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

이호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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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소설을 쓰며 스토리텔링에 천착한다. 숨소리까지 살아 숨쉬는 생생한 내러티브 기사가 넷플릭스 영상보다 가치 있는 컨텐츠라 믿는다.

hoho@donga.com

취재분야

2024-03-24~2024-04-23
문학/출판63%
문화 일반27%
인사일반10%
  • 尹, 정민영 방심위원 해촉 재가…새 방심위원장에 류희림 선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과거 소송에서 MBC 측을 대리해 이해충돌 방지 규정 위반 논란이 불거진 정민영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에 대한 해촉안을 재가했다. 정 위원의 해촉으로 방심위 구도가 여권 우위로 바뀐 가운데 방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류희림 방심위원(64)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대통령실은이날 언론 공지에서 “윤 대통령은 인사혁신처에서 상신한 정 위원에 대한 해촉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도네시아 순방을 마치고 인도로 이동하기 직전 해촉안을 재가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변호사이자 야권 추천 방심위원인 정 위원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과 손석희 전 JTBC 대표이사의 동승자 의혹 논란 보도 등과 관련된 소송에서 MBC 측을 대리한 것으로 나타나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이날 정 위원에 대한 이해충돌 방지 위반 고발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 위원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해 징계와 과태료 부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정 위원이 최근 해촉된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의 해촉 처분 집행정지 신청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으면서도 심의위원장 호선과 관련된 회의에 신고·회피 절차 없이 참석한 점도 이해충돌 방지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변호사인 정 위원이 MBC로부터 여러 사건을 수임해 법률 대리를 하는 등 사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도 신고나 회피 절차 없이 MBC 관계자들의 징계 조치를 결정하는 방심위 심의·의결에 56회 참석했다”며 “방심위 심의의 공정성, 독립성, 신뢰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정 위원의 해촉으로 방심위원의 정치적 구도는 여 추천 4명, 야 추천 3명으로 여권 우위로 바뀌었다. 전체회의에는 여권 추천 류희림, 황성욱, 허연회, 김우석 위원과 야권 추천인 옥시찬, 김유진, 윤성옥 위원이 참석했지만 야권 위원들은 중도 퇴장해 위원장 호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류 신임 위원장은 대구 출신으로 YTN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최근 해촉된 정연주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이 위촉한 인사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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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통위 “KBS-MBC-JTBC 팩트체크 실태 점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대선 당시 허위 인터뷰 논란과 관련해 언론사를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나선다. 방통위는 “대선 과정에서 논란을 빚은 가짜뉴스 및 허위정보 보도와 관련해 KBS와 MBC, JTBC 등의 팩트체크 시스템에 대해 실태 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해당 방송사들이 허위 인터뷰 논란이 일고 있는 지난해 3월 뉴스타파의 대장동 관련 보도를 인용 보도한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이들 방송사가 재허가·재승인 시 제출한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 계획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하고 재허가·재승인 조건을 위반한 경우 시정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시와 함께 뉴스타파의 신문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신문법에 따르면 보도 내용이 발행 목적 등을 현저하게 반복해 위반한 경우 발행 정지 명령 등을 내릴 수 있다. 문체부는 “뉴스타파가 800여 개 인터넷신문이 참여한 인터넷신문위원회의 자율심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뉴스타파가 2018년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의 콘텐츠 제휴 심사에서 70여 개 신청사 가운데 유일하게 통과한 것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관계자는 “당시 뉴스타파만 기준 점수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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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실, 신학림·김만배 인터뷰에 “희대의 정치 공작…목표는 尹 낙선”

    대통령실이 5일 지난해 대선 당시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고 허위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사건”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대선 직전 허위 정보를 생산해 민의 왜곡을 시도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성명을 통해 “대장동 사건 몸통을 이재명에서 윤석열로 뒤바꾸려 한 정치 공작적 행태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며 “김만배·신학림 거짓 인터뷰 대선 공작은 대장동 주범 그리고 언노련 위원장 출신 언론인이 합작한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사건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날조된 사실, 공작의 목표는 윤석열 후보의 낙선이었다”면서 “정치 공작과 가짜뉴스는 국민의 민심을 왜곡하고, 선거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민주주의의 최대 위협 요인”이라고 했다.대통령실은 이 사건을 두고 “김대업 정치공작, 기양건설 로비 가짜 폭로 등의 계보를 잇는 2022년 대선의 최대 정치 공작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두 사건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이회창 후보를 겨냥해 제기된 의혹이었다.