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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의 100년 역사와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가 발간됐다. 2016년 개원 100주년을 맞은 국립소록도병원은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한 ‘소록도 100년, 한센병 그리고 사람, 백년의 성찰’(100년사·사진)을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100년사는 역사편과 의료편 등 두 권으로 구성됐고 별도 사진집도 있다. 일반적인 기관사는 성과와 발전상을 홍보하는 내용이 주로 담겨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100년사는 과거에 대한 성찰과 반성까지 담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역사편에서는 1945년 발생한 한센인 84명 학살 사건에 대해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병원 직원들에 의한 집단 학살’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기술했다. 일본인이 직접 채찍질을 하면서 한센병 환자들을 병원 본관 주위 중앙공원 조성 공사에 동원한 내용과 이를 찍은 사진도 담았다. 의료편은 국제 한센병 정책의 흐름, 병원 운영 및 관리 주체와 제도의 변화, 치료약 발전 과정 등을 서술했다. 사진집은 한센인들이 병고와 가난 속에서도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밴드부 활동, 운동회 격파 시범, 결혼식과 회갑연 등 교육과 자치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00년사 집필에는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실태 조사, 일제하 강제격리 피해 소송, 한센인 피해 사건 조사 보고, 국립소록도병원 구술 사료집 및 역사자료집 발간 등에 관여한 한센병 역사 연구가들이 참여했다. 박형철 소록도병원장은 “소록도의 가치를 보존하고 다음 세대가 인권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국립소록도병원은 ‘소록도 자혜의원’으로 설립돼 소록도 갱생원, 국립나병원 등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511명이 입원해 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A 커피숍. 기자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합성수지 컵(1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겨 나왔다. 같은 시각 매장 2층에 앉아있는 40여 명의 고객 중 11명이 합성수지 컵에 담긴 차가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이는 어느 커피전문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법 위반이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선 합성수지 컵을 오로지 테이크아웃용으로만 쓰도록 하고 있다. 매장 내에서 한 사람이라도 합성수지 컵을 사용하면 해당 사업장은 매장 면적에 따라 최소 5만 원(33m² 미만)에서 최대 50만 원(333m² 이상)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매장 내에선 차가운 음료라도 머그컵이나 유리컵, 종이컵을 사용해야 한다. 매장 내 합성수지 컵 사용 금지는 1994년 만들어진 규정이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 관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단속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시와 구청, 시민단체가 함께 세 차례 합동점검을 했다”며 “자치구마다 사정이 다르고 담당자가 1명밖에 없는 곳이 많아 단속에 나설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 곳도 많다. 환경부와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12개사)이나 패스트푸드점(5개사)은 일정 조건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매장 내 합성수지 컵 사용에 대한 지도점검을 면제받는다. 이들에게 부여된 조건은 △텀블러 사용 고객에게 음료가격 할인 혜택 제공 △주문 시 점원이 고객에게 머그컵 사용 여부 묻기 △회수된 일회용 컵을 분리 선별해 전문 재활용업체에 넘기기 등이다. 하지만 이들 매장에서도 협약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A 커피숍은 환경부와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었지만 기자에게 머그컵 사용 여부를 묻지 않았다. 자발적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17개사의 합성수지 컵 사용량은 2013년 2억2811만3000여 개에서 2016년 3억7818만3000여 개로 크게 늘어났다. 자발적 협약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일회용품 사용만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지도점검을 독려하고 자발적 협약 내용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A 커피숍. 기자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합성수지 컵(1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겨 나왔다. 같은 시각 매장 2층에 앉아있는 40여 명의 고객 중 11명이 합성수지 컵에 담긴 차가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이는 어느 커피전문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법 위반이다. ‘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선 합성수지 컵을 오로지 테이크아웃용으로만 쓰도록 하고 있다. 매장 내에서 한 사람이라도 합성수지 컵을 사용하면 해당 사업장은 매장 면적에 따라 최소 5만 원(33㎡ 미만)에서 최대 50만 원(333㎡ 이상)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매장 내에선 차가운 음료라도 머크컵이나 유리컵, 종이컵을 사용해야 한다. 매장 내 합성수지 컵 사용 금지는 1994년 만들어진 규정이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 관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단속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시와 구청, 시민단체와 함께 세 차례 합동점검을 했다”며 “자치구마다 사정이 다르고 담당자가 1명밖에 없는 곳이 많아 단속에 나설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 곳도 많다. 환경부와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12곳)이나 패스트푸드점(5곳)은 일정 조건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매장 내 합성수지 컵 사용에 대한 지도점검을 면제받는다. 이들에게 부여된 조건은 △텀블러 사용 고객에게 음료가격 할인 혜택 제공 △주문 시 점원이 고객에게 머그컵 사용 여부 묻기 △회수된 일회용 컵을 분리 선별해 전문 재활용업체에 넘기기 등이다. 하지만 이들 매장에서도 협약 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A 커피숍은 환경부와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었지만 기자에게 머그컵 사용 여부를 묻지 않았다. 자발적 협약을 맺은 프랜차이즈 17곳의 합성수지 컵 사용량은 2013년 2억2811만3000여 개에서 2016년 3억7818만3000여 개로 크게 늘어났다. 자발적 협약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일회용품 사용만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지도점검을 독려하고 자발적 협약 내용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정부가 대표적 비급여 항목 중 하나로 꼽히는 상급 병실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환자의 입원료 부담은 낮아지지만 이보다 시급한 의료 사안을 두고 한정적인 재원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5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하나로 7월부터 2, 3인 병실 입원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4, 5, 6인실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상급종합병원을 기준으로 환자가 부담하고 있는 비용은 하루 최대 △4인실 2만9710원 △5인실 1만6090원 △6인실 1만2380원이다. 