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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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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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5~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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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젊은이들이여, ‘생존’이 아닌 ‘진짜 삶’을 찾아라

    21세기 유럽에서 가장 트렌디한 종교는 불교다. 유럽에서 불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종교는 가톨릭, 개신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다양하다. 그들은 불교를, 신(神)을 믿는 다른 종교처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불교를 철학이나 명상법으로 받아들인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의 ‘자기 자신이 되라(Devenir Soi)’는 젊은이들에게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무한한 힘을 찾아내는 방법을 조언하는 자기계발서다. 지난해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이 책은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지혜를 불교의 가르침에서 찾아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탈리는 사회당 출신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는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위해서도 정책제안서 ‘아탈리 보고서’를 제출했고, 좌파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비공식 정책자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유럽부흥개발은행(BERD) 총재, 빈민구제 금융기구인 플라넷파이낸스 회장뿐만 아니라 소설가, 시인, 오케스트라 지휘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는 ‘르네상스적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경제난과 실업(失業)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인생코치를 하는 세계적인 ‘구루’(정신적 스승)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국가가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지 말고,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물어보라”는 명언을 남겼다면, 아탈리는 젊은이들에게 “자기 스스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고 강조한다. 아탈리는 젊은이들에게 ‘국가에 대한 의존증’을 가장 큰 악행으로 지적한다. 그 대신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손에 쥘 것을 요구한다. 아탈리는 지난 수년간 정부 규제의 폐지를 주장해왔고, 스스로만을 의지하라고 요구해왔다. 자칫 이러한 생각은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로 치부하거나, ‘정글의 법칙’을 옹호하는 극단적 자유주의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 ‘국가의 종말’은 오히려 해방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경제지표가 성장과 고용을 결정하는 것을 본다. 그들은 무기력하다고 느낀다. 그들은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들은 최소한의 세금으로 최고의 안전보장(국방, 경찰, 건강, 고용)을 요구한다. 그들은 이기주의적인 공공서비스의 소비자이다. 그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을 체념하고, 자신의 노예상태의 속박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생존(Survie)’이 아닌 ‘진짜 삶(Sur-vie)’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그는 자아를 찾는 방법으로 우선 “플러그를 뽑아라”라고 강조한다. 스스로 의존하고 있는 외부환경과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고독 속 침묵이 필수다. 그는 5가지 단계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최고 목표인 개화(開花)와 성숙, 자아(自我)와의 만남은 심리적인 명상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자크 아탈리는 정치가, 예술가, 사업가가 현실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간디부터 피카소, 아베 피에르 주교, 스티브 잡스, 에드워드 스노든까지…. 그는 이 중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을 최고로 꼽았다. “그는 자기를 둘러싼 시스템을 찢어냈고, 역사를 바꿈으로써 ‘자기 자신’이 됐다.” 아탈리는 ‘파리마치’와의 인터뷰에서 6년 전 처음 인도를 여행한 후 불교의 스승을 만났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리의 게으른 엘리트들은 불교를 다만 평화와 용서의 종교라고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며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삶의 규칙을 찾기 위해 불교를 탐구한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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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러그를 뽑아라” 생존이 아닌 ‘진짜 삶’을 찾기 위해…

    21세기 유럽에서 가장 트렌디한 종교는 불교다. 유럽에서 불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종교는 가톨릭, 개신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다양하다. 그들은 불교를, 신(神)을 믿는 다른 종교처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불교를 철학이나 명상법으로 받아들인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의 ‘자기 자신이 되라(Devenir Soi)’는 젊은이들에게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무한한 힘을 찾아내는 방법을 조언하는 자기계발서다. 지난해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이 책은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지혜를 불교의 가르침에서 찾아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탈리는 사회당 출신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는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 전 대통령을 위해서도 정책제안서 ‘아탈리 보고서’를 제출했고, 좌파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비공식 정책자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유럽부흥개발은행(BERD)의 총재, 빈민구제 금융기구인 플라넷파이낸스 회장 뿐 아니라 소설가, 시인, 오케스트라 지휘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는 ‘르네상스적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경제난과 실업(失業)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인생코치를 하는 세계적인 ‘구루’(정신적 스승)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국가가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지 말고,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물어보라”는 명언을 남겼다면, 아탈리는 젊은이들에게 “자기 스스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고 강조한다. 아탈리는 젊은이들에게 ‘국가에 대한 의존증’을 가장 큰 악행으로 지적한다. 대신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손에 쥘 것을 요구한다. 아탈리는 지난 수년간 정부 규제의 폐지를 주장해왔고, 스스로만을 의지하라고 요구해왔다. 자칫 이러한 생각은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로 치부하거나, ‘정글의 법칙’을 옹호하는 극단적 자유주의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 ‘국가의 종말’은 오히려 해방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경제지표가 성장과 고용을 결정하는 것을 본다. 그들은 무기력하다고 느낀다. 그들은 스스로의 운명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들은 최소한의 세금으로 최고의 안전보장(국방, 경찰, 건강, 고용)을 요구한다. 그들은 이기주의적인 공공서비스의 소비자이다. 그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을 체념하고, 자신의 노예상태의 속박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생존(Survie)’이 아닌 ‘진짜 삶(Sur-vie)’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그는 자아를 찾는 방법으로 우선 “플러그를 뽑아라”라고 강조한다. 스스로 의존하고 있는 외부환경과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고독 속의 침묵이 필수다. 그는 5가지 단계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최고 목표인 개화(開花)와 성숙, 자아(自我)와의 만남은 심리적인 명상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자크 아탈리는 정치가, 예술가, 사업가가 현실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간디에서부터 피카소, 아베 피에르 주교, 스티브 잡스, 에드워드 스노든까지…. 그는 이 중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을 최고로 꼽았다. “그는 자기를 둘러싼 시스템을 찢어냈고, 역사를 바꿈으로써 ‘자기 자신’이 됐다.” 아탈리는 ‘파리마치’와의 인터뷰에서 6년 전에 처음 인도를 여행한 후 불교의 스승을 만났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리의 게으른 엘리트들은 불교를 다만 평화와 용서의 종교라고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며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삶의 규칙을 찾기 위해 불교를 탐구한다”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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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성적 뒤지는 이유는? 64개국 조사해보니…

