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형

조응형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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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입사해 스포츠부, 사회부를 출입했습니다. 2023년부터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내러티브식 기사쓰기에 관심이 많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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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정당40%
대통령30%
국회17%
정치일반10%
사건·범죄3%
  • [단독]애프터스쿨 출신 리지, 음주운전 접촉사고 입건

    아이돌 그룹 ‘애프터스쿨’ 멤버였던 배우 리지(본명 박수영·29)가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박 씨를 18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씨는 18일 오후 10시 12분경 강남구 청담동 영동대교 남단 교차로 인근에서 만취한 채 자신의 차를 몰고 가다가 앞서가던 택시를 뒤에서 들이받는 추돌사고를 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한 결과 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사고는 비교적 가벼운 접촉 사고로 택시 운전자와 박 씨 모두 별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박 씨는 동승자 없이 혼자 운전하고 있었다고 한다. 박 씨는 음주운전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이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했으며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 조사에도 성실하게 임했다”고 말했다. 2010년 애프터스쿨로 데뷔한 박 씨는 2018년 5월 소속사를 옮긴 뒤 연기자로 활동해왔다. 올해 3월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받은 악플 메시지를 올리는 등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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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손정민 실종날 ‘한 남성 한강입수’ 목격자 진술 확보”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5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사고 당일 한 남성이 한강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해 연관성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오전 4시 40분경 손 씨 실종 지점 인근에서 낚시를 하던 일행 7명이 ‘한 남성이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제보해 손 씨 사건과의 관련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당일 현장에 있던 차량 154대를 확인하던 중 해당 목격자들과 연락이 닿았다고 한다. 이후 12∼14일 이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목격자들이 봤다는 입수자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및 추가 목격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지난달 24일 오후 10시경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경까지 입수 지점과 약 80m 떨어진 곳에서 낚시를 했다. 이 중 5명은 해당 남성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으며, 2명은 첨벙거리는 소리와 ‘아, 어’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자의로 수영하는 것처럼 보여 따로 신고하진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18일 비슷한 시간대에 예상 입수 지점에서 재연해봤더니 소리를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이 지목한 입수 지점은 손 씨와 함께 술을 마신 A 씨가 당일 오전 4시 27분경 잠이 든 채 발견됐던 장소에서 10m 정도 떨어져있다. 경찰은 입수 지점 왼쪽에 있는 반포대교 주변에서도 목격자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인근 CCTV에 잡힌 시민들을 찾고 있다. 또 지난달 24, 25일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실종 63건 가운데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남성 6명을 확인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는 손 씨가 신고 있던 양말의 흙 성분과 한강변 잔디밭, 강바닥 흙 등과의 비교 분석을 의뢰했다. A 씨가 제출한 옷들의 토양 성분도 분석하고 있다. 손 씨의 아버지 손현 씨(50)는 이에 대해 “목격자들이 봤다는 물에 들어간 남성은 정민이일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물을 싫어하는 정민이가 옷을 입고 신발을 신은 채로 한강에 들어갔을 리가 없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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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에 결례라 생각해 정민이 부모께 전화 안했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와 함께 술을 마셨던 A 씨 측이 “당시 새벽에 전화하는 건 결례라 생각했다. 가족이 마침 깨있어 손 씨를 찾으러 갔다”고 해명했다. A 씨 측이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A 씨 측 법률 대리를 맡은 정병원 변호사는 17일 A4 용지 17쪽 분량의 입장문에서 “A 씨는 진실을 숨긴 게 아니라, 당일 만취해 기억하는 게 별로 없어 답변이 어려웠다”며 “폐쇄회로(CC)TV 등 객관적 증거가 확보되길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했다. 입장문엔 A 씨가 최면조사 등 경찰 참고인 조사를 6차례 받은 사실과 노트북 등을 임의 제출한 목록도 담겼다. 가족이 공원에 간 경위에 대해서는 “오전 4시 15분경 사는 아파트에 화재 신고가 있어 소방관이 방문해 부모가 깨어 있었다. 술에 취한 A 씨가 대답을 잘 못해 찾아갔다”고 했다. 손 씨 가족에게 전화하지 않은 건 “고인의 어머니와 친분이 있으나 새벽에 편하게 연락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소방 관계자는 “당시 화재 신고가 있었던 건 맞다”고 밝혔다. A 씨가 신었던 신발을 버린 것은 “어머니가 당시엔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보관하라는 말도 듣지 못했다”며 “밑창이 닳을 정도로 낡은 데다 토사물까지 묻어 다음날 집 정리를 하며 내다 버렸다”고 했다. ‘집안에 유력인사가 있다’는 루머에 대해서는 “가족이나 친척 중에 수사기관이나 법조계, 정·재계 등에 있는 유력인사는 전혀 없다. A 씨의 아버지는 유력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도 전업주부”라고 했다. A 씨와 손 씨의 관계는 “해외여행도 두 번이나 같이 갔을 정도로 친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 씨의 아버지 손현 씨(50)는 A 씨 측의 입장문에 대해 “경찰 조사와 비슷한 내용이다. 