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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공직선거법 개정안 내용을 두고 의석수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는 사이 ‘18세 투표권’도 어물쩍 수정안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이 이대로 가결되면 당장 내년 총선부터 만 18세 이상이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고등학교 3학년생 중 일부도 투표권을 갖게 되는 것으로, ‘교실 정치화’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뒤늦게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23일 밤 본회의에 상정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 선거법 개정안은 현행 만 19세 이상에게 보장된 대통령·국회의원 선거권을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19세 이상에게만 허용된 선거운동도 18세 이상으로 낮췄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만 17세 인구는 49만347명. 공직선거법 17조에 따르면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의 연령은 선거일 현재로 산정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4월 15일 총선을 기준으로, 2002년 4월 16일생까지 투표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투표권을 갖게 될 고교 3학년은 전체 2002년생 중 10%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24일 라디오에서 “만 18세 중 90% 이상은 고등학생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생일 등을 고려하면 고3 학생이 아닌 대부분이 대학생 등 고교 졸업자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선거일이 휴일이라 학생들도 투표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한국당은 선거연령 하향으로 학교 교실이 정치화가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만 18세가 아직 고교 3년생인 한국식 학제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10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다음 선거 때까지 학제 개편 문제 및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데까지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좌편향 역사교과서 긴급진단 간담회’에서 “이념적이고 편향적인 교과서로 학생들을 오염시키면서, 게다가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면 고등학교는 완전히 정치판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민주당은 ‘시대착오적인 꼰대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만 18세를 기준으로 납세와 국방 등의 의무가 생기는데 투표권을 주지 않는 건 의무와 권리 사이의 불균형을 낳는다는 주장이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18세가 되면 군대도 가고 공무원이 될 수 있고 운전면허도 취득할 수 있는데 투표만 못 하게 하는 건 지나친 기본권 제한”이라고 했다. 만 18세 선거연령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도 찬성 근거로 거론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한국만 선거연령을 만 19세 이상으로 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선거연령 하향은 진보교육계에서 오랜 기간 거듭 요구해온 사안이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선거 유불리만 따져 졸속 처리하려는 시도”라며 “서울 부산 전남 등 전국에서 정치편향 교육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특정 정치세력이 학생들을 정치도구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총 측은 “국회가 학생을 득표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면 18세 선거권은 법안에서 분리한 뒤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총선과 연계해 실시하려는 선거교육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총선을 앞두고 모의선거 등을 실시하는 ‘2020 총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을 실시하기로 하고 대상 학교 40곳을 선정했다. 학부모 의견도 엇갈린다. 고교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공부하기도 바쁜 아이들을 두고 선거교육을 한다는 게 현실성이 없다고 느껴진다”며 “우리 학교에서도 수능 직전에 인헌고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어떡하나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반면 한 중학생 자녀의 학부모는 “학생들에게 선거권이 생기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고민해 볼 기회가 생겨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김지현 jhk85@donga.com·강동웅·강성휘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및 대안신당)가 이르면 26일부터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요구에 따라 23일부터 시작된 선거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여야 의원 15명(25일 오후 11시 기준)이 참여해 50시간 10분 동안 진행된 뒤 25일 밤 12시 회기 종료와 함께 끝났고, 26일부터는 민주당이 요구한 새 임시회가 시작된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던 안건은 새 회기 첫 본회의에서 토론 없이 표결에 들어가기 때문에 4+1 협의체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선거법 처리를 시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발의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본회의 개회 시점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당은 12일 예산안 강행 처리의 책임을 물어 해임건의안을 발의했고, 23일 오후 7시 57분 본회의에 보고됐다. 해임건의안은 발의 72시간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폐기된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 표결을 피하기 위해 72시간이 지난 뒤인 26일 오후 7시 57분 이후 밤늦게 본회의를 열거나 27일 본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지도부는 27일부터 서울역 등 각 지역 중심가로 나가 선거법 개정안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대국민 홍보전을 벌일 계획이다. 최우열 dnsp@donga.com·김지현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및 대안신당)가 이르면 26일부터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요구에 따라 23일부터 시작된 선거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여야 의원 14명(오후 9시 기준)이 참여해 50시간 10분 동안 진행된 뒤 25일 밤 12시 회기 종료와 함께 끝났고, 26일부터는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새 임시회가 시작된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던 안건은 새 회기 첫 본회의에서 토론 없이 표결에 들어가기 때문에, 4+1 협의체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선거법 처리를 시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발의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본회의 개회 시점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당은 12일 예산안 강행 처리의 책임을 물어 해임건의안을 발의했고, 23일 오후 7시 57분 본회의에 보고됐다. 해임건의안은 발의 72시간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폐기된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 표결을 피하기 위해 72시간이 지난 뒤인 26일 오후 7시 57분 이후 밤늦게 본회의를 열거나 27일 본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지도부는 27일부터 서울역 등으로 나가 선거법 개정안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대국민 홍보전을 벌일 계획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결국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내년도 총선 룰을 1차로 확정지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협상 끝에 4+1 협의체가 23일 내놓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합의안은 △현행대로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유지하되 △50%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수정안은 연동률이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수 상한선(cap·캡)은 30석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17석은 현행대로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단순 배분하는 병립형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막판 쟁점이 됐던 석패율제는 결국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봉쇄조항’(비례대표 배분 정당 득표율 최소 기준 3%) 및 선거연령 하향(현행 19세에서 18세로 조정)은 원안 그대로 유지됐다.