하지만 2, 3인실은 건보 적용이 안 돼 상급종합병원 기준 2인실 하루 20여만 원, 3인실 10여만 원 수준의 비용을 낸다. 병원마다 이 비용도 들쭉날쭉하다. 이 때문에 4인실 이상 병실이 부족해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2, 3인실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불만이 컸다. 복지부는 상급 병실 보험료를 얼마로 정할지, 환자는 얼마나 부담해야 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의료단체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환자 본인 부담률은 20∼50% 사이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병원의 의도적인 ‘2인실 밀어 넣기’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2, 3인실을 선택한 사람들까지 일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불가피하게 상급 병실을 이용하는 환자들을 지원하는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일부 환자의 편의를 위해 건강보험료를 낭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원료가 너무 낮아지면 상급종합병원에 환자들이 몰리고 퇴원을 꺼릴 우려가 있어 2, 3인실의 본인 부담을 좀 더 높여야 하는 것 아닌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무조건 상급 병실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보다 선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자가 원하지 않았는데 입원실 부족으로 불가피하게 상급 병실을 이용했거나 격리 필요 등 의사의 소견에 따라 상급 병실을 쓴 경우에 한해서만 건강보험료를 지원해 주자는 얘기다. 한정된 재원으로 상급 병실료까지 지원하게 되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다른 과제들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의료수가 문제나 중환자실 인력 부족 문제, 신생아실 수가 체계 개선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두고는 정부가 아직 뚜렷한 지원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의료 부문의 여러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양지윤(가명·23·여) 씨가 2일 서울 노원구에 있는 비만 치료 의료기관 365mc 노원점 접수창구 옆 인바디 기계에 오르자 체중이 84.2kg로 나왔다. 양 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세 자리였던 체중이 1개월 반 만에 17.5kg이나 줄어든 것. 지금까지 수차례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89kg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고, 그나마 다시 체중이 불곤 했다. 그동안 양 씨에게 제일 큰 걱정거리는 요요현상(체중 감량 이후 다시 살이 찌는 것)이었다. 채규희 365mc 노원점 대표원장은 “요요가 안 생긴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꾸준한 운동”이라며 “양 씨는 근육량 유지를 잘하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격려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양 씨는 일주일에 두 번씩 병원에 와 진행 상태를 체크하며 약물요법과 생활습관 교정 등의 관리를 받고 있다. 매일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식단일기도 기록한다. 양 씨는 ‘저소득층을 위한 꾸밈(꿈-I’m) 프로젝트’ 참가자다. 꾸밈 프로젝트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비만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저소득 고도비만 환자들에게 건강한 삶을 되찾아 주자는 취지로 동아일보와 ‘365mc’가 업무협약(MOU)을 맺고 진행한 공동 프로젝트다. 강영호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와 김익한 전공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저소득층 여성의 비만율이 고소득층 여성보다 높다. 참여자 선정은 동주민센터를 통한 접수와 대한지방흡입학회 홈페이지를 통한 모집 등 투 트랙으로 진행됐다. 전자를 통해서 양 씨가, 후자를 통해선 김현정(가명·22·여) 씨, 박미혜(가명·22·여) 씨가 선발됐다. 프로젝트는 피 검사와 인바디 체크 등 건강 상태 분석으로 시작했다. 선정됐을 당시 양 씨는 몸무게 101.7kg, 체질량지수(BMI) 39.7의 초고도비만이었다. 이 경우 처음부터 지방흡입 수술을 하면 회복하는 데도 힘이 들고 효과가 나기도 어렵기 때문에 체중 감량에 먼저 들어갔다. 이달 중순 복부와 허벅지, 종아리 등 부위에 지방흡입 수술을 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비만도가 낮은 팔뚝은 람스 시술을 받기로 했다. 람스는 365mc가 개발한 지방 세포를 직접 뽑아내는 시술이다. 국소 마취를 한 채 30분 내외로 짧게 진행돼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추출할 수 있는 지방 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방량이 많을 경우에는 주로 지방흡입이 추천된다. 양 씨와 달리 김 씨는 초고도비만은 아니기 때문에 체중 감량 절차 없이 다음 주에 수술을 받기로 했다. 상체와 하체 간 불균형이 심한 전형적인 상체 비만 상태여서 상체는 지방흡입 수술을, 하체는 람스 시술을 받을 예정이다. 채 원장은 “김 씨는 같은 나이대 여성에 비해 혈압이 높은 편”이라며 “현재와 같은 체형을 40대까지 유지할 경우 복부 비만 때문에 고혈압이 올 확률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양 씨와 비만 양상이 비슷한 박 씨는 먼저 체중을 20kg 감량한 후 수술을 받기로 했다. 현재 식욕을 조절해 주고 체지방 분해를 돕는 약을 처방받은 상태다. 과체중으로 인한 허리통증 등 근골격계에 문제를 겪고 있어 운동보다는 식단 조절에 당분간 주력할 계획이다. 세 참가자는 체형 때문에 그동안 남모르게 많은 고충을 겪었다고 한다. 수차례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만큼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체중을 감량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양 씨는 “학창시절 아이들이 내게 손가락질하면서 ‘진짜 뚱뚱하다’고 놀렸던 게 큰 상처로 남아 있다”며 “살을 빼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그만뒀던 애견미용학원도 다시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키 174cm로 여성으로서는 큰 키인 김 씨는 경호원이 꿈이다. 그는 “지금 체형으로는 경호원으로서 믿음감 있게 보이기는커녕 미련해 보인다”며 “꿈을 이루기 위해 꼭 살을 빼고 싶다”고 말했다. 박 씨는 “평소 88 사이즈를 입는데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다”며 “예쁜 옷을 입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꾸밈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의사는 채 원장과 안재현 365mc병원장, 김대겸 365mc병원 부병원장 등 현재 여섯 명이다. 5∼7월경 세 참가자의 수술 및 시술 과정이 끝난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규정을 벗어난 높이에 설치된 엉터리 측정소들 때문에 그동안 미세먼지 측정을 제대로 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환경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의원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도시대기측정소 264개 가운데 설치 규정을 지킨 곳은 46곳(17.4%)에 그쳤다. 대기오염측정망 설치·운영지침에 따르면 측정구의 높이는 원칙적으로 사람이 생활하고 호흡하는 높이인 1.5∼10m 사이가 돼야 한다. 