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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에서 발견돼 논란이 된 깔따구 유충은 사실 물속에서 유기물을 분해해 물을 깨끗하게 만들기 때문에 인간에게 익충에 가까운 존재입니다”지난해 생긴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생물연구팀은 ‘문제적 곤충’들을 연구하고 있다. 갑자기 개체수가 증가(대발생)해 민원이 늘었다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곤충들이다. 2020년 인천의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면서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줬던 깔따구에 대해 박선재 연구관은 “보기에 혐오스러울 뿐 무해한 곤충”이라고 말했다. 몸길이 1cm에 황갈색을 띤 깔따구 성충은 모기와 흡사하지만 입이 퇴화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박 연구관은 “깔따구와 접촉하거나 날아다니던 성충이 입에 들어가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긴 하지만 실제 국내서 보고된 사례는 없다”고 했다. ● “무해한 곤충들”…급증 원인 다양성충이 되면 몸길이 1~2cm에 옅은 갈색을 띠는 동양하루살이 역시 입이 없다. 최근 서울 송파구, 광진구 등에서 대거 출몰해 화제가 된 곤충이다. 이 곤충 역시 물지도 않고 병을 옮기지도 않는다. 성충이 되면 단 며칠간 짝짓기만 하고 죽는 무해한 곤충이다. 박 연구관은 “유충일 때는 오히려 많은 동물의 먹이가 되는 중요한 1차 소비자”라며 “동양하루살이가 사라지면 물속 생태계가 망가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원관이 이런 곤충들을 별도로 연구하는 팀을 만든 이유는 최근 들어 곤충과 관련한 신고나 이슈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2017년 부산항에서 발견돼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일명 ‘살인개미’ 붉은불개미 사건 이후 “못 보던 곤충이 나왔으니 확인해달라”는 식의 신고가 매년 100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생태원 외래생물팀에서 곤충을 담당하는 이희조 전임연구원은 “언론에서 곤충 소식이 보도되고 나면 특히 신고건수가 급증한다”며 “최근 서울 강남에서 외래종 흰개미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보도되고 나서 사흘간 50건이 넘는 신고 전화가 들어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민원의 대상이 되는 곤충 중 다수는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서울 은평구에서 대발생한 일명 ‘러브버그’라는 털파리도 마찬가지였다. 박 연구관은 “2017, 2019년 여름 동해안에서 대거 나타나 지자체가 긴급방역에 나섰던 홍딱지바수염반날개는 크기가 큰 데다 공격당하면 사람을 물기 때문에 공포감을 줬다. 이 벌레 역시 사실 해충인 파리를 먹어 치우는 익충”이라며 “여름 피서지에서 발생한 이유도 야외 캠프장, 관광지에 쓰레기가 늘면서 파리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곤충이 대거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원관 환경생물연구팀은 그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기후변화로 겨울이 따뜻해져 월동 기간 많이 살아남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특정 지역에만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박 연구관은 “대발생 지역의 생태환경 개선, 먹이의 변화 등도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도 “도심에 공원이 많이 생기고 하천도 있는데 이곳이 다 곤충들의 생활터전”이라며 “이들 생태계가 개선되며 늘어난 곤충이 도시의 먹이나 조명을 따라 넘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환경부·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습지보호지역, 산림보호구역 등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개발을 제한한 국가보호지역은 2011년 전국 면적의 6.23%에서 2021년 17.15%로 10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1인당 도시공원 조성면적도 같은 기간 8.3㎡에서 11.6㎡로 증가했다. ● 해충·교란종도…“연구로 대비해야”물론 최근 늘어난 곤충들 중 해충이나 생태계 교란 생물이 될 여지가 있는 외래유입종도 있다. 2020년 서울 은평구 봉산 등에서 대발생했던 대벌레는 가로수나 과수에 피해를 줘 해충으로 분류됐다. 최근 인천 연수구의 한 신축 아파트에서 대거 발생했다는 혹파리도 해충이다. 얼마 전 강남의 한 가정집에서 발견된 마른나무흰개미류나 과거 이슈였던 붉은불개미,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 등은 국내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는 외래종이다. 이들 중 일부는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해충이나 외래종이 아니어도 곤충이 떼를 지어 나타나면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불편을 끼친다. 이원훈 경상국립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해충이든 아니든 중요한 건 국제교역량이 늘고 도심 곳곳에 재자연화한 장소들이 늘면서 그동안 사람들이 접하지 못했던 곤충을 볼 기회가 늘었다”며 “이들 중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종도 있는 만큼 미리 그런 종을 연구해놓고 효과적인 방제책, 예방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관은 “곤충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지자체에서 화학적 방제에 나서는데 오히려 이때 뿌리는 약품이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병원성 미생물이나 먹이 등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방제법을 찾고 있다. 최대한 생태계에 피해를 안 주는 공존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태계 교란 생물이나 생태계위해우려생물 종류는 국립생태원이 운영하는 ‘한국 외래생물 정보시스템’(kias.nie.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종으로 의심되는 곤충을 발견했을 때는 국립생태원 외래생물 신고센터(041-950-5407)로 신고하면 된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평일 저녁에 일찍 끝나면 대부분 집에 가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거든요.” 지난 3월 독일 헤센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한 한국인 회사원이 말했다. 그는 한국 회사 직원으로 독일법인에 파견돼 몇 년째 근무 중이었다. ‘독일에서 일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을 묻자 그는 “차나 집을 손수 고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신기했다”고 했다. “그것 역시 일찍 퇴근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그래서 이 나라에 공구가 그렇게 발달했나 보다”고 웃었다. 또 다른 회사에서 만난 독일인 직원은 “평상시 오후 5, 6시면 퇴근해 집에 간다”고 했다. 한국인들은 주로 오후 7시 넘어서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기자가 이야기하자 그는 “오후 7시? 그때면 일이 남은 관리자급 외에 일반 직원들은 회사에 남아있지 않을 시간”이라며 “대부분 그 전에 그날 일을 다 끝내고 퇴근한다”고 덧붙였다. ● 독일 근로시간 상한, 한국보다 긴데… 3월 말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독일 등 유럽 근로시간 제도와 문화에 대해 취재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독일의 근로시간이 한국보다 짧고 유연하다는 이야기야 익히 들어왔지만, 막상 가서 본 독일 직장인들의 모습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재택근로가 활성화돼있었고, 시차출퇴근제(정해진 근로시간만 채운다면 서로 다른 시각 출퇴근할 수 있도록 한 제도) 같은 유연근로가 일반적이었다. 독일인 직원의 말처럼 오후 5, 6시면 극히 일부 관리자급 직원을 제외하고 대부분 퇴근했다. 이른 저녁에도 사무실이 휑뎅그렁했다. 흥미로운 것은 막상 제도를 살펴보니 우리 근로시간이 독일과 비교해 결코 길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의 근로시간은 일주일 내 법정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시간 최대 12시간으로 제한돼있어 더하면 총 52시간이다. 일명 ‘주 52시간제’다. 주 5일을 일하든,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 최대 6일을 일하든 총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으면 안된다. 독일의 경우 법정근로시간이 하루 8시간, 연장근로시간은 최대 2시간이다. 이를 일주일로 환산하면 주 5일 기준 50시간, 주 6일 기준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게 된다. 물론 6개월간 주 평균 근로시간을 48시간 이내로 맞춰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대부분 주 48시간 이내로 일하지만, 어쨌든 한 주에 한해서는 최대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었다. 이론적으로 따지면 독일과 우리의 근로시간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독일이 더 길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상적으로 보면 다르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근로시간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349시간으로 조사국 가운데 가장 짧았다. 반면 한국은 1910시간이었다. 한국인들이 독일인들보다 무려 561시간 더 길게 일했다. ● 선진적 근로시간, 비법은 정확한 기록 무엇이 문제일까. 기자가 본 두 나라 간 차이의 이유는 근로시간을 정확히 기록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었다. 독일의 기업들은 근로자들의 실근로시간을 정확히 기록했다. 방식은 다양하다. 기계를 이용해 기록하기도 하고, 수기로 각자가 출퇴근한 시각을 관리자에게 제출하는 곳도 있었다. 재택근로자들도 각 회사가 정한 출퇴근 정의에 맞게 근로시간을 기록했다. 예를 들어 한 회사는 직원들이 회사 메신저에 접속하는 시간을 출근시각으로 정해 그때부터 메신저 로그아웃 시간까지를 근로시간으로 책정한다고 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를 나설 때도 해당 시간을 기록했다. 한 독일 회사 인사팀 직원은 “식사 시간이 1시간이면 1시간, 30분이면 30분을 실근로시간에서 빼서 기록한다”고 설명했다. 생산직 근로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자가 방문한 고무 재생공장은 직원이 80명 남짓한 소규모 기업이었는데 이곳 근로자들도 모두 근태기록기기에 출입증을 찍는 방식으로 출퇴근 시각을 기록·관리하고 있었다. 