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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손가락이 바빠졌다. 홍 대표는 21일 베트남 방문 중에도 페이스북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시간 오전 11시경 “당시 일부 야당 원내대표가 (국회 특수활동비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부분은 내 기억의 착오 일수가 있다”고 올렸다. 처음엔 ‘기억의 착오’라고 올렸다가 ‘내 기억의 착오’라고 수정까지 했다. 어떤 문제든 절대 소신을 굽히지 않던 홍 대표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한 발 물러선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홍 대표의 손가락이 바빠진 것은 과거 자신의 발언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 중인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이 국회 특수활동비 유용 논란으로 불이 옮겨갔다. 더불어민주당은 홍 대표가 한나라당 원내대표 겸 국회 운영위원장 시절이던 2008년 국회 특활비를 유용한 의혹이 있다고 제기했다. 홍 대표가 2015년 5월 고 성완종 연루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매달 국회 대책비로 나온 4000만~5000만원씩을 전부 현금화해 국회 대책비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던 발언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자 홍 대표는 18일 “특수 활동비는 국회 운영에 쓰라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 돈 수령 즉시 정책위 의장에게 정책 개발비로 매달 1500만원씩을 지급했고 원내 행정국에 700만원,원내 수석과 부대표들 10명에게 격월로 각 100만원씩 그리고 야당 원내대표들 에게도 국회운영비용으로 일정금액을 매월 보조했다”고 해명했다. 특활비는 용도에 맞게 쓰고, 급여를 아껴 아내에게 생활비로 줬다는 이야기였다. 홍 대표의 해명 이틀 뒤 돈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 당시 야당에서 나왔다. 20일 당시 통합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제1야당의 원내대표였던 저는 그 어떠한 명목으로도 홍준표 당시 국회 운영위원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원 의원은 “언제, 어떻게, 야당 원내대표들에게 국회 운영비를 보조했다는 것인지 분명한 해명을 요구한다.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가 없으면 부득이하게도 법적 조치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홍 대표를 몰아붙였다. 홍 대표는 ‘내 기억의 착오’를 인정하면서도 “국회 운영위원장도 상임위원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여야 상임위 간사들에게 특활비 중 일부를 국회 활동비 조로 지급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또 돈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운영위 간사를 맡았던 서갑원 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본인은 당시 야당 원내수석부대표이자 국회 운영위 야당 간사로서 홍준표 위원장으로부터 단 돈 10원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거짓으로 거짓을 덮으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평소 페이스북을 이용해 ‘박근혜 출당’ 등 중요한 정치적 선택을 밝히고, 지지자들과 소통해왔다. 하지만 해명에 해명을 거듭하면서 걱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원혜영 의원은 홍 대표가 ‘기억의 착오’를 인정하자 “평소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한 이가 유독 이 일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씁쓸했다. 국민들로 하여금 더욱 더 정치를 불신하게 만드는 근거 없는 언행을 삼가고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국가정보원이 북한 군부 서열 1위로 알려진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처벌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20일 국회에 보고했다. 한때 숙청 대상에 올랐다가 최근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으로 취임한 김원홍도 이번 처벌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처벌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최룡해 주도하에 당에 대한 불손한 태도를 문제 삼아 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을 진행 중”이라고 보고했다고 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또 “최근 군이 너무 당 위에 있다고 당 지도부가 판단하고 검열을 통해 일부 부패한 정치 장교를 친 것”이라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에 대한 당 주도의 검열 작업에 대해서는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이 당을 통한 군 장악으로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송찬욱 song@donga.com·박훈상 기자}
적폐청산과 맞물려 검찰이 전방위적인 수사로 막강한 힘을 재확인하면서 여권 일각에선 “검찰 개혁은 끝났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혁 1순위로 꼽히던 검찰이 청와대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칼날을 겨누면서다. 반면 청와대가 철저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검찰 개혁에 들어가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 검찰 전방위 수사에 술렁이는 정치권 여야 정치권은 주말 내내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상납 의혹에 대한 수사를 둘러싸고 술렁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 특활비 상납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며 적폐청산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정원 특활비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의원들에게도 흘러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여권 내부도 검찰 수사 방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특활비가 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데다 관례적으로 전달된 측면이 있다. 검찰의 수사 대상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선 “검찰 개혁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이 전병헌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정치권에 대한 동시다발 수사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일각에는 현 정부 출범 직후 최우선 개혁 대상으로 꼽힌 검찰이 적폐청산의 선봉장으로 나서면서 청와대의 검찰 개혁 의지가 느슨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이 적폐청산의 일등공신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에 집중된 힘을 분산시키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靑 “검찰 개혁 내년부터 본격화”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지켜보고 있는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선 검찰을 그대로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검찰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뜻이 하늘처럼 무겁다”며 공수처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또 지난달 20일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 위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사안들이다. 