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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국립간호대를 졸업한 마리아네 스퇴거 간호사(83)가 한국 땅을 밟은 건 1962년. 그의 나이 28세였다. 한센병 치료 시설인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행을 선택했다. 4년 뒤 마르가리타 피사레크 간호사(82)가 소록도를 찾았다. 두 간호사는 각각 43년 9개월, 39년 1개월 동안 소록도에 머물며 한센병 환자를 돌봤다. 소록도 주민 황모 씨(69)는 “48년 전 너무 아파서 죽을 위기에 놓였는데 두 분이 숟가락으로 음식을 억지로 떠먹여 20일 만에 목숨을 건졌다”며 “나에겐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했다. 두 간호사가 배설물은 물론이고 진물이 나는 상처를 맨손으로 치료하던 모습이 생생한 황 씨는 “두 간호사는 인간 사랑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소록도에 있던 수많은 한센병 환자가 두 간호사 덕분에 몸과 마음의 상처를 씻었다. 마리아네 간호사와 마르가리타 간호사는 그렇게 ‘소록도 할매 천사’가 됐다. 대한민국이 두 천사의 헌신에 보답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두 간호사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로 한 것이다. 17일 정부세종청사를 찾은 소록도성당 김연준 신부는 “다음 달에 두 분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위원회가 공식적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게 된 계기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제안이었다. 올해 4월 당시 전남도지사였던 이 총리가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본 뒤 “두 분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고 말했다. 김 신부는 “두 분께 엄청난 빚을 졌고, 감사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이 국격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위원회 위원장에는 김황식 전 총리가 내정됐다. 명예위원장에는 김정숙 여사를 추대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 총리도 김 여사를 명예위원장으로 위촉하자는 민간의 의견을 청와대에 공식 건의했다. 김 신부는 “청와대에서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두 간호사는 2005년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섬을 떠났다.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직후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마리아네 간호사는 “우리 집, 우리 병원 다 생각나요. 하지만 괜찮아요. 마음은 소록도에 두고 왔으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두 간호사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리아네 간호사는 한국을 떠날 때 앓고 있던 대장암이 완치돼 지금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요양원에 있는 마르가리타 간호사는 가벼운 치매 증상을 보이지만 소록도에서의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김 신부와 박병종 고흥군수는 6월 오스트리아를 찾아 두 간호사를 만났다. 일행은 두 간호사의 소록도 삶이 담긴 사진첩과 건강식품, 태극기와 함께 한센병 환자, 간호사, 고흥군 직원이 쓴 편지 100여 통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마리아네 간호사는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다. 소록도에 잠시나마 머무를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나에겐 크나큰 행복이었다”고 말했다. 김 신부가 “두 분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말하자 마리아네 간호사는 “결코 큰일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사양했다고 한다. 이들은 평생 소록도에서 봉사했지만 월급을 받지 않았다. 현재 유일한 생활비는 오스트리아 기초연금밖에 없다. 2015년 고흥군이 재단을 설립해 매달 1004달러를 지원하고 있는데 처음에 두 간호사가 한사코 거부해 힘들게 지원을 받도록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간호사는 고흥군이 추진한 특별귀화를 고사했다. 김 신부는 “두 분은 수녀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수녀가 아니라 간호사”라며 “이번 기회에 두 분께 간호사라는 진짜 이름도 돌려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 / 고흥=이형주 기자}

수출, 대기업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국민의 소득과 일자리를 늘려 경제를 이끌어 가겠다는 ‘제이(J)노믹스’ 실험이 시작된 지 100일이 지났다. 높은 지지율과 비교적 양호한 대내외 경제 여건을 토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약속했던 경제정책들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특히 부동산 분야에서는 새 정부 출범 후 3개월 만에 두 차례의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주택 투기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강공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주요 경제공약들 일사천리 추진 출범 100일 만에 문 대통령이 내걸었던 주요 경제 공약은 대부분 첫발을 내디뎠다. 서민·중산층의 실질 소득을 늘리기 위해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논란 끝에 11년 만에 두 자릿수 인상률로 끌어올렸다. 지난달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오른 시급 7530원으로 확정한 것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도 본격화됐다. 우선 올해 하반기에 경찰 등 공무원 2575명이 신규 채용되고 어린이집 보조교사도 4000명 늘어난다. 2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도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한 여러 가지 세제 혜택이 마련됐다. 상시 근로자를 1명 늘리면 중소기업의 경우 1년간 700만 원을 공제해주는 고용증대세제가 대표적 사례다. 공약 재원 마련과 부의 재분배를 위한 증세도 취임 첫해부터 단행했다.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명목세율이 전격 인상됐다. 이처럼 주요 경제 공약을 한꺼번에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지지율과 비교적 양호한 대내외 경제 여건이 토대가 됐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취임 90일 지지율은 문 대통령이 81%로 가장 높았다. 올해 2분기(4∼6월) 미국 경제가 2.6% 성장하는 등 세계 경제는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그에 힘입어 상반기(1∼6월) 국세 수입도 전년보다 12조 원 넘게 늘었다. 그에 반해 이명박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고 박근혜 정부는 국세 수입이 2004년 카드 사태 이후 8년 만에 목표액을 밑돌아 ‘적자 장부’를 받아 들고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J노믹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는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전환도 중요한 시점인데 발표되는 정책들에서 구조 개혁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재정지출도 늘어나는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이후 최강의 부동산 규제 ‘투기와의 전쟁’ 신호탄은 청약·분양 규제 등을 강화한 6·19부동산대책이었다. 이 대책으로 서울 전역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권 거래가 금지됐고 청약조정대상지역 수도 3곳 늘어났다. 하지만 이 조치만으로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자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최고 강도의 부동산 규제로 꼽히는 8·2대책을 내놓았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노무현 정부 때 10여 차례에 걸쳐 나왔던 부동산 규제들이 한꺼번에 부활했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2011년 말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를 끝으로 해제됐던 투기과열지구가 서울, 경기 과천시, 세종에 재지정된 게 대표적이다. 이 조치로 그간 집값 상승세를 주도했던 재건축 단지의 매매거래가 금지됐고, 3억 원 이상 주택 구입 시 자금조달계획 등을 공개하는 주택거래신고제가 도입됐다. 정부는 8·2대책 이후에도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6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투기가 축재의 수단이 된 그릇된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부동산 시장이 전례 없는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만큼 충격요법이 필요했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공급 대책이 빠진 ‘수요 억제’ 일변도의 규제만으로는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 도심은 투기 목적이 아닌 실수요만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주택이 필요한 곳에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이 동반돼야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 / 천호성 기자}