심지어 근로시간이 길고 불규칙하기로 유명한 운송업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차 운행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는 기기를 차체마다 단다고 했다. 재생공장 임원은 “고무운송차량에 달린 내비게이션이 회사와 연결돼 있어서 차량 위치, 운행 시간 등을 회사가 다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정확히 기록하면 뭐가 달라질까? 초과근로가 줄어든다. 그리고 근로자가 원하는 시각에 일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근로시간이 정확히 확인되기 때문에 굳이 직원들을 같은 시각에 출퇴근시킬 필요가 없다. 법정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만 근로한다면 누군가는 오전 7시, 누군가는 오전 9시에 출근해도 된다는 뜻이다. 오전 7시에 출근한 직원은 법정근로시간 8시간에 점심시간으로 빠지는 시간 1시간을 더해 오후 4시에, 오전 9시에 출근한 직원은 오후 6시에 퇴근하면 될 것이다. 만약 어느 날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느라 오전 10시에 출근했다면? 8시간 일하고 점심시간은 30분으로 줄여 오후 6시 반에 퇴근할 수 있다. ● 정확히 기록된 근로시간, 저축했다 휴가로 보상 유럽의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라는 것도 사실 이런 시간 관리를 바탕으로 탄생할 수 있는 제도였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법정근로시간 이상 일한 시간을 모아서 ‘저축’했다가 나중에 돈이나 휴일로 보상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기자가 방문한 독일의 한 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하루 8시간이 법정근로시간인데 근로자가 8시간 55분 일했다고 하면 정확히 55분이 (근로시간 저축계좌에) 적립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기업들도 근로시간을 기록하긴 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명세서(임금대장)에 근로시간을 적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급여를 산정하기 위한 기준이라 기업이 대략 산정해 적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독일에서는 근로자들의 실근로시간을 정확히 기록하고 이를 2년 이상 보관하는 게 법적 의무다. 이런 제도를 토대로 각자 주어진 시간 안에서 출퇴근시간을 정하고 초과근로한 시간은 정확히 보상받다 보니 독일에선 한국에서처럼 괜히 늘어지게 일할 필요도, 서로의 눈치를 보며 퇴근을 미룰 필요도 없었다. 사무실이든, 외부에서든 주어진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만 하면 됐다. 상대적으로 근로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도 근로시간이 늘어져서 좋을 건 없다. 그만큼 근로자에게 초과근로수당을 주고 사무실 가동시간을 늘리는 등 부대비용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보다 짧은 시간 내 마치고 일찍 사무실 문을 닫을 수 있다면, 즉 근로자들이 효율적, 압축적으로 일한다면 그건 기업 입장에서도 이득일 것이다. 실제 국민 1인의 시간당 생산성은 독일이 1.6배 이상 높다. ● 제도가 문화를 바꾼다 한 대선 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외친 지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의 다수 직장인들은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오후 8, 9시 퇴근하고 나면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기에도 빠듯하다. 차나 집을 고치는 취미활동 같은 것은 언감생심이다. 이번에 독일을 가보고 느낀 것은 독일의 ‘저녁이 있는 삶’이 거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과 제도라는 기틀이 먼저 선 뒤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스템과 문화가 도입될 수 있었다. 독일의 경우 이미 19세기 말부터 근로시간에 관한 논의가 있었고 20세기 초 관련 제도들이 도입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저축계좌제, 근로시간 기록 의무도 그런 일련의 과정 속에 도입, 정착한 것이었다. 짧은 근로시간과 유연한 근로 문화는 그 산물인 셈이다. 한국에서도 변화는 거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가 수정 보완해 발표할 근로시간 개편안이 그런 변화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고용노동부가 올해 하반기 ‘외국인 가사 도우미’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외국인이 국내 가정에서 일할 수 있도록 비전문취업(E-9) 비자가 허용되는 업종에 가사·돌봄 서비스업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열린 국무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책의 하나로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을 언급하면서 시범사업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하지만 노동계와 여성계에서 내국인 근로자와의 제도 및 임금 형평성 문제, 실효성, 인권 유린 우려 등을 들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도입에 난항이 예상된다.● 맞벌이 늘고 가사 근로자는 줄고25일 서울에서 열린 ‘외국인 가사 근로자 관련 공개 토론회’에서 고용부는 가사·돌봄 서비스 근로자에게 비전문취업(E-9) 비자를 주는 방안과 일정 시간의 취업 교육을 하는 등의 추진 방향을 공개했다. 현재는 중국·구소련 지역 동포(H-2)나 거주(F-2), 영주(F-5), 결혼이민(F-6)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만 가사 서비스에 종사할 수 있다. 앞으로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인력이 가사 근로자로 취업하기 위해 비자를 받고 한국에 올 수 있게 된다. 고용부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에 대해 “저출산 대응 및 여성 경력 단절 방지를 위해 가사·돌봄 분야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내국인 종사자 규모가 줄어들고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가사 서비스 종사자 규모는 2016년 18만6000명에서 2022년 11만4000명으로 38.7% 줄었다.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종사자의 33.2%는 50대, 59.0%는 60대로 50대 이상이 전체 근로자의 92.2%에 달한다. 반면 맞벌이 가정 증가로 가사 서비스 수요는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아이돌봄 인력의 부족과 부담을 호소하는 부모가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외국 인력 활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은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도입했다. 2017년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도쿄, 오사카 등 6개 특구 지역에 한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근로자의 출신국이나 서비스 이용자의 자격에는 특별한 제한 조건이 없다. 반면 홍콩과 싱가포르는 근로자의 출신 국가에 제한을 두는 것은 물론이고 이용자에게도 ‘특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가져야 한다’는 식으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돌봄 기대 수준 높아…수요조사 해야”노동계와 여성계는 외국 인력 도입이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국내 근로자들의 사회적 지위에 악영향만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국내 가사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고 양질의 내국인 중·장년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과연 정부가 (외국 인력에 대한) 수요조사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주노동자 단체에 있다는 한 참석자는 “아이 돌봄 인력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은 한국에서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 수요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홍콩 등에서 외국인 가사 근로자에 대한 인권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는데 정부가 깊은 고민 없이 졸속 도입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고용부는 가급적 근로자들의 출신국을 ‘의사소통이 용이한 국가’로 제한하고 ‘관련 경력 및 지식 보유 여부, 연령, 언어 능력과 범죄 이력’ 같은 자격 요건을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고용부와 함께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국가자격시험에서 609명이 제출한 답안지가 채점도 하기 전에 정부 기관의 실수로 파쇄되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달 23일 서울 은평구 연서중에서 치러진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의 서면 답안지 609장이 채점 전 폐기된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산업인력공단은 매년 3, 4회 정기 국가기술자격시험을 실시한다. 올해 1회 시험 총응시인원은 15만1797명. 연서중 고사장에서는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61개 종목에 응시한 609명이 시험을 치렀다. 이들이 제출한 답안지는 시험 종료 후 포대에 담겨 공단 서울서부지사로 운반됐다. 문제는 그 이후다. 답안지는 원래 지사 금고에 보관돼야 했지만, 누군가의 실수로 금고 옆에 있는 창고로 보내졌다. 이튿날(지난달 24일) 연서중 답안지를 제외한 다른 17개 고사장 답안지는 모두 공단 채점센터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직원 누구도 연서중 답안지가 누락된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창고에 남아 있던 연서중 답안지는 남은 문제지 등과 함께 파쇄됐다. 공단은 이런 사실을 한 달여가 지난 이달 20일에야 확인됐다. 공단 관계자는 “채점 과정에서 누락 사실을 확인했다. 국가자격시험이 매우 많아 시험을 치른 즉시 채점을 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공단은 답안지가 폐기된 609명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재시험 등 후속 대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응시자들이 재시험을 원할 경우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시험을 원치 않으면 응시 수수료를 전액 환불할 계획이다. 수수료 면제, 교통비 제공 등 보상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해당 응시자들 사이에서는 공단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오며 분노가 들끓고 있다. 