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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소설을 구매하는 기준은 작품성일까, 아니면 작가의 브랜드일까.” 정답을 찾기 힘든 이 질문에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영국 소설가 조앤 K 롤링(48·사진)이 새로운 실험을 했다. 4억 부 이상 팔린 해리포터 시리즈로 성경 이후 최대의 베스트셀러라는 기록을 세운 소설계의 대스타가 자신을 완전히 숨기고 익명으로 소설을 펴낸 것이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은 4월 30일 출판돼 영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간 범죄추리소설 ‘뻐꾸기의 외침(The Cuckoo's Calling)’이 롤링이 쓴 것으로 드러났다고 13일 보도했다. 당초 출판사는 영국 육군 헌병대에서 수십 년 동안 복무했던 ‘로버트 갤브레이스’가 이 소설의 저자라고 소개했다. 450쪽 분량의 이 소설은 출간 직후 영국 추리소설의 두 여왕인 P D 제임스와 루스 렌델의 스타일과 비슷하다는 평가와 함께 그리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비밀은 두 달 남짓 흐른 뒤 깨졌다. 갤브레이스의 책을 펴낸 출판사와 편집자가 롤링이 지난해 첫 성인소설을 펴냈던 ‘리틀 브라운 북 그룹’의 데이비드 셸리라는 사실이 주목받으면서부터다. 결국 갤브레이스가 롤링의 필명임이 밝혀졌다. 롤링은 사실이 드러난 뒤 “로버트 갤브레이스로 지내며 자유로운 경험을 했으며 비밀이 더 오래 지켜지길 희망했다”고 밝혔다. 롤링은 지난해 해리포터 시리즈 집필 이후 처음으로 ‘캐주얼 베이컨시’라는 성인소설을 펴냈다. 당시 100만 부 이상의 사전 주문 판매를 기록했지만 이 소설은 비평가들의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롤링이 이름을 숨기고 펴낸 ‘뻐꾸기의 외침’은 얼마나 팔렸을까.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 책이 두 달 남짓 동안 1500부 정도 팔렸다고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용 세계은행 총재(사진)가 5일 최근 브라질 이집트 터키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 사태는 각국 정부가 민생에 더욱 신경 써야 함을 깨닫게 하는 자명종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칠레 산티아고에서 로이터통신과 회견을 갖고 정치에 대한 환멸과 기회 상실, 그리고 생활고 타개를 향한 절박함이 이들 국가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진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 이러한 사회운동이 줄어들 것 같지 않으며 오히려 더 증가할 것”이라며 “트위터 페이스북 소셜미디어 등이 시민사회의 강력한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이번 시위 사태를 통해 전 세계 모든 국가는 국민에 대한 공공서비스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국민들이 진정한 기회를 누리고 있는지 등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소득 불균형 개선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으며 보건과 교육 및 사회 안전망도 잘 갖춰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총재는 끝으로 “세계은행이 회원국의 거시경제적 선택권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이집트의 경우 세계은행이 현지에서 총 45억 달러(약 5조139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24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성명이나 담화를 발표하면 흔히 남쪽에선 어떤 기관 명의로 발표됐느냐를 많이 따지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떤 매체를 통해 발표했느냐다. 대형 포털사이트를 통해 통신사 기사가 신속하게 서비스되는 한국과는 달리 조선중앙통신 기사는 북한 내 일반 주민은 접하기 어렵다. 따라서 북한이 통신사만을 활용해 발표하는 것은 자기들의 불만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만 알리고 싶을 때 주로 활용한다. 북한이 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문답 형식으로 북측의 입장을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조평통 대변인은 북핵 불용과 북한 체제 변화를 촉구한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발언이 “우리 존엄과 체제를 심히 모욕하는 도발적 망발”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주민들에게까지 알렸는지는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을 살펴봐야 알 수 있다. 북한이 통신사만 활용했다면 이는 한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북한 체제와 핵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내부엔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칫 “최대 우방인 중국까지 한국과 짝짜꿍하는 것을 보니 우리의 앞길이 더 절망적일 것”이라는 민심만 부추길 수 있다. 더구나 집권 2년차인 김정은은 아직 중국에 못 갔는데, 집권 반년차인 박 대통령이 먼저 중국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주민에게 알리기엔 자존심이 상할지 모른다. 북한은 지난달 27일에도 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가 “최고 존엄에 대한 우롱이고 대화상대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며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비난했다. 이것도 사실 주민들에게까지 알리긴 좀 부적절한 게 틀림없다. 북한 주민은 이런 보도를 접하면 “도대체 어떤 대화를 나눴기에 최고 존엄이 우롱당할 수 있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십상이다. 그러면 절대 말실수 따윈 하지 않는 존재로 선전해온 최고 존엄의 권위가 그 자체로 훼손된다. 반면 TV나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하는 것은 그 내용의 절반쯤은 북한 주민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달 19일 발표한 인민보안부 특별담화가 대표적이다. 상영되던 영화까지 이례적으로 중단하고 “공화국을 헐뜯는 탈북자들을 물리적으로 없애버릴 조치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해 극적 효과까지 높였다. 이는 “남조선까지 찾아가 없애버릴 정도이니 내부에서 이런 정보를 흘려주는 자들은 가문의 멸족을 각오하라”는 메시지라 볼 수 있다. 북한이 불만을 외부로 향해서만 터뜨렸을 경우엔 향후 상황에 따라 태도 변화가 비교적 유연해질 수 있다. 하지만 주민에게 ‘말빚’을 진 사안은 정부의 공신력과 위신, 나아가 요즘 아주 민감해 마지않는 최고 존엄의 권위가 걸려 있어 쉽게 얼버무리기 힘들다. 