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일본에서 최근 ‘시간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신조어 ‘타이파(タイパ)’가 등장했다. 가성비를 따지는 일본식 신조어 ‘코스파(코스트 퍼포먼스)’에서 ‘코스트(비용·가격)’ 대신 시간을 뜻하는 ‘타임’을 넣어 만든 단어다. 미음 받침 발음을 어려워해 ‘타임파’가 아니라 타이파로 부른다. 타이파는 시간을 잘 지키고, 효율적으로 쓰는 것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뭐든 짧고 빠르게 끝내려는 풍조를 가리킨다. 2시간짜리 영화 보는 시간을 못 견뎌 10분 안팎으로 요약한 유튜브 동영상조차 2배속으로 빠르게 보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10초 건너뛰기’와 비슷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동영상 수업을 2배속으로 듣던 학생들이 학교 오프라인 수업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마이니치신문은 30일 “젊은 세대가 비용 대비 효과 높은 걸 따지면서 시간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모리나가 마유미 하쿠호도DY 연구원은 “일류대를 나와 좋은 회사를 들어가야 성공한다는 공식이 무너지면서 삶의 길이 다양해졌지만 정작 젊은이들은 정답을 찾기 어려워하고 초조해 한다”며 “조금이라도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타이파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쿠이나 후보를 응원해 주시기 위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와 주셨습니다. 모두 큰 박수로 맞아 주시기 바랍니다.” 27일 오후 일본 도쿄 지요다구 한 연회장. 참의원 선거 도쿄 선거구에 출마한 자민당 이쿠이나 아키코 후보 연설회 연단에 아베 전 일본 총리가 찬조 연설자로 섰다. 아베 전 총리가 온다는 소식에 준비된 의자 250여 석은 시작 30분 전 동이 났다. 연설회장 뒤에 서 있을 공간도 없어 회장 밖 복도에서 까치발을 들고 봐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7월 10일 열리는 일본 참의원 선거전이 중반에 접어들었다. 한국처럼 대형 전광판을 동원하거나 유니폼을 맞춰 입은 당원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유세는 없지만 전국에서 마이크를 잡고 한 표를 호소하는 모습은 다르지 않다. 일본 언론은 이번 선거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안정 의석을 얻어 ‘황금의 3년’을 구가하며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등 개헌까지 실현시킬지 주목하고 있다.청중과 셀카 찍는 아베 “야당이 금리 올리자고 하는데, 뭘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내가 처음 총리를 맡은 10년 전에는 엔고(円高)로 공장이 전부 해외로 나갔어요. 아베노믹스로 경제가 좋아진 것 아닙니까. 그런데 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안 해 준다, 이겁니다.” 원고 한 장 없이 자기 자랑과 유머를 섞은 그의 연설에 청중은 “와!” 탄성을 지르며 박수로 호응했다. 30여 분 연설을 마치고 나가는 그를 건물 입구에서 기다리던 여대생 4명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기꺼이 응한 아베 전 총리와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은 한 명이 친구들과 사진을 돌려보며 신기해했다. 기자가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고 묻자 이 학생은 “처음에는 별로 안 좋아했지만 안보를 생각해 자민당을 지지한다. 자민당이 국가 안보를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도쿄 기타구 아카바네역 교차로에서는 재선에 도전하는 아사히 겐타로 의원 가두연설회가 열렸다. 3선 참의원인 마루카와 다마요 전 올림픽 담당 장관이 응원 연설을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코로나를 이겨내고 도쿄 올림픽을 완수해 세계인이 감동했습니다. 일본이 아니면 할 수 없었다며 찬사를 보내지 않았습니까.” 마루카와 전 장관이 연설하는 동안 아사히 의원은 유권자들과 악수를 하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낮 기온이 섭씨 35.1도까지 올라간 찜통더위에 가두 유세장 주변 빌딩 그늘 밑에서 유권자 10여 명이 연신 부채질을 하며 연설을 들었다. 지역 주민 사토 씨는 “물가가 올라 걱정이긴 한데, 그래도 자민당이 강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주부는 “누가 돼도 달라지는 게 없어 관심이 없다. 언제 선거를 하는지도 모른다”며 발길을 돌렸다.‘자민당 우세’ 속 물가고 초점 일본 언론은 이번 선거를 통해 자민당이 참의원 의석 과반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야당조차 이런 전망을 인정한다. NHK가 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기시다 내각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0%로 ‘지지하지 않는다’(27%)를 훨씬 앞섰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한 달 전 59%보다 9%포인트 낮아졌지만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시절인 지난해 2월 내각 지지율이 38%까지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고공 행진이다. 정당 지지율도 자민당(35.6%)이 제1야당 입헌민주당(6.0%), 보수야당 일본유신회(4.8%) 등을 크게 앞서고 있다. 한 언론사 정치부 기자는 “자민당 지지율이 워낙 높아 지금은 여야 승패를 논하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라고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선거 승리 기준을 “선거가 없는 의석을 포함해 여당이 (참의원) 과반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참의원 전체 245석 중 이번에 선거를 치르는 125석 가운데 여당이 56석을 가져가면 가능하다. 기시다 총리의 목표는 어렵지 않게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전 총리)가 “이번처럼 선거를 앞두고 편안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여당 지지세는 굳건하다. 최근 생활물가가 오르며 국민이 민감해하는 분위기지만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2.1%(지난해 같은 달 대비)는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다른 선진국보다 많이 낮은 수준이라 정국을 흔들 정도의 변수는 되지 못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이 참의원 전체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필요한 56석을 넘어 이번 선거 과반(63석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입헌민주당은 23석 확보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승리 힘입어 ‘개헌 드라이브’ 걸까싱거운 승부가 될 확률이 높은 이번 선거 관전 포인트는 자민당 숙원인 개헌이 가능한 의석을 확보할지다. 