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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한인들이 19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을 지지하며 전보를 보낸 기록이 확인됐다. 김재기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신한민보는 1919년 3월 13일자(사진)에서 “멕시코시티 한인 지방회가 3·1독립선언 소식을 듣고 열심 성의로 경축하며 기뻐한다는 전보를 샌프란시스코 대한인국민회총회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같은 해 4월 8일자 기사에는 “한인 50인이 모여 3월 14일 독립선언 경축회를 성대하게 개최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멕시코 한인 19명이 매주 30페소를 모으기로 결의한 내용도 담겼다. 김 교수는 “멕시코에서 이민 한인들이 결집해 3·1독립선언 지지 운동과 연대 활동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밝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아플 땐 병원에 가길 망설인다. 대충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고 치부하고, 돈 벌기도 바쁜데 심리치료를 받는 건 사치라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 경제학과 명예교수와 옥스퍼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두 저자는 심리치료가 ‘경제적’이라고 단언한다. 사회복지 차원이 아니라 ‘돈’의 관점에서 따져봐도 마음 문제는 즉시 치료해야 개인과 사회에 이롭다는 것이다. 먼저 우울증은 신체 의료 비용을 높인다. 정신질환이 생기면 건강하지 않은 생활이 반복되고, 몸이 나빠져 병원에 많이 방문한다. 2010년 영국 ‘콜로라도 액세스 보험’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가 정상인보다 신체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60% 더 많은 돈을 지출했다고 한다. 우울증 환자가 많아지면 고용률도 떨어진다.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면 일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중증 정신질환 환자 때문에 영국의 고용률은 4.8%나 떨어졌다. 회사에 출근했지만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하는 이른바 ‘프레젠티즘’(출근 중독)을 겪는 이들까지 합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영혼 없는 출근’을 해봤자 생산적이지 않다는 게 저자들의 지적이다. 저자들은 영국 심리치료 모델인 ‘심리치료 접근성 향상 서비스’(IAPT)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2008년 영국 정부의 공식 정책으로 채택된 IAPT가 출범한 뒤 일에 집중하는 이들이 늘어 세수가 증가하고, 국가가 지출하는 신체 의료 비용이 줄어 복지 비용이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인 정신건강 치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우리에게는 사람들이 원할 뿐 아니라 별로 비싸지도 않은 치료법이 있다. 사람들이 이 치료를 받으면 사회가 더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IAPT라는 개념이 낯설지만, 직장 내 따돌림 문제 등 ‘마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한국 독자도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다. 석학인 저자들이 각종 연구 결과와 통계를 바탕으로 논지를 펼쳐나가 설득력을 높였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멕시코 한인들이 1919년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을 지지하며 전보를 보낸 기록이 확인됐다.김재기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연구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행된 대한인국민회 기관지 ‘신한민보’에 이러한 기록이 담겼다고 28일 밝혔다.연구팀에 따르면 신한민보는 1919년 3월 13일자에서 “멕시코시티 한인 지방회가 3·1독립선언 소식을 듣고 열심 성의로 경축하며 기뻐한다는 전보를 샌프란시스코 대한인국민회총회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같은 해 4월 8일자 기사에는 “한인 50인이 모여 3월 14일 독립선언 경축회를 성대하게 개최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멕시코 한인 19명이 매주 30페소를 모으기로 결의한 내용도 담겼다. 김 교수는 “멕시코에서 이민 한인들이 결집해 3·1독립선언 지지 운동과 연대 활동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밝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난 여자가 되고 싶어.”멕시코 마약왕 ‘마니타스’(카를라 소피아 가스콘)는 이른바 ‘마초’다. 목소리는 허스키하고, 덩치는 위협적일 정도로 거대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사람을 납치하고 죽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하지만 어쩐지 변호사 ‘리타’(조 샐다나) 앞에선 한없이 약해졌다. 결국 강한 자만 살아남는 멕시코 사회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센 척’하며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자신을 여성으로 바꾸는 수술을 해줄 의사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흔히 성 정체성을 다룬 작품이라면 ‘대니쉬 걸’(2016년)처럼 주인공이 자신의 성향을 깊이 고민하며 갈등하는 진지한 이야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음 달 12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이런 예상을 산산조각 낸다.일단 이 영화는 어깨가 들썩거리는 ‘뮤지컬’이다. 노래와 춤으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낸다. 마약왕 부인 제시 역을 맡은 미국 팝가수 설리나 고메즈는 ‘Mi Camino’처럼 남미 특유의 한과 흥이 녹아 있는 노래를 가뜬히 소화한다. 후반부 리타가 빨간색 정장을 입고 부패 가득한 멕시코 상류층 앞에서 선보이는 솔로 댄스 장면도 인상적이다. 댄서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보는 듯하다.성 정체성 고민을 넘어서는 서사도 눈길을 끈다. 마니타스는 여성인 에밀리아 페레즈가 된 뒤에도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잔인하게 남을 착취했던 과거를 잊지 못해서다.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되돌리려 한다. 겉으론 남성이 여성이 되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지만, 근원적으론 악인이 ‘성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트랜스젠더를 연기한 가스콘은 실제로 2018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과거 남성일 때 얻은 딸과 수술 이후에도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해외 평단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뒤 9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미 골든글로브(4개), 영국 아카데미(2개), 미 배우조합상(1개)도 받았다. “피투성이 범죄 현장,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 등 너무나 많은 요소 덕분에 눈 한 번 깜빡이지 못할 것”(미국 뉴욕타임스·NYT), “열광적이고 재밌게 멕시코 카르텔을 다룬 뮤지컬”(영국 가디언) 등 호평이 넘쳐난다.