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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논란이 된 것이 있다. 한국어 드라마나 영화에 붙은 영어 자막에 오류가 많다는 것. 지난해 세계적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경우 공개 초기 ‘오빠’를 ‘Old man(노인)’으로, “뭘 봐”는 “Go away(저리 가)”로, ‘형’은 배우 박해수의 극중 이름인 ‘Sangwoo’로 각각 영어 자막이 붙었다. 이에 영어 자막이 한국어의 의미와 뉘앙스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화 ‘기생충’을 외국인도 잘 이해할 수 있게끔 영어로 무난히 번역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번역가 달시 파켓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교수(사진)가 OTT 자막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콘텐츠마켓(BCM) 콘퍼런스에서 ‘최근 OTT 플랫폼 자막 번역 관련 논란에 대한 생각’을 주제로 강연했다.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의 자막수정 작업에도 참여한 그는 “‘오징어게임’ 번역가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나 ‘형’ 같은 단어는 주석을 달아 설명할 수 있겠지만 사실 영어로 번역하기 불가능한 단어들”이라고 말했다. 극중 탈북자인 새벽(정호연)의 북한 사투리가 제대로 번역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오징어게임’ 자막 비판에 대해 그는 “건설적인 비판이었다. 그런 비판이 있으면 번역 품질이 올라가고 시청자나 관객은 콘텐츠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국내 시청자들의 지적을 반영해 ‘오징어게임’의 영어 자막을 일부 수정했다. OTT 콘텐츠에서 자막 오역 논란이 자주 벌어지는 원인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각국의 문화적 특수성과 정서, 유머코드를 고려해 창의적으로 번역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주어져야 하고, 감독이나 제작사와 충분히 소통해야 하는데 대다수 OTT가 이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는 “OTT는 번역가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번역가와 소통하거나 자막을 수정할 시간도 부족하다”며 “시리즈 후반 에피소드로 갈수록 자막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로 한국어 번역 수요가 늘고 있는 데 대해서는 “K콘텐츠가 인기인 만큼 번역 품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콘텐츠의 성공에 번역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부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공동 책임 프로듀서 데이비드 김부산-오사카 사투리까지 나와 통역 등 언어 스태프 30명 넘어공동 수석 프로듀서 이동훈 대표시즌2 제작 확정, 집필 중이고 시즌4까지 기획 남은 얘기 많아주인공 아버지역 호평 이대호글로벌 프로젝트 늘어 많은 기회, 무명이라도 끝까지 포기 말기를 “스태프 중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통역사, 사투리 감수 등 언어 관련 인원이었어요. 배우가 일본어를 하는데 이게 오사카 사투리가 맞는지 조언해 주는 분이 있다고 해도 불확실성은 늘 있었죠.”(데이비드 김 ‘파친코’ 공동 책임 프로듀서) 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콘텐츠마켓 콘퍼런스에서는 준비된 60여 개 좌석이 일찌감치 동났다. 임시로 마련한 의자도 금세 차서 서서라도 들으려는 청중이 몰렸다. 이 자리에서는 ‘눈부신 한국의 대서사시’라는 호평을 받은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제작진과 배우가 촬영장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공동 수석 프로듀서로 ‘파친코’ 제작에 참여한 이동훈 엔터미디어픽처스 대표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것도, 살고 있는 곳을 옮기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작은 이민 아니냐. 그래서 한국 이민자 이야기에 세계인이 공감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김 프로듀서와 함께 KBS 드라마 ‘굿닥터’의 미국판도 제작했다. 그는 “세계인이 공감해 주셔서 ‘파친코’ 시즌2 제작이 확정돼 수 휴 작가가 집필 중이다. 시즌4까지 기획하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파친코’ 스태프 중 한국, 캐나다, 미국인이 섞여 있는 데다 한국에서 많은 분량을 촬영한 미국 드라마인 만큼 에피소드도 많았다. 김 프로듀서는 “1920년대에 주인공 선자가 빨래하는 장면(사진)을 찍는데 미국 스태프가 당시 한국에 없던 빨래판을 갖다 놔 부랴부랴 그 소품을 빼냈다”며 “한국 역사를 충분히 공부하고 조사했음에도 익숙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굿닥터’를 촬영할 때는 프로듀서들이 촬영 현장에 거의 가지 않았는데 ‘빨래판’ 사건 이후 파친코 촬영 때는 매일 현장에 갔다”고 했다. 영어는 물론이고 한국어 부산 사투리나 일본어 오사카 사투리까지 나오는 대사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영어로 쓴 각본을 한국어로 번역한 뒤 여러 지역 사투리 코치들이 붙어 다시 꼼꼼하게 매만졌다”며 “역사학을 전공한 교수들이 고증한 각본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 수 휴 작가가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그는 “사투리를 포함해 각국 언어를 잘 아는 믿을 수 있는 코치를 찾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바다, 갈대밭, 어시장 등 ‘파친코’에 나오는 일제강점기 조선 풍경은 기존 한국 드라마보다 생동감 있고 신비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 미술감독이어서 더 열심히 그 시대를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꼼꼼하게 신경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파친코’처럼 한국에서는 익숙한 소재라도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많다.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내면 제2의 ‘파친코’, 제3의 ‘오징어게임’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파친코’에서 주인공 선자의 아버지 역을 맡아 부성애 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이대호와 어부 송병호를 연기한 주영호도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이대호는 “‘파친코’에 참여해 정말 자랑스럽다. 글로벌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무명 배우들에게도 기회가 오고 있는 만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부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라 쉽게 저를 찾는 거 아닐까요? 우리 삶과 이웃 이야기를 송강호처럼 평범하게 생긴 사람을 통해 하고 싶어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말 폐막한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한국 남자배우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거머쥔 송강호(55)에게는 항상 같은 질문이 따라다닌다.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이창동 등 한국 거장 감독들이 가장 먼저 찾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그는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겨준 영화 ‘브로커’ 개봉일인 8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런 답을 내놓았다. “잘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내가 운이 좋은 배우라서”라는 말도 덧붙였다. 칸영화제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수상 이후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변함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해 오던 그는 이날도 스스로를 낮췄다. 