○ 제1야당은 빠진 ‘누더기 합의안’ 4+1 합의안은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하고 75석 전체에 연동률 50%를 적용하기로 했던 4월 원안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 4+1이 각각 한 석 한 석 땅따먹기 하듯 줄다리기하는 과정에서 원안이 사실상 누더기가 되어 버린 것. 심지어 이렇게 바뀌는 협상 과정 내내 한국당은 국회 밖으로 돌며 참여하지 않았다.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대표 협상 및 민주당과의 물밑 협상만 간간이 이어졌을 뿐 전체 정당이 각자의 의견을 듣고 나눌 만한 테이블은 한 번도 마련되지 못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4+1 협상을 “헌정 사상 가장 추한 ‘야합 막장 드라마’”라고 비판하며 “군소 정당들이 차기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민주당으로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얻어내고, 민주당은 그 대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얻는 야합”이라고 했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4+1 협의체라는 실체도, 법적 근거도, 근본도 없는 집단 때문에 제1야당은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4+1 협의체는 교섭단체 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이 국회 내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논의해온 방식”이라며 “헌법상 동등한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 160여 명을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각자 욕심만큼은 아니더라도 4+1 협의체는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각각 일정 부분 소득을 거뒀다.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원칙을 사수했다는 명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연동형 캡은 관철시키고 석패율제는 백지화했다. 명분과 실리 둘 다 어느 정도 챙긴 셈이다. 개정안 원안이 통과될 경우 최대 30∼40석까지 얻을 것으로 기대했던 정의당은 비록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본격적으로 법제화했다는 점에선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원안대로라면 호남 지역 의석수 감소가 불가피했던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은 석패율제를 포기하는 대신에 호남 지역 의석수는 지켜냈다. ○ 연동형 도입하면 한국당 의석 11석 줄어 253석 대 47석, 연동률 50%, 연동형 의석 캡 30석을 기준으로 20대 총선 당시 각 당의 지역구 당선 수와 정당 득표율을 대입해 보면 민주당은 114석, 당시 새누리당 111석, 당시 국민의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으로 분당) 52석, 정의당은 12석을 각각 얻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비례대표 의석수는 민주당 4석, 새누리당 6석, 국민의당 27석, 정의당 10석이다. 실제로 20대 총선 결과와 비교하면 민주당은 123석에서 114석으로 9석, 새누리당은 122석에서 111석으로 11석이 줄어든다. 반면 국민의당은 38석에서 14석이, 정의당은 6석에서 6석이 각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지현 jhk85@donga.com·강성휘 기자}

《“그날 강풍이 불었다.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걸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면서 새벽까지 기다렸다. 굉장히 긴 밤이었다. 그래도 눈앞이 캄캄해진 사람들에게 위로만 할 게 아니라 눈앞을 보이게 해드리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낙연 국무총리(67)는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리 이낙연의 인생 장면’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올해 4월 4일 강원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 사태를 들며 당시를 회상했다.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와 정부라면 각론을 갖고 그런 분들께 삶의 앞날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전날(21일)에도 화재 발생 이후 네 번째로 고성군을 찾아 이재민들의 상태를 살피고 피해 복구 상황을 챙겼다. 》 정치권에선 이 총리가 최근까지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배경 중 하나로 어느덧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현장 중심 디테일 행정을 꼽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역대 많은 정치 지도자가 말로는 현장 행정 구현을 외쳤지만 실제론 국민들에게 제대로 체감되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총리는 “현장은 문자 그대로 시작이자 끝이다. 정치, 행정, 정책도 모두 현장에서 나와서 현장에서 끝난다”며 “뭐가 문제인지, 그것이 과연 해결됐는지 알아보려면 결국 현장을 가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후보자의 국무총리 지명으로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그의 퇴임 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해 내년 4월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당의 대주주인 친문(친문재인) 그룹과의 역학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지 하나하나가 여권 내 정치 지형은 물론이고 차기 대선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요소들이다. 이 총리는 총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렇지만 총선 이후 펼칠 ‘이낙연식 정치’에 대해서는 ‘실용적 진보주의’라는 기조 아래 디지털 경제부터 한반도 주변 강국과의 신뢰 외교까지 풀어냈다. 출산율 저하 대책에 대해선 가장 어려운 이슈라며 ‘문화인류학적 고민’까지 털어놓았다. 이날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 집무실에서 2시간가량 이어졌다. ○ “정치·행정, 각론 부족하면 국민은 답답” ―차기 지도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오래 지키고 있는 것은 안정감과 함께 이 총리 특유의 업무 처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우리의 정치와 행정이 아직도 총론에 맴도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국민의 삶은 각론으로 고통받는데, 정치와 행정은 각론이 부족하다면 국민은 답답하게 생각할 것이다. 저라고 특별히 다르겠냐만 현장을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아는 편이라고 국민이 느끼는지 모르겠다.” ―기존 정치인에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라고 보나. “강원도 산불 때 보통의 정치인들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것들을 본 게 아닌가 싶다. 총리가 현장에 가서 (집에서 빠져나오느라) 혈압약 챙겼느냐고 묻고, 볍씨 탄 것 무상으로 드리겠다고 하자 ‘희한한 사람이다’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각론이 없는 정치행정이나 정책은 공허하다. 각론도 매우 구체적인, 개개인의 삶에서 가장 갈급한 문제에 대한 해답이 필요하다. 예전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일 때 호남선 복선화에 35년이 걸렸다. 그때 DJ가 이랬다. ‘개미가 기어가도 갔겄소.’(웃음) 그런 답답한 느낌이 국민에게 있지 않나 싶다.” ―재임 기간 동안 공직사회의 태도 변화를 많이 이끌어냈다고 평가하나. “지난주 총리실 직원들과 송년 만찬을 했는데 ‘과거보다 훨씬 더 총리실 위상이 높아진 것 같다’고 하더라. 부처들이 훨씬 협조적이고 자기들도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하더라.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회의 안건을 내가 사전에 보고받는다. 미세한 보완도 있고 어떤 건 통렬하게 얘기한다. ‘회의에 상정하지 않아도 좋으니 전개의 순서나 각론의 보충이라든가, 이유로서 설명되는 걸 대대적으로 보완해 달라’고 하면 듣는 사람은 땀이 날 거다. 지금까지는 격화소양(隔靴搔양), 신발을 신고 가려운 발바닥을 긁는 것처럼 현실과 거리가 먼 정책이 더러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공직사회에서 쓴소리를 많이 하는 데 대한 부담은 없나. 다 우군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들 아닌가. “있다. 있지만 그것 때문에 (공직 변화를) 포기할 순 없었다. 인심을 얻기 위해서 ‘이래도 좋다 저래도 좋다’, 나는 그게 잘 안된다(웃음).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 달라’ ‘살살해라’고 한다. 나는 야단을 쳐도 목소리를 높이진 않는다. 그런데 똑같은 말을 여러 번 해도 안 바뀌면 언성이 높아진다. 내 앞이니까 그러는지 몰라도 많은 걸 배웠다는 얘기들은 한다.” ―향후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 가장 자주 거론하는 게 ‘실용적 진보주의’ 아닐까 싶다. DJ가 언급했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이낙연식 표현인가. “DJ의 오랜 축적이 반영된 말씀과 비교되기엔 과분하다. (영향을 받은 것은 맞나.)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기류다. 워낙 다종다양한 문제들이 생기기 때문에 방향 하나만 보고 그런 문제들을 경시하고 갈 수 없다는 거다. 국민은 각론으로 고통받는데, 자꾸 총론적 방향만 얘기해선 안 된다. 실용과 진보 중 뭐가 더 중요한지도 미리 정할 필요가 없다. 