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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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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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남북한 관계67%
칼럼23%
사회일반7%
경제일반3%
  • [@뉴스룸/주성하]이산가족 상봉이 북한은 반갑지 않은 이유

    북한 당국이 볼 때 이산가족을 다른 말로 풀이하면 적대계층이다. 출신성분을 중시하는 북한에서 수백 만 이산가족 중 99% 이상은 적대계급으로 분류돼 6·25전쟁 이후 60년 넘게 신음했다. 북한의 이산가족은 크게 6·25전쟁 전후로 남쪽으로 내려온 ‘월남자’와 의용군 등으로 북한에 올라간 ‘월북자’ 가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월남자 가족이 어떻게 박해받았는지는 남쪽에 많이 알려졌다. 가족 중 월남자가 있으면 간부 승진은 물론이고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 이들은 벗을 수 없는 신분의 굴레를 쓴 채 농촌과 광산 등 가장 어렵고 힘든 곳에서 평생 감시 속에 살아야 했다. 월북자 중에는 인민군으로 참전해 싸웠거나 또는 공산주의를 동경해 북한으로 간 사례가 많다. 북한에 공을 세운 사람이 적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정치와 거리가 먼 과학이나 예술 분야에 종사한 소수만이 계속 이용가치를 인정받았을 뿐 다른 사람들의 신세는 월남자와 큰 차이가 없다. 인민군으로 참전한 남쪽 출신 역시 대개 탄광이나 광산에서 평생을 보냈다. 김일성은 애당초 남쪽 출신들을 믿지 않았다. 중앙당이나 보위부 같은 북한의 핵심 권부엔 이산가족이 없다. 초기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는 교수나 예술인 같은 북한이 내세울 만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상봉 횟수가 점차 늘어날수록 고생으로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전 대상자들을 평양으로 불러서 잘 먹여 살도 찌우고 ‘때깔’도 바꾸려 애쓴다. 하지만 평생의 고초가 몇 달 잘 먹는다고 바뀔 수는 없다. 당국은 또 매일 정치교육도 하고, 남쪽 가족에게 할 예비 답변까지 준비시킨다. 수십 년을 사상교육으로 세뇌하고도 못 믿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남쪽 가족을 만난 사람들은 “장군님의 은덕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에 전혀 달가운 일이 아니다. 호텔에서 잘 먹이고 남쪽 가족에게 줄 선물까지 챙겨주는 것은 적대계급에 어울리지 않는 대접이다. 더구나 남쪽 가족을 만나 돈과 선물을 받으면 그 자손들까지 남쪽을 선망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입장에선 이산가족 상봉 규모가 커질수록 적대계층을 더 늘리는 일이다. 그러니 아무리 남쪽에서 대규모 이산가족 상봉을 호소해봐야 먹혀들 리 없다.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은 인륜의 문제가 아닌 대남 전술적 차원에서 일부 적대계층에게 어쩔 수 없이 베푸는 호의일 따름이다. 이산의 한을 품고 눈을 감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우리에겐 가는 세월을 멈춰놓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심정은 세월의 태엽을 더 빨리 돌리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산가족이 줄어든다는 것은 남쪽을 동경하는 잠재적 체제 위험분자들이 그만큼 빨리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이산가족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어야 할 적대계급일 뿐이다. 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 201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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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설주 부친은 軍비행사, 모친은 중학교 교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부인인 이설주의 아버지는 공군 비행사(조종사) 출신으로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근무했다고 북한 소식통이 11일 밝혔다. 이설주의 어머니는 중학교 교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설주가 유명한 가수 출신이어서 김정은과 결혼하기 전부터 이설주 가족은 청진 주민들에게 잘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 비행사는 6촌까지 출신 성분을 조사해 선발하기 때문에 상류 계급에 속한다. 그러나 권력 핵심층에 들어가기는 어려워 중산층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 대신 가족 중에 비행사가 있으면 죄를 지어도 가벼운 처벌을 받는 등 특혜를 받는다. 비행사가 신변 문제로 고민하면 기수를 돌려 남쪽으로 귀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설주의 가족이 있는 청진에는 공군 부대는 없다. 다만 대대장 이상 공군 고위 장교를 양성하는 공군사관학교 격인 공군대학이 수남 구역에 있다. 이설주가 24세로 알려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버지는 최소한 50대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그는 현직 비행사이기보다는 공군대학 교관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7월 이설주의 신원이 처음 공개되자 청진 주민들 사이에선 ‘이설주의 집이 수남 구역에 있으며 아버지가 대학 교원이고 어머니는 의사’라는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이설주가 김정은의 부인이 된 뒤 아버지의 근황이 외부에 공개된 적은 없다. 이설주는 한국의 초등학교 4학년까지의 과정에 해당하는 소학교를 졸업하고 평양 만경대 구역의 금성 제2고등중학교에 진학했다. 어린 시절부터 공연단에 뽑혀 일본과 한국에 파견될 정도로 뛰어난 미모와 재능을 인정받았다. 6년 과정의 고등중학교 과정을 마친 이설주는 한국의 예술전문학교 격인 3년 학제의 금성 제2고 전문반에 진학했다. 금성 1, 2고는 북한 최대 예술인재 양성 기지에 해당한다. 북한 최고의 예술단인 모란봉악단의 예술인 대다수도 이 학교 출신들이다. 북한에선 ‘김정일이 생전에 이설주를 며느릿감으로 찍었으며 이후 이설주가 1년 정도 사라졌다가 다시 모란봉악단에 출근했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이설주가 김정은의 부인으로 공개된 뒤 그의 모란봉악단 시절 공연 DVD가 불티나게 팔렸지만 이후 국가가 시청 금지령을 내려 다시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 사이에선 “김정은이 학력이나 가정환경 등 모든 점에서 훨씬 나은 여성을 택할 줄 알았는데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여가수를 선택한 것이 의외”라는 이야기가 퍼졌다고 한다. 노년층 중에서는 지도자가 부인과 팔을 끼고 다니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으며 이설주의 옷차림이 경박하다는 비난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년층에선 대체로 이설주의 파격을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이설주의 등장 이전에는 미혼 남녀가 대낮에 팔짱을 끼고 다니는 것을 강연 등을 통해 비판하고 엄격히 통제했다. 하지만 김정은 부부가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고 다니는 모습이 공개된 뒤론 이런 비판이 사라지고 연인들은 “맘 놓고 팔짱을 끼고 다닐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이설주의 패션을 따라하는 열풍도 불고 있다. 김정은의 머리 스타일도 북한에서 엄격히 통제했지만 “지금은 청년들이 너도나도 따라하는 등 젊은 지도자 부부의 패션과 머리 스타일이 북한의 보수적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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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드먼 “김정은 딸 이름은 주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딸 이름은 ‘주애’라고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 농구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52)이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9일 밝혔다. 로드먼은 “나는 김정은의 딸 주애(Juae)를 안았고, 미즈 리(이설주)와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김주애는 북한에서 흔한 이름은 아니다. 김정은이 딸 이름을 주애로 지은 것은 이설주의 이름에서 ‘주’자를 따왔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김 씨 일가는 보통 부모의 이름자를 따서 자녀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았다. 김정일은 부친인 ‘김일성’에서 ‘일’을, 모친인 ‘김정숙’에서 ‘정’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김일성과 김성애 사이에 태어난 김정일의 배다른 남동생들도 ‘일’자를 돌려 ‘평일’ ‘영일’로 지었다. 김정일은 자녀의 이름을 자기 이름의 ‘정’자를 따서 ‘정남’ ‘정철’ ‘정은’ ‘여정’이라고 지었다. 물론 아들과는 달리 딸은 예외적인 경우가 더 많다. 김정일의 누이동생은 경희, 이복 여동생은 경진이며 김정일과 정식 부인인 김영숙 사이에 태어난 딸 이름은 설송이다. 김정은과 이설주의 이름을 따면 ‘은주’라는 이름이 만들어질 수 있으나 김정은은 자신의 이름자 대신 이설주의 이름자를 따서 붙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설주에 대한 사랑이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주애도 ‘이설주를 사랑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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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간 CIA비밀요원 행세, 놀면서 봉급 챙겨

