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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발생한 16개월 입양아 A 양 사망 사건은 아동학대 정황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었던 관련 기관들의 여러 허점이 겹쳐 생긴 비극이었다. 경찰은 A 양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를 3차례 받아 조사했지만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 민간기관으로 조사 권한이 제한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부모의 일방적 진술에 기대 상황을 파악했다. A 양의 집 가까이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던 인근 주민센터 아동복지 담당 공무원은 A 양 사망 후 이틀이 지나도록 사건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문제없다” 부모 말만 믿은 아동보호전문기관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A 양 사망 당일인 13일 오전 11시경 A 양의 부모와 통화하면서 A 양의 상태와 관련해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다”는 답변을 들었다. 당시 A 양은 뇌와 복부에 큰 상처를 입고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도착한 상태였다. 5월부터 4개월간 학대 의심 정황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상황에서 A 양 부모의 주장이 사실인지 면밀한 검증이 필요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신속한 현장 확인이나 경찰 신고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날 A 양이 치명적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경찰에 알린 것은 병원 측이었다. A 양의 몸에서 복합골절 등 학대 정황이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A 양은 결국 이날 오후 6시경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A 양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두개골 골절과 복부 출혈 등 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상처가 있다는 1차 구두 소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의심 가정의 1차 조사를 맡고 있지만 민간기관이어서 조사에 한계가 있다. 부모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거짓말을 해도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하기 어렵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영유아의 경우 부모가 “문제가 없다”고 거짓말을 해도 제대로 따지기 어려운 구조다. 관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A 양 입양 이후 8개월 동안 아동학대 문제로 3차례나 경찰 조사가 이뤄진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조사 때마다 양부모의 말을 믿고 A 양과 양부모를 적극 분리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A 양을 진료한 의사는 아이 영양 상태가 의심돼 112에 신고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 입안에 염증이 나 음식물 섭취가 어려워 체중이 줄었을 뿐”이라는 양부모의 해명을 듣고 학대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 역시 A 양 부모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 내렸다. 해당 의사는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도 800g에서 1kg이 빠지기 어렵다”고 진술했지만 기관과 경찰은 부모 말을 더 신뢰했다. 경찰은 A 양이 결국 사망하자 이제야 A 양 부모를 아동학대 혐의로 재차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의사는 학대 정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전문가 판단을 좀 더 신뢰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A 양 집 코앞에 있던 주민센터도 몰랐다 주민센터 등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 역할도 아쉬운 대목이다. 동마다 있는 주민센터 소속 아동복지 담당 공무원은 아동학대 의심 가정에 확인 방문을 할 수 있어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 가정방문을 통해 학대 정황을 발견하면 신고의무자로서 경찰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이 학대 가능성을 사전 인지하고 수시로 가정방문을 했다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도 있었다. A 양 주거지 인근의 주민센터는 불과 343m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본보가 숨진 A 양 관련 취재를 위해 15일 연락할 때까지 A 양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해당 공무원이 A 양 학대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던 경로는 거의 닫혀 있었다. 주민센터 담당관들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위기아동 명단을 접수한다. 시스템은 학대 피해 사실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예방접종, 학교 결석 여부 등 41개 정보에 근거해 분기별로 관리 대상 아동을 선정한다. A 양은 이 기준에 해당되지 않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은 A 양 학대 관련 정황을 지자체와 공유하지도 않았다. 현 규정상 정보 공유 의무가 없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지자체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의 정보를 알 길이 없고, 지자체가 관리하는 위기아동 정보 역시 공유되지 않는 상태”라며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유관 기관들 간 적극적인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박종민·김태언 기자 / 이규열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수료}
올해 2월 입양됐다가 아동학대로 추정되는 부상을 입고 숨진 16개월 유아의 양부모는 입양 8개월 동안 3번이나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에 착수했던 경찰은 모두 내사 종결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넘겼으며, 아동 관련 기관들은 경찰 신고 외엔 격리 조치 등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3일 서울 양천구에 있는 한 병원에서 숨진 A 양의 아빠(35)와 엄마(33)는 5월과 6월, 9월에 세 차례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특히 5월과 9월은 아이를 살펴본 병원 측이 신체에 의심스러운 상처 등을 발견하고 신고했다. 하지만 5월 25일 첫 신고 뒤 다음 날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6월 29일 두 번째 신고 때는 다음 달 부모를 입건해 수사했지만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린 뒤 8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9월 23일 세 번째 신고 역시 내사 종결에 그쳤다. A 양은 경찰의 마지막 조사가 끝난 지 20일 뒤인 13일 오후 6시경 숨을 거뒀다. 병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엄마가 데려온 A 양은 정밀검사 결과 두개골이 골절돼 있었으며, 뇌 손상이 발견됐다. 복부에도 다량의 피가 차 있었다고 한다. A 양의 입양을 진행했던 입양기관과 입양 이후 상황을 체크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아동학대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양기관은 5월부터 부모를 상대로 10여 차례 전화 또는 대면 상담을 진행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입양기관 측은 “신고 외엔 관여할 권한이 없었다”고 해명했으며, 담당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5일 “여성청소년과장을 팀장으로 점검단을 구성해 A 양 사망 이전의 신고 3건이 규정에 맞게 처리됐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A 양 부검 결과 아동학대 사실이 확인될 경우 부모를 입건할 방침이다.조응형 yesbro@donga.com·한성희 기자}

