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드디어 끝났다. 해냈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였다. 몸은 만신창이였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송곳에 찔린 듯한 통증이 무릎 주변에 전해졌다. 허벅지, 종아리 근육은 경련의 연속이었다. 울퉁불퉁한 돌길의 충격을 견딘 발바닥은 얼얼하다 못해 감각이 없었다. 100km를 달리는 울트라트레일러닝(Ultra Trail Running)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완주의 뿌듯함은 컸다. 트레일러닝은 도로가 아닌 산이나 사막, 정글 등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며 자연을 즐기거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아웃도어 스포츠의 하나로,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한트레일런협회(회장 황선용)는 14, 15일 한라산과 한라산둘레길 일대에서 4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라산 울트라트레일(UTMH) 대회’를 처음 개최했다. 100km 백록코스를 비롯해 한라산 영실계곡 등을 거치는 36km 영실코스, 트레일러닝 입문코스인 7km 코스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열렸다. ‘울트라’ 명칭은 마라톤 풀코스 거리인 42.195km 이상인 대회에 붙인다. 기자는 100km인 백록코스에 참가해 직접 뛰고 걸었다.○ 모험을 즐기는 레이스 14일 오전 8시 해발 270m인 제주 서귀포시 돈내코 유원지 야영장. 출발 신호와 함께 선수들이 힘차게 달려 나갔다. 한라산 정상인 해발 1950m 백록담에 도달할 때까지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중도 포기의 시험에 들게 했다. 그나마 숲길의 굴거리, 붉가시나무, 사스레피나무 등 푸른 나무가 가득해 눈이 시원했다. 편백, 삼나무가 뿜어내는 싱싱한 향기도 위안이 됐다. 한라산 정상 주변에서 둥글게 펴진 부챗살 모양으로 바다에 흘러드는 한라산둘레길 하천은 대부분 건천(乾川)이다. 평소에는 말라 있다가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른다. 전날 비가 내린 덕분에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싱그러웠다. 하지만 어둠이 깔리면서 물소리는 공포로 변했다. 물기를 머금은 바위는 무척 미끄러웠다. 여러 차례 엉덩방아를 찧고 발목이 틀어졌다. 물소리가 들리면 몸이 먼저 긴장했다. 칠흑의 어둠에서 한 줄기 랜턴 빛에 의지해 걷고 달리는 야간 레이스는 두려운 고통이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개 낀 숲길을 잘못 찾아 헤맬 때는 홀로 남겨질 것 같아 등골이 오싹했다. 트레일러닝 자체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스스로 대비하고 감내해야 했다. 숲길을 빠져나올 때쯤 여명이 밝았다. 결승점이 가까워졌기에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체계적인 대회 준비 필요 23시간23분38초 만에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제한시간인 28시간 이내에 골인할 수 있었다. 1위는 노희성 씨(37)로 14시간17분51초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는 제주지역이 울트라트레일러닝 메카로 성장할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아쉬움도 많았다. 코스가 급히 변경되면서 표지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고 홍보 기간이 짧아 참가 선수가 많지 않았다. 황선용 회장은 “관련 기관, 단체와 협의가 순조롭지 않아 대회를 치르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미비점을 보완해 내년에는 짜임새 있는 대회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트레일러닝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반영하듯 국내에서 대회 개최가 점차 많아졌다. 5월에 제1회 50km 국제트레일러닝(경기 동두천시), 제2회 북한산둘레길 트레일런이 열렸고 지난달 31일에는 부산에서 100km 울트라트레일레이스가 처음 펼쳐졌다. 제주지역에서는 이번 대회를 비롯해 다음 달 6일 ‘50km 울트라트레일 제주’ 대회가 열린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6일 오전 10시 해군의 자부심인 1만4500t급 상륙함 독도함이 미끄러지듯 제주 서귀포시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안으로 향했다. 엔진이 만든 물보라 뒤로 무인도인 범섬과 문섬 등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비행갑판을 갖춘 독도함이 항내로 진입하자마자 예인선 2척이 따라붙어 앞뒤에서 조심스럽게 밀기 시작했다. 독도함은 예인선의 도움을 받아 30분 만에 함정계류용 부두에 성공적으로 정박했다. 동아일보는 해군헬기 UH-60(기장 강정표 소령)을 타고 독도함 등의 제주해군기지 부두계류시험을 직접 확인했다. 길이 199m, 폭 31m의 독도함에는 고유번호 ‘6111’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2007년 최초 함정 평가 이후 최근까지 6111회의 무사고 헬기 이·착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독도함 외에도 천지함, 이억기함 등 2척이 계류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잠수함 부두에는 독도함에 앞서 계류한 잠수함 1척도 보였다. 9월 16일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이 처음 입항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구축함, 호위함, 초계함, 고속정 등 20여 척이 제주해군기지를 다녀갔다. 제주해군기지는 올해 말 완공 예정으로 막바지로 향해가는 방파제 공사와 달리 육상에서는 건물 공사가 상대적으로 더뎌 보였다. 육상공사는 공정이 87%에 그쳐 올해 말까지 제 모습을 갖추기 힘들어 보였다. 다음 달 1일에는 제주해군기지에서 제주기지전대 창설식이 열린다. 이 전대는 해군작전을 지원하고 제주연안을 지킨다. 해군은 또 제71기동전대(부산)와 제72기동전대(진해)를 제주로 이전해 제7기동전단으로 운영하고 잠수함 전대도 배치한다. 제7기동전단은 세종대왕함을 필두로 문무대왕함, 충무공이순신함, 대조영함, 왕건함, 강감찬함, 최영함 등 한국형 구축함을 보유한 해군 최초의 기동전단이다.