하지만 최근 가스콘이 과거 소셜미디어에 썼던 글들은 최근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무슬림은 인류의 혐오”, “(경찰 과잉 진압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는 마약 중독자에 사기꾼”,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은 2021년 오스카는) 흑인·한국인 축제, 흉한 시상식” 등 인종과 종교를 차별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남미에서는 영화적 흥미를 위해 멕시코를 악의 소굴로 과장했다는 반발도 나왔다.‘에밀리아 페레즈’는 다음 달 2일(현지 시간) 미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작품상·여우주연상·주제가상(2개) 등 12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가스콘이 상을 받으면 오스카 최초의 트랜스젠더 여우주연상이 된다. ‘워크(woke·차별에 깨어 있음)’ 문화에 비판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반에 오스카가 성 정체성을 다룬 영화에 과연 작품상을 건넬지도 관심거리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스 송’(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1973년)을 부른 미국 팝가수 로베타 플랙이 별세했다. 향년 88세.24일(현지 시간)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플랙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플랙이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고인은 2022년 루게릭병(근위축성측색경화증)으로 노래를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고인은 1971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감독 데뷔작 영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에 곡 ‘더 퍼스트 타임 에버 아이 소우 유어 페이스’(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가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킬링 미 소프트리 위드 히스 송’이 인기를 끈 뒤 1973, 74년 2년 연속으로 미국 그래미상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일본 애니메이션 ‘알사탕’은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 단편애니메이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지난해엔 미 뉴욕국제어린이영화제(NYICFF) 단편 애니메이션 심사위원 최우수상도 받았다.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도에이(東映)가 제작했고, ‘드래곤볼’ ‘소년탐정 김전일’의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66)이 연출을 맡았다. 프로듀서는 와시오 다카시(60)다.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원작이 한국 작품이다. 어린이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54)의 그림책 ‘알사탕’과 ‘나는 개다’가 주인공. 니시오 감독과 와시오 프로듀서는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2019년 백 작가의 작품을 보자마자 충격을 받았다”며 “어느 지역이나 어떤 연령대라도 고민할 만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었다. 꼭 애니메이션 제작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백 작가 작품이 그들을 사로잡은 대목은 무엇이었을까. 와시오 프로듀서는 “클레이(찰흑이나 지점토) 애니메이션 같은 제작 기법이나 섬세한 감정 표현을 보고 ‘한국에 이렇게 멋진 그림책이 있었구나’라고 놀랐다”고 했다.두 사람은 당시 백 작가에게 영상화 허락을 받은 뒤 곧장 서울로 취재를 왔다. 원작의 풍경을 실감 나게 묘사하고 싶어서였다. 니시오 감독은 “시간이 빠듯했지만 직접 한국인들의 생활과 행동을 관찰하고 싶었다”고 했다. 와시오 프로듀서도 “서울의 공기와 거리의 모습, 사람들을 느끼고 조금이라도 영상에 반영하려 했다”며 “한국 그림책이 원작이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이 영상을 볼 때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4년에 걸쳐 완성한 21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어졌다. 실제 인형을 만든 뒤 사진을 찍어 완성하는 백 작가의 작업 스타일과 다르지만, 결과물은 원작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았다. 친구를 찾아다니는 어린이 ‘동동이’는 물론이고 턱수염 자국이 거뭇거뭇한 ‘동동이 아빠’, 강아지 ‘구슬이’ 등 원작 속 캐릭터들을 생동감 넘치게 표현했다.“각 캐릭터의 미묘한 표정이나 움직임을 어떻게 CG로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었어요. 클레이 애니메이션 특성상 ‘질감 작업’ 등 어려운 과제가 있었죠. 다행히 백 작가와 논의해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와시오 프로듀서)“그림책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풀 CG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캐릭터의 섬세한 움직임을 표현하면서도 원작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니시오 감독)짧은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비결은 뭘까. 니시오 감독은 “알사탕처럼 진심이 고스란히 담긴 판타지라면 누구의 마음이든 울릴 수 있지 않을까”라며 “해외에서 작품을 공개할 때마다 어른이든 어린이든 모두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이었다”고 했다. 와시오 프로듀서도 “알사탕은 아이들이 느끼는 꿈과 세계를 매우 소중하게 다룬 작품”이라며 “어린이들의 불안과 망설임,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가 관객에게 전달된 덕분”이라고 자평했다.올해 오스카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최종 후보는 모두 다섯 작품이다. 수상작은 다음 달 2일(현지 시간) 미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발표된다. 두 사람은 수상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내다보고 있을까.“아마 다들 그게 궁금하지 않을까요? 신만이 아시겠죠, 하하.”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일본 애니메이션 ‘알사탕’은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 단편애니메이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지난해엔 미 뉴욕국제어린이영화제(NYICFF) 단편 애니메이션 심사위원 최우수상도 받았다.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도에이(東映)가 제작했고, ‘드래곤볼’ ‘소년탐정 김전일’의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66)이 연출을 맡았다. 프로듀서는 와시오 다카시(60)다.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원작이 한국 작품이다. 어린이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54)의 그림책 ‘알사탕’과 ‘나는 개다’가 주인공. 니시오 감독과 와시오 프로듀서는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2019년 백 작가의 작품을 보자마자 충격을 받았다”며 “어느 지역이나 어떤 연령대라도 고민할만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었다. 