“애가 일주일째 음식을 제대로 먹질 않아요. 아무리 애써도 안 먹으니 화가 나요. 불쌍히 여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요.” 13일 세상을 떠난 A 양은 아직 만으로 두 살도 되지 않은 갓난아이였다. 하지만 엄마(33)는 아이가 밥을 잘 안 먹어 화가 난다고 했다. 자신의 아이를 ‘불쌍히 여기고 싶어도’란 표현도 썼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지난달 엄마의 진술 내용이다. A 양은 올해 2월 새로운 가족의 품에 안긴 입양아였다. 하지만 8개월 동안 여러 차례 의심스러운 일들이 벌어졌다. 입양기관은 10여 차례나 상담을 진행했으며,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발견돼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경찰도 3번이나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에 나섰다. 아이의 죽음을 막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뜻이다.○ “체중 1kg이나 빠진 아이, 가정방문도 거부” 입양기관 등은 5월부터 학대 정황을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양기관 측은 “진행한 상담 내용이 일반적이지 않아 담당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알렸다”며 “규정상 입양아 사후 관리 면담은 4차례 시행하도록 돼 있다. 10차례 넘게 진행한 것은 뭔가 의심스러워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A 양과 관련해 신고가 처음 접수된 건 5월 25일. 병원에서 아이 몸에서 멍을 발견해 기관에 신고했다. 그런데 하루 뒤 조사에 착수한 경찰은 혐의가 발견되지 않는다며 내사를 종결했다. 6월에는 “아이가 차 안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7월에 부모를 입건해 정식 수사에까지 나섰지만 ‘혐의 없음’으로 판단하고 불기소 의견으로 8월 검찰에 송치했다. 두 차례나 별다른 조치 없이 끝난 뒤에도 A 양의 상황은 계속 이상했다. 입양기관은 지난달 “아이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이에 엄마에게 연락해 “소아과를 방문해 A 양의 상태를 알려 달라”며 “가정을 방문해 확인하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엄마는 “건강상 문제가 없다.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잘 뿐”이라며 가정방문을 거절했다고 한다. 담당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해당 기관은 지난달 25일 입양기관에 “A 양의 체중이 5월 진료 때보다 1kg 정도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기관 관계자는 “한참 몸무게가 늘어날 시기에 오히려 빠진 건 아동학대로 충분히 의심할 상황”이라고 했다. 인근 소아과 원장이 영양실조를 의심해 신고했지만 이때도 경찰은 내사 종결로 마무리했다. 당시 “아이가 입안 상처로 이유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부모 측 해명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경찰은 9월 23일 소아과 원장을 상대로 신고 내용을 조사했고 A양 사망과 관련해 이달 13일 추가로 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5일 “점검단을 구성해 신고 3건을 규정에 맞게 처리했는지 확인하겠다”며 “사망 사건과 함께 이전 신고 내용도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A 양은 13일 오전 의식을 잃은 채 서울 양천구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오후 6시경 사망 판정을 받았다. 처음 학대 정황이 포착된 뒤에도 약 5개월 동안 부모와 함께 살았던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부모, 입양 심사에선 적극적 자세” 2월 3일 A 양을 입양한 부모는 이전 심사 과정에서는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양기관에 따르면 부모는 입양을 진행하며 열정적인 자세로 임해 긍정적인 점수를 받았다. A 양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도 강했고, 양육과 교육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관 관계자는 “가정 조사에선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다. 하지만 학대 정황을 발견하고도 비극을 막지 못해 모두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아동학대는 부모의 반발이 거셀 경우 보호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눈에 보이는 멍이나 상처 등 뚜렷한 증거가 없으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한다. 경찰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아동학대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주도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기관이 명확하게 판별해주지 않으면 경찰로선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보호 조치가 절차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동권리보장원(전 중앙입양원) 관계자는 “관계 기관이 검찰이나 법원에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있긴 하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쉽지 않다”며 “결국 현장에서 경찰에 협력을 부탁할 수밖에 없는데, 부모가 반대하면 경찰이든 관계기관이든 책임지고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사망한 A 양의 부모는 현재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다친 건 걸음마를 배우다 넘어져서 입은 상처”라며 아동학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조응형 yesbro@donga.com·한성희·박상준 기자이규열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수료}

“애가 일주일째 음식을 제대로 먹질 않아요. 아무리 애써도 안 먹으니 화가 나요. 불쌍히 여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요.” 13일 세상을 떠난 A 양은 아직 만으로 두 살도 되지 않은 갓난아이였다. 하지만 엄마(33)는 아이가 밥을 잘 안 먹어 화가 난다고 했다. 자신의 아이를 ‘불쌍히 여기고 싶어도’란 표현도 썼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지난달 엄마의 진술 내용이다. A 양은 올해 2월 새로운 가족의 품에 안긴 입양아였다. 하지만 8개월 동안 여러 차례 의심스러운 일들이 벌어졌다. 입양기관은 10여 차례나 상담을 진행했으며,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발견돼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경찰도 3번이나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에 나섰다. 아이의 죽음을 막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뜻이다.●“체중 1㎏이나 빠진 아이, 가정방문도 거부” 입양기관 등은 5월부터 학대 정황을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양기관 측은 “진행한 상담 내용이 일반적이지 않아 담당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알렸다”며 “규정상 입양아 사후 관리 면담은 4차례 시행하도록 돼 있다. 10차례 넘게 진행한 것은 뭔가 의심스러워서 그런 것”이라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A 양과 관련 신고가 처음 접수된 건 5월 25일. 병원에서 아이 몸에서 멍을 발견해 기관에 신고했다. 그런데 이틀 뒤 조사에 착수한 경찰은 혐의가 발견되지 않는다며 내사를 종결했다. 6월에는 “아이가 차 안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7월에 부모를 입건해 정식 수사까지 나섰지만, ‘혐의 없음’으로 판단하고 불기소 의견으로 8월 검찰에 송치했다. 두 차례나 별다른 조치 없이 끝난 뒤에도 A 양의 상황은 계속 이상했다. 