정부는 ‘살충제 계란’ 파문과 관련해 17일까지 모든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완료하고, 검사를 통과한 계란은 18일부터 시중에 유통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16일 밝혔다. 특히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농장의 경우 문제의 계란뿐만 아니라 닭에 대한 도살처분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농장에 대해 무작위 조사가 아니라 농장주가 미리 준비한 계란을 조사해 허점이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는 14일 남양주시와 광주시의 양계농장에서 살충제 계란이 발견되자 15일 오후 도내 농장주들에게 이튿날 방문 계획을 통보했다. 경기도 포천의 한 양계농장 주인은 “공무원들이 계란을 미리 준비해 달라고 해서 수십 알을 샘플용으로 골라 놨다. 농장 내부를 살펴보지 않고 계란만 받아서 갔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양계농장 주인은 “경기도에서 오전 10시에 오기로 해 계란을 다 준비해놨다”고 말했다. 또 비펜트린 성분이 초과 검출된 경기 양주시의 농장 주인 임모 씨(50)는 “경기도 동물위생연구소에서 미리 연락을 받고 아내가 계란 한 판을 준비해뒀다가 그대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농민들이 임의로 계란을 선택할 수 없게 불시에 양계장을 방문해 무작위로 골라야 한다”며 “닭의 피부와 털, 산란장 바닥의 쿠션까지 샅샅이 검사해야 살충제 검출 여부 등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문제가 있다면 보완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파문과 관련해 “국무총리가 범정부적으로 종합관리하고 현재 진행되는 전수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라”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달라”고 지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번 건의 주무부처가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돼 중복 발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두 부처가 서로 엇갈리거나 중복된 발표를 하면서 혼선이 빚어지는 등 정부의 초기 대응 부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총리를 중심으로 한 종합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이 총리도 국무회의에서 “두 부처가 국민께 정확하고 정직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늦어도 모레(18일)면 문제 있는 것은 전부 폐기하고 나머지는 시중에 전량 유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 /문병기·김동혁 기자}

15일 오후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 계란 판매대 대부분이 텅텅 비어 있고 나머지는 두부 콩나물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계란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는 마트 공지문을 본 강수훈 씨(서울 마포구)는 “이미 산 계란은 괜찮다는 건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와 농협하나로마트는 이날부터 전국 모든 점포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 문제 농가의 계란은 없지만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만큼 전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매를 중단한다는 취지다.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가 빗발치자 대형마트 3사는 구매 영수증과 계란을 갖고 매장을 방문하면 환불 조치를 해주기로 했다. 이날 주요 편의점, 슈퍼마켓 체인, 온라인 쇼핑 사이트도 일제히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 생란과 가공란, 국내산 계란을 원재료로 쓰는 간편식 제품들까지 판매대에서 치웠다. 회사 호텔 등의 위탁급식을 맡은 신세계푸드 등 급식 및 식자재 유통 기업들도 16일부터 모든 메뉴에서 계란을 빼기로 했다. 계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제빵 업계는 초비상이다. 이 업체들의 계란 비축 물량은 2, 3일치. 파리바게뜨 본사에서 만드는 빵에 쓰이는 계란은 하루에 60t, 120만 개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3일 넘게 계란 판매가 중단되면 생산 차질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에서 하루에 유통되는 계란은 4300만 개가량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장 조사가 완료된 농가에 검사 증명서를 발부하고, 유통을 허가할 계획이다. 15일 농식품부는 전체의 50% 이상 물량을 생산하는 농가에서 시료 채취를 마무리한 상태다. 전체 농가 조사는 3일 이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따라서 문제가 없으면 이르면 16일부터 안전이 확인된 계란의 유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출 농가가 속출해 단시일 내 해결이 안 되면 추석 전 ‘계란 대란’까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4일 계란 소매가(특란 30알 기준)는 7595원으로 1년 전(5350원)보다 42% 비싸다. 지난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산란계 사육 두수가 줄면서 계란 수급 균형이 깨진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검출 농장이 추가로 나와 사태가 장기화되면 가격 급등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살충제 계란’의 유통 경로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대부분 수도권에서 유통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농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살충제 계란’의 유통 경로와 수량을 확인해 전량 회수, 폐기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생산한 경기 남양주시 A농장은 하루 평균 2만5000개의 계란을 출하하며, 5곳의 도매상에 판매한다. 비펜트린이 검출된 경기 광주시 B농장은 하루 평균 1만7000개의 계란을 생산해 납품한다. A농장주는 이달 6일 피프로닐이 함유된 살충제 20L를 1회 살포했다고 남양주시에 진술했다. 9일 피프로닐 잔류 검사를 위한 시료 채취 전까지 4일 동안 이 농장 산란계들이 피프로닐에 노출돼 있었다는 뜻이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해당 기간 생산된 약 10만 개의 계란 중 상당수가 피프로닐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수거가 완료된 것은 농장에 보관 중이던 2만4000개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현재 유통 경로를 추적해 회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선식품인 계란의 유통기한이 일주일 안팎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이미 소비한 계란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정민지 jmj@donga.com ·신규진 / 세종=박희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13일 내놓은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은 관행으로 이어져 온 대형 유통업체의 ‘갑(甲)질’을 막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재고 부담을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판매분 매입’이 법으로 금지되고,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이 법을 어기면 최대 140%까지 가중된 과징금이 매겨진다. 