그간에 내놓은 기존 입장을 반복했을 뿐”이라며 “사건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A 씨 가족이 공원에 직접 찾아간 이유나 신발을 버린 것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풀리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손현 씨는 “진짜 궁금한 대목은 술을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우리 가족에 대한 배려나 미안함은 느껴지지 않고, 지금껏 제대로 사과한 적도 없다”고 비난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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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의대생’ 친구측 “유족과 진실공방 않겠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와 실종 당일 함께 있었던 A 씨 측이 16일 “유족과 진실공방을 벌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한강공원에선 손 씨를 추모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A 씨의 법률대리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고인을 추모할 때라고 판단해 그동안 어떤 입장도 내지 않았다”며 “사건 초기부터 여러 언론이 접촉해 왔지만 거절하고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 씨 측은 자신과 가족에 대해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억측과 오해들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 측은 “경찰 간부가 A 씨의 외삼촌이라는 인터넷 루머는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손 씨의 시신이 발견된 반포한강공원에서는 이날 시민 3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공원 내 모든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고 명확한 사인을 밝혀라”고 요구했다. 시민들은 공원 집회가 끝난 뒤 서울 서초경찰서로 행진하기도 했다. 한강공원에서 사라진 A 씨의 휴대전화를 찾는 민간 수색 활동은 15일 종료됐다. 수색팀 관계자는 “이렇게 찾았는데도 휴대전화가 안 나왔다면 이 주변에는 존재하지 않는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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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의대생’ 친구 “유족과 진실공방은 예의 아냐…고인 추모할때”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와 실종 당일 함께 있었던 A 씨 측이 16일 “유족과 진실공방을 벌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한강공원에선 손 씨를 추모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A 씨의 법률대리인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지금은 고인을 추모할 때라고 판단해 어떤 입장도 내지 않으려 한다”며 “사건 초기부터 여러 언론들이 접촉해왔지만 거절하고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 씨 측은 자신과 가족에 대해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억측과 오해들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 측은 “경찰 고위 간부가 A 씨의 외삼촌이라는 인터넷 루머는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손 씨의 시신이 발견된 반포한강공원에서는 시민 3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공원 내 모든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고 명확한 사인을 밝혀라”고 요구했다. 시민들은 공원 집회가 끝난 뒤 서울 서초경찰서로 행진하기도 했다. 한강공원에서 사라진 A 씨의 휴대전화를 찾는 민간 수색 활동은 15일 종료됐다. 수색팀 관계자는 “이렇게 찾았는데도 휴대전화가 안 나온 건 이 주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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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과수 “한강 의대생 익사 추정… 음주 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숨져”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가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나왔다. 서울경찰청은 13일 “국과수로부터 손 씨의 사인은 익사로 추정되며 머리에 있던 좌열창(뭉툭한 물체로 인해 피부가 찢어지는 상처) 2군데는 사인과 연결짓기 어렵다는 부검 감정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이와 함께 손 씨가 음주 뒤에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숨졌다는 소견도 내놓았다. 부검 결과에는 손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도 포함됐으나, 경찰은 유족에게만 통보했다. 아버지 손현 씨(50)는 “경찰이 밝히지 않은 내용이라 알려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함께 술자리를 가졌던 손 씨와 A 씨는 공원 내 편의점 등에서 3차례에 걸쳐 일반 소주 2병(360mL)과 페트병 소주 2병(640mL), 막걸리 3병과 청주 2병을 구입했다. 경찰 측은 “9병을 산 건 맞지만 모두 마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박의우 건국대 법의학교실 명예교수는 국과수 부검 결과에 대해 “시신이 물속에 있던 시간 등을 고려할 때 부검 결과로는 손 씨가 물에 빠질 당시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긴 어렵다”며 “목격자 진술이나 관련 영상 등을 통한 재구성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손 씨가 실종됐던 지난달 25일 오전 2시부터 3시 38분까지 손 씨와 A 씨가 공원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었다는 여러 목격자들의 진술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오전 3시 37분경 A 씨가 전화를 하고 있었으며, 손 씨는 옆에 앉아 있었다는 진술이 있다”고 전했다. A 씨는 당시 어머니와 통화하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또 “오전 4시 20분경 A 씨가 한강 쪽 경사면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며 “해당 목격자가 가방을 멘 채 잠들어 있던 A 씨를 깨웠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당시 목격자는 술을 마시지 않고 일행을 찾아다니던 도중에 A 씨를 발견했으며, A 씨가 물에 젖은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12일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과 면담했다. 경찰은 A 씨의 노트북과 어머니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분석을 완료했으며, A 씨의 아버지 휴대전화도 임의 제출받아 포렌식 작업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13일 특수 장비를 보유한 해군의 지원을 받아 실종 당일 분실했다는 A 씨의 휴대전화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박종민·오승준 기자}

