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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악연으로 엮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테슬라의 신차 출시 지연과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을 놓고 공개 설전을 벌였다. 2015년 오픈AI를 함께 설립한 두 사람은 3년 만에 갈라선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로를 공개 비난하고 있다.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올트먼은 “3막으로 구성된 이야기”라며 테슬라가 개발 중인 신차 로드스터를 2018년에 예약한 주문서 3장을 캡처해 X에 올렸다. 그는 “이 차를 정말 기대했고 출시가 지연된 것도 이해한다”며 “하지만 7.5년은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썼다. 올트먼은 그러면서 예약 취소를 위해 2018년 당시 납입한 보증금 4만5000달러(약 6500만 원)를 환불해 달라고 테슬라에 요청했지만, 이메일 주소가 바뀌어 수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2017년 “로드스터 2세대를 2020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5년 넘게 지연되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머스크는 1일 이 게시물에 답글을 달고 “당신은 비영리(법인)를 훔쳤다”고 비판했다. 최근 오픈AI가 기존의 비영리 지배 구조를 벗어나 영리법인인 ‘공익법인(PBC)’으로 기업 구조를 개편한 사실을 지적한 것. 머스크는 올트먼의 ‘3막 이야기’ 글에 대해 “당신은 이 문제가 해결돼 (신차 보증금을) 24시간 안에 환불받았다는 4막에 대해 얘기하는 걸 잊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하지만 그게 바로 당신의 본성이니까”라고 덧붙였다. 올트먼은 2일 다시 머스크의 게시물에 답글을 달고 “나는 당신이 버려둔 그것(오픈AI)을 이제껏 존재한 것 중 가장 큰 비영리 단체가 될 존재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며 “당신도 지금의 오픈AI와 같은 구조가 필요하다는 걸 안다”고 재반박했다. 올트먼은 추가로 올린 글에서 “당신 역시 테슬라가 비영리 체제가 전혀 없는 형태의 오픈AI를 인수하길 원했었고, (인수에 실패하자) 우리가 성공할 확률도 0%라고 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당신에겐 훌륭한 AI 회사가 있고 우리에게도 있으니, 이제 그만 논쟁을 멈추는 게 어떠냐”고 했다. 앞서 머스크는 2015년 오픈AI 설립 당시 투자자로 참여했으나, 2018년 이 회사 이사회를 떠나는 과정에서 올트먼과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오픈AI가 영리법인 전환 방침을 밝히자 머스크는 “비영리 운영으로 인류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투자자와의 약속을 저버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는 올 5월 영리법인 전환이 아닌 비영리 조직의 통제를 받는 PBC로 전환을 발표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오랜 악연으로 엮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테슬라의 신차 출시 지연과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을 놓고 공개 설전을 벌였다. 2015년 오픈AI를 함께 설립한 두 사람은 3년 만에 갈라선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로를 공개 비난하고 있다.지난 달 30일(현지 시간) 올트먼은 “3막으로 구성된 이야기”라며 테슬라가 개발 중인 신차 로드스터를 2018년에 예약한 주문서 3장을 캡처해 X에 올렸다. 그는 “이 차를 정말 기대했고 출시가 지연된 것도 이해한다”며 “하지만 7.5년은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썼다. 올트먼은 그러면서 예약 취소를 위해 2018년 당시 납입한 보증금 4만5000달러(약 6500만 원)를 환불해달라고 테슬라에 요청했지만, 이메일 주소가 바뀌어 수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2017년 “로드스터 2세대를 2020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5년 넘게 지연되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머스크는 1일 이 게시물에 답글을 달고 “당신은 비영리(법인)를 훔쳤다”고 비판했다. 최근 오픈AI가 기존의 비영리 지배 구조를 벗어나 영리 법인인 ‘공익법인(PBC)’으로 기업구조를 개편한 사실을 지적한 것. 머스크는 올트먼의 ‘3막 이야기’ 글에 대해 “당신은 이 문제가 해결돼 (신차 보증금을) 24시간 안에 환불받았다는 4막에 대해 얘기하는 걸 잊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하지만 그게 바로 당신의 본성이니까”라고 덧붙였다.올트먼은 2일 다시 머스크의 게시물에 답글을 달고 “나는 당신이 버려둔 그것(오픈AI)을 이제껏 존재한 것 중 가장 큰 비영리 단체가 될 존재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며 “당신도 지금의 오픈AI와 같은 구조가 필요하다는 걸 안다”고 재반박했다.올트먼은 추가로 올린 글에서 “당신 역시 테슬라가 비영리 체제가 전혀 없는 형태의 오픈AI를 인수하길 원했었고, (인수에 실패하자) 우리가 성공할 확률도 0%라고 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당신에겐 훌륭한 AI 회사가 있고 우리에게도 있으니, 이제 그만 논쟁을 멈추는 게 어떠냐”고 했다.앞서 머스크는 2015년 오픈AI 설립 당시 투자자로 참여했으나, 2018년 이 회사 이사회를 떠나는 과정에서 올트먼과 사이가 틀어졌다. 이후 오픈AI가 영리법인 전환 방침을 밝히자 머스크는 “비영리 운영으로 인류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투자자와의 약속을 저버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는 올 5월 영리법인 전환이 아닌 비영리 조직의 통제를 받는 PBC로 전환을 발표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미국 대통령들이 ‘뒷마당’인 중남미 국가들을 지배하려고 했던 역사적 열망을 되살리고 있다.”(CNN)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국방전략(NDS)에서 본토 및 서반구 안보를 최우선 순위에 두기로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 상반된 정책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에콰도르 등에 대해선 ‘내정 간섭’ 논란이 나올 정도로 선거 직전 대규모 지원을 발표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멕시코 등에는 미국으로 마약을 보내고 있다는 이유로 고율 관세를 때리거나 각종 지원을 끊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 나라들의 정상들을 비난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갈라치기 전략’은 중남미 각국에서 집권 중인 정부 성향에 따라 나뉜다. 특히 그가 압박 중인 좌파 정부들이 중국과 밀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정책에 중국 견제 의도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 美, 우파 아르헨-엘살바도르-에콰도르 지원최근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승리한 데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페소화 가치와 주가가 급락하며 밀레이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미 재무부는 최대 21억 달러(약 3조 원)에 달하는 페소를 사들였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선거를 코앞에 두고 아르헨티나와 20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고, 200억 달러의 별도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 대한 금융 지원이 밀레이가 이끄는 집권여당 자유전진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힘입어 자유전진당이 선거에서 크게 승리하자, 아르헨티나 안팎에선 내정 개입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남미 마약 카르텔 해체’를 명분으로 대규모 범죄조직 소탕에 나선 엘살바도르, 에콰도르의 강경 우파 정권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미국의 ‘교도소 아웃소싱(외주화)’ 방침을 적극 수용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밀착하고 있다. 미국은 올 3월 600만 달러(약 85억 원)를 주고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 ‘트렌 데 아라과’ 등 갱단원 260여 명을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교도소인 ‘테러범수용센터(CECOT)’에 이송하기로 했다. 에콰도르의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도 강경 보수 성향의 친트럼프 인사다. 2023년 집권한 노보아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마약 밀매 조직을 단속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올 9월 에콰도르를 찾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노보아 대통령과 만나 2000만 달러(약 280억 원) 규모의 범죄 퇴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폭격, 원조 중단, 관세 등으로 반미 국가 압박트럼프 대통령은 반미(反美) 성향이 강한 중남미 국가에는 취임 후 줄곧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근 마약 밀수를 이유로 미국의 해상 공격을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 선박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9월 이후 베네수엘라 마약 밀수 선박을 공격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만 10차례가 넘는다. 사망자 수는 50명을 넘어섰다. 압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베네수엘라는 자국의 죄수를 미국에 풀었다. 또 베네수엘라에서 들어오는 마약이 아주 많다”며 미 중앙정보국(CIA)의 베네수엘라 영토 내 비밀작전을 승인했다. 이와 함께 미 해군 구축함을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 배치하고, 공군 폭격기로 베네수엘라 상공을 비행하는 등 무력 시위도 벌였다. 미 법무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마약 밀매 증거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5000만 달러(약 715억 원)의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게 걸렸던 현상금의 두 배다. 콜롬비아도 마약 밀매를 이유로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달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불법 마약 지도자”라고 썼다.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는 그동안 미국의 지원을 받아 코카인 밀매 차단에 앞장서 왔다. 하지만 2022년 8월 취임한 페트로 대통령이 좌파 성향이란 점이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 9월 콜롬비아가 최근 1년간 미국의 대외원조법에 따른 마약 통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지원 중단 결정문을 의회에 발송했다. AP통신은 “미국의 콜롬비아에 대한 지원금은 연간 7억 달러(약 1조70억 원)를 상회했으나, 이번에는 2억3000만 달러(약 3308억 원) 규모였다”고 전했다. 