대통령실은 해당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언론들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조작 인터뷰를 4개 아이템에 할애해 보도한 방송사 등 집중적으로 가짜뉴스를 실어 나른 언론 매체들이 있었다”며 “기획된 정치 공작의 ‘대형 스피커 역할’이 결과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뉴스타파의 기사를 인용해 보도한 방송사에 대한 긴급 심의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관련 민원 60여 건이 방심위에 제기된 데 따른 것이라고 방심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 정치공작의 배후를 밝히고, 공모하고 동조한 자를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까지 관련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지난해 대선과 완전히 정반대의 상황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허위 인터뷰라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진위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이상헌기자 dapaper@donga.com이호재기자 hoho@donga.com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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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共 ‘보도지침’ 맞선 이채주 前동아일보 주필 별세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을 지낸 이채주 전 동아일보 주필(사진)이 4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고인은 1958년 서울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1962년 동아일보로 옮겨 경제부장, 외신부장, 동경지사장, 출판국장, 편집국장, 주필을 지냈다. 일민문화재단과 인촌기념회 이사를 역임했다. 고인은 전두환 정권의 이른바 ‘보도지침’이 있던 1983년 5월부터 3년 8개월 동안 편집국장으로 재직했다. 가택연금 중이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치민주화를 요구하며 단식을 하던 1983년 6월, 언론은 김영삼의 이름도, 단식이란 말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동아일보는 ‘YS 단식 23일 만에 중단’ 기사를 내보냈다. 고인은 1985년 2월 총선 당시 보도지침을 여러 차례 따르지 않았고, 그해 8월 국가안전기획부로 연행돼 장시간 조사를 받으며 고초를 겪기도 했다. 고인은 2008∼2017년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국제 관계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일본 아사히신문, 중국 국책 연구기관인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과 한중일 포럼을 수차례 열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방효석 씨와 아들 석호 베리타스캐피탈 대표이사, 준호 신화씨엔에스 대표이사, 제호 기아 과장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6일 오전 11시 반. 02-2258-5940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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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대 하루키가 청년 하루키를 만나 세계관 완성”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4) 열풍이 다시 불까. 국내에 6일 출간되는 하루키의 새 장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문학동네·홍은주 옮김·사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년 만의 새 장편소설인 신간은 예약 판매만으로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 8월 다섯째 주 종합 1위에 올랐다. 문학동네에 따르면 작가의 직전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전 2권·문학동네·2017년) 1권보다 온라인서점 예약 판매량이 2, 3배로 늘었다. ‘기사단장 죽이기’ 출간 후에도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문학동네·2022년), ‘일인칭 단수’(문학동네·2020년)가 나왔지만 각각 에세이와 소설집이었다. ● “70대 하루키, 청년 시절 자신 만나 세계관 완성”신작은 30대 남자 주인공 ‘나’가 10대 시절에 글쓰기라는 취미를 공유했던 여자친구를 떠올린 뒤 ‘사방이 높은 벽에 둘러싸인, 아득히 먼 수수께끼의 도시’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하루키가 1980년 문예지에 발표했지만 책으로 발간되지 않은 동명의 중편소설을 고쳐 쓴 작품이다. 앞서 하루키는 이 중편에 나온 ‘벽에 둘러싸인 마을’이라는 설정을 1985년 장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전 2권·민음사)에 등장시킨 적이 있다. 이현자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신작을 “70대의 하루키가 43년이라는 시간의 벽을 넘어 청년 하루키를 만나 자신의 세계관을 완성한 소설”이라고 했다. 이어 “하루키가 천착해온 상실과 재생이라는 주제를 다룬다”며 “작가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람들 간의 단절 속에서도 과거 세대와 현재 세대가 교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심리묘사 집중, 초기작 매력 담겨”‘세계의 끝과…’를 포함해 하루키 작품을 다수 번역한 김난주 번역가는 신작에 하루키 초기작의 매력이 담겼다고 평가했다. 하루키는 1979년 중편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문학사상사)로 등단한 뒤 주로 개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렸다. 이후 1995년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가 일어나자 1997년 논픽션 ‘언더그라운드’(전 2권·문학동네)를 펴내는 등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김 번역가는 “신간은 여자친구에 대한 ‘나’의 감정 등 심리 묘사에 집중한다”며 “작가가 아쉬웠던 숙제(책 출간)를 매듭짓고, 하고 싶었던 말을 마무리하려 한 것 같다”고 했다. 하루키는 후기에서 “나에게 이 작품은 줄곧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신경 쓰이는 존재였다”고 했다. 그는 올해 4월 신작이 일본에서 출간됐을 때 인터뷰에서 “벽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생각하며 썼다”며 “(1980년 중편소설을 쓸 당시에 비해) 쓰고 싶은 것을 쓸 만큼 실력이 늘었고 다시 써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신작이 ‘하루키 월드’의 집대성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2002년 장편 ‘해변의 카프카’(전 2권·문학사상사)처럼 소년이 주인공이고, 2009년 장편 ‘1Q84’(전 3권·문학동네)처럼 현실과 유사한 평행세계가 등장하는 등 그의 작품세계가 강하게 녹아 있다는 것. 신작을 미리 읽은 김겨울 작가는 “벽으로 둘러싸인 미지의 도시가 등장하고, 자신의 그림자를 버려야 그 도시로 넘어갈 수 있다는 설정은 하루키 독자라면 익숙할 것”이라고 했다. 신간은 일본에서 출간 2개월 만에 40만 부가 팔렸고, 일본 오리콘 차트가 집계한 올 상반기(1∼6월) 서적 판매 1위에 올랐다. “일본어 원서를 받자마자 밤새 읽었다”는 김 번역가는 “소설적 재미를 추구하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긴 역사 속에서 충분히 읽을 만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서사적 측면을 중요시하는 독자는 지루할 것이고, 묘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신작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판매량과는 별개로 독자들이 신작의 문학적 성취 여부를 중요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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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불면의 밤, 내 안의 생체시계에 무슨 일이…

