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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주요 자기공명영상(MRI) 검진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10월부터 아동 입원진료비의 본인부담금이 현재 5세 이하 10%에서 15세 이하 5%로 대폭 인하된다. 치매 환자의 본인부담금도 20∼60%에서 10%로 낮아져 사실상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에 들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서울성모병원 소아암병동을 직접 방문해 이런 내용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간 환자가 전액 부담한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검사 등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 항목 3800여 개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부 건강보험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또 1∼3인실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저소득층의 본인부담금도 연간 최대 150만 원으로 제한한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실현하겠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실직이고, 두 번째가 의료비”라며 “미용, 성형과 같이 명백하게 대상에서 제외할 것 이외에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기준 63.4%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집권 기간 내에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의료비 부담의 주범으로 꼽히는 비급여를 정부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80%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추가로 건강보험 재정 30조6164억 원을 지출한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건강보험 누적 흑자 21조 원 중 10조 원을 투입하고 국고 지원을 늘린다는 설명이다. 또 정부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1% 수준인 건보료 인상률을 내년부터 3%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간 건보료(2015년 기준 1인 평균 86만4428원)가 예상보다 빨리 100만 원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개별 정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3대 축인 일자리-복지-성장 중 마지막 퍼즐이었던 복지 영역에서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기초생활보장제 개편과 아동수당 등 복지 패키지 정책이 연달아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유근형 기자}

#장면1. 벌써 세 번째다. 치매 환자 A 씨(72·여)는 레빈튜브(콧줄)를 잡아 뽑으려다가 또다시 피투성이가 됐다.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A 씨에게 유동식(流動食)을 코에서 위로 공급해주는 콧줄은 ‘생명줄’과 다름없다. 하지만 그는 틈만 나면 “불편하다”며 떼어내려 했다. 주치의는 “2∼4주 간격으로 콧줄을 교체할 때마다 시술을 거부하는 환자와 의료진이 전쟁을 치른다”고 말했다. #장면2. 파킨슨병처럼 몸이 굳는 ‘다계통 위축증’ 환자 김모 씨(56·여)는 지난해 3월 경피 위루술을 받아 콧줄 대신 뱃줄을 달고 난 뒤 표정이 한결 평온해졌다. 경피 위루술은 배에 구멍을 내 위장으로 직접 유동식을 공급하는 시술이다. 김 씨의 언니(60)는 “콧줄을 달았을 땐 숨쉬는 것도 괴로워해 보기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치매나 파킨슨병 등으로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대다수 환자가 죽기 직전까지 A 씨처럼 합병증 위험과 고통이 큰 콧줄을 달고 살아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콧줄 시술을 받은 65세 이상 환자는 50만4360명으로 뱃줄 환자(1만1262명)의 44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요양병원과 요양원 환자 중 콧줄 시술을 받은 환자도 4만4730명으로 뱃줄 환자(3440명)보다 훨씬 많다. 의학적으로 콧줄 시술은 음식이 폐로 역류해 염증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 우려가 크다. 뱃줄 시술도 위액이 새어나와 복막염에 걸릴 위험이 있지만 일주일 정도만 관리하면 그 후 부작용 우려가 적다. 뱃줄은 시술비(본인 부담금)가 9만8000∼10만6000원으로 콧줄(2400∼3900원)보다 비싸지만 교체주기가 6개월∼1년이기 때문에 전체 관리비를 감안하면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뱃줄 시술을 받는 환자가 적은 것은 요양병원의 장삿속과 당국의 불합리한 심사 기준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다수 요양병원은 외과 장비와 인력을 갖추지 않고 있어 뱃줄 시술 시 환자를 다른 대형병원에 보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타 병원에 외래를 자주 다니는 요양병원 환자의 등급을 최하위인 ‘신체기능저하군’으로 조정하는 관행이 있다. 환자의 등급이 떨어지면 요양병원이 청구할 수 있는 하루 입원비가 절반가량 깎여 2만5000원에 그친다. 병원 측이 보호자에게 적극적으로 뱃줄 시술을 권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요양원에는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다. 요양원마다 촉탁의가 지정돼 있지만 2주에 한 번꼴로 방문해 한 번에 수십 명의 환자를 돌봐야 하는 만큼 뱃줄 시술을 할 여력이 없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평가인증원과 건강보험공단이 3년마다 실시하는 요양병원 및 요양원 평가에 콧줄 뱃줄 관련 항목을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에서 콧줄 대비 뱃줄 환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경기 성남시 보바스기념병원의 박진노 원장은 “환자를 요양병원에 맡겨둔 보호자들도 관심을 갖고 뱃줄 시술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선생님, 휴대전화 한번 보겠습니다.” 