입양기관은 지난달 “아이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이에 엄마에게 연락해 “소아과를 방문해 A 양의 상태를 알려 달라”며 “가정을 방문해 확인하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엄마는 “건강상 문제가 없다.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잘 뿐”이라며 가정방문을 거절했다고 한다. 담당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해당 기관은 지난달 25일 입양기관에 “A 양의 체중이 5월 진료 때보다 1㎏ 정도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기관 관계자는 “한참 몸무게가 늘어날 시기에 오히려 빠진 건 아동학대로 충분히 의심할 상황”이라 했다. 인근 소아과 원장이 영양실조를 의심해 신고했지만 이때도 경찰은 내사 종결로 마무리했다. 당시 “아이가 입안 상처로 이유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부모 측 해명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경찰은 13일에야 해당 소아과 원장을 상대로 조사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5일 “점검단을 구성해 신고 3건을 규정에 맞게 처리했는지 확인하겠다”며 “사망 사건과 함께 이전 신고 내용도 재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A 양은 13일 오전 의식을 잃은 채 양천구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오후 6시경 사망 판정을 받았다. 처음 학대 정황이 포착된 뒤에도 약 5개월 동안 부모와 함께 살았던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부모, 입양 심사에선 적극적 자세” 2월 3일 A 양을 입양한 부모는 이전 심사 과정에서는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양기관에 따르면 부모는 입양을 진행하며 열정적인 자세로 임해 긍정적인 점수를 받았다. A 양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도 강했고, 양육과 교육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관 관계자는 “가정 조사에선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다. 하지만 학대 정황을 발견하고도 비극을 막지 못해 모두 참담한 심정”이라 말했다.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아동학대는 부모의 반발이 거셀 경우 보호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눈에 보이는 멍이나 상처 등 뚜렷한 증거가 없으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한다. 경찰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아동학대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주도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기관이 명확하게 판별해주지 않으면 경찰로선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보호 조치가 절차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동권리보장원(전 중앙입양원) 관계자는 “관계 기관이 검찰이나 법원에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있긴 하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쉽지 않다”며 “결국 현장에서 경찰에 협력을 부탁할 수밖에 없는데, 부모가 반대하면 경찰이든 관계기관이든 책임지고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사망한 A 양의 부모는 현재 경찰 조사에서 “아이의 상처는 걸음마를 배우다 넘어져서 입은 것”이라며 아동학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한성희 기자 chef@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이규열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수료}
올 1월에 입양됐던 16개월 된 여아가 아동 학대로 추정되는 부상을 입고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아동의 부모는 지난달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13일 유아 A 양이 양천구 목동에 있는 한 병원에서 숨진 것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올 1월 현 부모에게 입양된 A 양은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에 뇌와 복부에 큰 상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양의 부모는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와 지난달 23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한 병원 원장이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이 데려온 A 양의 몸 상태를 체크한 뒤 수상한 점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A 양에 대한 부검을 신청한 상태다. 정확한 사망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않아 혐의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상금은) 더 어려운 이웃에게 쓰고 싶습니다.” 8일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이웃 주민 18명의 구조에 기여했던 ‘2802호 의인’ 구창식 씨(51)가 포스코 청암재단이 선정한 ‘포스코 히어로즈(영웅)’로 선정됐다. 구 씨 측은 “받을지 말지 고민이 컸다”며 재단이 제공하는 장학금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암재단은 “구 씨 가족은 위급한 화재 현장에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이웃을 구해냈다.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되기에 가족을 대표해 구 씨를 ‘포스코 히어로즈’로 뽑았다”고 14일 밝혔다. 2009년 제정된 포스코 히어로즈는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포스코 히어로즈 펠로십’을 통해 당사자인 의인이나 그의 자녀가 안정적으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구 씨를 포함해 모두 13명이 이 상을 받았다. 재단은 16일 구 씨 가족이 머무는 울산 남구의 임시 숙소를 직접 방문해 상패와 장학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펠로십 규정에 따라 구 씨의 대학생 딸이 장학금을 받게 됐지만, 구 씨 측은 이를 가족을 위해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구 씨의 부인 장현숙 씨(50)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장학금을 선뜻 받기가 망설여졌다”며 “처음엔 사양할까 했지만 그것도 도리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받은 뒤에 전액을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 씨 가족의 결정에 장학금 대상자인 딸 역시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장 씨는 “말을 꺼내자마자 딸이 당연하다는 듯 그러자고 했다. 앞으로도 혹시 어떤 식으로든 금전적인 지원이 올 경우엔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화재 당시 구 씨와 장 씨, 아들 모선 씨(25)는 28층 자택에서 대피하던 도중 미처 피하지 못한 주민 18명을 구하는 데 크고 작은 역할을 했다. 구 씨는 29층 테라스에서 아기를 안고 도움을 호소하는 임신부를 발견하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맨몸으로 난간을 부수고 대피시켰다. 이 가족은 30층에서 뛰어내린 가족 4명을 이불 등을 펼쳐 받아내기도 했다. 27층과 33층 주민들이 고립된 사실도 현장 소방대에 알려 구조를 도왔다. 재단 관계자는 “구 씨 등은 화재 당시 불똥이 여기저기 떨어지는 아수라장 속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며 “지상으로 내려와서도 병원보다 소방본부를 먼저 찾아 주민들의 구출 상태를 물어봤다고 한다. 살신성인의 희생정신과 사명감이 빛났다”고 말했다. 