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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국회의원 총선거의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 고소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후보(서울 성북갑)의 선거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서울북부지검은 1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김 후보의 선거사무실과 선거캠프 관계자의 주거지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했다. 이에 앞서 당내 경선에서 김 후보에게 패배한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와 선거캠프 관계자 등 4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10일 검찰에 고소했다. 유 의원은 고소장을 통해 김 후보 측이 당내 공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지지자들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에서 응답자들에게 연령이나 주소를 속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1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북구청장 출신인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정책조정비서관과 민정비서관을 지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경기 의정부에 있는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6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날 오전부터 폐쇄에 들어간 병원은 지금까지 관련 확진자가 19명으로 늘어났다. 입원해 있던 10세 여아가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아산병원은 코호트(집단) 격리에 들어갔다.○ 본관 8층 병동 중심으로 감염 늘어 의정부시 등에 따르면 의정부성모병원과 연관된 확진자는 환자와 간호사를 포함해 모두 19명이다. 이 가운데 13명은 내과병동인 본관 8층 병동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8층 병동에 입원했던 환자 5명과 간병인 3명, 한 간병인의 남편, 보호자 2명, 간호사 1명과 미화원 1명이다. 본관 8층에 입원해 있다가 지난달 24일 숨진 여성의 세 딸은 모두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 옹진군 공무원인 A 씨(58·여)는 22, 24일 8층 병동 1인실에 입원한 어머니를 간호하려 병원을 찾았다. 지난달 14∼22일 역시 어머니를 돌보려고 8층 병동을 찾은 A 씨의 언니(68)도 1일 확진됐다. A 씨의 또 다른 언니 B 씨(65)는 어머니가 숨진 뒤 사흘 동안 인천 동구에 있는 장례식장에 머무르다가 감염됐다. B 씨가 사는 연수구 관계자는 “B 씨가 장례식장에서 A 씨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문객들과 옹진군 직원 등 90여 명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신관 4층에서도 확진자 3명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환자를 돌보던 간병인(60·여)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1일엔 이 간병인이 돌보던 83세 환자와 같은 층에 입원해 있던 또 다른 53세 환자가 확진됐다. ○ 서울아산병원 집단 격리, 500여 명 검사 서울아산병원은 어린이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C 양(10)이 지난달 31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C 양을 포함해 86명이 1일부터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아이와 같은 병동에 입원한 어린이 환자 42명과 보호자 43명은 병동 2개에 나뉘어 격리됐다. 뇌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C 양은 아산병원에 오기 전인 지난달 25, 26일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실에 왔다 갔다. 보건당국은 아이가 이곳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아산병원은 C 양 확진을 확인한 뒤 같은 병동에 입원한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등 500여 명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1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병원은 예방 차원에서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 86명을 코호트 격리한다고 밝혔다. 의료진 52명은 2주 동안 근무 제한과 더불어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소아병동 1곳과 소아응급실, 응급 자기공명영상(MRI)실, 혈관조영실 등 C 양이 들렀던 시설은 지난달 31일부터 폐쇄했다. 보건당국은 병원 집단감염이 잇따르자 추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1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의정부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입원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감염에 대한 위험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호흡기 질환이나 발열 등의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병원도 선별에 어려움이 있다. 현명하게 대처할 방법을 의료계와 협의하겠다”고 했다.김소영 ksy@donga.com·김태언·이미지 기자}

“아침 ‘새벽’이라는 이름의 별을 보며 출근했다.” 사내메신저에 올려놓은 글은 씁쓸했다. 흔히 부르는 ‘상태 메시지’란 용어가 이리도 안타까울 수 있을까. 경기 파주시농업기술센터의 정승재 주무관(51)은 지난달 20일 근무 도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열흘 뒤인 지난달 30일, 정 주무관은 출근 때마다 바라봤던 새벽별이 됐다. 고인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담당관이었다. 정 주무관은 쓰러지기 전날도 숙직했다. 침대도 없이 어른 다섯이 누우면 꽉 차는 숙직실. 차가운 외풍에 코가 얼얼한 그 방에서 겨우겨우 눈을 붙였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껏 주5일 근무 내내 여기서 쪽잠을 청했다. 실은 이도 그나마 나아진 거였다. 지난해 9∼10월은 정말 끔찍했다. 파주시에서 국내 처음 ASF가 발생하자, 가축방역팀 소속인 정 주무관은 하루 20시간씩 일했다. 오전 5시경부터 영상회의자료를 만들었다. 하루에도 서너 차례씩 거듭되는 회의, 농장주로부터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들. 밤을 꼴딱 새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같은 팀원은 “상황이 너무 급박해 숙직실에 내려갈 시간도 없었다”며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잠깐씩 조는 게 전부였다”고 했다. 동료들은 그래서 더 미안했다. 하루 종일 붙어있었는데도 ‘추억’이 없다고 했다. 김영완 가축방역팀장(47)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얼굴을 맞대고 있었지만, 서로 늘 바빴다. 그저 일하는 모습 말곤 떠오르지 않는다”며 울먹거렸다. 그래도 정 주무관은 자주 웃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업무 분담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이런 아픔은 언제든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성식 경기도수의사회장(69)은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은 해마다 찾아온다. 그런데도 여전히 인력난에 시달려 수의직 공무원들의 과로가 일상이 됐다”며 “적절한 보상 체계와 인력 충원으로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인이 떠난 뒤 세상은 바뀌었을까. ASF와의 사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 주무관의 팀원 5명은 지금도 하루 몇 시간밖에 못 자고 방역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김 팀장은 “여러 이유로 ASF는 국민들의 기억에서 많이 지워져 있다. 하지만 지금도 ASF는 ‘심각 단계’다. 당장 고인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방역에 혼신을 쏟아부은 파주시청 한 젊은 공무원이 과로로 쓰러져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과중한 업무로 유명을 달리하게 된 것이 매우 비통하며, 유가족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최종환 파주시장이 소셜미디어에 쓴 글) 더 이상 비통해하지 말자. 이제 누군가의 희생을 그만 강요하자.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악순환은 끝나지 않는다. 새벽별이 된 고인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 김태언 사회부 기자 beborn@donga.com}