하지만 전국 측정소의 측정구 높이는 아파트 6층 높이인 평균 14m로 나타났다. 측정구 높이가 10∼15m인 곳이 117곳(44.3%)으로 가장 많았고 △15∼20m 75곳(28.4%) △20∼25m 23곳(8.7%) 등으로 나타났다. 측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국민들이 실제로 들이마시는 미세먼지(PM10) 농도도 지금까지 환경부 발표보다 30% 가까이 더 짙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 말까지 전국 10곳 측정소와 이동측정차량을 이용해 2m 높이에서 측정한 농도를 비교 분석했다. 측정구 높이가 24.6m인 서울 서대문구 측정소에선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32μg으로 나왔지만, 이동측정차량에선 41μg으로 나타나 28%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부산 기장군과 대구 수성구 등 조사대상 10곳 중 7곳에서 측정소보다 이동측정차량에서의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게 나왔다. 미세먼지 농도가 다르게 나타나면서 미세먼지 예보도 달라졌다. 지난해 12월 24일 경기 군포시 측정소에선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75μg으로 나타나 ‘보통’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제 지상에서의 농도는 84μg으로 ‘나쁨’ 수준이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11일 낮 12시 서울 중구 을지로 삼성빌딩과 금세기빌딩 샛길은 식사하러 나온 회사원들로 붐볐다. 삼성빌딩 옆문으로부터 20걸음 떨어진 30m² 남짓한 공간에 두꺼운 겨울 점퍼를 입은 회사원 10여 명이 모여 담배를 물고 있었다. 이곳은 반경 100m 내에서 유일하게 흡연이 허용된 ‘흡연섬’이다. 중구가 금연거리로 정한 을지로와 남대문로9길, 반경 10m가 금연구역인 지하도·어린이집 출입구에서 절묘하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던 회사원 김모 씨(32)는 “몇 차례 과태료를 문 뒤 간신히 찾은 금쪽같은 장소”라고 말했다.○ 실외 금연구역 10만 곳 돌파 11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실외 금연구역은 지난해 6월 기준 10만1591곳에 이른다. 1995년 9월 금연구역 제도가 도입된 지 22년 만에 처음으로 실외 금연구역이 10만 곳을 넘었다. 실내 금연구역(128만3848곳)보다는 훨씬 적지만 증가율은 가파르다. 전년 대비 실내 금연구역은 4.1% 늘어난 반면 실외 금연구역은 12.2% 늘었다. 내년 1월부터 전국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 건물 주변 10m 내에서도 흡연이 금지돼 실외 금연구역은 더 확대된다. 금연구역은 크게 실내와 실외로 나뉜다. 실내 금연구역은 학교와 음식점, PC방 등 국민건강증진법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자동으로 지정된다. 반면 실외 금연구역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지정한다. 지자체들은 앞다퉈 지하철역 출입구나 버스 정류장 인근,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주요 보행로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담배 냄새를 못 참겠다”는 비흡연자의 민원이 잦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전국 시군구 229곳의 실내외 금연구역 138만5439곳을 면적으로 나눈 결과 km²당 금연구역이 가장 많은 곳은 부산 중구(1302곳)였다. 이어 서울 중구(927곳)와 대구 중구(796곳) 등 주로 도심 지역이었다. 기자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서울시청까지 500m를 걷는 동안 지나친 금연구역은 모두 19곳에 달했다. 반면 경남 밀양시(3.7곳)나 제주 서귀포시(1.4곳), 강원 평창군(0.7곳) 등에서는 금연구역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실외 금연구역만을 놓고 보면 지자체 간 격차가 더 크다.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지자체 자율로 정하기 때문이다. 대전은 실외 금연구역이 36곳으로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적었다. 인구가 150만 명 안팎으로 비슷한 광주는 이보다 53배 많은 1934곳을 실외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누더기 금연구역이 오히려 갈등 유발 곳곳에 실외 금연구역이 지정된 지역에서는 오히려 비흡연자가 많이 오가는 보행로가 흡연자들의 ‘핫스폿’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자체가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공원이나 이면도로를 중심으로 금연구역을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D타워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건물 사이의 종로3길이 대표적이다. 11일 오후 이곳에는 영하 10도의 한파에도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는 회사원이 끊이지 않았다. 보행자가 옆을 지나며 얼굴을 찌푸리거나 손으로 연기를 쫓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애초 이 지역 회사원들의 ‘흡연구역’이었던 청진공원과 D타워-KT광화문빌딩 샛길이 2년 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같은 시간 ‘금연구역’ 현수막이 내걸린 청진공원과 D타워-KT광화문빌딩 샛길을 오가는 보행자는 종로3길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흡연자인 오모 씨(36)는 “나도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지만 금연구역을 피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담배를 물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금연구역을 정할 때 대형건물 입주자의 입김이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차도나 사유지는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없다. 사적 157호인 서울 중구 환구단(조선 고종 때 제단) 터로 들어가는 프레지던트호텔 옆 골목길은 공유지여서 금연구역이지만 환구단 터를 품고 있는 웨스틴조선호텔 뒤편은 사유지로 흡연이 자유롭다. 일반인들이 볼 때는 아무런 원칙이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흡연자들은 거리 흡연시설(흡연부스)을 늘려 달라고 호소한다. 정부가 담배에 적잖은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기면서 흡연부스 설치에 너무 인색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흡연부스는 40곳이다. 반면 서울의 금연구역은 25만4797곳이다.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는 “주변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부스만 충분하다면 나머지 실외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흡연부스 확대에 난색을 표한다. 흡연부스는 환기시설을 갖춰도 담배 냄새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만큼 또 다른 민원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부스를 설치해도 간접흡연 위험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며 설치를 권고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외 금연구역이 많다지만 반대로 보면 그 외의 지역에선 전부 흡연이 가능하다”며 “흡연 공간이 부족하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11일 낮 12시 서울 중구 을지로 삼성빌딩과 금세기빌딩 샛길은 식사하러 나온 회사원으로 붐볐다. 삼성빌딩 옆문으로부터 20걸음 떨어진 30㎡ 남짓한 공간에 두터운 겨울 점퍼를 입은 회사원 10여 명이 모여 담배를 물고 있었다. 이곳은 반경 100m 내에서 유일하게 흡연이 허용된 ‘흡연섬’이다. 중구가 금연거리로 정한 을지로와 남대문로9길, 반경 10m가 금연구역인 지하도·어린이집 출입구에서 절묘하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던 회사원 김모 씨(32)는 “몇 차례 과태료를 문 뒤 간신히 찾은 금쪽같은 장소”라고 말했다.