한국 언론도 앞으로 북한의 이런 발표를 ‘대외용’과 ‘대내외용’으로 구분해 명확히 이해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단독 정상회담을 시작하자마자 5분여간 중국어로 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기자들에게 전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중국말로 해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중국어를 워낙 유창하게 해 시 주석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반색했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은 중국의 오랜 친구다. 옛 친구를 만난 것 같다”며 환대했다. 두 사람은 2005년에 처음 만난 뒤 8년 만에 양국의 정상으로 다시 만났다. 공식 환영식에서 애국가와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이 연주될 당시 21발의 예포가 터졌다. 한국과 중국은 올해 수교를 맺은 지 21년이 된다.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앞으로 20년 한중 간 우호관계를 내실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상회담 뒤 첫 번째로 양국 청년대표단을 만난 것도 그래서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상회담이 양국의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이 자리는 양국의 미래를 약속하는 자리”라며 “양국의 청소년들이 활발하게 교류하고 우의를 다져 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민족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점을 강조했다”며 “민족 교류, 문화 교류를 통해 우리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의 슬로건이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라는 뜻의 ‘심신지려(心信之旅)’인 이유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시 주석은 확대 정상회담에서 최치원 시의 한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괘석부창해 장풍만리통(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이라는 시구가 있다. 풀어 말하면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긴 바람이 만리를 통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간 우호관계가 오래 지속되고 더 긴밀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두 정상 간 국빈 만찬은 인민대회당에서 가장 크고 아름답다는 ‘금색대청(金色大廳)’에서 열렸다. 통상 국빈 만찬의 참석자 규모는 40명씩 80명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날 만찬의 참석자는 양국에서 70여 명씩 150여 명 규모에 달했다. 박 대통령이 중국 방문에서 각별히 신경을 쓴 문화 교류 키워드에 맞춰 만찬장에서는 별도의 문화공연도 진행됐다. 중국에서는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노래하고, 조자룡이 등장하는 경극 일부를 선보였다.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출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부른 노래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자룡은 박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자신의 첫사랑으로 꼽기도 했다. 중국 측은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좋아한 ‘고향의 봄’ 합창도 준비해 박 대통령에 대해 각별한 우애를 나타냈다. 중국 측은 두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장에도 태극기와 오성홍기를 각각 3개씩 6개를 세웠다. 윤 장관은 “통상 외국 정상 방문 시 양국 국기를 2개씩 4개를 세우는데 6개를 세운 것도 한국에 대한 예우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또 박 대통령이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했을 때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을 내보내 영접하도록 했다. 당초 차관급인 류전민 외교부 아주 담당 부부장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외교부 선임인 장 부부장을 내보낸 것이다. 중국이 박 대통령에게 제공한 차량은 중국 이치(一汽)자동차가 생산한 ‘훙치(紅旗)’를 의전용 방탄 승용차로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는 올해부터 방중하는 외국 정상들에게 의전 차량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훙치 브랜드는 매우 유명하다.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을 비롯해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등 역대 중국 정상들이 군을 사열할 때 탑승했던 차량으로 알려져 있다.베이징=이재명·주성하 기자 egija@donga.com}
파키스탄 북부에서 22일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 등반가들로 추정되는 외국인 9명과 현지 가이드 1명이 무장괴한들에게 사살됐다. 사건 직후 파키스탄탈레반(TTP)은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지난달 미군 무인기가 탈레반 부사령관을 포함해 5명의 요원을 살해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치안당국 관계자는 22일 밤 북부 길기트의 낭가파르바트 베이스캠프에서 경찰복을 입은 무장괴한들이 총을 난사해 우크라이나인 5명, 중국인 3명, 러시아인 1명이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괴한들은 파키스탄인 가이드들을 결박한 뒤 이 중 한 명이 이슬람 소수파인 시아파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그도 사살했다. 사건 발생 지역은 교통 여건이 열악한 곳으로 치안당국은 군부대 헬기를 이용해 희생자 시신을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이송할 계획이다. 파키스탄에서 외국인 등반가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월 8일 생일을 맞아 고위 간부들에게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을 선물했다고 탈북자 인터넷신문 ‘뉴포커스’가 18일 보도했다. 