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조건희 차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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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사건이 되는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beco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칼럼44%
보건20%
인사일반13%
사회일반10%
복지7%
미담3%
기타3%
  • 건보 부당청구 작년 6204억 사상 최고

    지난해 지방 A의원에 ‘유령 환자’가 다녀갔다는 신고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접수됐다. 한 번도 온 적 없는 환자가 수십 차례나 병원에서 각종 진료를 받은 것으로 처리된 것. 조사해 보니 원장이 자신과 자주 거래하던 제약회사 직원과 그 가족의 인적사항을 통째로 넘겨받아 진료 기록을 꾸며낸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공단은 A의원이 부당하게 타낸 2805만 원을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처럼 병·의원, 약국이 거짓 청구해 타낸 건강보험 진료비가 2014년 4487억 원, 2015년 5939억 원 등 점차 늘어 지난해 6204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수법도 다양하다. A의원처럼 온 적 없는 환자의 진료·처방 기록을 꾸미는 방식은 ‘고전’이다. 한 요양병원은 퇴사한 의사가 여전히 근무하는 것처럼 신고해 1억3611만 원을 건보공단에 청구했고, 꼭 가야 하는 의사 대신 간호사와 임상병리사만 출장 검진을 나간 뒤 3169만 원을 청구한 의원도 있었다. 이처럼 진료비를 거짓 청구하면 부당이득금을 전액 반환해야 할 뿐 아니라 최고 1년간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지인과 공모하거나 인력을 편법으로 운영하는 은밀한 방식이어서 내부자 신고나 조사 의뢰가 없으면 적발이 어렵다. 건보공단이 현지 조사한 요양기관은 2011년 842곳에서 지난해 723곳으로 오히려 줄었다. 불시에 수년 치 진료 기록을 뒤져보는 조사 방식이 강압적이라며 병·의원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내부 신고를 독려하기 위해 신고포상금제를 운영 중이다. 포상금은 부당 청구액의 10∼20%로 최대 10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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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건복지부, 복지급여 부정수급 단속 ‘중앙조사단’ 조직 신설 추진

    보건복지부가 기초생활 급여 등 각족 복지급여의 부정 수급을 단속할 ‘복지급여 중앙조사단’ 신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행정자치부 등과의 실무자 회의에서 이 같은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5년 복지급여 부정 수급액은 790억 원에 이른다. 복지부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인 ‘행복e음’과 공적자료를 연계해 부정 수급 여부를 확인하지만 금융자료와 제대로 연계되지 않아 복지급여 누수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복지급여 부정수급 감독 업무는 복지부 감사관실 담당관 8명이 맡고 있다. 복지부는 법무부가 3월 국회에 정부입법으로 제출한대로 사회복지사업법, 의료법, 검역법 등의 단속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이 특별사법경찰권을 갖게 되면 복지급여 부정수급을 조사할 때도 압수수색·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제 수단을 동원해 효율적으로 위법 사례를 걸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조직 개편은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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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가부, ‘위안부 보고서’ 게재 3시간 만에 삭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외교적 성과’로 표현한 보고서를 집필진 동의 없이 발간해 논란을 일으킨 여성가족부가 해당 보고서를 게재 3시간 만에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보고서의 결론에 반발하는 집필진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하기 위해서다. 여성가족부는 4일 오전 9시 예고대로 홈페이지에 게재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오전 11시 반경 삭제했다. 이는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와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의 집필진 10명 중 이신철 성균관대 교수 등 4명이 “위안부 합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보고서의 결론이 집필진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발간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의한 데 따른 것이다. 여가부와 학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집필진은 2014년 7월 정부 위안부 백서 편찬을 위한 보고서 작성을 의뢰받은 뒤 이듬해 12월 30일 보고서를 여가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제출 이틀 전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평가를 반영하기 위해 다시 수정 작업에 돌입했고, 결론 부분을 놓고 찬반이 극명히 갈리자 분리된 보고서를 각각 제출했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평가 부분은 교수 1명이 단독 집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신철 교수 등 4명은 여가부가 대통령 선거를 한 주 앞둔 4일 보고서를 발간한다는 사실을 전날에야 뒤늦게 전해들은 뒤 5일 여가부에 공식으로 항의했고, 여가부는 이들의 의견을 수용해 보고서를 수정하기로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보고서 머리말에 ‘각 장(章)을 집필진이 독립적으로 집필했고, 위안부 합의에 대한 평가는 집필진 내부에서도 엇갈렸다’는 내용을 넣는 식으로 수정한 뒤 다시 게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위안부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론 부분은 수정하지 않기로 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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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능성 화장품 ‘아토피에 효과’ 표기 허용 논란…의료계 반발

    기능성 화장품의 겉면이나 광고에 아토피·여드름·탈모 등 피부질환 완화 효과를 표기할 수 있도록 한 화장품법 시행규칙(30일 시행 예정)에 대해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4일 대한피부과학회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상위법과 대법원 판례를 어기고 시행규칙을 개정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피부과학회는 공익감사 청구서에 “개정 화장품법 시행규칙이 기능성 화장품의 효능·효과에 대해 소비자들이 충분히 오해할만한 소지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장품에 질환 명을 표시하면 소비자가 의학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인해 화장품에 의존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고, 불필요한 의료비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행 화장품법은 화장품에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할 수 없고, 질병에 관한 표현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최지호 피부과학회 회장은 “식약처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보다 화장품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해당 시행규칙에 대해 헌법소원, 시행중지 가처분 신청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아토피 치료에 효과가 있는 화장품’이 아니라 ‘아토피성 피부로 인한 건조함 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화장품’ 등으로 이해하기 쉽게 표기하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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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드기 감염병 환자, 전남-제주서 올해 첫 발생