    “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1급 비밀요원이다.” 이런 거짓말로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12년 동안 무려 88만6000달러(약 9억6900만 원)의 보수를 받아온 미국 환경보호국(EPA) 관리가 체포됐다. 정부 인사가 비밀요원을 사칭하며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5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EPA의 선임정책고문인 존 빌 씨(64)는 2000년부터 일을 하지 않고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등에 장기 체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 국장이 이유를 물으면 “나는 CIA를 비롯한 정보기관에서 1급 기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말에 EPA의 어느 누구도 빌 씨의 여행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이렇게 12년 동안 빌 씨는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프린스턴대 석사 출신인 빌 씨는 대기 및 방사능 관련 업무를 맡고 있지만 관련 업무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도 월급은 물론이고 인센티브와 보너스까지 꼬박꼬박 챙겼다. 연봉도 꾸준히 올라 2013년 16만4700달러에 이르렀다. 동료들은 빌 씨가 항상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며 다녔다고 말했다. 빌 씨는 결국 재판에 회부됐다. 검찰은 그에게 최고 3년의 징역형과 50만7200달러의 벌금을 구형할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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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 송사리 17일이면 다 크는데 슬로베니아 도롱뇽은 15년이나 걸려

    세상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척추동물은 아프리카 남부 모잠비크의 사바나 지역 물웅덩이에서 사는 송사리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영국 BBC방송이 5일 보도했다. ‘노토브란키우스 카들레치(Nothobranchius kadleci)’로 명명된 길이 약 3.1cm인 이 송사리는 약 15일간 부화기를 거쳐 깨어난 뒤 매일 자기 몸길이의 23%씩 자라 17일 뒤엔 알을 낳는다. 알로 태어나 2세를 남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달 남짓한 32일인 셈이다. 체코 연구팀 연구에 따르면 송사리의 생애가 이처럼 짧은 것은 극단적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송사리가 사는 물웅덩이는 우기에 생겨났다가 3, 4주 뒤에 말라버린다. 이 기간에만 살 수 있는 송사리는 죽기 전 후대를 남겨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초단기간에 알을 낳는 특별한 생존방식을 갖게 된 것. 말라버린 물웅덩이 속에서 1년 넘게 잠들어 있던 알은 다음 해 비가 내리면 부화한다. 이 송사리와 비교되는 종은 슬로베니아의 깊은 동굴 지하수에서 사는 도롱뇽 ‘올름(olm)’이다. 밤도 낮도 없는 영원한 어둠 속에서 생을 재촉할 필요가 전혀 없는 올름의 수명은 무려 100년. 알에서 성체로 자라는 기간만 15년이다. 송사리와 올름은 “천천히 자라는 동물이 오래 산다”는 과학적 상식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다만 올름도 오래 살기 위한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을 개발했다. 먹이가 극단적으로 부족한 동굴에서 올름은 한 번 먹이를 먹은 뒤 10년 동안 굶어도 생존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그 이상 굶주릴 때는 자신의 내장을 흡수해서 버티는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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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주성하]적기가(赤旗歌)

