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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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6-01-10~2026-02-09
문학/출판30%
인사일반22%
문화 일반11%
사회일반11%
음악7%
미술4%
교육4%
여행4%
만화4%
정당3%
  • 마스크 쓴 ‘고양이’… 뮤지컬 ‘캣츠’ 40주년 공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는 시대, 뮤지컬에서 안전과 미학을 동시에 잡는 ‘고육지책’이 등장했다. 9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캣츠’ 40주년 공연에서 선보인 ‘메이크업 마스크’다. 이 뮤지컬에서 배우들은 대부분 객석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연기한다. 하지만 극 전개상 불가피하게 일부 배우가 객석을 통과해야 하는 몇몇 장면이 고민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우들이 쓴 항균 마스크 위에 고양이 얼굴 분장을 덧칠한 메이크업 마스크가 탄생했다. 관객이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마스크를 했는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이뤄져 몰입감은 평소와 다름없는 수준이다. 배우들이 메이크업 마스크를 착용하는 장면은 크게 세 번 나온다. 객석 뒤편에서 젤리클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며 빠르게 무대로 질주하는 오프닝 장면, 역시 객석 뒤편에서 등장해 고양이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는 무대로 오르는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 그리고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의 장면이다. 메이크업 마스크는 오리지널 프로덕션 팀이 한국 공연을 위해 리허설을 거듭하면서 나온 많은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홍보를 맡은 클립서비스 노민지 팀장은 “배우들이 노래 없이 몸으로만 춤과 동작을 표현하는 세 장면에서 마스크를 쓰고 그 위에 메이크업을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메이크업 마스크는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 의상 및 분장 디자인과 똑같이 제작한 또 하나의 무대 의상”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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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은 계속된다, 랜선을 타고

    연일 호평을 받으며 매진을 이어가던 국립극단의 신작 ‘화전가’가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단 위기를 맞았다. 2월 공연이 연기된 끝에 열린 무대였다. 지난달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58)은 “오늘 광복절 공연이 마지막”이라며 공연에 앞서 배우들을 모아놓고 격려했다. 그런데 공연이 다 끝나기도 전에 ‘객석 거리 두기’를 한 채로 계속 공연할 수 있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작별인사’ 후 다음 공연을 준비해야 하는 ‘웃픈’ 상황이 벌어진 것. 안타깝게도 이마저 오래가지 못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으로 사흘 뒤 막을 내려야 했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에 공연 연기, 중단, 취소는 일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올해 9월까지 작품 10편 중 3편만 간신히 관객과 만났다. 하지만 이 감독이 지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한 ‘네 번째 극장’에서 25일 선보일 신작 ‘불꽃놀이’를 들고 나왔다. 2017년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11월에 3년의 임기가 끝난다. 8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난 그는 “올해 예정된 10편 중 3편만 했으니 3할은 겨우 해냈다. 극단의 ‘네 번째 극장’이 된 온라인 극장을 발판 삼아 연극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국립극단이 온라인 유료 공연으로 신작을 발표하는 건 창단 이래 처음이다. 극단 산하 명동예술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에 이어 온라인 극장도 새 활동무대가 됐음을 뜻한다. 이곳에서 공연하는 작품 역시 동등한 연극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연극계 패러다임 변화라 할 만하다. “공연예술 개론서부터 다시 써야 할 것 같아요. 공연자와 관객이 동일한 장소와 시간에서 만나는 현장성이 공연의 핵심인데, 물리적 공간이 분리되면서 공간개념도 바뀌어야죠.” 일부 뮤지컬, 연극이 유료 온라인 공연을 도입했으나 연극계에서는 관객과 배우가 극장에서 만날 수 없는 건 ‘진짜 연극’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감독은 “극의 현장성을 살리면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감동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연세대 극예술연구회를 시작으로 연극에 뛰어든 그는 연극계에서 ‘성공한 연출가’로 통한다. 30대 초반부터 극단 산울림의 극장장을 맡아 “임영웅 연출가, 박정자 손숙 윤석화 이호재 배우 등 선배들로부터 연출을 배웠다”고 했다. 이후 극단 ‘백수광부’를 창단해 동아연극상, 이해랑연극상, 김상열연극상 등을 거머쥐었다. 그는 국립극단을 이끌며 신진 발굴과 우리 연극 원형의 재발견에 힘썼다. 하지만 안팎으로 고비가 만만찮았다. 블랙리스트 후폭풍, 미투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연극판에는 그야말로 ‘사건이 많았다’. 국가대표 극단의 책임자로 감내할 몫이었다. 이 감독은 “우리 연극계” “우리 극단”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연극이 그 자신의 일부로 체화된 것이다. “그저 연극에 미친 연극쟁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미치면 절대 안 돼요. 정신 똑바로 차려야죠. 나와 세상을 잘 들여다볼 때 좋은 연극이 나옵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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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역 야구선수가 자전소설 펴냈다

    평생 야구 배트만 휘두르던 굳은살 박인 손이 펜을 쥐니 생생한 자전 소설이 탄생했다. 고려대 체육교육과 졸업반 강인규(23)가 장편소설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북레시피·사진)을 펴냈다. 현역 야구선수가 소설을 낸 건 한국 야구 역사상 처음이다. 작품은 주인공 강파치가 고교야구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대회를 치르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야구 성장소설이다. 올해 강준혁에서 강인규로 개명한 작가는 다소 늦은 중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많은 어려움과 슬럼프를 딛고 고교선수로서 활짝 피었다. 덕수고 졸업반인 2016년 황금사자기 대회 최다홈런상을 받았고 이어 열린 청룡기 대회에서는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상, 타점상을 휩쓸었다. 작가 자신이 겪은 희로애락이 주인공 강파치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소설은 현장감이 뛰어나다. 강파치가 몸을 풀고 타석에 들어설 때 느끼는 중압감, 타점을 올리는 순간의 짜릿함, 경기를 앞두고 팀원들이 같이 울고 웃는 모습 등등 작가가 직접 선수로 뛰며 필드와 라커룸에서 경험한 생생함이 묻어난다. 작가는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날마다 야구일지를 써왔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훈련이나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틈틈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4년 내내 높은 평점을 받아 성적으로 장학금도 받았다. 제목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은 그가 좋아하는 야구 규칙이다. 투 스트라이크에서 던진 공을 타자가 헛스윙 했지만 포수가 받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기록상 삼진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1루까지 전력 질주해 세이프 판정을 받으면 진루할 수 있다. 선수로서 그의 야구 철학이 담겨 있다. “야구를 사랑하는 동료 그리고 우리를 있게 해준 팬 모두에게 작게나마 즐거움과 감동을 주고 싶어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작가는 21일 열리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제2차 신인드래프트에 신청한 상태다. 프로 구단이 그를 지명하면 프로선수로 야구장에 설 기회를 얻게 된다. 그가 곧잘 인용하는 미국 메이저리그 레전드 포수 요기 베라의 말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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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가 불안한 2030, 온라인 ‘점’에 빠지다