    발병 시 3명 중 1명꼴로 사망하는 진드기 매개 감염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의 올해 첫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남에 거주하는 K 씨(57·여)와 제주의 M 씨(79·여)가 각각 2일 SFTS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각각 등산과 고사리 채취를 하던 중 진드기에 물린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집중 치료 후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FTS는 참진드기에게 물린 뒤 고열과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감염병이다. 2013∼2015년 전체 신고 환자 170명 중 54명(31.8%)이 사망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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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화사회, 2030년 간호사 15만명 부족

    2030년엔 간호사가 15만 명 이상 부족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 병·의원에서 활동 중인 전체 간호사 수와 맞먹는 규모다. 고령화 탓에 급증하는 의료 수요를 맞추려면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고 ‘장롱면허’ 간호사를 의료 현장으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현행법상 간호사 근로 기준(입원환자 2.5명당 간호사 1명)과 고령인구 증가, 의료 수요 변동 폭을 토대로 추계한 결과 간호사 수요가 2030년 57만2928명으로 늘지만 공급은 41만4374명에 그쳐 총 15만8554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3일 밝혔다. 2017년 4월 기준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17만9570명, 행정기관 등 비임상 기관의 간호사는 5만8174명이다. 같은 방식으로 따져 보니 2030년 의사는 7643명, 약사는 1만742명 부족한 반면 치과의사와 한의사는 각각 3030명, 1391명 과잉 공급될 것으로 예측됐다. 간호사 부족이 유난히 심한 이유는 환자안전·감염관리 기준이 엄격해지고 외국인 환자 유치가 활발해져 의료 인력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데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확대로 인해 일선 병·의원의 간호사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간호사는 면허등록자 대비 실제 활동인력의 비율이 70.7%로 한의사(90.5%), 치과의사(89.5%), 의사(88.9%) 등 다른 직종보다 낮은 점도 한몫했다. 간호사 부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극명하다. 2015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한국이 6명으로 스위스(17.6명), 독일(13.1명), 일본(11명)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적다. 오영호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간호사 조달을 위해 대학 입학정원을 2013년 1만7783명에서 2018년 1만9683명으로 늘렸지만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한 수요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간호사가 출산·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막고 유휴 인력이 병·의원에 복귀하도록 유도하는 중장기 수급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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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년, 간호사 15만 명 부족해진다” 대책은?

    2030년엔 간호사가 15만 명 이상 부족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 병·의원에서 활동 중인 전체 간호사 수와 맞먹는 규모다. 고령화 탓에 급증하는 의료 수요를 맞추려면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고 ‘장롱면허’ 간호사를 의료 현장으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현행법상 간호사 근로 기준(입원환자 2.5명당 간호사 1명)과 고령인구 증가, 의료수요 변동 폭을 토대로 추계한 결과 간호사 수요가 2030년 57만2928명으로 늘지만 공급은 41만4374명에 그쳐 총 15만8554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3일 밝혔다. 2017년 현재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17만9570명, 행정기관 등 비임상 기관의 간호사는 5만8174명이다. 같은 방식으로 따져보니 2030년 의사는 7643명, 약사는 1만742명 부족한 반면 치과의사와 한의사는 각각 3030명, 1391명 과잉 공급될 것으로 예측됐다. 간호사 부족이 유난히 심한 이유는 환자안전·감염관리 기준이 엄격해지고 외국인 환자 유치가 활발해져 의료인력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데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확대로 인해 일선 병·의원의 간호사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간호사는 면허등록자 대비 실제 활동인력의 비율이 70.7%로 한의사(90.5%), 치과의사(89.5%), 의사(88.9%) 등 다른 직종보다 낮은 점도 한몫했다. 간호사 부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극명하다. 2015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한국이 6명으로 스위스(17.6명), 독일(13.1명), 일본(11) 등 선진국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적다. 오영호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간호사 조달을 위해 대학 입학정원을 2013년 1만7783에서 2018년 1만9683명으로 늘렸지만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한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간호사가 출산·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막고 유휴 인력이 병·의원에 복귀하도록 유도하는 중장기 수급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 201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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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위안부 합의는 외교적 성과”…집필진 일부도 반발한 여가부 보고서

    여성가족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외교적 성과”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보고서를 휴일인 3일 발간했다. 집필진 일부는 이 같은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여가부는 이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그간의 정부 정책 및 조치, 국내외 연구 활동 등을 정리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정부는 2014년 7월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와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에 보고서 작성을 의뢰할 땐 공식보고서인 ‘백서’로 발간할 목적이었지만 이듬해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체결되자 발간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이날 ‘민간 연구보고서’ 형식으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총 9장(章)으로 이뤄졌다. △위안부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피해 실태 △한일 정부의 대응과정 △정부와 시민사회의 활동 등을 담은 앞부분은 기존에 학계에 알려진 사실을 정리한 것으로 새롭거나 논란이 될만한 내용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제4장 ‘일본의 법적 책임’에서는 “위안부 가해행위에 관해 일본의 국가책임이 성립한다”며 민형사상 일본의 책임이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제9장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방안과 실행을 향한 험로’에서 위안부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로부터 정부의 책임 인정·사죄를 받아낸 것은 나름의 외교적 성과이고 △일본 정부가 거출한 돈은 ‘사실상’ 배상 조치이며 △생존 피해자가 돌아가시기 전에 문제를 매듭지어야 해 촌각을 다투는 싸움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시민단체가 위안부 합의에 반발하며 제기해온 △합의문에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언급되지 않았고 △소녀상 문제를 끌어들였으며, △피해 당사자와 사전 교감이 부족했다는 지적에는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분량을 할애했다.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의 현금 지원에 대해서도 수용 의사를 밝힌 할머니에 대한 집계만 담겼을 뿐, 수령을 거부하고 정부에 손해배상 소송을 낸 피해자의 내용은 빠졌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의 법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을 명시하지 않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모순된 보고서”라고 지적했다. 당초 집필진 10명은 위안부 합의를 놓고 찬반이 극명히 갈려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해 각각 분리된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교수는 “나를 비롯한 집필진 4명은 ‘위안부 합의가 외교적 성과’라는 결론에 반대했기 때문에 서문에 ‘위안부 합의에 대한 집필진의 평가가 엇갈렸다’는 내용만이라도 넣기를 바랐다”며 “최종 보고서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면 진작 (여가부에) 항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를 한 주 앞둔 시점에 보고서를 발간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정대협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광복절 이전에 발간하기로 했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1년 가까이 미루더니, 새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에 ‘도둑’ 발간을 했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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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첫 ‘흡혈진드기’ 감염병 환자 2명 발생…야외 활동 후 예방은?