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제2공항 건설’ 계획이 발표된 이후 현지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제주도는 11일 후속 조치 및 지원 협력 체제 구축을 위한 전담 기구인 ‘공항확충지원 종합대책본부’를 구성하고 현판식을 열었다. 이 종합대책본부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직접 본부장을 맡아 공항 인프라 확충 사업 전반을 지휘하고 사업 추진에 따른 각종 행정 절차 이행과 도민 공감대 확산 등 역량 결집에 나서게 된다. 원 지사는 이날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최경환 부총리와 면담하고 제2공항 건설을 위한 국비 지원과 예비 타당성 조사 기간 단축을 요청했다. 예비 타당성 조사 기간을 단축하면 공항 완공을 2025년에서 2023년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돌길과 흙길을 마라톤처럼 달리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트레일러닝대회가 열린다. 트레일러닝은 도로가 아닌 산이나 계곡, 들판, 사막, 정글 등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는 아웃도어 스포츠의 하나로 유럽과 북미 등지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최근 아시아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한트레일런협회(회장 황선용)는 아디다스코리아 등의 후원을 받아 14일부터 이틀간 한라산과 한라산 둘레길 일대에서 ‘한라산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UTMH)’를 처음으로 개최한다. 대회는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과 둘레길 100km를 달리는 백록 코스를 비롯해 돈내코 탐방로에서 윗세오름(해발 1700m)과 영실계곡 등을 거치는 36km의 영실 코스, 트레일러닝 입문 코스인 7km 솔오름 코스 등 3개 코스로 나뉘어 열린다. 이번 대회는 칩으로 기록을 측정하고 국제트레일러닝협회(ITRA) 규칙을 적용한다. 백록 코스는 28시간의 제한시간을 둔다. ‘울트라’ 명칭은 마라톤 풀코스 거리인 42.195km 이상을 달리는 대회에 쓰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50km 이상이다. 백록 코스를 완주하면 트레일러너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몽블랑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UTMB·168km)에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 포인트 9점 가운데 3점을 얻는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온평리 일대에 연간 250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선다. 2025년까지 4조1000억 원을 투입해 제주국제공항의 1.5배인 4.9km² 크기 신공항을 짓는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과 협의 과정이 남아 있고, 예산 확보 방안도 마련되지 않아 차질 없이 공항이 건설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8년이면 포화” 신규 공항 시급 국토교통부는 10일 ‘제주공항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저가항공으로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이 많아지고 중국인 관광객도 증가하면서 비행기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항공 수요가 급증해 공항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결정 배경을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수요 예측 결과에 따르면 올 1∼9월 1928만 명 수준인 제주 지역 항공 수요는 2020년에 3211만 명, 2035년에는 4549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정부는 기존 제주공항을 확장하거나 대규모 신공항을 건설한 뒤 현 공항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기존 공항을 확장하려면 바다를 메워 해발 50m 높이의 땅을 마련해야 하고 9조4000억 원이나 되는 많은 공사비가 들어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대형 신공항 건설 방안 역시 기존 공항 폐쇄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커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서훈택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기존 공항을 그대로 운영하면서 신공항을 추가로 건설하면 환경 훼손이 적고 공사비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말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어 2018년에 착공해 2025년에 개항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새로 지어질 제2공항은 길이 3200m, 폭 60m의 활주로 1개를 갖출 예정이다. 이 규모의 활주로면 현재 운항 중인 대형 기종 대부분의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 제주 지역민들, 기대와 우려 교차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제2공항 신설 결정에 대해 “제주를 미래로 이끌 제2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하든지 최대한 단축해 2023년에 공항 문을 열 수 있도록 최대한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이날 제2공항 입지로 선정된 성산읍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며 500m² 이상 농지 등의 땅을 사고팔 때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공항 예정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 등 유명 관광지와 10km가량 떨어진 곳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성산읍 일대는 기존 제주공항과 운항 영역이 겹치지 않고 기상 조건도 좋다”고 말했다. 성산읍 주민들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나타냈다. 