    • 202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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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과수 “한강 의대생 익사 추정”…경찰 “오전 3시38분 마지막 목격”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가 익사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나왔다. 서울경찰청은 13일 “국과수로부터 손 씨의 사인은 익사로 추정되며 머리에 있던 좌열창(뭉툭한 물체로 인해 피부가 찢어지는 상처) 2군데는 사인과 연결짓기 어렵다는 부검 감정서를 받았다”고 13일 밝혔다. 국과수는 이와 함께 손 씨가 음주 뒤에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숨졌다는 소견도 내놓았다. 부검 결과에는 손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도 포함됐으나, 경찰은 유족에게만 통보했다. 아버지 손현 씨(50)는 “경찰이 밝히지 않은 내용이라 알려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함께 술자리를 가졌던 손 씨와 A 씨는 공원 내 편의점 등에서 3차례에 걸쳐 일반 소주 2병(360ml)과 페트병 소주 2병(640ml), 막걸리 3병과 청주 2병을 구입했다. 경찰 측은 “9병을 산 건 맞지만 모두 마셨다는 단정은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의우 전 건국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국과수 부검 결과에 대해 “시신이 물 속에 있던 시간 등을 고려할 때 부검 결과로는 손 씨가 물에 빠질 당시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긴 어렵다”며 “목격자 진술이나 관련 영상 등을 통한 재구성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손 씨가 실종됐던 지난달 25일 오전 2시부터 3시 38분까지 손 씨와 A 씨가 공원에 앉아있거나 누워있었다는 여러 목격자들의 진술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오전 3시 37분경 A 씨가 전화를 하고 있었으며, 손 씨는 옆에 앉아있었다는 진술이 있다”고 전했다. A 씨는 당시 어머니와 통화하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또 “오전 4시 20분경 A 씨가 한강 쪽 경사면에 누워 잠들어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며 “해당 목격자가 가방을 멘 채 잠들어있던 A 씨를 깨웠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당시 목격자는 술을 마시지 않고 일행을 찾아다니던 도중에 A 씨를 발견했으며, A 씨가 물에 젖은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12일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과 면담했다. 경찰은 A 씨의 노트북과 어머니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분석을 완료했으며, A 씨의 아버지 휴대전화도 임의 제출받아 포렌식 작업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13일 특수 장비를 보유한 해군의 지원을 받아 실종 당일 분실했다는 A 씨의 휴대전화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 20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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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이 양부모에 엄벌을!” 시민 66명의 진정서엔…[THE 사건]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정인이’의 양부모에 대한 선고 공판이 서울남부지법에서 14일 열린다. 재판이 시작된 뒤 법원에는 양부모를 엄벌해달라는 진정서가 하루에도 수백 건씩 도착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만 건이 넘는다고 한다. 진정서나 탄원서는 민원성 서류로 법적인 효력은 없다. 재판부의 법률적 판단에 영향을 줘서도 안 된다. 다만 한 변호사는 “형사 재판 양형은 사안의 중대성이나 사회적 효과 등을 고려한다. 진정서를 통해 사회적으로 정인이 사건에 대해 얼마나 큰 공분이 일어났는지 알리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사건 초기부터 진정서 보내기 활동을 주도해온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를 통해 진정서 459건을 입수했다. 해당 진정서를 쓴 시민 66명이 이번 재판에서 정의가 실현되길 바라며 내용 공개에 동의했다. 진심을 담은 66명의 한 마디 한 마디.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고은경 씨(38·세종) “7살과 22개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정인이도 살아있었으면 이제 22개월이 되었겠네요. 입양 전 정인이의 그 순수하고 밝은 웃음이 자꾸 생각나 한탄스럽습니다. 저희 둘째 아이와 하루 차이인 정인이…. 얼마나 연약하고 예쁠 때인지 알기에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저항할 힘이 없는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지속적인 폭력은 성인을 폭행한 사건과는 달리 판단해야 합니다. 정의를 구현해주세요.” 국영근 씨(33·대전) “아기 아빠입니다. 16개월 너무 어린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된 정인이를 생각하며 늦은 시간까지 잠들지 못합니다. 정인이가 살아있다면 우리 딸과 같은 21개월이 됐을 것입니다. 제 손바닥보다 작은 딸아이 배를 만져보며 어떻게 이 작은 배를 때릴 수가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다시는 아동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이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세요.” 김가영 씨(35·서울) “정인이 사건을 알기 전까진 아이를 키우면서도 아동학대에 대해 무지했고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어떤 부모든 다 자식을 소중히 여기리라, 당연히 애지중지 키우리라 생각했어요. 정인이 사건을 접한 뒤 충격과 안타까움과 슬픔에 잠겼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김근하 씨(37·경기 안양) “16개월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정인이와 또래인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추운 계절이 지나 이제 정인이가 머무는 자리에 파릇파릇 새순이 많이 돋아났습니다. 부디 따뜻해진 날씨처럼 정인이의 힘겨웠던 짧은 생. 그 한을 풀어주시길 바랍니다.” 김모 씨(59·여) “정인이보다 열흘 빨리 태어난 손자가 있는 할머니입니다. 정인이가 가여워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비통해요. 양부모를 향한 용서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낍니다. 