3일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선글라스를 낀 채 사진을 찍던 한 40대 남성은 경찰의 요구에 엉거주춤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백사장에는 비키니 차림의 여성 등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몰카 단속에 나선 대천해수욕장지구대 소속 이재홍 경위는 사진을 숨겨둔 비밀 폴더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본 뒤 스마트폰을 돌려줬다. 전국이 폭염으로 끓는 가운데 피서지에선 쫓고 쫓기는 ‘몰카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풍경을 찍는 척하면서 여성을 몰래 카메라에 담는 몰카 의심 신고가 쇄도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스마트폰 제출을 거부하기 일쑤다. 이 경위는 “끝까지 발뺌하다 압수당한 스마트폰에서 과거에 찍은 사진까지 들키는 일도 적지 않다”고 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에 적발된 성범죄자 8만9161명 중 성폭력처벌법상 몰카 범죄자는 1만9431명(21.8%)에 이른다. 실제로는 한 해 여름휴가 기간 해수욕장에서만 이에 맞먹는 범행이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베테랑 몰카 단속팀과 함께 ‘숨은 몰카범 찾기’에 나선 결과 첫째 요주의 대상은 ‘끊임없이 두리번거리는 남성’이다. ‘취향’에 맞는 피해자를 물색해야 하는 동시에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는지 확인하려면 잠시도 한곳에 집중하지 못한다. 이런 남성이 스마트폰을 드는 순간 단속팀의 ‘매의 눈’은 그의 손가락으로 향한다. 멀리 떨어진 여성을 찍기 위해 순간적으로 줌 기능을 쓰기 때문이다. 계단은 여성의 치마 속을 훔쳐보려는 몰카범들의 밀집지 중 하나다. 한쪽 다리를 계단에 올린 채 무릎에 스마트폰을 대고 있으면 상습범일 확률이 높다. 서울지하철경찰대는 이를 ‘1번 자세’라고 부른다. 무겁지 않은 가방을 치마 입은 여성의 발밑에 내려둔 경우에도 단속팀의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이날 오후 3시경 대천해수욕장에선 드론이 떴다가 3분 만에 사라지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최근 극성인 ‘드론 몰카’다. 단속팀은 재빨리 드론을 쫓았지만 결국 조종사를 찾지 못했다. 고성능 드론은 조종사가 1km 밖에서도 조종할 수 있다. 드론이 뜨자 백사장에 누워 태닝하던 여성들이 황급히 몸을 수건으로 감쌌다. 대학생 이은혜 씨(22·여)는 “몰카에 찍힐까 봐 피서지 화장실이나 탈의실에선 항상 거울 사이 틈새가 있는지 확인한다”며 “이젠 드론까지 조심해야 한다니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선 2층 커피숍에서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로 비키니 여성의 가슴과 다리 등을 촬영한 학원강사 A 씨(46)가 다른 손님의 신고로 붙잡혔다. 몰카범의 활동 범위가 백사장에서 주변 상가로 넓어진 것. 이 때문에 단속팀도 해수욕장 주변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사복 차림으로 잠복근무를 한다. 해운대해수욕장 6, 7번 망루 사이의 백사장은 몰카범이 주로 등장하는 ‘핫스폿’으로 통한다. 비키니를 입은 여성이 가장 많은 장소인 탓이다. 이곳에서는 몰카를 찍은 뒤 “법을 잘 몰랐다”고 발뺌하는 외국인 남성도 심심치 않게 적발된다. 경찰은 이곳에서 매일 중국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등 6개 언어로 몰카가 범죄임을 알리는 방송을 하고 있다. 해운대여름파출소의 이재일 경위는 “외국인 몰카범들은 밤에 플래시까지 터뜨리며 사진을 찍은 뒤 ‘지우라’는 요구를 못 알아듣는 척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몰카의 증거를 숨기는 기술은 나날이 영악해진다. 촬영한 사진을 계산기 등 ‘위장 앱’에 저장하거나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해 곧바로 다른 전자기기로 옮기기도 한다. 전상혁 여성가족부 인권보호점검팀장은 “단속팀이 주요 위장 앱의 종류를 꿰고 있지만 몰카범들의 지능적 수법을 따라가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성승훈 인턴기자 서강대 사학과 4학년 ※ 베테랑 단속팀이 꼽은 몰카범의 특징① 끊임없이 두리번거린다. ②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화면을 빠르게 두 번 누른다. ③ 커피숍 식당에서 망원렌즈를 해수욕장으로 향한 채 두고 있다. ④ 계단에 한쪽 다리를 올린 채 무릎에 스마트폰을 대고 있다. ⑤ 가방을 앞으로 멘 채 여성을 따라다닌다. ⑥ 스마트폰에 계산기처럼 보이는 몰카 앱을 설치했다.}
4일부터 말기 암 환자는 자택이나 일반병동에서도 최저 4210원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웰다잉법)’이 시행됨에 따라 자문형(일반병동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서울아산병원 등 병·의원 20곳에서 실시하고 가정형 시범사업을 17곳에서 25곳으로 늘린다고 3일 밝혔다. 기존엔 호스피스 전문병동의 ‘입원형’ 호스피스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돼 암 사망자의 이용률이 15%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가정형 서비스를 받을 때 암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최소 4210원(간호사만 방문)에서 최대 1만2610원(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방문)으로 서비스하고 만성 간경화,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등 비암성 질환 환자는 8410∼5만420원으로 줄여주는 시범사업을 1년간 실시한 뒤 가격을 확정하기로 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일 한낮 기온이 34.8도를 기록한 세종시의 한 공사 현장에서 러시아인 근로자 A 씨(26)가 쓰러져 숨졌다. 당국은 A 씨의 체온이 40도가 넘은 점을 미뤄 열사병이 직접 사인이었다고 보고 있다. 찜통더위가 이어지며 A 씨처럼 ‘더위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질병관리본부는 5월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열사병·열탈진·열경련·열실신·열부종) 환자가 919명(사망자 5명)이라고 3일 밝혔다. 온열질환 감시가 시작된 2011년 이래 환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858명(사망 11명)보다도 7.1% 많다. 연간 온열질환자는 2014년 556명, 2015년 1056명 등으로 늘다가 전국 연평균 기온이 197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엔 총 2125명(사망 17명) 발생했다. 