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2024년 개봉한 영화 ‘시빌 워’는 대통령의 3선 독재로 내전이 발생한 가상의 미국이 배경이다. 주인공인 종군기자들은 대통령을 취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워싱턴으로 향한다. 취재 도중 맞닥뜨린 한 군복을 입은 남자가 기자들에게 총구를 겨누며 질문한다. “너는 어느 쪽 미국인이야?”내 편이 아니면 적이 되는 세상. 바야흐로 분열의 시대다. 최근 한국은 계엄령을 선포했던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탄핵 찬성과 탄핵 반대, 둘로 나뉘었다.1월 열린 윤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를 취재하기 위해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가던 필자를 한 중년 남성이 막아섰다. 남성은 사진 취재용 사다리에 부착된 회사 스티커를 보고 다짜고짜 욕을 하기 시작했다. 동아일보가 보도를 똑바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남성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넘어졌다. 청바지 무릎 부분에 피가 스며들었다. 뒤에 있던 타사 기자가 괜찮냐고 물었다. 기자라는 이유로 공격당했다는 사실에 몸보다 마음이 아팠다.그날 반탄(反탄핵) 시위대는 법원을 사방으로 포위했다. 법원 뒤쪽 경계가 허술한 틈을 타 월담을 시도하는 시위대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이를 찍던 필자의 카메라 플래시에 담 너머 누군가가 외쳤다. “야, 너 어디 기자야!”뒤늦게 법원 외곽에서 취재하던 영상기자들이 시위대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위대는 현장을 취재하던 영상기자의 소속을 확인한 뒤 발로 밟거나 뺨을 때렸다. 소수를 향한 다수의 폭력이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자행됐다. 무릎 부상으로 끝난 필자가 운이 좋았던 것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구속이 결정됐을 때 시위대는 법원에 난입해 점거를 시도했다. 이를 취재하던 후배 사진기자는 신분을 확인하는 시위대에게 멱살을 잡혔다. 후배는 다른 건물 옥상으로 피해서 취재를 이어갔다.취재진에 대한 공격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1년 미국에서도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이들이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승리를 선언하려던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선언에 고무된 지지자들이 폭도로 돌변해 의회로 쳐들어갔다. 근처에서 취재를 준비하던 영상기자들은 시민들의 위협에 조명과 삼각대, 카메라 등을 현장에 둔 채 급히 대피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당시 수만 달러에 이르는 장비들이 시위대에 의해 파손되거나 분실됐다.최근 이런 시위대의 과격 행동들은 주로 극우 집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기자를 향한 폭력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촛불 집회 당시 현장을 취재하던 본보 사진기자가 일부 극좌 성향의 시위대에게 폭행당해 실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위대가 던진 돌에 본사 건물 유리창이 파손되기도 했다. 지금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상징되는 촛불 집회의 어두운 면이다.사진·영상기자들은 집회 현장에서 늘 눈에 띈다. 장비를 들고 무대 위나 사다리에 올라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관찰자’적 태도가 누군가에겐 ‘강 건너 불구경’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기자들은 종종 화풀이 대상이 되곤 한다. 기자들도 유가족의 울분이나 신뢰도 하락에 따른 비난은 감수하며 일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이념과 다른 보도를 한다고 폭력을 행사하는 건 그 어떤 상황에도 용납될 수 없다.이런 폭력의 근본적 원인은 정치의 양극화에 있다. 극단적으로 갈린 양 진영은 언론 보도가 자신들의 관점과 다를 때 불신과 분노를 드러내며,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선호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불리한 사실은 허위정보로 치부하고 무시한다. 그러나 만약 언론이 이러한 압력에 굴복해 수용자들의 기호에 맞춘 보도에 머문다면 특정 정치적 견해나 이념만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언론의 다양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진실보다 감정과 선동이 앞서는 비이성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위험이 있다.25일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이 종료돼 이제 선고만을 앞뒀다. 2017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선고된 날 태극기는 흉기로 돌변했다. 대통령의 파면에 격분한 지지자들의 격렬한 시위 과정에서 사진기자를 포함해 6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3월에 예정된 헌재의 선고 결과에 따라 또다시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최일선에서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취재활동을 하는 사진기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시위대에는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송은석 사진부 기자 silverstone@donga.com}

