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

이호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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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소설을 쓰며 스토리텔링에 천착한다. 숨소리까지 살아 숨쉬는 생생한 내러티브 기사가 넷플릭스 영상보다 가치 있는 컨텐츠라 믿는다.

hoho@donga.com

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문학/출판67%
문화 일반20%
인사일반13%
  • ‘부자 아빠…’ ‘… 투자의 정석’ 재테크 책 인기

    ‘부자아빠의 돈 공부’(동양북스), ‘2024 9대 테마 투자 트렌드’(한스미디어), ‘유목민의 투자의 정석’(리더스북), ‘돌파 매매 전략’(이레미디어), ‘주식 월급 만들기 프로젝트’(아템포)…. 새해부터 출판계에 투자서 붐이 일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로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투자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기존 투자서가 국내 주식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해외 주식을 겨냥한 책들이 눈에 띈다. ‘나는 엔화로 미국 시장에 투자한다’(이레미디어)는 일본 엔화로 미국 시장에 투자해 이익을 거두는 방법을 소개한다. ‘미국주식 처음 공부’(이레미디어)도 미국 주식 투자 입문서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를 처음 승인하는 등 가상화폐 수요가 높아지면서 ‘나는 월급날 비트코인을 산다’(진서원)와 같은 관련 투자서도 나왔다. ‘선생님의 돈 공부―수업은 끝났고요, 재테크 중입니다’(창비교육)처럼 특정 직업군을 겨냥한 투자서도 있다. 통상 투자서는 40, 50대 중년층 독자가 많지만 최근에는 20, 30대 독자가 늘고 있다. 온라인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일 출간된 ‘처음부터 시작하는 주식투자 단타전략’(길벗) 구매자의 28.7%가 20, 30대로 조사됐다. 유튜버가 쓴 이 책이 18일 종합 순위 기준으로 온라인 교보문고 1위, 알라딘 3위, 예스24 5위에 오른 데에는 젊은 독자들의 영향력이 컸다는 평가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올해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아파트 투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부모 도움 없이 재테크에 성공하고 싶은 20, 30대 독자가 늘면서 투자서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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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박찬욱 덕분에 한국이름 자부심”… 이성진 감독, ‘소니 리’ 버리고 본명 사용

    “나도 미국 이름 말고 이성진이라는 한국 이름에 자부심을 느껴야겠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의 각본을 쓰고 연출, 제작까지 맡은 이성진 감독(43)은 지난해 8월 서울 국제방송영상마켓에서 “미국인들이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부를 때는 조금이라도 더 발음을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화 ‘기생충’(2019년)으로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봉 감독의 활약을 계기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9개월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국에 돌아와 초등학교 3∼5학년을 보낸 뒤 다시 미국으로 갔다. 미국인들은 ‘이성진(Lee Sung Jin)’이라는 한국어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다. 이에 그는 숙제를 낼 때 ‘소니 리(Sonny Lee)’라는 영어 이름을 썼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를 2003년 졸업하고, 2008년 미국 월트디즈니 계열 케이블 채널 FXX 드라마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에 각본가로 참여할 때도 영어 이름을 사용했다. 하지만 2019년 ‘투카 앤드 버티’ 각본을 쓰면서부터 한국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주연 ‘대니 조’로 열연한 스티븐 연(연상엽·41)도 한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2016년 결혼한 그의 아내 조아나 박(박은경)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다. 스티븐 연은 2009년 연극 무대에 서며 배우의 길을 걸었다. 그는 2017년 개봉한 봉 감독의 ‘옥자’에 출연하면서 한국 관객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8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 한국계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2020년 영화 ‘미나리’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극 중 대니의 동생인 ‘폴 조’ 역의 영 마지노, 대니의 사촌형 ‘아이작 조’ 역의 데이비드 최도 한국계 배우다. 조연인 에드윈(저스틴 민), 베로니카(앨리사 김), 나오미(애슐리 박)도 한국계 배우들이 연기했다. 극 중 일본계 ‘조지 나카이’를 연기한 조셉 리도 2018년 KBS 2TV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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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전 예산 삭감에… 출판협회 “해외진출 차질” vs 문체부 “정부가 주도”

    국내외 도서전 지원 예산을 둘러싸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국제도서전, 해외 도서전과 관련해 문체부가 출협에 지원하는 예산이 지난해 22억9000만 원에서 올해 12억2000만 원으로 46.7%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15일 출판계에 따르면 출협은 “문체부는 출협이 수행하고 있는 국고보조금 사업의 진행을 축소하거나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문체부 때문에 많은 출판사가 해외 진출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대통령실에 최근 발송했다. 출협은 공문에서 “문체부는 행사가 망해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출판업계는 문체부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체부의 출협 지원 예산 중 가장 크게 줄어든 건 해외 도서전에서 주빈국관 설치 예산이다. 출협은 매년 국내 작가, 출판사와 함께 해외 도서전에 참가해 주빈국관을 세우고 국내 책을 소개한다. 문체부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국제도서전의 주빈국관 설치 예산으로 출협에 7억7000만 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는 편성된 관련 예산 10억 원을 출협이 아닌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배정했다. 또 해외 도서전에서 한국관 운영 비용 지원도 지난해 6억5000만 원에서 올해 5억5000만 원으로 줄였다. 출협은 현재 검토 중인 캐나다, 브라질 도서전에서 주빈국 참여가 힘들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출협 관계자는 “국회에서 이미 통과된 예산에 주빈국 사업이 편성돼 있음에도 다른 사업으로 전용하겠다는 문체부 방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해외 도서전은 외교 성격을 지니고 있어 민간단체인 출협이 아닌 공공기관인 출판문화진흥원을 통해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는 해외 도서전에 참가하는 것보다는 7월에 열리는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서 국내 도서를 홍보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출협은 서울국제도서전 지원 예산이 지난해 9억7000만 원에서 올해 6억7000만 원으로 줄어든 데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출협은 “책에서 출발한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인접 산업으로 확산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서울국제도서전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방법이 필요한 시기에 예산 삭감은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서울국제도서전 예산 축소는 지난해 회계 처리 논란의 후속 조치라고 반박한다. 앞서 지난해 8월 문체부는 서울국제도서전 회계 보고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며 윤철호 출협 회장과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선 적정 수준의 예산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양측의 갈등을 정부와 민간단체 중 누가 출판시장을 주도할 것인지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출판계 관계자는 “올해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리는 등 현안이 산재해 있다. 문체부와 출협이 협의를 통해 갈등을 줄이지 않으면 성공적인 사업 개최가 힘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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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구 위기와 함께 ‘위대한 성장의 시대’ 막 내릴 것”