경기 의정부에 있는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이 1일 오전 8시부터 병원 폐쇄에 들어간다. 3월 31일 하루에만 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전날에는 70대 남성 환자가 확진 약 4시간 만에 숨을 거두기도 했다. 의정부성모병원은 의료진과 직원, 입원 환자가 2460여 명에 이르는 경기 북부의 대표적 대형병원으로 집단 감염 우려가 크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70대 남성은 이 병원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약 4시간 만인 3월 30일 오전에 사망했다. 이 남성은 앞서 16일 폐렴 증상으로 응급실에 입원해 17, 18일 두 차례나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폐렴이 호전돼 25일 의정부성모병원에서 퇴원한 뒤 경기 양주에 있는 한 요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28일 갑작스레 호흡 곤란과 발열 증상을 보인 이 남성은 29일 다시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실로 돌아와 검사를 받고 확진된 이후 다음 날인 30일 목숨을 잃었다. 병원 8층 병동에 입원하고 있던 A 씨(82·여)도 같은 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고관절 골절로 동두천중앙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결핵 판정을 받고 지난달 12일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옮겨 왔다. 8층에 있던 1인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고관절 수술을 앞둔 29일 발열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후 검사를 진행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의정부보건소 관계자는 “A 씨가 감염된 경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병원 내 감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성모병원은 즉각 A 씨가 입원해 있던 8층 병동 의료진과 환자 등 512명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31일 A 씨의 간병인과 같은 층 환자 등 7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천시에 따르면 22, 24일 어머니를 돌보려 8층 병동을 방문한 50대 여성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은 24∼26일 인천의 한 장례식장에서 모친상을 치른 뒤 기침과 몸살 증세를 보여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A 씨의 간병인(79·여)은 지난달 15일부터 A 씨를 돌봐 온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과 의정부시 녹양동 자택을 오가며 주로 택시를 탔다. 마스크는 착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8층에서 다른 환자를 맡았던 또 다른 간병인 2명과 4층에서 근무한 간병인 1명도 확진됐다. A 씨와 같은 층에 머무르던 환자 2명도 확진됐다. 복통과 감기 몸살 증상으로 지난달 13일부터 입원해 있던 50대 남성과 심장내과에서 치료를 받던 70대 여성이다. 8층에서 근무했던 간호사(24·여)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간호사는 최근 식당과 화장품 가게, 코인노래방 등을 방문했으나 외출할 때는 거의 마스크를 썼다고 한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병원에서 눈 수술을 받은 한 환자는 “내일까지 입원할 예정이었는데 확진자가 여러 명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하루 일찍 퇴원한다”며 “다른 입원 환자들도 불안해서 퇴원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병원이 폐쇄되면 외래 진료는 중단한다. 현재 입원한 환자 460여 명은 기존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의료진과 직원, 입원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사흘 동안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김소영 ksy@donga.com / 의정부=이청아 / 김태언 기자}
아동 성 착취 동영상 등을 제작해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조주빈(25)이 사용한 가상화폐의 지갑주소(계좌) 3개 중 2개는 ‘가짜’였던 것으로 27일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조 씨는 ‘박사방’ 등 이용자들에게 유료 대화방의 입장료를 받기 위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네로’ 등 3개의 가상화폐 지갑주소를 올렸다. 이 가운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조주빈이 사용하지 않고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게시한 ‘가짜’였다. 조주빈이 이용자에게 돈을 전달받은 가상화폐는 모네로였다. 모네로는 추적이 어려워 불법 거래에 주로 이용되는 ‘다크코인’으로 경찰의 거래 추적에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불법 거래 사용되는 다크코인, 모네로 ‘다크코인’ 모네로는 익명성과 보안등급이 높아 거래 추적이 어렵다. 반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대중성 있는 일반 가상화폐는 거래 과정이 모두 추적 가능하다. 이 때문에 모네로는 다크웹(인터넷 암시장) 등에서 무기와 마약 거래 같은 불법 거래, 보이스피싱을 할 때 주로 사용돼 왔다. 최근에는 북한이 추적이 어려운 모네로를 집중적으로 채굴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조주빈이 거래 명세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모네로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주빈은 경찰 조사에서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실제로 거래하지도 않는 가짜 지갑주소 2개를 올려놨다”고 진술했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거래 명세가 모두 드러나 범죄 행위를 할 경우 바보가 아닌 이상 ‘다크코인’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조주빈은 성 착취 동영상의 피해자나 박사방 운영진 명의를 사용해 지갑주소를 만들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가상화폐 거래 기록뿐만 아니라 피의자 진술과 텔레그램 대화내용 등 다양한 증거 자료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며 이용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가상화폐 구매대행업체 ‘베스트코인’을 압수수색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2000여 건의 거래 명세를 확보하고 조주빈의 범행과 관련된 명세를 선별 중이다. 전문가들은 추적이 어려운 모네로의 특성에다 가상화폐를 여러 차례 쪼개고 합치는 이른바 ‘믹싱’ 기법을 사용할 경우 추적에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블록체인 업체의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채민성 변호사는 “모네로는 거래 명세가 암호화돼 여러 번의 거래 과정을 거치게 되면 추적 과정이 끊겨버린다. 지갑주소를 온라인과 연동하지 않고 개인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 담을 경우 추적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 검찰,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검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는 조주빈 등 박사방 일당에게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성년자 성 착취물 제작 유포 일당에게 무거운 처벌을 가하기 위한 것이다. 형법 제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해 활동한 경우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도록 했다. 유죄 인정 시 조직 내 지위와 상관없이 목적한 범죄의 형량과 같은 형량으로 처벌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주빈과 함께 범행에 가담한 공범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법 적용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조주빈을 이날 다시 불러 조사했다. ‘사이버 성폭력 수사 자문단’ 간담회를 이날 개최한 민갑룡 경찰청장은 “가해자들을 철저히 수사해 단죄하겠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태언·황성호 기자}