    《“올해 제가 공무원 시험에 붙을 운인가요? 아니면 포기하고 취업 준비를 해야 할까요?” 용하다는 점집이나 사주카페에서 들을 법한 이 질문은 사실 ‘온라인 점집’에서 나온 것이다. 고민 있는 이들은 요즘 이곳 댓글창에 사연을 털어놓으며 미래를 점쳐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오프라인 점집을 찾기 불안한 ‘2030’들은 유튜브에서 타로카드나 사주로 운세를 알아봐 준다는 콘텐츠를 즐겨 찾는다. ‘유튜브 점(占)성시대’다.》 특정 개인의 선택이나 생년월일에 따라 달라진다는 운세를 불특정 다수가 보는 온라인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개인이 선택한 카드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타로 콘텐츠의 경우 ‘제너럴 리딩(general reading)’ 방식을 택한다. 타로 마스터인 유튜버가 시청자를 대신해 묶음별로 카드를 선택하거나, 카드를 다양한 경우의 수에 따라 차례대로 풀이하는 방식이다. 시청자는 마음속으로 선택한 카드를 떠올린 뒤 해당 풀이를 들으면 된다. 이 때문에 종종 “1번 3:01” “2번 5:08” “3번 8:42” 같은 정체불명의 수식이 댓글에 등장한다. 자신이 선택한 카드 풀이를 빠르게 볼 수 있도록 해당 운세 풀이가 시작하는 영상의 시간을 기록한 일종의 바로가기 문구다. 1번 카드 묶음을 선택했다면 영상 시작 3분 1초 지점부터 보면 된다는 얘기다. 운세 풀이는 “9월 첫째 주에는 주로 집에 머물라” “주변 사람의 일신에 조만간 변화가 있을 것”같이 오프라인 점집과 별 차이가 없다.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주풀이는 ‘태어난 월로 알아보는 내 성격 및 사주 특징’ ‘운이 바뀌는 타이밍’ ‘내 사주 활용법’ ‘부자들 사주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등 주제별 콘텐츠가 인기다. 엄밀히 말해 온라인 점집 콘텐츠는 무료다. 그렇다고 ‘재능 기부’만 하며 점을 봐주는 건 아니다. 복채는 시청자가 클릭하는 ‘구독’과 ‘좋아요’가 대신한다. 인기 타로카드 유튜브 채널 ‘호랑타로’의 경우 구독자 41만 명, ‘타로마스터정회도’ 채널도 구독자 10만 명 이상이어서 이에 해당하는 ‘복채’를 받는다. 일부 시청자는 별도 복채를 후원 형태로 유튜버에게 송금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청년 대상의 콘텐츠 주제도 변화하고 있다. 올 초까지는 연애나 결혼 재회 등 애정 관련 운세 콘텐츠 일변도였다면 최근에는 취업 직장 이직 시험 고시 등에 대한 운세풀이 수요가 늘었다. 한 사주풀이 전문가는 “온라인 운세풀이를 찾는 2030 사이에서 그동안 제1의 화두가 연애, 결혼이었다면 최근 취업, 직종 변화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고 했다. 그동안은 장난 반의 심정으로 봤다면 이제는 미래에 대한 실질적인 불안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타로 채널은 ‘코로나 이후 바뀔 운의 흐름’이라는 콘텐츠를 올렸다. 콘텐츠의 댓글창은 일종의 부적이자 메모장이다. 구독자들은 ‘최종 면접 앞두고 있는데 타로 결과대로 꼭 합격하게 해주세요!’ ‘어떻게 제 맘과 똑같은 카드가 나왔을까요. ㅠㅠ 잘 해결되기를!’ 같은 바람을 적는다. 영상을 반복해 보면서 유튜버 설명을 그대로 댓글창에 옮겨 적고는 불안할 때마다 찾아보며 위안을 받기도 한다. 유튜브 점집만의 매력이다. 타로마스터 정회도 씨는 “10년 넘게 활동하며 지금처럼 사업, 취직이 힘들다는 말을 들은 때가 없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설명하며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위안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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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서도 한국공연 ‘언택트’로 즐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국 공연단의 해외 초청 공연이 줄줄이 무산되는 대신 공연 영상이 ‘러브 콜’을 받고 있다. 그동안 해외의 한국문화원을 통해 현지인들이 케이팝 공연이나 영화 등을 만났다면 최근에는 현대무용 국악 발레까지 영상으로 즐기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국립현대무용단의 ‘검은 돌: 모래의 기억’ 공연은 동영상 플랫폼 비메오(Vimeo)를 통해 미국 워싱턴의 한국문화원에서 상영됐다. 2017년 현대무용단의 현지 초청 공연 이후 3년 만에 영상으로 현지 관객과 만난 것이다. 이에 앞서 현대무용단의 지난해 신작 ‘비욘드 블랙’ 영상도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의 한국문화원 요청을 받아 상영돼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헝가리 한국문화원은 코로나19로 취소된 오프라인 공연을 대체하기 위해 올 4월부터 온라인 공연 ‘한국문화배달서비스’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현대무용단 ‘고블린 파티’를 비롯한 다양한 클래식 공연을 비롯해 정가, 씻김굿 등 전통예술작품도 소개했다. ‘한-러 상호교류의 해’를 맞은 러시아 한국문화원은 공연 상영에 덧붙여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발레리노 김기민, 현대무용가 김재덕, 소리꾼 정승준 같은 예술인 인터뷰도 올리며 다양한 한국 문화를 맛보려는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해외 공연장에서는 국내 공연 팬에게는 익숙해진 온라인 공연 실황 중계도 이뤄진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10월 3일 홍콩 한국문화원 주최 ‘Festive Korea’에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당초 단원 10명 안팎이 초청받았다가 코로나19로 취소되자 단원 약 50명으로 국내 공연을 올려 이를 생중계하기로 한 것. 앞서 6월에는 서울시무용단의 ‘놋(N. O. T: No One There?)’ 공연이 온라인 실시간 중계로 이탈리아 관객과 만났다. 곽아람 국립현대무용단 기획팀장은 “대중예술 콘텐츠를 넘어 무용작품 같은 순수예술 콘텐츠도 관심을 받으며 다양한 작품의 공연 영상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지원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과장은 “현지에서 공연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케이팝이나 영화에서 시작된 관심이 다양한 장르로 퍼지도록 비대면 홍보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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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결혼·운세 복채는 ‘구독’과 ‘좋아요’…유튜브 점(占)성시대

    “올해 제가 공무원 시험에 붙을 운인가요? 아니면 포기하고 취업 준비를 해야 할까요?” 용하다는 점집이나 사주카페에서 들을 법한 이 질문은 사실 ‘온라인 점집’에서 나온 것이다. 고민 있는 이들은 요즘 이곳 댓글창에 사연을 털어놓으며 미래를 점쳐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오프라인 점집을 찾기 불안한 ‘2030’들은 유튜브에서 타로카드나 사주로 운세를 알아봐 준다는 콘텐츠를 즐겨 찾는다. ‘유튜브 점(占)성시대’다. 특정 개인의 선택이나 생년월일에 따라 달라진다는 운세를 불특정 다수가 보는 온라인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개인이 선택한 카드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타로 콘텐츠의 경우 ‘제너럴 리딩(general reading)’ 방식을 택한다. 타로 마스터인 유튜버가 시청자를 대신해 묶음별로 카드를 선택하거나, 카드를 다양한 경우의 수에 따라 차례대로 풀이하는 방식이다. 시청자는 마음속으로 선택한 카드를 떠올린 뒤 해당 풀이를 들으면 된다. 이 때문에 종종 “1번 3:01” “2번 5:08” “3번 8:42” 같은 정체불명의 수식이 댓글에 등장한다. 자신이 선택한 카드 풀이를 빠르게 볼 수 있도록 해당 운세 풀이가 시작하는 영상의 시간을 기록한 일종의 바로가기 문구다. 1번 카드 묶음을 선택했다면 영상 시작 3분 1초 지점부터 보면 된다는 얘기다. 운세 풀이는 “9월 첫째 주에는 주로 집에 머물라” “주변 사람의 일신에 조만간 변화가 있을 것”같이 오프라인 점집과 별 차이가 없다.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주풀이는 ‘태어난 월로 알아보는 내 성격 및 사주 특징’ ‘운이 바뀌는 타이밍’ ‘내 사주 활용법’ ‘부자들 사주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등 주제별 콘텐츠가 인기다. 엄밀히 말해 온라인 점집 콘텐츠는 무료다. 그렇다고 ‘재능 기부’만 하며 점을 봐주는 건 아니다. 복채는 시청자가 클릭하는 ‘구독’과 ‘좋아요’가 대신한다. 인기 타로카드 유튜브 채널 ‘호랑타로’의 경우 구독자 41만 명, ‘타로마스터정회도’ 채널도 구독자 10만 명 이상이어서 이에 해당하는 ‘복채’를 받는다. 일부 시청자는 별도 복채를 후원 형태로 유튜버에게 송금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청년 대상의 콘텐츠 주제도 변화하고 있다. 올 초까지는 연애나 결혼 재회 등 애정 관련 운세 콘텐츠 일변도였다면 최근에는 취업 직장 이직 시험 고시 등에 대한 운세풀이 수요가 늘었다. 한 사주풀이 전문가는 “온라인 운세풀이를 찾는 2030 사이에서 그동안 제1의 화두가 연애, 결혼이었다면 최근 취업, 직종 변화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고 했다. 그동안은 장난 반의 심정으로 봤다면 이제는 미래에 대한 실질적인 불안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타로 채널은 ‘코로나 이후 바뀔 운의 흐름’이라는 콘텐츠를 올렸다. 콘텐츠의 댓글창은 일종의 부적이자 메모장이다. 구독자들은 ‘최종 면접 앞두고 있는데 타로 결과대로 꼭 합격하게 해주세요!’ ‘어떻게 제 맘과 똑같은 카드가 나왔을까요. ㅠㅠ 잘 해결되기를!’ 같은 바람을 적는다. 영상을 반복해 보면서 유튜버 설명을 그대로 댓글창에 옮겨 적고는 불안할 때마다 찾아보며 위안을 받기도 한다. 유튜브 점집만의 매력이다. 타로마스터 정회도 씨는 “10년 넘게 활동하며 지금처럼 사업, 취직이 힘들다는 말을 들은 때가 없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설명하며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위안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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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코로나 감염된 우리에겐 해열제 밖에 없었다