페트로 대통령이 9월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할 당시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석하자, 그의 미국 비자를 취소하기도 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내가 수십 년간 마약 밀매와 싸워 왔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도왔던 (미국) 정부로부터 이런 조치를 받게 됐다”고 했다. 미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이며 국경을 맞댄 이웃 나라 멕시코도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들과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막지 못한다며 각종 관세를 부과했다. 멕시코는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후 미국과 자국 내 마약조직을 단속해 왔다. 그런데 중도 좌파 성향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앞서 멕시코는 2018년부터 중도 좌파 정권이 집권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멕시코와 관세 협상 중으로, 최종 타결되지 않은 30%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도 미국의 50% 고관세를 맞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도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브라질의 트럼프’라고 불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이기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 암살 계획 등 쿠데타 모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보우소나루의 구명 요청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브라질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남미서 中 견제 목적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멕시코, 브라질 등 유독 좌파 정권에 칼을 겨누고 있다는 것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와 페트로 대통령을 ‘불법 마약 수장’이라고 지목했으나, 싱크탱크 크라이시스그룹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펜타닐의 약 96%가 멕시코를 통해 유입되고 있다. 미국의 중남미 국가 압박을 미중 패권 갈등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중남미 좌파 정부들이 최근 중국과 밀착하고 있어서다. 콜롬비아는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이었지만 페트로 대통령 취임 후 노선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이 나라는 올 6월 중국의 경제 영토 확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합류한 데 이어, 중국이 주도하는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 외교매체 더디플로맷은 “중국이 콜롬비아의 구리, 니켈, 코발트 등 광물 자원과 화석연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도 2023년 중국과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올 5월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8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선물받은 화웨이 휴대전화를 공식석상에서 꺼내 보이며 “니하오(你好·안녕하세요)” “셰셰(謝謝·고맙습니다)”를 외쳤다. 브라질은 브릭스 등을 통해 중국과 협조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산 대두(大豆) 수입을 금지하자 중국에 자국 대두를 대거 수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남미 외교 행보를 두고 ‘돈로(도널드와 먼로의 합성어) 독트린’이란 평가가 나온다. 1823년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이 유럽에 대해 고립주의를 추구한 반면 중남미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한 외교 정책(먼로 독트린)을 트럼프 대통령이 차용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트럼프의 중남미 외교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달 볼리비아 대선과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선 중도 혹은 우파 성향 정권이 승리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처럼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을 계속 압박할 경우, 유권자들의 반미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직면한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이 중국에 더 밀착할 수 있다는 것. 올 5월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프레미스 여론조사에서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국민은 중국이 미국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무역 상대국이라고 답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남미에서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약화하고, 무역 다변화를 시도하면서 중국에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사진)은 3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펜타닐 흐름을 억제하고 희토류 등 공급망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희토류 수출국이자 미국이 합성마약 펜타닐의 원료 공급처로 지목해 온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 재무부가 배포한 베선트 장관의 정상회의 연설문 자료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의 경제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를 인식하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권한을 행사해 맞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안보가 곧 국가 안보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공동 번영은 공정하고 안전한 무역 및 투자 흐름에 달려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미국은 글로벌 성장을 위한 더 강력한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무역 관계의 균형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IEEPA를 근거로 세계 각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 것을 ‘무역 관계 균형의 재조정’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또 “이는 모든 국가가 공정하고 호혜적인 조건으로 운영되도록 보장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기조가 공정성과 호혜성이란 점도 부각했다. 특히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펜타닐 차단 정책과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방침을 언급하며 “이는 위협에 노출된 세계 경제 안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전략과 펜타닐 유통 책임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콤팩트시티(Compact City·압축 도시)’는 특정 도시의 중심부에 교통, 거주, 상업, 행정 등 각종 기능을 집약시켜 개발하는 정책이다. 몇백만 명, 몇천만 명이 사는 대도시에서는 도심 과밀을 줄이는 게 중요하지만 인구가 감소하는 소도시에서는 불필요한 인프라 관리 비용을 줄이고 도심 공동화(空洞化)를 막는 게 시급하다는 차원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1973년 미국 수학자 조지 댄치그와 토머스 사티가 처음 제안했다. 두 사람은 특정 공간 안에 거주, 교통, 상업 시설을 압축시켜 이곳의 활용도를 최대한으로 높이면 교통 혼잡, 에너지 소비, 대기 오염 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 도야마 외에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뉴욕주 버펄로 등이 성공적으로 ‘콤팩트시티’를 구현한 대표적인 도시로 꼽힌다. 인구 약 65만 명의 포틀랜드는 2012년 교통, 교육, 편의 시설 등을 도심에서 20분 거리에 모두 모은 ‘20분 동네(20-min neighborhood)’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민 80%가 도보, 자전거 등으로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교통 체계도 개편했다. 포틀랜드에 자리 잡은 주요 기업들도 직원들의 도보 및 자전거 출퇴근을 위해 자전거 전용 주차장, 샤워 시설 등을 마련했다. 자전거 부품회사 ‘크리스킹’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구내식당의 식권 포인트 및 휴가를 제공한다. 현재 포틀랜드는 미국 내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로 꼽힌다. 인구 약 28만 명의 버펄로는 도심의 낙후된 주상복합 아파트 ‘세네카원타워’를 재단장해 1950년 이후 쇠퇴한 구도심을 되살렸다. 당국은 2014년부터 이곳을 음식점, 쇼핑몰, 아파트 등을 갖춘 복합 빌딩으로 개발했다. 이후 인근에 대형 호텔, 박물관, 아이스하키 링크장 등도 속속 설치했다. 이를 통해 도심 상권이 살아났고 수십 년간 감소세였던 인구 또한 2020년 25만 명에서 현재 27만 명으로 늘었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는 거대 도시 속 특정 공간을 ‘콤팩트시티’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 일본 지사, 야후저팬, 라쿠텐 등 글로벌 대기업의 사무실, 모리미술관, 호텔, 영화관, 각종 상점, 유치원 등도 존재해 빌딩 하나가 사실상 작은 도시처럼 기능하고 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도야마=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1주일에 최소 4번은 트램을 이용합니다.” 20일 일본 도쿄에서 북서부로 약 390km 떨어진 인구 약 40만 명의 중소도시 도야마를 찾았다. 도심을 관통하는 순환 트램에서 만난 기타노 씨(67)는 기자에게 “트램으로 어디든 갈 수 있고 시내 중심부에 상업문화 시설, 병원, 도서관이 모여 있어 어느 도시보다도 살기가 편하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도야마는 일본의 대표 ‘콤팩트시티(Compact City·압축 도시)’로 꼽힌다. 시민들이 도심에 모여 살면서 출퇴근하는 시간을 줄여 삶의 질이 높아지고, 화석 연료 사용도 감소해 환경 개선과 개발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도야마는 2000년 초부터 도심 중심부에 교통, 거주, 상업, 행정 등 각종 기능을 모아 집약적으로 개발했다. 그 결과, 2005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28%만이 도심 및 대중교통 인근 구역에 거주했지만 지난해에는 그 비율이 40.2%로 대폭 늘었다. 일본의 다른 중소도시는 저출산과 고령화 여파로 도심 공동화(空洞化)와 인구 감소가 심각한 상황. 그러나 올 9월 말 기준 도야마의 인구는 40만2015명으로 2005년(41만8511명)과 비슷하다. 