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정부 전산망 접속용 인증서인 행정전자서명(GPKI)이 해커에게 탈취된 것은 국가 전산보안 체계 전반의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 개인 PC에서 악성코드 감염을 통해 인증서가 빠져나갔지만, 3년 가까이 이를 탐지하지 못한 데다 해커가 어떤 정보를 열람했는지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지난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이어 행정망이 또다시 ‘휴먼 에러’와 허술한 보안망의 이중 취약점에 노출된 셈이다.● 개인 PC로 침투… 감시 체계 3년간 작동 안 해행정안전부와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해커들은 공무원 개인 PC에 악성코드를 심어 GPKI와 비밀번호를 빼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정부 원격근무시스템(G-VPN)을 통해 내부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다. G-VPN은 재택근무나 외근 시 공무원이 개인 PC로 내부 전산망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해커는 이 허점을 이용해 마치 공무원인 것처럼 위장했다. 그리고 국내외 6개 인터넷주소(IP주소)를 활용해 2022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온나라’와 일부 부처 내부 시스템에 접속해 자료를 열람했다. 온나라에서 기밀이 다뤄지지는 않지만,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개인정보가 담긴 협조 공문과 결재 서류 등 공무상 정보가 다수 존재한다. 정부는 해커가 어떤 정보를 열람했는지 조사 중이다.문제는 이런 비정상 접속이 3년 가까이 탐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커들이 수차례 인증 실패 로그를 남겼지만, 경보가 울리지 않았고 이상 징후를 걸러낼 상시 모니터링 체계도 작동하지 않았다. 당국은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나 “650명분 인증서 대부분이 만료됐고, 탈취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가 예전 버전이라 피해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1명분만 유출돼도 그 권한에 따라 정부 내부 자료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만큼 작은 피해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생체정보 인증’으로 전환… “기술 대책만으론 한계”행안부와 국정원은 7월 중순 피해를 인지하자마자 악용된 IP 6개를 전 기관에 전파해 차단하고, 해커가 접근한 180여 개 공직자 e메일 계정의 비밀번호를 즉시 변경했다. 또 8월 13일까지 유효 인증서를 모두 폐기하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인증서 공유 금지 등 지침을 통보했다.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존 GPKI 파일형 인증 체계를 폐기하고, 지문·안면 인식 등 생체정보를 활용한 모바일 공무원증 기반 ‘복합 인증 체계’로 전면 전환하기로 했다. 안면 인식이나 지문 인식 등 생체정보를 통한 다중인증 방식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모바일 신분증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발급받을 때부터 IC카드나 안면 인식, 지문 인식 등 다양한 추가 인증 방식이 있어 좀 더 안전한 인증 체계”라며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이번 사태는 개별 공무원의 부주의가 빌미가 됐지만, 장기간 침투를 허용한 감시·차단 체계의 구조적 허술함이 사태를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킹 자체의 피해 못지않게 ‘탐지 실패’도 심각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행정망 전반의 실시간 위협 인식·경보 체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기술 대책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조언도 나온다.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보안은 시스템과 개인의 노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며 “공무원 개개인이 인증서를 개인 PC에 저장하지 않고, 비밀번호를 별도 관리하는 등 기본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된 한국인 피해자 가족에게 “가능하시면 자력 탈출을 권유한다”는 문구가 담긴 ‘신고 가이드라인’이 실제로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이 작성·배포한 문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가 뒤늦게 “당시 대사관이 신고 편의를 돕기 위해 사용한 자료”라고 인정하면서, 국민 구조 대신 책임을 피하려 한 외교당국의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앞서 손영숙(가명) 씨는 지난해 10월, 취업사기를 당해 범죄조직에 끌려간 20대 아들을 구해 달라며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해당 문서를 건네받았다. 손 씨는 본보에 “갇힌 건물 사진을 찍어 보내야 한다는 말에 손이 떨렸다”며 “본인 신고가 원칙이라며 사실상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참고기사: 〉문서에는 “가족이나 지인이 신고했는데 감금 피해자가 ‘나는 괜찮다’고 하면 허위신고로 구속될 수 있다”는 겁박성 문구와 함께, “신고 시 갇혀 있는 건물의 사진·층수·방 번호·여권 사본·현재 위치를 제출해야 하며 하나라도 빠지면 경찰 출동이 불가능하다”는 지침이 적혀 있었다. 또 “대사관은 현지 사법기관의 조사와 보호 조치에 관여할 수 없으며, 구조 차량 파견 등은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었다.외교부는 16일 본보 질의에 “주캄보디아대사관은 지난해 신고의 편의를 돕기 위해 해당 자료를 사용한 바 있다”며 “현재는 대사관 홈페이지에 현지 경찰 신고 방법 안내를 게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문건이 대사관이 실제 피해자 가족에게 전달한 자료였음을 공식적으로 시인한 것이다.손 씨가 제공한 문서와 같은 내용은 대사관 홈페이지 ‘취업사기 감금 시 경찰 신고방법’ 안내문에도 일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경찰 신고 시 필요한 절차만 나열돼 있을 뿐, 피해자 보호나 긴급 지원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실종자 가족들은 “책임 회피용 설명일 뿐”이라며 반발했다. 또 다른 피해자 가족은 “문서 내용이 ‘허위신고 시 구속’ 같은 협박성 문구로 가득했다”며 “도움을 요청한 사람에게 ‘신고하면 처벌될 수 있다’고 겁을 준 게 어떻게 편의를 위한 조치냐”고 비판했다.한편, 캄보디아에서는 최근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가 급증하자 정부는 15일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한 합동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했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이 실종 신고 가족에게 보낸 ‘신고 가이드라인’ 전문〉현지 신고방법 가이드라인.1.텔래그램 설치 후,현지 경찰 핫라인 연락처 추가(텔래그램이 설치 불가능한 경우는 가족 및 신원이확인 되는 지인을 통하여 대리신고가능,단 허위신고시 피해자(감금자)분이 현지 경찰에의해 처벌 받을수 있음에 유의)(예:가족 및 지인이 신고하였지만 감금피해자가 “나는 괜찮다”라고 하면 감금피해자 허위신고로 구속)경찰 신고에 필요한 자료준비.-필요한 자료-1.본인의 현재위치(구글맵 혹은 텔래그램 현재위치 등을 이용한 지도 상 정확한 위치)2.현재 계신 방번호 와 층수 (예: 10층 1101호)3.갇혀 계신 건물의 사진(구글맵 등으로 위치 찍은후 거리뷰 보기로 사진캡쳐)4.본인의 현재 사진5.여권사진 혹은 ID카드(영문)6.연락가능한 연락처위중 하나라도 빠지면 경찰이 출동이 불가능하며 이는 현지 행정 절차상 빠질수없는부분입니다.(현지경찰은 한국 처럼 위치 추적 후 바로 출동할수 없기때문에 출동에 필요한 영장 발부를 위하여 필요한 정보가 많습니다.)위 자료중 제출이 불가능한 자료의 경우 연락 담당자 및 지인 및 가족분 통하여 자료를 모두 제출 하여야합니다.(예:여권을 빼앗겨 여권사진 제출이 불가능한 경우,여권을 대체 할만한 영문이 적힌 신분증 필요)2.모든 자료 경찰 핫라인에 제공 후 대기.(현지사정상 경찰이 신고접수 후 출동까지는 빠르면 1~2일 느린경우 일주일 까지도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3.신고 방법은 알려드리나 가능하시면 자력탈출 권유.-여권이나 돈이 없으시더라도 대사관 측에서 여권 재발급 및 한국에서의 송금절차 등을 조력합니다.-통상적으로 구출이 되시는데 까지도 오래걸리지만 구출 된 뒤에 경찰서(환경이 매우 열악함)에서 일주일~한달 까지 보호 및 조사 목적으로 체류-경찰서 조사가 끝난뒤 만약 추방으로 결정 될 경우 이민청으로 이동후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달 넘는 기간동안 비슷한 환경에서 추가체류.(대사관에서는 현지 사법기관이 진행하는 조사 및 보호 조치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여도 할수없음을 알려드립니다.)예시:빨리 꺼내어서 주고 더 나은 환경으로 이동 X P.S-대사관은 사법권이 없는 기관이기 때문에 자국민 이라도 직접 출동 및 구조대 즉시파견 차량 파견등은 할수없음을 안내.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신고 시 갇혀 있는 건물 사진 필수” “가능하시면 자력 탈출을 권유”. 지난해 10월 손영숙(가명) 씨는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직원으로부터 이런 가이드라인을 받고 손끝이 떨렸다고 한다. 취업사기를 당해 범죄조직에 끌려간 20대 아들을 구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대사관 측은 “본인 신고가 원칙”이라고 잘라 말했다는 것이다. 