    “어, 사람이다!” 잠시 횡단보도 앞에 차를 세운 순간, 차창 앞으로 누군가 걸어간다. 창문이 꽉 닫혀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황급히 마스크부터 찾아 귀에 건다. 언제부턴가 사람이 잠재적 위협요인으로 보인다. 가족이 아프기 시작하며 생긴 무의식적 변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미국 뉴욕에 살던 한국인 부부의 집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격리시설에서 병마와 싸우다 완치한 이야기는 언론 등을 통해 많이 소개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해외 상황은 덜 알려졌다. 바이러스 검사조차 받을 수 없던 뉴욕에서 해열제만으로 40일간 생존했던 한 부부의 이야기가 출간됐다. 남편에게 의심증세가 나타나고 끝내 완치한 여정은 생각보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서술됐다. 하지만 처절한 생존의 기록이며, 글을 읽는 누군가도 언제 마주할지 모르는 재난 대비 지침서다. 3일 전화로 만난 김어제 씨는 “미국의 비싼 진료비 때문에 건강관리는 부부의 가장 중요한 이슈였지만 코로나19를 결국 피하지 못했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펜을 들었다”고 저술 사유를 밝혔다. 저자는 귀국 후 스마트폰과 메모장에 남겨둔 기록을 조립해 5개월여의 기억을 되살렸다. 여느 해처럼 겨울을 나던 부부는 올 1월 22일, 중국 우한(武漢)의 봉쇄 소식을 접했다. 김 씨는 “바이러스는 먼 곳의 일이었다. 상황이 소설 ‘세계대전Z’와 비슷하다고 느꼈다”면서도 “그때부터 왠지 모를 불안감에 평소보다 손을 열심히 씻었다”고 했다. 공포는 빠르게 찾아왔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퍼졌다는 보도로 미국에서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적 유무형의 폭력이 만연했다. 그는 “폭력은 중국인, 한국인 등을 구별하지 않았다. 한국에 있었다면 결코 겪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남편까지 코로나19 의심증세를 호소하며 진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불안할수록 철저히 상황에 대처했다. 바이러스를 공부하면서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려 힘썼다. 검사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해열제를 먹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다행히 귀국 전 극심한 고통은 사라졌고 무사히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해외에서 잘살다 조급해지니 고국을 찾는다”는 비판도 들었다. 그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다만 외국인이라고 진료조차 못 받는 상황이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저자 부부는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이다. 남편이 마쳐야 할 학업보다 후유증 관리가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김 씨는 “다수 국가가 일상을 되찾지 못한 데 비해 한국은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의 피나는 노력으로 일상 비슷한 것을 영유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책의 마지막 부록 ‘셧다운에 대비하는 자세’에는 미국에서 체득한 위생 수칙, 체크리스트 등을 빼곡히 기록했다. ‘코로나 우울(블루)’과 공포의 사재기까지 이겨낸 김 씨의 경험담은 팬데믹(대유행) 시대를 사는 이들을 위한 위안이자 ‘멘털 백신’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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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구석에 문 연 ‘e태원 클럽’ 날마다 문전성시