    “침대에 눕기 전까진 피곤해 죽겠는데요. 불을 딱 끄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지고 정신은 말똥말똥해져요.” 50대 영국 여성 클레어는 런던 가이병원 수면장애센터 전문의인 저자에게 이렇게 토로했다. 클레어는 5년 동안 끔찍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침대에 누워 있다가 오늘도 못 자겠다는 생각이 들면 거실로 가서 차를 한잔 마시고 부엌을 뱅뱅 돌았다. 다시 방으로 가서 잠자려 했지만 실패하기 일쑤였다. 잠들어도 1, 2시간이면 눈이 떠졌다. 저자는 오랜 상담 끝에 클레어가 잠을 못 이루는 건 과다각성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5년 동안 아이를 키우다가 다시 일을 시작한 클레어가 직장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부담감에 시달린 게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클레어에게 카페인을 섭취하지 말고, 집 안을 어둡게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또 오후 11시가 되면 목욕을 하고, 오전 6시엔 꼭 침대에서 일어나라고 했다. 항우울제, 항불안제도 처방하며 스트레스 상담을 했다. 9개월 후 클레어는 불면증에서 해방됐다. “잠이 사람의 모든 걸 바꿔요. 잠이 괜찮아지니까 진짜 다 좋아지는 느낌이더라고요.” 신경의학적 측면에서 수면장애를 다뤘다. 저자는 수면장애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개는 4일에서 17일, 쥐는 11일에서 32일 동안 잠을 자지 않으면 죽는다. 미군은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을 잠들지 못하게 고문했다. 눈을 1분이라도 붙이고 싶어 미칠 것 같은 기분에 시달리면 수감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적국의 기밀을 털어놓기 때문이다. 성인 10명당 1명은 만성 불면증에 시달리는데도 수면장애를 단순히 잠을 설쳤다고 무시하는 실정이라고 저자는 우려한다. 저자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들은 관타나모 수감자들만큼 괴롭다”. 수면장애의 유형도 가지각색이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을 앓는 환자는 아침엔 졸리고 저녁엔 쌩쌩하다. 낮과 밤이 극단적으로 바뀌는 이들을 ‘올빼미족’이라고 부르곤 하지만, 학교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이런 증상은 일상을 망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뇌가 휴식을 취하는 비(非)렘(REM)수면 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몽유병을 겪는다. 몽유병 환자 중엔 자신도 모르게 밤에 일어나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경우도 있다. 수면무호흡증에 걸리면 다양한 합병증에 시달리고, 기면병 환자는 낮에 걷다가 갑자기 쓰러져 잠들기도 한다. 저자는 현대의학이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이유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의식을 통제하는 이마엽, 감각을 처리하는 마루엽, 각성을 조절하는 신경핵 등 뇌 안의 다양한 기관이 수면에 영향을 미치지만 연구가 아직 미진하다는 것. 다만 저자는 자신이 많은 환자를 검진하고 상담한 결과 현대인의 스트레스가 수면장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환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가 몇 명인지, 연봉이 동료보다 높은지, 친구보다 배가 나왔는지 같은 비교에 덜 집착할수록 수면장애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은 못 자면 죽는다. 삶에서 잠이 필수라는 명제엔 반박의 여지가 ‘절대’ 없다”고 강조한다. 잠을 잘 못 자는 이들은 잠들기 위해 눈을 감고 양을 99마리 세고, 자기 전 따뜻한 우유를 마시거나 비싼 침대와 베개를 사기도 한다. 하지만 좋은 잠은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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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독자 만나려면, 번역 더 유연해져야[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K팝이 진정한 세계의 주류가 되려면 K를 뗀 ‘그냥 팝’ 그 자체가 돼야 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지난달 25일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 손을 잡고 미국에서 대형 오디션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를 시작한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K팝을 세계화하는 단계를 넘어 K팝 제작 시스템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방 의장은 “세계의 재능 있는 청년들에게 K팝에 기반한 멋진 그룹의 멤버가 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꿈이 있었다”며 “제작 시스템 자체가 해외에서 뿌리내려 본토 팝 시장을 공략하며 저변을 넓히는 것”이라고 했다. 방 의장은 이를 ‘또 다른 방식의 세계화’라고 정의했다. K팝과 한국문학이 세계화되는 과정이 다를 필요가 있을까. 문학 번역가 12명이 한국문학의 현실과 미래를 담은 ‘K 문학의 탄생’ 중 이형진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의 글 ‘한류를 통해 바라본 한국문학 번역의 미래’를 읽으며 든 생각이다. 이 교수는 이 글에서 한국문학 번역이 지나치게 학술적 논의에 묶여 있다고 지적한다. 오역 논란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대중문학을 해외에 소개하는 등의 현실적 접근을 상업적이고 속물적이라고 바라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해외 번역가들이 자유롭게 번역하는 길이 막혀 있다고 평가한다. 이 교수는 한국문학이 K팝의 세계화 방식을 참고하자고 말한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의 음악에 많은 해외 제작자가 참여하듯, 한국문학 번역에 더 많은 해외 번역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국인 번역가보다 미국인 번역가가 미국 독자들의 마음을 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해외 K팝 팬들이 유튜브에서 자발적으로 가사를 번역하며 노는 행위가 K팝이 오역 논란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한국문학이 학술적 오역 논란에 집착하지 말고 자유로운 번역 분위기를 독려해야 해외 번역가들이 한국문학 번역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독자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원본의 가치나 한국적 특성, 원본에 대한 충실성만을 중시하는 전략으로는 번역 독자와의 활발한 소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한국문학은 우리 것이고 우리가 제일 잘 안다는 생각을 내려놓을 때, 현지(해외) 독자들이 좀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한국문학을 공유하고 즐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대중음악과 문학을 오롯이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는 없다. 문학은 글의 비중이 음악보다 훨씬 높기에 오역에 민감한 것도 사실이다. 아직 한국문학이 K팝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가운데 이런 생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학도 다른 문화 콘텐츠의 세계화 방식은 참고할 수 있다. 문학과 대중음악의 차이점보단 공통점을 바라보면 새로운 길이 보일 수 있다. 그러면 한국문학 해외 번역자가 많아지고, 한국문학을 찾는 해외 독자들이 많아질지 모른다. 