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김동욱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부

구독 9

추천

전 세계를 누비며 올림픽, 월드컵 등 각종 스포츠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연주자, 무용수들의 공연을 보고 들으며 글로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creating@donga.com

취재분야

2026-01-07~2026-02-06
해외스포츠44%
축구30%
골프20%
사회일반3%
스포츠일반3%
  • “제의적 몸짓 통해 현재를 돌아보기”

    최면을 거는 것 같았다. 4명의 무용수가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한다. 이따금 동작이 조금씩 달라진다. 똑같은 동작이 합을 이뤄 반복되는 듯하면서도 무용수들이 한 번씩 각기 다른 동작을 펼치며 변화를 만들어 갔다. 20여 분간 이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안무의 제목처럼 ‘나티보스(Nativos·스페인어로 출신지, 태어난 곳)’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국립현대무용단과 벨기에의 리에주 극장이 공동 제작한 ‘나티보스’가 15∼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세계 최초로 무대에 오른다. 한국 무용수 4명(박재영 임종경 유용현 최용승)과 함께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벨기에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 애슐린 파롤린(40)이 안무를 맡았다. 그는 현재 유럽 현대무용계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는 안무가로 꼽힌다. 현대무용계의 혁명가였던 피나 바우슈(1940∼2009) 기념 재단이 올해 선정한 4명의 펠로십 대상자로도 뽑혔다. 7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아시아에서의 첫 작업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 “한국 무용단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처음이어서 새롭고 특별해요. 서로 다른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가진 사람들끼리 교류할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그의 전작인 ‘Heretics(이단자들)’는 샤머니즘적 제의를 담고 있다. 이 때문에 리에주 극장은 ‘한국 무용수의 이미지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그를 공동 작업의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제 작업 방식은 정형화돼 있지만 돌발적이고 미친 면이 있어요. 이런 면이 한국의 정서와 유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한국의 내림굿을 넣었고 장구와 징 등을 연주하면서 소리까지 하는 한국인 연주자(여성룡)도 포함시켰어요.” 그는 한국인 무용수들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무용수들이 주어진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움직임도 정교해요. 다만 내면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는 것 같아요. 한국 특유의 교육 때문인 것 같은데 굳이 비교를 하자면 한국은 기술적인 면을 강조하고, 유럽은 개성을 강조하는 것 같아요.” 서울 공연 이후 이 작품은 11월 프랑스를 시작으로 벨기에, 이탈리아 등 10여 개 국가에서도 공연이 예정될 정도로 유럽에서도 기대가 높은 작품이다. “저는 현재를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항상 전통으로, 제의로, 과거로 돌아가려고 해요.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자체가, 매일 일하고 생활하는 모든 것이 제의일 수 있기 때문이죠. 그것을 춤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한국적, 유럽적 샤머니즘의 만남의 시작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7-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리듬체조에 손연재 있다면, 하프엔 황세희가…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를 닮은 외모다. 가녀린 외모 때문에 높이 180cm, 무게 40kg의 하프를 켜는 모습이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1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황세희(20)는 최근 가장 떠오르는 하프 연주자다. 2010년 오사카 국제콩쿠르(3위)를 시작으로 2012년 일본 국제콩쿠르 2위, 2013년 헝가리 세게드 국제콩쿠르 특별상, 빈 국제콩쿠르 대상, 프랑스 국제콩쿠르 대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달에는 하프 콩쿠르 중 가장 권위 있는 USA 국제콩쿠르에서 4위에 올랐다. 7세 때 취미로 피아노를 배웠던 그는 금세 싫증을 냈다. 그 대신 비슷한 악기인 하프를 손에 잡았다. “페달을 밟고 두 손을 움직이는 것이 피아노와 비슷했지만 음색이 정말 예뻤어요. 현을 뜯을 때마다 느껴지는 진동도 매력적이었죠. 일단 하프가 예쁘잖아요.” 당시 한 살 위인 언니(황세영)와 함께 하프를 배웠다. 종종 함께 무대에 오르는 언니는 경쟁자이자 조력자이다. “자매가 같은 악기를 하면 단점보다 장점이 많아요. 서로 비평과 조언을 해주고, 연습 때 동기 부여도 돼요. 옷으로 싸우는 일은 없고…, 공연 때 하고 싶은 레퍼토리가 겹쳐 다툴 때는 있어요.” 그는 하프보다 먼저 발레를 접했고 그 길로 가는 것도 생각했다. “5년 넘게 배웠어요. 결국 하프를 선택했는데 하프를 켜는 동작이 발레 손짓과 비슷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연주할 때 선이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그는 서울예고를 다니다 홈스쿨링을 선택했다. 학교생활과 연습을 병행하기 힘들어서다. 현재 그는 미국 인디애나대 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고 있다. “학교를 그만둘 때부터 확고한 목표가 있었어요. 유학을 가서 25세 때까지 USA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하고 싶었어요.” 궁극적으로 그의 목표는 ‘하프 대중화’다. 콩쿠르, 수업, 공연 등 바쁜 나날이지만 하프 앙상블(하피데이)과 함께 일반인 학생을 상대로 하프 교실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하프밖에 모르는 ‘하프 요정’은 21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에서 앙리에트 르니에의 곡 등으로 독주회를 가진다. 3만 원. 02-6303-1977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7-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숲 속에서 즐기는 음악제… “클래식 피서 어때요?”