정인이가 당한 고통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컸다는 사실을 알고는 어찌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지… 정말 괴롭습니다.” 김모 씨(37·경남 양산) “5월 14일은 정인이를 잔혹하게 죽인 피고인의 선고가 있는 날이지요. 너무나도 초조하고 걱정이 됩니다. 정인이는 세상에 없습니다. 아무리 애쓰고 울어도 정인이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엄마들의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정인이는 자기를 고통스럽게 만든 양부모를 혼내주라고 외칩니다.”김민경 씨(캐나다)“캐나다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또 다른 정인이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16개월 아이에게 일어난 일이라기엔 너무나 믿기 힘듭니다. 8개월간 지속된 고문과도 같은 폭행은 살인이 틀림없습니다. 부모로서 자격이 없는 이들에게 엄벌을 주시길 바랍니다.” 김보라 씨(39·대전)“마지막 순간까지 울지도 못하고 죽은 가엾은 정인이를 생각하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도 아기를 때리지 않습니다. 작고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정인이가 겪었던 삶을 헤아려 주시길 간절히 빌고 빕니다. 정인이를 알고 난 뒤 하루하루가 고통스럽습니다.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아동학대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시길 간곡히 빕니다.” 김성현 씨(42·강원 정선군)“어른들 잘못으로 아기는 죽었고, 어른들의 그릇된 판단으로 아기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이제는 어른들이 바꿔야 합니다. 지켜야 합니다. 내 아이를 위해 다른 아이들도 지켜야 합니다. 정인이가 온몸으로 남긴 숙제를 이제는 해야 합니다. 정인이를 잊지 말아주세요.” 김아영 씨(35·경북 경산)“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오늘도 아이들을 재우고 책상에 앉았습니다. 진정서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익숙해진 요즘입니다. 정인이의 죽음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를 출산했습니다. 정인이는 10월 13일부터 16개월에 머물러 있지만, 둘째는 6개월이 넘었습니다. 둘째가 자랄수록 정인이가 생각나 슬퍼집니다. 정인이에게 가족이란 고통, 배고픔, 외로움으로 가득 차있는 단어일 겁니다. 정인이의 억울함을 위로해 주세요.” 김유진 씨(41·서울) “양천구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키즈카페에서 정인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 왕성하게 뛰어노는 또래들과 달리, 정인이는 두 시간동안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주변 장난감과 친구들, 이모들 등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이의 눈은 사랑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눈이 아니라, 공포에 떨며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상대를 관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지연 씨(35·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는 평범한 엄마입니다. 모국에서 벌어진 ‘정인이 사건’을 듣고 나서 한 달 내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요. 어린 나이에 이민을 왔지만 늘 한국을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정인이 소식과 함께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형량이 충격적으로 적다는 사실에 한국에 대한 신뢰와 뜨거움이 식어버렸어요. 한 나라의 위상은 그 나라가 힘없는 동물과 아이들에게 어떤 대우를 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김현주 씨(34·경기 남양주) “27개월 딸아이를 키우는 김현주입니다. 또래보다 작은 아기 16개월 정인이가 사망한 사건을 접하고 진정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로 힘들 때마다 엄벌진정서를 쓰며 제발 제 바람이, 아니 대한민국의 모든 정인이 엄마 아빠의 바람이 닿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 또 다른 정인이가 생기지 않도록 두 피고인에게 엄중한 벌을 내려주세요.” 김혜리 씨(41·경남 창원)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정인이 사건의 피고인 양부와 양모에게 큰 벌을 내려달라고 진정서를 보내드립니다. 7개월 어린 아이를 입양해서 매일 학대를 하다 9개월 만에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엄벌을 내려주세요. 양부도 하루 빨리 구속해주세요. 양부가 친딸을 직접 키우게 하면 안 됩니다.” 김혜원 씨(43·서울)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영아반 보육교사입니다. 아이들을 돌볼 때마다 정인이가 떠올라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보며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신고의무자인 보육교사가 사명감을 가지고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용의자 말만 믿고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시켰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아이는 장기 손상에 온몸이 골절되어 사망했습니다.”김희경 씨(39·경기 부천) “저는 하늘로 떠난 아기 생각에 밤잠을 못 이루고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고 심각한 슬픔과 우울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무 관계도 없는 아기지만 이 끔찍한 사건으로 저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많은 엄마들은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노유정 씨(35·서울) “오늘 정인이 수목장에 가서 웃고 있는 사진을 보니 꼭 살아있는 것만 같아 눈물이 났습니다. 날씨가 너무 따뜻한데 차가운 땅 속에 있는 정인이를 생각하니, 또 이런 따스한 날에도 지옥을 경험했을 정인이를 생각하니,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마저 너무 슬퍼보였습니다. 오늘도 잠투정을 하는 10개월 된 아들을 재우고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우리 정인이도 잠투정을 해보긴 했을까요?”문미영 씨(전남 무안)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정인이 사망사건을 접한 뒤 매일매일 정인이 이름을 부르며 눈물짓고 있습니다. 잔인한 양부모의 모진 고문과 고통에 숨진 정인이의 한 맺힌 인생을 불쌍히 여겨주시고 피고인에게 살인죄로 최고 형량을 선고해주시길 간청 드립니다.” 박모 씨(63·경기 고양) “정인이 또래의 손녀를 둔 할머니입니다. 모진 학대 속에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췌장이 절단되는 등 가늠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죽어간 정인이 생각에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큰 슬픔에 빠져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학대는 양모가 했고 자신은 몰랐다는 양부의 말을 믿고 싶었습니다. 