26일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귀를 찢는 듯한 구호가 울려 퍼졌다. 26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이번 집회는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와 숭실대학교에 이어 서울 교내에서 열린 다섯 번째다. 찬탄 반탄 양측의 집회는 신고 시간보다 훨씬 일찍 진행됐다. 대강당 앞 계단에서 서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던 것이 원인이었다. 오전 9시 20분 경부터 양측은 서로 피켓과 현수막을 가리며 신경전을 벌였다. 학교 측이 외부인 출입을 막으면서 집회 참가자들은 정문 쪽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갔다. 오전 10시 40분 경 정문은 찬탄과 반탄 참가자들의 경계가 불명확한 채 한데 엉켜있었다. 수적으로는 반탄 집회 참가자 수가 더 많았다. 탄핵 찬성 측은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쳤으며 탄핵 반대 측은 ‘탄핵 무효’를 반복하며 대립을 이어갔다. 미처 교내로 들어가지 못한 극우 유튜버들을 비롯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닫힌 철문 너머로 집회에 합세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2일, 전국 각지에서 진보·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찬반을 두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지정한 탄핵 심판 최종 변론기일을 앞두고 벌어진 마지막 주말 집회였다.민주당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번 집회는 지난해 11월 ‘김건희 특검법’ 촉구 집회 이후 약 3개월 만에 열린 민주당 주최 집회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병주·홍성국 최고 의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지만, 이재명 대표는 불참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집회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은 당연히 파면돼야 한다. 윤석열이 복귀하면 대한민국은 그날로 파멸”이라며 “테러와 폭동이 난무하는 무법천지, 생지옥에서 살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이 비공식적으로 약 6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날 서울 광화문과 대전에서 열린 보수 성향의 집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었지만, 참가자들은 ‘윤석열을 파면하라’, ‘내란 종식, 국정안정’ 등의 손팻말을 들고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후 참가자들은 안국역에서 동십자각으로 행진한 뒤, 윤석열 대통령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 행동(퇴진 비상 행동) 집회에 합류했다. 이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운동본부(대국본) 과 자유통일당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경찰 추산에 따르면 최대 3만3000여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쥐고 ‘윤석열 힘내라’ ‘문형배 탄핵’ 등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서울에서 안전한 집회를 위해 기동대 51개 부대와 3300여 명의 경력을 투입했으며, 찬반 집회가 충돌할 우려가 있어 양측 집회 현장 인근 세종대로에 경찰버스 수십 대를 배치해 차 벽을 세웠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설 연휴인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한복을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30일까지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등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무료로 개방한다. 기상청은 27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설 연휴 둘째 날인 26일 시민들이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귀성·귀경과 여행 등으로 총 3484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이 19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헌법재판소 담을 넘어 침입한 남성 등 2명이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월담을 시도한 남성을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 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이날 새벽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했다. 오후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 중인 헌재 앞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갔다.경찰은 헌재 주변의 질서 유지를 위해 대형 버스 4대를 동원해 헌재 앞 주변을 차단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에 대비해 직원들에게 비상 대기 지침을 내렸다. 헌재는 이날 내부 공지문을 통해 “서울서부지법 난입 시위대가 헌법재판소로 집결 중”이라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사무처 과별 필수 인원 1~2명이 즉시 재판소로 출근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처음 가본 볼풀장. 어, 바스락바스락 이 시원한 촉감은 뭐지? 볼을 갖다대 봅니다. 어, 잠이 스르르? 세상에서 제일 동그란 침대가 됐네요. ―경기 화성시에서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가챠(뽑기 캡슐)나 현질을 하지 않는 내게, 출산은 마치 인생을 건 슬롯머신 같았다. 아이가 건강히 태어날 확률, 지능이 좋을 확률, 잘생기거나 예쁠 확률. 콩 심은 데 콩 나온다지만, 수만 가지의 가능성이 내 머릿속을 헤집었다.홀 아니면 짝. 50%의 확률로 아들이 당첨됐다. 아들이라니. 나는 절망했다. 미디어 속에는 딸바보들의 이야기만 가득했다. 아빠와 아들에 관한 이미지는 쉽게 생각나지 않았다. 우연히 길에서 만난 아버지를 살해하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만 떠올랐다.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했다.아기가 태어나면 자연스럽게 부성애도 생길 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10개월을 뱃속에 품고 하루하루 아이와 관계를 맺어온 아내와 달리, 나는 단지 ‘책임’이라는 무게로 아이를 대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노트북 배경 화면을 아이 사진으로 바꾼다거나, 인스타그램에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올리는 직장 동료들처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이가 너무 좋아서 육아휴직을 했다는 아빠들을 취재할 때면 나는 의아해했다. 솔직히 밖에 있는 게 더 편하지 않나?아이를 대하는 내 태도는 늘 갈팡질팡했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밀리지 않도록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잘해주다가도 아들이 별것 아닌 걸로 투정하면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 아들 나이 고작 세 살이었다. 