어수봉 공단 이사장은 23일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저를 비롯한 관련 책임자는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해에도 세무사 자격시험 과정에서 세무공무원 출신에게 혜택을 줬다는 공정성 논란에 휩싸여 고용부 특별감사를 받았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사업장에서 부상 또는 질병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을 평가하는 모든 과정에 근로자들의 참여가 보장된다. ‘체크리스트’ 형식의 위험성 평가 방법도 보급된다. 22일부터 이 같은 내용의 ‘사업장 위험성 평가에 관한 지침(고시)’ 개정안이 시행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산업안전보건감독의 기조를 처벌, 규제에서 ‘위험성 평가를 통한 자기규율, 예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사업장에서는 ‘위험성 평가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지침에 내용, 시기 등 불명확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안전관리 인력이 부족한 중·소 규모 사업장에서 이런 불만이 컸다. 개정 고시는 사업장의 위험 요소 빈도, 강도를 일일이 산출하지 않아도 노사가 쉽게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한 ‘체크리스트’와 ‘핵심 위험 요인 기술법’ 등을 제시했다. 최초 평가 시기는 ‘사업장 성립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착수’로 명시했다. 공정, 기계·기구의 변동이 잦아 평가를 매번 실시하기 어려운 업종을 고려해 상시평가 제도가 신설됐다. 1년에 한 번씩 해야 하는 정기평가는 앞서 실시했던 위험성 평가의 결과를 재검토하는 것만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해 기업 부담을 줄였다. 위험성 평가에는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근로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동안 근로자들은 일부 절차에만 참여할 수 있었다. 고시가 개정되면서 위험성 평가의 전 과정에 근로자의 참여가 보장됐다. 또 위험성 평가 결과 전체 내용이 근로자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위험성 평가 결과에서 위험이 남은 요소만 근로자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다. 고용부는 고시 시행에 맞춰 모든 사업장이 원활하게 평가를 이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위험성 평가 안내서’를 발간했다. 안전보건공단 온라인 위험성 평가 지원시스템(kras.kosha.or.kr)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부는 또 위험성 평가 방법 안내서 및 사례집을 제작·배포하고 민간 재해예방기관을 시작으로 6월 중 지방고용노동관서별로 신청을 받아 사업장 안전관계자 대상 설명회를 연이어 개최할 계획이다. 사업장 대상으로 위험성 평가 사용자창작콘텐츠(UCC) 공모전도 연다. 위험성 평가 제도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마련도 추진할 예정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손가락이 끼었을 당시 어떻게 작업했는지 볼 수 있을까요?” 10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직원 수 50인 미만의 한 중소 인쇄업체 작업실.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 근로감독관들이 30대 남성 근로자에게 질문했다. 이 근로자는 2년 전 이 업체에서 일하다 종이를 자르는 재단기 부속품에 왼쪽 엄지손가락이 끼어 깊게 베이는 창상(創傷) 사고를 당했다. 김종호 산재예방지도과장은 “업체 방문 전 이런 산업재해 기록을 확인했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이후 그는 업체 임원과 안전관리 담당자에게 “사고 이후 작업을 어떻게 개선했느냐”며 질문을 이어갔다. 그사이 또 다른 감독관은 재단기에 붙은 안전검사 증명서를 확인하고 있었다. 2년에 한 번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증명서에 적힌 검사 시기는 12년 전이었다. “이 기계의 문제가 뭘까요? 안전점검 2년에 한 번씩 꼭 받으셔야 해요.” “전기설비 앞에 종이 더미가 쌓여 있는데 이러면 안 되는 거 아시죠?” 김 과장과 감독관들은 작업장 구석구석 위험 요인을 짚어주며 인쇄업체 임원 및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 산재 78.3% 50인 미만 사업장에서정부는 올해부터 산업안전보건감독 시 단순히 사업장을 적발, 규제하는 게 아니라 사업장 전반의 위험성을 평가해 기업이 문제를 인지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스스로 구조적 문제를 고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일명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이다. 특히 올해는 중소 규모 제조·건설업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128명으로 전년 동기 147명 대비 12.9% 줄었다. 하지만 50인 미만 작은 기업에서의 사망자 수는 79명으로 전년과 같았다. 최근 4년간 산업재해 승인 통계를 살펴봐도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4410명 중 3496명이 50인 미만 중소 근로자였다. 전체 사망자의 79.3%다. 사망자를 포함한 산업재해자 수 역시 전체 48만6754명 중 38만887명(78.3%)이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과 건설업 종사자가 24만8519명(51.1%)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정부가 올해 예방체계 구축에 특별히 힘쓰는 이유는 당장 내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면 50인 미만 기업에서 관련 조사와 처벌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뿐 아니라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도 부담이 큰 상황이다. 기업들은 법 적용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영세한 업체들의 경우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다. 법이 요구하는 안전관리 조건을 채우기 어렵다. 10일 근로감독 현장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이어졌다. 인쇄업체 임원 A 씨는 “끼임 사고를 막기 위해 인쇄 기계는 롤 방식이 아닌 평판 방식으로 바꿨고, 다른 기계도 밖으로 노출된 채 돌아가는 벨트나 롤러가 없는 내장형 기계를 쓰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인력이 부족하고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한 사람이 이 일 저 일 하느라 뛰어다니다 보면 어디선가 사고가 나게 마련”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중소 사업장들의 상황을 감안할 때 단속을 강화해봐야 처벌만 늘 뿐 실제 산업재해를 줄이는 데는 큰 효력이 없을 거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근로감독이 실제 근로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상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처벌에 앞서 이런 작은 기업들의 안전 역량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 현장에 고령·외국인 인력도 늘면서 사고 발생 가능성도 갈수록 커질 전망이라 정부는 단속의 기조를 규제와 처벌에서 자율점검과 예방으로 점차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노사가 함께 위험요인 발굴자기규율 예방체계의 핵심은 노사가 함께 사업장 내 위험 요인을 발굴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10일 감독에서도 이런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감독관들은 곧장 현장 실사에 나서는 게 아니라 그전에 약 1시간을 할애해 회사 임원진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산업재해 현황과 주요 발생 요인, 예방법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사업장의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질문했다. “근로자들이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허리를 다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게차에 사람을 인지하는 센서를 부착해야 하지 않을까” 등 마치 기업 내부의 회의 같은 모습이었다. 현장 감독에 나가서도 감독관과 기업 관계자 간 질문과 대화가 이어졌다. 고용부는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과 더불어 안전관리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에 취약하지만 안전 설비나 인력 도입에 어려움이 있는 중소 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 안전장비를 지원하는 사업도 올해 시작했다. 스마트 안전장비란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센서 기술 등을 활용한 안전장비다. 50인 미만 중소사업장 등이 이런 장비를 도입한 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 신청을 하면 소요 비용의 80%, 최대 30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202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안전투자 혁신사업’도 계속해 올해 총 32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안전투자 혁신사업이란 중소 사업장을 대상으로 미인증 이동식 크레인 등 위험 기계를 교체하고 노후·위험공정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소요 비용의 50%, 최대 7000만 원(위험 기계)에서 1억 원(위험공정)까지 지원한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중국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에서 발원한 황사의 영향으로 22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나겠다. 남부 지방에선 초미세먼지 농도도 높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22일 경기 북부와 강원 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21일 황사가 유입된 중부 지방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단계(㎥당 150μg 초과)를 훌쩍 뛰어넘는 최대 291μg(강원 화천)까지 올랐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도 오후 한때 ㎥당 214μg까지 치솟았다.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남부로 이동하면서 22일에는 남부까지 황사 영향권에 든다. 