이승이 온평리 이장은 “제2공항 건설이 제주의 앞날을 위해 필요하다면 우리 마을에 들어선다고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산리 지역의 한 주민은 원 지사가 참석한 주민 설명회에서 “지역 주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문제를 왜 숨어서 비밀리에 하느냐. 매우 자존심이 상하고 무시당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편 정부는 내년 6월까지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작업도 마무리할 방침이다. 2009년에 정부는 영남권 신공항이 경제성이 없다며 공항 건설을 백지화했지만, 2013년에 “수요가 늘었다”며 이를 뒤집었다. 현재 10여 곳의 후보지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6월 공항이 들어설 곳을 최종 발표하고 제주 제2공항과 비슷한 시기인 2025년 전후에 개항하도록 추진한다는 구상이다.이상훈 january@donga.com / 제주=임재영 기자}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천주교순례길위원회는 14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에 있는 정난주 마리아 묘에서 ‘정난주길(빛의 길)’ 개장식을 연다. 13.8km인 정난주길은 1801년 신유박해로 유배된 후 온갖 시련을 신앙으로 이겨낸 정난주 마리아를 기리는 코스다. 제주지역 천주교 순례길은 모두 6개 코스로 2012년 9월 ‘김대건길(빛의 길)’을 시작으로 이번 정난주길까지 모두 4개 코스가 확정됐다. 길을 조성하는 종교계는 천주교뿐이 아니다. 기독교, 불교계도 순례길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제주지역의 도보여행 길은 2007년 9월 제주올레 1코스가 만들어진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사단법인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길을 내다가 최근엔 지역 주민들도 자발적으로 길을 만들고 있다. 동네 주변 오름(작은 화산체)을 오가는 산책로에서 확대해 숲과 역사 현장을 잇는 탐방로로 발전하기도 한다.○ 도보여행 길 전성시대 국내 걷기 열풍을 주도한 제주올레는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정규코스 21개와 산간, 섬 등을 걸어서 여행하는 5개 부속 코스 등 모두 26개 코스, 425km로 구성됐다. 2012년 정규 마지막 코스가 확정되는 동안 제주지역에서는 새로운 길이 속속 만들어졌다. 제주시 애월읍 곽금8경, 제주시 오라동 오라올레, 숲을 주제로 한 사려니숲길, 절물휴양림 장생의 숲길, 삼다수숲길이 나왔다. ‘생태계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용암 암괴에 형성된 숲) 곳곳을 돌아다니는 길도 만들어졌다. 단순한 탐방로에서 진화해 이야기가 있는 길도 등장했다. 유배문화를 찾아가는 길, 화산활동을 체험하는 지질트레일, 용천수 이야기가 담긴 산물여행길 등이 있다. 총연장 80km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라산둘레길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현재 행정기관과 단체 등이 파악하고 있는 걷는 길은 대략 27개, 64개 코스에 이른다. 제대로 홍보되지 않은 길까지 포함하면 100개 코스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체계적인 길 관리 필요 도보여행 길이 다양해지면서 탐방객들은 자신의 걷기 능력이나 기호에 맞춰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무 등을 베어내고 코스를 표시하는 리본 등을 어지럽게 달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탐방객에 의한 자연환경 파괴, 난개발 등이 발생해 올레 10코스에 자연휴식년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쓰레기 투기로 지역 주민과 마찰을 빚기도 하고 일부 코스는 탐방객이 없어 유명무실하기도 하다. 길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주체들이 행정기관, 종교계, 마을회 등으로 제각각이다. 행정기관에서도 여러 부서가 각자 맡은 길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제주도의회에서는 걷는 길을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4월 ‘제주 걷는 길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했지만 제동이 걸렸다. 걷는 길 규정이 애매하고 관리 주체를 민간단체로 지정한 조례안이 보행자길, 숲길, 도로 등에 대한 관리 주체를 행정청으로 규정한 현행 법령과 상충됐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 위성곤 의원은 “일부 걷는 길들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제주의 자연, 인문 등의 속살을 체험할 수 있도록 걷는 길에 대한 정비, 관리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돌하르방 머리 위로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졌다. 무사(武士)의 모습을 한 돌하르방은 험악한 인상을 지었다. 비둘기를 어깨에 얹은 돌하르방은 정 많은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느껴졌다. 가을이 지나든 말든 바윗덩어리를 감싼 송악덩굴은 곶자왈(용암 암괴 위에 형성된 자연림) 안에서 푸름을 뽐냈다. 5일 오후 찾아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돌하르방공원은 1만4800m²로 작지 않은 면적이지만 출입문 안으로 들어가야 진면목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보일 듯 말듯 주변 풍경에 스며 있었다. 김남흥 원장(49)은 2005년 돌하르방공원을 개장한 뒤 지금도 손에서 망치와 징을 놓지 않고 있다. 공원에서 돌 작업을 하기 시작한 시기가 2000년인 점을 감안하면 15년 동안 제주 돌, 현무암에 매달려 있다. 그의 돌하르방은 찍어내듯 만들어지는 비슷한 형태가 아니라 하나하나 다른 표정과 분위기를 풍긴다. 포옹을 하듯 두 팔을 벌리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땅에 닿기도 한다. 제주시 오등동 다음글로벌미디어센터의 인터넷을 하는 돌하르방, 바람처럼 왔다가 들꽃처럼 떠난 사진작가 김영갑(1957∼2005)을 기리는 마음을 담은 서귀포시 성산읍 김영갑갤러리의 카메라를 맨 돌하르방도 그의 작품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의 질감을 민낯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그 구멍들은 화강암 같은 세밀한 묘사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투박한 구멍들에서 구수한 맛이 느껴지죠.