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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언제나 사랑에 빠질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2016년 대한민국의 청춘에게 연애는 사치로 여겨질 때가 많다.최근 꿈과 희망도 버린다는 ‘7포 세대’까지 나왔지만 ‘삼포 세대’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포기 1순위는 바로 ‘연애’였다.어렵게 취업문을 통과해도 꽃길은 열리지 않는다. 쏟아지는 업무에 잦은 야근과 회식. 퇴근이 아니라 “집에 다녀온다”는 표현까지 쓴다.그래도 본능은 사랑을 갈구하기 마련.이에 이 땅의 청춘남녀는 언제부턴가 ‘효율성’을 연애의 대전제로 삼기 시작했다. 최근 20, 30대 직장인 사이에 들불처럼 번지는 ‘런치 미팅’이 대표적 사례다.돈과 시간이 배로 드는 저녁은 피하고, ‘원샷 원킬’, 일대일 만남보단 한 번에 여럿을 보는 단체미팅으로 회귀했다. 동아일보의 미혼 여기자 3명이 이 흐름에 발맞춰 런치 미팅에 나가봤다. 뷰티 분야의 직장에 다니는 상대편에겐 사전에 취재임을 알리고 양해도 구했다.》○ “편리한 게 나쁜가요? 어차피 밥은 먹잖아요”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50분 서울 종로구의 한 이탈리아식당. 수습 생활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기자들은 설렘 속에 시간 맞춰 도착했다. ‘업무(취재)’인지라 눈치 안 보고 왔다. 하지만 상대는 10분 정도 늦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문제 삼지 않는다. 대화할 시간이 다소 짧아졌을 뿐. 런치 미팅을 3번 해봤다는 서모 씨(30)는 “어차피 바쁜 사람들끼리 밥 먹을 시간을 ‘생산적으로’ 이용하자는 게 런치 미팅의 취지”라고 했다. 초면의 어색함은 잠시, 일단 명함부터 주고받았다. 물론 서로 일터가 어딘지 잘 안다. 런치 미팅은 주로 회사 동료가 한 팀을 이룬다. 참석자가 서로의 ‘신분’을 연대 보증하는 셈이다. 김재희 기자(25·산업부)는 “맘에 들어도 연락처 묻기가 난감한데 명함을 교환해 자연스럽게 이를 해결하는 점도 좋았다”고 평했다. 곧장 음식 주문에 들어갔다. 대부분 파스타나 볶음밥을 골랐으나 노지원 기자(28·정책사회부)는 2만7900원짜리 안심스테이크를 택했다. 그는 “런치 미팅은 더치페이가 전제조건이라 메뉴를 맘껏 고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따르면 미혼 남녀가 첫 만남 때 ‘적정하다’고 여기는 2인분 식사비용은 평균 4만4300원. 관례처럼 남성이 지불했다면 음료수까지 3만4400원을 쓴 노 기자는 눈총을 받을 수도 있었다. 솔직히 대화 내용은 ‘수박 겉핥기’였다. 사는 곳과 출퇴근 시간 등 ‘호구 조사’하느라 시간이 다 가버렸다. 미팅 후 진행한 간단한 설문에서 6명 전원이 연애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 ‘성격과 취향’을 확인할 겨를은 없었다.○ 효율성은 100%, 그러나 감정은… 만남은 정각 오후 1시에 끝났다. 박모 씨(27)는 “선배한테 업무 연락이 왔다. 그만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업무에 묶여 있는 회사원이니 어쩔 수 없지만 왠지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기회 되면 또 봬요.” 다신 보지 말잔 소리로 들렸다. 하지만 ‘60분 전쟁’과도 같았던 만남 속에서도 큐피드의 화살은 꽂혔다. 강모 씨(25)는 “이상형을 만났는데 짧게 봐서 너무 아쉽다”며 “다음엔 저녁에 따로 만나고 싶다”고 한 기자에게 전해왔다. 듀오에 따르면 런치 미팅은 2000년대에도 존재했다. 이명길 연애코치는 “당시엔 런치 미팅을 제안하면 ‘정 없다’며 사양했는데 최근엔 ‘깔끔하다’며 선호한다”며 “연애도 변수가 많은 아날로그적 방식보단 정해진 대로 진행하는 디지털 스타일로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캐주얼한 사랑의 보편화”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요즘 젊은 세대는 연애 때문에 일에 영향을 받는 것도 꺼립니다. 런치 미팅은 시간적 경제적 효율성뿐 아니라 정서적 소모도 훨씬 덜하죠. 주선자의 체면을 생각해 애프터를 할 필요도 없어 ‘감정의 효율적 관리’도 가능합니다.” 이날 오후 6시경 한 기자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점심 적게 드시던데, 저녁은 많이 드세요.” 벌건 대낮의 전초전에서 살아남은 남녀 1쌍은 따로 만남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100%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런치 미팅. 애프터 성공률은 33%였다. 누군가에겐 0%였지만.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고종 황제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13세 때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일본 쓰시마 섬 영주의 아들인 소 다케유키(宗武志)와 원치 않는 결혼을 했고, 정신병원에 15년이나 입원하는 굴곡진 삶을 살았다. 허진호 감독은 38년 만에 고국 땅을 밟는 덕혜옹주의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에서 영화의 모티브를 얻었다. 연기력과 티켓파워를 동시에 갖춘 배우로 꼽히는 손예진 주연의 ‘덕혜옹주’는 다음달 3일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흥행할 수 있을까. 》▽장선희=‘덕혜옹주’는 ‘부산행’이나 ‘인천상륙작전’ 같은 여름시장 저격용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돋보여. 영화 마지막, 노쇠한 덕혜옹주가 덕수궁 중화전 앞에 앉아 사이다 마시는 장면에선 오랜만에 울컥하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감동이 있던데. ▽이지훈=글쎄. 강력한 ‘한 방’이 없잖아. 다른 작품에선 좀비 떼가 정신없이 덮치고 연달아 포탄이 터지는 마당에 극성수기 여름시장에 개봉하는 영화치곤 약해. 차라리 가을에 개봉하지. ▽장=굳이 ‘한 방’을 넣지 않은 것. 그게 좋더라. 허진호 감독의 전작인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처럼 과장되지 않은 감정 표현이 오히려 뭉클함을 주잖아. 관객에게 억지로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울고 싶더라. ▽이=소설이랑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여심(女心)은 흔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남자 관객한테도 어필할 수 있을까?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액션신인 ‘영친왕 망명작전’만 해도 평범한 총싸움 수준이었잖아. 액션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장=오히려 반대야. 허 감독의 영화에서, 그것도 ‘덕혜옹주’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쓸데없이’ 액션신이 부각될까 걱정했거든. 스토리 전개상 꼭 필요한 만큼, 과하지 않은 액션이 담긴 게 매력이라고 봐. ▽이=요즘 시대에 너무 ‘비련의 여주인공’이 전면에 나온 것도 어쩐지 올드해. 덕혜옹주라는 소재 자체의 한계인 것 같긴 한데…. ▽장=그 틀 안에서 손예진은 인생연기 했더라. 본인도 영화 보며 울었다잖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서 포악한 일본군들이 적잖이 묘사될 줄 알았는데 웬만해선 등장도 않고 얼굴도 잘 안 비추더라고. 영화의 악역은 친일파 ‘한택수’(윤제문) 1인으로 압축돼. 영화 속 나머지 큰 공간을 손예진이 빈틈없이 잘 채웠어. ▽이=덕혜옹주가 미화된 것도 아쉬운 부분이야. 