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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0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2030년까지 양국 교역 규모를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500억 달러(약 55조8000억 원)로 늘리기로 했다. 혁신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문 대통령은 또 4차 산업혁명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한-인도 미래비전전략그룹’을 설립하고 인도 인프라 사업에 대한 국내 기업 진출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이날 단독·확대 정상회담과 오찬, 공동 언론발표를 갖고 이런 내용에 합의했다. 이어 한-인도 미래비전전략그룹 설립, 한-인도 무역구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두 정상은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양국의 새로운 미래 번영 방향을 담은 ‘한-인도 비전성명’을 채택했다. 두 정상은 “인도는 한국을 신동방정책의 불가결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도 신남방정책의 핵심 축인 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며 “양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인도는 2015년 모디 총리 방한을 계기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한국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인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3개국뿐이다. 모두 문 대통령이 방문한 국가로 해당 지역에서의 거점 국가다. 특히 7%의 높은 경쟁성장률을 기록하며 ‘잠에서 깨어난 코끼리’로 불리는 인도는 국내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경쟁하는 거대 시장이다. 문 대통령의 인도 일정 중 11개의 일정을 함께할 정도로 각별한 예우를 한 모디 총리는 한국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모디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한국이 이룩한 경제 사회 부문의 진전은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말로 “다시 만나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어제 지하철을 함께 타면서 국민들과 소통하며 공감하는 정치로 높은 지지를 얻고 계시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꼈다”고 화답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 혁신성장 분야에서 인도와 공조를 대폭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8대 선도사업’ 중 정보통신기술(ICT), 로보틱스 등 신산업 분야 협력을 위해 뉴델리에 ‘한-인도 혁신협력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것. 또 한-인도 미래비전전략그룹을 통해 ‘고용 미스매치’로 고급 인재를 구하기 어려운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헬스케어 분야 국내 벤처기업들과 인도공과대(IIT) 등 인도의 고급 정보기술(IT) 인력풀을 연계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의 인도 현지시장 진출 지원 방안도 마련됐다. 우선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양국 간 무역구제협력회의가 신설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인도는 세계에서 반(反)덤핑 등 수입 규제 조치를 가장 많이 발동하는 나라”라며 “수입규제 현안 협의 채널을 개선하고 국내 기업에 대한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치 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청와대는 인도 정부에 “뭄바이 남부해안도로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서 우리 기업의 수주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디 총리의 관심을 당부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따라 한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공사 등 국내 기업의 인도 진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의 조기 성과 도출과 조속한 타결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국빈 만찬으로 인도 방문 일정을 마무리 지은 문 대통령은 11일 다음 순방지인 싱가포르로 이동한다. 뉴델리=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을 축하한다.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문재인 대통령) “대통령께서 멀리까지 찾아주셔서 여기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9일 오후(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 인근 우타르프라데시(UP)주(州)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앞서 문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이 부회장과 깜짝 별도 면담을 가졌다. 재계에서는 청와대와 삼성 간의 관계 변화는 물론이고 집권 2기를 맞아 청와대와 재계의 소통이 더 활발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文, 처음 만난 이재용 부회장 불러 5분 깜짝 면담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문 대통령을 가장 먼저 맞이한 인물은 이 부회장이었다. 파란색 넥타이를 맨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네 차례 인사를 했고, 문 대통령은 웃으며 이 부회장과 악수한 뒤 대기실로 향했다. 그러더니 대기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 부회장과 홍현칠 삼성전자 서남아 담당 부사장을 불러 5분간 만났다. 별도 면담 일정이 없었지만 삼성전자 요청이 아닌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 부회장과의 만남 자리가 마련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개별 면담 전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에 대해 “국내 대기업의 해외 거점 사업장을 방문해 격려하는 의미”라며 확대 해석을 계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이 부회장을 따로 만나 ‘더 많은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당부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집권 2기를 시작한 문 대통령이 삼성은 물론 재계 전체에 전하는 메시지를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전자를 통해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도 문 대통령에게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한 만큼 삼성전자의 구체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 대책도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이미 내부적으로 일자리 창출 등 상생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이날 공장 시찰에서 대-중소기업 상생정책을 총괄하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자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목격됐다. 청와대 역시 재계의 움직임에 발맞춰 규제 혁신 드라이브 등 재계와의 소통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집권 2기를 맞아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재계에서 “이번 인도 방문이 문재인 정부 기업 정책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부드러운 분위기는 준공식 내내 이어졌다. 