국회와 법무부에 따르면 공수처 관련 법안은 21일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청와대가 경찰의 인권 보호 기능 강화를 전제로 내건 만큼 경찰 인사 등 조직 정비가 완료된 뒤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개혁은 관련 제도 정비가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野 “법무부 특활비 조사” 자유한국당은 검찰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수사를 정치 쟁점화할 태세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국회 법사위 차원의 청문회를 열어 진실을 규명하겠다. 책임자를 색출하여 엄중 처벌하고 만약 여의치 않는다면 국정조사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권의 충견이 돼 댓글 수사만 하는 소위 댓글 하명수사 전문 정치 검사들만이 검사들의 전부인 양 설치는 지금 검찰이 참으로 보기 안쓰럽다”고 썼다. 이어 “검찰로부터 매년 100억여 원의 특활비를 상납 받았다는 법무부도 같이 처벌하는 것이 형평에 맞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대검찰청은 예산권이 없어 법무부 예산 중 일부를 검찰국에서 대검찰청에 내려 보내는 구조다. 특활비도 법무부 특활비를 일부 검찰이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예산을 법무부로 상납한다는 표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사업비 중 일부를 법무부 검찰국에서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예산으로 편성할 수 있는 돈을 굳이 특활비로 편성해 불투명하게 쓰냐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특활비도 결국 누가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오해가 없도록 특활비가 꼭 필요한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박훈상·황형준 기자}

국가정보원의 ‘꼬리표 없는 돈’이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요동치게 하고 있다. 진원지는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64)의 입이다. “5만 원권 현금 다발을 검은 007가방에 넣어 전달했다”는 그의 말에 ‘박근혜 청와대’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찰의 융단폭격을 받고 있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재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수사 대상에 올랐고, 문고리 권력인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이 구속 수감됐다. 조윤선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이 다시 수사선상에 오르더니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동시 수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수사 중인 검찰은 이제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을 넘어 정치권 전체를 겨누고 있다. 이 전 실장은 올해 9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의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박근혜 정부가 대기업에 보수단체를 지원하라고 압박한 사건) 수사 때부터 본격적인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앞서 국정원 기조실 산하 예산처 직원들이 거액의 특수활동비 뭉칫돈을 이 전 실장에게 전달한 금전 출입금 명세를 모두 확보했다. 이를테면 ‘○○○○년 ○월 ○일 ○억 원이 실장에게 전달’과 같은 내용이다. 통상적이라면 이 같은 기록이 수사기관으로 넘어갈 리가 없지만, 이번에는 국정원이 자체적인 적폐청산 TF를 가동하고 있어서 해당 직원의 진술과 기록 등이 모두 검찰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예산처 직원들도 “이 전 실장 지시로 현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동안 수사의 성역이던 국정원 특수활동비 계좌도 검찰이 추적해 입출금 근거 자료를 확보한 데 이어 이 전 실장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 등과 대조해 추궁의 근거까지 손에 넣었다.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고 있던 2014년 10월 1억 원을 줬다는 이병기 전 원장의 자수서에 ‘국정원 인출 계좌’를 증빙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통상 검찰이 기업체의 로비자금 수사 때 자금 담당 임원의 비밀장부를 손에 넣으면 수사의 8분 능선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이번 국정원 수사가 그렇다. 검찰 안팎에선 이 전 실장이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사용처를 낱낱이 진술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인이 화끈하게 협조하라고 이 전 실장을 설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년 ○월○일 ○억’ 명시… 檢, 자금담당 비밀장부 확보한 셈 ▼이헌수 전 실장으로서는 날짜까지 명확하게 드러난 돈의 사용처를 진술하지 않으면 본인이 그 돈을 유용한 것으로 되기 때문에 돈의 사용처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단순히 명단만 건네는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전달 경위에 대한 추가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전직 국정원장 3명의 영장실질심사 때는 한 원장 측이 “수사의 순서상 이 전 실장을 먼저 구속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지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실장이 “청와대 활동비가 부족하니 국정원장 특별사업비에서 집행하자”는 아이디어를 내서 촉발된 사건인데, 혼자만 구속을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19일 딸 결혼식을 앞둔 이 전 실장이 시한부 불구속 수사를 조건으로 검찰이 원하는 진술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종의 ‘플리바기닝’(피의자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진술하는 대가로 형량을 조정해 주는 제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전 실장이 금품 수수자 명단을 진술했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인 사건과 달리 수사팀에서 이 전 실장을 보호하려는 것 같지도 않다”고 했다. 검찰은 뇌물공여 협조자의 진술을 끝까지 감추는 사례가 많은데, 이번에는 이 전 실장의 진술이 수사 출발점이라는 점이 릴레이 중계되는 등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국정원 일각에선 이 전 실장의 적극적인 진술에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기조실장을 할 때 바로 아래 예산관을 맡았다. 당시 부하 직원의 수의계약 건이 문제가 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국정원장 때 감찰 조사를 받았는데, 감찰 직후 이 전 실장은 “부하한테 책임을 묻지 마라. 내가 안고 가겠다”며 즉각 사표를 냈다고 한다. 그랬던 이 전 실장의 수사 협조를 놓고 검찰 안팎에서는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예를 들면 특수활동비 일부를 개인적으로 유용했거나, 또 다른 사건으로 수사팀에 약점을 잡힌 게 아니냐는 것. 국정원 공채 출신인 이 전 실장은 3급 때까지는 국정원 내부의 예산 및 재정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로 있던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기조실장으로 발탁됐다. 안봉근 전 비서관과의 친분 외에 구체적인 발탁 경위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국정원 기조실장은 국정원의 예산과 인사 등을 관장하는 요직으로, 특히 정권 출범 직후 첫 번째 임명된 기조실장은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주로 맡아 왔다. 김대중 정부의 이강래, 노무현 정부의 서동만, 이명박 정부의 김주성 전 기조실장이 대표적이다. 이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4년 내내 요직을 지켰다. 그뿐만 아니라 이 전 실장은 과거 정부보다 더 큰 권한을 부여받았다. 남재준 전 원장이 “정치적인 오해를 받기 싫다”며 국내 담당 차장인 2차장의 권한이던 국회처(국회 담당), 준법통제처(업무의 준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부서) 등 핵심 부서의 권한을 모두 기조실장에게 몰아준 것이다. 