    쏟아지는 별빛. 귓가를 간질이는 풀벌레 소리. 여름밤에 긴팔 셔츠를 걸쳐야 할 만큼 서늘한 날씨. 오로지 강원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2004년 시작된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올해부터 평창대관령음악제로 이름을 바꿔 12일부터 8월 9일까지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와 인근에서 열린다. 도심에서 벗어나 강원 산골짜기에서 열리는 만큼 더위를 피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클래식 애호가에게만 인기 있는 행사가 아니다. 각종 웹사이트에서는 관광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일정을 문의하기도 한다. 알펜시아 주변에 목장, 워터파크, 해변 등 관광지가 많고 최근에는 먹을거리도 많아져 하루 이상 머물며 휴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다. 올해 음악제는 ‘BBB자로…’를 주제로 ‘B’자로 성이 시작되는 작곡가의 음악을 다룰 계획이다. 그동안 북유럽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역을 조명하던 것에서 방향을 바꿨다. 바흐 베토벤 브람스 등 ‘B’자로 시작되는 성을 가진 작곡가 26명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정명화, 정경화 예술감독은 “2주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클래식의 큰 흐름과 음악사를 아우르는, 그 어느 해보다 알차고 의미 있는 음악 여행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미국 작곡가 크리스토퍼 버그의 이번 음악제를 위한 위촉곡의 세계 초연(29일) △세계적인 마임 연기자 게라심 디슐리에브의 음악과 춤 컬래버레이션(28일, 8월 3, 4일) △소프라노 임선혜의 바흐 칸타타(8월 3일) △핀란드의 하프시코드 연주자 아포 하키넨이 이끄는 원전연주 앙상블(28, 29일, 8월 4일) 등이다. 부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남의 연주를 객관적으로 보고 듣는 걸 워낙 좋아해 도움이 될 것 같다. 강원도 원주 출신이라 내 마을 잔치에 일조한다는 생각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5만∼25만 원. 033-240-1360∼3.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7-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5개 층 높이의 웅장함… 음이 천장에서 쏟아지는 듯”

    ‘골라 듣는 재미가 있다?’ 8월 18일 정식 개관하는 롯데콘서트홀의 ‘현재’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내에 자리 잡은 롯데콘서트홀은 예술의전당에 이어 28년 만에 서울에서 문을 여는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다. 롯데콘서트홀은 3월부터 테스트를 위해 14차례의 사전 공연을 가졌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현악·관악 앙상블, 성악 리사이틀, 파이프오르간 연주, 재즈까지 다양한 공연으로 음향을 시험했다. 1일 마지막 사전 공연으로 임헌정 지휘자가 이끄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무대를 직접 찾았다. 관객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1, 2부 공연 뒤 만난 많은 관객이 국내에서 처음 보는 공연장 모습과 시설, 음향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제2롯데월드 건물 7∼11층 등 5개 층 높이에서 오는 웅장함,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듯한 객석 구분과 홀 내부의 곡선이 주는 유려함이 시각적 즐거움을 줬다. 한 관객은 “유럽의 음악당에 와 있는 기분”이라고 평가했다. 음향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음이 천장에서 쏟아져 내리는 것 같다” “바로 앞에서 연주를 듣는 기분” “소리가 귀를 뚫고 가는 느낌” 등 후한 평가가 쏟아졌다. 다만 앉은 자리에 따라 소리의 편차가 존재했다. 2차례 사전 공연을 찾았다는 한 관객은 “위쪽 발코니석과 중앙 2층에서 감상했는데 확실히 달랐다”며 “발코니석은 음이 떠다니는 기분이었다면 중앙 2층은 모든 음이 명료하게 들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공연을 제대로 감상하기 좋은 자리로 중앙 2층 이상과 사이드석을 추천했다. 잔향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도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롯데콘서트홀 측은 지금까지 사전 공연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은 개관 전까지 개선하고, 시간이 필요한 문제점은 장기적인 과제로 고칠 예정이다. 박현진 공연기획팀장은 “잔향을 줄이기 위해 흡음재를 추가하고, 자리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소리를 다듬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예술의전당도 개관 2년 뒤에야 소리가 안정됐다. 롯데콘서트홀은 제2롯데월드 안에 있어 식당이나 부대시설이 많다는 점도 강점이다. 전용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있지만 1000명 이상의 관객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때 혼잡스러운 것은 아쉬웠다. 이날 공연을 마치고 주차된 차를 건물 밖으로 빼는 데 30분 이상 소요됐다. 클래식 전용 홀이지만 전자음이 많은 공연도 손색없을 듯하다. 이날 2부 공연 도중 재난문자 알림음이 수십 대의 휴대전화에서 울렸다. 소리가 자그마해 오케스트라 연주 소리에 묻히기는 했지만 1, 2초간 확실히 귀청을 때렸다. 예기치 않은 전자음 테스트였던 셈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7-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계 대회 싹쓸이… 비보이계 산 전설

    세계 곳곳에 한류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그중 하나가 비보이다. 각종 세계 대회를 휩쓸고 있다. 그렇지만 ‘진조 크루’는 특별하다. 그들은 비보이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팀명의 진조(進조)에는 ‘불살라 오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미국 팀을 빼면 우승한 적이 없었던 미국의 ‘프리스타 세션’을 비롯해 영국의 ‘UK비보이 챔피언십’ 등 비보이 5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각종 세계 대회에서 80회 이상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8일 경기 부천의 연습실을 찾아갔다. 예상과 달리 깨끗하고 넓었다. 두 개의 연습 공간에 사무실까지 갖췄다. 인상적인 것은 단원들이 대부분 나와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김헌준 단장 겸 슈퍼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대표(32)는 “단원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전 9시까지 출근해 홍보, 기획 등의 일을 한다. 연습은 오후 5시부터 5시간 정도 한다”고 했다. 진조 크루가 춤만 출 줄 아는 춤꾼들이 아니라 엑셀과 파워포인트 등을 다룰 줄 아는 사무직 직원들이라는 게 의외였다. 진조는 김 단장이 고교 시절인 2001년 뜻이 맞는 선후배들과 함께 만들었다. 춤이 너무 좋아, 춤으로 승부를 걸어보고 싶은 욕심에 일반 중학교에서 정보산업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부모님에게 ‘스무 살 때까지 춤으로 승부를 걸고 싶다. 그때까지 이뤄놓은 것이 없다면 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했어요. 하하.” 그 마지노선을 1년 앞둔 2003년 그는 한 대회에서 프로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 결과로 계속 춤을 추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결심했지만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2005년부터 5년간은 돈이 없어 다른 팀이 연습하지 않는 자정부터 오전 9시까지 연습했다. “춤만 추기에도 하루가 부족했어요. 돈이 필요하면 대회에 나가 상금을 타서 그걸로 생활했어요. 한 달 생활비가 10만 원 정도밖에 안 됐어요.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어 누구보다 행복했어요.” 진조는 세계대회가 열리면 주최 측이 경비를 모두 대면서까지 가장 모시고 싶어 하는 팀이 됐다. 2012년부터 2년간 비보이랭킹즈(bboyrankingz)에서 1위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이후 이들은 자진해서 랭킹에서 물러났다. “아무리 대회에서 우승해도 ‘우리들만의 리그’였어요. 일반인들은 잘 몰라요. 그 대신 공연 등 다양한 활동으로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현재 진조는 스트리트댄스 팀으로는 유일하게 단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다. 단원 중 3명이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경기도 전문예술단체로도 지정돼 기부도 받는다. 국내외 공연에 나서 회당 수백만 원을 받고 있다. 7월 22∼24일 부천역 마루광장에서 열리는 ‘부천 세계비보이대회’도 주관한다. “부모들이 나서서 자식들을 비보이로 만들 수 있는 문화가 되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비보이가 빌딩도 사고, 존경도 받을 수 있구나 생각할 정도로요.” 부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호른을 통해 노래한다는 생각으로 연주합니다”