정인이 생전에 양부만이라도 기댈 수 있는 따뜻한 품이었길 바랐지만 결심 공판까지 오면서 이는 그저 바람으로 끝났습니다. 양부가 정인이를 ‘귀찮은 X’이라 부르고, ‘온종일 굶겨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재판에서 드러났습니다. 양모와 함께 양부에게도 학대와 방임의 죄를 중하게 물어 중형으로 엄벌해주시길 청원 드립니다.”박제이 씨(39·서울) “따뜻한 봄바람이 부는 4월에도 마음만은 여전히 정인이 사건을 처음 알게 된 1월에 머물러 에일 듯 춥기만 합니다. 피고인 양부에게 엄벌을 내려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피해아동을 방치했고, 양모의 학대행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말리지 않고 오히려 부추긴 양부는 이 사건의 명백한 공범입니다. 지은 죄에 대한 마땅한 벌을 받게 하고 싶습니다. 아동학대범들에게 경종을 울릴 엄중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십시오.” 박주성 씨(33·서울) “아직 말도 못하는 정인이가 양부모의 학대에 방치된 채 아프다는 표현도 못하고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슴이 아프고 슬퍼서 잠을 못 이룹니다. 어린이집에서 학대 정황을 조기 발견했을 때 경찰들은 왜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을까요. 최초 신고부터 적극 대응을 했더라면 정인이는 아마 살아 있었을 텐데….” 서모 씨 “7세, 4세 두 딸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고통스러운 기억만 가지고 하늘의 별이 된 정인이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진정서를 씁니다. 정인이 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는 우리 애들을 지켜줄 수 있는 안전망이 전혀 없다는 생각에 참 많이 두렵고 겁이 났습니다. 아마 대한민국 대부분 엄마들이 정인이 사건을 접하고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이것이 바로 정인이 사건의 피고인들이 엄하게 처벌돼야 할 이유입니다. 사회가 조금이라도 바뀌어야 엄마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습니다.” 서영숙 씨(부산) “18개월 아기의 할머니입니다. 죽은 아기의 시간은 16개월로 멈춰있지만 14일 더 늦게 태어난 우리 손녀의 시간은 다섯 달이나 더 흘렀네요. 이 늙은이가 그간 많은 세월을 살아오며 많은 일들을 겪으며 이제는 손자 보는 낙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웃고 울고 잘 먹고 싸는 똥도 축복입니다.” 서지영 씨(39·인천) “20개월 아기엄마입니다. 무수히 많은 엄마, 아빠, 시민의 절절한 진정서를 받아보셨을 겁니다. 아마도 이 돌덩이가 누른 듯 한 마음, 피고인을 향한 분노와 정인이에 대한 죄책감, 이 사회에 대한 답답함은 피고인들이 제대로 된 죗값을 받을 때 조금이나마 풀어지리라 생각됩니다. 저 같은 시민들, 엄마들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고작 아이를 재워놓고 이렇게 진정서를 쓰고 국민청원에 동의하는 게 전부입니다. 정인이를 위해, 또 세상의 다른 정인이를 위해 써주시길 간청 드립니다.”손숙주 씨(39·서울) “태어나서 손 편지를 이렇게 매일 쓰는 게 처음입니다. 도대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잔인하더군요. 그 어린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나요? 저희 아이가 지금 6개월이에요. 정인이와 웃는 모습이 닮은 아들이에요. 저는요, 아이가 아플까 노심초사 하루에도 몇 번씩 열 체크를 하고 하루라도 똥을 못 싸면 안절부절못합니다. 아이들은 감정표현을 웃고 우는 걸로 해요. 우리 정인이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지요. 너무나도 가슴이 미어지고 억장이 무너집니다.” 손윤정 씨(39·경기 부천)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표현을 아시나요? 정인이는 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회초리를 만나야 했습니다. 정인이는 키워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습니다. 딸이 되고 싶다고 애원한 적도 없습니다. 꽃처럼 활짝 피어보지도 못한 아기 정인이에게 이 꽃을 바칩니다.”송모 씨(40·울산) “너무나 짧은 생을 살았고, 양부모의 학대로 부모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그 어린아이가 받았습니다. 아기를 낳고 키워보니 아주 어린 아기도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다 표현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만약 내가 정인이로 태어났더라면’하고 어린 정인이의 삶을 한번만 헤아려 주십시오.”신모 씨(43·경기 하남) “두 딸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정인이의 억울한 죽음을 보고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상이 힘들만큼 충격과 슬픔을 느끼며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정인이가 떠오르고 분노가 치밀어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태어나는 모든 생명은 고귀하며 존중받아야 합니다. 성인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느끼며 죽어간 정인이를 두 번 죽이지 말아주세요.” 염혜빈 씨(34·제주 서귀포) “여섯 살과 80일 된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이따금 저희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우리 정인이도 좋은 부모를 만났더라면 이렇게 사랑받으며 살지 않았을까 하는 서글픈 마음이 듭니다. 도대체 그 아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기에 그렇게까지 괴롭힐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옥모 씨(36·서울) “여기 한 아이가 있습니다. 아니, 있었습니다. 무결하게 태어나 사랑받아 마땅했던 아이가 지금은 차갑게 식어서 홀로 땅에 묻혀 있습니다. 그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따뜻함을 보태고자 이 글을 씁니다. 23개월 아이가 있는 엄마입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가끔 화도 나고 너무 지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아이로 인해 더 열심히 살아갈 기운을 얻습니다. 사람이 신기한 게 내가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남의 아이도 예뻐 보이더군요. 그게 제가 남들보다 착하거나 심성이 고와서는 아닐 겁니다. 적어도 사람이라면, 말도 못하는 아기에게 그런 심한 무력은 행사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모 씨(37·서울) “수년전 발생한 국공립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피해아동 부모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해당 사건 재판 당시 가해교사가 숱하게 재판부에 반성문을 냈습니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인 우리 아이와 가족에게는 사과는커녕 맞고소 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형량을 줄이고자 반성문을 내고 있는 정인이 사건의 피고인들과 이 어린이집 교사가 다를 게 무엇일까요?” 