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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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zsh75@donga.com

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남북한 관계67%
칼럼23%
사회일반7%
경제일반3%
  • 北 ‘김정은 치적에 흠될라’ 쉬쉬

    북한 당국이 강원도 원산의 송도원국제소년단 야영소로 향하던 평양제1중학교 학생 50여 명의 참사를 철저히 숨기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시설이 김정은의 치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남한에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수차례 비난한 사실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야영소, 올해 김정은 최대 치적 지난해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총력을 기울였던 김정은은 올해는 그 관심을 송도원 야영소로 돌렸다. 김정은은 공사가 한창이던 올 2월과 준공을 앞두었던 4월, 준공일인 5월 2일, 사고 발생 이후인 7월 5일 직접 현장을 찾았다. 야영소에 대한 김정은의 각별한 관심은 그가 태어났고 어린 시절 어머니 고영희와 함께 보낸 것으로 알려진 7성급 김정일 특각(호화별장)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각과 야영소는 작은 강을 사이에 두고 수십 m 떨어져 있다. 이 특각에는 길이 60m의 대형 요트를 비롯해 여러 척의 호화 요트와 수십 대의 수상제트스키, 고급 워터슬라이드가 갖춰져 있다. 김정은과 원산의 특별한 관계는 미국 프로농구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지난해 9월 방북 당시 김정은이 원산 인근 휴양소에서 제트스키와 수영을 즐기고 있다고 밝히면서 알려지기도 했다. 50년 넘게 운영되던 야영소는 올 5월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물놀이 시설과 대형 수족관 등을 갖추고 재개장했다. 이는 “앞으로 마식령에서 스키도 탈 수 있게 겨울에도 야영소를 운영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야영소 재개장을 김정은의 치적으로 선전했을 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를 비난하는 데도 활용했다. 재개장 직후 북한 당국은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을 동원해 남한을 ‘지옥’이라고 비난했다. 5월 13일 노동신문은 ‘어디가 락원이고 어디가 지옥인가’라는 글에서 “최근 준공한 송도원국제소년단 야영소가 북한 아이들의 궁전인데 어찌해 내 조국의 절반 땅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생죽음을 당해야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참사를 당한 학생들이 다니던 평양제1중은 6년제로 3학년까지는 평양 출신 학생들에게 입학을 허용하고 4학년부터는 전국에서 뛰어난 수재를 뽑아 정원을 늘린다. 졸업생은 김일성대나 김책공대와 같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어 자녀를 진학시키기 위한 특권층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에 자식을 잃은 학부모들은 국가적으로 함구령이 떨어진 사안에 항의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북한 소식통은 전했다.○ 사고 이후 야영소 전용 역 생겨 참사 한 달 반 뒤인 이달 5일 김정은은 여동생 김여정과 함께 야영소를 다시 찾았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송도원 역사(驛舍)를 둘러보고 “우리가 야영생들을 위한 직통 열차를 마련하고 운행 준비까지 다 해놓았는데 역사를 야영생들의 편리를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개성이 살게 잘 꾸려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버스 추락사고 이후 김정은이 야영객을 철도로 이동시키라고 지시했고 야영소 전용 역이 급히 세워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철도 운송은 전력난과 부품난으로 기차가 수시로 다니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사고로 악명 높은 마식령 우회로 구간을 피할 수 있어 비교적 안전하다. 이번에 참사를 당한 학생들이 지나간 평양∼원산고속도로는 북한 최초의 고속도로다. 1978년 완공된 이 고속도로는 길이 172km로 경제적 목적보다는 유사시 동서 병력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 하지만 가장 험준한 구간인 마식령을 관통하는 터널 3개가 계속 붕괴돼 차량들은 강원 법동군과 원산시 사이에 있는 해발 768m의 험준한 마식령을 넘는다. 김정은도 원산에 갈 때는 위험한 우회로를 피해 경비행기와 헬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송도원 야영소는 매년 사회주의 국가 청소년을 초청해 7월에 2, 3주 일정으로 국제캠프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캠프 참가자의 대다수였던 중국 청소년들이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리면서 최근 북한은 참가자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은 야영소 리모델링을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청소년 야영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사고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면 해외 관광객 모집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북한이 평양과 야영소를 잇는 교통편을 열차로 급히 바꾸고 사고 소식을 극비에 부치는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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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北 마식령서 버스 추락… 최고명문中 50명 사망”