손 씨는 결국 직접 현지를 누비며 아들을 찾아야 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사관의 대응은 ‘강 건너 불 구경’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허위신고 시 구속” 겁박성 문구도손 씨가 대사관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며 본보에 제공한 ‘현지 신고 가이드라인’을 보면, ‘피해자 구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정부 스스로 적시하고 있었다. “가족이나 지인이 신고했는데 감금 피해자가 ‘나는 괜찮다’고 하면 허위신고로 구속될 수 있다”는 문구가 대표적이다. 신고자를 위축시키는 겁박성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이드라인에는 “대사관은 현지 사법기관이 진행하는 조사 및 보호 조치에 어떠한 관여도 할 수 없다” “신고 방법은 알려줄 수 있으나 가능하면 자력 탈출을 권유한다”는 문장도 담겼다. 구조팀이나 차량 지원도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현지 경찰에 신고할 때 첨부해야 할 항목으로는 △정확한 현재 위치 △(갇힌) 방 번호와 층수 △건물 외관 사진 △여권 사진 △연락 가능한 연락처 등이 제시됐다. “하나라도 빠지면 출동 불가”라는 경고 문구까지 붙었다. 손 씨는 “아들이 캄보디아에 있다는 사실 외엔 아무 정보도 없는데, 건물 동호수까지 알아서 신고하라는 안내에 막막했다”며 “여권이고 신분증이고 다 빼앗겼고, 결국 신고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손 씨가 제공한 문서는 실제 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취업사기 감금 시 경찰 신고 방법’과 대부분 일치했다.● “너네 엄마가 너 찾는다” 조직원의 조롱 아들을 잃을 위기에 처한 손 씨는 직접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현지 교민과 유튜버의 도움을 받아 아들이 남긴 위치 정보를 구글 지도로 추적했고, 이를 토대로 현지 경찰에 신고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들은 ‘웬치(범죄단지)’에서 구조됐고, 손 씨가 캄보디아 이민청을 직접 찾아가 설득한 끝에 귀국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범죄조직이 아들을 조롱하는 일도 있었다. 손 씨가 실종자 가족이 모인 오픈카카오톡 방에 아들 사진을 올리자, 유치장에 있던 조직원이 아들에게 ‘너네 엄마가 너 구하러 온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손 씨는 현지 경찰이 (조직에) 미리 정보를 흘렸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했다. 대사관의 미흡한 대응을 겪은 피해자는 손 씨의 아들 김모 씨뿐만 아니다. 지난해 또 다른 캄보디아 웬치에 감금돼 일하다 탈출한 30대 남성은 “웬치에서 탈출해 대사관을 찾았지만 공휴일이라 문을 닫았다. 경비가 ‘오늘은 쉬니 돌아가라’고 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외교부 “가짜 신고 많았다”… 피해자 “책임 회피” 외교부는 ‘본인 직접 신고 원칙’에 대해 “과거 제3자의 신고로 출동을 해보니 정작 당사자들이 감금 사실을 부인하고 잔류를 희망하는 사례가 지속 발생했기 때문으로 관찰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순수한 ‘취업사기’ 피해자 외 온라인 스캠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가담하는 사례가 많으며, 이러한 자발적 가담자들은 일반 우리 국민에 대한 잠재적인 보이스피싱 가해자”라고도 밝혔다. 사태가 커지자 정부는 합동 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했지만, 타국에 비해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에만 770명의 자국민을 구출했다.캄보디아 접경서 韓여성 숨진채 발견한편 캄보디아와 맞닿은 베트남 국경지대에서 30대 한국인 여성이 8일 숨진 채 발견돼 현지 경찰이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한국 경찰은 캄보디아에 머물러 온 이 여성이 피싱 등 범죄조직과 연루돼 숨졌는지 조사 중이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두 국가론’에 대해 “정부 입장으로 확정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금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의 공식 대북정책으로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정 장관은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평화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이것이 우리 대북 정책의 핵심”이라며 “지금 두 국가로 못 가고 있기 때문에 통일로 못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평화공존의 제도화이고 남북기본협정”이라며 “적대적 국가 상태에서 평화적 공존은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남북 두 국가론이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채택한 남북기본협정 체결 등 평화공존 제도화의 전제라고 주장한 것이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는 남북기본협정에 대해 동서독이 서로를 동등한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이 모델이라고 밝힌 바 있다.남북 두 국가론은 북한이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1일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를 거론하며 “우리 국가에 가장 적대적인 태생적 본성을 성문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에 따라 남북기본협정을 통해 북한을 반국가단체나 주적이 아닌 정상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문서화하자는 것. 하지만 사실상 북핵을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이 대통령의 신념과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게 정동영”이라며 “이 대통령이 북한은 주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북한이 핵보유국이냐는 질문에 “사실상 지금 (핵을) 보유하고 있다”며 “(북한의 핵 보유는) 세계적 상식”이라고 말했다.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은 이날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통일부 장관으로선 할 수 있는 말씀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은 두 국가론에 대해 “정부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남북 교류를 우선시하는 자주파로 꼽힌다.다만 정 장관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을 두고 남북 관계 돌파구 마련을 위한 정부 내 역할분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 장관이 이 대통령에게 직접 역할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며 개성공단 정상화 업무를 담당할 평화협력지구추진단 신설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복원을 공식화했다.정동영 “李정부 평화공존, 두 국가론 전제… 개성공단 재가동도 준비”[2025 국정감사]정동영 “두 국가론 정부입장 될 것”정부내 자주파 주도권 확보 나선듯… 남북관계 돌파구 ‘프리롤’ 요청설도北 ‘적대적 두 국가론’에 호응 논란… 국힘 “헌법 부정 정동영 경질해야”“우리는 지금 두 국가로 못 가고 있기 때문에 통일로 가지 못하는 것이다.”‘평화적 두 국가론’을 주장해 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남북 두 국가론에 대해 “현재 국가안보보장회의(NSC)에서 논의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엔드(END) 이니셔티브’를 내놓은 이재명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두 국가론을 공식 입장으로 확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 북한이 ‘남북 두 국가론’을 공식화한 가운데 한국도 북한을 적대 세력이 아닌 정상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 등 정부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두 국가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이재명 정부 내 외교안보 라인 내 혼선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동영 “두 국가론 정부 입장”… 野 “경질해야”정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평화공존의 제도화’가 남북 두 국가론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정 장관은 “평화공존의 제도화 내용이 바로 평화적 두 국가”라며 “(북한이 말하는) 적대적 두 국가를 해소해야만 평화공존 제도화가 이뤄질 수 있고 그 연장선에서 남북기본협정도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라는 헌법 3조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규정한 4조에 반발하며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고 있다.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남북기본협정 체결을 위해선 북한을 적대 세력이 아닌 정상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 포기를 문서화해 국회에서 비준하자는 취지다.정 장관이 두 국가론 공식화를 주장하고 나선 것을 두고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서 자주파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두 국가론 등을 두고 공개적으로 이견을 노출하고 있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조현 외교부 장관의 반대에도 통일부 장관 역할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남북 관계 돌파구 마련을 위해 자신에게 ‘프리롤’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다만 대통령실과 외교부 등은 두 국가론이 정부 공식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는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거리를 뒀다. 