    “여기가 e태원 클럽인가요?” 8월 29일 토요일 오후 9시. 비트와 음악을 즐길 준비가 된 이들이 하나둘씩 클럽으로 들어선다. 입장료가 없는 이 클럽은 약 네 달 전 개장한 뒤로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엄중한 시국에 클럽이 웬 말인가 싶지만 이곳은 전 세계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집구석 클럽’이다. 물론 물리적으로 인파가 북적이는 분위기를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날 3만 명 이상이 이곳을 찾아 몇 달간 묵혀둔 흥을 뿜어내고 돌아갔다. 이 클럽은 이번 주말에도 또 문을 연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클럽, PC방, 식당 등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새롭게 생겨난 ‘언택트 놀이 생태계’가 각광받고 있다. 대면접촉이 어려워지자 온라인에 터를 잡은 이 생태계는 영업을 중단한 장소들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생업을 잠시 중단했거나 집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이 이곳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집구석 클럽’은 코로나19로 디제잉을 할 수 없게 된 몇몇 DJ가 열기 시작했다. 힙합, 일렉트로닉, 트로피컬 음악 등 DJ 취향에 따라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다. 최근 가장 인기몰이 중인 클럽은 ‘J.E.B’다. DJ 겸 프로듀서 조선구 씨(31)가 예명 ‘요한 일렉트릭 바흐’의 영문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유튜브 채널이다. 아무래도 진짜 클럽과는 좀 차이가 있다. DJ는 편안한 옷차림에 자신의 방 침대 앞으로 디제잉 기기를 끌어와 침대에 걸터앉은 채 3시간 넘게 공연을 펼친다. 화면에는 ‘#Stayhome(집에 머무세요)’ ‘Quarantine(격리)’ 등의 문구가 등장해 이곳이 ‘집구석 클럽’임을 상기시킨다. 기르는 고양이가 공연 중 화면에 난입(?)해 시선을 사로잡는 진풍경도 이곳에서만 가능한 묘미다. 클럽에 무료입장한 이들은 각자 마실 음료, 간식을 들고 화면 앞에 모여든다. 개장 전부터 채팅에서는 “여기가 e태원이냐”며 자신이 원하는 곳이 맞는지 확인하거나 “음악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러 왔다”며 인사를 나눈다. 공연 중에도 대화는 이어진다. ‘라이브챗’ 기능은 소통이 용이해 관객이 즐기는 요소 중 하나다. 특히 디제잉이 절정에 달할 때마다 채팅창에는 ‘((’ ‘))’ 같은 기호가 끝없이 올라온다. 이는 골반, 엉덩이를 흔들며 춤추는 ‘트워킹’ 동작을 형상화한 일종의 이모티콘이다. 공연이 끝나면 “우리 집을 e태원 클럽으로 만든 공연”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이 공연을 높게 평가한다” “마치 사이버 아편굴에서 스트레스를 다 푼 것 같다”는 후기를 남기고 모두 각자의 방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화면 너머 관객에게 오로지 음악만으로 흥을 선사해야 하는 ‘집구석 클럽’은 DJ들에게 또 하나의 도전 무대가 됐다. 인기 게임 지형도도 변화하고 있다. 출시한 지 2년이 지난 협동 추리게임 ‘어몽어스(Among us)’가 최근 인기몰이 중이다. 코로나19 시대 ‘언택트 마피아 게임’으로 입소문을 타며 지난달 구글플레이 게임 순위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규칙이 간편하고 구성이 좋다는 장점 외에도 친구와 원격 교감하며 즐기는 온라인 ‘파티 게임’이라는 점도 주요 인기 요인이다. 주로 단체여행, MT, 파티 등에서 여럿이 즐기던 ‘마피아 게임’이 코로나19로 힘들어지자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겨 부활한 것이다. 집에서 음성대화로 여럿이 추리를 맞춰 나가야 해 ‘코로나 우정 게임’으로도 통한다. 게임 중 “마스크를 쓰자”는 제안에 캐릭터에 마스크를 씌우는 장면도 연출된다.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활용한 ‘랜선 술자리’ ‘온라인 생일파티’도 빠르게 정착 중인 트렌드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 중인 이모 씨(32)는 “최근 미국, 유럽에 흩어진 직원들이 같은 시간에 모여 화상으로 맥주 ‘해피 아워(Happy Hour)’를 즐겼다. 언택트 생태계는 세계적 흐름”이라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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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도 낙인찍을 권리는 없다[현장에서/김기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잠시 누그러들던 6월. 바이러스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코로나 낙인’의 그림자를 찾기 위해 무턱대고 전화를 돌렸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완치한 사람을 찾을 단서는 공교롭게도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한 상호명, 기사, 댓글, 지역 맘카페 게시글 같은 또 다른 낙인의 잔해였다. 우여곡절 끝에 연결이 된 이들은 “직장 동료들이 제 부서를 옮겨 달라고 했다” “사무실에서 누구도 말을 안 걸더라”며 몇 달간 겪은 마음의 상처를 쏟아냈다. 하지만 인터뷰 요청에는 “또 직장에 민폐가 될 것 같다” “몸은 돌아왔어도 마음은 아니다”며 번번이 거절했다. 다시 자신에게 향할 주변의 따가운 시선 때문이었을 게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지역사회에서 ‘코로나 민폐남’으로 ‘찍힌’ 전북 전주시 ‘죽도민물매운탕’ 사장 김호섭 씨(67)에게 전화했다. 마찬가지로 난색을 표하던 김 씨는 한참 침묵하다 “일단 한번 내려와 보라”고 했다. 식당에 도착하고서야 알 수 있었다. 인터뷰를 허락한 건 ‘전북 10번, 전주 3번’이라는 낙인 탓에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그야말로 모든 걸 내려놓은 상태여서였다. 완치 판정을 받고 식당에 돌아온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유서 깊은 지역 맛집은 텅텅 비어 있었다. 이따금 가게 전화벨이 울리자 김 씨의 심장은 또 쿵쾅댔다. 당장 “당신이 동네를 더럽혔다” “그냥 죽어버려”라는 저주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릴지 몰랐다. 낙인의 굴레는 김 사장 자신뿐 아니라 그의 가족도 끈질기게 괴롭혔다. 남편 대신 종종 가게 전화를 받던 부인 조미정 씨(64)는 “욕설 가득한 전화를 받을 때면 왜인지 모르게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 안 나왔다”고 털어놨다. 무시무시한 말을 받아내던 순간을 떠올리는 조 씨의 입술은 마스크 뒤에서 파르르 떨렸다. 그나마 지난달 29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통해 김 씨의 사연을 접한 독자들 덕에 조금은 변화가 생겼다. 3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덕분인지 기사가 나온 날 오전부터 김 씨는 전국에서 위로의 전화를 받았다. 특히 대구에서도 “저희 때문에 괜히 힘드셨겠다. 힘내시라”는 응원 전화가 잇따랐다. 몇몇 ‘맛집 블로거’는 ‘코로나 맛집’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방문 후기를 올렸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끼리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도 “저희도 기사 보고 왔다”며 인사를 나누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김 씨에 대한 역학조사를 담당했던 강영석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의 페이스북에는 올 2월부터 이런 게시글이 올라있다. “사랑하는 도민 여러분, 마녀사냥은 아무나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힘들어도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렵니다. 동선 공개로 아파하실 분들에 대한 따사로운 살핌을 바랍니다.” 8월 31일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만 명에 이른다. 그들에게 낙인을 찍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김기윤 문화부 기자 pep@donga.com}

    •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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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낙인찍기, 방역에도 독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순간, ‘코로나 낙인’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늘어난다. 코로나19에 걸리는 것 자체보다 다른 이들의 손가락질이나 동선 공개가 더 두렵다는 이도 많다. 그러다 보니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피하는 일마저 생긴다. 감염병 환자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은 방역 측면에서 개인에게도, 공동체에도 독이 된다. 동아일보는 코로나19가 대유행했던 3월 감염됐다가 반년이 지나도록 근거 없는 비난과 오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누구나 ‘확진’이라는 재난과 사고를 당할 수 있다. 확진자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며, 단지 일찍 감염된 사람일 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을 마음에 새겨야 할 시점이다.※ 동아닷컴 이용자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디지털스토리텔링을 보실 수 있습니다.네이버·다음 이용자들은 URL을 복사하여 검색창에 붙여넣기 하시면 됩니다. 네이버 채널의 경우 기자 이름과 이메일 아래에 있는 ▶ 코로나는 이겼지만 주홍글씨에 울다 아웃링크 배너를 클릭하시면 됩니다.김기윤 pep@donga.com·사지원 기자}

    • 202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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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해버려라, 당장 떠나라” 끝없는 비난… 갑자기 죄인이 됐다