    호르니스트 김홍박(34)은 유럽 정상급 오케스트라에서 금관악기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그는 스웨덴 로열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호른 제2수석으로 활동하다 2014년 노르웨이의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오디션에 합격했다. 지난해부터 오케스트라의 종신단원이자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오랜 기간 유랑 끝에 얻은 경험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4년간 몸담았던 서울시립교향악단을 그만두고 무작정 유럽으로 떠났다. 이후 스웨덴 노르웨이 말레이시아 독일 영국 등에서 정식 또는 객원단원으로 활동했다. 여권에 출입국 도장을 받을 공간이 없어 다시 여권을 만들 정도였다. “힘들다고 느껴지진 않았어요. 여러 도시에서 사람과 자연과 건물을 보면서 그들만의 문화를 배우는 게 즐거웠어요. 그만큼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할까요.” 물론 5년 가까이 특별한 거주지가 없이 호텔과 한인 민박집을 전전하는 생활은 쉽지 않았다. 때로는 외롭기도 했다. “연주가 끝난 뒤 매일 집이 아닌 곳에서 잔다는 것, 이야기와 감정을 나눌 사람이 없어 외로웠어요. 지난해 결혼하고 오슬로에 집을 마련하면서 벗어났죠.” 그는 성악을 했던 누나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는 것을 즐겼다. 우연히 누나의 친구가 호른 연주하는 것을 듣고 “악기가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는 것 같다”는 매력에 빠져 호른을 시작했다. 지금도 그는 호른을 통해 노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주한다. “연주하기 힘든 금관악기는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돼요.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소리를 만들어낼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아요. 그러면 자연히 소리도 노래처럼 나옵니다.” 그는 다음 달 14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과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7년 만에 리사이틀을 갖는다. 호른 독주회는 국내에서 드물다. 생상스, 구노, 샤브리에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1만∼4만 원. 02-338-3816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K-뮤지컬]‘시스템-넘버-스토리’ 완벽한 3박자에 전 세계 4900만 팬 열광

    “연습이 굉장히 힘들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어요. 무대에 섰을 때도 몸의 방향까지 정확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매우 힘들었어요.” 뮤지컬 ‘위키드’의 금발 인기녀인 글린다 역을 맡은 아이비는 2012년 위키드 호주팀 내한공연 두 번, 한국 라이선스 공연 한 번 등 총 3차례 위키드 공연을 관람할 정도로 이번 역할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보는 것과 실제로 역할을 소화하는 것은 달랐다. 그만큼 위키드는 모든 것이 시스템적으로 철저하게 준비돼 있다. 철저한 시스템은 이 작품의 인기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많은 요소들이 결합해 위키드는 지금까지 전 세계 4900만 명이 관람했고, 39억 달러의 흥행기록을 세우며 블록버스터 뮤지컬로 명실상부하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누적관객만 60만 명을 넘어섰다. 위키드는 글린다의 손짓과 엘파바의 발동작에 맞춰 조명, 오케스트라, 무대 세트, 앙상블 의 움직임이 다 맞춰져 있다. 초록마녀 엘파바 역을 맡은 박혜나는 “위키드는 정말 철저한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내가 그 속에서 자유로워질 때 캐릭터가 살아있을 수 있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음표 하나, 음절 하나마다 정해진 큐 사인에 맞춰 이야기가 펼쳐진다. 양주인 음악감독은 “음절 큐로만 따지만 1000여 개가 된다. 거의 0.1초 만에 지휘자의 손이 나가야 할 때도 있다. 너무 힘들다보니 1주일에 3∼4번은 마사지를 받는다”고 했다. 작품 중 ‘원 쇼트 데이’ 넘버는 가장 많은 큐사인이 나오는 장면으로 100개 정도다. 또 다른 인기 요소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중독성 있는 뮤지컬 넘버들의 멜로디다. 위키드는 17인조의 오케스트라가 공연마다 연주한다. 퍼커션도 100개 정도의 악기로 구성됐다. 퍼커션 중 샌드페이퍼 등은 국내에 없어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중력을 벗어나’ ‘너로 인하여’ ‘파퓰러’ 등 대표적인 넘버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멜로디의 풍성한 22곡이 하나같이 다 매력적이다. 특히 엘파바의 ‘중력을 벗어나’는 초반부 멜로디가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수록된 ‘오버 더 레인보’의 리듬을 따와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매력적인 스토리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말콤 램 테크니컬 슈퍼바이저는 “위키드가 시각적으로 화려한 작품이라 해도 좋은 스토리가 없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스토리가 잘 받쳐줬기에 기술적인 부분도 빛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상적인 동화와 같은 에메랄드 시티 속 두 마녀의 우정,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과 맞닿아 있다. ‘좋다고’만 주장하는 정치, 다름을 차별로 대하는 사회 등 보는 사람마다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2003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도 적지 않다. 무대의 95%가 자동화, 단 한 번의 암전도 없이 이뤄지는 54번의 장면전환, 줄도 없이 무대 위 4m 높이로의 비상, 무대를 위아래는 물론 좌우로 매끄럽게 오가는 버블 머신 등을 둘러싼 비밀은 여전히 관객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7월 12일∼8월 28일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2시, 7시, 수요일 마티네 오후 3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6만∼14만 원. ‘1565 캠페인’에 따라 8∼15세(2009년 7월 이전∼2001년 이후 출생)와 65세 이상(1951년 이전 출생) 관객에게 관람료를 50% 덜어주고, 이들과 함께 오는 일반 관객도 10%를 할인해 준다. 1577-3363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30
    • 좋아요
    • 코멘트
  • 대부분 생활고 허덕… 주변 껄끄러운 시선도 여전