송강호는 수상의 영광을 ‘브로커’에 출연한 동료 배우들과 이를 연출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돌렸다. 그는 이 영화에서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의 불법 입양을 주선하는 브로커 상현 역을 맡았다. 그는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등 보석 같은 배우들과 고레에다 감독까지 위대한 예술가들과 협업한 게 가장 큰 의미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지은과 고레에다 감독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이지은에 대해선 “나이에 비해 삶에 대한 굉장한 깊이를 가진 사람”이라며 “알면 알수록 대단한 배우”라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을 두고는 “인격적으로 깊이 있고 어마어마한 철학으로 무장한 덕장”이라며 “배우들과 스태프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것에 놀랐다. 어떤 권위도 내세우지 않는다”고 했다. 그에게는 이번 상을 받기 전까지 ‘칸 수상 요정’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2007년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09년 ‘박쥐’의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상을, 2019년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는 등 그가 출연한 영화의 감독이나 배우가 칸에서 주요 상을 받은 데 따른 별명이었다. 그는 ‘수상 요정’ 별명을 듣고 크게 웃은 뒤 “고레에다 감독을 비롯해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감독은 최고의 작가이자 감독으로 수상은 이들의 성과다. 나는 그냥 운이 좋아서 함께 칸에 간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가 출연한 영화가 개봉한 건 2019년 5월 공개된 ‘기생충’ 이후 3년여 만. ‘브로커’에 이어 그가 출연한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 ‘비상선언’이 8월에 개봉될 예정이다. 여자배구단 이야기를 다룬 영화 ‘1승’도 연내 개봉될 가능성이 커 올해 송강호 주연의 영화 세 편을 만날 수 있다. 그는 “2013년에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3편이 개봉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후 처음”이라며 “팬데믹 때문에 개봉이 미뤄져 몰린 부분이 있는데 기대도 되고 부담도 된다”고 말했다. 칸영화제 수상 이후 일부에서는 1997년 영화 ‘넘버3’에서 깡패 조필 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그가 드디어 ‘넘버1’으로 등극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이를 “과찬”이라고 했다. “저는 한 번도 넘버1이 됐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그런 생각은 안 할 거고요. 대한민국의 수많은 영화 팬분들에게 이 영광과 기쁨을 바치겠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배우 겸 가수 장나라(41·사진)가 이달 말 6세 연하의 일반인과 화촉을 올린다. 장나라는 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필 편지를 찍은 사진을 올려 결혼소식을 알렸다. 그는 편지에서 “영상 일을 하는 6살 연하의 친구와 2년여간 교제한 끝에 인생의 동반자가 되기로 약속했다. 예쁜 미소와 성실하고 선한 마음, 무엇보다 자기 일에 온 마음을 다하는 진정성 넘치는 자세에 반해 인연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양가 가족과 지인들만 초청해 비공개로 결혼식을 열 예정이다. 장나라는 2001년 가수 데뷔 후 ‘고백’ ‘아마도 사랑이겠죠’ 등의 히트곡을 발표했고, ‘명랑소녀 성공기’ ‘내사랑 팥쥐’ ‘고백부부’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칸에서 3번째 상을 받은 것보다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고, 긴장됩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쥐며 ‘칸의 남자’로 자리매김한 박찬욱 감독이 국내 개봉을 앞둔 심정을 밝혔다. 영화는 29일 개봉한다.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2일 열린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에서 박 감독은 “내 전작보다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외국 영화제 수상보다 한국 개봉 결과가 더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그의 전작들은 폭력적인 장면과 수위 높은 정사 장면이 많아 국내 관객들에겐 호불호가 갈렸다. 이번엔 ‘박찬욱표 영화’답지 않게 수위를 끌어내린 덜 자극적인 영화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칸 수상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국내 관객들의 관심이 뜨겁다. 박 감독은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를 잘 들여다봐야 하는 영화여서 다른 자극적인 요소를 낮췄다”고 했다. 이날 보고회에는 주연 배우 탕웨이와 박해일도 참석했다. 탕웨이는 박 감독의 영화 스타일 변신에 대해 “예전엔 진한 김치 맛이었다면 이번엔 내가 자란 중국 지역의 청량하고 담백한 분위기”라고 평했다. 배우 송강호에게 7번 도전 끝에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브로커’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이날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했다.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송강호의 수상에 진심으로 기뻤다. 최고의 상이었다”며 “내가 칭찬받으면 빈말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하게 되는데 출연 배우가 칭찬받으면 무조건 기쁘다”고 했다. 앞서 2004년 칸 영화제에서는 그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 출연한 일본 배우 야기라 유야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는 출연 배우를 빛나게 해주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송강호에 대한 극찬도 이어졌다. 그는 “배우들은 한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하다 보면 연기가 굳어지기 쉬운데 송강호는 매번 전혀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신선함도 그대로 유지했다”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배우여서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빼돌려 파는 브로커들 이야기를 다룬 ‘브로커’는 소재는 무겁지만 곳곳에 웃음 포인트가 있어 내내 심각하지만은 않다. 고레에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재밌는 반전을 주고 싶었다”며 “송강호는 소소한 웃음 포인트를 잘 살려내는 배우여서 그런 부분을 늘렸다”고 했다. 영화는 일본 감독이 만들었지만 출연 배우가 모두 한국인이고 투자배급도 한국 회사인 한국 영화다. 그러나 감독이 일본인이어서 일본 영화로 아는 이들도 많다. 그는 “어느 나라에서 촬영했든 감독 입장에서는 비슷한 작업이어서 이 영화가 국적 중심으로 논의되는 부분은 잘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칸에 가도 올림픽처럼 깃발을 들고 입장하는 건 아니잖아요.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건 영화가 갖는 가능성이죠. 같이 작업하고 싶은 매력적인 한국 배우들이 정말 많아요. 그게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을 겁니다.(웃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아시아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만든 영화입니다.” 드라마 ‘파친코’를 연출해 “눈부신 한국 서사시”라는 호평을 받은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사진)의 새 영화 ‘애프터 양’이 1일 개봉했다. 