    ‘적기가(赤旗歌)’는 시체를 앞에 놓고 분노에 치를 떨 때 불러야 제 맛이다. 노래 자체가 ‘민중의 기, 붉은 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 시체가 식어 굳기 전에 혈조는 깃발을 물들인다’는 맞춤형 구절로 시작된다. 인간은 누구나 분노한다. 그러나 어떤 분노인가에 따라 인간의 행동도 달라진다. 공포의 사슬 안에 갇힌 분노는 힘이 없다. 반면에 죽음의 공포라는 사슬을 끊어버린 분노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괴력을 만든다. 적기가는 죽음과 비장함을 감정적 배경으로 깔고 인간의 분노를 용솟음치게 만들어 죽음을 불사하게 하는 투쟁의 노래다. 인간이 이성적이라면 전장에서 전우가 옆에서 죽어갈 때 나도 저렇게 될 것이란 생각에 두려워 몸이 굳어져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우의 시체를 보면 분노에 눈이 뒤집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는다고 한다. 최근 시위가 끊이지 않는 중동에서 시위대 앞에서 순교자의 관을 메고 행진하는 것도 잘 계산된 전술이다. 사람들을 분노하게 해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들려는 것이다. 1930, 40년대 만주 빨치산이 적기가를 애창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투가 끝난 뒤 이성과 공포라는 인간 본연으로 돌아올 감정을 장례의식을 통해 다시금 분노로 승화시키는 데 적기가만큼 적절한 노래가 어디 있나 싶다. 6·25전쟁 때도 북한은 적기가를 통해 사람들의 분노의 감정을 계속 고조시켰다. 이 땅에선 적기가가 울려 퍼지는 곳에선 늘 피가 흘렀다. 적기가는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분노한 인간을 양산하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공산주의를 당 강령에서 파버린 오늘날의 북한은 혁명가요를 가장 겁내는 나라가 됐다. 3대 세습의 왕조를 만들고, 옛날 적기가를 부르며 싸웠던 사람들의 후손들이 대대손손 기득권을 물려받는 체제를 겨우 구축했는데, 이제 굳이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해 투쟁심을 고취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적대계층이라는 벗을 수 없는 신분의 굴레를 쓰고 분노를 씹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다만 이들에겐 죽음의 공포를 이길 용기가 없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북에서 살았던 때 적기가를 공식 행사에서 불렀던 기억은 한 번도 없다. 황장엽 비서가 망명했을 당시 북에서 적기가가 반짝 부각됐던 때는 있다. ‘비겁한 자야 갈라면 가라 우리들은 붉은 기를 지키리라’라는 후렴 때문이었다. 하지만 ‘갈 테면 가라’고 해놓고 탈북자들을 악착같이 잡아다 엄벌하는 것이 북한이다. 오늘날 북한은 비겁한 자가 아니라 가장 용감한 자가 떠나는 나라가 됐다. 북한에선 적기가뿐 아니라 ‘목숨 걸고 혁명에 나서라’고 추동하는 다른 혁명가요들도 시대착오적 노래가 된 지 오래다. 그 대신 김정일 부자 찬양과 충성을 고취하는 세뇌의 노래만이 차고 넘친다. 만약 북한에서 ‘적기가’를 부르는 비밀 모임이 적발된다면 정신병자라는 딱지가 붙어 수용소에 종신 격리될 것이 분명하다. 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 201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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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4세 ‘철의 여인’