자민당은 선거에 승리하면 평화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등 개헌을 실현하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일본도 한국처럼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중·참의원 각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 일본유신회 그리고 소수 야당 국민민주당은 큰 틀에서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이른바 이들 ‘개헌 세력’은 중의원에서는 이미 의석 3분의 2를 넘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 공명 유신 국민민주 등 4개 정당이 이번 선거에서 총 82석을 획득하면 개헌 세력이 (참의원에서도) 3분의 2를 넘는다”고 보도했다. 오사카를 기반으로 세력을 다져온 일본유신회는 최근 자민당보다도 우경화한 스탠스로 제1야당을 차지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과거 정통 야권 계열이던 국민민주당은 “반대만 하는 야당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하며 예산 심의 등에서 자민당과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누구보다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은 기시다 총리다. 지난해 10월 취임 후 모든 정책을 참의원 선거에 맞췄다고 할 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이 확산되기 시작하자 바로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하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든 그는 결단력을 평가받으며 단번에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파벌 정치로 돌아가는 자민당에서 세력 4위 소수파인 고치카이(기시다파)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는 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정무와 정책 모두에서 자신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고치카이는 개헌과 방위력 강화를 내세우는 아베파 같은 보수 강경파와 달리 경제 우선, 아시아 선린우호를 강조하는 비둘기파로 간주된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주요 정책을 발표할 때 사전에 아베 전 총리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설명하는 등 예우를 갖춰 왔지만 최근 아베 전 총리 비서관을 지낸 방위성 차관을 아베 전 총리의 반대에도 전격 교체했다. 선거 후 당내 주도권 장악을 위한 파벌 싸움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년 3개월간 운항이 중단됐던 김포-하네다 항공 노선이 29일 다시 열렸다. 이날 오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하네다-김포 운항 재개. 탑승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뜻의 일본어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승객을 맞이했다. 하네다공항 국제선 여객터미널에서 근무하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직원들은 오랜만에 서울에서 온 승객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석우 대한항공 일본지역본부장은 “오랫동안 염원했던 김포-하네다 노선이 재개돼 감개무량하다”며 “이번 노선 재개가 한일 양국 교류 확대와 우호 증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40분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아 든 30대 한국인 승객은 “인천-나리타 노선보다 접근성이 좋아 애초 예약했던 항공권을 취소하고 김포-하네다 항공권을 샀다”고 말했다. 지난달 데뷔한 한국 9인조 남성그룹 ‘블랭키’도 아시아나항공 편으로 이날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팬 10여 명과 일본 기획사 직원들이 꽃다발을 들고 이들을 환영했다. 이날 오전 8시 31분 김포국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1085편은 오전 10시 44분 도쿄 하네다공항에 착륙했다. 30분쯤 뒤인 오전 9시 대한항공 KE707편도 김포에서 이륙해 오전 11시 10분 하네다에 도착했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만 슬롯(공항에서 특정 시간에 운항할 수 있는 권리)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당분간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주 2회 해당 노선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A321과 A330 기종을, 대한항공은 B737-900ER 기종을 투입한다. 일본항공은 30일, 전일본공수는 7월 1일 같은 노선의 첫 비행기를 띄운다. 김포-하네다 노선은 탑승률도 높고 수익도 좋은 대표적인 알짜 노선이다. 김포국제공항이 인천국제공항보다 서울 도심과의 접근성이 좋아 비즈니스 고객이나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가 발표된 지 일주일 만에 첫 운항이 이뤄진 탓에 이날 아시아나항공 비행기에 탄 승객은 50여 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김포-하네다 노선의 항공기 평균 탑승률은 90%가 훌쩍 넘었다. 연간 탑승객도 200만 명이 넘었다. 올해 7월에는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이 거의 만석이다. 한일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점차 늘고 있다. 일본 저비용항공사(LCC) 피치항공은 8월 28일부터 인천-오사카 노선을 주 6회 왕복한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선만 운항했던 피치항공은 인천-오사카 노선 재개를 시작으로 국제선 노선을 순차적으로 재개할 계획이다. 국내 항공사들도 인천∼나고야, 나리타, 오사카, 후쿠오카 노선을 증편하는 등 일본 노선을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일본은 항공사들의 노선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였고,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관광지”라며 “그간 운항 재개 필요성이 꾸준히 논의되어 온 만큼 점진적으로 운항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업계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원-엔 환율이 100엔당 950원 정도로 ‘엔저’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여행객들에게는 호재다. 다만 여행객이 빠르게 늘어나기 위해서는 무비자 여행이 확대되는 등 각종 규제가 풀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도쿄여행 전문업체 화인존의 반은정 대표는 “지금은 양국을 오가려면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 이전처럼 무비자 방문으로 전환되면 여행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패키지 여행상품을 구매한 단체 관광객들에게만 비자를 내주고 있다. 한국 역시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도 “김포-하네다 노선이 열린 것만으로도 정상화 신호탄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개인 관광까지 완벽하게 열린 건 아니어서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개별 자유여행이 풀려야 여행 심리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이라는 의미다. 