그는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화상으로 국내 언론과 만났다. ‘애프터 양’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방인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파친코’와 결이 같다. 영화는 중국계 딸을 입양한 백인 남편, 흑인 아내가 딸을 위해 구입한 로봇 ‘양’ 이야기를 다룬다. 중국 전통 의상 등 다양한 동양 문화도 나온다. ‘양’ 역할의 배우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래의 미국이 배경인 영화에 동양 문화와 배우가 어우러진 것. 그는 “아시아인에 대한 미국인의 고정관념에 맞서 아시아인의 의미를 묻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상과학(SF) 장르를 택한 점도 눈에 띈다. 그는 “‘양’은 중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으로 프로그래밍된 로봇이다. 아시아인도 미국인이 만든 ‘아시아인 틀’에 스스로를 구겨 넣고 산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를 보여주기 위해 아시아인 외양의 로봇이 나오는 SF물을 택했다”고 했다. ‘파친코’에 이어 가족에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 “가족은 내게 전부”라고 했다. 서울 출생인 그는 한국인 부모와 미국으로 이민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고나다는 예명으로, 그가 존경하는 일본인 각본가 노다 고고를 변형한 이름. 그는 이날 개인사를 잘 알리지 않고 예명을 쓰는 이유 중 하나로도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콘텐츠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파친코’가 한국적이지만 보편성을 갖고 전달되며 감동을 준 것처럼, 세계가 한국적인 것을 접함으로써 많은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아시아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만든 영화입니다.” 드라마 ‘파친코’를 연출해 “눈부신 한국 서사시”라는 호평을 받은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사진)의 새 영화 ‘애프터 양’이 1일 개봉했다. 그는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화상으로 국내 언론과 만났다. ‘애프터 양’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방인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파친코’와 결이 같다. 영화는 중국계 딸을 입양한 백인 남편, 흑인 아내가 딸을 위해 구입한 로봇 ‘양’ 이야기를 다룬다. 중국 전통 의상 등 다양한 동양 문화도 나온다. ‘양’ 역할의 배우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래의 미국이 배경인 영화에 동양 문화와 배우가 어우러진 것. 그는 “아시아인에 대한 미국인의 고정관념에 맞서 아시아인의 의미를 묻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상과학(SF) 장르를 택한 점도 눈에 띈다. 그는 “‘양’은 중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으로 프로그래밍된 로봇이다. 아시아인도 미국인이 만든 ‘아시아인 틀’에 스스로를 구겨 넣고 산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를 보여주기 위해 아시아인 외양의 로봇이 나오는 SF물을 택했다”고 했다. ‘파친코’에 이어 가족에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 “가족은 내게 전부”라고 했다. 서울 출생인 그는 한국인 부모와 미국으로 이민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고나다는 예명으로, 그가 존경하는 일본인 각본가 노다 고고를 변형한 이름. 그는 이날 개인사를 잘 알리지 않고 예명을 쓰는 이유 중 하나로도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콘텐츠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파친코’가 한국적이지만 보편성을 갖고 전달되며 감동을 준 것처럼, 세계가 한국적인 것을 접함으로써 많은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28일(현지 시간)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감독상 수상자로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호명되자, 박 감독은 ‘수상 베테랑’답게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시상자로 나선 덴마크 감독 니콜라스 빈딩 레픈은 그와 포옹한 뒤 영어로 비속어를 섞어가며 “정말 너무 멋지다”라고 말했다.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박 감독은 2004년에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엔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아 ‘깐느 박’이란 별명을 얻었다. 칸영화제에 초청된 건 이번이 네 번째로 홍상수 감독과 함께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가장 많이 초청된 한국감독이 됐다. 박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팬데믹을 버텨낸 영화인들을 위로하고 영화관과 영화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며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린 때도 있었지만 또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하게 됐다”며 “영화관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희망을 가진 것처럼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 내리라 믿는다”고 했다. 객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울컥한 표정의 배우들과 감독들이 객석 곳곳에 보였다. 한국영화 ‘브로커’를 연출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손수건으로 보이는 것으로 눈물을 닦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는 폐막식 직후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와 함께 한국 기자들과 만나 ‘영화관의 소중함’에 대해 강조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영화관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오랜만에 가서 영화를 보니 영화라는 것에 소명의식이 생길 정도로 놀랍더라. 그래서 ‘헤어질 결심’은 영화가 영화일 수 있는 기본에 깊이 들어가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은 그의 전작들과 달리 폭력이나 수위 높은 정사 장면이 없다. 강력계 형사 해준(박해일)이 남편 사망 사건 용의자로 서래(탕웨이)를 수사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느끼는 관심과 미묘한 감정을 다룬 영화는 대사 같은 직접적인 표현보단 표정의 미세한 변화와 작은 행동, 음악, 미장센으로 감정이 드러나게 하는 데 천착한다. 그가 에세이집 등을 통해 밝혔듯 ‘최소 표현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는 원칙을 적용하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요소는 걷어내며 박찬욱표 영화의 기본으로 돌아간 셈이다. 그는 수상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데뷔작을 내놓은 지 30년이 됐더라. 축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의 데뷔작은 가수 이승철 주연의 ‘달은 해가 꾸는 꿈’(1992년)으로, 흥행에 참패했다. 5년 뒤 ‘3인조’까지 연달아 실패하면서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폭망’했다”라고 표현하며 ‘형편없는 데뷔작’이라고 자평했다. 그런 그가 30년 만에 거장 중의 거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칸영화제 공식 소식지 스크린데일리가 경쟁부문 진출작 21편 중 ‘헤어질 결심’에 가장 높은 평점인 3.2점을 주면서 박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한때 나왔다. “아쉬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평점은 수상 결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 경험이 많아서 잘 안다”며 특유의 ‘쿨한’ 말투로 답했다. 