    득실거리는 상어와 독성 해파리 떼, 거센 파도와 빠른 물살로 인간의 맨몸 수영 종단을 용납하지 않았던 미국 플로리다 해협이 마침내 한 여인에게 ‘꿈의 기록’을 허락했다. 52시간 54분 18.6초 동안 110마일(약 177km)을 헤엄친 여인의 나이는 놀랍게도 환갑을 훌쩍 넘긴 64세였다. 외신은 미국 장거리 수영선수 출신인 다이애나 나이어드 씨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오전 9시 쿠바 아바나 헤밍웨이 계류장을 떠나 2일 오후 2시경 플로리다 키웨스트 해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을 트위터에 남겼다. 온몸이 퉁퉁 불은 채 해변에 도착한 나이어드 씨는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포기하지 말아야 하며 꿈에 도전하기엔 절대 늙은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나이어드 씨는 1978년 처음으로 플로리다 해협 종단을 시도한 이후 다섯 번째 도전 만에 목표를 이뤘다. 네 차례의 실패는 해파리 떼와 조류, 폭풍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해파리를 이기기 위해 특수 장갑과 양말을 준비했다. 밤이면 수면 위에 떠오르는 해파리 떼를 피해 특수 실리콘 마스크를 썼다. 이 때문에 수영 시간이 더 길어졌다. 40분에 한 번씩 물 위에서 계란 스크램블과 파스타 등 음식을 먹었다. 그의 기록 달성을 돕기 위해 35명으로 만들어진 팀이 여러 척의 배를 타고 함께 나섰다. 이들은 상어를 쫓기 위해 미세한 전류를 물에 흘려보냈고 방향을 인도하기도 했다. 나이어드 씨는 1975년 뉴욕 맨해튼 주변 45km를 8시간 만에 헤엄쳐 주목 받았고, 1979년 바하마에서 플로리다까지 102마일(약 164km)을 27시간 반 만에 건넜다. 2011년 재도전하기 전까지는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의 해설자와 리포터로 일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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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주성하]하나원에서 내 종교 선택하기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에 입소하는 탈북동포의 대다수는 종교에 관해선 백지상태다. 물론 중국에서 교회를 다녔던 사람들도 일부 있지만 대개 신앙심은 깊지 않다. 탈북동포들에게 종교 체험 기회를 주기 위해 하나원은 내부에 교회 성당 법당을 두고 있다. 일요일이면 탈북동포들은 북한에서 ‘제국주의자들의 사상적 침투의 아편’이라고 배웠던 그 종교를 직접 가서 체험한다. 교회 성당 법당을 하루씩 가서 체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탈북동포들이 어느 곳에 갈지를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은 그곳에서 뭘 받느냐이다. 교회에선 일요일마다 간식은 물론 액세서리 양말과 같은 선물을 준다. 성당에선 교회처럼 자주 주지는 않지만 탈북동포들이 3개월의 하나원 생활을 마치고 퇴소할 때 시계 등의 선물을 한꺼번에 준다. 법당은 주는 것이 거의 없다. 그 대신 2박3일간 경상북도 경주를 방문해 문화탐방을 할 기회를 제공한다. 알고 보면 상당한 돈이 드는 일이다. 일요일 저녁이면 탈북동포들은 모여 앉아 “오늘 교회에선 무엇을 주고 성당에선 무엇을 주더라”는 정보를 교환한다. 이는 “기독교는 돈이 많대”, “불교는 돈 생기면 땅만 많이 사놓는대” 하는 식의 풍문과 맞물려 특정 종교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케 한다. 하나원에서 탈북동포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교회 성당 법당 순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순서는 변함이 없다. 예전에는 교회를 열심히 다녀 선물을 챙기다가 퇴소를 앞두고 나갈 때 한꺼번에 선물을 많이 주는 성당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자 수녀님들은 선물 제공을 출석률에 연계하게 됐다. 탈북동포들은 하나원을 나와서도 대다수가 교회를 다닌다. 소수가 성당을 다니고 절에 다니는 사람은 드물다. 아마 하나원 시절 받은 인상의 영향이 클 것이다. 실제로 남쪽에서 탈북자들의 정착을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하고 돈도 많이 쓰는 종교가 기독교다. 중국에서 탈북자 구호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목사나 전도사들이 많다. 물론 부정적 사례도 있다. 몇 년 전까진 “중국에서 죽을 뻔했을 때 하나님이 꿈속에 나타나 기적적으로 구해주셨다” 정도면 교회에서 간증을 하라고 불러주었는데, 요즘은 북한에서 지하교인이나 봉수교회 전도사 정도는 했다고 주장해야 불러준단다. 탈북동포들이 종교를 선택하는 과정을 보면 훗날 북한에 종교적 자유가 허락됐을 때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기독교가 하나원에서처럼만 하면 북한도 금방 교회로 차 넘칠 것 같다. 기독교계는 평양을 제2의 예루살렘으로 만들려는 꿈을 꾸고 벼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지금 같아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천주교와 불교가 통일 후 북한 주민들에게 더 많이 전파되려면 지금부터라도 탈북동포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종교계의 경쟁을 부추기려는 건 아니지만 북한 동포를 돕는 일을 굳이 먼 훗날로 미룰 필요가 있나 싶다. 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 201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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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 전역 ‘분노의 금요일’ 유혈충돌… 사망자 속출

    《이집트 군부가 14일(현지 시간) 반정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면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민중 시위로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30년 장기 독재를 끝낸 이집트의 ‘아랍의 봄’은 이번 ‘대학살 참극’으로 내일을 알 수 없는 ‘피의 겨울’로 접어들었다. 국제사회는 이집트 유혈 사태를 한목소리로 규탄했지만 뾰족한 해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 군부가 14일(현지 시간)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면서 정국은 격랑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이번 시위 진압은 ‘대학살’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무장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어 이집트 사태는 군부와 시위대의 ‘무장 유혈 충돌’로 악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무슬림형제단이 군부의 무력 진압에 항의해 ‘분노의 금요일’ 시위를 촉구한 16일 이집트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카이로의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모였던 이슬람 시위대 수만 명은 금요예배를 마친 뒤 람세스 광장에서 출발해 시내 중심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이집트 지중해 도시 다미에타에서 시위대 8명이, 북동부 이스마일리아에서 4명이 각각 군부와의 충돌 과정에서 숨졌다. 수도 카이로에서 검문소 경찰 1명이 괴한의 습격으로 숨지는 등 유혈사태가 이어졌다. 형제단은 성명을 내고 “순교자를 잃은 슬픔과 고통에도 군부의 범죄에 대한 우리의 각오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아나톨리통신은 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집트 정부군이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야전병원에 불을 질러 시신을 불태웠다고 전했다. 앞서 이집트 과도정부는 전국에 한 달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야간통행금지령 등 계엄 조치에 따라 군인과 경찰에 대해 필요하면 실탄을 발사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하지만 시위대가 통행금지령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혀 당분간 유혈 충돌이 지속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5일 이집트 정부와 무슬림형제단 측에 ‘최대한의 자제심’을 발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안보리는 이날 이집트 사태 관련 긴급회의를 비공개로 열었지만 결의안이나 의장성명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안보리의 대응 방식 중 가장 수위가 낮은 의장 구두 발언으로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사국 간 견해차가 크며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유럽연합(EU)은 내주 초 이집트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집트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도 현실화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 휴가지에서 “이집트 과도정부와 보안군의 조치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특별성명을 발표한 뒤 다음 달로 예정됐던 이집트와의 연합 군사훈련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덴마크 정부는 세계은행과 국제노동기구를 통해 이집트에 공급해 온 530만 달러(약 59억 원)의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노르웨이는 이집트에 대한 군수물자 수출 허가를 전면 동결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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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자만 제공했다고? NO 난 아버지야!