덕혜옹주와 독립군이 연관돼 있는 것처럼 그려진 대목이나, 영친왕 망명작전 같은 부분은 역사왜곡 논란이 나올 법해. ▽장=덕혜를 영화 ‘암살’(2015년) 속 ‘안옥윤’(전지현) 같은 독립투사처럼 그리진 않았잖아. 그 정도의 픽션은 영화의 재미를 위해 납득 가능한 수준이라고 봐. ▽이=이우 왕자 역으로 배우 고수의 등장은 좀 놀랍더라. 이우 왕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 꽃미남’이란 게시물로 온라인에서도 유명했거든. ▽장=허 감독이 “이우 왕자랑 닮았으니까 출연해 달라”고 했다잖아. 요즘 영화마다 숨겨둔 복병을 출연시키는 게 유행인가 봐. 부산행에는 심은경, 인천상륙작전에선 김선아, 추성훈이 깜짝 출연했잖아. ▽이=흥행은 좀 힘들지 않을까? 다른 영화 제쳐두고 볼만한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거든. ▽장=덕혜옹주는 최근 동아일보가 일반 관객 300명을 조사한 결과 ‘보고 싶은 영화 1순위’에 꼽히기도 했어. 소설만 해도 10년간 가장 많이 읽힌 소설 8위에 꼽히기도 했잖아. 덕혜옹주가 호소력 있는 소재라는 증거 아닐까. ○한 줄 평과 별점장선희 기자 울리지 않아 눈물이 나는 영화 ★★★☆이지훈 기자 장면은 아름답지만 소재도 메시지도 다소 약한 느낌 ★★★정양환 기자 백 년이 지나도 서글픈 일제강점기. 신파인들 좀 어때 ★★★☆ 장선희 sun10@donga.com·이지훈 기자}
테이블 6개짜리 분식집 주인에서 10년 만에 10억 원대 건물주가 된 사람이 있다. 연 매출 7억 원을 달성한 냉면집 사장님 안수동 씨가 바로 그 주인공. 여러 가지 팔던 메뉴를 정리하고 육수, 비법 양념장을 개발하는 등 가장 자신 있던 냉면에만 집중했다.}

5000분의 1이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의 작전명은 ‘오퍼레이션 크로마이트(Operation Chromite).’ 인천상륙작전 하면 으레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떠올리지만 작전 성공의 이면에는 평범한 한국 군인의 희생이 있었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배우 이정재는 바로 이런 지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가 연기한 장학수 대위는 인천상륙작전에서 실제로 ‘X-ray’ 작전을 이끌었던 임병래 중위(?∼1950)를 모델로 했다. 영화는 맥아더 장군의 정적(靜的)인 지휘와 장 대위의 동적(動的)인 격투를 극명하게 대조한다. “후손들이 알지 못했던 진짜 주인공 임 중위의 노고(勞苦)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까 봐 고민하면서 연기에 임했습니다. 인천상륙작전은 ‘무혈입성’이었다는 얘기가 많은데…. 사실 인천 본토에서 목숨을 걸었던 해군 첩보부대 등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전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그분들의 희생을 되새기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목적의식이 너무 분명했던 탓일까. 영화는 27일 개봉도 하기 전에 혹평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배우 이정재는 담담했다. “소재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잖아요.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괜찮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손익분기점이 넘었으면 좋겠어요.” 그간 6·25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대부분 관객 반응이 뜨거웠다.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약 1175만 명),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약 583만 명)와 같이 흥행 성적이 좋았던 작품에는 ‘이념을 넘어서는 휴머니즘’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인천상륙작전’을 향한 혹평은 이 대목을 놓쳐서가 아닐까. “(말한 대로) 그동안 한민족의 애환을 다룬 영화는 많이 나왔습니다. 우리 영화도 똑같이 거기에 집중했다면 오히려 새롭지 않았을 거예요. 인천상륙작전은 ‘속도감’을 중시한 영화예요. 개개인의 사연보단 이야기의 긴박한 흐름에 초점을 맞췄죠.” 영화 ‘도둑들’(2012년), ‘관상’(2013년), ‘암살’(2015년)에서 악역을 맡았던 이정재는 이번엔 ‘영웅’ 역을 맡았다. 연기 변신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지금까지 맡은 악역과 장학수 역은 연기 긴장도가 높은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긴장감이 높은 인물을 연기하면 상당히 피로합니다. 자고 나와 촬영 시작하면 상쾌해야 하는데 첫 컷부터 눈에 힘을 줘야 하니까요.(웃음)”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영화 ‘부산행’의 흥행 열기가 뜨겁다. 개봉 닷새째에 5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4일 기준 이 작품의 누적 관객은 531만5567명. 역대 한국 영화 관객 1위 ‘명량’(2014년·1761만 명)보다 빠른 속도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과 주연 배우 공유를 만났다.》 ○연상호 감독 “첫 토종 좀비물의 약진, 새 장르 갈증 덕분이죠”“500만 관객이라니…. 숫자는 솔직히 관심 없지만 기분은 좋아요. 토요일엔 배우들과 한잔 했습니다.” 영화 속 KTX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흥행 중인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38)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 감독은 “지금 부산행의 인기를 보면 중학교 때 개봉한 ‘터미네이터2’가 떠오른다”고 운을 뗐다. “영화를 잘 안 보던 사람들까지 터미네이터 얘기를 하고, 영화 한 편 때문에 사회 분위기가 달아올랐던 기억이 나요.” 이 작품은 그의 실사(實寫) 영화 첫 도전작이다. 이전 작품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년)과 ‘사이비’(2013년)는 합해 4만1410명의 관객이 드는 데 그쳤다. 반면 부산행은 개봉 전부터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개봉 이후 첫날 관객 신기록, 하루 관객 신기록, 역대 최단 500만 관객 돌파 등 과거 기록을 연일 바꾸고 있다. 국내에선 생소했던 좀비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비결이 뭘까. 연 감독은 “앞서 흥행한 ‘곡성’과 ‘아가씨’를 봐도 새로운 장르에 대한 관객들의 갈증이 확실히 있다”고 짚었다. “부산행은 좀비라는 이질적인 장르에 매우 현실적인 메시지를 담아 낸 영화죠. 그게 영화의 콘셉트예요. 메시지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데, 딱히 한 방향으로 의도한 건 아니고요.” 연 감독은 명장면으로 악역인 용석(김의성)이 탄 칸에 있던 사람들이 감염을 우려해 주인공 석우(공유) 일행에게 나가라고 소리치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인간의 이기주의를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좀비가 공포의 대상으로 그려지지만 ‘차라리 좀비가 되는 게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인간끼리의 처절한 반목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것. 가장 아끼는 캐릭터도 용석이다. “다른 악역과는 달라요. 근본적으로 악한 인물이 아니라 그저 공포심에 사로잡힌, 악해진 보통 사람인 거죠. 똑같이 공포심에 사로잡힌 평범한 사람들의 지지에 의해 탄생하는 악의 캐릭터라는 것도 흥미롭고요.” 