흥행에 대한 솔직한 마음도 드러냈다. “‘브로커’나 ‘헤어질 결심’이 한국에서 개봉할 때 많은 관객이 이름을 들어서 알고, 보고 싶다고 생각하면 좋겠네요.(웃음)”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송강호에게 28일(현지 시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준 일등공신은 한국영화 ‘브로커’를 연출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오래전부터 송강호의 ‘빅팬’을 자처해왔다. 자신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송강호를 극찬해왔다. 특히 그는 에세이집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2021년)에서 영화 ‘밀양’과 ‘살인의 추억’ 등에서 그의 연기를 본 것을 계기로 함께 일해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고레에다 감독이 송강호를 처음 본 건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던 현장의 엘리베이터였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영화를 찍게 된다면 송강호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2015년쯤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송강호를 여러 차례 만나 ‘베이비박스’를 주제로 한 영화 출연을 제안했다. 가제가 ‘요람’이었던 이 영화는 시작점이 송강호였던 셈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10일 서울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신부 옷을 입은 송강호가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장면이 문득 아이디어처럼 떠올랐다”고 밝혔다. 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송강호가 28일(현지 시간) 칸영화제 폐막식이 열린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지명되자 동료 배우들은 감격에 휩싸였다. 영화 ‘브로커’에 함께 출연한 강동원은 그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글썽였고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칸을 찾은 박해일도 그를 끌어안았다. 송강호는 칸영화제에 16년간 7번이나 초청된 단골손님 같은 배우다. 2006년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감독주간에 초청된 게 시작이었다. 올해를 포함해 작품이 경쟁부문에 진출한 건 네 번.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상을,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 함께 출연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타면서 그에겐 수상의 기회가 오지 않았다. 2019년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그의 수상이 불발됐다. 칸영화제는 한 작품에는 한 종류의 상만 주는 게 관례다. 그는 2019년 ‘기생충’ 제작보고회에서 “내가 칸에 갈 때마다 그 작품이 상을 받는 전통이 있다”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국 감독들은 송강호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었다. 봉 감독은 201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후 “이 위대한 배우가 아니었으면 내 영화는 한 장면도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공을 돌렸다. 박 감독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자 “형제나 다름없는 가장 정다운 친구 송강호와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객석에선 ‘늦깎이’ 남우주연상 주인공인 송강호를 향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한국 거장들의 페르소나인 송강호가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한국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송강호가 수상 소감에서 감사를 표하자 고레에다 감독은 엄지를 세우고 미소를 보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키울 양부모를 찾아주는 브로커 상현과 아이를 낳은 여성 등이 가족처럼 가까워지는 여정을 그렸다. 송강호는 상현 역을 맡았다. 폐막식이 끝난 직후 박 감독은 송강호와 나란히 한국 기자들을 만나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박 감독은 “나도 모르게 복도를 건너 뛰어가게 되더라. 그간 많은 좋은 영화에 출연했는데…. 이렇게 기다리니까 때가 온다”며 기뻐했다. 송강호의 수상은 한국 남자배우 중 처음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는 역사를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고 강수연이 1987년 ‘씨받이’로 베니스에서, 전도연이 ‘밀양’으로 칸에서, 김민희가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지난해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남자배우는 누군가 첫 수상의 관문을 열어주길 바라는 기대가 높았다. 송강호는 이날 취재진이 ‘수상이 배우 생활에 어떤 의미로 작동하길 바라나’라고 묻자 “전혀 (어떤 의미로) 작동하지 않길 바란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좋은 작품, 이야기를 새롭게 전달하려 노력하는 건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등 수많은 깨알처럼 보석 같은 배우들을 대표해 받은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영예를 얻었지만 침착하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상을 받기 위해 연기를 할 수가 없다”며 “좋은 작품에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면 최고의 영화제에 초청받고 수상도 하게 될 뿐이지 상이 절대적인 가치나 목표는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고레에다 감독을 비롯해 박 감독과 박해일은 30일 오후 귀국한다. 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박찬욱 감독(59)이 활짝 웃으며 송강호(55)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28일(현지 시간) 칸영화제 폐막식이 열린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송강호”가 호명되자마자 가장 먼저 객석에서 달려 나온 이는 박 감독이었다. 송강호가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한국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남자배우 최초로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로부터 20여 분 뒤. 박 감독이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6년 만에 장편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칸에 돌아와 상을 거머쥔 것. 1946년 시작된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사상 처음으로 2개 부문 상을 석권하며 한국 영화 역사를 다시 쓴 순간이었다. 박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 송강호는 각기 다른 작품으로 수상자가 돼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송강호는 담담함을 유지하려 애쓰며 “메르시 보쿠(매우 감사하다)”라고 프랑스어로 말했다. 이어 한국말로 동료 배우 제작진 가족을 언급하며 “영광을 같이 나누고 싶다.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감독님께 감사하다. 대한민국 영화 팬분들께 이 영광을 바친다”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코로나19로) 극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로써 한국 영화는 임권택 감독이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으며 칸영화제 본상 수상의 문을 연 후 칸영화제 경쟁 부문 7개 본상을 모두 차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이 기록적인 상을 휩쓸었다”고 보도했다. 