 된다. 모처럼 좋은 체격을 가진 유격수 유망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주최: 협찬: 방송: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슈퍼 소니’ 손흥민(28·토트넘)이 6·25전쟁의 ‘이름 없는 공로자’를 찾는 데 힘을 보탰다. 손흥민은 육군이 제작한 ‘6·25전쟁 무공훈장 주인공 찾기’ 캠페인 광고에 출연했다. 육군은 해당 광고를 10일 공개했다. 이 캠페인은 전쟁 당시 훈장 수여 대상자로 결정됐으나 군번 등의 기록이 남지 않아 훈장을 전달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훈장을 찾아주는 캠페인이다. 대상자 명단은 국방부와 육군본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돼 있다. 숨은 공로자를 빨리 찾기 위해서는 해당 캠페인을 널리 알려야 하기 때문에 지난달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손흥민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홍보 역할을 맡았다. 육군은 이 캠페인 광고를 지상파(KBS, EBS)와 라디오(한국교통방송), 군 매체, 문화체육관광부 전광판 등을 통해 이날부터 3개월간 송출한다고 밝혔다. 육군 관계자는 “손흥민이 지난해 12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번리와의 경기에서 터뜨린 ‘70m 드리블 원더골’과 6·25전쟁 70주년의 의미를 연결해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국가대표가 되고 세계무대에서 뛸 수 있는 건 우리나라를 지킨 영웅이 계셨기에 가능했다. 그분들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캠페인 참여를 당부했다. 손흥민은 영국에서 이달 18일 재개하는 EPL 경기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통해 복귀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고요한(32·사진)은 경남 창원 토월중 3학년이던 2003년 학교를 중퇴하고 안양LG(현 서울)에 입단했다. ‘블루 드래건’ 이청용(울산)이 동갑내기이자 입단 동기다. 유망주로 주목받아 일찌감치 프로 팀에 뛰어들었다. 한 팀에서 16년을 뛴 고요한은 선수단과 프런트를 통틀어 가장 오래 서울을 지켰다. 18세 때인 2006년 프로 무대에 데뷔해 15시즌째 서울의 검붉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 성남에서만 13시즌을 뛰어 ‘원 클럽 맨’ 레전드로 불리는 신태용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감독(50)보다 2시즌을 더 뛰었다. 15시즌 동안 줄곧 한 팀에서 뛴 선수는 K리그에서 고요한이 유일하다. 고요한은 6일 K리그1 5라운드 전북전에 출전해 통산 400경기를 치렀다. K리그 정규리그 322경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55경기, 축구협회(FA)컵 23경기 등이다. 데뷔 이래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서울 팬들의 곁을 지킨 고요한은 K리그 우승 3회(2010, 2012, 2016년), 컵 대회 우승(2006, 2010년), FA컵 우승(2015년), ACL 준우승(2013년) 등 영광의 순간을 누렸다. 2018년 7월부터는 주장을 맡고 있다. 서울에서 3시즌 연속 주장을 맡은 것은 고요한이 처음이다. K리그 통산 공격 기록은 32골 25도움으로, 5도움을 더하면 서울 선수로는 역대 네 번째로 30(골)-30(도움) 클럽에 가입한다. 고요한은 다재다능한 멀티플레이어다. 키 170cm로 작은 체격이지만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높은 활동량이 장점이다. 서울에서 중앙 수비수와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다. 팀 사정에 따라 빈 포지션이 생기면 마다하지 않고 궂은일을 도맡았다. 서울 팬들 사이에서는 ‘고요한의 포지션이 자주 바뀌는 시즌에는 팀 성적이 나쁘다’는 속설이 돌기도 한다. 중앙미드필더와 윙백을 주로 맡았지만 필요에 따라 윙포워드, 스트라이커로 뛰었다. 측면 포지션에서는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는 3라운드 포항전에서 박주영(35)과 함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기도 했다. 16년간 팀 내 포지션과 입지가 변화하면서 등번호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신인 시절 47번을 시작으로 32→15→18→21→7→21번순으로 바뀌다 2014년부터는 13번을 달고 뛰고 있다. 그동안 사용한 등번호만 7개다. 지난해 12월 무릎 수술을 받은 고요한은 개막전 복귀가 불투명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늦춰지면서 리그 개막과 함께 그라운드를 밟았다. 고요한은 14일 대구와의 방문경기에 출전하면 신태용 감독의 단일 구단 최다 출전 기록(401경기)과 타이를 이룬다. ‘서울 레전드’인 고요한이 어느덧 K리그의 레전드가 되고 있다. 고요한은 “어릴 때부터 꿈꿔온 팀에서 이적 없이 400경기라는 기록을 가질 수 있다는 건 너무나 큰 영광이다. 