또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8111명이 순유입됐다. 한때 “2045년경 인구가 32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에 직면했던 것과 큰 차이다. 올 1월 뉴욕타임스(NYT)는 도야마의 편리한 교통, 풍부한 문화 시설, 수려한 경관 등을 거론하며 ‘꼭 가봐야 할 일본 도시’로 선정했다.● 트램 신설, 이주 보조금 등으로 도심 유인 22일 도야마 시청에서 2021년 취임한 후지 히로히사(藤井裕久) 시장을 만났다. 그는 도심 개발에 나선 이유로 “인구 감소 와중에 시민들이 교외에 흩어져 살면서 공동화가 심각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 도야마 도심의 인구 밀도는 1㏊(헥타르)당 40.3명에 불과했다. 일본의 47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낮았다. 사람이 살지 않으니 땅값은 떨어지고 주요 상점도 속속 문을 닫았다. 이 와중에 도시 외곽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도로, 상하수도 등을 끊임없이 정비해 주다 보니 인프라 관리 비용은 급증했다. 이런 악순환이 도심 공동화, 나아가 인구 감소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적됐다.시 당국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도심에 주요 교통 시설을 모았다. 이용자가 적어 폐선 위기에 놓인 다수의 철도 노선을 트램인 ‘도야마 노면전차(LRT)’로 바꿨다. 특히 이용률이 높은 시내 중심가만 순환 운행하는 노선을 따로 만들었다. 일본의 대다수 도시는 이용 거리에 비례해 요금이 증가하는 대중교통 체계를 채택하고 있지만 도야마 트램은 이용 요금을 200∼240엔(약 1800∼2160원)으로 단일화해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새롭게 정비한 대중교통 노선을 따라 사람이 모여 살도록 유도하는 ‘도심 거주 촉진 프로젝트’도 시행했다. 교외에 흩어져 살던 시민들을 각 트램역 500m 이내, 버스 정거장 300m 이내로 불러들이는 정책이다. 해당 지역에 신규 주택을 짓는 건설사에는 보조금을 줬고, 이곳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시민들에게도 50만 엔(약 450만 원)을 지급했다. 도심의 문화예술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작은 상점들이 모여 있던 거리를 재개발해 2007년 ‘그랜드플라자’라는 대형 쇼핑시설 겸 광장도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월드컵 경기 관람, 패션쇼, 음악회, 결혼식, 벼룩시장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도야마의 대표 랜드마크이자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도 자리 잡았다. 지역 농산물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지바몬야’라는 로컬푸드 매장도 만들었고 미술관과 도서관 등도 속속 건립했다. 사노 마사노리(佐野 正典) 시 도시계획과 과장은 “도심에 주요 시설이 몰리자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땅값 또한 매년 상승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약자 우대권으로 의료 복지비도 줄여 당국은 시민들의 소비 활성화에도 주력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대중교통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외출 정기권’ 제도를 만들었다. 한국의 노약자 지하철 경로 우대와 유사한 제도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이들이 이용하는 트램, 버스, 기차 등 모든 대중교통 요금이 단돈 100엔(약 900원)에 불과해 노인들의 활발한 사회 생활을 촉진한다. 이 정기권으로 주요 상점, 식당, 미용실 등에서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시민들의 도보 운행을 장려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만들었다. 이 앱으로 많이 걸었다는 점이 증명되면 시에서 농산물이나 소정의 상품 등을 지급해 준다. 호리 도코아키(堀友彰) 시 스마트시티추진과 과장은 “노약자들이 외출 정기권, 도보 운행 장려 앱 등을 통해 많이 걷고 이동하면서 이들의 건강도 좋아졌고 당국 또한 의료 복지 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후지 시장은 “지금까지 ‘하드웨어’ 측면에서 도심 밀집 개발을 시행했다면 이제는 실시간 대중교통 예약, 위험정보 공유 체계 같은 ‘소프트웨어’ 측면의 개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도야마=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핵잠 연료의 공급을 결단해 달라고 요청한 지 하루 만에 한국의 핵잠 확보 지지를 공식 천명한 것. 미국이 중국 견제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한국의 핵잠 도입에 적극 찬성하면서 한국이 세계에서 7번째로 핵잠 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트루스소셜에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이에 기반해 나는 한국이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핵잠을 확보하려면 원자력 협정 개정과 미국의 기술 지원 및 연료 공급 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승인’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훌륭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 부활(Big Comeback)을 맞을 것”이라고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것은 최우방국인 영국과 1950년대 협력한 게 유일하다”며 “한국이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도 30일 페이스북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을 강력히 지지했다”며 “앞으로 자주 국방력 증진을 통해 동맹을 보다 호혜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한미 핵잠 협력 가능성에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관련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며 “중국은 한미 양측이 핵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는 일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쌀과 소고기로 오찬을 대접했다. 특히 그는 ‘골프 애호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해 금박을 입힌 골프공, 아시아 선수 최초로 골프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마스터스’를 우승한 골프 스타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의 이름이 적힌 골프 가방, 트럼프 대통령과 밀착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용했던 골프 퍼터도 선물하는 등 특유의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진심 어린 환대)’를 발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도쿄 영빈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며 “일본에 다시 온 것을 환영한다”고 영어로 인사했다. CNN은 미국산 쌀과 소고기로 요리한 밥과 스테이크가 나온 것에 주목하며 “자국산 쌀에 자부심을 느끼는 일본이 미국산 쌀을 대접한 건 쌀 수입 확대를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행보”라고 전했다. 이날 회담장에는 미국 대표 자동차 기업 포드의 픽업 트럭 ‘F-150’도 전시됐다. 미국산 자동차의 구매를 늘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일본 측이 해당 트럭 100대를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 정상보다 먼저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恵) 여사를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 초청한 점에 감사를 표했다. 이날 회담은 두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에서 일본의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가 출전하는 미국프로야구(MLB) 메이저리그 결승전 3차전을 시청하면서 10분 정도 늦어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태국과 캄보디아의 평화에 공헌했다”며 그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전후 50주년인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식민 지배와 침략에 대해 반성과 사죄를 밝힌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사진) 전 총리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101세. 이날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고인은 고향인 오이타현 오이타시의 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환으로 별세했다. 사회당(현 사회민주당) 대표로 자민당 등과 연립 내각을 구성해 1994년 제81대 일본 총리에 오른 그는 이듬해 담화를 통해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제국(諸國)의 사람들에게 다대(多大)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통절(痛切)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과거사 인식을 진일보시키며 한일 관계의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 정부는 장례 방식 및 일정이 확정되면 조문 등 애도 방식을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했던 무라야마 전 총리의 고귀한 뜻을 기리며 한일 관계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신 고인의 업적과 헌신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추모했다.“침략-식민지배 부정땐 日명예 손상” 퇴임후도 이어간 ‘일본 양심’무라야마 前총리 101세로 별세“전쟁의 비참함 젊은층에 알려야”정치생명 걸고 과거사 직시 강조… 日정부 역사 인식의 기준점 세워다카이치, 야스쿠니 공물대금 봉납17일 101세의 나이로 별세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역대 총리 가운데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사죄와 반성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특히 전후 50주년 패전일인 1995년 8월 15일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두고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표명한다”고 밝힌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이는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식민 지배에 대해 직접 사과한 것으로,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일본 역대 정부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도 우회적으로 사죄의 뜻을 표하고 있다.● 자민당 장기집권 ‘55년 체제’ 붕괴로 집권 고인은 1924년 3월 3일 오이타의 어촌 집안에서 태어났다. 