문제는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가 예상되며 추가 환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온열질환자는 폭염일(한낮기온이 33도 이상인 날) 수가 증가하며 8월 첫 주에 크게 늘었다가 둘째 주까지도 쉽사리 줄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2012~2016년 온열질환자 중 39.5%는 8월 1, 2주에 몰렸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자가 특히 취약하다. 지난 5년간 온열질환으로 숨진 58명 중 70대 이상이 19명(32.8%)이었다. 보건당국은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오후 1~5시 논과 밭 등 야외에서 장시간 작업하는 것을 피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며 틈틈이 그늘에서 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술과 커피는 이뇨 작용 탓에 탈진을 부추길 수 있다. 어둡거나 스키니진처럼 꽉 조이는 옷보다는 밝고 헐렁한 옷이 통풍에 좋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난자를 얼려서 보관해둘까?’ 회계사 최모 씨(32·여)는 3년 만에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3년 전엔 ‘당분간 결혼 상대를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난자 동결 시술을 알아봤다. 하지만 곧 현재의 남편을 만났다. 결혼 이후 최 씨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육아휴직자를 배려하지 않는 회사 분위기 탓이다. 출산을 미루고 있지만 막상 아이를 낳으려 할 때 난자가 건강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적지 않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보험용’으로 난자 동결 시술을 받는 여성이 늘고 있다. 예전엔 항암 치료 등을 앞두고 난소가 기능을 잃을 수 있을 때 시술이 이뤄졌지만 최근엔 출산을 늦추려는 여성이 가임(可妊)력 보존 방법으로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차병원 난임센터에 보관된 냉동 난자는 2011년 100여 개에서 올해 3월 1786개로 늘었다. 시술자 중 ‘만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62%로 질병 치료(14%)나 난소 기능 저하(9%)를 대비하는 이들보다 훨씬 많다. 난자 동결은 난자 배란 유도 주사로 난자를 10∼20개 채취해 영하 210도의 액체질소 등으로 얼린다. 추후 해동해 미세바늘로 난자 벽에 구멍을 뚫어 정자를 주입하면 수정이 가능하다. 과거엔 얼렸다가 녹이는 과정에서 난자 30∼40%를 폐기해야 했지만 최근 폐기율은 10∼20%로 낮아졌다. 시술료는 250만 원, 보관료는 연간 30만 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난소의 기능이 35∼37세 전후로 떨어지기 때문에 그 전에 난자 동결 시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난소에 배란 유도 주사를 놓는 과정에서 ‘난소 과자극 증후군’이 발생해 임신 후 감염 위험이 높아지거나 ‘다낭성 난소 증후군’ 탓에 탈모, 비만, 여드름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최영민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 기능은 유전되는 경향이 있어 엄마의 폐경이 빨랐다면 딸의 난소 기능도 이른 나이에 저하될 수 있다”며 “난자 동결 시술을 결정하기 전 ‘난소 기능 검사’로 난소의 연령을 측정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양길성 인턴기자 중앙대 사회학과 졸업}

회사원 임모 씨(34·여)는 여름휴가를 앞두고 입 주변 수염을 없애려다가 낭패를 봤다. 화장품 가게에서 구입한 제모제를 바른 다음 날부터 얼굴이 발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하더니 두드러기까지 올라온 것. 뒤늦게 사용설명서를 보니 “신체 어느 부위에든 쓸 수 있다”는 판매원의 말과 달리 얼굴에는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었다. 더운 날씨에 옷차림이 가벼워지면서 ‘셀프 제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임 씨처럼 주의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부작용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14년 이후 제모제와 왁스, 레이저 제모기로 생긴 부작용 신고 사례 152건을 분석해보니 55.9%가 5∼7월에 집중됐다. 시판되는 제모제의 주된 성분은 ‘치오글리콜산’ 등 화학물질이다. 털의 수분을 증가시켜 탄력을 없애 뜯어내기 쉽게 만드는 방식이다. 통증이 적고 사용하기 간편하지만 화학작용 탓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송진이나 밀랍을 녹여 피부에 붙였다가 모근과 함께 뜯어내는 제모왁스는 자극이 강해 피부가 붓거나 모근이 뽑혀 나간 자리에 세균이 들어가 감염될 수 있다. 제모제·왁스로 인한 부작용의 71.6%가 염증과 피부 손상이었다. 전문가들은 제모제·왁스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전 반드시 ‘패치 테스트’를 하라고 권한다. 눈에 띄지 않는 팔 안쪽 등에 제품을 조금 바른 뒤 24시간 이후에도 이상 반응이 없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평소 피부가 민감하거나 얼굴처럼 살갗이 얇은 부위에 쓰려면 식염수에 희석해 테스트하는 게 좋다. 도중에 따갑거나 가려우면 즉시 물로 씻어 내고, 자극이 사라지지 않으면 피부과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제모제 사용 주의사항에 패치 테스트를 권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미국식품의약국(FDA)과 덴마크 환경보호국(DEPA) 등 선진국은 패치 테스트를 권고하고 있다. 화장품인 제모제와 달리 제모왁스는 성분과 표시 등 안전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비관리 제품이다. 박미연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장은 “제모제 사용 후에는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보습제로 피부를 진정시켜 주는 것이 좋다”며 “감염 예방을 위해 공중목욕탕이나 찜질방 이용도 삼갈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레이저 제모는 털 생성에 관여하는 모발의 융기 부위와 털유두의 멜라닌 색소를 파괴해 모발이 나지 않게 하는 방식이다. 제모제·왁스와 달리 털이 2년가량 올라오지 않는 게 장점이다. 다만 가정용 기기를 필요 이상 사용하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을 이용할 때는 의사가 직접 시술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의료용 레이저 제모는 ‘의료 행위’여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시술하면 불법이다. 이현주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시판되는 제모제와 레이저 기기는 전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성분 및 성능 평가를 거쳤지만 부작용을 피하려면 주의사항을 잘 지키고, 문제가 발생하면 곧장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성승훈 인턴기자 서강대 사학과 4학년}