그동안 잠정 휴업 상태였던 김포국제공항 내 면세점도 29일을 기점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많은 내국인과 해외 관광객을 오랜만에 맞이하게 돼 기쁘다”면서 “고객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미국 국무부가 석탄 밀수출에 쓰인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들이 중국 항구에서 활동했다고 지난해 10월 지적한 것과 관련해, 당시 중국 항구에 정박한 북한 선박에서 석탄 밀수로 보이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날 미국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의 인공위성이 북한 남포항 상공에서 포착한 고해상도 사진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8월 8일 오전 6시 50분에 찍힌 사진에는 석탄이 쌓인 화물 하역 구조물 옆에 길이 165m, 폭 26m 규모의 화물선이 정박돼 있다. 닛케이는 전문가 3명의 감정을 토대로 이 배는 북한의 대형 화물선 태평2호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인공위성을 활용한 선박 자동 식별시스템으로 선박의 움직임을 추적한 결과 지난해 8월 9일 남포항 앞에서 신호가 확인된 태평2호는 서쪽으로 향하면서 13일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 룽커우항에 입항해 26일까지 머물렀다. 이 기간 동안 배에 실린 석탄이 룽커우항에 하역됐다. 올해 4월 4일에는 과거 석탄 밀수행위를 한 것으로 지목된 북한 선박 금야호와 특징이 일치하는 화물선이 포착됐다. 이 배도 태평2호와 같은 동선으로 중국 룽커우항으로 향했고 4월 6~18일 룽커우항에서 신호가 포착됐다. 이 배가 정박한 하역시설에서도 석탄으로 보이는 검은 물질이 쌓여 있었다고 한다. 닛케이가 영국 정보회사를 통해 2011년 1월 이후 1년 반 동안 북한 국적 선박의 항적을 분석한 결과 룽커우항에 체류한 선박은 총 37척이었고 석탄 처리가 가능한 랴오닝성과 허베이성의 항구에서도 20척 이상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기항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10월 북한 선박의 중국 밀수출을 지적하며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올 3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룽커우항에 머문 북한 선박에 대해 정보 공개를 요청받은 것과 관련해 “빈 배로 입항했고 비료, 농업 물자 등을 싣고 출항했다”고 밝혔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오키나와현 중부 온나촌(村). 오키나와의 관문인 나하공항에서 북쪽으로 1시간가량 차를 타고 가면 투명한 산호빛 바다와 리조트 등이 펼쳐진 작은 마을이 나온다. 숲속으로 올라가면 바다를 향해 야트막한 4개의 건물이 보인다. 일본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과학기술 연구 대학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이다. OIST는 일본 정부가 ‘과학기술 입국’과 ‘오키나와 지역 경제 진흥’이라는 양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1년 정책적 결정으로 설립한 대학이다. 일본에서 1인당 소득이 가장 낮은 곳으로 평가되는 오키나와의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게 대학 설립의 가장 큰 목적이다. 헤더 영 OIST 부학장은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연구, 교육, 혁신을 하나로 연결해 지역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작지만 강한 세계의 공대들은 이렇게 지역 경제 부활의 거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역에 유명한 대기업이 없어도 대학의 연구자들이 네트워크를 가동해 외부에서 투자금을 끌어오고, 이 자금을 바탕으로 지역이 강점을 지닌 산업을 키운다.○ ‘산업 불모지’ 오키나와에서 벤처기업 요람유명한 대기업이 없는 오키나와에서 OIST는 최근 벤처기업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다. OIST는 지난달 요코하마에 본사를 둔 벤처 캐피털 업체 ‘라이프타임 벤처스’와 함께 50억 엔(약 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설립했다. 헬스케어, 환경, 기술, 해양 등 오키나와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 투자를 한다. 라이프타임 벤처스 측은 “OIST 캠퍼스에 거점을 두고 대학 내 연구자들과 제휴하면서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시장에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낙후된 오키나와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 오키나와 바다 생태계를 연구하면서 기후 변화, 외래종 동식물 등이 이곳의 자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오키나와 커뮤니티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손을 잡고 당뇨병, 비만 질환자를 위한 쌀 신품종 개발을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의 일본 반환 50주년을 맞아 올해 5월 발표한 ‘오키나와 진흥 기본 방침’에서 OIST를 지역의 산업 경쟁력과 기술혁신 창출을 도모하는 핵심 기지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오키나와 일본 반환 50주년 기념식에서 “OIST는 내가 담당 장관으로 창설에 깊이 관여한 곳”이라며 “양자, 바이오 등 폭넓은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연구를 추진하고 성과가 사회에 환원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학생 200여 명의 ‘글로벌 톱10’ 연구기관오스트리아 출신인 마티아스 볼프 교수는 10년 전인 2012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OIST로 옮겨와 교수를 맡고 있다. 볼프 교수는 생체분자 구조를 극저온으로 처리해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한다. 볼프 교수는 “학교 규모는 작지만 다른 학교에 으레 있는 학과 간 장벽이 없이 자유롭고 폭넓게 연구할 수 있다는 게 이곳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OIST는 교수 82명, 석·박사 통합과정 학생 205명이 모인 작은 대학이다. 하지만 연구 수준은 세계적이다. 2019년 네이처지가 선정한 ‘질 높은 연구기관’ 순위에서 세계 9위, 일본 1위에 올랐다. 역사가 11년에 불과한 대학이 도쿄대, 교토대 등 1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며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유명 대학들을 전부 제치면서 일본에서 단숨에 주목받는 대학이 됐다. 대학은 ‘기존 대학과는 달라야 한다’는 목표 아래 교수로 부임하면 5년간 조건을 달지 않고 연구비를 지원한다. 정부도 낙후된 지역에 대한 정책적 배려 차원에서 연간 160억 엔(약 1600억 원)의 대학 연구비를 직접 지원한다.