메이지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젊은 시절 공무원 노조와 지방의회에서 활동했다. 48세이던 1972년 중의원 선거에서 사회당(현 사회민주당) 후보로 당선돼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 1993년 사회당 대표에 오른 그는 1955년 창립돼 1993년 6월까지 장기집권을 이어온 자민당의 이른바 ‘55년 체제’가 처음 붕괴되면서 권력을 쥘 수 있었다. 버블 경제 붕괴로 민심이 돌아선 데다 당내 분열까지 겹치면서 1993년 7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역사상 처음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 이에 따라 자민당-사회당-신당 사키가케 연립내각이 출범하면서 고인은 1994년 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자민당이 당시 연이은 정치 스캔들과 버블 경제 몰락으로 위기에 놓인 것이 과거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정치 생명을 걸고 “전쟁의 비참함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의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이는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더불어 일본의 양심을 담은 대표적 담화로 꼽힌다. 그는 2000년 정계 은퇴 후에도 일본 정부의 과거사 직시를 주문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15년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앞선 대전(大戰) 때 한 일에 대해 반복해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해 왔다”며 ‘과거형’으로 사과하자 “미사여구를 늘어놨지만 무엇을 사죄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설명하고 있지 않다. 사죄라는 말을 왜소하게 만들었다”며 혹평했다. 그는 2020년 ‘신(新)무라야마 담화’를 내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일본의 명예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9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엄연한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과거 역사에 대해 눈을 감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담화, 日 정부 역사 인식의 기준점”전문가들은 무라야마 담화가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을 보여주는 기준점이 됐다고 평가한다. 윤덕민 전 주일 한국대사는 “무라야마 담화는 한일 관계와 일본 전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이후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2010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담화’ 등으로 이어지며 일본 역대 정부가 계승하는 역사 인식의 기준점이 됐다”고 말했다.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일본 정부의 첫 공식 문서란 점에서 한일 관계사에 기념비적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도 있다. 배영미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학술연구부장은 “무라야마 담화만으로 완성된 건 아니지만 한일 관계의 큰 출발점이 됐다”며 “특히 총리가 직접 공식 발표한 내용이기에 이를 함부로 뒤엎거나 왜곡할 수 없다”고 짚었다.● 무라야마 별세일에 야스쿠니 공물대금 봉납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시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총재는 17일 시작된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에 맞춰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로 불리는 공물대금을 사비로 봉납했다고 NHK가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을 고려해 참배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바 총리도 참배는 하지 않고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하지만 자민당 간부진을 포함해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의원 60여 명이 이날 단체로 참배에 나섰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다. 이날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17일 101세의 나이로 별세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역대 총리 가운데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사죄와 반성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특히 전후 50주년 패전일인 1995년 8월 15일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두고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표명한다”고 밝힌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이는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식민 지배에 대해 직접 사과한 것으로,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일본 역대 정부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도 우회적으로 사죄의 뜻을 표하고 있다.● 자민당 장기집권 ‘55년 체제’ 붕괴로 집권고인은 1924년 3월 3일 오이타의 어촌 집안에서 태어났다. 메이지대 정치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젊은 시절 공무원 노조와 지방의회에서 활동했다. 48세이던 1972년 중의원 선거에서 사회당(현 사회민주당) 후보로 당선돼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1993년 사회당 대표에 오른 그는 1955년 창립돼 1993년 6월까지 장기집권을 이어온 자민당의 이른바 ‘55년 체제’가 처음 붕괴되면서 권력을 쥘 수 있었다. 버블 경제 붕괴로 민심이 돌아선 데다, 당내 분열까지 겹치면서 1993년 7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역사상 처음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 이에 따라 자민당-사회당-신당 사키가케 연립내각이 출범하면서 고인은 1994년 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그는 자민당이 당시 연이은 정치 스캔들과 버블 경제 몰락으로 위기에 놓인 것이 과거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정치 생명을 걸고 “전쟁의 비참함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의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이는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더불어 일본의 양심을 담은 대표적 담화로 꼽힌다.그는 2000년 정계 은퇴 후에도 일본 정부의 과거사 직시를 주문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15년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앞선 대전(大戰) 때 한 일에 대해 반복해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해 왔다”며 ‘과거형’으로 사과하자 “미사여구를 늘어놨지만 무엇을 사죄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설명하고 있지 않다. 사죄라는 말을 왜소하게 만들었다”며 혹평했다. 그는 2020년 ‘신(新)무라야마 담화’를 내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야말로 일본의 명예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2009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엄연한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과거 역사에 대해 눈을 감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며 “우익화 경향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일본 전체가 그렇지는 않다. 저는 일본 국민의 양식을 믿는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담화, 日 정부 역사 인식의 기준점”전문가들은 무라야마 담화가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을 보여주는 기준점이 됐다고 평가한다. 윤덕민 전 주일 한국대사는 “무라야마 담화는 한일 관계와 일본 전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이후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2010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담화’ 등으로 이어지며 일본 역대 정부가 계승하는 역사 인식의 기준점이 됐다”고 말했다.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일본 정부의 첫 공식 문서란 점에서 한일 관계사에 기념비적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도 있다. 배영미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학술연구부장은 “무라야마 담화만으로 완성된 건 아니지만 한일 관계의 큰 출발점이 됐다”며 “특히 총리가 직접 공식 발표한 내용이기에 이를 함부로 뒤엎거나 왜곡할 수 없다”고 짚었다.● 무라야마 별세일에 다카이치, 야스쿠니 공물대금 봉납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시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총재는 17일 시작된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에 맞춰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로 불리는 공물대금을 사비로 봉납했다고 NHK가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을 고려해 참배엔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이시바 총리도 참배는 하지 않고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하지만 자민당 간부진을 포함해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의원 60여 명이 이날 단체로 참배에 나섰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다. 이날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우리는 세상이 선출한 도덕 경찰(elected moral police)이 아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업체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15일(현지 시간) 챗GPT의 성적 대화 허용 방침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올트먼은 X를 통해 “챗GPT의 향후 정책 변화 내용 중 성애물(erotica) 부분에서 예상보다 큰 반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전날 그가 “올 12월부터 성인 인증 이용자에게 성적 대화 등 성적 콘텐츠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뒤 강한 비판이 제기된 점을 언급한 것이다. 