신문은 해외에 나온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올 1월 주요 간부들에게 하사된 김정은의 선물에는 ‘나의 투쟁’과 ‘세계유머집’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선물을 받은 대상은 노동당 비서와 부장, 제1부부장, 군단장 급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책을 선물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간부들에게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을 짧은 기간 내에 재건한 히틀러의 ‘제3제국’을 잘 연구하고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따라 북한에선 최근 히틀러 시대를 본받는 여러 움직임이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북한이 지난해 말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신설하고 실세인 장성택을 위원장에 임명한 것도 “독일의 단결과 사상의 전파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스포츠였다”는 김정은의 말을 따른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김정은은 “히틀러의 게르만족 우월성 주창은 출산장려정책에서 잘 나타났다”며 “한 가정 3자녀 낳기 운동을 적극 격려하고 지원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최근 북한은 3자녀일 경우 대학 우선 입학, 주택 우선 공급 등의 파격적인 장려정책을 펴고 있다. 출산장려정책의 총괄 지휘는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맡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를 ‘조선의 어머니’로 선전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또 최근 김정은은 ‘어린 나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히틀러를 모방한 공격적인 언사로 목청을 높이고, 특히 나이 많은 간부에게 더욱 심한 굴욕을 주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이 화를 내는 모습이 노동신문에 보도되는 것도 자신이 어린 나이가 아닌 지도자임을 각인시켜 공포감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지난달 방중 내내 군복 차림이던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할 때만 인민복을 입은 이유는 ‘군복을 벗으라’는 시 주석 측의 경고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최룡해는 지난달 24일 귀국 당일에도 시 주석과의 면담이 확정되지 않아 매우 초조해했다”며 “당일 오후 시 주석 측이 군복을 입은 외국 특사를 국가원수가 만난 사례가 없다고 북한대표단에 통보하자 최룡해가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고 밝혔다.이 소식통은 “시 주석 면담 전에도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최룡해가 군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행태를 매우 못마땅하게 봤고 이는 중국을 무시하는 작태라는 불만을 터뜨렸다”며 “시 주석 면담이 막판까지 늦춰진 이유는 북한을 압박하려는 중국 측의 의도된 행동이었지만 최룡해가 군복을 입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중국 측은 최룡해가 군복을 입고 중국 인사들을 만나는 모습을 과시함으로써 북-중 간 군사적 관계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봤다.최룡해는 5월 22일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할 때부터 군복을 입었다.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당일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23일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 24일 판창룽(范長龍)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만날 때도 군복 차림이었다. 하지만 24일 오후 4시를 넘어서 시 주석을 면담할 때만 검은색 인민복으로 바꿔 입어 눈길을 끌었다. 최룡해의 귀국 특별기는 당시 오후 5시 10분 이륙이 예정됐다가 2차례 연기돼 오후 9시경에 베이징을 떠났다. 흥미롭게도 귀국 비행기에 탑승하고 평양 순안공항에 내릴 때 최룡해는 군복 차림이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남북 당국 간 회담 실무접촉에 북한 수석대표로 나온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방북했을 때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여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이 수많은 대남 협상 전문가를 제쳐 놓고 이례적으로 여성인 김 부장을 회담대표로 파견한 것도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이던 2002년 5월 11∼14일 3박 4일간 개인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방문 상황이 기록된 유튜브 화면을 보면 김 부장은 박 대통령의 모든 방문 코스에 박 대통령 바로 옆에서 함께 다니며 안내했다. 김 부장은 검은 양장 차림에 손가방을 들고 동행했으며 비가 오는 날에는 박 대통령에게 우산을 씌워 주며 따르기도 했다. 동영상 속에는 모란봉 전망대에 올랐을 때 김 부장이 박 대통령에게 “이 우(위)에가 중앙떼레비죤 방송입니다”라고 설명해 주고 박 대통령이 웃으며 “예, 제가 설명 들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음성도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이 평양산원 평양지하철 동명왕릉 등을 방문했을 때도 김 부장은 나란히 보조를 맞추면서 걸었다. 화질 때문에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지만 5월 13일 백화원초대소에서 박 대통령이 김정일과 만났을 때에도 옷차림 등으로 볼 때 김 부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멀찍이 동행했다. 이를 감안하면 김 부장은 37세 때인 2002년에 이미 북한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그가 북한 실세의 딸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남북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급을 놓고 남북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수석대표의) 격(格)이 서로 맞지 않으면 시작부터 상호 신뢰하기가 다소 어려운 대목이 있지 않겠느냐”며 “격을 맞추는 것은 회담에 임하는 기본 자세”라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위치에 있는 분들끼리 책임 있게 (회담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상식적인 얘기”라며 “(수석대표의 급은) ‘국제적 스탠더드’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9, 10일 무박 2일의 밤샘 협상을 벌인 판문점 실무접촉에서 수석대표의 위상을 장관급에 해당하는 ‘책임 있는 당국자’로 명기하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끝까지 반대했다. 북한은 11일 0시까지도 대표단 명단을 보내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남측은 대표단의 구성은 물론이고 회담을 장관급으로 할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보내오는 대표단의 수위에 맞춰 남측 대표단을 확정해 북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북한 대표단의 숙소 겸 회담장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로 정해졌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주성하·조숭호 기자 zsh75@donga.com}