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 부총리의 안내로 공장을 둘러봤다. 이 부회장은 생산라인 견학을 마친 뒤 신규 라인에서 생산된 첫 스마트폰에 서명을 하려던 문 대통령이 펜을 찾지 못하자 직접 펜이 있는 곳을 안내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 펜을 이용해 서명을 마친 뒤 이 부회장과 웃으며 재차 악수를 나눴다.○ ‘넥스트 차이나’ 인도 진출 기업에 힘 실어주기 문 대통령이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 사업장을 방문하고, 이 부회장을 만난 또 다른 의도는 인도에 진출한 국내 대표 기업의 핵심 사업장을 방문해 한-인도 경제 교류 확대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곳 노이다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스마트폰이 인도와 한국의 정보통신 문명을 이끌어가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은 신규 라인 증설로 연간 스마트폰 생산 능력이 현재 6800만 대에서 2020년 기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1억2000만 대로 늘어난다. 청와대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도 내수시장에 국내 기업의 진출을 더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억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메이크 인 인디아(인도의 제조업 육성정책)’를 중점 추진 중인 인도도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6개 인도 방송사는 준공식을 생중계했다. 슈시마 스와라지 인도 외교장관은 “모디 총리가 인도 내 공장 개관식을 외국 정상과 함께 참석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뉴델리=한상준 alwaysj@donga.com / 김지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한국 인도 비즈니스 포럼’에서 “인도와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 강국(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포럼 기조연설에서 “인도와 한국은 각각 세계 7위, 11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지난해 양국의 교역액은 200억 달러(약 22조2400억 원)로 기대에 못 미친다”며 “상호 보완적인 기술력과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조선, 의료기기, 식품가공,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친 양국 협력을 제안했다. 특히 정보기술(IT) 인력층이 두꺼운 인도의 특성을 고려해 “인도가 강한 세계적인 기초과학과 소프트웨어 기술, 한국이 강한 응용기술과 하드웨어가 서로 만나면 양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함께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협력을 대폭 강화하는 ‘신(新)남방정책’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의 길을 열었다. 평화가 정착되면 한국의 투자 여건은 더 좋아질 것이다. 지금이 한국에 투자할 적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며 인도 자본의 한국 투자도 당부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나 “미중 갈등으로 인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넥스트 차이나’로 주목받는 인도, 아세안과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뉴델리=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현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 이 부회장을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직접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나서달라고 당부한 것. 문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와 따로 만나 면담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며 삼성 관련 행사에 참석한 것도, 이 부회장과 만난 것도 모두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뉴델리 인근 우타르프라데시주(州)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 부회장과 홍현칠 삼성전자 서남아 담당 부사장과 별도로 5분간 면담을 가졌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을 축하한다”며 “인도가 고속경제성장을 계속하는 데 삼성이 큰 역할을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께서 멀리까지 찾아주셔서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며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예정에 없던 이날 면담은 문 대통령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 부회장을 직접 대기실로 불러 성사됐다. 집권 2기를 맞아 기업과의 소통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 국내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를 당부하면서 대기업 정책 기조에도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공장 입구에서 문 대통령을 영접하며 여러 차례 고개 숙여 정중하게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웃으며 이 부회장과 악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함께 참석한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 축사에서 “노이다 공장이 인도와 한국 간 상생협력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도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 이 부회장과 함께 신공장을 둘러본 문 대통령은 신규 라인에서 생산된 1, 2호 스마트폰 뒷면에 친필 사인을 한 뒤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삼성전자와 협력사 임직원들이 인도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격려했다.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은 인도 최대의 스마트폰 공장으로 이 부회장이 2016년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선임된 직후 모디 총리를 직접 만나 투자 확대를 결정한 곳이다. 문 대통령의 노이다 신공장 방문은 신남방정책의 핵심 시장인 인도를 공략하기 위해 정부와 삼성전자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명분과 실리를 확보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인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인도와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 강국(미-일-중-러)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안승권 LG전자 사장 등과 라셰시 샤 인도상의연합회 회장,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 라지브 카울 니코코퍼레이션 회장 등 양국 경제계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뉴델리=한상준 alwaysj@donga.com / 문병기 기자}