첫 실사 영화가 ‘대박’이 난 만큼 차기작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다음 달 18일에는 부산행의 프리퀄인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개봉한다. 다음 실사 영화는 키치(kitsch)적 느낌이 강한 블랙코미디 장르를 기획 중이다. “벌써 시나리오 두 개 반을 써놨어요. 근데 좀비 영화는 더 이상 안 하려고요. 누가 그러던데요. 문익점이 우리나라에 목화씨를 들여왔다면 연상호는 좀비를 들여왔다고요. 그 정도면 된 것 같습니다.(웃음)” ○배우 공유 “아빠 역이 어색하다니 장가는 꼭 가야겠네요”“어쩌면 전 주인공 석우 같은 부류의 사람이에요. 극한 상황에서 얼마나 이타적일 수 있을까요? 뒤에서 좀비가 쫓아오고 앞에선 문을 닫으라며 아우성치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생존의 위협 속에서 누구라도 문을 닫아버리고픈 유혹에 빠질 겁니다.” 폐쇄된 열차 안에서 벌어진 좀비의 공격. 영화 ‘부산행’에서 이는 끊임없이 인간성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시험지가 된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공유(37)는 자신이 맡은 주인공 석우를 이렇게 설명했다.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란 연상호 감독의 말처럼. 극 중 부적절한 방법으로 이익을 챙기는 펀드매니저 석우는 딸 수안(김수안)을 보호하려는 부성애 때문에 인간성을 되찾는다. 하지만 잘생기고 훤칠한 외모 탓일까. 스크린 속 ‘아빠’ 공유는 어색해 보였다. “간접경험의 한계겠죠. 이전에도 아빠 역을 안 한 건 아닌데…. 여전히 부족한 걸 스스로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장가는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실제로 공유는 영화 ‘도가니’(2011년)와 ‘용의자’(2013년), ‘남과 여’(2016년)에서도 아빠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부산행은 아빠 역할이 전면에 등장한 작품이다. “석우는 딸에게 ‘지금 같은 때는 자기 자신이 제일 우선’이라고 가르치잖아요.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나는 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촬영 내내 그 생각이 머리를 많이 어지럽혔어요.” 전작 애니메이션에서 사회의 불편한 민낯을 드러내온 연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그는 엷은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처음 감독님 전작을 봤을 때는 솔직히 ‘참 피곤한 사람이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보니 실없는 사람이더군요.(웃음)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 칼날을 감추고 있더라고요. 평소엔 잘 드러내지 않다가 작품에서 그 날카로움을 여지없이 보이는 거죠.” 하지만 연 감독의 전작에 비하면 부산행은 날이 서 있진 않다는 평도 있다. 초반엔 복합적인 면모를 지녔던 인물들이 갈수록 선과 악으로 극명하게 갈리거나 극한 상황에서도 타인을 먼저 도우려는 몇몇 비현실적인 캐릭터 때문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신파’로 흘렀다는 평가도 있다. 공유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저도 신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입장 바꿔 생각해 보세요. ‘위기에 빠진 사람을 도와줘라’와 같은, 예전 같으면 당연했을 미덕들이 지금은 유치한 신파로 받아들여져요. 그게 정말 슬픈 일 아닐까요.”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삶은, 이따금씩 사람을 무너뜨린다. 그럴 때 여행은 쓰러진 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치유제가 되곤 한다. 14일 개봉한 독일 영화 ‘나의 산티아고’는 무력한 일상 혹은 개인적 상처로 삶의 궤적에서 튕겨 나온 뒤 길 위에 선 ‘인생의 순례자’를 다뤘다는 점에서 재작년 선보인 미국 영화 ‘와일드’와 닮았다. ‘나의 산티아고’는 독일 유명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데비트 스트리조프)의 실화가 원작이다. 삶의 허무함을 이기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에 나선 총 42일간의 여행을 그렸다. 영화 ‘와일드’가 엄마의 죽음 이후 마약과 섹스로 만신창이가 됐다가 미국 도보여행에 나섰던 여성 셰릴 스트레이드(리스 위더스푼)를 다뤘듯이. 두 작품은 쌍둥이처럼 ‘지금 걷고 있는’ 현재와 ‘한때 걸어야 했던’ 과거를 넘나든다. 이들에게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다. 떠나는 계기와 목적이 분명한 ‘순례’다. 산티아고 초입 길에서 하페가 되뇌던 말처럼. “너무 오래 잊고 지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끝장난다.” 셰릴도 마찬가지였다. 아빠가 누군지도 모를 아이를 임신했다 낙태한 뒤 그는 자신을 세상에 내놓은 어머니를 떠올린다. “엄마가 자랑스러워했던 딸로 돌아갈 거야.” 삶에서의 도피와 무작정 걷기, 그로 인한 변화. 이 세 가지는 영화 ‘나의 산티아고’와 ‘와일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어떤 의미에서 하페와 셰릴은 도망자다. 이유가 무엇이건 그들은 현재 삶을 견디지 못했다. 그리고 무작정 앞을 향해 걸었다. 하페는 프랑스 남부에서 예수의 제자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부까지 800km를, 셰릴은 태평양을 따라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 너머까지 4285km를. 머나먼 도주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는지. “궁극적인 순례의 목표는 변화된 나로 새로 태어나는 것”(‘산티아고 길의 마을과 성당’의 저자 홍사영 신부)이란 말처럼 그들은 마침내 환생했을까. 카메라는 여행 이후의 삶까지 따라가진 않는다. 단지 하페가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남긴다. “내 안에서 커다란 종이 울렸다. 그 소리는 계속될 것이다.” ★★★☆(★ 5개 만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휴가철을 맞아 영화관이 문화공간으로 거듭난다. CGV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해 영화 관람과 함께 마술쇼, 스타 라이브 토크쇼 등을 선보인다고 19일 밝혔다. 먼저 24일 CGV 영등포 스피어X에서는 마술사 김민형이 진행하는 마술쇼를 본 뒤 마술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 ‘나우 유 씨 미 2’를 관람할 수 있다. 26일 CGV 왕십리에서는 영화 ‘인천상륙작전’(27일 개봉)의 이재한 감독, 배우 이정재, 이범수가 ‘스타 라이브톡’에 출연해 작품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이날 행사는 전국 16개 극장에서 실시간 생중계된다. ‘영화와 사진’을 주제로 한 특별 강연도 마련됐다.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는 27일부터 5주간 매주 수요일 사진평론가 진동선과 함께 영화 ‘캐롤’, ‘클로저’,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의 작품을 통해 사진과 영화를 비교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강좌에서 빛과 노출, 정지와 움직임 등 사진의 기본 요소뿐 아니라 영화로 사진 읽기 등을 배울 수 있다. 