이규성 씨(40·서울)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치가 떨리고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아무 힘없는 어린아이를 학대한 양모와 이를 방조한 양부를 엄벌에 처해주세요.” 이모 씨(35·경기 평택) “한 아이를 가진 아버지로서, 이번 사건에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아이가 얼마나 학대를 당해야 교통사고에 준하는 상해가 생기는지 상상이 안 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렇게 더러운 곳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엄한 판결이 필요합니다.” 이모 씨(35·인천) “정인이 사건을 알게 된 뒤 늘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실수로 부딪혀서 피멍이 들었는데 그 순간 ‘정인이는 얼마나 아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이 실수로 부딪혀도 순간 눈앞에 별이 핑 돌 정도로 아픈데, 도대체 우리 정인이는 그 여리고 작은 몸으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감히 상상해보게 됩니다. 차라리 정인이가 몸이 약하고 아픈 티가 많이 나는 아이였다면, 그렇게까지 되기 전에 병원에 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 그때라도 구사일생으로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상상도 못할 고통 속에 너무나 외로웠을 우리 아가를 제발 생각해주세요.” 이모 씨(39·뉴질랜드) “정인이 사건을 접하고 가슴이 미어지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아기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어서 너무나 미안합니다. 그래도 이 작은 외침을 통해 하늘의 별이 된 정인이가 마음 편히 안식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계속해서 쓰고 또 쓰려고 합니다.”이모 씨(39·서울) “결심 공판이 끝난 뒤 일주일, 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피고인들이 정인이를 학대한 내용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작은 아이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감내해야 했던 고통이 너무 크고 엄청나게 느껴져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이후 이 세상이, 어른들이 무섭습니다.” 이모 씨(일본) “정인이 사건 양부는 양육의 의무가 있음에도 학대를 묵인하고 정인이를 방치했습니다. 양부를 양모와 함께 공범으로 엄중히 처벌해 다시는 사회에 활보할 수 없도록, 또 다른 정인이를 구할 수 있게 엄벌에 처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이윤아 씨(39·서울) “동물이 낳는 새끼 중에서 가장 약하게 태어나는 것이 인간이라고 합니다. 송아지도 태어나면 바로 일어나 뛰어다니고 엄마 젖을 먹을 수 있는데, 인간만은 태어나서는 앞도 보이지 않고, 손발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지요. 1년여의 시간, 불철주야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나서야 비로소 아이는 뒤뚱거리며 걸음마를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지요. 피고인으로부터 잔인하게 학대당한 정인이는 이렇게 작고 연약한 아기일 뿐이었습니다.” 이은경 씨(38·서울) “부디 정인이의 끔찍했던 9개월에 공감해주시고, 눈물 흘려주십시오. 그리고 이 땅의 또 다른 정인이를 살리기 위해 이들을 최고형에 처해 학대 가해자들에게 경종을 울려 주시고 아동학대 처벌의 선례가 될 수 있도록 역사가 되어 주십시오.”이은주 씨(경기 수원) “21개월 아기의 이모입니다. 동생이 너무 힘들어해서 잠시 서울에 와서 아기를 함께 봐주고 있습니다. 저는 미혼이고 아동학대 뉴스를 보다 그냥 눈살 찌푸려지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 하고 채널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울면서 하는 얘기를 듣고 우리나라 법이 아동학대에 이렇게 관대한 줄 몰랐습니다. 아기의 장기가, 몸이 말해주고 있지 않습니까.”이은주 씨(44·캐나다)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먼 곳에서 학대받아 죽어가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걱정돼 진정서를 씁니다. 몇 달 전 정인이 뉴스를 접하고 어느덧 선고일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우리의 미래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들로 죽어가는 게 너무너무 안타깝고 눈물이 납니다.”이하경 씨(44·경기 광명) “두 피고인은 건강하던 아기를 장기간 학대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10월 13일 죽음에 이르기까지 상습적으로 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를 가했으며, 아기 정인이는 계속되는 학대에 몸과 마음이 모두 멍들었고 점점 웃음을 잃어갔습니다. 돌도 안 된 아기를 3시간 이상 방치했을 때, 어린 아기가 느꼈을 두려움에 너무도 마음이 아픕니다.” 이혜덕 씨(44·부산) “공인중개사 일을 하며 중학생 아들 1명을 두고 있는 평범한 엄마이자 소시민입니다. 어찌 대한민국 하늘 아래 아가가 잔혹한 고문을 당하고 죽기 전 누구도 구조할 수 없었던 것인가에 대한 한탄과 탄식이 나왔습니다. 세상 어느 엄마가 그런 행동을 한단 말입니까? 피고인은 한번도 진정으로 정인이 엄마였던 적이 없습니다.” 이혜리 씨(30·경기 파주) “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정인이 사건을 접하고 요즘 매일 매일 슬픔과 생각에 사로잡혀, 우리 아이에게 온전한 시간을 내어주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황소가 들이받을 정도의 충격을 받아야 췌장이 절단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췌장이 절단되기까지 이 작은아이가 버텨야했던 고통은 어느 정도였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성인들도 종이를 만지다가 살짝만 베여도 따갑다며 약을 바릅니다. 길을 걷다가 다리가 접질려 인대가 조금만 늘어나도 아픔에 제대로 걷지도 못합니다. 이 작은 아이는 성인의 반의반도안되는 그 작은 몸으로 더한 고통을 무려 8개월을 버텼습니다.”임소영 씨(43·경기 수원) “국민의 공분을 사고 슬픔을 준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의 엄벌을 청하고자 진정서를 올립니다. 아이들이 죽어가는 우리 사회의 위험 신호를 부디 무겁게 받아들이시어, 이번 정인이 사건 피고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바로잡아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임송이 씨(캐나다) “정인이 사건을 멀리 타국에서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주부입니다. 먼저 이런 일이 내가 사랑하는 고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에 너무나 놀랐으며 정인이가 받았을 고통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마음이 아파 생각하기조차 너무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탄원서를 쓰는 이유는 피고인들이 꼭 합당한 벌을 받아 정인이가 하늘에서라도 편히 잠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임수정 씨(37·경기 파주) “장기가 절단되고 체중이 급격히 빠지며 8자 붕대를 하고 온 몸에 멍과 상처가 가득했던 아이…. 