“마지막 수익률을 확인했을 때 40%가 넘은 것 같은데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을 수행 중인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8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투자한 펀드 이야기로 운을 뗐다. 장 위원장은 “11년 전에 중국, 인도 등 4개 나라의 펀드에 똑같은 돈을 집어넣었다”며 “중국은 상승과 하락이 반복됐지만 인도는 10년 전부터 꾸준하게 계속 성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인도 펀드에 투자한 개인 경험을 빗대 인도 시장의 매력을 설명한 것이다. 네오위즈, 첫눈 등 벤처 기업에 몸담았던 장 위원장은 게임 개발사 블루홀을 설립해 ‘배틀 그라운드’로 세계적인 흥행 대박을 기록했다. 당초 문재인 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고려됐지만 주식 백지신탁 문제 등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장 위원장은 40대의 벤처기업가 시각에서 우리 정부가 인도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인도는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라며 “향후 5년 동안 인도에 인구 1000만 이상의 메트로폴리탄이 네 곳 이상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인도도 스마트폰과 4G LTE가 굉장히 많이 퍼지고 있고 사회 전체적인 문화를 변화시키고, 산업층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인구의 65%가 35세 미만인 인도의 인구 특성을 고려해 장 위원장은 “스타트업, 벤처라는 영역도 인도 시장을 다시 한 번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도 인도 투자의 매력으로 꼽았다. 장 위원장은 “인도는 민주주의이고, 시장경제”라며 “투자를 한 사람들이 투자 수익을 본국으로 가져갈 수 있느냐는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인도는 영어를 사용하고, 한국과의 시차가 3시간 30분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도 한국과 인도의 젊은 스타트업들이 협력할 수 있는 요소라고 장 위원장은 설명했다. 한편 장 위원장은 최근 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혁신성장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인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등 3축은 시기별로 우선순위가 조정돼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가 그동안 무심했기 때문에 한 번은 한 쪽으로 가야 하지만, 어느 타이밍에 (혁신성장으로) 조정할지에 대해 (정부가) 고민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최근 문 대통령이 답답함을 토로한 규제 개혁과 관련해서는 “혁신성장을 가로 막는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규제”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 규제들은 대부분 장기 존속 규제”라며 “지난, 지지난 정부 때도 (규제 개혁을 위해) 노력했지만 켜켜이 쌓여온 장기 존속 규제를 없애는 데는 에너지와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뉴델리=한상준 기자alwaysj@donga.com}

청와대는 8일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로 가기 위한 여정의 첫걸음을 뗀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핵화에 별다른 진전 없이 비난을 주고받으며 마무리된 이번 회담에 대한 우려에도 북-미 정상 간 신뢰로 북-미 협상이 다시 원래 궤도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다”며 “앞으로 비핵화 협상과 이행과정에서 이러저러한 곡절이 있겠지만 북-미 두 당사자가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인 만큼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고위급 회담이 끝나자마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 들고 나왔다”고 비난하는 등 북-미가 비핵화에 대한 큰 간극을 노출한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서로 깊은 신뢰를 보여 왔다”며 “기초가 튼튼하면 건물이 높이 올라가는 법”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비핵화 해법을 놓고 다시 한번 충돌한 북-미가 협상 틀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인 데 안도하면서도 자칫 대화 동력이 훼손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갖는 등 ‘아웃토반’을 달리던 북-미 관계가 일반도로로 내려와 정속 주행을 하는 것”이라면서도 “속도를 높이려는 미국과 동시적 보상을 요구하는 북한 간 기 싸움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미 종전선언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이 표면화된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종전선언을 계기로 속도를 내려던 남북 경제협력 등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5박 6일간의 인도 싱가포르 국빈방문을 위해 이날 오후 출국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10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12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정착 구상과 신남방정책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또 9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뉴델리=한상준 기자}

인도 국빈방문에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인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이 행사에서 문 대통령을 직접 안내할 예정이다. 기업 소통 강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고 이 부회장을 만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기조에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이 8일부터 5박 6일간 진행되는 인도·싱가포르 순방 도중 삼성전자의 인도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다”며 “준공식에는 이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인도·싱가포르 순방 경제사절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별도로 이번 주말 출국해 준공식에 참석하는 문 대통령에게 공장을 직접 안내한다. 문 대통령이 방문하는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은 인도 최대의 스마트폰 공장으로 이 부회장이 2016년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선임된 직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직접 접견하고 투자를 결정한 곳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 국정 농단 사태로 구속됐던 탓에 다른 기업 총수들과 달리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과 기업인의 대화에 참여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인도 방문 준비 과정에서 삼성전자 측에 준공식 방문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현대자동차, LG, 한화큐셀 등 다른 대기업 현장을 방문할 때도 총수나 전문경영인이 함께 참석했던 만큼 이 부회장의 참석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이 대기업 정책 등 경제정책 기조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을 향한 포용정책을 강조하기 위해 직접 대통령이 방문하고 이 부회장이 영접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김지현 기자}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 최고투자책임자(CIO) 인사에 개입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기금운영본부 