앞으로도 누구도 깨지 못할 기록들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프로축구 K리그1 대구의 역사는 ‘대팍(DGB대구은행파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03년부터 대구스타디움을 안방으로 사용한 대구는 2019년 ‘대팍’으로 둥지를 옮겼다. 15년간 사용한 대구스타디움과의 이별이 못내 아쉬웠던 팬들도 뛰어난 현장감을 자랑하는 축구전용구장 ‘대팍’의 분위기에 이내 흠뻑 취했다. 지난해 대구는 안방 19경기 가운데 9경기가 매진(만석 1만2419석)되며 K리그 흥행을 주도했다. 2018년 여름 대구에 합류한 브라질 출신 공격수 에드가(33)는 대구스타디움의 마지막과 ‘대팍’의 시작을 장식한 선수다. 2018년 12월 8일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에서 울산을 상대로 득점해 대구스타디움 마지막 득점자로 이름을 남겼다. 이 골로 대구의 창단 이래 첫 우승을 이끌었다. 2019년 3월 9일 K리그1 2라운드 제주전에서는 선제골을 넣어 새 안방의 첫 득점자가 됐다. 3일 뒤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 라운드 2차전에서는 광저우 헝다를 상대로 두 골을 넣어 대구의 ACL 안방 첫 승을 일궜다. 에드가는 7일 성남전에서 대구 클럽 통산 800번째 골의 주인공이 됐다. 에드가는 성남과의 5라운드 방문경기에서 팀이 0-1로 뒤지던 후반 20분 동점골을 터뜨려 2-1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대구는 5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에드가는 “득점을 한 뒤 순간적으로 800호 골이라는 걸 깨달았다. 대구스타디움에서의 마지막 골, ‘대팍’에서의 첫 골도 기억난다. 구단 역사에 기록을 남긴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세 시즌째를 맞은 에드가는 58경기에 출전해 28골을 넣어 팀 공격의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191cm 장신 공격수로 뛰어난 제공권 장악력을 자랑하는 에드가는 스피드와 드리블이 강점인 세징야(31)와 짝을 이뤄 대구의 공격을 이끈다. 에드가는 대구가 앞선 4경기 2골로 득점이 저조했던 것에 대해 “시즌 초반 리듬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를 치르면서 우리가 준비한 것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앞으로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라이언 킹’ 이동국(41·전북)은 2007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미들즈브러에서 뛰었다. 당시 그는 나이지리아 출신 스트라이커 아이예그베니 야쿠부(38·은퇴)와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했다. 현지 언론은 둘을 라이벌로 묘사했지만 사실 둘은 절친한 친구로 지냈다. 이동국은 후일 인터뷰에서 “야쿠부는 내게 정말 잘해줬다. 흑인 선수라서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 동양인인 나를 차별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동국은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방문경기에서 득점한 뒤 인종차별 반대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팀이 2-1로 앞선 후반 9분 팀의 3번째 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함께 한쪽 무릎을 꿇어 보였다. 이는 지난달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를 추모하는 세리머니다. 한쪽 무릎 꿇기는 4년 전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 콜린 캐퍼닉을 따라한 것이다. 당시 캐퍼닉은 흑인에 대한 경찰의 진압이 과하다는 의미를 담아 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한쪽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했다. K리그에서 처음 인종차별 반대 세리머니에 동참한 이동국은 경기 후 “나 역시 해외 생활을 하면서 (인종차별을) 느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그런 것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이번 시즌 K리그 개막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헌신한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나타내는 ‘덕분에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이날 이동국은 후반 27분에도 한교원(30)의 어시스트를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멀티골을 넣은 이동국은 K리그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개인 통산 최다골 기록을 227골로 늘렸다. 