내년 최저임금이 역대 최대 폭으로 오르면서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장애인·노인 돌보미 사업 등에 지원하는 예산만 5000억 원가량 증액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장애인 활동 지원(5만6500명) △노인 돌봄 종합서비스(2만700명)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1만1000명) △가사 간병(4300명) 등 4대 돌봄 서비스 종사자의 임금으로만 2000억 원 안팎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4대 돌봄 서비스의 시간당 단가는 올해 9240∼1만1125원으로, 이 중 시설 운영비(25%)를 뺀 나머지 6930∼8344원을 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내년 최저시급을 단순 대입해도 임금만 1000억∼1500억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여기에 주휴수당과 연차수당을 적용하고 서비스 이용 대상자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2000억 원가량이 더 필요한 것. 보육 예산도 최대 3000억 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가정·민간 어린이집에 이용 아동 수만큼 보육료를 지원한다. 현재 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평균 초임은 139만 원으로 내년 최저임금(월 157만3770원)에 크게 못 미친다. 이를 최저임금에 맞춰 지급하려면 그만큼 정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유방암을 극복한 것으로 유명한 개그우먼 이성미 씨(58·사진)가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독려에 나섰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씨가 2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내일캠퍼스카페에서 열리는 ‘리틀퍼플리본 토크콘서트’에서 본인의 투병 경험과 함께 두 딸에게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히기로 결심한 사연을 들려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퍼플(보라색) 리본은 자궁의 고귀함을 상징한다. 이 씨는 자궁경부암 백신이 난소 부전, 보행 장애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소문을 듣고 주저했지만 부작용에 대해 정확히 알아보니 실제로는 열이 나거나 주사 맞은 곳이 붓고 아픈 정도였다”며 “이제라도 접종받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자궁경부암 백신이 전 세계 71개국에서 2억 차례 이상 접종됐고 안전성 우려가 없다고 강조해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1년 전 알코올의존증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뒤 술을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은 50대 A 씨는 이달 초 ‘드디어 퇴원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환자가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없으면 퇴원시키도록 정신병원 강제 입원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 씨를 심사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고심 끝에 ‘계속 입원’ 판정을 내렸다. 사회복귀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A 씨를 퇴원시켰다가 만에 하나 사건·사고에 휘말리면 이를 결정한 의사에게 화살이 돌아올 것을 우려해서다. 주치의가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원에 가두는 것을 막기 위해 ‘2차 진단 전문의’를 따로 두도록 한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이 5월 30일 시행됐다. 하지만 환자 대다수는 A 씨처럼 강제 입원 생활을 이어가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정신병원에서 주치의의 강제 입원 결정에 따라 2차 진단 전문의의 심사를 받은 2만5991명 중 퇴원한 환자는 350명(1.3%)에 불과했다. 2차 진단 전문의는 자해·타해 위험이 없는 환자를 주치의가 병원에 붙잡아두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하지만 대다수가 주치의의 결정을 그대로 따른 셈이다. 특히 법 시행 이후 새로 입원해 심사를 받은 환자 5553명의 퇴원율은 0.4%에 그쳤다. 의료계에선 퇴원 환자를 보살필 사회복귀시설이 부족한 탓에 의사들이 ‘소신 진단’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증상이 심했던 환자도 퇴원 후 일정 기간 안정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며 외래 진료를 꾸준히 받으면 재발을 막을 수 있지만 이를 보장해줄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5년간 치료감호소에 수용됐던 한 40대 조현병 환자를 심사한 전문의는 “치료를 성실히 받은 덕에 자해·타해 위험이 전혀 없는 환자였지만 외래 진료를 적극 관리해줄 시설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퇴원시킬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행 복지부의 입원관리 시스템에선 의사가 자해·타해 위험에 대해 ‘알 수 없다’고 평가해도 강제 입원시킬 수 있다. 환자 인권 단체는 복지부가 제시한 ‘자해·타해 위험’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한다. 