전라, 경상, 제주 지역의 경우 미세먼지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도 ‘나쁨’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다. 황사가 실어 온 작은 먼지의 영향이다. 예보센터는 황사가 23일 오전까지 영향을 미친 뒤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황사 관측일수는 서울 기준 17회다. 5월까지 관측 일수만 따졌는데도 최근 20년 중 올해 횟수가 가장 많다. 지난해에는 한 해 통틀어 5회, 2021년에는 14회였다. 황사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발원 지역의 기온 상승, 강수량 감소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23일까지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다. 22일 전국 아침 기온은 11∼18도, 낮 최고 기온은 20∼27도로 예보됐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저출산 고령화로 유럽의 노동인구가 줄고 있다. 동시에 실업률도 높은 상황이다. ‘일자리 미스매치’(구직 인력이 맞춤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이 발생하는 현상)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의 고용·노동 문제를 총괄하는 니콜라스 슈미트 EU 일자리·사회권 집행위원은 3월 27일 벨기에 브뤼셀 EU 집행위원회에서 진행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집행위원은 총 26명으로, ‘EU의 장관’과 같은 존재다. 2019년부터 집행위원을 맡고 있는 슈미트 씨는 룩셈부르크 노동·고용·사회연대경제 장관을 지냈다. 그에게 최근 유럽의 고용노동 상황을 물었다. ―유럽의 고용노동 현안은 무엇인가. “노동력이 줄고 있다. 최근 프랑스 파업도 고령화 부담 때문에 정부가 정년 연장을 추진하면서 벌어졌다. 사실 프랑스의 정년은 62세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다른 유럽 국가 정년은 64, 65세다. 그런데도 노동력이 부족하다. 유럽 각국은 여성 고용률을 높이고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여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실업률도 높다고 들었다. “그렇다. 노동력이 부족한데 동시에 실업자도 많다. EU 회원국 평균 실업률은 6.1%(올해 1월 기준)로 한국의 2배 수준이다. 물론 2%인 나라도, 20%인 나라도 있는 등 국가 편차가 크다. 하지만 분명 ‘일자리 불일치(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구직자와 일자리를 연계하는 시스템이 시급하겠다. “별다른 기술을 배우지 못한 채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EU와 각국 정부가 직업훈련에 좀 더 많이 신경 쓰고 예산도 투입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단기 일자리가 크게 늘었는데, 직업훈련을 잘 받은 근로자는 쉽게 해고되지 않고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다.” ―산업 변화가 고용시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디지털화,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 전환 등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옛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석탄 산업 종사자들은 일을 잃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일자리가 2030년까지 유럽에 100만 개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라도 구직자를 새로 훈련시키는 것이 큰 과제다.” ―유럽의 근로시간은 모범사례로 꼽힌다. EU 지침이 있나. “‘주 6일 기준 48시간’ 지침이 있다. 각국, 각 기업의 노사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을 더 줄일 수 있다. 그것이 유럽 근로시간의 ‘유연성’이다.” ―당신의 근로시간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일반 직원 대부분은 하루 8시간 이내로 일한다. 그 대신 나도 휴가는 다 쓴다. 지난해 총 4주 휴가를 썼다.” 브뤼셀=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30분 넘게 버스를 기다렸는데 전광판에 적힌 대기 시간이 줄어들지 않네요.” 17일 오후 2시 반.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70대 남성은 “서대문에 가야 하는데 차라리 걸어가는 게 나을 거 같다”며 자리를 떴다. 버스정류장 맞은편 도로에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설노조원 수백 명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민노총 건설노조가 16, 17일 서울 도심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1박 2일 노숙 집회를 열면서 일대가 극심한 교통혼잡을 빚었다. 관광객들과 시민들은 도심 한복판을 점령한 채 술을 마시고 노상 방뇨를 하는 노조원들과 길가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틀간 5만여 명 모인 집회로 출퇴근길 혼잡 17일 오후 2시부터 노조원 2만7000여 명(경찰 추산)이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오거리에서 종로구 동화면세점까지 세종대로 6개 차로를 점거하고 1시간 반가량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노조 탄압 분쇄,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등의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건폭’(건설폭력) 수사를 받던 중 분신해 사망한 간부 양모 씨의 죽음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집회 후에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 방면과 양 씨의 빈소가 있는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방면으로 나눠서 행진했다. 서울대병원으로 행진하던 노조원들은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멈춘 뒤 전 차로를 무단 점거하고 30분가량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민은 차량 경적을 울리며 “통행을 막지 말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노조원들은 전날 오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2만40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집회를 하고 대통령실 방면으로 행진했다. 이틀 동안 도심을 막고 진행된 집회 행진 때문에 교통이 통제되면서 일대에는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17일 오후 3시 기준으로 서울역 방면 세종대로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2km에 불과했다. 평소 시속 26km 안팎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서울 도심을 찾은 관광객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헝가리에서 온 관광객 레나타 푸츠 씨(29)는 “집회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교통마저 통제돼 버스가 안 온다. 무작정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집회 후 노숙장으로 돌변한 서울 도심 전날 모인 조합원들은 1박 2일 노숙 시위를 진행한 후 오전까지 광화문역 일대 인도를 점거했다. 간밤에 조합원들이 먹다 버린 도시락이나 돗자리 등 쓰레기도 인도에 놓여 있었다. 중구 관계자는 “노숙으로 발생한 쓰레기가 약 20t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평소의 2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또 조합원들은 16일 경찰이 집회를 금지한 오후 5시 이후에도 불법 집회를 이어갔으며, 행진을 마친 오후 8시 반경부터는 1만4000여 명(경찰 추산)이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일대에 모여 돗자리, 등산용 매트, 간이용 텐트 등을 설치하고 노숙했다. 일부 조합원은 금연 구역인 서울광장 등에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셨다. 인근에 경찰이 설치한 간이 화장실이 여럿 있는데도 노상 방뇨를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술에 취한 조합원끼리 시비가 붙어 서로 욕설을 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16일 밤∼17일 새벽 노숙 장소 일대에서 조합원 간 시비 2건, 소음 6건, 텐트 설치 관련 민원 1건 등 총 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시는 민노총 건설조합에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무단 사용에 대한 변상금을 각각 9300만 원, 260만 원 부과하고 형사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지난달부터 연일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 강원 동해시 인근 해역에서 15일 오전 6시 27분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한반도에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은 처음이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진앙 북위 37.87도, 동경 129.52도) 31㎞ 깊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 규모 횟수 이례적인 지진 동해의 진앙 반경 50km를 기준으로 지난달 23일부터 발생한 지진은 15일 규모 4.0 지진과 그 여진을 포함해 36차례 발생했다. 전날(14일)까지는 규모 2.0∼3.0 안팎의 지진이 34차례 반복됐는데, 이날 지진은 규모 4.5였다. 진원이 얕을 경우 진앙 부근에서 기물이 파손될 수 있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강원 동해시 내륙까지 포함하면 53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동해시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과 해역에서 난 지진은 공간적 거리와 주변 단층 분포가 달라 연관성은 낮지만 시기가 유사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기상청은 최근 동해 지진을 좁은 지역에서 소규모 지진이 반복되는 ‘군발 지진’으로 추정했다. 2013년 충남 보령, 2020년 전남 해남 인근 해역에서도 몇 달간 각각 60회, 70회가량 지진이 발생한 적 있다. 