    올해 5월 24일 ‘김정일의 모교’인 평양제1중학교 3학년 학생 50여 명이 탄 관광버스가 강원도 마식령에서 굴러 떨어져 모두 숨졌다고 북한 소식통이 28일 전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최고 명문으로 알려진 이 중학교 학생들은 강원도 원산 송도원국제소년단 야영소에서 야영을 하기 위해 이동하다가 이 같은 참변을 당했다. 사고 장소는 경사가 가파른 강원 법동군 평양∼원산고속도로의 우회로인 마식령 옛 도로 오르막 구간으로 알려졌다. 버스가 도로 아래 마식령 골짜기로 떨어진 데다 학생들이 안전띠를 매지 않아 대형 참사로 번졌다. 사고 직후 북한은 군과 보위부 등을 투입해 사고 수습에 나서는 한편 외부에 소식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입단속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로 숨진 학생들은 만 13세로 북한 고위급 간부 자녀가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시 보통강구역에 있는 평양제1중은 김정일이 나온 ‘남산고급중학교’의 후신으로 북한에서 최고의 수재들이 입학하는 명문으로 꼽힌다. 5월 13일 평양시 평천구역 아파트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11일 만에 어린 중학생들이 참사를 당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평양 시내 민심이 뒤숭숭해졌다고 한다. 이에 앞서 올 1월 19일에도 마식령에서는 스키장으로 향하던 평양시민 30여 명이 버스 추락으로 숨졌다고 대북 소식통들이 전했다. 송도원 야영소는 김정은이 올해 들어 준공식을 전후해 네 차례나 찾을 정도로 특별한 관심을 쏟던 시설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5월 송도원 야영소를 세계 최고의 학생 야영소로 꾸미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북한 최정예 건설부대인 제267군부대가 마식령 스키장 공사를 끝낸 지난해 11월부터 야영소 리모델링 공사에 투입됐다. 북한 당국은 특히 올 5월 2일 야영소 준공식 이후 이곳을 언론에 공개하며 남쪽의 세월호 사건을 비난해 왔다. 일주일 뒤 조선중앙방송은 “송도원 야영소 준공으로 온 나라에서 학생소년들이 기쁨에 넘친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있지만 조국의 남녘땅에선 수학여행에 올랐던 어린 학생들이 생때같은 죽음을 당해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곡성이 낮에 밤을 이어 울려 퍼진다”고 보도했다. 마식령에는 길이 4km 이상의 ‘무지개동굴’ 등 터널 3개가 뚫려 있으나 잦은 붕괴 사고로 막혀 차량들이 옛 고갯길로 자주 우회한다. 하지만 이 구간의 도로 폭은 차량 두 대가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좁고 도로 바깥쪽에는 가드레일도 없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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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보리 ‘가자지구 대학살’ 긴급회의… 즉각적 휴전 압박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지상 작전을 전개하면서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500명을 넘어섰다. 특히 격렬한 교전이 벌어진 20일 하루 동안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최소 100명 넘게 발생했고 이스라엘도 군인 13명이 숨졌다고 CNN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양측 모두 ‘피의 일요일’을 겪은 것이다. 이는 가자지구에서 하루 동안 발생한 인명 피해로는 5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이스라엘은 21일에도 탱크를 동원해 가자지구의 알아크사 병원을 포격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5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다쳤다. 이로써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시작된 8일 이후 14일째 이어진 교전으로 팔레스타인 사망자와 부상자는 21일 오전 현재 각각 508명과 3135명으로 늘었다. 사상자의 70%가 민간인이라고 국제적십자사가 밝혔다. 이스라엘 측도 같은 기간 군인 18명과 민간인 2명이 숨졌다. 2006년 레바논전쟁 이후 가장 많은 이스라엘군이 전투 도중 희생된 것이다. 이스라엘군 사망자 중에는 미국 국적자 2명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모두 미국에서 살다가 몇 년 전 이스라엘에 건너가 방위군에 자원입대한 청년들이다. 한편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무장조직 깟삼 여단은 21일 “전날 이스라엘 군인 샤울 아론을 매복 공격으로 생포했다”고 밝혔다. 깟삼 여단은 “만약 이스라엘이 전사자나 부상자에 관해 거짓말을 한다면 아론의 생사는 전적으로 이스라엘 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깟삼 여단은 포로로 사로잡았다고 밝힌 이스라엘 군인의 이름과 군번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하마스에 피랍돼 5년 동안 감금 생활을 했던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샬리트를 석방시키기 위해 무려 1027명의 팔레스타인 재소자를 풀어준 적이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교전이 악화되자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일 밤 가자지구 사태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소집해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또 20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중동에 도착해 중재 교섭을 시작한 가운데 21일에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해 정전협정 중재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케리 장관이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이를 폭스뉴스가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케리 장관은 20일 폭스뉴스에 출연하기 전 녹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누군가와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빌어먹을 정밀작전(It's a hell of a pinpoint operation)”이라고 두 차례나 반복한 뒤 “당장 내일이라도 가봐야겠다. 빈둥거리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케리 장관의 발언이 ‘격노한 표현’이라고 전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비꼬는 발언’이었다고 해석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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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한국판 모텔? 평양의 목욕탕과 식당

    옛날 어머님이 들려주셨던, 1960년대 말 북한에서 부모님이 연애하실 때 일이다. 하루는 두 분이 밤늦게까지 거닐다가 시내 중심 공원의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두어 시간쯤 흘렀을까. 갑자기 벤치 밑에서 인기척이 나더란다. 깜짝 놀라 들여다보니 그 밑에서 안전원이 기어 나왔단다. 그는 멋쩍은지 “에이, 오늘 저녁은 시간 낭비했네” 하고 툴툴거리며 가더란다. 반동적이거나 퇴폐적인 이야기 또는 행위가 있나 숨을 참고 지켜보다 끝내 두 손을 든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부모님 세대에는 연애조차도 꽤나 ‘혁명적’인 일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하긴 그땐 그런 시대였다. 평양도 아닌 지방 도시에서조차 반동을 잡겠다고 벤치 밑에 들어갔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40년이 넘게 흘렀다.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북한의 감시 방법도 진화했다. 지난해 여름 평양에선 주체사상탑 현대화 공사가 진행됐다. 명색은 탑 위 봉화의 조명을 발광다이오드(LED)로 바꾼다는 것. 이때 곳곳에 감시카메라(CCTV)도 함께 설치됐다. 그런데 평양 사람들도 잘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보도 쪽에 바늘구멍 같은 적외선 감시카메라들이 몰래 설치됐다는 사실을…. 주체탑 주변은 평양의 연인들이 밤에 가장 즐겨 찾는 장소 중 하나다. 누군가 감시카메라를 통해 자신들을 지켜보며 낄낄거린다는 사실을 모른 채 깊은 밤 그 앞에서 진한 스킨십을 하는 연인들만 불쌍해졌다. 요즘은 평양의 처녀들이 몰라보게 과감해졌다고 한다. 여기에는 북한 지도층의 변화도 한몫했다. 김정은과 이설주가 공개석상에 팔짱을 끼고 나타나자 연인들이 환호했기 때문이다. 과거엔 남녀가 팔을 끼고 다니면 비사회주의 행위라고 단속했는데, 이제는 단속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바야흐로 여름이 왔다. 평양에도 연인들의 계절이 찾아왔다. 그런데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놀러 갈 곳도, 교통수단도 마땅치 않으니 기껏 대동강이나 보통강에 나가 산보를 하고 식당에 가는 게 전부다. 다행히도 평양은 수도를 가로지르는 강 옆에 차도가 붙어 있지 않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도시이다. 그것만은 정말 좋은 점이다.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 개선청년공원과 능라유원지가 새 단장을 하면서 이곳도 연인들의 인기 코스가 됐다. 이 공원과 유원지의 피크 타임은 저녁시간이다. 처녀들은 규찰대의 단속에 걸리고 싶어 안달이라도 난 듯이 한껏 섹시하고 특색 있는 옷차림으로 나간다. 그러자 놀이기구를 타기 위한 목적보단 처녀들을 구경하기 위해 총각들이 몰려온다. 단 이곳은 커플이 가기엔 사람이 너무 많고, 조용히 속삭일 수 있는 장소가 못 된다는 것이 흠이다. 남녀의 사랑이 무르익는 데 강 옆이든 놀이공원이든 장소가 중요할까마는…. 평양의 문제는 무르익은 다음이다. 손만 잡아도 서로 불이 활활 타는데 이 불을 끌 곳이 정말 마땅치 않다. 서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어서 오세요” 재촉하듯 뻘건 간판을 번쩍거리는 모텔, 여관 따위가 북한에 있을 리가 없다. 첫 번째 선택지는 집이다. 부모들이 다 출근하는 경우라면 낮에 번개처럼 집에서 만나면 된다. 그런데 이것도 평양이니까 이모저모 여의치 않은 점이 많다. 우선 평양은 주택 사정이 너무 안 좋아서 한 집에 3대, 4대가 사는 집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낮이라고 해도 집이 비어 있기 쉽지 않다. 또 평양의 아파트엔 경비원이 지키고 있다. 처음 몇 번은 따로따로 올라가며 찾아가는 집을 거짓으로 말하면 되지만 자주 가게 되면 들키기 십상이다. 제일 큰 문제는 낮엔 본인들도 조직 생활에 매이다 보니 서로 시간 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돈이 좀 있는 남녀라면 그나마 약간의 선택의 폭이 있다. 제일 많이 활용되는 것이 식당이다. 단골이 돼서 식당 책임자를 알게 되면 돈을 좀 찔러줄 경우 방 하나를 내준다. 평양에는 칸막이가 돼 있는 식당들이 적지 않다. 그래야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평양에선 좋은 음식 못지않게 찾기 어려운 것이 이런 조용한 공간이다. 그래도 몇 시간은 괜찮지만 하룻밤은 힘들다. 또 다른 대안은 목욕탕이다. 목욕탕 책임자에게 찔러주면 독탕을 몇 시간 내준다. 밤에 경비 서는 노인들에게 술과 안주, 약간의 돈을 찔러주면 하룻밤도 가능하다. 북한 당국은 식당과 목욕탕이 퇴폐의 온상이라며 주기적으로 단속하지만 이건 아무리 막아도 소용없다. 식당이나 목욕탕에 갈 돈이 없으면 방법이 없을까. 있다. 그냥 산에 오르는 것이다. 모기에 뜯길 각오는 물론 해야 한다. 평양의 중심부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 모란봉이고, 조금 떨어진 곳에 대성산이 있다. 모란봉엔 조용히 숨을 곳이 많다. 경치가 끝내주는 모란봉에 낮부터 올라가 불고기를 구워 놓고 어두워질 때까지 둘이 한잔하면 분위기가 끝내준다. 연인과 함께 어느 식당 가서 한잔할까 고민하는 한국의 오빠들도 이것만큼은 북한이 부럽다고 할지 모른다. 중요 국가기념일이나 정치 행사가 있는 휴일 밤이면 모란봉과 대성산에는 온통 전짓불이 번쩍거린다. 수색조가 산을 훑는 것이다. 그러면 덤불에 숨었던 연인들이 토끼처럼 뛰쳐나와 도망친다. 하지만 너무 열중하다 보면 민망하게 적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는 무조건 찔러주어야 한다.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단속원 주소를 따서 최대한 빨리 찾아가야 한다. 그나마 여름이니 산이라도 오르는 것이다. 바깥도 춥고 집 안도 춥고, 해마저 빨리 지는 겨울에는 지하철밖에 갈 곳이 없다. 김정은의 지시로 최근 평양엔 유원지와 수영장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하지만 놀이기구의 짜릿함도, 수영장의 찬물도 젊음을 식힐 순 없다. 아스팔트도 연인들도 뜨거워지는 아, 평양의 여름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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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月 1만원에 전자책 64만권 무제한”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월 9.99달러(약 1만 원)로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제한 없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18일 내놓았다. ‘킨들 언리미티드’라고 이름 붙인 이 무제한 전자책 접속 서비스는 매달 종이책 1권 값인 9.99달러를 받고 64만 권의 전자책과 2000여 권의 음성 구독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공급한다. 독자들은 아마존 전자책 전용 단말기인 ‘킨들’로만 읽을 수 있었던 전자책을 태블릿PC나 아이패드 등 다양한 단말기로 접속해 읽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하퍼콜린스 해치트 사이먼앤슈스터와 같은 일부 대형 출판사들은 아마존의 시장 잠식을 우려해 콘텐츠 제공을 거부했다. 이미 미국에는 월 9달러에 40만 권의 전자책을 제공하는 서비스인 ‘스크라이브드’, 월 10달러에 50만 권을 보게 하는 ‘오이스터’ 등이 시장에 진입한 상태다. 이 시장에 거대 공룡기업인 아마존이 뛰어들면서 앞으로 전자책뿐만 아니라 출판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전자책 사용 인구는 올해 7900만 명으로 지난해 7200만 명에 비해 9%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킨들 언리미티드는 당분간 미국에서만 이용 가능하지만 성공하면 해외에서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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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가자공습 이후 최대 포격… 하루 50명 이상 사망