공정위는 “앞으로 납품업체 시각에서 문제점을 찾되 대책을 검토할 때는 유통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균형 있게 고려하겠다”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단기간에 여러 규제가 쏟아지면서 가뜩이나 움츠러든 유통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적잖다.○ ‘갑질 관행’에 급제동 이날 발표된 대책에 앞으로 금지될 것으로 예고된 판매분 매입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에 재고 부담을 떠넘기거나 부당반품 금지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해 온 대표적인 거래 방식이다.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서 상품을 받을 때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나중에 소비자에게 판매한 만큼의 대금만 업체에 지불하는 것이다. 납품된 물건이 소비자에게 100% 판매되지 않으면 제조업체가 재고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 4월 열린 공정위 간담회에서도 “유통업체의 재고 비용까지 떠안게 돼 사업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는 제조업체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앞으로 납품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판매나 판촉 행사를 벌일 때도 이득을 얻은 만큼의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해당 행사로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얻은 이익이 명확하지 않으면 50 대 50 비율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그동안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인건비를 제조업체에 떠넘겨 역시 대표적인 갑질로 꼽혔다. 한 대형마트에 납품하고 있는 A업체 관계자는 “마트에서 판촉 사원을 보내라고 하면 우리 입장에선 거절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매번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이후 공정위에 신고된 전체 불공정거래 행위 중 11.9%가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 사용’이었다. 이 밖에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상품을 주문할 때는 계약서에 수량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했다. 상품 수량을 계약서에 적지 않고 구두로만 주문해 과잉 주문, 부당 반품 등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법 위반 여부 판단 기준, 반품 허용 사례 등을 명시한 ‘부당반품 심사지침’도 만든다. 이용기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침체되는 이유는 중소기업이 성장을 못하기 때문이다”라며 “이번 대책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과징금 2배로 높아진다 대금을 늦게 지급하거나 이미 납품한 물건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반품하는 경우에 부과되는 과징금도 대폭 인상된다. 공정위는 현재 법 위반 행위의 중대성을 감안해 위법 행위와 직접 관련된 금액(위반금액)에 30∼70%를 곱해 과징금을 산출하고 있다. 이를 2배인 60∼140%로 인상할 예정이다. 유통업체의 매출액을 계산하기 어려울 때 적용하는 ‘정액 과징금’도 현재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2배로 높아진다. 여기에 3배 손해배상제 등이 도입되면 대형마트의 위반금액이 1억2800만 원이라고 가정할 때 내야 할 과징금과 손해배상액은 1억9200만 원에서 5억1200만 원으로 약 2.7배로 늘어난다. 유통업체의 갑질을 신고했을 때 주는 신고 포상금도 1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인상된다. 현행 포상금이 내부 고발이나 신고를 유도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2년 신고 포상금 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포상금 신청 및 지급 사례는 2건에 불과했다.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해 시도별로 공정거래조정원과 동일한 법적 권한을 가진 ‘분쟁조정기구’를 설치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공정거래조정원이 서울에만 있어 지방에 있는 납품업체들이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보완한 조치다. 공정위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실태를 점검하고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도록 권한을 넘겨주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판매 수수료 공개 대상 업체도 늘어난다. 현재는 백화점과 TV홈쇼핑만 판매 수수료를 공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도 대상에 포함된다. 또 내년부턴 ‘대규모 유통업거래 공시제도’도 도입된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판촉 비용이나 매장 인테리어 비용, 판매 장려금 등 납품업체와의 주요 거래 조건과 현황을 공정위 홈페이지 등에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조치다. 현재는 판매 수수료 이외의 다른 조건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조치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단기간에 규제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시장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유통시장이 굉장히 침체돼 있다”며 “3배 손해배상 등과 같은 조치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 장기적인 안목에서 연착륙시킬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최혜령 기자}

정부가 지난 달에만 두 차례에 걸쳐 일부 기업에 전력 사용량을 줄이도록 하면서 수요자원거래(DR) 시장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급히 진화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주재로 간담회를 열었지만 정작 참여 기업의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데 그쳤고 정부의 갑작스러운 대규모 급전(急電) 지시로 난처해진 중소기업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정부를 의식하며 외부에 말을 아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보여주기식 행사’만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위해 인위적으로 전력 수요를 낮추고 있다는 논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발전소 건설보다 낫다고 강조 10일 이인호 산업부 1차관은 인천 동구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업계 간담회를 갖고 “수요자원 거래를 통해 확보한 단위 시간당 발전량(4.3GW)이 원전 3, 4기 용량에 이를 정도다. 발전소 건설보다 (수요관리가) 훨씬 더 경제성이 있다”고 밝혔다. 2014년 11월 처음 도입된 DR 시장 제도는 전기 사용자가 전기를 아낀 만큼 전력 시장에 판매하고 금전 보상을 받는 제도다. 공장, 마트 등이 정부와 계약을 맺은 뒤 급전 지시에 따라 약속한 만큼 전력 사용량을 줄이면 정부가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 정부가 수요관리사업자에게 감축 지시를 내리면 이 사업자가 다시 참여 기업을 모집해 지시를 전달하는 형태다. 이 차관은 “DR 시장에 대한 오해를 해소해 일반 가정도 참여할 수 있는 ‘국민 DR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파트나 상가 등이 급전에 참여하고 전기를 아끼면 금전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공장 위주로 이뤄졌던 수요관리를 아파트 단지 등으로 확대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 잇따르는 급전 지시에 당혹 피크 계절 및 시간대의 사용량을 낮추기 위해 수요관리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업계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정광하 현대제철 이사는 “급전 지시를 받으면 1시간 안에 계약한 전력량을 줄여야 하는데 생산 공정을 지키려면 1시간 만에 작업을 중단하긴 어렵다. 