현지에선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로 칸영화제가 한국 영화의 축제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송강호와 박 감독에게 축전을 보냈다. 송강호에게 “영화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연기는 대한민국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한 단계 높여줬다”며 축하했다. 박 감독에게는 “한국 영화의 고유한 독창성과 뛰어난 경쟁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고 밝혔다.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받는 등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2개 부문을 석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국 남자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주연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28일(현지시간) 칸 현지에서 열린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한국영화 ‘브로커’에 주연으로 출연한 송강호가 호명됐다. 그는 ‘브로커’에 함께 출연한 배우 강동원, 고레에다 감독과 연이어 얼싸안은 뒤 나란히 앉아있던 박찬욱 감독, 배우 박해일과도 포옹하는 등 감격한 모습이었다.무대에 오른 그는 비교적 담담한 모습으로 프랑스어로 “메르시 보쿠(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후 “너무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며 “예술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객석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호응했다.이어 “같이 한 배우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며 “나의 사랑하는 가족도 같이 왔는데 오늘 정말 큰 선물이 된 거 같아 기쁘다. 이 트로피의 영광과 사랑을 바친다”라고 말했다.송강호는 앞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 ‘박쥐’ ‘밀양’ ‘기생충’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을 당시에도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손꼽혀왔는데 이번 영화 ‘브로커’로 4번째 도전만에 쾌거를 이룬 것이다.이날 시상식에선 6년만에 내놓은 장편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이 돌아갔다. 박 감독은 무대에 올라 “코비드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린 때도 있었고 또 하나의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하게 됐다”며 “영화관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 믿는다”며 전세계 영화인들을 위로했다. 또 “이 영화를 만드는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분들께 감사를 표한다”며 “무엇보다 박해일, 탕웨이 이 두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뭐라 말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라고 했다.박 감독은 이로써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은데 이어 이번 감독상까지 받는 등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4번 올라 3번 주요상을 타는 기록을 세우며 ‘칸이 사랑한 감독’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칸=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일본 영화 아닌가요?” 26일(현지 시간) 제75회 칸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 앞. 프랑스인 조르당 루이 씨는 이날 공개되는 영화 ‘브로커’의 ‘국적’을 헷갈려했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브로커’는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극장엔 이를 일본 영화로 알고 온 관객도 많았다. 송강호 강동원과 인연을 이어 오던 고레에다 감독이 이들과 영화를 찍고 싶어 했고, 마침내 성사돼 ‘브로커’가 탄생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여러 형태의 가족 이야기를 담는 데 천착해 온 만큼 한국을 만나 빚어낸 영화 세계에 관심이 모였다. 2300여 석의 대극장에서 공개된 ‘브로커’는 전작들과 같은 듯 달랐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빼돌려 정식 입양이 어려운 부모들에게 팔아넘기는 브로커. 이들은 소영(아이유·본명 이지은)이 두고 간 아기를 빼돌렸다가 소영이 나타나자 당황한다. 이들은 아기에게 좋은 부모를 찾아주는 한편 입양 중개비도 소영과 나누기로 하고 소영과 부모 찾기 여정에 오른다. 동수가 살던 보육원의 8세 소년도 동행한다. 이들은 추적을 피하려 가족 행세를 하고, 시간이 흐르며 가족처럼 가까워진다. 영화가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고 불이 켜지자 기립박수가 시작됐다. 박수가 이어진 시간은 12분.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길었다. 외신 반응은 엇갈렸다. 영국 가디언은 별 다섯 개 만점에 2개를 준 뒤 “아기 유괴범 2명을 사랑스러운 불량배로 만들려는 단순함을 보여준다”고 혹평했다. 미국 할리우드 리포트가 “세계 영화계의 걸출한 휴머니스트는 언제나 통한다”고 하는 등 호평도 다수 나왔지만 수위 높은 혹평에 수상권에서 멀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레에다 감독은 27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가족으로부터 배제된 채 살아온 사람들을 함께 차에 타게 하고, 이를 통해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작은 악을 품은 채 여정에 나선 사람들이 선을 향하게 되는 일을 다루고 싶었다”고 덧붙였다.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일본영화 아닌가요? 이게 어느나라 영화죠?” 26일(현지시간) 저녁 제75회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 앞. 프랑스인 조단 루이스 씨는 이날 공개되는 영화 ‘브로커’의 ‘국적’을 헷갈려했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브로커’는 2018년 일본영화 ‘어느 가족’으로 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세계적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첫 한국영화. 그러나 이날 극장을 찾은 이들 중엔 이 영화를 일본영화로 알고 온 이들도 많았다.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로 콘텐츠 제작 방식 역시 외국 감독과의 협업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전통적인 한국영화의 틀이 깨지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간 ‘어느 가족’ 등 다양한 일본영화를 통해 여러 형태의 가족 이야기를 담는데 천착해왔다. 그런 그가 한국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난 만큼 그의 영화세계가 어떤 형태로 변주됐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전날 현지에서 가진 한국 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브로커’는 유사가족보다는 한 생명을 둘러싸고 선의와 악의가 얽히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라며 전작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날 2300여 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베일을 벗은 ‘브로커’는 그의 전작들과 같은 듯 달랐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몰래 빼돌려 정식 입양절차를 밟기 어려운 부모들에게 팔아넘기는 브로커. 이들은 소영(아이유)이 베이비박스 아래 바닥에 놓고 간 아들 우성을 빼돌렸다가 소영이 다시 나타나자 당황한다. 