아동 성 착취 동영상 등을 제작해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조주빈(25)이 사용한 가상화폐의 지갑주소(계좌) 3개 중 2개는 ‘가짜’였던 것으로 27일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조 씨는 ‘박사방’ 등 이용자들에게 유료 대화방의 입장료를 받기 위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네로’ 등 3개의 가상화폐 지갑주소를 올렸다. 이 가운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조 씨가 사용하지 않고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게시한 ‘가짜’였다. 조 씨가 이용자에게 돈을 전달받은 가상화폐는 모네로였다. 모네로는 추적이 어려워 불법 거래에 주로 이용된 ‘다크코인’으로 경찰의 거래 추적에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불법 거래 사용되는 다크코인, 모네로 모네로는 대표적인 다크코인으로 불린다. 익명성과 보안등급이 높아 거래 추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대중성이 높은 일반 가상화폐는 거래 과정이 모두 추적 가능하다. 이 때문에 모네로는 다크웹(인터넷 암시장) 등에서 무기와 마약 거래와 같은 불법 거래, 보이스피싱을 할 때 주로 사용돼 왔다. 최근에는 북한이 추적이 어려운 모네로를 집중적으로 채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 씨가 거래 내역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용자들에게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이 아닌 모네로를 사용하도록 지시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수사 혼선을 주기 위해 실제로 거래하지도 않는 가짜 지갑주소 2개를 올려놨다”고 진술했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거래 내역이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범죄 행위를 한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다크코인’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상화폐 구매대행업체 ‘베스트코인’를 압수수색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2000여건의 거래내역을 확보하고 조 씨 범행과 관련된 내역을 선별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적이 어려운 모네로의 특성에다가 가상화폐를 여러 차례 쪼개고 합치는 이른바 ‘믹싱’ 기법을 사용할 경우 추적에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채민성 변호사는 “모네로는 거래 내역이 암호화돼 여러 번의 거래 과정을 거치게 되면 추적 과정이 끊겨버린다. 지갑주소를 온라인과 연동하지 않고 개인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 담을 경우 추적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 검찰,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검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는 조 씨 등 박사방 일당에게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 유포 일당에게 무거운 처벌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이들이 지속하는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었느냐가 관건이다. 형법 제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해 활동한 경우 범죄단체조직죄 적용하도록 했다. 유죄 인정시 조직 내 지위와 상관없이 목적한 범죄의 형량과 같은 형량으로 처벌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주빈과 함께 범행에 가담한 공범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법적용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조주빈을 피의자 신분으로 이날 다시 불러 조사했다. ‘n번방 사건’ 대응과 피해자 보호 방안, 국제공조 강화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사이버 성폭력 수사 자문단’ 간담회를 개최한 민갑룡 경찰청장은 “가해자들을 철저히 수사해 단죄하겠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텔레그램에서 아동 성 착취 영상 등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 조주빈(25)은 여성 피해자들에게 분명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정면을 바라본 채 입을 열지 않았다. 범죄 심리전문가들은 “스스로를 ‘악마’라 칭한 조주빈의 태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을 ‘악마’라고 표현한 배경에는 악마가 자신들이 소속된 암흑세계에서 절대적 권력을 행사한다는 뜻에서 일부러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조주빈은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유명인과 호형호제한다는 등 허세를 부리는 자기과시적인 면모가 있다. 사회적으로 따지자면 본인은 ‘사회적 유명 인사’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조주빈이 피해 여성에 대한 언급 없이 손석희 JTBC 사장과 윤장현 전 광주시장, 프리랜서 기자 김웅 씨 등 세간에 알려진 인물들을 언급한 것이 다분히 의도적인 발언이란 분석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범행 대신 유명인의 피해 사실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게 만들려 한 것 같다. 수사의 본질을 가리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 건 공감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피해자의 몸에 칼로 노예라고 새겼다는 건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감정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유명인이나 강자를 향한 집착에 가까운 동경도 엿보인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주빈은 정치인이나 유명인 등 ‘더 센 남자’에 대한 동경이 드러난다. ‘내가 이 정도 돼’라는 심리가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박사방 제보자 등에 따르면 조주빈은 박사방에서 손 사장을 두고 “말은 높이지만 형 동생 하는 사이다”, 김 씨에 대해서는 “(나에게) 언론사 정보를 주는 사람”이라고 얘기하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소영 ksy@donga.com·김태언·박종민 기자}

“조주빈 일당이 저지른 범행들은 사회복무요원을 빼고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아동 성 착취 동영상 제작 및 유포, 미성년자 유사성행위, 협박과 살인 음모, 사기…. 경찰이 조주빈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며 적용한 혐의는 10여 개에 이른다. 그런데 크게 보면, 조주빈의 범죄는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이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는 박사방의 ‘직원’으로 가담한 사회복무요원들이 핵심이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손석희 JTBC 사장, 윤장현 전 광주시장 등도 사회복무요원이 신상정보를 빼냈다.○ 사회복무요원 통해 알아낸 정보로 협박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주빈 일당은 범행에 나설 때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신원 조회를 하는 사회복무요원을 구하려 애썼다. 조주빈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공개하고 신원 조회를 맡을 사람을 구했다. 조주빈 범죄에 깊숙이 관여한 강모 씨(1월 9일 구속 송치)도 사회복무요원이었다. 공범 강 씨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수도권에 있는 한 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다. 