복지부가 지난달 20일 배포한 매뉴얼에선 △위생 및 청결 문제로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있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할 위험이 있거나 △1년 내에 자해 시도 경험이 있는 경우도 ‘자해·타해 위험’에 포함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는 “새 매뉴얼은 자해·타해 위험의 범위를 ‘급박한 경우’로 한정한 시행규칙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2차 진단이 ‘블라인드’로 이뤄지지 않아 누가 주치의의 판단을 뒤집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정신병원이 적은 지방에선 특정 병원끼리 서로 2차 진단 전문의를 출장 보내는 구조여서 ‘상호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2차 진단 인력이 부족해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를 내보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경기 M병원은 12일 강제 입원한 환자 3명을 26일 퇴원시켰다. M병원에 2차 진단의를 출장 보내야 하는 G병원이 출장을 두 차례 거절했기 때문이다. 환자를 추가 진단 없이 2주(입원 첫날은 제외) 이상 강제 입원시키면 새 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G병원 관계자는 “우리 환자를 돌볼 시간도 부족해 의사를 출장 보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손이 부족해 환자를 일단 퇴원시켰다가 다시 입원시키는 방식으로 처벌을 피하는 ‘꼼수’를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회사원 성모 씨(36)는 지난해 11월 ‘용기 있게’ 육아휴직을 내면서 기대에 부풀었다. 한 살배기 아들의 양육을 전담해온 아내에게 늘 “고생한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애 보는 게 회사 일보다 힘들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상한 몸을 회복할 기회라고도 여겼다. 하지만 성 씨는 복직한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맡은 지 두 달 만에 우울증에 빠졌다. 하루 종일 아이와 붙어 있으면서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들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울고 보채는 아이에게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크게 화를 낸 뒤 스스로를 자책했다. 최근 성 씨처럼 육아휴직 혹은 퇴직 후 아이를 돌보는 ‘전업아빠’가 늘면서 양육 우울증을 호소하는 남성이 적지 않다. 산후 우울증은 출산 후 4∼6주 사이에 산모가 급격한 여성 호르몬의 변화를 겪으며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양육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는 뜻이다. 양육 스트레스는 ‘좋은 부모’가 돼야 한다는 강박에서 오는 경우가 흔하다. 워킹맘, 워킹대디는 ‘일과 양육 중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전업주부는 아이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하루 일과를 바치면서 삶에 낙이 없다는 괴로움에 빠지는 식이다. 특히 우울감이 들어도 ‘우울한 부모는 좋은 부모가 아니다’라고 생각해 자신의 상태를 애써 외면하고 다른 일에 몰두하다가 증상을 키우는 일이 많다. 여기에 정신질환에 낙인을 찍는 사회 분위기가 더해져 실제 진료를 받는 비율은 더 떨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7월 사이에 출산한 여성 1776명을 조사한 결과 산후 우울증과 관련해 의사나 심리상담가를 찾아간 경험이 있는 사람은 46명(2.6%)에 불과했다. 산모의 산후 우울증 유병률(해당 질환에 걸릴 확률)이 1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환자 4명 중 1명 정도만 치료를 받는 셈이다. 양육 책임자가 하루 중 잠시라도 아이와 분리돼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파트타임 근로자의 산후 우울증 유병률은 풀타임 근로자나 전업주부의 절반 수준이다. 육아 심리서 ‘균형육아’의 저자인 정우열 생각과느낌클리닉 원장은 “영유아를 둔 부모의 일·가정 양립을 도울 수 있는 대체인력뱅크를 제대로 만들고, 산모의 정신건강을 필수 검사 항목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올해 1월 결혼한 김모 씨(32)에게 첫 번째 질문이 날아왔다. “애 낳으면 둘 중 한 명은 쉬어야 하는데, 먹고살 수 있겠어?” 말문이 막힌다. 숨쉴 틈도 없이 두 번째 질문이다. “학원비는 어쩔 거야?” 눈물까지 핑 돌았다. 하지만 결정타는 마지막이었다. “요즘 초등학생들, 빌라 사는 친구를 ‘빌거(빌라 거지)’라고 부른대. 혼자 벌어서 언제 이사 가려고….” 김 씨는 “‘아이를 낳을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렇게 환청처럼 쏟아지는 물음 때문에 무력해진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고용, 교육, 주거 등 6개 분야 전문가 12명과 함께 신혼부부 10쌍이 첫째 출산을 고민하는 원인을 분석해 보니 ‘아이를 돌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으로 꼽혔다. 정부가 2045년까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을 2.1명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신혼부부가 첫째 낳기를 망설인다면 결코 이룰 수 없는 목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봉 1억’ 부부의 원룸 생활 “젊은 부부의 로망은 단칸방이지!” 조모 씨(30)는 남편 오모 씨(33)의 장난스러운 말투가 싫지 않았다. 2년 전 경기 안양시 33m²(약 10평) 원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뒤로도 “집이 좁다”고 불평한 적이 없다. 1억 원이 넘는 부부의 연봉을 착실히 모으면 금세 넓은 집으로 옮길 수 있으리란 희망 덕이었다. 하지만 출산이 화제에 오르면 원룸은 무한 반복되는 ‘무자녀 알고리즘’의 출발점이 됐다. 그 알고리즘은 ‘맞벌이를 하면 아이를 볼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한 명은 휴직해야 한다’로 이동한 뒤 ‘홑벌이로는 돈을 모으지 못한다’를 거쳐 ‘원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의 현행 출산장려책을 찔끔 확대하는 것으론 신혼부부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인경 한국교원대 가정교육과 교수는 “미국에선 만 12세까지는 양육 책임자가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도록 한다”며 “현행 만 5세까지인 무상보육 대상을 초등학생으로 확대해, 하교 후 부모 퇴근 전까지 생기는 4, 5시간의 공백을 메워줄 양육 도우미를 정부가 양성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주 포기한 ‘양육 코치’ 조부모 “오빠, 오늘 어머님이 평소와 좀 다르시지 않았어?” 시댁 방문 후 귀가하던 정모 씨(28·여)가 남편 강모 씨(31)에게 물었다. 