급전 지시에 좀 더 여유를 달라”고 말했다. 급전 지시가 반발을 불러온 것은 정부와 일부 수요관리사업자가 제도 취지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무리하게 참여 업체를 모집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년에 최대 60시간까지 지시를 내릴 수 있게 계약을 맺지만 지난해 실제 급전 지시가 내려진 시간은 총 5시간에 그쳤다. 업체들은 올해도 이 정도 수준일 줄 알고 계약을 맺었다가 잇따르는 급전 지시에 당혹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선 급전 지시로 피해를 본 업체들의 목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산업부 관계자는 “DR 참여 업체 중 우수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급전 지시 이후 5분 만에 감축에 나서면 더 많은 보상을 주는 등 인센티브 구조를 추가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달했다. 반면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는 “암묵적으로 간담회 내용을 외부에 말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였다”고 귀띔했다. 정부 급전 지시에 피해가 큰 중소기업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수요관리사업자는 “대기업은 사무실 불을 끄는 정도로 감축량을 채울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공장을 멈춰야 겨우 가능하다”면서 “앞으로도 현 수준으로 급전 지시가 내려오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인천=박희창 ramblas@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

올 들어 일자리가 6개월째 매달 30만 개 이상 늘고 있지만, 정작 20대 일자리는 3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이 악화되는 등 청년 고용 상황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체감실업률은 22.6%로 지난해 7월(21.6%)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체감실업률이란 사실상 실업 상태인 구직 단념자,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해 계산한 실업률이다. 사전적 의미의 실업자(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는데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로만 계산한 청년실업률도 9.3%로 두 달 연속 1년 전보다 상승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20대 고용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구직 실패자는 물론 취업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한 이들이 줄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0∼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만8000명 줄어든 381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20대 취업자는 올해 들어 3월(+3만4000명), 4월(+5000명)을 제외하고 계속 감소 추세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등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뼈아프다. 올해 2분기(4∼6월) 300명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만5000명 감소해 7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한편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1만3000명 늘었다. 하지만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업 취업자는 각각 1만8000명, 1만2000명 감소했다. 건설 경기 침체로 건설업 취업자(10만1000명)는 전달보다 증가 폭이 4만8000명 줄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자리 창출 등에 들어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에서 11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당초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했던 구조조정 규모(9조 원)보다 2조 원 늘어난 수준이다. 9일 김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새 정부 첫해에 확실한 지출 구조조정이 돼야만 5년 동안 계획한 국정과제 이행을 뒷받침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다음 주까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1일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 부총리는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투자는 축소하고 복지, 일자리는 확대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몇몇 부처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부처가 구조조정의 아픔을 함께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인 출신의 ‘실세 장관’이 임명된 일부 부처의 소극적인 예산 감축 움직임에 강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그는 8·2부동산대책에 대해선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면밀하게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필요하면 추가 조치를 시행해 투기를 근절하고 실수요자는 차질 없이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이달 말 발표된다. 김 부총리는 “가계부채 증가세 연착륙과 빚을 지고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등 2가지를 축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로 중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제약할 수 있는 과다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서민 주거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주거 복지 로드맵’이 다음 달 공개된다. 노후한 공공청사 개발을 위해 ‘노후 공공 건축물 재생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복합개발 선도 사업지를 선정한다. 개발 사업자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주택공급 규칙도 다음 달 개정된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수출 증가세가 갈수록 약해지는 등 한국 경제 회복세가 둔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정부의 자체 진단이 나왔다. 8·2대책 부작용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거나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기획재정부는 8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환욱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소비를 포함한 경제지표들이 한 달 좋아졌다가 다시 안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7∼12월)에는 수출 증가 폭도 둔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향후 경기를 나쁘게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수출 증가세 둔화에서 찾을 수 있다. 7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9.5% 늘어났지만 이는 반도체 호황과 일시적인 선박 수출 증가에 따른 착시 현상이었다. 반도체, 선박을 제외하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1분기(12.5%)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장기 호황)’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경기를 주도해야 할 소비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올 1, 2분기 소매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전기요금 등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비용 구조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회복세를 만들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불확실성을 줄여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연봉 7000만 원이 부자도 아닌데 투기꾼 취급만 받고, 혜택은 전혀 못 받네요.” 