● 실외 금연구역 10만 곳 돌파 11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실외 금연구역은 지난해 6월 기준 10만1591곳에 이른다. 1995년 9월 금연구역 제도가 도입된 지 22년 만에 처음으로 실외 금연구역이 10만 곳을 넘었다. 실내 금연구역(128만3848곳)보다는 훨씬 적지만 증가율은 가파르다. 전년 대비 실내 금연구연은 4.1% 늘어난 반면 실외 금연구역은 12.2% 늘었다. 내년 1월부터 전국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 건물 주변 10m에서도 흡연이 금지돼 실외 금연구역은 더 확대된다. 금연구역은 크게 실내와 실외로 나뉜다. 실내 금연구역은 학교와 음식점, PC방 등 국민건강증진법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자동으로 지정된다. 반면 실외 금연구역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지정한다. 지자체들은 앞 다퉈 지하철역 출입구나 버스 정류장 인근, 사람이 많이 오가는 주요 보행로 등을 금연구연으로 지정하고 있다. “담배 냄새를 못 참겠다”는 비흡연자의 민원이 잦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전국 시군구 229곳의 실내외 금연구역 138만5439곳을 면적으로 나눈 결과 1㎢당 금연구역이 가장 많은 곳은 부산 중구(1302곳)였다. 이어 서울 중구(927곳)와 대전 중구(796곳) 등 주로 도심 지역이었다. 기자가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서울시청까지 500m 걷는 동안 지나친 금연구역은 모두 19곳에 달했다. 반면 경남 밀양시(3.7곳)나 제주 서귀포시(1.4곳), 강원 평창군(0.7곳) 등에서는 금연구역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실외 금연구역만을 놓고 보면 지자체간 격차가 더 크다. 주민의 요청에 따라 지자체 자율로 정하기 때문이다. 대전은 실외 금연구역이 36곳으로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적었다. 인구가 150만 명 안팎으로 비슷한 광주는 이보다 53배 많은 1934곳을 실외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누더기 금연구역이 오히려 갈등 유발 곳곳에 실외 금연구역이 지정된 지역에서는 오히려 비흡연자가 많이 오가는 보행로가 흡연자들의 ‘핫스폿’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자체가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공원이나 이면도로를 중심으로 금연구역을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D타워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건물 사이의 종로3길이 대표적이다. 11일 오후 이곳에는 영하 10도의 한파에도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는 회사원이 끊이지 않았다. 보행자가 옆을 지나며 얼굴을 찌푸리거나 손으로 연기를 쫓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애초 이 지역 회사원들의 ‘흡연구역’이었던 청진공원과 D타워-KT광화문빌딩 샛길이 2년 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같은 시간 ‘금연구역’ 현수막이 내걸린 청진공원과 D타워-KT광화문빌딩 샛길을 오가는 보행자는 종로3길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흡연자인 오모 씨(36)는 “나도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지만 금연구역을 피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담배를 물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금연구역을 정할 때 대형건물 입주자의 입김이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차도나 사유지는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없다. 사적 157호인 서울 중구 환구단(조선 고종 때 제단) 터로 들어가는 프레지던트호텔 옆 골목길은 공유지여서 금연구역이지만 환구단 터를 품고 있는 웨스틴조선호텔 뒤편은 사유지로 흡연이 자유롭다. 일반인들이 볼 때는 아무런 원칙이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흡연자들은 거리 흡연시설(흡연부스)을 늘려달라고 호소한다. 정부가 담배에 적잖은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기면서 흡연부스 설치에 너무 인색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흡연부스는 40곳이다. 반면 서울의 금연구역은 25만4797곳이다.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는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부스만 충분하다면 나머지 실외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흡연부스 확대에 난색을 표한다. 흡연부스는 환기시설을 갖춰도 담배 냄새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만큼 또 다른 민원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부스를 설치해도 간접흡연 위험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며 설치를 권고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외 금연구역이 많다지만 반대로 보면 그 외의 지역에선 전부 흡연이 가능하다”며 “흡연 공간이 부족하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올겨울 ‘최강 한파’가 찾아온다. 11일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영하 13도, 경기 파주 영하 18도, 전북 전주 영하 10도, 대구 영하 9도 등 전국적으로 전날보다 5도가량 떨어진다. 12일에는 기온이 더 내려가 서울 영하 15도, 파주 영하 21도, 전주 영하 13도, 대구 영하 10도 등 대부분 지역이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알래스카에 위치한 고기압의 정체로 북극에 있는 한기가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쪽으로 내려와 이번 한파를 몰고 왔다고 밝혔다. 찬 공기의 영향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실제 온도보다 2∼5도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11일 아침 체감온도는 영하 15도, 12일엔 영하 17도∼영하 18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겨울철 설악산 정상 추위와 맞먹는다. 10일 많은 눈이 내려 대설특보가 내려진 충남과 호남, 제주도 지역에는 11일에도 눈이 내린다. 12일 오전까지 예상되는 적설량은 충남과 호남 서해안이 5∼10cm, 제주도(산지 제외)가 3∼8cm다. 강추위는 주말부터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영하 7도, 부산 영하 4도 등 전국적으로 평년 기온을 되찾을 예정이다. 일요일인 14일 낮 기온은 서울 영상 4도, 부산 영상 9도로 평년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26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 부었지만 출생아 수를 늘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06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하는 아이 수)은 1.12명에서 2016년 1.17명으로 다소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체 출생아 수는 44만8200명에서 40만6200명으로 오히려 4만2000여 명이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늘었는데, 출생아 수는 줄어드는 ‘출산율의 역설’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가임여성(만 15∼49세) 자체가 급격히 줄어드는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정부가 아무리 많은 예산을 들여도 ‘저출산의 악순환’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미다. 