이들은 소영에게 우성에게 가장 좋은 부모를 찾아주는 한편 입양 중개비도 나눠주기로 하고 소영과 함께 부모 찾기 여정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동수가 살던 보육원의 8세 소년 해진도 동행한다. 이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족 행세를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가족처럼 가까워진다. 관객들은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여러 번 웃음을 터뜨리고 박수를 쳤다. 영화가 끝난 뒤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극장 내 불이 켜지자 기립박수가 시작됐다. 박수가 이어진 시간은 12분. 칸영화제에서 공개된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길었다. 티에리 프리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현장에서 박수를 유도한 까닭에 마지막까지 극장에 남은 관객도 많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감격한 얼굴로 “식은땀이 났는데 드디어 끝났다”며 “팬데믹으로 영화 촬영이 매우 힘들었다.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나 극장 분위기와 외신 반응은 온도차가 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별 다섯 개 만점에 2개를 준 뒤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어리석고 피곤할 정도로 피상적”이라며 “감독은 아기 유괴범 2명을 사랑스러운 불량배로 만들려는 단순함을 보여준다”고 혹평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역시 별점 2점을 주며 “보기 드문 엉터리 드라마”라며 “칸 경쟁부문에서 가장 실망인 영화”라고 했다. 미국 할리우드 리포트가 “세계 영화계의 뛰어난 휴머니스트는 언제나 통한다”라고 평가하는 등 호평도 다수 나왔지만 전례 없이 수위 높은 혹평이 나오면서 수상권에서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영화에선 극중 소영이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상현과 동수 등 모두에게 말하는 장면 등 한국적 신파가 가미된 장면이 다수 있어 아쉬움을 더했다. 그간 고레에다 감독은 전작에서 가족과 유사가족의 모습을 섬세한 시선으로 들여다보면서도 신파와는 철저히 거리를 두며 냉철한 직시를 유지해 호평받아왔다.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25일(현지 시간) 오후 제75회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현지 에스페이스 미라마르 극장. 콜센터에서 현장 실습을 하는 특성화고 학생이 겪는 가혹한 현실을 정면으로 그린 한국영화 ‘다음 소희’ 상영이 막바지로 접어들자 객석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눈물을 닦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영화를 연출한 정주리 감독은 이날 현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말 한국적인 이야기여서 외국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보편성 아니겠나. 그 어린아이가 겪은 힘듦을 다 함께 이해해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 감독은 첫 장편영화 ‘도희야’로 2014년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고, 두 번째 장편 ‘다음 소희’도 올해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초청됐다. 두 장편영화가 모두 칸의 선택을 받은 것. 특히 한국영화가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 영화도 초청돼 많이 놀랐다”며 “첫 영화를 만든 뒤 아무리 작은 이야기라도 열심히 하면 어디선가 누군가는 귀 기울여 준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번 영화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다음 소희’에서 춤을 좋아하던 특성화고 3학년 소녀 소희(김시은)는 인터넷, IPTV 등 통신사 상품 관련 상담을 하는 콜센터에 취직하며 꿈에 부푼다. 진심을 담아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쳐본다. 그러나 설렘도 잠시, 대기업 ‘하청의 하청업체’인 이 콜센터는 최고 수위의 감정 노동과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실적 압박을 버텨야 하는 지옥 같은 공간이다. 실습생인 고3 학생은 싼값에 고강도 노동을 시킬 수 있고 별다른 대응 방법도 몰라 몰아붙이기 쉬운 먹잇감일 뿐이다. 정 감독은 콜센터 상담사로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고3 소녀 이야기를 추적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본 뒤 시나리오를 썼다. 사실상 ‘사회적 타살’이었다. 그는 “영화를 만들려고 취재를 하는데 기가 막혔다. 어떻게 내가 이렇게 모르고 있었나 싶었다”며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나서도 또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걸 봤을 때 마음이 무너졌다”고 했다. 영화에선 형사인 유진(배두나)이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어른들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착취의 실체가 하나둘 드러난다. 제목이 ‘다음 소희’인 이유는 뭘까. 그는 “비단 소희만의 이야기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객들이 분노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영화 속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마음에 남았으면 합니다.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영화 밖에서 이뤄지길 바라고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요.”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23일(현지 시간) 세계 최초로 공개된 뒤 공통적으로 나온 반응은 “전작과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아가씨’ ‘박쥐’ 등 그의 대표작에선 수위 높은 정사신과 극단적이고 잔인한 폭력신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선 그런 장면이 거의 없다. 박찬욱의 영화 세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24일 프랑스 칸 현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선 ‘전작과의 거리 두기’에 나선 이유를 묻는 질문이 그에게 쏟아졌다. “(전작과 달라야겠다는) 의식을 했던 건 맞아요. 자극적인 면을 좀 줄이자고 생각했죠.” 박 감독은 자신의 전작들을 두고 스스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영화”라고 표현했다. 박 감독은 “감각적으로 강하게 자극하는 영화, 이를 통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라는 말을 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엔 목표를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어른스러운 사랑 이야기의 원형’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는 “어른을 위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정말 엄청난 정사신이 나오나 봐’라고 하더라. (그런 반응이라면) 반대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주연배우 박해일은 “이 작품이 또 완전히 무해한 영화는 아니지 않느냐”라며 “박 감독은 스스로 진화와 변화를 갈망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관객들 스스로가 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너무 들이대면 (관객들이) 뒤로 물러나게 되지만 조금 보여주면 다가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영화가 공개되자 외신은 “마법 같은 연출력” “눈부시게 아름다운 영화” 등의 극찬을 쏟아냈다. 28일로 예정된 시상식에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는 등 칸 경쟁부문에 4번이나 초청돼 ‘칸느 박’이란 수식어가 붙은 감독인 점도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반면 이번 영화가 다소 어렵고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강력계 형사 해준(박해일)이 남편 사망 사건 용의자로 서래(탕웨이)를 수사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는 큰 줄거리는 얼핏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영화에는 두 사람의 관계가 미묘하게 변해 가는 과정을 세공하기 위한 은유와 상징이 촘촘히 담겼다. 