서울 여의도에 전세로 사는 연봉 7200만 원 직장인 윤모 씨(38)는 최근 이사 계획을 접었다. 그는 올해 초 집주인에게 매달 80만 원씩 주는 소위 ‘반(半)전세’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 마포에 7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8·2부동산대책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줄어들면서 자금 조달 계획이 꼬였다. 속상한 일은 부동산 장만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세법(稅法)이 바뀌며 월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연봉 7000만 원이 넘는 사람은 일괄 제외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의 연봉이 200만 원만 낮았다면 공제한도를 채워 9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윤 씨는 “투기꾼을 잡겠다는 부동산 대책과 중산층을 돕는다는 세제 혜택이 내게는 도움은커녕 피해만 준다”며 씁쓸해했다. 세법 개정안과 부동산 대책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30, 40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내 집 마련 오히려 힘들어져 젊은 직장인들은 우선 자신들과 같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40%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1건 이상 있는 사람은 여기서 10%포인트 더 낮은 30%가 적용된다. 이런 조치에 모아둔 현금이 없는 젊은 직장인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들은 주택을 마련할 때 대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신모 씨(35)가 대표적인 사례다. 맞벌이를 하는 신 씨는 부부 합산 연봉이 1억 원 정도. 그는 서울의 6억 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려다 이번 대책이 나오자 포기했다. 그는 “대출을 끼고 집을 산 다음 꾸준히 빚을 갚는 방식은 이제 어렵게 됐다”며 “부유층 자녀들은 부모에게 집을 증여받기라도 할 텐데 우리 같은 월급쟁이는 거의 몇십 년 동안 내 집 마련을 못 하게 됐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무주택자를 위한 청약 가점제가 확대된 것도 30대 중산층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민영주택을 공급할 때 85m² 이하 물량의 75%에 적용하던 가점제가 100%로 확대된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저축 가입 기간에 따라 계산한 점수가 높을수록 당첨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대적으로 자녀가 없는 젊은 부부에게는 불리한 방식이다. 결혼 4년 차 직장인 김모 씨(32) 역시 올 연말부터 서울에 청약을 넣어보려 했지만 이번에 가점제가 확대되면서 사실상 당첨이 어려워졌다. 그는 “자식 없는 신혼부부는 새 집 살지 말라는 것”이라며 “청약을 받겠다는 생각에 동작구에 있던 아파트도 팔아 무주택자가 됐는데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부자들을 잡겠다며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가 애꿎은 무주택 중산층이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 만큼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은행 대출은 ‘흙수저’ 직장인들이 비교적 빨리 자기 집을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 LTV를 너무 낮춤으로써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LTV, DTI 강화로 적은 금액만 대출을 받게 되면서 도리어 서민 중산층이 집을 살 때 불리해졌다”며 “돈 없는 사람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제 혜택에서도 ‘그림의 떡’ 세제 혜택의 각종 요건도 ‘연소득 7000만 원’이 기준선이 되면서 이를 넘어선 30, 40대 직장인들의 불만이 적잖다. 대표적인 것이 월세 세액공제다. 정부는 월세 세입자를 위해 연간 납입하는 월세액의 12%를 세액공제로 돌려주기로 했지만 연봉이 7000만 원을 넘으면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직장 때문에 서울 강남에서 월세살이를 하는 류모 씨(37)는 “7000만 원이 많아 보이지만 사실 월 급여로는 세후 5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4인 가족이 살기에 빠듯한 편인데 공제 혜택에서도 제외돼 아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도서 및 공연비 지출액의 30%를 소득공제하는 제도도 이번에 신설됐지만 이 역시 연소득 7000만 원 이하 계층에만 혜택을 준다. 개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아니지만 임금을 많이 올려주는 기업에 공제 혜택을 주는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대상도 연봉 1억2000만 원 미만 근로자에서 연봉 7000만 원 미만 근로자로 기준이 바뀌었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1년 근로소득이 6000만 원을 넘고 1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소득자는 총 186만 명에 달한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중견기업 등에서 일하는 30, 40대 직장인 중 상당수가 여기에 속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산층의 소외감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박희창 / 주애진 기자}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이 세계 최대 원전 시장인 미국에서 안전성 평가를 통과했다. 전체 6단계 중 3단계 통과를 한 것이지만 미국 당국으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4일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이 6월 미국 원자력 당국의 안전성 기준을 일부 획득했다고 밝혔다. 한수원 측은 “APR-1400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본심사를 받고 있다”며 “6월에 전체 6개 단계 중 3단계에 해당하는 1차 안전성 평가를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항목 수로 따지면 전체 2200개 항목 중 2100개가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APR-1400은 3세대 원자로에 해당한다. 원전 중대사고 발생 비율을 이전 단계인 2세대(1만 분의 1)보다 크게 낮은 10만 분의 1까지 줄였다. 한국에서는 신고리 3호기에 APR-1400이 적용돼 지난해부터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건설 중단 여부가 결정되는 신고리 원전 5, 6호기 역시 이 모델의 원자로가 들어갈 예정이었다. 한국형 원전의 수출 가능성은 최근 높아지고 있다. 미국 당국의 안전성 인증 전에 이미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사업에도 APR-1400 도입이 유력한 상태다. 영국 정부 역시 APR-1400의 안전성에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 학계에서는 “탈(脫)원전 정책 때문에 건설 중단이 논의되는 한국 원전이 오히려 해외에서 인정받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한국에서 최종적으로 한국형 원전 건설을 중단할 경우 해외에서도 부품 공급 중단 등을 우려해 채택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 한편 신고리 5, 6호기 건설 영구 중단에 대한 공론화위원회의 결정 사항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국가 기관의 유권 해석이 나왔다. 이날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받은 법률 검토 자료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공론화위가 발전소 사업 허가나 건설 허가를 내릴 수 없다”고 해석했다. 또 “국무조정실이 행정명령으로 원전 건설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거 조항도 없다”고 덧붙였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박희창 기자}