    이스라엘이 2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해 8일 교전이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의 포격을 가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이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이날 포격은 가자지역 동부인 세자이야에 집중됐으며 사망자가 최소 5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13일간의 교전으로 발생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430명, 부상자는 3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날까지 사망자는 380여 명으로 집계됐다. 희생자의 대다수는 민간인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 어린이도 상당수 포함됐다. 이날 포격은 오전부터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 포격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시신이 거리에 나뒹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이날 가자지구를 집중 포격했다고 시인했다. 이스라엘은 한 차례 포격한 뒤 오후 1시 30분경부터 2시간 정도 인도적 임시 휴전을 선포했지만 이후 포격을 재개해 한 시간 가까이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격 뒤에는 탱크와 지상군이 현지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17일 밤 가자지구에 탱크와 자주포를 앞세운 지상군을 전격 투입했으며 불도저를 동원해 이스라엘로 이어지는 땅굴을 찾아내 파괴하는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이 구축한 10여 개의 땅굴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대공세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전 세계 비난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에선 지난 주말 수천, 수만 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 CNN의 다이애나 맥네이 기자가 17일 이스라엘 스테롯 언덕에서 가자지구 공습을 지켜보며 환호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인간쓰레기’로 비난했다가 19일 회사로부터 전보 조치됐다. 하루 앞선 18일 미국 공영방송 NBC도 가자지구에서 활동해 온 아이만 모헬딘 기자를 이스라엘에 비판적이란 이유로 소환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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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이어 야후 女임원 성추문… 섹스밸리 오명 쓴 실리콘밸리

    자고 나면 새 부호가 탄생한다는 지구촌 정보기술(IT)의 메카 미국 실리콘밸리가 연이은 성추문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미국 언론들도 실리콘밸리가 ‘섹스 밸리’가 됐다며 집중 보도했다. 13일 외신들은 미모의 아시아계 여성인 마리아 장 야후 모바일 부문 선임 디렉터가 직속 부하였던 중국계 여성 시난 씨에게서 민사 및 형사 소송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시 씨는 장 씨가 지속적으로 동침을 요구하고 구강성교 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나중에 견디지 못한 시 씨가 장 씨의 요구를 거절하자 결국 해고됐다는 것. 장 씨는 실리콘밸리에서 영향력 있는 고위 임원이며 평소 여권 신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미 언론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처음으로 동성 간 성범죄가 터져 나왔다며 시 씨의 해고 과정을 야후가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앞서 4일에는 구글 임원인 포레스트 하이에스 씨(51)를 숨지게 한 혐의로 실리콘밸리의 26세 고급 매춘부가 체포됐다. 하이에스 씨는 캘리포니아 샌타크루즈 해변의 한 요트에서 이 여성과 즐기다가 마약 과다복용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높은 급여를 받는 젊은 남성들이 집중된 실리콘밸리가 성매매 종사자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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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실리콘밸리는 섹스밸리? 女임원 성추문에 매춘부 몰려와…