하지만 이례적인 규모 4.5 지진에 기상청은 긴장하고 있다. 1978년 이래 역대 20위에 해당하는 센 지진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을 본진(本震)으로 본다면, 앞서 발생한 지진은 더 이상 군발지진이 아닌 ‘지진의 전조’인 전진(前震)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지진 이후 오전 8시 6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1.8 지진은 여진(餘震)이 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만약 이후 규모 4.5가 넘는 지진이 발생하면 오늘(15일) 지진도 전진으로 분류한다”며 “밥솥에 김이 새듯 작은 지진으로 응력을 분출하고 끝날 수도 있지만 계속 단층이 쪼개지면서 더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진은 양쪽에서 미는 힘(횡압력)으로 한쪽 판이 다른 판 밑으로 파고든 ‘역단층’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어떤 역단층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울릉단층 북쪽 방향에 있는 작은 단층에서 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2011년 동일본 대지진(규모 9.0) 이후 지각 깊숙한 곳까지 힘의 불균형이 생겨 계속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 내륙 피해 가능성은 낮아 시민들 사이에선 ‘잦은 지진이 대형 지진의 전조 아니냐’는 불안이 크다. 최근 일본 서쪽 해역에서도 지진이 잦아 이를 연계한 우려가 있다. 보통 우리나라가 포함된 유라시아판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진원 깊이는 5∼16km이다.이번 지진은 약 31km다. 진원이 깊다는 것은 지진이 발생한 단층이 부드럽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조창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기보다는 점점 안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해당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동해안에 해일이 밀려오는 등 피해를 입힐 정도가 되려면 규모 6.0 이상, 최소 규모 5 후반대 이상 지진이 발생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기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환태평양 지진대로부터 먼 유라시아판에 속해 있고, 일본과 지진판이 아예 다르다”고 말했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환경부는 1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우수 환경기업과 구직자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2023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가 열린다고 15일 밝혔다. 2010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이 박람회는 국내 유일한 환경 분야의 대규모 취업박람회다. 올해 박람회에는 환경 분야 우수 기업 및 공공기관, 협회 등 50여 곳이 참가한다. 구직자들은 기업의 채용관을 직접 방문해 채용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 취업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취업 선배와의 대화 기회도 제공한다. 일부 업체에서는 이력서 심사와 면접까지 받을 수 있다. 이 밖에도 공공기관과 기업 인사담당자가 참여하는 채용설명회, 환경 분야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직무 이야기 공연(토크 콘서트), 이력서 및 개인 특성 진단 등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마련됐다.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에서는 환경산업 전문인력 양성사업과 특성화대학원 입학 상담도 진행한다. 환경 산업의 성장세를 보여주듯 2011년 전국 3만4196곳이었던 환경 관련 사업체 수는 2012년 4만9913곳, 2013년 5만6411곳 등으로 매년 꾸준히 늘어 2021년에는 6만3871곳을 기록했다. 총 종사자 수는 2021년 기준 117만9296명에 이른다. 환경 관련 사업 매출액은 103조110억 원으로 추정됐다. 전년보다 매출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분야는 ‘기후대응’ 분야로 3.2% 늘었고, 이어 ‘환경지식·정보·감시’(2.8%), ‘환경안전·보건’(2.3%), ‘자원순환관리’(1.8%) 순이었다. 환경 부문 수출액도 8조359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 늘었다. 박람회 참가 희망자는 박람회 홈페이지에서 참여 기업 및 채용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15일까지 사전 신청을 받았지만 신청을 하지 못한 구직자도 당일 현장에서 참여 신청을 하면 된다. 환경부는 박람회에 참여하기 어려운 구직자에게도 좋은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박람회 홈페이지를 행사 후에도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전시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3월 29일 독일 중부 바이에른주 하멜부르크에 있는 라이펜뮐러 고무 재생공장. 생산직 근로자들이 기계 앞에서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오전 근무조 25명은 오전 6시 45분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오후 근무조 10명은 오후 3시 반부터 11시 45분까지 일한다. 이 회사 우베 뮐러 대표는 “일이 몰릴 때는 하루 최대 10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더 오래 일하려면 지역 노동관청의 허가를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독일의 법정 근로시간은 ‘6개월 내 하루 평균 8시간, 1년 내 일주일 평균 48시간(주 6일 기준)’이다. 초과근로 때는 하루에 최장 10시간, 주 최대 60시간 일할 수 있다. 많은 사업장은 한 주 초과근로를 하면 다음 주 덜 일하는 식으로 ‘8시간, 48시간 평균’을 맞춘다. 같은 달 31일 기자가 찾아간 헤센주 프랑크푸르트의 한 화학기업 사무실의 책상은 30%가량 비어 있었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주 2회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이었다. 사무실에 출근한 직원들은 자신의 팀 매니저에게 출근 시각을 보고하고 8시간 근무한 뒤 자율적으로 퇴근했다. 재택근무 때도 마찬가지였다. 카르스텐 리데 인사 담당 시니어 매니저는 “바쁜 주에 초과근무를 했다면 그다음 주에는 적게 일하는 식으로 하루 평균 8시간을 맞춰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과근로 시간을 단축근로로 상쇄하는 대신, 모아서 보상휴가로 소진하는 근로자들도 있었다. 리데 매니저는 “겨울방학 시즌에는 연차와 보상휴가를 붙여 장기휴가를 쓰는 경우가 많다”며 “알프스가 가깝기 때문에 2, 3주씩 스키 여행을 가는 직원이 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제도가 가능한 이유는 ‘정확한 근로시간 기록’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뮐러 대표는 “트럭 운전사들도 운행시간 기록 기기로 근로시간을 정확히 기록한다”고 말했다. ‘만약 허가 없이 하루 10시간, 주 60시간을 넘겨 일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뮐러 대표는 “당국에서 불시 감독을 나온다. 불법이 적발되면 일을 못 하게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독일 근로자들은 ‘짧게, 효율적으로, 유연하게’ 일하고 있었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근로시간 자료를 보면 독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349시간, 한국은 1910시간이었다. 근로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근로시간으로 나눈 노동생산성은 올해 독일이 시간당 69달러(약 9만2000원), 한국이 43달러(약 5만7000원)였다. 독일이 한국보다 집중적,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짧게 일하는 독일이 유럽 최대 제조 강국일 수 있는 비결이었다. 최근 한국은 저출산과 고령화 위기가 노동시장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 낡은 고용노동 시스템, 임금 체계, 근로시간 제도는 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갉아먹고 있다. 동아일보는 ‘우리나라 고용노동 시장에 미래가 있는가’란 질문을 던졌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앞서 위기에 직면하고 해답을 찾아 나선 선진국들,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는 국내 기업과 근로자의 현재를 지난 석 달간 살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일터’의 방향을 짚어 본다.獨,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기 정착… 노동생산성 韓의 1.6배 법정근로 ‘하루 8시간’ 규제 속필요땐 주 60시간까지 유연성 부여초과근무땐 돈-휴가로 확실한 보상크리스마스 연휴 ‘한달 휴가’도 가능 3월 30일 오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한국타이어 유럽지역본부 사무실. 한창 일할 시간인데 자리 곳곳이 비어 있었다. 재택근무하는 직원도 있고 직원 간 출퇴근 시각도 다르기 때문이었다. 직원 크리스티안 뷔트너 씨는 “오늘은 오전 8시 출근했고 30여 분 휴식시간 포함해 총 8시간 근무한 뒤 오후 5시쯤 퇴근할 예정”이라며 “일이 많을 때는 10시간 근무할 때도 있다. 그러면 일이 적은 다른 날에 8시간(법정근로시간)보다 더 짧게 근무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근무 방식은 독일에서 매우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 기획으로 세계의 일터를 취재한 결과 한국과 사뭇 달랐다.● 獨 근로시간, 규제 안에서 유연성 부여독일의 법정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초과근로 포함 최대 10시간이다. 근로일 사이에는 반드시 11시간 이상 휴식해야 한다. 의료인, 소방관 등 특례 업종을 제외한 전 업종에 적용되는 강력한 규제다. 하지만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하루 8시간’ 규제는 하루 단위가 아니라 ‘6개월 평균 하루 근무시간’으로 평가한다. 그 결과, 일주일로 환산하면 주 5일 근무 시 40시간, 주 6일 근무 시 48시간을 일할 수 있다. 초과근로를 하면 최대 60시간(주 6일 기준)도 가능하다. 이렇게 일하면 다른 날 근무시간을 줄여 규제 기준을 맞춰야 한다. 독일 정부의 노동정책 싱크탱크인 노동시장·직업연구소(IAB) 연구부서장을 맡고 있는 마르크스 프롬베르거 박사는 “‘강하게 규제하는 동시에 유연한 제도’”라고 표현했다. 독일의 ‘유연한 근로시간(Flexible Arbeitszeit)’ 체계는 1978년 유럽 최대 산별노조인 독일금속노조(IG Metall)가 법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5일 기준)에서 35시간으로 줄이기 위해 단축 운동을 벌인 데서 기인했다. 7년 투쟁 끝에 금속노조는 산하 근로자의 법정근로시간을 주 38.5시간으로 줄였다. 하지만 생산성 하락을 우려한 기업들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관련 유연 근무가 확산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각국의 노동생산성을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독일의 노동생산성은 1970년 38.8에서 2022년 106.5로 급등했다. 반면 한국은 2018년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시간 제도를 도입했다. 