한국문학의 ‘또 다른 방식의 세계화’를 상상해본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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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신협 “네이버 AI의 뉴스 무단학습은 불공정한 저작권 침해”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 등이 소속된 한국온라인신문협회(온신협)는 네이버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가 50년 치 한국어 뉴스를 무단 학습한 데 대해 “불공정한 데다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31일 밝혔다. 온신협은 네이버가 언론사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뉴스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국신문협회가 네이버 등 국내외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에 AI의 데이터 학습으로 인한 뉴스 저작권 침해 방지를 요구한 데 동참한 것이다. 온신협은 신문협회와 이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온신협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뉴스 콘텐츠 저작권자인 언론사의 권리 존중 △TDM(Text and Data Mining·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이나 구조를 추출하는 기술) 면책 규정 도입 불가 △AI가 학습한 뉴스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불 등 3대 원칙을 밝혔다. 온신협은 “생성형 AI는 학습 데이터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뉴스 콘텐츠의 복제 및 전송을 할 수밖에 없기에 저작권자인 언론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AI 학습에 사용되는 TDM을 저작권 침해에서 면책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이미 명시된 공정 이용 규정에 더해 이 규정까지 도입된다면 한국은 저작권자 보호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뉴스 콘텐츠의 무단 활용은 콘텐츠 생산자의 의지를 꺾고, 이는 결국 생성형 AI 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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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유족 ‘서수상’ 기증… 광화문 월대 얼굴 되찾았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유족이 문화재청에 서수상(瑞獸像·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상) 2점을 기증했다. 광화문 월대(月臺·궁궐 주요 건물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터보다 높게 쌓은 단)에서 임금이 다니던 어도(御道)의 첫머리를 장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였던 1923년 전차선로가 설치되면서 치워진 것으로, 잃어버렸던 월대의 얼굴을 되찾은 셈이다. 문화재청은 “이 회장이 생전 소장해 유족이 기증한 서수상 2점은 현재 복원 중인 광화문 월대에 활용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서수상 2점은 각각 너비 57cm, 길이 198cm, 높이 60cm다. 뿔이 1개이고, 목에 털이 있다. 서수상은 고종(재위 1863∼1907년) 때 월대를 건립하면서 사용된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광화문 월대 사진을 보면 서수상의 형태와 규격, 양식이 기증품과 일치한다. 서수상은 상상 속 신비로운 동물을 나타낸 조각상으로, 서수는 왕이 정치를 잘할 때 나타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은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 서수상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올해 4월 이 회장 유족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서수상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1982년 호암미술관을 개관할 때부터 있었다. 이달 초 이 회장 유족은 “서수상이 의미 있게 활용되길 희망한다”며 기증했다. 2021년 이 회장 유족은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소장품 2만3000여 점(국가지정문화재 60건 포함)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는데, 서수상은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광화문 월대는 흥선대원군이 임진왜란 후 270여 년 동안 폐허로 남아 있던 경복궁을 중건하며 정문인 광화문의 격을 높이기 위해 쌓았다. 덕수궁과 창덕궁 정문에도 월대가 조성됐지만 좌우 난간을 두른 건 광화문 월대뿐이다. 학계에서는 경복궁 안팎을 잇는 광화문 월대에서 각종 왕실 행사가 열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23년 전차선로가 설치되며 월대는 땅속에 묻혔다. 문화재청은 월대 복원을 마무리하는 올해 10월에 기념행사를 열어 서수상을 포함한 광화문 월대를 공개할 계획이다. 김민규 동국대 불교학술원 문화재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서수상이 없었으면 옛날 사진을 바탕으로 월대를 복원해야 했다”며 “원래 유물이 돌아옴으로써 월대 복원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일제에 의해 훼손됐던 광화문 월대는 재현이 아닌 원모습을 살려내는 복원에 방점이 찍힌 만큼 실제 월대에 있었던 서수상을 기증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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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관 방통위장 취임 “무소불위 공영방송 심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사진)이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공영방송이 국민의 선택과 심판이라는 견제 속에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영방송은 각종 특혜를 당연시하면서도 노영(勞營)방송이라는 이중성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 뉴스 확산은 물론 국론을 분열시켜 온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책임하게 가짜 뉴스를 확산시키거나 특정 진영의 정파적 이해만을 대변하는 행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서비스·재원·인력구조 등의 개편까지 아우르는 공적 책무를 명확히 부여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 이행 여부도 엄격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또 “언론의 기능과 역할 상당 부분을 수행하는 인터넷 포털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부여하겠다”며 “포털에 의한 뉴스 등 독과점 횡포를 막아 황폐해진 저널리즘 생태계의 복원과 소비자의 권리 보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다산 정약용(1762∼1836)의 경세유표(經世遺表)에 나오는 구절을 소개하며 “털 하나 머리카락 하나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이 말씀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각오”라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강규형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 교수를 EBS 이사로 임명했다. 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 김성근 전 MBC 인프라본부장을 임명했다. 방통위는 상임위원 정원 5명 중 이 위원장과 이상인 위원 2명뿐이지만 전체회의 소집과 안건 의결이 가능하다. 강 이사는 2015년 9월 KBS 이사에 임명됐지만 2017년 12월 해임됐다. 강 이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들의 마약 밀수 논란 등 적절성 여부가 논란에 휩싸였으나 임명된 유시춘 EBS 이사장 문제부터 살피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MBC 보도와 수익구조 정상화를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날 KBS 여권 추천 이사 5명은 30일 열리는 KBS 이사회 회의에 김의철 KBS 사장 해임제청안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했다. 대규모 적자로 인한 경영 악화, 불공정 편향 방송으로 인한 국민 신뢰 추락을 김 사장 해임 사유로 꼽았다.과천=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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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그리움이 미움보다 세더라