강 씨가 근무했던 구청 관계자는 “담당자가 화장실 등을 가며 잠깐씩 자리를 비우는 틈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조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강 씨는 이렇게 빼돌린 피해자들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전화번호 등을 조주빈에게 제공했다. 조주빈은 강 씨가 경찰에 잡힌 뒤엔 또 다른 사회복무요원을 모집하려고 했다. 1월 3∼21일 트위터에 “신원 조회 가능한 공익, 공무원분 구합니다. 목돈 지급, 익명 보장” “이름, 생년월일 등으로 행정시스템 조회되는 분은 텔레그램 ×××로 연락주세요” 등의 글을 올렸다. 무려 27개나 된다. 이 텔레그램 계정은 조주빈 본인이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3월 구속 송치된 최모 씨도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다. 이들은 왜 이렇게 ‘신원 조회’에 집착했을까. 경찰 관계자는 “전화번호 등을 알면 텔레그램 등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기가 수월한 데다 신상정보를 갖고 압박하면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굴복시키기 용이하다”고 했다. 예컨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저지를 때도 이런 정보는 효과적이다. 손석희 사장도 “조주빈은 ‘흥신소 사장’이라며 텔레그램을 통해 접근했다”고 밝혔다. 조주빈 일당이 흥신소와 비슷한 형태로 조직을 운영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해 3월 5일 트위터에는 조주빈 등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텔레그램 계정과 함께 “흥신소 엘정보입니다. 민간조사, 조회해 드립니다. 각종 심부름, 불륜 조사, 뒷조사, 정보 캐기. 등초본주소 택배지 전화번호 세컨폰 등등 조회 가능”이란 글이 올라왔다. 해시태그도 ‘#흥신소 #뒷조사 #정보캐기’로 달았다. ‘대포폰’도 범죄에 이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든 중고폰 삽니다. 기종 상관 없음”이란 글을 올렸다.○ 여성 피해자에겐 사과하지 않은 조주빈 조주빈은 25일 오전 8시경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차분한 표정으로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안해하거나 두려워하는 눈빛과 말투는 찾을 수 없었다. 하고픈 말을 마친 조주빈은 이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목에는 보호대를 하고 머리에는 상처치료용 거즈를 붙이고 있었다. 목 보호대는 조주빈이 17일 유치장에서 자해 소동을 벌인 뒤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른바 조주빈을 포함해 ‘텔레그램 성 착취 대화방’ 사건에 대응하려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유사한 사건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5일 구성한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 산하에 3개 팀을 꾸렸다. 수사 및 공소 유지와 형사사법 공조를 맡는 ‘사건수사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와 법리 검토를 담당하는 ‘수사지휘팀’, 범죄수익 환수와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재발방지팀’이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 주재로 전국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여조부) 부장 긴급 화상회의를 열었다. 대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접수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 및 배포 등의 사건을 모두 분석할 계획이다. 대검 관계자는 “최근에 처분이 끝난 유사 사건도 전면 다시 검토할 방침”이라며 “법리 검토 뒤 사건 처리 기준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성 착취 동영상 등과 관련해 생산과 제작, 유통, 매매부터 수익 취득과 배분까지 모든 과정을 철저히 밝혀내기로 했다. 불법 영상물이 온라인으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기술적 방안을 찾고 유관 기관과도 협력할 예정이다. 대검은 “불법 이득은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고, 해외 서버에 대해서도 형사사법 공조 등 국제 공조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김소영 ksy@donga.com·김태언·이호재 기자}
의정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성동)는 18일 오전 10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 씨(73)를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최 씨가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최 씨 측과 조사 일정을 다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2013년 부동산 개발 관련 동업자 안모 씨(57)가 경기 성남시의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 총 350억 원대의 허위 잔액증명서 4건을 안 씨에게 제공했고 안 씨는 이를 대출 서류 등으로 제출했다. 앞서 최 씨는 2016년 안 씨의 사기 혐의 재판에 출석해 “안 씨가 저에게 ‘가짜라도 좋으니까 (증명서를 제공)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최 씨의 잔액증명서 4개 중 가장 이른 시일의 증명서 발급 날짜는 2013년 4월 1일이며 사문서위조 혐의가 인정된다면 공소시효(7년)는 이달 말 완성된다. 2018년 국회에서 관련 의혹이 처음 불거진 데 이어 최근 사건 관련자 등이 다시 의혹 제기를 하자 윤 총장은 사건을 의정부지검에 배당한 뒤 “수사 내용을 일절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올 1월 같은 사건의 고발장을 접수해 지난달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고발인 등 사건 관계자 일부를 조사했으며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최 씨의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언 beborn@donga.com·이호재 기자}

“정부가 세워 놓은 마스크 대책이 ‘진짜 약자’는 배려하지 않으니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주부 권모 씨(40)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마스크 대책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2009년 이전 출생자(만 11세 이상)는 직접 약국 등에 가서 마스크를 사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하지만 권 씨의 딸(14)은 소아암 환자라서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은 처지다. 권 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알코올과 휴지로 버튼을 닦은 뒤 누를 정도”라며 “사람이 많이 몰린 곳에 아이가 어떻게 가느냐”고 울먹였다. 9일부터 정부가 내놓은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됐지만, 마스크 공급 사각지대에 놓인 건강 취약 계층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특히 소아암을 앓는 아이를 둔 부모들은 정부가 배려 없이 일괄적인 배급제를 적용한 탓에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르면 암 환자 등 기저질환자들은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환기가 잘 안 되는 공간에서 타인과 접촉하는 경우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항암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오가는 환자에게 마스크는 필수품이다. 하지만 암 환자와 가족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약국이나 우체국 등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 마스크를 사러 가는 것 자체가 무리다. 임남빈 씨(46)도 최근 “아빠, 마스크 구하기 어렵지? 미안해”라는 딸(13)의 말에 억장이 무너졌다. 딸은 지난해 5월부터 뇌암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인들이 구해준 덴털마스크(치과 의료진이 쓰는 일회용 마스크)로 버티다가, 이젠 그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임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안 써도 된다. 제발 아픈 아이가 맘 편히 마스크를 쓸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며 울먹였다. 2010년 이후 출생인 환자들도 쉽지만은 않다. 