프롬베르거 박사는 “한국의 제도는 장시간 근로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길게 일해야 할 때, 일을 하고도 불법 초과근로라 임금을 받지 못하는 ‘공짜 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도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근로시간을 주 단위에서 ‘연(年)’ 단위까지 확장해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3월 내놨지만 ‘주당 근로시간이 최장 69시간까지 길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불거지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 쉬기’ 정착유연한 근로시간 운영의 대가로 독일인들은 ‘장기 휴가’도 누리고 있다. 초과근로를 휴가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각종 유연 규정과 함께 도입된 근로시간계좌제 덕이다. 현지 제조업체 인사 담당자는 “근로자가 55분 초과 근로했다면 (근로시간계좌에) 정확히 55분이 적립된다”며 “분 단위까지 기록해서 적립하기 때문에 이를 모아 단축근무나 연차로 쓴다. 보통 연 30일 주어지는 연차에 붙여 크리스마스, 부활절 등 연휴 시즌에 긴 휴가도 간다”고 전했다. 육아나 학업 등의 이유로 근로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면 사업자와 협상을 통해 바꿀 수 있다. 독일에서 근로시간의 큰 틀은 산별노조와 산별 사업자 대표 간 협상으로 정해진다. 그러나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개별 근로자 대표와 사업자가 각자의 직군, 직무, 개인에 맞게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프롬베르거 박사는 “1970∼80년대 노사가 노동생산성 제고라는 공동의 목적 아래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노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논의해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시간 압축해 높은 노동생산성 발휘” 유연한 근로시간 운용으로 국가 경쟁력, 개인의 여가까지 확보한 독일이지만 나름의 고민도 있다. 법정근로시간이 짧고 연장근로시간도 하루 2시간으로 제한된 탓에 일부 기업 현장에서는 한국처럼 ‘공짜 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근로시간 다양화, 재택 근무가 확산하면서 기업은 노동 인력과 생산성 관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 경제 대국이지만 앞으로도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본 소재 노동경제연구원(IZA)에서 만난 수석연구원 울프 리네 박사는 “독일도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력은 줄고 있고, 노동시장의 주류를 이룰 소위 ‘Z세대’들은 장시간 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근로시간을 유연하면서도 능률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내 ‘주 4일제’ 도입 논쟁을 언급하며 “5일간 하던 일을 4일 동안 ‘압축적으로 끝내는’ 제도로 이해해야 한다. 노동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멜부르크·프랑크푸르트·본=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고용노동부가 올해 3월 근로시간 개편안을 내놨을 때 가장 많은 비판이 쏟아진 정책 중 하나가 바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였다. 근로자가 초과근로를 하면 해당 시간의 1.5배를 포인트처럼 적립한 뒤 나중에 몰아서 휴가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정부는 직장인들이 이 제도를 이용해 ‘제주 한 달 살이’ 같은 장기 휴가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업 현장의 반응은 달랐다. 많은 직장인들이 “업무 때문에 혹은 눈치 보느라 지금 있는 연차도 다 못 쓰는데 한 달 휴가는 그림의 떡”이라며 냉소를 보냈다. 하지만 독일은 초과근로시간을 보상휴가로 전환해 근로자들이 언제든 장기 휴가를 쓰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정확한 근로시간 기록·관리 시스템’이 있다. 기자가 방문한 독일 현지 기업들은 모두 근로자들의 실제 출퇴근 시각을 기록,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3월 29일 독일 바이에른주 하멜부르크의 고무 재생 공장 ‘라이펜뮐러’의 공장 출입문 옆에는 근로자들이 출입증을 찍어 출퇴근 시각을 기록할 수 있는 기기가 부착돼 있었다. 우베 뮐러 라이펜뮐러 대표는 “근로자들이 출퇴근 시 또는 잠시 외출할 때에도 이 기기에 출입증을 찍도록 하고 있다”며 “근로시간을 기록하는 것은 고용주의 의무이고, 근로감독관들이 이를 수시로 확인하기 때문에 소규모의 공장들도 모두 이런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 기록 기기가 없어도 엑셀 등 문서로 근로시간을 관리하는 기업도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한 화학기업의 인사 담당 시니어매니저 카르스텐 리데 씨는 “직원 누구나 출퇴근 시각을 팀에 보고하고, 팀장은 이를 엑셀에 정리해 관리한다”고 말했다. 독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해당 제도가 활성화돼 있었다. 한국타이어 구주본부 이상훈 본부장은 “출퇴근할 때는 물론이고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러 30분간 밖에 나갈 때도 시간을 체크하고 다녀온다. 일하는 시간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홈오피스(재택근무)’를 할 때도 본인의 출퇴근 시각을 팀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근로시간을 정확히 기록해야 근로자의 근태를 파악함은 물론이고 일한 만큼 수당을 주거나 보상휴가를 보내줄 수 있다. 우리에 앞서 근로시간계좌제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근로시간 기록이 의무사항이다. 고용주는 초과근로시간을 포함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 기록을 작성하고 최소 2년간 이를 보관해야 한다. 독일 노동경제연구원(IZA) 수석연구원 울프 리네 박사는 “4, 5년 전에는 실제 근로시간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고 고용주가 자의로 적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며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근로의 형태가 점차 ‘하이브리드’(재택+사무실 근무)화하면서 정확한 근로시간 기록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지금은 일부 예외 업종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이 근로시간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하멜부르크·프랑크푸르트·본=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조용히 해.” “뛰면 안 돼.” “만지지 마.” 엄마들이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3가지를 꼽으라면 아마도 위 세 가지가 아닐까. 기자는 아이가 한 명도 아니고 넷이나 되는지라 한 번 나가면 저런 말을 수십, 수백 번씩 되뇐다. 다자녀 가정이라 아이들에 대한 주변의 시선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우리부터 잘 해야지, 그래야 애들 하나, 둘 있는 집들도 싫은 소리 안 듣는다’는 모종의 책임감이랄까. 그럼에도 애들은 원래 떠들고, 뛰고, 만지며 노는 게 당연한데 다 ‘하지 말라’고 단속해야 하는 상황이 미안하고 아쉽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유달리 아이들에게 엄격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 ‘전국의 노키즈존 542곳’ 최근 제주 의회에서 발의된 한 조례안이 화제가 됐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는 11일 더불어민주당 송창권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주도 아동 출입제한업소 지정 금지 조례안’을 심의했다. 이른바 ‘노키즈존’을 금지하자는 내용인데, 조례안은 ‘도지사는 도민 차별과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키즈존 지정을 금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의원들과 전문위원, 도청 담당과장 등 심의에 참석한 관계자들 대부분 취지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상위법과의 충돌, 영업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통과에 난색을 표했고, 결국 조례안 심사는 보류됐다. 법안 심사에 앞서 제주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의 노키즈존은 542곳, 제주에만 78곳에 이른다고 한다. 술집, 유흥업소 등 애초 아이들이 들어갈 수 없는 업장을 제외한 숫자다. 이것이 비단 한국에서만 관심을 갖는 이슈는 아닌 모양이다. 12일 워싱턴포스트는 ‘당신이 식당에 아이들을 데려갈 수 없다면 그것은 차별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한국의 노키즈존 이야기가 중심이었지만, 기사를 보니 미국과 아일랜드에도 아이들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가게들이 있다고 했다. 일본과 말레이시아, 인도의 일부 항공사는 ‘어린이, 영유아로부터 떨어진 좌석’ 옵션을 출시했고, 특정 연령 이하 아동은 들어올 수 없도록 출입하한연령을 둔 도서관과 박물관도 있다고 한다. ● 부모의 단속이 우선 아이 넷을 키우며 웬만한 말썽에는 인이 박인 기자도 공공장소에서 종종 아이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릴 때가 있다. 한두 달 전쯤에는 한 카페에서 옆자리에 앉은 영유아 둘이 너무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서 카페 직원을 통해 에둘러 민원을 전달한 적도 있다. 하지만 당시 참다 참다 민원을 전달한 이유는 아이들이 시끄러웠기 때문이라기보다 그 부모의 괘씸한 태도 탓이 컸다. 너댓 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이 무얼 알겠나. 카페 안에 있는 모든 손님이 힐끔거릴 정도로 아이 둘이 큰 소리로 떠들고 소리를 지르는데도 아빠인 것처럼 보이는 성인 남성은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 그때마다 건성으로 ‘조용히 하라’고 할 뿐이었다. 사실 부모가 잘 단속만 한다면 아이들이 크게 ‘민폐’가 될 일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 작정하고 피우는 말썽이 아니라면 애들은 대체로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지 ‘모르고’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르면 알려주면 된다. 수시로 하면 안 되는 것을 일러주고 장소에 합당한 예절을 가르치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기자는 아이들 넷을 데리고 매주 주말마다 식당과 카페, 박물관을 돌아다니는데, 지금껏 단 한 번도 아이들이 ‘시끄럽다’거나 ‘말썽을 피운다’며 주변으로부터 항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 ● 노장애인·어르신존은 없는데… 하지만 가끔 아이들에게 미안할 때가 있다. 