    “새경프라자 3층 방문자는 유증상 시 가까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 바랍니다.” 2020년 5월 새경프라자 3층 ‘나리공방’을 방문했던 이들은 이런 문자를 받았다. 나리공방의 단골손님인 수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자 정부 당국이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연락을 돌린 것이다. 불똥은 곧 나리공방의 주인인 20대 여성 나리에게 튀었다. 손님들은 나리공방에서 운영하는 비누와 양초 만들기 수업을 더 이상 찾지 않았다. 그 대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사례라며 언론이 취재를 요청해 온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나리는 친구처럼 지내던 수미를 미워하게 된다. 두 사람은 이렇게 멀어지는 걸까.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던 2020년을 배경으로 나리와 수미의 관계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사실 나리와 수미의 관계가 틀어진 건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수미는 코로나19에 확진되기 이틀 전 딸 서하 앞에서 집 안의 물건을 부쉈다. 이를 보고 깜짝 놀란 나리는 서하를 나리공방으로 데려왔다. 나리는 시간이 지나서 서하를 돌려보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어색해진 상태였다. 나리의 마음은 계속 오락가락한다. 오랜 친구를 다시 보고 싶다가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수미의 방문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었기에 그가 미워진다. 커피 한 잔 함께 마시면 풀릴 일일지도 모른다. 수미가 코로나19로 격리된 탓에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 나리공방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을 접기로 한다. 사소한 다툼도, 갈등도 서로를 그리워하던 마음을 뛰어넘지는 못했으니까. 외로움과 사투하느니 다투면서도 함께하는 관계가 두 사람에게 행복을 선사하니까. 코로나19는 우리의 마음에 슬픔과 함께 미움을 남겼다. 다만 이 재앙 덕분에 깨달은 것도 있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 혼자보단 함께 살아가는 게 낫다는 것 말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섬세한 심리 묘사와 따뜻한 문체로 은은하게 전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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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개발에 언론사 허락없는 뉴스 활용 안돼”… 신문협, 네-카-구글에 저작권 침해 방지 요구

    한국신문협회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데이터 학습으로 뉴스 저작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22일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코리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국내외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뉴스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신문협회는 이날 의견서 ‘생성형 AI의 뉴스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한 입장’을 통해 “언론사가 막대한 투자와 수많은 정제 과정을 거쳐 생산한 뉴스 콘텐츠를 생성형 AI 개발 기업이 저작권자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학습 데이터의 이용 출처 등을 명기하지 않은 채 활용하고 있다”며 “저작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해 뉴스 콘텐츠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협회는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기업에 △AI 기술 활용을 위해 뉴스 저작권자와 이용 기준을 협의할 것 △뉴스 저작권 보호를 위해 세계신문협회의 ‘글로벌 AI 원칙’을 준용할 것 △AI 학습 데이터의 출처와 내용, 경로 등을 공개할 것 △AI 학습에 뉴스 콘텐츠를 이용할 경우 이용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 △뉴스 저작물에 대한 적정한 대가를 저작권자에게 지급하도록 보상체계를 마련할 것 등 5가지를 요구했다. 신문협회는 최근 생성형 AI 개발 과정에서 뉴스 저작권에 대한 침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의견서를 전달했다. 네이버는 24일 공개 예정인 자체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가 블로그 9년 치와 뉴스 50년 치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했다고 밝혔다. 신문협회는 이와 관련해 “언론사가 과거 네이버의 뉴스 콘텐츠 제휴 약관에 동의했다고 해서 뉴스 제공자의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콘텐츠가 활용되는 것까지 허용해준 것은 아니다”라며 “(언론사들은) 네이버가 AI 개발에 뉴스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식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저작권자인 언론사별로 이용 허락을 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휴사 공통의 ‘약관 동의’ 방식으로 사용 근거를 마련한 건 불공정 약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신문협회는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에서 생성되는 정보에 뉴스가 어떤 형식으로 적용되는지 언론사에 알리지 않았다”며 “AI 서비스가 언론사가 뉴스를 제작할 당시 염두에 둔 공익을 실현할지 불분명하고, 뉴스 가치를 왜곡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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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통위, MBC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해임… KBS 이사 황근 추천, 임명땐 여야 6 대 5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권태선 이사장을 21일 해임했다. KBS 이사로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권 이사장은 MBC 임원 성과급의 과도한 인상과 MBC 및 관계사의 경영 손실을 방치하는 등 MBC와 관계사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MBC의 부당노동행위 방치, MBC 사장 선임 과정에 대한 부실한 검증 등도 해임 사유로 들었다. 