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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3일 아프가니스탄에 투하한 GBU-43은 핵무기를 제외하면 미군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폭탄으로 정식 명칭은 GBU-43 공중폭발대형폭탄(Massive Ordnance Air Blast)이다. 약자인 MOAB를 본떠 ‘모든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라는 별명으로 더 알려졌다. 이 폭탄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전쟁을 위해 개발했는데, 1991년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이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걸프전이 ‘모든 전쟁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말한 걸 빗댔다는 주장도 있다. GBU-43은 미군이 베트남전과 아프간전에서 쓴 BLU-82(데이티 커터)를 개량해 화력을 40% 이상 늘렸다. GBU(Guided Bomb Unit)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사용하는 정교한 유도폭탄이다. 6km 상공에서 낙하돼 지상 1.8m 지점에서 TNT 11t의 파괴력으로 터지면서 암석이나 지하시설을 폭파하는 게 특징이라 벙커버스터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다만 무게가 9.797t에 달해 제공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수송기로 투하해야만 한다. GBU-43은 2003년 3월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시행된 첫 투하 실험에서 32km 밖에서도 흰 버섯구름이 보였고, 48km 밖에서도 폭발음이 들릴 만큼 강력했다. 가격은 1600만 달러(약 182억 원)로 알려졌다. 비핵무기 중에선 최고이지만 핵무기보단 파괴력이 떨어진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한국처럼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이란에서 강경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사진)이 재출마하면서 단일 후보로 뭉쳐 중도 개혁 성향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맞서려던 보수 진영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란 핵 협상에 대한 심판으로 불리는 이번 대선에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의 출마는 사실상 로하니 대통령 재선을 도와주는 꼴이라 보수 진영의 ‘X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마디네자드는 12일 이란 테헤란 내무부에서 시작된 대선 후보 등록 현장에 나타나 출마 서류를 제출했다. 5월 19일 대선을 위한 후보 등록 첫날 그의 깜짝 등장에 현장에 있던 선거 관계자들이 아연실색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로하니 전임자인 그는 2005∼2013년 재임했다가 4년 만에 다시 출마하는 것이라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그는 이란 정계의 절대적 존재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뜻을 거스르며 출마를 강행했다. 하메네이는 “국가를 분열로 모는 사람은 대선 후보가 돼선 안 된다”며 그의 출마를 반대해 왔다. 아마디네자드는 2009년 재선 당시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여 전국적 시위가 벌어졌을 때 최고지도자의 지지 선언 덕에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권 말기 이슬람 성직자 영향력을 배제하고 자기 권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최고지도자의 눈 밖에 났다. 그는 “최고지도자의 말은 그저 충고였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가 출마 신청을 했다고 반드시 출마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란은 12명으로 구성된 헌법수호위원회가 출마 신청자의 자격을 검토해 출마를 허가해 주는데, 최고지도자의 입김이 강한 이 조직이 아마디네자드의 출마를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대선 최종 후보는 27일 결정된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레제프 아크다으 터키 보건장관은 11일 시리아 이들리브에서 공습을 받은 피해자들의 혈액과 소변을 검사한 결과 사린가스 제조 부산물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 장악 지역인 북부 이들리브 주 칸샤이쿤 주택가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나온 것이다. 이번 검사는 세계보건기구(WHO)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함께 진행했다. 사린가스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가 대량 학살을 위해 개발한 맹독성 신경작용제다. 미국 정부도 이날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사린가스 사용을 정보당국이 최종 확인했다며 4장 분량의 기밀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화학무기를 사용한 구체적 정황과 함께 시리아와 러시아가 국제사회를 교란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흘리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시리아 정부군이 2013년 가입한 화학무기금지협약을 위반해 해당 무기를 계속 사용한다면 후속 타격을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매티스 장관은 “2차 세계대전에서도, 한국전쟁에서도 화학무기가 사용되진 않았다”며 아사드 정권을 비판했다. 한편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돌프 히틀러조차 화학무기를 사용할 정도로 타락하지는 않았다”고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발언했다가 사과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히틀러가 강제수용소에 갇힌 유대인에게 독가스를 살포해 대량학살을 했다는 한 기자의 지적에 “아사드처럼 자국민을 화학무기로 죽인 건 아니지 않느냐”고 답하며 강제수용소를 ‘홀로코스트센터’라고 칭해 논란을 키웠다. 비판이 일자 그는 “부적절한 발언에 용서를 구하고 싶다”며 “홀로코스트를 경시하려는 건 결코 아니었다”고 사과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그는 억세게 운이 좋았다. 집요한 정권 유지 야욕과 처세술, 위기 때마다 등장한 든든한 후원자 덕에 17년을 버텨 왔지만 호랑이 코털을 잘못 건드려 일생의 위기에 처했다. 시리아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52·사진) 얘기다. 영국에서 안과 의사로 살던 아사드의 인생은 1994년 1월 21일 시리아를 철권통치해 온 아버지 하페즈의 후계자였던 형 바셀이 교통사고로 숨진 뒤 송두리째 바뀌었다. 64세였던 아버지는 차남인 그를 급히 시리아로 불러들였다. 후계 구도에서 멀찌감치 밀려나 있었던 그가 갑자기 후계자가 된 것이다. 아사드는 아버지가 2000년 사망하면서 35세에 대통령이 됐다. 집권 초기 그는 영국 유학파답게 개혁정책과 컴퓨터 산업 육성을 주도하고 아버지 시절 정치범을 석방해 서방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대를 이은 독재 정치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아사드는 2011년 중동을 강타한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 사태 때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학살자 이미지가 굳어졌다. 