개막 후 3연승을 달리다 지난달 30일 강원과의 4라운드에서 첫 패배를 당했던 전북은 서울을 4-1로 대파하고 단독 선두(4승 1패·승점 12)를 탈환했다. 전북과 함께 이번 시즌 ‘양강’을 이루는 울산 역시 베테랑의 저력을 앞세워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렸다. ‘블루 드래건’ 이청용(32)은 이날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에서 전반에만 2골(25분, 36분)을 터뜨려 4-0 승리를 견인했다. 오랜 유럽 생활을 마치고 이번 시즌 K리그에 복귀한 이청용은 2009년 7월 19일 강원전 이후 3975일 만에 K리그에서 골을 넣었다. 그의 멀티골은 2008년 7월 19일 전북전 이후 4340일 만이다. 개막 2연승 뒤 부산, 광주와 연달아 무승부에 그쳤던 울산은 선두 전북에 승점 1점 차로 따라붙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7·사진)과 스포츠용품 회사 나이키의 ‘조던 브랜드’가 앞으로 10년간 1억 달러(약 1207억 원)를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6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조던은 ‘조던 브랜드’와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최악의 문제들이 남아 있다. 뿌리 깊은 인종주의를 근절해야 한다”며 “인종차별 철폐, 사회정의 실현, 교육기회 확대 등을 위해 1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운동선수 개인이 비영리단체에 기부한 금액 가운데 역대 최고액이다. 조던은 또한 “우리 사회 제도를 무너뜨리는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흑인의 삶을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헌신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앞서 조던은 1일에도 플로이드 씨를 애도하는 성명을 내며 “우리의 목소리를 모아 정치인들에게 법을 바꾸도록 해야 하고, 투표를 통해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며 흑인 사회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불의에 맞설 것을 호소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2일 경기 용인 팀 훈련장에서 만난 KCC 이정현(33·191cm)은 한눈에 보기에도 지난 시즌보다 체격이 커져 있었다. 빅맨들 못지않은 상체 근육을 자랑하는 이정현은 시즌 중에는 93kg 전후로 체중을 유지한다. 하지만 2019∼2020시즌이 조기 종료된 뒤 약 두 달간 체중을 98kg까지 불렸다. 근육과 지방을 함께 늘린 뒤 시즌 시작까지 남은 약 4개월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다시 92kg까지 줄여 단단한 몸을 만드는 게 목표다. 최근에는 체력 단련을 위해 전준범(현대모비스), 정준원(DB) 등과 함께 제주 한라산 등반도 했다. 보통 일반인이 4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코스를 2시간 20분 만에 주파했다고 한다. 이정현은 “이렇게 여유 있게 몸을 만들어 본 게 처음이다. 많이 먹고, 운동도 많이 하고 있다. 일 잘하는 머슴 같은 몸을 만들어서 새 시즌을 맞이하고 싶다”며 웃었다. 1일부터 한국농구연맹(KBL)이 허용하는 팀 훈련이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이정현은 코로나19로 인해 길어진 비시즌 기간을 그 어느 때보다 알차게 보내게 됐다. 2017∼2018시즌을 앞두고 KCC로 이적한 이정현은 KCC에서 보낸 3번의 비시즌 동안 매번 국가대표에 차출됐다. 2019∼2020시즌 KBL 전체 연봉 2위(7억2000만 원)로 명실상부 KCC 전력의 핵심이지만 비시즌 동안 팀원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 늘 만족스럽지 않은 채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특히 2019∼2020시즌을 앞두고는 농구 월드컵에 참가하면서 발목 부상을 당해 팀 훈련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이정현은 “한 달 정도 재활만 겨우 하고 시즌에 돌입했다. 전지훈련도 못 따라갔다. 심리적인 부담과 체력적인 부담이 겹쳐서 많이 힘들었던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이번 시즌엔 코로나19로 주요 국제대회가 열리지 않게 돼 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주력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년 강행군이 이어졌지만 이정현은 모든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철인’이다. 팀 선배인 추승균 전 KCC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384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뛰어넘은 이정현은 420경기 연속 출전으로 이 부문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KT와의 방문 경기를 사흘 앞두고 급성 편도염으로 열이 40도까지 치솟았지만 링거 주사를 맞아가며 회복해 결국 코트를 밟았다. 