    단순히 정자를 기증했다 하더라도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아버지 역할을 하고자 하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배우 스타로 '스피드2(1997년)'의 주인공으로 열연했던 제이슨 패트릭(47)이 전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거스(3)의 양육권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어 화제다. 패트릭은 16년간 알고 지낸 여자친구 대니엘 슈라이버에게 정자를 제공해 인공수정으로 2009년 아들 거스를 낳았다. 둘은 거스가 태어난 이후 결별했다. 패트릭은 "단순히 정자를 제공한 게 아니라 거스의 아버지로서 양육에 공헌했기 때문에 공동 양육권이 있다"며 캘리포니아 법원에 친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 법률은 "임신하기 전 정자 기증자를 아버지로 인정한다"는 양측의 합의서가 작성됐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자 기증자의 친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자 제공자는 임신 여성과 혼인한 사이가 아니면 아이의 친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패트릭과 슈라이버 사이에는 양육에 대한 합의문서가 없다. 따라서 패트릭은 아이가 태어난 뒤 양육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한 점을 들어 친권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보도된 기사엔 패트릭과 슈라이버가 아들 거스와 함께 찍은 사진들도 있다. 하지만 결별 과정에 앙금이 남아있는 슈라이버의 말은 다르다. "내게 정자를 제공할 때 제이슨은 자신이 기증자라는 사실을 비밀에 부칠 것과 태어날 아이의 아버지 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붙였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제리 힐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이 최근 정자 기증자에게 아버지의 권리를 허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정치권으로 비화됐다. 법안은 정자 기증자가 공개적으로 아이를 자신의 친자로 인정하고,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면 친권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 법안은 13일 캘리포니아 주 의회 법사위원회에서 5대 2로 '보류'됐다. 부결이 아닌 보류여서 앞으로 결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번 '정자 제공자 친권 소송'의 배경에는 아버지 역할을 전혀 하지 않은 '정자 제공 생물학적 친부'를 아버지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논란도 깔려 있다. 레즈비언인권센터 등 법안 찬성자들은 친권을 주장하는 정자 기증자가 아이와 함께 살면서 자신이 아이의 아버지임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전미여성기구나 캘리포니아 입양법률가학회 등 반대자들은 정자 기증자들을 활용하는 싱글맘이나 동성 커플이 이 법안으로 인해 피해를 본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00만 명 이상이 이미 정자 기증으로 태어났고 매년 평균 3만 명이 정자 기증으로 태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제리 힐 상원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면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생물학적 아버지'에게 아버지 역할을 하도록 요구하는 소송도 잇따를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한다. 패트릭처럼 정자 기증자가 양육권을 인정해 달라고 소송을 내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지만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자녀 또는 어머니가 정자 기증자에게 친권 확인 및 양육비 제공 소송을 낸 경우는 여러 차례 있다. 미국에선 2006년 직장 동료에게 정자를 기증한 뉴욕의 한 의사에게 자녀 양육비를 부담하라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사례가 이어지면 미국에서 수많은 정자 기증자들은 어디선가 자녀가 '아빠'라고 부르며 찾아와 재산을 나눠 달라고 할 수도 있어 정자 기증을 피할 수도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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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김정은 “인민이 좋아하면 옳은 것” 파격적 경제실험

    북한은 지난해 8월 우수 공장 300여 개를 지정해 완전독립채산제에 기초한 새 관리방법을 시범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범농장에서 사실상 가구별로 땅을 나눠주는 등 지난해부터 경제 분야에서 파격적 개혁 실험을 하고 있다.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은 13일 “이 조치들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장기 경제개혁 구상과 관련이 있다”며 “이 실험의 성패가 향후 남북관계 회복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공장 독립채산제 8월 이후 확대될 듯 공장의 완전독립채산제는 과거 국가의 지시 아래 이뤄지던 생산 계획부터 물자 조달, 생산물 판매, 분배까지 전부 공장이 책임지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생산 의욕이 크게 높아져 근로자 1인당 20만∼30만 원의 월급을 주는 광산 및 수출피복 공장 등이 속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노동자 평균 월급 3000원보다 최대 100배가량 많은 것이다. 현재 북한에선 1달러가 7500원에 환전된다. 북한은 1년 동안 독립채산제 방식을 실험해 성과를 거두면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올해 8월 이후 보다 많은 공장에 독립채산제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와 함께 간부들의 사상의식에도 변화가 일어나 실리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농촌에선 지난해 전국적으로 몇 개의 시범농장을 선정해 2, 3가구별로 땅을 나눠주고 농사를 짓게 하는 ‘포전(圃田·논밭이라는 뜻의 북한어) 담당제’를 실험했다. 2, 3가구도 다시 땅을 나눠 가구별로 농사를 짓다 보니 포전 담당제는 사실상 개인농과 다름없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식량 12t을 분배받은 농가까지 나오는 등 생산이 크게 증대됐다. 북한은 이에 힘입어 올해는 도마다 여러 농장을 시범농장으로 정했다고 한다. 시범농장으로 지정된 농장에선 농민들이 3월부터 거름을 생산하고 하루 종일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등 다른 협동농장과 확연히 대조적인 분위기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북한의 이 같은 개혁실험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장기 경제개혁구상과 관련이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 “김정은, 개혁 위해 국제신용 잃지 않으려 개성공단 유지”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해 초 경제 분야를 시찰하면서 “한 개 국가라는 게 몇십 년 동안 똑바른 경제발전전략도 없이 일하고 있다”며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는 “인민 생활 회복을 위해 실정에 맞는 새 경제관리방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인민이 좋아하면 그것이 옳은 것이며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노동당 행정부 산하에 경제발전전략을 연구하는 ‘전략문제연구소’가 신설됐다. 북한의 대표적 경제개혁파인 박봉주 총리를 올해 4월 기용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개성공단 유지는 전략적 판단 때문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도 김정은의 장기 경제개혁 구상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은 북한에 개성공단은 한국 언론에서 언급하는 ‘달러 박스’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은은 젊기 때문에 단순히 개성공단에서 연간 벌어들이는 9600만 달러(약 1070억 원) 정도만으론 자존심을 꺾으며 빌붙진 않는다”며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단 유지가 김정은의 장기 경제개혁 구상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북한의 경제개혁은 외부 투자가 필수적인데 공단 폐쇄로 신용을 잃으면 김정은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이 좌초돼 심각한 리더십의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이 향후 북한에 원조나 투자를 크게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한다는 것. 북한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해 장거리 로켓과 핵 실험, 전쟁 위기로 긴장상태를 고조시켜 오다 급기야 올해 4월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철수시킨 것은 의도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김정은은 지난해 4월 인민들에게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그래서 허리띠를 계속 조여야 하는 이유를 외부에서 만들려 했다”고 설명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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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주성하]핵배낭은 좀 웃겼다