    로마의 인구는 황금기로 불렸던 2세기에 110만 명에 달했다. 2000여 년 전에 이미 웬만한 대도시 규모였던 셈이다. 하지만 376∼382년 로마 제국과 고트족 사이에 일어난 ‘고트 전쟁’, 410년 서고트족이 로마 시내를 약탈한 ‘로마 약탈’을 거치며 인구가 급감했다. 7세기 10만∼20만 명, 11세기엔 3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성벽 안쪽의 일부 땅은 사람들이 살지 않았다. 질병과 강도가 들끓었다. 버려진 땅이라는 뜻의 ‘디스아비타토(Disabitato)’라 불렸다. 한때 제국으로 불리며 세계를 통치했던 로마도 사람이 없어지자 쇠퇴한 것이다. 인구 감소가 도시 몰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비단 과거에만 국한될까. 미국 도시계획 전문가인 저자는 신간에서 “여러 국가에서 인구가 줄어들면서 ‘위대한 성장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역설한다. 근대에 들어선 뒤 현대 의학이 발달하고 위생상태가 개선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던 시기는 끝났다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면 고령화에 따라 생산과 소비가 줄어들고 국가 경쟁력이 자연스레 떨어진다는 논리다. “한번 인구가 감소한 나라는 다시 그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2100년이 되면 전 세계 대다수 도시가 ‘축소 도시’가 될 것이다.” 저자가 눈여겨보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의 65세 이상 비율은 1950년대 전체의 5%였지만, 2010년대 30%에 달한다. 2018년 기준 일본의 집 7채 중 1채인 빈집은 2040년에는 3채 중 1채꼴로 늘어난다는 게 저자의 예측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40년 일본 지방자치단체 절반이 소멸한다. 한국도 다를 바 없다. 1970년대 한국에선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유행했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이 1960년 6명에서 2022년 0.78명으로 떨어졌다.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치도 나왔다. 저자는 한국이 일본과 함께 축소 국가의 선두에 섰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인구 축소가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2018년 기준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불가리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지역인 스타라자고라의 2배에 가깝다. 일자리와 돈을 찾아 수도권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지방 도시는 소멸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것이다. 프랑스처럼 가족수당, 세금 혜택, 보조금 지급, 유급 육아휴직 등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비용 대비 효과가 좋지 않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저자는 2050년 무렵이면 세계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저자는 다만 미국은 2050년에도 여전히 ‘경제적 강자’로 군림할 것이라 평가한다. 중국, 독일과 비교하면 최근 미국의 출산율 감소 폭이 크진 않고, 15∼30세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라는 이유에서다. 독일은 이민정책, 중국은 출산 장려 정책으로 인구를 지탱하려 하지만 2050년까진 미국의 우위를 뒤집을 수 없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신간은 그래프와 도표를 바탕으로 각 국가의 인구 변화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시의 적절한 주제를 다루면서 “축소 시대가 왔다는 걸 거부하지 말자”는 주장을 펼치는 것도 흥미롭다. 다만 “늦기 전에 (끓는) 솥에서 나올 방법을 우리는 찾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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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 순간 찍는 건, 불행할 때 꺼내 볼 희망이 필요하기 때문”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 아래. 예쁜 아치문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손때 묻은 카메라가 하나 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카메라엔 독특한 기능이 있다.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준다는 것이다. 또 원하는 시점의 미래를 미리 찍어주기도 한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부부,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딸,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 일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워킹맘…. 운명에 이끌린 듯 사진관을 찾아온 손님들은 카메라 앞에 선다. 과거로 돌아가고,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서다. 사진사는 떨리는 마음을 부여 안은 손님을 향해 외친다. “눈을 감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지금 마음에 떠올려 보세요. 사진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손님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12일 출간된 장편소설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북로망스)의 줄거리 일부다.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윤정은 작가(41)는 신간처럼 따뜻하고 해맑았다. 왜 사진으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힐링 판타지’를 썼냐고 묻자, 그는 “모두 마음에 상처 하나씩은 안고 살아가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치유 받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생각해 보면 ‘힐링’이란 말 자체가 ‘판타지’ 아닌가 싶었죠. 사람들의 상처를 판타지로 치유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하하.” 신간은 지난해 3월 출간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북로망스)의 속편이다. 전작은 국내에서 30만 부 팔리며 2020∼2021년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1·2권, 2021∼2022년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 1·2권에 이어 힐링 소설 열풍을 이어갔다. 수상 경력은 2012년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소설부문 은상뿐으로, 장편소설을 처음 펴낸 그가 출판계를 요동치게 한 것이다. 그는 “광고대행업, 파티플래너, 마케터로 일하며 10여 년 동안 동아일보 등 여러 신춘문예에 응모했지만 다 떨어졌다”며 “20대 중반부터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며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모두가 쉽게 읽을 수 있게 쓴 글을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전작은 세계적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로부터 판권 선인세로 영국 10만 달러(약 1억3200만 원), 미국 15만 달러(약 1억9700만 원)를 받았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폴란드, 튀르키예, 일본, 중국 등 15개국 출판사와도 판권 계약을 맺었다. 한강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2021년·문학동네)의 영국 선인세가 7만5000파운드(약 1억2600만 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독자가 위로 받기를 원했다. 세탁소라는 공간이 해외 독자에게도 익숙하고, 최근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작과 신작 모두 사람들을 위로한다는 주제는 같다. 다만 신작은 “우리가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굳이 남기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은 어떤 날에 꺼내어 볼 희망이자 빛이 필요하기 때문” 같은 섬세한 문장으로 독자를 더 따뜻하게 위로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는 “‘속편의 저주’를 걱정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며 “전작보다 신작을 쓸 때 더 행복하게 썼기 때문에 독자들도 이를 느낄 것”이라고 했다. 다음 계획을 물으니 그는 당찬 목소리로 답했다. “이젠 상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상 받는 작가보다는 독자 곁에서 호흡하고 싶은 작가가 되고 싶으니까요. 앞으로는 영화 각본이나 드라마 시나리오도 작업해보고 싶어요. 물론 신작이 인기를 끈다면 ‘메리골드 마음’ 시리즈 3편도 쓸 겁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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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정국, 9주째 ‘빌보드 200’에 K팝 솔로가수 음반으로 최장 기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27·사진)이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9주 연속 머물며 신기록을 세웠다. 9일(현지 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정국의 솔로 앨범 ‘골든(GOLDEN)’은 ‘빌보드 200’ 28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12일 이 차트 2위에 오른 뒤 9주 연속이다. K팝 솔로 가수 앨범 중 ‘빌보드 200’에 9주 연속 머문 건 최장 기간이다. ‘골든’ 앨범의 타이틀곡 ‘스탠딩 넥스트 투 유(Standing Next to You)’도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70위에 올라 9주 연속 차트에 들어갔다. 정국의 솔로곡 ‘세븐(Seven)’은 미국 빌보드 글로벌 차트인 ‘글로벌200’과 ‘글로벌’(미국 제외) 모두 10위 안에 진입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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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대형출판사, 중소업체 책 표지 표절 논란