당시 27분을 뛰며 15득점, 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정현은 “연속 출전 기록 때문에 그렇게 독하게 경기에 나서는 거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웃음) 만약 정말 뛸 수 없는 상태였으면 안 뛰었을 것이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잔부상도 있었고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많았지만 매번 뛸 만해서 뛰었다. 큰 부상이 없었던 게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KCC는 2020∼2021시즌이 끝나면 골밑 핵심 전력인 라건아(31)의 계약이 종료된다. 프랜차이즈 스타 송교창(24)도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100% 전력’으로 맞이하는 새 시즌이 KCC가 상위권을 노릴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정현은 “KCC의 ‘팀 컬러’는 조직력이다. 유기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는 전창진 감독님의 스타일상 우리는 연습을 하면 할수록 강해진다. 시즌 시작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은 만큼 제대로 손발을 맞춰서 상위권을 노려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용인=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구단과 선수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수가 축소되면서 발생한 손실을 어떻게 분담하느냐를 두고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2일 MLB 구단들이 올해 팀당 162경기였던 정규시즌 경기 수를 50경기로 대폭 줄이고 선수들에게 경기 수에 비례해 연봉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 안이 확정되면 선수들은 당초 계약했던 급여의 31%가량만 받게 된다. 올해 연봉이 2000만 달러(약 245억 원)인 류현진(토론토)은 이번 시즌 620만 달러(약 76억 원)만 받을 수 있다. MLB 노사는 3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시즌을 연기하면서 줄어든 경기 수에 비례해 급여를 지급하는 데에 합의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구단주가 “기존 합의대로 급여를 지급하면 경기를 할 때마다 손해를 보게 된다”며 추가 삭감을 요구했다. 이에 MLB 사무국은 지난달 27일 정규시즌 82경기를 치르면서 고액 연봉 선수들의 급여를 큰 폭으로 깎고 저연봉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적게 깎는 연봉 차등 삭감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약 77%까지 연봉이 깎일 수 있다. ESPN이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면 류현진의 올해 연봉은 약 74.25% 삭감된 515만 달러(약 63억 원)로 줄어든다. 선수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워싱턴 오른손 투수 맥스 셔저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우리는 이미 급여 삭감 협상을 마쳤다. 두 번째 삭감을 정당화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선수 노조는 종전 구단안보다 32경기 많은 114경기를 뛰겠다고 역제안했다. 6월 30일에 개막해 10월 31일 시즌을 마치는 방안으로 경기 수 확대로 중계권 수익을 늘려 구단의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선수들은 휴식일을 줄이고 더블헤더 경기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올해와 내년 모두 포스트시즌 출전 팀을 양대 리그 10개 팀에서 14개 팀으로 늘려 한 달 이상 치르자고 했다. 하지만 일부 구단이 “무관중 경기는 치를수록 적자”라며 “차라리 시즌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양측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구단들이 새로 만든 ‘50경기 안’ 역시 노조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텍사스는 같은 날 구단 재정 악화를 이유로 산하 마이너리그 선수 37명을 방출했다. 텍사스의 클럽하우스 리더 추신수(38)는 4월 초 산하 마이너리거 전원(191명)에게 1000달러씩을 지원했지만 적지 않은 선수가 유니폼을 벗을 위기에 처했다.