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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 논란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김유진 프리랜서 PD(29·사진)를 둘러싸고 가족들이 법적 대응을 예고해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김 PD는 일반병실로 옮겨져 회복 중이다. 이원일 셰프의 예비 신부인 김 PD는 과거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PD의 언니는 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동생을 향한 무분별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행위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김유진 PD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 PD는 자신의 비공개 SNS 계정에 심경을 담은 글을 올린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PD는 “억울함을 풀어 이원일 셰프,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의 가족들에게 더 이상의 피해가 가지 않길 바라는 것뿐이다.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고 밝혔다. 김 PD는 이 셰프와 결혼을 앞두고 MBC ‘부러우면 지는 거다’에 함께 출연했다. 방송 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김 PD가 과거 학교 집단 폭력 가해를 주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후 두 사람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폭행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은 “‘사실 여부를 떠나’ 사과한다는 말로 2차 가해를 하고 (저를) 3차 가해하는 댓글까지 달리고 있다”고 밝혀 폭행을 둘러싼 진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객석에 들어서자 무대를 가로막은 2m 높이의 검은 막이 보인다. 막에는 프랑스 작가 장 주네의 사진이 줄지어 붙어 있다. 낯선 무대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순간 홀연히 나타난 배우들이 “나는 장 주네입니다”라고 말하며 그의 생애를 들려준다. 잠시 암전(暗轉). 불이 켜지면 관객들은 배우가 열어준 좁은 문을 지나 가림막 안으로 향한다. 그 안의 ‘진짜 객석’에 모두 앉으면 배우와 제작진 30여 명이 오직 관객 14명을 위한 극을 펼친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인근에서 만난 ‘작가, 작품이 되다1―장 주네’의 박정희 연출가(62)는 “스마트폰으로 인간적 감각이 둔화된 요즘 연극이 감상에만 그치면 성에 안 찬다”며 관객참여형(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을 통해 관객이 강렬한 예술적 체험을 얻고 삶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연극이란 게 수익을 낼 수 없기에 객석 수는 크게 상관없다”며 웃었다. 1999년부터 극단 ‘풍경’을 이끌며 인간의 본질과 동시대성을 파고든 박 연출가는 이번 공연에서는 ‘버려짐’에 주목했다. 고아, 범죄자, 성소수자로 살다 작품으로 인정받은 장 주네의 삶과 그의 희곡 ‘병풍들(Les paravents)’을 통해 사회에서 버려진 이들을 조명한다. 병풍들은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만들어진 영웅’이자 희생자, 소수자였던 한 가족을 다룬다. 박 연출가에게 버려진다는 건 기억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그는 지난해 ‘버닝썬’ 사건을 지켜보며 이 주제에 천착했다. “버닝썬은 폭행사건에서 시작해 미성년자 출입과 불법고용 문제가 불거졌다. 그런데 사건이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 피해자인 미성년자들은 잊혀졌다. 이처럼 기억 속에서 버려지는 약자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는 연극적 약속과 리얼리즘의 경계를 넘나들고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이머시브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에 변화를 줘야 했다. “본래 별도 공간에 장 주네 관련 소품, 사진 전시를 기획했다. 배우가 전시를 설명하며 대화하다 관객 손을 잡고 무대와 객석으로 이끄는 체험도 구상했다. 밀접 접촉에 제약이 생긴 탓에 아쉬움이 남는다.” 몸의 움직임을 중시하는 박 연출가는 몸을 잘 쓰면서 고급 즉흥 연기가 가능한 여배우 5명을 캐스팅했다. 그는 “가까운 곳에서 배우의 몸동작을 유심히 지켜보면 대사에서도 시적 운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은 작가를 키워드로 한 3부작 중 첫 작품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중장기창작지원사업 선정작이다. 내년에는 김우진, 2022년에는 오영진 작가의 삶을 선보인다. “하나의 이미지가 10년 동안 마음에 남아있으면 인생이 바뀐다고 한다. 제 작품의 장면을 오래 기억하는 관객의 인생에 ‘균열’이 났으면 좋겠다.” 1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3만 원. 15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1986년 1월 28일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대를 떠난 지 73초 만에 폭발했다. 가스가 새지 않도록 밀봉하는 고무패킹 오링(O-ring)의 탄성을 정밀하게 예측하지 못한 탓이었다. “추운 날씨에 오링이 제구실을 할 수 없어 발사를 연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를 ‘수용 가능한 위험’으로 봤고, 승무원 7명은 목숨을 잃었다. 당시 발사에 참여했던 한 기술자는 “사고 이후 30년 동안 자책했다”고 고백했다. 산업혁명 후 인류의 역사는 정밀성을 정복하는 과정이었다. 숱한 실수와 오류를 반복하면서도 인류는 점점 더 정교한 시공간을 소유했다. 이는 허용오차 0.0001초, 0.0001mm까지 갈망했던 완벽주의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옥스퍼드사전을 편찬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역저 ‘교수와 광인’을 쓴 저자가 현대 과학기술의 정밀한 토대를 만든 이들을 조명했다. 책은 제목을 ‘정밀성의 역사’로 바꿔 달아도 될 만큼 정밀성이 진화해온 여정에 집중한다. 정밀성을 “역사적 필요에 의해 의도적으로 발생된 개념”으로 규정한 저자는 근대 이후에야 복제 가능한 형태로 인류가 정밀성을 구현했다고 본다.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약 200년간 증기기관, 엔진, 시계부터 오늘날의 반도체, 스마트폰, 우주과학기술을 이끈 공로자들을 발굴해냈다. 발명품 이야기와 역사적 사건들 이야기는 저자의 꼼꼼한 옛 문헌 취재가 바탕이 됐다. 1851년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는 맨체스터 출신의 조지프 휘트워스라는 인물이 나타났다. 당시 그가 출품한 기계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훗날 ‘표준 정밀성’의 토대를 마련했다. 표준화한 나사를 비롯해 ‘완전한 평평함’과 직선을 측량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든 것. 이전까지 임의로 고른 10분의 1인치 너트와 볼트가 완벽하게 맞물릴 확률은 극히 낮았지만 그는 “모든 나사를 표준화하자”는 아이디어를 실현해냈다. 대다수를 위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헨리 포드 역시 완벽주의자다. 포드의 초기 자동차 모델은 기술자들이 공장 바닥에 널린 모든 부품을 직접 손질하고 조여서 엉거주춤하게 탄생했다. 