리비아나 이집트 독재정권처럼 비참하게 축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그는 시위대를 향한 실탄 발사를 명령했다. 초강경 진압에 격노한 국민적 저항이 거세지면서 반정부 시위는 내전으로 번졌다. 내전 초기 정권 내부와 우방 러시아마저 아사드 퇴진론을 거론할 만큼 입지가 흔들렸다. 아사드는 2012∼2013년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반군에 화학무기를 살포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극렬히 저항했다. 하지만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엄포만 놓을 뿐 정작 무력 개입을 꺼렸고, 이슬람국가(IS)가 창궐해 역학구도가 복잡해진 상황 덕분에 정권의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다. 아사드 정권은 2015년 러시아가 구세주처럼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면서 기사회생했다. 내전이 교착 국면에 빠지자 미국과 터키에서는 아사드 퇴진론을 사실상 포기하고 실체를 인정해 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국제사회의 압박이 약해지니 긴장이 풀렸던 걸까. 그는 이달 4일 이들리브 주의 반군 거주지에 사린가스 폭탄을 투하했다. 내전을 서둘러 끝내고 싶었던 조급함이 극단적인 선택을 불러온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와 달랐다. 화학무기 사용이라는 금지선을 넘어서자 즉각 토마호크 미사일로 응징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일제히 아사드 퇴진을 주장하며 기류가 급변했다. ‘행운의 사나이’ 아사드의 운이 다 끝난 것인지, 혹은 또 다른 행운이 찾아와 돌파구를 마련할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의 시리아 공격으로 혼란해진 중동 정세를 틈타 전면 반격에 나섰다. 대규모 연쇄 테러와 미군 주도 연합군 기지 야습이 이어지고 있다. IS 격퇴를 매개로 휴전해 온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갈등이 미국의 공격으로 첨예화된 틈을 타 대규모 공세로 건재함을 과시하며 세력 확장에 나선 것이다. IS는 6일 미국이 시리아 샤이라트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날린 이틀 뒤인 8일 밤 미군 주도 연합군이 주둔하고 있는 시리아 아트탄프 기지를 야습했다. 시리아와 이라크, 요르단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 기지는 IS의 세력 확장을 막는 전략적 요충지다. IS는 폭탄을 잔뜩 실은 차량을 기지 입구에 돌진시킨 다음, 20∼30명의 병력이 자살 폭탄 벨트를 차고 총을 쏘며 기지로 난입했다. 기지에 주둔하던 미군 특수부대와 시리아 반군이 즉각 반격에 나서면서 한밤중에 벌어진 총격전으로 IS 병사 최소 8명, 반군 최소 2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 보도했다. IS가 야음을 틈타 ‘치고 빠지기(히트 앤드 런)’ 전략으로 기지 일대에서 공격을 계속하자 미군은 전투기까지 띄워 IS가 매복한 장소를 수차례 폭격했다. IS는 교전 직후 “미국을 돕는 시리아 조직을 공격했다”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IS는 같은 날 시리아 남서부 요르단 국경지대인 루크반 난민캠프 외곽을 지키던 자유시리아군(FSA) 소속 오수드 알 샤르끼야를 향해서도 매복 공격을 퍼부어 반군 2명이 사망했다. 자유시리아군은 터키가 IS 축출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시리아 반군이다. 시리아 남서부 지역은 정부군 반군 IS가 뒤엉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IS 세력이 쇠퇴하고 있는 상황인데, IS가 여전히 지역을 장악하고 있고 치고 빠지기 전략을 감행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과시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미국이 시리아 반군과 손잡고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퇴진을 적극 밀어붙일수록 IS에는 유리한 형국이다.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가 격화되고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 치열해질수록 당초 양 진영이 뜻을 함께했던 IS 격퇴 전선이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IS는 시리아 이라크를 제외하고 가장 세력이 강한 이집트 시나이 반도 지부를 기반으로 테러에 취약한 고리인 이집트를 겨냥한 연쇄 테러로 지역 안보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시리아의 미군 연합군 기지를 야습한 다음 날인 9일 시나이 반도 인근인 이집트 북부 탄타와 알렉산드리아에서 현지 콥트교를 겨냥한 연쇄 테러를 일으켜 최소 47명이 사망하고 111명이 다쳤다. IS는 그동안 이집트 토착 기독교 종파인 콥트교를 지속적으로 공격해왔다. 2015년 2월 콥트교도 21명을 납치해 살해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카이로 콥트교회에 폭탄 테러를 가해 3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에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9일 TV 생방송을 통해 3개월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IS의 후속 테러 차단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금속탐지기가 있을 만큼 테러 위협이 일상화된 이집트에서도 IS가 후속 공격을 천명한 만큼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은 “부활절(16일)까지 콥트교회를 노린 추가 테러 발생 가능성이 있는 만큼 콥트교 시설 방문을 자제하고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처음 아랍권에 이름을 알린 건 리비아의 감옥 때문이지요.” 쿠웨이트에 대한민국 1호 병원을 낸 안강 안강병원장(55)은 6일 수도 쿠웨이트 심포니스타일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아랍과의 첫 인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가 국내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2009년경 리비아 고위 관료가 국내 건설회사 소개로 꼬리뼈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와 치료를 받고 귀국했다. 이 관료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말기 투옥됐는데, 익숙지 않은 감옥생활로 신체 곳곳의 통증을 호소하던 동료 고위 관료들에게 “출소하면 한국의 안강 원장을 찾아가라”고 적극 추천했다는 것이다.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고 복권된 이들 중 일부가 실제로 한국에 와 안 원장을 찾으면서 아랍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대학병원을 나와 개업한 2013년 초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주택공사 사장의 목 디스크를 치료해 준 후 주한 UAE 대사, 주한 카타르대사 등 아랍권 대사와 가족을 치료해 주면서 한국 병원의 아랍 진출을 꿈꾸게 됐다. 안 원장은 3일 심포니스타일호텔 6층에 안강베벌리힐스 메디컬센터를 개원했다. 근골격계 통증 치료 전문 병원인 한국의 안강병원이 현지 의료법인 베벌리힐스 메디컬센터와 손잡고 직접 투자해 100% 직영하는 방식이다. 운동 부족으로 잦은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수술을 꺼리는 아랍 부호들을 타깃으로 수술 없이 통증을 치료하는 게 목표다. 안 원장은 “그동안 UAE 등에 진출한 한국 병원들은 기존 현지 병원의 운영권을 위탁받는 사례가 많았는데, 우리는 직영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스테로이드와 수술 없이 통증을 치료하는 자신만의 기술인 FIMS(투시영상하 미세유착박리술 및 신경자극술)가 세계에서도 통할 거라는 자신감에 차 있다. 