정부 관계자는 “두 국가론이 정부 정책으로 자리 잡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여야 의원들도 두 국가론을 두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헌법과 대법원 판례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데 통일부 장관은 두 국가로 인정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논평에서 “남북을 쪼갠다며 헌법을 부정한 정동영을 즉각 경질하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도 “어마어마한 개념, 통일 노선 자체가 바뀌는 건데 이런 정도면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이용선 의원은 정 장관의 주장에 대해 “우리의 객관적 현실에 맞는 대북정책이자 인식”이라고 두둔했다.● 鄭 “개성공단 재가동 준비”정 장관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자 “공개된 정보와 자료를 분석해서 볼 때 북-미 양측 정상은 준비가 돼 있는 상태”라며 “APEC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길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북핵 능력 확대가 북-미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한 지난 10일(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든든한 배경을 두고 핵무력을 과시한 셈”이라며 “APEC 정상회의 계기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라고 말했다.정 장관은 “개성공단 재가동 준비를 위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의 복원을 추진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통일부는 이날 남북대화 및 교류협력 전담부서인 평화협력지구추진단을 신설·복원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추진단을 통해 작년 3월 해산한 개성공단지원재단을 복원해 개성공단 재가동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개성공단은 2016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으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다만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 추진을 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이 대규모 구금된 사태에 대해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초치(招致)했다고 밝혔다. 초치는 상대국 외교관을 불러 항의하거나 경고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정부가 동맹국인 미국의 주한 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힌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조 장관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구금 사태 발생 후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왜 초치하지 않았나’라는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의 질의에 “초치해서 얘기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저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하자, 조 장관은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달 13일) 방한했을 때 그 전에 대사대리를 불러 이 문제에 대해 얘기했고, (제가) 미국으로 출장 떠나기 전에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만나서 얘기하는 것과 외교 행위는 다르다. 초치는 징벌적·경고적 상황인데 정식 초치한 것인가’라고 거듭 묻자 조 장관은 “장관이 어떻게 비공식적으로 얘기하겠나”라며 “저는 초치였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추후 질의에서도 김 의원이 재차 확인하자 조 장관은 “초치와 상응할 정도로 대사와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대규모 구금 사태 이틀 뒤인 지난달 6일, 김진아 2차관이 윤 대사대리에게 우려와 유감을 전달하고 우리 국민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조 장관이 윤 대사대리를 초치했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 ‘새로운 대안’을 정부에 전달하면서 공전하던 한미 관세 협상 상황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에 ‘일본식 합의’를 일방적으로 압박하던 미국의 태도에 일부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 다만 미국이 여전히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고, 한국도 투자 방식이나 수익 배분 등 기존 미국 안의 수정 없이 합의가 어렵다고 맞서는 상황인 만큼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로 합의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현 “미국 원샷 투자 요구선 후퇴” 조현 외교부 장관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해 “미국에서 지금 새로운 대안을 들고나왔고 정부가 검토하는 단계”라고 답했다. 다만 미국 측의 대안에 대해선 “그렇게 구체적인 대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 장관은 “우리가 ‘3500억 불을 지금 형태(일시 현금 투자)로 할 경우에는 우리 외환시장이 출렁거리고 감당할 수가 없다’면서 우리가 어떤 안을 낸 데 대해서 미국이 의견을 내서 그런 식으로 서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미국에서 원샷으로 현찰로 투자하라는 입장에선 이제 후퇴한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접점이) 조금씩 만들어져 가고 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그때까지 이 문제를 잘 풀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상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미는 7월 상호 관세 및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 조성에 합의했지만 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양해각서(MOU)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일본처럼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미국이 투자처를 정하면 한국이 일정 기간 내에 현금으로 투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이 통화 스와프 등 한국에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한 안전장치나 투자 시기 분산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조 장관의 발언에 대해 “우리 측이 지난달 금융 패키지 관련 수정안을 제시했으며, 이에 대해 일정 부분 미국 측의 반응이 있었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통화 스와프 협정과 관련해 “우리가 제안해 놓은 상황이고 미국은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단계별 또는 제한적 조건의 스와프를 동시 제안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질의에는 “그런 부분에 대해선 미국과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구윤철-베선트 금주 회동 추진 정부가 통화 스와프로 안전판을 확보하더라도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만큼 3500억 달러를 한 번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수익 배분에도 상업적 합리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우리는 ‘직접 투자 3500억 달러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이런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국익을 위해 대미 투자보단 관세율 인상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는 주장에 대해선 “미국에서 대안도 가져왔기 때문에 종합 판단해 협상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도 “통화 스와프를 무제한으로 해준다고 해도 충분조건은 아니고 필요조건”이라며 “(스와프가 체결돼도) 또다시 (투자) 사업별로 상업적인 합리성이 있는지 따져보고, 나중에 손실이 생기지 않을 사업으로 해야 한다는 게 우리 논리”라고 강조했다. 15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는 구 부총리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면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이번 재무수장 회동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대미 투자 분야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주도하고 있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지역의 평화와 안정, 국제적인 공평과 정의를 공동으로 수호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시 주석이 9일 김 위원장이 앞서 보낸 중국 국경절 76주년 축전에 대한 답전을 공개했다. 