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자신의 고객 중 방출 통보를 받은 선수들에게 2020시즌 급여를 보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유럽 축구의 샛별인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미드필더 제이던 산초(20·영국)가 최근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미국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를 위한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산초는 1일 독일 파더보른 벤틀러 아레나에서 열린 파더보른과의 2019∼2020 분데스리가 경기 도중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13분 오른발 슛을 터뜨렸다. 산초는 득점 직후 유니폼 상의를 벗었고 속옷에는 ‘조지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Justice For George Floyd)’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플로이드 씨가 숨진 데 항의하는 내용이다. 흑인인 산초는 상의 탈의 및 정치적 표현 금지 규정을 어겨 경고를 받았지만 개의치 않고 후반 29분과 추가시간에 골을 더해 프로 데뷔 후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그는 트위터에 “내게는 첫 해트트릭이었지만 세상에는 알려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달콤 씁쓸한 순간”이라고 적었다. 산초는 이날 해트트릭으로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 3위(17골), 도움 2위(16개)를 기록하며 득점 포인트 1위(33)에 오른 데다 분데스리가 역대 최연소 30골(20세 67일) 기록도 함께 세웠다. 산초 이외에도 ‘플로이드 사건’에 분노하는 스포츠 스타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샬럿의 구단주이기도 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7·사진)은 이날 구단 성명을 통해 “매우 슬프고, 진심으로 고통스럽고, 정말 화가 난다”며 “우리의 목소리를 모아 정치인들에게 법을 바꾸도록 해야 하고, 투표를 통해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불의에 맞설 것을 강조했다. 여자 테니스 슈퍼스타 세리나 윌리엄스(39·미국)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슬픔을 표현할 말을 못 찾겠다. 마음이 무겁다”고 썼다. 자동차 경주 F1 챔피언인 흑인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35·영국)은 SNS를 통해 “불평등과 부당함의 와중에도 침묵하는 거물급 선수들이 있다”며 F1 동료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조응형 기자}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했던 두 사람은 프로축구 감독이 돼 다시 만났다. 장외 신경전부터 경기 내용까지 치열했던 둘의 승부는 후배의 승리로 끝이 났다. 경기 전 인사도 없이 승부에 돌입했던 두 사람은 경기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악수를 나눴다. ‘진공청소기’ 김남일 감독(43)이 이끄는 프로축구 K리그1 성남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서울은 ‘독수리’ 최용수 감독(47)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2승 2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간 성남은 승점 8로 전북(3승 1패·승점9)과 울산(2승2무·승점8)에 이어 3위로 뛰어올랐다.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한번도 패하지 않은 팀은 울산과 성남뿐이다. 2승 2패를 기록한 서울은 승점 6으로 6위에 머물고 있다. 이날 경기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두 감독의 첫 맞대결이었다. 최 감독이 2017년 중국의 장쑤 쑤닝 지휘봉을 잡았을 때 김 감독은 코치로 최 감독을 보좌했다. 깊은 인연을 가진 두 사람의 첫 맞대결인 만큼 이날 경기는 시작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취임 기자회견 때부터 “가장 이기고 싶은 팀은 서울”이라며 최 감독을 도발했다. 이에 최 감독은 “더 자극해 주기를 바란다. 10년 동안 내가 겪은 경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응수했다. 경기 후 ‘승장’이 된 김 감독은 “기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았다. (최 감독이) 자극을 시켜 달라고 했는데 어떤 자극을 말하는 건지 궁금하다”며 웃었다. 최 감독은 “(김 감독은) 올해 감독 첫 시즌이지만 상대를 힘들게 하는 노하우를 쌓고 있다”며 후배의 승리를 축하했다. 후반 막판 김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하며 승부가 갈렸다. 김 감독은 후반 37분 미드필더 최오백을 빼고 이번 시즌 영입한 크로아티아 출신 공격수 토미를 투입했다. 