저출산 대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저출산 대책, 백약이 무효 앞으로도 가임여성 인구는 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983년생인 도모 씨(35·여)는 “2000년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우리 반이 모두 43명이었다”며 “5년 뒤 같은 학교에 들어간 1988년생 여동생에게 한 반이 35명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도 씨와 같은 1980년대 초반 출생아들은 마지막 베이비붐 세대로 꼽힌다. 당시만 해도 합계출산율은 3명이었다. 2명의 부부가 아이 3명을 낳으면 인구는 자연히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1980년대 중후반에 접어들면 출산율이 2명대로 떨어진다. 이후 출생아 수가 계속 줄어 2002년부터 연간 출생아 수가 4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2000년대 초반 태어난 2017년 만 16∼18세 고등학생들의 학급당 학생수는 28.2명에 불과했다.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결국 가임여성의 감소를 의미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가임여성 인구 조사 결과 만 49세가 46만974명이었지만 만 15세는 23만9762명으로 뚝 떨어졌다. 20여 년 새 인구가 ‘반토막’ 난 셈이다. 특히 36세인 1982년생 이후 가임여성 수는 40만 명 선이 무너져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35세 미만은 현재 전체 출생아의 80%를 낳는 주요 가임연령층이다. 지난해 첫아이를 출산한 여성의 평균 연령은 31.4세였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생들이 본격적으로 출산 연령에 들어가면 ‘저출산의 늪’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선권 국회 입법조사관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앞으로 1990년대 출생 코호트(집단)가 가임여성 인구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되면 (출산의) 하향 악순환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임여성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해야”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임인구 감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이라며 “줄어드는 가임인구 안에서 출생아 수를 높이려면 가임인구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곧 가임연령에 들어설 1990년대생들은 누구보다 윤택한 시기를 살아온 세대이기 때문에 보육과 교육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며 “이들에게 단순히 ‘국가를 위해 아이를 낳으라’고 할 게 아니라 이들이 만족할 만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가임여성에 대한 투자와 정책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국가가 10년간 100조 원 넘게 투입했지만 막상 무상보육 등 보육에 들어간 돈을 빼고 나면 일자리나 주거 대책 등 각종 혼인과 출산의 장애물을 개선하는 데 쓴 돈은 많지 않다”며 “이제는 저출산 대책의 방점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율과 출생아 수에만 집중한 정부 정책 기조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6일 청와대에서 6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출범식을 겸한 간담회를 주재하며 출산 자체보다 행복과 삶의 질을 강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이미지 image@donga.com·김하경 기자}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 특징인 ‘삼한사온’(사흘간 춥고 나흘간 따뜻한 날씨 현상)은 옛말이 됐다. 대신 주기적으로 미세먼지가 나타나고 있다. 8일 기상청과 한국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올겨울 서울·경기 남부 지역 최저기온은 1일부터 7일까지 7일간 계속 영하 8도∼영하 5도 수준을 유지했다. 8일은 영상 0.6도로 다소 올랐지만 9일 아침부터 영하 5도로 다시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해 차가운 상층 공기를 밑으로 보내 평년보다 추운 날씨가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세먼지(PM10) 농도는 5∼7일 간격으로 짙어졌다가 옅어지는 규칙성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서울지역 미세먼지는 일평균 m³당 83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을 기록한 뒤 일주일 동안 30∼50μg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23일 111μg으로 8일 만에 높아졌다. 이후 24일 78μg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4일 동안 30∼40μg대에 머물다 29일 97μg, 30일 128μg으로 올랐다. 31일 63μg으로 줄어든 후 이달 들어서는 7일까지 30∼50μg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철희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겨울철이나 봄철에는 기압배치에 의해 공기가 정체되면서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주기적으로 생성된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8일 아침과 밤, 전국 곳곳에 눈과 비가 내리면서 궂은 날씨로 한 주가 시작된다. 주 중반부터 북쪽 찬 기운까지 남하하면서 춥고 흐린, 눈 오는 한 주가 계속된다. 8일 중부지방에는 아침에 약간의 눈이 내린다. 적설량은 강원 영서 남부와 충청도가 1∼3cm, 서울 경기와 경북 내륙이 1cm 내외다. 남부지방은 기온 탓에 7일 밤부터 8일 낮까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 강수량은 남부지방과 제주도 5∼30mm로 겨울치고는 많다. 일부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는 곳도 있겠다. 강수와 원활한 대기 흐름으로 대기 상태는 청정할 것으로 보인다. 오후 들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비와 눈은 저녁부터 다시 시작된다. 남해상을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8일 저녁부터 9일 새벽까지 서울 경기, 강원 영서, 충청도, 전북에 1∼5cm, 전남 동부 내륙과 경상 서부 내륙에 1cm 내외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8, 9일 중부지방과 일부 남부 내륙에는 특히 많은 눈이 내려 쌓이는 곳이 있고, 내린 눈이 얼어 도로가 미끄러울 수 있으니 교통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 경기, 강원 영서 일부 지역에는 9일 오후, 충청도에는 10일, 전북 일부 지역에는 11일까지 눈이 이어진다. 저기압이 지나고 난 뒤엔 다시 찬 기운이 내려오면서 전국 기온이 금요일까지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10일 영하 9도에서, 12일 영하 13도까지 큰 폭으로 떨어져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아침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곳곳에 강풍과 풍랑 예비특보가 내리는 등 강한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대학생 한동주(가명·20)씨는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 사람들과 부닥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인기 만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을 즐겨하는데, 틈틈이 들어가 조작을 해야 ‘레벨업’이 가능하다. 길을 가다가도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한 씨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전봇대나 가로등에 부딪칠 뻔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이로 인한 사고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폰 중독과 실제 사고 발생 간 연관성을 밝힌 연구가 나왔다. 