이날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국민의힘 추천)과 이상인 위원(대통령 추천)이 해임안에 찬성했으며, 김현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회의에 불참했다. 방통위는 이날 방문진 검사·감독 결과도 공개했다. 안형준 MBC 사장이 벤처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공짜 주식을 받았다는 진정서가 제출됐는데도 방문진이 본인의 해명만 듣고 올해 2월 MBC 사장 내정자로 선정했다고 방통위는 지적했다. 또 안 사장이 지원서에 영업이익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가 이날 KBS 이사로 추천한 황 교수는 14일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이 해임되면서 빈 이사 자리를 채우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로 임명된다. 황 교수는 한국방송학회 방송법제연구회장, 한국언론학회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회장을 역임했고 2009∼2012년 KBS 이사를 지냈다. 황 교수가 임명되면 총원이 11명인 KBS 이사회는 여야 구도가 6 대 5로 뒤집힌다. 권 이사장과 남 전 이사장 등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임 처분에 집행정지를 비롯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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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체부, ‘강제추행 유죄’ 임옥상 작가 재정지원 중단 검토

    문화체육관광부는 과거 부하 직원을 상대로 저지른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1심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1세대 민중미술가’ 임옥상 씨(73·사진)의 판결이 확정되면 재정 지원을 중단하거나 배제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예술인권리보장법)에 따르면 문체부 장관은 성폭력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에 대한 재정 지원 중단 또는 배제를 검토해 국가기관 등에 통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예술인 지원 기관은 해당 인물에 대해 최대 5년 동안 재정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달 7일 미술관이 운영하는 유튜브 내 임 씨 관련 영상 6건을 비공개 처리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또 홈페이지 소장품 목록에 있는 작품 24점과 작가 관련 전시·교육 프로그램 콘텐츠를 모두 비공개 처리했다. 문체부는 “앞으로는 전시 출품은 물론이고 미술관이 진행하는 교육, 심포지엄 등 모든 행사에서 임 씨의 참여를 금지할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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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여자친구가 AI와 사랑에 빠진다면

    모든 고민을 털어놓은 가장 친한 친구가 내 여자친구와 사랑을 나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더군다나 그 친구가 인공지능(AI)이라면 어떨까. 1998년 맨부커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가 2019년 낸 공상과학(SF)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AI와 인간은 친구가 될 수 있느냐고. AI는 인간과 무엇이 다르냐고. 배경은 영국 런던이다. 30대 청년 찰리는 작고 허름한 아파트에서 주식 거래로 생계를 유지하며 되는 대로 살아간다. 삶의 무료함에 시달리던 그때 인류 최초의 AI 아담이 나온다. 찰리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유산을 탈탈 털어 아담을 산다. 아담은 언뜻 보면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완성도가 높다. 심장이 뛰고 체온이 따뜻하며 피부가 매끄럽다. 말소리는 내장 스피커가 아닌 호흡과 혀, 치아를 이용해 낸다. 자신의 알몸을 가릴 옷을 요구할 정도로 수치심을 느낀다. 찰리가 음식을 만들 때면 요리법을 추천할 정도로 똑똑하다. 종종 찰리의 연애 상담도 해줄 정도로 다정하기도 하다. 찰리는 아담의 조언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이웃 미란다와 사귄다. 찰리가 미란다와 싸운 어느 날, 아담은 미란다의 방으로 들어간다. 미란다와 아담은 사랑을 나누고 찰리는 이를 목격한다. 질투심을 느낀 찰리는 아담의 전원을 껐다가 후회하곤 다시 켠다. 잠에서 깨어나듯 전원이 켜진 아담은 찰리를 바라보며 고백한다. 미란다를 사랑하게 됐다고. 소설은 AI 기술에 대한 설명을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는다. 그 대신 찰리가 아담을 믿다가 배신감을 느끼고 질투하는 감정을 깊게 파고든다. 찰리는 친구처럼 대했던 아담에게 배신당했다고 주장하지만, 평소엔 찰리가 아담을 마치 하인을 부리듯 행동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AI를 도구로만 생각하는 인간에게, AI가 의리를 지킬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경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생성형 AI 열풍이 부는 요즘, 메시지가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작가는 출판사 인터뷰를 통해 “모든 SF 소설은 사실 현재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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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간 13년 만에 1위… 단지 영화의 힘일까[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

    영화, 드라마의 원작이 출판계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특별판’이 8월 둘째 주 교보문고, 알라딘 종합 1위에 오른 건 주목할 만하다. 책은 2005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됐다. 에이전시는 한국 출판사에 “영화화 가능성이 있다”고 홍보했지만 영화로 만들어지는 책은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도 한국 출판사는 책의 가능성만 믿고 계약했다. 실제로 영화화는 수차례 무산됐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2019년 영국 출신 배우 로버트 패틴슨에게 책을 선물 받은 뒤에야 영화화가 결정됐다. 2010년 국내에 처음 양장본이 출간된 뒤에도 판매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다. 몇몇 언론사에서 서평으로 다뤘지만 13년 동안 7000부 팔렸다. 1년에 평균 538부 팔린 셈이다. 이유를 유추하긴 어렵지 않다. 분량이 많은 ‘벽돌책’은 읽기 힘들다. J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유명하지만, 한국에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처럼 누구나 아는 인물은 아니다. 또 과학자의 전기는 한국 독자가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다. 하지만 올 6월 출간된 특별판은 이달 17일 기준 5만 부 팔렸다.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오펜하이머’의 원작이기 때문이다. 출판사가 무게와 가격을 절반 가까이로 낮춘 전략도 성공에 영향을 끼쳤다. 기존 양장본은 1613g에 달하고 4만5000원이다. 이에 비해 특별판은 1056g이고 2만5000원이다. 책장에 멋으로 꽂아두는 소장용이 아니라 실제 책 읽는 독자를 겨냥한 재발간 전략이 들어맞은 것이다. 미국 소설가 프랭크 허버트(1920∼1986)의 소설 ‘듄’(황금가지)이 2021년 동명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6권에 12만 원짜리 양장판으로 출간돼 고급화 전략을 취한 것과 정반대다. 