지난해 8월 김정은이 낡은 목선을 타고 연평도에서 수 km 떨어진 무도에 나타났을 때 기자는 그가 섬 주둔 병사들과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주목했다. 사진 속에는 목이 가느다랗고 눈이 움푹 들어간, 얼핏 봐도 심한 영양실조에 걸린 것이 확연한 앳된 병사가 여럿 보였다. 김정은 옆에 선 병사는 키가 150cm도 안 돼 보였다. 김정일 시대엔 상상할 수 없었던 사진이었다.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한다면서 수시로 군부대를 방문했다. 하지만 그가 방문하는 부대는 몇 달 전부터 열심히 꾸며놓은 세트장이었다. 기자 역시 북한에 있을 때 어느 부대의 진지 경관 공사에 동원된 적이 있다. 김정일은 몇 달 뒤 이 부대를 방문해 잘 꾸며놓았다고 칭찬했다. 김정일이 찾는 부대의 영양실조 환자들은 건장한 병사들로 교체됐다. 시찰 코스에 의례적으로 포함되는 부대 식당엔 전체 군단이 달라붙어 채워놓은 육류와 산나물 같은 부식물이 늘 가득 차 있었다. 북한의 모든 정보를 독차지한 김정일이 이런 내막을 몰랐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김정일에겐 현실을 마주할 용기도, 이를 극복할 의지도 없었던 것이다. 그에게 현지시찰이란 체제유지를 위한 쇼였을 뿐이었고, 연기를 위해선 세트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김정은은 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 김일성의 1940∼1960년대 스타일을 열심히 학습해 모방했다. 그러니 당시의 김일성은 세트장은 찾아다니지 않았음도 잘 알 것이다. 김일성은 한 농장에서 보름 넘게 지내며 현실을 파악했고, 낡은 초가집에서 잠도 잤다. 허름한 목선을 타고 영양실조 군인들과 사진을 찍은 모습을 보며 나는 김정은에게 기대를 걸어보려 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후 사진에선 영양실조 환자들이 사라졌다. 그는 다시금 아첨쟁이들이 준비한 세트장에서 웃고 있었다. 집권 1년 반이 지났건만 그는 북한에서 가장 경제 상황이 열악한 함흥 이북은 아직 찾지도 않았다. 지도자에겐 현실을 피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 해도. 고난과 시련의 현실은 영웅의 탄생을 준비하는 세트장이 될 수도 있다. 1960년대 누구도 한국에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을 때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찾아가 “선배님,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머리를 숙이고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한 종자돈을 얻어왔다. 누구도 지금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굴하다 하지 않는다. 김정은이 세트장을 벗어난다면 절반은 성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느 기차역이나 장마당에 불시에 가 봐도 좋다. 그에게 인민을 위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어느 현실도 그에게 결단의 용기를 주겠기에. 북한의 전격 제안으로 내일 남북당국 간 회담이 서울에서 열린다. 기자는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의 용기를 찾아보고 싶다. 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학교 교실의 디지털화를 강조하면서 또다시 한국 교육을 모범사례로 들었다. 6일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한 중학교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고속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미국 학생은 약 20%에 불과하지만 한국 학생은 100%가 고속인터넷을 사용한다”며 “미국은 20%, 한국은 100%”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5년 안에 99%의 미국 학생이 고속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게 하라고 행정부서에 지시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지난달 28일 라오스에서 평양으로 북송된 탈북 청소년 등 9명과 관련해 남쪽을 향해 역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탈북 청소년 문제는 지금까지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을 일방적으로 규탄하고 북한은 침묵을 지켜온 것과는 크게 다른 양상이다. 북한은 북송 8일째인 5일 조선적십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처음으로 이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적십자회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어린 청소년을 유인 납치해 남조선으로 집단적으로 끌어가려다 발각된 반인륜적 만행 사건”으로 규정한 뒤 남측을 향해 “범죄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주모자들을 엄중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또 “수십 명의 청소년을 유괴 납치해 비밀 은신처에 가둬놓고 온갖 악행을 감행했으며 성경과 찬송가를 외우지 못하면 몽둥이로 구타해 온몸에 멍이 들고 정신적 압박으로 말투까지 이질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소년들은 지금 안정을 되찾고 있으며 국가의 보살핌 속에 자기의 희망과 미래를 마음껏 꽃피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김영호 참사관도 5일 유엔 인권위이사회가 열린 직후 똑같은 주장을 했다. 김 참사관은 한국 TV 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청소년들에 대한) 안전상의 문제는 훗날 보면 알 것이며 사진이나 동영상을 포함한 보도를 기대해 보라”고 말했다. 북한 외교관이 한국 TV 카메라 앞에서 긴 시간 일문일답을 주고받은 것은 이례적으로 본국의 지시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통해 볼 때 북한은 적절한 시점에 기자회견을 열어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을 등장시킬 가능성이 커졌다. 9명이 한꺼번에 나와 자신들이 중국에서 선교사의 ‘가혹행위’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증언하고 어쩔 수 없이 남쪽으로 끌려갈 뻔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탈북 청소년 북송을 계기로 확산되는 국제사회의 인권 공세를 약화시키고 남측을 향해서는 “북한 주민들을 납치해가는 행위를 중단시키라”며 역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또 북송 청소년들이 “김정은 원수님이 우리를 구원해주었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김정은의 ‘따사로운 품’을 칭송하는 합창을 하면 북한 주민들을 감동시키는 극적 내부 선전효과도 얻을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재입북 탈북자들을 내세워 여러 차례 유사한 기자회견을 진행해 체제 선전에 활용한 바 있다. 