    《감염병의 그림자는 바이러스보다 크고 어둡다. 바이러스가 떠난 자리에도 질기게 남아 혐오와 차별을 키운다. 단지 감염병에 걸렸었다는 사실만으로 ‘상종 못할 사람’이 되고, 확진자가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 ‘얼씬도 하면 안 되는 곳’이 되어버린다.코로나19 확진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도 낙인이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발표한 ‘코로나19 인식 조사’에 따르면 확진자들의 ‘공포 심리’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과 피해가 두렵다’(3.87점·5점 척도)는 것. ‘다시 감염될 수 있다’(3.46점), ‘완치되지 못할 수 있다’(2.75점)는 점보다 낙인이 더 두렵다는 이야기다. 유 교수는 “감염 책임을 특정인, 집단에 돌리면 가해자와 피해자 구도의 낙인이 생긴다”며 “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최근 코로나19는 넓고, 빠르고, 강력하게 번지고 있다. 방역당국이 “이젠 언제 어디서 누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다”라고 말할 정도다. 누군가에게 쏜 비난의 화살이 언제라도 나에게 돌아와 꽂힐 수 있다.》 신문을 끊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신문이 배달되지 않았다. 치킨을 주문하고 주소를 불러주니 갑자기 “닭이 떨어졌다”며 전화가 뚝 끊겼다. 바스락 인기척에도 창밖을 살피게 된다. 가게 앞으로 차 한 대만 지나가도 손끝, 발끝이 얼어붙는다. 누가 갑자기 욕을 하고 손가락질을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이건 모두 그날 이후 생긴 증상이다. 꽃샘추위 탓인지 왠지 으슬으슬하던 그날.○ 그날 이후 3월 18일 김호섭 씨(67)는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 X선 검사에서 검게 나와야 할 폐의 3분의 2가 하얗게 흐려져 있었다. ‘5년 전 앓았던 폐렴이 다시 생겼나….’ 조금 심란해졌다. 하지만 그렇게 끝날 일이 아니었다. “전북대병원 음압병상으로 가셔야 합니다.” 의사의 말에 김 씨의 가슴은 쿵 내려앉았다. 한순간에 ‘전북 10번, 전주 3번’이 됐다. 김 씨가 확진 판정을 받자마자 보도가 쏟아졌다. ‘하필 음식점에서’라는 제목과 함께 온라인에 가게 이름과 위치, 김 씨의 신상이 노출됐다. “죽어도 싸다” “사형시켜라” 같은 댓글이 수백 개씩 달렸다. 전북 진안에서 17년, 전주시 우아동에서 20년. 매운탕에 인생을 걸고 열심히 살았다. 60대 후반의 김 씨 부부가 젊은 날을 쏟아부은 ‘죽도민물매운탕’.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이 이름이 졸지에 ‘코로나 식당’이 되고 말았다. 식당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이 집이 코로나래”라며 손가락질을 하고는 사라졌다. 포털사이트들은 죽도민물매운탕의 연관 검색어로 ‘코로나 식당’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보건당국은 3월 5∼18일 김 씨의 동선을 공개했다. 꾸준히 다니던 헬스장, 생필품을 사러 갔던 슈퍼마켓, 감기 기운 등으로 찾았던 병원들이 모두 공개됐다. 부인과 아들, 처제, 손자, 헬스장 직원 등 김 씨와 접촉한 16명은 자가 격리됐다. ‘코로나는 생각도 못 했는데. 매일 다니던 곳, 늘 만나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폐를 끼치다니….’ 김 씨는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그래도 몸이 회복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줄 알았다. ○ 섬이 된 ‘죽도’ 김 씨는 입원 23일 만인 4월 9일 퇴원했다. 접촉자 중 추가 감염자는 없었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김 씨는 신천지 신도도 아니었고, 대구 방문 기록도 없었다. 전주 시내 이동 중에도 도보나 개인 차량만 이용했다. 그러나 김 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사우나에 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난 수위는 더 높아졌다. 김 씨가 코로나에 걸린 줄 알면서 일부러 사우나에 갔다거나, 역학조사에서 동선을 숨겼다는 비난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그러나 김 씨의 동선을 직접 조사한 문대봉 전주 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초기에 (김 씨의)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서 통화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이다 보니 늦게 파악된 것뿐”이라며 “일부러 진술을 하지 않거나 고의로 숨긴 게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죽도민물매운탕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가게에 하루에 100통 넘게 전화가 왔다. “빨리 뒤져라” “망해버려라” “당장 전주에서 떠나라”…. 욕설과 막말이 쏟아졌다. 의심과 비난은 밑도 끝도 없었다. 김 씨 부인은 “너희 남편이 신천지 여자랑 어디서 널브러졌다 온 것 아니냐”는 막말도 받아내야 했다. 부부는 지쳐갔다. 밀려드는 전화를 더 이상 받을 힘이 없을 무렵, 전화가 서서히 줄었다. ‘전주시 추천 맛집’ 간판을 달고 20년 영업한 전통도 전화와 함께 사라졌다. 식사 때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던 식당에 누구도 찾지 않았다. 전주의 한 택시기사는 “이름만 들어도 다 알 만큼 유명했던 집”이라며 “주인이 감염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근처에 가자는 손님도 없어졌다”고 했다. 손님만 떠난 게 아니었다. 신문 배달원도 감염이 두려워서인지 신문을 넣지 않았다. 다른 식당 음식을 시켜 먹으려 해도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몸이 불편할 때마다 방문했던 병원은 “굳이 올 필요 없다. 증세를 알려주면 처방전을 약국에 보내놓겠다”고 했다. 코로나 낙인이 찍혀버린 ‘죽도’민물매운탕은 섬이 돼버렸다.○ 낫지 않는 병 코로나19는 나았지만 새로운 병이 생겼다. 결벽증, 수면장애, 공황장애, 우울증까지…. 김 씨 부부는 바이러스를 없애야 한다는 강박에 일주일에 한 통씩 소독제를 써댄다. 손이 하얗게 벗겨질 정도로 소독제를 문지르고 또 문지른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심장이 쿵쿵댄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한숨을 쉬는 버릇도 생겼다. 하루 종일 방 안을 빙빙 돌기만 한 적도 있다. 사회적 낙인은 밝고 활기차던 부부에게 우울감과 공황장애를 안겼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거라는 김 씨 부부의 바람은 헛된 희망이었다. 제자리로 돌아온 건 몸뚱이뿐. 모든 게 나빠졌다. 죽도민물매운탕은 김 씨가 코로나19에 걸리기 이전과 이후, 완전히 다른 공간이다. 이전엔 40명 규모의 큰방, 10명씩 앉을 수 있는 작은 방 5개, 홀에 있는 16개의 테이블은 오전 11시 무렵부터 손님들이 들어찼다. 월 매출은 2000만 원을 거뜬히 넘겼다. 확진 이후 6월까지 한 달 매출은 200만 원이 되지 않는다. 가족 3명이 매달린 일터에서 근로자 1명의 최저임금(올해 월 179만5310원)이 안 나온다. 손님 없는 식당이란 괴괴하다. 김 씨는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맞이하려 가게 문 앞을 서성인다. 신을 이 없는 실내화를 이리 놓았다 저리 놓았다 줄을 맞춘다. 두를 이 없는 앞치마를 의자에 놓았다 옷걸이에 걸었다 손길을 놀린다. 며칠째 손님이 한 번도 앉지 않은 테이블을 괜스레 한 번 더 닦아본다. 아주 가끔 정적을 깨며 전화벨이 울렸다. 더는 욕설을 퍼붓는 전화는 아니다. 예약을 하려는 ‘귀한 손님’들의 전화다. 그런데도 부부 얼굴의 그늘은 가시지 않았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는 절박함과 불안감이 이들을 짓누르고 있다. “혹시라도 식당이 한 번 더 코로나19에 얽히면 어떡해요. 한 번은 어떻게 겨우겨우 지나갔더라도 두 번은… 두 번은 정말 끝이에요, 끝.”※ 동아닷컴 이용자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디지털스토리텔링을 보실 수 있습니다.네이버·다음 이용자들은 URL을 복사하여 검색창에 붙여넣기 하시면 됩니다. 네이버 채널의 경우 기자 이름과 이메일 아래에 있는 ▶ 코로나는 이겼지만 주홍글씨에 울다 아웃링크 배너를 클릭하시면 됩니다.전주=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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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위 가상세계가 나의 진짜 삶 같아”

    배우라는 한 단어로 황은후(37)를 설명하기엔 뭔가 아쉽다. 탁월한 연기로 무대에서 잘 노는 건 기본, 여배우로서 경험한 일들을 주제로 학술 논문도 썼다. 이 논문은 그의 손에서 다시 극으로 탄생해 직접 연출도 맡았다. 때론 작품에 쓰일 텍스트도 뚝딱뚝딱 써낸다. 재능을 총동원해 늘 무언가 만들고 고민하는 그는 ‘창작자’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배우다. 그는 지난해 제56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수상작인 ‘와이프’에서 데이지, 클레어 역을 맡아 사랑스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연기로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변화하는 젠더 지형 안에서 성(性) 소수자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표현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황은후는 “영국 초연 몇 달 만에 ‘와이프’ 대본을 넘겨받아 제작진과 번역 작업을 함께 했을 정도로 따끈따끈한 작품이었다”며 “작품을 통해 받은 동아연극상은 갑자기 떨어진 선물이었다”고 했다. 자그마한 체구 탓에 “누군가의 강한 에너지를 늘 부러워했다”는 그는 학창시절 우연히 본 연극에서 형언할 수 없는 에너지와 생동감을 느꼈다. 심지어 “현실보다 무대 위 가상세계가 제가 살고픈 진짜 삶 같았다”고 했다. 고등학교 연극반에 이어 대학에서도 ‘서강연극회’ 활동을 했고 꾸준히 대학로 무대에 올랐다. 최근 몇 년간 그의 관심 주제는 몸과 여자다. ‘성별화된 몸이 여자 배우의 연기를 위한 창조적 준비상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자신의 논문을 토대로 만든 ‘좁은 몸’을 비롯해 ‘와이프’ ‘메이크업 투 웨이크업2’ ‘마른 대지’ 등의 작품에 그의 고민이 녹아 있다. 배우 김정과 함께 만든 창작집단 ‘사막별의 오로라’에서도 젠더 이슈에 질문을 던진다. 그는 “페미니즘 얘기를 하려고 굳이 마음먹지 않아도 우리들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여성과 몸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면서 “막상 연기인생을 돌아보니 사연 있고 슬픈 여자 역할만 많이 맡은 것 같다”고 아쉬움도 표했다. 그는 고 황현산 문학평론가(고려대 명예교수)의 딸이다. “아버지 전공인 불문학은 대학 학과 선택에서 가장 먼저 배제했다”고는 하지만 예술비평을 하는 아버지에게서 응원을 받으며 연극을 했다. 딸의 작품을 자주 본 아버지에게서 나름의 비평도 들어야 했다. 그는 “예술인에게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아시면서도 예술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시인은 30만 원으로도 당당히 살 수 있다’는 아버지의 글을 좋아해요. 앞으로도 당당히 제 이야기를 펼치는 배우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생각입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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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용인 듯 아닌 듯… 한계에 도전하는 격렬한 구도의 몸짓