꼭 애니메이션 제작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백 작가 작품이 그들을 사로잡은 대목은 무엇이었을까. 와시오 프로듀서는 “클레이(찰흑이나 지점토) 애니메이션 같은 제작 기법이나 섬세한 감정 표현을 보고 ‘한국에 이렇게 멋진 그림책이 있었구나’라고 놀랐다”고 했다. 두 사람은 당시 백 작가에게 영상화 허락을 받은 뒤 곧장 서울로 취재를 왔다. 원작의 풍경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싶어서였다. 니시오 감독은 “시간이 빠듯했지만 직접 한국인들의 생활과 행동을 관찰하고 싶었다”고 했다. 와시오 프로듀서도 “서울의 공기와 거리의 모습, 사람들을 느끼고 조금이라도 영상에 반영하려 했다”며 “한국 그림책이 원작이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이 영상을 볼 때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4년에 걸쳐 완성한 21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어졌다. 실제 인형을 만든 뒤 사진을 찍어 완성하는 백 작가의 작업 스타일과 다르지만, 결과물은 원작과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닮았다. 친구를 찾아다니는 어린이 ‘동동이’는 물론 턱수염 자국이 거뭇거뭇한 ‘동동이 아빠’, 강아지 ‘구슬이’ 등 원작 속 캐릭터들을 생동감 넘치게 표현했다.“각 캐릭터의 미묘한 표정이나 움직임을 어떻게 CG로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었어요. 클레이 애니메이션 특성상 ‘질감 작업’ 등 어려운 과제가 있었죠. 다행히 백 작가와 논의해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와시오 프로듀서)“그림책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풀 CG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캐릭터의 섬세한 움직임을 표현하면서도 원작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니시오 감독)짧은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비결은 뭘까. 니시오 감독은 “알사탕처럼 진심이 고스란히 담긴 판타지라면 누구의 마음이든 울릴 수 있지 않을까”라며 “해외에서 작품을 공개할 때마다 어른이든 어린이든 모두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이었다”고 했다. 와시오 프로듀서도 “알사탕은 아이들이 느끼는 꿈과 세계를 매우 소중하게 다룬 작품”이라며 “어린이들의 불안과 망설임,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가 관객에게 전달된 덕분”이라고 자평했다.올해 오스카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최종 후보는 모두 다섯 작품이다. 수상작은 다음 달 2일(현지 시간) 미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발표된다. 두 사람은 수상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내다보고 있을까.“아마 다들 그게 궁금하지 않을까요? 신만이 아시겠죠, 하하.”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대충 볶은 듯한 뽀글뽀글한 머리에 심드렁한 표정. 검은색 선글라스를 쓰고 삐딱하게 서 있는 자세. 가사를 뭉개며 아무렇게나 내뱉는 듯하고, 코맹맹이 소리를 섞는 창법. 익히 알려진 ‘음유시인’ 밥 딜런(84)의 청년 시절 모습이 스크린에 그대로 담겼다.26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미국의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딜런을 다룬 전기 영화다. 딜런이 대중에게 막 이름을 알리던 1961년부터 1965년까지를 담았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년)과 ‘듄’(2021년), ‘웡카’(2024년) 등을 통해 대중과 평단을 사로잡은 배우 티모테 샬라메(29)가 딜런을 연기했다.샬라메의 연기는 합격점을 주고도 남는다.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 등 딜런의 20여 곡을 노래뿐만 아니라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까지 곁들여 실감 나게 소화했다. “누구든 무대에서 주의를 끄는 사람은 별종이 돼야 해”라는 대사 등을 통해 딜런 특유의 냉소적인 말투도 자연스레 소화했다.비결은 배우의 노력이다. 샬라메는 공연과 인터뷰 녹화물을 보며 자세, 목소리, 창법 등 5년 반 동안 딜런을 연구했다. 녹음된 음악을 립싱크하는 방식으로 촬영하려던 제작진을 설득해 모두 라이브로 불렀다고 한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미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샬라메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뒤로 물러나서 그저 관찰하고 싶었다”며 “영화 내내 라이브로 부르는 음악의 힘이 전달되도록 내버려 뒀다”고 했다.영화는 이젠 거장이 된 딜런의 청춘을 엿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1962년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로 ‘포크’(어쿠스틱 기타가 중심이 되는 음악) 스타로 떠오른 딜런이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더해 ‘포크록’을 선보이는 과정을 차분히 그렸다. 자신의 선택을 비난하는 이들에게 “‘블로잉 인 더 윈드’나 평생 부르라는 거냐”고 반박하는 딜런에게서 사회가 원하는 모습과 자신이 원하는 길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고뇌가 묻어난다. 다만 영화가 기승전결 구조가 아니라 딜런의 시선을 따라가는 식으로 전개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컴플리트 언노운’은 다음 달 2일(현지 시간) 개최되는 미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샬라메가 남우주연상을 받으면 역대 최연소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된다. 현재 역대 최연소는 2003년 ‘피아니스트’로 받은 에이드리언 브로디로, 같은 29세지만 생일을 따지면 샬라메가 어리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역사 속 존재했던 다양한 정치적 악몽들, 여러 독재자의 모습이 녹아 있어서 나라마다 자기들 역사를 투사시켜서 보는 것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56)은 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신작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속 독재자 ‘마샬’(마크 러펄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을 풍자한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미키 17’은 복제 인간이 가능해진 근미래를 다룬 작품이다. 봉 감독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영화 ‘기생충’(2019년) 이후 처음으로 연출한 영화다. 봉 감독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국내 언론과 만나 영화 속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을 설명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귀여운 외계생명체 ‘크리퍼’의 외모에 대해선 “빵 ‘크루아상’과 ‘아르마딜로’라는 동물에서 출발했다”며 “크루아상은 주름이 잡혀 있고, 늘었다 줄었다 하면서 앞으로 갈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아르마딜로는 겉에 갑옷 같은 게 있고 동그랗게 공처럼 뭉치지 않냐”고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도 받았다고 한다. 