중년 독자의 비율이 높은 것도 눈에 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특별판’ 구매자의 절반 이상(57.2%)이 40, 50대다. 드라마 ‘안나’의 원작 소설 ‘친밀한 이방인’(2017년·문학동네)과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의 원작 소설 ‘마당이 있는 집’(2018년·엘릭시르) 구매자 가운데 20, 30대가 각각 58.6%, 58.2%를 차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특별판’은 픽션(소설)이 아니라 논픽션(전기)이라는 점이 중년 독자를 끌어당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책 자체의 힘은 판매량 증가의 바탕이 됐다. 두 저자는 25년에 걸쳐 오펜하이머를 취재했다. 개인 문서는 물론이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오펜하이머를 감시한 수천 쪽의 보고서도 참고했다. 친구, 친척, 동료 100여 명을 인터뷰해 오펜하이머의 삶과 원자폭탄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시대상을 엮어 심도 있는 시각으로 풀어냈다. 영화는 책의 시각을 그대로 따라갔고 평론가와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천재 감독 놀런의 탁월한 연출이 주효했음은 물론이다. 책을 안 읽는 시대,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특별판’은 책이 어떻게 영상과 공존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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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대통령, 남영진 KBS이사장 해임 재가… 해임 확정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방만 경영 감독 소홀과 법인카드 과다 사용 논란을 들어 남영진 KBS 이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14일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해임 건의안을 재가하면서 남 이사장 해임이 최종 확정됐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해임 건의안을 의결하며 “남 이사장이 KBS의 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KBS 상위 직급의 임금 구조 문제 및 과도한 복리후생제도 운영 등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방안을 추진하지 않아 KBS의 경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등 KBS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또 “과도한 법인카드 사용 논란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가 진행되는 등 KBS 이사로서의 신뢰를 상실하고 KBS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며 국민적 신뢰를 크게 저하시켰다”고 했다. 이날 해임 건의안은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야권 추천 김현 상임위원은 전체회의 중간에 퇴장하면서 해임 안건 의결에 불참했다. 남 이사장이 해임돼 총원 11명인 KBS 이사회의 정치적 구도는 여권 5 대 야권 5가 됐다. 이후 남 이사장 자리를 여권 인사가 채우면 여야 6 대 5로 여야 구도가 역전된다. 이날 방통위는 2020년 ‘TV조선 재승인 고의 감점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정미정 EBS 이사의 해임안도 의결했다. 방통위는 정 이사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EBS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크게 저하시켰다”면서 “EBS와의 신뢰 관계가 중대하게 침해됐다”고 밝혔다. 정 이사 해임은 즉시 효력이 발생했다. 방통위는 이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에 대한 해임 청문도 진행했다. 방통위는 권 이사장이 MBC 경영 관리·감독을 게을리했다는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또 권 이사장이 주식 차명 소유 의혹이 불거진 안형준 MBC 사장 선임을 주도한 점도 해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한편 남 이사장이 김 위원장 직무대행을 상대로 낸 기피 신청은 이 위원과 김 위원이 각각 찬성표와 반대표를 던져 1 대 1로 부결됐다. 남 이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임 건의안 의결은 법적 절차와 근거를 무시한 원천 무효”라며 “즉각 소송을 제기함은 물론이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불법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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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이동관, 아파트 투기”… 李 “재건축 추진 몰랐다”

    18일 열리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가 격돌을 예고했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20억 원대 부동산 시세 차익, ‘언론 장악’ 문건 의혹,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 등을 이유로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서 부적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여당은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미래 지향적인 방송정책을 추진하는 데 적임자임을 부각할 계획이다.① 20억 원 부동산 시세 차익이 후보자는 2001년 매입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2019년 재건축 준공 직후 매매해 약 20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재건축 차익을 노린 투기”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2010년 재건축이 추진돼 매입 당시엔 재건축 추진 여부를 알 수 없었다”며 “5년 실거주 뒤 아파트가 노후돼 이사했고 매도 시 양도세 등 세금도 정상 납부했다”고 설명했다.야당에선 ‘아파트 지분 쪼개기’ 의혹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잠원동 아파트 지분 1%를 2010년 배우자에게 증여했다. 지분 1%가 있으면 재건축조합 대의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당시 이 후보자는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 중이었는데 이 사실을 재산변동 사항으로 신고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당시 지분 1%에 대한 가액이 100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를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것은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또 “부인이 재건축조합 대의원으로 활동한 후 청산 뒤 포상금 수익은 없었고 청산금을 조합원 간에 고르게 나눠 약 55만 원을 수령했고 소득신고도 완료했다”고 덧붙였다.② 증여세 탈루-고액 배당 의혹이 후보자의 주식 투자와 관련해 증여세 탈루, 고액 배당 의혹도 쟁점이다. 이 후보자의 배우자는 2020년 중위험·중수익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해 2020∼2022년 배당금으로 2억3500만 원을 받았다. 야당은 “이 과정에서 이 후보자가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뚜렷한 소득이 없는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저 정도 수익을 내려면 투자금이 부부 증여세 면제 기준인 6억 원을 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후보자는 “2020년 2월 배우자에게 5억5000만 원을 증여한 뒤 세무서에 신고했다”고 밝혔다.