    전세계 64개국 학생들의 학습시간을 조사결과 남학생이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 서핑에 여학생보다 17%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1시간 더 많은 주당 5시간30분 씩 공부를 하기 때문에 성적차가 점점 커지는 것으로 지적됐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7일 발간 예정인 ‘열등한 성(性)’이라는 제목의 최신호 기사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성적이 뒤지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영국과 미국도 마찬가지며 각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한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보도했다. 수학을 빼면 여학생들이 전반적으로 낫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결과 15살 기준 남학생들은 수학만 앞서 여학생보다 약 3개월 진도가 빠르고, 과학 부문은 서로 비슷하지만 읽기 부문에서는 여학생이 상당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64개국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 결과는 여학생이 전체적으로 남학생보다 성적이 약 1년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하위권 학생들의 차이는 더욱 컸다. 남학생은 읽기, 수학, 과학 등 3가지 과목에서 여학생보다 과락할 가능성이 50% 더 높았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같은 현상이 남녀 간 학습시간과 학습태도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우선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책읽기를 많이 하는 습관을 꼬집었다. “재미삼아 책을 읽는다”고 답한 여학생 비율은 4분의 3에 이르지만, 남학생은 이에 절반도 채 안됐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읽기 능력은 모든 학습능력의 기본”이라며 “남학생이 읽기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모든 과목에서 뒤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동료 학생들의 수업태도도 차이가 있었다. “학교 수업은 시간낭비다”라고 답한 남학생의 비율은 여학생 비율보다 배 이상 많았다. 남학생 교실은 여학생 교실보다 떠드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 때문에 과거와는 달리, 대학생 비율 중 여학생이 남학생 보다 많은 나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OECD 회원국에서 여대생 비율은 1985년 46%에서 지금 56%로, 2025년에는 58%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영국, 스칸디나비아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여대생의 비율이 남학생 비율을 추월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남녀 학생간 학습능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남학생들에게 숙제를 더 시키고, 비디오 게임 시간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또한 남학생들에게 비소설류를 읽히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성(性)에 따른 학습격차의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많은 국가에서 최상위 학교의 남학생들은 여학생들보다 읽기를 더 잘했고, 중국 상하이의 여학생들은 남학생들보다 수학성적이 월등했다. 현 상황에서 대졸 여성의 임금은 대졸 남성의 75%에 불과하다. 법조나 의료 부문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비슷한 숫자로 동등하게 출발하지만 10~15년 후 여성은 출산과 양육 탓에 뒷전으로 밀려난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코노미스트지는 머지않은 미래에 여성이 전문직 사회에서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대기업 경영자나 변호사, 의사, 금융인, 정치인 등 남성 점유 직종은 사회적 성취를 갈망하는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에게 돌아간다는 의미다. 다만 이렇게 사회와 고용 구조가 여성 쪽으로 바뀐다면 앞으로 여성이 아니라 교육을 받지 못해 특별한 기술이 없는 남성이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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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의 공포정치, 더는 견딜수 없다” 러 시민 5만명 거리로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를 살해한 범인이 신분을 감췄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록증까지 세탁한 청부살해업자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일 러시아 언론은 사건 현장의 폐쇄회로(CC)TV를 피해 정교하게 넴초프 전 부총리를 살해한 범인이 키 170∼175cm로 짧은 머리에 갈색 스웨터 차림의 남성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러시아 경찰은 범인의 신분을 밝혀내는 데 실패했다. 범인이 탔던 차도 2011년 이미 등록이 말소된 차량이었다. 범인이 이용한 차량은 러시아제 소형 승용차 ‘라다’로 원주인은 러시아 남부 캅카스 지역의 북오세티야 공화국 출신이다. 일부 러시아 관영 언론은 범인이 생산지 추적이 가능한 탄피를 현장에 남긴 점 등을 들어 ‘전문 킬러’가 아닐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서방 언론들은 범인이 당국의 추적을 따돌릴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하고 사격술에도 능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범인은 넴초프의 소재를 정확하게 알아내고 권총 6발 중 4발을 가슴과 머리에 명중시켰다. 야권은 사건 배후가 크렘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넴초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권위주의와 부패,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 등을 비판한 푸틴 대통령의 정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친푸틴 세력들은 “야권 일부가 반정부 시위를 확산시키기 위해 넴초프 전 부총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이 같은 배후설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넴초프 전 부총리의 사인이 밝혀질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3일로 예정된 그의 장례식이 이번 사건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1일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위를 계기로 대대적인 반푸틴 시위를 벌이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에 앞서 장례식을 이틀 앞둔 1일 러시아 각지에서는 수만 명의 시민이 넴초프 전 부총리를 추모하기 위한 거리 행진에 동참했다. 이들은 2012년 푸틴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강화되고 있는 숨 막히는 ‘공포정치’를 더는 견딜 수 없다고 외쳤다. 2011년 반정부 시위 때 나왔던 ‘푸틴 없는 러시아’ 구호도 재등장했다. 시민들은 “넴초프에게 쏟아진 총탄은 우리 모두를 향한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넴초프가 사망한 크렘린 궁 옆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모스트 다리로 몰려갔다. 러시아 언론들은 추모 행진 시작 지점에 설치된 금속탐지기에 약 5만6000명의 시민이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2011년 10만 명이 모인 러시아 총선 부정선거 규탄 시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추모 행진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가 심각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점차 반정부 시위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날 추모 집회는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니즈니노브고로드, 노보시비르스크 등에서도 일제히 열렸다. 뉴욕타임스는 “군중은 이번 행진이 야권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 야권이 아직 민주화 운동을 이끌 만한 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해 반정부 투쟁을 계속 이어가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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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밀하게 계획된 암살… 러 야권 “크렘린의 정치적 살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政敵)’인 러시아 야권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55·사진)가 지난달 27일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해 러시아 정국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의 야권은 이 사건이 크렘린이 배후에 있는 ‘정치적 살인’이라고 주장하며 1일 오후 2시부터 “우리는 모두 넴초프다(We are all Nemtsov)”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규모 추모행진을 벌였다. 넴초프가 사망한 모스크바 강 다리에는 수천 개의 꽃다발과 촛불이 수북이 쌓였고, 가로등과 난간은 그를 추모하는 사진과 편지 등으로 뒤덮였다. 넴초프는 27일 오후 11시 40분경 크렘린 궁에서 200m 정도 떨어진 모스크바 강 다리에서 우크라이나 출신의 24세 여성과 함께 걷던 중 총격을 받고 숨졌다. 흰색 승용차를 타고 접근한 괴한들은 6발 이상의 총격을 가했고 그중 4발이 넴초프의 등에 맞았다. 넴초프는 반정부 성향의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모스크바 강 다리 건너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걸어가던 중 총격을 받았다. 1발은 심장을 관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출신 모델로 알려진 동행 여성 안나 두리츠카야는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러시아 초대 보리스 옐친 대통령 시절인 1990년대 후반 제1부총리를 지낸 넴초프는 친개혁 성향의 정치인으로 옐친의 후계자로 꼽혔던 인물이다. 2000년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대표적인 반정부 지도자로 변신했다. 2011년 변호사 출신의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와 함께 푸틴의 장기 집권 시도를 규탄하는 시위를 주도했고, 지난해 소치 겨울올림픽 부패 규모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보고서를 잇따라 폭로했다. 넴초프는 지난달 10일 러시아 주간지 소베세드니크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이 나를 죽일까 두렵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친(親)우크라이나 인사였던 그는 지난해 4월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자 반군을 직접 지원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보고서를 작성 중이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넴초프를 몇 주 전에 만났을 때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며 “이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그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비난도 거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잔혹한 살인”이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 정부에 공정한 수사를 벌일 것을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비열한 살인”이라고 비난했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넴초프는 지칠 줄 모르는 용감한 민주 투사였다”고 애도했다. 비난 여론이 급등하자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연방조사위원회에 사건 수사를 지시했다. 푸틴은 28일 넴초프의 모친에게 보낸 전보에서 “비열하고 냉소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계획한 사람들이 반드시 법의 처벌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조사위원회는 “치밀하게 계획된 암살”이라며 러시아 군과 경찰이 주로 사용하는 마카로프 권총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위원회는 정부 측에 의한 암살보다는 △이슬람국가(IS) 극단주의자의 도발행위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반군의 소행 △여성과 관련된 사생활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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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중해 패권 노리는 러, 나토 코앞까지 위협