    ‘진조 크루’는 정말 특별한 케이스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비보이는 여전히 춤보다는 생계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비보이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의 전문 춤꾼은 1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세계대회에 나서 우승할 실력을 가진 팀은 10개 정도다. 이들은 주로 대회에 나가 받은 우승 상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공연에도 나서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이마저도 불경기일 때는 공연이 줄어든다. 이런 사정 때문에 아르바이트 등 다른 일을 하거나, 아예 춤을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보이에 대한 주변의 껄끄러운 시선도 여전하다. 하나의 예술 장르이지만 역사가 짧아 특별한 교육기관이나 비보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단체도 없다. 김헌준 단장은 “정부의 관심은 일회성에 그쳐 체계적인 지원이 없다”며 “비보이는 한국이 해외에 알릴 세계 1등 상품이란 점을 꼭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넓은 무대 가득 채우는 ‘작은 나비’

    최근 헬싱키 국제발레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대상을 수상한 국립발레단의 김희선(24)은 발레리나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키가 156cm로 국립발레단에서 가장 작은 무용수다. 대부분은 160cm 이상이고, 165cm 이상도 적지 않다. 보통 키가 비슷한 무용수들을 세우는 군무에서 그는 작은 키 때문에 함께하기 힘들다.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도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국립발레단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었어요. 강수진 단장님이나 심사위원들도 제 작은 키를 우려했는데 솔리스트로서 자질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들었어요.” 그는 작은 키를 콤플렉스가 아닌 동기 부여로 받아들였다. “작은 키가 저를 항상 자극했어요. 더 열심히 해야 하고, 더 튀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키로 힘든 적은 있었지만 좌절한 적은 없었어요.” 어려운 집안 형편도 그를 괴롭혔다. 경기 의정부시 외곽의 집에서 서울 광진구 선화예술 중고교까지 매일 왕복 4시간씩 통학했다. 많은 학생이 방과 후에 개인 레슨과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그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일주일 정도면 닳아서 바꿔야 하는 토슈즈를 그는 아껴 가며 몇 달을 신었다. “집에선 발레를 하는 것에 반대가 많았어요. 가정형편도 좋지 않은데 공부나 하라는 얘기였어요. 하지만 희망을 갖고 노력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시절인 2012년 서울 국제무용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던 그는 지난해 7월 연수단원을 거쳐 11월 정단원이 됐다. 그는 “발레단에 입단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게 돈을 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레단에 입단한 지 1년이 안 돼 아직 앙상블(군무를 추는 단원)급이다. 하지만 지방 공연과 각종 갈라에서 솔리스트급 이상의 단원이 맡는 주역을 잇달아 맡았다. 지난달 기획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돈키호테’에서도 주역을 소화했다. 헬싱키 콩쿠르 수상은 땀의 결과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콩쿠르를 준비했어요. 공연이 저녁 늦게 끝나도 바로 연습실에 와서 30분은 춤을 췄어요. 콩쿠르에 같이 참가한 전호진과는 휴일에도 연습실에 나와 연습했어요.” 그는 “많은 사람이 노력하지만 내게 기회가 왔을 뿐”이라고 했다. 그의 꿈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었다. “해외 발레단 진출이나 수석 무용수 승급 등 목표가 있지만 저는 지금 춤을 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 행복해요. 발레단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꿈을 이룬 거죠.”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백건우-조성진-김선욱이 수놓는 ‘건반 위의 7월’

    한국의 스타 피아니스트들이 7월 잇달아 국내 팬들과 만난다. 지난해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조성진(22)은 다음 달 15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을 한다. 조성진이 일반 팬들과 만나는 것은 2월 2일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 이후 5개월 만이다. 조성진은 1일 삼성그룹의 호암상 시상식 기념 음악회 무대에 섰지만 공개 연주회는 아니었다. 조성진은 이번 공연에서 쇼팽 콩쿠르 최종 결선 연주곡이었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2월 갈라 콘서트에서도 같은 곡을 연주했다. 콩쿠르 우승 이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조성진은 최근 영국 런던에서 첫 앨범을 녹음했다.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자난드레아 노세다가 이끄는 런던심포니와 함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녹음했다. 이번 공연에서 지휘봉은 얀 파스칼 토르텔리에 런던 왕립음악원 교향악단 수석 객원지휘자가 잡는다. 1588-1210 백건우(71)는 다음 달 17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와 파야의 ‘스페인 정원의 밤’을 들려준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1세대 한국인 피아니스트인 백건우는 라벨의 작품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연주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지휘자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 로스앤젤레스필, 시카고 심포니 등을 지휘했던 스페인 출신의 안토니오 멘데스다. 5만∼22만 원. 02-599-5743 김선욱(28)도 다음 달 2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일 오후 8시 경기 안양 평촌아트홀, 16일 오후 7시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이번 공연에서 김선욱은 베토벤 피아니즘의 또 다른 큰 산으로 꼽히는 디아벨리 변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 변주곡은 33개로 구성돼 연주 시간만 1시간에 이른다. 베토벤 외에도 모차르트 환상곡 D단조, 슈베르트의 소나타를 연주한다. 3만∼9만 원. 02-599-5743 한편 조성진을 비롯해 많은 한국 음악인이 7월 30일∼8월 1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1회 국제 마린스키 극동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김다솔, 피아니스트 김태형 손열음, 첼리스트 강승민, 지휘자 정민, 소프라노 임선혜, 발레리노 김기민, 발레리나 이수빈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클래식 기획사 크레디아, 아르떼TV 등이 여행 상품을 내놓았는데 현재 거의 매진된 상태다. 1577-5266, 02-2128-3366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종 재미있지만 로맨틱 코미디에 머물러