구 씨 가족의 의로운 행동이 동아일보(10월 13일 A1면)를 통해 알려진 뒤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13일 구 씨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를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 총리는 페이스북에 “구 씨 가족의 아름다운 사연에 콧날이 시큰거렸다”며 “정부의 고마움을 전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적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의 화재 사건에서 3층 테라스에 깔린 목재 덱(deck) 아래 빈 공간이 불을 키우는 ‘아궁이’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어떤 이유로 불씨가 덱과 시멘트 바닥 사이로 들어가 종이나 마른 나뭇잎 등에 옮겨 붙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1일 2차 합동감식에 참여했던 화재 전문가 A 씨는 13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감식 과정에서 목재 덱을 뒤집어 봤더니, 윗면보다 밑면에 그을음이 많았다”며 “아래 공간이 발화점으로 볼 수 있는 탄 흔적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울산지방경찰청 수사전담팀은 2차 합동감식에서 3층 테라스의 목재 덱을 발화점으로 지목했다. 그런데 해당 덱은 두께가 2㎝나 돼 웬만해선 쉽게 불이 붙기 어렵다. A 씨는 “이 목재 덱은 배수를 위해 곳곳에 틈새가 있고 바닥으로부터 30㎝ 정도 떠 있는 구조다. 아직 확인할 수 없는 이유로 불씨가 이 공간으로 들어와 종이나 나뭇잎 등을 태우며 잔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덱 아래는 적절하게 닫힌 공간인 데다 화재 당일 강풍까지 불며 산소를 공급해 불을 키우는 아궁이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커진 불이 결국 덱으로 옮겨 붙으며 화재가 커졌을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측은 해당 목재 덱을 뜯어내고 아래에 남아있던 잿더미를 샘플로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전담팀 관계자도 “국과수가 남은 재 성분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담팀은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미뤄볼 때 방화보다 실화로 인한 화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3층 테라스는 폐쇄회로(CC)TV가 있긴 하지만 반대편 놀이터 촬영용이라 화재 관련 영상 확보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울산=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살려주세요! 여기 아기가 있어요!” 8일 밤 대형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남구의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안. 2802호 주민 구창식 씨(51)는 같은 층에 있는 피난처를 오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족들과 급히 집을 빠져나왔지만 남아있는 이웃들은 없는지 걱정하던 찰나. 위층에서 날카로운 구조 요청이 들려왔다. 위를 올려다보니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29층 테라스에서 갓난아이를 안은 여성이 울부짖고 있었다. 여성도 배가 부른 임신부. 혼자서 움직일 상황이 아니었다. 구 씨는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곧장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수십 번 발길질로 베란다 난간 봉을 부순 뒤 아기와 임신부를 포함해 4명을 28층으로 대피시켰다. 대형 화재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0명. 울산 아파트 화재는 주민들과 소방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에 기적처럼 인명 피해를 피했다. 서로 도우며 위기를 벗어난 과정에는 ‘2802호 가족’ 구창식 씨네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12일 전해졌다. 도움을 받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구 씨 가족은 여러 가족의 구출에 애를 쏟았다. 구 씨와 아들 모선 씨(25), 부인 장현숙 씨(50)는 이날 최소 18명을 구하는 데 크고 작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옆집 주민 김모 씨(53)는 “갑자기 집으로 연기가 들어와 어쩔 줄 몰라 넋을 놓았다. 그때 장 씨가 안방 창문을 두드리며 ‘이쪽으로 나오라’고 해서 살았다”고 했다. 임신부 가족을 구했던 구 씨는 곧장 30층 가족도 구했다. 빠져나갈 길이 막힌 이들을 28층으로 뛰어내리게 해서 직접 받아냈다. 일반 아파트와 달리 주상복합이라 30층 바깥이 28층 야외테라스로 연결돼 가능한 선택이었지만, 무려 6m 높이로 쉽지 않은 모험이었다. 구 씨는 “맨몸으로 아이 한 명을 받은 뒤 아들과 이불을 펼쳐들고 나머지 3명을 받아냈다”며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당시로선 어쩔 수 없는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유리 파편에 발바닥 찢긴 줄도 몰라” ▼18명 구조한 ‘울산 가족’ 사다리 타고 올라가 탈출 돕고 창문 두드리며 “여기로 나오라” 3시간 구조 돕다 탈진해 응급실로“덕분에 살았다” 이웃 인사에 뿌듯3301호 가족 3명을 구하는 데도 구 씨 가족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최상층에 거주하던 이들은 연기를 마시고 실신 직전에 소방관들이 들어가 구조해 왔다. 당시 이들 중 한 명을 구조대원이 1층까지 업고 뛰어 내려간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때도 이들을 도운 게 구 씨였다. “가족 3명이 작은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겨우 숨만 쉬고 있는 걸 멀리서 봤어요. 정신이 없다 보니 무작정 뛰어내리려고 하기에 ‘거기서 뛰면 죽는다. 구조대가 가니 기다리라’고 목을 놓아 소리를 질렀어요. 아내가 ‘현관 비밀번호가 뭐냐’고 물어봐서 소방대 쪽에 알려줬죠.” 11일 임시 숙소에서 만난 구 씨 가족은 주위의 칭찬과 감사에 겸연쩍어했다. 구 씨는 “불이 난 뒤 살려달란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니 사람부터 구하고 봐야겠단 생각밖에 없었다”며 쑥스러워했다. 여전히 목이 쉰 구 씨는 180cm가 넘는 건장한 체격이었지만, 그날 일을 겪은 뒤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을 구한 뒤 1층에 내려와서는 탈진 증상이 와서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 “지상에 내려와 시계를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불이 나고 3시간이 훌쩍 지나간 상태였어요. 하도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거죠. 여기저기 부딪치고 깨지는 바람에 그제야 온몸에 상처가 가득하다는 걸 알았죠.” 상처가 가득한 건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모선 씨의 두 발은 멍과 상처가 가득했다. 급하게 맨발로 나와서 27층에 현재 상황 등을 알리느라 유리 파편이 가득한 바닥을 밟고 다닌 탓이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 와중에도 “아이들이 먼저”라며 이불을 찢어 이웃집 어린이들의 발을 감싸줬다고 한다. 모선 씨는 “그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당시엔 별로 아픈 줄도 몰랐다”며 “내려오고 나니 통증이 몰려왔다. 어제까지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며 웃었다. 구 씨 가족의 사연이 조금씩 알려지며 주민들은 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화재 이후 새로 만들어진 온라인 주민 대화방에는 “2802호 가족분들 덕분에 살았다” “(구 씨 가족의) 마음과 정성에 감동했다. 이런 게 바로 기적”이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구 씨 가족이 구한 3301호 주민들은 11일 밤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꼭 만나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며 장 씨의 손을 꼭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장 씨는 “그때 그분들이 불에 타 죽느니 뛰어내려서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를 보고 힘을 얻어 살았다며 고마워하셨다. 서로 돕는 게 당연한 건데 찾아와서 인사까지 하셔서 몸 둘 바를 몰랐다”고 말했다. 구 씨 가족은 10일 화재를 당한 2802호 집에 다녀왔다. 짐작은 했지만, 소중한 집은 완전히 타버려 형체가 남아있는 게 거의 없었다. 건질 만한 물건 역시 남질 않았다. 구 씨는 “솔직히 소중한 것 몇 개는 챙기고 싶은 마음이 순간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당연한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이웃들을 구했기에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울산=김태성 kts5710@donga.com·조응형 기자}