시 주석은 “중조(북-중)는 운명을 같이하고 서로 돕는 훌륭한 이웃, 훌륭한 벗, 훌륭한 동지”라며 “호혜협조를 심화시키고 국제 및 지역 문제들에서 전략적 협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당 창건 80주년 행사에서 중국, 러시아, 베트남, 라오스와 잇따라 회담을 가졌다. 7일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 9일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에 이어 10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접견했다. 북한이 핵보유를 유지하면서도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에 복귀했음을 과시하면서 중국, 러시아에 이어 동남아시아 등으로 외교 타깃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10일 열병식 연설에서 “부정의와 패권을 반대하고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진보적 인류의 공동 투쟁에서 자기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반미(反美) 연대를 강조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최근 5년간 한국을 떠나 제3국으로 출국한 북한이탈주민이 216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입북한 사례 또한 2012년 이후 15년간 31명으로 집계됐다. 생활고와 사회 부적응을 이유로 탈(脫)한국을 결심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정부의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및 관리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최근 5년간 제3국으로 출국한 북한이탈주민은 총 2166명이었다. 2021년 733명에서 2022년부터 385명으로 감소한 뒤 300명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는 8월 기준 327명이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최근 5년간 북한이탈주민 제3국 출국현황〉2021년2022년2023년2024년2025년 8월733명385명362명359명327명자료: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실지난해 10월 일주일간 굶주린 30대 북한이탈주민 남성이 마을버스를 훔쳐 판문점을 통해 재입북을 시도하려다 적발된 가운데 이처럼 월북한 북한이탈주민도 2012년 이후 31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재입북 현황에 따르면 2022년(1명) 이후로 최근 3년간 재입북한 사례는 없었다.북한이탈주민의 ‘탈(脫)한국 현상’은 △경제적 어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 △한국 사회 부적응 등 국내 생활 여건이 열악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25년 기준 북한이탈주민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전체 4명(3만1297명) 중 1명 꼴인 7443명(23.3%)에 이르고, 고용률 역시 지난해 60.1%로 전체 국민 고용률(69.5%)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상용직 근로자 비율은 2020년 58.6%에서 지난해에는 53.5%로 하락했다.〈북한이탈주민 기초생활수급 및 고용 현황〉2020년2021년2022년2023년2024년2025년 6월기초생활수급자(인원, 비율)7729명(24.5%)7392명(22.8%)7202명(22.6%)7205명(22.7%)7299명(22.9%)7443명(23.3%)고용률54.5%56.7%59.2%60.5%60.1%공표예정상용직 근로자 비율58.6%57.4%56.4%56.6%53.5%공표예정삶의 질이 떨어지면서 북한이탈주민들이 뿔뿔이 제3국으로 흩어지고 있지만 정부 당국의 지원과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통일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 462명은 소재 파악조차 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에서 신설됐던 북한이탈주민의 고용과 창업 지원 등을 전담하는 통일부 자립지원과도 이재명 정부 출범 후인 지난달 4일 해체돼 태스크포스(TF)로 전환됐다. TF는 통일부 조직개편 단행 때까지만 운영된다.김 의원은 “북한이탈주민은 목숨을 걸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찾아온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정부는 이들의 정착과 자립을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지원책 마련은 물론, 완전한 정착이 이뤄질 때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중국 권력 서열 2위인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 참석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중국, 러시아의 2인자들이 북한에서 열리는 열병식에 나란히 서는 것. 지난달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을 기념해 북-중-러 3국 정상이 톈안먼 망루에 함께 오른 지 한 달여 만이다. 중국 외교부는 7일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초청으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자 국무원 총리인 리창이 9일부터 11일까지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하고 북한을 공식 우호 방문한다”고 밝혔다. 2015년 70주년 당 창건 행사 열병식에 중국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가 파견됐던 것보다 한층 격을 높인 셈이다. 중국 총리의 방북은 2009년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총리의 평양 방문 이후 16년 만이다. 러시아에선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북한을 방문한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2008∼2012년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대통령을 지냈으며 2012년 푸틴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이 되자 2020년까지 총리를 지냈다. 베트남에선 권력 서열 1위인 또럼 공산당 서기장 등도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광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열병식 주석단에 이들과 함께 서서 한국과 미국, 일본을 겨냥한 최신 무기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4일 무기 전시회 ‘국방발전-2025’에 참석해 “한국 영토가 결코 안전한 곳으로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판단할 몫”이라고 위협했다. 북-중-러 최고위급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앞두고 이른바 ‘반미(反美) 연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은 한국에 대중(對中) 군사적 견제 동참을 요구했다. 존 노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 지명자는 7일(현지 시간) 미 연방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한국군은 중국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장거리 화력과 통합 미사일 방어, 우주·전자전 능력은 양쪽(북-중) 위협에 맞서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의미 있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일본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가 4일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일본의 첫 여성 총리 시대가 열렸다. ‘강한 일본’의 재건을 강조해 온 그는 이르면 15일 국회에서 총리에 지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2022년 7월 피살된 뒤 옅어지던 일본의 보수색이 3년 만에 강경 보수로 회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일, 한미일 협력에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카이치 총재는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의 위패가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꾸준히 참배해 왔다. 다만 총리에 오른 뒤 참배를 할지에 대해서는 “적절히 판단하겠다”며 말을 아껴 왔다. 17∼19일 열리는 추계 예대제에 그가 참배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본 언론은 8일 다카이치 총재가 주변국 반발을 의식해 이번에는 보류 뱡항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일본 열도를 강하게 풍요롭게”라는 슬로건과 ‘아베노믹스’를 계승한 ‘사나에노믹스’를 강조하며 재정 확대와 금융 완화를 예고했다. 이에 일본 증시는 6일과 7일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도 8일 152엔대까지 떨어지며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본이 최초의 여성 총리를 선출했다”며 축하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한일 간 셔틀외교가 복원된 만큼 일본의 신임 총리와도 활발한 교류를 이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중국과 러시아의 권력 서열 2인자들이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평양에 집결한다. 지난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80주년 전승절 열병식 이후 한 달여 만에 북-중-러가 평양으로 무대를 바꿔 열병식 주석단에 나란히 서는 구도가 재연되는 것이다.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방한하는 가운데, 그에 앞서 3국이 ‘반미(反美)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 달 만에 다시 모이는 북-중-러 고위급북한은 중국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행사 참석차 평양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세 나라 고위급 인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건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이어 한 달여 만이다. 