    분명히 무용인데 무용이 아닌 것 같다. 객석에서는 ‘피식’ 웃음이 터지지만 무용수의 표정과 몸짓은 엄숙하기만 하다. 현대무용과 인간의 몸짓 사이, 애매한 경계 어딘가에 놓인 춤. 그 애매함이 앰비규어스(ambiguous·애매한) 댄스컴퍼니의 정체성이다. 2011년 이 무용단을 창단해 가장 대중적이고 ‘핫한’ 무용단으로 일궈낸 김보람 예술감독(37)은 14일 개막한 국제현대무용제(MODAFE·모다페)에서 대표 레퍼토리 ‘바디콘서트(Remix)’를 23일 선보인다. 1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2010년 ‘바디콘서트’가 탄생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다시 관객과 만나게 돼 고향을 찾은 기분”이라며 기뻐했다. 두어 달 전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든 워크숍과 공연을 취소하느라 목소리가 가라앉았던 그는 “공연 취소만큼 슬픈 게 없더라. 앞으로 웬만하면 제안받는 춤은 뭐든 다 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바디콘서트는 ‘관객의 현대무용 입문작’으로 불릴 정도로 직관적이다. 몸이 악기로 변신해 음악에 따라 격렬하게 몸짓하는 콘서트다. 무용의 본질인 움직임과 춤의 한계에 도전하는 작업이라 신입 무용수는 엄청난 연습량을 요한다. 무용수들 사이에서 “× 쌀 뻔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올해는 작품명에 Remix(리믹스)를 더했다. “원작에 무용수 3명을 더해 모두 10명이 나온다. 힘든 장면들만 모아 놨다.” 이 무용단의 트레이드마크는 선글라스다. 바디콘서트에서도 선글라스를 쓰고 춤춘다. 어두워서 중심 잡기도 힘든 무대에서 선글라스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눈을 가리면 실수하는 티가 덜 나요. 눈에 감정이 다 드러나는데 처음 안무를 짤 때 선글라스를 꼈더니 불안한 ‘동공 지진’을 가릴 수 있었죠. 다만 지금은 눈과 얼굴에서 드러나는 메시지를 완벽히 차단하고 관객이 몸의 언어에만 집중하길 바랍니다.” 선글라스에서 시작한 파격은 모자, 헬멧, 펜싱 마스크까지 이어졌다. 최근에는 괴상한 마스크 위에 검은 비닐봉지까지 뒤집어쓰고 춤을 췄다. “숨쉬기도 힘들어 죽을 것 같지만 숨은 의미를 알아챈 관객이 있을 때 짜릿하다”고 했다. 최근 한 관객이 “108배(拜)를 보는 것 같은 춤”이라는 후기를 남겼는데 메시지를 정확히 알아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단다. 공연 장소도 파격적이다. 논밭, 지하철역, 공원, 길거리, 잔디밭 등 어디든 무대다. “대중에게 먼저 다가가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지론이라 무대가 엄숙하고 조용한 공연장이어야만 할 이유가 없다. 춤춰 보라 하면 울어버릴 만큼 내성적인 아이였던 그는 2000년부터 엄정화 윤종신 등 가수의 백업댄서로 활동하며 사람들 앞에 섰다. 서울예대에서 현대무용을 배웠지만 장르에 얽매이긴 싫었다. 재미있는 표현법으로 관객 앞에서 춤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현대무용의 경계에 걸쳐 있다’는 애매함 때문에 무용계의 비판도 받았다. 그래도 ‘나는 왜 춤을 추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때까지 그는 계속 춤출 것이다. “쉬운 길이 제일 잘못된 길인 건 확실하니까요.” 23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4만, 5만 원. 8세 관람가. 모다페의 모든 공연은 좌석 거리 두기를 통해 공연장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네이버TV와 V LIVE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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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댄서 16명 원격연습 통해 안무 만들기는 처음”

    국내 최대 현대무용 축제인 국제현대무용제(MODAFE·모다페)는 올해만큼은 ‘국제’라는 말이 어색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아티스트들은 참가할 수 없다. 그 대신 그동안 한자리에 모이기 힘들었던 국내 현대무용 스타들이 총출동해 축제를 빛낸다. 이들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안무가로서 현대무용계를 굳건히 지켜온 안애순(60)이 있다. 안애순 안무가는 이번 모다페에 ‘Times Square(타임스 스퀘어)’를 내놓는다. 20여 년간의 안무 작업을 조합한 아카이빙 작품으로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표현했다. 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근 카페에서 만난 그는 “제 인생에서 더 이상 새로운 건 없지만 안무 작업을 할 때만큼은 매번 새로운 생각, 발상과 만난다. 현실과 완전히 다른 춤의 무대를 내놓는 일은 늘 짜릿하다”고 했다. 안 안무가에게는 이번 작품 연습 과정에서 난생처음 겪은 일이 있었다. 코로나19 탓에 무용수들이 연습실에 모이는 대신 원격으로 연습을 해야 했다. 한국 현대무용계의 대표 주자인 한상률 김보라 김호연 지경민을 비롯해 작품에 출연하는 댄서 16명이 그에게 각자 자신의 춤동작 영상을 보내 점검을 받았다. “어떤 장면을 표현할지 논의한 뒤에 각자 영상에 느낌과 테크닉을 담아 제게 전송해요. 무엇이 좀 부족했는지, 어떤 것은 잘 소화했는지 피드백을 주면 처음엔 낯설어하다가 프로답게 금방 결과물을 내놓더라고요.” 그는 최근 작품들에서 줄곧 시간성을 천착했다. ‘Here There’ ‘이미 아직’ ‘평행교차’ ‘공일차원’ 등 모두 시간이 작품의 중요 키워드이자 매개가 된다. 왜 시간일까. “몸으로 모든 걸 말하는 무용수에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몸의 변화는 아주 예민한 주제죠. 평생 절대적 시간에 갇히지 않고 주관적 시간성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코로나19로 몸이 갇히는 경험을 하면서 앞으로 닥칠 미래를 어떻게 작품에 녹일지도 고민했어요.” 안 안무가는 1985년 안애순무용단을 창단해 세련된 리듬감과 한국적 정서를 살린 안무로 세계에서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그를 소개할 때마다 ‘옥스퍼드무용사전에 등록된 최초의 한국 현대무용가’ ‘세계현대춤사전 속 한국 대표 무용가’라는 표현을 인용한다. 한국공연예술센터와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을 지낸 그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해외 평론가들이 공연 책자를 보고 소개해 (사전에) 등록된 것 같다. 이젠 저도 좀 다른 수식어가 필요한 때”라며 웃었다. 그는 무용가나 안무가 대신 작가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작가는 할 말이 다 떨어진 순간 끝났다고 봐요. 무용을 창작하고 춤으로 이야기하는 작가로서 아직 해야 할, 하고픈 말이 더 많습니다.” 14일 개막하는 모다페에서는 모든 공연을 네이버TV 및 V LIVE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15, 1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4만, 5만 원, 8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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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렵게 모신 손님들인데… 코로나 때문에 ㅠㅠ”