다리가 여러 개인 크리퍼가 달려가는 모습은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1988년)에 등장하는 고양이 버스를 참고했다”고 했다. ‘8번째 복제 미키’까지만 있는 원작 소설에 비해, 영화는 ‘18번째 미키’까지 존재한다. 여러 숫자 중 18을 정한 것에 대해 봉 감독은 “영화는 ‘17’과 ‘18’의 경계선에 서 있는 미키의 ‘성장 영화’”라며 “미키18은 성인이 되는 나이인 18세를 상징한다”고 했다. 흥행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물음엔 “영화를 찍을 때마다 온몸이 갈려 나가는 건 미키와 같다”며 “7번째 작품인 ‘기생충’을 만들 땐 ‘봉7’, 8번째 작품인 ‘미키 17’을 만들 땐 ‘봉8’이 된다”고 농담했다. 20일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배우들은 봉 감독을 치켜세웠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년) 이후 10년 만에 내한한 미국 배우 러펄로는 “‘어벤져스’ 시리즈를 함께 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이번에 저를 무척 부러워했다”며 “봉 감독은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하나”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미키의 친구 ‘티모’ 역을 맡은 재미교포 배우 스티븐 연도 “세상을 바라보는 봉 감독의 눈빛이 아름답다”고 극찬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이미 극복했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건 법적, 형식적 절차라고 생각합니다.”20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56)은 12·3 비상계엄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봉 감독은 “지금 이렇게 영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은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게 계엄을 이미 극복한 우리 시민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이라고 했다.‘미키 17’은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영화 ‘기생충’(2019년) 이후 봉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복제 인간이 가능해진 근미래를 다룬 이 작품이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했다는 평가에 대해 봉 감독은 “영화는 (자본주의의) 틈바구니에서 숨 쉬는 인간들의 감정을 (관객이 함께) 나누자는 것”이라고 했다.해외에선 영화 속 독재자 ‘마샬’(마크 러팔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러팔로는 “특정인을 연상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러팔로는 “다양한 인물들이 의도적으로 들어갔다”며 “(영화 내에서) 말할 때 인물의 악센트나 말하는 방식을 바꿔갔다. 관객들이 더 많은 해석을 하고 여러 인물을 발견하길 원했다”고 했다.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의 친구 ‘티모’ 역을 맡은 스티븐 연은 “봉 감독은 캐릭터와 배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적극 지원한다”며 “(내 매력 중엔) 봉 감독의 시각으로 찾아낸 매력이 크다”고 했다. 미키의 연인 ‘나샤’ 역의 나오미 애키는 “(미키를 지키는 나샤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큰 눈사태,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며 “영화는 평범함이 가진 힘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숨 막혀서 죽는다. 얼어 죽는다. 방사능에 과다 노출돼 죽는다. 다쳐서 죽는다. 그냥 얼마나 일찍 죽는지 실험하기 위해 죽는다….28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사진) 영화 ‘미키 17’에서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17번 죽고 되살아난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원작 장편소설 ‘미키 7’(황금가지)에서 미키는 7번 죽었지만, 영화에선 10번이나 더 죽는 설정으로 바뀌었다.봉 감독이 미키의 죽는 횟수를 늘린 건 인간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위험한 임무나 생체 실험에 투입됐다가 죽으면 복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익스펜더블(expendable·소모품)’의 비극을 극화한 것이다. 열차 칸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계급 구조를 지적한 ‘설국열차’(2013년)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봉 감독도 지난달 20일 한국 간담회에서 “더 다양한 죽음을 통해 노동자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봉 감독이 위험한 업무에 노출된 노동자의 비애를 ‘블랙 유머’로 승화한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미키는 동료들로부터 “죽는 건 어떤 기분이냐”는 농담을 자주 받는다. 미키는 죽을 때마다 체념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데, 관객에게 묘한 웃음을 선사한다. 어쩐지 애잔하고 ‘웃픈(웃기고 슬픈)’ 미키의 모양새는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영화 ‘기생충’(2019년)의 기우(최우식)를 떠올리게 한다. 원작 소설에서 미키의 직업은 역사 교사다. 인류가 외계 행성 ‘니플하임’으로 이주하는 이유를 깊이 고민한다. 또 인류가 니플하임으로 이주하는 과정을 ‘디아스포라(이민)’ 선상에서 생각한다. “디아스포라를 설명할 방법이 달리 있을까? 테라포밍이나 예방 접종 걱정이 없고 지각이 있는 토착 생명체와 전쟁할 필요도 없는, 인류가 처음부터 보금자리로 삼아 왔던 단 하나의 행성을 떠나 니플하임 같은 장소로 이동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반면 영화에서 미키는 마카롱 가게를 창업했다가 망한 자영업자 출신이다. 익스펜더블이 실제로 무슨 일인지도 알지 못한 채 지원한다. 지나가는 여성에겐 “어떤 샴푸를 쓰냐”고 치근덕거릴 정도로 성에 집착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신을 억압하고 조롱하는 지배자에겐 한마디도 못 하는 ‘찌질이’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행성 이주를 이끄는 독재자 ‘마샬’은 군인처럼 냉정한 인물이다. 미키 7과 미키 8이 동시에 존재하는 ‘멀티플’ 상황을 인지한 뒤 “자네들은 괴물이야. 지금 자네들과 이야기하는 이유는 (둘을 죽이고) 아홉 번째 미키를 만들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야”라고 단호히 말한다. 미키를 죽여야 하는 이유도 외계 생명체와의 교류 등 나름 합리적 이유가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마샬(마크 러펄로)은 선동적이고 노골적인 정치인에 가깝다. “니플하임을 순수한 백색 행성으로 만들겠다”고 인종주의와 파시즘을 대놓고 드러낸다. 해외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풍자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에 대해선 호불호가 엇갈린다. 영화에선 마샬이 부인에게 잡혀 살며, 마샬 부인은 각종 소스에 집착하는 괴팍한 캐릭터로 묘사된 점도 소설과 다르다. 봉 감독은 16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정치적 은유라기보단 소스를 정말 사랑하는 것으로 봐달라”며 “귀여운 독재자, 웃긴 독재자 부부”라고 설명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숨 막혀서 죽는다. 얼어 죽는다. 방사능에 과다 노출돼 죽는다. 다쳐서 죽는다. 