안 원장이 개발해 ‘안의 바늘’이라는 이름을 붙인 특수 바늘을 척추와 관절, 신경 사이에 삽입해 유착 부위를 떼어내고 신경을 자극하는 기술이다. 안강베벌리힐스 메디컬센터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아랍 부호의 특성에 맞춰 물리치료실 마사지실 회복실 등을 모두 1인용으로 꾸몄다. 한국 병원인 만큼 한국 장비를 써야 한다는 소신으로 의료기기와 트레드밀(러닝머신), 병상 등도 대부분 한국에서 가져왔다. 병원 TV에선 안 원장이 출연했던 한국 방송들이 아랍어로 번역돼 상영되고 있었다. 안 원장은 쿠웨이트 1호 한국 병원을 기반으로 아랍에 ‘의료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한국을 찾는 아랍 환자들은 서울 직항 노선이 있는 UAE 국적이 대부분이었는데, 다른 아랍 지역에도 병원을 진출시켜 의료 한류를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쿠웨이트에서 최초로 지분 100%를 가진 외국 의료법인 설립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쿠웨이트=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아부 이방카 알 암리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시리아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날린 이후 아랍권 누리꾼들이 그에게 붙여 준 아랍식 이름이다. ‘미국인 이방카의 아버지’라는 뜻의 이 별칭은 트럼프가 아랍식 수염을 기른 합성 사진(사진)과 함께 존경과 지지를 담아 아랍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널리 퍼지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7일 트럼프가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정권에 직격탄을 날린 이후 아랍권 SNS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엄지를 치켜드는 사진 위에 ‘우리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아랍어로 적은 트위터 게시물도 인기다. 그만큼 국민을 학살하는 아사드 정권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는 증거다. 시리아 북부 마을의 한 팔라펠 가게 주인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담아 가게 이름 뒤에 ‘트럼프’를 붙였다. 한 시리아 반군은 자신의 첫아들 이름을 트럼프라고 짓겠다고 공언했다. 6년 넘게 정부군 폭격에 시달려 온 시민들은 트럼프를 향한 지지를 쏟아 냈다. 반군 점령지인 이들리브에 거주하는 나짐 하산 씨는 텔레그래프에 “서방은 트럼프를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그는 우리에겐 버락 오바마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말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정말 사람이 이렇게 산다고요? 너무 끔찍해요.” 이집트 대학생 바스말 씨(21·여)는 8일(현지 시간) 수도 카이로의 한국학교 강당에서 열린 북한 인권 실태 고발 전시회에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창살에 갇힌 한 북한 수용자가 쥐라도 잡아먹기 위해 부스러기로 유인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굶주린 개 여러 마리가 몰려들어 수용자들을 물어뜯고 있는 모습이 전시됐다. 아인샴스대 한국어학과 학생인 바스말 씨는 북한에 대해 알고 싶어 이번 전시에 참가했다가 끔찍한 인권유린 실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이집트지회 주최로 7, 8일 열린 이번 전시회는 탈북자들이 감옥에서 치렀던 각종 고초를 그림으로 생생히 표현한 작품 40점으로 꾸려졌다. 탈북자들의 구체적인 증언을 듣고 같은 탈북 화가들이 직접 그려 생생함을 더했다. 이집트인과 한국인 300여 명이 몰렸다. 작품에는 북한 수용소 고문도구의 정확한 형태와 길이, 폐타이어로 만든 신발, 볏짚으로 만든 수용소 구조 등 구체적 사실들이 표현돼 있었다. 나체 여성들이 피를 흘리며 간수들에게 학대당하는 모습, 피골이 상접한 죄수들이 쌀 한 줌을 배급받는 현실, 팔다리를 천장에 묶어 U자로 휘어지게 한 뒤 자행되는 ‘비행기고문’ 장면 등 수용소의 잔혹한 실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집트인 메르나 씨(21·여)는 굶주림에 시달린 한 수감자가 독초인 박새 풀을 뜯어먹다가 구토하는 장면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수감자 옆에는 박새 풀을 먹은 개가 죽어 있었다. ‘산나물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이라는 표어 아래 죄수들이 먹고살기 위해 산에서 나무껍데기를 채취하는 모습을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메르나 씨는 “북한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서 같은 사람으로서 도와주고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조경행 민주평통 이집트지회장은 “이번 전시가 북한의 혈맹이었던 이집트에 북한 인권 실태를 정확히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자평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9일 이집트 콥트교회 두 곳에서 연쇄 폭탄테러를 저질러 최소 45명이 사망하고 140여 명이 부상했다. 부활절(16일) 직전 일요일 종려주일 행사가 열린 이날 오전 10시경 이집트 북부 나일 강 삼각주 가르비야 주의 주도 탄타 시내의 마르 기르기스 콥트교회에서 폭탄이 터져 최소 27명이 사망하고 78명이 다쳤다고 이집트 매체 알 아흐람이 보도했다. 폭탄은 신도들이 가득 모인 예배당 내 의자 밑에 숨겨져 있어 사상자가 100명을 넘을 만큼 피해 규모가 컸다. 이로부터 수 시간 뒤 이집트 제2도시 알렉산드리아의 세인트 마크 콥트교회에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18명이 죽고 66명이 다쳤다. 자살 테러범이 폭탄 벨트를 차고 교회 안으로 들어가려다 제지당하자 자폭했다. 당시 교회 안에는 타와드로스 2세 콥트교 교황이 미사를 집전하고 있었지만 다치지 않았다. IS가 이교로 지목한 이슬람 종파 수피즘의 탄타 시 소재 시디 압델 라힘 모스크에서도 이날 폭발물 2개가 발견돼 당국이 해체했다. IS는 이날 콥트교회 2곳을 노린 폭탄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IS는 평소 콥트교를 이교라 칭하며 공개적으로 협박해 왔다. 지난해 12월 11일 카이로의 세인트 피터 교회 안에서 자살 폭탄테러를 감행해 28명이 사망하고 40명 넘게 다쳤다. 이집트는 콥트교 신자가 국민의 10%에 불과하고 90%가 무슬림이지만 반인륜적 테러를 규탄하는 한목소리를 냈다. 카이로에 있는 수니파 최고 종교기관 알아즈하르대는 이번 테러가 모든 이집트인에 대한 잔혹한 범죄라며 종교를 초월한 단합을 촉구했다. 이달 28∼29일 이집트를 방문할 예정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겠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정말 사람이 이렇게 산다고요? 너무 끔찍해요.” 이집트 대학생 바스말 씨(21·여)는 8일 수도 카이로의 한국학교 강당에서 열린 북한 인권 실태 고발 전시회에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창살에 갇힌 한 북한 수용자가 쥐라도 잡아먹기 위해 부스러기로 유인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굶주린 개 여러 마리가 몰려들어 수용자들을 물어뜯고 있는 모습이 전시됐다. 아인샴스대 한국어학과 학생인 바스말 씨는 북한에 대해 알고 싶어 이번 전시에 참가했다가 끔찍한 인권유린 실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이집트지회 주최로 7, 8일 열린 이번 전시회는 탈북자들이 감옥에서 치렀던 각종 고초를 직접 그림으로 생생히 표현한 작품 40점으로 꾸려졌다. 탈북자들의 구체적인 증언을 듣고 같은 탈북 화가들이 직접 그려 생생함을 더했다. 