CIO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CIO 공모 과정이 시작되기 전인 1월 말 장 실장에게서 전화가 왔다”며 “장 실장이 CIO 자리에 내가 좋을 것 같다며 지원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후 곽 전 대표는 CIO 공모에 참여했고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서 내정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CIO 자리에 대해 ‘적격자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고 다시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장 실장이 (곽 전 대표에게) 지원해 보라고 전화로 권유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내정이 아니라) ‘잘되기 바란다’는 덕담 차원의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에 참여하도록 권유는 했지만 실제 인선을 위한 심사는 그와 무관하게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곽 전 대표가 검증 과정에서 병역 문제 등으로 탈락했다고 밝혔다. 장 실장이 금융계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장 실장의 출신학교인 경기고와 고려대 출신이 금융계에서 약진하면서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등은 대표적인 ‘장하성 라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에도 장 실장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재기용을 추진했지만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민정·인사 라인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된 바 있다. 곽 전 대표는 장 실장의 경기고-고려대 후배는 아니지만, 장 실장이 한국재무학회장 등을 맡고 있을 때 금융 관련 심포지엄에서 종종 마주치며 안면을 튼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올 1월 직접 참모들에게 “금융계 인사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 참모는 “당시 문 대통령이 특정인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장 실장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부가 5년 동안 신혼부부 88만 쌍에게 주택을 직접 공급해 주거나 저리의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한다. 연간 혼인 건수(2017년 26만4000건)를 감안하면 신혼부부 10쌍 중 7쌍이 정부 지원을 받아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5년간 신혼부부·청년 주거 지원에 투입하는 재정은 136조6000억 원이다. 국토교통부는 5일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이 같은 내용의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신혼부부만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주택 수를 늘리고 가격을 낮춘 것이다. 방안에 따르면 2022년까지 신혼부부에게 특별공급할 주택은 45만 채다. 그린벨트를 풀어 시세보다 싼값에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 아파트는 기존 계획보다 3만 채 늘어난 10만 채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의 분양 물량 중 신혼부부에게 특별공급하는 주택도 10만 채 배정했다.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은 이 기간 25만 채를 내놓는다. 정부는 12월에 처음 분양하는 위례신도시 신혼희망타운(전용면적 55m², 분양면적 20평형대 초반)의 예상 분양가를 4억6000만 원으로 제시했다. 인근 아파트 시세(약 7억 원)의 60∼70% 선이다. 국토부는 신혼희망타운 주택 분양가의 70%를 연 1.3% 고정금리로 대출해 줄 예정이다. 만약 정부 대출을 받으면 위례신도시 55m² 아파트를 자기 돈 1억4000만 원가량만 들여 살 수 있다. 여기에 신혼부부가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할 때는 취득세를 50% 감면하는 혜택도 주기로 했다. 결혼 전 청년에 대해서도 5년간 27만 실의 주택(기숙사 포함)을 공급하고 연리 최고 3.3%의 청년우대형 청약통장을 출시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저출산고령위원회는 만 8세 이하 아동의 부모는 임금 삭감 없이 하루 1시간씩 최장 2년간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임금 손실분은 정부가 전액 보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울 구로구 오류동 행복주택단지에서 열린 신혼부부·청년 주거대책 발표 행사에 참석해 “이대로 가면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 아래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그야말로 특단의 대책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박재명 jmpark@donga.com·김윤종·한상준 기자}
종합부동산세, 금융소득종합과세, 주택임대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반대 의사를 보인 가운데 청와대와 여당이 기재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민감한 세법 개정안에 대해 혼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재정특위는 자문기구일 뿐”이라며 정부가 권고안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재부와 청와대 입장에는 차이가 없다”며 “과세권은 입법으로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4일 재정특위의 세법 개정권고안이 나온 지 하루 만에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고 경제에 미칠 영향이 파악되지 않아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했고, 내년 세제 개편에는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이 같은 기재부의 방침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국민들이 재정특위의 권고안을 사실상 정부안으로 받아들여 혼란이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김 대변인은 “특위는 어디까지나 자문기구이며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안을 만드는 것”이라며 “자문기구 권고안을 정부안으로 이해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풍토였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정책 혼선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기존 관행 때문에 시장이 잘못 해석한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최근 당정협의를 열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하지 않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번에 하지 않을 것이고, (권고안을) 완전히 빼버렸다”고 말했다. 당장은 특위가 주택임대소득세를 강화하라고 권고한 것에 대해서도 당정은 이번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올해 말로 일몰이 예정돼 있는 주택임대소득 비과세 항목도 일몰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주택임대소득이 연 2000만 원인 사람의 경우 내년부터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고 약 56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 비과세 혜택을 내년 이후로 연장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한상준 기자}