온나촌=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정부가 한국에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가한 지 7월 1일로 3년이 되는 가운데, 이 규제로 인해 일본에 대한 한국 기업의 불신이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의 반도체 소재 국산화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8일 대(對) 한국 수출 규제 3년을 맞아 “일본의 규제가 한국 기업에 불필요한 불신감을 심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날 “삼성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매출이 일본 경쟁사인 키옥시아의 8배 규모로 크기 때문에 한국의 국산화가 진행되면 장기적으로 일본 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단행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한국을 수출 절차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일본 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한국이 중요 물자 국산화와 일본 외 공급망 다각화에 나서게 됐다”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는 아이러니하게 일본에 대한 대만의 경계심을 자극하며 새로운 경제안보 리스크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도 올 5월 칼럼을 통해 “한일 간 쟁점 가운데 수출 규제는 실패했다는 점을 명확히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며 “일본 통상정책의 흑역사”라고 비판했다. 다만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한국이 소재 부품 장비 자립화를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 규제 품목인 불화수소는 규제가 이뤄진 2019년에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이 전년대비 45.7%, 2020년에는 74.2% 각각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33.5% 늘었고 올 1∼5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 불화폴리이미드는 지난해 1년 전보다 수입액이 11.5% 감소했지만 포토레지스트는 지난해 1년 전보다 11.9% 증가했다. 닛케이는 이런 수치를 근거로 “한국의 반도체 소재 국산화가 제자리걸음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한 것만큼 탈일본은 진행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최근 박진 외교부 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희망한다고 밝히면서 일본 측이 수출 규제를 푸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에 대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 현금화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수출 규제 등 여타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낮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는 일본에서 정부가 사상 첫 전력 수급 주의보를 발령했다. 일본 정부는 노후한 화력발전소 가동을 재개하고 기업과 가정에 절전을 당부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여름철 전력 대란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은 27일 도쿄전력 관할 지역인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 이날 오후 3∼6시 절전을 요청하는 전력 수급 주의보를 내렸다. 올 3월 꽃샘추위로 난방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해 전력 부족 위기를 겪자 경산성은 전력 공급 예비율이 5%를 밑돌 것으로 판단되면 전력 수급 주의보를 발령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날 전력 수급 주의보 발령은 제도 신설 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무더위가 워낙 심해 에어컨 가동 자제 같은 권고는 하지 않았다. 이날 도치기현 사노시 낮 최고기온이 섭씨 39.8도까지 오르는 등 찜통더위에 열사병 환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말 기온으로는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NHK가 전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열사병에 주의하고 에어컨 같은 냉방시설은 계속 가동하되 다리미 전기주전자 등의 사용은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일본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가 나자 원전 가동을 크게 줄인 뒤 고질적인 전력 수급난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전체 전력 공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도쿄 인근 지바현, 나고야가 있는 아이치현을 비롯해 대도시권의 40년 이상 된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등 고육지책을 동원했지만 근본적인 전력 수급 해결책은 되지 않고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낮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는 일본에서 정부가 사상 첫 전력 수급 주의보를 발령했다. 일본 정부는 노후한 화력발전소 가동을 재개하고 기업과 가정에 절전을 당부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여름철 전력 대란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은 27일 도쿄전력 관할 지역인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 이날 오후 3~6시 절전을 요청하는 전력 수급 주의보를 내렸다. 올 3월 꽃샘추위로 난방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해 전력 부족 위기를 겪자 경산성은 전력 공급 예비율이 5%를 밑돌 것으로 판단되면 전력 수급 주의보를 발령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날 전력 수급 주의보 발령은 제도 신설 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무더위가 워낙 심해 에어컨 가동 자제 같은 권고는 하지 않았다. 이날 도치기현 사노시 낮 최고기온이 섭씨 39.8도까지 오른 것을 비롯해 도쿄 35.7도 등 찜통더위에 열사병 환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열사병에 주의하고 에어콘 같은 냉방시설은 계속 가동하되 다리미 전기주전자 등의 사용은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일본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가 나자 원전 가동을 크게 줄인 뒤 고질적인 전력 수급난이 계속되고 있다. 안전하다고 판단된 원전은 재가동하고 있지만 일본 전체 전력 공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도쿄 인근 지바현, 나고야가 있는 아이치현을 비롯해 대도시권 40년 이상 된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등 고육지책을 동원했지만 근본적인 전력 수급 해결책은 되지 않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검토됐던 한일 정상회담이 사실상 무산됐다. 일본이 다음 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는 채로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6일 “(한일 간) 정상회담은 별도의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 열릴 확률이 희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식 정상회담장 밖에서 약식으로 진행하는 ‘풀 어사이드(pull aside)’ 회담에 대해서도 “개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서서 (약식으로) 하더라도 이야기할 주제가 있어야 한다”면서 “과거사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해 본 게 없다. 