이런 내 모습을 녹화해 오은영 선생님에게 보여주면 엄청나게 혼날 것 같았다.‘낳아줬으니 감사해’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아이는 태어나게 해 달라고 해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었다. 아내와 나의 소망이 결실을 본 존재였다. 오히려 차은우의 얼굴, 이재용 회장의 부를 물려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었다. 적어도 내가 부모님께 받은 만큼은 해줘야 한다는 마음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어릴 적 내게 부모님은 우주이자 신(神)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좋은 신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에게 뭘 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바로 ‘시간’이었다. 육아휴직은 무리지만, 퇴근 후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철저히 챙기기로 했다.나는 일이 끝나면 부리나케 집으로 직행했다. 더 많이 걷지만, 버스에 비해 퇴근 시간이 단축되는 지하철을 택했다. 집에서 아들과 레슬링 같은 몸 쓰는 놀이를 하거나, 자기 전에 영어 동화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아들과 함께 뒹굴고 난 다음 날엔 온몸이 쑤셨고, 요즘 영어책은 왜 그리 어려운지 읽어주다가 버퍼링이 걸리기도 했다.언젠가부터 아들은 나의 퇴근 시간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아들이 ‘아빠 언제 와?’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내가 문을 열면 아들은 어택!을 외치며 전력 질주로 몸을 부딪쳤다. 아프지만 그만큼 반갑나보다 생각했다. 나는 기억나지도 않는, 즉흥적으로 해줬던 이상한 놀이를 아들은 똑같이 해 달라며 매달렸다. 아들은 그 순간을 좋은 기억으로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올해로 아들은 7살이 됐다. 생각 이상으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다행히 아들은 큰 문제 없이 잘 자라주었다. 아들과 놀 수 있는 것들도 많아졌다. 축구도 하는가 하면 며칠 전엔 사우나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다고 마냥 잘해주는 건 아니다. 여전히 나는 아이의 말썽에 소리를 지르거나 강압적으로 명령을 하기도 한다. 고집이 생긴 아들이 대드는 모습에 혈압이 오르기도 한다. 여전히 나는 부성애가 뭔지 모르는, 아버지가 되어가고 있는 무언가이다.[소소칼럼]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소소한 취향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글입니다. 소박하고 다정한 감정이 우리에게서 소실되지 않도록, 마음이 끌리는 작은 일을 기억하면서 기자들이 돌아가며 씁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13일 방한해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현충탑 앞에서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엄숙한 표정으로 헌화·분향·참배·묵념을 했다. 이어 ‘2025년 1월 13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의 방한’이라고 영어로 적힌 방명록에 일본어로 ‘이와야 다케시’라고 짧게 서명했다.일본 외무상이 한국과 양자 회담을 위해 방한했을 때 현충원을 참배한 건 지난 2018년 4월 고노 다로 이후 약 7년 만이다. 이는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화해의 관계 개선을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외교계의 분석이다. 또한 낮은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또 한 번 외교를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14일까지 이틀 일정으로 방한하는 이와야 외무상은 금일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과 한일 외교장관 합동 기자회견도 가질 예정이다. 양 장관이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것은 지난 2011년 10월 당시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겐바 외무대신 간의 공동기자회견 이후 14년만이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눈이 내린 날 아빠와 아들이 밖에 나가 첫 발자국을 만들어 봅니다. 언젠가 아이의 발자국이 아빠 것보다 커질 날이 오겠죠.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들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재판에 처음 출석했다. 이 대표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 출석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이 대표는 ‘현 시국이 장기화하면 법원 출석이 어려워진다고 보는지’, ‘오는 23일 시작되는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선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등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는 최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 변호를 담당하는 이찬진 제일 합동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공직선거법 항소심 변호인으로 선임했다.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당시 민간사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사업 구조를 승인하는 등 특혜를 주고 7886억 원 상당의 이득을 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3월 기소됐다.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과정에서 남욱 변호사 등에게 내부 정보를 제공해 211억 원의 부당 이득을 얻게 한 혐의가 있다.