중국은 방북 대표단의 격을 높여 북-중 전략적 소통 강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2015년 70주년 당 창건 행사 열병식에 중국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가 파견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왼쪽에 류 상무위원을 두고 김일성광장 주석단 연단에서 함께 열병식을 지켜봤다. 중국이 김 위원장을 전승절 열병식에 초청한 데 이어 리 총리를 직접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참석시키기로 한 것은 APEC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을 미중 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7일 리 총리의 방북에 대해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당과 양국 최고 지도자의 중요한 합의를 지침으로 삼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교류와 협력을 긴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보여온 만큼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이 미중 협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한국에서 그(시 주석)와 회담할 예정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매우 좋은 관계를 맺어 왔다”고 했다. 북한의 70주년 당 창건 열병식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던 러시아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통령을 지낸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행사에 참석한다. 7월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8월엔 푸틴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바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이 광복절 8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평양을 찾은 지 두 달 만에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가 북한 땅을 밟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관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의 2인자들이 직접 평양을 찾는 것은 북한이 북-중-러 신냉전 연대를 통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중국, 러시아 외에도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을 초청해 사회주의 국가들의 대규모 연대 과시를 예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7일(현지 시간) “김 위원장이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北, 2년 만의 열병식서 美 겨냥 무기 공개 가능성북한의 대규모 열병식은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열병식이 전례에 따라 9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0일 0시 전후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수개월 전부터 수만 명이 동원되는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일각에선 딸 주애가 2023년 이후 또다시 열병식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낼 경우 후계 구도를 공식화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열병식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등 최신 무기가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을 앞두고 잇따라 신형 무기를 대거 공개하며 한국에 대한 위협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4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 장비 전시회 ‘국방발전-2025’ 개막식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 지역의 미군 무력 증강에 정비례해 우리는 특수자산을 중요 관심 표적들에 할당했다”며 “한국 영토가 결코 안전한 곳으로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전시회 사진에는 화성-19형을 비롯해 남한 전체가 사정권인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개량한 ‘화성-11마’,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6형’ 추정 무기 등 대남 및 주한미군 타격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무기들이 등장했다. 북한은 이날 한미의 잠수함을 타격할 대잠 미사일과 함께 러시아 초음속 순항미사일인 ‘3M-54E’ 칼리브르와 유사한 형태의 순항미사일, 러시아의 판치르 대공 방어시스템을 모방한 듯한 ‘북한판 판치르’ 등도 공개했다.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있었음을 의도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5일에는 ‘북한판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를 찾았다. 전투통제실 내부 모니터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가 표시된 전자해도가 띄워져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조만간 NLL 일대에서 북한이 신형 구축함 등을 이용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하루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외교전에 변수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하루 동안만 한국에 머물다 출국할 수 있다는 것.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에서 6년 만의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일치기’ 방한이 확정되면 미중 정상회담을 제외한 외교 일정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으로 3500억 달러(약 493조 원) 대미 투자펀드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방한 당일 출국할 듯트럼프 대통령은 26∼29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순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일본을 거쳐 29일 방한한다는 것.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3일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27∼29일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전 일본을 떠나 한국에 도착한 뒤 당일 오후 늦게 한국을 떠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각각 한미·미중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한국에서 시 주석을 만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 직후 “시 주석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데 이어 1일에도 “4주 뒤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며 대두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일(현지 시간) 경제전문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별도 회담”이라며 “(미중 무역 협상에) 상당히 큰 돌파구(breakthrough)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의 당일치기 방한이 추진되면서 시 주석의 방한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중 정상회담이 중국 정부의 우선순위에 놓여 있는 만큼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차 29일 방한해 APEC 정상회의 폐막일인 다음 달 1일까지 경주에 머물 수 있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시 주석 방문 일정이나 형식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서울 호텔 예약 취소 등을 비롯해 중국 정부는 미국 일정에 따라 유동적인 기류”라고 전했다.