# 직장인 임모 씨(34)는 최근 서울 노원구 중계동 아파트를 계약한 게 후회스럽다. 월세를 받을 목적으로 투자했지만 8·2부동산대책으로 양도세 면제 규정이 강화돼 본인이 2년 이상 그 집에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 임 씨는 “잔금을 2일까지 치렀으면 이번 규제를 피할 수 있었는데 그럴 형편이 못 됐다”고 말했다. #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들은 “17억 원(전용면적 72m²)짜리 ‘급매물’이 나왔다”는 문자메시지를 돌렸다. 당일 계약한다는 조건으로 전날(1일)까지의 시세(최고 18억5000만 원)보다 1억5000만 원 낮은 가격에 나온 매물이었다. 초고강도 부동산 규제인 ‘8·2대책’이 나온 다음 날인 3일, 서울 부동산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날부터 당장 25개 구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재건축 조합원의 매매 거래가 금지되는 등 강력한 규제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서울 곳곳의 공인중개사무소와 재건축 조합에는 집주인과 투자자들의 걱정 어린 문의가 빗발쳤다. 가장 큰 혼란에 빠진 곳은 그동안 매매 시세가 가파르게 뛰었던 강남4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구). 이 지역에선 대책 발표 당일 규제를 피하기 위해 급매물을 투매(投賣)하는 움직임이 줄을 이었다. 서초구 잠원동 재건축 단지에서는 시세보다 1억∼2억 원 낮은 가격에 나온 매물이 거래됐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에서는 급하게 잔금을 치르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날(2일) 하루에만 이례적으로 10건의 매매 거래가 신고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책 발표 직후부터 거의 모든 거래가 ‘올스톱’된 상태라고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설명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규제와 맞닥뜨린 재건축 조합들도 사업 차질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사업 속도가 비교적 느린 단지의 주민들 사이에서는 ‘조합 설립을 아예 정권이 바뀔 때까지 미루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잠원동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나빠서 일반 분양 시기를 미루고 싶지만 정부가 곧 분양가상한제까지 검토한다고 하니 진퇴양난”이라고 전했다. 지방도시 중 유일하게 투기지역에 포함된 세종에서도 분양권 시장 등이 요동쳤다. 보람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가계약금을 포기하면서까지 거래를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천호성 thousand@donga.com / 세종=박희창 / 김성모 기자}
문재인 정부가 정권 출범 후 첫 세법 개정에서 ‘부자 증세’를 단행했다. 10만 명의 고소득층 및 120여 개의 대기업 법인으로부터 6조 원을 더 걷기로 했다. 그 대신 280만 명에 이르는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에 1조 원의 감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7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우선 연간 과세표준 3억∼5억 원인 고소득층의 세율을 38%에서 40%로, 5억 원 초과자는 40%에서 42%로 각각 2%포인트씩 올렸다. 이에 따라 대기업·금융회사 임원, 전문직 종사자 등 9만3000명의 고소득자가 1조8000억 원의 세금을 더 부담하게 됐다. 법인세는 ‘과세표준 2000억 원 이상’의 구간을 새로 만들어 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올렸다. 법인세율이 오른 것은 1991년 이후 26년 만이다. 이 구간에 해당하는 기업은 지난해 기준 129곳으로 세수 효과는 연간 2조5500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렇게 늘린 세금을 서민 지원과 일자리 확대에 사용할 계획이다. 근로·자녀장려금 확대(1400억 원), 고용증대세제 신설(3800억 원) 등을 통해 8200억 원이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지원에 쓰인다. 당국은 278만 명의 서민·중산층과 1만400개 기업에 세제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근로소득자의 절반에 이르는 면세(免稅)자를 줄이지 않은 채 소수의 초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핀셋 증세’만 한 것은 재정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편 가르기만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당장 법인세 인상 등에 반대하고 나서 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은 “정부가 일단 증세를 선택한 상황이라 고소득층의 세금 인상이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법인세 인상은 장기적인 기업 투자환경 악화를 초래하는 만큼 더 신중히 결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박희창 기자}
올해 2분기(4∼6월) 해외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이뤄진 ‘직구(직접 구매)’ 금액이 1년 전보다 30% 가까이 늘며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해외 직구 금액은 5320억32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2% 늘어난 규모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많이 는 것이다. 손은락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은 “전반적으로 환율이 떨어졌고 해외 직구 국가도 다변화되면서 구매 건수 자체가 지난해 2분기보다 38.4% 늘었다”고 설명했다. 1일 원-달러 환율은 1121.9원으로 올해 1월보다 7.2%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했다. 또 미국이 해외 직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4%로 1년 전보다 7.4%포인트 낮아졌고, 유럽연합(EU)은 19.2%에서 21%로 커졌다. 기존에 미국에서 많이 샀던 옷, 신발, 가방 등을 유럽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2분기 EU 직구 금액의 50.7%가 의류·패션 관련 상품이었다. 한편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 보복 여파가 이어지면서 중국에서 한국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역직구’는 올해 1분기(1∼3월)보다 28.9% 줄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정부는 2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고소득자의 세(稅)부담을 늘리는 대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여럿 담았다. 또 청년 정규직을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1인당 연간 1000만 원을 공제해 주는 등 일자리 늘리기를 위한 방안도 넣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변화를 정리했다. Q. 연봉이 약 4억 원이면 얼마나 세금을 더 낼까. A. 4인 가족 외벌이로 연봉이 4억 원 정도면 과세표준이 약 3억5000만 원에 해당한다. 이 경우 소득세가 1억1360만 원에서 1억1460만 원으로 100만 원 오른다. 또 과표가 4억 원이면 200만 원, 5억 원이면 400만 원 각각 오른다. 대기업의 경우 만약 과세표준 5000억 원이면 이번 법인세율 인상에 따라 세금이 1095억8000만 원에서 1185억8000만 원으로 90억 원 늘게 된다. Q.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도 있나. A. 무주택자이면서 연간 총급여가 7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의 월세 세액공제율이 현행 10%에서 12%로 오른다. 예를 들어 매달 50만 원씩 월세를 낼 경우 지금은 연간 월세 총액(600만 원)의 10%인 60만 원을 세액 공제받지만, 내년부터 72만 원을 공제받게 된다. 다만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월세 총액은 연간 750만 원까지다. Q.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도 세제 혜택이 있다는데…. A. 부모와 같이 살기 위해 1가구 2주택이 됐다면 한 채는 천천히 팔아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5년 이내에 집을 팔아야만 1가구 1주택으로 인정돼 양도소득세가 면제되지만 앞으로는 10년 동안 2채를 보유해도 된다. 또 배우자나 부양 자녀 없이 70세 이상 부모를 모시는 경우에는 ‘홑벌이 가구’로 분류돼 근로장려금을 최대 연 2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Q. 의료 분야에서는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나. A. 그동안 암이나 심장 질환, 난치성 질환, 결핵 등에 걸린 사람은 ‘건강보험 산정특례자’로 지정해 왔다. 