결혼 후 첫 명절이었던 올해 설엔 정 씨를 앉혀놓고 “손주를 언제 보게 해줄 셈이냐”고 1시간 가까이 ‘취조’했던 시어머니가 이날따라 출산 얘기를 전혀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씨 부부는 지방 출장이 잦고 2, 3년마다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강 씨의 업무 환경 탓에 자녀 계획을 당분간 보류한 상태였다. 정 씨는 일주일 후 시누이로부터 그 답을 전해 들었다. 시어머니가 친구들에게 “아들 내외가 손주 낳을 생각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가 도리어 “애 봐줄 거 아니면 말도 꺼내지 마라. ‘황혼 독박 육아’(조부모가 육아를 도맡아하는 것)를 하게 된다”는 핀잔을 듣고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정 씨 부부처럼 “부모가 오히려 손주 얘기를 꺼린다”는 부부는 7쌍이나 됐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아직 은퇴하지 못하고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손주 양육까지 떠맡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며 “근무지가 불안정해도 어디서나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첫째부터 국공립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셋은 낳겠다”던 꿈은 어디로… 강모 씨(32)는 형제가 남동생 한 명뿐이다. 학창 시절을 기숙사와 자취방에서 보내 가족을 자주 보지 못했다. 늘 집안이 복작거리는 대가족이 부러워 ‘결혼하면 적어도 셋은 낳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지난해 4월 결혼한 이후 점차 ‘둘만 낳을까’에서 ‘하나라도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로 바뀌어 갔다. 강 씨 부부를 비롯한 8쌍은 “결혼 전부터 아이를 망설였던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회사를 그만둔 한 여성은 “아이가 갑자기 수술을 받게 돼 일주일간 휴가를 낸 여자 선배가 있었는데, 동료들이 대놓고 말하진 않아도 ‘쟤 때문에 어제 야근했다’며 수군거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가족 돌봄 휴가, 유연·단축 근무를 활성화하되, 궁극적으로는 ‘육아가 해당 부부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이로운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지 않으면 부당한 ‘눈치 보기’가 끝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부부를 ‘자기중심적’이라며 손가락질하는 분위기가 오히려 저출산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갈림길 부부’ 대다수는 누구보다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이들”이라며 “아이를 낳으라고 다그치기보단 양성이 평등하고, 빈부격차가 해소된 여건을 먼저 조성해 주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 도움을 준 전문가 ::<총괄>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고용 및 일·가정 양립>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 <교육>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윤인경 한국교원대 가정교육과 교수 <주거 부동산>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출산> 이정재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장(비뇨기과 전문의) <정책> 김종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 강준 보건복지부 고령사회위원회 운영지원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조유라 인턴기자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김태현 이사장이 19일 재단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23일 여성가족부가 밝혔다. 재단은 김 이사장을 사직 처리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일 합의가 피해 할머니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해 왔다. 이사회가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 여가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재단을 해산할 수 있다. 김 이사장이 사직하면 연장자인 조희용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장(62)이 이사장 직무대리를 맡는다. 새 이사장은 두 달 안에 정해야 한다. 조 센터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향후 이사회 개최 일정이나 안건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재단 해산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7월 28일 재단 출범 직후 한 남성으로부터 캡사이신 최루액을 맞는 등 재단 활동에 대한 비판 여론에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23일 저녁, 결혼 1년 차인 황수정(29·여) 정진곤 씨(29) 부부의 식탁에 어김없이 같은 화제가 올랐다. “아이는 언제 갖지?” 대화의 발단과 과정은 다양하지만 마무리는 항상 똑같다. “아이를 볼 시간이 없잖아”라는 결론이다. 서울 강남구의 40m² 빌라에 세 들어 사는 황 씨 부부는 아이를 돌보려면 각각 대학원이나 회사를 그만둬야 하지만, 아이의 양육 환경과 무섭게 오르는 집값을 생각하면 도저히 홑벌이를 선택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혼 후에도 출산과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 사이에서 망설이는 ‘갈림길 부부’가 늘어나면서 ‘결혼=자녀 최소 1명’이라는 인구학계의 통설은 깨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한 지 5년이 안 된 신혼(초혼)부부 117만9006쌍 중 무자녀가 41만9113쌍(35.5%)이나 됐다. 첫째 출산을 망설이는 기간이 길수록 끝내 아이를 갖지 않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다자녀 가구에 집중된 출산 장려책을 첫째 출산으로 앞당기는 ‘첫째 빨리 갖기(First Fast)’ 전략을 준비 중이다. 자녀를 둘 이상 낳아야 제공하는 ‘출산 크레디트(국민연금 가입기간 보너스)’를 첫째만 낳아도 적용하고, 다자녀 가구가 아니면 엄두도 못 낼 국공립 어린이집의 문턱을 첫 자녀에게 낮추는 방안이다. 