8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울산 남구 달동 소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는 화재 직전 실시한 소방안전점검 결과 연기 유입을 막아주는 제연설비와 방화문, 화재감지기 다수가 작동 불량이었던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번 화재는 주민들의 신속한 대피와 소방당국의 적절한 대응으로 중상자나 사망자가 없었다. 하지만 7, 8일 소방안전점검 결과와 구조대·주민 증언 등을 종합하면 화재 당일 주민들이 대피하던 계단으로 연기가 유입되는 등 자칫 중대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방재시설 일부 불량, 대피 중 계단으로 연기 유입 민간 소방시설관리 업체인 A업체는 7일과 8일 이틀간 소방시설 정기점검을 진행했다. 점검 결과 33층인 이 아파트의 각 층에 설치된 ‘급기 댐퍼’ 가운데 5, 6곳이 작동 불량이었다. ‘급기 댐퍼’는 화재 시 피난계단 등 방호 구역에 대량의 공기를 불어넣어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제연 설비다. 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주민들은 계단을 통해서만 대피가 가능하다. 이 설비가 고장 날 경우 계단으로 연기가 흘러들어 대피 도중 유독가스 흡입 등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로 사고 당시 대피했던 주민 다수는 “계단 쪽으로 들어왔을 때 2m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기가 침투해 있었다. 계단으로 탈출하는 동안 물에 적신 천으로 입을 가려야만 숨을 쉴 수 있었다”고 전했다. 평소 닫은 상태로 유지해야 하는 방화문이 화재 당시 일부 열려 있었던 것도 계단으로 연기가 유입된 요인 중 하나다. 화재 당시 옥상에 대피한 26명을 이끌고 지상으로 내려온 울산남부소방서 이정재 구조대장은 “대피 과정에서 일부 방화문이 개방돼 있었다. 계단에 연기가 차 있어서 대원들이 열려 있던 방화문들을 닫은 뒤 자연 배기가 되기를 기다려 탈출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화재 시 피난계단 한두 곳에만 틈이 생겨도 그 안으로 새어든 연기가 ‘굴뚝 효과’로 인해 계단 전체로 퍼질 수 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제연 설비에 문제가 생기거나 방화문 관리가 안 되면 피난계단은 의미가 없어진다. 일단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계단 전체에 퍼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발화 지점은 관리사무소 앞 3층 테라스 울산지방경찰청은 이날 화재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 결과를 발표하며 “아파트 3층에 있는 테라스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저층부에서 불이 타오르며 생긴 연기가 건물 내부를 통해 올라가면서 아파트 계단 쪽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전담팀 방경배 울산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3층 테라스 외벽에 ‘V’자 모양으로 그을음이 타고 올라간 흔적이 있고 시멘트 박리(녹아내림) 등이 확인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등 5개 유관 기관의 공동 의견으로 최초 발화지점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주민 증언 등을 종합하면 이 3층 테라스는 관리사무소 바로 앞에 위치해 있으며 나무로 된 덱과 정자 등 불이 쉽게 옮겨붙을 수 있는 시설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경찰은 전기적 요인뿐 아니라 실화와 방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아파트 관련 폐쇄회로(CC)TV 영상을 대부분 입수했지만 3층 테라스를 바로 비추는 CCTV 영상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오후 5시경 모두 퇴근해 사무소에서 발화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한 직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현호 한국화재감식학회 기술위원장은 “3층 테라스에서 화재가 시작된 뒤 외장재인 알루미늄 복합 패널을 타고 불길이 위층으로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건물 뒤쪽에서 바람이 불면서 불길이 순식간에 확산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울산=조응형 yesbro@donga.com·정재락 / 신지환 기자}

“이웃 주민들이 아니었으면 딸들을 영영 못 볼 뻔했어요.” 8일 밤 울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삼환아르누보 아파트의 주민 허모 씨(44)는 9일에도 여전히 눈시울이 빨개진 채 목소리가 떨렸다. 허 씨 부부는 화재 당시 9세와 14세인 딸들을 데리고 대피하다 갑자기 밀려든 연기 탓에 손을 놓쳐버렸다. 자녀 생사를 몰라 절망에 빠졌던 부부에게 아이들을 무사히 데려다준 건 바로 이웃 주민들이었다. 허 씨는 “길을 잃고 헤매는 아이들을 한 이웃이 데리고 옥상 피난처로 대피했다고 한다. 이웃들이 아니었으면 우리 모두 큰일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8일 오후 11시경 33층 외벽이 모두 불길에 휩싸였던 주상복합아파트 화재가 발생 약 15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울산소방본부는 “삼환아르누보 화재는 낮 12시 35분 대부분 불길이 잡혔으며, 오후 2시 50분경 진화를 완료했다”고 9일 밝혔다. 외벽을 타고 올랐던 불은 9일 오전 어느 정도 잡혔으나, 강풍주의보가 발효될 정도로 바람이 거센 데다 잔불이 계속 살아나 완전 진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아파트에는 393명이 거주하고 있었으나, 심각한 인명 피해는 나오지 않았다. 주민들은 “긴박한 상황에도 서로를 챙긴 주민들과 침착하게 대처해 준 소방당국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민들은 긴급한 상황에서도 이웃들을 먼저 챙겼다. 12층에서 화재 의심 상황을 확인한 주민은 곧장 119에 신고했고, 아파트 관리소에 상황을 전달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A 씨는 “여러 이웃들이 대피하면서 적극적으로 다른 집 문을 두드리고 벨을 눌러 피신을 종용했다. 아이나 노인 등의 이동도 적극 도왔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젖은 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막고 이동하는 등 대피 수칙을 잘 지킨 것도 피해를 줄였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의 대응도 발 빨랐다. 최초 신고를 받은 지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파악했다. 불이 번지자 대응 2단계를 조기 발령했고, 신속히 주민 대피를 도왔다. 화재 현장에는 소방 930명과 경찰 및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 75명 등 1005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소방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은 정밀 감식 이후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화재로 인한 연기 흡입 등으로 9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민 중 150여 명은 인근 호텔 등에 머무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울산=조응형 yesbro@donga.com / 강승현 기자}