이집트인과 한국인 300여명이 몰렸다. 작품에는 북한 수용소 고문도구의 정확한 형태와 길이, 폐타이어로 만든 신발, 볏집으로 만든 수용소 구조 등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구체적 사실들이 표현돼있었다. 나체 여성들이 피를 흘리며 간수들에게 학대당하는 모습, 피골이 상접한 죄수들이 쌀 한줌 배급받는 현실, 팔다리를 천장에 묶여 U자로 휘어지게 한 뒤 자행되는 ‘비행기고문’ 장면 등 수용소의 잔혹한 실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집트인 메르나 씨(21·여)는 굶주림에 시달린 한 수감자가 독초인 박새풀을 뜯어먹다가 구토하는 장면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수감자 옆에는 박새풀을 먹은 개가 죽어 쓰러져 있었다. ‘산나물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이라는 표어 아래 죄수들이 먹고 살기 위해 산에서 나무껍질을 채취하는 모습을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메르나 씨는 “북한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서 같은 사람으로서 도와주고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조경행 민주평통 이집트지회장은 “이번 전시가 북한의 혈맹이었던 이집트에 북한 인권 실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자평했다. 북한은 1973년 4차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에 공군 조종사를 파견했고, 당시 공군참모총장이던 호스니 무바라크(89)가 대통령이 되자 1980~1990년 네 차례나 평양을 방문했을 만큼 우호가 두터웠다. 한국과는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에야 수교를 맺었다. 하지만 2011년 이집트 정권이 바뀌면서 북한 대신 경제 협력 파트너인 한국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무바라크 이후 이집트 정상은 단 한번도 평양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2014년 3월 서울을 찾았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인 이집트는 국제무대에서도 북한을 규탄하는 목소리에 동참하고 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미국은 6일(현지 시간)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폭격이 화학무기 사용에 대응하는 ‘일회성(one-off)’이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시리아 및 중동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은 “폭격의 목적은 시리아 정부가 다시는 이런 행위(화학무기 사용)를 못 하게 하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미국의 중동 개입이 막대한 재정 적자를 불러왔다며 추가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2003년 이라크전쟁에 대해서도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라고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만큼 이번 폭격이 지상군 전면 투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확실하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플로리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영접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사드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아사드가 한 행동들을 볼 때 그가 더는 시리아 국민을 다스릴 역할은 없어 보인다”며 “어떻게 아사드를 물러나게 할지 그 과정은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와 비교할 때 시리아 정세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 변수다. 내전 초기에는 반군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러시아가 군사개입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사드 정권이 러시아의 든든한 후원을 등에 업고 내전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시리아를 중동 패권 장악을 위한 최전선 교두보로 여기고 있어 미국이 아사드 정권 퇴진 기치를 내걸고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시리아 내전이 미국과 러시아 간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가 취임 전부터 공언해 온 이슬람국가(IS) 섬멸 전선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은 IS 공동 격퇴를 전제로 러시아-이란-터키 3자 중재를 통해 휴전상태를 유지해 왔다. 미국의 폭격에 대해 정부군이 반군에 보복하거나, 반군이 기세를 얻어 공세를 가한다면 간신히 수립한 휴전 체제는 무너지고 정부군-반군-IS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의 줄리 비숍 외교장관은 아사드 대통령이 IS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축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윤완준 기자}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 범인은 키르기스스탄 출신 러시아 국적자인 아크바르존 잘릴로프(22)로 밝혀졌다. 스시 요리사인 그는 2011년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북부 16층짜리 아파트에 거주해 왔으며,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돼 시리아 무장단체와 연계해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러시아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폭탄이 터진 지하철 안에서 그의 시신 일부가 발견됐다. 그의 신원은 키르기스스탄이 4일 자국민의 테러 개입을 먼저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방송이 4일 공개한 3일 오전 2시 3분 지하철역 폐쇄회로(CC)TV에 나타난 범행 직전의 잘릴로프는 두꺼운 빨간색 파카를 입고 등에 검은색 가방을 멨다. 두 손은 주먹을 불끈 쥔 채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아 그가 옷 속과 가방에 자살테러용 폭탄을 가득 숨겼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파란색 비니 모자를 쓰고 안경으로 얼굴을 가렸다. CCTV에는 그가 센나야 플로샤트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세 번째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까지 찍혔다. 그는 운행 중인 전동차 문 앞에서 TNT 200∼300g 규모의 사제폭탄을 터뜨렸다. 잘릴로프는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기 전 인근 또 다른 지하철역에 너트 등 작은 금속 파편으로 가득 채운 소화기 사제폭탄을 설치했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대테러 당국은 사건 발생 20분 뒤인 3일 오후 3시 테러 현장과 불과 3km 떨어진 지하철역인 플로차트 보스타니야역에서 소화기 사제폭탄을 발견해 직접 해체했다. TNT 1kg 규모로 테러에 쓰인 것보다 강력했고, 휴대전화 신호로 무선 작동시키는 폭파장치였다. 러시아 당국은 여성 공범 1명을 추적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잘릴로프가 이슬람국가(IS)에 몸담았을 가능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옛 소련 국가인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 동맹국이지만 국민의 75% 이상이 무슬림이다. IS는 옛 소련 붕괴 이후 불안정한 체제와 사회 불만 세력의 득세를 틈타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적극적으로 모병해왔다. 