그냥 얼마나 일찍 죽는지 실험하기 위해 죽는다….28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 영화 ‘미키 17’에서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17번 죽고 되살아난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원작 장편소설 ‘미키 7’(황금가지)에서 미키는 7번 죽었지만, 영화에선 10번이나 더 죽는 설정으로 바뀌었다.봉 감독이 미키의 죽는 횟수를 늘린 건 인간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위험한 임무나 생체 실험에 투입됐다가 죽으면 복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익스펜더블(expendable·소모품의)’한 비극을 극화한 것이다.열차 칸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계급 구조를 지적한 ‘설국열차’(2013년)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봉 감독도 지난달 20일 한국 간담회에서 “더 다양한 죽음을 통해 노동자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똑똑한’ 역사 교사=>‘찌질이’ 마카롱 가게 주인봉 감독이 위험한 업무에 노출된 노동자의 비애를 ‘블랙 유머’로 승화한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미키는 동료들로부터 “죽는 건 어떤 기분이냐”는 농담을 자주 받는다. 미키는 죽을 때마다 체념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데, 관객에게 묘한 웃음을 선사한다. 어쩐지 애잔하고 ‘웃픈(웃기고 슬픈)’ 미키의 모양새는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영화 ‘기생충’(2019년)의 기우(최우식)를 떠올리게 한다.원작 소설에서 미키의 직업은 역사 교사다. 인류가 외계 행성 ‘니플하임’으로 이주하는 이유를 깊이 고민한다.“사람들은 인류가 먼 옛날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최근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참 멍청했다고 떠들며 우리에게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또 인류가 니플하임으로 이주하는 과정을 ‘디아스포라(이민)’ 선상에서 생각한다.“디아스포라를 설명할 방법이 달리 있을까? 테라포밍이나 예방 접종 걱정이 없고 지각이 있는 토착 생명체와 전쟁할 필요도 없는, 인류가 처음부터 보금자리로 삼아 왔던 단 하나의 행성을 떠나 니플하임 같은 장소로 이동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반면 영화에서 미키는 마카롱 가게를 창업했다가 망한 자영업자 출신이다. 익스펜더블이 실제로 무슨 일인지도 알지 못한 채 지원한다. 지나가는 여성에겐 “어떤 샴푸를 쓰냐”고 치근덕거릴 정도로 성에 집착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신을 억압하고 조롱하는 지배자에겐 한마디도 못 하는 ‘찌질이’이기도 하다.● 노골적인 정치인 독재자 묘사엔 “트럼프 닮아” 평가도소설에서 행성 이주를 이끄는 독재자 ‘마샬’은 군인처럼 냉정한 인물이다. 미키 7과 미키 8이 동시에 존재하는 ‘멀티플’ 상황을 인지한 뒤 “자네들은 괴물이야. 지금 자네들과 이야기하는 이유는 (둘을 죽이고) 아홉 번째 미키를 만들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서야”라고 단호히 말한다. 미키를 죽여야 하는 이유도 외계 생명체와의 교류 등 나름 합리적 이유가 있다.미키와의 대화만 봐도 마샬은 굉장히 치밀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자네, 반스 자네 말이야, 지금 몇 번째 재생본이지?”(마샬)“음, 여덟 번째인 것 같은데요?”(미키)마샬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확실하게는 모르는 건가?”(마샬)“제 목 뒤에 몇 번째 생이라고 표시를 해 두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죽었을 때가 기억이 잘 안 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저더러 에잇이라고 하니까 그런 줄 아는 거죠.”(미키)하지만 영화에서 마샬(마크 러펄로)은 선동적이고 노골적인 정치인에 가깝다. “니플하임을 순수한 백색 행성으로 만들겠다”고 인종주의와 파시즘을 대놓고 드러낸다. 해외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풍자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에 대해선 호불호가 엇갈린다.영화에선 마샬이 부인에게 잡혀 살며, 마샬 부인은 각종 소스에 집착하는 괴팍한 캐릭터로 묘사된 점도 소설과 다르다. 봉 감독은 16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정치적 은유라기보단 소스를 정말 사랑하는 것으로 봐달라”며 “귀여운 독재자, 웃긴 독재자 부부”라고 설명했다.●영화 보기 전 알아야 할 ‘테세우스의 배’ 역설영화에선 직접 언급되진 않지만, 이 작품의 모티브는 ‘테세우스의 배’(Ship of Theseus)다. 테세우스의 배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역설로 대상의 원래 요소가 교체된 후에도 그 대상은 여전히 동일한 대상인지에 대한 사고 실험이다.소설에선 태세우스의 배 역설이 이렇게 설명된다. 이 부분을 읽으면 ‘수없이 재생산되는 미키가 동일인인가’라는 영화의 질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테세우스는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항해했어요. 그동안 배 여기저기가 망가지고 뜯어져 배를 고쳐야 했어요. 몇 년이 지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원래 선체를 구성했던 목재는 모두 교체되고 없었어요. 이 경우에 테세우스의 배는 출발할 때와 같은 배일까요? 아닐까요?”“멍청한 질문이네요. 당연히 같은 배죠.”“좋아요. 만약 배가 폭풍을 만나 산산조각이 나서 다시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완전히 새로운 배를 지어야 하면요? 그래도 여전히 같은 배인가요?”“아니요. 그건 완전히 다른 경우죠. 배 전체를 다시 지었다면 테세우스 2호가 되겠죠. 후속작인 셈이니까.”“그래요? 왜죠? 모든 부품을 하나씩 하나씩 다 뜯어고쳤을 때와 한 번에 배 전체를 다시 지었을 때가 어째서 다른가요?”스포일러라 언급할 순 없지만, 소설과 영화의 결말은 다르다. 소설은 ‘열린 결말’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지점에서 끝난다. 그 결과 후속작 ‘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에서 미키의 이야기가 계속 진행된다.이에 비해 영화는 ‘닫힌 결말’에 가깝다. 봉 감독이 ‘테세우스의 배’ 역설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또 달라진 결말 덕에 영화 후반부엔 호쾌한 액션 장면이 관객을 즐겁게 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봉준호 감독 영화 ‘미키 17’이 1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시사회와 15일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연이어 공개된 뒤 외신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로 호평이 많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냉혹하면서도 묘하게 삶을 긍정하는 반(反)자본주의 SF(공상과학) 영화”라고 했다. 미 영화전문매체 인디와이어는 “설국열차(2013년)와 옥자(2017년)의 장점을 합친 작품”이라고 했다. 미 IMDB는 “봉 감독이 또 다른 걸작을 선사한다”고도 했다. 16일 기준 미국 영화평점사이트 ‘로튼토마토’의 평론가 평가 신선도 지수는 85%로 높은 편이다. 기대보다 아쉽단 평도 없지 않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야기가 감정적으로 전개되며 힘이 빠진다”고 했다. “심각하게 실망스럽다”(BBC방송)는 반응도 있었다. 영화 속 독재자 ‘마샬’(마크 러펄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떠오른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 할리우드리포터는 “트럼프식 냉소적 표정이나 개척민들이 쓴 붉은색 야구모자는 메시지를 너무 뻔하게 드러낸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우린 둘 다 특별히 잔인한 사람은 아니지만, 확실히 ‘어두운 유머 감각(dark sense of humor)’을 공유하고 있어요.”