    국내 대형 출판사인 쌤앤파커스의 인문학서 ‘벌거벗은 정신력’의 표지가 지난해 4월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도둑맞은 집중력’(어크로스)의 표지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쌤앤파커스는 5일 자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018년 국내에 출간된 ‘물어봐줘서 고마워요’를 ‘벌거벗은 정신력’으로 이달 말 개정 출간한다는 글과 함께 개정판 표지를 올렸다. 개정판 초록색 표지 맨 위엔 큰 글씨로 책 제목, 그 아래엔 ‘LOST CONNECTIONS’란 원제가 쓰여 있다. 맨 아래엔 검은색 띠지를 두르고 책에 대한 홍보 문구를 넣었다. ‘벌거벗은 정신력’은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가 우울증 환자를 인터뷰해 단절에 대해 고찰한 책이다. 하지만 곧 SNS를 중심으로 개정판 표지가 집중력을 잃어버린 시대를 저격한 ‘도둑맞은 집중력’의 표지를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소 출판사 어크로스가 출간한 ‘도둑맞은 집중력’의 주황색 표지엔 맨 위에 큰 글씨로 책 제목, 그 아래엔 ‘STOLEN FOCUS’란 원제가 쓰여 있다. 맨 아래엔 검은색 띠지를 두르고 책에 대한 홍보문구를 넣었다. 서체, 부제의 위치, 띠지 스타일 등 디자인 대부분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공교롭게도 두 책의 저자가 같은 데다 책 표지 디자인마저 유사하다 보니 마치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시리즈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출판계에선 두 책의 저자가 같고, 표절당한 책이 온라인 서점 예스24 이용자들이 투표로 선정한 ‘올해의 가장 사랑받은 책’, 교보문고 ‘연간 베스트셀러’ 인문 분야에서 각각 1위에 오른 만큼 쌤앤파커스의 의도성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목, 표지를 협의 없이 표절했다는 점에서 대형-중소 출판사의 갑을 관계를 보여준다는 비판도 있다.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지난해 유난히 주목받은 책인 만큼 쌤앤파커스에서 표절 여부를 모를 리가 없는데, 어크로스에 알리지도 않았다”며 “깜짝 놀라 쌤앤파커스에 항의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쌤앤파커스는 표지를 바꾸기로 했다. 쌤앤파커스 관계자는 “독자에게 같은 저자의 작품이라는 점을 전달하려는 의도였지만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인지했다”며 “사후 재발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근 출판계에선 표지, 제목을 따라 하는 ‘카피캣’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2021년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이 인기를 끌자 밤에 불이 켜진 건물이 그려진 표지를 내세운 소설책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2020년 에세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갤리온)가 베스트셀러가 된 뒤 비슷한 제목의 책이 줄지어 출간됐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출판사들이 표지, 제목, 디자인에 투자해 차별화된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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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내게 글쓰는 바통 넘겨”

    “28년 뒤 또다시 신춘문예에 당선된다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제 인생이 더 재밌고 풍요로워졌다고 말하고 싶네요.”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올해 최고령 당선자인 시나리오 부문 정한조 씨(59)는 “28년 전 다른 신문사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된 뒤 인생이 재밌게 흘러간 경험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마치 과거의 제가 미래의 저한테 바통을 넘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상식에는 정 씨를 비롯해 중편소설 이상민(42), 단편소설 임택수(55), 시 한백양(본명 이상정·37), 시조 고은산(본명 고완수·56), 희곡 소윤정(50), 동화 이정민(45), 문학평론 황녹록(본명 황정화·53), 영화평론 민경민(본명 황경민·34) 씨까지 총 9개 부문 당선자가 참석했다. 당선자들은 단상에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한백양 씨는 “괴로워지는 와중에도 시 쓰기가 재밌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소윤정 씨는 “오랫동안 연극의 길과 멀리 떨어져 있어 연극은 내게 ‘장롱면허’ 같았다. 어느 날 돌연히 글이라는 것이 저를 찾아와 장롱면허를 가지고 길을 나서게 됐다”고 했다. 이정민 씨는 “2016년 남편이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에 당선됐을 때 이 자리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자리에 정말 설 수 있을지 몰랐다”며 감격했다. 임택수 씨는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는 무념무상에 이르기 전 생각하고 생각하는 한없이 지난한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찬 포부도 드러냈다. 고은산 씨는 “시조가 자유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쓰겠다”고 말했다. 황녹록 씨는 “비평이 닿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지점에 이르고 싶다”고 했다. 민경민 씨는 “스크린 아래 마련된 은은한 등불로 좋은 영화를 꾸준히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상민 씨는 “삶과 맞대면하고 말해야만 하는 것을 적겠다”고 말했다.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축사에서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40세에 데뷔했다. 오늘 수상자들이 결코 늦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격려했다. 심사위원인 최윤 소설가는 “비언어적 시대, 언어가 뒤로 어딘가 숨어 들어간 때에 언어를 선택한 수상자가 귀해 보인다. 여러분의 이름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사위원인 최윤 구효서 소설가, 조강석 문학평론가, 이근배 이우걸 시조시인, 노경실 동화작가,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 김시무 영화평론가, 이정향 영화감독,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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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툰 ‘초반 무료’ 폐지法에… “불공정 근절” vs “산업 위축 우려” [인사이드&인사이트]