    러시아가 지중해 국가인 키프로스와 해군 및 공군 기지를 사용할 수 있는 협정을 체결했다. 지중해의 전략요충지로 꼽히는 키프로스 섬에 군사기지를 확보함에 따라 러시아의 군사적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 25일 모스크바에서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디스 키프로스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국방, 안보, 경제, 에너지, 투자 협력 등에 관한 10가지 협정을 체결했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키프로스에 경제적 실리를 안겨 주면서 지중해 진출이라는 안보적 이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는 이번 협정으로 키프로스의 리마솔과 라르나카 항구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리마솔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활동의 근거지인 아크로티리 영국 공군기지와 경계가 맞닿아 있는 곳으로 나토 전자감시 체제의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하는 항구다. 러시아는 아울러 키프로스 서남부의 파포스 국제공항과 함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공군기지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파포스 국제공항은 아크로티리 영국 공군기지에서 불과 50km 떨어져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협정이 EU 28개국의 대러 경제제재 결의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제재를 받게 되자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EU 회원국 중 러시아에 우호적인 키프로스 그리스 헝가리 등과 협력을 강화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반발을 의식한 듯 “이번 군사협력 협정에 대해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러시아 해군의 키프로스 항구 사용은 테러 방지와 해적 소탕 임무에 집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해군은 그동안 키프로스에서 동쪽 직선거리로 100km도 떨어지지 않은 시리아의 타르투스 항구를 활용해 왔다. 그러나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타르투스 항구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지중해에서 새로운 항구를 확보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러시아는 이번 협정으로 흑해에 갇혀 있던 러시아 해군력을 지중해까지 확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는 올봄 지중해에서 중국과의 연합 군사훈련도 계획하고 있다. 러시아 해군이 지중해를 장악하려 한다면 ‘지중해의 전통적 강자’인 미 해군과 해상 패권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러시아는 그동안 키프로스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특히 키프로스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80% 이상을 러시아가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 영향력이 크다. 러시아는 또 2011년 그리스 재정위기의 여파로 키프로스 은행 계좌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자 키프로스에 25억 달러의 금융 안정화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미국의 글로벌금융기구에 따르면 1994∼2011년 러시아에서 키프로스로 송금한 불법 자금 흐름은 최소한 2115억 달러에 이른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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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신자 치프라스” 소속黨은 맹비난… 국민 80%는 “지지”

    26일 취임 한 달을 맞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발 빠른 변신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급진좌파 ‘시리자’ 후보로 나선 그는 반(反)긴축정책과 구제금융 폐지를 내걸었지만 취임 후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면서 점차 실용주의로 ‘유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리스는 24일 유로그룹으로부터 구제금융 4개월 연장안을 승인받았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제출한 그리스의 구조개혁안에는 급진적인 총선공약들이 대거 수정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그리스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공기업 민영화를 되돌리지 않기로 약속했고, 즉각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그동안 구조조정을 당한 공무원 1만 명의 완전 재고용도 포기했다. 그 대신 부유층에 대한 세금 징수 강화, 부패 방지, 노동시장 개혁과 공공부문 임금 시스템 개혁, 공무원 조직 축소, 정부 재산 매각 등을 약속했다. 그리스 개혁안 승인 소식에 유럽과 미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게오르게 파굴라토스 아테네대 교수는 “치프라스는 첫 한 달간 가치 있는 교훈을 배웠다”며 “그는 좌파적 수사법이 그리스의 빈 현금잔액을 채워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BBC는 이러한 치프라스의 변신에 대해 “집권 한 달 만에 마르크스주의를 버리고 블레어주의자(우파적 개혁을 한 전 영국 노동당 총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변한 사회주의자”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치프라스가 탱고(아르헨티나)가 아닌 삼바(브라질)를 추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치프라스가 2002년 반자본주의적 공약으로 집권한 후 친시장 정책을 포용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의 노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집권 시리자당에서는 “전 정권과 달라진 점이 뭐냐. 배신당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치프라스 총리가 국제 채권단과 지지자들의 상반된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어려운 방정식에 직면했다”며 ‘균형 잡기’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시리자의 대표적인 의원인 마놀리스 글레조스(92)는 “그리스 유권자들에게 긴축정책이 폐지되고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국제 채권단)가 물러날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준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유권자들은 배신자 정부에 항의하고 행동을 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은 2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정부가 반긴축 기조에서 변질됐다는 세간의 비판을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파트너 국가들과 협상하라고 선출됐다”며 “양쪽 모두에 이득이 되는 협상을 해야지 단독 행동만 고집하면 그리스 경제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리스 정치분석가 필리프 크리소풀로스는 “치프라스의 또 다른 공약이었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잔류’ 공약이 지켜졌다”며 “치프라스가 유로존 그룹과의 협상을 통해 ‘트로이카’를 ‘기관’으로, ‘각서’를 ‘합의’로 바꿈으로써 그리스인들의 자존심을 살린 것은 작은 업적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번 협상에서 그리스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책을 관철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 식량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푸드 스탬프’와 빈곤 가정에 대한 무료전기 제공사업에 18억 유로를 쓸 예정이다. 치프라스 총리에 대한 그리스 국민들의 지지는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22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번 협상을 지지한다”는 국민들의 응답이 80%에 달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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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넉달 늦춘 그렉시트 폭탄… 채무 재조정 본게임 이제 시작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20일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인 ‘마스터 재정지원기구 협정(MFFA)’을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뜻하는 ‘그렉시트(Grexit)’ 우려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리스는 20일 유로존의 18개 채권국과 현행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해 새 협상 타결까지 유동성을 지원받는 ‘가교 협정’ 마련에 성공했다. 유로그룹의 최후통첩 시한인 이날을 앞두고 양측이 벼랑 끝 대치를 벌이다가 그리스의 6개월 연장 요청을 2개월 줄이는 수준에서 극적 합의를 본 것.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와 채권단 양측이 신뢰의 첫발을 뗀 합의”라고 평가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로부터 2010년부터 2차례에 걸쳐 구제금융 2400억 유로(약 302조 원)를 지원받고 있다. 이날 ‘가교 협정’이 타결됨에 따라 6월 말까지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이 채무 재조정을 논의할 새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선 그리스는 이달 23일까지 현행 구제금융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한 구조개혁 및 재정개혁안을 채권단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합의는 그리스가 예전처럼 채권단이 요구하는 지원 조건을 수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지원 조건(개혁 정책)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만 트로이카는 그리스의 개혁 정책들을 현행 구제금융 지원 조건과 연계해 실사하고 조건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4월 말에 분할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리스는 또한 6월 말을 목표로 추진하는 새 협상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1.75배 규모인 국가채무를 줄이는 방안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제금융 조건을 철폐하겠다는 그리스 새 정부의 야심 찬 계획이 독일과 유로존의 완강한 거부에 실패했다”며 “6월 말까지 본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다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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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결렬… 20일 최종 담판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이 또다시 결렬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20일 예정된 회의가 그리스의 운명을 결정할 마지막 협상이라며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리스의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6개월 자동연장하면서 노동·세제개혁을 요구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그리스의 반대로 결렬됐다. 유로그룹 의장인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그리스에 시간이 없다며 압박했다. 그는 “20일에 유로그룹 회의가 있을 수 있지만 그리스가 구제금융 연장을 요청해야만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현 구제금융 조건을 지속하라는 유로그룹의 요구는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리스는 28일 끝나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하지 않는 대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협력해 새로운 4개년 개혁 계획을 수립해 채무 재조정과 함께 8월 말까지 채권단 협상을 타결하겠으니, 이 기간 동안 유동성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구제금융을 연장해 기존 긴축정책 약속을 이행하라고 맞서고 있다. 20일 협상 타결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댄 데이비스 애널리스트는 “유로그룹과 그리스의 협상은 잠정적 자금 지원 협상이지 새로운 프로그램을 논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곧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제금융 연장을 위한 각국 의회 인준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유로그룹은 이날(16일) 무산으로 사실상 협상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며 비관적 입장을 내놨다. 한편 투자은행 JP모건은 “협상 타결이 무산되면서 그리스 은행들의 예금인출 사태(뱅크런)로 약 14주 안에 그리스의 자금이 바닥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은 그리스 은행에서 한 주에 평균 약 20억 유로(약 2조5200억 원)의 예금이 이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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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反유대주의 공포… 유럽서 짐싸는 유대인들