    자고 나면 새로운 갑부가 탄생한다는 전 세계 정보기술(IT)의 메카 미국 실리콘밸리가 연이은 성추문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CNN과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도 실리콘밸리가 '섹스밸리'로 됐다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13일 마리아 장 야후 모바일 부문 선임 디렉터가 직속 부하였던 여성에게서 손해배상과 형사 처벌을 요구하는 소송을 당했다. 소송을 낸 여성은 야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던 중국계 난 시 씨. 그는 고소장에서 장 디렉터의 회유와 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수시로 동침 요구에 응해 '구강 및 디지털 성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장 디렉터는 시에게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일자리와 주식, 미래를 빼앗아버리겠다고 협박하며 지속적으로 성행위를 요구했고, 성관계 직후에는 근무외시간인데도 강도 높은 업무를 요구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도 일삼았다는 것이다. 참다못한 시 씨가 성관계를 거부하자 장 디렉터는 그에게 낮은 인사고과를 주어 해고했다는 게 고소장의 내용이다. 시는 특히 성희롱 피해를 야후 인사과에 신고했으나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혀 이번 논란이 회사 전체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장 디렉터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 때문이다. 장 디렉터는 4월에 한 IT 전문지인 실리콘밸리비즈니스저널에서 '올해의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으로 선정되는 등 해당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다. 여성 엔지니어의 멘토를 자처할 정도로 전문성과 여권신장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은 실리콘밸리에서 여성이, 그것도 고위 임원이 동성간 성범죄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이달 4일 구글 임원 포레스트 하이에스를 살해한 혐의로 알릭스 티첼먼(26)이란 실리콘밸리의 고급 매춘부가 체포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던 터였다. 티첼먼은 경찰의 단속을 피해 요트 등에서 음성적으로 성매매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티첼먼은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해변의 요트에서 하이에스와 성관계를 갖던 도중 미리 준비한 주사기로 하이에스의 팔에 마약을 투약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리콘 벨리가 위치한 산호세 지역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같은 대형 IT 업체들이 몰려 있어 전 세계에서 '실리콘밸리 드림'을 꿈꾸는 수많은 인재들이 모여든다. 이중에는 20~30대 젊은 층들도 많다. 높은 연봉으로 주머니는 두둑하지만, 사랑에는 '쑥맥'인 이들을 겨냥해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전문 매춘부들이 몰려와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10년 만에 백만장자가 된 매춘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매춘부들은 IT의 메카답게 SNS 등 인터넷 첨단 기술을 전문가 못지않게 능숙하게 활용해 고객을 끌고 있다. CNN머니는 "높은 급여를 받는 젊은 남성들이 집중된 실리콘밸리가 성매매 산업 종사자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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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간 소방수’ 케리… 대선 결선투표 재검표 합의 중재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선거 결선 후보들이 미국의 중재로 전면적인 재검표에 합의해 우려했던 종족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지난달 14일 실시된 결선투표 결과를 놓고 대립하던 아슈라프 가니 전 재무장관과 압둘라 압둘라 전 외교장관은 12일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제적 감시하의 전면 재검표를 수용하며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승자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즉시 통합정부가 구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는 이틀간 중재 노력 끝에 합의를 이끌어 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사진)도 참석했다. 케리 장관은 “모든 투표용지는 100% 재검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800만 표에 이르는 결선투표 재검표가 24시간 내에 시작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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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印尼의 오바마’ 위도도… 독재자 前사위 누르나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결정짓는 대통령선거가 9일 실시됐다. 목수의 아들과 명문가 출신의 정통 군부 엘리트 간 맞대결이란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으나 투표 종료 이후 양 후보가 모두 승리를 선언하는 등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로 불리는 진보 성향의 조코 위도도 투쟁민주당 연합 후보(53)는 개표 초반 앞서 나가자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 1시간 뒤 보수 성향의 대인도네시아운동당 연합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62)도 자신이 승자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5개 여론조사기관의 표본개표 결과도 둘로 나뉘었다. 표본개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표본투표소 2000여 곳을 미리 선정한 뒤 실제 투표함을 개표하는 것으로 출구조사보다 신뢰도가 높다. 실제 개표와의 오차가 1% 내외로 알려졌다. 3개 여론조사기관의 표본개표는 위도도 후보가 득표율 52.34∼52.93%로 47.07∼47.66%에 그친 수비안토 후보에게 승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나머지 2개 여론조사기관의 표본개표는 수비안토 후보가 1∼2%포인트 차로 위도도 후보를 앞선 결과를 내놓았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선관위의 공식 개표 결과는 21, 22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두 후보 진영이 모두 승리 축하 행사를 벌이고 있어 양측 지지자들 간에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위도도 후보는 빈민가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가구 사업가를 거쳐 정계에 입문한 뒤 자카르타 시장 등을 지내며 큰 인기를 얻었다. 수비안토 후보는 32년간 인도네시아를 통치한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전 사위로 특전사령관을 지냈다. 그의 부친 역시 재무장관을 지낸 명문가 출신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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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총참모부 제3부, 전세계 통신망 도-감청”

    중국군 총참모부 제3부가 전 세계 통신망을 감청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폭로했다. 적국과 우방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전 세계를 도·감청한 미국의 국가안보국(NSA)과 같은 거대한 비밀조직이 중국에도 존재한다는 보도다. 9일 개막한 미중 전략경제대화 도중 중국에 불리한 대형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이버 해킹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WSJ에 따르면 총참모부 제3부는 각국 대사관의 케이블과 기업의 전자우편, 범죄 조직망 등을 포함한 전 세계 통신망을 감시하고 도·감청 내용을 분석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군사·정치·경제 정보를 수집하고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제3부는 중국 전역에 작전부대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통신망을 감시하기 위해 해커, 언어전문가, 정보분석가 등 조직원 10만 명을 거느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이 중국군 장교 5명을 기소하면서 그 정체가 드러난 상하이(上海)의 해커부대 61398부대도 제3부 소속이다. 이 부대는 미국 국방 분야와 유럽의 위성 및 우주항공산업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정보를 수집하고 기술을 확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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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아리랑 공연 뒤에 숨겨진 평양의 아픔