참여를 원하는 고객은 CGV 홈페이지 아트하우스 코너에서 신청하면 된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1950년 9월 15일. 6·25전쟁의 흐름을 단번에 역전시킨 인천상륙작전의 성공 가능성은 5000분의 1에 불과했다. 27일 개봉하는 이재한 감독의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최악의 지리적 조건 속 작전을 성공시키려는 연합군 사령관 맥아더 장군(리엄 니슨)과 대북 첩보작전에 투입된 한국 해군 첩보부대원(이정재)의 목숨을 건 활약을 다뤘다. ‘인천…’은 중장년층의 호응 속에 ‘1000만 영화’로 등극한 ‘명량’(2014년)과 ‘국제시장’(2014년)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이지훈=전형적인 ‘국뽕’(무조건적 애국주의를 비하하는 인터넷 용어) 영화라는 지적이 공감되던데. 6·25 참전용사 유가족에 대한 헌정 영화 정도…. ▽장선희=‘국뽕’ 좀 맞으면 안 되나? 전쟁영화라고 무조건 국뽕 타령부터 하는 것도 별로야.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는 데 기여한 국군 첩보부대의 활약상은 잘 몰랐던 내용이잖아. 인천상륙작전 하면 맥아더 장군밖에 안 떠오르니까. 감독이 모티브를 얻었다는 첩보작전 ‘X-RAY’라는 소재는 6·25전쟁 영화치고 참신했어. ▽이=문제는 소재만 그럴듯했다는 거. 영화 보는 내내 ‘낚인’ 기분이더라. ▽장=소재 때문에 기대가 컸나. 어떤 대북 첩보작전이 펼쳐질까 기대했는데, 도대체 ‘첩보전’은 어디 간 거야? 대원들이 인천 앞바다에 매설된 기뢰의 배치도를 빼내려는 과정까지는 긴장감 있었는데. 딱 거기까지라는 게 문제지. ▽이=사실 그 뒤부턴 ‘X-RAY’ 작전, 첩보부대와 함께 활동한 ‘켈로 부대’ 등의 설정들이 무색하게 그냥 ‘육탄전’이더라는. ▽장=맥아더 장군 역 맡은 리엄 니슨 존재감은 어땠어? 모자 삐딱하게 쓴 채로 파이프 담배를 문 모습이나 단호한 억양의 말투하며. 교과서에서 본 듯 싱크로율 100%더라. 맥아더 장군 자서전 읽고 다큐멘터리 뒤져 가며 공부했다더니. ▽이=겉모습은 그랬어. 근데 영화 홍보에서의 비중만 보면 리엄 니슨이 주연인데 사실상의 카메오야. 111분짜리 영화에 리엄 니슨은 한 15분 나오나? 2년 동안 설득했다더니 어렵게 할리우드 명배우 데려다놓고 신파를 찍으면 어떡하나. ▽장=급박한 전쟁터에 있는 장군의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현실감 없긴 했지. 50년을 전쟁터에서 살다 보니 속세를 초월했다는 설정인 건가? ▽이=그래도 심했어. 한쪽에선 총 대포 맞아 다 죽어가는 와중에 ‘이상을 좇아야 영혼이 주름지지 않는다’ 따위의 대사라니. 리엄 니슨을 비롯해 모든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단순해. 남성적인 전쟁영화 속 홍일점 한채선(진세연)도 도대체 공감이 안 되는 인물이었어. ▽장=그래도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이정재) 연기는 괜찮았잖아. 리엄 니슨을 뛰어넘는 존재감이었어. 영화 ‘도둑들’에선 양아치로, ‘암살’에선 변절자로 관객들 화를 돋우더니. 이번 영화에선 제대로 이미지 변신했더라. ▽이=이정재의 ‘하드캐리’였지. 감독이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순 전쟁영화가 아닌 인간에 대한 영화’라고 소개했잖아. 근데 영화를 보고 나면 전투 신 말곤 남는 게 없어. 딱히 ‘인간’이 안 보인달까. ▽장=“사상이 다르다고 총을 쏠 수 있나” 하는 대사들은 생각할 거리를 주긴 하잖아. 또 휴전 63년을 맞아 안보의식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아, 수습이 안 되네. ▽이=장학수와 시장에서 국밥 파는 어머니, 핏덩이 아이를 두고 작전에 투입되는 대원 설정으로 감동을 주려 노력한 티는 나. 다만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이랄까.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년)나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같은 전쟁영화 특유의 뭉클함이 없어. ▽장=세트나 컴퓨터그래픽(CG) 완성도는 생각보다 높았다고 봐. 시가전 신이 특히 화려하더라. 제작비로 147억 원이 들 만했어. 찍은 대로 쓸 수 있는 거라곤 바다밖에 없었겠던데. ▽이=특별출연한 김선아 추성훈 같은 배우들 찾는 재미는 쏠쏠했어. ▽장=흥행은 어떨까. ▽이=냉정하게 흥행 면에선 힘들다고 봐. ‘부산행’의 적수가 안 돼. ▽장=너무 냉정한데. 벌써부터 6·25 참전용사들이 단체관람에 나선다잖아. 또 알아? ‘명량’이나 ‘국제시장’처럼 ‘국뽕’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장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1000만 영화에 오를지. ○한 줄 평과 별점장선희 기자 ‘리엄 니슨’ ‘첩보작전’ 이런 홍보문구에 낚이지 말 것. ★★☆(★5개 만점)이지훈 기자 ‘이념에도 불구하고 휴머니즘’의 실종. ★★정양환 기자 2시간짜리 대한∼ 늬우스. ★☆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개봉 전 유료 시사회를 진행한 영화 ‘나우 유 씨 미 2’와 ‘부산행’이 7월 3주 차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나란히 1, 2위에 올라 ‘변칙 개봉 논란’을 사고 있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따르면 ‘나우 유 씨 미 2’는 누적관객 173만7489명으로 1위, 15∼17일 유료 시사회를 진행한 ‘부산행’은 누적관객 56만1050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개봉 전 유료 시사회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변칙 개봉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13일 개봉 예정이던 ‘나우 유 씨 미 2’는 개봉 전 주말인 9∼10일, 20일 개봉 예정인 ‘부산행’은 15∼17일 유료 시사회를 열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사회 명목으로 개봉일자를 지키지 않고 관객들을 선점하는 건 영화계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반칙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두 영화의 변칙 개봉 논란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도 거세다. 한 누리꾼은 “말이 좋아 유료 시사회지 사실상 변칙개봉 아니냐”며 “인천상륙작전은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이젠 영화계도 변칙이라니 실망이다”라며 “다른 영화에 피해를 주면서까지 입소문을 타겠다는 건 변칙을 넘어 반칙”이라고 지적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500억 원 전쟁이 시작된다. 영화계 ‘7말 8초 대전’이 코앞에 다가왔다. 7월 말부터 8월 초에 개봉하는 여름 대작 경쟁은 한국 영화시장의 용광로나 다름없다. 올해는 2014년 ‘명량’ ‘해적’ ‘군도’ ‘해무’ 이후 또 한 번 국내 4대 배급사가 총출동한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부산행’(NEW)을 시작으로 ‘인천상륙작전’(27일·CJ E&M), ‘터널’(8월 10일·쇼박스), ‘덕혜옹주’(8월 10일·롯데엔터테인먼트)가 잇따른다. 2년 전 4편의 총제작비(약 400억 원)보다 100억 원이 더 뛰었다. 먼저 포문을 연 건 ‘부산행’. 연상호 감독에 공유 정유미 마동석이 주연을 맡았다. 칸 국제영화제의 호평을 등에 업고 재난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까. 동아일보 영화담당기자 2명이 ‘쌈 무비’를 통해 조목조목 따져봤다. 》▽장선희=일단 딱 까놓고 영화 홍보에서 ‘감염자’란 표현은 그만 썼으면. ‘B급 덕후’ 취향으로 보이는 게 싫은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그게 더 어색한걸. 