민경복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공동연구팀은 2016년 8, 9월 2개월간 대학생 608명을 설문조사 해 스마트폰 중독과 안전사고 경험 간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 중독으로 나타난 222명(36.5%)은 중독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안전사고를 경험하는 비율이 1.9배 높았다. 특히 △추락·미끄러짐을 경험할 확률은 2.08배 △부딪힘·충돌을 겪을 확률은 1.83배 높게 나타났다. 스마트폰 중독이란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몰입해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자는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에 몰입한다. 이 과정에서 시각·청각·신체·인지적으로 주의가 분산돼 위험 환경을 인지하지 못한다. 특히 게임 음악감상 영화감상 등 오락 관련 콘텐츠는 주의 분산을 일으키면서 지속적인 몰입을 요구해 사고 위험이 더 높다. 실제로 연구팀에 따르면 사고를 경험한 사람의 38.76%,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의 36.40%는 스마트폰을 주로 오락에 사용했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는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나아가 하와이 호놀룰루시에서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민 교수는 “현재 90%가 넘는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으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캄보디아 프놈펜왕립대에 다니는 예이 라츠나 씨(23·여)는 지난해 12월 숙명여대에서 실시한 ‘유네스코-유니트윈 국제ICT(정보통신기술) 경진대회’에 참가해 팀원과 함께 대상을 탔다. 예이 씨 팀은 토양 습도와 태양 조도를 감지해 자동으로 물 공급 모터와 자외선 발광다이오드(LED)를 작동시키는 장치를 고안했다.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숙명여대에서 3D프린팅, 조별 멘토링 강의를 들으며 배운 지식을 응용했다. 예이 씨는 “경진대회에 참여하면서 첨단 기술을 실생활에 접목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경진대회에서는 거리 감지 센서가 달린 선풍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애물 감지 지팡이 등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기반을 둔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경진대회에 참여한 캄보디아 라이프대의 떽 리티다 씨(18·여)는 “유니트윈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까지 내가 컴퓨터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도 못 했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유네스코-유니트윈 프로그램’은 세계 고등교육기관 간 지식 공유와 연구교류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관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분야 국제개발협력 사업이다. 교육부 지원으로 숙명여대가 주관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총 7개 국가 11개 대학이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ICT 및 리더십 교육을 통한 여성 역량 강화’를 주제로 지난 2년간 동남아시아 대학들의 현지교육을 담당했다. 이번에 열린 국제ICT 경진대회도 유네스코-유니트윈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올해 창학 112주년을 맞은 숙명여대의 글로벌 교육 역량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2011년부터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시행하는 KF 글로벌 이스쿨 사업 참여가 그 증거다. 숙명여대는 국내 ICT와 이러닝 기술력을 활용해 한국학 관련 실시간 화상강의를 해외 대학에 제공하고 있다. 이스쿨 우수 수강생을 국내에 초청해 한국문화 체험 기회도 준다. 지난해 교류 학생만 6개교 535명이었다. 이형진 숙명여대 대외협력처장은 “글로벌 이스쿨을 통해 이라크 아르빌대는 한국학 연구센터를 설치했다. 베트남 하노이대학은 한국-베트남 문화교류센터를 설치해 한국어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숙명여대는 그동안 아시아 지역에 집중됐던 교류 대학을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대학과 협력도 강화해 숙명여대를 해외 한국학 연구의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스쿨 운영으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국학 커리큘럼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해외 한국학 연구의 학문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숙명여대는 57개국 359개교의 해외 자매대학과 학생 및 학술교류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여름·겨울방학 기간 실시하는 숙명국제여름학교(SISS)와 겨울단기교환프로그램(WBBP)을 통해 해외 자매학교 학생들이 숙명여대에 방문해 한국의 언어와 문화, 경제 등을 배우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학생의 해외 역량 신장에도 숙명여대는 앞장서고 있다. ‘복수학위 제도’는 국내 대학 중 숙명여대가 최초로 실시한 제도다. 협약 대학과 숙명여대에서 각각 2년씩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양쪽 학교 학위를 모두 취득할 수 있다. 지난해 협약 대학은 일본 리쓰메이칸대, 중국 우한대, 미국 일리노이공대 등이다. 이 외에도 ‘숙명 글로벌 탐방단’은 숙명여대의 대표 국제교류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999명을 해외에 파견했다. 학과 주도 국제 교류 프로그램은 목적 수립과 시행계획, 실행 등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이끈다는 점에서 선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의 월트디즈니 월드 인턴십 등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취업 시장을 노리는 학생들의 실질적인 업무 역량도 돕고 있다. 숙명여대는 ‘글로벌 라운지’를 통해 외국 학생과 재학생의 국제교류 활동도 장려하고 있다. 영어 말하기 집중 프로그램과 제2언어 튜터 프로그램은 숙명여대에서 재학 중인 외국 학생과 재학생을 1대1로 연결시켜 영어와 제2외국어 공부를 돕는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지난해 임용시험에 합격한 A 씨(26)는 서울의 한 고교로 발령받자마자 생활지도 업무를 맡게 됐다. 학교 업무분장 문서를 확인해보니 다른 업무 옆에는 교사 이름이 적혀 있는 반면 생활지도 업무에는 ‘신규’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생활지도를 무조건 신규 교사가 하도록 짰던 것이다. A 씨에 앞서 생활지도를 담당했던 선배 교사는 신입 교사일 때부터 내리 3년 동안 그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A 씨는 “전임 교사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을 수 있었던 나는 다른 신입교사에 비해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 중고교에서 학급 담임이나 생활지도 업무는 높은 숙련도가 필요한 교직 업무다. 학생과 학부모를 직접 마주해야 할 상황이 많아 감정 소모는 물론이고 갈등을 겪을 확률도 높다. 기피 업무 중 하나로 현장 경험이 거의 없는 신입 교사가 생활지도 업무를 떠안는 경우가 많다. 2016년 9월 강원도교육청이 발간한 ‘새내기 교사 지원 방안’에 따르면 2016년 담임을 맡은 강원 지역 중학교 신규 교사는 54.9%였다. 반면 전체 교사의 담임 지정 비율은 48.8%였다. 담임을 맡는 신규 교사의 비율이 평균보다 높은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중고교 신규 발령 후 1년 동안 담임 지정 배제를 권고한다’고 지적했다. 