기자회견은 6일 조선소년단 창립 67주년을 맞아 개막한 ‘소년단 7차 대회’ 이후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축제 마당에 ‘탈북’ ‘납치’ 등이 거론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이 선전에 활용될 경우 이들을 구명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은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부각하기 위해 적절한 교육과 대우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은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송환된 것은 국제법상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성명을 5일 발표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의 핵탄두 보유량이 지난해 각각 10기가량 증가했다고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일 밝혔다. 반면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와 미국은 핵탄두 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SIPRI에 따르면 지난해 240기 정도였던 중국의 핵탄두는 올해 250기로 늘었다. 현행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핵무기 보유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가운데 중국만 유일하게 핵탄두를 늘렸다.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225기와 300기로 지난해와 변동이 없었다. 비공식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은 예년 수준인 80여 기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0년 체결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지난해 각각 300기와 1500기의 핵탄두를 감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7700기, 러시아는 85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SIPRI는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들어 이들 국가를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SIPRI는 재래식 전력 분야에선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가 떠오르는 신흥 무기 공급원이라고 지목했다. SIPRI는 중국을 제외한 전통적 핵강국이 핵무기를 감축하거나 동결함에 따라 8개국이 보유한 전체 핵무기가 지난해 1만9000기에서 올해 1만7265기로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 위협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핵탄두 수가 줄어든 대신 새로운 핵무기 운반 체제를 실전 배치했거나 배치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일부 국가의 핵무기 수준이 향상됐기 때문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초상이 새겨진 배지가 등장했다고 중국 내 대북소식통들이 3일 전했다. ‘김정은 배지’는 지난달부터 평양에서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체 주민이 아닌 일부 간부층을 중심으로 배포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배지가 체제 출범 1년 6개월 만에 등장한 것은 그리 이른 시기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체제 특성상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 배지가 배포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에선 배지도 신분을 나타내는 하나의 징표처럼 여겨진다. 김일성, 김정일 배지는 노동당 간부용이 따로 있다. 김정은 배지를 고위층에 먼저 배포한 것은 고위층에 노동당의 두터운 신임과 특혜를 받는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북한판 ‘선물 정치’에 해당한다. 하지만 배지로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려는 주민들의 욕구가 워낙 크기 때문에 김정은 배지도 조만간 북한에 널리 퍼질 것으로 보인다. 배지 제작을 담당하는 만수대창작사 직원들은 새로운 배지가 나올 때마다 몰래 여분의 배지를 제작해 장마당에서 비싼 값으로 팔아왔다. 현재 북한에서 제일 고가에 거래되는 배지는 노동당기를 바탕으로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이 함께 들어간 일명 ‘쌍상’ 배지로 노동당 고위 간부용이다. 새로 나온 김정은 배지는 희소성 때문에 쌍상보다 더 비싸게 장마당에서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몇 년 전 한국 입국에 성공한 탈북여성 A 씨는 4월 초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8세 아들이 도착해 대사관이 보호하고 있는데 현지 당국에 내야 하는 밀입국 벌금 300달러와 한국행 비행기 삯 400달러를 보내라는 것이었다. 이 돈을 보내지 않으면 아이를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장애 판정을 받고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A 씨는 발을 동동 구르다 지난주 겨우 돈을 마련해 보냈다. 며칠 뒤 아이는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다. 정부가 탈북동포들이 한국에 오기까지 드는 경비 지원을 중단하고 본인들이 부담하라고 하면서 탈북동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에 들어간 탈북동포 중에는 가장 먼저 듣는 말이 “라오스 정부에 내야 할 벌금 300달러를 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을 거쳐 라오스까지 오면서 빈손으로 온 사람이 적지 않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본인은 물론 그와 함께 한국행을 기다리는 다른 탈북자도 출발이 늦춰지기도 한다. 돈이 없는 탈북아동의 벌금은 그들을 중국에서 데리고 온 사람들에게 대신 물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나마 한국행 비행기 삯은 한국에 연고자가 없으면 한국 정부가 요금을 부담하지만 연고자가 있으면 그 사람에게 부담시킨다고 탈북동포들은 말했다. 