    일단 재미있다. 22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영국 출신 안무가 매슈 본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얘기다. 이 작품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에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동명의 고전 발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본이 만들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호두까기 인형’(1992년) ‘백조의 호수’(1995년)에 이은 차이콥스키 3부작 완결판이다. 마녀의 저주에 걸린 오로라 공주가 100년 동안의 긴 잠에 빠진다는 것을 기본 틀로 시대적 배경을 1890년에서 2011년까지 확장했다. 왕자가 아닌 정원사와의 사랑, 100년 동안 공주를 기다리기 위한 장치로 뱀파이어를 등장시킨 것 등은 색다르다. 작품 자체는 노래와 대사가 없다. 모든 것이 무용수들의 춤과 연기로만 이뤄진다. 뛰어난 이야기꾼인 본은 춤으로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고, 무용수들은 몸으로 대사와 노래를 한다. 유머적 요소와 무대장치는 훌륭하다. 특히 도입부에서 등장하는 아기 오로라 공주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일본의 인형극인 ‘분라쿠’ 기법을 활용해 검은 옷을 입은 3명이 아기 인형을 생생하게 연기한다. 무용수들의 코믹 연기도 뛰어나다. 무빙워크의 신선한 사용도 눈길을 끈다. 이야기, 안무, 연기, 조명, 세트 등 무대의 모든 것이 잘 어울려 보는 내내 즐겁고 행복한 느낌을 주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100%가 아닌 110%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댄스 뮤지컬’을 표방했지만 춤은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고전 발레, 사교댄스, 플라멩코, 힙합 등 다양한 춤의 장르를 녹아냈지만 안무 자체의 신선함은 없다. 무용 자체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듯하다. 돈이 아깝지 않고 웃을 수 있고 재미있지만, 로맨틱 코미디에 머물렀다. ★★★☆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스위스 最古 악단 ‘루체른 심포니’… 24일 예술의 전당서 첫 내한공연

    올해 클래식 평론가와 관계자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공연 중 하나다. 1806년 창단한 스위스 최고(最古)의 오케스트라 ‘루체른 심포니’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공연은 24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6일 오후 5시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역사가 오래된 오케스트라이지만 지휘자와 협연자는 최정상급 차세대 음악인들이다. 유럽 클래식 음악계를 사로잡고 있는 미국 출신의 젊은 거장 지휘자 제임스 개피건 루체른 심포니 음악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베버의 오페라 ‘오이리안테’ 서곡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을 준비했다. 협연자로 나서는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사진)는 유럽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피아니스트다. 2012년 독일권 최고의 음악상으로 꼽히는 에코 클래식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042-270-8333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비키니 쓸려간 해변에 래·시·가·드

    ‘비키니의 멸종’이다. 21일 서울 명동 거리와 백화점의 스포츠, 아웃도어, 수영복 매장에서는 여름 주력 상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흔히 보이던 비키니 수영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대신 그 자리에는 몸에 딱 달라붙는 긴팔 형태의 래시가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한수민 씨는 “친구들과 휴가 때 입을 래시가드를 찾기 위해 들렀다. 요즘 비키니나 원피스 수영복은 잘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름이면 TV,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워터파크 광고에서도 비키니 수영복은 사라졌다. 광고 모델들은 모두 래시가드를 입고 있다. 걸그룹 ‘여자친구’를 모델로 내세운 롯데워터파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모델에게 래시가드를 입히고 있다. 시장조사 결과 10, 20대가 래시가드를 많이 찾고, 입다 보니 그 유행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비키니 수영복 화보를 찍었던 연예인들도 이제는 래시가드 화보를 찍는 것이 유행이 됐다. 래시가드 판매 업체들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래시가드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0% 증가했다. 11번가 스포츠팀 김민지 매니저는 “2년 전부터 매출이 뛰기 시작했다. 수영복 부문에서는 독보적이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도 지난해 초도 물량 2만 장을 만들었지만 올해는 7.5배인 15만 장을 선주문했다. 래시가드 열풍은 해외보다 국내에서 독보적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외국 유명 해변가에 가면 한국인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래시가드를 입은 사람은 십중팔구 한국인”이라고 했다. 해외 여행지에서 등산복을 입은 한국인이 자주 눈에 띄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다. 반면 해외에서는 서핑 초보자나 노인들이 래시가드를 많이 입는다. 강원 양양에서 서핑 숍을 운영 중인 타일러서프숍 김종후 사장은 “외국에서 한국의 래시가드 인기를 말하면 놀란다. 한국의 독특한 문화가 됐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갑자기 래시가드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일까. 우선 패션업계에서는 등산복 시장이 정체되면서 돌파구로 래시가드를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등산복이 예전만큼 잘 팔리지 않고 있다. 전 국민이 등산복 한두 벌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래시가드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특유의 고가 브랜드 선호 현상도 한몫하고 있다. 수영복에서는 브랜드 노출이 힘들지만 래시가드에서는 브랜드 노출이 한결 쉽다. 또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스포티즘(Sportism)과 서핑의 인기가 가세했다. 노출을 꺼리는 한국인 특유의 성향도 래시가드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어느 정도 몸매 보정 효과도 있어 중장년층도 많이 찾고 있다. 휴가철을 앞두고 다이어트 스트레스를 겪는 여성들에게도 최고의 아이템이다. 에잇세컨즈 양혜정 과장은 “래시가드가 자외선 차단 등 신체 보호 기능도 있고, 몸매를 보완하고 노출이 적어 전 연령대에서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한국패션협회 이현학 팀장은 “수영복은 수영장과 해변에서만 입지만 래시가드는 실생활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운 만큼 실용성 있는 래시가드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래시가드(rash guard)영어로 발진을 뜻하는 ‘래시(rash)’와 보호대라는 의미의 ‘가드(guard)’가 합쳐진 말이다. 호주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피부 마찰이나 자외선, 해파리 등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착용자의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소재는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 다양하다. 몇 년 전부터는 야구, 축구, 미식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속옷과 훈련복으로 쓰이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연주자 옆, ‘있지만 없는’ 존재… “저는 누구일까요?”