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포근해지고 만지면 거친 돌의 결이 전해져 굳은살이 박인 아버지 손을 잡는 것 같아요.” ○‘제주 DNA’를 찾아서 제주대 미술교육학과 출신인 김 원장은 전업 작가로 지내며 ‘제주만의 색깔’을 찾으려고 했다. 고즈넉한 풍경, 초가의 유연함을 그림에 담았지만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외형적인 제주의 아름다움만 담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생겼다. 무작정 도서관으로 달려가 제주의 인문 관련 책을 뒤졌다. 그리고 현장으로 달려가 제주 사람들이 살아왔던 흔적을 찾았다. 밭을 일구다 나온 돌로 쌓은 밭담,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해 돌벽인 환해장성과 위험을 알린 봉수대, 마을 형성의 원천이었던 용천수 등을 하나하나 배워갔다. “제주다운 제주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한라산이나 돌하르방 아닌가요. 돌하르방은 화산 섬인 제주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속에 평화라는 화두를 넣고 싶었습니다. 평화 속에는 사랑, 건강, 행복, 배려 등이 다 담겨 있으니까요.” 공원 조성 첫 작업은 곳곳에 산재한 과거 돌하르방 48기(미완성 1기 포함)를 재현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난관에 봉착했다. 석공에게 맡겼는데 기술자처럼 깨고 자르는 바람에 옛 돌하르방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망치를 잡았다. 학교 후배도 불렀다. 돌하르방 흙 모델링을 한 뒤 여러 자료를 비교하면서 실제 크기로 제작했다. 재현 과정을 거치면서 돌하르방을 만든 제주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됐다. “미리 스케치를 하지 않고 돌을 보고난 뒤 어떻게 작업을 할지 구상합니다. 원석의 형태와 질감을 고려해 작업하기 때문에 머리, 팔, 몸통 등이 언뜻 보기에는 불균형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러워요. 이것이 제주 사람들이 돌하르방을 조각한 핵심입니다. 돌하르방을 세밀하게 재현하는 작업을 하면서 얻은 깨달음입니다.”○ 위기 그리고 새로운 영감 김 원장은 돌하르방 재현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만의 색깔로 창조한 돌하르방을 만들었다. 세계 각국의 친구들이 공원을 찾아와 평화를 나눈다는 의미로 여러 캐릭터의 목조형물도 만들었다. 개원 당시 60점이던 작품은 250여 점으로 늘었다. 알음알음 공원이 알려지면서 입장객도 꽤 늘어 운영에 도움이 됐다. 여행사와 연계해 입장객을 더 많이 끌어들인다는 야무진 계획도 세웠다. 3년 정도 더 고생하면 공원이 뿌리를 내리고 자폐를 앓고 있는 아들(17)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계획이 무르익어갈 즈음 화마(火魔)가 덮쳤다. 2013년 3월 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갤러리와 수장고, 자료실 등으로 쓰던 건물이 잿더미로 변했다. 그가 틈틈이 그렸던 그림 700점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공원 조성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했던 12권의 작업일지도 불에 타버렸다. 인생이 송두리째 지워지는 듯한 나락에 빠졌다.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집에 있는 그림 1점, 그리고 돌하르방공원이었다. 공원을 걷던 어느 날 하늘에 내걸린 무지개를 가슴으로 품었다. 이어도를 본 듯한 느낌이 들면서 편안해졌다. 무지개는 새로운 희망의 열쇠였다. 무지개를 품은 하늘도 눈에 들어왔다. 그 후 무지개와 하늘, 빛으로 캔버스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불 탄 자리에 수도(修道)하는 마음으로 돌집을 지으면서 생각도 유연해졌다. 외부의 돌하르방 작품 의뢰를 받으면서 공원 입장료를 낮췄다. 숨고르기를 하면서 힘을 빼니 돌파구가 보였다. “마음에 쌓였던 ‘화’는 바로 독(毒)이었습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는 “감동을 주는 힐링(치유)은 마음 정화이자 평화로움을 이루는 것”이라며 “시각적으로만 보이는 공원이 아니라 마음에 보이고, 마음을 위로하는 공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의 감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제주국제감귤박람회가 6일부터 15일까지 서귀포시 서귀포농업기술센터 및 감귤박물관 등지에서 열린다. 제주도와 서귀포시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제주의 미래, 세계 속의 명품 감귤’을 주제로 19개국 200여 개 업체가 참가한다. 이 박람회는 감귤을 주제로 한 세계 유일의 감귤전문박람회로 감귤산업전시관, 감귤기술전시관, 농기자재전시관, 감귤향연장 등 4개 전시관과 체험 부스로 진행된다. 한국감귤아열대과수학회는 14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해 감귤산업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연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는 온난화에 따른 감귤 병해충 방제대책에 관한 국제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박람회에서 국내외 감귤품종 및 가공제품 등이 전시되고 국내외 바이어 초청행사, 우수감귤경연대회와 감귤요리경연대회, 제주감귤국제마라톤대회, 문화공연 등이 펼쳐진다. 참가자들은 감귤을 이용한 탑 쌓기, 쿠키 만들기, 마차 타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현을생 서귀포시장은 “감귤박람회는 지역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감귤산업을 육성해 세계의 명품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지역 곶자왈의 나이가 기존 학설보다 훨씬 젊은 것으로 밝혀졌다. 곶자왈은 용암이 흐른 암괴지대에 형성된 자연림으로 ‘생태계의 허파’로 불리는 용암 숲이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은 곶자왈 지역 지질 연대 분석 결과 생성 연대가 1만 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곶자왈을 이루는 용암류 연대를 밝히기 위해 채석장에서 곶자왈 용암 하부의 토양을 채취한 뒤 측정했다. 