언론에 브리핑할 게 없다면 (회담을) 안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역시 전날 기자들과 만나 “현 시점에서는 양자 회담 예정이 없다”며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회의 직전 양국 모두 정상회담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이다. 당초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적극 검토해 온 우리 정부와 달리 일본 정부는 계속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음 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자국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논의를 미루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다시는 전쟁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평화헌법이 있었기에 오늘날 일본에 평화가 존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평화헌법의 정신을 되새길 때입니다.” 일본 시민단체가 평화헌법 의미를 되새기는 ‘헌법 9조 기념비’를 도쿄에 세웠다. 오키나와를 비롯한 지방에 일본 헌법을 기리는 구조물들이 있지만 수도 도쿄에 평화헌법 기념비가 세워진 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1946년 헌법 제정 이래 처음이다. ‘평화를 희구(希求)하기 위해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 ‘육해공군 등 전력(戰力)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담고 있는 헌법 9조는 평화헌법의 상징으로 불린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은 7월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자위대를 명기하는 등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경화가 빨라지면서 이 같은 개헌에 찬성하는 분위기도 강해지고 있다. 헌법 9조 기념비 건립을 주도한 시민단체 ‘9조 기념비를 건립하는 모임’(건립모임) 사무국장 나카다 요시미 씨는 26일 기념비가 서 있는 도쿄 아다치구에서 기자와 만나 “일본이 자부심을 갖고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자랑이 평화헌법”이라며 “헌법 9조의 소중함을 인식시키기 위해 기념비를 건립했다”고 밝혔다. 건립모임 측은 19일 제막식을 갖고 기념비를 공개했다. 이들은 “헌법 9조 정신을 훼손한 자민당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향하게 하는 지금이 개헌 책동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라며 기념비 건립 의의를 밝혔다. 2020년 11월 결성한 건립모임은 개인과 단체 800여 곳의 기부금으로 기념비를 제작하고 뜻을 함께한 지역 병원이 제공한 땅에 세웠다. 기념비는 지름 1m의 스테인리스 공 모양으로 헌법 9조 조문이 분홍색 글씨로 새겨져 있다. 기념비를 제작한 건축가 요시다 긴지 씨는 “조문을 보러 온 사람의 얼굴이 기념비에 비치게 만들었다. 평화헌법과 시민이 하나가 되는 이미지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요시다 씨는 “군사정권 및 독재와 싸워 쟁취한 한국 민주주의와 달리 일본 민주주의는 패전 후 미국이 이식해 준 것이어서 국민이 충분히 (그 의미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한국을 비롯한 세계 시민사회와 연대해 헌법 9조의 소중함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건립모임은 기념비 터를 평화 관광 명소로 알리는 인스타그램 인증샷 이벤트, 기념비를 둘러보는 평화 걷기 행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 도쿄 다른 지역에도 기념비 건립을 추진한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24일 일본 수도 도쿄에서 약 50km 떨어진 과학도시 쓰쿠바에 대규모 연구개발센터를 열었다. 일본 정부는 이곳을 포함해 TSMC가 소니, 덴소 등 일본 기업과 건설 중인 규슈섬 구마모토의 반도체 공장 등에도 약 5조 원의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일본, 대만, 미국 등의 반도체 동맹이 본격화했지만 막대한 자금 투입에 비해 정작 일본이 누리는 혜택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쓰쿠바에서 열린 개소식에 참석한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은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은 안보 관점에서도 중요하다”며 TSMC 연구센터가 일본 반도체산업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TSMC 측도 연구개발센터에서의 양국 협력이 더 많은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TSMC와 일본 정부가 맺은 계약에 따라 연구개발센터의 사업 성과를 전부 TSMC가 가져가는 것에 대한 일본 내 반감도 감지된다. 경제산업성은 쓰쿠바 연구개발센터의 파트너 기업으로 아사히카세히, JSR를 비롯한 20여 개 일본 기업의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정작 해당 기업들은 “아무 연락을 못 받았다” “우리가 쓰쿠바에 갈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롤 검토됐던 한일 정상회담이 사실상 무산됐다. 일본이 다음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는 채로 정상회담을 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6일 “(한일 간) 정상회담은 별도의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 열릴 확률이 희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식 정상회담장 밖에서 약식으로 진행하는 ‘풀 어사이드(pull aside)’ 회담에 대해서도 “개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서서 (약식으로) 하더라도 이야기할 주제가 있어야 한다”면서 “과거사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해본 게 없다. 언론에 브리핑할 게 없다면 (회담을) 안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전날 기자들과 만나 “현 시점에서는 양자 회담 예정이 없다”며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회의 직전 양국 모두 정상회담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적극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 취임한데다, 한미일 협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한일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음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자국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논의를 미루는 모습이었다. 일본이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뚜렷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은데다 최근 우리 정부의 해양조사선이 독도 인근 해역을 조사한 것에 대해 일본 여론이 좋지 않은 점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한국 화장품은 디자인부터 예쁜 게 많네요. 현장에서 여러 제품을 보면서 고를 수 있어서 매우 즐겁습니다.” 