너무 너무 참담합니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에게 인권을 보장해주세요.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전모 씨(41·경기 시흥) “딸 둘을 키우는 평범한 아빠입니다. 어린이집에서 그렇게 신고를 하고 소아과를 다녀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어린 아이가 감당해야 할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집작조차 안 됩니다. 강력한 처벌로 재발을 방지해야 합니다. 정인이가 지금도 눈에 아른거립니다.”정가영 씨(37·경기 시흥) “아들이 자다가 자기 손톱으로 얼굴을 긁고 상처가 난 것만 봐도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아장아장 혼자 걸음마를 하다가도 벽에 쿵하고 부딪히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심장이 철렁했었습니다. 짧은 삶에서 울고 싶어도 울 수 없고 아파도 아프다 말 한마디 할 수 없었던 정인이의 삶이 부디 헛되지 않게 해주세요.”정모 씨 “잘 웃고 노래도 옹알거리던 예쁘고 귀여운 아기가 있었습니다. 입양 가기 전부터 벽에 붙어있는 양부모의 사진을 보며 엄마, 아빠의 얼굴을 익히던 아기는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 줄 줄 알고 어떤 성인 남녀의 품에 안겼습니다. 하지만 이 아기는 271일간이나 고문과도 같은 학대를 당하다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사망했습니다.” 정모 씨(대구) “정인이와 같은 손녀가 있는 할머니입니다. 일평생 내 아이만 알고, 내 아이들만 챙기면서 평범하게 살아온 제가 정인이라는 16개월의 아기를 알게 됐습니다. 내 아이가 자라 손녀가 생기고 이제는 마음 고생할 일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정인이라는 아기는 제가 이 나이가 되도록 흘린 눈물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그 가엾은 아기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그리고 그 아기의 죽음이 헛된 죽음이 아니고 이 세상에 학대받는 아기를 위한 숭고한 희생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십시오. 짧은 생을 살다간 아기가 조금은 덜 서럽게 그 혼을 위로해주십시오.” 정모 씨(대구) “정인이 생각에 슬퍼하고, 아파하고, 또 분노하면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냈습니다. 정인이와 달리 저희들에게는 같이 고통을 나누고 다독해주고 위로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옆에 있었습니다. 심지어 언어도 통하지 않은 외국인들까지 같이 분노해주셨습니다. 세계인들이 우리나라 아기 일에 발 벗고 나서주는 일은 이 나이 먹도록 처음 보았습니다. 그토록 이 사건이 잔인했고, 정인이가 너무 가여웠다는 소리겠지요.”정희정 씨(38·경기 김포) “어린 아이의 숨결을 느껴본 적이 있지요? 어린 아기들이 웃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으시지요? 어린 아이들이 해맑게 웃음 짓는 걸 보신 적 있으시지요? 아이들이기에 해맑고 아이들이기에 밝게 웃을 수 있습니다. 우리 정인이도 그랬겠지요. 예쁘고 어리고 건강했던 정인이는 입양이 됐고 입양기간 내내 끝없는 고통 속에 몸부림쳐야 했습니다.” 조선영 씨(39·미국) “입양아의 참혹한 죽음에 왜 전 세계 엄마들이 자기 자식 일처럼 분노하는지 아십니까? 다들 자식이 있고 키워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온 정성을 다해 보살피고 밥을 잘 먹지 않으면 어디가 아픈지 입맛이 없는지 걱정하는 엄마, 아빠들이기 때문입니다. 제 자식이 예쁘면 남의 자식도 예쁘다는 걸 알기에, 전 세계의 엄마, 아빠들이 다른 일을 제쳐두고 마음을 모읍니다.”조영선 씨(캐나다) “1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허무하게 세상을 떠날 때 까지 양부모라는 피고인들이 저지른 만행들이 약한 처벌을 받을까 걱정이 됩니다. 과연 그들은 그 아름다운 정인이에게 얼마나 끔찍한 짓을 한건지 뉘우치고 있습니까? 입양을 꿈꾸는 부모로써 너무나도 참담한 심정입니다.”최윤경 씨(36·여) “정인이 사건을 접하고 계속되는 충격에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워 일상생활에서 이 사건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무엇을 한들 정인이가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나 슬프고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선고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한국 아동학대의 중대한 기로가 될 사건입니다.”한소리 씨(40·서울) “정인이 사건을 알고 충격과 슬픔에 빠져있는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어른도 감당 못할 수준의 학대를 지속적으로 받아온 정인이의 부검 결과가 너무나 참혹합니다. 피고인이 정인이를 입양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정인이는 22개월이 돼 따뜻한 부모의 품에서 행복하게 자라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는 나라에 미래는 없을 겁니다.” 김지현 씨(37·경남 양산) “정인이는 세상에 없습니다. 아무리 애쓰고 울어 봐도 정인이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엄마들의 마음속엔 여전히 살아 자기를 고통스럽게 만든 양부모를 혼내주라고 외칩니다. 그 작은 몸으로 온갖 폭력을 받아낸 시간을 함께 분노해주세요. 정인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정인이에게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박연경(39·서울) “정인이는 죽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기에 같은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하기만 합니다. 너무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김지수(40·서울) “원래 타인의 일에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입니다. 정인이를 알고부터 제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정인이는 제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이름이 되었습니다.” A 씨(광주) “9개월 동안 정인이는 매일 폭행을 당하다 결국 온몸이 부서져 참혹하고 가엾게 죽었습니다. 양부는 정인이를 살해한 공범입니다. 죽기 전날 어린이집에서 외롭고 쓸슬하게 웅크리고 있던 가여운 아기 정인이를 기억해주십시오. 입양되기 전 함박꽃처럼 환하게 웃음짓던 복숭아같았던 아기 정인이를 꼭 기억해주십시오.”B 씨(서울) “제 딸은 2019년 12월생입니다. 안타깝게 하늘의 빛이 된 아기 천사 정인이와 6개월 차이가 납니다. 제 딸의 몸무게는 10kg입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평범한 몸무게입니다. 하지만 정인이는 8.6kg이었습니다. 입양 전에는 우유처럼 하얗고 포동포동했던 아이였는데 그동안 얼마나 제대로 먹지 못했기에 그랬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C 씨(전북 전주) “8살, 3살 두 딸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아무리 진정서를 쓴다고 해도 정인이는 살아돌아오지 못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정인이를 죽게 만든 살인자가 우리 주변에서 멀쩡하게 사는 모습을 두고 볼 수는 없기에 오늘도 또 진정서를 쓰게 됐습니다.” D 군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 입니다. 