다수의 민간인이 밀집한 대중공간을 노린 소프트테러라는 점도 IS의 범행과 닮았다. 잘릴로프는 키르기스스탄 제2의 도시이자 우즈베키스탄 민족이 모여 사는 오시 출신으로, 합법적 절차로 러시아 국적을 획득했다. 러시아 언론은 그가 2015년 이후 돌연 극단주의 이슬람에 경도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잘릴로프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시 바에서 요리사로 일하다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2013년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 요리사는 “당시만 해도 잘릴로프가 이슬람에 대해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는 친구가 15명뿐이었고, 무제한 격투기와 싸움용 무술, 이슬람에 관심 있다고 표시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러시아 매체는 그의 친구의 말을 인용해 “잘릴로프가 스시 바를 그만두고 ‘코리아’로 간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코리아가 한국인지 북한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가 러시아가 금지한 이슬람 무장단체 소속이라는 미확인 보도도 나왔다. 타스통신은 4일 이번 테러 사망자가 14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49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 중 3명은 우즈베키스탄 벨라루스 타지키스탄에서 온 외국인이며, 러시아 각지에서 온 관광객도 부상자에 다수 포함됐다. 두 지하철역 사이 터널에서 테러를 당한 전동차의 기관사가 폭발 이후에도 다음 역까지 운행을 계속한 덕에 구조작업이 수월해져 많은 목숨을 살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테러 당일인 3일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 지하철역을 찾아 입구에 빨간 꽃을 헌화했다. 러시아는 내년 6월 러시아 월드컵의 리허설 격으로 두 달 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4개 도시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 차질이 생길까 봐 우려하고 있다. 이 대회 개막식과 폐막식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러시아 당국은 4일 오전 10시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노선 운행을 재개했다. 카이로=조동주 djc@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로 시리아 무장단체에 연계된 중앙아시아 태생 23세 남성.’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가 발생한지 하루 만에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범인이 중앙아시아 태생으로 밝혀지면서 이 지역 용병을 대거 고용해온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러시아 경찰은 범인이 지하철에 폭탄이 든 물체를 두고 내렸다고 추정했지만 수사 결과 자살 폭탄테러로 기울고 있다. 경찰은 여성 1명이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추적 중이다. 러시아 당국은 사상자의 상태로 봤을 때 범인이 파편 등 위험 물질을 가득 채운 물체를 몸에 지니고 있다가 터뜨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폭발물은 유리 파편을 가득 채운 소화기와 쇠구슬로 가득한 서류 가방이라고 영국 더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당초 일부 러시아 언론은 길고 검은 수염을 기르고 온 몸에 검은 옷을 두른 남성의 지하철역 폐쇄회로(CC)TV 화면을 공개하며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보도 후 이 남성이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 자신은 무고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범인이 IS를 비롯해 시리아 반군, 체첸 반군 등에 몸담았을 가능성을 폭넓게 수사하고 있다. 구 소련 붕괴 이후 불안정한 체제와 사회 불만 득세를 틈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적극적으로 모병을 펼쳐온 IS의 소행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 지역에서 활동했던 체첸 반군 상당수도 IS에 투신해 시리아와 이라크로 건너갔다. 올해 1월 1일 터키 이스탄불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테러를 저지른 압둘가디르 마샤리포프(34)도 우즈베키스탄 출신 IS 병사였다. 4개 국어에 능통한 그는 중앙아시아 산지에서 철저한 군사훈련을 받고 터키로 파견됐다. 지난해 6월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자살폭탄 테러범 3명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다게스탄 출신이었다. 러시아에 원한이 깊은 시리아 반군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리아 반군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정부군을 전복시키기 직전까지 갔다가 러시아의 내전 개입으로 경제수도 알레포를 빼앗겼다. 지난해 12월 시리아 반군에 경도된 터키 경찰 메블러트 메르트 알틴타스가 안드레이 카를로프 주터키 러시아 대사를 총격 암살한 바 있다. 하지만 범인이 중앙아시아 출신이라는 점으로 볼 때 일탄타스처럼 자생적 테러리스트라기보단 테러를 위해 파견됐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일각에서는 일부 친정부 인사를 중심으로 이번 테러가 지난주 러시아 일대를 휩쓸었던 반정부 시위와 연관됐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테러 사망자가 11명으로 늘어났고 부상자는 51명이라고 타스 통신이 4일 보도했다. 이 중 4명은 장기와 뇌손상 등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라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두 지하철역 사에 터널에서 테러를 당한 전동차의 기관사가 폭발 이후에도 다음 역까지 운행을 계속한 덕에 구조작업이 수월해져 많은 목숨을 살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테러 당일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 지하철역을 찾아 입구에 빨간 꽃을 헌화했다. 사건 발생 20분 뒤인 3일 오후 3시 테러 현장과 불과 3km 떨어진 지하철역인 플로샤드 바스스타니야역 비상탈출구에서도 파편으로 가득한 사제폭탄이 발견돼 반테러 당국이 직접 해체했다. 이 폭탄은 TNT 200~300g 규모로 테러 현장에서 쓰인 폭탄보다 몇 배 더 강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4일 오전 10시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노선 운행을 재개했다. 러시아는 내년 6월 러시아월드컵의 리허설격으로 두 달 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4개 도시에서 열리는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이 대회 개막식과 폐막식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부총리는 “향후 예정된 국제 스포츠 행사 준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데 이 비극을 이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양다리 외교를 통한 현상 유지(status quo).’