    발병 시 3명 중 1명꼴로 사망하는 진드기 매개 감염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의 올해 첫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남에 거주하는 K 씨(57·여)와 제주의 M 씨(79·여)씨가 각각 2일 SFTS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각각 등산과 고사리 채취를 하던 중 진드기에 물린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집중 치료 후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FTS는 참진드기에 물린 뒤 고열과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감염병이다. 2013~2015년 전체 신고 환자 170명 중 54명(31.8%)이 사망했다. 이동한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장은 “야외 활동 시 긴 옷을 입고, 귀가 후엔 목욕을 한 뒤 옷을 갈아입는 등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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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15∼35세 청년층 조현병 환자 집중치료해 사회복귀 돕는다

    션 드리스콜 씨(21)가 환청을 듣기 시작한 건 2012년 여름이었다. 본인은 깨닫지 못했다. 밤새워 MP3 플레이어와 대화하듯 중얼거리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부모가 이듬해 그를 정신병원에 데려갔을 때에야 자신이 조현병(정신분열증)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땐 그는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조현병 초장에 잡자” 의료진 총동원 지난달 20일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시내에 있는 메릴랜드대병원에서 만난 드리스콜 씨는 “정신병원에선 치료제를 제대로 먹었는지 검사하거나 운동을 시킬 때를 제외하고는 환자를 방치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환자가 얌전히 곯아떨어지도록 격렬한 운동만 강요할 뿐, 제대로 된 치료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신병원에서 퇴원해 2014년 메릴랜드 주립대 의대의 ‘조현병 조기 개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부터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의 초점은 조현병 증상이 처음 나타난 지 2년이 넘지 않은 15∼35세 초기 청년층 환자가 빨리 회복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직업재활 훈련가, 교육 전문가 등 의료진 5, 6명으로 이뤄진 전담 팀이 환자의 성격, 증상을 면밀히 파악해 집중 치료를 시작한다. 드리스콜 씨를 맡은 치료팀은 그에게 맞는 치료제를 찾기 위해 주 1, 2회 투약 시험을 하는 한편, 박자에 맞춰 자신의 기분을 프리스타일 랩으로 부르게 하는 등의 음악 치료를 병행했다. 음악을 즐겨 듣는 드리스콜 씨의 성격을 존중한 ‘맞춤형 치료’였다. 환청이 사라진 뒤에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자기소개서를 첨삭해 주고 통근 경로까지 상담해 줬다. 2년간의 집중 치료 끝에 그는 정신질환자 사회 복귀 시설에 취업했고, 퇴근 후에는 자살 예방 메시지를 담은 힙합 음악을 만들어 유튜브 등에 올리며 음악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미국 보건부 산하 약물남용정신건강서비스국(SAMHSA)과 각 주 정부는 드리스콜 씨처럼 젊은 조현병 환자를 집중 치료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2008년부터 연간 5억1000만 달러(약 5814억 원)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0만여 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현재 5000여 명이 무료로 집중 치료 혜택을 받고 있다. 미국이 조현병 조기 치료에 공들이는 이유는 환자 대다수가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에 처음으로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대다수는 정신병원 방문을 꺼리다가 증상이 악화돼 입원 치료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 치료받지 않은 환자는 평균 기대수명이 53세에 그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파올로 베키오 SAMHSA 정신건강서비스센터장은 “조현병 환자를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원에 입원시키는 데 연간 4조2250억 원 넘는 정부 예산이 소요된다”며 “젊은 환자를 제때 치료하는 게 사회적 비용을 아끼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1만2000원 vs 800원 조기 치료에 실패한 환자가 치료의 사각지대로 몰리는 것을 막고 지역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지난달 19일 방문한 볼티모어 ‘위기관리대응센터’에서는 전화 상담과 출동, 치료, 주거 보호가 ‘원스톱’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정신질환자나 중독자의 상태가 급속히 나빠졌다는 신고 전화가 걸려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 중독 전문가로 구성된 치료팀이 급파돼 현장에서 상담을 벌인 뒤 긴급보호소에 머무를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방식이다. 보호소에서는 열흘 정도밖에 머무를 수 없지만 환자가 원하면 주거를 지원해 준다. 수입의 30%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관내 공공주택에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정신질환자가 병원에서 퇴원한 뒤 사회 복귀에 실패하고 다시 입원하기를 반복하는 가장 큰 원인이 불안정한 직업과 주거 때문이라는 데 착안한 것이다. 메릴랜드 주가 볼티모어 위기관리대응센터 지원금을 비롯해 지역사회 정신건강 사업에 쓰는 예산은 2015년 기준 6746만 달러(약 763억 원)다. 메릴랜드 주 인구가 600만6041명인 점을 감안하면 1인당 1만2703원꼴이다. 반면 같은 해 한국 보건복지부의 ‘자살 예방 및 지역사회 정신건강 증진 사업’ 예산은 440억 원으로, 국민 1명당 783원 수준이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5월 30일 시행되는 개정 정신건강복지법(현 정신보건법)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신질환 조기 발견·치료와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관련 지원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청년 위험군과 퇴원 환자를 집중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볼티모어=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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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브리오패혈증 16년만에 4월 첫 발생