애월곶자왈은 1만400년, 한경곶자왈은 6000년, 구좌 성산곶자왈은 9400년, 선흘곶자왈은 1만1000년 전에 각각 생성된 것으로 측정됐다. 곶자왈을 이루는 용암의 분출 시기가 1만 년 전 내외로 상당히 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곶자왈은 아르곤연대측정법에 따라 생성 연대가 3만 년 전 정도로 추정됐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2만 년 이상 줄었다. 한라산연구원 안웅산 박사는 “곶자왈을 이루는 용암류는 풍화 혹은 퇴적작용에 의해 토양층이 형성될 만큼 지질학적으로 오래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숲의 형태로 남게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측은 이번 연구가 곶자왈의 다양한 특징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이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을 달성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한라산에는 주말마다 탐방객이 넘쳐난다. 정상인 백록담을 오가는 유일한 탐방로인 성판악탐방로는 하루 최대 4500여 명이 몰리는 등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진달래밭대피소(해발 1500m)에서 정상에 이르는 2.3km 구간의 좁은 코스에서는 “오를 때는 앞사람 엉덩이, 내려갈 때는 앞사람 뒤통수만 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성판악탐방로 출발점인 안내소 주변 도로는 차량이 2km가량 길게 늘어선다. 대형차량과 승용차량이 서로 뒤엉켜 혼잡이 가중되고 있다.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보강하고 있지만 몰려드는 탐방객을 수용하기에 버거운 실정이고 쓰레기 발생량도 만만치 않다. 정상으로 가는 관음사탐방로 삼각봉대피소 주변에서 올 5월 발생한 낙석 사고로 인해 정상∼삼각봉대피소 2.7km 구간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면서 성판악탐방로 혼잡은 가중됐다.○ 새로운 탐방로 답사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한라산국립공원 직원과 자문위원 등이 지난달 29일 새로운 탐방로 답사에 나섰다. 답사 현장은 돈내코탐방로 남벽분기점(해발 1600m)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남벽탐방로 구간 등이다. 이날 정상 주변은 간간이 진눈깨비가 날리는 가운데 참빗살나무, 섬매발톱나무의 열매가 단풍인 양 빨갛게 치장했다. 옅은 구름 사이로 서귀포 전경이 들어왔다. 길게 뻗은 서귀포항 방파제 주변으로 무인도인 범섬, 섶섬이 올망졸망이다. 남벽탐방로 0.7km는 1986년부터 1993년까지 등산객을 정상까지 안내한 코스다. 낙석, 암반 붕괴 등으로 탐방로 역할을 상실한 서북벽 구간을 대체하는 코스로 개발됐다가 남벽탐방로에서도 낙석 사고가 발생한 뒤 출입제한구역으로 묶였다. 이번 탐사에서 당시 돌계단 등 흔적을 직접 확인했다. 한라산국립공원 강만생 자문위원장은 “백록담 남벽에서 바라본 경관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탐방객을 분산하고 최상의 경관을 보여주기 위해 남벽 주변 탐방로 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록담 남벽 개방이 대안 남벽탐방로를 부활시키면 어리목, 영실, 돈내코, 성판악 탐방로가 서로 연결되면서 각각에서 정상 등산이 가능하다. 낙석 사고에 대비하는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면 탐방객 분산, 돈내코탐방로 활성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제주지역 산악계는 남벽분기점에서 성판악탐방로 동릉(해발 1800m)까지 1.5km가량을 잇는 신규 코스를 제안했다. 신규 코스는 정상 등산의 새로운 묘미를 제공하지만 국립공원 계획 변경, 문화재 현상 변경 등 까다로운 행정 절차만 2, 3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한라산 탐방로는 1950, 60년대 제주지역 초기 산악인 주도로 만들어졌으며 1970년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현재 주요 탐방로는 어리목, 영실, 성판악, 관음사, 돈내코, 어승생악 등이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전체 탐방객 105만7070명 가운데 37.6%인 39만7407명이 성판악탐방로에 몰렸다. 한라산국립공원 김창조 관리사무소장은 “탐방객 분산을 위해 남벽 개방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실현 가능한 최적의 방안을 갖고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에서 외국인이 소유한 숙박시설과 공동주택 대부분을 중국인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올해 9월 말 현재 외국인 소유 건축물은 2421건, 35만2937m²로 제주지역 전체 건축물 면적 4481만2577m²의 0.8%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이들 외국인 소유 건축물 가운데 중국인 소유는 1786건, 26만7004m²로 전체 외국인 건축물 면적 대비 75.7%를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80.2%가 콘도 등 숙박시설이다. 외국인 소유 건축물 용도는 숙박시설이 1496건, 22만3984m²으로 전체의 63.5%를 차지했으며 공동·단독주택 등 주거시설은 713건, 7만4284m²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 부동산 투자이민제 대상 휴양콘도의 분양이 다소 부진하지만 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중국인 건축물 매입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5일 제주 제주시 조천읍 에코랜드골프장. 27홀 가운데 9홀을 통째로 폐쇄하고 잔디에 모래를 새로 까는 토양갱신이 한창이다. 그린에서는 잔디에 신선한 공기를 넣어주기 위해 땅에 구멍을 내는 에어레이션(Aeration·통풍) 작업이 이뤄졌다. 이 골프장에서는 다른 골프장에 비해 2배가량인 연중 10∼13회에 걸쳐 에어레이션 작업을 한다. 다른 홀에서는 작업인부들이 페어웨이에 침범한 잡초를 하나씩 제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제초제를 쓰면 쉽게 잡초를 없앨 수 있지만 이 골프장은 농약을 쓸 수 없기에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무농약 골프장 도전 이 골프장은 2009년 10월 개장하면서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잔디 관리를 선언했다. 