    김정일이 ‘아리랑’을 왜 그리 좋아했는지 지금도 미스터리한 일이다. 그의 생전 예술 관련 행적을 보면 전통음악에는 통 관심이 없었던 듯 보였다. 그가 즐긴 것은 ‘보천보전자악단’ 같은 여성 밴드나 100여 명의 남성이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공훈합창단이었다. 사석에선 한국이나 일본, 옛 소련 가요들을 즐겨 불렀다. 1991년 북한이 영화 사상 최대의 역작인 ‘민족과 운명’ 시리즈를 창작할 때 김정일은 아리랑을 주제가로 선정했다. 이 영화 시리즈는 현재 60부 넘게 제작됐으며 앞으로 100부까지를 목표로 한다. 이를 계기로 북한에선 아리랑이 최고의 브랜드로 떠올랐다. ‘통일아리랑’ ‘강성부흥아리랑’ 등의 가요나 소설이 잇따라 창작됐고 TV, 담배 등에도 아리랑 상표가 대거 쓰이기 시작했다. 북한 최초의 조립 스마트폰 브랜드도 아리랑이다. 뭐니 뭐니 해도 ‘북한’과 ‘아리랑’이란 단어를 조합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것은 남쪽에도 잘 알려진 연인원 10만 명이 동원되는 ‘아리랑 집단체조공연’이다. 2002년 처음 시작된 아리랑 공연은 수해 등으로 중단된 3년을 빼곤 지난해까지 매년 7월 말에 시작돼 두세 달간 진행됐다. 그러던 북한이 올해는 아리랑 공연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북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관객도 없고 주민 여론도 매우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긴 거의 똑같은 내용을 10년 넘게 반복하다 보니 보겠다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관객의 절대다수는 평양 사람들인데 해마다 보고 또 보니 질려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강제로 관람 동원을 시키는 것은 오래전부터였다. 그렇게 해도 개·폐막 행사가 아니고선 관람석의 절반을 못 채웠다. 그렇다고 지방 사람들까지 대거 평양에 불러들이기엔 교통 사정이나 치안 통제력이 따라가지 못한다. 매년 공연과 관람에 억지로 동원되는 평양시민들은 ‘아리랑’이란 단어만 들어도 끔찍해한다. 실제로 화려한 아리랑 공연 뒤에 숨겨진 평양 사람들의 고통은 엄청났다. 가장 큰 부작용은 학생들이 훈련에 동원되는 반년 동안 공부를 못한다는 데 있었다. 가뜩이나 1고등중학교를 제외한 일반 중학교는 대학 가기도 힘든데 공연에까지 동원되다 보니 중학교 4학년부터는 졸업할 때까지 3년 동안 아예 공부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자식을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들이 뇌물을 주고 자녀를 동원에서 빼내 따로 공부시키는 일이 보편화됐을 정도였다. 자녀가 공연에 동원된 부모들은 재정적 부담에 힘들어했다. 무더운 여름에 밤늦게까지 훈련을 하다 보니 자녀들에게 간식과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돈을 따로 챙겨 보내야 하는데 평범한 가정들엔 힘에 부친 일이었다. 그렇다고 남들 다 사 먹이는데 자기 자녀만 축에 끼지 못할까 봐 부모들은 돈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매일 학급에서 두 명씩 돌아가면서 전체 학급이 먹을 국을 만들어 와야 하고 선생들의 식사도 챙겨야 했는데 이 역시 부모들끼리 은근히 경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연 초기 몇 년 동안은 참가자들에게 TV를 선물로 주기도 했지만 부모들은 이미 그 이상의 돈을 썼다고 불만이 컸다. 설상가상으로 남쪽의 대북 지원이 중단된 뒤부터는 선물 값어치도 해마다 점점 줄어들었다. 매일 10만 명 이상이 움직이다 보니 크고 작은 불상사도 잇따랐다. 삼복더위엔 훈련 도중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학생이 부지기수였고, 추위가 시작되는 10월 말엔 얇은 공연복 때문에 한 학생이 독감에 걸리면 다른 학생들까지 집단 감염됐다. 그래도 공연에 빠지면 안 되는 처지라 학생들 사이에서는 “맹장이 터져도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말이 돌았다. 최근엔 늦은 밤에 귀가하는 학생들이 강도를 만나 봉변을 당하고 성범죄에 노출되는 일까지 발생하자 집이 먼 학생들의 경우엔 버스로 귀가시키는 배려(?)가 나올 정도였다. 몇 년 전엔 공연 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대동강 능라다리 난간이 무너져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어쨌든 올해부터는 아리랑 공연이 없다고 하니 “보지도 않는 공연을 만드느라 왜 우리가 생고생을 해야 하느냐”고 불만이 컸던 평양 사람들로서는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아리랑 공연은 앞으로도 재개되기 어려워 보인다. 각종 거창한 명분을 내걸고 해마다 공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행사파’들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들에 대한 보상이 없어진 것이 결정적 이유다. 북한은 초기엔 집단체조창작단을 비롯한 예술단체들과 간부들, 예술인들에게 훈장과 노동당 입당 등 정치적 보상과 각종 선물을 듬뿍 주었다. 하지만 10년 넘게 계속 줄 순 없는 일이다. 그나마 달러를 어느 정도 벌어다 주던 외국 관광객들도 요즘엔 많이 줄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공연을 본 해외 관광객은 1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대부분이 중국인이다. 그런데 악화되고 있는 북-중관계의 영향 탓인지 5월부터 북한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한편 남북 교류가 활발했던 2005년 한 해에만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 한국인은 7730명이나 됐는데 2009년부터는 아예 사라졌다. 관객도 없고, 돈도 안 되는 아리랑 공연이 내년에 재개된다면 평양 사람들의 민심은 크게 악화될 것이다. 아리랑 공연은 아버지의 치적을 지워야만 환영받는 김정은의 아이러니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북한의 아리랑에 대한 집착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지난달 북한이 아리랑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민요 아리랑’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리랑은 2012년에 ‘한국의 서정 민요’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기 때문에 남북이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과 오랫동안 함께 숨 쉬며 해당 시대를 반영해 왔다. 21세기에 들어서도 북한에선 인민이 겪는 고통의 상징으로, 해외에선 분단의 상징으로 돼 버렸으니 아리랑은 지금도 구슬프다. 아프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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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내가 북한 해커를 반기는 이유