    지난달 29일 끝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서 저는 누구보다 바빴습니다. 기획사 대표지만 피아니스트들이 저를 자꾸 무대에 오르라고 합니다. 악보를 볼 줄 알고, 믿을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를 기억하는 관객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는 무대에 있어도,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음악인들은 저를 ‘넘순이’ ‘넘돌이’라고 부릅니다. ‘넘기는’ 존재라는 뜻이죠. 정식 명칭은 ‘페이지 터너’ 즉, 악보를 넘기는 사람입니다. 피아니스트의 연주회에 자주 등장합니다. 바이올린에 비해 피아노는 음표와 악보 자체가 많아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페이지 터너 중에는 음악 전공자 출신이 많습니다. 외국에서는 이 일만 하는 전문가가 있습니다. 보통 한 차례 공연에서 5만∼10만 원을 받습니다. 연주자는 소리를 내야 하지만 전 소리를 내면 안 됩니다. 악보 넘기는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한 번에 넘기는 것이 좋습니다. 철저하게 검정 옷만 입습니다. 연주자의 연주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장신구도 못합니다. 얼굴이 잘생기거나 화려하게 생기면 연주자들이 싫어합니다. 연주자나 연주 대신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체격이 작거나 인상이 흐릿한 사람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무대에 오르면 지켜야 할 것들도 많습니다. 연주자보다 늦게 입장하고 퇴장합니다. 연주가 끝나고 박수가 나올 땐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거나, 피아노 뒤로 가야 합니다. 연주자의 왼쪽 뒤편에 앉아 있다가 연주가 시작되면 본격적인 일이 시작됩니다. 악보를 넘길 때는 공식이 있습니다. 왼손으로 악보의 오른쪽 위 모서리를 잡고 넘겨야 합니다. 오른손을 사용하면 연주자의 손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현대음악이나 도돌이표가 많은 악보가 어렵습니다. 라벨의 피아노 트리오는 피하고 싶은 악보 중 하나입니다. 시벨리우스의 5중주처럼 142쪽에 달하는 악보의 경우에는 71번이나 일어서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악보를 넘기다 악보 전체가 피아노 위로 쏟아져 내려 연주가 중단됐다” “악보를 실수로 2장을 넘겨 연주자가 급하게 다시 악보를 넘겼다” “악보를 빨리 넘기려고 하다가 연주자에게 손바닥으로 손을 맞았다” “의자에 앉으려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어 연주자가 놀라 일으켜 세워줬다” 등 실수담도 다양합니다. 잘해야 본전으로 실수하면 연주 자체를 망칠 수 있습니다. 하고자 하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연주자를, 연주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습니다. 일부 연주자들과 관객은 말합니다. “악보 넘어가는 소리도 연주회의 일부”라고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연습과 운동뿐인 하루… 수도사 같다고? 무대에선 누구보다 자유로워요”

    “오래 앉아 있는 걸 제일 잘해요.” 23, 24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 무대를 갖는 피아니스트 한상일(32)은 자신의 장기를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이 말은 그가 최근 보낸 침잠의 시간을 뜻하는 것 같았다. 2006년부터 2년간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을 때 그는 뉘른베르크에서 차로 1시간 반이나 떨어진 시골에서 살았다. 할 일이 없어 대부분의 시간을 피아노 연습에만 쏟았다. 2012년에는 집에서 2년간 별다른 외부활동 없이 연습에만 몰두했다. “피아노 연습과 운동밖에 할 것이 없었어요. 물론 많이 외로웠죠. 사람들은 은둔이라고 표현을 해요. 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부족한 것을 깨닫고 자신을 다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이번 공연에서 그는 그동안 다진 기량을 관객에게 펼쳐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에서는 프로코피예프 피아노를 위한 10개의 소품, 피아노 소나타 1∼3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을 들려준다. 그는 2006년 이전까지는 유학을 다녀온 적이 없는 ‘국내파’이지만 국내외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이름을 알렸다. 2002년 부산음악콩쿠르, 2003년 동아음악콩쿠르, 2005년 서울 신인음악콩쿠르 등 국내 주요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05년 프랑스 에피날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없는 2위, 2006년 미국 미주리 서던 국제 피아노 콩쿠르 3위에 올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그는 피아니스트 김대진 교수에게 10년간 가르침을 받았다. 김 교수는 김선욱 손열음 문지영 등 정상급 연주자를 길러냈다. “선욱이, 열음이와 함께 학교를 다녔어요. 둘 다 재능이 뛰어나요. 많은 사람들이 그들과 저를 비교하는데 제가 그들을 보며 많이 배웠죠. 저는 그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더 노력했어요.” 무대에서는 누구보다 자유롭다는 그는 무대 밖에서는 엄격하다. 하루 일과를 정해 많은 시간을 연습에 할애한다. 술도 입에 대지 않는다. 수도사 같은 삶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더 노력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서는 것은 무척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에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노력이에요. 이렇게 한 계단씩 올라가다 보면 음악을 향한 제 진정성을 알아주겠죠.”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무대 밖에서 클래식을 좀 더 재미있게 전하고 싶어요”