이 후보자 부부가 받은 배당금 총액은 5억3000만 원이다. 이에 야당은 “배당수익이 과다하다”며 ELS 배당 세부 내역 공개를 요구해 인사청문회에서 공방이 예상된다.③ ‘방송 장악 문건’ 의혹야당에서는 2010년 국가정보원이 대통령홍보수석실에 제출한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 등이 좌파 성향 언론인을 분류하고 사찰했는데, 여기에 이 후보자가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해당 문건의 작성 지시를 내린 적도, 보고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관련 문건 중엔 배포 대상이 홍보수석이라고 명시된 문건도 있어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④ 자녀 학폭 무마 의혹2012년 하나고에 재학 중이던 이 후보자의 아들이 동급생 폭행사건이 있은 뒤 같은 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야당은 “이 후보자가 외압을 행사해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전학 처분은 학폭위가 열렸다고 가정해도 처벌 수위가 높은 처분에 해당한다”며 “당시 하나고 김승유 이사장에게 전화한 사실은 있으나 상황을 문의하기 위한 차원이었고 아들의 전학 결정을 그대로 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은 학폭위가 열리면 해당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남기 때문에 이 후보자 아들의 학폭위 미개최는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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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 전에도 조선 땅엔 ‘과학 강국의 꿈’ 타올랐다[책의 향기]

    “1914년 세계 전쟁이 폭발할 때 각국 학자들이 다 각각 자기 조국을 옹호하며 적국을 공격하고 독일서는 학자들이 선언서까지 공포했다. 아인슈타인은 이에 서명하지 않고 황국주의를 불척하며 평화주의를 옹호.” 1922년 11월 동아일보에는 독일 출신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에 대한 특집 기사가 실렸다. 아인슈타인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고, 일본에 방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를 소개한 것이다. 특히 기사는 아인슈타인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군국주의에 맞섰다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나라를 잃은 유대민족 출신이 과학으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민족을 위해 대학을 세우며 후학을 양성했다는 아인슈타인의 서사는 당시 조선 지식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과학을 공부하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들끓었다. 이듬해엔 유학생들 주도로 ‘상대성 이론’ 강연이 조선에서 열렸다. 올 5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3차 발사에 성공하는 등 우리나라가 과학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희망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약 100년 전 조선인들의 과학 열풍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출신으로 현재 누리호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인 저자는 동아일보 등 신문을 통해 이를 들여다본다. 조선인들이 과학에 빠진 건 자강을 위해서였다. 일제의 차별을 넘어서 인정받기 위해선 과학이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태규(1902∼1992)는 화학박사 학위를 딴 뒤 교토제국대 교수가 됐고, 이후 양자화학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성장했다. 한국 근대농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우장춘(1898∼1959)이 1935년 ‘종의 합성’ 논문을 발표해 국제적 명성을 얻은 것도 과학이라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자강은 곧 독립운동의 기반이라는 신념도 영향을 미쳤다. 독립운동가 서재필(1864∼1951)은 신학 공부를 하라는 후원자의 제안을 거절하고, 미국에서 의사가 된 뒤 한국으로 돌아와 과학을 공부해 독립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1931년 동아일보가 주축이 돼 시작한 ‘브나로드 운동’(민중 속으로)도 과학 공부를 강조했다. 1935년 서울 시내를 뒤흔든 ‘과학데이’ 행사 땐 작곡가 홍난파(1898∼1941)가 작곡하고 시인 김억(1896∼?)이 작사한 ‘과학의 노래’가 울려펴졌다. “과학 과학 네 힘의 높고 큼이여.” 물론 열망은 좌절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식인들이 최신 과학 이론은 습득했지만, 조선의 낙후된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물리학자 유카와 히데키(1907∼1981)가 1935년 중간자의 존재를 처음으로 예측하며 세계적 관심을 끌자 일제는 따라잡지 못한다는 패배감도 짙어졌다. 과학 발전이 독립은커녕 일제의 군사력 강화로만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과학에 대한 조선인들의 열망이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국뽕’(자국에 대한 과도한 자긍심을 가리키는 비속어)이라 비하할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배워 현실을 바꾸려는 선조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고 말이다. 현재를 바쁘게 살아가는 과학자인 저자가 광복절을 앞두고 선조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한 이유다. “과학으로 우리는 식민지에서 벗어나고, 전쟁의 잿더미에서 불과 몇십 년 만에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기적을 보여준 것이다. 이 책은 시대의 아픔과 비극을 과학으로 극복하려 했던 분들의 이야기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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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TN ‘흉기 난동’ 최원종 뉴스에 이동관 사진 사용…논란 일자 사과

    보도채널 YTN이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 관련 뉴스를 보도하면서 배경 화면으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사진을 내보내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11일 YTN에 따르면 전날 YTN은 뉴스에서 ‘죄송하다면서 망상증세 최원종…사이코패스 판단 불가’라는 자막과 함께 이 후보자의 사진을 약 10초가량 내보냈다. 이 후보자는 11일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언론 현주소를 아주 명명백백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YTN은 해당 뉴스 말미에 앵커를 통해 ‘배경 화면이 잘못 나갔는데 양해 말씀드리겠다’는 단순 고지만 전달했다”며 “명백히 후보자의 명예를 훼손한 이번 사고에 대해 실수라며 별일 아닌 양 넘어가는 것은 책임 있는 방송의 자세가 아니다”고 밝혔다.논란이 이어지자 YTN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뉴스 그래픽 이미지 오류 사고와 관련해 시청자와 이 후보자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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