이는 지난해 간신히 40만 명 선을 지켰던 신생아 수가 5년 내에 30만 명 이하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올해 상반기에 선천성 대사 이상 검사 20만8056건을 토대로 분석해 보니 올해 신생아는 최저 35만1000명, 2022년엔 30만 명대 이하로 예측됐다.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9월부터 병·의원에 새로 취업하는 의사와 간호사는 한 달 안에 결핵 검진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내용의 ‘의료기관 결핵 보완 대책’을 19일 발표했다. 정부가 지난해 3월 ‘결핵 안심국가’ 사업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지 1년 반 만에 보완책을 내놓은 이유는 최근 서울 노원구 모네여성병원에서 발생한 잠복결핵 집단감염 사태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이 병원에 취업해 신생아실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A 씨(34·여)는 지난달 말 활동성 결핵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국이 A 씨와 접촉한 신생아와 영아 800명 중 694명을 검진한 결과 118명(17%)이 잠복결핵 보균자로 확인됐다. 잠복결핵균은 전염성은 없지만 몸속에서 ‘겨울잠’을 자다가 일생 동안 평균 10%의 확률로 활동성 결핵으로 악화한다. A 씨는 취업 후 결핵 검진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부터 의료기관 종사자는 연 1회 반드시 결핵 검진을 받도록 한 개정 결핵예방법이 시행됐지만 A 씨는 취업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서다. 의료진 채용 시 결핵 검진은 인권 침해 논란에 따라 2006년 1월 폐지됐다. 옛 법과 새 법 사이의 허점이 결핵 확산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의료기관 종사자가 취업 한 달 내에 결핵 검진을 받도록 결핵예방법 시행규칙을 고쳐 9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어기면 병·의원장에겐 과태료 200만 원이 부과된다. 신생아와 접촉하는 의료진에겐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기로 했다. 또 ‘모네병원 사태’의 피해자들을 5년간 추적 관찰해 치료를 지원하고, 잠복결핵 보균자가 실손보험 가입 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실손보험협회와 합의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기도가 막힌 두 살배기 아이를 두고 “치료가 어렵다”며 다른 병원으로 보낸 인천국제성모병원의 조치가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하는지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인천 서구 석남동의 D어린이집에서 A 양(2)이 장난감을 삼켰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는 어린이집에서 4.1km 떨어진 지역응급의료센터인 인천국제성모병원에 이송을 문의했다. 하지만 이 병원은 “처치가 어려우니 다른 병원으로 가면 안 되겠느냐”고 응답했다. 결국 A 양은 11.8km 떨어진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길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9일 후 숨졌다. 119 신고 후 이송까지 걸린 시간은 56분이다. 복지부는 성모병원 측이 119구급대로부터 A 양의 급박한 상황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치료를 거부했는지 조사 중이다. 당시 119구급대는 “15개월 된 여아의 목에 이물질이 걸려 심폐소생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담당 의사는 소아 응급 전문의가 없고 영·유아용 내시경 장비를 갖추지 않아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통화 시간은 28초였다. 인천국제성모병원 측은 “A 양이 왔더라도 이물 제거 장비가 없어 여기선 심폐소생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애초에 D어린이집이 응급조치를 잘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D어린이집 관계자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병원 탓”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복지부와 별도로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조사 중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경기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외부 자문 및 인터뷰 활동 등을 대학에 신고하지 않아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신고 의무를 두 차례 어겼다는 의혹이 18일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경기대로부터 제출받은 ‘외부 강의·심사·자문 등 신고 현황’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4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참여해 200만 원을 받는 등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 28일 이후 5건의 외부 행사에서 총 285만 원을 받았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의 지난해 종합소득세 신고내용과 비교하면 박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의 타당성조사와 한 방송사의 인터뷰에 참여해 각 20만 원을 받고도 이를 경기대에 신고하지 않았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대학교수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강의하거나 자문에 응하고, 이를 이틀 내에 소속기관에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 의원은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부처 공무원의 기강을 다스릴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 측은 “정확한 내용과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부부가 19년간 각종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과태료를 내지 않아 차량을 13차례나 압류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주정차 위반, 신호 위반 등으로 과태료를 체납해 본인 소유의 차량을 8차례 압류당했다. 박 후보자의 부인도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와 경유차에 부과하는 환경부담개선금을 내지 않아 5차례 차량이 압류됐다. 