일본 유통업체 바이어로 일하는 우미노 씨는 22일 도쿄에서 열린 한국상품 전시회를 둘러보며 화장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일본 내 한류 열풍으로 한국 화장품 인기가 높아지면서 화장품 업체들이 자리 잡은 부스 곳곳에서는 일본 바이어와 한국 기업인들의 상담이 줄을 이었다. 바이어들은 “한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라는 한국 기업인들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제품을 꼼꼼히 살폈다. 한국 제품을 일본에 소개하는 ‘2022 도쿄 한국 상품 전시·상담회’가 이날 일본 도쿄 전시장인 도쿄국제포럼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21회째를 맞이한 이번 전시회는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개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에는 온라인으로, 지난해에는 한일 양국에서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열렸다.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이번 전시회에는 생활용품, 의료기기, 식품, 전자제품 등의 한국 기업 86개사에서 135명의 기업인이 일본 바이어들을 맞이했다. 일본에서는 자국 최대 유통기업 이온을 비롯해 돈키호테, 라옥스 면세점, 다이마루백화점 등 500여 회사가 참가해 한국 기업과 상담을 했다. 개막일인 이날 400여 건의 바이어 미팅이 진행됐다. 이관섭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한일 간 경제 교류를 확대하고 기업인들의 자유로운 왕래를 위해 양국 무비자 제도가 조속히 복원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막혀 있던 ‘김포∼하네다’ 하늘길이 2년 3개월 만에 다시 열린다. 서울과 도쿄를 잇는 대표적인 항공 노선이 재개되며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인적 교류도 본격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29일부터 김포∼하네다 노선을 주 8회 왕복 운항하는 내용을 21일 한일 양국 항공당국 간 화상회의에서 합의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노선이 운항되는 것은 2020년 3월 운항이 중단된 지 2년 3개월 만이다. 이번 운항 재개는 인적 교류 복원이 한일 관계 회복의 첫걸음이라는 양국 공감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부터 30일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처음 대면하기로 한 것도 이번 재개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직후 양국 교류 활성화를 위해 김포∼하네다 노선을 조속히 재개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김포~하네다 탑승률 98% 황금노선 재개… “한일 교류 활성화 기대” 29일부터 주8회 운항양국 4개 항공사 각각 주2회 운항… 尹정부, 출범전부터 ‘재개’ 공들여“日, 개인관광 불허-입국자수 제한… 당분간 日여행수요 회복은 제한적” 한일 양국이 2년 3개월 동안 닫혔던 ‘김포∼하네다’의 하늘길을 29일부터 다시 여는 데 22일 합의하면서 한일 교류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3월 노선 운항이 중단된 뒤 처음이다. 이번 재개로 이달 29일부터 아시아나항공을 시작으로 대한항공, 일본항공(JAL), 전일본공수(ANA) 등 4개 항공사가 각각 주 2회씩 총 8회 김포∼하네다 노선에 취항한다. 운항 편수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주 84회·정기편 기준)의 10% 수준이지만 여행·항공업계는 외국인 입국에 다소 보수적인 일본 정부의 입장 변화가 감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 교류 재개 신호탄 되나김포∼하네다 노선은 한일 교류의 상징 노선으로 꼽혀 왔다. 김포∼하네다 노선의 각 공항은 도심까지 30분 이내면 도달해 성수기 탑승률이 98%에 이르는 등 비즈니스 목적의 승객이 많은 ‘황금노선’으로 통했다. 인천∼나리타 노선 공항들은 도심에서 1시간여 거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김포∼하네다 노선은 인천∼나리타 노선보다 비교적 비싸지만 당일 발권 승객도 많을 정도로 기업인들이 애용한다”고 전했다. 이번 재개로 코로나19 확산과 한일 관계 냉각 등으로 위축됐던 한일 교류가 활성화되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선 평행선을 달려도 인적 교류처럼 이견이 적은 분야부터 실무진 대화를 시작하면 현안 대화도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일 관계 개선을 표방한 새 정부는 출범 전부터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에 공을 들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올해 4월 일본에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을 파견해 김포∼하네다 노선의 운항 재개를 제안한 데 이어 5월엔 취임식 참석차 방한한 일한의원연맹 의원들에게 노선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29, 30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처음 만날 예정이어서 이번 노선 재개가 양국 교류의 모멘텀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본 정부는 이날 별다른 발표를 하지 않았다. 다음 달 10일 참의원 선거 공식 운동이 이날 시작돼 일본 보수층 자극을 피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日 입국, 단체 관광객은 되고 개인 관광객은 아직이번 노선 재개로 양국 관광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현재 일본은 단체 관광객에 대해서만 입국을 허용하고 개인 자유 여행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일본인들은 개인, 단체 관계없이 한국 여행을 할 수 있다. 일본은 한국인에 대해 올해 6월 10일부터 안내원이 동행하는 여행사 패키지 단체 관광객에 대해 입국을 허용하고, 비자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비자 발급에 약 2주 걸려 한국인 단체 관광객은 이달 말부터 일본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인 개인 관광객이 일본 여행을 하려면 빨라도 8월 이후 가능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이 입국자 수를 하루 2만 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데다 방역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항공·여행업계는 일본 관광의 부활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하지만 개인 관광이 허용되지 않고 관광비자도 발급받아야 해서 여행 수요 회복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일본 단체여행도 가이드라인이 엄격해 당장 수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인 관광객의 개인 관광비자 승인에 이어 무(無)비자 입국까지 이뤄져야 진정한 일본 관광의 부활”이라고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 남부 후쿠오카현 의회에서 의원에 대한 ‘갑질’을 막는 조례안이 가결돼 내년 1월부터 공식 시행된다고 아사히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일본에서 의원에 대한 괴롭힘을 막는 조례가 통과된 것은 처음이다. 