    대표적인 여름철 감염병으로 치명적인 비브리오패혈증 환자가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일찍 등장했다. 보건당국은 바닷물 온도가 올라 비브리오패혈증균의 활동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보고 비상방역 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경기 안양시의 한 병원에서 알코올성 간경변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A 씨(52)가 지난달 12일 비브리오패혈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비브리오패혈증이 법정 감시 감염병으로 지정된 2001년 이후 첫 환자가 4월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엔 통상 6∼7월에 첫 환자가 나왔고, 가장 이른 등장 시기는 2012년(5월 9일)이었다. 비브리오패혈증은 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거나 상처 난 피부가 균에 오염된 바닷물에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당국은 A 씨가 병원에서 주는 식사 외에 생선회 등을 먹다가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감염 경로를 조사 중이다. 발열, 발진, 부종 등이 주요 증상인 비브리오패혈증은 2011∼2016년 신고 환자 325명 중 159명(48.9%)이 사망했을 정도로 치명적인 감염병이지만 A 씨는 집중 치료를 받은 덕에 무사히 회복 중이다. 당국은 비브리오패혈증 환자가 일찍 발생한 원인으로 바닷물 온도의 상승을 지목했다. 전국 검역소 등 감시기관 13곳에서 측정한 평균 바닷물 온도는 2월 8도, 3월 10.2도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7∼1.2도 올랐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처럼 이른 더위 탓에 올여름 수인성 감염병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국 보건소에서 평일엔 오후 8시까지, 주말 및 공휴일엔 오후 4시까지 신고를 접수하는 비상방역 체계를 10월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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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신마취 환자 몰래 가슴 보형물 홍보영상 찍은 성형외과

    강남의 한 성형외과가 가슴 보형물 홍보영상을 찍기 위해 환자 몰래 특정 보형물을 몸속에 넣었던 사실이 내부고발로 드러났다. 대한의사협회는 2월 중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성형외과가 가슴 보형물 홍보영상을 찍기 위해 여성 환자의 몸속에 원래 넣기로 한 것과 다른 보형물을 삽입했다가 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병원 측은 이 환자가 전신 마취로 의식이 없는 상태라는 점을 이용해 환자에게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 관계자가 의협에 제출한 수술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병원장 A 씨가 마취된 환자 앞에서 보형물과 제품명이 적인 포장지를 들어 보이는 모습이 담겨있다. 해당 환자가 원래 받기로 돼있던 수술은 A 씨가 홍보 영상 촬영을 마친 뒤에야 이뤄졌다. A 씨는 미인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은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홍보용 보형물을 넣었다 뺀 것은 의료법상 직업윤리 위반에 해당해 의료인 자격이 최장 6개월 정지될 수 있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환자를 상대로 해선 안 될 일”이라며 “조사를 거쳐 협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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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산물 소비 늘면서 중금속 섭취도 50% 이상 ↑…콩팥에 이상 생길수도

    한국인의 수산물 소비가 늘면서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중금속 카드뮴의 양이 5년 새 50%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중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3만3362개의 중금속 오염도를 조사해 한국인의 섭취량과 대조한 결과, 하루 카드뮴 노출량이 2010년 몸무게 1㎏당 0.189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서 2015년 0.292μg로 54% 증가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측정치는 인체노출안전기준의 35.1%에 해당했다. 카드뮴은 콩팥과 뼈에 이상을 일으키거나 이타이이타이병, 전립샘(선)암을 유발할 수 있다. 인체노출안전기준은 실제로 인체에 유해한 수준의 10분의 1 이하로 설정되기 때문에 현재로선 공중보건에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장기간 자주 노출되면 콩팥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식약처는 카드뮴 섭취량이 늘어난 것이 수산물 소비 증가 때문이라고 보고 오징어와 미역 등 주요 식품의 카드뮴 함량 제한 기준을 각각 강화하기로 했다. 통계청의 어업생산통계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명이 한 해 동안 먹는 수산물은 2001년 42.2kg에서 2014년 58.9kg으로 늘었다. 또 다른 중금속인 납의 섭취량은 2010년 0.348μg서 2015년 0.210μg으로 줄었다. 이는 2010년에 비해 40%가량 줄어든 것으로, 인체 위해성은 낮은 수준이다. 다만 1,2세 유아는 성인보다 납 노출 수준이 높은 점, 납 독성이 아동의 신경 발달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점을 고려해 아이들이 자주 먹는 사과, 귤, 딸기의 납 함량 상한을 현행보다 2배 까다롭게 제한하기로 했다. 납 오염도가 높아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는 들깨, 갑각류의 납 기준도 신설하거나 강화할 계획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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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빼면 행복? 저체중도 우울증 부른다