하지만 ‘모델T’ 개발 이후 부품을 더 이상 다듬지 않아도 됐다. 정확한 규격의 허용오차에 맞춘 부품들은 더 이상 손질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제작 속도와 작업량은 혁신적으로 치솟았다. 포드의 방식은 모든 공장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줬다. 저자가 정밀성을 절대선(善)으로만 묘사하는 건 아니다. 정확한 작업을 해내는 기계는 숙련공의 자리를 대체해 영국에서 러다이트 운동(기계 파괴 운동)이 발생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일본을 찾은 저자는 “인류는 매끈하게 마감된 경계선에만 감탄하고 집착하지만 자연의 질서 역시 중시해야 한다”며 “정밀하지 않은 자연 앞에서는 모든 것이 비틀대고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배우인가, 연주자인가.’ 지난해 9월 국립극단이 올린 ‘스카팽’ 무대 한구석에 있는 김요찬 음악감독(41)을 본 관객이라면 이런 의문을 가질 법하다. 당시 김 감독은 홀로 악기 14개를 연주했다. 배우의 동작에 따라 같이 몸을 썼고 심벌즈, 드럼을 치며 만화에서처럼 익살스러운 효과음을 냈다. 피아노로 배경음악도 연주했다. 극의 맛을 살린 끼와 재능을 인정받아 그는 제56회 동아연극상에서 무대예술상을 받았다. 같은 해 기술감독을 맡았던 ‘휴먼 푸가’ 역시 호평을 받았다. 2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 감독은 “독일에서 작업하다 수상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사기 치는 줄 알았다. 그만큼 연극에서 상과는 거리가 먼 음악, 음향 분야로 인정받아 정말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음악이 좋았다.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면서 온갖 장르의 음악을 섭렵했다. 어떻든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결심은 변함없었지만 대학 진학 후 생계를 위해 방송국, 영화판 문도 두드렸다. 2006년 월드컵 거리응원 때는 서울 세종로 사거리의 동아일보 전광판에 영상을 송출하는 일도 했다. 그런 그를 연극판으로 이끈 건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연극이었다. 김 감독은 블루오션을 찾은 기분이었다. “후반 작업을 거쳐 예쁘게 꾸며진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연극이 주는 날것의 느낌이 좋았어요. 특히 몸의 움직임을 중시하는 극단의 작품에 저만의 소리를 입히는 게 신선했죠.” 무대는 그가 생각하는 소리의 매력을 한껏 펼치는 장이 됐다. 2002년 아동극 ‘징검다리’를 시작으로 사다리움직임연구소와 올해로 20년째 함께했다. 소리는 연습실에서부터 만들어진다. 장면에 따라 ‘떠러덩덩떵떵’ ‘촤악’ 같은 소리를 넣어보고 배우들도 “괜찮다”고 하면 세부적 화음이나 여러 악기 소리를 더한다. “자기 음악보다 남의 음악을 더 많이 듣고 해석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론에 따라 그가 맡은 작품에는 다양한 장르가 녹아 있다. ‘스카팽’에서도 마이클 잭슨 노래와 오페라, 찬송가가 쓰였다. 그는 “공연 분야에 몸담고 있어도 ‘왜 유명 래퍼인 에미넘 음악이 성공했을까’처럼 스스로에게 늘 음악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직 오지 않은 한국 연극 전성시대를 꿈꾼다”고 바랐다. 그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전성시대를 열었듯 많은 무대에서 스타 배우, 명연출가, 인기작이 쏟아져 연극이 크게 사랑받을 날을 고대한다”고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국립극장이 올해 창설 70주년을 맞았다. 6·25전쟁을 비롯해 근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겪은 국립극장은 한국 공연예술의 거울 역할을 하며 관객과 울고 웃었다. 지금까지 약 3500편의 공연을 선보이며 공연예술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국립극장은 1950년 4월 29일 부민관(현 서울특별시의회 건물)에서 개관했다. 아시아 최초의 국립극장이었다. 신생 정부가 나라의 기틀을 잡기 위해 할 일이 산더미 같던 시기에 국립극장 설립은 기적에 가까웠다. 대한민국 정부가 선 직후부터 극장 창립에 대한 연극예술인들의 갈망은 1949년 1월 대통령령 제47호 ‘국립극장 설치령’으로 이어져 그 1년 뒤 결실을 맺었다. 개관 다음 날인 4월 30일에는 초대 극장장 유치진이 쓰고 허석이 연출한 ‘원술랑’이 무대에 올랐다. 당시 서울 인구 약 160만 명 중 6만여 명이 ‘원술랑’을 관람했을 정도였다. 두 번째 공연 ‘뇌우’ 역시 15일간 7만5000여 명이 볼 정도로 성황이었다. 배우 고 김동원은 “이 연극을 보지 않고는 문화인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할 만큼 지식인층의 호응이 대단했다”고 했다. 개관 58일째인 6월 25일 북한의 남침이 발발하자 국립극장은 대구 문화극장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이후 4년 만에 다시 서울 명동 시공관 건물에 터를 잡았고 1973년 남산 장충동에서 새 막을 열었다. 국립교향악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에 이어 2010년 국립극단이 독립해 나가면서 현재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등 3개 전속 단체가 남아 있다. 국립극장은 정부 정책에 따라 부침을 많이 겪었다. 무용론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최근 작품성 대중성을 고루 갖춘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국내 대표 제작극장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70주년 기념식을 비롯해 대부분 시즌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다음 달 14일 국립창극단의 ‘춘향’을 시작으로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해오름극장이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재개관한다.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28일 “제작극장으로서 내실을 다지고 국제적인 문화허브 역할을 강화해 다음 30년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은 이날 창설 70주년을 맞아 개관부터 현 장충동 시대에 이르기까지 국립극장이 걸어온 역사와 문화예술사적 의의를 엮은 책 ‘국립극장 70년사’를 발간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2000년대 초반 국내 공공기관과 공연장을 중심으로 ‘아트 인큐베이팅’이 생겨났다. 신진 예술인층을 두껍게 해 예술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트 인큐베이팅은 업계에 꾸준히 새로운 피를 공급하는 일을 한다. 완성작을 내놓기까지 예술가에게 쇼케이스, 낭독 공연을 비롯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경쟁보다는 창작 과정과 잠재력에 무게를 두는 투자의 일종이다. 민간 영역에서는 두산아트센터가 두각을 나타낸다. 이곳을 거친 작품이라면 ‘믿고 본다’는 인식이 공연계에 자리 잡았다. 메세나(기업의 문화 예술 활동 지원) 차원에서 1993년 건립된 연강홀이 2007년 재개관한 두산아트센터는 ‘두산아트랩’ ‘DAC Artist’(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같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과 호흡하고 있다. “예술가들과 끊임없이 좋은 질문을 주고받는 것.” 10년째 두산아트랩을 이끄는 남윤일 PD는 인큐베이팅 철학을 이같이 정의했다. 2010년부터 두산아트랩이 선발한 67개 프로덕션은 작품 72편을 212회 무대에 올렸다. 현재까지 관객 1만7817명이 이들과 만났다. 