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의 원작 소설인 ‘미키 7’(황금가지)을 쓴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57)은 봉 감독과 자신의 공통점을 ‘유머’라고 꼽았다. 애슈턴 작가는 16일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원작에선 7번 죽었다 살아나는 주인공을 봉 감독이 17번으로 늘린 것에 대해 “작품을 영화로 각색할 때는 드라마를 더욱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강렬한 죽음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봉 감독을 치켜세웠다. 영화 ‘미키 17’은 알려진 대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복제인간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주인공이다. 봉 감독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영화 ‘기생충’(2019년)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작품. 추정 제작비가 1억5000만 달러(약 2177억 원)에 이르는 대작으로 이달 28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 애슈턴 작가와 봉 감독은 영화 촬영 전부터 작품을 두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작가는 “감독이 ‘인간 프린팅(human printing·복제인간이 복제돼 다시 태어나는 설정)’과 같은 소설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큰 관심을 가졌다”며 “봉 감독은 유머러스하면서도 기묘한 방식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흥미를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소설가라면 영화가 원작을 훼손하진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슈턴 작가는 “봉 감독의 각색이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그는 ‘빛의 화가’라 불리는 위대한 네덜란드 미술가 렘브란트(1606∼1669)를 언급하며 “렘브란트가 내 초상화를 망칠까 봐 걱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농담했다. 그는 “봉 감독은 소설이 본질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주제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단 한 번도 별로인 영화를 만든 적 없는 천재적인 감독이다. 실수할 리가 없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소설과 영화는 서로 다른 예술 형식입니다. 두 작품을 완벽하게 일대일로 대응하긴 불가능하죠. 하지만 영화 예고편을 본 순간, 봉 감독이 제 소설이 지닌 감성과 정서를 스크린에 담아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소설과 영화에서 복제인간 미키는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영원히 생명을 이어가는 삶과 딱 한 번만 사는 인생 중 무엇을 고르겠느냐’고 묻자 우문현답을 내놨다. “미키가 ‘진정한 불멸’일까요. 아니면 각각의 미키가 ‘한 번의 짧은 생’을 살다가 사라지는 것일까요. 저는 후자에 가깝다고 믿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소설 속 미키도 그 답을 찾지 못했죠. 결국 이 문제는 누구나 각자 스스로 답을 내려야 하는 철학적 질문 아닐까요.” 애슈턴 작가는 1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공식 시사회에 참석했다. 한국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그는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며 “당장 한국을 방문할 계획은 없지만 정말 가고 싶다. 초대해 준다면 기꺼이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7일 열리는 북미 시사회 때엔 개인적인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작은 영화관을 빌려서 딸과 딸 친구들 30명을 초대해 함께 ‘미키 17’을 감상할 계획이에요. 물론 레드카펫 행사도 즐거운 경험이죠. 하지만 솔직히 말해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은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는 시간이 될 겁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관훈클럽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초청해 관훈토론회를 개최한다. 권 위원장이 기조 발언을 하고 언론인들로 구성된 패널들과 토론한다. 관훈클럽 공식 유튜브 채널 ‘관훈클럽 TV’로 생중계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봉준호 감독 영화 ‘미키 17’이 1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시사회와 15일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연이어 공개된 뒤 외신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로 호평이 많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냉혹하면서도 묘하게 삶을 긍정하는 반(反)자본주의 SF(공상과학) 영화”라고 했다. 미 영화전문매체 인디와이어는 “설국열차(2013년)와 옥자(2017년)의 장점을 합친 작품”이라고 했다. 미 IMDB는 “봉 감독이 또 다른 걸작을 선사한다”고도 했다. 16일 기준 미국 영화평점사이트 ‘로튼토마토’의 평론가 평가 신선도 지수는 85%로 높은 편이다.기대보다 아쉽단 평도 없지 않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야기가 감정적으로 전개되며 힘이 빠진다”고 했다. “심각하게 실망스럽다”(BBC방송)는 반응도 있었다. 영화 속 독재자 ‘마샬’(마크 러팔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떠오른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 할리우드리포터는 “트럼프식 냉소적 표정이나 개척민들이 쓴 붉은 색 야구모자는 메시지를 너무 뻔하게 드러낸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우린 둘 다 특별히 잔인한 사람은 아니지만, 확실히 ‘어두운 유머 감각(dark sense of humor)’을 공유하고 있어요.”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의 원작 소설인 ‘미키 7’(황금가지)을 쓴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57)은 봉 감독과 자신의 공통점을 ‘유머’라고 꼽았다. 애슈턴 작가는 16일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원작에선 7번 죽었다 살아나는 주인공을 봉 감독이 17번으로 늘린 것에 대해 “작품을 영화로 각색할 때는 드라마를 더욱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강렬한 죽음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봉 감독을 치켜세웠다.영화 ‘미키 17’은 알려진대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복제인간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주인공이다. 봉 감독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영화 ‘기생충’(2019년)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작품. 