이 전 실장은 청와대 관계자와 장차관급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등 정치권 실세들은 물론이고 기업체 고위 임원들과도 직접 마주하게 됐다. 내부에서 “국내 담당 2차장보다 ‘핫라인’이 더 많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영수증이 필요 없는 매년 5000억 원 규모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돈’의 결재권도 그의 손에 있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장관석·박훈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세 명의 전직 국가정보원장에게서 상납받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검찰이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국가 안보를 위해서만 쓰여야 할 국정원 특활비가 사적으로 사용된 사건이므로 엄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하도록 지시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공여, 국고손실 등)로 이병기 전 원장(70)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원장과 같은 혐의로 전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남재준(73) 이병호 전 국정원장(77)은 모두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16일 밤이나 17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사적 사용 정황을 밝힌 것은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법조계 일각에서 나왔다. 이병호 전 원장은 지난해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실시한 비공개 여론조사 비용 5억 원을 대납한 혐의(국정원법상 정치관여금지)도 받고 있다. 검찰은 남 전 원장이 대기업에 압력을 넣어 경찰 퇴직자 모임인 ‘경우회’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도 적용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국정원이 완장부대들 주장에 의하면 이제 ‘범죄정보원’이 되었고 ‘동네정보원’이 됐다. 그들 주장대로라면 차라리 국정원을 해체하고 통일부에 대북협력국을 새로 만들어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사법 처리를 눈앞에 둔 원세훈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 9년 국정원의 유산은 공작과 사찰, 공포와 위협이었다”고 말했다.김윤수 ys@donga.com·박훈상 기자}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벌어진 북한군 귀순 사건은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초긴장과 급박한 위기의 연속이었다. 북한군은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귀순 병사를 뒤쫓아 난사에 가까운 총탄 세례를 퍼부었다. 우리 군은 전투기를 JSA 관할부대 상공으로 긴급 전개하는 한편 포병의 화력대기태세를 최고 수위로 올려 교전이나 확전 등에 대비했다.○ 40여 발 난사 받으며 MDL 넘은 북 병사 JSA 내 아군 경비초소에서 북한 경비병들의 특이 동향을 처음 감지한 것은 13일 오후 3시 14분경. MDL 북측 판문각 앞쪽 도로에서 북한군 3명이 MDL 인근 북측 초소로 다급히 뛰어가는 모습이 감시카메라와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1분여 뒤 갑자기 군용 지프차량 1대가 굉음을 내면서 MDL 인근으로 돌진했다. 차량은 북한군 초소 뒤편 도로부터 질주하듯이 내려왔다. 운전석에는 비무장 차림의 북한군 병사 1명이 타고 있었다. 차량 바퀴가 인근 배수로에 빠지자 북한군 병사는 몇 차례 탈출을 시도하다 차에서 내려 남쪽으로 내달렸다. MDL에서 북쪽으로 불과 10m 떨어진 곳이었다. 지프차를 탄 채로 MDL을 넘으려다 무산되자 추격을 피해 남쪽으로 도주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그 뒤를 AK-74 소총과 권총을 든 북한군 4명이 뒤쫓으며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타타타탕…’ 하는 40여 발의 총성이 수십 초간 이어졌다. 잠시 뒤 북한군 병사는 MDL 남쪽 50m 지점의 낙엽더미 속에서 피투성이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군 관계자는 “발견 장소가 CCTV 사각지대여서 상황실의 열상감시장비(TOD)로 귀순 병사의 위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군 JSA 경비대대장(권영환 중령·육사 54기) 등 간부 3명이 포복으로 다가가 귀순 병사를 자유의집 건물 뒤쪽으로 구출한 뒤 주둔지(캠프 보니파스)로 옮겨 유엔사령부 헬기편으로 후송했다. 군 당국자는 “JSA 내 소총 휴대와 사격은 정전협정 위반으로 유엔사를 통해 북측에 엄중히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군은 공중과 육상 전력으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다. 피격된 북한군 병사의 구출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서해상에서 초계비행을 하던 공군의 KF-16 전투기 2대가 JSA를 관할하는 1군단 상공으로 긴급 이동했다. F-15K 전투기 2대도 긴급출격태세에 돌입했다. 피스아이 공중조기경보기도 대기시간을 줄여 북한군 동향 감시를 강화했다. 육군 포병 전력의 화력대기태세도 ‘A단계’로 격상됐다.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반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춘 것이다. 같은 시각 JSA의 모든 대원도 전투배치 태세를 갖췄고 인근 사단의 전진타격대 병력도 JSA 주둔지로 증원 배치를 끝냈다. ○ 북 추격조, MDL 침범 논란 북한군 추격조가 쏜 총탄 가운데 일부가 MDL 남쪽지역으로 날아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JSA에서 북한 총탄이 우리 쪽으로 넘어온 최초의 사건 아니냐’는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맞다”고 답했다. 군 관계자는 “사건이 MDL 바로 앞에서 발생했고 북한군의 사격 방향을 볼 때 (총탄 일부가) 남쪽으로 넘어왔을 것이라는 추정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북한군이 추격 과정에서 MDL을 넘어왔을 가능성도 크다. 사건 발생 지점이 MDL 바로 앞이고 관련 표지도 없어 북한군이 귀순을 저지하기 위해 MDL을 침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유엔사 차원의 면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북한군의 총탄 세례에 아군이 대응사격을 하지 않은 배경도 주목된다. JSA를 관할하는 유엔사 교전수칙에 따른 것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대응사격은 북한군이 아군 초병을 향해 사격을 하는 등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자위권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상황 보고가 지연됐다는 일부 의원의 지적에 대해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상황 보고가 지연된 것이 사실이다. 저를 포함한 실무진의 과오”라고 말했다. 송 장관도 “(장관의) 예결위 참석 때문에 보고가 늦었다고 얘길 하기에 ‘변명하지 말라’고 한마디 했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박훈상 기자}
북한군이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하전사(병사)에게 40여 발의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 우리 공군 전투기들이 JSA 관할부대(육군 1군단) 상공으로 긴급 전개 및 추가 출격태세에 돌입하고 포병의 화력대기태세도 최고 수준으로 격상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에 따르면 당시 북한군 추격조 4명은 JSA 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하는 북한군 병사를 향해 AK-74 소총과 권총으로 40여 발을 쐈다. 북한군의 총격은 귀순 병사가 MDL을 넘기까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군은 설명했다. JSA 내 경비 병력은 권총만 휴대할 수 있다. 소총 휴대·운용은 정전협정 위반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군 1명당 10발 내외의 총탄을 발사했고 짧은 시간에 순식간에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귀순 병사는 군용 지프를 타고 MDL 인근으로 돌진한 뒤 바퀴가 인근 도랑에 빠지자 차에서 내려 MDL 남쪽으로 달려오다 피격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사고 당일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두 차례에 걸쳐 확성기로 이번 사태와 관련한 대북 통지를 했다고 한다. 북한군은 이를 캠코더로 촬영한 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추격조가 귀순 병사를 쫓아 MDL을 넘어왔을 개연성 등 모든 가능성에 대해 유엔사 군정위에서 면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귀순 병사는 좌우 어깨에 각 1발, 복부에 2발, 허벅지에 1발 등 총 5발의 총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술로 총탄 4발을 제거하고 1발이 남아 있지만 장기 손상이 7군데나 돼 추가 경과를 지켜본 뒤 재수술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박훈상 기자}