    지난달 프랑스 파리 테러 때 유대교 식품점이 공격당한 데 이어 14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보이는 유대교 회당 총격 사건까지 일어나자 유럽 내 유대인들이 ‘반(反)유대주의’ 공포에 떨고 있다. 이스라엘로 가기 위해 짐을 싸는 유럽 유대인들의 ‘엑소더스(대탈출)’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덴마크에는 7000여 명의 유대인이 살고 있다. 유대인들에게 덴마크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나치의 홀로코스트 때에도 자신들의 목숨을 지켜냈으며 전후에도 유대인이 살기에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던 곳이다. 그러나 이번 테러로 안전지대가 아님이 증명됐다. 유대인의 이스라엘 이민을 주관하는 유대기구(Jewish Agency)의 이갈 팔모르 대변인은 “유럽 대륙 전역에서 유대인 공동체의 학교, 시너고그(예배당), 식료품점 등에 대한 혐오 범죄와 폭력 위협이 점점 커져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15일 열릴 예정이던 유대인 단체 행사는 안전에 대한 우려로 취소됐다. 프랑스에서도 이날 동북부 알자스 지방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대인 묘 수백 기가 훼손된 사실이 확인돼 당국이 ‘유대인 혐오 범죄’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착수했다. 메나헴 마르골린 유럽유대인협회(EJA) 사무총장은 유럽연합(EU) 지도자들에게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유대인 시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반유대주의를 막는 조치를 강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5일 “유대인들이 유럽 땅에서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피살되고 말았다”며 “이스라엘은 ‘유대인 여러분의 집’이다. 형제들을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며 유럽 유대인들을 향해 이스라엘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프랑스, 벨기에, 우크라이나 등 유럽에서 유입되는 이민자들을 흡수할 수 있도록 1억8000만 셰켈(약 51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하도록 지시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이 이스라엘로 돌아오는 것을 뜻하는 ‘알리야’를 통해 돌아온 사람은 총 2만6500명에 이르렀다. 2013년보다 32%나 증가한 것으로 10년 만의 최대치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7000명의 유대인이 이스라엘로 떠나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이민을 주관하는 유대기구가 프랑스 전역에서 개최한 이민박람회에는 8000여 명의 유대인이 몰렸다. 유대기구는 올해도 약 1만5000명이 프랑스를 떠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의 유대인 인구는 50만 명 정도. 대부분 부유층인 이들의 엑소더스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더욱 큰 부담을 안겨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덴마크 경찰은 코펜하겐 총격 테러의 용의자는 22세 중동 출신 이민자 덴마크인이라고 밝혔다. 오마르 엘후세인이란 이름의 용의자는 폭력과 무기 소지 전과자로 약 2주 전에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가 1차 총격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동소총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덴마크 보안 당국 관계자는 “용의자가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와 연계됐는지는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총격 사건의 조력 용의자 2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두 남성은 총격 용의자의 범행을 지원하고 방조한 혐의”라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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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덴마크판 ‘샤를리 테러’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도심 주택가, 기차역, 유대교 회당에서 토요일이던 14일 오후부터 15일 일요일 새벽까지 테러로 추정되는 총격이 일어나 시민 2명과 용의자로 추정되는 1명이 숨졌다. BBC는 코펜하겐 시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총격이 세 차례 일어나 용의자를 포함한 남성 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첫 번째 총격은 14일 오후 3시 반경 코펜하겐 시내 주택가에 있는 크루퇸덴 카페에서 발생했다. 당시 카페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표적이 돼 온 스웨덴 출신 예술가 라르스 빌크스 씨(69)와 대학교수 시민운동가 언론인 등 50여 명이 참석해 샤를리 에브도 희생자 추모 행사를 겸한 토론회를 할 계획이었다. 두 번째 총격은 약 9시간 반 뒤인 15일 오전 1시경 카페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유대교 회당 인근에서 발생해 유대인 1명이 죽고 경찰 2명이 다쳤다. 세 번째 총격은 4시간 뒤 회당에서 3, 4km 떨어진 뇌레브로 기차역 인근이었다. 코펜하겐 경찰은 이날 기차역 인근에서 경찰에게 총을 쏜 남성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카페 총기 난사에 관여한 인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감시영상을 분석한 결과 세 번의 총격사건의 용의자가 모두 동일 인물로 추정된다”며 “공범이 있는지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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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를리 희생자’ 위한 추모 토론회 도중 무차별 총탄세례