챗GPT의 성인물 허용 방침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미성년자의 접근 차단이 어렵고, 성인에게도 성인물 중독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올트먼은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AI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중요한 사명”이라며 “(성인물 허용 방침은) 성인 이용자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용하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물론 미성년자 보호도 필요하다”며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는 여전히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정신 건강 위기를 겪고 있는 사용자는 다르게 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트먼은 챗GPT의 정책 변경을 ‘R등급 영화’(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가 다른 적절한 경계를 구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여기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경제전문방송인 CNBC 등에 따르면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립성착취예방센터(NCOSE)의 헤일리 맥나마라 이사는 성명을 내고 “성적 대상화된 AI 챗봇은 가공된 친밀함으로 인해 정신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우리는 세상이 선출한 도덕 경찰(elected moral police)이 아니다.”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업체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15일(현지 시간) 챗GPT의 성적 대화 허용 방침을 둘러싼 최근 논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올트먼은 X를 통해 “챗GPT의 향후 정책 변화 내용 중 성애물(erotica) 부분에 예상보다 큰 반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전날 그가 “올 12월부터 성인 인증 이용자에게 성적 대화 등 성적 콘텐츠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뒤 강한 비판이 제기된 점을 언급한 것이다. 챗GPT의 성인물 허용 방침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미성년자의 접근 차단이 어렵고, 성인에게도 성인물 중독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올트먼은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AI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중요한 사명”이라며 “(성인물 허용 방침은) 성인 이용자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용하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물론 미성년자 보호도 필요하다”며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는 여전히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정신 건강 위기를 겪고 있는 사용자는 다르게 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올트먼은 챗GPT의 정책 변경을 ‘R등급 영화(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가 다른 적절한 경계를 구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여기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다만, 경제전문방송인 CNBC 등에 따르면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립성착취예방센터(NCOSE)의 헤일리 맥나마라 이사는 성명을 내고 “성적 대상화된 AI 챗봇은 가공된 친밀함으로 인해 정신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연인과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납치된 후 737일 만인 이달 13일 풀려난 이스라엘 민간인 남성 아비나탄 오르 씨(32)가 연인 노아 아르가마니 씨(28)와 재회하며 남긴 소감이다. 이스라엘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두 사람은 서로를 보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입맞춤했다. 눈에 눈물이 고인 채 한동안 부둥켜안으며 재회의 감동과 기쁨을 누렸다. 이스라엘 정부 또한 인스타그램에 두 사람이 재회하는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드디어 재회했다”고 썼다. 두 사람은 전쟁 발발 당일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근에 있는 이스라엘 남부의 국경 마을 레임에서 개최된 ‘노바뮤직 페스티벌’에 참석했다가 인질로 잡혔다. 아르가마니 씨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군의 군사 작전으로 구출됐고 이날 오르 씨 또한 무사히 귀환했다.● “나를 죽이지 마” 소리치던 여성, 연인과 재회오르 씨와 아르가마니 씨 커플은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발발 후 전쟁의 비극을 상징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아르가마니 씨가 납치 당시 하마스 대원에게 “나를 죽이지 마”라고 소리치는 영상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아르가마니 씨는 지난해 6월에도 유명해졌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인근에서 로켓포, 장갑차, 헬기 등을 동원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여 그와 남성 3명 등 4명의 인질을 구했다. 다만 구출 과정에서 최소 274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숨지고, 700명 이상이 다쳐 작전의 정당성 논란 또한 거셌다. 역시 전쟁 발발 당일 하마스에 납치된 아리엘(28), 다비드 쿠니오 씨(35) 형제 또한 가족, 연인과 재회의 기쁨을 누렸다. 두 형제와 아리엘 씨의 연인 아르벨 예후드 씨(29)는 모두 가자지구 인근 ‘니르오즈’ 키부츠에서 납치됐다. 예후드 씨는 올 1월 풀려났지만 연인, 연인의 형제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두 사람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렸던 터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 사람은 “가족과 함께 치유와 회복의 긴 여정에 집중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하마스에 함께 납치된 후 서로의 생사를 몰랐던 에이탄 씨(39)와 이아이르 호른 씨 형제도 재회했다. 에이탄 씨는 재작년 노바 페스티벌에서 경비를 맡고 있다가 동생과 함께 붙잡혔다. 형제는 올 2월 동생이 먼저 풀려날 때까지 어두운 터널에서 함께 지냈다.● “인질 재활 수년 걸릴 듯”… 일부는 ‘실명’ 중상이들을 포함해 737일간 극한 환경을 버텨낸 이스라엘인 인질 20명의 건강 상태는 대체로 양호한 편으로 알려졌다. 다만 알론 오헬 씨(24) 등 일부 인질은 심각한 부상을 입어 완전한 재활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정부는 오헬 씨가 내내 갇혀 있던 공간이 공격을 받으면서 눈에 파편이 튀어 오른쪽 눈을 실명한 상태라고 공개했다. 또 다른 귀환 인질 롬 브레슬라브스키 씨 또한 올 7월 공개된 동영상에서 “발을 다쳐 일어설 수 없다”고 호소했었다.물리적으로 큰 부상이 없는 인질들도 장기간의 강압, 죽음의 공포 등에 오랫동안 시달렸던 터라 집중적인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한 인질은 “억류 기간 내내 사슬에 묶여 있었다. 곰팡이가 핀 빵이 유일한 식량이었다”고 증언했다. 일부 전문가는 감금 상태로 인한 후유증이 수개월 혹은 수년 뒤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스라엘의 주요 의료기관이 일제히 귀환 인질의 재활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풀려난 생존자는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 지역사회 등 모두가 재활 대상이라는 것이다. 유명 의료기관 라빈메디컬센터는 귀환한 인질들의 재활 치료에 집중하는 ‘귀환인질과’를 신설했다.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 심리학자, 영양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와 의료진이 전문 치료를 제공한다. 인질 가족들에게는 병동 내에 숙박 공간도 제공하기로 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연인과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납치된 후 737일 만인 이달 13일 풀려난 이스라엘 민간인 남성 아비나탄 오르 씨(32)가 연인 노아 아르가마니 씨(28)와 재회하며 남긴 소감이다. 이스라엘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두 사람은 서로를 보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입맞춤했다. 눈에 눈물이 고인 채 한동안 부둥켜안으며 재회의 감동과 기쁨을 누렸다. 이스라엘 정부 또한 인스타그램에 두 사람이 재회하는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드디어 재회했다”고 썼다.두 사람은 전쟁 발발 당일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근에 있는 이스라엘 남부의 국경 마을 레임에서 개최된 ‘노바뮤직 페스티벌’에 참석했다가 인질로 잡혔다. 아르가마니 씨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군의 군사 작전으로 구출됐고 이날 오르 씨 또한 무사히 귀환했다.● “나를 죽이지 마” 소리치던 여성, 연인과 재회오르 씨와 아르가마니 씨 커플은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발발 후 전쟁의 비극을 상징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아르가마니 씨가 납치 당시 하마스 대원에게 “나를 죽이지 마”라고 소리치는 영상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아르가마니 씨는 지난해 6월에도 유명해졌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인근에서 로켓포, 장갑차, 헬기 등을 동원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벌여 그와 남성 3명 등 4명의 인질을 구했다. 다만 구출 과정에서 최소 274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숨지고, 700명 이상이 다쳐 작전의 정당성 논란 또한 거셌다.역시 전쟁 발발 당일 하마스에 납치된 아리엘(28), 다비드 쿠니오 씨(35) 형제 또한 가족, 연인과 재회의 기쁨을 누렸다. 두 형제와 아리엘 씨의 연인 아르벨 예후드 씨(29)는 모두 가자지구 인근 ‘니르오즈’ 키부츠에서 납치됐다. 예후드 씨는 올 1월 풀려났지만 연인, 연인의 형제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두 사람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렸던 터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 사람은 “가족과 함께 치유와 회복의 긴 여정에 집중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하마스에 함께 납치된 후 서로의 생사를 몰랐던 에이탄(39)과 이아이르 호른 씨 형제도 재회했다. 에이탄 씨는 재작년 노바 페스티벌에서 경비를 맡고 있다가 동생과 함께 붙잡혔다. 형제는 올 2월 동생이 먼저 풀려날 때까지 어두운 터널에서 함께 지냈다.● “인질 재활 수년 걸릴 듯”…일부는 ‘실명’ 중상이들을 포함해 737일간 극한 환경을 버텨낸 이스라엘인 인질 20명의 건강 상태는 대체로 양호한 편으로 알려졌다. 다만 알론 오헬 씨(24) 등 일부 인질은 심각한 부상을 입어 완전한 재활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정부는 오헬 씨가 내내 갇혀 있던 공간이 공격을 받으면서 눈에 파편이 튀어 오른쪽 눈을 실명한 상태라고 공개했다. 