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 중동 정책 기조다. 트럼프 정부는 아랍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양다리 외교로 이-팔 분쟁의 궁극적 해결 대신 현상 유지에 주력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야망을 억누르고 팔레스타인의 자치를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을 원칙으로 이-팔 분쟁을 대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와는 전혀 다른 선택이다. 미국의 중동 개입 상황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립주의 외교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는 아랍권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을 이어 가고 있다. 3일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5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한다.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달 중에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도 첫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지난달 29, 30일 요르단에서 열린 아랍연맹정상회의 직후 열리는 이번 연쇄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친(親)이스라엘 행보에 대한 아랍권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랍권을 달래기 위해 미국과 사우디 등 수니파 아랍 국가, 이스라엘이 함께 하는 중동 군사공동체 결성에 대한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한 지도자들은 이-팔 분쟁에서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를 비판하며,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만장일치로 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친이스라엘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대사는 2일 “이스라엘에 대한 편견에 반대한다”며 오바마 정부의 이스라엘 정착촌 반대 정책을 사실상 폐기할 뜻을 내비쳤다. 이스라엘 정부가 지난달 말 20년 만에 처음으로 요르단 강 서안지구에 새 정착촌을 건설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을 때도 백악관은 오바마 정부와 달리 미지근한 반응을 내놓아 아랍권의 우려를 샀다. 트럼프 정부는 시리아 문제에서도 이슬람국가(IS)만 물고 늘어질 뿐 오바마 정부가 퇴진 대상으로 공언했던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대해선 ‘정치적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공인해줬다. 러시아-이란-터키 3국의 중재가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평화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할 뜻을 밝히지 않으면서 미국의 중동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이어 가고 있다. 시리아 반군 측은 2일 사우디 매체 알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한 시리아의 정치적 해법은 없다”며 트럼프의 적극 관여를 요구했다. 트럼프의 양다리 외교는 임기 내에 미국의 중동 개입을 최소화하는 상황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최우선시하는 현실적 선택이지만, 현상 유지만으론 장기적으로 분쟁을 끝낼 해결책을 도출할 수는 없어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중동에서 광폭 행보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러시아에 지역 패권을 완전히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일 일어난 지하철 테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나기로 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 서부 스트렐나에서 불과 25km 떨어진 지하철역 두 곳 사이의 터널을 지나던 객차 안에서 발생했다. 폭탄 파편으로 가득 찬 장비가 폭발한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볼 때 의도적인 테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개된 폭발 지하철 사진 속 지하철 철문은 엿가락처럼 휘었고 내부는 폭발 흔적으로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유독 출입문이 완파된 점으로 볼 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지점을 의도적으로 노린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 있던 시민이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42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지하철역 내부가 마치 안개가 자욱한 것처럼 뿌연 연기가 가득한 가운데 시민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다친 승객들은 승강장으로 나와 피를 흘리고 있었다. 문 하나가 완파됐고 근처 바닥에 부상을 당한 승객들이 쓰러져 있었다. 사망자와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상자가 많아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 가운데는 어린이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당국은 일대 모든 지하철역을 폐쇄하고 테러가 발생한 지하철역에 구조대 120명을 긴급 투입해 구조 작업을 펼쳤다. 구급차 41대가 투입됐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지하철 일대도 테러 직후 보안이 대폭 강화됐다. 푸틴 대통령은 테러 직후 루카셴코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아직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 이른 단계”라며 “테러리즘과 연계됐을 가능성을 포함해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폭발 원인을 찾기 위한 수사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테러는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10명에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폭발 위력은 크지 않았지만 폭발장치 안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면서 사상자가 늘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의 다른 역에서도 불발탄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카이로=조동주 djc@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김예윤 기자}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순간이다. 영국은 유럽연합(EU)을 떠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9일 오후 12시 30분(현지 시간)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공식적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팀 배로 EU 주재 영국 대사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메이의 서명이 담긴 6장짜리 탈퇴 서한을 전달한 직후였다. 