태국은 몇 년 전까지 탈북자에게 6000밧(약 22만4200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못 내면 감옥에 30일 동안 가뒀다. 올 초부터 벌금 액수가 중국돈 400위안(약 7만4000원) 정도로 낮아졌다. 탈북지원 단체들은 “목숨 걸고 가까스로 제3국까지 온 탈북자들에게 경비를 스스로 부담하라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고 호소한다. 이는 ‘탈북 비용’을 상승시켜 탈북 자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1509명. 이 중 90% 이상이 라오스나 태국을 거쳐 들어온다. 이들이 지난 한 해 라오스 및 태국에 낸 벌금은 2억 원에 못 미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금액은 오랜 도피 생활을 하는 탈북 동포들에겐 거액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해당국 입장에서 불법 입국자인 탈북동포들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지원하면 외교적으로 부담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벌금을 못 내 한국에 못 오는 사례는 사실상 없으며 벌금 문제를 공식화하는 것은 앞으로 탈북자의 한국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정부 내부지침으로는 공식 지원은 하지 않기로 했지만 예외적으로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면 돕기로 했고 실제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 구출 활동을 벌이고 있는 B 씨는 “탈북동포들에 대한 지원을 포기하는 것은 탈북동포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하는 헌법 정신을 정부 스스로가 어기는 것”이라며 “탈북동포의 처지에서 생각한다면 민간단체를 활용하는 등 여러 방안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주성하·조숭호 기자 zsh75@donga.com}

라오스에 추방된 뒤 중국을 거쳐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등 9명은 북-중 접경지역 특히 양강도 혜산시에서 꽃제비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15세와 16세 소녀가 둘이고 남자 7명은 △23세 △20세(2명) △19세 △18세(2명) △16세로 파악됐다. 탈북자들은 한두 명씩 중국 지린(吉林) 성 창바이(長白) 현 등으로 넘어와 변경지역을 떠돌다 선교사 부부를 만났다. 선교사 부부는 이들을 비교적 안전한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으로 데려와 돌봤다. 선교사 부부는 인원이 늘어나자 이달 초 버스를 빌려 번호판을 바꿔가며 열흘 동안 중국 남쪽으로 이동해 라오스 국경을 넘었다. 여름 장마가 오기 전에 메콩 강을 건너 6월 전에는 한국대사관으로 들어가겠다는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영주권자인 선교사 부부가 라오스 지리를 잘 몰랐던 탓에 라오스 국경수비대의 검문검색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007 작전’처럼 전광석화로 이뤄진 강제 북송 북한 당국이 ‘꽃제비’ 생활을 하다가 탈북한 뒤 라오스에서 적발된 이들 9명을 라오스 정부로부터 인도받은 지 하루 만에 비행기를 3번 이용하면서 곧바로 북으로 압송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은 중국을 거치면서도 중국의 법망을 교묘히 따돌려 중국이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사실상 처음 공개된 대규모 탈북 사건이다. 북한 당국은 중국도 아닌 제3국에서 이들을 전격 압송하는 데 성공하면서 체제 단속 시스템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베이징(北京) 소식통은 “김정은 정권은 탈북을 대표적 체제 위협 행위로 규정해온 만큼 이번 강제 북송은 탈북 움직임을 막는 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속전속결식 북송이 최선책이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재 라오스에선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 직항이 없다. 선박을 이용할 경우 몇 달이 걸리고, 게다가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는 인권 문제로 확대되면 북한 정권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북한은 타국을 경유하되 해당 국가의 법률에 저촉되지 않고 최대한 신속하게 북송하는 ‘통과비자’라는 방법을 찾아냈다. 통과비자는 24시간 안에 제3국으로 출국하는 비행기 티켓이 있는 경우 중국에선 도착 후 심사 없이 받을 수 있다. 도시 2개까지는 경유가 가능하다. 과거 이런 사례는 거의 없었다. 탈북자 북송 사건은 중국 내에서 중국 당국에 적발되는 탈북자에 국한됐다. 중국은 한국공관 진입에 성공한 탈북자들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한국행을 묵인해 왔다. ○ 일반 꽃제비보다 처벌 수위 높아질 듯 북한이 북송된 탈북 청소년 등을 어떻게 처벌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지금까지 북한 당국은 미성년 꽃제비인 경우 중국에서 북송돼 왔어도 훈계 처벌만 하고 꽃제비 집단 수용소인 구호소에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한국으로 향하다 체포됐다는 점, 선교사와 함께 오랫동안 머무르며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던 점 때문에 처벌의 수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만 18세가 지난 탈북 청소년의 경우 성인에 준한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 향하다 체포된 경우 일반적으로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다. 북한이 지금까지 재입북 탈북자 기자회견 등을 통해 탈북자들을 국정원의 배후 조종으로 납치돼 억지로 남쪽으로 끌려간 사람들이라고 주장해 왔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탈북 청소년 등이 북한 당국의 이용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은 올 들어 탈북 꽃제비 문제가 한국과 국제사회의 이슈가 되자 “탈북 꽃제비를 근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북-중 국경 마을에 주민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일부 마을을 소개(疏開)했으며 국경에 초소를 더욱 촘촘히 배치하고 철조망을 세웠다. 또 휴대전화 추적 장비를 도입해 국경을 오가는 통신을 단속했다. 이 때문에 탈북자가 크게 감소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 보위부 해외반탐처인 3처는 최근 탈북자 귀환 특수 공작조를 만들어 해외에 파견했으며 중국 당국도 이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한다.베이징=이헌진·고기정 특파원, 주성하·이정은 기자 mungchii@donga.com}