● 관세 협상 교착에 韓 압박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일정을 당초 예상보다 단축하면 31일과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APEC 정상회의 참석은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28∼31일 열리는 ‘APEC CEO 서밋’ 등 부대행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APEC CEO 서밋에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재임 당시인 2017, 2019년 방한 때도 기업인들과 만나 미국에 대한 투자를 당부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관세 협상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정부 구상에는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을 두고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관세 협상 상황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국에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를 현금으로 조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에 진전이 없자 방한 일정을 축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미국의 3500억 달러 직접 투자 요구에 정부는 대출·보증 중심으로 구성된 양해각서(MOU) 수정안을 지난달 전달했지만 미국 측은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짧은 방한 일정이 예상되면서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거론되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판문점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상 여유도 없고, 북한이 ‘비핵화 대화는 없다’고 벽을 높이고 있어 현재로선 북-미 정상 대화 성사 가능성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2019년 6월 일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후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방한해 판문점 회동이 이뤄진 전례가 있는 만큼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돌발적인 판단에 따라 극적인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화 재개 가능성을 담은 발언들을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추억’을 직접 언급하며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같은 달 30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는 것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8월 2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APEC 정상회의에 초청하면서 “북한 김 위원장과의 만남도 추진해 보자”고 제안한 바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 간 실무 채널로 소통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자신의 국제적 위상을 과시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6년 전과 마찬가지로 깜짝 만남을 제안하고, 김 위원장이 이에 응할 수 있어 우리 정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하루 동안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보다 방한 일정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것. 27일부터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이 시작되는 가운데 정상회의는 31일과 다음 달 1일 열릴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일본을 찾아 28일 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29일 오전 방한한 뒤 당일 오후 출국하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방한 일정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한미 간 협의가 아직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기간 한미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일치기 방한이 추진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도 이에 맞춰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차 29일 방한해 APEC 정상회의 폐막일인 다음 달 1일까지 경주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 직후 트루스소셜에 “시 주석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에 앞서 일본을 찾아 신임 일본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4일 집권당인 자민당 새 총재가 선출되고, 15일경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 선거를 통해 새 총리가 취임할 예정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방일 기간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 가족과의 면담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일치기’ 방한이 확정되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인 2018년에도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렸던 APEC 정상회의에 불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 단축 가능성을 두고 일각에선 한미 관세 협상 교착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제기된 북-미 깜짝 회동의 성사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포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2019년 판문점 회동과 같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깜짝 만남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의 외교책사였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특별 대담이 16일 개최된다.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통상 및 외교 현안을 두루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민간 외교·안보 네트워크인 트라이포럼(대표 박대성)은 ‘한·미관계 긴급 진단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을 초청해 특별 대담을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연다고 2일 밝혔다.오브라이언 보좌관이 ‘한미동맹의 현주소와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하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책 기조를 중심으로 △한미 간 관세 협상 △외교·안보 이슈 △한미 기업 간 투자 협력 등의 주제가 대담에서 심층적으로 다뤄질 계획이다.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한미동맹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이끌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외교안보 참모로 활동했다. 2기 행정부 출범 시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다. 현재는 미국 대통령 정보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리처드 닉슨 재단 이사회 의장, 미국글로벌전략(AGS) 회장으로서 보수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행사는 트라이포럼 공식 홈페이지에서 참가 등록을 통해 누구나 참석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트라이포럼은 지난해 미국 워싱턴과 서울 행사에 이어 내년 초 일본 도쿄에서 3국 안보·경제 관련 인사와 전문가들 참여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미관계와 북핵, 남북관계 등 외교안보 핵심 현안을 두고 북한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이른바 자주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재명 정부 내 자주파와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동맹파 간 균형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중심으로 9·19 군사합의 선제 복원과 ‘남북 두 국가론’ 등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선(先) 교류 정상화-후(後) 비핵화’ 등 북핵·한미관계에 대해서도 자주파의 급진적인 제안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 북한의 ‘한국 패싱’이 노골화되면서 남북 교류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보는 자주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 재개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안보 협상은 물론 한중·미중 정상회담 등 치열한 한반도 외교전이 예고된 가운데 자주파와 동맹파 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남북·북핵·한미관계까지 목소리 키우는 자주파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국가안보실장에 동맹파인 위성락 실장, 국가정보원장에 자주파인 이종석 원장을 임명하는 등 자주파와 동맹파를 고루 발탁했다. 통일부 장관에는 자주파 정동영 장관, 외교부 장관에는 동맹파로 분류되지만 이 원장과 가까운 조현 장관을 임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정책을 보완할 수 있도록 자주파와 동맹파 양쪽을 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주파와 동맹파 간 입장 차는 정 장관이 이 대통령에게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조정을 건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처음 수면 위에 올라왔다. 정부는 당시 폭염을 이유로 일부 실기동 훈련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절충안을 택했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거쳐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구상이 윤곽을 갖춰 가면서 자주파와 동맹파 간 불협화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안이 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유엔총회에서 밝힌 ‘엔드(E.N.D) 이니셔티브’이다. 