    밸런타인데이이자 토요일인 14일 오후 3시경. 덴마크 코펜하겐의 관광 명소인 인어공주 동상에서 2∼3km 떨어진 크루퇸덴 문화센터 카페 안에서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예술, 신성모독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었다. 프랑수아 지므레 덴마크 주재 프랑스 대사가 파리 테러(지난달 7일)를 상기시키며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고자 오늘 행사에 참석해준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인사말을 마치고 다음 연사에게 마이크를 막 넘겨주려던 순간 갑자기 ‘다다다다’ 하는 총성과 함께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들었다. 참석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드렸다.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지므레 대사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리창이 깨지면서 밖에서 자동소총이 40∼50발 연속으로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며 “총격은 20초간 계속됐는데 이 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만약 범인이 실내로 난입했다면 피해는 훨씬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는 유리로 돼 있어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다. 행사에 참여했던 폴란드 예술가 아그니에슈카 콜레크 씨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통화에서 “범인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2005년 스웨덴 언론에 처음으로 무함마드 만평을 게재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오랜 테러 표적이었던 스웨덴 예술가 라르스 빌크스 씨(69)가 토론자에 끼어 있었다. 총성이 터지자 덴마크 경찰은 빌크스 씨를 포함한 주요 인사들을 카페 옆방으로 피신시켰다. 경찰과 괴한 간의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카페 밖에 서 있던 55세 남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 또 빌크스 씨의 경호 임무를 맡았던 덴마크 정보기관(PET) 소속 경찰 3명이 어깨와 다리 등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이들은 다행히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경찰이 응사를 시작하고 난 몇 분 뒤 범인은 폴크스바겐 폴로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이 같은 총격이 끝나자 행사를 재개한 뒤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덴마크 경찰은 사건 초기 범인을 2명으로 추정했다가 1명으로 수정했으며 트위터를 통해 용의자 사진을 배포했다. 25∼30세 아랍인으로 보이는 용의자는 키 185cm가량의 건장한 체격에 90∼100cm 길이의 검은색 기관총 또는 자동소총을 들고 복면, 모자, 털조끼를 착용했으며 검은색 가방을 메고 있었다. 이 용의자는 카페 총격 후 9시간 반가량 지난 이튿날 15일 오전 1시 무렵 2차 총격테러를 했다. 이번에는 카페에서 걸어서 30분 정도인 코펜하겐 시내 노레포르트 역 인근 시너고그(유대교 회당)였다. 이 과정에서 회당 밖을 지키던 유대인 남성 1명이 숨지고 경찰 2명이 부상했다. 현지 유대인 단체인 북유럽유대인안전협회(NJSC)는 총격 당시 회당 안에서 유대교 성인식(바르 미츠바)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회당 출입 통제를 담당하던 유대인 단 우잔 씨(37)가 희생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시 4시간 뒤인 15일 오전 5시 1차 총격이 있었던 카페에서 멀지 않은 도심 다문화 지역 뇌레브로 기차역에서 용의자가 사살됐다. 덴마크 경찰은 “뇌레브로 역에서 검문을 하던 중 한 남성을 불러 세우자 그가 경찰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해 경찰도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고 말했다. 덴마크 정보당국은 용의자가 “아랍인 얼굴을 하고 있지만 코펜하겐 출신”이라며 “시리아나 이라크 출국 흔적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따라서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lone wolf)’일 수도 있지만 이슬람국가(IS) 훈련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와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덴마크 출신 친이슬람 청년 100여 명이 IS에서 훈련을 받고 귀국해 덴마크가 테러 위험에 노출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자칫 시민 17명의 생명을 앗아간 파리 테러처럼 큰 희생으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었지만 덴마크 당국의 테러 예방 조치가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랫동안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되어 온 빌크스 씨가 참석한 행사에 위험이 따를 것으로 예상한 덴마크 당국이 이날 행사장에 공항 수준의 검색을 거쳐 참석자들을 입장시켰으며 출입문도 봉쇄해 테러범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고 CNN 등은 전했다. 한편 덴마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IS 공습에 전투기까지 파견하는 등 북유럽 국가 중 가장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또 일간지 윌란포스텐 등 이슬람권을 자극하는 언론도 다수 존재한다. 2005년에도 이 신문이 무함마드가 머리에 폭탄 모양의 터번을 두른 모습을 묘사한 만평을 싣기도 했다. 헬레 토르닝슈미트 덴마크 총리는 성명에서 “정치적 테러 행위라는 점이 명백하다”며 “덴마크는 폭력 앞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덴마크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시하고 내무장관을 코펜하겐에 급파해 지난달 파리 테러와의 연관성 등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이유종 기자}

    •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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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전승훈]프랑스의 세속주의와 톨레랑스

    “종교는 집이나 사원에서만 믿어라. 자신의 신앙을 왜 공공장소에서 표현하느냐.” “그럼 기독교 신자들도 로마시대처럼 카타콤베(지하묘지)에서 숨어서 예배를 봐야 하는가. 모든 종교 행위가 은밀하게 치러지는 비밀의식이어야 하는가.”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이후 프랑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논쟁이다. 프랑스 정부는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는 행위에 대해 ‘프랑스 공화국’의 정체성을 깨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반면 이슬람 신자들은 ‘신성모독의 권리’까지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프랑스인들을 문화적 식민주의라고 공격한다. 한국에서는 지하철에서 “예수 믿으세요!”를 외치는 개신교 전도사, 길거리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절을 하는 불교 승려를 쉽게 볼 수 있다. 종교적 심성이 열정적이면서 타 종교에 대한 포용력도 큰 한국인의 눈으로 볼 때 프랑스의 이러한 논쟁은 다소 낯설다. 테러 사건 직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종을 울렸을 때 샤를리 에브도 직원들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이 잡지는 이슬람은 물론이고 가톨릭까지 모든 종교권력을 비판하고 조롱해 왔기 때문이다. 숨진 스테판 샤르보니에 전 편집장은 “나는 이슬람 혐오주의자가 아니라 무신론자”라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의 ‘종교적 세속주의(La¨icit´e)’의 원칙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혁명의 주역인 시민 부르주아지 세력은 왕과 귀족뿐 아니라 종교권력과의 치열한 싸움 끝에 공화국을 세웠다. 또한 종교개혁 당시 신구교 간 유혈충돌,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기억은 정치와 종교를 철저히 분리하는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가톨릭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는 “어떤 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40%로 유럽 제일의 ‘반(反)종교’의 나라가 됐다. 프랑스에서 ‘선(禪) 불교’가 인기인 이유가 불교가 신을 믿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나 ‘명상법’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이슬람 이민자들이 급증하자 프랑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슬람은 종교와 생활을 분리할 수 없어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11년 공공장소에서 모든 종교적 상징물을 추방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공립학교에서는 무슬림 소녀의 스카프, 유대인 소년들이 머리에 쓰는 키파(모자)도 금지됐다. 최근에는 관청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구유 장식도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세속주의란 다른 문화와 종교를 인정해온 ‘톨레랑스(관용)’의 전통에 기초한 공화국의 원칙인데, 모든 종교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신론’과 혼동되면서 이슬람과의 갈등을 불러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식 소수 공동체 활성화보다는 공화국의 전체적 가치를 내세우는 프랑스에 대해 “계몽(啓蒙) 근본주의” “종교의 자유가 아니라 ‘종교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는 나라”(뉴욕타임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파리 연쇄 테러 사건 이후 프랑스는 공화국의 새로운 ‘정체성과 가치’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다. 대한민국도 세계화 시대를 맞아 동남아 이주 노동자와 국제결혼 커플이 크게 늘어나고, 탈북 난민들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제 우리도 이념과 종교, 인종을 넘어 대한민국을 통합할 수 있는 정체성과 가치가 무엇일까 하는 논쟁을 시작해야 할 때다.전승훈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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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에서 더 빛난 佛… 마녀사냥도 국론분열도 없었다