    “해킹이란 게 뭔 말이네?” 지난해 이맘때쯤 평양의 간부들 속에 해킹의 기초 개념을 배우는 바람이 불었다. 중앙에서 해킹 공격에 대비해 보안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하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무엇인지 모르고 평생을 산 간부들이 해킹이 뭔지 아는 것은 어불성설. 그래서 전문가들이 나서 속성교육을 시켰다. 그래도 이해를 했을지 의문이다. 해킹 교육 바람이 불게 한 원인 제공자는 국제 해킹 그룹인 ‘어나니머스’였다. 어나니머스는 작년 4월 북한의 고려항공 등 해외를 대상으로 하는 주요 5개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하고, 대남용 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1만5000여 명의 회원 명단을 공개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회원 명단 공개보다 더 몸서리치는 일이 있었으니 바로 어나니머스가 ‘우리민족끼리’ 메인 화면에 김정은과 저팔계를 합성한 사진을 올려놓은 것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나니머스는 북한에 선전포고까지 했다. 핵무기 야욕 포기, 김정은 퇴진, 자유민주주의 도입, 인터넷 접속 자유화라는 4가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북한 내부망을 공격해 비극의 날(日)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선 어느 하나도 들어줄 수 없는 요구였다. 하지만 정말 어나니머스가 북한 인트라넷의 수백 개 홈페이지에 김정은과 저팔계 합성사진을 올리는 데 만약 성공한다면 이는 북한 체제에선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어나니머스가 정한 D데이는 6월 25일이었다. 북한은 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간부 교육과 별개로 조선컴퓨터센터에서 부랴부랴 ‘붉은별 3.0’이 개발됐다. 붉은별은 북한이 독자 개발한 컴퓨터 운영체제이다. 2.0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7’을 베껴 만든 것인데, 3.0은 애플의 ‘맥 OS X’를 베꼈다. 북한 보안성은 각 기관, 기업소의 인트라넷 관리자들을 불러 회의를 열고 “무조건 붉은별 3.0과 백신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드디어 6월 25일이 왔다. 이 창과 방패의 대결은 뚜껑을 열어본 결과 어나니머스의 대참패였다. 그들은 북한의 홈페이지에 저팔계 합성사진을 띄우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이날 진짜 ‘비극의 날’은 한국에 찾아왔다. 청와대와 정부 기관, 새누리당, 언론사 등 16개 기관의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받아 다운된 것이다. 7월 1일 한국의 30여 개 홈페이지가 다시 한 번 대규모 해킹 공격을 받아 접속이 차단됐다. 공격을 받은 사이트들에서는 모두 ‘어나니머스가 해킹했다’라는 문구가 발견됐다. 어나니머스가 북한과 남한을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북쪽이 뚫리지 않자 남쪽이 화풀이 대상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리 미국 국방부나 중앙정보국(CIA)까지 턴다는 어나니머스지만 북한처럼 인터넷과 동떨어진 극도의 폐쇄적인 인트라망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그들이 ‘직결봉사(웹서핑)’ ‘탁상환경(메뉴)’ 따위의 붉은별의 용어부터 이해했을지 모르겠다. 가령 한국은 홈페이지에 접속하려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라’는 메시지부터 뜨지만 붉은별은 ‘관리자통과어를 입력해 주시오’라고 뜬다. 북한에서 아이디는 ‘통과어’, 패스워드는 ‘확인’이라고 한다. 어나니머스도 두 손을 든 붉은별 운영체제이지만, 정작 실체를 알고 보면 어처구니가 없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붉은별은 해킹만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를 활용한 대부분 작업이 불가능하다. 유럽의 웹 분석업체 스캣카운트가 2011년 북한의 컴퓨터 운영체제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북한 컴퓨터 운영체제의 97.25%가 MS 기반이었고, 1.68%가 애플 맥이었다. 붉은별의 점유율은 0.5%도 안 됐다. 붉은별은 북한에서도 버림받은 운영체제인 것이다. 어나니머스 공격 때 반짝 설치됐던 붉은별 3.0도 한 달도 안 돼 버림을 받았다. 어나니머스의 해프닝은 북한에 “해킹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하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당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문제는 누구한테 당하느냐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 세계 어느 곳이나 두더지처럼 쑤시고 다녀 악명이 높은 어나니머스도 북한이란 외부와 단절된 우물 속을 파고 들어가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북한의 진짜 위험은 외부가 아닌 바로 이 우물 안에 도사리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의 정예 해커가 3000명이 넘고 CIA를 능가하는 실력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믿진 않지만, 개인적으론 북한에 고급 해커가 정말 3000명이나 있었으면 좋겠다. 3만 명이라면 더욱 좋다. 북한이 해킹을 하려면 중국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해외에 북한의 젊은 인재 수천수만 명이 나와 인터넷에 접속하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보게 되고 북한도 알게 된다. 거짓된 세뇌는 진실 앞에선 쉽게 무너진다. 한창 진실에 목마른 북한 젊은이들이 거짓과 기만으로 꾸며진 김정은 왕국의 실체를 깨닫게 되면 이는 장기적으로 북한에 매우 큰 위협이 된다. 아마 해커들을 외국으로 제일 내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김정은일지도 모른다. 몇 년 전 국내 언론이 보도한 ‘평양시민 210만 명 신상정보 유출’은 북한의 진짜 위협이 무엇인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평양 핵심계층 수백만 명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직업 가족관계 혈액형 등의 정보가 한국에 넘어간 것은 폐쇄적인 북한에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정보화 시대와 담을 쌓고 살 수 없다고 판단해 애써 주민 전산화를 해놓았더니 북한 내부 누군가가 고작 휴대용 저장장치(USB 메모리) 한 개로 다 빼낸 것이다. 혹여 가짜 정보인가 싶어 기자가 직접 유출된 신상정보와 평양에 알고 있는 지인들의 신상정보를 대조했더니 다 일치했다. 단 한 명의 내부 정보기술(IT) 관계자가 이처럼 어마어마한 일을 한 것이다. 돈 때문이었든, 체제가 싫어서였든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여지가 크다. 북한에 실력 있는 해커들이 늘어날수록 이는 북한엔 양날의 칼이 될 수밖에 없다. 열심히 갈면 갈수록 나중에 베인 상처도 더 깊을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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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로운 나라’ 한국 52위, 北 153위

    한국이 세계에서 52번째로 평화로운 국가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매년 ‘세계평화지수(GPI)’를 작성해 발표하는 국제 비영리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IEP)’는 18일 발표한 ‘GPI 2014’에서 한국의 올해 평화지수가 지난해 46위에서 6계단 하락한 52위라고 밝혔다. 2012년에는 51위였다. 호주 시드니에 본부를 둔 IEP는 올해 세계 162개국을 대상으로 22개의 범죄 군사 사회 관련 지표를 평가해 1∼5점을 매겨 순위를 정했다. 1점에 가까울수록 평화로운 상태를 뜻한다. 한국은 1.849점으로 인구 10만 명당 재소자 수, 강력범죄 발생 수, 테러리스트 활동, 소형화기 접근성, 난민 수 등 세부항목에서 1점을 받았다. 하지만 이웃 나라와의 관계(4점), 핵·중화기 수(3.3점), 갈등에 따른 사망자 수, 폭력시위(이상 3점) 항목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가장 안전한 국가로는 아이슬란드(1.189점)로 3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이어 덴마크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스위스 핀란드 캐나다 일본 벨기에 노르웨이가 순서대로 2∼10위를 차지했다. 가장 평화롭지 못한 국가로는 3.65점을 받은 시리아가 선정됐다. 북한은 153위였다. 북한은 2012년에 151위, 지난해엔 155위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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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1 황제’ 슈마허, 혼수상태서 6개월만에 깨어나