또 다른 귀환 인질 롬 브레슬라브스키 씨 또한 올 7월 공개된 동영상에서 “발을 다쳐 일어설 수 없다”고 호소했었다.물리적으로 큰 부상이 없는 인질들도 장기간의 강압, 죽음의 공포 등에 오랫동안 시달렸던 터라 집중적인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한 인질은 “억류 기간 내내 사슬에 묶여 있었다. 곰팡이가 핀 빵이 유일한 식량이었다”고 증언했다. 일부 전문가는 감금 상태로 인한 후유증이 수개월 혹은 수년 뒤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영국 가디언은 이스라엘의 주요 의료기관이 일제히 귀환 인질의 재활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풀려난 생존자는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 지역사회 등 모두가 재활 대상이라는 것이다. 유명 의료기관 라빈메디컬센터는 귀환한 인질들의 재활 치료에 집중하는 ‘귀환인질과’를 신설했다.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 심리학자, 영양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와 의료진이 전문 치료를 제공한다. 인질 가족들에게는 병동 내에 숙박 공간도 제공하기로 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5년 전 골프를 칠 때 캐디로 인연을 맺었던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49)을 인사국장으로 12일 임명했다. 인사국장은 미 행정부 공무원들의 임명과 해고를 좌우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번 인선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일시 업무 정지(셧다운)를 계기로 대규모 연방 공무원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신의 최측근 인사인 스커비노 국장을 앞세워 연방 공무원 감축이란 ‘숙원 프로젝트’를 강도 높게 진행할 것이란 의미다. ● ‘트럼프 캐디 출신’ 백악관 인사국장 임명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훌륭한 스커비노가 백악관 대통령 인사국을 이끌게 됐다”면서 “그는 정부 내 거의 모든 직책의 선발과 임명을 담당하게 될 것이며 매우 크고 중요한 직책”이라고 밝혔다. 전임 인사국장인 세르지오 고르는 올 8월 주인도 대사로 지명됐다. 스커비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오래 인연을 맺은 참모 중 하나로 꼽힌다. 뉴욕주 요크타운에서 태어난 그는 14세였던 1990년 뉴욕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부동산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스커비노 국장에게 200달러의 팁을 줬고 “언젠가 내 밑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스커비노 국장은 2008년 트럼프 대통령이 인수한 이 골프장의 총지배인이 됐고 둘의 인연은 이어졌다.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에 합류한 스커비노 국장은 트위터(현 X) 글 게시 등의 업무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과의 소통을 담당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스커비노 국장은 ‘트럼프의 입’을 담당하는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으로 임명됐다. NYT는 “소셜미디어에 집착하는 트럼프가 스커비노에게 해당 분야를 담당하게 한 건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스커비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 패배했을 때도 대통령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근무하며 곁을 지켰다.● 셧다운 계기로 대규모 공무원 해고 등 추진 가능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스커비노 국장의 임명으로 올 초부터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 움직임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가 야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의 예산안 합의 불발로 시작된 연방정부 셧다운이 12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진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셧다운을 이유로 연방정부 기관 직원 4000여 명에 대한 해고 절차를 개시했는데, 이를 스커비노 국장이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전통적으로 인사국장은 행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데 그쳤지만, 셧다운 사태 속에선 (스커비노가)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커비노 국장이 대규모 공무원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셧다운을 정치 보복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논란은 다시 한 번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셧다운 첫날인 1일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을 통해 뉴욕과 시카고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동시에 민주당 출신 유명 전·현직 정치인들의 ‘정치적 고향’인 도시에 대한 예산 지원을 보류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OMB 부국장, 국장을 지냈던 보트 국장은 스커비노 국장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에 속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공무원 해고를 추진하면서 “책임은 예산안 처리를 반대하는 민주당에 있다”며 계속 화살을 민주당에 돌리고 있다. 한편 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10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직원 1300명에게 해고 통보를 보냈다가 이 중 700명에게 다음 날 “해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정정했다. 셧다운 사태가 이어지면서 정부 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5년 전 골프를 칠 때 캐디로 인연을 맺었던 댄 스캐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49)을 인사국장으로 12일(현지 시간) 임명했다. 인사국장은 미 행정부 공무원들의 임명 및 해고를 좌우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이번 인선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일시 업무 정지(셧다운)를 계기로 대규모 연방공무원 구조조정 등 ‘숙원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훌륭한 스캐비노가 백악관 대통령 인사국을 이끌게 됐다”면서 “그는 정부 내 거의 모든 직책의 선발과 임명을 담당하게 될 것이며 매우 크고 중요한 직책”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캐비노가 이전 직책인 백악관 부비서실장직도 겸임한다고 덧붙였다. 전임 인사국장인 세르히오 고르는 올 8월 인도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된 바 있다.스캐비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오래 인연을 맺은 최측근 중 한 명이다. 뉴욕주 요크타운에서 태어난 스캐비노 국장은 14세였던 1990년 뉴욕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부동산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스캐비노 국장에게 200달러의 팁을 줬고 ‘언젠가 내 밑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스캐비노 국장은 2008년 트럼프 대통령이 인수한 이 골프장의 총지배인이 됐다.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에 합류한 그는 트위터(현 X) 글 게시 등 업무를 맡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의 소통을 담당했다.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스캐비노 국장은 ‘트럼프의 입’을 담당하는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으로 임명됐다. NYT는 “소셜미디어에 집착하는 트럼프가 스카비노를 해당 분야를 맡게 한 건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스캐비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패배 후 백악관을 떠난 뒤에도 플로리다 마러라고에 가 곁에 남았다.미 언론들은 스캐비노 국장의 임명으로 올 초부터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축소 흐름이 가속화할 것으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 연방정부의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해왔는데, 스캐비노 국장이 인사 업무를 담당하면서 한층 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전망이다.NYT는 “전통적으로 인사국장의 역할은 행정적인 측면이 컸지만, 대규모 해고가 이뤄지는 트럼프 행정부에선 상당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직원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충성하는지를 중요하게 보는데, 스캐비노 국장이 그의 입맛에 맞는 행정부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9일 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이민세관단속국(ICE) 건물 근처에서 개구리, 곰, 공룡, 유니콘, 너구리 등의 의상을 입은 이들이 노래에 맞춰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들은 ‘함께 하면 강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를 뛰어다녔고, 지나가는 행인들과 사진도 찍었다. 길 건너편에선 방탄복과 총으로 무장한 ICE 요원들이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11일 뉴욕타임스(NYT) 등은 야당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포틀랜드에서 동물 복장을 활용한 평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 최근 그가 포틀랜드에 군대를 투입하려 했다가 연방법원에 의해 제지된 상황 등에 항의하는 차원이다. 특히 자신들을 ‘폭력적인 좌파 선동가’로 묘사한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한 의도가 크다고 논평했다. 시위 주최 측은 시민들로부터 동물 관련 의상을 기부받는 등 ‘코스튬 시위’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동물 의상을 입은 시위자들도 체포하거나 진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닭 의상을 입고 시위에 참여한 시민 잭 디킨슨 씨(26)는 “요원들이 우리를 공격할수록 그들만 더 어리석어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NYT는 “유머러스한 포틀랜드 시위대의 모습이 인터넷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퍼지면서 우파 진영이 주장하는 ‘폭력 좌파’ 낙인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18일 수도 워싱턴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군 투입 시도 등에 반발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릴 것이라고 정치매체 더힐 등이 12일 보도했다.