“우리가 똘똘 뭉쳐 강철 같은 의지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어느새 겨울은 끝나고 따뜻한 새봄이 와 있을 것이다.”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바른정당의 새 대표에 4선의 유승민 의원이 선출됐다. 유 신임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 철학도 정책도 없는 무능한 보수의 과거를 반성하고 진정한 보수의 새 길을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대선 패배 이후 6개월 만에 당의 전면에 나서며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진짜 보수는 우리” 한국당과 차별화 바른정당은 13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했다. 책임·일반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유 대표가 1만6450표(56.6%)를 획득해 새 사령탑에 올랐다. 최고위원으로는 하태경 의원(7132표·24.5%)과 정운천 의원(3003표·10.3%), 박인숙 의원(1366표·4.7%)이 당선됐다. 유 대표는 원고지 40장 분량의 수락연설에 나서 “여러분은 오늘 저를 가짜 보수당이 아닌 진짜 보수당의 대표로 뽑아 주셨다”고 입을 열었다. 한국당을 ‘낡은 보수’ ‘썩은 보수’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분당(分黨)을 겪으며 흐트러진 당의 전열을 정비하려는 의도다. 이후 당의 상황을 ‘죽음의 계곡’ ‘춥고 배고픈 겨울’ 등에 빗대며 기로에 선 ‘개혁 보수’의 결기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1월 썩은 보수로는 더 이상 안 되겠다며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시작했지만 국민이 ‘바른정당은 정말 다르구나’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 앞에 맹세한다. 바른정당과 개혁 보수의 창당정신을 지키겠다”고 했다. 최근 한국당에 복당한 의원들을 향해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따뜻한 곳, 편한 길을 찾는다. 그런데 최소한 자기가 한 말은 지켜야 하는 게 정치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자며 보수 통합을 강조하는 것에도 “진정한 보수가 한국 정치에서 다시 시작할 때 비로소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대회는 당초 집단 탈당으로 무거운 분위기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당원들 간 끈끈한 결집력을 과시했다. 행사장에 마련된 250석을 훌쩍 넘는 인파가 몰려 일부 참석자는 복도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당원들은 잔류를 택한 의원들을 박수로 격려했다. 경선을 완주한 후보들에게 감사패를 증정하기도 했다. ○ 유승민 ‘중도-보수 통합’ 승부수 유 대표는 본격적인 리더십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세가 급격히 위축된 데다 추가 탈당설도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 대표권한대행을 맡았던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명대회 직후 탈당하면서 바른정당은 11석 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 유 대표는 일단 중도-보수 통합 카드를 승부수로 띄웠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12월 중순까지 중도-보수 통합 논의의 성과를 내자는 (의원들 간) 합의가 있었고 저도 약속했기 때문에 진지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3당이 같이 논의할 수 없다면 한국당과 국민의당을 상대할 창구를 따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당보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무게를 두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유 대표는 “일부가 탈당하면서 한국당과의 대화가 막막하다”고 한 반면 “국민의당과는 상당히 대화를 했고 원칙과 명분 있는 통합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유 대표는 14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한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예방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새 지도부가 꾸려지며 국민의당은 통합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선거연대나 통합 논의 과정에서 다시 내홍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유 대표 외 의원 상당수가 금년 내로 다시 한국당으로 많이 건너갈 것”이라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장관석 기자}
“보수우파 세력이 살아야 박근혜 전 대통령도 살든 말든 합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0일 대구를 찾아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을 출당 조치한 후 첫 대구행이다. 홍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콘서트’와 지역 언론 토론회에 참석해 출당의 당위성과 보수우파 대통합을 호소했다. 홍 대표는 “정말 사랑하고 지지했던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구속까지 되면서 얼마나 안타깝고 상실감이 컸는지 잘 안다. 하지만 보수우파 재건을 위해 비난받을 각오로 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홍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밝히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홍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단과 결기, 그리고 추진력을 존경한다. 그만한 지도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 당 최고위 논의를 거쳐 당사에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 민주화의 아버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진을 걸겠다. 지난 70년 동안 이 땅을 지켜온 세력은 보수우파 세력”이라며 결집을 강조했다. 적폐청산을 추진 중인 정부 여당을 향해 홍 대표는 변창훈 검사의 자살을 거론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보면 이 정권을 두고 자살정권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또 현 정부를 향해 “한판 붙겠다”고 했다.대구=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정부가 9일 발표한 최저임금 지원 방안을 두고 벌써부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정부 발표대로 ‘내년 한 번만’ 지원하는 게 과연 가능할지가 꼽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행 기간을 확정 짓지는 않았다. 최저임금 지원이 내년에 한시적으로 이뤄질 경우 2019년에는 사업자들이 한꺼번에 2년 치 최저임금 인상분을 떠안아야 한다. 이미 올해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분(16.4%)에 더해 내년에 그 절반 수준(8.2%)만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2019년 최저임금은 8150원이 된다. 2020년 1만 원을 목표로 할 경우 인상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정부 말대로 2019년에 지원이 끊길 경우 사업자들은 후년에 20% 이상의 임금 인상률을 떠안아야 한다. 