부모가 대신 구매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가족도 있다. 우모 씨(45·여)는 소아암 환자인 딸(6)을 홀로 키운다. 아픈 아이를 집에 혼자 둔 채 마스크를 사러 나갈 수가 없다. 우 씨는 “나는 아이와 24시간 붙어 있는데 혹시나 집 밖에서 감염이 될까 봐 외출하기도 난감하다”고 했다. 소아암 환자의 부모들은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이모 씨(43·여)는 “아이가 항암치료를 받아서 자주 구토를 하기 때문에 마스크가 하루에 최소 2, 3개는 필요하다”며 “공영홈쇼핑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하루에 148번 전화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다른 건강 취약 계층들도 정부 정책이 아쉽긴 마찬가지다. 일주일에 4번 투석을 받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 신모 씨(26·여)는 “투석을 받는 동안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데 지금 보유한 수량이 부족해 큰일”이라며 “지난주 읍사무소에 기저질환자를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마스크가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만 하더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꼭 필요한 이들에게 마스크를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호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마스크 5부제는 공평해 보이지만 사실 (건강 취약 계층엔) 공평하지 않은 제도”라며 “기저질환이 있는 소아나 노인 등 고위험군에 마스크를 우선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김소영 ksy@donga.com·김태언 기자}

“정부가 세워놓은 마스크 대책이 ‘진짜 약자’는 배려하지 않으니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주부 권모 씨(40·여)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마스크 대책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2009년 이전 출생자(만 11세 이상)는 직접 약국 등에 가서 마스크를 사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하지만 권 씨의 딸(14)은 소아암 환자라서 바깥나들이가 쉽지 않은 처지다. 권 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알코올과 휴지로 버튼을 닦은 뒤 누를 정도”라며 “사람이 많이 몰린 곳에 아이가 어떻게 가느냐”고 울먹였다. 9일부터 정부가 내놓은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됐지만, 마스크 공급 사각지대에 놓인 건강취약계층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특히 소아암을 앓는 아이를 둔 부모들은 정부가 배려 없이 일괄적인 배급제를 적용한 탓에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르면 암 환자 등 기저질환자들은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환기가잘 안되는 공간에서 타인과 접촉하는 경우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항암치료를 받으러 병원을 오가는 환자에게 마스크는 필수품이다. 하지만 암 환자와 가족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약국이나 우체국 등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 마스크를 사러 가는 것 자체가 무리다. 임남빈 씨(46)도 최근 “아빠, 마스크 구하기 어렵지? 미안해”라는 딸(13)의 말에 억장이 무너졌다. 딸은 지난해 5월부터 뇌암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인들이 구해준 덴털마스크(치과 의료진이 쓰는 일회용 마스크)로 버티다가, 이젠 그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임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안 써도 된다. 제발 아픈 아이가 맘 편히 마스크를 쓸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며 울먹였다. 2010년 이후 출생인 환자들도 쉽지만은 않다. 부모가 대신 구매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가족도 있다. 우모 씨(45·여)는 소아암 환자인 딸(6)을 홀로 키운다. 아픈 아이를 집에 혼자 둔 채 마스크를 사러 나갈 수가 없다. 우 씨는 “나는 아이와 24시간 붙어있는데 혹시나 집 밖에서 감염이 될까봐 외출하기도 난감하다”고 했다. 소아암 환자의 부모들은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이모 씨(43·여)는 “아이가 항암치료를 받아서 자주 구토를 하기 때문에 마스크가 하루에 최소 2, 3개는 필요하다”며 “공영홈쇼핑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하루에 148번 전화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다른 건강취약계층들도 정부 정책이 아쉽긴 마찬가지다. 일주일에 4번 투석을 받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 신모 씨(26·여)는 “투석을 받는 동안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데 지금 보유한 수량이 부족해 큰일”이라며 “지난주 읍사무소에 기저질환자를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마스크가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만 하더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꼭 필요한 이들에게 마스크를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보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호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마스크 5부제는 공평해 보이지만 사실 (건강취약계층엔) 공평하지 않은 제도”라며 “기저질환이 있는 소아나 노인 등 고위험군에게 마스크를 우선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대학에서 학업을 포기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학생이 늘고 있다. 한국 학생들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교환학생이나 해외 연수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대구대에 따르면 학부 교환학생과 대학원생 등 중국인 학생 7명이 26, 27일 중국으로 돌아갔다. 대구대 관계자는 “학생들 부모가 자녀들에게 전화를 해 ‘불안하니까 돌아오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인하대는 24∼28일 중국인 유학생 300여 명이 입국할 예정이었지만, 27일 오전 기준 62명만 입국했다. 개학이 다음 달 16일로 미뤄진 탓도 있지만, 유학생들은 국내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입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연락해 왔다고 한다. 배재대에도 최근 중국인 교환학생 12명과 한국어 연수생 4명이 입국을 보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학업을 중단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고려대에서 교환학생을 하기 위해 국내로 입국했던 독일 튀빙겐대 학생 A 씨(20)는 최근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자 학업을 잠정 연기하고 독일로 돌아가기로 했다. A 씨는 “독일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고민 끝에 귀국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고려대로 연수를 온 미국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주립대 학생인 엘리자베스 프리젤 씨(21·여)는 원래 학기가 끝나는 6월까지 국내에 머물 계획이었다. 하지만 28일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프리젤 씨는 “한국에서 더 추억을 쌓고 싶었는데, 불가피하게 귀국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들도 학생들의 해외 교육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숭실대 학생 조혜현 씨(22·여)는 중국 선전대에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비자와 필요한 물품들을 다 준비했는데 최근 학교 측의 권고로 미뤘다. 서울대 학생 C 씨(25)는 “지난달 말 캄보디아로 해외 문명 탐방을 떠날 예정이었다가 전날 갑자기 취소가 결정됐다”며 “많이 기대했던 일정이라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김소영 ksy@donga.com·김태언 / 인천=차준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대학에서 학업을 포기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학생이 늘고 있다. 