일본에서는 여성 의원이나 경력이 짧은 의원을 다선 의원이나 유권자가 괴롭히거나 희롱하는 행위가 빈번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후쿠오카현 의회가 제정한 ‘정치인 대상 하라스먼트(harassment, 갑질·괴롭힘) 방지 조례’에 따르면 의회는 상담 창구를 신설해 의회 안팎에서 성희롱을 비롯한 갑질을 당한 의원이 변호사 등의 법률 조언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갑질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의장이 교섭단체 회의에서 해당 사안을 설명하고 주의, 개선 권고, 사안 공개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일본에서는 몇 년 전부터 여성이나 신진 의원 같은 이른바 ‘정치 약자’를 괴롭히는 것을 빗댄 신조어 ‘표하라(표(票)+하라스먼트)’까지 생겨나며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유권자가 여성 의원에게 “찍어줄 테니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추근대거나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기도 한다. 한국의 문자폭탄 비슷한 방식으로 모욕적 문자메시지나 e메일을 보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전국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62%는 ‘갑질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특히 여성(65%)이 남성(58%)보다 많았다. 최근에는 이노세 나오키 전 도쿄도지사가 도쿄 전철역 앞에서 보수 야당 일본유신회 거리유세를 하면서 옆에 있던 여성 후보 가슴을 툭툭 치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며 논란이 됐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9,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4개국 정상회담에 이어 한일 양국이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복수의 정상회담에서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21일 일본 NHK와 TV아사히 등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 기간 중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갖고 싶다는 의향을 나타내며 한미일 정상회담이 가능한지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미일 정상회담에 호주, 뉴질랜드를 포함해 5개국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일본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정부가 한미일 정상회담 추진 제안을 받고 일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3개국 정상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9월 유엔총회 기간에 머리를 맞댄 지 4년 9개월 만에 대면하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3개국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구상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대한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의 공조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다만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현재 한국과의 양자 정상회담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다음 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국 내 보수강경파의 목소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일본기자클럽이 개최한 참의원 선거 토론회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관한 질문에 “아직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화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양국의 과제, 한반도의 옛 노동자(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 등의 과제에 진전을 꾀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당장 한일 양자 정상회담을 열기보다는 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중국 등에 맞서 한국과의 제휴를 강화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로서도 한일 관계 개선을 원하는 미국 측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려면 한미일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한미일이 경제, 군사적으로 매우 긴밀한 3자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여성 정치인의 불모지로 평가받는 일본에서 40대 여성 신인 정치인이 도쿄의 한 구청장에 당선됐다. 일본 기성 정치권에선 보기 드문 시민운동가 출신이면서, 정치에 입문한 지 2개월밖에 안 된 초보 정치인이 관록의 여당 추천 현직 구청장을 0.1%포인트 차이로 꺾으며 극적으로 승리했다. 2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19일 치러진 도쿄 스기나미구 구청장 선거에서 제1야당 입헌민주당 등의 추천을 받은 기시모토 사토코(岸本聰子·48) 후보가 집권 자민당 추천을 받은 3선 현직 다나카 료(田中良·62) 구청장 등을 꺾고 당선됐다. 기시모토 후보는 7만6743표(44.4%)를 받아 7만6556표(44.3%)를 얻은 다나카 구청장을 불과 187표, 득표율로는 불과 0.1%포인트 차이로 제치는 접전을 벌였다. 남성, 현직, 보수계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일본 정치에서 진보 계열의 신인 여성이 당선된 것은 이변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국회의원 중 여성 의원의 비중은 1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기시모토 당선자는 1974년생으로 니혼대 졸업 후 환경운동 비정부기구(NGO)에서 활동해 왔다. 2003년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트랜스내셔널 연구소’ 연구원으로 수도 민영화 반대 활동 등을 했다. 올해 초 시민단체가 그를 구청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선거 2개월 전인 4월에 일본으로 돌아와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기시모토 당선자는 “복지, 간병 등을 여성들이 맡고 있는 현실에서 ‘이 사람이라면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려움에 공감해주지 않을까’ 하는 유권자들의 성원이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이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을 조정하고 있다고 일본 NHK와 TV아사히 등이 21일 보도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 정상회담에 이어 한일 양국이 복수의 양자회담에서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 기간 중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갖고 싶어하는 의향을 나타내며 한미일 정상회담이 가능한지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미일 정상회담에 호주, 뉴질랜드가 참가하는 5개국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외교 정책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에 맞춰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 환경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중국의 동·남중국해 진출 강화,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 미사일 개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과 제휴를 확인할 방침이다. 