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백현동 의혹으로 추가 기소됐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백현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며 브로커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청탁을 받아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해 20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15일 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와 검찰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서울고법은 오는 23일 이 대표의 2심 첫 공판을 연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멀리서 봤을 땐 연속 무늬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서로가 서로를 받치고 있는 모습이네요. 한 명이 무너지면 끝이야, 힘내! ―경기 화성시에서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2025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가 열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미국 신정부 출범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해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수출·투자 활성화를 위한 맞춤형 기업지원에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 대행은 경제계를 향해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성장과 도약의 기회로 삼아 수출·투자·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신년 인사회에는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참석했다. 행사 시작 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간단한 담소를 나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큰 손짓으로 정용진 신세계 회장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듯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매듭을 짓는 퍼포먼스를 통해 민생, 도약, 성장, 희망, 혁신 등 새해 소망을 담은 등불을 밝혔다. 이번 행사는 국가애도기간 중에 개최됐기 때문에 참사자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해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기념 사진 촬영 후 따로 파이팅 같은 포즈나 박수도 생략했다.최태원 회장은 “여객기 사고로 인한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말씀을 전한다”며 “소방관, 경찰관, 의료진들의 헌신과 노고에도 감사를 드리며, 경제계도 안전한 사회구현을 위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조의를 표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대한상의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대표(왼쪽부터)가 박수를 치고 있다(위쪽 사진).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5 중소기업인 신년 인사회’에서는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왼쪽부터) 등이 손을 맞잡았다(아래쪽 사진).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눈 쌓인 미끄럼틀은 더 미끄럽겠지? 미소 짓는 아이. 바지가 젖을 텐데! 울상 짓는 엄마. 귀여운 희비 교차.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해병대 제2사단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지휘관으로부터 부대 현황 및 경계작전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 등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해병대 제2사단은 수도권 서부 최전방에서 중요한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최 권한대행은 “우리 국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외 안보 현장에서 국가방위에 헌신하는 모든 장병들을 정말 든든하게 여기고, 자랑스러워하며, 고마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대남 쓰레기 풍선 부양, 소음기 설치 등 여러 가지 설명을 들으니 근무 여건이 좋지 않은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임무를 수행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최 권한대행은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에도 장병 여러분이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게 임무에만 전념해 달라”고 당부하며, “장병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복무할 수 있도록 합당한 보상과 환경 개선을 위해 올해 예산에는 병사 봉급 인상, 초급 간부 처우 개선, 생활 환경 개선 등을 포함했다”라고 말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그는 검찰총장 시절 유달리 사진 찍히기를 싫어했던 관료였다. 그는 취재진의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대검찰청 정문 대신 매일 지하 주차장을 이용했고, 구내식당으로 이어지는 청사 구름다리 통로를 선팅으로 도배하게 했다.지난 20대 대선에서 국회 사진 기자로 만난 윤 총장은 이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돼 있었다. 기자는 윤 후보가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 어퍼컷을 날리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카메라 노출을 꺼렸던 그가 달라졌다. 일명 윤퍼컷! 거구의 체격에서 오는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물 한 모금만 마신 뒤 원고 없이 한 시간 넘게 좌중을 휘어잡는 연설을 할 수 있는 달변가였다. 그러나 목소리는 이미지에 담기지 않는다. 윤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유는 어퍼컷 이미지도 한몫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첫 민생 행보로 서울 남대문시장을 택했다. 그는 상인연합회 관계자들과 함께 시장 내 국밥집에서 ‘꼬리곰탕’을 먹었다. 대선 홍보 영상에서 국밥을 먹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떠올랐다. 탈권위, 친서민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취임 직후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도어스테핑을 시도한 것도 윤 대통령이었다. 