    내가 위험 지역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2010년 11월 23일에 벌어진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보면서 깨달았다. 당시까지 나는 연료와 부품, 훈련 부족으로 구제 불능인 북한군에서 그나마 쓸 만한 병력은 포병이라고 믿었다. 전차병 복무 10년간 연료가 없어 전차를 한 번도 못 몰았다는 탈북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한 기갑부대는 유사시 전방까지 급히 기동할 동안 최소 절반은 고장 나거나 사고로 전복될 것이 확실하다. 해군 공군은 한미 연합군의 상대조차 되지 못한다. 그러나 포병은 갑자기 쏘면 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북한 내부 우상화 강연 원고를 보면 김정은은 신도 울고 갈 포병 천재란다. 김일성군사종합대 포병과에서 특별과외를 받은 김정은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포사격술’을 주제로 논문도 썼다. 2010년 1월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두 차례나 일제타격(TOT) 사격을 했을 때 사격 총지휘관이 김정은이었다. 그는 그해 1∼3월 매달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대학 논문을 시현한 포사격을 선보였다. 연평도 포격부대는 이렇게 1년 가까이 훈련된 북한 최정예 포병이다. 다른 포병은 사격 한 번 해보고 제대하면 다행인데 말이다. 그런데 이 최정예 포부대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연평도에 180여 발을 쐈는데 섬엔 불과 80여 발이 떨어졌다. 12km 앞에 빤히 보이는 그 큰 섬을 몇 달이나 훈련하고 쏘았는데 절반도 못 맞혔으니 신미양요 이래 처음 보는 명중률이었다. 그나마 섬에선 불발탄이 20여 발이나 수거됐다. 만약 북한이 청와대와 정부청사가 있는 광화문을 불의에 포격하면 어떨까. 이곳에서 북한까지 거리는 40km가 넘는다. 연평도 사례를 볼 때 북한이 이곳을 향해 수천 발을 쏜다 해도 이 중 절반 이상은 날아오다 힘이 빠져 경기 파주나 서울 은평구에 떨어질 것이고, 요행 광화문까지 날아와도 정작 정부청사보다는 오히려 0.6km 떨어진 동아일보 빌딩이 더 위험할 것 같다. 전쟁 나면 북한 포병의 형편없는 그 명중률이 제일 무섭다. 그 외엔 두려운 것이 없다. 누구는 북한의 생화학무기 생산 보유 능력이 세계 3위라며 걱정한다. 항생제나 백신도 생산 못하고, 화학공장은 고철로 변한 북한이 리얼리? 북한이 생화학무기를 쏜다면 나는 대피하지 않고 그 성능을 직접 관찰할 용의가 있다. 도대체 북한산 치고 쓸 만한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으니. 참, 정전협정 체결 60주년 기념일인 지난달 27일 북한 열병식엔 배낭에 핵마크를 붙인 군인들이 뜬금없이 등장해 나를 웃게 했다. 외부에선 북한제 핵배낭을 보곤 내가 북한제 생화학무기에 그러하듯 콧방귀를 뀐다. 저건 왜 나왔지. 국내 홍보용일까. 북한에선 “탁구공만 한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소문이 돈단다. 혹시 다음 열병식엔 핵마크를 붙인 탁구공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 201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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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달러 받고 ‘좋아요’ 1000개 클릭! 클릭!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돈을 받고 추천을 해 조작해 주는 회사들이 번창해 SNS 마케팅의 신뢰성이 무너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 보도했다. 일명 ‘클릭농장(Click Farm)’으로 불리는 클릭 조작 회사들은 방글라데시같이 인건비가 저렴한 개발도상국에서 수천 명을 고용해 가짜 추천을 무한정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중에는 5월 한국 극장에 걸렸다 혹평 속에 퇴장한 영국 애니메이션 ‘미스터 빌리: 하일랜드의 수호자’도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엉성한 스토리와 뒤떨어진 컴퓨터그래픽 탓에 한국 외의 다른 국가들에선 상영조차 못 했지만 공식 페이스북에는 ‘좋아요’ 추천이 6만5000여 개나 달렸다. 이집트와 방글라데시의 클릭농장이 단돈 271.4파운드(약 46만2000원)를 받고 추천수를 조작해 주었기 때문이다. 본인 인증 절차가 없어 가짜 계정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페이스북에선 ‘좋아요’를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 클릭농장은 추천 1000개를 만드는 비용으로 보통 15달러(약 1만6900원)를 요구한다. 반면 근로자들은 추천 1000개를 만들거나 트위터에 팔로어 1000명을 만들어 내는 대가로 1달러를 받는다. 방글라데시 다카의 한 클릭농장은 근로자들을 3교대로 ‘근무’하도록 하며 밤낮으로 단순 클릭 작업을 한다. 농장주는 자신이 다카에서만 2만5000명을 동원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근로자들은 창문에 빗장이 잠긴 열악한 작업장에서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며 열심히 클릭하는 대가로 1년에 겨우 120달러(약 13만5000원)를 번다. 클릭농장이 번창하는 이유는 선진국 기업들이 마케팅과 홍보를 위해 SNS에 적극 매달리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31%가 구매 결정을 내리기 전에 SNS를 참고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유튜브 조회 수, 트위터 팔로어, 구글플러스원 투표 등도 클릭농장에 돈만 주면 조작할 수 있다. 이런 클릭 조작은 SNS의 신뢰도를 깎아먹는 만만치 않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에 한 클릭농장의 관계자는 “우리는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다”면서 “비난은 일을 의뢰한 사람들에게 해야 한다”고 항변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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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꾸란보다 에로소설” 관타나모 무슬림 수감자들