프로덕션 당 700만 원의 작품개발비를 지원하고 공연장, 부대 장비, 연습실, 홍보마케팅도 제공한다. 남 PD는 “거칠고 실험적이지만 고유한 예술언어를 가진 작품을 소개해 왔다”며 “창작자와 기관이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서로에게 동시대적 질문을 던지는 게 인큐베이팅의 성패를 가른다”고 설명했다. 소리꾼 이자람, 연출가 김동연 이경성, 무대디자이너 여신동 등이 두산아트랩을 거쳤다. 올해 6편에 이어 내년 9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DAC Artist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예술가를 지원한다. 두 작품 이상 창작해 본 경험자에게 공연제작비를 1억 원까지 제공한다. 올해부터는 대상자 공모를 거친다. 공연 시점은 2022년으로 여유 있게 잡는다. 두산아트센터라는 작은 세계 안에서 창작자가 실험할 수 있는 토양을 단계별로 구축하는 셈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지원 자격은 만 40세 이하다. 30대가 돼야 자신의 색깔을 갖고 본격적으로 창작물을 내놓는다는 점을 고려했다. 인큐베이팅의 성공 척도는 지원작이 외부에서 정식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공 말고 보이지 않는 보람도 있다. 남 PD는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다는 두산아트센터 내부 정서가 창의력을 만든다. 인큐베이팅은 더 큰 실패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박수 치지 마세요.” 14일 팝페라 가수 4명으로 구성된 ‘포르테 디 콰트로’의 ‘Only for You’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곡이 끝나는 순간마다 습관적으로 박수를 치지 말라는 경고가 떨어졌다. 박수 없는 공연이라니. 이곳은 무관중 공연 생중계 현장이기 때문이다. 박수소리 같은 ‘잡음’은 무관중 공연 생중계의 금기 중 하나다. 텅 빈 공연장에는 스태프 30여 명만 조용히 무대를 응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연 중계가 전기를 맞았다. 유튜브, 네이버TV, 카카오TV, 자체 채널을 통해 일부 단체에서만 진행하던 생중계는 안방 관객을 찾아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스크린 너머로 공연장의 울림과 떨림을 전하려면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무대에 오른 이들이 박수 대신 ‘좋아요’ ‘하트’ 클릭 세례를 받는 건 코로나19가 만든 진풍경이다. 최근 진행 중인 공연 생중계 현장을 돌아봤다. ○ 매끄러운 장면 전환 관건 2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오후 3시 ‘힘내라 콘서트’ 시리즈로 어린이 뮤지컬 ‘허풍선이 과학쇼2’가 생중계됐다. 공연 6시간 전부터 무대 세트, 소품과 카메라 등 촬영 장비가 설치된다. 요즘 공연계에서 가장 바쁘다는 곽기영 한국영상연합 대표가 공연장을 찾았다. 그는 약 15년 동안 600여 편의 공연 중계, 기록영상 촬영을 맡은 베테랑이다. 생중계에서 모든 과정을 총지휘하는 연출가에 가깝다.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 있던 촬영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일 2, 3편으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국공립 공연장 산하 촬영팀 외에 국내 공연 촬영업체는 100여 개지만 대·중·소극장과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업체는 손에 꼽는다. 두 시간에 걸쳐 장비 설치가 끝나고 오전 11시부터 리허설을 시작했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 숫자에 따라 카메라 수도 변한다. 이날은 총 8대의 카메라가 무대를 향했다. 곽 대표는 “리허설에서 촬영자들이 공연별 특징, 강조점을 숙지해야 한다”고 했다. 배우와 연출가는 관객 없는 현장이 낯설다. 몇몇 배우는 텅 빈 객석을 향해 연기하다가도 이따금 카메라로 눈을 돌렸다. 이성곤 연출가는 “관객 앞에서 공연할 때와 큰 차이는 없지만 장면 전환 시 포즈(멈춤)가 좀 더 발생한다. 무엇보다 관객의 박수, 함성에 따라 달라지는 애드리브가 싹 사라지니 기존 공연시간보다 20분 정도 짧아졌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관객이 없으니 배우들 간의 호흡에 중점을 두게 된다”고 했다. 생중계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음향, 카메라를 최종 점검한다. 배우들에게 “특정 장면에서는 빨간 불이 들어오는 ○번 카메라를 보라”는 지침도 전달한다. 한 인디밴드는 리허설 중 멘트 없이 노래만 한 적도 있었다. 이럴 땐 “간단한 밴드 소개나 곡 소개도 해 달라”고 당부한다. 어떤 공연인지 잘 모르고 클릭한 관객이 온라인에는 많기 때문이다. 공연 30분 전부터 스폿 영상이나 예고 영상 송출을 시작한다. 먼저 접속한 관객에게 안내 겸 눈요깃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김준원 한국영상연합 기술감독은 “공연 중계의 핵심은 매끄러운 장면 선택과 전환이다. 송출에 기술적 결함이 없는지 계속 확인한다”고 했다. 막이 오르면 가장 바빠지는 이는 곽 대표다. 여러 화면 중 어떤 걸 송출할지 그가 결정한다. 그는 2∼3초마다 “3번 카메라 당겨주세요” “풀샷 띄워주세요” “지미집, 다음은 5번으로 배우 얼굴” 등을 외쳤다. 실제 공연과 송출 화면은 10∼15초의 시차가 발생한다. 일부 공연에서는 스태프가 관객과의 채팅에 참여해 다음 곡을 안내하거나 자막을 띄우기도 한다. 장르별로 중점을 두는 부분도 다르다. 뮤지컬, 연극, 오페라, 창극은 드라마적 표현을 담기 위해 배우의 연기와 조명 변화, 무대 영상에 집중한다. 국악, 클래식은 지휘자나 파트별 연주자에게 초점을 맞춘다. 무용에서 무용수의 얼굴 클로즈업은 최소화하고 전신이나 군무처럼 몸짓의 아름다움을 담는다. 콘서트의 경우 보컬은 60∼70%, 연주자는 30∼40% 비중으로 촬영한다. 녹화 중계는 공연 순서를 편집하거나 재촬영할 수 있다. 16일 오후 3시에 녹화 중계한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토크콘서트는 14일에 촬영됐다. 마무리 무대 인사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여러 번 촬영했다. 공연이 막을 내려도 채팅창에는 여운이 가득하다. “요즘 같은 때 감사하다” “공연보다 저녁 반찬 다 태웠다”는 글이 줄을 잇는다. ‘좋아요’ 클릭도 초 단위로 늘어난다. 얼마 뒤 공연장에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스태프 간의 인사가 오가면 화면 송출도 끝난다. 온라인 관객들도 발걸음을 돌릴 시간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요 국내 공연 중계는 서울 예술의전당이 ‘예술의전당 콘텐츠 영상화사업(SAC on screen)’을 통해 2013년 첫선을 보였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는 CJ ENM과 공연 중계 사업 ‘집콘’을 추진하고 나섰다. 초기에는 “관객, 현장이 핵심인 공연을 누가 온라인으로 보겠느냐”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공연장에 가기 어려운 이들이 영상을 찾기 시작했다. 네이버TV는 2015년부터 쇼케이스 전막, 공연 실황 등 320여 편을 중계했다. 2016년 11월에 진행한 ‘조성진 피아노와의 대화’는 조회수가 7만 회가량 됐다. 해를 거듭하며 온라인 관객은 증가했다. 2018년 연극 ‘연애플레이리스트’ 공연 실황은 8만9000회, 올해 3월 뮤지컬 ‘마리 퀴리’ 실황 녹화중계 조회수는 21만 회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연 대부분이 취소되면서 영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9년 네이버TV가 한 해 동안 중계한 공연은 총 67회였다. 올해는 1월부터 4월 22일까지만 따져도 54회나 된다. 지난해 총 108만 회였던 누적 조회수는 올해 이미 143만 회로 크게 늘었다. 작품 한 편당 평균 조회수도 작년보다 64% 증가했다. 