박 후보자는 지난달 19일 밀린 과태료를 내고 2015년 압류된 차량을 찾았다. 이때는 청와대의 인사 검증 기간이었다는 게 송 의원의 주장이다. 한국당 강석진 의원은 1998년 2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박 후보자가 아들을 ‘강남 8학군’에 진학시키려고 별도의 전세 계약도 맺지 않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주택에 6개월 동안 주소지를 뒀다며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자 측은 “주택 소유주인 사촌매형 조모 씨 부부 집에 6개월 동안 아들과 얹혀살았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자가 과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퇴직한 뒤 경기대 교수로 재직하며 보사연으로부터 각종 연구비 명목으로 1억 원가량을 받은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은 2004년 2월 보사연을 퇴직한 박 후보자가 2004년 3월 객원연구위원에 위촉돼 14개월간 매달 200만 원의 수당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위탁연구용역비 6390만 원과 각종 회의 참가 수당 3273만 원을 받기도 했다. 박 후보자가 경기대 교수 시절 외부 활동을 대학에 신고하지 않아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두 차례 어겼다는 의혹도 나왔다. 한국당 김승희 의원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 28일 이후 5건의 외부 행사에서 총 285만 원을 받았다고 대학에 신고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의 타당성 조사와 한 방송사의 인터뷰로 각각 20만 원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 누락은 청탁금지법상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박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18일 열린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0월부턴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이 충치 예방 시술을 받을 때 현재보다 1만2000원 정도 비용을 아끼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소아·청소년 충치 예방용 ‘치아 홈 메우기’ 시술비의 본인 부담률을 현행 30%에서 10%로 줄이는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은 10월 실시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현재 어금니 한 쌍에 이 시술을 받으면 환자가 2만1000원가량을 부담해야 하지만 10월부턴 9000원 정도로 줄어든다. 치아 홈 메우기는 어금니의 깊은 주름 부위에 치면열구전색제나 실란트 등의 특수 재료를 발라 메워 충치를 예방하는 치료다. 어금니의 씹는 면에는 좁고 깊은 틈새와 작은 구멍이 있어 음식물 찌꺼기나 치태가 잘 끼고 잇솔질로도 잘 닦이지 않는데, 이를 메우면 충치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은 충치가 발생하지 않은 제 1큰어금니(제 1대구치)와 제 2큰어금니(제 2대구치)다. 위아래를 합쳐 총 8개의 치아에 시술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충치가 생겼는데도 이를 보지 못하고 홈 메우기 시술을 받으면 다시 치료해야 할 수도 있어 시술 전 검사가 필수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제자의 논문을 두 차례, 본인의 논문을 세 차례 표절했다는 의혹이 14일 제기됐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2009년 11월 자신이 지도하던 경기대 대학원생 배모 씨와 공동으로 보건사회연구 학술지에 ‘근로빈곤층 노동이동 결정요인 분석’ 논문을 제출했다. 한 달 후 배 씨의 박사학위 논문 ‘생애주기와 빈곤이 노동이동에 미치는 영향’이 경기대 심사를 최종 통과했다. 문제는 두 논문이 유사하다는 점이다. 김 의원 측은 표절 검사 프로그램 ‘카피킬러’로 두 논문을 검증한 결과 표절률이 21%로 나타나 매우 유사했다고 밝혔다. 통상 박사학위 논문은 심사를 통과하기 3~6개월 전 지도교수에게 사본으로 제출돼 검토 및 지도를 받는다. 박 후보자가 배 씨의 학위 논문을 미리 받아본 뒤 이와 유사한 논문을 공동 명의로 학술지에 게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 후보자가 배 씨의 논문을 2년 후 다시 한번 표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은 박 후보자가 2011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용역에 따라 자신의 단독 명의로 제출한 ‘이행노동 시장의 이해와 고용전략 종합보고서’가 배 씨의 박사학위 논문과 핵심 내용과 단어가 유사했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 측은 “박 후보자의 보고서 201~202쪽은 제자 논문의 23~24페이지를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내용이 유사했고, 각주까지 동일했다”며 “이처럼 그대로 베낀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5~7쪽 분량”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자가 자신의 논문을 스스로 표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박 후보자가 2011년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 복지패널 자료를 통해 본 한국의 사회지표’ 용역보고서를 같은 달 사회복지정책 학술지에 ‘근로장려세제 시행 초기 효과 실증분석’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다시 게재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자기 표절’이 2004년 ‘근로소득공제 시범사업 연구’와 2006년 ‘국민기초생활제도 개별급여체계 도입 방안 연구’ 등 다른 보고서 2건에서도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박 후보자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지만 학위를 취득하지 못했는데도 경기대 홈페이지와 인사혁신처 국가인재DB 등에 ‘박사’라고 올려 ‘학력 허위 기재’로 의심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자 측은 “논문 관련 의혹 제기에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며 “청문회에서 소상히 경위와 입장을 밝히겠다”고 알려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