아이들은 애초 떠들고, 뛰고, 만지면서 노는 존재다. 그런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천성을 계속 억누르고 과하게 제한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에게 피해를 끼칠 정도로 심하면 당연히 제지해야겠지만, 배려하고 수용할 수 있는 범위까지도 배척하고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젠가 어떤 자리에서 한 지인이 “요새 카페에서 공부하는데 아이 데리고 오는 가족들이 옆에 앉으면 거슬리고 집중이 안된다”고 불평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지인에게 별말을 하진 않았지만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카페는 독서실이 아닌데 공부를 할 것이었으면 본인이 귀마개를 들고 가든가, 아니면 다른 조용한 곳으로 장소를 옮겼어야지 않나? 옆자리 아이들을 탓할 게 아니고.’ 어른들도 모두 아이였을 때가 있다. 아이들은 현재 우리 전체 인구의 7분의 1을 차지하는 큰 인구 집단이다. 이들이 어리고, 집단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들의 권리와 편의는 너무 무시되고 있는 게 아닐까.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이 휠체어나 목발을 끌고 다니는 게 영업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노디스에이블드존(no disabled zone·장애인금지구역)’을 만드는 업장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르신들이 주문·식사하는 게 더디고 귀가 안 들려 시끄럽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어르신금지구역)’을 만드는 업장이 있다면 당장에 노인 단체들이 반발하고 비판 기사가 들끓을 것이다. 그런데 왜 노키즈존은 용납이 되는가. ● 아이 친화적 시설·환경도 고민해야 아이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자. 사실 아이들이 ‘민폐’가 되는 건 장소가 그만큼 어른 위주의 시설과 환경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식당이 있는데, 맛있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은 그 식당 한 편에 마련된 작은 놀이공간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싫은 소리 들을 걱정 없이 식사 전후로 그곳에 가서 신나게 논다. 부모는 부모대로 여유롭게 대화 나누고 커피라도 한 잔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좋다. 비행기에 타면 아이들에게 ‘키즈 키트(kids kit)’ 같은 것을 나눠 준다. 비행시간 동안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주변에 소음 피해를 주지 않게끔 사부작거리며 집중할 수 있는 작은 장난감들을 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요즘 식당이나 숙소에서도 이런 키트를 나눠주는 곳이 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종이 식판이나 접기 놀이를 할 수 있는 거리만 주어도 좋다. 이런 공도 들이기 어렵다면 하다못해 가게 공간 한 편에 어린이 방송만 틀어놓아도 아이들 소음이나 말썽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이들이 물건을 부수고 무언가를 쏟는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전시물도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게 진열하고, 식기도 아이들 친화적으로 바꾸면 된다. 강화플라스틱 그릇이나 미끄럼방지 접시, 뚜껑 달린 컵 같은 것 말이다. 식당에서 예쁜 아이용 식기가 별도로 나오면 별것 아닌데도 아이들은 더 소중히 자기 식기들을 챙기고 살핀다. 심사가 보류된 제주도의 조례안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영업장 내에서 아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제도적 지원 △아동의 공공장소 이용에 대한 보호자 교육 △차별 금지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 추진. 어떤 문제든 규제와 처벌보다는 예방이 우선이다. 장애인, 어르신 등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통행하기 좋게끔 문턱을 없애고 자동문을 만들 듯, 아이들도 문제가 있다고 배제하기에 앞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환경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아이들에게 쉽게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면 언젠가 노디스에이블드존, 노시니어존, 노아줌마·아재존이 생길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 배척되는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김정수(가명·68) 씨는 4년 전 국내의 한 외국계 회사에서 정년퇴직했다. 명문대 출신으로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았지만 은퇴 이후의 처지는 동년배 친구들과 다를 게 없었다. ‘골프도 치고 취미도 즐기는 여유로운 노후’는 꿈에 불과했다. 월 200만 원에 못 미치는 노령연금은 부부 생활비를 대기에도 빠듯했다. 퇴직금으로 버티던 김 씨는 최근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들어오는 일자리라고는 신용카드 배달원, 음식점 발레파킹(대리주차) 같은 ‘아르바이트성’ 일자리뿐이었다. 김 씨는 “카드 한 장 배달하면 1500원, 월 40만∼50만 원 정도 번다”며 “최저임금(올해 시급 9620원)이라도 받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싶지만 젊은이만 선호하더라”라고 말했다. 김 씨처럼 능력, 의지와 관계없이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리는 고령자가 늘고 있다. 9일 동아일보는 최저임금위원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산출한 최근 5년간(2017∼2022년) ‘최저임금 미만 급여 근로자’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최저임금(당시 시급 9160원)보다 적은 급여를 받은 근로자 275만6000명 중 45.5%(125만5000명)가 60세 이상이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초저임금’ 급여를 받는 근로자 2명 중 1명이 고령자라는 뜻이다. 이 비율은 2017년 35.6%였는데 2018년 32.5%로 다소 줄었다가 이후 꾸준히 올랐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 중 60세 이상 고령층이 30% 정도임을 감안하면 ‘초저임금을 받는 고령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저임금 일자리도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고령자는 젊은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임금으로 갈수록 고령층 비율이 높은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비율이 가파르게 늘고, 노인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령인구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적고 모두가 도전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는 청년으로 먼저 채워진다”며 “남은 저임금, 단순·단기직으로 고령자가 더욱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빈곤율 OECD 1위… “건당 1500원 배달이라도 해야 생계 유지”‘초저임금’ 절반이 고령자퇴직금-연금만으론 버티기 힘들어일 안할수 없어… 노인고용률도 1위“불황 속 일자리 상황 더 나빠질 것… 고령층 위한 구직 지원 강화해야” “미래 산업 구조가 인공지능(AI), 첨단산업 등으로 가면 고령자 취업의 기회는 더욱 상실될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9일 고령 근로자가 처한 현실을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홍 교수는 “젊은이들도 업종에 따라 적응이 어렵다”며 “하물며 첨단산업 경험이나 학습이 부족한 고령층은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인빈곤율 OECD 1위… “단기 근로 내몰려” 노인들의 저임금 일자리가 특히 한국에서 문제인 이유는 한국 고령층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한국은 연금의 사회 보장성이 낮아 노인들이 늦은 나이까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1월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약 61만 원. 최상위 수급자들의 수급액도 200만 원 전후다. 생애 평균소득에서 연금 수령액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대체율은 40%, 가입자들의 실제 소득대체율을 뜻하는 실질 소득대체율은 20%대에 불과하다.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까지 공백 기간(소득 크레바스)도 존재한다. 법정 정년은 60세인 반면 연금 개시 연령은 2023년 현재 63세이고 2033년까지 65세로 상향될 예정이다.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추가 지원금을 주는 기초연금이 있지만 부족한 소득을 뒷받침하기는 역부족이다. 이러다 보니 고령이 되면 상대적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노인 빈곤율 조사에 따르면 이웃 나라 일본의 노인 빈곤율은 20.0%, 호주 23.7%, 미국 23.1%, 프랑스는 4.4%였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43.4%로 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노인들이 오랫동안 노동시장에 머물며 생계를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 역시 2021년 기준 34.9%로 OECD 1위다. OECD 평균(15.0%)의 2배 이상이다. ‘베이비붐 세대’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고용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관계자는 “재취업 수업을 수강하고자 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1 대 1 컨설팅을 요청하는 고령층까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노인 일자리는 단기·단순노무직에 치우쳐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55세 이상 취업인구 중 37.1%는 비(非)임금 근로자, 27.8%는 임시·일용직이었다. 