    ‘파리는 샤를리다!’ ‘샤를리 에브도, 파리의 명예시민’ 11일 오후. 프랑스 파리 시청 건물 벽에는 여전히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대형 검은색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그러나 시청 앞에 설치된 흰색 얼음판에서는 스케이트를 타는 소녀들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지난달 7일)이 일어난 지 한 달여가 지난 파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7∼9일 프랑스는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시련을 겪었다. 시사 풍자 만화잡지 샤를리 에브도와 유대인 식품점 인질 사건 등 이슬람 극단주의 연쇄 테러로 17명의 시민과 경찰이 희생됐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은 테러에 엄정하게 대처하면서도, 사회적 동요와 불안감을 부추기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일상 복원력’의 저력을 보여 주고 있다. 150만 명의 파리 시민과 세계 34개국 정상이 함께 행진을 벌였던 레퓌블리크 광장, 바스티유 광장 주변의 노천카페에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도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고, 겨울 세일을 끝내고 봄 신상품으로 단장한 가게의 점원들도 미소로 손님을 맞았다. 에펠탑 앞에서 소총을 들고 경계하는 군인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점만 빼 놓으면 한 달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스페인 여행객 알리시아 카잘스 씨(52·여)는 “파리 여행을 계획해놓고 약간 걱정됐는데 안전 조치가 강화된 모습을 보니 오히려 더 안심이 된다”며 “하기야 테러를 당했다고 파리를 여행지에서 제외하기엔 너무 아쉽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 여행업계는 테러 공격에도 불구하고 1월에 파리를 찾은 여행객 수가 거의 줄지 않았다고 한다.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도 프랑스인들이 ‘일상’을 지속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테러 사건 발생 직후 TF1과 프랑스2 TV 등 최대 민영·공영 방송사들은 코미디, 노래자랑, 연애 리얼리티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그대로 내보냈다. 파리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 중인 최재헌 씨(24)는 “한국에서는 재난이 닥치면 모든 일상이 올스톱된 채 국가 전체가 우울증에 빠지고 스스로 자학하는 경우가 많은데, 프랑스인들은 단결을 보여 주면서도 일상을 지속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대형 사건이 터지면 으레 있을 법한 정부 책임론이 별로 없다는 것도 특이하다. 외국 언론들이 프랑스 정보 당국과 경찰이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했을 뿐 오히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마뉘엘 발스 총리,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 등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지지율은 10∼20%씩 크게 상승했다. 한-프랑스 문화예술 교류 단체 ‘에코드라코레’를 운영하는 한국인 이미아 씨(47·여)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를 비난할 뿐 초점을 흐릴 수 있는 엉뚱한 ‘마녀사냥식’의 희생양 찾기는 찾아볼 수 없어 나도 놀랐다”며 “모두 평정심을 찾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테러범들에게 하는 최고의 복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파리 시민들이 테러를 잊은 것은 결코 아니다.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이 있는 테러 현장은 지난 한 달 동안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꽃들이 마치 무덤처럼 둥그렇게 쌓였다. 추모 열기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11일 ‘나는 샤를리다’라는 추모의 메시지를 적은 연필 모양의 기다란 나무 막대를 가지고 아이와 함께 온 쥘리앙 씨(42)는 “샤를리 에브도 사건의 교훈을 기억하기 위해 테러 현장은 꼭 보존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인 유학생 메간 노르가드 씨(20·패션 마케팅 전공)는 “늘 이 앞을 지날 때면 뉴욕에서 9·11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그라운드 제로’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민자 통합을 위한 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인터넷을 통한 이슬람극단주의 테러 선동 방지 대책을 실시하는 등 조용하지만 강력한 대책을 펴 나가고 있다. 11일 파리 5구에 있는 프랑스 최대의 이슬람사원 ‘그랑드 모스케’에서는 기도를 올리는 이슬람 신자들뿐 아니라 카페에서 민트차를 마시는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모스크에서 만난 이맘(이슬람 지도자) 타하르 마흐디 씨는 “샤를리 에브도가 우리를 연필로 공격했기 때문에 우리도 연필로 대응해야 한다”며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총알로 대응하는 것은 이슬람이 아니라 마피아”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정치학자 도미니크 무아지는 “프랑스의 일상 복원력은 수많은 혁명을 통해 계몽주의적인 공화국의 가치를 발전시켜 온 전통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런던의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이코노미스트 길 모어 씨는 “테러 공격 이후 프랑스가 보여 준 단결은 지난 10년 동안 ‘프랑스 쇠퇴론’으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던 ‘집단적 의기소침’을 치유할 수 있는 전기충격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전승훈·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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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숙인들에 샤워장 선물한 교황

    “부(富)의 불평등이야말로 모든 악의 근원입니다. 가난을 가져오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7일 현대사회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심하다는 것을 또다시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정부가 주최한 ‘밀라노 엑스포 아이디어’라는 회의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부의 불평등과 경제적 소외 속에서 경제가 죽어가고 있다”며 양극화 해결을 촉구했다. “우리는 이 지구를 유지하는 사람들일 뿐이지 주인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교황은 “노인들이 길거리에서 얼어 죽고 있다. 이는 결국 강자들이 약자 위에 서는 경쟁의 결과”라면서 “전 세계 기아와 불평등을 극복하려면 시장에 부여하는 절대적 자율, 금융 투기 등을 포기하고 부의 불평등을 만드는 근원적인 구조를 없애겠다는 결심을 먼저 해야 한다”고 세계 지도층에 당부했다. 교황은 2013년 3월 취임 이후 줄곧 전 세계적으로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양극화된 사회의 불평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반성을 촉구해 왔다. 지난달 16일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해서도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진실된 태도와 조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은 취임 직후 발표한 84쪽 분량의 권고문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에서부터 시작됐다. 교황은 이 권고문에서 “극소수의 소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절대 다수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며 “시장과 금융 투기에 완벽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데올로기가 결국 자기들만의 법과 규칙을 중시하는 독재 체제를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한편 교황청은 6일 교회가 불평등 해소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교황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환으로 로마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 돌기둥 사이에 노숙인을 위한 샤워장과 무료 이발소를 설치했다. 이곳에는 수건과 갈아입을 속옷, 비누, 치약, 면도기 등의 위생용품이 준비됐다. 지난해 10월 바티칸 사회복지 책임자인 콘라트 크라예프스키 주교가 50대 노숙인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는데 “자기 몸에서 냄새가 난다”며 사양했다는 사연을 들은 교황이 노숙인을 위한 샤워장 설치를 지시했다고 이탈리아 안사통신이 전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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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글레시아스, 스페인 정치권 37세 반항아 “포데모스”로 국민 사로잡아

    올해 37세의 ‘말총머리’ 좌파 정치인이 스페인 정치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스페인의 신생 좌파 정당 ‘포데모스’의 당수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기성 정치권에 환멸을 느낀 스페인 유권자들은 ‘긴축 반대’를 소리 높여 외치는 ‘옴 파탈’(위험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남성) 정치인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가 이끄는 포데모스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권 국민당과 제1야당인 사회노동당을 제치고 지지율 2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올해 5월 지방선거와 12월 총선에서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이글레시아스의 트레이드마크는 뒤로 질끈 묶은 말총머리와 턱수염, 그리고 빨간색 넥타이. 그의 외모는 어떤 말보다도 선명한 정치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장 양복을 입고 앞뒤 머리를 짧게 자른 ‘라 카스타’(엘리트)로 불리는 스페인 주류 정치권에 도전하겠다는 ‘반항’의 상징이다. 캐나다 출신 가수 레너드 코언의 노래 ‘우리는 먼저 맨해튼을 친다. 다음에 (미국을 추종하는) 베를린을 접수한다’가 울려 퍼지는 그의 집회는 마치 록스타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그는 이윤을 내는 기업의 노동자 해고 금지, 최저임금 인상, 부유세 신설, 기업 법인세 인상, 에너지 기업과 병원, 교육부문의 국유화 등의 공약을 내걸어 긴축과 생활고에 지친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이글레시아스는 2011년 5월 긴축정책과 불평등 격차가 커지는 데 대한 대중적인 항의 운동인 ‘분노하라’ 시위를 이끌면서 스페인 정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급상승한 인기를 기반으로 시위 지도부에 참여한 교수들과 함께 지난해 1월 ‘포데모스’를 창당해 분노한 대중을 정치세력화했다. ‘포데모스’는 “우리는 할 수 있다(We Can!)”는 뜻의 스페인어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08년 대선 구호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포데모스는 창당 4개월 만인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8%의 득표율로 일약 제3당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31일 이글레시아스가 주도한 마드리드 긴축 반대 시위에는 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글레시아스는 “이제는 스페인이 변화할 때”라며 “내가 총선에서 승리하면 (유럽 채권국들을 향해) 1조 유로(약 1240조 원)에 달하는 부채 상환 조건을 바꿔 부담을 낮추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지난달 그리스 총선 때 아테네로 직접 날아가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로 불리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40)의 손을 잡아 주며 유럽 좌파 연대를 과시했다. 교수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력도 특이하다. 1978년 역사학과 교수인 아버지와 스페인 노조연맹(CCOO)의 변호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좌파 성향이던 부모는 아들 이름을 19세기 ‘스페인 사회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스페인 명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의 정치학과 교수로 활동하며 2002년 이후 학술잡지에 3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고, TV토론 프로그램에서 해박한 지식과 달변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치 성향은 14세 중학생 시절부터 스페인 공산당에서 청년 당원으로 활동하고 ‘반(反)세계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뼛속 깊은’ 좌파다.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교장관은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유럽 급진 좌파의 부상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창해 온 혹독한 긴축 정책이 낳은 예기치 않은 괴물”이라고 지적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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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은 어디로? ‘뼛속까지 좌파’ 37세 ‘옴므파탈’ 정치인 돌풍