    《이른바 ‘검정고무신 사건’을 계기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문화산업공정유통법)’을 두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법 제정 과정에서 웹툰계의 여론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고, 시행 시 웹툰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 반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선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초반 회차 무료 공개 막힐 수 있어”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건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의 이우영 작가가 출판·캐릭터 업체 형설앤과의 저작권 분쟁 도중 지난해 3월 세상을 등지면서부터다. 이 작가와 형설앤이 2007년 맺은 계약에 검정고무신 저작물 관련 사업화를 형설앤이 포괄적, 무제한, 무기한으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갔다는 게 이 작가 측 주장이다. 15년간 검정고무신 이름으로 77개의 사업이 이뤄졌지만 작가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고인이 이 기간 받은 금액은 1200만 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 작가의 죽음을 계기로 신인 창작자에게 저작권을 영구 양도받는 출판계 계약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정부와 국회가 ‘제2의 검정고무신’을 막겠다며 입법을 추진했다. ‘검정고무신법’으로 불리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지난해 3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웹툰계에선 이 법이 포괄적 규제를 명시해 웹툰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단법인 웹툰협회는 5일 성명서를 내고 “제작과 유통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주요 법안 통과를 코앞에 두고도 어느 누구 하나 우리 웹툰계에 여론 수렴 과정을 일절 거치지 않았다”며 “법안 통과 연기를 요청하고 시급히 웹툰업계 각 주체의 해당 법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웹툰계에선 법안에서 불공정행위로 규정하는 ‘판매촉진비 및 가격할인 비용 전가’ 규정이 웹툰 성공에 상당한 역할을 한 사업모델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초반 회차를 무료로 공개해 독자들의 흥미를 끈 뒤 뒷이야기의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웹툰 플랫폼의 ‘기다리면 무료’, ‘매일 열 시 무료’는 작가에게 수익 배분이 이뤄지지 않아 불공정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한국 웹툰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는 때에 부적절한 규제가 시장 확대를 막을 수 있다”며 “법안의 입법 취지는 좋지만 선의가 왜곡돼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초반 회차 무료 공개의 비용을 플랫폼이 모두 감당할 경우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신인 작가 등은 화면 배치 등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유명 작가의 작품에만 독자가 쏠려 작품 다양성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 특히 콘텐츠 제작사(CP)들은 법 규정 중 ‘문화상품을 납품한 후에 해당 문화상품의 수정·보완 또는 재작업을 요구하면서 이에 소용되는 비용을 보상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금지한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CP 관계자는 “웹툰 제작 과정에서 작업물의 수정을 요청하는 일은 항상 발생한다. 수정 비용을 일일이 지급해야 하면 작품 수정 자체를 요청하지 않아 작품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창작자 보호 위해 입법 필요” 반면 출판계나 작가들은 ‘제2의 검정고무신’ 사건을 막기 위해선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네이버, 카카오가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의 횡포를 막고, 작가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는 것.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지난해 12월 27일 성명서를 내고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을 지지했다. 출협은 성명서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기업 유통사들은 규제 법안이라며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창작자와 독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생태계 조성에 협력해주기를 바란다”며 “국회는 해당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웹콘텐츠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출협은 초반 회차 무료 공개가 온라인 플랫폼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플랫폼이 부담해야 할 마케팅 비용을 작가가 떠안는다는 것이다. 박용수 출협 전자출판·정책 담당 상무이사는 “초반 무료 공개로 플랫폼에 유입되는 독자가 증가해 플랫폼의 광고 수익이 늘었다. 하지만 정작 유료 결제는 늘지 않아 작가가 이득을 보지 못하는 구조”라며 “과거 웹툰 플랫폼들이 독자에게 무료로 일부 작품을 제공하면서 작가에게 이를 금전적으로 보상한 적이 있다. 법을 통해 현재의 기형적인 구조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으로 ‘판매촉진비 및 가격할인 비용 전가’를 금지하면 작가의 수익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도 있다. 독자가 무료로 웹툰을 보지 못하면 유료 결제가 늘어날 거라는 얘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이용자 45.6%가 웹툰 유료 결제 경험이 있었다. 특히 1주일에 1번 이상 유료 결제를 한다는 이들이 전체의 21.7%로 유료 결제 비율이 적지 않았다. 또 웹툰 유료 결제 경험자 중 한 달에 5000원 이상을 쓴다는 비율도 53.5%로 유료 결제가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웹툰계 관계자는 “독자들의 결제를 유도하려면 작가들이 내용이 참신하고 재밌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며 “작가의 수익이 늘면 제작환경도 개선돼 작품의 질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웹툰 작가들도 법안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한 웹툰 작가는 “법안이 창작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인 만큼 제대로 입법이 이뤄진다면 작가들의 권리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웹툰 작가는 “검정고무신 사건 이후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만큼 이번 기회가 아니면 법안 통과가 힘들다”고 했다. 권혁주 웹툰작가협회장은 “물론 법안 자체의 취지는 좋지만 쇠뿔 뽑다가 소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법안 통과 과정에서 시행령을 섬세하게 조정하고 취지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비용 분담 등 사회적 합의 필요” 현재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검정고무신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통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문체위로 법안이 환송됐다. 법사위 논의 단계에서 금지행위로 규정한 조항들이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는 불공정 거래행위와 겹쳐 중복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방송사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해당 법안이 다양한 규제를 포괄하고 있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 간 조정도 필요하다. 국무조정실이 부처 간 업무 조정을 하고 있는데,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세부 조문을 수정할 예정이다. 윤양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법안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다양한 우려를 반영하겠다. 법안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창작자 보호 법안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융희 문화연구자(전 세종사이버대 만화웹툰창작과 겸임교수)는 “정부 부처가 웹툰계와 협의를 통해 방향성을 정하고 반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초반 회차 무료 공개에 드는 비용을 플랫폼과 CP가 분담하도록 정부가 유도하려면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텍 교수는 “창작자뿐 아니라 플랫폼 등 웹툰계 전체의 목소리를 들어 법 조항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재 문화부 기자 hoho@donga.com}

    •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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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한강, 하루키… 미각 동원해 다시 읽기