라오스에서 붙잡힌 북한 ‘꽃제비’ 출신 청소년 등 9명과 라오스 이민국에 수용돼 있던 성인 탈북자 3, 4명이 중국을 거쳐 곧바로 북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압송에는 북한 당국의 강력한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동남아 지역의 주요 탈북 루트가 상당 기간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15∼23세의 남자 7명, 여자 2명과 성인 탈북자 3, 4명은 27일 오후(현지 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비행기에 태워져 중국으로 추방됐다. 이들은 이날 밤 항공편으로 윈난(雲南) 성 쿤밍(昆明)에 도착해 공항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28일 베이징(北京)으로 와 오후 1시경 고려항공을 통해 평양으로 이송됐다. 라오스 당국은 이들의 신병을 북한 요원들에게 인도했다. 북한 요원들은 꽃제비 등 탈북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여행 서류와 항공권을 미리 준비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북송을 위해 비엔티안 공항의 정기 항공편이 4시간 동안 기다린 뒤 오후 2시 40분경 이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당초 이 탈북자들이 중국으로 추방되면 중국 정부와 협상을 거쳐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 또는 제3국행이 가능하도록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한 측이 ‘통과 비자(TWV·Transit Without Visa)’를 통해 이들을 빼돌리면서 허사가 됐다. 북한은 이 탈북자들이 중국에 입국하면 비자가 없어서 불법 입국자 신분이 되고 중국 측이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통과 비자로 쿤밍과 베이징을 거쳐 바로 평양으로 이송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중국에 강력히 협조를 요청했지만 중국 측은 이번 건에 대해서는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꽃제비 등 탈북자들이 송환된 건 아쉽지만 중국 역시 한계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건이 한중 관계의 일면을 반영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북송된 꽃제비 9명은 이달 10일 한국인 선교사 부부(미국 영주권자)의 도움으로 중국-라오스 국경을 넘다가 라오스 경찰에 적발돼 억류돼 있던 상태였다. 2002년부터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해온 선교사 부부는 꽃제비 출신의 탈북자들을 미국으로 데려가 일반 가정에 입양시키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라오스 당국은 북한 측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이들의 신병을 북한 쪽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들의 호송을 위해 비행기에 함께 탄 몇 명의 북한 사람들은 일반 여권이 아닌 다른(특수) 여권을 갖고 있었다”고 말해 이들이 북한 보위부 인사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교부는 탈북자 12, 13명에 대한 추방 사실을 보고받은 직후인 27일 저녁 윤병세 장관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베이징=고기정·이헌진 특파원, 주성하·이정은 기자 koh@donga.com}

‘임을 위한 행진곡’을 김일성대에서 배웠다. 대학을 방문하는 전대협 학생들을 연도에서 환영할 때 부르라고 했다. 학내 스피커를 통해 누군가가 선창하는 노래를 한 번, 두 번 합창으로 따라 부를 때 우리는 어느새 이 노래가 지닌 비장함에 물들어 있었다. 김일성대에서 한국 노래를 가르쳐 준 것은 그때가 아마 유일할 것이다. ‘아침이슬’은 평양고사포병부대에서 배웠다. 북한 대학생들은 6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대공포부대에서 근무해야 한다. 어느 밤 중앙당 간부의 아들인 명철이가 대공포 상판 위에 올라가 기타를 치며 이 노래를 목청껏 불렀다. 노래는 긴 밤 당직 근무에 시달리던 우리들을 단숨에 전염시켰다. 어느 나라 노래인지 누구도 묻지 않았다. 어떤 날엔 중대 대열 합창으로 아침이슬을 부르기도 했다. 김정일 호위병 출신도, 장관의 아들도, 보위부 고위 간부 아들도 모두 함께 불렀다. 그리고 2∼3년 뒤 이 노래는 북한 전역에 확산됐다. 북한은 1998년 이 노래를 금지곡으로 정했다. 하지만 지금도 술자리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북한 주민이 적지 않다. 탈북하기 전까지 나는 밤하늘의 어둠을 벗 삼아 임을 위한 행진곡과 아침이슬을 조용히 부르곤 했다. 함성도 맹세도 산자도 존재할 수 없는 그 땅의 긴 밤을 홀로 서러워하며…. 그러다 끝내 그 서러움을 모두 버리고 탈북이라는 목숨 건 거친 광야에 나섰다. 한국에 와서 북한에 전해주고 싶은 노래가 또 생겼다. 수습기자 시절 열흘 넘게 시위 현장을 따라다니며 배운 ‘불나비’란 노래다. 내가 일하는 동아일보사 앞은 시위의 단골 장소다. 때론 퇴근하다 시위대가 합창하는 노랫소리에 끌려 한참을 서서 입속으로 함께 부를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북한에서 벗이 돼 주었던 그 밤하늘을 쳐다보며 눈물을 글썽인다. 가슴에 한이 맺혀서다. 아직은 너무나 젊은데, 피가 뜨거운데 정작 아무것도 못하고 그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억울해서다. 여기가 평양이고, 청와대가 노동당 중앙당 청사이고, 시위대가 평양시민들이라면…. 지금 당장 북에 갈 수 있다면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과 같은 허울뿐인 멍에에 갇혀 노예로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임을 위한 행진곡과 불나비를 가르쳐주고 싶다. 동독에서 외쳤던 ‘우리가 인민이다’라는 구호와 함께. 오늘날 이 노래가 가장 필요한 곳은 다름 아닌 북한이다. 진압군과 대치한 평양 시위대의 맨 앞줄에서 다른 이들과 어깨를 겯고 “산자여 따르라”를 목청껏 부르는 상상을 하면. 오! 내 마음은 터질 것 같다. 북한의 4중, 5중의 감시망이 존재하는 한 그 어떤 시위도 조직될 수 없다는 것은 잘 안다. 설령 어찌어찌하여 사람들이 시위대로 변해 거리에 나온다 해도 순식간에 시체더미로 변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꿈을 꾸는 존재다. “다행히도 난 아직 젊은이라네.” 내 생전에 꿈이 이뤄지기를.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프랑스 칸 영화제에 가짜 싸이가 나타나 소동을 일으켰다고 뉴욕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정체불명의 이 남성은 선글라스에 올백 머리까지 싸이와 거의 똑같은 복장을 하고 20일부터 사흘간이나 제66회 칸 영화제를 휘젓고 다녔다. 고급 파티를 찾아다니며 ‘강남스타일’을 부르고 ‘말춤’을 추는가 하면,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프랑스 라디오 방송과 횡설수설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또 칸 해변의 최고급 마르티네즈 호텔 레스토랑에서 점심에 수백만 원짜리 크리스탈 로제 같은 고급 와인을 3병이나 마시는가 하면 밤에는 유명 스타들이 찾는 칼턴호텔에서 파티를 하기도 했다. 