신규 교사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신의 수업에 대해 성찰하거나 학생·학부모 상담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생활지도 업무 중 학교폭력(학폭) 처리를 맡은 신입 교사는 더 큰 부담감을 느낀다. 3년차 중학교 교사 B 씨(33)는 임용 첫해 학폭 처리를 맡은 뒤 7차례 학폭을 처리했다. 가해·피해 학생 학부모가 학교와 시교육청에 학폭 처리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는 등 B 씨에게 큰 심적 부담을 안겼다. B 씨는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5일 동안 연수를 받았지만 막상 학폭 처리를 할 때는 배운 내용들이 소용없었다”며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17년 동안 생활지도 업무를 맡아온 C 교사(60)는 “자기 손에 피 묻히는 걸 좋아하는 교사는 없다. 신규 교사, 전입 교사, 기간제 교사가 생활지도 업무에 1순위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교가 신입 교사들에게 처음부터 높은 숙련도가 필요한 업무를 맡기는 것도 문제지만 교생 실습이나 학교 발령 전 받는 교원연수 등 예비교사 교육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대훈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대학 수업을 통해서만 터득하기는 어렵다”며 “국가가 나서서 실습 학교와 실습 지도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시스템을 개선해 실습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독립·민간 연구모임인 더미래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교원 양성 및 선발 구조에 대한 근본적 전환을 제안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임용시험 후 1년간 실습 및 훈련과정을 의무화한다. 핀란드 영국 등에서는 1년, 프랑스는 1∼2년, 미국은 최대 5년 동안 교원실습 및 수습 기간을 두고 있다. 반면 한국은 1개월에 불과하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서울시교육청이 초중고교 빈 교실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유휴교실 활용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학교 안 어린이집을 만들어야 한다’ ‘병설 유치원 교실로 활용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28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내 전체 공·사립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교실 활용 현황 조사를 시작했다. 학교 교실은 크게 보통교실과 특별교실, 관리실, 기타교실 등 4가지로 나뉜다. 보통교실은 일반교실과 교과교실을, 특별교실은 과학실 음악실 미술실 등을 뜻한다. 관리실에는 교무실 행정실 학생회실 보건실 등이 있고, 기타교실은 방과후교실 동아리실 등을 포괄한다. 시교육청은 예전에도 교실 사용 실태를 파악해 왔다. 하지만 교실을 정의하는 기준이 모호한 데다 일선 학교의 조사 결과를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취합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7월 시교육청에서 파악한 초등학교 잉여교실은 27개였지만 해당 학교 중 일부는 오히려 교실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통폐합 위기에 놓인 구도심 학교들은 대부분 잉여교실이 없다고 보고했다. 시교육청은 빈 교실 활용 방안을 두고 말을 아끼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존 자료의 정확성이 떨어져 실태 파악에 나서는 것”이라며 “학생 수 감소에 따라 학급 수를 얼마나 줄여야 하고, 교실은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학교폭력(학폭)을 신고한 피해 학생에게 교사가 오히려 욕을 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가 학교로부터 행정조치를 당했다. 경기 과천시 A고교 3학년 B 군(18)은 6일 오후 11시경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한 언어폭력을 당했다. B 군은 곧바로 학교폭력신고센터인 117에 신고했고, 11일 경찰이 학교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A고교는 12일 B 군과 가해 학생을 불러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이 학교 학생부장인 C 교사는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동시에 복도 계단으로 불러낸 뒤 오히려 B 군에게 “교육청에 어떤 ××가 신고했어?”라며 욕설을 했다. 이어 C 교사는 가해 학생에게 “저 ××도 같이 엮게 (B 군이) 잘못한 게 있으면 전부 말하라”고 했다. 학폭 처리 매뉴얼에 따르면 학교는 피해 학생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치유하기 위한 조치와 함께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으로부터 보복 행위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C 교사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 학생에게 (피해 사실을) 설명해 달라고 했지만 학생이 계속 대답을 하지 않아 목소리가 커졌다”고 해명했다. 학교 측은 피해 학생에게 욕설을 한 사실 등을 확인해 C 교사에게 인권교육 15시간 이수 등의 행정조치를 내렸다. 이 학교의 다른 교사는 피해 학생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개최를 요구하지 않도록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D 교사는 B 군에게 “학폭위를 열어 봤자 졸업 후에 삭제된다. 그런데도 열겠느냐” “선생님들을 더 바쁘게 만들겠느냐”는 등의 말로 학폭위 개최 요구를 막았다고 한다. D 교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렇게 얘기한 적 없다. C 교사가 B 군에게 화를 낸 이유를 설명하면서 큰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한 말을 B 군이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 용암초 1학년 교실. 학생 12명이 교사가 읽어주는 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온갖 똥 덩이가 김 부자 위로 쏟아집니다”라는 대목이 나오자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칠판 앞에 서 있는 교사, 일렬로 배치된 책상에 앉아 있는 학생을 떠올리기 쉽지만 용암초 1학년 교실의 수업 풍경은 달랐다. 교사는 교실 오른편에 있는 천장 높이 집 모양의 구조물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책을 읽었다. 학생들은 구조물 안에 설치돼 있는 무릎 높이의 무대나 바닥에 앉아 교사를 바라봤다. 교사가 책 읽기를 끝내자 학생들은 무대에 앉아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교실 뒤편 매트 위나 바닥에 앉아 블록쌓기 놀이를 했다. 무릎을 굽히고 앉은 학생, 양반다리를 한 학생 등 자세가 제각각이었다. 책상에 앉는 학생은 없었다. 바닥에선 온기가 느껴졌다. 학생들은 실내화가 아닌 양말만 신고 있었다. 교실 바닥에 온돌이 설치돼 있어 가능한 일이다. 1학년 유지원 양은 “교실 분위기가 집 같아서 마음이 편하다”며 “바닥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어 책 읽기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발레 수업 역시 강당으로 이동하지 않고 책상을 교실 왼편으로 밀어낸 뒤 교실 안에서 진행했다. 용암초 1학년 교실은 ‘꿈을 담은 교실’로 불린다. 이 교실은 획일화된 기존의 학교 공간을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서울시교육청의 사업으로 재탄생했다. 올해 서울시가 35억 원, 시교육청이 18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교실 한 곳당 평균 5000만 원을 지원해 20개 초등학교가 1, 2학년 교실을 중심으로 바꿨다. 꿈을 담은 교실의 실내 디자인은 학교마다 다르다. 20명의 건축가가 각자 학교 한 곳씩 맡아 진행했다. 건축가들은 설계 단계에 자신이 담당하는 학교의 학생과 교사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천장에 환기설비를 설치한 학교가 있는가 하면, 교사의 책상을 칠판 앞이 아닌 복도 쪽 창 옆으로 옮긴 곳도 있다. 