    “오이.”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민음사)에서 여자 주인공 미도리가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묻자 암 투병 중인 아버지는 이렇게 답한다. 미도리는 “좋다”며 먹기 좋은 크기로 오이를 자른다. 김을 말아 간장에 찍은 뒤 이쑤시개를 꽂아 아버지에게 오이를 먹인다. 아버지는 몇 번이나 씹어 목 안으로 넘기고선 “맛있다”며 웃는다. 미도리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한다. “먹는 게 맛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에요. 살아있다는 증거니까요.” 음식평론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신간에서 이 장면을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75)의 소설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꼽는다. 앞날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아픈 이와, 수분을 한껏 머금은 아삭한 오이가 빚어내는 생기의 대조가 극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너무 일상적이어서 하찮게 보일 법한 식재료를 최소한의 손길로 음식으로 승화한다는 것은 일상에서든 소설에서든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문학 작품 속에 담긴 음식 이야기를 풀어놓은 에세이다. 특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식은 각 시대상을 담고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미국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1832∼1888)의 장편소설 ‘작은 아씨들’에서 주인공들은 절인 라임을 먹는다. 당시 바닷물에 절인 상태로 들여온 라임은 생과일로 분류되지 않아 관세가 낮았기 때문이다. 미국 작가 앨리스 워커(80)의 장편소설 ‘컬러 퍼플’(문학동네)에서 미국 남부에 사는 흑인들은 비스킷을 자주 찾는다. 팽창제가 비싸 백인들이 먹는 스콘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강(54)의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창비)에서 주인공은 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하는 남편과 싸운다. 비록 15년 전 소설이지만 대체육이 늘어나고, 채식주의 식당이 늘어난 요즘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조남주(51)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에는 가족을 위해 식사를 차려야 했던 엄마의 고달픈 삶, 이창래(59)의 장편소설 ‘영원한 이방인’(알에치코리아)에는 미국식 중식을 먹으며 살아온 재미교포들의 인생이 담겼다. 오늘은 ‘먹방’ 유튜브 대신 이 소설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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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의 사랑이 펴낸 첫 책, 혹은 유고작[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문학 담당 기자는 매년 12월이면 전화로 신춘문예 응모자에게 당선을 통보한다. 얼굴을 마주 보진 못하지만, 목소리를 들으면 대충 나이를 추측할 수 있다. 올해엔 유독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음성에 무게감이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를 부여잡은 채 “정말요?”라고 수차례 물어보는 당선자도, “기다렸다”며 담담하게 답하는 당선자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오랫동안 문학의 길을 꿈꿔 왔다는 건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는 수필 ‘실버 취준생 분투기’로 2021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에 당선된 저자의 유고 산문집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가난 탓에 친구 집에서 ‘도둑 독서’를 했던 문학소녀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엔 생계 때문에 공장에서 일하며 ‘공순이’로 살아야 했다. 종갓집에 시집간 뒤 가족을 위해 살았고, 남편과 황혼 이혼을 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일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고, 심장병과 청각장애의 고통도 겪었지만 글 쓰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책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돋보인다. 저자는 20여 년을 호스피스 암 병동에서 일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하루하루 통증과 사투를 벌이는 환우들을 보며 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나를 버리려던 생각은 사치였다”고 고백한다. 강원도에 작고 오래된 집을 사 이사한 뒤 아흔 살이 넘은 옆집 할머니에게 용돈을 받고선 “오래 묵은 지폐에서 할머니 냄새가 났다. 명절에 다녀간 자녀들이 준 용돈이리라”고 묘사한다. 책엔 저자의 딸이 쓴 글도 실려 있다. 저자는 2021년 7월 시니어문학상 당선 소식을 들은 지 1개월 후인 같은 해 8월 세상을 떴다고 한다. 이후 ‘실버 취준생 분투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화제가 됐다. 딸은 저자가 그동안 쓴 글을 펴내기를 원했을지 고민하다 출간을 결심했다. ‘실버 취준생 분투기’에 달린 수많은 응원 댓글 때문이다. 저자의 딸은 이렇게 고백한다. “독자들은 힘든 삶에도 어머니가 지켜낸 곧은 심성과 따뜻한 시선, 특유의 위트와 희망을 읽어내 주셨습니다. 또한 어머니의 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이웃에게 시선을 돌리며, ‘삶’과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을 수 있었다며 진심 어린 추모를 전해 주셨습니다.”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평균 연령은 47.9세다. 2022년(37.4세)과 2023년(34.8세)보다 10세 이상 높다. 개인적으론 올해 당선작엔 문학에 대한 진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겪지 못하곤 풀어내지 못할 이야기도 많았다. 물론 나이 들어 당선된 당선자들이 글을 써서 먹고살 수 있을지, 꾸준히 글을 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수필 ‘실버 취준생 분투기’ 저자가 쓴 글들이 독자들의 추모에 힘입어 산문집으로 출간됐듯, 독자들의 응원이 당선자들을 ‘진짜 작가’로 성장시키길 바랄 뿐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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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적 조회수 550만 ‘황형준의 법정모독’, ‘포스트 윤석열: 한동훈에서 김관영까지’로 출간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동아일보 디지털콘텐츠로 연재됐던 시리즈 ‘황형준의 법정모독’이 단행본 ‘포스트 윤석열: 한동훈에서 김관영까지’(인물과사상사)로 출간됐다. 연재 시리즈는 동아닷컴과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누적 조회수 550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신간은 올해 4월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2027년 3월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미칠 유력 인사들을 다룬다.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이낙연 전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 등이다. 신간은 연재 시리즈의 골격을 유지하되 일부를 새로 쓰거나 보완했다.특히 신간은 사람에 초점을 맞춘다. 각 인물이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쳐서 정치를 시작했는지, 정치 입문 뒤엔 어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거쳤는지, 정치적 지향점은 무엇인지를 담았다. 저자는 한국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따뜻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등장인물들과의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객관적, 합리적 관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또한 인물들이 보완하고 시정해야 할 지점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신간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인간적 모습도 담겼다. 저자는 한 위원장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동훈과 유시민은 묘하게 닮았다. 둘 다 말과 글이 논리정연하고, 타고난 ‘쌈닭’”이라고 했다.저자는 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포용과 관용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준석은 한국의 오바마를 꿈꾼다. 47세 나이로 ‘흑인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통합과 개혁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가 배워야 할 덕목이 적지 않다”고 했다.저자는 2007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뒤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에서 근무했다. 경찰, 검찰, 법원, 정당, 청와대, 기획재정부를 담당했다. 2010년 삼성언론상, 2018년 336회 이달의 기자상, 2022년 대한민국언론대상 최우수상, 2023년 한국신문상을 수상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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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과 허구의 조화… 역사와 문학은 오래된 공범”

    “역사와 문학은 아주 오래된 ‘공범’(?)입니다. 여러 언어로 쓰인 문학적 걸작들엔 문학과 역사, 전설이 뒤섞여 있기 마련이죠.” 지난해 11월 국내에 번역 출간된 장편소설 ‘사마르칸트’(교양인·사진)의 레바논 출신 프랑스 작가 아민 말루프(75)는 1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역사상 최초로 ‘미지수 x’를 만들어낸 페르시아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오마르 하이얌(1048∼1131)의 실제 삶에 문학적 상상력을 버무려 쓴 이 작품을 통해 사실과 허구가 섞인 이야기의 특성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하이얌이 살던 세계에 익숙해지기 위해 당대 페르시아 책을 많이 읽으며 작품을 집필했다”며 “소설가로서 내 임무는 독자들에게 이야기의 본질을 전달하는 믿을 만한 서사로 빈칸을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1072년 청년 오마르가 페르시아의 아름다운 오아시스 도시 사마르칸트에 도착하며 시작된다. 오마르는 사내들에게 봉변을 당하던 한 노인을 구하다가 여러 사건에 연달아 휘말린다. 특히 그는 소설에서 전쟁을 겪고, 박해를 받아 쫓겨 다니면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오마르의 삶을 통해 폭력과 고통에 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레바논에서 일간지 기자로 활동하다가 내전이 발발하자 1975년 프랑스로 이주한 뒤 장편소설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1983년·아침이슬) 등 폭력 문제를 다룬 작품을 써 온 그의 특색이 두드러진다. 그는 “난 종파 간 폭력이 얼룩진 레바논에서 태어나 전쟁과 혁명이 가득한 중동에서 자랐다”며 “폭력이 적게 일어나는 국가에 살더라도 세계적으로 폭력이 벌어지고 있기에 폭력에 대해 쓰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전쟁 등 상황은 사실 더 나빠지고 있다”며 “지도자들이 협력할 마음을 지니지 않는다면 이런 유혈사태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소설은 오마르가 시집 ‘루바이야트’를 쓰며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펼쳐내는 과정도 한 편의 대서사시처럼 펼쳐낸다. 194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시인 T S 엘리엇(1888∼1965)을 비롯해 영미 문학에 영향을 끼친 ‘루바이야트’를 통해 중동 문화의 아름다움도 전한다. 그는 “문학을 통해 우리는 다른 나라의 문명과 사람들의 사고방식, 열망을 이해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타국에 대한 혐오, 편견, 원망을 넘어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레바논 민족의 수난을 담은 장편소설 ‘타니오스의 바위’(1993년·정신세계사)로 1993년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프랑스 공쿠르상을 받았다. 2022년엔 소설가 박경리(1926∼2008)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했다. 시대를 관찰하고 평화를 노래하는 작가로 불리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4개 국가의 역사를 파고든 에세이 ‘잃어버린 자의 미로(Le labyrinthe des égarés)’를 출간했다”며 “새 소설 집필을 시작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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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 신춘문예]당선자 평균 연령 47.9세… “늦었지만 그동안 하던 대로, 삶의 고통과 슬픔 관통하는 글 쓸 것”