중요 질환의 경우 최대 5년 동안 의료비의 본인 부담률을 0∼10%로 낮춰 주는 제도다. 하지만 공제 한도가 연 700만 원으로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 세법 개정부터 한도 없이 전액 공제받을 수 있다. 내년에 지출하는 의료비부터 적용된다. Q. 소득공제를 더 많이 받기 위해 챙겨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A. 전통시장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의 소득공제율이 30%에서 40%로 오른다. 또 총급여 7000만 원 이하 근로자라면 책을 사거나 공연을 보러 가는 데 쓴 돈을 30%(현행 15%)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내년 7월부터 결제한 금액에 적용된다. Q. 해외 고가 쇼핑에 대한 과세가 강화된다던데…. A. 해외에서 카드로 물건을 사거나 현금을 인출할 때 건당 600달러가 넘어가면 관세청에 실시간으로 거래 명세가 통보되니 유념해야 한다. 지금 기준은 분기 합계 5000달러다. 이르면 내년 2월 시행된다. 또 해외 금융계좌 잔액이 5억 원을 넘으면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Q. 맞벌이 가정인데 지난해 소득이 2500만 원 미만이다. 근로장려금은 어떻게 달라지나. A. 1년 동안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이 최대 23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20만 원 늘어난다. 단독 가구(77만 원→85만 원)나 홑벌이 가구(185만 원→200만 원)의 경우에도 최대 지급액이 인상된다. 장애인은 연령 제한(30세 이상) 없이 근로장려금을 받는다. 혼자 한국 국적 자녀를 키우는 외국인도 자녀 한 명당 50만 원의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Q. 고용을 늘리면 혜택을 받을 수 있나. A. 일자리 창출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준다. 고용증대세제를 만들어 상시 근로자를 한 명 늘리면 중소기업 700만 원, 중견기업 500만 원을 1년간 공제해준다. 청년 정규직이나 장애인 고용을 늘리면 중소기업 1000만 원, 중견기업 700만 원, 대기업 300만 원으로 공제 금액이 오른다. 사회보험료 세액 공제와 중복 혜택을 받는다. Q.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도 세제 혜택이 있나. A.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면 세액공제액이 기존 1인당 7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결혼과 임신 등으로 경력이 끊긴 ‘경력단절여성’을 재고용하는 기업에 대한 인건비 세액 공제(2년간) 비율도 현행 10%에서 30%로 높아진다. Q.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강화한다던데…. A. 정부는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편법 증여라 보고 세금을 추가로 매겨왔다. 지금까지는 대기업의 경우 특수관계법인과 거래 비율이 30%가 넘을 때만 문제가 됐지만 이제는 거래 비율이 20%를 넘고, 그 액수도 1000억 원이 넘으면 세금이 늘어난다. 상속·증여세를 낼 때 기한 이내에 신고하면 세액의 7%를 깎아주던 것도 3%로 낮아진다. Q. 내년부터 수제 맥주를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다고 하는데…. A. 그렇다. 지금까지 수제 맥주는 맥주 제조장이나 술집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제한을 완화해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가 만든 수제 맥주를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에서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국산 맥주의 인기와 경쟁력을 회복시키려는 취지다.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최혜령 기자}
정부는 이번 증세(增稅)가 고소득자의 세금을 올려 서민을 지원하는 소득 재분배 정책이라고 밝히며 납세자들의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증세 대상이 한정되다 보니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마련해야 할 178조 원의 조달에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도 소득세 면세(免稅)자 비율(2015년 기준 46.5%) 축소는 세법 개정안에 담지 않아 반쪽짜리 세제 개편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 따라 세금이 연 5조5000억 원 더 걷힐 것으로 추산했다. 서민,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로 줄어드는 세수(8200억 원)까지 감안한 수치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비과세·감면 정비와 과세 기반 확대 등으로 국세 수입을 연평균 15조5000억 원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부자증세로 세금을 더 걷어도 정부 목표치의 3분의 1에 불과한 규모다. 이 때문에 정부가 증세 대상을 넓히는 정공법을 택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올 6월 발표에서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을 10%포인트 줄이면 추가로 1조2000억 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대신 논의를 뒤로 미뤘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상위 10%와 하위 10%가 내는 세금을 비교했을 때 영국은 44배, 한국은 750배 차이가 난다. 그런데 소득 재분배 효과는 영국이 더 크다”면서 “중요한 이유가 영국은 국민의 90%가 세금을 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증세 대상을 고소득층에 한정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표를 의식해 증세에 반발하는 여론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세수 효과가 늘어나는 재정지출을 채우기에는 부족해 재정 적자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경유세 인상도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담지 않고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 경유세를 올려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는 작다는 게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지만 경유세 인상에 따른 국민적 반발을 피하려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종교인 과세 역시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종교인 과세는 유예기간이 끝나 내년 1월부터 시행돼야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종교인 과세는 할 준비는 갖춰져 있는데, (시행) 여부와 만약에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할지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에 따라 종교인 과세의 시행 시기가 또다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박희창 기자}
올해부터 비정규직, 간접고용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근무 시간을 단축해 정규직을 추가로 채용하는 공공기관은 경영평가에서 최대 10점의 가점을 받게 된다. 지난 정부에서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던 성과연봉제는 평가 항목에서 제외됐다. 기획재정부는 3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 수정안’을 의결했다. 수정안에는 현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공약에 따라 이와 관련한 공공기관의 실적과 전략을 평가하는 항목이 새로 포함됐다. 이 항목에만 10점이 부여돼 올해부터 경영평가는 110점이 만점이 된다. 정부는 또 ‘탄력 정원제’도 도입해 올해 정규직 직원을 추가로 채용한다. 탄력 정원제는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인건비를 크게 늘리지 않고 정규직을 추가 채용하는 방식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이다. 