그냥 딱 ‘좀비 영화’야. ▽이지훈=좀비로 한정 짓기엔 플러스알파가 있던데. ‘한국인을 울리는 감동’을 지녔잖아. 좀비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진 절체절명 순간에 좁아터진 KTX 안에서 사투를 벌이는 인간 군상. 막판엔 코끝이 찡하고 눈시울도 붉어져…. ▽장=눈물 남발 아니냐. 커피 광고 같은 공유의 회상 장면을 보고서? 좀 닭살이…. ▽이=선배, 삶에 너무 치여 사셨네. 아빠와 딸의 마음이 짠하잖아. 또 극한에 처한 인간의 이기주의도 울컥하던걸. ▽장=가족에 소홀한 아빠와 사랑에 목마른 딸. 평생 동생한테 희생한 할머니, 임신부 아내를 지키는 남편. 결국은 가족애였어. 기어코 대중성을 확보하겠단 감독 의지가 읽히더라. 다만 좀 상투적이라는. ▽이=그게 강점이지. 가족끼리 손잡고 극장 갈 수 있잖아. 좀비영화라도 잔인하지 않은 ‘15세 관람가’인 점도 미덕이지. 전작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준 연 감독 특유의 비판의식을 잘 살린 점도 굿. ‘돼지의 왕’(2011년) ‘사이비’(2013년)는 진짜 ‘엄지 척’이었거든. ▽장=글쎄, 솔직히 촌스럽지 않았나. 주인공 직업이 ‘개미 등치는’ 펀드매니저에, “아무 일 없다” 거짓말하는 정부, 불만족스러운 언론 보도까지. 너무 전형적이야. 대놓고 주제를 강요해. ▽이=그게 없다면 마냥 가벼워졌을 거야. 올해 칸에서 호평받은 것도 여느 좀비영화와 다른 묵직한 메시지가 한몫했겠지. ▽장=에이, 진짜 묵직한 건 마동석. 존재감 최고! 요새 한국 영화는 이 배우 없으면 어찌 만드나. 다만, 뭔 좀비들이 마동석 하나를 못 당해? ▽이=나머지도 고생 많았는데. 공유 정유미 안소희는 살짝 아쉬웠어. 특히 공유. 내 마음속 ‘커피프린스’가 아빠라니 몰입이 그다지…. 사실상 주연은 좀비 떼였어. ▽장=감독이 의도한 거래. 연 감독은 ‘전체적 완성도가 중요하지. 굳이 어떤 역할이 튀어야 하나. 주요 캐릭터 다 살리려면 옴니버스로 가야 했을 것’이라 말하던데. 진짜 주인공은 누구누구가 아니라 ‘좀비가 탄 열차’라고. ▽이=세트가 장난 아니던데. 장소 섭외와 컴퓨터그래픽(CG) 작업만도 예산이 20억 원 넘게 오버했대. 돈 허투루 썼단 느낌은 없었어. 진짜 달리는 KTX 안인 줄. ▽장=운행 열차를 통째로 빌릴 수야 없었겠지. 행신역 삽교역 같은 작은 역이나 부산 철도차량기지에서 주로 찍었대. 열차 내부는 세트장에 CG 입힌 거고. ▽이=기차가 주 무대라 그런가. ‘설국열차’(2013년)가 떠오르기도. “터널 끝나면 들어간다.” 이 대사는 오마주야 패러디야. ▽장=‘설국열차’랑은 다르지. 부산행엔 커티스(크리스 에번스) 같은 ‘구원자’가 없잖아. 그냥 어쩌다가 열차에 오른 소시민들이 알아서 살아남는 거니까. 딱히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고. 어쩌면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일 수도. ▽이=흥행은 어떨까. 이번 여름대전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낙점! ▽장=다른 영화도 봐야지. 중장년층까지 끌어모으기엔 소재가 좀…. 관건은 ‘괴물’(2006년)만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에 달렸겠지. 좀비한테 한강 괴물은 ‘넘사벽’ 아닐까. ▽이=뭐든지 떼로 덤비면 다 이겨. ▼한 줄 평과 별점▼장선희 기자 설국열차+월드워Z+괴물. 하지만 새롭다. ★★★☆(★5개 만점)이지훈 기자 좀비 비주얼 앞에서도 결코 죽지 않는 메시지. ★★★★☆정양환 기자 [좀] 좀만 지나가게 [비] 비키도, 이것들아. ★★★ 장선희 sun10@donga.com·이지훈 기자}

“헐? 아빠뻘이 왜 저래.” 이 정도면 솔직히 추태 아닐까. 8일 저녁 방영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어서옵SHOW’는 보는 순간 외마디 비명이 새어 나왔다. MC인 배우 이서진(45)이 무려 스무 살 이상 차이 나는 어린 여가수 김세정(20)을 대놓고 저런 흐뭇한 표정으로 껴안다니…. 커플 성사의 기쁨을 이기지 못했다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이 장면이 눈에 거슬렸던 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나 보다. 이날 시청자 게시판에는 ‘돌발 스킨십’에 항의하는 글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한 시청자는 “예능에서 러브 라인은 흔하고 뻔한 일이지만 도가 한참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사실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분노가 폭발한 건 단지 이번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5월 6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35분에 방영되는 KBS 2TV ‘어서옵SHOW’는 이서진과 가수 김종국, 방송인 노홍철 등 ‘잘나가는’ MC들이 진행하는 소위 ‘황금시간대’ 예능이다. 그런데 같은 시간대의 경쟁 프로그램인 나영석 PD의 tvN ‘신서유기2’ ‘삼시세끼 고창편’에 압박을 느낀 탓일까. 요즘 부쩍 무리한 러브 라인을 자주 등장시키며 원성을 산다. 특히 요즘 ‘아재 팬’들도 격하게 아낀다는 김세정이 보조MC로 나오며 논란이 커졌다. 사랑엔 나이도 국경도 없다는 건 안다. 허나 적게 봐도 삼촌 조카뻘인 이들이 커플댄스라니. 심지어 김종국은 김세정과 가상결혼까지 했다. ‘어서옵SHOW’는 남성 출연자들의 사심 채우기를 위한 ‘판타지 예능’이란 말인가. 물론 예능에서 러브 라인은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악마의 유혹’이다. SBS는 2006년 ‘X맨 일요일이 좋다’(그때도 김종국-윤은혜) 때 재미를 보더니 지금도 ‘런닝맨’에서 송지효 개리 커플을 내세우고 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아예 대놓고 가상 부부 예능을 표방하고 있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말리고 싶다. 한 시청자는 “김세정이 초짜 신인이라 이서진 같은 A급들에게 아무 말 못하는 듯”이라고 해석했다. 일종의 권력 불평등이 야기한 강압성도 엿보였단 얘기다. 뭐,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려니 싶다가도…. 여성 입장에서 ‘내가 세정이라면’ 하고 상상해 보니 갑자기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이것도 직장 내 성희롱(연예인 버전) 아닐지. 어디다 신고라도 할까.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세상의 운명을 좌우하는, 어렵고도 무거운 결정을 내려야 했던 맥아더 장군을 연기할 수 있었던 건 큰 영광이었습니다.” 뻔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그의 목소리를 통해서는 다르게 들렸다.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할리우드 스타 리엄 니슨(64)은 파이프만 물지 않았을 뿐 6·25전쟁의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최고사령관(1880∼1964)에게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니슨이 27일 개봉하는 한국영화 ‘인천상륙작전’과 인연을 맺고 방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1월 영화 촬영차 한국을 찾았던 그는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장군 동상을 참배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당시 인천상륙작전은 성공 확률이 50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예측이 나와 당시 연합군의 나머지 장군들은 모두 ‘미친 결정’이라고 불렀다”며 “이를 강한 자신감으로 극복해낸 영웅적 면모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사실 니슨은 1993년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도 이런 영웅적인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죽음의 경계를 넘어 유대인 1000여 명을 구했던 오스카 쉰들러(오스카어 신들러) 역으로 세계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193cm의 당당한 풍채가 영웅적인 면모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에 “솔직히 영웅적인 성격을 지녔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다만 그는 “맥아더 장군이건 쉰들러이건 맡은 배역의 영웅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한 개인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두 인물은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굳건한 믿음으로 난관을 헤치고 나갔다는 점이 닮았다”고 설명했다. 