추정 제작비가 1억5000만 달러(약 2177억 원)에 이르는 대작으로 이달 28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애슈턴 작가과 봉 감독은 영화 촬영 전부터 작품을 두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작가는 “감독이 ‘인간 프린팅(human printing·복제인간이 복제돼 다시 태어나는 설정)’과 같은 소설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큰 관심을 가졌다”며 “봉 감독은 유머러스하면서도 기묘한 방식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흥미를 느낀 것 같다”고 했다.소설가라면 영화가 원작을 훼손하진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슈턴 작가는 “봉 감독의 각색이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그는 ‘빛의 화가’라 불리는 위대한 네덜란드 미술가 렘브란트(1606~1669)을 언급하며 “렘브란트가 내 초상화를 망칠까 봐 걱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농담했다. 그는 “봉 감독은 소설이 본질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주제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며 “단 한 번도 별로인 영화를 만든 적 없는 천재적인 감독이다. 실수할 리가 없다”고 믿음을 드러냈다.“소설과 영화는 서로 다른 예술 형식입니다. 두 작품을 완벽하게 일대일로 대응하긴 불가능하죠. 하지만 영화 예고편을 본 순간, 봉 감독이 제 소설이 지닌 감성과 정서를 스크린에 담아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소설과 영화에서 복제인간 미키는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영원히 생명을 이어가는 삶과 딱 한 번만 사는 인생 중 무엇을 고르겠느냐’고 묻자 우문현답을 내놨다.“미키가 ‘진정한 불멸’일까요. 아니면 각각의 미키가 ‘한 번의 짧은 생’을 살다가 사라지는 것일까요. 저는 후자에 가깝다고 믿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소설 속 미키도 그 답을 찾지 못했죠. 결국 이 문제는 누구나 각자 스스로 답을 내려야 하는 철학적 질문 아닐까요.”애슈턴 작가는 1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공식 시사회에 참석했다. 한국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그는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며 “당장 한국을 방문할 계획은 없지만 정말 가고 싶다. 초대해 준다면 기꺼이 달려가겠다”고 말했다.“다음 달 7일 열리는 북미 시사회 때엔 개인적인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작은 영화관을 빌려서 딸과 딸 친구들 30명을 초대해 함께 ‘미키 17’을 감상할 계획이에요. 물론 레드카펫 행사도 즐거운 경험이죠. 하지만 솔직히 말해 가장 기억에 남을 순간은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는 시간이 될 겁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모피 상인 ‘트래페’와 하인들이 내 정원을 들여다볼 수 있다.” 1341년 7월 13일 영국 런던 ‘방해죄 재판소’엔 이 같은 고소장이 접수됐다. ‘이사벨’은 이웃 트래페가 깨진 창문 틈으로 자신의 집 정원을 훔쳐본다고 주장했다. 이사벨은 또 이웃 드소프가 저택 창문 7개를 통해 자신의 집을 본다며 다른 소송을 제기했다. 이웃 드레체가 담장 위로 육중한 망루를 세워 자신의 일상을 훔쳐본다고 했고, 이웃 조앤이 집에 난 12개의 작은 구멍으로 자신의 사적 행동을 엿본다고 소송을 냈다. 언뜻 받아들여지기 힘든 억지 주장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판소는 현장 방문을 진행했다. 이어 이웃들 모두 40일 이내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무단 침입처럼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더라도 일상이 방해받는다면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사생활’이 처음으로 법적인 인정을 받은 순간이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사생활의 미시사를 다룬 대중역사서다. 영국 왕립역사학회이자 역사학자인 저자가 약 700년에 걸친 사생활의 변천사를 날카롭게 추적했다. 중세 사람들은 기도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사생활을 원했다. 교회에 나가는 공동체적 신앙생활과 별개로, 자신이 홀로 기도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세 시대 개인 기도에 대한 안내서엔 “홀로 바라는 바를 주께 간청해야 한다. 누구와도 함께 있지 않고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 혼자 들어가야 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눈여겨볼 건 사생활도 ‘부자’에게만 허락됐다는 점이다. 귀족들은 집에 기도실이나 독방을 만들었다. 뇌물, 간통 등 부정을 저지르기 위해 하인의 출입을 금하는 방도 있었다. 외부와 격리된 정원, 저택을 둘러싼 높은 담장도 부의 상징이었다. 가축과 함께 사는 하인이나 한 방에서 함께 사는 서민에겐 꿈도 못 꿀 일이었다. ‘문해력’도 사생활 발전에 도움을 줬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이들은 다른 사람과 교류하지 않고 책을 통해 정보를 습득했다. 직접 마주하지 않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감정적인 대화도 나눴다. 문자를 읽고 쓰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공동체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을 형성하려는 개인의 욕구가 강해졌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편지, 일기, 개인 서재 등이 점점 보편화되면서 개인의 사적 생활이 더욱 강화됐다.” 현대사회에 들어서 사생활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한 예로 전화의 등장으로 도청 기술이 발달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개인정보 유출도 빈번해졌다. 소셜미디어엔 개인의 사생활이 마구잡이로 공개된다. 저자는 대기업과 국가의 감시 체제가 커지면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묘사된 ‘빅 브러더’처럼 우리에게 사생활이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스스로 감시당하는 삶을 선택하고 있다.” 2016년 현지에서 출간된 책이라 최근 디지털 감시 체제 등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포함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로 온갖 정보가 넘나드는 시대에 맞게 사생활에 대한 고찰을 쉽게 풀어냈다는 대목이 흥미롭다. 최근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를 통해 민감한 정보마저 유출될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이라 책 내용이 더욱 섬뜩하게 느껴진다. “사생활 보호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논의가 얽힌) 사회 전체의 문제다. 방해받지 않는 삶을 향한 인간의 갈망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은 한국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협업을 통해 세계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겁니다.”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재클린 리앙가 프로그래머(사진)는 12일 동아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13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제75회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된 ‘미키17’은 알려진 대로 연출과 각본이 봉 감독이다. 