    “소설을 30년 가까이 꾸준히 썼죠. 한 100편 정도 쓰다 보면 언젠가 당선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202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 임택수 씨(55)는 50대의 뒤늦은 등단이 멋쩍다는 듯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 학사, 프랑스 폴 베를렌 메스대 불문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당선 소식을 주위에 전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많이 울더군요. 소설을 쓸 기회를 얻기 위해 오랫동안 고생했다고요. 사실 이미 현장에서 글 쓰고 있는 문인 친구들도 많습니다. 늦었지만 그동안 하던 대로, 수행하듯 써나가겠습니다.” 신춘(新春)의 바람이 꼭 청춘에게만 불어온다는 법이 있을까.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올해 신춘문예 당선자 9명은 모두 30∼50대다. 중편소설 이상민(42), 시 한백양(본명 이상정·37), 시조 고은산(본명 고완수·56), 희곡 소윤정(50), 시나리오 정한조(59), 동화 이정민(45), 문학평론 황녹록(본명 황정화·53), 영화평론 민경민(본명 황경민·34) 씨다. 올해 당선자의 평균 연령은 47.9세로 2022년(37.4세)과 2023년(34.8세)보다 10세 이상 높다. 만추(晩秋)에 이르러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꺼내 보인 이들은 당당하게 “삶의 고통과 슬픔을 관통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다”고 외쳤다. 이날 영하 13도의 한파가 몰아쳐 몸은 꽁꽁 얼었지만, 당선자들의 표정은 봄날 햇살처럼 해맑았다. 올해 최고령 당선자인 시나리오 당선자 정한조 씨는 소설가로 활동해온 ‘중고 신인’이다. 1996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 추리문학 부문에 당선된 뒤 ‘미술관 점거사건’(2011년·고즈넉) 등 장편소설 5권을 펴냈다.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10여 년 몽골을 오가다 몽골이 배경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번 당선작을 쓰기 시작했다. 정 씨는 “과거 당선된 경험이 있어 신춘문예에 당선된다고 삶이 바뀌지 않는 걸 안다. 신춘문예 당선작이 대표작이자 유작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시조 부문 당선자 고은산 씨 역시 시조에선 신인이지만 앞서 1999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에 당선돼 시집을 3권 낸 시인이다. 4, 5년 전부터 시조만이 지닌 운율의 아름다움에 빠져 자유시가 아닌 시조를 쓰기 시작했다. 충남 당진시 석문중학교 국어 교사인 그는 문학의 싹을 보이는 아이들이 백일장에 나가도록 지도하기도 한다. 고 씨는 “누군가 읽어서 위안을 주는 시조를 남기는 게 목표”라고 했다. 동화 부문 이정민 씨가 뒤늦게 글을 쓰게 된 건 남편 때문이었다. 남편 문신 씨(50)가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된 뒤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읽는 것을 보고 ‘나도 저 자리에 서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 씨는 “유방암을 진단받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일을 겪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결심이 섰다. 동화를 쓰기 시작해 5년 만에 결실을 맺은 걸 보고 남편이 참 기뻐한다”고 했다. 희곡 부문 당선자 소윤정 씨는 대학 때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출산한 뒤 아이를 키우며 예술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홀로 있던 시간에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 소 씨는 “혼자 글을 쓸 땐 더없이 기쁘고 즐겁다. 뒤늦은 등단이지만 누군가가 나를 알아봤다는 생각에 기분이 꽤 좋다”고 했다. 문학평론 당선자 황녹록 씨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학원 강사로 20여 년을 살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석사 과정에 진학하며 뒤늦게 글쓰기에 발을 들였다. “재능이 있다”는 권유를 받고 평론을 썼는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황 씨는 “문학은 전쟁터다. 이 전장에서 작가가 나타내려 했던 것을 더 넘치게 읽어주는 평론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30대 당선자들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일어섰다. 시 부문 당선자 한백양 씨는 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문예창작학과 입시 강사로 일하며 10여 년간 시를 써왔다. 입시에 실패한 아이들에겐 “끝을 볼 때까지 써야 한다”고 격려했지만, 등단하지 못한 자신이 ‘재능이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은 떠나지 않았다. 한 씨는 “내겐 정말 재능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실패를 남기지 않고 싶어 끝까지 쓴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올해 최연소 당선자인 영화평론 부문 민경민 씨는 7년 연속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에 응모했다. 2018년 심사평에만 언급되고 낙선했지만, 올해는 드디어 당선이라는 영광에 닿았다. 그동안 온라인 사이트에 영화 리뷰를 써 왔는데 이제 ‘평론가’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내걸 수 있게 됐다. 민 씨는 “7전 8기의 마음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포기하지 않고 응모했다. 리뷰를 넘어서 평론이란 무게감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이에 비해 중편소설 부문 당선자 이상민 씨는 처음 쓴 소설을 신춘문예에 처음 응모해 당선됐다. 잡지사에서 기자, 편집자로 15년을 일하며 문장을 단련해 왔지만, 소설은 읽기만 했을 뿐 써본 적이 없다고 한다. 뒤늦은 등단이 활동에 장애가 되진 않을까. 짓궂은 질문에 이 씨는 당당하게 답했다. “오히려 다른 일을 해봐서 문학 말곤 미련이 없어요. 당장이라도 청탁이 온다면 글쓰기에 삶을 ‘올인’할 겁니다.”※2024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전문은 동아신춘문예 홈페이지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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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애란-정유정-욘 포세-하루키… 올해 문학선물 쏟아진다