최근 카카오TV를 통해 진행한 뮤지컬 ‘웃는 남자’ ‘마리 앙투아네트’의 시츠 프로브(배우와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추는 연습), 프레스콜(언론 대상으로 공연 하이라이트를 시연) 중계도 플레이 수 10만 회를 훌쩍 넘었다. 함성민 네이버 공연&그라폴리오 리더는 “한 달에 7, 8회 하던 중계가 4, 5월에만 총 45편으로 늘어난 걸 보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경기아트센터, 남산예술센터 등이 진행한 무관중 스트리밍, 온라인 전막 상영회도 큰 호응을 얻었다. 오정화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팀장은 “온라인 중계를 통해 공연장을 찾지 않던 이들의 관심을 높여 잠재적 관객을 확보하고 코로나19 사태로 피해가 큰 예술인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 콘텐츠 유료화도 조심스레 논의되고 있다. 일단 플랫폼의 기술적 여건은 갖춰진 상태다. 넷플릭스, 인터넷TV(IPTV)도 공연 기관, 제작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장르, 배우별 출연료, 참여 제작진 규모에 따라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고 가격을 정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저작권, 수익분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공립기관을 중심으로 최근 논의가 진행 중이다. 중대형 민간 뮤지컬 제작사도 공연 영상화를 통한 새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데 적극적이다. 다만 관객을 현장에서 배제하는 데 따른 우려도 나온다. 한 극단 대표는 “연극의 3대 요소가 희곡 배우 관객인데 이 중 하나인 관객이 현장에서 없어지기 때문에 스트리밍을 안 했으면 좋겠다. 온라인 공연에 가상 배우가 나와도 진정한 공연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관객층 넓히고 수익도 창출 영국 국립극단의 ‘NT Live(National Theatre Live)’와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메트 라이브(The Met: Live in HD)’는 공연 영상화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09년 시작한 NT Live는 영미권 연극계 화제작을 촬영해 공연장과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세계 2000여 개 극장에서 55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국내에서도 2014년 국립극장이 처음 도입해 총 20편을 선보였고, 올해 2월까지 누적 관객 수는 6만1856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비싼 공연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메트 라이브’를 수출한다. 2006년부터 50여 개국에서 매년 관객 수백만 명과 만난다. 국내 극장에서도 상영되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2008년부터 ‘디지털 콘서트홀’을 운영하며 막대한 영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단체로 유명하다. 공연 영상 콘텐츠의 매력은 생생한 화면과 추가 공개 영상이다. 여러 각도에 설치한 카메라는 배우, 연주자의 섬세한 움직임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메트 라이브는 최대 12대, NT Live는 최대 8대의 카메라를 쓴다. 공연 시작 전이나 인터미션에는 배우 인터뷰를 내보내거나 무대 뒷모습도 공개한다. 국내 공연 영상 사업은 서울 예술의전당이 앞서가고 있지만 공연계 전체로 보면 초기 단계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연 영상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예산은 늘고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공연 영상화 작업은 보다 많은 관객이 다양한 공연을 수월하게 즐길 수 있어 공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며 “장비와 인력, 기술을 보강해 공연 현장을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추가적인 힘을 지닌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직접 연출한 작품이 상을 받았을 때보다 솔직히 더 신납니다.” 김광보 연출가(56)에게는 올해 제56회 동아연극상이 각별하다. 그가 5년째 극단장 겸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시극단이 ‘와이프’로 작품상을 수상한 것. 극단 ‘청우’ 대표 시절 연출한 2012년 ‘그게 아닌데’와 2014년 명동예술극장의 ‘줄리어스 시저’로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등을 거머쥔 그는 이번 ‘와이프’ 연출을 맡지는 않았다. 그가 도입한 ‘창작플랫폼-연출가전(展)’을 통해 선발된 후배 연출가에게 기회를 줬고, 빛을 발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김 연출가는 “극단장 취임 후 시작한 창작플랫폼이 결실을 거뒀다”며 “연출가로서 받은 과분한 혜택과 사랑을 조금이나마 신진들에게 돌려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와이프’를 연출한 신유청 연출가와는 잠시나마 사제지간이었다. “2008년 중앙대에 출강할 때 신유청 ‘학생’이 제 수업을 들었어요. 연극 ‘에쿠우스’를 주제로 한 조별 경연에서 그가 연출한 조가 7개 팀 중 1등을 했죠. 이번 수상에 스승으로서도 행복합니다.” 1994년 데뷔한 김 연출가는 이성열 박근형 최용훈 손정우 등 내로라하는 연극 연출가들과 ‘혜화동 1번지’ 2기 동인이다. 2015년 5월 존재감이 미미하고 “갈 데까지 간 상태”였던 서울시극단을 맡아 5년간 부지런히 심폐소생술을 했다. 유일한 ‘구조법’은 “많은 작품으로 극단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것뿐”이었다. 매년 창작극을 두 편씩 개발하고, 꾸준히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체 합동공연 ‘극장 앞 독립군’과 오페라 ‘베르테르’ 등을 연출해 호평 받았다. 서울시극단을 바라보는 관객과 평단의 시선도 변했다. 그는 “제안이 들어오는 건 다 맡았던 덕분”이라며 웃었다. 연극인생 통틀어 신작 77편을 연출했고 재연, 삼연 등 총 106개 공연을 올렸다. “전력투구했기에 후회는 없다”는 그에게 아쉬운 건 딱 한 가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임기 중 마지막 연출작이 될 뻔한 ‘악어시’ 공연이 불발됐다. 그는 “시작한 일을 매듭짓지 못하고 가니 섭섭한 마음”이라고 했다. 6월이면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그는 “예술에서는 (가치를 볼 줄 아는) ‘편견’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확고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 서울시극단을 이끌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변하던 그도 연극인으로서 목표와 소망을 묻자 몇 초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그저 김광보라는 친구가 ‘한국 연극에 일조한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합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고구려 고분벽화 수렵도(狩獵圖)에도 등장하는 전통무예 활쏘기가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우리나라 고유의 특성을 오늘날까지 유지한 활쏘기를 새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고 20일 밝혔다. 