최 감독 역시 후반 41분 미드필더 한승규를 공격수 아드리아노로 교체했다. 이날 경기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챙기고자 한 두 감독의 의지가 드러났다. 후반 44분 토미는 수비수 이태희가 올린 크로스가 서울 골키퍼 유상훈의 손을 맞고 나오자 빈 골대에 공을 차 넣어 자신의 K리그 데뷔골이자 이날 결승골을 터뜨렸다. 김 감독은 “토미의 활용 방법에 대해 그동안 생각을 많이 했다. 슈팅 능력이 있는 선수인데 오늘 잘 해결해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02 한일 월드컵 멤버 간의 승부로 관심을 모은 K리그2 황선홍 대전 감독과 설기현 경남 감독의 승부는 무승부로 끝났다.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맞붙은 두 팀은 2-2로 비겼다. 3승 2무(승점 11)가 된 대전은 K리그2 선두를 지켰다. 경남은 승점 6(1승 3무 1패)으로 5위에 자리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꿈: 클라이밍, 특기: 클라이밍, 취미: 클라이밍, 그리고 가끔 컬러링북 색칠하기. 클라이밍 신동 서채현(17·신정여상)의 고교 생활기록부에는 아마 이렇게 적혀 있을 듯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스포츠가 멈춰있는 동안에도 서채현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클라이밍 체육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힘든 클라이밍 훈련이 끝나면 쉬운 코스의 암벽을 타며 ‘힐링’을 했다. 이틀 훈련하고 하루 쉬는 스케줄인데도 매일 체육관을 찾았다. 휴식이 꼭 필요해 암벽을 타지 못하는 날에도 체육관에 나와 동료들과 수다라도 떨었다. ‘빨간 머리 앤’ 캐릭터가 나오는 컬러링북에 색을 칠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정적인 취미’다. 이쯤 되면 땅에 서 있는 것보다 벽에 매달려 있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6세 때부터 타온 암벽은 이제 서채현을 세계로 향하게 해주는 문이다. 그는 지난해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리드 월드컵에서 4연속 우승하며 리드 부문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3월에는 도쿄 올림픽 출전권도 일단 손에 넣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IFSC는 4월 중국 충칭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취소하고 아시아 국가에서 성적이 가장 좋은 남녀 선수인 천종원과 서채현에게 출전권을 1장씩 배분했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기존의 출전권은 사라졌다. IFSC는 아시아선수권을 12월 중국 샤먼에서 치르기로 하고 이 대회에 다시 도쿄행 티켓 1장을 걸었다. 손에 들어왔던 티켓을 놓쳐서 아쉬울 법하지만 서채현은 의연했다. 오히려 클라이밍 선배이자 우상인 ‘암벽 여제’ 김자인(32)과 다시 티켓을 놓고 겨룰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그는 “올해 3월 티켓이 확정됐을 때는 왠지 모르게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 실력으로 싸워서 이겨낸 티켓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에는 남녀 각 20명씩 출전한다. 1년의 준비 기간이 더 생긴 것은 희소식이다. 처음 정식종목이 된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에는 남녀 콤바인에 금메달이 1개씩 걸려 있다. 콤바인의 세부 3개 종목(리드 볼더링 스피드) 가운데 리드가 주 종목인 서채현은 스피드 기록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10초대 기록을 8초대까지 단축하는 게 목표다. 서채현은 “스피드는 반복 훈련으로 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종목이라 더 준비할 시간이 생겨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채현은 ‘올림픽이 끝나면 하고 싶은 일’마저 클라이밍을 꼽았다. 너무하다 싶지만, 여기서 말하는 클라이밍은 스포츠클라이밍이 아닌 자연암벽 등반이다. 서채현은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하기 전까지 방학 때마다 아버지와 함께 세계의 유명한 자연암벽을 찾았다. 딸이 평생 행복하게 암벽을 오르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뜻이었다. 지난해 2월에는 스페인 시우라나의 41m 고난도 자연암벽인 ‘라 람블라’에 도전하기도 했다. “정해진 루트를 오르는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바위가 그리울 때가 있어요. 작년에 라 람블라를 완등하지 못했는데 꼭 다시 도전할 겁니다.” 차가운 바위를 움켜쥐는 감촉과 계곡의 서늘한 바람. 올림픽이 끝나면 도전할 자연암벽 등반의 매력을 떠올리며 서채현은 오늘도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