기존 평가 기준에 들어 있던 ‘성과연봉제 운영의 적절성’은 삭제됐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보수 관련 제도가 합리적으로 돼 있는지를 측정하던 기존 지표로 대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공공부문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 기존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방만 경영만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공공기관이 하고 있는 일을 10년 후에도 공공부문에서 담당하는 게 필요한지, 적정한 인력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과정 없이 정규직 직원만 늘리는 것은 이들에게 월급을 줘야 하는 국민들에게 가혹한 미래 부담을 안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여당과 정부를 중심으로 증세(增稅)를 포함한 세법 개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고용을 늘리거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도 추진된다. 하지만 이런 작업 과정이 여당과 청와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잇따르면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올해 세법 개정안에 대한 당정 협의를 열고 고용을 늘린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혜택을 지금보다 늘리기로 했다. 또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임금을 올려주는 기업을 대상으로 세액공제 혜택도 확대한다. 당정은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근로장려금(EITC)을 인상하고, 영세 음식업자가 농수산물을 사면 부가가치세를 일부 깎아주는 ‘의제매입 세액공제’도 늘리기로 했다. 영세 자영업자에 대해 한시적으로 체납 세금을 면제해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그 대신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재부가 적극 추진했고 전날까지만 해도 당정 협의안에 포함될 것으로 확실시됐던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연간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추는 개정안은 이날 당정 협의 직전 급작스레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여권 관계자는 “세법 개정안 초안에 담겼지만 청와대의 반대로 최종안에서 빠졌다”고 전했다. 종합과세 개정안은 기재부가 비과세 감면 축소를 위해 직접 낸 아이디어다. 김 부총리도 이를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혔다. 김 부총리는 5월 21일 지명된 직후 “세율 인상보다 금융소득 분리과세를 종합과세로 전환하는 등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국회에 제출한 청문요청서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제 주무 부처인 기재부의 아이디어는 빠지고 여권과 청와대가 미는 초고소득자 및 대기업 증세안만 속도를 내게 됐다. 이에 따라 김 부총리가 청와대나 여당과 협상 과정에서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온다. 김 부총리가 “세율 인상은 없다”고 공언한 이후 여당 대표의 발의로 소득·법인세 인상이 공식 추진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된 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기재부가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재부 내부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수군거림도 들린다. 25일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결정 과정에서도 청와대의 요구로 기재부 초안이 대폭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전략회의를 앞두고도 청와대와 기재부의 이견이 작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재부 당국자는 “청와대 정책실 신설 이후 경제정책 문제에 청와대의 장악력이 커졌고, 교수 출신 경제수석비서관과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기재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는 “최순실 사태를 거치며 장관들에게 권한 위임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룬 만큼 경제정책은 경제부총리가 책임지고 주도하는 모습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박희창 / 박성진 기자}
올해 조세부담률이 20%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가 초(超)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대한 증세에 나서면서 내년부터 ‘조세부담률 20% 시대’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2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국민이 낸 세금 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조세부담률은 19.7%로 추산됐다. 이는 조세부담률이 가장 높았던 2007년(19.6%)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조세부담률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17.9%)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조세부담률이 높아진 것은 경제성장 수준에 비해 세금이 더 많이 걷혔다는 뜻이다. 특히 예년과 매출은 비슷했지만 유가가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이익을 많이 올린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 5월까지 법인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조3000억 원 더 걷혔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석유, 화학 등을 중심으로 수입이 늘어 부가가치세가 2조5000억 원 증가한 것도 주요인 중 하나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증세 정책들은 향후 조세부담률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과표 2000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 세율을 22%에서 25%로 높여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새 정부가 복지를 중시하는 만큼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선 조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조만간 20%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출 규모를 늘리면 자동으로 조세부담률은 높아지기 때문에 지출을 늘리는 데 대한 가치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정부와 여당이 고소득·고액자산가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의 분리과세 기준을 현행 연간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법인세와 소득세 증세에 이은 세 번째 증세 방안이다. 시행되면 세수가 늘어나지만 조세저항이 생길 우려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27일 열리는 당정협의에서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며 “금융소득이 많은 고소득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금융자산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연간 2000만 원 이하면 종합과세 적용을 받지 않는다. 분리과세로 14%의 단일 세율을 매겨 종합과세보다 세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어가면 소득에 따라 최대 40%까지 세율이 적용되는 종합과세가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국회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1000만 원으로 내리면 대상자가 11만3000명에서 45만6000명으로 증가하면서 세수 효과가 연간 3000억 원 정도 발생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 밖에 기업이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재고용할 때 주는 세제 혜택도 늘린다. 지금은 중소기업에 한해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다시 고용하면 2년간 인건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기업에 세액공제를 하고 있는데, 중소기업 공제율을 20%로 올리고 새로 중견기업도 대상에 추가해 10%의 공제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과세표준 3억∼5억 원 구간의 세율을 신설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8%에서 40%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진 psjin@donga.com / 세종=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