대사를 통한 직접적인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데다 전개도 빨라 몰입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 박 감독은 “영화에는 관객이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대사나 표현이 없고 주인공들이 진심을 숨기는 순간이 많다”면서 “처음 몇 분 동안엔 답답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관객이 능동적으로 들여다보는 관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말할 때 도발하는 눈빛, 자극하는 한마디, 작은 미소 이런 것으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외신의 호평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선 “나한테 와서는 다들 (영화 좋다는) 좋은 얘기만 하지 않겠냐”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뒤 “(첫 상영 당시) 관객들이 더 자주 웃어줬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주연배우들은 박 감독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탕웨이는 “박 감독님을 사랑한다. 첫 상영 직후 ‘당신은 제 인생의 한 부분을 완성해 줬어요’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콘티가 너무 정확하고 좋아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감독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걸 이해 못할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며 “박 감독님은 어떤 나라 누구와 작품을 같이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해일은 “감독님은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낯설거나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창작자”라며 “(박 감독과의 작업은)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23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에서 제75회 칸영화제와 함께 열리고 있는 ‘칸 필름마켓’ 현장. 세계 최대 규모의 필름마켓인 만큼 각국에서 몰린 영화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프랑스 파리에서 온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직원 크리스토프 미넬 씨는 한국영화 배급사 NEW의 자회사인 콘텐츠판다 부스에서 다음 달 국내에서 개봉하는 영화 ‘마녀2’의 프로모션 영상을 보고 있었다. ‘마녀2’는 최근 아시아 국가의 상영 판권 판매가 모두 끝나는 등 바이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미넬 씨는 “‘마녀2’의 판권을 사고 싶은데 우리 입장에선 좀 비싼 편이라 아쉽다”며 “한국영화는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다. 특히 장르영화가 기발해 최대한 한국작품을 구매하려 한다”고 했다.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연달아 세계무대에서 큰 성공을 거둔 데 힘입어 올해 칸 필름마켓은 세계 각국 바이어들의 ‘K콘텐츠 판권 사들이기’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팬데믹으로 지난 2년간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던 칸 필름마켓이 올해부터 정상화되면서 바이어들의 발길이 분주해졌다. 올해 마켓에는 세계 각국 영화사 및 관계기관이 약 350개 부스를 마련해놓고 콘텐츠 판권 판매 상담을 이어갔다. 한국영화 배급사 및 콘텐츠 판매사 부스는 총 8곳으로 콘텐츠판다,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화인컷 등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도 7월 국내 개봉 예정인 ‘한산: 용의 출현’의 판권 판매에 주력하고 있었다. 영화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을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시킨 CJ ENM 부스에는 특히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브로커’ 광고물을 보던 일본의 한 영화사 관계자는 “‘브로커’를 사고 싶었는데 일찌감치 다 팔려서 살 수가 없다. 빨리 다른 한국작품을 확보하러 가야 한다”며 발길을 돌렸다. ‘브로커’가 26일 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기도 전인 23일, ‘브로커’의 판권은 171개국에 판매됐다. 박찬욱 감독의 6년 만의 장편영화 복귀작으로 주목받는 ‘헤어질 결심’ 역시 192개국에 판매됐다. 종전 한국영화 판권 판매 최고 기록은 205개국에 팔린 ‘기생충’이었다. ‘기생충’은 2019년 5월 칸 필름마켓이 열릴 당시까지는 192개국에서 판매됐고, 이후 황금종려상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판매국이 늘었다. 이날 콘텐츠판다 부스를 찾은 말레이시아의 영화 제작 및 배급사 직원 모하마드 샤히르 술라이만 씨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좀비물 중에서도 한국에서 만든 좀비물에 가장 열광한다”며 “상영 판권만 사는 게 아니라 아예 한국에 가서 직접 영화를 찍을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어들과 상담하던 이정하 콘텐츠판다 본부장은 “‘오징어게임’이 글로벌 히트를 친 후 K콘텐츠의 지위가 올라간 분위기가 확실히 느껴진다”며 “약속도 잡지 않고 곧바로 부스에 오는 해외 바이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박찬욱 감독 영화는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부터 시작해 모두 봤어요. 오늘 표를 못 구하면 내일도 와서 기다릴 거예요.” 프랑스 니스의 한 대학에서 영화학을 전공하는 일리나 니야 씨는 23일(현지 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뤼미에르 극장 앞에서 2시간째 땡볕 아래 서 있었다. 그가 든 팻말에는 박 감독 영화 ‘헤어질 결심’의 영어 제목 ‘Decision to leave’가 적혀 있었다. 티켓을 구한다는 의미다. 박 감독이 ‘아가씨’(2016년)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장편영화 ‘헤어질 결심’이 세계에서 처음 공개된 이날 극장 앞은 그의 ‘빅팬’을 자처하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한글로 ‘헤어질 결심’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티켓을 구하던 회사원 애나벨 퓨더 씨는 “박찬욱은 사회 현상을 세련되게 뒤틀 줄 아는 최고의 감독”이라고 말했다. 2000여 석 규모의 극장은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은 세계 각국 관객들로 가득 찼다. ‘칸이 사랑하는 감독’으로 불리는 박 감독의 칸 경쟁부문 4번째 진출작 ‘헤어질 결심’은 전작들과 확연히 달랐다. 그는 22일 한국 기자들과의 현지 차담회에서 “전작들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아 심심할 수도 있다”며 “우아한 고전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는 강력계 형사 해준(박해일)과 중국인 여성 서래(탕웨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서래 남편이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하자 해준은 서래를 용의자로 특정해 수사한다. 서래는 그저 침착하다. “(남편이)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봐”라며 어색한 한국말을 읊조릴 뿐. 탕웨이는 ‘색,계’(2007년)에서 증명했듯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농밀한 연기를 소화해낸다. 눈빛으로 긴장감 수위를 미세하게 조절해내는 연기는 세계 최고 수준. 