학생들은 복도 쪽 창을 향해 앉아 ‘교실 앞 칠판, 교실 뒤 게시판’이라는 위계를 없앤 것이다. 바퀴를 단 수납함을 만들어 의자로 활용하거나 네다섯 개를 모아 붙이면 단상으로 쓸 수 있게 한 학교도 있다. 용암초에 집 모양의 구조물이 있다면 서울 마포구 한서초에선 벌집 모양의 구조물을 만날 수 있다. 교실 오른편 벽면에 있는 벌집 구조물의 일부는 수납함과 작품 전시대로 쓰인다. 벌집 아랫부분에는 학생 두 명이 들어가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교실 뒤편엔 매트와 함께 별도 조명이 설치돼 있다. 벽에는 학생들의 미술작품을 비롯해 수업활동 결과물들이 붙어 있었다. 이 학교 2학년 송윤서 양은 “작품들을 붙여 놓고 불을 켜면 꼭 박물관에서 그림을 보는 거 같다”며 “내가 그린 그림이 더 자랑스럽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꿈을 담은 교실 사업에 참여한 건축가들은 1, 2학년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올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고 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다가 처음 학교를 경험하는 저학년 학생들에게 학교 공간은 경직된 느낌을 줄 수 있어서다. 서울 동대문구 동답초에 꿈을 담은 교실을 디자인한 김정임 건축가는 “지금은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면서 배우는 시대인데 학교 교실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주된 사용자가 어린 학생들이고,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인 만큼 건축가들은 교육학 논문과 외국 사례를 공부했다. 꿈을 담은 교실 교사들은 “교실 공간이 바뀌면서 교육 효과가 극대화됐다”고 입을 모은다. 문성초 2학년 김인원 교사는 “1, 2학년 수업에는 놀이 활동이 많은데 예전 교실보다 이동이 자유로워 아이들이 더 활발하게 참여한다”며 “일부 학생들은 ‘일주일이 월화수목금금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공립 초등학교는 올해 기준 총 560개로, 이 가운데 1, 2학년 교실은 5636개다. 이 중 1.7%인 96학급만 꿈을 담은 교실이 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을 좀 더 확보해 내년에는 꿈을 담은 교실 사업에 101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라며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고교에도 다양한 공간을 만들려 한다”라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율형 사립고 입시에 ‘완전추첨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2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사고와 일반고 동시 선발만으로는 선발 독점 효과를 누리는 자사고의 특권을 충분히 완화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있다”며 “가능하다면 내년부터 자사고 입시를 완전추첨제로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19학년도부터는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가 일반고와 동시에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안이 확정된 상태다. 교육부는 이들 학교의 우선 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26일 열린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는 전기로 분류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신입생 선발 시기가 내년에 치러지는 입시부터는 일반고와 같은 후기로 옮겨진다. 조 교육감은 동시 선발과 함께 자사고 등에 완전추첨제 도입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는 지원율이 일정 수준(대체로 1.2 대 1)을 넘어서면 추첨과 면접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현재 법적 검토를 하고 있으며 구체적 방안은 2019학년도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해야 하는 내년 3월 31일 이전까지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초중등교육법에 고교 입학전형은 학교장이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입학전형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교육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법률의 취지는 입학전형의 출발점이 학교장이라는 것인데 교육감이 나서서 입학전형에 완전추첨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월권”이라고 비판했다.김하경 whatsup@donga.com·유덕영 기자}

경기 용인외대부고 3학년인 권성현 군(18)은 올해 7월 학교 수업 도중 코피를 쏟았다. 기말고사를 앞둔 고3 수험생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코피는 병원 처치를 받을 때까지 5시간 동안 멎지 않았다. 이틀 뒤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 진단 결과 백혈병이었다. 3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시작되기 딱 하루 전이었다. 권 군의 ‘대입 시계’는 그대로 멎는 듯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대입을 준비했기에 원망이 앞섰다. “‘10만 명 중 4, 5명이 걸린다는데 왜 하필 나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권 군은 이 학교 자연계열 150여 명 중 전교 1, 2등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학생부종합전형에 반영되는 기말고사를 보지 못한 채 입원해야 했다. 투병 생활은 길고 고통스러웠다. 항암제를 투여하면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 열이 40도까지 올랐다. 입안은 헐어 진통제를 맞지 않으면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권 군은 6주씩 두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다. 골수 검사도 네 번이나 했다. 수능 공부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네가 더 강해져야 한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을 떠올렸다. 1차 항암치료를 마친 권 군은 2차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전 3주 동안 수시모집에 지원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썼다. 기말고사를 보지 못했지만 중간고사 성적의 일정 비율을 반영해 응시할 수 있었다. 2차 항암치료를 마치고 머리카락이 숭숭 빠진 상태에서 이달 2일 면접을 봤다. 불행 중 다행으로 70분 동안 진행된 면접 당일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어느 수험생보다 힘든 시간을 보낸 권 군은 21일 꿈에 그리던 서울대 의대 수시모집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하지만 1, 2차 항암치료 결과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나마 새로운 약을 먹으면서 백혈구 수치는 나아졌다. 하지만 골수 이식을 받지 못하면 언제 재발할지 안심할 수 없다. 권 군은 입학도 하기 전에 휴학부터 해야 할 처지다. 1년간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한다. 24일 기자를 만난 권 군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는 “병을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에 투병 전보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웃었다. 당찬 포부도 밝혔다. “직접 환자가 돼본 만큼 환자가 어떤 부분에 두려움을 느끼고, 어떤 도움이 절실한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환자 마음을 이해하는 신경외과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