    “관객 안전을 위한 내한공연 취소, 연기 결정에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영국 국립극장,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RSC), 아크람 칸, 매슈 본, 크리스털 파이트, 밀로 라우, 쥘리앵 고슬랭…. 해외 유명 프로덕션과 거장의 라인업이 유독 화려했던 올해. ‘귀한 손님’의 공연을 눈앞에 두고 취소해야 했던 담당 프로듀서들은 허탈하다 못해 속이 쓰리다. 배우, 제작진보다 먼저 바다를 건너온 공연세트, 소품들을 부산항에서 눈물을 머금고 돌려보냈다. 막도 올리지 못하고 극장 문을 닫아야 했던, 그 치열하고 안타까운 막전막후를 들여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에서 심해지고 올 2월 한국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해외 프로덕션 측은 “공연이 가능하냐”고 물어왔다. LG아트센터의 이현정 기획팀장은 “어떻게든 공연을 올리려는 마음뿐이었다. 어렵게 섭외한 작품들이라 더 간절했다”고 말했다. 몇 년에 걸친 사전작업과 해외 제작진의 국내 공연장 답사까지 끝낸 경우도 많았다. 장르와 작품별로 다르지만 유럽, 미국에서 보내는 무대 세트와 소품은 보통 20피트 또는 40피트 컨테이너 두세 대에 실려 온다. 배로 두 달, 길게는 석 달 걸린다. “공연일이 한참 남았는데 왜 벌써 취소하느냐”는 물음도 있지만 통상 현지에서 화물을 선적하기 전 취소 결정을 해야 한다. 40피트 컨테이너 1대 기준 왕복 선적비용(약 1400만 원)도 감안해야 한다. 한국 단독 초청 공연이 아니라 해외투어인 경우 셈법은 더 복잡하다. 여러 국가의 선적기간, 비용, 공연장 일정이 묶여 있어 한 나라라도 ‘공연 불가’ 입장을 밝히면 이것들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6월 국립극단 초청작인 RSC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영국 공연 후 미국 한국 일본 투어가, 국립극장 초청 쥘리앵 고슬랭의 작품은 프랑스 대만 한국 투어가 예정된 상황이었다. 정채영 국립극단 PD는 “매일 뉴스를 보며 한 달 넘게 해외 담당자와 상황을 주고받느라 ‘전우애’까지 생겼다”고 했다. 공연 시점을 한 달 반 정도 남기고 취소 결정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날이 임박했다. 국내외에서 화상통화나 e메일로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동안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했다. 국공립 예술기관의 재개관도 논의되며 ‘6, 7월이면 공연을 올려도 되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외가 문제였다. 공연을 강행하더라도 해외 제작진이 도착하면 2주간 의무 격리해야 한다. 확진자라도 나오면 대체인력이 필요하다. 국내 공연을 하려면 받아야 하는 단기취업비자 발급 요건도 강화돼 취득이 쉽지 않았다. 항공편도 하나둘씩 막혔다.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매일 수천만 원씩 불어났다. 결국 계약의 ‘불가항력’ 조항에 따라 공연은 모두 취소됐다. 조화연 국립극장 PD는 “2020년 현재, 여기, 우리에게 필요한 시의성 있는 작품을 선보이지 못해 안타깝지만 출연진과 제작진, 그리고 관객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에서 다음 달 25일로 예정됐다가 취소된 무용 ‘제노스’는 “꼭 한국 팬을 만나고 싶다”는 창작자 아크람 칸의 바람에 따라 공연세트를 국내에 보관 중이다. 사태가 진정되면 언제라도 공연을 올리겠다는 것. 국내 공연업계 측은 “향후 모든 해외 작품 초청이 막히진 않을지 걱정된다”며 “공연 섭외와 성사 못지않게 계약을 맺을 때 ‘일신상의 이유’나 ‘불가항력’ 정도로 논의하던 취소 사유 등을 더 세밀하게 구체화하고 팬데믹 시대에 맞는 매뉴얼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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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연극 종횡무진 4연작… 코로나 시대 대학로 지키는 파수꾼

    대학로 좀 다닌다는 이들은 그의 이름 석 자를 들으면 고개를 끄덕인다. “어우, 그분 연기가…” “그 배우 참 잘하죠” 하는 호평이 끊이질 않는다. 올 상반기 뮤지컬 ‘마리 퀴리’ ‘데미안’에 이어 현재 연극 ‘언체인’에 출연 중인 배우 정인지(36) 얘기다. 정인지는 장르를 넘나들며 대학로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음 달 말부터는 지난해 뮤지컬 출연작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연습, 공연, 연습, 공연의 쉴 틈 없는 4연작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만난 정인지는 “아무리 예술을 한다 해도 극장을 찾는 사람이 없었다면 공연장도 전부 멈췄을 것이다. 성숙한 관람 문화를 보여준 팬과 행운이 있었기에 계속 무대에 설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도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 “공연이 취소돼 생계가 끊긴 동료들에게 함부로 말을 꺼내기조차 조심스러워요. 공연장이 정상화되기까지 바통을 넘겨받아 이어 달리는 마음으로 무대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죠.” 누군가가 자신을 계속 찾는다는 건 배우로서 축복임에 틀림없다. “타고난 재질이 다를 뿐 제가 특출한 건 없다”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고 여러 배역에 덤벼드는 건 장점”이라고 했다. 최근 행보가 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마리 퀴리에서는 공연마다 오열하느라 ‘콧물 장인’으로 등극했고, 2인극인 데미안과 언체인에서는 성별을 넘나들며 철학적 고뇌까지 능숙하게 소화했다. 특히 데미안에서는 손과 팔 동작을 곁들인 신체 연기에 도전해 “대사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말을 건네고 싶다”는 지향성을 확고히 했다. 일정상 공연과 연습이 숱하게 겹쳐 시간이 빠듯하다. 정인지는 “어떻게 그 많은 대사를 외우느냐고 걱정하는 분도 많은데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캐릭터를 외우면 된다. 진짜 문제는 체력”이라고 했다. 올 3월엔 어두워진 무대에서 서둘러 퇴장하다 소품 모서리에 무릎을 부닥쳐 크게 다쳤다. 그는 “세 작품의 연습과 공연을 병행할 때였는데 일주일을 누워 있느라 진짜 미쳐 버릴 것 같았다”며 웃었다. 공연할 때 “나는 멈춰 있고 싶다”거나 “선례도 기준도 없다.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대사에 마음을 투영시키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1998년 14세 때 성악을 배우다 “표현력을 길러야겠다”는 마음에 청소년 드라마에 뛰어든 것이 연기의 첫발이었다. 연기라면 뭐든 좋아서 집이 있는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방송, 영화에 출연했다. 2007년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로 무대에 올랐다. 그가 지금껏 대학로를 지키는 이유는 하나다. “무대는 섣불리 올라선 안 되는 위험한 곳이지만 그만큼 힘과 매력이 넘치는 곳이거든요.”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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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은 언제까지 통할까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다.” 경제학의 기초를 마련한 애덤 스미스의 대전제는 수 세기 동안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거센 비판에 직면해 거듭 수정을 하더라도 근간에 깔려 있는 이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21세기에도 이 믿음은 유효할까. 확실한 건 기존의 경제 논리가 세계적 불평등과 부의 쏠림을 해결할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두 책은 숫자와 논리를 앞세운 주류 경제학의 통념에 도전한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부부가 썼다. 이들은 ‘국제 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실험적인 접근법’을 인정받아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사제지간으로 만나 사랑을 키웠다. 2011년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에 이은 두 번째 공동 저작이다. 이들은 ‘좋은 경제학’이란 늘 사회현상에 질문을 던지고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하는 새로운 이론, 접근방식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돈보다 인간 존엄’을 우선하는 과감함도 필요하다. 반대로 ‘나쁜 경제학’은 실증 근거가 없다. 미국 트럼프 정부와 일부 경제학자가 내놓은 반(反)이민정책이 대표 사례다. 이민이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지만 사람들은 보금자리를 떠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이민자 숫자는 정책 입안자의 입맛에 맞게 실제보다 부풀려진다. 책은 아울러 무역 분쟁, 복지, 조세 이슈 등을 통해 새롭게 검증해야 할 경제정책을 짚는다. 그중 저자는 “깊이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는 ‘ATD 제4세계’라는 프랑스 시민단체에서 조심스레 대안을 드러내 보인다. ‘빈곤 극복을 위해, 함께 존엄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단체는 “빈곤은 열등함이나 무능의 결과가 아니라 체계적인 배제의 결과”라고 믿었다. 지역사회의 실업자, 빈곤층을 구제한 이 단체의 경제적 성과를 목도하며 저자는 다시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떠올린다. ‘경제학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경제학은 어떻게…’는 기존 경제학의 통념을 하나하나 격파하는 ‘거꾸로 읽는’ 경제학 교과서다. 원제 ‘악함의 합리화: 경제학은 어떻게 우리를 망쳤는가(Licence to be Bad: How Economics Corrupted Us)’처럼 거침이 없다. 게임이론부터 행동주의 심리학같이 정설로 여겨진 경제이론들의 모순을 파헤친다. 경제학에서 인간을 합리적이라고 규정하는 것부터 문제라고 시작한다. 현실에서 인간은 수많은 감정에 휘둘리고 때로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때도 많다. 그런데 인간은 합리적이라 가정함으로써 과학적 허울을 씌운다는 것. 이 때문에 나쁜 행동마저도 합리적인 것으로 포장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각 장에서 경제학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곁들여 흥미롭다. 게임이론을 제시한 폰 노이만이 존 내시의 ‘내시 균형’ 이론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시했던 일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모델이었던 토머스 셸링도 등장한다. 감성이 결여된 극단적 추론에 의해 미국이 소련에 수소폭탄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확신했던 폰 노이만의 이야기는 아찔하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자유시장과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경제의 기본값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극단적 예외를 제외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자유롭게 운용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는다. 그의 극단적 예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기 때문이다. 책은 신자유주의까지 나타난 주류 경제학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김기윤 pep@donga.com·김민 기자}