해준은 서래를 감시하려고 잠복근무를 하지만 망원경으로 서래를 관찰하는 눈빛은 걱정과 애정이 담긴 밀착 관찰에 가깝다. 감독은 줌인과 줌아웃의 반복적인 사용과 독창적인 카메라 앵글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와 심리가 변해가는 과정을 세밀화 그리듯 담아냈다. 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변사사건을 풀어낸 영화는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미장센의 천재’로 불리는 박 감독답게 귀퉁이 소품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영상화한 듯 안개가 낀 듯한 화면은 고전미를 더한다. 박 감독은 상영 전 “어른스러운 영화를 목표로 했다”며 ‘품위’를 강조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간 다음 5분 안팎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경쟁부문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치고는 짧았다. 감독과 배우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는 방송 장비가 작동하지 않아 관객들이 이들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영향도 있었다. 박 감독은 “길고 지루한 구식 영화를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관객 반응은 엇갈렸다. 영화적 미학 면에선 세계 최고라는 극찬과 함께 이야기가 난해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영화사에서 일하는 데이비드 리트백 씨는 “영화 속 모든 묘사가 생생하면서 아름다웠다”며 “모든 게 조화롭게 모여들며 마무리됐다”고 했다. 프랑스 관객 알투 밀러 씨는 “박 감독이 보여주는 미장센은 최고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와 장면이 담겨 복잡했다. 이야기가 갈수록 난해해진다”고 했다. 외신은 호평이 다수인 가운데 무반응에 가까운 평가를 낸 경우도 있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기 전부터도 반응은 조용했다”며 기립박수가 5분에 그친 데 초점을 맞췄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별 다섯 개를 주며 “긴장과 음모, 감정적 대립, 맛깔 나게 조작한 플롯 뒤틀기는 매우 히치콕스럽다”며 호평했다. 칸영화제 공식소식지인 스크린데일리는 경쟁부문 진출작 21편 가운데 24일(현지 시간) 오후 1시까지 공개된 12개 작품 중 ‘헤어질 결심’이 영화전문기자 등 전문가들로부터 평점 3.2점을 받아 가장 높았다고 보도했다. 이번 영화제에는 ‘헤어질 결심’과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든 한국영화 ‘브로커’까지, 2편이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브로커’는 26일 처음 공개된다. 이미 한 차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인 만큼 ‘브로커’가 황금종려상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여기에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 문수진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각질’까지 한국영화는 모두 5편이 초청돼 K콘텐츠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분위기다. 칸=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4일 개봉한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한국의 두꺼운 마블 팬덤에 엔데믹 특수가 더해져 16일 누적 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팬데믹 국면이던 2020년부터 이달까지 개봉한 영화 중 최단시간에 500만 명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엔데믹을 맞은 극장가에서 할리우드 대작 중 가장 먼저 개봉해 한국 관객 잡기에 성공한 닥터 스트레인지에 이어 다른 할리우드 대작들도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세계 최초로 다음 달 1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북미 개봉일은 10일이다. 유니버설픽처스는 이 영화를 북미보다 이틀 빠른 8일 국내에서 개봉하려다 일주일 더 앞당겼다. 4년 만에 나온 쥬라기 시리즈 후속편을 한국에서 먼저 개봉해 분위기를 띄운 다음 세계적인 붐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지난달부터 ‘한국 최초 개봉’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며 한국 관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개봉 첫날은 지방선거로 휴일인 만큼 최대한 많은 관객을 모은 뒤 관련 굿즈 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로 6일 현충일까지 관객몰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영화는 1993년 시작한 쥬라기 시리즈의 마지막 편. 2018년 개봉한 전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개봉 첫날 한국에서 118만 명이 관람했다. 이는 국내 영화 역사상 개봉 첫날 기준 최고 기록이었다. 이번에는 ‘한국 최초 개봉’이 더해진 만큼 어떤 기록을 세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 12월 개봉하는 ‘아바타: 물의 길’은 상영 7개월 전부터 눈도장 찍기에 나섰다. 이달 3일 국내 영화관에서 1분 분량 예고편을 이례적으로 시사회까지 열어 선보이며 한국 관객 선점에 시동을 건 것. 전편인 ‘아바타’(2009년)는 한국 관객 1334만여 명을 모아 역대 박스오피스 8위에 오르며 아바타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그 후속편인 만큼 월트디즈니는 한국 관객들의 관심을 일찌감치 붙들어 두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배급사는 약 7개월간의 장기 마케팅으로 한국 관객들이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한다는 사실을 모를 수 없게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세계 굴지의 영화 배급사들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한국에서의 성공이 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에서의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여러 번 증명됐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영화 시장에서 그만큼 중요한 국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완 맥그리거가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2005년) 이후 17년 만에 스타워즈 시리즈로 돌아온다. 다음 달 8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되는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를 통해서다. 맥그리거는 19일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오비완 케노비에 대해 더 고찰할 수 있었다. 배우로서 행복하다”며 복귀 소감을 밝혔다. 맥그리거는 1999년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오비완 케노비 역을 맡은 후 ‘시스의 복수’까지 총 3편에서 이 역할로 활약했다. 오비완은 1977년 스타워즈 첫 작품부터 등장한 캐릭터다. 은하공화국의 정의수호자 집단 제다이 중에서도 외교, 전술 등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녀 존경받는 인물. 이번 시리즈에서 오비완은 가족 같았던 제자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악의 화신 다스 베이더가 된 후 은둔해 살아가던 중 제다이 사냥꾼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맥그리거는 “이번 촬영은 우리가 사랑하는 캐릭터 오비완의 다른 면을 보여주기 위한 작업이었던 만큼 특별했다”며 “정신적으로 많이 망가지는 등 큰 변화를 겪는 인물을 그리는 건 흥미로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데버라 초우 감독은 “스타워즈의 앞선 작업을 존중하면서도 이번 시리즈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새로운 장을 열고 싶었다”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