한국 학생들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교환학생이나 해외연수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대구대에 따르면 학부 교환학생과 대학원생 등 중국인 학생 7명이 26, 27일 중국으로 돌아갔다. 대구대 관계자는 “학생들 부모가 자녀들에게 전화를 해 ‘불안하니까 돌아오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인하대는 24~28일 중국인 유학생 300여 명이 입국할 예정이었지만, 27일 오전 기준 62명만 입국했다. 개학이 다음 달 16일로 미뤄진 탓도 있지만, 유학생들은 국내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입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연락해 왔다고 한다. 배재대에도 최근 중국인 교환학생 12명과 한국어 연수생 4명이 입국을 보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학업을 중단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고려대에서 교환학생을 하기 위해 국내로 입국했던 독일 튀빙겐대 학생 A 씨(20)는 최근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자 학업을 잠정 연기하고 독일로 돌아가기로 했다. A 씨는 “독일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고민 끝에 귀국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고려대로 연수를 온 미국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주립대학 학생인 엘리자베스 프리젤 씨(21·여)는 원래 학기가 끝나는 6월까지 국내에 머물 계획이었다. 하지만 28일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프리젤 씨는 “한국에서 더 추억을 쌓고 싶었는데, 불가피하게 귀국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국립대(NUS) 학생 B 씨(23)도 서울의 한 대학에 연수를 왔다가, 24일 본국 학교로부터 귀국하라는 이메일을 받고 짐을 싸고 있다. 국내 대학들도 학생들의 해외 교육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숭실대 학생 조혜현 씨(22·여)는 중국 선전대에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비자와 필요한 물품들을 다 준비했는데 최근 학교 측의 권고로 미뤄졌다. 서울대 학생 C 씨(25)는 “지난달 말 캄보디아로 해외문명탐방을 떠날 예정이었다가 전날 갑자기 취소가 결정됐다”며 “많이 기대했던 일정이라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56번 환자(75)가 고열과 각혈로 서울 종로구 보건소 등 선별진료소를 여러 차례 찾아갔는데도 검사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의 코로나19 감염을 처음 의심한 이비인후과는 “검사를 요청하는 진료의뢰서까지 써줬는데 선별진료소가 거부했다며 자꾸 돌아왔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A이비인후과의 김모 원장에 따르면 6일 병원을 방문한 56번 환자는 피가 섞인 가래와 고열, 기침 등의 증세를 보였다. 김 원장은 그에게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니 즉각 선별진료소로 가라”고 권유했다. 그런데 8일 56번 환자는 “인근 선별진료소를 찾아갔지만 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검사를 해주지 않았다”며 다시 병원을 찾아왔다. 56번 환자는 6, 8일은 물론이고 11, 15일에도 A이비인후과를 방문했다. 그때마다 김 원장은 선별진료소 검사를 강력히 권유했다. 하지만 56번 환자는 “선별진료소 세 군데에서 다 퇴짜를 맞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20일 종로구 보건소는 당시 검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 “12일 환자가 왔지만 진료 대상으로 볼 증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56번 환자는 18일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까지 첨부해 다시 종로구 보건소를 찾았다. 김 원장은 전날 “비정형 폐렴 증상을 보인다”는 진료의뢰서까지 써줬다. 그제야 종로구 보건소는 검사에 들어갔고 19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 원장은 “진료의뢰서를 보고서도 증상이 불명확하다고 조치 없이 돌려보냈다니 이해할 수 없다. 10여 일 동안 우왕좌왕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태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56번 환자(75)가 고열과 각혈로 종로보건소 등 선별진료소를 여러 차례 찾아갔는데도 검사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의 코로나19 감염을 처음 의심한 이비인후과는 “검사를 요청한 진료의뢰서까지 써줬는데 선별진료소가 거부했다며 자꾸 돌아왔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A이비인후과의 김모 원장에 따르면 6일 병원을 방문한 56번 환자는 피가 섞인 가래와 고열, 기침 등의 증세를 보였다. 김 원장은 그에게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니 즉각 선별진료소로 가라”고 권유했다. 그런데 8일 56번 환자는 “인근 선별진료소를 찾아갔지만 ‘검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검사를 해주지 않았다”며 다시 병원을 찾아왔다. 56번 환자는 6, 8일은 물론 11, 15일에도 A이비인후과를 방문했다. 그때마다 김 원장은 선별진료소 검사를 강력 권유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56번 환자는 “선별진료소 3군데에서 다 퇴짜 맞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20일 종로보건소는 당시 검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 “12일 환자가 왔지만 진료 대상으로 볼 증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56번 환자는 18일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까지 첨부해 다시 종로보건소를 찾았다. 김 원장은 전날 “비정형 폐렴 증상을 보인다”는 진료의뢰서까지 써줬다. 그제야 종로보건소는 검사에 들어갔고, 19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 원장은 “진료의뢰서를 보고서도 증상이 불명확하다고 조치 없이 돌려보냈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 10여 일 동안 우왕좌왕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방 A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은 약 300명이다. 그러나 이들을 담당하는 교직원은 한 명이다. 중국 학생이 모두 입국하면 이 직원은 매일 300명의 의식주를 챙겨야 한다. 보건소 직원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이 대학의 한 보직교수는 17일 “정부도 군사작전처럼 우한(武漢) 교민 700명을 힘겹게 관리했는데, 대학들이 중국 학생 7만 명을 관리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앞서 교육부는 16일 중국 학생 입국 후 2주간 ‘자율 격리’를 실시하라고 대학에 권고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도저히 현장에 적용할 수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17일 본보가 전국 주요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 대책을 확인한 결과 격리를 위한 공간과 인력, 예산 모두 역부족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서울 주요 대학은 중국 학생이 2000명 이상인 곳이 많다. 하지만 기숙사 수용 인원은 미미하다. 중국 학생이 가장 많은 경희대(2019년 기준 3839명)는 181명(4.7%)을 기숙사에 격리할 예정이다. 한양대(2424명)는 100명(4.1%) 정도에 불과하다. 기숙사 관리도 쉽지 않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입국한 중국 학생들이 격리동 밖으로 나가거나 교내 공동시설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교육부는 학교 외부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자율 격리를 실시하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대학은 이들의 활동을 제한할 방법이 없다. 일부 지방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자율 격리가 사실상 방치에 가까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입국한 중국인 학생 가운데 기숙사 격리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중국인 유학생은 약 7만1000명. 14일까지 약 2만 명이 입국했고, 앞으로 4만 명가량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에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중국인 유학생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대학 기숙사에 있다고 하지만 중국인 유학생 수만 명이 사실상 ‘비격리’ 상태에 있는 셈”이라며 “지금이라도 지방자치단체 등의 전문 보건인력이 유학생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이소연·김태언 기자}