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제 군주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며 “미국에는 ‘왕(king)’이 없다.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로 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민주당이 ‘가미카제’(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자폭 특공대) 같은 공격을 벌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통령과 공화당은 정부를 계속 열어두기 위한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 마치 영화 ‘라라랜드’ 속에 있는 것 같다.”(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국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이 2026 미국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를 앞두고 예산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해 1일(현지 시간)부터 연방정부가 ‘셧다운(shutdown·일시 업무정지)’됐다. 이번 셧다운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공공 건강보험 ‘오바마케어’를 위한 보조금 지급 갈등으로 불거졌다. 보조금 지급에 공화당은 반대, 민주당은 찬성하는 상황. 하지만 감세, 불법 이민자 단속,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같은 주요 도시에 대한 군 병력 투입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둘러싼 양당의 첨예한 대립이 셧다운의 실질적인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런 만큼 해결책 마련도 쉽지 않다. 특히 양당 모두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어 셧다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예산안을 처리하려면 상원 전체 100석 중 6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공화당은 53석만 보유하고 있어 민주당 의원 7명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각종 ‘일방통행’을 이번 예산안으로 견제하겠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또한 이번 셧다운을 민주당 우세 지역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 삭감 계기로 삼겠다는 속내를 보인다. 극한의 정치 갈등이 이어지면서 미국민의 고통과 불편만 커지고 있다. 셧다운 기간에는 안보, 경찰, 의료, 교통 등의 필수 업무를 제외한 일반 업무가 대부분 중단되고 공무원들도 월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셧다운이 무엇인지, 또 그 배경과 파장을 살펴본다.● 美, 예산권 전적으로 의회 부여 셧다운이란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정부 기능의 일부 또는 전부가 일시적으로 정지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는 연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예산을 짜거나 집행할 권한이 없는 미국의 예산 체계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헌법과 관련법을 통해 예산안의 심의·의결, 편성권까지 모조리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제54조 제3항을 통해 ‘준(準)예산’을 보장하고 있는 한국과 큰 차이다. 한국에서는 예산안이 합의되지 않더라도 지난해 예산에 준한 집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예산안 의결이 해를 넘기더라도 정부 기능이 멈추는 사태는 없다. 반면 예산에 관해 입법부에 거의 모든 권한을 부여한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예산안을 확정하기 위해 매년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1일 전에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통적으로 의회의 예산안 승인은 보통 이 기한 내에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의회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의 정부 업무 중지를 막기 위해 임시 예산안을 처리한다. 그러나 종종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임시 예산안마저 처리하지 못할 때 셧다운이 발발한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2025 회계연도 종료가 다가오던 올 9월부터 종료 후 연방정부를 운영할 7주짜리 임시 예산안을 두고 날카롭게 대치했다. 특히 오바마케어의 보조금 지급 연장을 둘러싼 양당의 시각차가 컸다. 공공보험 가입률이 낮은 미국에서는 그간 저소득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보험 가입을 독려해 왔다. 공화당은 이 보조금이 ‘재정 낭비’라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약자 보호’를 명분으로 맞선다. 저소득층의 의료 혜택이 줄어들면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해 결과적으로는 더 큰 돈이 들어간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양당 지도부는 셧다운 발발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동했지만 의견 차가 커 합의하지 못했다. 이후 수차례 상원 표결이 이어졌지만 모두 부결됐다.● 공무원 75만 명 무급 휴직-항공편 지연 속출 셧다운 뒤 미국 사회는 큰 동요를 겪고 있다. 의회예산처(CBO)는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약 75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고 추산했다. 이는 전체 연방 공무원(약 210만 명)의 35%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무급 휴직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면서 생기는 경제적 피해도 크지만,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가 대거 중단돼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수도 워싱턴의 경우만 해도 워싱턴기념탑, 국립기록보관소, 국립식물원, 의회 도서관 등이 셧다운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인력 부족 문제로 문 닫는 공공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뉴욕, 덴버 등 주요 도시의 공항에서는 항공관제 인력 부족으로 항공편 지연도 속속 발생했다. 관제사 등 필수 인력은 연방정부 셧다운 시에도 무급으로 일해야 하지만 급여 없이 일해야 한다는 점에 반발한 일부 직원들이 병가를 내는 식으로 출근하지 않는 것이다. 항공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6일 하루에만 미국 내에서 최소 4000여 편의 항공편이 지연됐다.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는 셧다운 동안 1주일에 150억 달러(약 21조 원)의 국내총생산(GDP) 감소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셧다운 빈도-기간 점점 증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서 연방정부 전체가 문을 닫는 현재와 같은 형태의 셧다운은 1981년부터 등장했다. 1981년 이전까지는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해도 연방 기관들은 양당 대치가 곧 해소될 것으로 여겨 운영을 계속했다. 이때는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는 상황을 셧다운이 아닌 ‘예산 공백(funding gap)’이라 불렀다. 1980년 지미 카터 행정부 때 글래디스 스펠먼 당시 민주당 하원의원은 ‘적자(赤字) 방지법(Antideficiency Law)’에 대한 유권해석을 법무부에 의뢰했다. 해당 법은 ‘의회에서 예산안이 승인되지 않으면 정부 기관은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펠먼 전 의원은 법무부가 이를 넓게 해석해 예산 공백 상황에서도 연방 공무원들이 급여를 계속 받을 수 있게 하고자 했다. 반면 당시 벤저민 시빌레티 법무장관은 연방 기관이 의회에서 승인된 예산안에서 벗어난 지출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보수적인 법률 해석을 내놓았다. 특히 시빌레티 전 장관은 적자방지법을 위반한 기관장에게 5000달러(약 700만 원)의 벌금과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처벌 규정까지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현재의 셧다운이 사실상 일상화된 것이다. 1981년 이후 미국에서는 총 15번의 셧다운이 발생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8회), 조지 부시 행정부(1회), 빌 클린턴 행정부(2회), 버락 오바마 행정부(1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3회) 등이다. 21세기 들어 셧다운의 기간 또한 대폭 늘었다. 20세기의 셧다운은 평균 2.2일간 지속됐지만 21세기에는 17.3일로 8배가량으로 늘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경장벽 건설을 두고 발생한 2018년 12월 22일부터 2019년 1월 25일까지의 셧다운은 총 35일로 역대 최장 기간 셧다운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통과한 예산안에 자신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예산 57억 달러(약 7조9800억 원)가 배정돼 있지 않자 예산안을 거부했다. 셧다운 장기화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손을 들었지만 셧다운은 35일간 이어졌다. CNN은 최근의 셧다운을 두고 “점점 더 당파적으로 변해 교착 상태를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셧다운은 오바마 2기 행정부 시절인 2013년에 이어 이번에 또 발생했다. ‘작은 정부’와 ‘복지 확대’는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의 핵심 정체성과 이념을 상징한다. 이에 따라 양측 모두 양보가 쉽지 않은 것이다.● 셧다운을 보복 수단으로 삼는 트럼프이번 셧다운을 정치 보복의 수단으로 삼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갈등 해소의 걸림돌이다. 그는 셧다운 뒤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주요 도시에 속속 연방 지원금을 동결하고 있다. 그는 셧다운 첫날인 1일 뉴욕주 뉴욕시의 교통 인프라 사업에 대한 180억 달러(약 25조2000억 원)의 예산 지원을 동결하기로 했다. 슈머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모두 뉴욕주인데 이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3일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의 지하철 현대화 프로젝트를 위한 지원금 21억 달러(약 29조4000억 원)의 지급 또한 보류했다. 조만간 대대적인 공무원 해고 조치도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셧다운이 계속되면 상당한 인원 감축이 있을 것”이라며 “그 일자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은 모조리 민주당에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통령이 셧다운을 반대 진영을 압박하기 위한 무기처럼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막후 실세’ 보트가 예산 보복 주도민주당 우세 지역에 대한 예산 지급 지연 등에 관한 주무 작업은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49·사진)이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이틀 차인 2일 보트 국장과 회동했다. 