방향성을 가지면서도 수단은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부동산 문제는 인간의 욕망과 거의 씨름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돈이 있는 사람이 특별한 노동을 하지 않고 돈을 많이 벌고, 그로 인해 절대 다수의 국민이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도와주기 위해 금융기관이 돈까지 빌려주는 게 과연 옳은가. 이를 막겠다는 건 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 ―총리 재임 기간에 가장 후회하거나 아쉬운 게 있다면…. “후회보다는 마음이 가장 무거운 게 출산율 저하 문제다.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아니고서야 지구상의 모든 개체는 늘어나게 돼 있다. 저출산은 지구 생명체로서 처음 겪는 일이다. ‘나로서 살고 싶다’는 청년 여성들의 고민을 이해한다.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하지만, 행정으로 정책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인생을 먼저 살아보신 선배 여성들이 따님들과 인생, 가정, 행복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굉장히 무거운 고민이다.”○ “디지털 경제 이해, 약자에 대한 연민 필요” ―다음 정치 지도자가 인식하고 준비해야 할 이슈,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디지털 경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DJ가 정보기술(IT) 강국의 초석을 놨다면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경제의 초석을 놨다’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문 대통령께도 말씀드렸다. 사회 분야에선 갈등의 조정이 가장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지도자라면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약자에 대한 ‘심퍼시(sympathy)’, 즉 연민을 가져야 한다. 시장 질서대로 내버려둔다면 정부가 필요하지 않다.” ―국제 정치 지형에서 한국의 위치에 대한 정치 지도자의 고민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떤 스탠스가 필요한가. “이럴 때일수록 신뢰가 중요하다. 큰 나라들 사이에 놓여 있는 우리로선 그게 숙명이다. 안보에서는 미국과의 신뢰가 흔들려서는 안 되고, 경제 관계에선 중국과의 신뢰가 흔들려선 안 된다. 일본과는 역사에서 시작된 문제가 최근 일본 지도자의 태도 때문에 감정적인 선으로까지 커졌다. 일본을 우정으로 대하는 사람으로서, 일본이 더 많이 후회할 거라고 생각한다.” ―대학생 때 하숙비를 못 낼 정도로 가난한 성장기를 보냈다. 이런 경험이 이 총리의 정치에 어떤 영향을 줬나. “내 몸에 그런 정서가 피처럼 흐르고 있다. 대학 시절 1학년 때부터 아버지가 하숙비를 못 보냈다. 1년은 입주 가정교사를 했고 이후 친구 자취방과 선배 하숙방을 전전했다. 내 대학 졸업 앨범에는 시신을 찍어놓은 것 같은 얼굴이 하나 있는데 그게 나다. 입대 영장이 나오자마자 하루도 지체하지 않고 군대를 갔다. 그런 경험이 약자에 대한 연민 같은 걸로 작동하는 것 같다. 나의 청춘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이제 다시 새로운 정치의 무대로 나서게 된다. 총리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큰 변곡점은 언제인가. “전남도지사 시절이다. 기자와 국회의원은 왕성한 문제의식으로 일한다. 그러나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수행되며, 때로는 왜곡되거나 악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모른다. 그것을 지사와 총리로 일하면서 더 알게 됐다. 선거 역시 도지사 선거가 가장 모험적인 도전이었다. 정치권에선 다들 (내가) 진다고 했다. 조직에선 내가 밀린 게 맞다.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정치권은) 기존에 입력된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는 버릇이 있다 보니 다이내믹한 변화를 미처 못 본 거다.”▼ “안보에선 美와, 경제에선 中과 신뢰 흔들려선 안돼” ▼“상대 짓누른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험한 말 하는 사람들이 단명하더라”―대선 주자로서는 세력과 계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국면에선 그 생각을 별로 하고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나를) 돕는 사람이 필요한 건 맞다. 다만 계파나 조직에 너무 함몰되는 정치가 발전적일까에 대한 의문이 있다. 좀 (상황을) 보자.” ―내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이 있는가. “아직 뭐라 얘기하기가 적절치 않다. 당의 생각을 알기도 전에 내 의사를 조금이라도 내비친다는 것은 당에 부담이 될 것 같다.” ―국회가 꽉 막혀 있다. 어떻게 해야 야당과의 협치가 가능할까. “전무후무한 2017년 대통령 탄핵 여진이 이어지면서 최근 몇 년간 한국 정치는 특수한 상황에 놓였다. 내년 총선이 한국 정치의 큰 분기점이 될 것이다. 총선 결과에 따라 협치의 가능성이 열릴지, 아니면 극단의 정치가 지금보다 기승을 부릴지 갈림길에 있다. 자칫 유럽을 휩쓰는 것 같은 극단의 정치가 득세할 수도 있다. 정당들이 자기 쪽만 돌아보면서 기대려 하지 말고 상대를 쳐다보면서 국가대계를 건설적으로 꾸려가야 한다.” ―이 총리 하면 ‘사이다 발언’으로 상징되는 말과 글이다. 그런데 요즘 정치의 말과 글이 너무 거칠다. 후배 정치인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상대편을 짓누른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우리 캠프, 반대 캠프가 아닌 그 가운데 회색 지대에 놓인 사람을 끌어오는 게 중요하다. 후임 대변인들에게도 이를 많이 이야기해 줬다. 그리고 대체로 보면 험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단명하더라.”○ “문 대통령, 친구들과 막걸리라도 한잔 했으면…” ―역대 대통령들과의 추억이 남다를 듯하다. DJ,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까지 각각 어떻게 기억돼 있는가. “DJ는 말과 글에 대한 집념이 대단했다. 기자나 교수 출신이 연설문을 써도 ‘혼이 없다’며 당신이 다시 쓰셨다. DJ가 존경받는 지도자라면 노 전 대통령은 사랑받는 지도자였다. 때로는 거칠게 보이는 것마저도 대중적 사랑의 원천이었다. 대통령 후보 시절 말실수를 한 게 화가 나서 대변인으로서 전화했더니 ‘제가 사고 쳤죠. 소주 한잔 합시다’ 이러더라.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진지하고 신념이 강하다. 굉장히 치밀하게 생각하면서도 사람을 대할 때 따뜻하다. 술을 드셔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농담을 하지 않고 선을 지킨다.” ―문 대통령이 총리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게 도리”라고 표현했다. “과분한 말씀을 해주셨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평가는) 제 역량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따듯함과 배려가 반영됐다. 얼마 전 주례회동에서 ‘중점 관리 대상인 28건의 갈등 과제 중 18개가 개선됐거나 개선 과정에 있다’고 (퇴임 전) 결산보고를 드렸다. 그랬더니 ‘하나하나가 오랜 세월을 끈 문제였는데 총리님께서 참 수고 많이 하셨다’고 하시더라. 대통령은 자신의 뜻과 다르더라도 ‘왜 이렇게 못하냐’가 아니라 당신의 생각을 말씀해주신다.” ―떠나면서 문 대통령에게 고언을 해준다면…. “조금 더 여유 있게 일하셨으면 좋겠다. 때론 피로 기미도 보이신다. 친구들과 막걸리도 한잔 하면서 조금씩 쉬시는 게 좋을 거 같다.” ―스스로 “이낙연은 ○○○ 총리였다”고 평가한다면…. “많은 국민으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세월이 흘러도 ‘좋은 총리였다’고 기억된다면 영광이겠다.” 인터뷰=이승헌 정치부장 / 정리=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 기자 ▼ 李총리, 바지 뒷주머니엔 항상 ‘깨알 수첩’ ▼정책구상-대화내용 빼곡히 적어… 4월 강원산불 8쪽 메모 화제공무원들에도 업무문화로 확산… 수첩 한권 다 쓰는데 한달 안걸려이낙연 국무총리의 바지 오른쪽 뒷주머니엔 항상 종이 수첩 한 권(사진)이 들어있다. 매일 만난 사람들의 이름과 주요 발언부터 순간순간 떠오르는 정책 구상이나 아이디어까지 빼곡히 적는 ‘깨알 수첩’이다. 올해 4월 강원도 산불 당시에도 통신장애부터 잔불 정리, 뒷불 감시, 이재민 대책 등 재난 발생에 따라 필요한 조치들이 8쪽에 걸쳐 적힌 그의 수첩이 화제가 됐다. 22일 인터뷰를 할 때도 뒷주머니에 수첩이 있었다. 하루 전날인 21일 산불 발생 후 네 번째로 방문한 고성 산불 피해 복구 현장에서 파악한 추가 관련 조치들을 적었다. 글씨는 금세 알아볼 수 있게 굵은 사인펜으로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어느덧 자신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가 된 수첩에 대해 이 총리는 “하다 보니 쓰는 게 습관이 됐다”고 했다. 21년 기자 생활을 하면서 굳어진 습관이다. 그는 “쓰면 훨씬 더 기억이 되고 머릿속에 남는다”고 했다. 이 총리는 “20여 명과 저녁에 막걸리를 마시며 간담회를 하더라도 메모를 하기 때문에 끝날 때쯤엔 전원의 성함과 직함을 기억할 수 있다”며 “30명까진 즉석 암기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이 총리의 메모 습관은 그가 총리로 재직하는 2년 6개월여 사이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업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총리는 “(회의에) 배석하는 국장이나 차관이 (수첩에) 메모도 하지 않고 멀뚱멀뚱 있거나, 회의 자료 뒤쪽에 끄적이는 걸 보면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저러지’ 싶어 갑갑하기도 했다”며 “내가 배석자들에게 일일이 답변을 요구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점점 수첩에 메모하는 고위공무원들이 늘더라”고 했다. 그는 평소 다 쓴 수첩은 침대 머리맡 서랍에 보관하다 서랍이 꽉 차면 다른 서랍으로 옮겨둔다고 했다. 수첩 한 권을 다 쓰기까지 한 달이 채 안 걸린다고 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12·16부동산정책으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에 이어 여당도 내년 총선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다주택 처분’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19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고위공직자 ‘1가구 1주택 선언’에 박수를 보낸다”며 “청와대에서 시작된 선언이 정부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노(No, No) 아베’ 운동처럼 ‘노노 2주택’ 국민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며 “총선에 출마하는 모든 민주당 후보들이 집을 재산 증식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을 처분할 것을 서약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민주당 소속 모든 선출직 후보들에게도 이런 서약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 내 다주택 현역 의원은 3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당정청이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개인재산권을 침해하는 수준의 대증요법에만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의 한 인사는 “최근 돌아가신 부모님으로부터 집을 상속받아 2주택자가 됐는데 당장 총선 전에 어떻게 처분하라는 것이냐”며 “당정청의 반경제적 사고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강성휘 yolo@donga.com·김지현 기자}