    몸무게가 정상보다 적게 나가도 비만일 때 못지않게 우울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신애선·강대희 교수와 미국 하버드대 정선재 연구원은 몸무게와 우울증의 상관관계를 다룬 국제학술 논문 2만6888편 중 연구 완성도가 높은 183편을 골라 교차(메타)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분석 결과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18.5 미만인 저체중인의 경우 정상(18.5∼24.9)일 때보다 우울증 위험이 16% 높았다. 비만(30 이상)인 사람의 우울증 위험이 정상인 대비 13%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게 많이 나가는 것보다 대체로 더 큰 스트레스 요인인 셈이다. 성별 차이가 두드러졌다. 저체중일 때 우울증 위험은 남성이 21%, 여성이 12% 각각 높았지만 비만일 땐 여성의 우울증 위험 증가폭이 26%로 남성(3%)보다 훨씬 높았다. 남성은 마르고 왜소한 체격일 때, 여성은 뚱뚱한 몸매일 때 더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뜻이다. 강 교수는 “무조건 살을 빼는 것보단 적정 몸무게를 유지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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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혈용 O형 혈액 ‘실종’ 미스터리

    “O형 혈액 급구!” 일요일인 16일에도 문을 연 서울 종로구 헌혈의집엔 어김없이 이런 안내문이 붙었다. 이상하게도 O형 혈액은 항상 부족해 일선 헌혈의집이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급구’ 안내문을 붙인다. 7년간 헌혈의집에서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O형 급구’를 붙이지 않은 날을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보유한 수혈용 적혈구제제는 4.2일분에 해당하는 2만1682유닛(1유닛은 320∼400mL)이었지만 O형은 2.4일분으로 B형(6일분), AB형(5.7일분), A형(3.7일분)에 비해 크게 부족했다. 혈액 보유량이 3일분 미만이면 ‘주의’ 단계에 해당해 혈액 보유 기관 사이에 협조체제가 가동된다. O형 혈액 부족에 따른 기관별 협조 빈도는 다른 혈액형에 비해 훨씬 높다. 이같이 O형 혈액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현상은 의료계의 대표적인 미스터리다. 한국인의 혈액형 분포는 A형 34%, O형 28%, B형 27%, AB형은 11% 순인데, 2015년 헌혈 실적에 따르면 전체 306만9701건의 헌혈 중 O형은 83만9332건(27.3%)으로 O형 혈액형 분포와 큰 차이가 없다. O형 혈액형 보유자가 특별히 헌혈에 소극적인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보건당국은 공급량에 문제가 없다면 수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보고 2014년 O형 환자가 수술할 때 다른 환자보다 수혈을 더 많이 받는지 조사한 바 있다. 혈액형을 구분 짓는 유전자의 형질에 따라 특정 질환에 더 잘 걸릴 수 있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에 착안한 연구였다. 하지만 2011∼2013년 종합병원 3곳에서 수혈량이 가장 많았던 질환 30개의 환자를 혈액형별로 분석한 결과 O형 환자가 특정 질환에 잘 걸린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O형 혈액이 부족한 원인을 찾는 연구는 해외에서도 좀처럼 이뤄지지 않아 당시 우리의 연구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또다시 미궁에 빠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일부 병원이 관행적으로 교차 수혈을 실시해 O형 만성 부족 현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즉 A형과 B형 혈액을 교차 수혈하면 환자의 몸속에서 피가 굳어 치명적이지만 O형은 다른 혈액형 보유자의 체내에서도 대체로 응고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환자의 혈액형을 검사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상태가 위중하거나 A, B, AB형 혈액을 구할 수 없는 경우 응급용으로 O형 혈액을 쓸 수 있다. 권계철 충남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규모가 작은 병·의원이 응급용으로 O형 혈액을 비축해뒀다가 폐기 직전 다른 혈액형 환자에게 수혈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혈이 이뤄지는 전국 병·의원 2500여 곳 중 정부의 ‘혈액 안전 감시체계’ 대상은 100여 곳에 불과해 교차 수혈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 2년 주기로 실시하는 의료 적정성 평가에 ‘수혈 적정성’ 항목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김준년 질병관리본부 혈액안전감시과장은 “감시 의료기관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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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난-생활고 잊으려… 도박-술-스마트폰에 빠져사는 청년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취방 월세와 학자금 대출 이자를 내온 대학생 A 씨(24)는 지난해 온라인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알게 됐다. 운 좋게 베팅에 성공하면 한 달 내내 주말 없이 일해도 모을 수 없던 20만∼30만 원이 손에 들어왔다. 이성을 잃고 ‘한 번만 더’의 늪에 빠진 A 씨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을 땐 이미 고리의 사채에까지 발을 담가 빚이 수천만 원으로 늘어난 뒤였다. 취업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도박, 술,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A 씨처럼 도박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4년 751명에서 지난해 1113명으로 2년 만에 48.2% 증가했다. 이 중 20, 30대가 각각 32.5%(369명), 37.2%(422명)로 다수를 차지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추산한 성인 도박중독 평생 유병률(살면서 한 번 이상 도박중독을 경험한 인구의 비율)이 5.4%(207만 명)라는 점을 감안하면 진료조차 받지 않은 중독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의 스마트폰·알코올 의존도 두드러졌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 지난 1년간 스마트폰 중독을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20, 30대가 각각 18.2%, 4.8%로 다른 연령대(0.8∼1.5%)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음주량을 뜻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알코올 사용장애의 유병률은 20대가 7.2%로 30대(3.5%)와 40대(3.6%)의 2배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시작한 도박, 술이 지나치면 오히려 더 큰 우울증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분석했다. 알코올은 일시적으로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두뇌의 활동을 억제해 우울한 기분이 해소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지만 사실은 호르몬 변화를 일으켜 더 스트레스에 민감한 상태를 유발한다. 도박은 적은 액수로 시작해도 쾌감에 내성이 생겨 더 높은 배당이 걸린 판을 찾아다니고,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추격 베팅’을 하며 판돈을 키우는 일을 거듭하게 된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대학생 503명의 우울증, 고위험 음주 성향을 조사해 교차 분석한 결과 우울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술을 마치 항우울제처럼 ‘자가처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홍석 한국중독정신의학회 교육수련이사(용인정신병원 진료과장)는 “청년 중독 환자 대다수는 도박이나 술에 빠지는 것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신보건 당국이 청년층의 초기 중독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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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단한 ‘N포세대’… 男은 우울증↑ 女는 음주↑