도어스테핑은 출근하면서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이 주요 현안에 대해 짧게 묻고 답하는 ‘약식 회견’이다. 공식 일정이 아니면 대통령을 만날 수 없었던 과거와 달리 매일 대통령의 육성을 들을 수 있었다. 취임 초기 대통령실 사진기자단은 바빴지만 보람찼을 것이다. 대통령을 날것 그대로 매일 촬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이미지의 민주화’였다. 그러나 이런 소통은 6개월을 채 넘기지 못했다. 도어스테핑을 진행하던 곳엔 대통령 동선과 취재진을 차단하는 가림막이 설치됐다. 대통령실은 “보안상의 필요성에 의해 설치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대통령실 비서관과 MBC 기자와 설전을 떠올렸다. 이후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때처럼 기자들의 카메라를 피하기 시작했다. 7월 기자가 대통령실에 출입하게 됐을 땐 사진을 찍는 것보다 청사에 멀뚱멀뚱 앉아 있는 일이 많았다. 굵직굵직한 이슈들은 끊임없이 생겨났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이 있었을 때도, 의정 갈등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을 때도 대통령실 사진기자단은 무력했다. 청사에서 그저 전속 사진이 제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지면에 실리는 윤 대통령의 사진 아래 바이라인은 대통령실 사진기자단이 아닌 대통령실 제공으로 채워졌다.이달 3일 밤 10시 23분, 윤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도 현장에 기자들은 없었다. 아니 있었으나 들을 수도, 볼 수도 없었다. 담화는 굳게 잠긴 브리핑 룸에서 진행됐다. 기자들은 대통령실에 문을 열어달라고 항의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11일 만에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탄핵안이 가결된 세 번째 대통령이 됐다. 탄핵 직후 나온 ‘국민께 드리는 말씀’ 역시 대통령실 제공이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윤 대통령은 소통을 표방하며 변화를 시도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예전의 불통 이미지로 돌아가고 있었다.문득 기자는 2020년, 검찰총장 시절의 윤 대통령을 찍을 때가 생각났다. 사진기자들은 매일 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윤 총장을 찍기 위해 대검찰청 징검다리에 모였다. 기자들은 초망원 렌즈가 탑재된 카메라를 들고 목을 꺾은 채 기약 없이 윤 총장을 기다렸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그리던 르네상스 화가 미켈란젤로의 고통을 느꼈다. 그해 겨울은 유달리 추웠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그때와 지금의 윤 대통령을 생각하며 떠오른 말이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캐릭터 ‘영희’ 조형물 앞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게임의 후속작 ‘오징어게임2’는 26일 공개될 예정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일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빌딩에 광화문글판 겨울편이 걸렸다. 유희경 시인의 시 ‘대화’에서 가져온 이번 광화문글판 겨울편은 추운 겨울이라도 햇살이 깃들면 온기가 느껴지는 것처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되새겨보고 감사하며 살아가자는 격려의 메시지를 담았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광각 렌즈로 촬영된 사진은 때때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까지 보여준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29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추수감사절 만찬을 함께 했다. 트뤼도 총리의 마로라고 방문은 일정에 없던 깜짝 방문이었다. 삼엄한 경호 아래 이뤄지는 국가 정상 만찬과 달리 이날 만찬장엔 다른 마러라고 리조트 회원들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데이브 매코믹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당선인이 X(구 트위터)에 올린 기념사진 속에는 트럼프 당선인과 트뤼도 총리를 비롯한 미국의 불법 이민 관련 핵심 장관들이 함께 배석해 있었다.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보면 트럼프 당선인 뒤에 한 소년이 보인다. 소년의 눈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굳어 있는 어른들 모습이 이상했나 보다.‘포즈는 이렇게 취하는 거지!’ 소년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누리꾼들이 매의 눈으로 사진 속에서 이 소년을 포착했다. 본의아니게 화젯거리가 된 소년은 사진 속 진정한 주인공이 됐다. 아직 소년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진을 다시 보자.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지명자 사이에 앉을 공간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트뤼도 총리의 원래 자리는 앞줄 왼쪽에 앉은 케이티 텔퍼드 캐나다 총리 비서실장 옆이었을 것이다. 이날 회동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불법 이민자와 마약 유입 등을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라고 예고한 지 나흘 만에 이뤄졌다. 트뤼도 총리는 관세 부과 계획이 발표된 날 바로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캐나다의 불법 이민 차단 노력을 설명했다. 그리고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러 약 2200km를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트뤼도 총리는 다음날 X를 통해 “어젯밤 저녁 식사 감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님. 다시 함께 일할 날을 기대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망원 렌즈로 트럼프 당선인과 오붓하게 둘만 나온 ‘인증샷’을 공개했다. 이로써 트뤼도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 중 트럼프 당선인과 가장 먼저 만나게 됐다. 트뤼도 총리는 목표를 이룬 것 같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