석패율제 도입을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정당들은 19일에도 팽팽한 기 싸움만 이어갔다. ‘밥그릇’을 의식한 양보 없는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연내 처리도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4+1’ 협의체는 이날 별다른 접촉 없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민주당은 아예 선거법에 비해서는 상당 부분 합의가 이뤄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 법안의 우선 처리를 제안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차례차례 처리하자. 민생 먼저, 검찰개혁 먼저 마무리 짓는 것도 열어놓고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안신당은 자신들이 전날 제안한 선거제 개정안 단일안을 민주당이 받지 않는 경우 추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마치 (검찰개혁 법안을) 볼모로 해서 (협상을) 안 한다는 것처럼 하지 말라. 얼마나 비겁한 행동인가”라고 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내놓은 ‘3+1’안이 최종안이며 추가 논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당초 민주당은 4+1 합의안이 나오는 대로 20일경 본회의를 열어 임시국회 회기를 결정한 뒤 23일 새로운 임시국회를 여는 전략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4+1 협상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하면서 선거법을 둘러싼 냉각기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4+1의 이전투구를 겨냥해 “여의도 타짜들”이라고 비난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석 나눠먹기를 위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꼴불견”이라며 “누더기를 넘어 걸레가 되고 있는 선거법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이지훈 기자}

12·16부동산정책으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에 이어 여당도 내년 총선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다주택 처분’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19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고위공직자 ‘1가구 1주택 선언’에 박수를 보낸다”며 “청와대에서 시작된 선언이 정부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노(No, No) 아베’ 운동처럼 ‘노노 2주택’ 국민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며 “총선에 출마하는 모든 민주당 후보들이 집을 재산 증식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을 처분할 것을 서약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민주당 소속 모든 선출직 후보들에게도 이런 서약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 내 다주택 현역 의원은 3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서울과 청주 등에 주택 4채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2주택자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당정청이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개인재산권을 침해하는 수준의 대증요법에만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한 인사는 “최근 돌아가신 부모님으로부터 집을 상속받아 2주택자가 됐는데 당장 총선 전에 어떻게 처분하라는 것이냐”며 “당정청의 반경제적 사고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스스로 내려놓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라며 “(주택 처분이) 갑작스럽게 되는 게 아니라서 바로 공천에 반영할지는 아직 모른다”고 진화에 나섰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정당들이 18일에도 선거법 개정안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과 대안신당 대표들은 △21대 총선에 한해 ‘연동형 캡(상한선) 30석 적용’ △석패율제 도입 등을 담은 합의안을 민주당에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석패율제 도입에 대해선 재고를 요청하기로 했다. 석패율제를 둘러싼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4+1 협의체 공조를 통한 선거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선거법 합의 놓고 엎치락뒤치락 4+1 민주당을 제외한 3+1 협의체 대표들은 이날 오전 회동에서 연동형 캡 30석 등 선거법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회동 후 “우리 4당 대표는 확고한 공조로 선거제 개혁,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해나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선거제 개혁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석패율제에 대해선 “우리나라 정치의 아주 큰 병폐인 지역 구도를 철폐하고 완화하기 위해 최소한이라도 도입해야 한다”며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절실히 원하던 바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3시간가량 이어진 민주당 의총에선 석패율제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당초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선거법 원안과 달리 현재처럼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의 선거법 개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석패율제 도입은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낙선한 지역구 출마자들이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되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비례대표가 아니라 ‘지역구 의원’이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현재 47석보다 겨우 3석만 비례대표 의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상당수가 지역구 의원이나 출마자로 채워질 수 있다”며 “석패율제를 도입할 명분이 없다”고 반대했다. 석패율제가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중진 의원 재선용에 그칠 수 있다는 것도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 이유 중 하나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뒤에 “석패율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훨씬 더 많이 나왔다”며 “석패율제에 대해 재고해 달라고 한 것은 3+1 합의에 나온 석패율을 우린 못 받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일단 4+1 협의체를 통해 선거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해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의총을 통해 협상 전권을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위임했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말한 대로 중진 의원들에게 석패율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단서 조항을 단다면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석패율제 재고를 요청하자 합의했던 야3당과 대안신당은 발끈했다. 손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합의문이 사실상 우리의 최후통첩이었다”며 “민주당이 선거법을 안 받으면 검찰 개혁 법안 등 처리도 안 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안하무인으로 나오면 총리 인사청문회 등 다른 현안에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민주당, 원포인트 국회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자유한국당과 4+1 협의체에 예산 부수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할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도 제안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원포인트 국회를 열자고 야당 전체에 제안할 것”이라며 “회기 결정 안건을 두고 다툼이 있었기에 (본회의 개최 일정에 대한) 협의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법을 둘러싼 협상이 진통을 겪는 상황에서 4+1 협의체 소속 정당들이 본회의 개최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선거법 등을 놓고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패스트트랙 법안의 연내 처리를 사실상 포기하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날 의원총회에서 한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석패율제를 갖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 없다. 