“월세만 200만 원인데…. 이달엔 월세 내기도 빠듯합니다.” 13일 점심 무렵 서울 종로구의 한 피부관리숍. 2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해 온 사장 김모 씨(55)는 대뜸 한숨부터 내뱉었다. 이 가게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하루 10명 이상의 고객이 찾았다. 하지만 요즘엔 단 1명도 오지 않는 날이 적지 않다.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주 결국 직원 1명을 내보냈다. 너무 미안했지만 다 죽게 생겨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코로나19가 다소 잦아드는 분위기라지만, 영세업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뭣보다 고객과 신체 접촉을 하는 ‘대면 서비스’ 업체들은 여전히 직격탄의 수렁에서 빠져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13일 오후 6시경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형 사우나. 180평에 이르는 여탕 내부엔 손님 3명뿐. 그마저 서로 멀찍이 떨어진 채 있었다. 4년 넘게 근무해 온 세신사 양종덕 씨(66)는 “경력 40년인데 이런 불황은 처음이다. 단골손님도 다 끊겼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최근 매출은 지난달의 반도 안 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골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자식들이 걱정된다고 가지 말란다”는 답만 돌아왔다. 금천구의 한 사우나에선 이달 초 세신사 한 명이 “생활비도 못 번다.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구하겠다”며 일을 관뒀을 정도다. 고객과 마주보고 앉아 손을 만져야 하는 네일아트 업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김모 씨(45·여)는 설 이후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한 명도 오지 않는 날이 부지기수란다. 김 씨는 “오늘 단골이 찾아와 겨우 1명을 받았다”고 씁쓸해했다. 성동구의 한 네일숍도 13일 고객이 1명이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힘들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란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러다 월세는커녕 생계 걱정을 해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대체로 대면 서비스 업소들은 매달 실적에 따라 월급을 받는 구조다. 코로나19로 인해 고객이 끊기면 임금 자체가 확 줄어든다. 서울 강남구의 한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이모 씨(24·여)는 “인센티브가 확 줄어 이달 월급으론 카드 결제대금 막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요즘 원래는 가장 바쁜 휴일에도 집에만 머무르는 날이 많다. 고객들이 대거 예약을 취소해 나가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평소 받던 월급으로도 생활이 빠듯했는데, 이달엔 반이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일부 업소는 체온을 측정해 발열 증세가 없는 고객만 받는 등 자구책까지 마련했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에서 만난 피부관리숍 대표는 “본사에서 ‘모든 고객의 체온을 잰 뒤 37도 이상이면 돌려보내라’는 지침도 내려졌다”고 했다.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미용실은 출입문에 ‘중국 우한에서 왔거나 발열 증상이 있으면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미용실 관계자는 “직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는 등 청결과 예방에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고객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다시 찾아와주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김태언 beborn@donga.com·김소민·김태성 기자}

“월세만 200만 원인데… 이달엔 월세 내기도 빠듯합니다.” 13일 점심 무렵 서울 종로구 한 피부관리샵. 1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해온 사장 김모 씨(55)는 대뜸 한숨부터 내뱉었다. 이 샵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하루 10명 이상 고객들이 찾았다. 하지만 요즘엔 단 1명도 오지 않는 날이 적지 않다.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주 결국 직원 1명을 내보냈다. 너무 미안했지만 다 죽게 생겨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코로나19가 다소 잦아드는 분위기라지만, 영세업체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뭣보다 고객과 신체 접촉을 하는 ‘대면 서비스’ 업체들은 여전히 직격탄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13일 오후 6시경 서울 서대문구 한 대형사우나. 180평에 이르는 여탕 내부엔 손님 3명뿐. 그마저 서로 멀찍이 떨어진 채 있었다. 4년 넘게 근무해온 세신사 양종덕 씨(66)는 “경력 40년인데 이런 불황은 처음이다. 단골손님도 다 끊겼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최근 매출은 지난달의 반도 안 된다. 혹시 하는 마음에 단골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자식들이 걱정된다고 가지 말란다”는 답만 돌아왔다. 금천구 한 사우나에선 이달 초 세신사 한 명이 “생활비도 못 번다.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구하겠다”며 일을 관뒀을 정도다. 고객과 마주보고 앉아 손을 만져야 하는 네일아트 업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김모 씨(45·여)는 설 이후 신종 고객 발길이 뚝 끊겼다. 한 명도 오지 않는 날이 부지기수란다. 김 씨는 “오늘 단골이 찾아와 겨우 1명을 받았다”고 씁슬해했다. 성동구의 한 네일숍도 13일 고객이 딱 1명이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힘들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란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러다 월세는커녕 생계 걱정을 해야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대체로 대면 서비스 업소들은 매달 실적에 따라 월급을 받는 구조다. 코로나19로 인해 고객이 끊기면 임금 자체가 확 줄어든다. 서울 강남구 한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이모 씨(24·여)는 “인센티브가 확 줄어 이달 월급으론 카드 결제대금 막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요즘 원래는 가장 바쁜 휴일에도 집에만 머무르는 날이 많다. 고객들이 대거 예약을 취소해 나가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씨는 “평소 받던 월급으로도 생활이 빠듯했는데, 이달엔 반이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일부 업소는 체온을 측정해 발열 증세가 없는 고객만 받는 등 자구책까지 마련했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에서 만난 피부관리샵 대표는 “본사에서 ‘모든 고객의 체온을 잰 뒤 37도 이상이면 돌려보내라’는 지침도 내려졌다”고 했다. 영등포구 문래동 한 미용실은 출입문에 ‘중국 우한에서 왔거나 발열 증상이 있으면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도 붙였다. 