    올해 37세의 ‘말총머리’ 좌파 정치인이 스페인 정치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스페인의 신생 좌파정당 ‘포데모스’의 당수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가 그 주인공이다. 기성정치권에 환멸을 느낀 스페인 유권자들은 ‘긴축 반대’를 소리 높여 외치는 ‘옴므 파탈’(위험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남성) 정치인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가 이끄는 포데모스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권 국민당과 제1야당인 사회노동당을 제치고 지지율 2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올해 5월 지방선거와 12월 총선에서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이글레시아스의 트레이드 마크는 뒤로 질끈 묶은 말총머리와 턱수염, 그리고 빨간색 넥타이. 그의 외모는 어떤 말보다도 선명한 정치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장 양복을 입고 앞 뒷머리를 짧게 자른 ‘라 카스타’(엘리트)로 불리는 스페인 주류 정치권에 도전하겠다는 ‘반항’의 상징이다. 캐나다 출신 가수 레너드 코헨의 노래 ‘우리는 먼저 맨해튼을 친다. 다음에 (미국을 추종하는) 베를린을 접수한다’가 울려 퍼지는 그의 집회는 마치 록스타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지지자들 수천 명이 추운 날씨에도 집회장 밖에서 소리치며 열광할 정도다. ‘포데모스’는 “우리는 할 수 있다(We Can!)”는 뜻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08년 대선 구호에서 따온 이름이다. 지난달 31일 포데모스 주도 하에 마드리드에서 열린 반긴축시위에는 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글레시아스는 “이제는 스페인이 변화할 때”라며 총선에서 승리하면 1조 유로(약 1240조 원) 규모의 스페인 부채를 재조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요시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은 최근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유럽 급진좌파의 부상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주창해 온 혹독한 긴축정책이 낳은 예기치 않은 괴물”이라고 지적했다. 이글레시아스는 지난달 그리스의 총선 당시 아테네를 찾아가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로 불리는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40)와 손을 잡고 유럽 좌파의 연대를 과시했다. 그는 이윤을 내는 기업의 노동자 해고금지, 최저임금 인상, 부유세 신설, 기업 법인세 인상, 에너지 기업과 병원, 교육부문의 국유화 등의 공약을 내걸어 긴축과 생활고에 지친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이글레시아스는 1978년 역사학과 교수인 아버지와 스페인 노조연맹(CCOO)의 변호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부모님이 19세기의 ‘스페인 사회주의의 아버지’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14살 중학생 시절부터 스페인공산당에서 청년 당원으로 활동하고 ‘반(反) 세계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뼛속 깊은’ 좌파 정치인이다. 그는 2008년 콤플루텐세대학에서 ‘국경이 사라진 시대의 집단행동’이라는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스위스의 유럽대학원(EGS)에서 영화에 대한 정치적 분석 연구로 커뮤니케이션학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스페인 명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의 정치학과 교수로 활동하며 2002년 이후 학술잡지에 3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고, TV토론 프로그램에서 해박한 지식과 달변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글레시아스는 2011년 5월 긴축정책과 불평등 격차가 커지는 데 대한 대중적인 항의운동인 ‘분노하라’ 시위를 이끌었다. 그는 시위 지도부에 참여한 교수들과 함께 지난해 1월 ‘포데모스’를 창당해 분노한 대중들을 정치세력화 했다. 포데모스는 창당 4개월만인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8%의 득표율로 일약 제3당으로 떠올랐다. 포데모스의 부상은 스페인에서 1975년 프랑코 독재가 몰락 한 이후로 40년 동안 지속돼 온 보수당인 국민당(PP)과 중도좌파 사회당이 지배해 온 양당 체제의 붕괴를 뜻한다. 스페인 유권자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라며 뒷짐 진 기성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글레시아스는 “다수 대중이 정치권력을 갖지 않으면, 그들이 당신의 권리도, 지갑도 훔쳐갈 것”이라며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구호로 유권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이글레시아스가 이끄는 포데모스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복지확대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해고금지 정책에 대해서는 스페인 기업들의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데모스가 시리자의 전술을 흉내 내는 것은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했다. 신생 그리스 정부가 그리스를 경제 회복으로 이끈다면 포데모스에게도 좋은 미래가 있겠지만, 급진좌파 노선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유로존 퇴출로 이어진다면 포데모스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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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 호주기자 400일만에 석방

    이슬람 세력을 지원했다는 혐의 등으로 이집트 교도소에서 1년 넘게 구금됐던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TV의 호주 출신 기자가 1일 전격 석방됐다. BBC 방송 등에 따르면 구금 400일 만에 석방된 알자지라 소속 피터 그레스터 기자(50)는 이날 이집트 토라 교도소를 떠나 키프로스행 비행기 편으로 출국했다. 그는 비행기를 갈아탄 뒤 고국인 호주에 도착해 가족과 상봉할 예정이다. 그러나 같은 혐의로 함께 복역 중이던 캐나다-이집트 이중 국적의 무함마드 파흐미(전 CNN 기자)와 이집트인 바헤르 무함마드 등 알자지라 기자 2명은 여전히 구금 중이다. 알자지라는 성명에서 “남은 기자들이 다시 자유를 얻을 때까지 쉬지 않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레스터 기자는 BBC, 로이터 등에서 일하며 분쟁지역 보도를 해 온 인물로 지난해 12월 ‘호주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워클리 언론상’을 받기도 했다. 그레스터 등 알자지라 기자 3명은 2013년 12월 카이로의 한 호텔에서 체포돼 징역 7∼1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레스터 기자는 유죄 판결을 받기 전 공개한 편지에서 거짓 보도를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는 사실에 크게 괴로워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이 편지에서 “20년간 특파원으로 해외에서 일하면서 나는 안전하게 일하는 방법을 알지만 그 경계선 언저리에 안주하지 않았다”며 “이집트에서는 ‘새로운 기준’ 때문에 일상적인 취재활동이 갑자기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현재 이집트의 정치적 상황을 관련 당사자에 대한 언급 없이 어떻게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할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전 세계 언론단체들은 그레스터 기자 구명운동을 벌여 왔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버티던 이집트 정부가 그레스터 기자를 전격 석방한 것은 알자지라를 소유한 카타르 왕실과 이집트 정부 간 관계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카타르는 이집트 군부와 갈등을 빚었던 무슬림형제단 정부를 지원해 반발을 샀다. 카타르는 지난달 22일 알자지라의 이집트 지사를 폐쇄하며 이집트에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호주 정부도 자국민 기자 석방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그레스터 기자가 이집트 대통령령에 따라 호주로 강제 추방되자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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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랑드 리더십 믿을 만해” 파리테러후 지지율 급등