임금 인상 충격에 영세 사업자들이 고용을 중단해 대규모 실업 사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 30인 미만 사업체라는 지원 요건에 맞춰 일부러 고용을 늘리지 않거나 사업체를 쪼개는 편법도 가능하다. 영국, 프랑스 등에서 최저임금 인상 뒤 고용주에게 세금을 일부 환급해 준 정도를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최저임금 지원 예산이 여야 심의 과정에서 대거 삭감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2조9708억 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데 법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논란거리다. 예산안 법정처리시한(12월 2일) 직전에 여야가 정치적 주고받기를 하면서 예산에 손을 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최저임금 예산을 ‘7대 퍼주기 예산’으로 규정하고 총력 저지에 나섰다. 예비타당성 조사,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얼떨결에 3조 원 지원을 발표해 놓고 도대체가 기준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민간 급여를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향후 경직성 예산으로 굳어지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번 정부 발표에 절차적 문제 등을 이유로 기본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박훈상 기자}

“와 자리를 바꿔 놨노. 내 자리가 연데(여긴데)….”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6층에서 열린 ‘재입당 국회의원 간담회’. 홍준표 대표가 예정된 시간보다 15분 늦게 간담회장에 들어서며 말했다. 평소 자신이 앉는 자리에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복당한 김무성 의원이 앉아 있자 에둘러 핀잔을 준 것이다. 간담회는 복당파 의원들의 일종의 ‘입당 신고식’이었다. 앞서 간담회장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강길부 김영우 김용태 이종구 황영철 정양석 홍철호 의원 등 복당파 8명이 오전 10시 반부터 둘러앉아 있었다. 하지만 홍 대표는 바로 옆 대표실에서 10분이 넘도록 나서질 않았다. 측근인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은 복도에서 안절부절못했고, 복당파인 황 의원은 “다 끝난 게임인데 이렇게 기다리게 하느냐”고 혼잣말을 했다. 홍 대표가 복당파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바른정당을 탈당한 의원 8명이 8일 한국당에 복당했다. 바른정당 창당을 선언하며 새누리당(현 한국당)을 탈당한 지 318일 만의 회군(回軍)이다. 이로써 탄핵 정국에서 쪼개졌던 보수 야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분적으로 재결합했다. 그러나 바른정당이 개혁 보수의 깃발을 내리지 않은 만큼 완전한 보수통합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홍 대표와 복당파의 첫 공동 일성은 “좌파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겠다”는 것이었다. 홍 대표는 간담회에서 “좌파 정부가 폭주기관차를 몰고 가는 데 대해 우리가 공동 전선을 펴서 저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도 “생각 차이나 과거 허물을 따지기에는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국민들이 ‘보수는 무조건 하나로 뭉쳐 문재인 좌파 정권의 폭주를 막아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보수 대통합에 제일 먼저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김 의원은 간담회에 참석할지를 고민했다. 홍 대표가 주재하는 입당식에 참석하는 게 ‘보수 적통’ 경쟁에서 패배했음을 널리 알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주변에서 만류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과 홍 대표는 각각 ‘김영삼(YS) 직계’와 ‘YS 키즈’로 1996년 15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동기다. 하지만 김 의원은 “나 혼자 빠지는 모습이 또 다른 억측을 만들 수 있다. (간담회에) 참석해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향한 비난은 감수할 테니 보수 재결합의 효과를 제대로 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비공개 간담회에서 “앞으로 보수 대통합은 지방선거 때 국민의 심판으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보수 정당의 적통은 한국당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보고, 바른정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 대신 홍 대표는 옛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이었던 이재오 전 의원이 이끄는 늘푸른한국당과 다음 주 통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김 의원 등의 복당에 대해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 진영은 장외 설전을 벌였다.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은 “침을 뱉고 떠난 자들의 무임승차는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친박 의원 15명은 복당에 반발하며 의원총회 소집 요청서를 냈다. 반면 정진석 의원은 “참호 속의 동료에게 총구를 겨누지 말라”고 맞섰다. 홍 대표도 “시대의 흐름도 모르고 당랑거철(螳螂拒轍·사마귀가 수레를 막는다는 뜻) 같은 행동으로 당과 나라를 어지럽히는 철부지는 없어졌으면 한다”고 친박계를 겨냥했다.홍수영 gaea@donga.com·박훈상 기자}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9일 자유한국당에 복당한다. 김무성 의원 등 통합파 의원 8명은 8일 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이로써 바른정당은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한국당 입당식은 9일 열린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13일 탈당계를 내기로 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의 추가 입당 가능성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을 통해 국민들께서 투표로 보수우파 대통합을 해줄 것으로 확신하고 이제 문을 닫고 내부 화합에 주력하겠다”고 썼다. 바른정당에 남은 의원 11명은 내부 결속에 나섰다. 유승민 의원 등은 대책회의를 열고 한국당과 국민의당을 상대로 ‘중도+보수 대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통합 논의는 전당대회로 선출된 새 지도부가 맡기로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새 지도부에 한 달간 말미를 주기로 했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끝까지 노력해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합파의 탈당을 막기 위해 당대표 후보에서 사퇴했던 정운천 박인숙 의원도 전당대회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나 정병국 의원은 앞서 당 회의에서 “아직도 (탈당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추가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유승민 의원(사진)만 남았다.” 5일 열린 바른정당 심야 비공개 의원총회가 2시간 40분간 대화 끝에 한 차례 정회하자 한 의원이 기자들에게 귀띔했다.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를 위한 바른정당의 전대 연기로 의견이 모아지는 가운데 유 의원만 동의하면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였다. 그러나 1시간도 안 돼 결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복수의 의원은 유 의원이 의총 때 ‘썩은 보수’를 언급하며 통합 전대를 반대했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썩은 보수와 함께할 수 없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서청원 최경환 의원과 같은 선상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보수 통합을 위해선 홍 대표도 ‘인적 청산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더 큰 데로 가서 보수 개혁도 하고 정치의 뜻도 펼치라”고 설득하던 의원들도 “그만 됐다”고 포기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 선거 때도 홍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요구에 “홍 후보는 너무나 결핍 사항이 많아서 도저히 보수의 품격을 유지할 수 없다”며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분열의 책임을 유 의원에게 몰아가는 모양새다. 