니슨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사전 연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맥아더 장군의 평전을 정독했고, 그의 국회 연설 영상도 구해 봤다고 한다. 6·25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꼼꼼히 찾아봤다. 니슨은 “맥아더 장군은 항상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파이프 담배를 즐겼는데, 엄격한 장군의 이면에 할아버지와 같은 편안함도 지닌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영화 홍보영상 속 맥아더 장군과의 ‘닮은꼴’ 연기는 배우로서의 많은 고민이 묻어난 결과였다. 니슨은 “배우가 되기 전부터 6·25전쟁에 관심이 많았다”며 “역사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맥아더 장군이 연합군 7만5600명을 실은 함정 261척을 인천의 비좁은 수로에 상륙시킨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로서의 행복한 기억에 대해 다시 한 번 언급했다.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얘기할 때 맥아더 장군은 이를 관철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역사는 뒤바뀝니다. 그런 인물을 연기할 기회를 얻는다는 건 배우에게 크나큰 축복입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가상현실에서라도 내 취향을 인정받고 싶었어요.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요?” 예상했던 대로 넷카마는 접촉이 쉽지 않았다. 한참 수소문 끝에 현재 넷카마로 활동하는 30대 A 씨를 알게 됐지만 직접 통화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슬’(가명)이란 여성으로 인지도가 꽤 높은 인물. A 씨는 인터뷰 내내 신분이 노출될까 경계심이 가득했다. 아직 국내 정서상 여성 행세를 하는 남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카마를 비정상이나 범죄로 치부하는 시각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현실에선 어떤 사람인가. “한 IT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다. 동성애자도 트랜스젠더도 아니다. 다소 선이 가늘게 생겼다는 말을 듣지만, 군대도 다녀왔다.” ―언제부터 넷카마로 활동했나. “여성처럼 꾸미고 싶다는 욕구는 어릴 때부터 있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커졌다. 하지만 이를 분출할 길은 없었다. 본격적으로 인터넷에서 여성 행세를 한 건 대학교 입학 이후다.” ―왜 여성으로 행세하나. “그냥 타고난 성향이고 개인적 취미활동이다. 솔직히 주위 사람들이 이런 걸 받아들여 주겠는가. 철저하게 이성애자지만 이런 속내를 이해하는 여자친구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을 익명의 공간에선 마음껏 풀 수 있었다. 나쁜 짓은 한 적도, 할 생각도 없다. 그냥 자기만족이다.” ―실제로 현실에서 여성인 척해 본 적은 없나. “딱 한 번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남성과 ‘번개(즉석 만남)’를 가졌다. 그냥 내가 현실에서도 여성으로 보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상대가 알아채면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헤어질 때까지 몰라보더라. 심지어 애프터 신청도 받았다. 다시 연락하진 않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봐주길 바라나. “딱히 관심은 바라지 않는다. 그냥 편하게 생각하면 좋겠다. 해외에선 ‘크로스 드레서(cross-dresser)’라고 해서 취미로 이성의 옷을 입은 채 활동하는 걸 다양한 문화의 한 부류쯤으로 여긴다. 누구나 같은 취향, 같은 시각을 갖고 세상을 사는 건 아니지 않나.” A 씨는 휴대전화를 2대 갖고 다닌다. 두 전화기의 명의는 서로 달랐다. 하나는 남성 직장인, 또 하나는 여성 이슬로 사용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내공(등급점수) 100 겁니다. ‘넷카마’ 구별법 좀 알려주세요.” (N 포털사이트에서) 넷카마? 얼핏 무슨 말인지 짐작도 안 가는 이 용어가 최근 사이버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넷카마란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여성인 척 활동하는 남성’을 일컫는 은어. 인터넷의 넷과 여장을 즐기는 남성을 일컫는 일본어 오카마(おかま)를 합쳐 만들었다. 초기엔 소수 취향의 독특한 문화로 가벼이 여겨졌으나, 최근엔 이를 악용해 금품을 갈취하는 범죄행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 포털사이트에는 ‘넷카마 주의보’ ‘넷카마 대처법’ 등 관련 글이 현재 1600건이 넘게 올라와 있다. “애교 가득한 말투에 속아 게임머니(현금화가 가능한 가상화폐)를 숱하게 잃었다” “금전이나 노출 등 지나친 요구를 하면 일단 의심해 보라”며 피해를 호소한 누리꾼이 많다. 얼마 전 인터넷방송계에서 시끌시끌했던 ‘H의 넷카마 방송’은 이런 문화의 심각성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지닌 한 인기 남성 BJ(인터넷방송 개인운영자)가 주로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20대 젊은 여성인 척하며 사기를 치는 내용이다. 온갖 외설스러운 행태를 요구하는가 하면, 별풍선(유료 아이템) 등 상당한 금전적 이득도 취했다. 게다가 이런 방송을 ‘딸 있는 멍청한 유부남 꼬드기기’ ‘XX 유부남 가정 파탄내기’ 등 자극적 제목을 달아 또 다른 방송에 내보내기까지 했다. 당시 대화 창에는 청소년, 심지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누리꾼들도 들어와 감상 평을 쏟아냈다. ‘H의…’는 선정적이란 이유로 방송정지를 당했지만, 영상은 여전히 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꼭 금품 갈취가 아니라도 넷카마는 현행법을 어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 노출녀’로 유명해진 A 씨(26)는 실제로는 한 부대에서 근무하던 남성 직업군인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 20대 여성이라며 아름다운 여성 사진을 걸어놓아 숱한 남성의 관심을 모으며 한때 팔로어가 1만6000여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점점 수위가 세지더니 적나라한 사진을 마구 올리다 결국 음란물 유포,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갈수록 커지는 누리꾼들의 관심에 도취해 나중엔 멈출 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일부 넷카마의 삐뚤어진 행태는 자기만족 차원에서 넷카마로 활동하던 이들에게도 역피해를 주고 있다. 