또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표명한 인태지역 평화 유지 및 강화 등에 대한 구상도 각국에 설명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노동자 문제 등 역사 문제와 7월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국 내 보수강경파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과의 양자 정상회담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이르면 금주 중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논의할 민관합동기구를 출범시키는 등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 정부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장 한일 양국간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보류하면서도 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중국 등에 대항한 한국과의 제휴를 강화하고 한일 관계 개선을 원하는 미국 측의 요구에도 부응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기시다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처음 대면하게 된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 합동 기구를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출범시킨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이번 민관 합동 기구를 계기로 꼬일 대로 꼬인 양국 관계에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외교부는 관료, 교수, 연구원 등이 참가하는 민관 합동 기구를 금주 중 발족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해법을 논의한다. 민관 합동 기구는 대법원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과 접촉해 현 상황 및 향후 정부 방침을 설명하고 피해자 측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민관 합동 기구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도록 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대신 변제해 주는 이른바 ‘대위변제안’에 대해서도 설명할 방침이다. 대위변제안은 한국 법원에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측은 일본 외무성에 민관 합동 기구가 조만간 출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일본 측에선 “현금화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8월 말 전까지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과 11월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상으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1억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이들 기업은 거부하고 버텼다. 이에 한국 사법부는 대법원 판결 미이행으로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을 팔아 현금화하는 절차에 착수했고, 일본 측은 현금화가 실현되면 양국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된 채 방치돼왔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일본 기업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만 막으면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할 명분이 없어진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4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일본 정부가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회의 개최를 검토한다’는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보도와 관련해 “일본 측에서 4개국 정상회의를 제안했다”며 “국가안보실에서 (이 제안을 접수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에 한일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에서 당장 다음 달 참의원 선거 등의 일정 등을 이유로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일본이 업체들 간 경쟁을 장려해 전기요금을 인하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전력자유화 정책이 최근 원자재가 인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는 소규모 회사들이 폐업하는가 하면, 한꺼번에 전기요금을 2배 가까이 인상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어 기업과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2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오사카의 한 플라스틱 공장은 최근 전력회사로부터 “전기료를 2배로 올리는 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6월 말로 해약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공장은 전력자유화 제도 도입 후 생긴 소규모 전력회사와 전력공급 계약을 맺어 왔다. 공장 측은 “전기료가 2배로 오르면 연간 600만 엔(약 6000만 원)을 더 내야 해 경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력자유화란 사설 전력회사가 발전소에서 전기를 구매해 기업과 개인에게 소매로 팔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한국에서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사에서 회선을 빌려 가입자를 받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일본 전역에 전기 소매판매를 등록한 전력회사는 700여 곳이다. 시장점유율은 15%에 이른다. 누진제 탄력 적용, 일정 사용량 요금 할인 등 다양한 요금제로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가 상승으로 전력 공급가격이 1년 새 30%가량 높아지면서 이 같은 전력회사들의 적자가 불가피해졌다. 일본 정보업체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지난해에 도산하거나 전력 사업을 중단한 업체는 31곳에 달한다. 수도권의 한 소규모 전력회사는 지난달 “전력 매입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전기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며 이달 1일부터 전기 공급을 중단한다고 가입자들에게 통보했다. 가입자들이 기한 내에 다른 전력회사와 계약하지 않으면 전기 공급이 끊길 수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