    이슬람 테러 용의자들을 수감한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꾸란보다 더 인기 있는 책은 지난해 ‘여성을 위한 포르노’라 불리며 베스트셀러가 된 에로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관타나모 수용소를 돌아본 짐 모런 미국 하원의원은 지난달 31일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관타나모 캠프 7에 수감된 재소자들은 꾸란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더 원한다”고 말했다. ‘캠프 7’은 관타나모 수용소 내 최고 보안등급 구역으로 2001년 9·11테러 용의자 5명을 포함해 주로 테러 혐의를 받는 이른바 ‘고위험’ 재소자들이 수감된 곳이다. 영국 작가 E L 제임스가 쓴 3부작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지난해 출판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 모으며 70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성적 유희를 위한 도구로 눈가리개와 쇠고랑 등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지난해 영국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론자인 모런 의원은 최근 버지니아 상·하원 의원들과 수용소를 찾아 재소자들의 실태를 파악했다. 수용소 측은 “고위험 재소자들과 관련해 보편적 사안 외에는 논평하지 않는다”며 이 책과 관련한 모런 의원의 발언에 대해 확인을 거절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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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마약단속국 실수로 나흘 감금… 한인대학생 46억 배상받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마약단속국(DEA) 조사실에 나흘 반 동안 감금돼 방치됐던 한인 교포 대학생이 지난달 30일 미국 정부로부터 410만 달러(약 46억 원)의 배상금을 받았다.캘리포니아의 한 주립대를 다니던 대니얼 정 씨(25·사진)는 지난해 4월 20일 마리화나를 피우려고 친구들과 함께 대학 인근의 한 집을 찾았다가 DEA에 체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수많은 마약과 여러 정의 총기, 수천 발의 탄약을 찾아냈다. 정 씨는 DEA의 조사실에서 우연히 체포됐다는 것을 증명했고 곧 석방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하지만 담당 조사관은 정 씨를 석방한 줄로 착각하고 퇴근해 버렸다. 다음 날은 주말이어서 외딴 조사실에 갇힌 그를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가로 세로 1.5×3m의 창문도 없는 방에 갇힌 정 씨는 소리도 지르고, 화재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 보려고도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설상가상으로 이틀 뒤엔 조사실의 불도 꺼져 그는 캄캄한 방에서 환각 증세에 시달려야 했다. 정 씨는 살기 위해서 의자에다 오줌을 받아 마셔야 했다. 안경을 깨서 손목에 ‘엄마 미안해’라는 글을 새기려고도 했다. 감금 나흘 만에 발견된 정 씨는 온몸에 배설물을 뒤집어쓰고 탈진한 채 쓰러져 있었다. 정 씨의 체중은 나흘간 6.8kg이 빠졌다.정 씨 변호인단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2000만 달러의 소송을 냈다. 정신과 의사는 정 씨의 상태가 참전 노병들이 겪는 전쟁 후유증보다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1년 만에 410만 달러에 합의가 이뤄졌다. 배상금은 세금이 없어, 변호사비 20%를 제외한 약 330만 달러(약 37억 원)가 정 씨 몫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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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쇠고기 햄버거’ 8월 英서 첫선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쇠고기 햄버거가 다음 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요리 축제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28일 보도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연구진이 개발한 무게 5온스(약 142g)의 이 햄버거는 소의 근육조직을 배양해 키운 줄기세포로 만들었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쌀알 크기로 키워낸 인공육 3000개를 다져 햄버거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해 10월 일반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배양 기간이 길어져 출품이 늦어졌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이 햄버거의 맛을 당장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육 버거의 생산 비용이 무려 25만 파운드(약 4억2800만 원)에 이르기 때문. 비용 문제로 현재로서는 육류를 대체하기 어렵지만 연구진은 앞으로 연구가 진척돼 대량생산이 이뤄질 10년 뒤에는 육류 수요를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험실 햄버거가 상용화되려면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쇠고기의 맛이 진짜 쇠고기와 차이가 나기 때문. 또 인공육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도 무시할 순 없다. 영국 식품안전청(FSA)은 식품의 안전성과 영양성분이 일반 고기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과학적 증거가 있어야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육 판매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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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김광호 압송조’ 中에 파견