소방당국의 발 빠른 대응도 대형 참사를 피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소방 선발대는 8일 오후 11시 14분 최초 화재 신고가 들어온 뒤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빨리 출동한 덕에 화재가 갑자기 커졌을 때도 대처가 신속했다. 한 구조대원은 20대 여성을 업고 33층을 계단으로 뛰어 내려오기도 했다. 울산남부소방서 소속인 이정재 구조대장은 김호식 소방교 등 3명과 함께 8일 밤 12시 무렵 33층에서 주민 3명을 찾았다. 이 대장은 “연기가 자욱한 집 안 방문을 열어보니 여성 3명이 창문 쪽에서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김 소방교가 먼저 상태가 가장 심각한 이모 씨(20)를 업고 내려간 뒤 이 대장은 나머지 여성들을 옥상으로 대피시켰다. 이 대장은 “무거운 장비를 든 채 성인 여성을 업고 내려가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김 소방교가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는 마음에 초능력을 발휘한 것 같다”고 했다. 소방당국이 15층 피난안전구역(대피층)에 전진지휘소를 설치해 진압을 이끈 것도 주효했다. 소방 관계자는 “이곳에 200여 명이 투입돼 교대로 아파트 곳곳을 돌며 인명 수색과 구조에 주력했다”고 전했다. 소방대원들은 이곳을 거점으로 위층과 아래층의 화재 현장을 쉼 없이 오고 갔다. 15층으로 피신했던 주민 A 씨는 “구조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안내했고, 두려움에 떨 때 ‘걱정하지 말라. 모두 살 수 있다’며 힘을 북돋웠다”고 전했다. 고층에서 옥상 쪽으로 대피한 주민들도 소방대원들의 도움을 적지 않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법시행령 제34조에 따르면 30층 이상 49층 이하 준초고층건물은 전체 층수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층으로부터 상하 5개 층 사이에 대피층을 설치해야 한다. 소방당국은 “대피층은 내화(耐火) 구조를 갖춘 구역으로 화재가 벌어졌을 때 주민들의 임시 피난처이자 소방 작업을 위한 전초기지가 된다”고 전했다. 이 주상복합아파트는 15층 피난층이 설계 당시부터 핵심적으로 건축됐다고 한다. 해당 건물을 설계한 한만원 HNS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설계부터 대피층 마련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해당 공간은 주거시설이 없는 텅 빈 공터와 같은 곳으로, 위아래로 내화 설계가 돼 있는 층”이라고 설명했다.울산=조응형 yesbro@donga.com / 이소연 기자}

8일 밤 발생한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의 화재는 발생 초기 33층 건물 외벽 전체가 불길에 휩싸일 정도로 크고 거셌다. 바람을 타고 날린 불씨가 인근 대형마트에 떨어져 불이 옮겨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수라장 같은 현장에서도 주민들은 서로를 도와가며 어둠을 뚫고 화재 현장을 탈출했다. 현장 소방대원도 “주민들이 서로를 챙기며 침착하게 탈출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여성과 아이, 노약자 먼저” 불이 크게 번지기 시작했을 때였다. 주민 20여 명은 소방관의 안내를 받아 옥상으로 대피했다. 그런데 한 남성이 “어린이와 여성분들 먼저 올려보냅시다”라고 소리쳤다. 당장 일분일초가 급했지만,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남성들은 뒤로 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와 여성, 노인들을 앞줄로 보내며 자리를 바꾼 것이다. 21층에 사는 주민 이경래 씨(58)는 “실제로 어린아이들을 선두에 세우니 아무래도 걸음이 느려졌다. 하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차분하게 올라가서 다들 찰과상 하나 없이 안전하게 옥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18층에 살고 있는 김경용 씨(57)도 “우리 가족은 자녀들도 30대라 모두 맨 뒤에 서서 따라갔다. 물론 뒤에 서는 게 솔직히 불안하긴 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날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이동한 26명의 주민은 모두 무사히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옥상으로 대피했던 김 씨는 아래층 어딘가에서 여성 목소리를 듣곤 곧장 소방대원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현장 소방대원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도와준 덕에 현장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감사했다. 먼저 탈출한 주민들은 이웃들과 휴대전화나 모바일 메신저로 소통해 소방대원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아파트 1층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A 씨도 28층으로 대피한 한 주민과 휴대전화로 통화해 현장지휘본부에 상황을 전달했다. 당시 소방관이 A 씨의 전화를 넘겨받아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침착하게 기다려 달라. 곧 소방대가 갈 테니 흥분하지 말고 자주 전화해 달라”고 당부한 뒤 구출했다.○ 집마다 문 두드리고 변기 물 적셔 탈출 9일 울산에서 만난 주민들은 당시 상황만 떠올려도 온몸이 떨린다는 이들이 많았다. 이날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병원에 이송된 주민은 90명이 넘는다. 대부분 연기 흡입이나 가벼운 찰과상 등 경미한 부상만 있었다. 중상자 3명도 연기 흡입 등이 원인으로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하늘이 도왔다”고 했지만, 서로를 도와가며 차분하게 피신한 대응이 빛났다. 많은 주민들이 화마를 피해 이동하는 상황에서도 이웃집들의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다. 대피 중에 두 딸을 놓쳤던 허모 씨(44)도 이웃을 챙기느라 돌발 상황을 맞았다고 한다. 가족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며 집집마다 벨을 누르면서 ‘불이 났다’고 알렸다. 그런데 잠깐 아이들과 몇 발자국 떨어진 사이에 갑자기 사방에서 연기가 들이닥치며 서로를 잃어버렸다. 허 씨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주민들도 함께 살아야 한단 심정이었다”며 “이웃이 딸을 보듬어주고 대피소로 데려가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끔찍하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TV 시청을 하다가 창밖으로 떨어지는 불덩이를 본 주민 B 씨는 “대피하려 했더니 현관문이 화염 열기에 뜨거워져 녹아 내렸는지 열리지가 않았다”며 “설상가상으로 수돗물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B 씨는 급한 대로 변기를 열고 수건을 적신 뒤 수차례 현관문을 발로 차서 겨우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어렵사리 참사는 피했지만 이제부터 막막하다는 주민들도 많았다. 주민 김모 씨는 “가까스로 탈출은 했지만 하루아침에 살고 있던 집을 잃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거렸다. 화재 당시 건물 밖에는 속옷과 맨발 차림으로 뛰쳐나온 주민들이 대다수였다. 울산=김태성 kts5710@donga.com·조응형 / 이소연 기자}

“밤새 뜬 눈으로 뉴스를 지켜봤다. 소방관들의 노고 덕분에 큰 화재가 차분히 정리돼 너무 감사드린다. 당신들이 우리들의 히어로다.” 9일 울산광역시소방본부 홈페이지 내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는 전날 오후 11시 20분경부터 화마와 싸운 소방관들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가 30개 이상 올라왔다. 또 다른 시민은 “당신들도 가정으로 돌아가면 사랑하는 자식들의 아버지 어머니일 것이고 평생을 약속한 남편일 것인데, 강풍주의보까지 내려진 그 높은 건물에서 본인들 목숨을 담보로 화재를 진압했다. 존경하고 감사하다”는 글을 남겼다. 한 울산 시민은 김밥과 빵을 한가득 산 뒤 찍은 인증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소방서에 다녀오는 길이다. 들어가자마자 의자에 엎드려서 주무시는 분, 땀에 젖어 있는 분들을 보고 울컥했다. 저희 아이들이 소방관에게 ‘존경한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화재 현장 맞은편에 있는 한 5층 규모의 벤츠 전시장은 15시간 넘는 시간 동안 불길과 사투를 벌인 소방관들을 위해 건물 1층을 쉼터 공간으로 내주기도 했다. 이 전시장을 운영하는 스타자동차에 따르면 9일 오전 7시경부터 이곳은 소방관 수백 명이 잠시 숨을 돌리고 끼니도 해결하는 공간이 됐다. 전시장 측은 1층에 전시돼 있던 차량 8대를 모두 구석으로 옮기고 전시장 공간의 반 이상을 소방당국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인근 식당에서 국밥도 수백 그릇 주문해 허기진 소방관들에게 든든한 밥상도 준비했다. 한 소방관은 “밤새 화장실도 못 가고 엉덩이 한번 붙이지 못한 상황이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며 기뻐했다. 김현돈 스타자동차 과장은 “얼굴이 새카맣게 그을려 전시장에 들어오는 소방관들을 보며 괜스레 뭉클했다”며 “그 큰일을 하고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서는 소방관이야말로 진짜 영웅”이라고 말했다.울산=조응형 yesbro@donga.com / 이소연 기자}