    지난해 한국문학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 해였다. 한강 작가(54)는 지난해 11월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2021년·문학동네)로 프랑스 메디시스(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천명관 작가(60)는 장편소설 ‘고래’(2004년·문학동네)로 지난해 4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정보라 작가(48)는 단편소설집 ‘저주토끼’(2017년·래빗홀)로 지난해 10월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올해 한국 문학계에선 어떤 신작들이 찾아와 독자들을 설레게 할까.● 한국문학은 여풍(女風) 먼저 여성 작가들의 신작이 눈길을 끈다. 김애란 작가(44)는 올 상반기(1∼6월) 두 번째 장편소설(제목 미정·문학동네)로 돌아온다. 2014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두근두근 내 인생’(2011년·창비) 이후 13년 만의 장편소설로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82년생 김지영’(2016년·민음사)을 쓴 조남주(51)는 여름에 청소년소설 ‘네가 되어 줄게’(문학동네)로 돌아온다. 중학생 딸과 엄마가 각각 1993년과 2023년의 서로에게로 7일간 영혼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타임슬립(시간여행) 장르다. 정유정 작가(58)는 인간에게 삶과 죽음의 가치는 무엇인지를 묻는 스릴러 장편소설 ‘영원한 천국’(은행나무)을 7월에 출간한다. 정이현 작가(52)는 부동산, 청년현실 등 사회문제를 다룬 장편소설을 상반기 중 내놓는다(제목 미정·창비). 정보라 작가는 해양생물을 주제로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연작소설집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인플루엔셜)를 연내 펴낼 계획이다. 김금희 작가(45)는 창경궁 대온실 수리 공사를 계기로 잊고 싶은 과거를 마주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을 선보인다. 김성중 작가(49)는 미래의 화성을 그린 공상과학(SF) 장편소설 ‘화성의 아이’(문학동네)를 상반기에, 조해진 작가(48)는 전쟁과 재난 속에서도 끝내 사람을 향해 손을 뻗는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제목 미정·문학동네)을 하반기(7∼12월)에 각각 내놓는다. 거장도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윤흥길 작가(81)는 일제강점기 한 가족의 엇갈린 삶을 다룬 대하소설 ‘문신’(문학동네) 4, 5권을 올 3월 동시에 펴낸다. 2018년에 3권까지 나온 뒤 공백이 길어지면서 독자들의 애를 태웠는데 대장정을 끝낼지 주목된다.● 해외문학은 남풍(男風) 해외 작가 중에선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5)의 중편소설 ‘샤이닝’(문학동네)의 가을 출간 소식이 눈에 띈다. 차가 멈춘 눈 내린 숲에서 밤중에 혼자 길을 잃고 헤매던 한 남자가 하얗게 빛나는 신비한 존재와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2023년 ‘고래’를 제치고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56)의 장편소설 ‘타임 셸터’(문학동네)도 주목된다. 과거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그렸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퀸의 대각선’(가제·열린책들)은 7월쯤 출간될 예정이다. 두 동갑내기 여성이 체스대회에서 만나 성장하면서 경쟁한다는 내용이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튀르키예 작가 오르한 파무크(72)는 14년간 쓰고 그린 글과 그림을 모은 에세이 ‘먼 산의 기억’(민음사)을 8월쯤 출간한다.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7)의 에세이 ‘진실의 언어’(문학동네)는 가을에 나온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75)는 2022년 출간한 에세이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문학동네)의 속편을 들고 올해 찾아온다. 해외 비문학 책들 중에는 기후변화 신간을 주목할 만하다. 미국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79)은 물과 생태 위기를 다룬 신작(제목 미정·민음사)을 9월에 선보인다. 202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일본 출신 미국 기상학자 마나베 슈쿠로(93)의 ‘기후 변화를 넘어서’(사이언스북스)는 여름에 나온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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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尹, 장관급 임명 24명째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야당이 자진 사퇴를 촉구했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임명했다. 이날 임명된 장관급 5명 중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건 최 부총리 한 명이다. 나머지 4명에 대해선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고,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기한이 지나자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다. 현 정부 들어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은 24명으로 늘었다. 김 위원장에 대해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부적격 사유를 거론하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등 반대가 거셌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재송부 기한(28일)이 지나자마자 29일 곧바로 김 위원장을 임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부적격 인물 옆에 또 부적격 인물을 앉히는 ‘인사 참사 도미노’”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며 “뉴스 추천과 배열 등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방송사업자들의 부담을 가중하는 재허가·재승인 제도와 소유 규제, 광고 규제 등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를 정비하겠다”며 미디어 산업의 규제 개혁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또 “사회적 공기(公器)인 방송·통신·미디어의 공공성을 재정립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그동안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공영방송이 정치와 자본, 내부의 힘에 좌우되지 않고 중립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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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소신 사라지고 정보는 과잉… 옥석, 가리고 계십니까

    “임금님, 옷이 정말 멋집니다.” 덴마크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신하들은 임금에게 이렇게 말한다. 재봉사가 ‘어리석은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옷’을 임금에게 바치자 신하들은 옷이 안 보이는데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소리친 뒤에야 진실이 드러난다. 개인이 집단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행동하지 못한 채 쉽게 동조하고 그로 인해 집단적 무지에 이르는 상황을 풍자한 이야기다.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개입을 소개한 베스트셀러 ‘넛지’(2009년·리더스북)의 공저자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펴낸 책 2권이 연달아 국내 출간됐다. 그는 행동경제학과 공공정책을 결합한 연구로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정부에서 정책 고문으로 활동했다. 두 책은 ‘정보 부족’과 ‘정보 과잉’이 가져오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동조하기’는 정보 부족이 불러온 문제를 지적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정치, 경제, 법률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된 정보를 취득하기 힘들다. 그럴 때 이른바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이 강한 주장을 펼치면 이에 쉽게 휩쓸린다. 동조가 벌어지는 데엔 남들과 다른 의견을 내면 유별난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하는 탓도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이런 동조 현상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동조가 집단적이고 급진적으로 일어나면 ‘폭포 현상’처럼 막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대표적 폭포 현상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온라인에서 허위 조작 정보가 들불처럼 번지고, 음원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횟수가 많은 노래가 계속 선택되는 것도 폭포 현상의 대표적 사례다. 그는 타인의 의견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자주 바꾸는 이들이 늘어나면 사회가 ‘다원적 무지’에 빠진다고 우려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이 남들과 다를지 자체 검열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견해를 밝혔을 때 뒤따라올 반대에 직면하고 싶지 않아서 침묵한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그는 반대 목소리나 내부 고발자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서로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고안한다면 동조 현상을 막아낼 수 있다고 제언한다. 반면 정보가 너무 많아도 문제다. ‘TMI: 정보가 너무 많아서’는 정보 과잉의 문제를 다뤘다. 현대인들은 종일 스마트폰, TV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수많은 SNS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에 둘러싸여 있다. 물론 정지 표지판, 청구서 납부 기한 같은 정보는 이롭다. 하지만 정보를 취득하는 데 애쓰다 보면 사실 정보를 소화하진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꼭 이런 정보까지 알아야 하나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해외여행 계획이 없는 이에게 세계의 날씨는 불필요한 정보다.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는 모두가 팝콘의 열량을 알고 싶어 하진 않는다. 결국 지나치게 많은 정보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어쩔 땐 “‘모르는 게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저자가 정부와 기업의 정보 공개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정보를 친절하게 공개해야 정보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넛지’에서 강조했듯 사람들이 적절한 선택을 내리도록 부드럽게 이끄는 건 리더들의 몫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보 공개는 사람들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해서 그들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개입이며, 일종의 넛지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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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協 “네이버 AI의 뉴스 학습, 공정한 보상을”