활쏘기는 무용총 수렵도를 비롯한 고구려 고분벽화와 중국 문헌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도 등장하는 등 역사가 길다. 무형자산 외에도 활 화살 활터 같은 유형자산도 풍부하다. 문화재청은 전국 활터를 중심으로 활을 쏘는 마음가짐과 기술규범 등의 유·무형 문화가 퍼져 있어 무형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와 조선시대 문헌에서 확인한 순우리말인 활쏘기로 명칭을 지정했다. 다만 지금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활동이자 문화라는 점을 고려해 아리랑, 씨름, 해녀,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처럼 특정 보유자와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수렴해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세계적인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자신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을 한국 시간으로 20일 오전 3시까지 유튜브에 공개했다. 공개 영상은 2011년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25주년 기념 공연이다. 뮤지컬 스타 라민 카림루가 유령을 연기하고, 크리스틴 역은 시에라 보게스가 맡았다. 웨버는 3일부터 유튜브 채널 ‘The Shows Must Go On’을 통해 영국 시간 매주 금요일 오후 7시(한국 시간 토요일 오전 3시)마다 자신이 제작한 인기 뮤지컬 실황 영상을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저작권 문제로 영상은 48시간 동안만 공개된다. 이번 기획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연 중단이 속출하면서 전 세계 뮤지컬 팬과 공연 관계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구독자는 개설한 지 한 달이 채 안 돼 93만 명을 돌파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19일 현재 조회수 1000만 건을 넘었고 앞서 공개한 그의 대표작 ‘요셉 어메이징’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도 큰 호응을 얻었다. 웨버는 2주 전부터 자택에서 뮤지컬 넘버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습을 촬영해 ‘#ComposerInIsolation’(격리된 작곡가)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개인 채널에 올려놨다. 그는 이 영상들을 통해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기부금 조성에 동참해 달라고 독려하고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유튜브 ‘방탄TV’를 통해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를 선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콘서트가 잇달아 취소되면서 팬들을 위해 준비한 ‘언택트(untact·비접촉)’ 이벤트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18, 19일 2015년 ‘BTS LIVE 화양연화 ON STAGE’ 콘서트부터 ‘2017 TRILOGY EPISODE III THE WINGS TOUR THE FINAL’ ‘LOVE YOURSELF SEOUL’ 콘서트와 2018년 열린 팬미팅 실황까지 총 8부로 구성된 영상을 무료 공개했다. 18일 영상 공개 직후 동시 접속자 수는 220만 명까지 치솟았으며, 19일에도 200만 명에 육박했다. 이틀간 모두 24시간 동안 공개된 영상 중간에는 실제 공연처럼 BTS 멤버들이 깜짝 출연해 재치 있는 발언과 행동을 보여줬다. 멤버 진은 “공연에 찾아와 주신 아미(ARMY·BTS 공식 팬클럽을 일컫는 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원활한 공연 진행을 위해 몇 가지 안내 말씀을 드린다”면서 “공연 중 음식물 섭취가 가능하고 자리 이동을 하셔도 괜찮다”고 했다. 팬들은 블루투스를 활용한 응원봉(아미밤)을 흔들며 각자 자신의 방 같은 실내에서 공연 현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빅히트가 개발한 팬덤 애플리케이션 ‘위버스’에서 콘서트 영상을 재생하고 응원봉을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공연장에 있는 것처럼 노래에 맞춰 응원봉의 색깔이 변했다. 전 세계 팬들은 실시간 채팅은 물론 ‘#BangBangCon’ 해시태그를 통해 공연 감상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놓고 인증하며 콘서트를 즐겼다. 직접 만든 ‘방방콘’ 티켓을 들고 방탄소년단 인형을 옆 좌석에 놓은 인증샷 등 자신만의 독특한 응원법으로 현장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랬다. 코로나19로 이달 서울 콘서트를 취소한 방탄소년단은 북미 투어 일정 역시 잠정 연기했다. 앞서 리더 RM은 17일 ‘방탄TV’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씩 일상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발매 시기나 어떤 노래를 할지, 어떤 타이틀로 나올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지만 열심히 한번 해보겠다”며 새 앨범 준비 소식을 전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미래를 먼저 내다보려는 건 인류의 오랜 염원이었다. 고대 권력자들은 신탁(神託)을 통해 미래를 가늠했고, 오늘날 인간은 과학의 힘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범위 안에 묶어두려 한다. 그런데 굳이 알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암울한 미래 예측이 나왔다. 30년 뒤 지구 온난화로 “일상 자체가 종말”을 맞아 지구에서는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다는 것. 더 섬뜩한 건 이를 단순히 디스토피아적 전망으로만 치부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다수 과학적 통계, 연구 자료를 곁들여 기후 변화의 폐해를 입증했으며 저자가 경고한 ‘전염병 창궐’과 ‘대규모 산불’ 등 시나리오는 지금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5개월 전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통보하며 지구 온난화 자체를 믿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같은 이에게는 과도한 종말론이나 환경 염려증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지구 평균 기온이 1도만 올라도 인간 사회를 파괴하는 요인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칼럼니스트이자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 연구원인 저자는 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시나리오 ‘거주불능 지구(The Uninhabitable Earth)’를 2017년 ‘뉴욕매거진’에 기고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책에서는 이 리포트를 더욱 상세하게 풀어냈다. 그는 “기후변화는 더 이상 자연재해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기후변화 우려를 여전히 환경운동 차원으로만 생각한다”며 집필 동기를 밝혔다. 오히려 “미래를 낙관할 만한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경종을 울린다. 