가짜 싸이는 인근 모나코에서도 비슷한 행세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싸이와 비슷한 차림새를 한 데다 3명의 경호원까지 대동하고 다니는 바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을 수밖에 없었다. 외신은 가짜 싸이가 중국인으로 정체가 드러나자 잠적해버렸다고 전했다. 한편 진짜 싸이는 22일 “칸에 또 다른 ‘나’가 있는 것 같다”며 “그에게 인사를 전해 달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전 주민이 시청하는 조선중앙TV에 한국의 국기인 태극기가 나오는 장면을 30분 넘게 공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매체가 의도적이라고 할 만큼 오랜 시간에 걸쳐 태극기를 공개적으로 노출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태극기를 인정한다는 것은 한국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지금까지 태극기를 절대 공개하지 않았다. 조선중앙TV는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전날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북한 4·25체육단 소속 김혁봉-김정 조가 한국의 이상수-박영숙 조를 꺾고 금메달을 딴 혼합복식 결승 경기를 30여 분이나 녹화중계했다. 이때 북한은 스코어보드 속에서 인공기와 태극기를 표시한 그래픽을 화면에 나란히 띄워 그대로 방영했다. 과거 각종 국제경기에서 태극기가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장면에선 모자이크 처리를 하던 녹화중계의 전례와 크게 달라진 것이다. 가까운 예로 북한은 2010년 12월 제16회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과 중국의 여자배구 결승 경기를 녹화중계하면서 스코어보드 속의 중국 국기는 그대로 두고 태극기만 모자이크 처리해 방영한 일이 있다. 북한의 이번 태극기 노출은 의도적인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은 경기를 방영하면서 자체 제작한 스코어보드를 사용했다. 여기에 ‘남조선’(한국)이라고 적은 국명 옆에 태극기 그래픽을 삽입했다. 태극기가 없어도 되지만 굳이 넣었다는 점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지시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의 속내를 모르는 상태에서 주민 전체가 지켜볼 TV 화면에 목숨을 걸고 자의로 태극기를 그려 넣으라고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은 북한에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 TV에 태극기가 아주 잠깐 노출됐던 사례가 없지는 않다.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고조됐던 2002년 북한은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4강까지 올랐던 경기들을 녹화중계했고, 당시 골대 뒤쪽에 걸려 있던 태극기가 스치듯 노출됐다. 하지만 이는 의도된 것이라기보다는 경기 중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편집을 하지 못해 벌어졌던 ‘사고’로 보인다. 북한은 지금까지 주민들에게 태극기가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통제했다. 한 고위층 탈북자는 “북한이 스포츠 분야의 남북 단일팀을 구성할 때 한반도기를 고집한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에게 태극기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북한에서 태극기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탈북자 인터넷신문인 뉴포커스가 지난해 8월 탈북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북한에 있을 때 태극기를 알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4%가 “전혀 몰랐다”고 답변했다. 2000년 이전 탈북자 중에선 한 명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태극기를 알았다는 16%는 몰래 한국 드라마를 봤거나 일부 고위층 출신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이번 태극기 방영은 대남 관련 프로그램 방영에서 획기적인 변화이긴 하지만 그 뒤에 숨은 속내를 짐작하기가 쉽지는 않다. 김정은이 폐쇄적인 아버지와는 다른 지도자임을 과시하기 위해 방영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크지만 북한에 한류가 급속히 확산돼 더이상 억지로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올봄부터 협동농장 토지를 각 공장 기업소에 분양한 뒤 농사를 지어 식량을 해결하도록 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이 16일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협동농장 토지 중 비옥도가 낮거나 방치된 땅을 해당 지역 공장에 종업원 수에 맞춰 분양한 뒤 파종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전부를 위임했다. 비옥한 토지는 농민들이 계속 농사짓도록 했다. 노동자 1인당 분양 면적은 해당 토지에서 예상되는 수확량이 생산자의 1년분 배급량과 맞먹게끔 정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가령 노동자 1인당 1일 표준배급량이 600g일 경우 이 노동자는 1년에 219kg을 배급받게 된다. 이 공장이 지정받은 농장의 1평(3.3m²)당 평균 곡물생산량이 1kg이면 해당 공장은 노동자 1인당 약 200평의 토지를 분양받는 것이다. 하지만 당국이 예상 수확량을 해당 농장의 비옥한 토지 생산량에 맞추어 책정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탈북지식인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공장에서 생산한 양곡을 협동농장 생산량에 포함시키는 대신 해당 공장엔 생산량을 돈으로 환산해 지불하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15일 전했다. 이를 미루어볼 때 북한은 노동자들이 생산한 양곡을 직접 소비하도록 하는 현물 분배 방식과 생산량만큼 돈을 지불하는 현금 분배 방식을 동시에 도입해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장 노동자들에게 돈을 주는 경우 식량은 국가 배급소에서 사게 할 수 있다. 새 정책은 대다수 공장의 가동이 중단돼 할 일이 없는 노동자들을 사실상 농민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6·28 방침을 통해 도입하기로 한 가족단위 경작제도도 시범적으로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올해부터 가족단위 경작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내용은 동아일보가 지난해 6월 26일과 9월 25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NK지식인연대는 “가족 구성원 중 농민이 많은 경우는 가족끼리, 농민이 적은 경우는 분조 단위로 농사를 짓게 한다”며 “대신 농작물은 국가에서 지정한 것만 심게 한다”고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