교류(Exchange)와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로 구성된 ‘엔드 구상’은 통일부가 제안한 것. 이를 두고 비핵화가 후순위로 밀리면서 사실상 북핵 용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위 실장은 “세 요소 간 우선순위나 선후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 장관은 “세 가지 중 맨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은 대화이고 교류”라며 비핵화에 앞서 남북 교류 정상화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또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국가의 하나가 되어 버렸다”며 “냉정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역시 엔드 구상을 두고 “비핵화 얘기를 왜 넣느냐. 대통령 끝장낼 일 있느냐”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이른바 동맹파들이 너무 많다”며 “대통령 측근 개혁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을 두고도 자주파와 동맹파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 장관은 선제적 복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위 실장은 “안보에 저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신중한 복원을 강조하고 있다. ‘남북 두 국가론’에 대해서도 정 장관은 “남북은 사실상 두 국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위 실장은 남북관계는 통일될 때까지 잠정적인 특수 관계라는 것이 (남북) 기본 합의서의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한반도 외교전 펼쳐질 APEC 앞두고 커지는 불협화음자주파와 동맹파 간 불협화음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PEC을 계기로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한미 간에도 관세·안보 협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 역할·규모 재조정은 물론이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 간 안보 현안을 두고도 자주파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 이 대통령은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전작권을 회복해 대한민국이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주도해 나가겠다”며 취임 후 처음으로 전작권 문제를 언급하며 자주국방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미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데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핵심 외교 정책에 대해선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자주파와 동맹파 불협화음에 대해 “‘콩가루 집안’처럼 보이게 만드는 행태”라며 “이견이 있더라도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들 간의 메시지는 합일되기 전까지 대외 입장 표명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처 간의 입장이 통합적으로 갈 수 있게 대통령이 큰 틀에서 정리를 한 번 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정동영 통일부 장관(사진)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국가 중 하나가 돼 버렸다”며 “냉정하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고도화를 우려한 것이지만 북한을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공인하는 5대 핵보유국(P5)과 비슷한 핵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내에서도 ‘두 국가론’에 이어 북핵 문제를 두고 자주파와 동맹파 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 정동영 “北, 美 타격 가능 3대 국가”‘2025 국제한반도포럼(GKF)’ 참석을 위해 독일을 방문 중인 정 장관은 이날 베를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스스로 전략국가라고 말하는데 전략적 위치가 달라졌다. 7년 전 위치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2018년 6월 열린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와는 북한의 핵 개발 수준이 달라졌다는 것. 정 장관은 북한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국가 중 하나라고 규정하면서 “일단 그 현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어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스몰딜(small deal)이 성사됐더라면 핵 문제 전개 과정은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정상회담 결렬 직후 최선희 북한 외무부상(현 외무상)이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그 말이 불행하게도 맞았다”고도 했다.정 장관의 발언을 두고 한국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북한이 ICBM 개발을 완성해 중국, 러시아와 같은 수준의 핵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발언 역시 회담 실패 책임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 돌린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발언은 북한이 핵 포기 불가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리에게 비핵화를 하라는 것은 곧 주권을 포기하고 생존법을 포기하며 헌법을 어기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절대로 주권 포기, 생존권 포기, 위헌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비핵화는 일관된 목표”정 장관이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강조하는 발언에 나선 것을 두고 신속한 북-미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를 제외한 북-미 정상 대화에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미 백악관과 국무부 등이 연일 “우리의 목표는 북한 비핵화”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핵무기를 이미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ICBM 개발도 재진입 기술만 남겨둔 상황”이라고 밝혔다.하지만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강조하는 발언이 미국과의 공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고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핵 군축 협상을 하자고 대신 말해 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미국과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대화할 만한 명분이 있다는 공감대가 이뤄진 것인지 따져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정부 내에서도 불협화음이 노출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한반도 비핵화는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일관된 목표”라고 밝혔다.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내 통신사 인터뷰에서 정 장관이 남북 관계를 ‘현실적 두 국가’라고 규정한 데 대해 “남북 기본합의서에도 남북은 특수관계라고 규정돼 있다”며 “‘특수관계’라는 개념에서 손을 떼면 북한 문제에 있어 우리가 얘기를 꺼낼 입지가 너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다음달 31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국가 행사 일정으로 결혼식 예약 일정 등을 무더기로 취소했던 서울 신라호텔이 최근 예약자들에게 “원래 일정대로 식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호텔신라 관계자는 29일 “지난 주말에 해당 고객들에게 원래 일정대로 결혼식 진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호텔은 APEC 기간 예약됐던 국가행사 예약에 대한 취소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신라호텔은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울 숙소로 유력하게 점쳐졌던 곳이다. 중국 측은 시 주석이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서울에서 한중 정상회담 등을 개최하는 일정 등을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경주와 서울에 모두 숙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신라호텔은 11월 초 예식 예약자들에게 “국가 행사가 예정돼 있어 부득이하게 예약 변경을 안내드린다”며 결혼식 취소 사실을 통보해 논란이 일었다. 다만 신라호텔은 이번 소동으로 결혼식 일정을 이미 변경한 고객에는 당초 약속한 대로 결혼식 비용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 신라호텔은 국가행사로 인해 11월 초 호텔 예식장을 예약했던 예비 부부에게 예약 취소를 알리고 예약 변경 및 결혼식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연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한미 간 관세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3500억 달러(약 494조 원)의 대미(對美) 투자 펀드에 대한 후속 협상이 갈수록 꼬여 가면서 한미 간 이견이 공개 표출되고 있는 것.