일단 올해 안에 선거법은 안 하기로 약속하고 민생 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연동형 캡(cap) ::연동률을 적용할 비례대표 의석 최대치. 전체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 ‘캡’을 씌운다면 30석이 연동형으로 나눌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 최대치가 된다.:: 석패율제 ::지역구 선거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2위 후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구제하는 제도. 이를 위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 중복 입후보를 허용할 수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최고야 기자}

“정세균만 빠지면 다시 ‘보수 텃밭’”(자유한국당) vs “종로는 이제 중도진보 지역”(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내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 빅매치설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정치권에선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보수 텃밭이었던 종로에서 정세균 의원이 재선을 하는 동안 표밭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지만 한국당으로서도 얼마든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여전히 해볼 만한 지역이라는 것. 민주당은 수성을, 한국당은 탈환을 충분히 노릴 만한 절묘한 정치 지형이 현재 ‘정치 1번지’인 종로에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종로는 서울 시내 다른 지역 대비 주민 평균 연령대가 높고 인구 이동이 적어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분류돼왔다. 독립 선거구로 첫 총선을 치른 13대 이후 18대 총선까지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 보수 정당 출신 후보가 내리 당선됐다. 정 후보자와 1998년 보궐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보수의 텃밭이었던 셈이다. 그러던 종로는 19대 총선부터 급격하게 보수색이 옅어지는 양상을 보였고 20대 총선에서는 더 엷어졌다. 정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종로 내 17개 투표 권역 중 15곳에서 승리했다. 정 의원이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패배한 곳은 사직동과 평창동. 종로 내 가장 부촌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사직동에서는 오 전 시장이 2486표, 정 의원이 2383표로 103표 차였다. 평창동에서는 오 전 시장이 4619표, 정 의원이 4571표로 48표 차. 다만 이 가운데 고급 빌라 및 주택촌이 밀집한 구기동의 경우 정 의원이 오 전 시장보다 114표 많이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도 종로지역 마지막 남은 보수 표심만 확실하게 잡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야권 고위 관계자는 “종로를 동별로 나눠서 보면 평창동, 구기동은 영남 출신이 많고 낙원동 등에 호남 출신이 많다”며 “이 때문에 정 의원은 국회의장 시절에도 일부러 평창동에서 식사하고 주민들을 만나면서 평창동·구기동 일대를 적극 공략했다”고 했다. 정 의원은 20대 총선이 끝난 뒤 21대 총선을 염두에 두고 가장 투표 수가 적게 나온 사직동 내 대형 아파트 단지로 집을 옮기기도 했다. 최근 재개발을 거쳐 ‘경희궁 자이’ ‘경희궁 롯데캐슬’ 등 신축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교남동 무악동 지역도 종로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의 ‘원 맨 플레이’였을 뿐 여전히 종로는 보수 우세 지역이라는 의견이 많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도 “종로는 지역 특성상 당보다 인물을 보고 뽑는 성향이 강하다.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중량감이 있는 후보를 내야 승리할 수 있는 분위기”라며 “과거에 비해 보수 색채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중도보수가 가장 인기가 많고 중도진보까지가 마지노선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국당과 민주당은 종로에 내보낼 후보자를 두고 고민이 적지 않다. 민주당에선 이낙연 총리, 한국당에선 황교안 대표가 여전히 종로 도전을 재고 있다. 김지현 jhk85@donga.com·강성휘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정당들이 18일에도 공직선거법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전날 심야회동에 이어 이날도 석패율제가 문제였다. ‘4+1’ 협의체가 1차 마지노선으로 잡은 26일 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여전히 불투명한 형국이다. 이날 오전 민주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는 △21대 총선에 한해 ‘연동형 캡(상한선) 30석 적용’ △석패율제 도입 등을 담은 합의안을 민주당에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시적 연동형 캡 적용은 수용하되 석패율제 도입에 대해선 군소 야당들에 재고를 요청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토론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새 선거법을 적용하면 가뜩이나 민주당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드는데 여기에 석패율제까지 받으면 비례대표가 더 줄어든다”고 반발했다. 한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석패율제를 갖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 없다. 일단 올해 안에 선거법은 안 하기로 약속하고 민생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4+1 협의체는 선거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해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의총을 통해 협상 전권을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위임했다. 민주당은 또 자유한국당과 4+1 협의체에 예산 부수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할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도 제안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원포인트 국회를 열자고 야당 전체에 제안할 것”이라며 “회기 결정 안건을 두고 다툼이 있었기에 (본회의 개최 일정에 대한) 협의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김지현기자 jhk85@donga.com박성진기자 psjin@donga.com}

“정세균만 빠지면 다시 ‘보수 텃밭’”(자유한국당) vs “종로는 이제 중도진보 지역”(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내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 빅매치설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정치권에선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보수 텃밭이었던 종로에서 정세균 의원이 내리 재선을 하는 동안 표밭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지만 한국당으로서도 얼마든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여전히 해볼 만한 지역이라는 것. 민주당은 수성을, 한국당은 탈환을 충분히 노릴 만한 절묘한 정치 지형이 현재 ‘정치 1번지’인 종로에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종로는 서울 시내 다른 지역 대비 주민 평균 연령대가 높고 인구 이동이 적어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분류돼왔다. 독립 선거구로 첫 총선을 치른 13대 이후 18대 총선까지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 보수 정당 출신 후보가 내리 당선됐다. 정 후보자와 1998년 보궐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보수의 텃밭이었던 셈이다. 그러던 종로는 19대 총선부터 급격하게 보수색이 옅어지는 양상을 보였고 20대 총선에서는 더 엷어졌다. 정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종로 내 17개 투표 권역 중 15곳에서 승리했다. 정 의원이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패배한 곳은 사직동과 평창동. 종로 내 가장 부촌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사직동에서는 오 전 시장이 2486표, 정 의원이 2383표로 103표 차였다. 평창동에서는 오 전 시장이 4619표, 정 의원이 4571표로 48표 차. 다만 이 가운데 고급 빌라 및 주택촌이 밀집한 구기동의 경우 정 의원이 오 전 시장보다 114표 많이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도 종로지역 마지막 남은 보수 표심만 확실하게 잡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야권 고위 관계자는 “종로를 동별로 나눠서 보면 평창동, 구기동은 영남 출신이 많고 낙원동 등에 호남 출신이 많다”며 “이 때문에 정 의원은 국회의장 시절에도 일부러 평창동에서 식사하고 주민들을 만나면서 평창동·구기동 일대를 적극 공략했다”고 했다. 