    미국 국적의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21)는 다음 달부터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적 클래식 음악축제 BBC프롬스에 한국계 연주자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다. 그는 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20세기 작곡가 랠프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는 날아오르고’ 등을 두 차례 협연할 예정이다. 최근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1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클래식 연주자가 음악만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무대 밖에서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좀 더 재미있게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리허설과 연주 영상은 물론이고 취미인 요리와 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올린다. 유튜브에선 ‘EstherYooViolin’으로 검색하면 된다. “지난해 10월 첫 앨범(시벨리우스·글라주노프 협주곡)을 냈을 때도 영상 2개를 제작했어요. 제가 왜 시벨리우스의 콘체르토를 선택했고, 어떻게 배웠는지 등의 이야기를 했어요. 여행 영상도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오르는지 전후 과정을 보여주는 셈이에요.” 뉴저지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인 그는 2006년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의 주니어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어 2010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3위, 2012년 퀸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4위에 올랐다. 10대 후반부터 로린 마젤,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등 세계적 지휘자들과 협연을 가졌다. 그러나 그는 중고등학교를 음악 전문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를 다녔다. 바쁜 연주 일정에도 불구하고 시간 날 때마다 공부를 하면서 매년 최상위권 성적을 냈다. 친구들도 음악인보다 일반인이 더 많다. 졸업 뒤 법대 진학도 고민했지만 음악을 좀 더 공부하고 싶어 독일의 뮌헨 국립음대에 진학했다. “부모님이 음악은 평생 할 수 있지만 공부는 때가 있다고 하셨어요. 음악을 하면서 공부하기 쉽지 않았지만 음악 외에 다른 많은 것을 배워 보니 결국에는 음악에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는 9월 24일 성시연이 지휘하는 도이치 방송 오케스트라와 함께 오랜만에 국내 협연 무대를 가진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日올림픽 엠블럼, 우리 로고 표절에… 자고나니 유명해져”

    “하루아침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극장이 되었더군요.” 벨기에의 무용·연극 전문 공연장인 리에주 극장은 지난해 7월 전 세계 언론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2020년 일본 도쿄 올림픽 엠블럼 때문이다. 당시 한 누리꾼은 올림픽 엠블럼이 리에주 극장의 로고와 흡사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대회 조직위원회는 2개월 뒤 엠블럼을 폐기했고 올림픽 준비마저 차질을 빚게 됐다. 반면 리에주 극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14일(현지 시간) 벨기에 리에주에서 이 극장의 극장장인 세르주 랑고니 씨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이번 표절 사건으로 2013년 극장 이름을 바꾼 뒤 홍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극장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에주 극장은 2013년 5월 극장을 개조했다. 벨기에 전국에 로고를 공모를 해 지금의 로고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도쿄 올림픽 엠블럼보다 2년 이상 앞선 셈이다. 표절 시비가 일자 극장에는 수많은 일본인과 일본 언론이 찾아왔다. 일부는 극장이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항의를 했고, 일부는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몇 개월 전까지도 쏟아지는 항의와 격려 메일로 극장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그는 “‘일본에 대해 화나지 않느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 덕분에 일본에서 우리 극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유럽 언론에서도 새 시즌 공연 전망을 할 때 ‘도쿄 올림픽 엠블럼 표절 시비를 겪은 리에주 극장은…’으로 극장을 빼놓지 않고 소개를 할 정도가 됐다. 일본과의 악연을 겪은 극장은 한국과는 좋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이름을 바꾸고 맞은 새 시즌에 5편의 한국 무용 작품과 전시 등을 기획했다. 올해는 국립현대무용단을 초청해 14일 ‘이미아직’을 무대에 올렸다. 500여 석의 극장이 거의 찼고,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두 번 수상한 벨기에 출신 장피에르 다르덴, 뤼크 다르덴 형제 감독도 극장을 찾았다. 그는 “한국 사회가 가진 역동성과 예술성이 매우 뛰어나다. 소통이 원활하고 빠른 점도 매력적이다. 벨기에는 전체적으로 한국 문화에 호기심이 무척 많다. 한국 문화 전파의 발판이 되고 싶다”고 했다.리에주=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매년 한 명만 정단원 승급… 실력 부족하면 바로 짐 싸기도”

    오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외국인이 입단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오디션 기회도 드물고, 단원의 95% 이상이 프랑스 출신이다. 국제콩쿠르 수상자 등 유망주들이 오디션을 보는데 매년 합격자가 10명 미만이다. 합격해도 1년 계약직인 ‘연수단원’을 거쳐야 한다. 윤서후(17)는 지난해 7월 오디션에 합격해 연수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1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여자 1위, 2014년 바르나 콩쿠르 주니어 여자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오디션에서 실력이 안 되면 심사위원들이 바로 ‘넌 안 돼’라고 말할 정도로 엄격하다”고 말했다. 현재 연수단원은 15명이다. 오전 10시부터 2시간 발레 수업을 한 뒤 오후에는 리허설, 저녁에는 공연에 참가한다. 일주일에 하루 쉰다. 윤서후는 “저녁 공연을 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가장 힘든 것은 발레 수업 뒤 무대에 서지 못하고 할일이 없어질 때다”라고 말했다. 연수단원은 오디션을 통해 정단원으로 승급하거나 1년 더 연수단원 생활을 한다. 윤서후는 “연수단원 중 1등만이 정단원이 된다. 7년 넘게 준단원으로 활동하는 무용수도 있다”고 밝혔다. 연수단원은 정단원 중 한 명이 아프거나 부상을 당할 때 대신 그 자리를 채워야 할 때가 많다. 윤서후는 “갑자기 기회가 올 경우를 대비해 모든 위치에서의 동작을 다 외워둔다”고 말했다. 다음 달 7일 올해 승급 오디션이 열린다. 윤서후는 가장 강력한 정단원 승급 후보. 윤서후는 “단원 중 가장 어리다 보니 너무 일찍 사회생활을 경험했나 하는 후회가 들 때도 있지만 최고의 발레단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지금은 비록 불안정한 삶이지만 정단원 승급을 위해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파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외할아버지 피천득 그림자 너무 커… 작가 안돼서 다행”