미국 주로스앤젤레스 한국총영사관에서 파견 근무를 하고 있던 국가정보원 소속 고위 공무원이 6월 말 영사관 내에서 계약직 직원을 강제 추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런데 이 해당 공무원은 사건 발생 뒤 어떤 징계도 받지 않고 국내에 복귀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 소속 A 씨는 한국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6월 말에 계약직 직원인 B 씨를 강제 추행했다. 당시 A 씨는 B 씨 등과 함께 회식을 한 뒤 영사관에 돌아와 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받은 외교부 보고에 따르면 A 씨는 3급 이상인 고위 공무원이다. 사건 직후 B 씨는 경찰에 A 씨를 고소했고, 외교부는 7월 중순경 경찰로부터 수사를 개시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관련 증거를 확보했으며, A 씨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사건이 발생한 뒤 1개월 동안 A 씨에 대한 자체 조사를 전혀 벌이지 않았으며, 별다른 징계 절차도 밟지 않았다. 7월 말에 국내로 복귀 조치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A 씨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지침에 따르면 외교부 장관은 행위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법령에 의한 징계 등 제재 절차를 진행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측은 김 의원 측에 “국정원 직원이라 ‘핸들링’이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김 의원실은 또 “A 씨가 국내에 복귀한 뒤에 외교부는 뒤늦게 국정원에 징계를 요청했지만, 이 역시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는데도 국정원 역시 현재까지 A 씨에 대한 징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해당 직원을 국내로 불러들인 뒤 직무에서 배제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사건에 이어 외교부와 관련된 성비위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며 “4개월째 가해자의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정원장 눈치를 살필 게 아니라 피해자의 인권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개천절인 3일 한 보수단체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집을 거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택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열었다. 시민단체 ‘애국순찰팀’은 이날 오전 10시 반경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차량 9대로 출발해 권선구에 있는 윤 의원의 집 앞에 들른 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수감돼있는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윤 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알리고 전 목사 등 구속된 애국인사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왔다”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오후 2시경 우면산 터널로 서울에 진입한 이들은 서초구에 있는 조 전 장관의 자택과 광진구의 추 장관 집까지 차량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우면산 터널에서 차량을 세운 뒤 참여 인원 등을 확인했다. 또 다른 보수단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도 같은 날 오후 강동구에서 9대 규모의 차량 시위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추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깃발을 차에 단 채 운행했다. 이날 집회는 해당 단체들이 집회를 금지한 경찰 등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행정법원이 일부 인용하며 허용됐다. 그 대신 법원은 집회 물품의 비대면 교부와 차량당 1명 탑승, 집회 도중 창문 폐쇄, 구호 제창 금지 등 9가지 조건을 달았다. 창문을 열거나 구호를 외칠 수 없었던 참가자들은 때때로 경적을 길게 울려 의사를 표현했다. 황경구 애국순찰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법원이 제시한 조건을 모두 준수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에도 집회 시위의 자유가 보장되는 한국은 정말 민주국가”라며 “‘애국순찰팀’도 그 어떠한 극보수 집단도 누릴 수 있다”고 썼다. 3일 대구에서도 보수단체의 드라이브스루 집회가 열렸다. 자유연대와 우리공화당 등은 차량을 동원해 대구 시내를 돌며 추 장관의 퇴진 등을 요구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이소연 / 대구=명민준 기자}

해양경찰청은 25일 하루 종일 경비함 4척을 동원해 북측과 가까운 연평도 인근 해상을 샅샅이 뒤지며 시신과 유류품,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수색했다. 북한이 등산곶 인근에서 사살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 이모 씨(47)의 시신을 찾기 위한 것이다. 특히 북한이 이날 이 씨의 시신이 아닌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밝힘에 따라 해경은 전날 중단했던 시신 수색 작업을 6시간 만에 재개했다. 이 씨 피격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의 시신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해경은 이 씨의 시신을 찾기 위해 슈퍼컴퓨터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슈퍼컴퓨터는 국립해양조사원의 조류 흐름과 풍향, 풍속 등을 종합해 시신이 어느 해역으로 이동했는지를 예측한다. 평상시 키 180cm, 몸무게 72kg인 이 씨의 시신이 물 흐름에 따라 움직인 경로를 계산해 시신이 떠오를 위치를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이 씨가 피격된 당시에는 해류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에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반시계방향으로 조류가 다시 이동 방향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해경의 슈퍼컴퓨터의 예측 시스템에서는 이 씨의 시신이 피격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이동한 뒤 남서쪽으로 다시 옮겨 간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해경 관계자는 이날 “슈퍼컴퓨터상으로는 아직 북방한계선의 북측 지역에 시신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해 쪽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워낙 크고, 조류가 동서남북으로 수시로 변해 슈퍼컴퓨터가 계산하지 못하는 변수가 많다는 것이 해양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통상적으로 36시간 정도가 지나면 시신이 떠오를 수도 있기 때문에 해경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북쪽과 가까운 지역의 수색 인력을 더 늘리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해경이 그동안 쌓은 시신 수색 노하우를 총동원해 시신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의 큰형인 이모 씨(55)는 “시신을 태운 적이 없다는 북한 측 발표가 사실이라면, 유해가 있다면 애타게 기다리는 남쪽의 가족들 품으로 제발 꼭 돌려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응형 yesbro@donga.com / 인천=차준호 기자}