저자는 국제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설명하며 2부 ‘12가지 기후재난의 실제와 미래’에서 인류사회를 뒤흔들 재난 시나리오를 절절하게 묘사했다. ‘살인적인 폭염’ ‘갈증과 가뭄’ ‘사체가 쌓이는 바다’ ‘질병의 전파’ ‘재난의 일상화’ 등이다. 2050년 지구에서는 폭염으로 약 25만 명이 사망하며 50억 명이 만성적 물 부족으로 신음한다. 기후난민 10억 명이 발생하며 해안가 거대 도시는 침몰한다. 지구 평균 온도가 4도만 올라도 아프리카, 호주, 미국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으며 5도가 오르면 전 지구가 거주 불능 지역이 된다. 전염병의 일상화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다. 빙하가 녹으면 그 속에 얼어있던 미지의 박테리아들이 전 세계로 퍼질 것이다. 아예 존재 자체를 몰라서 걱정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질병이 생기는 것이다. 모기나 야생동물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며 인간과 세균의 접촉 가능성도 커진다. 이들 시나리오는 씨줄과 날줄처럼 복합적 원인이자 결과로 서로 엮여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현안만 해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저자는 기후 변화 폐해를 보여주는 동시에 시장 중심적이고 소비적 태도로 일관한 기존 환경운동을 비판한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변화도 촉구한다. 저자는 “우리가 지구 온난화를 논하기만 하면 되는 입장이 아니라 살아가야 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한다. 인류는 아직 다른 행성을 선택할 수 없다. 올해 4월 22일은 ‘지구의 날’ 50주년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그룹 슈퍼엠이 18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초대형 온라인 자선 콘서트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에 출연한다. 국내 가수 중 유일하게 참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콘서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전 세계 의료 종사자들을 응원하고, 코로나19 대응 기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세계보건기구(WHO)와 자선단체 ‘글로벌 시티즌(Global Citizen)’과 함께 행사를 주최했다. 출연하는 팝가수, 글로벌 스타들도 화려하다. 1985년 에티오피아 난민 구호기금 마련을 위해 열렸던 초대형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Live Aid)’에 비견돼 ‘21세기 라이브 에이드’로 불리는 이유다. 엘턴 존, 폴 매카트니, 스티비 원더 등 전설적인 거장을 비롯해 테일러 스위프트, 셀린 디옹, 제니퍼 로페즈 등이 출연한다. 빌리 아일리시와 카밀라 카베요, 찰리 푸스도 나온다. 오프라 윈프리, 새뮤얼 잭슨, 데이비드 베컴, 잭 블랙 등 글로벌 스타도 참여한다. 이들은 콘서트 주제인 ‘하나 됨, 선함,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Together At Home’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인스타그램 라이브 공연을 한 것에서 시작됐다. 뒤이어 피아니스트 랑랑, 축구스타 베컴, 방송인 윈프리 등의 참여로 확장됐다. 콘서트를 공동 기획한 레이디 가가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68개 기업들과 화상 통화를 하며 기부금을 모았다. 일주일 동안 모은 금액만 약 3500만 달러(약 430억 원)에 달한다. 공연을 마친 뒤 기부금을 WHO에 전달할 예정이다. 콘서트는 한국 시간으로 19일 오전 6시부터 생중계된다. 미국, 영국, 캐나다 주요 방송사를 비롯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실시간 관람할 수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지구에 큰일이 터져 전기가 다 끊겼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래도 연극은 할 수 있거든요.” 배우 김은우(38)는 연극의 매력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7일 인터뷰에서 “어떤 일이 생겨도 텅 빈 무대, 배우 그리고 관객만 있다면 한마디 대사로 함께 상상에 빠질 수 있다. 그 무한한 가능성 때문에 연극을 했다”고 말했다. 김은우는 지난해 극단 골목길의 작품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에서 동생 창식 역할로 제56회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창식은 트랙터 살 돈을 훔쳐 서울로 상경한 뒤 유명한 노름꾼이 된 인물. 방탕하게 살며 인생에서 모든 걸 놓아버린 사내의 모습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는 평을 받았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연극판에서 ‘신인’은 아니다. 2011년 ‘햄릿’으로 데뷔한 뒤 꾸준히 연극, 뮤지컬 무대에 섰다. 영화, 방송에도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경력과 별개로 여전히 대중 앞에서는 신인이다. 그래서 신인상 타이틀보다는 동아연극상 수상자 타이틀이 더 어색하다”며 웃었다. 김은우는 수상 소식을 처음 접한 날을 떠올리며 “제 연기 인생이 알 수 없는 어떤 궤도에 진입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한겨울 뻥 뚫린 하늘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순간에는 집 냉장고 문이 열린 것도 잊은 채 ‘삐삐’ 소리가 날 때까지 한참 부둥켜안고 있었다. 그는 “연극은 늘 외로운 싸움이라 생각했는데 가족과 동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색다른 행복감을 느꼈다”고 했다. 고등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던 패스트푸드 식당 사장이 “연극 한번 해보라”고 권유해 우연히 극장에 발을 들였다. 학창 시절 온갖 담벼락을 뛰어넘고, 유도를 배우느라 쏟아내던 에너지를 무대로 끌어왔다. 강렬한 인상 때문에 연출가들로부터 “요새 무슨 일 있느냐” “정말 못되게 생겼다”는 말을 매번 들으면서도 굳건히 무대를 지켰다. 그의 ‘못된 에너지’는 2014년 초연한 연극 ‘만주전선’에서 빛을 발했다. “연극은 체력”이라는 신념을 갖고 만주 관동군 장교 아스카 역을 맡아 에너지를 힘껏 뿜어냈다. 그는 “다른 배우와의 호흡도 최고였고, 배우로서 존재감을 알렸던 인생 작품”이라고 했다. 김은우가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는 연기와 걷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그가 출연한 뮤지컬 ‘영웅본색’은 계획보다 일찍 막을 내렸다. 산책도 쉽지 않다. 일상을 잃고 공연계가 심적으로 힘든 순간, 그는 살면서 처음 본 연극 ‘유랑극단’ 속 대사 한 구절을 떠올렸다. “우리의 꿈과 인생을 배우고 싶어 배우가 되었다. 때로는 고생스럽고 외롭고 쓸쓸해도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방에서 1시간째 이 영상만 보고 있어요.” “혼자 돌아다니는 저 사람은 뭐 하는 거죠?”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를 비추는 유튜브 ‘Earthcam’ 채널의 실시간 중계 영상. 12일 오후 이 채널에는 전 세계에서 700여 명의 시청자가 동시 접속해 타임스스퀘어를 함께 감상하고 있었다. 타임스스퀘어를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영상은 특별할 게 없다. 다만 카메라가 찍는 광장의 모습이 확연하게 달라졌을 뿐. 직장인과 관광객으로 24시간 붐비던 광장은 한 달 사이 말 그대로 텅텅 비었다. 영상에서도 형형색색 조명과 간판만 눈에 띈다. 