개장 6년 만에 국내 유일의 ‘무(無)농약 골프장’이라는 입지를 굳혀가면서 제주형 친환경 골프장 관리 모델의 기초를 마련했다. 전남지역의 한 골프장에서 친환경 골프장 관리를 배우기 위해 현장을 찾는 등 벤치마킹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골프장 문성희 코스관리팀장은 “잔디를 제대로 관리하는 데 기후가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지만 노하우가 쌓이면서 어느 정도 대비가 가능하다”며 “잔디에 미생물을 투입해 면역력을 키워준 결과 요즘은 저절로 질병을 견뎌내고 있다”고 말했다. 개장 초기에는 우왕좌왕했다. 한바탕 장마가 지나간 후에는 잔디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나갔다. 갈색잎마름병, 탄저병 등이 생겨 잔디가 누렇게 말랐다. 농약을 사용할 수 없기에 잔디가 죽어나간 자리는 모래와 맨땅이었다. 골퍼들의 불만이 대단했다. 잔디 자리에 잡초가 야금야금 점령하면서 골프장 페어웨이로 불리기에 민망할 정도였다. 골프장 측이 병충해가 발생했을 때만이라도 농약을 쓸 수 있도록 하는 환경영향평가 변경을 요청할 정도였다.○ 자연생태 골프장으로 변신 제주도 등의 ‘무농약 고수’ 권고를 받아들인 골프장 측은 초심으로 돌아갔다. 식물 등에서 추출한 미생물 제제를 대량으로 살포했다. 그린 잔디를 살리는 데 일반 골프장에 비해 2∼3배 비용이 들어갔다. 제초제 대신에 천일염을 희석한 짠물을 살포하는 기법을 도입했다. 짠물은 광합성을 막아 선택적으로 잡초를 없애 나갔다. 3, 4년이 지나면서 잔디에 생기가 돌았고 면역력도 강해졌다. 농약을 사용한 골프장 못지않은 파란 잔디가 눈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골프장 동식물 생태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연못에 미꾸라지가 보금자리를 만든 뒤 개체 수가 급속히 늘었고 습한 날에는 달팽이가 바글바글 나왔다. 빨간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니고 저녁에는 반딧불이가 불을 반짝거리는 환상적인 풍경을 보였다. 이 골프장 김희철 지배인은 “인공시설인 골프장이 자연생태계의 보물인 ‘곶자왈’(용암 암괴에 형성된 자연림)에 녹아들었다고 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갖췄다”며 “2인플레이, 경기보조원(캐디) 선택제 등 다양한 상품으로 친환경 골프장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골프장을 제외한 제주지역 골프장은 지난해 농약 등 약품 1256kg을 썼다. 농약잔류검사에서는 해마다 농약 6∼9종이 검출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환경, 잔디 전문가를 비롯해 행정공무원, 전문연구기관 관계자로 구성된 ‘친환경 잔디관리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며 “에코랜드골프장을 모델로 삼아 내년에 다른 골프장을 무농약 골프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제주시 삼도2동 옛 제주대병원 건물을 예술창작, 전시 등의 중심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27일까지 옛 제주대병원에서 ‘파일럿 프로그램 터와 길’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2009년부터 휴면상태에 있는 옛 제주대병원 건물의 역사적, 장소적 가치를 예술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유휴공간을 문화예술공간으로 전환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랫동안 비워진 건물 형태를 유지하면서 퍼포먼스와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로 펼쳐진다. 참여 작가 13명은 시대의 기억과 개인의 기억, 삶과 죽음에 순응하는 제주사람, 공간적 치유와 재생 등을 주제로 작품을 전시한다. 옛 제주대병원은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2462m² 규모로 5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내년 3월까지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로 조성될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50억9000만 원으로 제주시 구도심의 도시재생 거점이자 문화예술의 중심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공동창작, 어린이창작, 문화예술 기획전시, 복합미디어스튜디오, 야외공연장으로 꾸며진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기획전 개막에 맞춰 ‘예술공간과 도시를 잇다’를 주제로 29일 제주시 로베로호텔에서 포럼을 개최한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밭담을 전승하고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제주도가 처음으로 ‘제주 밭담 축제’를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제주시 구좌종합운동장 등지에서 개최한다. 제주의 밭담은 얼기설기 쌓아졌지만 바람이나 소, 말 등으로부터 농작물을 지켜 왔다. 밭과 밭의 경계였고 적의 침입을 막는 울타리이기도 했다. 밭담은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향토 자산이다.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에 이어 지난해 4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제주의 돌담 3만6355km 가운데 밭담은 2만2108km로 추정된다. 현무암 색의 검은 용이 용틀임을 하듯 구불구불 이어진 제주 밭담은 ‘흑룡만리(黑龍萬里)’로 불리기도 한다. 소망의 밭담 쌓기, 갈옷 염색 체험, 맷돌 바리스타 체험 등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부대행사로 밭담 돌 들기 대회, 밭담 장인 경연대회, 밭담 사진 콘테스트, 어린이 밭담 그림 그리기 대회가 열린다. 구좌읍 김녕리, 월정리, 행원리 지역의 밭담을 돌아보는 트레킹 코스를 운영한다. 문화공연으로 사우스카니발 공연, 제주 돌문화 토크 콘서트, 제주 밭담 힐링 콘서트, 제주 노동요 공연도 열린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시 구도심 숙박업소 밀집지역에서 청년작가를 위한 이색 아트페어(Art Fair·미술시장)가 열린다. (사)글로컬문화콘텐츠연구소와 ㈜비아아트는 공동으로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제2회 제주아트페어’를 샛물골여관길(관덕로15길)에서 개최한다. 