분당을 막기 위해 통합 전대를 설득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의총 직후 “유 의원에게 질렸다. 그와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의원은 “정말 실망했다”고 했고, 한 당내 인사는 “유 의원만 양보하면 됐는데…”라고 했다.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같이 탈당할 때 저는 끝까지 새누리당에 남아 개혁해보려 했고, 지금 탈당하신 분들이 제일 먼저 탈당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개혁적 보수의 초심을 지키지 못해 대단히 안타깝고 서운하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그동안 당의 진로를 놓고 통합파와 자강파로 나뉘어 대립하던 원내 4당인 바른정당이 5일 심야 의원총회를 끝으로 결국 둘로 쪼개졌다. 자강파인 유승민 의원이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를 위한 전당대회 연기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통합파인 김무성 의원 등 바른정당 소속 의원 20명 중 9명이 6일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늦어도 9일 자유한국당에 합류하면 20대 국회는 원내 3당 체제로 바뀌게 된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양강 체제 아래 국민의당 및 바른정당 잔류 의원이 제3지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 9명, 6일 1차 탈당 선언” 바른정당은 일요일인 5일 소속 의원 2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심야 의원총회를 열어 13일 전당대회를 연기하고, 한국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추진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당 분열을 막기 위해 중도 성향의 의원이 제시한 중재안이다. 주호영 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마음이 많이 무겁다. 여러분도 무거울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바른정당 진로뿐 아니라 의원 한 분 한 분의 정치적 진로도 결정된다. 허심탄회하게 기탄없이 말해 달라”고 당부한 뒤 비공개 회의로 전환했다. 주 원내대표는 4시간 가까운 의총이 끝난 뒤 “할 말이 없다”며 회의장을 나섰다. 통합파 리더이자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김무성 의원은 의총에 앞서 주변에 “이별 수순” “farewell party(송별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의총에서도 보수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가 의총을 전후로 바른정당 의원 20명에게 탈당 의사를 확인한 결과 강길부 김무성 김영우 김용태 이종구 정양석 주호영 홍철호 황영철 의원 등 9명이 전당대회 강행 시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탈당 시점은 1차 탈당은 6∼9일, 2차 탈당은 전당대회(13일) 이후로 예상된다. 탈당하지 않고 끝까지 잔류하겠다는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자인 유승민 의원 등 4명뿐이었다. 1차 탈당파가 내세운 명분은 보수 궤멸에 맞서기 위해서다. 김영우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보수의 씨를 말리려고 하는 상황에서 통합보다 더 큰 명분은 없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지역구 면적이 넓은 의원은 지역에 탈당을 보고하는 데 시간이 걸려 며칠 더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을 피하면 9일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반면 오신환 의원은 “6일 탈당하지는 않겠다. (탈당 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당분간 관망하겠다고 했다. ○ 탈당파 15명 초과 땐 한국당 원내 1당 2차 탈당파는 ‘+α’로 예상된다. 여기에 김세연 오신환 이학재 정병국 의원 중 일부가 추가로 합류할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이 끝까지 한국당과의 통합을 거부해 통합파가 늘어날 수도 있다. 만약 15명 이상 탈당하면 원내 1당 지위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21석)이 아닌 한국당(107석)이 차지한다. 당장 바른정당은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는 것이 큰 타격이다. 1차 탈당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보조금 지급일인 15일 전에 탈당하면 지급 규모가 14억7600만 원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상임위원장도 뺏기고, 원내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배제된다. 유승민 의원은 의총이 끝난 뒤 “당을 지키겠다는 생각과 한국당과 합치겠다는 생각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총에 앞서 열린 당 대표 후보 경선 토론회 때 당 분열 대책을 묻자 “정책연대든 선거연대든 연대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답했다. 다만 한국당 친박 세력과의 마찰 등으로 추가 탈당파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한국당에서 서청원 최경환 의원 출당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탈당파 의원은 “나머지 친박 세력을 한국당 복당 뒤 쫓아내겠다”고 했다. 중립지대에 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적을 옮길지도 주요 변수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송찬욱 기자}
바른정당 소속 의원 20명 중 9명이 6일 탈당을 선언한다. 이들이 이번 주에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할 경우 한국당 의석은 107석에서 116석으로 늘어나게 된다. 바른정당이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으면서 20대 국회는 4당에서 3당 체제로 개편된다. 바른정당은 5일 소속 의원 20명 전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진수희 최고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40분 동안 심야 의원총회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1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연기를 놓고 통합파와 자강파가 격론을 벌였다. 한국당과의 통합기구 구성을 위해 전대를 연기하자는 중재안을 놓고 한 차례 정회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연기 후 통합 논의로 접점을 찾으려고 했지만 합의를 못 하고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당 대표 경선 후보인 유승민 의원이 “전당대회 연기는 안 된다”고 완강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의원 등 탈당파 9명은 8일 탈당계를 제출 후 9일 한국당에 복당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파인 황영철 의원은 “전당대회를 연기하고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당 대 당 통합을 논의하자고 얘기했는데 (유 의원은) 한국당과 통합 의사가 없었다”고 전했다. 올해 1월 24일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한 의원 33명이 ‘보수의 구심점’, ‘개혁 보수’ 등을 앞세워 창당한 지 286일 만에 바른정당은 군소 정당으로 추락하게 됐다. 