시청자들은 “이런 낯선 광경은 처음”이라며 “뉴욕 여행을 가지 못해 영상으로 대리만족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영상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 유명 도시, 관광지가 홍보를 위해 제작한 유튜브 실시간 중계 채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여행과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낯선 풍경을 보며 답답함과 외로움을 달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외에도 샌타모니카 해변,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이탈리아 베네치아, 호주 멜버른,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 등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중계 영상은 한 장소만 고정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느린 속도로 각도를 바꾸며 도시 전체를 조망하는 파노라마 영상으로 나뉜다. 어떤 장면에서든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런 낯선 풍경이 시청자의 눈길을 끈다. ‘랜선 여행’을 주제로 만든 기획 영상과 다르게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직장인 이희찬 씨(30)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답답함에 멍하니 중계 영상을 볼 때가 많다”며 “코로나19로 달라진 전 세계 모습을 눈으로 보면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중계 영상의 채팅창은 세계인이 모이는 ‘동병상련’ 창구가 된다. 각자 고립 생활의 고단함을 나누고 서로 일상의 위로를 건넨다. “집에서 고양이 사료 만드는 법을 알려 달라” 등의 질문과 “집에서 안전하게 머물라”는 당부도 이어진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큰 이탈리아 베네치아 영상에는 “힘내서 함께 극복하자”는 응원 메시지도 이어진다. 국내에도 ‘남산서울타워’와 ‘에버랜드 라이브’ 채널이 운영 중이다. 남산서울타워 측은 “미세먼지 상황이나 도시 전체 모습을 보여주려 만든 채널이 코로나19 사태로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답답함을 해소하는 창구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방에서 한 시간째 이 영상만 보고 있어요.” “혼자 돌아다니는 저 사람은 뭐하는 거죠?”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를 비추는 유튜브 ‘Earthcam’ 채널의 실시간 중계 영상. 12일 오후 이 채널에는 전 세계에서 700여명의 시청자가 동시 접속해 타임스퀘어를 함께 감상하고 있었다. 타임스퀘어를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영상은 특별할 게 없다. 다만 카메라가 찍는 광장의 모습이 확연하게 달라졌을 뿐. 직장인과 관광객으로 24시간 붐비던 광장은 한 달 사이 말 그대로 텅텅 비었다. 영상에서도 형형색색 조명과 간판만 눈에 띈다. 시청자들은 “이런 낯선 광경은 처음”이라며 “뉴욕 여행을 가지 못해 영상으로 대리만족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영상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 유명 도시, 관광지가 홍보를 위해 제작한 유튜브 실시간 중계 채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여행과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낯선 풍경을 보며 답답함과 외로움을 달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외에도 산타모니카 해변,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이탈리아 베네치아, 호주 멜버른,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 등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중계 영상은 한 장소만 고정적으로 보여주거나 느린 속도로 각도를 바꾸며 도시 전체를 조망하는 파노라마 영상으로 나뉜다. 어떤 장면에서든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런 낯선 풍경이 시청자의 눈길을 끈다. ‘랜선 여행’을 주제로 만든 기획 영상과 다르게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직장인 이희찬 씨(30)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답답함에 멍하니 중계 영상을 볼 때가 많다”며 “코로나19로 달라진 전 세계 모습을 눈으로 보면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중계 영상의 채팅창은 세계인이 모이는 ‘동병상련’ 창구가 된다. 각자 고립 생활의 고단함을 나누고 서로 일상의 위로를 건넨다. “집에서 고양이 사료 만드는 법을 알려 달라”거나 “집에서 안전하게 머물라”는 당부도 이어진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큰 이탈리아 베네치아 영상에는 “힘내서 함께 극복하자”는 응원 메시지도 이어진다. 국내에도 ‘남산서울타워’와 ‘에버랜드 라이브’ 채널이 운영 중이다. 남산서울타워 측은 “미세먼지 상황이나 도시 전체 모습을 보여주려 만든 채널이 코로나19 사태로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답답함을 해소하는 창구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생명의 메커니즘이 갑자기 억제되고 장액이 급속하게 빠져나간 육체는 축축하게 시든 살덩이로 바뀌는데 … 그 안의 마음은 손상되지 않고 온전히 남아 있으며 영혼은 시체 속에 갇힌 채 공포에 질려 밖을 본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19세기 콜레라 환자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환자의 정신만은 또렷하다. 이 때문에 무색무취의 자그마한 알갱이들이 둥둥 떠 있는 물이 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도 초 단위로 수명이 줄고 있다는 인식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당대 사람들은 이를 ‘콜레라의 저주’라 불렀다. 대규모 전염병의 공포는 사회를 짓누른다.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공포를 극복할 해법을 찾느라 꿈틀댄다. 1854년 런던도 마찬가지였다. 뉴욕타임스나 가디언 등에 글을 기고하며 과학 대중화에 힘쓴 저자가 콜레라균이 휩쓸고 지나간 런던 소호 지역 브로드 거리를 조명했다. 그리고 의사 존 스노와 교구목사 헨리 화이트헤드라는 인물이 콜레라 확산을 막고 학계 패러다임까지 바꾼 여정을 그렸다. 인물들에게 몰입도 높은 서사를 입혔고 치밀한 문헌 연구를 바탕으로 이뤄진 상세한 묘사가 미덕이다. 1854년 8월 28일부터 9월 9일까지 약 2주간이 책의 시간적 배경이다. 이 기간 발병지로부터 반경 225m 이내의 거주민 중 500명 이상이 쓰러졌다. 9월 8일 세균의 온상으로 식수 펌프가 지목됐고 펌프 손잡이를 제거하며 이 일대 콜레라는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당시 콜레라의 급속한 확산을 이해하려면 영국의 실상을 알아야 한다. 런던을 묘사하는 글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는 ‘악취’였다. 산업 발전으로 ‘연기 나는 도시’가 선진 도시임을 입증하듯 화석연료가 매일 타올랐다. 쓰레기와 오물이 넘쳐나는 하수도 또한 지독한 냄새의 원인이 됐다. 1851년 런던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240만 명으로 불어나며 시체도 넘쳐났다. 매주 구덩이 속에 시체를 던져 넣고 묻기를 반복하며 도시는 악취에 찌들어갔다. 