하지만 기획(브래드 피트), 제작(플랜B엔터테인먼트), 배급(워너브러더스), 주연(로버트 패틴슨) 등은 미국 할리우드가 맡아 국제적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리앙가는 “봉 감독의 선택은 단순히 흥행을 위한 게 아니라고 본다”며 “글로벌 영화 산업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가늠쇠”라고 했다. 베를린영화제는 전통적으로 프랑스 칸영화제,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세 영화제 중에서도 특히 예술성에 초점을 맞춰 감독이나 비평가들에겐 ‘꿈의 무대’로 불리기도 한다. 주목할 건 미키17이 베를린영화제에서 공개된다는 점이다. 경쟁 부문이 아닌 스페셜 갈라(대중 장르영화) 부문이지만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 감독이 베를린에서 먼저 작품을 공개하기로 하자 현지에서도 화제였다. 이에 영화제 측은 “봉 감독이 ‘기생충’에 이어 또다시 눈부신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영화제를 총괄하는 리앙가도 미키17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그는 “시사회가 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열린다”며 “특별한 저녁(extraordinary evening)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봉 감독은 언제나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시선을 제시해 왔어요. 이번 작품에서도 그가 창조한 세계를 탐험할 수 있을 겁니다. 미키17은 우리 영화제의 중요한 순간을 장식할 겁니다.”올해 베를린영화제엔 미키17 외에 모두 7편의 한국 영화가 소개된다. 60대 여성 킬러를 다룬 민규동 감독의 ‘파과’가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 홍상수 감독의 33번째 장편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가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영화를 소개하는 포럼 부문엔 ‘봄밤’과 ‘폭력의 감각’, 설치작품이나 퍼포먼스 영상을 소개하는 포럼 익스팬디드 부문엔 ‘창경’과 ‘광합성하는 죽음’이 선정됐다. 박찬욱 감독이 2011년 아이폰으로 촬영한 ‘파란만장’도 단편 특별 프로그램으로 다시 상영된다. 리앙가는 “한국 영화는 언제나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며 세계 영화계에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며 “한국 감독들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시선과 미학적 깊이는 영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우리 영화제의 정체성과도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세계적인 영화제의 프로그래머가 바라보는 한국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뭘까.“장르의 경계를 뛰어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편적인 정서로 확장하는 능력이에요. 또 언제나 경계를 확장하려는 도전을 멈추지 않죠. 올해도 한국 영화는 베를린영화제의 중심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겁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미키17’은 한국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세계적인 협업을 통해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겁니다.”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재클린 리앙가 프로그래머는 12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13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제75회 베를린영화제에서 공개되는 ‘미키 17’은 각본과 연출은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지만, 기획(브래드 피트)·제작(플랜B엔터테인먼트)·배급(워너브라더스)· 주연(로버트 패틴슨) 등은 미국 할리우드와의 협업에 주목한 것. 리앙가는 “봉 감독의 선택은 단순히 흥행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미키 17’은 글로벌 영화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했다.독일 베를린영화제는 프랑스 칸 영화제,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와 함께 3대 영화제로 꼽힌다. 특히 예술성에 중점을 둬 감독과 비평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꼽힌다.주목할 건 ‘미키 17’이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는 점. 비록 경쟁 부문이 아닌 스페셜 갈라(대중적인 장르영화) 부문이지만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프랑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 감독이 베를린에서 가장 먼저 작품을 공개하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응답하듯 베를린영화제도 “‘기생충’ 작가이자 감독인 봉 감독이 다시 눈부신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며 힘을 싣고 있다.영화제를 총괄하는 리앙가도 미키 17 시사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리앙가는 “‘미키 17’ 시사회는 베를린국제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열린다”며 “‘놀라운 저녁’(extraordinary evening)이 될 것”이라고 했다.“봉 감독은 언제나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시선을 제시해왔어요. 이번 작품에서도 그가 창조한 세계를 탐험할 수 있을 겁니다. ‘미키 17’이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특별한 순간을 장식할 것입니다.”‘미키 17’을 포함해 올해 베를린영화제엔 총 8편의 한국 영화가 영화제에 소개된다. 60대 여성 킬러를 다룬 민규동 감독의 ‘파과’가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 홍상수 감독의 33번째 장편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가 장편 경쟁 부문에 각각 초청됐다.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영화를 소개하는 포럼 부문엔 ‘봄밤’과 ‘폭력의 감각’, 설치작품이나 퍼포먼스 영상을 소개하는 포럼 익스팬디드 부문엔 ‘창경’과 ‘광합성하는 죽음’이 선정됐다. 박찬욱 감독이 2011년 아이폰으로 촬영한 ‘파란만장’은 단편 특별 프로그램으로 다시 상영된다.리앙가는 “한국 영화는 매번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며 세계 영화인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며 “한국 감독들이 창조하는 다채로운 시선과 미학적 깊이는 영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우리 영화제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세계적인 영화제의 프로그래머가 보는 한국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뭘까.“장르의 경계를 뛰어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편적인 정서로 확장하는 능력이에요. 또 언제나 경계를 확장하는 도전을 멈추지 않죠. 올해도 한국 영화가 베를린영화제의 중심에 자리할 겁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