정 의원은 20대 총선이 끝난 뒤 21대 총선을 염두에 두고 가장 투표 수가 적게 나온 사직동 내 대형 아파트 단지로 집을 옮기기도 했다. 최근 재개발을 거쳐 ‘경희궁 자이’ ‘경희궁 롯데캐슬’ 등 신축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교남동 무악동 지역도 종로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의 ‘원 맨 플레이’였을 뿐 여전히 종로는 보수 우세 지역이라는 의견이 많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도 “종로는 지역 특성상 당보다 인물을 보고 뽑는 성향이 강하다.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중량감이 있는 후보를 내야 승리할 수 있는 분위기”라며 “과거에 비해 보수 색채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중도보수가 가장 인기가 많고 중도진보까지가 마지노선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국당과 민주당은 종로에 내보낼 후보자를 두고 고민이 적지 않다. 민주당에선 이낙연 총리, 한국당에선 황교안 대표가 여전히 종로 도전을 재고 있다.김지현기자 jhk85@donga.com강성휘기자 yolo@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국회의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지명했다. 정 후보자가 국회 인준투표를 통과하면 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 총리가 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직접 브리핑을 갖고 “문재인 정부 제2대 국무총리로 정 의원을 모시고자 한다”며 “새 총리 후보자는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며 민생과 경제를 우선하도록 내각을 이끌고, 국민께 신뢰와 안정감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 지명 배경에 대해 “우선 경제를 잘 아는 분”이라며 “6선의 의원으로 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췄다”고 했다. 1950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난 정 후보자는 전북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쌍용그룹 임원을 거쳐 정계에 입문했다. 문 대통령은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면서도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김진표 의원을 차기 총리로 검토하다 진보진영의 반대에 부딪히자 정 후보자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가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총리라는 중책에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 출신이 행정부 2인자인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첫 사례인 만큼 국회 인준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정 후보자 지명에 대해 논평을 내고 “70년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고, 기본적인 국정질서도 망각한 정권의 폭주를 보여주는 폭거”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당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국회의장이 국무총리로 지명된 건 삼권분립에 침을 뱉는 후보 지명”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인 이낙연 총리에 대해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복당을 기정사실화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김지현·이지훈 기자}
서울 종로 현역 의원인 정세균 총리 후보자(69)는 최근까지도 조찬 모임이 없는 날이면 매일 오전 6시 인왕산을 오르며 지역 구민들과 ‘밀착 스킨십’을 해왔다. 지역 구민들 사이에선 “종로 바닥에 세 명만 모여도 정세균이 있다”는 말이 농담처럼 돌 정도로 지역구에 애착을 보였다. 전북 진안 출신인 정 후보자는 전주 신흥고와 고려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말끔한 외모와 달리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교 시절 학교 매점에서 빵을 팔아 학자금을 벌었다. 그는 “친구들은 매점에서 빵을 파는 ‘빵돌이’라고 놀렸지만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그는 빵돌이를 하면서도 학생회장에 출마해 당선됐고 고려대에서도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대학 졸업 후엔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해 17년간 미국 주재원과 상무이사 등을 거치며 기업 현장 경험을 쌓았다. 노무현 정부에선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경제통’ 정치인이라는 점 외에 그의 오랜 정치 경력과 특유의 온화한 인품도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열린우리당 의장·원내대표 및 민주당 대표와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등을 역임하며 야당과도 원만한 관계를 이어왔다. 정 후보자가 국회 인준 절차를 통과하면 백두진 정일권 전 국무총리에 이어 입법부 수반인 국회의장과 행정부 수반인 국무총리를 모두 거친 사상 세 번째 주인공이 된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들과 대화했고 나 자신도 깊은 성찰을 통해, 국민에게 힘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수락했다”고 했다. 정 후보자가 총리에 임명되면 문재인 대통령과 어떤 호흡을 보일지에도 정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두 사람은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등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인 사이다. 결국 민심에서 앞선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정 후보자는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국회가 갈수록 ‘선거법 블랙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밥그릇 챙기기에 골몰하는 군소 야당들과 결사반대를 외치는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갈팡질팡하며 눈치작전만 이어갔다. 각 당의 힘겨루기 속에 시급한 내년도 예산부수법안과 200개 가까운 민생법안이 인질로 붙잡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눈치 보다 ‘자승자박’ 민주당 당초 ‘4+1’ 협의체는 여야 원내대표 3당 회동이 결렬되면 16일 선거법 등 합의안을 마련해 본회의에서 상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4+1 협의체는 이날도 상정은커녕 연동형 캡 30석과 석패율제 도입을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단일안 마련에 실패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4월에 패스트트랙에 올린 원안의 정신과 원칙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고 배수진을 쳤다. 지역구 225석+비례 75석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원안에 대해서는 지역구 의석수 감소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원안 상정 시 자칫 여권이 추진하는 선거제도 개편이 물 건너갈 수 있다. 그만큼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군소 야당들과 한국당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민주당은 ‘4+1’ 협상이 뜻대로 안 되면 원안을 상정해 부결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전날부터 꺼내 들고 있는 ‘당 중진 재선 보장용 석패율제’라는 비판에 대해선 페이스북을 통해 “걱정하신다면 중진에게 석패율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선거법에 명문화할 것을 제안한다. (저는) 당당히 지역구민의 선택으로 승부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4+1 합의안이 진전이 없자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최우선 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를 위해 선거제 개정을 ‘미끼’로 4+1 협의체를 구성하려다가 자승자박(自繩自縛)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아무것도 안 될 수 있다. 부결되더라도 원안대로 상정하는 게 낫다”며 “내년 총선에서 공수처 설치 등 개혁을 위해 국회선진화법의 장벽을 뚫고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180석을 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공수처 설치법은 21대 국회에서 처리해도 된다”고 말했다.○ 협상 사실상 거부하며 거리로 나선 한국당 제1야당인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결사반대를 외치면서 극단적인 대치만 이어가는 것도 국회 파행의 한 원인이다.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199개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을 시작으로 13일엔 ‘임시국회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민생법안 처리를 가로막으며 번번이 본회의 개최를 무산시켰다. 