    화려한 배경 때문에 재능이 드러나지 못할 때가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32)가 그 경우였다. 그는 평범하지 않은 집안 내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외할아버지가 수필가 고 피천득 선생(1910∼2007)이다. 부모(피서영 보스턴대 물리학 교수, 로먼 재키브 매사추세츠공대 물리학 교수)는 저명한 물리학자다. 2008년 앙상블 ‘디토’로 처음 국내서 연주 활동을 시작했을 때 이런 집안 내력에 가려 그의 음악성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는 9년간 함께한 앙상블 ‘디토’와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빈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기 위해 최근 내한했다. 28일 같은 장소에서 피아니스트 임동혁과도 협연한다. 먼저 가족의 후광이 짐이 되지 않는지 물었다. “가족 때문에 사람들이 저에게 호기심을 가진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외할아버지 덕분에 한국에서 저만의 정체성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의 이력과 재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뒤 뉴잉글랜드음악원을 졸업했다. 데뷔 20년 차로 뉴욕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등 정상급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하며 스타 연주자로 거듭났다. 그래도 피는 속일 수 없는 법. 글도 쓴다. 자신의 공연 프로그램 책자의 글을 직접 쓰고, 시간이 날 때마다 페이스북 등에 자주 글을 남긴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요. 다만 음악만큼 노력하지는 않아요. 전 제가 작가가 되지 않은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작가가 됐다면 외할아버지의 그림자를 항상 느꼈을 것 같아요.” 그는 “외할아버지는 내가 음악가인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일화를 하나 들려줬다. “어머니가 고등학생 때 글짓기 대회에 참가했는데, 외할아버지가 심사위원이었어요. 외할아버지가 대회 결과 발표를 앞두고 어머니를 불러 한 작품을 가리키며 제일 잘 썼다며 칭찬했대요. 근데 바로 그 작품이 어머니의 글이었던 거죠. 외할아버지는 어머니가 작가가 될까 봐 어머니 글을 탈락시켰대요. 하하.” 30대가 되면서 그는 음악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 연주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작곡가의 메시지를 얼마나 잘 전달하고, 얼마나 관객이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우선 생각한다. “연주자들은 흔히 관객이 그냥 음악이 좋아 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관객은 바쁜 시간을 쪼개 비싼 티켓을 사서 와요. 그런 관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연주자의 의무죠.” 오래 함께한 앙상블 ‘디토’로 활동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며 새로운 음악을 배웠어요. 특히 한국 관객과 교감을 쌓아 뜻깊었어요. 제 뿌리는 한국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원 간 피말리는 경쟁 덕에 성장, 얼굴 흉터? 연습때 얻은 훈장이죠”

    “세은이 언니요.” 박세은(27)은 국내 발레 유망주들이 가장 닮고 싶은 해외 활동 무용수를 꼽을 때 매번 1순위에 오르는 무용수다. 20대 초반에 그는 ‘피겨 여왕’ 김연아(26), 수영 박태환(27)과 함께 한국의 ‘신(新)인류’로 불렸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2005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은 그는 세계 4대 무용 콩쿠르 가운데 잭슨(2006년) 로잔(2007년) 바르나(2010년) 등 3개 대회를 석권했다. 그는 2009년 국립발레단에 특채로 입단해 그해 발레단의 최연소 주역을 꿰찼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오페라발레단 연수단원으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현재 한국 발레리나로는 최초로 파리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쉬제)로 활동 중이다.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한 달 뒤 승급 심사를 앞둔 그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그는 2012년 정단원이 된 뒤 매년 승급 심사를 통과하면서 전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승급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너무 잘하는 무용수들이 많아요. 잠시 숨을 고르는 것도 필요하죠.” 사실 그는 발레리나로서 조건을 다 갖췄다. 키 168cm, 몸무게 47kg으로 이상적인 신체조건에 균형 감각도 뛰어나다. 캐릭터 해석에도 능해 어떤 역할을 맡겨도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 그는 천재성에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악바리지만 입단 초기에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처음 2, 3년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새벽 4시에 잠이 들 정도로 불면증과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프랑스어가 유창하지 않아 의사소통이 힘들었는데 단원들이 ‘쟤는 어차피 못 알아들어’, 이런 말 할 때 정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그이지만 노력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전 10시인 전체 연습 시작 시간보다 2시간 전에 미리 나와요. 하지만 저처럼 그렇게 일찍 나와 연습하는 단원들이 많더라고요. 저만 노력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더 열심히 해요.” 단원들끼리 승급과 작품 캐스팅을 두고 경쟁은 치열하다. 스트레스 탓에 정신과 진료를 받는 단원들이 많다. “(치료받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죠. 군무(카드리유) 단원으로 10년 넘게 머물고 있는 무용수들이 있으니까요.” 지난해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솔리스트로는 파격적으로 주역을 맡았다. 올해 하반기 작품에도 주역으로 낙점을 받았다. “치열한 경쟁이 오히려 저를 성장시켰어요. 제가 좀 승부욕이 있나 봐요. 다른 발레단에 있었으면 지금처럼 열심히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파리오페라발레단 자체가 동기부여를 해 줘요.” 인터뷰를 마치고 햇살이 비치는 거리로 나왔다. 이때 그의 두 눈 사이로 이마에서 콧등까지 길게 난 흉터가 보였다. 지난해 말 연습 때 찢어져서 크게 다친 부위다. 그쪽으로 눈이 간 기자를 보고 그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이어지는 그의 말에서 춤뿐 아니라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훈장이에요.”파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2016-06-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