    중국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 시에서 14일 중국 공안에 체포된 재탈북자 김광호 씨 가족 5명을 북송하기 위해 북한이 20일 보위부 특별대표단을 옌지에 파견해 중국 당국과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공안의 고위 소식통은 28일 “김 씨 가족을 무조건 북으로 데려오라는 특명을 받은 보위부 대표단이 1주일 넘게 머물며 김 씨 가족의 북송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보위부가 김 씨 일가 북송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확인돼 이번 사안은 남과 북의 외교력 싸움으로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씨와 아내, 딸은 남북한의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어 중국은 어느 쪽의 손도 들어 주기 어려운 실정이다. 조태용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김 씨 가족에 대한 영사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와 당시 약혼녀였던 김모 씨는 2009년 8월 함께 한국에 입국한 뒤 결혼해 딸을 낳고 살다가 지난해 10월 북한에 들어갔다. 이어 김 씨는 올 6월 가족과 함께 다시 중국으로 나와 옌지에서 머물며 한국으로 오려고 시도하던 중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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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신 다이제스트]이라크 교도소 2곳 피습… 알카에다 대거 탈옥

    이라크 정치범과 테러범들이 수용된 바그다드중앙교도소(옛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와 인근 교도소가 21일 알카에다 추정 세력의 공격을 받아 알카에다 조직원을 포함해 최소 500명의 수감자가 탈출했다. 이라크 당국은 이날 오후 9시 30분경 박격포 등으로 중무장한 무장 세력이 교도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교전은 다음 날 오전까지 10시간 동안 이어져 최소 25명의 경비 병력과 20여 명의 수감자가 숨졌다.}

    • 201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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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신 다이제스트]이-팔 3년만에 평화회담 재개… 이번주 실무회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이 3년 만에 재개된다. 중동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9일 “양측이 평화협상을 다시 여는 데 합의했으며 다음 주 워싱턴에서 회담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케리 장관이 협상을 거부하는 팔레스타인에 “양측의 국경선을 1967년 이전의 국경선으로 보장하겠다”는 서한을 보내 협상이 재개됐다고 전했다.}

    • 201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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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주성하]백두산줄기와 낙동강줄기

    북한에서 잘 나가자면 ‘줄기’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야 한다. 최고의 줄기는 ‘백두산줄기’다. 백두산줄기는 김일성과 함께 빨치산을 했던 동료들과 그 후손을 말한다. 아무리 뛰어난 전공을 세운 빨치산이라 해도 김일성부대가 아니라면 백두산줄기로 인정받지 못한다. 북한을 기업이라 가정하면 백두산줄기는 창업주 세대다. 보스인 김일성이 1세대, 김정일은 2세대, 김정은은 3세대에 해당한다. 김 씨 왕조에서 백두산줄기는 일종의 성골, 진골이라 할 수 있는데, 그나마 60년 넘은 권력 투쟁 가운데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빨치산 출신은 많지 않다. 백두산줄기를 타고 태어났으면 중앙당 간부 정도는 해야 정상이다. 북한에서 두 번째로 치는 줄기는 ‘낙동강줄기’다. 이들은 6·25전쟁에 북한군으로 참전한 사람들과 그 후손들이다. 낙동강줄기는 기업으로 치면 공격적인 확장을 하다 부도날 뻔한 회사를 목숨 걸고 지킨 가신그룹이라 할 수 있다. 백두산줄기와 비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자식들까지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고, 간부로 승진할 때 가산점을 인정받는다. 현재 북한이라는 썩은 고목이 넘어지지 않게 지탱해주는 양대 뿌리가 바로 백두산줄기와 낙동강줄기이다. 북한은 빨치산 출신들에겐 주치의까지 붙여 건강을 돌보고, 부족한 것 없이 물자를 공급해줬다. 그래도 세월은 감당할 수 없어 현재 백두산줄기의 1세대 중엔 소년빨치산 출신인 이을설 원수(92세)만이 생존해 있다. 하지만 낙동강줄기에겐 그런 특혜가 없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에 6·25전쟁 참전자라고 해서 식량배급을 따로 해주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출신성분이 좋다보니 본인이나 자녀가 간부로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았고, 따라서 굶어죽을 가능성도 낮긴 했다. 낙동강줄기는 1990년대를 변환점으로 대다수가 은퇴해 지금까지 별 관심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해 말 노동당 각 지방조직에 참전노병을 찾아내 7월 27일까지 죽지 않게 하라는 특명이 하달됐다. 부랴부랴 노병들에게 주치의가 붙고 특별공급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일인 ‘7·27 전승절’ 기념행사를 올해 최대 국가행사로 정해 준비에 올인하고 있는데 여기에 정작 노병들이 빠지면 행사의 의미가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에서 노병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1953년에 20세였다고 가정해도 지금은 80세가 된다. 북한 남성의 평균수명이 65.6세로 한국보다 12세나 낮은 점을 감안하면 북한에서 80세 노병을 찾기는 한국에서 92세 이상 노병을 찾기만큼 어렵다. 며칠 뒤 열리는 북한의 전승절 행사장에 과연 몇 명의 참전노병이 나타날 수 있을지 흥미로운 관심사다. 물론 북한이 노병쯤이야 못 만들어낼까 싶지만…. 요행히 생존한 노병들이 주석단에 원수복을 입고 등장할 손자뻘 김정은을 보면서 만세를 외칠 기력이나 마음은 있을지 모르겠다. 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 201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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