황교안 대표는 “여권 (4+1 협의체) 정당들이 의석 나눠먹기 밥그릇 싸움을 하다가 욕심을 다 못 채우니 파투가 났다”며 “연동형 비례제는 정계 은퇴해야 마땅한 구태 정치인들의 연명 장치이자 노후 보장제도라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의장은 이날 본회의 연기를 선언한 뒤 입장문을 통해 “한국 정치에 데모크라시는 온데간데없고, 비토크라시(Vetocracy)만 난무하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이 아닌 거부와 반대만 일삼는 정치, 상대를 경쟁자, 라이벌이 아닌 에너미, 적으로 여기는 극단의 정치만 이뤄지는 상황에 자괴감을 느낀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최고야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상정하겠다고 공언했던 13일에도 결국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당장 내년 총선부터 적용될 선거법을 둘러싸고 각자 당리당략과 ‘밥그릇 사수’에 몰입하다 사분오열만 거듭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본회의도 끝내 열리지 못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주말 동안 다시 4+1 협상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민주당도 이날 제안한 중재안이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못박은 만큼 4+1 합의안 도출까지도 만만치 않은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까지 4+1 협의체는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 50% 연동률’이라는 큰 틀과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을 3년 평균치로 한다는 데에만 공감대를 이룬 상태였다. 전날 밤 12시까지 협상을 이어갔던 협의체는 이날도 원내대표급 회동을 열고 △연동형 캡 △석패율제 △봉쇄조항 등 막판 쟁점 조율에 나섰다. 그동안 전체 비례대표 50석 중 25석에만 캡을 씌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자고 주장해 온 민주당은 나머지 야당의 반대를 고려해 상한선을 5석을 확대한 30석을 새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50석 중 30석만 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하고 나머지 20석은 현행 선거법대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자는 것. 민주당 주장대로 캡을 씌우게 되면 연동률은 원안이었던 50%보다 낮은 40% 수준으로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지역구 선출 가능성이 낮은 군소정당들 입장에선 연동률이 올라갈수록 차지할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이날 오후 바른미래당 손학규, 정의당 심상정,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따로 만나 민주당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심 대표는 “(민주당이) 원칙을 뒤집었다”며 “개혁 취지에 아랑곳 않고 막판에 후려치기로만 하니까 문제가 있지 않냐고 (의견을) 공유했다”고 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저녁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의석을 원안(75석)보다 적은 50석으로 줄이면 기존 방식인 병립형으로 배분하는 비례대표 의석이 대폭 줄어든다”며 “그러면 우리 당이 지금까지 국민참여경선 등을 통해 전략적으로 운영해 온 ‘공천 쇼케이스’ 같은 비례대표제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 이를 최소한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석패율제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나머지 정당 간 견해차가 남았다. 그동안 민주당은 지역주의 극복을 고려해 석패율제를 권역별로 도입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정의당 등 군소 야당은 전국 단위 도입을 주장했다. 이에 협의체는 석패율제를 전국 단위로 도입하되 6개 권역에 대해 1명씩 총 6명 이내에서 각 당이 석패율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으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이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석패율제가 결국 지역구 당선을 보장하기 어려운 군소 정당의 지도부에만 혜택을 주는 제도”라는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잠정합의안이 무산된 만큼 민주당은 석패율제에 대한 당론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최소 정당득표율 기준인 ‘봉쇄조항’에 대해선 민주당이 5%를 주장하기도 했으나 현행대로 3%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 의석수가 적으면 비례대표로 부족분을 채우는 제도. 연동률 100%의 경우 A정당이 10%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하고 지역구 10석이 당선됐다면 총 300석의 10%인 30석을 보장받아 비례대표 20석을 추가로 받는다. 같은 조건에서 연동률 50%(준연동형)를 적용하면 그 절반인 10석을 받게 된다. 연동형 캡(cap)=연동률을 적용할 비례대표 의석 최대치. 전체 비례대표 50석 중 25석에 ‘캡’을 씌운다면 25석이 연동형으로 나눌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 최대치가 된다.석패율제=지역구 선거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2위 후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구제하는 제도. 이를 위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 중복 입후보를 허용한다. 봉쇄조항=비례대표 의석은 정당득표율로 배분하지만,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 등 그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3% 미만 지지를 받은 군소 정당들의 국회 진입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어 ‘봉쇄조항’으로 불린다. 김지현 jhk85@donga.com·강성휘 기자}

13일 첫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벼랑 끝에 선 여야는 12일 하루 종일 막판 협상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와 선거법 단일안 도출에 주력하는 동시에 한국당과의 물밑협상도 투 트랙으로 이어갔다. 하지만 4+1 협의체에서도 12일 밤 현재까지 선거법 단일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 여야 간 협상 전망은 물론 본회의 처리 전망도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등 4+1 협의체는 13일 본회의가 열리면 10일 처리 못 하고 남은 22개 예산부수법안에 이어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검찰개혁법, 유치원 3법, 민생법안 순으로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선거법이 상정되면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을 굳이 막거나 방해하지 않겠다”며 “그 대신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우리도 당당히 토론에 참여하겠다”고 ‘맞불 필리버스터’를 예고했다. 문제는 상정까지 하루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선거법을 둘러싼 ‘4+1’ 간 이견이 아직 남았다는 점이다. 큰 틀에서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 △비례대표 연동률 50%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은 선거일 전 3년 평균 등에는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캡(연동률 적용 상한선) 도입과 봉쇄 조항(비례대표 배분을 위한 최소 득표율 규정), 석패율제 등을 두고 여전히 서로 셈법이 다르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에 비례대표 50석 중 절반인 25석만 50% 연동률을 적용해 배분하고 나머지 25석은 현행 선거법처럼 병립형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한국 사람들은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데에 대한 반감이 크다”며 “예산안에 이어 선거법까지 제1야당을 배제했다는 여론은 민주당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정의당 등 다른 야당들은 반대하고 있다. 봉쇄 조항(정당 득표율 3% 미만 정당에는 비례대표를 배분하지 않는 제도) 및 석패율제(지역구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제도)도 이견이 남았다. 이날 오후 선거법 단일안을 찾기 위해 만난 4+1 협의체 실무단은 전날에 이어 서로 이견만 확인한 채 회의를 멈췄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합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는 “좁혀진 것도 없고 (캡 등에 대해) 여전히 평행선”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당과 4+1 협의체 사이에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심상정 정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더 이상 한국당과의 ‘무늬만 협상’을 반복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은 50% 연동률마저 보장하지 않는 수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은 4+1 협의체의 선거법 단일안 도출 및 상정 움직임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헌”이며 공수처는 “친문 수사처”라면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시에 범여권이 선거법 단일안을 만들어낼 경우 패스트트랙으로 급속히 진행되는 만큼 ‘비례대표 완전 폐지에 지역구 270석’이라는 당론을 고수하기보다는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한국당 안팎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 핵심 의원은 “지역구 의원 250명, 비례대표 50명에 연동률을 20∼30% 정도로 하면 한국당도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다양한 형태로 (민주당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심재철 원내대표도 “연동률을 20%로 대폭 낮춘다면 받을 수도 있다”고도 했던 만큼 양당이 주말 동안 막판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법은 한국당과도 합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김지현 jhk85@donga.com·최우열 기자}