당 대표 경선 후보자인 유승민, 하태경 의원은 전당대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유 의원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을 지키겠다는 생각과 한국당과 합치겠다는 생각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국민께 판단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송찬욱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에서 제명됐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3일 ‘1호 당원’이자 한국 보수정당의 아이콘이었던 박 전 대통령 제명을 확정했다. 1997년 12월 정계에 입문하면서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입당한 박 전 대통령은 20년 만에 당에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전직 대통령 6명이 소속 정당을 자진 탈당한 적은 있지만 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대표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당이 한국 보수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근혜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로써 박 전 대통령의 당적은 사라지지만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부당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지난달 23일 박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구치소로 자진 탈당 권유 징계안을 등기로 보내 수령을 확인했지만 자진 탈당 시한인 열흘 동안 이의 제기가 없었다. 홍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때 권한을 위임받아 표결 없이 직권으로 제명을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바른정당 소속 의원 20명 중 10명 안팎의 의원이 이르면 5일 탈당한 뒤 한국당으로 복귀하면 20대 국회는 4당에서 3당 교섭단체로 재편된다. 송찬욱 song@donga.com·박훈상 기자}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3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 발표 전에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당연히 처단해야 할 것을 주저하여 처단하지 않으면 훗날 그로 인해 도리어 재화(災禍)를 입게 된다’는 뜻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국정 농단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제명할 수밖에 없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제명을 논의하기 위한 최고위원회의는 오전에 열렸다. 홍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공개 발언을 자제시켰다. 비공개로 전환된 뒤 최고위원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 홍문표 사무총장이 “자진탈당 권고 징계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이 열흘 동안의 이의제기 기한인 2일 0시까지 재심 청구를 하지 않아 당헌·당규에 따라 제명 효력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박 전 대통령 제명에 반대하던 친박(친박근혜)계 김태흠 최고위원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결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제명에 부정적이었던 류여해 최고위원은 회의 내내 침묵을 지켰다고 한다. 회의가 끝날 무렵 홍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말씀을 잘 들었고 오늘 중으로 숙고해서 결정을 내리겠다. 결정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이 “숙고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홍 대표와 가까운 이종혁 최고위원이 홍 대표를 옹호하면서 회의장에서는 잠시 고성이 오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표결로 해결 방법을 찾으면 안 된다”며 정기국회 이후로 논의를 유보하자는 제안도 했다.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최고위원회의는 각자의 의견을 밝힌 뒤 박 전 대통령 제명을 홍 대표에게 위임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 뒤 홍 대표는 점심 식사도 당사 대표실에서 혼자 해결하며 박 전 대통령 제명에 대한 기자회견문을 직접 다듬었다. 이때 김 최고위원은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탈당했는데 이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 과정이 당에서 지워지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대세는 기울었다. 오후 6시경 모습을 드러낸 홍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당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의 한국당 당적 문제를 정리하고자 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한국당을 ‘국정 농단 박근혜당’으로 계속 낙인찍어 (문재인 정부가) 한국 보수우파 세력을 모두 궤멸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제명이 불가피함을 주장했다. 이로써 9월 13일 당 혁신위원회의 권고로 시작된 박 전 대통령의 제명은 지난달 윤리위원회,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51일 만에 마무리됐다. 홍 대표는 직후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라고 적었다. 미국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즐겨 썼던 말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이다.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의원은 “한국 정치사의 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당원들의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다”고 반발했다. 최경환 의원은 결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최고위 의결을 거치지 않은 당헌·당규 위반 행위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친박계는 조직적으로 반발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제명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이미 형성돼 있는 듯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 제명을 끝으로 더 이상의 내전(內戰)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 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제명할 수 있어 통과도 불투명하다. 홍 대표는 “시간을 두고 정 원내대표와 의논해 보겠다”고만 했다. 두 의원의 거취 문제가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송찬욱 song@donga.com·박훈상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한동안 자제해 오던 본보기식 숙청과 처형을 재개했다고 국가정보원이 2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보고했다. 현재 김정은은 지위에 불안을 느껴 잔뜩 움츠려 있고 2월 살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의 행방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정보위 간사에 따르면 국정원은 최근 북한 주요 동향 보고에서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 축하 행사를 1면에 게재하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노동신문사 간부 몇 명을 혁명화 조치했다”고 보고했다. 혁명화 조치는 지방 농장으로 좌천시켜 노역을 하게 하는 북한식 사상교육을 뜻한다. 또 김정은은 평양 고사포부대 정치부장을 부패 혐의로 처형했다. 국정원은 구체적인 처형 방식이나 시점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 정보위 위원은 “김정은이 얼마 전까지 광폭 행보를 보이던 것과 달리 움츠려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핵 개발에 매달리고 있지만 대북 제재 압박에 불안감을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은 북한을 비판하고 있는 ‘백두혈통’의 일원인 김한솔의 행방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일단 비핵화 협상에 호응해 제재 완화를 도모하거나 더욱 강력한 통제로 내부 불만을 억누르며 핵무력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핵 병진 노선’을 추진해 왔지만 실제로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체제 역량을 집중해 왔다고 평가했다. 