    스키 사고로 의식을 잃었던 ‘포뮬러 원(F1)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45·사진)가 13일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고 CNN 등 외신이 16일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29일 프랑스 남동부 알프스 산에서 스키를 타다 넘어져 의식을 잃은 지 5개월 보름 만이다. 사고 직후 조사팀은 그가 눈 속에 가려져 있던 바위에 머리가 부딪쳐 심각한 뇌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슈마허의 매니저인 자비네 캠은 16일 “슈마허가 의식을 회복해 그동안 입원해 있던 프랑스 그르노블의 병원에서 퇴원해 장기 재활시설로 이동했다.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슈마허가 사고 전 상태로 돌아오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그가 스위스 로잔의 한 재활병원에 입원했다”고 전했다. 일부 스위스 현지 언론들은 “슈마허가 아내와 의사소통을 할 정도로 의식이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슈마허는 두 차례 뇌수술을 받았지만 최근까지 식물인간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1991년 F1 무대에 데뷔한 슈마허는 1994년 처음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뒤 지금까지 통상 챔피언십 7회 우승과 그랑프리 91회 우승이란 대기록을 남겼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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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간 대선 결선 투표율 58% 압둘라 당선 유력… 7월 22일 발표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의 후임을 뽑는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14일 마무리됐다. 아프간 선관위는 이날 투표가 마감된 뒤 기자회견에서 약 700만 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등록 유권자 수가 1200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투표율이 58%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4월 치러진 1차 투표 때와 비슷한 투표율로 2009년 대선(투표율 30%)에 비해 약 2배 수준이다. 최종 결선 투표 결과는 다음 달 22일경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로선 1차 투표에서 45%의 지지를 얻은 압둘라 압둘라 전 외교장관(54)의 당선이 유력하다. 압둘라 후보는 아프간 인구 비중에서 1, 2위를 차지하는 파슈툰족과 타지크족의 혼혈이며 탈레반 집권에 반대한 타지크족 중심 반군단체 ‘북부동맹’의 일원이다. 결선투표에서 압둘라 후보와 맞붙은 아슈라프 가니 전 재무장관(65)은 세계은행에서 10년간 근무했고 컬럼비아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존스홉킨스대 교수를 지냈다. 2001년부터 13년 동안 아프간을 통치해 온 카르자이 대통령은 연임 제한 규정으로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전국 150여 개 투표소가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민간인 20명을 포함해 47명이 숨졌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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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력없는 세상 만들기… 지구촌 144개국 나섰다

    ‘행동해야 할 때(Time to Act)다.’ 144개국 장관급 인사와 900여 명의 전문가들이 10일 영국 런던에 모여 ‘분쟁지역 성폭력 근절’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나흘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성폭력 근절 국제회의는 분쟁지역 성폭력 종식을 논의하고 국제적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번 회의에는 할리우드 톱스타인 앤젤리나 졸리,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 등 쟁쟁한 인사 900여 명이 참여했다. 졸리와 헤이그 장관은 이날 공동 의장 겸 개막 연사로 나섰다. 특히 졸리는 자신이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목격한 전쟁지역 여성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며 “수치심은 전쟁 성범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가져야 한다”고 외쳤다. 졸리는 최근 2년간 여성 성폭행 근절을 위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캠페인을 벌여왔다. 헤이그 장관은 이날 “분쟁 지역의 조직적인 성폭력은 현대사회의 심각한 대규모 범죄”라며 “근절 노력에 국제사회의 역량이 결집되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3일 각국 대표들이 참석하는 폐막회의에서 영상 메시지를 발표한다. 한국은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이 나서 12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고 전쟁 성폭력 방지를 위한 한국 정부의 기여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국제회의까지 열려 성폭력 근절을 촉구한 것은 성폭력 양상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이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잔인한 사건들이 세계 각지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지구촌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4월 나이지리아에서 여학생 300여 명이 집단 납치돼 성폭행을 당하거나 팔려갈 위험에 빠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우리 딸을 돌려 달라’는 세계적 캠페인으로 번지면서 아프리카 지역의 여성인권 문제를 부각시켰다. 여성 성폭행은 내전과 분쟁이 벌어지는 곳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991∼2002년 시에라리온 내전에선 6만 명이, 1992∼1995년 보스니아 내전에선 5만 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종교 및 문화적 이유로 여성 인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나라에서도 여성 인권은 심각한 상황이다. 8일 대통령 취임 행사가 열린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집단 성폭행 등 27건의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인도에서도 22세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황산으로 시신을 훼손하는 등 성폭행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건들이 최근 잇따라 벌어졌다.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2억2000만 명이 성폭력 피해에 시달리며 이 중 1억5000만 명이 여성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전 세계 성인 여성의 7%에 이르는 규모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리즐 게른솔츠 여성인권 이사는 “최근 전례 없이 성폭행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남성이 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여성 폭력을 규탄하는 것이 앞으로 거쳐야 할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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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김정은의 와인 사랑과 금주령