하수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세식 변기는 거리마다 오물을 넘치게 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화려한 도시의 뒷골목에서는 동물 사체와 사람 시신, 그리고 오물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돈 될 만한 것을 건져내는 넝마주이도 많았다. 악취는 학계에서 “질병의 원인”으로 통했다. 불결하고 독한 냄새가 공기 중에 퍼져 사람을 병들게 한다는 독기론(毒氣論)이 주류 이론이었다. 하지만 존 스노와 헨리 화이트헤드가 콜레라 사망자들의 행적을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 원인은 오염된 물이었다. 이들이 처음 “콜레라는 수인성 질병”이라고 주장했을 때 보건 당국은 “공기의 독성이 너무 강해 물까지 감염시킨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조사를 해보니 콜레라 사망자의 분뇨와 온갖 세균이 담긴 오염된 구덩이의 물이 펌프 안으로 유입된 사실이 밝혀졌다. 콜레라와의 싸움에서 결정적 전환이 이뤄진 순간이다. 이 여정을 기록한 감염지도는 지금도 전해진다. 150년 전 콜레라와의 싸움은 남 일 같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진, 병마와 싸우는 환자와 의료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격리일지’를 쓰는 우리도 후대에 남길 새로운 감염지도를 쓰는 셈이다. 이 책이 개정판임에도 다시 읽어볼 만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중앙아시아 교민들이 당시 한국 사람을 본다는 건 그야말로 서프라이즈였죠.” 1990년 9월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소련 모스크바의 소브레멘니크 극장. 수십 년간 소련 전역에 흩어져 살던 고려인 80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고국에서 온 동포들이 준비한 창극 ‘아리랑’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극장에서 2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모스크바행 기차를 탄 교민도 많았다. 막이 오르고 얼마가 지났을까. 무대에 점점 ‘낯익은’ 것들이 나타났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듣고 자란 조국의 말이 대사로 흘러나왔고,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는 배우들의 얼굴도 점차 눈에 들어왔다. 하이라이트는 구슬픈 아리랑 곡조가 울려 퍼지던 순간. 배우, 관객이 아리랑을 합창하면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무너졌다. 공연장은 탄식 섞인 눈물바다가 됐고 막이 내린 뒤에도 고국 소식에 목마르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배우들과 손을 맞잡았다. 이날 공연의 ‘주인공’인 교민들을 한데 아우르는 대규모 ‘아리랑 서프라이즈’를 기획한 사람은 손진책 연출가(73)였다.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손 연출가는 “남들이 보면 본전도 못 찾는 일이었지만 문화와 민족에 대한 사랑이 있어 가능했다”며 “고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은 모스크바를 비롯해 여러 곳을 함께 방문할 만큼 문화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고 회상했다. 40여 년간 냉전의 벽이 문화 교류마저 가로막았던 때, 한국 문화를 소련 땅에 처음으로 선보인 창극 ‘아리랑’ 순회공연은 동아일보 창간 7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였다. 또 이 공연은 1986년 동아일보 지령 2만 호 돌파 기념으로 손 연출가가 창작한 ‘윤봉길 의사’ ‘임꺽정(林巨正)’ ‘전봉준’ ‘홍범도’에 이은 다섯 번째 작품이었다. 손 연출가는 “19세기 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약소민족의 애환을 아리랑의 한(恨)에 담아내 끈질긴 생명력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 ‘아리랑’과 ‘세시월령가’(갈라쇼) 공연은 12일 동안 모스크바 타슈켄트 알마티를 비롯한 소련 6개 도시에서 모두 11회 열리며 고려인의 민족의식과 단결을 이끌어 낸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극단 ‘민예극장’ ‘미추’ 대표를 거치며 공연계의 한 축이었던 그에게도 이 공연은 쉽지 않았다. 그는 “에피소드가 많았다”고 하지만 오늘날 관점에서 보자면 ‘공연 사고’에 가까웠다. “지원을 많이 받은 소품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느라 짐이 많았어요. 모스크바에서 알마티로 넘어가는 비행기는 예상보다 작아 몇몇 단원과 짐을 다 실을 수 없었죠. 공연장에 가니 정작 짐은 오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소리꾼의 ‘목’과 악사의 피리만으로 즉흥공연을 했는데 그것마저도 그렇게 좋아하시던 동포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짐은 공연이 다 끝나고 도착했습니다.” 동아연극상을 비롯해 백상예술대상, 서울연극제 연극상 등을 받으며 국립극단 초대 예술감독을 지낸 그는 “모든 게 동아일보와 공유했던 문화적 사명감 덕분”이라고 했다. 특히 “고 김 회장이 문화애호가이자 문화운동가로 사셨기 때문에 제 쓴소리도 달게 들어주셨다”며 “연출가인 저보다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며 웃었다. 동아일보가 콩쿠르와 연극상 등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신문사 수입을 생각하면 과거에도 결코 쉽지 않았을 일”이라고 덧붙였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스마트폰이 생겨난 뒤 인류를 가장 괴롭히는 새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근시’다.” 독일 뇌 과학계의 권위자이자 ‘디지털 치매’ ‘스크린을 조심하라’ 등을 쓴 저자가 ‘스마트폰이 없을 때 느끼는 불안감’을 뜻하는 ‘노모포비아’로 돌아왔다. 원제는 ‘스마트폰 전염병’.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부정적 사회상을 짚었다. 운동 부족과 근시같이 신체에 직접적으로 끼치는 악영향부터 심리적 불안감, 지능지수 하락, 우울증, 주의력 결핍 장애 등까지 소개한다. 저자는 이런 마뜩잖은 산물들을 무작정 질타하는 대신 각종 통계와 교육현장, 1인 가구, 부모의 역할 등 밀접한 다른 현상과 연관시켜 설명한다. ‘어차피 세상은 디지털로 돌아가지 않느냐’는 반박에 대해 ‘스마트폰 중독은 알코올 중독만큼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정신의학 전문지 ‘신경의학’ 기고문을 모았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198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의 대학 강의를 엮었다. 그는 홀로코스트 문학의 대표작 ‘밤’을 써서 전 세계에 기억의 중요성을 일깨운 인물이다. 2016년 타계 전까지 전 세계의 고통받는 현장을 찾는 ‘세계의 양심’으로 통했다. 위젤의 제자로 20여 년간 그의 곁을 지킨 저자는 위젤이 강의실에서 한 말과 행동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이를 기억과 가르침, 종교와 믿음, 광기와 저항, 증오를 넘어서는 말과 글 등 여섯 가지 주제로 정리했다. 모든 주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억이다. 그리고 기억이 두려움 앞에서 잊히지 않으려면 ‘말과 글’이라는 무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위젤은 아우슈비츠에서 가족을 잃은 비극의 순간에서도 망각보다는 기억을 택했다. 나아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새로운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