이 순간부터 회원국의 탈퇴 절차를 다룬 ‘리스본조약 50조’가 발동돼 영국과 EU는 최장 2년 동안 치열한 협상에 돌입했다.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한 영국은 탈퇴 협상이 끝나는 2019년에는 46년 만에 EU에서 완전히 독립한 ‘섬나라’로 되돌아온다. 메이는 “글로벌 무역 성장이 느려지고 보호주의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유럽은 자유무역을 지킬 책임이 있다”며 EU 탈퇴 협상과 동시에 EU와 새로운 무역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EU를 떠나는 게 다른 EU 회원국의 가치에 반대해서가 아니다”라며 “영국은 계속 EU의 믿음직한 동맹이 될 것”이라고 EU를 달랬다. 이어 그는 “영국은 브렉시트 협상에서 좋은 것만 골라 따는 ‘체리 피킹’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 거주 EU 회원 국민의 권리문제도 우선 협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메이가 EU 주재 대사를 통해 투스크 의장에게 전달한 6장 분량 편지에는 브렉시트 협상의 7가지 원칙이 적혀 있었다. 첫 번째는 ‘우리는 진지한 협력의 정신으로 상호 건설적이고 존중하며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영국과 EU) 양측 시민을 최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고 명시해 영국 국익을 위해 협상에 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혼란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확실성을 갖도록 함께 협상해야 한다’, ‘가능한 한 빨리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기술적 협상을 시작해야 하지만, 가장 큰 도전 과제를 최우선으로 다뤄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올해 1월 메이의 말처럼 “나쁜 딜보다는 협상을 안 하는 게 낫다”며 EU를 압박하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투스크는 서한을 읽고 20분 뒤 답신을 공개했다. 이미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 정상에게 초안을 돌려 수정한 내용이다. 그는 “브렉시트는 우리에게 이전보다 더 단호한 뜻을 갖고 뭉치도록 만드는 긍정적 효과를 냈다”며 “험하고 어려운 협상 기간 동안 EU는 한 덩어리로 뭉치고 한마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은 27개 회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선 강력한 협상 전권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영국과 EU 모두의 ‘윈윈 협상’은 쉽지 않다. 73조 원에 달하는 이혼합의금, 무역, 사법권, 국경, 안보 등 현안이 산더미다. 시장의 우려가 메이에게는 가장 큰 부담이다. 단호하게 단일시장을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를 예고했지만 최대한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의 효과를 유지하지 않으면 유럽 시장을 노리고 영국에 본부를 둔 기업들이 떠날 수 있다. 영국에서 14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는 다음 달 초 “경제를 고려해 신중하게 협상하라”는 압박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스코틀랜드는 독립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영국 의회와 정부가 허락해야 법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지만, 스코틀랜드 의회는 28일 영국 정부에 독립 주민투표 승인을 요구하는 발의안을 찬성 69표 대 반대 59표로 통과시켰다. 2014년 부결된 적이 있지만 현 자치정부에 대한 지지율도 50%가 넘어 국민투표가 이뤄지면 독립이 이뤄질 수도 있는 분위기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영국은 석유 생산의 90%를 잃고 스코틀랜드 리버 클라이드의 파슬레인 기지에 있는 핵잠수함 함대의 모항도 옮겨야 해 막대한 재정부담이 따른다. 스코틀랜드는 EU에 계속 남아 런던의 세계 금융기지를 에든버러로 옮겨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내년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로 거론되는 알렉세이 나발니 진보당 대표(41)는 ‘스트롱맨’ 푸틴 대통령의 코털을 자주 건드리는 ‘무모한’ 남자다. 그는 2011년 당시 총리였던 푸틴이 다시 대통령에 도전하자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시위(2011∼2012년)를 이끌어냈고, 이번엔 현 정권의 부정 축재 실상을 폭로하며 러시아를 또다시 발칵 뒤집어 놓았다. 26일 서쪽 모스크바부터 동쪽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러시아 전국에서 수만 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만 7000명(경찰 추산)이 트베르스카야 거리로 몰려 나와 “푸틴은 물러나라” “푸틴 없는 러시아” “푸틴은 도둑” 등의 구호를 외쳤다. 2011∼2012년 반정부 시위 이후 최대 규모다. 이번 시위는 나발니가 2일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촉발됐다. 그는 50분 분량의 동영상에서 푸틴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공무원 급여로는 상상할 수 없는 초호화 주택 여러 채에 요트, 와이너리 등 10억 달러(약 1조1100억 원)가 넘는 재산을 국내외에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 신흥 재벌들이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처럼 돈세탁을 해 뇌물을 줬다고 폭로했다. 동영상은 조회수 1200만 건을 돌파할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나발니가 “26일 러시아 전역 99개 도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자”고 촉구하자 분노한 국민은 주요 도시별로 수백∼수천 명이 길거리로 나와 부패 척결을 외쳤다. 메드베데프 총리의 초호화 주택에 오리만을 위한 집이 따로 있다는 고발 내용을 풍자해 시위자들은 노란 러버덕 인형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시위가 허가를 받지 않은 시위라며 700여 명을 체포했다. 나발니는 모스크바 중심부 시위장에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체포돼 경찰 버스에 실려 구치소로 압송됐다. 이 과정에서 지지자들이 몸으로 경찰 버스를 막아서며 저항하기도 했다. 나발니는 체포된 후 트위터를 통해 “트베르스카야 거리를 계속 걸으면서 부패와 싸워 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사인 나발니는 2008년부터 블로그에서 러시아의 국영 가스·정유 에너지 기업의 부정부패를 고발해 일약 소셜미디어 스타로 떠올랐다.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서 푸틴이 밀던 세르게이 소뱌닌 당시 시장과 맞붙어 패했지만 27%의 지지를 얻어 정치 거물로 자리매김했다. 푸틴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나발니는 늘 암살 위협에 시달려 왔다. 그는 20일 러시아 중부의 작은 도시인 바르나울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갔다가 누군가가 얼굴에 녹색 액체를 끼얹고 도주하는 사고를 당했다. 액체가 독극물이 아니었다는 게 밝혀지자 태연하게 녹색 얼굴을 촬영해 트위터에 올릴 만큼 그는 배포가 크다. 이후 녹색 얼굴은 반(反)푸틴 전선의 상징이 돼 이번 시위에서도 많은 사람이 녹색 얼굴을 하고 나왔다. 