    최근 북한 고위 간부들 속에서 와인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코냑을 좋아했던 아버지와는 달리 김정은은 와인을 즐긴다는 소문 때문이다.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 씨는 지난해 4월 “김정은은 보르도산 와인을 꿀꺽꿀꺽 마시고 카르티에 멘솔 담배를 피우며 할리우드 스타 장클로드 반담의 근육질 몸매를 갖길 원했다”고 말했다. 후지모토 씨가 북한을 탈출한 것이 2001년이었으니 당시 김정은의 나이는 많아야 열일곱 살 정도였을 것이다. 막 스위스에서 돌아왔을 때쯤 되지 않을까 싶다. 김정일의 측근 관리용 비밀파티 부활 한 북한 고위 소식통은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이 30, 40대에 측근을 관리하기 위해 자주 열던 한밤의 비밀 파티를 다시 부활시켰다고 전했다. 다만 측근들의 연령은 훨씬 높아졌다. 김정일의 비밀 파티에는 형뻘 되는 측근들이 주로 참가했는데 김정은의 파티 참가자 대다수는 아버지뻘, 많으면 할아버지뻘이라는 것이다. 후지모토 씨가 2003년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을 내기 전까진 코냑을 들이켜며 한국 노래를 부르고 심지어 여성들을 발가벗기고 함께 춤을 추는 김정일의 파티는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한번 파티 멤버가 되면 숙청되는 일이 거의 없고, 설령 쫓겨나도 다시 복권시켜 줄 것이란 믿음이 있어 입들을 굳게 다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 김정은의 파티는 벌써부터 평양의 권력가에 은밀히 퍼지고 있다. 파티 멤버였다가 지금은 쫓겨난 누군가가 주변에 믿을 만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한 것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 워낙 많은 사람이 숙청됐으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소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술에 취하면 사람을 앞에 불러다 욕설을 퍼붓고 상대방 몸까지 툭툭 치는 버릇이 있어 참가자들이 모멸감을 느낀다고 한다. 기쁨조까지 불러 파티를 즐기는 오빠의 모습에 화가 난 여동생 김여정이 “아버지처럼 살지 마”라고 소리쳤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도 오빠 김정일에겐 서슴없이 충고했다고 알려졌지만 모든 권력을 움켜쥔 독재자가 금욕을 택한 경우는 동서고금에 거의 없다.北 수입품중 와인 등 주류 비중 증가 최대 은밀히 퍼지는 것은 ‘파티’뿐만이 아니다. 김정은이 와인 마니아란 소문이 퍼지면서 간부들이 선호하는 술도 김정일 시대 코냑에서 와인으로 ‘권력 이동’을 했다고 한다. 와인을 꺼내놓고 해당 와인의 ‘스토리’ 정도는 읊어줘야 신권력층이라 인정받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북한에 열린 ‘와인 시대’는 무역 통계가 증명해 준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2년 북한의 수입품에서 가장 크게 늘어난 항목이 와인 등 주류와 음료로 1년 동안 무려 3011만 달러어치나 사 갔다. 북한 주민의 주식인 옥수수를 20만 t 가까이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불가리아의 경우 와인이 대북 수출 1위 품목으로 등극했다. 지난해엔 14달러짜리 2008년산 루빈 와인 두 컨테이너가 북한으로 수출됐다. 아마도 김정은의 취향을 따라가려는 간부들에게 배달됐을 것이다. 김정은은 프랑스산 고급 와인을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와이너리(와인 양조장) ‘메종 미셸 피카르’의 프랑신 피카르 대표는 2010년 방한해 “15년 전 북한 관리가 헬기를 타고 와 여러 와이너리를 둘러보고 간 뒤부터 북한은 매년 고급 와인을 수백 병씩 사갔다”고 말했다. 후지모토 씨는 김정일의 술 창고에 와인이 1만 병이나 소장돼 있다고 증언했다. 김정은은 이 술 창고도 상속받았을 것이다. 고급 와인 맛에 푹 빠진 김정은은 정작 인민은 값싼 술조차 마시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 초 갑자기 전국에 금주령을 내렸기 때문이다.금주령 어긴 軍지휘관 즉결 처형 몇 달 전 이 금주령을 어긴 한 군부대 지휘관 몇 명이 김정은에게 걸려 즉결 처형됐다는 말까지 들린다. 김정은이 지시 집행 상황을 요해(了解)하기 위해 부대를 불시에 방문했는데 지휘관들이 지시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데다 하필이면 그때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김정은은 미림승마장 타일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다고 시공책임자를 처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식의 즉결처형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지시가 집행되지 않으면 무시당한다고 분노하고, 자신에 대한 외부의 보도에 예민해하는 현상은 장성택 처형 이후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또 현장 시찰이 늘수록 상호 모순이 되는 즉흥 지시도 늘고 있다. 가령 인민들이 장사를 하느라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보고를 듣고는 “배급을 국가에서 보장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가 배급 식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보고가 올라가면 “언제까지 국가가 인민을 먹여 살려야 하느냐”며 화를 내는 식이라는 것이다. 장성택과 같은 노회한 보호막이 사라진 뒤로 이런 모순적인 지시는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하달되는 것 같다. 간부들도 무조건 알아서 하라고 한 뒤 한순간에 찍혀 처형당하는 현실에 절망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 속에선 찍소리 못하고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다. 장담컨대 금주령은 과거 김정일 시대의 금연령과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절대 이뤄질 수 없는 목표다. 2000년대 초반 담배를 끊는 데 성공한 김정일은 “흡연가와 컴맹, 음악을 모르는 사람은 21세기의 3대 바보”라면서 강력한 금연 캠페인을 시작했다. ‘장군님처럼 담배 끊어 강성대국 만들자’는 구호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의 지시는 어떤 처벌에도 먹혀들지 않았다. 더구나 그렇게 떠들썩하게 금연령을 내린 몇 년 뒤 본인 스스로 다시 담배를 물고 TV에 나타났으니 금연령을 충실하게 따랐던 인민들은 진짜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래도 김정일은 스스로 담배를 끊고 인민들에게 금연령을 내리는 염치라도 있었다. 김정은 시대엔 이런 염치마저 사라진 것 같다. “아버지처럼 살지 마”라고 했다는 김여정의 말은 북한 주민들이 지금 제일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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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버핏과의 점심’ 22억원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84·사진)과의 점심식사 경매가 올해는 216만6766달러(약 22억1800만 원)에 낙찰됐다. 지난해의 100만100달러보다 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던 2012년의 345만6789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올해 점심 경매 낙찰자는 싱가포르의 앤디 추아 씨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추아 씨는 최대 7명의 친구와 함께 뉴욕 맨해튼의 스테이크 전문 식당인 ‘스미스 앤드 월런스키’에서 버핏 회장과 몇 시간 동안 점심을 먹으며 투자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추아 씨의 구체적인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점심식사 비용 1만 달러도 낙찰자가 내는 것이 관례다. 통상적으로 낙찰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지만 주로 부호나 투자전문가들이 버핏 회장과의 점심식사 경매에 참가한다. 펀드매니저 테드 웨슐러는 2010, 2011년 연속해 낙찰받았고, 월가의 대표적 행동주의 투자자인 데이비드 아인혼 그린라이트캐피털 회장도 2003년 버핏 회장과 점심식사를 함께한 바 있다. 버핏 회장은 2000년부터 점심식사 경매를 시작해 낙찰금을 전부 미국 빈민구호재단인 글라이드에 기부해 왔다. 첫해 낙찰액은 2만5000달러였으며 지금까지 기부 액수는 약 16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 회장의 부인도 운용에 참여하고 있는 글라이드는 연간 1800만 달러를 들여 빈민에게 식사와 잠자리 등을 제공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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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사드 득표율 99.8%냐 99.9%냐만 남아”

    3년 넘게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이번 대선은 반군이 장악한 동부와 북부의 요충지를 제외한 정부군 장악 지역에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7년 임기의 대통령에 재선될 것이 유력하다. 아사드 대통령은 2000년과 2007년 치러진 대선에서 각각 99% 이상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번까지 당선되면 29년간 집권했던 그의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에 이어 부자가 50년 동안 시리아를 통치하게 된다. 이번 대선은 사실상 아사드 대통령의 명분 쌓기용 반쪽 대선에 불과해 유엔과 서방세계는 선거 중단을 요구해왔다. 시리아 인구 1800만 명 중 내전으로 15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300만 명이 해외로 이주했으며 국내에도 피란민 600만 명이 거처 없이 떠돌고 있다. 이번 선거를 두고 CNN은 “역사상 가장 괴이한 민주주의의 패러디”라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3명의 복수 후보가 출마했다. 하지만 아사드 대통령의 경쟁자로 나선 2명의 정치인은 모두 대중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어서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일찌감치 대선 보이콧을 선언하고 유권자들에게 선거 불참을 호소해 온 반군 측은 “엉터리 대선의 지지율이 99.8%가 될지 99.9%가 될지만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대선이 끝나면 시리아 내전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선 승리를 통해 통치 명분을 확보한 아사드 대통령이 반군에 대한 무력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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