한모 씨(22)는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남성 중심적인 세태가 싫어서 넷카마가 된 경우. 그는 성소수자도 아니고 외설적인 취미도 없다. 하지만 한 씨는 “남성 누리꾼들의 욕설과 음담패설, 편향적인 시각이 싫어서 넷카마로 변신했다”며 “하지만 최근 넷카마 논란이 커지며 일방적으로 범죄 집단으로 매도되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넷카마의 출현을 원초적인 애정결핍과 사이버 시대가 빚어낸 관음증적 욕망이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칭찬에 인색한 경쟁사회다 보니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서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타인을 속이는 기만행위로 확장된다는 데 있다. 연세대 의대의 남궁기 교수는 “자신의 정체는 감춘 채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일종의 관음증적 경향”이라면서 “타인을 속이며 얻는 쾌감을 제어하지 못하다 범죄로 빠져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양환 ray@donga.com·이지훈 기자}

요즘 젊은층에게 ‘탈출카페’가 인기 있다. 탈출카페는 9.9m²(약 3평)의 밀실에서 주어진 시간(약 60분) 안에 암호를 풀어 빠져나가는 게임을 즐기는 곳이다. 드라마나 예능에서 뇌가 섹시한, 즉 머리 좋은 사람을 뜻하는 ‘뇌섹 남녀’가 주목받자 ‘뇌섹 지수’를 직접 검증해보고 체험하는 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서울 강남, 홍익대 앞, 신촌을 중심으로 번져 나간 탈출카페는 전국에 150여 곳이 생겼다. 2∼5명의 친구나 직장동료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찾거나 ‘남자가 멋져 보일 기회를 준다’는 입소문이 돌며 필수 데이트 코스로 자리 잡았다. 서울 명문대를 나온 문화부 미혼 남녀 기자가 탈출카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추리 문외한이 단번에 풀 수 있을까 8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탈출카페 ‘롤이스케이프’. 이곳에서 ‘파이어맨’ ‘머더 제인’이란 방 두 곳을 골라 탈출에 도전했다. ‘파이어맨’은 소방관이 된 도전자가 화재 현장으로 출동해 인명을 구하고 탈출하는 방. 지금까지 도전자 중 약 30%가 성공했다. ‘머더 제인’은 의문의 살인마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탈출해야 하는 음산한 분위기의 방이다. 성공률이 10% 미만일 정도로 난도가 높다.○ 의외로 높은 난도에 미션 실패 첫 도전 대상은 ‘파이어맨’ 방. 서랍마다 힌트처럼 보이는 표식이 있고 서랍은 자물쇠로 잠겨 있다. 제한시간 60분 중 20분가량 표시의 의미를 몰라 우왕좌왕했다. 힌트는 벽면의 그림이었다. 그림에서 추리한 비밀번호로 자물쇠를 열 수 있게 되자 단서가 꼬리를 물며 다음 문제도 풀기 수월해졌다. 하지만 60분은 짧았다. 10개가 넘는 자물쇠 중 해독한 자물쇠는 6개. 그래도 ‘처음치곤 좋다’고 자평하며 다음 ‘머더 제인’ 방에서 심기일전해 보기로 했다. ‘머더 제인’ 방은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벽을 더듬거려 간신히 스위치를 켰는데 음산하고 충격적인 방 풍경에 ‘꺄∼악’ 하는 비명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문제 풀기에 도전했다. 이전 방에서의 학습효과 덕에 5분도 안 돼 첫 자물쇠를 풀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단시간에 너무 많은 문제를 접해서인지 집중력이 저하되며 문제 푸는 속도가 느려졌다. 폐쇄회로(CC)TV로 이를 지켜보던 카페 상황실에서 힌트를 제공해주며 독려했지만 무용지물. 자물쇠를 네 개만 푼 뒤 쓸쓸하게 방을 나왔다. ○ 답 없는 답답한 현실도 이렇게 풀고 싶다? 예상보다 어려웠다. 숫자 문제는 물론이고 난센스까지 동원해야 하는 등 문제 해결 방법이 다양해 탈출카페 초보들은 단번에 미션을 수행하는 게 어려워 보였다.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면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탈출카페 컨설팅을 하고 있는 ‘RS PROJECT’의 노영욱 대표는 “도전 욕구를 자극할 만한 어려운 문제와 각 방마다 다른 서사가 있기에 몰입할수록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비싼 돈(1인당 2만 원)을 내고 굳이 비좁은 방에 갇혀 머리 쓰는 게임을 하는 것이 인기 있는 이유는 뭘까.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남궁기 교수는 “인간은 높아진 긴장감이 일순간 해소될 때 강한 쾌락을 느끼는데, 탈출카페에서는 이런 과정을 집약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추리하다가 문제를 해결해 긴장이 이완되는 순간 강한 쾌락을 느낀다. 이런 과정이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번 반복되며 쾌감지수가 올라 현실 세계에 대한 답답함까지 ‘힐링’하는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방을 나온 두 기자는 무거운 머리를 잡고 약속이라도 한 듯 “아, 당(糖) 당긴다”며 카페 출구에 비치된 막대사탕을 집어 들었다. 김배중 wanted@donga.com·이지훈 기자}

“보이그룹 뽑는다기에 참 기대가 컸었는데….” 솔직해지자. ‘프로듀스101’(엠넷)의 성공을 보며 입을 삐죽거렸었다. 남성들을 들끓게 한 걸그룹이 나왔으니 여성들의 욕망도 달래줘야 하는 거 아냐. 아니나 다를까. 두 달쯤 지난 지난달 18일, 같은 방송사에서 보이그룹을 뽑는 ‘소년24’가 방영을 시작했다. 누나 팬인 기자 역시 내심 기대했었다. 하지만 누나는 더이상 TV 앞에서 버틸 힘이 없었다. 소년24는 굳이 포장하면 ‘원석’이 출연한 프로그램. 그러니까 연예인을 꿈꾸는 일반인이란 얘기다. 역시 아무나 연예기획사에 들어가는 건 아니었다. ‘프로듀스101’에 나온 연습생들은 그에 비하면 다듬어진 ‘보석’이었다. 소년들의 외모는 그렇다 치자. 노래 춤 랩 전부 화제가 되지 못했다. 현재 소년24의 평균 시청률(0.6%·닐슨코리아 기준)도 최고 시청률 4.9%를 기록했던 프로듀스101과 천양지차다. 몇 명씩 ‘유닛’을 이뤄 오디션을 보는 방식도 실망스럽다.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 건 좋은데 상당히 불편하다. 생면부지 애들끼리 억지로 붙여놓곤 통째로 떨어뜨리는 게 말이 되나. 그 나름대로 열심히 잘한 참가자는 어쩌라고. 공산주의의 뼈아픈 교훈은 벌써 잊은 건가. 소년들의 퍼포먼스를 보고 있자니 ‘공연돌(무대공연 위주로 활동하는 아이돌) 발굴’이라는 프로그램 취지 또한 무색해진다. 최종 선발된 24명에겐 전용 무대에서 1년 동안이나 공연할 기회를 준다는데 지금 봐선 ‘쟤들이 과연?’이라는 선입견만 생긴다. 실제로 현재 3회까지 방영됐지만 포탈사이트 검색어 순위에도 오르질 않는다. 차라리 선정 과정은 1, 2회 정도로 압축하고 최종 선정된 이들이 무대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럼 감동이라도 줬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 소년24의 가장 큰 실책은 국내 방송에서 잘 먹히는 ‘감동 코드’의 실종이 아닐는지. 청각장애란 난관을 딛고 출전한 ‘홍인’ 정도만 인상적인데, 이 역시도 잘 살리진 못했다. 