인도 국빈 방문에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 휴대전화 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날지를 놓고 청와대 내부에선 고민이 적지 않았다. 촛불민심이 여전히 삼성을 타깃으로 하는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만큼 지지층이 떨어져나갈 수도 있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나기로 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 차를 맞아 이전과 다른 기조하에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사회의 ‘주류 교체’를 내걸었던 문 대통령이 지방선거 압승 이후 진보 진영은 물론 보수층에도 다가가는 쪽으로 국정 운영의 키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 대기업에 손 내미는 문 대통령 청와대는 인도 순방을 준비하며 삼성 측에 먼저 노이다 신공장 방문을 제안했다고 한다. 다만 이 부회장의 참석 여부를 놓고는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 부회장의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지지층의 반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내부 격론 끝에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나기로 한 것은 6·13지방선거 후 경기 진작을 위해 기업과의 소통 강화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스탠스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내부 회의에서 참모들에게 “과거에는 청와대가 기업을 만나면 뭔가 뒷거래가 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그런 것이 없지 않나. 당당하게 적극적으로 만나라”고 지시했다. 여기에는 집권 2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 6·13지방선거에서 PK(부산경남) 지역은 물론이고 서울 강남구까지 차지하며 진보 진영과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안는 데 성공한 만큼 진정한 ‘주류 교체’를 위해선 중도 세력을 더 확실히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급전직하하는 ‘고용 쇼크’ 속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의 협력이 절실한 정책이 산적해 있다는 점도 기조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일자리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선 결국 대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대기업을 더 이상 공정경제를 위한 개혁이나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핵심 파트너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도층 포용하면서도 수위 조절 고심 지방선거 직후부터 이 같은 기류 변화는 다양하게 감지되고 있었다.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지난달 26일 경제정책라인 수석비서관 3명을 전격 물갈이한 건 여권에 충격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 다음 날엔 혁신성장 속도가 더디다며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시작 3시간 전에 전격 취소하는 ‘레드카드’를 날렸다. 공직사회를 겨냥한 것이었다. 빠른 성과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라면 이념이나 정치 지형을 떠나 물불을 가리지 않겠다는 ‘문재인식 충격요법’인 셈이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4일 ‘부자 증세’를 놓고 충돌 양상을 보이자 청와대가 예상과 달리 기재부의 손을 들어준 것도 이전과는 다른 대응 방식이다. 옛날 같으면 “기재부가 청와대에 항명했다”는 말이 나올 사안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재정특위의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권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 “김 부총리가 한 말과 청와대의 입장에 차이가 없다”며 속도조절론의 손을 들어줬다. 지지층도 중요하지만 중도보수층의 수요도 감안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해 최저임금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요구를 거부한 문 대통령은 이달 3일에는 비공개로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나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설득하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는 집권 2년 차에도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등 진보적인 정책 기조는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정책 혼선’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부자 증세의 청사진을 담은 재정특위의 권고안을 그대로 발표하도록 한 것도, 뒤집어 보면 여건이 성숙된 뒤엔 언제든 증세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이 부회장과의 만남으로 대기업 정책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경제계 일각의 기대에도 선을 긋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과거 정부와 같이 대기업 위주 경제정책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말 그대로 억측”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류와 맞물려 지방선거 후 문 대통령이 경제라인 수석 3명을 물갈이하며 전격 발탁한 윤종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번번이 부딪치는 청와대 참모들과 부처들을 장악해 정책 수위를 조절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황태호 기자}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인력을 30% 가까이 늘리며 대대적인 공직기강 다잡기에 나선다. 6·13지방선거 압승으로 지방정부까지 여권이 장악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리와 사고를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5일 “특별감찰반 인원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15명인 특별감찰반을 20명가량으로 늘려 사정 능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6·13지방선거 직후인 18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2기의 위험 요소 및 대응 방안을 보고하면서 이 같은 특별감찰반 확대 방안도 보고했다. 특별감찰반 확대는 지방선거 압승으로 고무된 여권을 향해 문 대통령이 “느슨해지지 말라”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정부에도 여권 인사가 많아져 이들을 감시해야 할 수요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회의에서 “지방권력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해 달라. 민정수석이 중심이 돼 청와대, 정부 감찰에서 악역을 맡아 달라”고 강조했다. 변호사 출신의 이인걸 선임행정관이 반장인 특별감찰반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과 반부패비서관실에 나뉘어 배속돼 있다. 민정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반은 대통령 친·인척 감찰을,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반은 고위 공직자 등의 감찰을 맡고 있다. 특별감찰반은 경찰, 검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 출신의 공무원들로 구성돼 다양한 첩보를 수집하고 비위를 적발하는 일을 한다. 아예 청와대 바깥에 별도 사무실을 두고 있어 ‘별동대’로 불리기도 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1. 