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통화 스와프를 요구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는 ‘선불(up front)’”이라며 오히려 한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한국에 대미 투자 펀드 규모를 더 늘릴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배수진을 치며 미국에 합리적인 협상을 요구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골대를 옮겨가며 한국에 미국이 제시한 안을 수용할 것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투자 ‘골대’ 옮기며 압박 수위 높인 美한미 정상회담 직후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성공적인 외교’라고 평가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협상이 전체적으로 잘 마무리된 것으로 양국 정상이 공감대를 확인하고 이의가 없이 끝났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밝혔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문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이달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증액에 방어하러 간 것”이라며 “이익이 되지 않는 서명은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일본이 먼저 미국과의 관세 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 미국은 오히려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관세 합의를 통한 투자 유치 성과를 강조하며 “일본에서는 5500억 달러, 한국에서는 3500억 달러를 받는다”며 “그것은 선불”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미국 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한국이 여기에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3500억 달러를 한꺼번에 투자하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통화 스와프를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 안전장치에 대한 언급 없이 한국의 현금 투자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미국이 대미 투자 펀드 증액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트닉 장관이 최근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와의 회담에서 대미 투자 규모를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약 777조 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리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러트닉 장관은 또 정부에 “투자액 상당 부분을 대출이 아닌 현금 형태로 제공받길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뉴욕에서 러트닉 장관을 만났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WSJ는 “한미 무역 협상이 난관에 부딪혔다(hits some bumps)”며 “러트닉 장관이 협상에서 강경 입장을 취하면서 일부 한국 측 관계자들은 비공개 자리에서 ‘백악관이 골대를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24일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해 “미국이 전달한 MOU 초안이 우리의 이해와 판이하게 달랐다”고 했다.● 이견 더 커진 韓美, APEC 회담 전 타결도 불투명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불’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러트닉 장관이 대미 투자 펀드 증액을 요구했다는 WSJ 보도에 대해서도 “(증액 관련) 어떠한 요구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부는 관세 합의를 위해선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24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통화 스와프를 요구했으며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전달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회 동의가 필요한 만큼 3500억 달러를 한 번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수익 배분 과정에서도 상업적 합리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직접 투자를 많이 할 바에는 차라리 관세를 맞고, 관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업들을 직접 보조하는 편이 더 경제적으로 유리하지 않겠냐”고 했다. 정부는 다음 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대미 투자 펀드를 둘러싼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확정한 만큼 한미가 협상 타결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한 간극이 너무 큰 만큼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 조건이 계속 달라지는 유례없는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러 분야의 악조건을 뚫어내야 하는 만큼 협상은 계속되는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역대 가장 완벽한 APEC, 경상북도 경주시와 함께합니다.” 24일 KTX 경주역에서 버스로 30분을 달려 도착한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 다음 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21개국 정상들과 대표단이 모일 이곳은 신라시대 누각을 모방한 곡선 디자인을 뽐내고 있었다. 정상회의가 열릴 2, 3층 대회의장 유리창 전면은 신라의 상징 천마도가 휘감은 모습이었다.● 94%까지 오른 공정… 내부는 공사 중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37일 앞둔 이날 언론에 처음 공개된 HICO 내부는 화려한 외관과 달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각국 정상을 수행하는 실무대표단이 사용할 1층은 곳곳에 공사 자재들과 박스 더미들로 가득했다. APEC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비디오월은 인부들이 리프트를 탄 채 디스플레이 패널을 하나하나 붙여 나가고 있었다. 다음 달 31일과 11월 1일 이틀간 정상회의장으로 사용될 2, 3층은 보안 등의 이유로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임경훈 APEC 준비기획단 기획총괄부장은 “2, 3층은 미리 설치하면 임차비가 많이 발생해 행사가 임박한 시점에 가구와 회의·음향시설을 들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HICO 옆 야외전시장에 별도로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IMC) 역시 아직 철골조를 떼어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안전모를 쓰고 들어가야 했던 IMC는 내부 공사가 HICO보다 덜 진척된 상황이라 리프트가 여러 대 설치돼 있었고, 공사 장비를 실은 트럭도 계속 드나들었다. 3000여 명의 각국 언론인을 맞을 IMC에는 400석의 브리핑홀과 브리핑룸 3곳이 조성된다. 바닥 공사 등 다음 달 20일까지 공사를 마무리한 뒤 26일부터 개방할 방침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현재 HICO는 공정이 94%, IMC는 95%에 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HICO와 IMC는 도심에서 떨어진 보문관광단지에 있다. 도로는 새로 정비된 편이지만, 교통 통제가 이뤄질 경우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상회의 기간에는 HICO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경주 엑스포대공원부터 교통이 통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관광단지 내에 숙소가 모여 있어 회의장까지 이동할 때 정상들의 동선이 노출되지 않아서 보안상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천년고도 경주의 문화행사도 관심 당초 정상 만찬장으로 낙점됐다가 조리 시설과 화장실이 없어 최고경영자(CEO)-정상 투자 협의 장소 등으로 변경된 국립경주박물관 앞 목조 건물도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기획단 관계자는 “건물을 세울 때 유물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정화조를 설치할 수 없다는 국가유산청의 반대 때문에 조리 시설과 화장실을 설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개최되는 만큼 정상 문화행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정상들이) 개인적으로는 박물관에서 금관을 보고 성덕대왕 종소리도 듣고 불국사도 보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정상 배우자들이 불국사를 보는 프로그램은 있는데 현재로선 정상들의 문화재 관람 계획은 없지만 개별적으로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여 리모델링을 마치고 올해 7월 재개관한 우양미술관은 비디오아트 작가 백남준 특별전시를 준비했다. 전시장 옆 빈 공간은 정상 배우자 친교 행사와 외교부 장관 주재 각료 만찬장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경주=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