한 누리꾼은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 속 소년들은 왜 방송엔 나오지 않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보정을 너무 과하게 했단 의혹인데, 소년24의 ‘속 빈 강정’은 사진만이 아니었다. ★☆(★ 5개 만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난 누군가가 죽어가는 과정을 그려 등장인물과 관객의 슬픔을 부추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에세이 ‘걷는 듯 천천히’에서) 누군가의 죽음은 남은 이에겐 상실이다. 어찌 슬픔이 복받쳐 오르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일본의 고레에다 감독(54)은 오열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린 살아가야 하지 않겠냐며 담담히 어깨를 두드린다. 그 단초를 엿볼 수 있는 그의 데뷔작 ‘환상의 빛’(1995년)이 7일 국내에 처음 개봉한다. 제66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년 국내 개봉)를 비롯해 나오는 영화마다 세계적 상찬을 받았던 고레에다 감독. 줄곧 사별(死別)에 집착(?)해온 그의 끈기는 첫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생후 3개월 된 아이를 두고 자살한 남편의 잔상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 유미코(에스미 마키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 그래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인생.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먹먹하나 담백한 영화 대사처럼 감독은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무기력한 순응은 아니다. 남겨진 이들은 아픔을 자양분으로 조금씩 성장한다. 사고로 집안의 장남을 잃고 10여 년 후에 벌어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걸어도 걸어도’(2008년)나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의 죽음을 다룬 ‘아무도 모른다’(2004년)에서 감독은 상처를 후벼 파진 않는다. “감정을 강요하는 파시즘은 내 영화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감독의 말처럼 위로를 배워가는 이들의 감정을 따라갈 뿐. ‘걸어도 걸어도’의 영문 제목 ‘Still Walking(여전히 걸어가는)’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삶이란 길을 그래도 걷는 것 말고 어떤 위로가 존재할까. 참으로 자극적인 세상에서 심심하고 시원한 냉면 같은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는 여름에 더 어울린다. 무더운 여름, 우리를 찾아온 그의 데뷔작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최근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30·사진)의 팬들이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한다’는 성명을 내놓은 것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팬클럽인 DC인사이드 박유천 갤러리는 27일 ‘박유천 국내 및 해외 팬연합 성명’이란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국내외 14개국 팬클럽 연합은 이 성명에서 “박유천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한다”며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질 수 있도록 정확한 수사가 조속히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해당 성명은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총 4개 언어로도 게재됐고, 댓글 1800여 개도 각국의 언어로 달렸다. 박 씨는 최근 4명의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박 씨를 최초로 고소한 A 씨는 14일 고소를 취하했고, 박 씨는 20일 A 씨와 A 씨의 지인 등 3명을 무고와 공갈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번 성명을 두고 누리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성범죄자일 수도 있는데 감싸다니, 이런 건 진정한 팬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아직 수사 중인데 범죄자 취급하는 건 자제하자는 성명서 내용에 동의한다”고 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자살로 세상을 떠난 탤런트 김성민 씨(43·사진)의 장기가 5명에게 기증된다.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김 씨는 2차례의 뇌사 조사와 뇌사판정위원회의를 거쳐 26일 오전 8시 45분 최종 뇌사 판정을 받았으며, 보호자들의 이식 결정에 따라 이날 오후 6시 장기적출 수술을 받았다. 김 씨의 장기 중 기증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심장과 폐, 소장을 제외한 신장 2개, 간 1개, 각막 2개가 5명의 환자에게 기증될 예정이다. 양철우 장기이식센터장은 “김 씨가 평소 지인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혀 보호자들이 선뜻 동의했다”며 “통상 뇌사 판정부터 장기 기증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는데 이번에는 신속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김 씨는 24일 오전 2시 자택 화장실에서 목을 맨 상태로 발견돼 응급실로 이송됐다. 의료진이 13분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김 씨는 자발호흡 중단 및 뇌간반사 손실 등 뇌사 가능성을 보였다. 김 씨는 26일 오전 2시경 1차 뇌사 판정을 받았고 약 7시간 후인 오전 8시 45분 최종 뇌사판정을 받았다. 응급의료센터 임지용 교수는 “김 씨는 심장이 정지되고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응급의료센터 내 중환자 구역으로 이송됐으며 자살 외에 다른 흔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씨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감사원 직원이 지하철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23일 오후 8시 20분경 고속터미널역에서 노량진 방면으로 향하던 지하철9호선 전동차 안에서 조선족 여성 A 씨의 신체에 몸을 밀착한 혐의로 감사원 5급 사무관 강모 씨(49)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23일 고속터미널역을 순찰하던 경찰은 강 씨가 종합운동장역 방면 9호선 열차에서 내린 뒤 환승하거나 출구로 나가지 않고 반대편 승강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수상하게 여겨 미행하다 그가 전동차에 오른 뒤 여성 승객 뒤에서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 A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강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체포 당시 강 씨는 자신이 감사원 직원이라고 밝히며 “변호사 입회 하에 조사받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성폭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