    프랑스 5공화국 대통령 중 최악의 바닥 지지율로 고전하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사진)의 지지율이 ‘파리 테러’(지난달 7일) 이후 수직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 지지율이 무려 40%로 나왔다. 테러 이전 평균 지지율 19%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ODOXA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의 지지율은 31%로 테러 전 21%보다 10%포인트나 올랐다. 그의 드라마틱한 지지율 변화는 국가적 재난이 닥쳤을 때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정치지도자에게 위기가 기회일 수 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테러사건에서 보여준 ‘신속한 행보’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던 국민을 안심시켜 줬다는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발생하자 1시간 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는 아직 희생자들의 시신이 유혈이 낭자한 채 수습되지 않은 상태였고, 도주한 범인들이 어디서 다시 총격을 난사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 국가지도자가 신속하게 현장으로 뛰어들자 국민은 박수를 보냈다.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해 테러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모습도 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를 최우선시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테러 직후 사상 최초로 경찰특공대(RAID)와 대테러 헌병특수부대(GIGN)를 동시에 투입하고 경찰병력도 8만 명 이상 동원하는 초강수를 띄워 테러 발생 사흘 만에 인질범들을 사살했다. 유대인 상점 인질극도 경찰 진압 작전 전 숨진 인질 외에 추가적인 인명 피해 없이 진압됐다. 테러 발생 사흘 만에 전 세계 국가정상 45명을 파리로 모이게 한 추진력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여기에 더해 국가 위기상황이 터지자 정적들을 포함한 다양한 정치세력을 엘리제궁으로 불러들여 ‘단합(Union Nationale)’을 호소한 ‘정치력’도 돋보였다. 영국 더타임스는 “올랑드 대통령이 테러 사태 이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은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정치적 아우라’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게 했다”고 평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자 총리 지지율도 급상승했다. 사회당에서 가장 우파적인 성향의 마뉘엘 발스 총리 지지율이 55∼60%대에 이르는 것. 친기업 정책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 실용주의 정책을 펴오고 있는 그는 테러 사건 직후인 지난달 13일 의회에서 테러에 대한 강력한 안보대책을 밝힌 연설로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같은 달 20일에는 이민자를 통합하기 위한 정책을 밝혀 국민 통합을 주문했다. 반면 제1야당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최근 TV에서 마뉘엘 발스 총리 견제에 나섰다가 지지율이 4%나 떨어지는 역풍을 맞았다. 그는 현 정부의 테러 대책이 미흡하다며 “지하드(이슬람 성전)에 참여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로 떠난 프랑스인들의 국적을 박탈하는 등 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는 효율적인 테러대응 조치에 사르코지(47%)보다 발스 총리(57%)가 더 믿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극우파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사건으로 지지율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4%가 하락했다. 지난달 11일 ‘공화국 행진’ 때 공식 초청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참가를 거부한 것이 잘못됐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르펜은 대신 FN이 장악하고 있는 지중해 연안의 소도시 보케르에서 별도의 추모행사를 열어 통합과 거리가 먼 인물로 비쳤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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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뜨는 정치지도자들]“전방위 국가개조” 외치는 렌치

    지금 이탈리아는 올해 갓 마흔이 되는 젊은 총리의 행보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그의 이름은 마테오 렌치(40). ‘파괴자’라는 뜻의 ‘데몰리션 맨(demolition man)’이라는 별명으로 더 자주 불린다. 중도 좌파를 표방하는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국가 개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유럽 내 역대 최연소 총리에 취임한 그는 60, 70대 ‘노(老)정객’들이 지배해온 이탈리아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럭셔리 관용차들을 인터넷 경매로 팔아치웠고, 내각의 절반을 여성에게 맡겼다. 양복 대신 셔츠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 그는 “휴대전화 속에 국가행정의 미래를 담겠다”며 모든 민원 시스템을 휴대전화 앱으로 처리하는 행정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파괴자’라는 별명을 안긴 것은 나라 전체를 뜯어고치겠다는 동시다발 개혁안. 우선 국회의원 수를 대폭 줄였다. 렌치 총리는 지난해 8월 315명에 달하는 상원의원 수를 100명이나 줄이는 40개항의 정치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는 역사적인 일을 단행했다. 상당수 여야 의원이 거세게 반대하며 표결까지 불참하는 진통 끝에 통과시킨 개혁안이다. 법안은 앞으로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 통과되어야 하지만 기존 어떤 정치인도 손대지 못했던 고질적인 국회의 비효율에 칼을 들이댔다는 점에서 여론의 지지는 높다. 렌치 총리가 또 승부수를 던진 분야는 노동 개혁. 이탈리아는 1970년대 도입된 노동법에 따라 15명 이상을 고용한 기업주는 ‘정당한 사유(just cause)’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한번 정규직으로 취업하면 평생 고용을 보장받는 시스템이라 ‘시스테마토(Sistemato·시스템 안에서 안착한 사람)’라는 말까지 별도로 있을 정도이다. 2000년대 들어 개혁 성향의 정치인들이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돼 개혁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개혁과제로 꼽혔다. 이 노동 개혁이 마침내 렌치 총리 재임 중 이뤄지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그는 ‘더 잡 액트(The Job Act·일자리 법안)’라는 이름의 법안을 통해 기업이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도록 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폭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 이름을 영어로 지은 것도 유연성과 혁신을 강조하는 미국 노동시장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노조로부터 달걀 세례까지 받을 정도로 궁지에 몰렸던 렌치 총리는 마침내 지난해 12월 3일 법안이 상원 문턱을 넘도록 하는 데 성공해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2015년 새해 그의 정치역정은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14일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89)이 고령을 이유로 사임하면서 취임 11개월 만에 최대의 정치적 시험대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탈리아의 최대 관심은 렌치 총리가 추천한 대통령이 29일로 예정된 의회에서 승인을 얻을지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대통령이 실권 없는 의전적 성격이 강한 자리이긴 하나 지금은 유로존 재정 위기 같은 국가 위기 상황이라 대통령이 국회 해산, 새 정부 구성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이어서 중요한 자리이다. 더구나 각종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렌치 총리 입장에서는 자신이 추천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힘을 받는 상황이다. 현재 여러 사람이 거론되고 있으나 총리가 제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통령은 상하원 모두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현재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민주당의 의석조차 과반에 못 미친다. 설상가상으로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 정당인 시리자가 집권한 것도 렌치 총리에겐 악재 중의 악재다. 민주당 내 좌파 계열들이 그리스 지지를 표방하면서 공격의 화살을 총리에게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렌치 총리는 집권 민주당 내의 단결을 위해 이들을 껴안는 한편으로 이들이 반대하는 국가 개조도 해내야 하는 위기에 몰려 있다. 좀처럼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도 고민이다.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탈리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국내총생산(GDP) 경제 규모가 9% 축소됐고, 제조업 생산량도 25%나 줄었다. 실업률은 13.4%에 이르고, 청년실업률은 43.6%가 넘는다. 번번이 개혁의 발목을 잡는 정치권 때문에 개혁의 속도가 늦어지자 이탈리아 개혁을 바라보는 유로존의 시각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정치가 던진 마지막 ‘희망의 주사위’로 출발한 렌치 총리. 그의 정치인생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이탈리아는 새롭게 거듭나느냐, 아니면 제2의 그리스가 될 것이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201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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