그는 내년 대선에 도전할 계획이지만 2013년부터 진행 중인 주정부 산하 공기업 관련 횡령 사건 재판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는 지난달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5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현재로선 대선 출마가 어려운 상태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로는 최초로 이집트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한다.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을 잇는 전략적 허브인 동시에 아랍권 최대 인구(9200만 명)를 보유한 이집트와의 FTA를 통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직면한 한국 경제 및 수출 구도의 다변화를 모색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26일 이집트 카이로 리츠칼턴 호텔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이집트 정부에 한-이집트 FTA 협상 추진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국가와는 최초인 이집트와의 FTA를 발판 삼아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중동, 유럽 진출로를 넓게 터주겠다는 포석이다. 한국은 중동의 이스라엘, 아랍 산유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와 각각 FTA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타결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대이집트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 17억1000만 달러(약 1조9152억 원)로, 아프리카 무역수지 흑자(42억6000만 달러·약 4조7712억 원)의 40%를 차지할 만큼 무역 효율이 높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반(反)유럽연합(EU) 성향의 세계 지도자들을 잇따라 만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9일)와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10일), 프랑스 대선 1위 후보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24일)가 그들이다. 27∼28일에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여덟 번째 정상회담을 한다. 유럽과 중동의 지도자들이 EU 최대의 적인 러시아로 몰려드는 건 그만큼 EU의 구심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EU 탈퇴를 공약으로 내건 르펜 후보의 파격적인 친러 행보는 EU의 존재 자체를 위협할 만한 수준이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마저 EU에 등을 돌리면 유럽 통합의 의미 자체가 무색해진다. 르펜 후보는 24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당선되면 EU의 러시아 제재를 신속히 철회하겠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와 정보를 공유해 함께 테러리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극우파 전선에 프랑스도 합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을 만난 뒤 “최근 몇 년간 푸틴, 도널드 트럼프, 나렌드라 모디(인도 총리)의 세계 등 새로운 세계가 급부상하고 있다”며 “난 이 위대한 국가들과 협력의 비전을 공유할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신이 급성장하고 있는 유럽의 신진 정치세력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르펜 후보를 치켜세웠다. 대선 후보에 불과한 르펜 후보를 1시간 30분 동안 만나주는 이례적인 환대를 베풀었다. EU의 또 다른 핵심 국가이자 9월 선거를 앞둔 독일의 극우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프라우케 페트리 당수도 지난달 러시아를 깜짝 방문해 푸틴 대통령 측근 등 주요 정치인을 두루 만났다. AfD는 반EU, 반이슬람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으로 지지율은 10% 미만이지만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EU에 불만인 독일 내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26일 열리는 불가리아 총선에서는 친러 성향의 사회당이 집권여당인 유럽개발당(GERB)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사회당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중단하고 러시아와 에너지 개발 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EU 회원국 중 최빈국인 불가리아에서는 ‘EU의 2등 시민’이라는 불만의 반작용으로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 기류가 늘고 있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23일 “이슬람 제국의 전사(soldier of the caliphate)가 웨스트민스터를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84명의 목숨을 앗아간 프랑스 니스와 12월 발생한 독일 베를린 테러처럼 차량을 이용한 테러 방식 역시 IS의 소행임을 말해 주고 있다. 32명이 숨진 벨기에 브뤼셀 연쇄 폭탄 테러 이후 꼭 1년 만에 영국 런던 한복판에서도 일어나면서 온 유럽이 다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2일 이번 테러를 ‘아주 병적이고 타락한 공격’으로 규정하면서 “이번 공격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축복하는 영국 수도의 심장을 겨냥했다. 그러나 (영국은) 결코 증오와 악의 공격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경찰은 이날 수도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궁전 일대에서 발생한 차량 질주 테러로 범인 1명을 포함해 4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에는 런던 관광 중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궁전과 대형 시계탑 빅벤을 바라보던 한국인 관광객 5명이 포함됐다. 테러는 이날 오후 2시 40분경(현지 시간) 런던의 대표 관광지인 국회의사당 바로 앞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시작됐다. 4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현대자동차 i40 차량을 몰고 다리 인도를 내달리며 북적이던 사람들을 연달아 들이받았다. 용의자는 다리를 건너 의사당의 빅벤 밑 난간을 차량으로 들이받고는 흉기 두 자루를 양손에 쥐고 내렸다. 이어 웨스트민스터 궁전 앞을 지키고 있던 경찰을 향해 내달렸다. 비무장 상태였던 경찰관 키스 파머(48)는 용의자에게 수차례 찔려 사망했다. 용의자는 국방장관의 경호원이 쏜 총에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런던칼리지 교사 아샤 프레이드와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50대 남성도 사망했다. 현장에서 차량에 치인 7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위중한 상태라고 BBC는 전했다. 테러 당시 한국인 단체 관광객 23명이 다리 인도에 모여 빅벤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차량 돌진에 놀라 대피하는 과정에서 박모 씨(67·여)가 넘어져 중상을 입었고 4명이 다쳤다. 프랑스 학생과 영국 대학생, 루마니아 관광객 등도 부상했다. 영국 경찰은 23일 수사로 확보한 주소 6곳을 찾아 급습해 이번 테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8명을 체포했다.런던=동정민 ditto@donga.com / 카이로=조동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