샛물골여관길은 제주시 일도1동 제일은행에서 대동호텔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로 1970, 80년대에 숙박업소가 모여 있는 제주의 문화관광 1번지였다가 신제주권 개발로 쇠락한 곳이다. 이 업소들의 명맥을 잇고 있는 대동호텔, 포레스트게스트하우스, 동성장, 옐로우게스트하우스 등의 객실과 수제화 상점, 카페 등을 무대로 아트페어가 펼쳐진다. 이번 아트페어 참가자는 39세 이하 작가를 대상으로 공모를 했다. 122명의 작가가 신청했으며 심사를 거쳐 제주 20명, 도외 42명 등 62명의 작가가 선정됐다. 청년작가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판매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다. 통상 청년작가는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기획전을 할 기회를 갖기가 어렵고, 아트페어의 높은 비용으로 인해 참여가 힘든 실정이다. 박은희 비아아트 대표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청년작가들에게 전시와 판매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청년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대중과 소통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술시장 환경, 예술 지원정책 활용법, 미술작품 재료와 보존 등을 주제로 한 ‘예술가를 위한 토크 세미나’는 30일과 31일 일도1동 복지회관, 비아아트 사무실 등에서 마련된다. 기획전으로는 비아아트 갤러리에서 이지유 작가의 ‘대양(大洋)’전이 진행된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7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무오법정사 주차장. 눈썹처럼 가느다란 초승달이 소나무 위에 걸렸다. 희미한 달빛 아래 텐트 40여 개가 옹기종기 세워졌다. 저녁이 되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지만 텐트에서 번져 나오는 캠핑 랜턴이 숲의 달빛과 어울리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라산둘레길에서 이뤄진 백패킹(Backpacking) 행사의 첫째 날 밤은 제주지역 새로운 힐링(치유) 여행의 가능성을 열면서 저물어갔다.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제주지부는 한라산둘레길 속살을 체험하고 친환경 치유를 정착시키기 위해 17일부터 18일까지 백패킹을 실시했다. 이번 행사에 오현고교생, 제주지역 산악회원 등 ‘80인의 백패커 원정대’가 참여했다. 백패킹은 ‘짊어지고 나르다’는 뜻으로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산과 들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도보 배낭여행. 배낭, 침낭, 텐트, 음식, 조리기구 등 1박 이상의 야영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을 자신이 직접 챙겨야 한다. 제주지역에서 해안이나 올레길, 부속 섬 등지에서 백패킹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한라산 숲 속에서 백패킹이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참가자들은 첫째 날 한라산둘레길 가운데 수악길과 동백길 19km를 걸었다. 사람주나무, 단풍나무가 붉은 옷으로 갈아입는 가운데 발밑으로는 졸참나무, 붉가시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가 지천으로 널렸다. 아름드리 삼나무, 편백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는 온몸을 상쾌하게 만들며 숲 트레킹의 진수를 체험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18일 오전 버너, 코펠 등으로 식사를 챙긴 뒤 돌오름길, 천아숲길 등 21km를 걷는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강만생 제주지부장은 “한라산국립공원에서는 취사, 야영이 금지됐다”며 “백패킹의 갈증을 해소하고, 새로운 힐링 여행을 조성하기 위해 한라산둘레길 야영에 따른 프로그램과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라산 허리인 해발 600∼800m를 한바퀴 도는 80km 코스로 예정된 한라산둘레길은 현재까지 64km가량이 조성되거나 확정됐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에서 승마장이나 목장 등에서 사육하는 말이 허술한 철조망 등을 넘어 도로로 나오는 사례가 잦다. 주간에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교통 정체에 그치지만 야간에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이 말에 야광 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해외에서 순록의 뿔에 야광 페인트를 입힌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차량과 동물 사이에 발생하는 ‘로드킬(Road Kill)’ 사고를 막기 위해 서귀포시 표선면 제주OK승마장에서 ‘2015 국제지구력승마대회’에 참가한 한라마 150마리의 앞다리에 야광 페인트를 칠했다고 13일 밝혔다. 로드킬 사고가 야간에 집중되는 점을 고려해 운전자들의 눈에 잘 띄도록 움직임이 많고 잘 보이는 말의 앞다리에 야광 페인트를 칠한 것이다. 최근 3년 동안 차량 통행이 잦은 평화로 승마장, 골프장, 교차로 주변 등에서 3건의 말 로드킬 사고가 발생해 2명이 다치고 차량 13대가 파손됐다. 말 7마리는 폐사했다. 말이 목장을 탈출한 뒤 도로에 뛰어들어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마주에게 형사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으며 형사처벌 외에도 민사소송의 대상이 된다. 서부경찰서 김기봉 교통관리계장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말에 야광 페인팅을 했다”며 “로드킬 사고를 방지해 운전자와 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가을 햇빛을 받아 살랑살랑 빛나는 억새의 출렁임이 마치 파도치는 은하수처럼 다가왔다. 오름(작은 화산체)을 오르는 숨은 가빴지만 사방으로 펼쳐진 전경에 마음은 시원하게 뚫렸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오름의 능선, 목장과 돌담길, 그리고 쉼 없이 돌아가는 풍력 프로펠러가 어울려 이색적인 경관을 연출했다. ‘2015 제주국제트레일러닝’ 대회 참가자들은 제주의 가을에 흠뻑 젖어들며 트레일러닝의 매력에 빠졌다. 