    은퇴를 앞둔 A 씨(58)는 10일 지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보낸 사설 정보지를 읽은 뒤 잠이 오지 않고 숨이 가빠져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정보지엔 “미군이 ○○일 북한을 폭격할 예정이며, 남한 내 자국민을 은밀히 귀국시키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담당의는 “시리아 공습 장면을 교묘히 짜깁기한 ‘가짜 뉴스’ 탓에 나타난 전형적인 불안장애 증상”이라고 진단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5102명을 대상으로 17개 정신질환 실태를 조사한 결과 평생 한 번이라도 정신질환을 앓은 64세 이하 성인의 비율인 평생 유병률은 5년 전보다 0.8%포인트 줄어든 26.6%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정신병자’라는 낙인이 두려워 병원을 찾지 않는 숨은 환자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2001년부터 5년마다 이 같은 실태조사를 해오고 있다. 하지만 A 씨처럼 불안장애를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9.5%로 5년 전보다 오히려 0.8%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남들 앞에서 바보스러워 보일까 봐 만남을 피하는 ‘사회공포증’은 같은 기간 0.5%에서 1.8%로 급증했고, 공공장소에서 불안을 느끼는 광장공포증(0.7%), 이유 없이 불안발작을 일으키는 공황장애(0.4%)도 각각 2배로 늘었다. 조사를 맡은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재난이나 ‘묻지 마 범죄’를 목격하고 불안해하며 스마트폰으로 확산되는 가짜 뉴스에 무방비로 노출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0대 남성의 1년 우울증 유병률(지난 1년간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은 5년 새 2.4%에서 3.1%로 높아져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40대 남성이 2.4%에서 0.6%로, 50대 여성이 4.9%에서 1.8%로 각각 크게 낮아진 것과 대조적으로 유일하게 유병률이 오른 그룹이다. 연구진은 20대가 취업·주택·학업난으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와 상대적 빈곤감에 시달리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술과 담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알코올, 니코틴 사용장애 평생 유병률은 5년 전보다 0.6∼0.8%포인트 줄었다. 양주, 소주보다는 과일소주, 막걸리 등 저도수 주류를 선호하는 경향과 담뱃값 인상 등이 각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 30대 여성의 알코올 사용장애 유병률은 오히려 늘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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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배에 벤젠 등 1군 발암물질 7종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마다 25t 화물차가 200km 주행하며 내뿜는 만큼의 벤젠(1군 발암물질)이 입안으로 들어온다는 정부의 분석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담배 한 개비에서 검출된 유해성분은 1군 발암물질 7종을 포함해 총 32종이나 됐지만, 제조사에 성분 함량 공개를 요구하는 법안은 국회에 아직 계류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5∼2016년 국내에서 제조사별로 가장 많이 팔린 담배 5종(디스 플러스, 에쎄 프라임, 던힐, 메비우스 스카이블루, 팔리아먼트 아쿠아5)을 800갑씩 수거해 연기 성분을 조사한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정부가 2014년 담배 유해성분 분석법을 개발한 후 이를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은 담배가 다 타들어 갈 때까지 △담배 끄트머리를 1cm 정도 문 채 분당 1회(35mL) 연기를 들이마셨을 때(ISO법)와 △필터의 중간 부분까지 문 채 분당 2회(각 55mL) 들이마셨을 때(HC법)를 기준으로 각각 진행됐다. 둘 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다. 담배를 입에 물고 직접 들이마시는 들숨의 양만 측정하기 때문에 필터를 거치지 않고 담배 끝에서 나오는 ‘부류연’(간접흡연)은 포함되지 않았다.  ▼ 식약처 성분 분석결과… 담배 1개비 속 벤젠, 트럭이 내뿜는 양의 212배 ▼고농도 흡입 시 혼수상태나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벤젠은 HC법 기준 개비당 36.8∼63.5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이 검출됐다. 이는 국립환경과학원이 2014년 평균 시속 46km로 달리는 25t 화물차가 km당 뿜어내는 벤젠을 측정한 값(0.3μg)의 최대 212배다. 2011년 석유화학공단인 울산산단에서 대기 중 벤젠의 양을 측정했을 땐 m³당 최대 47.6μg이 검출됐다. 담배를 통한 벤젠 흡입량이 자동차 배기가스는 물론이고 화학공장 매연에 뒤지지 않는 셈이다. 또 다른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는 25.5∼54.2μg, 2군 발암 가능물질 아세트알데히드는 594.9∼864.7μg, 스티렌은 5.3∼7.8μg 검출됐다. 각각 25t 화물차의 km당 배출량보다 최대 270배, 738배, 104배 많다. 특히 포름알데히드는 기관지염, 현기증, 질식을 일으킬 수 있어 환경부의 ‘실내공기질 유지 기준’에 따라 PC방, 지하철, 실내주차장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m³당 농도를 100μg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좁은 공간에서 담배를 여러 대 피우면 농도가 순식간에 법적 기준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밖에 발암물질로 분류되진 않았지만 시안화수소(일명 청산가스·47∼85.3μg), 산화질소(254.4∼471.4μg), 암모니아(20.2∼24.6μg) 등도 검출됐다. 국산 담배의 유해성분은 2015년 영국 BAT가 공개한 자사 담배의 검출량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벤젠 등 일부는 46.6∼77.4% 수준이었다. 식약처는 이 같은 유해성분이 실제로 인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흡연 행태 및 빈도와 대조해 연말께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엔 시판 중인 전자담배 35종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도 포함됐다. 전자담배는 분석법이 비교적 최근에 개발돼 총 7종의 유해성분만을 조사했는데, 포름알데히드 0∼4.2μg, 아세트알데히드 0∼2.4μg 등으로 일반 담배보다는 검출량이 적었다. 다만 분석을 맡은 백선영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첨단분석과장은 해당 성분들이 액상 상태일 때보다 연기로 기화했을 때 최고 19배 높게 검출된 점, 전자담배 사용자 대다수가 일반 담배도 함께 피운다는 점을 들어 “전자담배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식약처의 연구 결과는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에서 주요 증거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가 제조사에 유해성분 전면 공개를 강제하는 입법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현재 국내에선 제조사가 담뱃갑에 함량을 표기해야 하는 유해성분은 니코틴과 타르뿐이다. 담배 원료와 유해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에 제출됐다가 폐기됐고, 지난해 7월과 10월 다시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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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 우울증 환자에겐 ‘잔인한 계절’… 죽음의 유혹 꿈틀