미용실 관계자는 “직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는 등 청결과 예방에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고객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다시 찾아와주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요즘 일과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가게를 돌며 마스크를 사는 겁니다.” 9일 오후 서울 강북구 한 마트에서 만난, 중국 톈진시에 있는 ‘천진한국국제학교’ 서헌희 교감(52)은 꽤나 피곤해 보였다. 그는 이날 1시간 넘게 마트와 약국 12곳을 들렀지만 마스크를 겨우 12개만 샀다고 했다. 1인당 구매 수량이 정해져 있는 데다 그마저도 다 팔린 곳이 많아서다. 발이 퉁퉁 부었지만 서 교감은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고생 끝에 모은 마스크를 중국에 살고 있는 교민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이미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설 연휴를 맞아 지난달 말 입국한 그는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지 않으냐”며 귀국 일정도 미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여파가 이어지자 어려운 이들을 돕는 마스크 기부 움직임도 늘고 있다. 특히 중국 교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잘 아는 재중국한국인회 등이 팔을 걷어붙였다. 사비를 털어 마스크를 산 뒤 통관 절차를 거쳐 무료로 현지에서 나눠주고 있다. 중국은 마스크 구하기가 ‘대란’ 수준을 넘어선 지 꽤 오래됐다. 톈진에 사는 교민 전모 씨(58)는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인데도 살 수가 없다. 일회용 마스크를 재활용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한인회 관계자는 “티셔츠를 잘라서 마스크를 만든 교민도 있을 정도다. 마스크 기부는 우리 동포를 함께 지키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어렵사리 마스크를 기부 받은 교민들은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교민 이승욱 씨(45)는 “마스크 기부는 교민들에게 가뭄에 단비와도 같다”며 “한인회가 교민들을 돕는 모습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도 마스크 기부가 활기차다. 광주시 광산구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자들이 후원금으로 천 마스크 1800개를 손수 제작해 광주송정역과 광주공항 등을 찾은 시민에게 나눠줬다. 12일까지 700개를 추가 제작해 나눠줄 계획이다.김태언 beborn@donga.com·김소영 / 광주=이형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에 걸릴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대책이 있다. 바로 ‘손을 씻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손만 제대로 씻어도 호흡기 감염병은 40∼50%, 분변을 매개로 한 감염병은 50∼70%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는 확진자의 비말(침방울)뿐 아니라 대소변으로도 옮는다고 한다. 분비물이 묻은 손잡이나 수건 등을 만진 뒤 무심코 눈 코 입에 손을 대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손 씻기를 ‘자가 예방접종(do-it-yourself vaccine)’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럼 ‘제대로’ 손을 씻는 법이란 뭘까. 진짜 효과는 있을까. 동아일보가 감염내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얻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하는 손 씻기 방법을 체험해봤다.○비누로 씻으니 세균 세척력이 2배로 4일 오후 4시경 서울 마포구에 있는 위생컨설팅업체 ‘녹색식품안전연구원’. 먼저 씻지 않은 손은 얼마나 많은 세균이 묻었는지 측정해봤다. 실험엔 취재팀 3명이 참여했다. 3명 모두 낮 12시경 점심을 먹은 뒤 일부러 손을 씻지 않았다. 눈으로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위생연구실 연구진은 취재팀 손을 문지른 면봉을 위생도 측정 장치에 넣었다. 면봉에 묻은 유기화합물 농도를 측정하는 장치다. 측정 결과가 2000RLU(Relative Light Unit·오염도 단위) 이하여야 손이 깨끗하다고 본다. 측정 결과 A의 손은 오염도가 2967RLU, B는 2387RLU, C는 2103RLU로 각각 나타났다. ‘합격자’는 한 명도 없었다. 괜스레 겸연쩍은 변명이 흘러나왔다. “취재하다 보면 카메라랑 길바닥에 뒹굴 때도 있어서….” “반지 사이에 먼지가 끼었나 봐요.” 이후 A는 비누를 써서 50초 동안 손을 씻었다. B는 비누를 써서 25초, C는 물로만 25초 동안 손을 씻었다. 모두 박정수 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의 조언을 따랐다. 이른바 ‘WHO 지침’이다. 먼저 ①손에 미온수와 비누를 충분히 묻힌다. ②양 손바닥을 마주 대고 문질러 거품을 낸다. ③손등과 손바닥을 마주 대고 문지른다. ④손깍지를 낀 채 손가락 사이를 문지른다. ⑤손끝으로 반대 손바닥을 문지른다. ⑥엄지손가락을 반대 손으로 돌려주며 문지른다. ⑦비누 거품을 물로 씻어낸다. 마지막 중요한 하나가 더 남았다. ⑧손을 다 씻은 뒤 ‘수건’으로 수도꼭지를 잠근다. 기껏 깨끗해진 손이 수도꼭지에 있는 세균에 다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문지르기’ 지옥처럼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그리 어렵진 않다. 결과는 놀라왔다. A의 손 오염도는 2104RLU나 감소한 863RLU로 떨어졌다. B는 2145RLU 감소한 242RLU. C는 1383RLU가 줄어든 720RLU였다. 비누를 쓰면 더 깨끗해진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한데 물로만 씻을 때보다 2배 가까이 오염도가 감소하는 건 인상적이다. 다음 실험에선 차이가 더 분명했다. 손에 형광로션을 바른 뒤 똑같은 방식으로 씻고 자외선 조명을 쬐니 육안으로도 확 달랐다. 비누 없이 씻은 손은 형광로션이 거의 그대로 남아 하얗게 빛났지만, 비누를 사용하자 대부분 씻겨 내려갔다. 박 교수는 “손을 오래 씻는 것보다 비누를 사용해 정확한 동작으로 손금이나 손톱 밑처럼 움푹 파인 곳까지 씻는 게 중요하다”라며 “손 씻은 뒤 세정제를 바르면 항균 물질이 ‘보호막’처럼 남아 감염을 예방한다”고 조언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손 덜 씻는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국내에서 나오던 초기였다. 지난달 30일까지 확진자 성별이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다 보니 ‘괴담’도 같이 퍼졌다. “남성이 여성보다 위생에 신경을 덜 써서 감염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침 신종 코로나가 발원한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의 한 병원 연구진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2배가량 많다는 집계를 내놓았다. 때 아닌 성 논쟁이 일었지만, 전문가들은 “특정 성별이 감염병에 더 취약하단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남성이 여성보다 손 위생에 덜 신경 쓰는 건 사실일지도 모른다. 동아일보가 5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용산구 서울역 2층 남녀 화장실에서 1시간 동안 이용객을 관찰했다. 남성 화장실은 252명 가운데 비누로 손을 씻는 이가 73명(29%)뿐이었다. 41.3%인 104명은 물로만 씻었고, 나머지 75명(29.7%)은 아예 씻지도 않았다. 물도 묻히지 않고 건조기 바람에만 손을 비빈 뒤 나가는 어르신도 있었다. 한 20대는 손끝에 살짝 물을 묻힌 뒤 머리만 매만지고 나갔다. 여성 화장실은 어땠을까. 이용자 214명 가운데 53.7%(115명)가 비누를 이용해 손을 씻었다. 반지와 팔찌, 시계를 다 풀어두고 꼼꼼히 비누칠을 하는 젊은 여성이 눈에 띄었다. 물론 물로만 씻은 여성도 76명(35.5%), 안 씻은 여성(23명·10.8%) 역시 존재했다. 짧은 시간 한 장소만 관찰했기에 한국인의 평균이라 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일반적인 통념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 건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종 코로나 여파로 한 가지 나아진 점은 있다. 손 씻기가 중요하단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다.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질병관리본부와 분당서울대병원도 지난해 9월 공중화장실 4곳을 이용한 시민들을 관찰했다. 당시 남녀 구분 없이, 비누로 손을 씻은 사람은 24.5%밖에 되질 않았다. 43%는 물로만 씻었고, 32.5%는 손을 씻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런 사태를 계기로 화장실을 사용한 뒤엔 꼭 손을 씻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태언·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