고려대는 재미교포 의사 윤흥노 씨(75·사진)가 은퇴 자금으로 모은 87만 달러(약 10억2000만 원)를 최근 고려대의료원에 기부 약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윤 씨는 이날 “모교에 빚을 지는 것 같은 느낌이 늘 있었는데 어떻게 갚아야 할까 생각하다가 인생을 정리하기 전에 미리 남겨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970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윤 씨는 1973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워싱턴의 흑인 거주지 애너코스티아에 병원을 열어 40년 넘게 주민들을 진료했다. 2017년부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협의회 지사장과 민족문제연구소 워싱턴지부 이사장을 맡고 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해양경찰청은 25일 하루 종일 경비함 4척을 동원해 북측과 가까운 연평도 인근 해상을 샅샅이 뒤지며 시신과 유류품,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수색했다. 북한이 등산곶 인근에서 사살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 이모 씨(47)의 시신을 찾기 위한 것이다. 특히 북한이 이날 이 씨의 시신이 아닌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밝힘에 따라 해경은 전날 중단했던 시신 수색 작업을 6시간 만에 재개했다. 이 씨 피격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의 시신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해경은 이 씨의 시신을 찾기 위해 슈퍼컴퓨터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슈퍼컴퓨터는 국립해양조사원의 조류흐름과 풍향, 풍속 등을 종합해 시신이 어느 해역으로 이동했는지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평상시 키 180cm, “무게 72kg인 이 씨의 시신이 물 흐름에 따라 움직인 경로를 슈퍼컴퓨터로 계산해 시신이 떠오를 위치를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것이다. 이 씨가 피격된 당시에는 해류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에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반시계방향으로 조류가 다시 이동 방향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해경의 슈퍼컴퓨터의 예측시스템에서는 이 씨의 시신이 피격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이동한 뒤 남서쪽으로 다시 옮긴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해경 관계자는 ”슈퍼컴퓨터상으로는 아직 북방한계선의 북측 지역에 시신이 있는 것으로 추정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해 쪽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워낙 크고, 조류가 동서남북으로 수시로 변해 슈퍼컴퓨터가 계산하지 못하는 변수가 많다는 것이 해양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통상적으로 36시가 정도가 지나면 시신이 떠오를 수도 있기 때문에 해경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북쪽과 가까운 지역의 수색 인력을 더 늘리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해경이 그 동안 쌓은 시신 수색 노하우를 총동원해 시신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의 큰 형인 이모 씨(55)는 ”시신을 태운 적이 없다는 북한 측 발표가 사실이라면, 유해가 있다면 애타게 기다리는 남쪽의 가족들 품으로 제발 꼭 돌려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초등학생을 성폭행해 복역 중인 조두순(68)의 12월 출소를 앞두고 피해자 가족이 타 지역으로 이사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두순의 거주 예상 지역에 폐쇄회로(CC)TV 71대를 추가 설치하는 등 치안 강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조두순 피해자 가족을 직접 만났다. 방법을 찾아달라고 한다. 피해자 가족은 당초 ‘가해자가 이사를 가야지 피해자가 이사를 가야 하느냐’고 했지만 출소가 다가오니 이사를 고민한다고 한다”며 “정부가 범죄 피해자 보호법 7조에 따라 가족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에 나서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피해자 가족은 이사를 심각하게 고려하면서도 현재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장인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보호수용법 제정안(조두순 격리법)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스토킹 방지법)을 각각 발의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보호수용법 제정안은 재범 위험이 높은 범죄자는 출소하더라도 검사의 청구에 따라 별도 시설에 격리할 수 있도록 했다. 살인이나 성폭행 범죄를 반복해 저지르거나 13세 이하 아동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적용 대상이 된다. 조두순은 소급 적용을 받지 않지만 출소 뒤 보호관찰 규정 등을 위반하면 부칙에 따라 시설에 격리할 수 있다. 서범수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스토킹 방지법’은 현재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는 스토킹을 범죄로 규정하고, 반복적 스토킹은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안산 시민들이 불안을 호소하는 상황을 감안해 23일 긴급 대책을 공개했다. 안산을 관할하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조두순이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반경 1km를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순찰 인력 및 방범초소 등을 집중 배치하고, CCTV는 23곳에 71대를 추가 설치한다. 지역 경찰과 기동순찰대 등 경찰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수시로 순찰하는 ‘특별방범활동’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경찰은 안산단원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과 강력팀 5명을 ‘특별대응팀’으로 편성해 조두순을 밀착 감시하기로 했다. 조두순 관련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112상황실과 지역 경찰 등이 연계해 대응할 방침이다. 최해영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23일 안산단원경찰서를 방문해 여성 안심 비상벨과 가로등 등 방범 시설물을 살펴본 뒤 추가 대책을 논의했다. 최 청장은 “여성·아동 안전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다양한 범죄예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박민우 기자}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한 데 대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헌법소원 청구를 결정했다. 임 교수는 1월 4·15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빼고 찍어야 한다는 취지로 칼럼을 썼다가 고발됐다. 임 교수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칼럼 기소유예 관련 헌법소원 청구를 위해 23일 오전 헌법재판소를 방문하기로 했다”며 “청구에 앞서 오전 10시 30분경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경과와 취지를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은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및 투표참여 권유활동 금지 위반 등으로 고발된 임 교수에 대해 “사전선거운동은 무혐의 처분하고, 투표참여 권유활동 금지 위반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임 교수는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결정서에는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의 인쇄물인 신문을 불특정 다수에게 배부하여 공직선거법 위반 피의 사실이 인정된다”고 나와 있다. 임 교수는 이에 대해 “기소유예에 그치긴 했지만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상식 수준의 정치적 비판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