    봄꽃이 흐드러진 거리마다 ‘셀카 인파’가 몰렸던 9일 오후, 정모 씨(25)가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서울 중랑구 국립정신건강센터 ‘마음 응급실’에 들어왔다. 심한 우울증 탓에 2014년 대학을 자퇴한 정 씨는 간밤에 자해 소동을 벌였다. 방에만 틀어박혀 지내던 정 씨가 최근 가족 몰래 항우울제 복용을 멈췄기 때문이다. 정 씨의 아버지는 “평소엔 잠잠하다가 봄이 오면 거리의 생동감 때문에 박탈감을 느끼는지 유독 증상이 심해진다”고 호소했다. 봄은 정신질환자들에게 ‘잔인한 계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4만1776명 중 1만2047명(28.8%)은 3∼5월에 몰려 있다. 다른 계절의 1.2배다. 기온과 일조량의 변화가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해 기분이 요동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겨울이 끝나가는 2월 잠잠했던 정신질환자들의 정신병원 방문도 3, 4월 24.5% 증가한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국내 유일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 응급실인 국립정신건강센터에도 정신질환이 급격히 악화된 위기 환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봄 감기처럼 번지는 우울증 마음 응급실 입구는 여느 병원처럼 커다란 유리문으로 돼 있다. 누구나 24시간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이란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환자가 신원 노출을 꺼릴 땐 차량을 응급실과 연결된 차고에 주차한 뒤 밀폐된 보안 통로를 통해 면담실로 이동할 수 있다. 응급실 관계자는 “연예인 등 유명인도 간혹 보안 통로를 이용하지만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일반 환자에게 안정감을 줄 때 주로 쓰인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초 보안 통로로 들어왔던 A 씨(49)는 자살 시도자였다. 사흘 전 차량 안에서 독극물 자살을 기도했다가 가까스로 구조됐던 A 씨는 이번엔 동반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다른 남성과 함께 택시를 타고 마포대교로 향하던 중 이들의 대화를 수상히 여긴 운전사의 신고로 경찰에 인계됐다.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누나도 정신병원에 입원해 A 씨를 돌볼 가족이 없었다. A 씨는 응급실 당직의와 면담한 끝에 “사실은 죽음이 두렵다”며 입원 치료를 택했다. 응급실엔 A 씨처럼 저승의 문턱에서 마음을 돌린 환자가 자주 온다. 여성 옷차림을 하고 있지만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했던 한 환자의 손목에 새겨져 있던 수많은 자해 흔적, 얕은 물가에서 뛰어내렸다가 구조돼 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온 30대 여성, 한강 다리 위에서 “살려 달라”며 응급실에 전화를 건 20대 남성 등…. 의료진은 이들의 행동 뒤에 자신의 행동을 주변에서 말려주길 바라는 심리가 숨어 있다고 보고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한다.○ 환자 돌보다 병 얻는 가족·의료진 하지만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환자는 가족과 친구 등 주변인에게 큰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남긴다. 응급실엔 자살 시도자의 가족, 자살자의 유가족을 위한 안내문이 따로 비치돼 있다. 자살 시도자의 가족에겐 “환자를 혼자 두지 말고 차분히 이야기를 들어 주라”는 당부가, 유가족에겐 “심리 상담을 받아보라”는 권유가 적혀 있다. 유빈 국립정신건강센터 응급실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정신질환자나 자살자의 가족은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다 병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나 자조 모임 참여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 일부는 폭력적인 돌발 행동을 한다. 이런 환자가 나타나면 응급실 근무자는 입원 병동의 남자 직원에게 SOS를 친 뒤 환자를 사방이 매트리스인 안정실로 데려간다.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지만 환자를 말리다가 멍이 들거나 안경이 깨지는 건 예사다. 최근엔 격리 병동에 입원한 한 환자가 포크를 들고 난동을 부리다가 간호사의 두피를 찢은 적도 있다. 호신용품을 소지하는 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스스로 조심하는 게 최선이다. 환자의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덩달아 마음속 어둠에 갇힌 직원도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17년간 근무하며 “환자를 돌보는 게 불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 수년 전 퇴직한 한 직원은 최근 센터에 응급환자로 실려 왔다. 조현병(정신분열증) 탓에 대로를 서성이다가 경찰에 발견된 것. 간호조무사 주금영 씨(50)는 “퇴근 후에도 끔찍한 사건이 나오는 뉴스는 보고 싶지 않아 주로 판타지 드라마를 보며 현실을 잊는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오후 5시경엔 하굣길 중학생 2명이 응급실에 뛰어 들어와 담력 시험을 하듯 “나는 정신병자다!”라고 외친 뒤 웃으며 도망쳤다. 정신병원을 ‘발을 들이면 큰일 나는 무서운 곳’으로 여기는 인식을 보여주는 광경이다. 이 때문에 정신질환자가 증상을 보인 뒤 초진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이 한국은 84주로 미국(52주), 영국(30주) 등 선진국보다 훨씬 길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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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후보 ‘목소리 전쟁’