    • 202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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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 애덤 스미스의 대전제, 21세기에도 유효할까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다.” 경제학의 기초를 마련한 애덤 스미스의 대전제는 수 세기동안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거센 비판에 직면해 거듭 수정을 하더라도 근간에 깔려 있는 이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21세기에도 이 믿음은 유효할까. 확실한 건 기존의 경제 논리가 세계적 불평등과 부의 쏠림을 해결할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두 책은 숫자와 논리를 앞세운 주류경제학의 통념에 도전한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부부가 썼다. 이들은 ‘국제 빈곤을 완화하기 위한 실험적인 접근법’을 인정받아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사제지간으로 만나 사랑을 키웠다. 2011년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에 이은 두 번째 공동 저작이다. 이들은 ‘좋은 경제학’이란 늘 사회현상에 질문을 던지고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하는 새로운 이론, 접근방식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돈보다 인간 존엄”을 우선하는 과감함도 필요하다. 반대로 ‘나쁜 경제학’은 실증 근거가 없다. 미국 트럼프 정부와 일부 경제학자가 내놓은 반(反)이민정책이 대표 사례다. 이민이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지만 사람들은 보금자리를 떠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이민자 숫자는 정책 입안자의 입맛에 맞게 실제보다 부풀려진다. 책은 아울러 무역 분쟁, 복지, 조세 이슈 등을 통해 새롭게 검증해야 할 경제정책을 짚는다. 그 중 저자는 “깊이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는 ‘ATD 제4세계’라는 프랑스 시민단체에서 조심스레 대안을 드러내 보인다. ‘빈곤 극복을 위해, 함께 존엄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단체는 “빈곤은 열등함이나 무능의 결과가 아니라 체계적인 배제의 결과”라고 믿었다. 지역사회의 실업자, 빈곤층을 구제한 이 단체의 경제적 성과를 목도하며 저자는 다시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떠올린다. “경제학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경제학은 어떻게…’는 기존 경제학의 통념을 하나하나 격파하는 ‘거꾸로 읽는’ 경제학 교과서다. 원제 ‘악함의 합리화: 경제학은 어떻게 우리를 망쳤는가’(Licence to be Bad: How Enocomics Corrupted Us)처럼 거침이 없다. 게임이론부터 행동주의 심리학 같이 정설로 여겨진 경제이론들의 모순을 파헤친다. 경제학에서 인간을 합리적이라고 규정하는 것부터 문제라고 시작한다. 현실에서 인간은 수많은 감정에 휘둘리고 때로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때도 많다. 그런데 인간은 합리적이라 가정함으로써 과학적 허울을 씌운다는 것. 이 때문에 나쁜 행동마저도 합리적인 것으로 포장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각 장에서 경제학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곁들여 흥미롭다. 게임이론을 제시한 폰 노이만이 존 내시의 ‘내시 균형’ 이론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시했던 일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모델이었던 토머스 셸링도 등장한다. 감성이 결여된 극단적 추론에 의해 미국이 소련에 수소폭탄을 떨어드려야 한다고 확신했던 폰 노이만의 이야기는 아찔하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자유시장과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경제의 기본값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극단적 예외를 제외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자유롭게 운용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는다. 그의 극단적 예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기 때문이다. 책은 신자유주의까지 나타난 주류 경제학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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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폭 논란 김유진 PD측 “악성 댓글에 선처란 없다”

    학교 폭력 논란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김유진 프리랜서 PD(29·사진)를 둘러싸고 가족들이 법적 대응을 예고해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김 PD는 일반병실로 옮겨져 회복 중이다. 이원일 셰프의 예비 신부인 김 PD는 과거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PD의 언니는 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동생을 향한 무분별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행위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김유진 PD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 PD는 자신의 비공개 SNS 계정에 심경을 담은 글을 올린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PD는 “억울함을 풀어 이원일 셰프,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의 가족들에게 더 이상의 피해가 가지 않길 바라는 것뿐이다.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고 밝혔다. 김 PD는 이 셰프와 결혼을 앞두고 MBC ‘부러우면 지는 거다’에 함께 출연했다. 방송 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김 PD가 과거 학교 집단 폭력 가해를 주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후 두 사람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폭행 의혹을 제기한 누리꾼은 “‘사실 여부를 떠나’ 사과한다는 말로 2차 가해를 하고 (저를) 3차 가해하는 댓글까지 달리고 있다”고 밝혀 폭행을 둘러싼 진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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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근현대예술사 구술채록집, 안평선 前동아방송 PD편 출간

    동아방송 PD를 지낸 안평선 한국방송인회 명예회장(84)의 구술채록집 ‘한국 근현대예술사 구술채록연구 시리즈 298 안평선’(사진)이 최근 출간됐다. 중앙고,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동아방송 개국 멤버로 입사해 간판 라디오드라마인 ‘정계야화’ ‘창밖의 여자’ ‘아빠 안녕’을 연출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출간한 이 책에는 동아방송 PD 시절, 언론 통폐합 이후 방송 활동과 ‘제작극회’를 이끌어온 연극인 안평선의 모습이 폭넓게 담겼다. 특히 라디오드라마 전성기였던 1960년대에 대해 채록이 집중됐다. 그는 “당시 TV는 촬영기술 때문에 제약이 많았지만 라디오는 음악, 드라마를 원하는 대로 입혀 제작에 한계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문예위는 문화계에서 업적을 남긴 이들의 회고를 기록해 근현대예술사 연구를 위한 구술채록집을 꾸준히 발간하고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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