트레일러닝은 도로가 아닌 산이나 계곡, 들판, 사막, 정글 등 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며 자연을 즐기거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의 하나로 최근 국내에서도 동호인이 늘고 있다. 이번 대회는 9일부터 11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지역 큰사슴이오름(해발 475m), 따라비오름(해발 342m) 등을 배경으로 열렸다. 종목은 5km 트레킹, 10km 및 20km 트레일러닝, 100km 제주횡단레이스 등으로 25개국에서 1100여 명이 참가했다. 국내 트레일러닝 대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자연을 즐기는 트레일러닝 100km 제주횡단레이스는 한라산(30km), 오름과 목장(35km)을 거쳐 마지막 날 올레길과 해안(35km) 구간을 3일에 걸쳐 달리는 스테이지 레이스(하루에 정해진 구간을 제한 시간에 달리는 레이스)로 기자도 직접 참가해 도전에 나섰다. 한라산 구간은 숲과 거대한 화구벽의 만남이었다. 상큼한 편백나무, 동백나무, 삼나무 숲을 지나 돈내코탐방로에서 마주한 짙은 회색의 백록담 화구벽은 때마침 물들기 시작한 붉고 노란 단풍을 배경으로 더욱 웅장하게 다가왔다. 오름과 목장 구간은 큰사슴이오름, 따라비오름을 각각 4회씩 모두 8회에 걸쳐 오르내려야 하는 최대 난코스. 나풀거리는 억새 주변으로 수줍게 보랏빛 꽃을 피운 쑥부쟁이, 당잔대, 산부추에 눈길을 주고 귀로는 가을을 재촉하는 풀벌레 울음소리로 지친 몸을 달래야 했다. 마지막 날은 시원스러운 해안을 내달렸다. 다른 구간과 달리 도로를 달려야 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아기자기한 올레길, 바람 따라 누운 사스레피나무, 싱그러운 미역 향기는 바다의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여성, 가족 도전 증가 올해가 네 번째인 100km 제주횡단레이스의 도전자는 190명으로 기자를 포함해 150명이 완주에 성공했다. 인천지역 장애인스포츠 단체인 ‘꿈꾸는 거북이’ 소속 발달장애 10대 6명이 참가해 비장애인 선수들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여성 참가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체 여성 참가자는 지난해 43명에서 올해 71명으로 크게 늘었다. 경남 거제도 조선소에 근무하는 노르웨이인 하이디 베비크 씨(51·여)는 “마치 숨겨진 보물을 만난 듯이 제주의 자연은 찬란했다”며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제주에서 열리는 다양한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2인 1조의 팀별 참가는 18팀에서 올해 22팀으로 증가했으며 부부, 형제, 자매가 함께 도전하기도 했다. ‘함께 즐기는 레이스 축제’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간호사인 차인화 씨(33·여)는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한 젊은이들이 따로 모임을 만들어 이번에 팀으로 출전했다”며 “사하라사막 마라톤 등 보다 험한 레이스에 도전하기 위한 디딤돌로 여기거나 트레일러닝 자체를 즐기는 20, 30대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흑우(천연기념물 제546호)의 안정적인 종 보전을 위한 보호구역 지정이 추진된다. 제주도는 축산진흥원 용지 360만 m² 가운데 26.9%인 96만9187m²를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제주흑우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거쳐 올해 말 확정한다고 12일 밝혔다. 제주흑우는 현재 축산진흥원 내 방목지 축사에서 한우와 함께 혼합 사육되고 있어 종 보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교잡 발생을 막기 위해 제주도는 제주흑우 전용 축사 신축 공사를 시작해 올해 말 완공한다. 제주흑우 전용 축사는 1733m²로 제주흑우 150마리를 수용할 수 있다. 내년 제주흑우 보호구역이 지정되면 목책을 설치할 예정이다. 제주흑우는 조선왕조실록이나 탐라순력도 등의 옛 문헌에서 국가가 엄격히 사육 및 관리하며 진상품으로 공출하던 가축으로 기록하고 있다. 제주흑우는 전신 털 색깔이 흑색이고 내륙 한우와는 달리 체구가 작고 가는 편이다. 지구력이 좋아 제주지역 밭농사에 주로 쓰였다. 문화재청은 제주흑우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2013년 7월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둘레길에서 야영을 하며 자연을 즐기는 백패킹(Backpacking)이 처음으로 이뤄진다.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제주지부는 한라산둘레길 속살 체험과 친환경 치유를 확산시키기 위해 17일부터 18일까지 백패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 참여할 ‘80인의 백패커 원정대’를 모집했다. 백패킹은 ‘짊어지고 나르다’는 뜻으로 야영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산과 들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도보 배낭여행이다. 배낭, 침낭, 텐트, 음식, 조리기구 등 1박 이상의 야영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을 자신이 직접 챙겨야 한다. 제주 지역에서 해안이나 올레길, 부속 섬 등지에서의 백패킹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한라산 숲 속에서 공식적인 백패킹이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백패킹은 한라산둘레길 가운데 수악길, 동백길, 돌오름길, 천아숲길 등 4개 구간 40km를 걷는 코스로 짜였다. 첫째 날 수악길에서 무오법정사 주차장까지 19km를 트레킹한 뒤 저녁식사와 간담회를 한다. 무오법정사 주차장에서 야영한 뒤 둘째 날 천아숲길까지 21km가량을 탐방한다. 강만생 제주지부장은 “한라산둘레길을 트레킹, 백패킹의 메카로 발전시키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한라산둘레길 운영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한라산둘레길은 2010년부터 추진됐다. 서귀포자연휴양림, 돈내코, 사려니숲길, 한라생태숲, 관음사야영장, 어승생수원지, 돌오름 등을 연결해 한라산 허리(해발 600∼800m)를 한바퀴 도는 80km 코스를 만들 예정이다. 현재까지 조성되거나 확정된 구간은 64km가량이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