최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막 도정을 시작한 경남에서는 ‘홍준표 표지석’이 논란이다. 2016년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경남도의 빚을 다 갚았다”며 ‘채무 제로(0) 표지석’을 설치했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인 ‘적폐청산과 민주사회 건설 경남운동본부’는 김 지사 당선 뒤인 지난달 28일 이 표지석을 땅에 파묻었다. 경남도 인수위원회는 “표지석을 일방적으로 훼손한 것은 실로 유감”이라며 표지석을 원상 복구했다. 그러자 이 단체는 “경남도가 표지석을 그대로 두는 것은 적폐 잔존 세력의 눈치를 살피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온적 개혁과 타협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 지사와 진보 시민단체의 첫 화음이 불협화음으로 시작된 것이다. #2. 문재인 대통령을 3일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 직전 비공개로 만난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노동계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노총은 최저임금을 개악했다며 홍 원내대표가 6·13지방선거 유세를 다니는 동안 계속 따라다니며 항의 시위를 했다. 김 위원장의 말에 문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침묵했다. 두 사례는 지방선거 후 더 고공행진하고 있는 집권 여당의 숨은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집권 1년을 맞은 청와대는 최근 진보 진영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한 참모는 “문 대통령이 최근 시민사회와 관련해서는 보고를 듣고도 최대한 말을 아끼는 듯하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 압승으로 중앙 정부는 물론이고 지방 정부까지 여권이 석권하면서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진보 진영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지만, 보수층까지도 껴안으며 국정 운영을 해야 하는 청와대의 숙명적 고민인 셈이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진보적 정책은 계속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3일 재정개혁특위가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인상 권고안이 대표적이다.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진보 진영이 요구하고 있는 ‘부자 증세’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보 진영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더 급진적인 정책을 더 빨리 추진하라는 것이다. ‘홍준표 표지석’ 논란도 “보수·중도층도 껴안으면서 점진적으로 가겠다”는 김 지사 측과 “왜 더 과감하게 나서지 않느냐”는 진보 진영 간의 갈등이 핵심이다. 노동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노동계에 “1년 정도는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 달라”고 했다. 그 1년 동안 청와대는 양대 지침 및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폐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민노총은 “1년이 지났지만 노동 정책 공약을 이행할 의지와 계획, 로드맵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노동계는 대대적인 하투(夏鬪)를 준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제도권 바깥에 있는 진보 진영의 목소리를 귀담아듣는 것이 중요하지만 국정을 운영하면서 이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며 “진보 진영만 바라보고 국정 운영을 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외면한다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제1국정과제였던 적폐청산을 올해는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것이 그 예다. ‘진보적 개혁’이라는 방향은 명확하지만 폭과 속도를 조절해 반발을 최소화하겠다는 현실론이다. 청와대 2기 개편에 따라 사회혁신수석실의 명칭을 시민사회수석실로 변경한 것도 이런 ‘현실론’을 반영한 것이다. 명칭에 ‘시민사회’를 못 박아 각종 진보 단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들으면서도 “우리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으니 이해해 달라”고 설득해 불만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고민은 진보, 보수 진영 양쪽으로부터 외면당했던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도 있다.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진보 진영이 노무현 정부에 등을 돌린 계기”로 꼽기도 했다. 충분한 소통 노력 없이 보수층을 안으려다 주력 지지층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친문(친문재인) 인사는 “진보, 보수 진영 중 어느 한쪽만을 무작정 바라보지는 않겠다는 게 대통령의 스탠스”라며 “문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는 것에는 양쪽의 간극을 좁혀 불만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과 규제 개혁을 위해 기업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당부했다. 지난달 27일 성과가 미흡하다며 규제개혁점검회의를 행사 당일 전격 취소한 것의 연장선이다. 특히 기업과의 직접 소통을 강조하면서 핵심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던 대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가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최근 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기업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자주 소통하고 기업 애로를 청취해 해소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현장 방문을 적극적으로 해 달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기업과의 소통을 강조한 것은 8대 선도산업 등에 투자하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규제 개혁 사항을 전달받아 적극적으로 해결해 달라는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으면 바로 듣고, 부처 관계자들이 즉시 해결하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뜻인데, 잘 이행되지 않자 다시 한번 강조에 나선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도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 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기업 애로 해소를 강조한 것은 이번 달부터 시작된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기업들의 어려움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현장을 찾으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장하성 정책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들이 일제히 현장 행보에 나섰지만,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현장 행보를 갖지 않고 있다. 