그는 당시 트루스소셜에 “보트 국장이 추천하는 수많은 ‘민주당 기관’ 중 어떤 곳을 축소할지, 또 그 축소가 영구적이어야 할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트 국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OMB 부국장, 국장을 지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다시 OMB 국장으로 복귀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대통령의 신뢰 또한 두텁다는 평을 받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인 해외 원조 축소, 공영방송 예산 삭감, 연방 보조금 지급 지연, 올 7월 의회를 통과한 대규모 감세 법안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 구상 등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트 국장은 작은 정부와 보수 기독교 세계관을 신봉한다. 또 인종차별 폐해를 가르치는 비판적 역사교육(CRT)에 부정적이다. 올 2월 그의 상원 인준 당시 공화당 의원은 53명이 전원 찬성했고 민주당 의원 47명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을 만큼 그 자신이 미국의 정치 및 이념 갈등을 상징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런 보트 국장을 두고 “연방정부를 ‘트럼프식’으로 재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보트는 정부를 축소하는 방법을 평생 동안 생각해 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CNN에 따르면 보트 국장은 ‘프로젝트 2025’에도 관여했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위해 연방정부 축소 등 각종 정책을 제언한 사업이다. 다만 보트 국장의 행보에 대해선 공화당 안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있다.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 때문에 이번 셧다운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하면서도 “보트에게 (나라 곳간의) 열쇠를 넘길 때는 위험하다”고 했다. CNN은 “OMB는 원래 의회가 배정·승인한 예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보트가 수장이 된 이후 연방 기구를 해체하는 힘을 가진 기관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셧다운(Shutdown)미국 연방정부의 기능이 일시 정지되는 현상. 미국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부터 시작하는데, 그 전까지 의회 내 갈등으로 인해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대통령이 통과된 예산안을 거부할 경우 셧다운이 발생한다. 셧다운이 발생해도 국방,경찰,소방,의료 등의 필수 업무는 가동된다. 다만 국립공원, 박물관 등의 업무는 중단된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올 5월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으로 즉위한 레오 14세(사진)가 미국의 가톨릭 사제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맞서 강력하고 단합된 목소리를 내 달라고 8일 호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즉위 후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충돌을 피해 온 레오 14세가 최근 들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레오 14세는 이날 바티칸에서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의 사제와 신자들, 이민자 권익 옹호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이민자 가족들의 편지 100여 통을 전달받았다. 편지엔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겪는 어려움과 함께 ‘소외받는 사람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메시지가 스페인어로 적혀 있었다고 NYT 등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민자가 많은 텍사스주 엘패소 출신의 마크 사이츠 주교는 이민자들의 고통을 담은 4분짜리 영상을 교황에게 보여줬다. 이를 끝까지 본 교황의 눈가엔 눈물이 살짝 고여 있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사이츠 주교는 교황이 이날 “교회는 계속해서 이민자들과 동행하고 그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특히 자신 같은 미국 내 가톨릭 사제들에게 이민자 권리 보호에 대해 “더 강력하고 단합해서 나서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를 감안할 때 다음 달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열리는 미국 가톨릭 사제 연례 회의에서도 이민자 권익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NYT는 전망했다. 사제 시절 남미 페루에서 사역하며 페루 시민권도 획득한 레오 14세는 중남미 이민자를 포함한 전 세계 이민자의 권익 보호에 관심이 높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격리하는 정책을 비판하는 다른 사제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리트윗한 적도 있다. 레오 14세는 앞서 5일에도 이민자와 선교사를 위한 특별 미사에서 “‘무관심’, ‘차별의 낙인’으로 이주민을 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 내 이민자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에 찬성하는 사람이 생명을 존중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거듭 비판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15일경 국회에서 총리에 지명돼 새 정권이 출범하게 되면 향후 한일, 한미일 협력에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경 보수 성향인 그가 총리에 오른 뒤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독도 영유권을 강조해 왔던 기존 입장을 이어갈 경우 ‘다카이치 역사관’이 한일, 한미일 협력에 있어 큰 부담 또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강한 일본’을 재건하겠다며 기자회견과 토론회에서 “저팬 이즈 백(Japan is back·일본이 돌아왔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3일 중국의 80주년 전승절 행사에 북-중-러 정상이 밀착한 것과는 반대로 한미일 간에는 불협화음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카이치 “야스쿠니, 평화의 신사… 외교문제 아냐”다카이치 총재는 4일 총재 선거 승리 뒤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신사는 전몰자 위령 중심의 시설로 평화의 신사”라며 “반드시 외교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총리 취임 후 참배 여부에 대해선 “어떻게 위령할 것인지, 평화를 기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적시에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야스쿠니 신사에 꾸준히 참배해 왔던 그가 총리 재임 시에도 참배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시마네현이 개최하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날’에 기존의 차관급이 아닌 장관급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퇴임 전 종전 80주년 개인 메시지를 내는 것과 관련해선 “필요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한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반발도 불러올 수 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13년 현직 총리 마지막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을 때 미국은 “이웃 국가들과의 긴장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실망스럽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17∼19일 열리는 야스쿠니 신사의 추계 예대제에 다카이치 총재의 참가 여부가 주목된다. 일본 언론들은 다카이치 총재 측이 일단 보류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8일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일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카이치의 역사관’은 연립 정권 구성의 장애 요소로도 부각되고 있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1999년 10월부터 연정을 해왔는데 다카이치 총재의 당선 후 공명당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斉藤鐵夫) 대표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일인 4일 다카이치 총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비자금 스캔들 대응, 과도한 외국인 배척 등 3가지 문제점을 지목한 뒤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연립 정권은 없다”고 했다. 통상 자민당-공명당은 총재 선거 당일에 연립 의사를 재확인해 왔지만 아직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연정 결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카이치 총재 측은 제3 야당인 국민민주당과 비공개 당수 회담을 열며 연정 가능성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다카이치호가 아직 여소야대 해결책을 찾지 못한 가운데 당초 15일로 예상되던 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가 17일로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韓 ‘실용 외교’로 외교 연속성… 日에도 요구해야” ‘다카이치 역사관’이 한일, 한미일 관계의 리스크로 부각되면서 한국이 외교의 일관성을 일본에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명예교수는 동아일보에 “정치인 개인의 역사관과 국정 책임자로서 외교 방향은 다를 수 있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일 인식에 우려가 많았지만 취임 후 ‘실용 외교’를 보여준 것이 그 한 예”라고 했다. 이어 “한국이 ‘실용 외교’를 통해 대일 외교의 일관성을 보여준 것처럼, 한국도 일본에 외교 일관성을 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는 “엄중한 국제 안보 상황 속에서 한일 협력은 누가 지도자가 되든 상수가 된 상황”이라며 “역사 갈등이 한일 관계, 안보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도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외교 안보에선 중도 성향의 이시바 정권의 전략을 일정 부분 계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사나 영토 문제 등 ‘마이너스’ 요소와 한미일 협력 등 ‘플러스’ 요소가 긴장감을 이루며 한일 관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