    《 ‘목소리 전쟁’이 시작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선보인 사자후(獅子吼) 발성법이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버리거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중저음이 화제를 모은 것처럼, 그 자체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각 후보의 목소리와 그 안에 숨은 전략을 전문가들과 함께 들여다봤다. 》“안녕하세요, 안찰스입니다. 처음엔 나긋나긋했지만 이제 목소리도 (돌연 목소리를 굵게 내며) 바꿨습니다∼!” 최근 한 개그 프로그램 출연자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연설을 성대모사한 장면이다. 안 후보는 4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 목을 굵게 긁는 듯한 중저음의 목소리를 선보여 “‘교수님 말씀’ 같았던 2012년 출마 선언 때와 크게 달라졌다”는 평과 함께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홍준표(자유한국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 후보(정의당) 등 주요 대통령선거 주자들이 소리 높여 연설하는 영상들이 덩달아 온라인에서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대선이 ‘목청 싸움’이냐”는 건 뭘 모르는 얘기다. 연설에서 억양, 높낮이, 리듬감 등 목소리는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벼려온 칼날’의 결정체다. 청각이 다른 감각에 비해 감성 기억을 더 많이 활성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음성 연구가와 이비인후과 전문의, 정치 컨설턴트와 함께 대선 후보들의 연설 목소리에 귀를 바짝 기울여봤다.○ “安, 목소리로 ‘변화 이미지’ 주는 데 성공” 안 후보는 2012년 9월 19일 출마 선언 당시 “차분하고 조근조근하지만 단조롭고 전달력이 약한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안 후보의 서울대 의대 동문 사이에선 “정치인보다는 전형적인 의사 같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달 4일 후보 수락 연설에선 우선 저음뿐 아니라 중음역이 넓어지며 ‘루이 안(安)스트롱’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실제로 음성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주파수가 평균 231Hz(헤르츠)로 5년 전(161Hz)보다 43.5%나 올랐다. 이는 청중의 긴장도와 집중도를 동시에 높이는 효과가 있다. 또, 입을 크게 벌리며 말을 길게 늘이는 스타일로 인해 한 문장의 지속 시간은 1.75배, 높낮이의 변화는 1.5배로 증가했다. “분열과 패권주의로는 나라(를) 바꿀 수 없습니↗다↘”라며 어미를 1.9배 길고 낮게 늘어뜨리는 말투도 특징이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은 “일변되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설득하고 포용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 전북대 초빙교수는 “자칫 낯설고 ‘포장이 과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신선하다’는 반응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안 후보의 발성은 복식호흡에 따라 성문하압(성대 아래쪽에서 밀어 올리는 공기 압력)을 자연스럽게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흉성(胸聲)을 통해 후두를 의도적으로 굴절시켜 탁한 소리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목을 써야 하는 거리 유세가 시작된 뒤에는 성대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文, 울림 좋지만 발음은 부정확” 문 후보는 주요 후보 가운데 가장 중음과 고음의 크기가 고르고 배음(倍音)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남성의 음성엔 100∼8000Hz의 소리가 섞여 있는데, 이 중 잡음이 적고 맑은 소리의 비율이 높을수록 배음이 크고 울림이 좋다. 이는 강인함과 신뢰를 느끼게 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달 3일 후보 수락 연설을 2012년 9월 16일 연설과 비교해도 극저음대의 소리가 다소 커졌을 뿐 전체적으로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발음은 좋지 않은 편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치아를 많이 잃어 현재 임플란트를 한 의치가 10개다. 시옷 등 일부 자음은 치아를 활용해 발음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치가 아니면 발음이 샐 수 있다. “∼했습니까”가 “∼했습니꽈” 등으로 소리가 입 안으로 모이는 듯한 느낌이 나는 것도 이 때문으로 추측된다. 전체적으로는 이 같은 목소리와 발음의 장단점이 법률가 출신 특유의 짧게 끊어 말하는 말투, 논리적인 어휘 구사와 어울려서 연설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디어트레이닝 전문업체 ‘선을 만나다’의 태윤정 대표는 “문 후보는 전형적인 정치인의 말투는 아니지만 훈련을 통해 리듬감, 시선 처리 등이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洪, 공격적인 ‘저잣거리 스타일’” 홍 후보는 높은 음에서 목소리가 흔들리고 ‘ㅓ’를 ‘ㅡ’로 발음하는 경상도 억양이 강해 “특즌사를 창슬하겠다”고 말하는 등 타 후보와 구별되는 개성을 지니고 있다. 내용에서는 공적인 말하기에서 흔히 쓰지 않는 공격적인 어휘나 과감한 생략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저잣거리의 말하기’라는 평가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특징이 일각에서는 거리감을 느끼게 하지만 반면에 지지층에서는 강한 호감과 흡인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유 후보는 다른 후보들보다 연설 시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남경필(경기도지사)이 ○○○을 이기겠죠?”라고 말하는 등 ‘해요체’를 사용하는 빈도가 다른 후보보다 높아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만 아직 학자풍의 말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심상정 후보는 여성으로서는 목소리가 두꺼운 편이지만 조목조목 따지는 설득력 있는 말투를 사용하기 때문에 TV 토론회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연설 중간에 “아” “음” 등 감탄사를 넣는 점은 망설이는 듯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약점으로 꼽혔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호경 기자}

    • 2017-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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