한 참모는 “기업의 적극적인 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이 경제지표 개선으로도 이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는 장 실장, 윤종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들의 현장 방문 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LG그룹을 시작으로 주요 대기업을 연이어 만나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현장 행보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여학생들이 교복을 (고치는) ‘수술’까지 해서 입더라.”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열린 국무회의 도중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교육부가 교복 완전자율화 등 개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늬만 자율화’로 운영되는 교복 의무화 관행으로 학교에서부터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 등 성 역할을 정형화하는 문제를 지적한 것. 국무회의에서 교복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여성 인권 문제를 논의하던 중 문 대통령이 “여성 인권에 대해 너무 무심하다”고 말하면서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편한 여학생 교복을 개선해 달라는 청원이 계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학교 자율로 교복을 정하지만) 이런 게 자율이냐”며 “교육부가 이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탈(脫)코르셋(여성에게 강요된 미적 기준을 벗어나자는 운동)’이 여성계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는 역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거들었다. 갑자기 대통령과 총리가 교복 문제로 질문을 퍼붓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새로운 교육감들과 협의해 점검해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문 대통령은 ‘홍익대 몰카 사건’이 여성에 대한 편파 수사라는 여성계 일각의 비판에 대해 “편파 수사라는 말이 맞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들의 문제의식은 몰래카메라 범죄나 유포에 대한 사회적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은 명예훼손 하나만 가지고도 한 신문사가 문을 닫는 정도의 엄중한 벌을 내린다”며 “여성들의 성과 관련된 수치심, 명예심에 대해서 특별히 존중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줘야 원한 같은 것이 풀리지,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최근 시행령 개정으로 순직자에서 전사자로 예우가 바뀐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문제와 관련해 “국가가 이제야 도리를 다하는 셈”이라며 “국방부 장관이 유족들을 특별히 초청해 국가의 예우가 늦어진 데 대해서 사과 말씀도 드리고, 이제 우리 정부가 책임을 다하게 되었다는 뜻도 꼭 전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감기몸살로 지난달 27일부터 쉬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업무에 복귀했다. 공개 일정에 나선 것은 지난달 24일 러시아 방문 후 귀국한 지 8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 수석·보좌관회의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 2시 수석·보좌관회의가 열리는 청와대 여민1관 3층 소회의실에 웃으며 입장했다. 통상 이 회의는 문 대통령이 입장하면 곧바로 시작하지만 이날은 대통령의 업무 복귀에 참모진들이 평소와 달리 박수로 맞이했다. 박수 속에 자리에 앉은 문 대통령이 “다들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나왔고 문 대통령도 웃었다. “몸살로 며칠 동안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고 운을 뗀 문 대통령은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려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업무 복귀 뒤 첫 메시지는 공교롭게도 이달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늘 강조해 오다가 대통령이 과로로 탈이 났다는 그런 말까지 듣게 되었으니 민망하기도 하다”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휴식한 덕분인지 문 대통령의 표정은 밝았지만, 목은 아직 쉬어 있었다. 여전히 피로가 묻어나는 목소리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목소리는 다소 탁했지만 컨디션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하반기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 문제를 전면에 꺼내들었다.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이)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일자리를 나누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연간 300시간 더 일해야만 먹고살 수 있다는 부끄러운 현실을 이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하반기 국정 운영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 속도감 있는 민생 체감성과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주거비, 통신비, 의료비, 보육과 교육비 등 국민의 필수 생활비 절감을 통해서 실질소득을 높이는 정부 정책들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달 청와대 개편에 따라 새롭게 임명된 윤종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정태호 일자리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도 처음으로 참석했다. 앞서 윤 수석과 이 수석은 오전 9시 문 대통령에게 첫인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잘 부탁드린다. 두 분이 딱 전공에 맞게 오셨으니 잘하시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윤 수석을 향해 “장악력이 강하시다고요?”라고 되물은 뒤 “앞으로 정부와 청와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잘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가교 역할’을 당부한 것은 잡음이 끊이지 않던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관계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특히 문 대통령이 장악력을 언급한 것은 시민단체와 주로 일하는 이 수석보다 부처와 협력하는 윤 수석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청와대가 중심이 돼 각종 경제지표에서 어떻게든 빠르게 성과를 내 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지난달 30일, 탁현민 대통령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사진)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1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으로 청와대의 각종 행사 기획을 총괄해 온 탁현민 행정관이 사의를 밝혔지만, 청와대가 끝까지 만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선 “탁현민이 실세긴 실세인 모양”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탁 행정관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다”며 사퇴를 시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즉각 “탁 행정관이 사표를 내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그러자 탁 행정관은 지난달 30일 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직 의사를 처음 밝힌 건 (4월) 평양 공연 이후”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소회는 언젠가 밝힐 시간이 오리라 생각하지만 허리 디스크와 이명, 갑상선(갑상샘) 치료가 먼저다. 