반면 55세 미만 중 비임금 근로자는 17.1%, 임시·일용직은 17.4%에 불과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팀장은 “한국의 고령층은 건물 청소나 아파트 경비 등 단순 노무, 단순 기계조작, 음식점 종업원이나 전단 배부 등 서비스 판매 노동에 다수 종사한다”며 “한번 일자리를 잃으면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더 나빠질 것… 구직 지원 강화해야”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 없이 혼자 사업체를 운영하는 ‘나 홀로 사장’이 426만7000명으로, 2008년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인건비 부담에 고용을 줄인다는 뜻이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고령층 같은 근로 최취약계층”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는 “고령층보다는 젊은 알바생을 선호한다”며 “인건비를 절감할 때는 고령 인력부터 정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층이 다양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구직 지원 강화, 구직 플랫폼 구성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노후 대비는 너무 부동산에 의존하는 측면이 있다. 현금 흐름이 잘 나오는 노후 대비가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양질의 일자리 양성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정부가 노동조합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이 전년보다 7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5일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는 올해 34개 노동단체로부터 62개 사업에 대해 66억1000만 원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중 23개 노동단체의 33개 사업에 대해 8억3000만 원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지원 규모인 35억1000만 원에서 약 77% 줄어든 금액이다. 2월 고용부는 ‘노동단체 지원사업 개편 방향’을 발표하고 회계 장부 관련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노조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고보조금을 받아온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본부가 처음으로 심사에서 탈락해 26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어린이날을 전후해 전국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항공편이 차질을 빚는 등 각종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에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4일부터 5일 오후 7시까지 이틀간 최대 882.0mm(한라산 일대)의 비가 내렸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이 1000∼1300mm인 점을 감안하면 이틀 새 1년간 내릴 비의 3분의 2가 내린 셈이다. 서귀포에도 316.8mm의 비가 내렸다. 순간풍속 초속 20m(시속 70km) 이상의 강한 바람도 불면서 이 지역과 전라·경상권 해안에 강풍특보가 발효됐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5일 오후 8시 기준 항공기 488편 중 218편이 결항했다. 제주국제공항에는 대기 승객과 4일 제주를 떠나지 못한 수학여행단 등이 함께 몰리면서 크게 붐볐다. 전남 장흥 318.5mm, 경남 남해 230.1mm 등 남부지방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이날 오후 전남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계곡에서는 2명이 불어난 계곡물에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서울 등 수도권에도 한때 시간당 20mm가 넘는 강한 비가 쏟아졌다. 5월 초 갑작스러운 호우는 고온다습한 남풍(南風)의 영향이다. 한반도 동쪽에 자리 잡은 고기압과 서쪽의 저기압 사이에 생긴 ‘바람의 통로’로 다량의 수증기를 머금은 따뜻한 남풍이 북상하면서 한반도 하늘 위에 거대한 비구름을 만들었다. 비는 6일 오후 대부분 그칠 전망이다. 5, 6일 예상 강수량은 전남, 경남, 제주 50∼200mm 이상, 그 밖의 전국은 20∼100mm 이상이다. 일요일인 7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리다가 오후부터 맑아지겠다. 다음 주에는 고기압권에 들면서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앞으로 급여를 석 달 이상 체불하는 사업주는 ‘상습 체불자’가 되어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걸리면 벌금 내고, 안 걸리면 말고’ 식으로 안일하게 대응해온 임금 체불 사업주들은 구속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용노동부와 국민의힘은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습 체불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1년 동안 3개월분(3회) 이상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다수 근로자에게 5회 이상 체불하고 그 총액이 3000만 원 이상인 사업주를 상습 체불 사업주로 규정하고 이 정보를 신용정보기관에 전달할 방침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이런 사업장이 최대 7600곳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상습 체불자가 돼 신용점수가 떨어지면 해당 사업자는 신용대출 시 높은 금리를 적용받거나 대출 자체를 거절당할 수 있다. 신용카드 발급도 어려워진다. 기존에도 2회 이상 체불자에 대한 신용 제재는 있었지만 상습 체불자로 규정하고 제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반드시 유죄 판결을 받아야 한다거나 2000만 원 이상 체불해야 하는 등 조건도 엄격해 제재 대상이 제한적이었다. 지난해 임금 체불 총액은 1조3000억 원, 피해 근로자는 24만 명에 이른다. 특히 2회 이상 반복 체불한 사업장이 전체의 30%이고, 이들 체불액이 전체의 80%에 달할 정도로 상습 체불 문제가 심각했다. 하지만 상습 체불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벌금 액수도 적어 상습 체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었다. 벌금 처벌을 받은 사업주의 77.6%는 체불액의 30%도 안 되는 벌금을 부과받았다. 임금을 주지 않고도 버티는 게 더 이득이었던 셈이다. 고용부는 신용 제재에 더해 공공사업 입찰 시 감점, 국가·지자체 지원 제한과 같은 불이익도 주기로 했다. 죄질이 불량한 악덕 사업주의 경우 근로감독을 통해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처벌만 강화하는 게 아니라 체불 청산을 독려하기 위해 융자 신청 문턱을 낮추고 조건도 완화한다. 3일부터 임금 체불 진정, 각종 인허가 신청이 가능한 온라인 창구 ‘노동포털(labor.moel.go.kr)’도 문을 연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분신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간부가 하루 만에 숨졌다.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간부인 A 씨(50)는 근로자의 날인 전날(1일) 오전 9시 35분경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이후 전신 화상을 입은 채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2일 오후 숨을 거뒀다. A 씨 등 강원건설지부 전·현직 간부 3명은 지난해 4월∼올해 2월 건설 현장에서 공사를 방해하고 지연시키며 8000여만 원을 갈취한 혐의(공동공갈 및 업무방해)로 1일 오후 3시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었다. 분신 이후 진행된 영장심사에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A 씨는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 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네요”란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A 씨의 빈소는 거주지인 강원 속초시에 차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4일 서울 용산에서 윤석열 정권 규탄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강원경찰청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인의 사망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명복을 빈다”면서도 “모든 수사 과정은 적법 절차에 따라 진행했고 피의자의 방어권도 최대한 보장했다”고 밝혔다.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도로 청소만 자주 해도 미세먼지 농도가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는 계절관리제 기간(12∼3월) 매일 전국 도로를 청소하고 도로 위 날림먼지(재비산먼지)로 인한 미세먼지(PM10) 농도를 측정한 결과, 청소 전과 비교할 때 농도가 평균 43.7%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달리는 차로부터 떨어지는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 가루, 자동차 배출가스 등은 미세먼지의 주범이다. 이들 먼지는 일반적으로 대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보다 인체에 더욱 해롭다. 카드뮴, 납, 크롬과 같이 유해한 금속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서다. 환경부에 따르면 도로 날림먼지 발생량은 2017년 기준 4만319t으로 전체 미세먼지의 18.4%를 차지했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제4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간 전국 495개 도로 30만6657km를 청소했다. 분진흡입차, 고압살수차 등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도로 청소차 1794대가 하루 2, 3회 청소를 실시했다. 이들 차량 작업을 분석한 결과 청소로 사라진 도로 위 미세먼지양은 260t에 달했다. 서울, 인천, 경기, 대전 관내 43개 도로에서는 이동측정 차량을 이용해 청소 전후 노면 위 미세먼지(PM10) 농도도 측정했다. 청소 10∼30분 전 도로 위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당 141㎍이었는데, 청소 후 30분∼1시간 뒤 측정해 보니 ㎥당 73㎍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43.7% 감소했다. 환경부는 청소차 유형별로 미세먼지 청소 효과도 분석해 봤다. 차량 측면에 달린 청소 솔이 돌면서 먼지를 빨아들이는 진공노면 청소차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를 46% 저감시켰다. 진공청소기처럼 차량 하부 흡입구로 먼지를 빨아들이는 분진흡입 청소차는 43.3%, 고압살수차는 34.6% 줄였다. 박연재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도로 청소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상당한 것이 확인됐다”며 “앞으로 집중관리도로의 날림먼지 청소 및 측정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전기·수소 등 무공해 청소차의 보급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최근 4년간 지자체에 국비 891억 원을 보조해 청소차 690대 구매를 지원했다. 올해는 국비 142억 원을 보조해 친환경 도로 청소차 87대(전기 21대, 수소 4대, CNG 62대)를 구매할 예정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