    한국신문협회는 네이버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 학습에 뉴스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시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신문협회는 이날 공정위에 제출한 ‘네이버 뉴스 콘텐츠 제휴약관 개선방안에 대한 신문협회 의견’에서 “(네이버가) 저작권자인 언론사의 개별 이용 허락 절차를 거친 바가 없고 일련의 절차를 건너뛸 수 있도록 한 것은 불공정 계약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불공정 논란이 있는 뉴스 콘텐츠 제휴약관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정해야 한다”며 “기존 불공정 약관은 전면 재검토(폐기)하고 새로운 약관을 투명한 공론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협회는 뉴스 학습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언론사에 할 수 있게 관련 조항을 제휴약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대가 산정 시 네이버는 언론사와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 학습에 사용한 뉴스의 규모와 범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신문협회는 “정부는 하이퍼클로바X의 학습에 사용된 뉴스 이용료의 산정 근거가 되는 뉴스 데이터의 정보, 이용 목적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신문협회는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각각 제출한 ‘생성형 AI의 바람직한 뉴스 이용과 저작권 보호를 위한 신문협회 의견’에서 생성형 AI 기업의 뉴스 무단 학습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올해 9월 세계신문협회(WAN-IFRA)도 AI 개발·운영·배포자는 콘텐츠 소유자에게 공정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글로벌 AI 원칙’을 발표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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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일 “방통위 2인 체제 위법 아니지만 5인 바람직”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방통위는) 5인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2인 체제가) 위법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허숙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의 공정성, 독립성 보장을 위해서 바람직한 방통위 구성은 5인”이라며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정원이 5인이지만 현재 이상인 부위원장만 있다. 김 후보자가 취임하면 위원이 2인이 돼 심의·의결에 필요한 최소 정족수를 맞추게 된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경험해 보지 못한 너무나 생소한 분야인데 늦깎이 도전치고는 무리한 도전”이라며 김 후보자가 방송·통신 분야 경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내부 도움을 받아 법률, 규제 관련 부분을 파악해 업무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따로 기자회견을 열고 “(김모 순경 사건에 대해) 진실된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 순경 사건은 1992년 교제 중인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12년형을 받은 김 순경이 뒤늦게 진범이 잡혀 풀려난 사건으로, 김 후보자가 주임 검사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김 순경을 기자들과 만나게 해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게 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늘 가슴 아프고 나 때문에 어려움을 당했던 일에 대해 사죄하고 싶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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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영화와 내 소설의 공통점은 진지함 속 유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옥자’ ‘설국열차’와 제 소설엔 공통점이 있죠. 모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진지한 작품이지만, 유머가 넘친다는 겁니다.” 장편소설 ‘미키7: 반물질의 블루스’(황금가지)를 지난달 국내 출간한 이탈리아 출신 소설가 에드워드 애슈턴(55)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봉 감독이 자신의 전작 ‘미키7’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키 17’(내년 3월 개봉)을 연출한 건 그 작품에서 재기발랄함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봉 감독과 영화화에 대해 2시간 이상 이야기를 나눴다. 봉 감독은 작품에 담긴 자본주의에 대한 미묘한 비판뿐 아니라 예술 작품에서 유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미키7’은 복제인간으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한 사내를 내세운 공상과학(SF) 소설이다. 주인공 미키가 새로운 행성을 찾는 개척단에 투입된 초기 모험을 다뤘다. 봉 감독이 ‘기생충’(2019년)에 이어 5년 만에 연출하고 ‘더 배트맨’(2022년)의 로버트 패틴슨과 ‘미나리’(2021년)의 스티븐 연이 캐스팅된 영화의 원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에서 3만 부가 팔렸다. 그는 “영화화 외에도 제 소설의 딸깍거리는 무언가가 한국 독자를 흔든 것 같다”며 “내가 만든 미지의 세상이 탐험되지 않은 채 남은 탓에 후속작을 쓰게 됐다. 이미 소설의 캐릭터와 설정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번 후속작은 9개월 만에 빠르게 썼다”고 했다. 이번 작품은 새 행성에 정착한 뒤 평범하게 살아가던 미키가 폭탄을 구해오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다시 모험을 떠나는 과정을 그렸다. 새 행성을 개척하려는 인간과 토종 생명체 간의 갈등은 식민주의라는 주제를 파고든다. 또 복제인간인 주인공이 툭하면 “방금 (또 다른) 날 봤어”라고 말하는 등 독자의 웃음을 유발하는 블랙 유머가 가득하다. 척박한 얼음 행성에서 벌어지는 활극은 전편보다 발전해 액션 영화처럼 생생하다. 그는 “독자를 끌어당기기 위해선 매력적인 인물, 재밌는 대화가 필요하다”며 “유머 없이 무거운 주제만 담는다면 설탕 없는 식사처럼 재미없는 소설이 되고 만다”고 했다. 그는 “난 재미와 주제의 균형을 위해 가벼움과 무거움을 공존시키려 한다”며 “블랙 코미디와 SF를 엮은 작가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커트 보니것(1922∼2007)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내년 4월 인공지능(AI)을 다룬 스릴러 장편소설 ‘Mal Goes to War’를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지구에서 AI가 사이보그의 몸에 갇힌 뒤 벌어지는 이야기”라며 “인공지능이 놀랍도록 빠르게 발전하는 현 상황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 ‘미키 17’은 재밌을까. 곤란할 수도 있는 질문에 그는 농담으로 답했다. “유감스럽게도 환상적인 영화가 될 것이라는 말 외엔 할 수가 없습니다. 워너브러더스(제작사)가 제게 비공개 계약서에 서명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절 잘라 장기를 고양이 사료 공장에 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웃음)”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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