지나치게 많은 관심에 감사했다”고도 했다. 떠나겠다는 탁 행정관과, 보낼 수 없다는 청와대의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자 청와대 2인자인 임 실장이 직접 나섰다. 4월 탁 행정관의 사의를 반려한 임 실장은 이번에도 “가을에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일을 해 달라.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일 밝혔다.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공개 선언이다. 하지만 탁 행정관은 여전히 사의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도 “간곡하게 만류한 것”이라면서도 “(탁 행정관이) 동의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공연기획자 출신인 탁 행정관은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2011년 문 대통령의 정치 데뷔 무대였던 북 콘서트를 기획한 최측근 중 한 명. 2016년 문 대통령의 히말라야 트레킹에도 동행했고, 대선 유세 기획을 총괄했다. 한 친문(친문재인) 인사는 “격의 없고 서민적인 문 대통령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것이 바로 탁 행정관”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거 출간한 책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을 해 야권의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았고, 대선 과정에서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내용 부실을 이유로 27일 당정청 핵심 관계자들과 하려던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3시간여 앞두고 전격 취소했다.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지만 문 대통령도 부진한 규제개혁 성과에 격분하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 후 예정됐던 회의를 당일 갑자기 취소한 것은 처음이다. 전날 대통령정책실에 대한 문책성 인사에 이어 기획재정부 등 공직사회 전체에 ‘규제개혁과 혁신성장 로드맵을 제대로 마련하라’는 최고 수준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총리가 ‘준비하느라 고생했으나 이 정도 내용은 민간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미흡하다’며 문 대통령에게 회의 연기를 건의했고 문 대통령도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오후 3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등 20여 명의 장관과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등 참모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당정청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한 이날 회의에서 규제혁신 성과를 직접 점검할 예정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 총리의 보고를 받은 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회의를 갖고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규제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 보고해 달라”고 강조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의 회의 취소는 청와대 개편으로 본격화된 문재인 정부 2기를 맞아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29일로 예정됐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 역시 이번 주초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참석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문 대통령은 몸살감기 증상으로 이날 오후 주치의의 권고에 따라 주말까지 잡힌 공식 일정을 모두 연기했다. 청와대는 “건강 문제 때문에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취소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등 누적된 피로로 인해 몸살감기에 걸렸다. 청와대는 주말까지 예정된 문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번 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접견, 6·13지방선거 시도지사 당선자들과의 만찬도 취소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문 대통령은 과도한 일정과 누적된 피로로 인해 몸살감기에 걸렸다”며 “대통령 주치의는 주말까지 휴식을 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고 문 대통령은 29일까지 휴가 또는 병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로 일정을 미룬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여민1관 3층 집무실로 출근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오후 주치의의 진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대통령의 건강상태는 ‘국가기밀’이라 잘 공개하지 않지만 대통령 일정을 놓고 분분한 억측이 나올 것을 우려해 이날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24일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이날까지 공식 일정이 없었다. 25일 예정됐던 수석·보좌관회의는 휴식 때문에 열리지 않았고, 26일 부산에서 열린 유엔참전용사 추모식은 폭우로 불참했다. 이날도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 면담과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취소됐다. 김 대변인은 “아줄레 사무총장 면담은 건강 때문에 취소한 게 맞지만, 회의는 건강과는 무관하게 이낙연 국무총리의 연기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고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 모습을 지켜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좀 비장했다”고 표현했다. 26일 단행된 청와대 2기 개편으로 휘하의 ‘투 톱’인 일자리수석비서관과 경제수석이 교체된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사진)의 이야기다. 27일 오전 8시 30분 청와대 여민1관 2층 회의실. 언제나처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현안점검회의가 열렸다. 청와대의 모든 실장, 수석, 비서관들이 참석하는 회의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날 인사 개편으로 청와대를 떠나게 된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하승창 전 사회혁신수석이 고별인사를 했다. 고별인사가 끝난 뒤 장 실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고 운을 뗐다. 본인은 자리를 지켰지만 두 명의 수석을 잃게 된 상황을 두고 질책, 문책 등의 해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개의치 않고 경제 정책을 다듬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장 실장은 떠나는 반 전 수석, 홍 전 수석에게 “우리 정부의 정체성과 방향을 흔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고자 하지만, 여러분들이 결코 책임을 지고 떠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동력을 만들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 동안의 경제 정책, 특히 장 실장이 주도한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는 비판을 반박한 것이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