5선의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경기 부천오정·68)이 내년 4·15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원 의원은 “돌아서는 모습이 초라하거나 추하지 않게 정치를 마무리하는 게 나를 선택해준 유권자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세대교체’가 핵심 화두가 된 데 대해 그는 “소장파 청년 세대의 국회 진입 벽을 허무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선이니까, 나이가 많으니까 물러나야 한다는 도식은 해법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3선의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갑·68)도 이날 원 의원과 함께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다음은 원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년 총선에서 6선이 되면 국회의장 후보 중 한 명인데 아쉽진 않은지. “20대 총선에 출마할 때부터 여기까지만 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은퇴자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제2의 인생’ 모델을 많이 만드는 것도 사회적으로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국회가 바뀌려면 20, 30대가 많이 들어와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소장파 청년 세대의 국회 진입 벽을 허무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청년, 여성의 진출 기회를 확대하는 제도는 필요하지만 단지 다선이니까, 나이가 많으니까 물러나야 한다는 도식 역시 해법은 아니다.” ―대다수 유권자는 각 당의 인적 쇄신을 원하는 듯하다. “사실 그동안 국회는 뿌리도 기둥도 안 남기고 휙휙 쓸려갈 정도로 세게 물갈이가 이뤄져왔다. 그게 바람직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현재 국회 내 5선 이상은 15명으로 전체의 5%다. 경쟁적인 물갈이가 꼭 근본 해법은 아니다. 21대 국회는 상임위원회별로 월 2회 이상 반드시 법률 심사를 하도록 하는 등 일하는 국회가 되도록 해야 물갈이 대상이 보인다. 관련 준법 캠페인을 불출마 선언한 자유한국당 김세연, 김영우 의원 등 다른 의원들과 구상하고 있다.” ―총선 예비후보등록일(17일)을 앞둔 지금이 물러날 적기라고 했는데, 어떤 후배들이 정치판에 들어왔으면 하는지. “우리 사회를 바꾸는 데 정치가 가장 중요한 영역이란 걸 인정해야 한다. 그런 인식 없이 내 존재를 실현하고 인정받기 위해서라는 사적 동기가 주가 돼선 안 된다. 시대정신을 읽고, 이를 갖추기 위해 평소 노력해온 사람이 정치로 들어와야 한다. 그리고 공부하는 자세가 국회의원에게 가장 중요하다.” ―차기 국무총리 후보군으로도 거론된다. “선출직은 내 결단이지만 그런 일(임명)들은 내가 결정할 건 아니다. 내 의지로 물러나는 정계 은퇴와 그건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 길진균 leon@donga.com·김지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이르면 이번 주에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들을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민주당이 10일 자유한국당의 반발에도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및 대안신당) 협의체’에서 마련한 예산안 수정안을 통과시키자,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앞두고 국회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됐다. 한국당은 민주당과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청와대 시녀’ ‘기회주의자’라고 맹비난하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예산안 처리 때처럼 ‘4+1 협의체’ 공조를 통해 패스트트랙 법안도 밀고 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총에서 의원 상당수는 “더 이상 한국당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은 문 의장이 끝까지 여야 간 합의안을 요구하는 데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고 한다. 민주당은 추후 한국당이 임시국회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시도할 가능성에 대비해 ‘맞불 필리버스터’도 준비하는 등 강경 대응책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하루짜리 임시국회를 여러 차례 여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본회의 정회 후 기자들과 만나 “(임시국회 기간이) 하루짜리일지 3일짜리일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패스트트랙 법안의 처리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도 내비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국당과의 협의가 불발되면 11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이 바짝 오른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한국당은 친문(친문재인) 독재로 가는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야합에 끝까지 맞서겠다”고 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선거제 개정안 등) 청와대 인사들과 폭넓게 협의를 진행해왔다”며 “민주당이 ‘4+1 협의체’와 우리 쪽 사이에서 간을 보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당은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친문 3대 게이트 국정농단 규탄 대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 규탄 총력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당 일각에서는 민주당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법은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유지하고 연동률 25% 미만 정도면 협상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협상파와 강경파가 나뉘어 있어 타협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지도부에서 ‘지역구 250, 비례대표 50’ 안 등 타협안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며 “심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협상안을 내더라도 의총 추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고야 best@donga.com·김지현 기자}
‘역대 최악’이라는 20대 국회는 예산안 처리도 결국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게 지각 처리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10일 오후 늦게까지 자유한국당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 협상을 이어갔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은 한국당과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했고, 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에서 마련한 수정안을 이날 오후 8시 40분경 상정해 오후 9시에 의결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슈퍼예산’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제1야당을 배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012년 제정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은 헌법에서 규정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회계연도 개시 30일 전·12월 2일)을 강제하기 위해 12월 1일이면 예산안 심사 완료 전이라도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는 법 시행 첫해인 2014년에만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켰고 2015년부터 매년 시한 내 처리에 실패했다. 국회가 5년째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2015년과 2016년에는 법정시한을 하루 넘긴 12월 3일 처리했고 2017년에는 12월 6일, 2018년에는 12월 8일로 매년 늦춰지고 있다. 올해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까지 엮이면서 가장 늦은 처리일로 새로 기록되게 됐다. 내용적으로도 역대급 부실 심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야 3당은 지난달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 진행하던 예산 증액과 감액 심사를 예결위 3당 간사들의 ‘간사 협의체’로 넘겼다. 법적 근거가 없는 초법적 밀실 기구다. 속기록도 남기지 않고 감시자도 없는 ‘소소위(小小委)’가 올해도 등장했다. 올해는 소소위마저도 여야 정쟁으로 지난달 30일 중단됐다가 9일 오후에야 재가동됐다. 이마저도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10일 오전 돌연 협상이 중단됐다. 형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예산 심사를 주도한 4+1 협의체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4+1 협의체는 누가 얼마의 예산을 깎고 늘렸는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당은 “4+1 협의체의 수정안은 불법”이라며 예산안 처리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어갈 방침이다.김지현 jhk85@donga.com·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