경제 부문은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버티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국정원은 대북 제재가 철저히 이행될 경우 내년 이후 북한에 ‘고난의 행군’ 수준의 경제난이 도래해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3.9%이던 경제성장률이 2018년 최대 마이너스 5%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추가 핵·미사일 발사 실험을 준비 중인 징후도 포착됐다. 평양 산음동 병기연구소에서 트럭 등 차량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산음동 병기연구소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드는 곳이다. 국정원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핵탄두의 소형화, 다종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말 영변 원자로에서 폐연료봉을 인출해 재처리 활동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했다. 원자로를 가동한 뒤 나오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한 정보위 위원은 북한의 핵실험 장소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지하갱도 붕괴로 200명이 사망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북한은 최근 대북 제재 등으로 정보기술(IT) 기술자의 해외 파견 외화벌이가 어려워지자 ‘금전 탈취 해킹’에 주력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파악했다. 정찰총국 산하 해킹 조직이 국내 은행과 증권사, 가상화폐거래소 등을 타깃으로 선정해 해킹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정황이 지속적으로 포착됐다. 또 북한의 해킹이 자금 추적이 불가능한 가상화폐에 집중되고, 사회 혼란을 조장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 파괴 시도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6일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 참모들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조 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비서실장이 당일 공석인 상황에서 국정 현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적 특성을 고려해 부득이 위원회에 참석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최우열 기자}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민간위원들이 2급 비밀 취급 인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은 인가 대상자의 신원조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2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 때 여야 간 논란이 예상된다. 1일 국회 정보위 소속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개혁발전위 민간위원들의 신원조사 여부에 대해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또 ‘비밀취급 인가 신청 서류 일체’를 요구받자 “비밀자료 취급이 필요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별도의 신청 서류 없이 비밀 취급 필요성, 자체 보안대책 등을 검토한 뒤 인가를 부여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답변했다. 그러나 대통령령인 국정원의 보안업무규정은 비밀취급 인가 과정을 문서로 남길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제10조 4항에는 ‘비밀취급의 인가와 인가 등급의 변경 및 인가 해제는 문서로 하여야 하며, 직원의 인사기록사항에 그 사실을 포함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국정원의 규정 위반은 또 있다. 보안업무규정상 국가보안을 위해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성실성, 신뢰성을 조사하는 신원조사의 대상에 비밀취급 인가 예정자가 포함돼 있다. 군사비밀을 다루는 국방부는 업무상 필요한 자문이나 정책 수립 등에 참여하는 민간인이 비밀 취급이 필요하면 신원조사를 실시한다. 경찰청 등 수사기관도 비밀취득 인가를 내주기 전에 신원조사 의뢰서를 제출받는 게 원칙이다. 앞서 개혁위 민간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8월 29일 비밀취급 인가를 허가한 사실을 몰랐다”고 밝힌 바 있다.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 5, 6조는 비밀취급 인가를 받은 사람은 인가와 동시에 서약서를 작성하고, 인가증을 교부받도록 돼 있지만 이 또한 국정원이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국정원 개혁위가 6월 19일 출범한 뒤부터 비밀취급 인가를 받기 전 두 달여 동안 16차례 회의를 열고 3차례 국정원 내부 자료를 열람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의원은 “국정원이 신원조사 없이 비밀취급 인가를 내준 것은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일부 민간위원이 신원조사 과정을 통과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국정원이 생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북한이 지난해 4월 이지스함 등 군함과 민간 선박 건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하는 대우조선해양을 해킹해 4만 건의 내부 자료를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에 유출된 자료는 1∼3급 군사기밀 60여 건이며 이 중에는 해군 핵심 전력인 이지스함과 잠수함의 설계도 및 전투체계 등이 포함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간사인 경대수 의원은 북한 해킹 이후 대우조선해양을 6개월 동안 보안 감사한 국군 기무사령부와 국방부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특히 기무사령부가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하던 같은 해 8월 북한은 추가 해킹까지 시도했다. 유출된 군함 관련 자료는 잠수함 장보고-III(3000t급), 이지스함 율곡이이함, 차기호위함 울산급 배치-II, 수상함구조함 통영함 등이다. 국방부는 이들 군함의 설계도와 전투체계, 건조기술, 무기체계, 시험·제안서 평가 자료 등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무사는 해킹 기법과 로그 기록, 인터넷주소(IP주소) 등을 종합 분석해 북한 소행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율곡이이함은 이른바 ‘신의 방패’로 불리는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했으며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2분 내에 가장 먼저 포착해 전군이 대응 작전에 나설 수 있게 하는 해상 전력의 핵심이다.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SPY-1D) 등 이지스 전투체계는 1000km 밖에서도 1000개가 넘는 표적을 한꺼번에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다. 20개가 넘는 목표물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북한은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 프로그램 제원과 성능, 지원 장비 등을 해킹했다. 전투체계는 함정에 탑재된 모든 탐지체계와 무장체계, 항해지원 장비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통합된 하나의 전술 상황 정보를 만들어 공유한다.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리 군의 해상-수중 킬체인(Kill Chain·유사시 대북 선제타격 체계) 무력화를 노리고 기밀을 빼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탑재된 잠수함 등을 우리 해역에 침투시켜 핵심 시설 등을 겨냥한 기습 타격을 시도할 경우 우리 군은 이지스함과 잠수함 등이 주축이 되는 해상-수중 킬체인으로 이를 탐지·타격하게 된다. 이와 관련한 자료를 손에 쥔 만큼 북한은 역작전으로 우리 군의 대응작전을 교란할 가능성이 크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지스함 레이더가 탐지할 수 없는 사각 지역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빈틈을 공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