정인이 사건을 뉴스로 봤어요. 너무 화가 났어요. 아드레날린이 폭발했어요. 정인이를 사망하게 한 양부모에게 엄한 벌을 내려주세요. 그리고 정인이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나라를 바꿔주세요.”E 양 “안녕하세요.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6학년 ○○○입니다. 이번 일로 엄마가 아동학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저 또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정인이가 당했을 폭력을 생각하면 그 사실을 몰랐던 제가 너무나도 원망스럽고 밉습니다. 얼마 전 꿈에서 정인이가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미소가 났습니다. 정인이가 느꼈던 고통의 몇 억 배 이상 받게 해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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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 정인이 막자”…학대아동 돌보겠다는 엄마들 ‘밀물’

    “정인이 소식에 온몸이 아렸습니다. 위탁모(베이비시터)로 지낼 때 제게 와줬던 송현이(가명)가 정인이처럼 양모 학대로 세상을 떠났거든요. (그 충격으로) 10년간 위탁모 활동을 안 했는데 정인이는 저를 다시 움직이게 했습니다.” 울산에 사는 김정의 씨(59)는 3월 8일 울산가정위탁지원센터에 학대 피해를 입은 위기아동을 보호하는 위탁가정이 되겠다는 신청서를 냈다. 2003년부터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위탁모로 아동 120여 명을 돌봤지만 김 씨는 2011년 활동을 관뒀다. 당시 위탁모로 보호했던 송현이가 입양 뒤 생후 28개월 때 양모 학대로 숨졌기 때문이었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몸부림쳤던 그는 더 이상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 그랬던 그가 10년 만에 다시 용기를 냈다. 정인이 때문이었다. 2개월 동안 울산과 서울을 오가며 20시간 교육 과정을 마쳤다. 안방에 아이가 머물 침대도 마련했다. 김 씨는 요즘 매일 기도한다. 아이들의 상처를 감당할 힘을 달라고. “환갑을 앞두고 늙은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네요. 정인이와 송현이 같은 학대 아동을 위해 힘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게요. 눈을 맞추며 사랑한다고, 너희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해줄 거예요.” 14일 서울남부지법에선 정인이 양모와 양부의 선고 공판이 열린다. 지난해 10월 13일 정인이가 세상을 떠난 지 7개월 만이다. 그동안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몰라도, 김 씨처럼 정인이를 가슴에 품고 학대 아동들에게 손을 내미는 우리의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올해 3월 8일부터 모집을 시작한 ‘위기아동 가정보호’에 10일 기준 632가구가 신청서를 냈다. 지난해 1년 동안 위탁가정 지원이 467가구였던 걸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로 폭발적”(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이란 반응이 허투루 나오는 게 아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온 즉시 가해자로부터 분리하는 일명 ‘정인이법’(개정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이 3월부터 시행되며 시작됐다. 학대당한 0∼2세 아동을 가정에서 일대일로 돌보는 방식이라 자격 요건이 무척 까다롭다. 교원 자격증이 있거나 3년 이상 위탁가정으로 아이를 돌본 경력이 있어야 한다. 기존 위탁가정은 5시간만 교육을 받지만, 위기아동 위탁가정은 2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전북 전주에 사는 최미진 씨(38)도 1월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에 신청 서류를 냈다. 만류하던 남편은 “우리 아이들만 잘 키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함께 살아갈 아이들도 보호받고 자라야 우리 아이들도 사랑하며 어울릴 수 있다”고 설득했다. 결국 남편도 고개를 끄덕였다. 최 씨는 현재 위탁가정 교육 이수를 마치고 소득 및 가정 방문 조사를 앞두고 있다. “아이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싶어요. 학대 기억을 지우고 평생을 버텨낼 힘을 얻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어른인 제가 아이들을 위해, 정인이를 위해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 덧없이 떠난 정인이를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네 아이의 엄마인 김지선 씨(37)는 사비를 들여 전단 2만 부 이상을 찍었다. 앞면엔 정인이 양부모를 엄벌해 달라는 내용을, 뒷면에는 아동학대 피해 신고 요령을 상세히 담았다. 전국에서 뜻을 같이하는 엄마들에게도 보내 “한 사람만 움직여선 효과가 없다”는 의지를 실천하고 있다. 김 씨는 “길거리에 다 버려질지언정 누군가 딱 1장이라도 읽은 뒤 아동학대 신고를 한다면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21개월 된 아이를 둔 엄마 이혜리 씨(30)는 오늘도 어김없이 펜을 들고 있다. 그는 “정인이 양부모를 엄벌하자”는 진정서를 매일 2통씩 서울남부지법에 보냈다. 지금까지 130통이 넘는다. 이 씨는 “출퇴근길에 진정서 문구를 정리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법에는 지금까지 매일 엄마들이 보낸 진정서가 수백 통씩 도착하고 있다.조응형 yesbro@donga.com·이소연 기자}

    • 20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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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의대생’ 목격자 “잠든 孫씨, 친구가 깨우는 것 봤다”

    반포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의 실종 당일 행적을 찾기 위해 경찰이 핵심 목격자들을 데리고 현장 조사를 벌였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25일 한강공원에서 손 씨가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핵심 목격자 7명 가운데 진술이 일치하는 3명을 대동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현장에서 “(손 씨와 당일 술자리를 가진) A 씨가 구토하는 모습을 봤으며, 잠 든 사람을 깨우는 것도 목격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갔던 3명 외에 “약 10m 거리에서 손 씨 일행을 봤다”고 말한 목격자도 있다고 한다. 손 씨의 아버지 손현 씨(50)는 11일 사고 당일 술자리에 합석하기로 했던 최모 씨가 아들과 지난달 24일 나눈 모바일메신저 대화 기록을 공개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는 A 씨가 술을 마시자고 하자 두 사람이 놀라워하는 반응이 담겨 있다. 아버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A 씨는 평소 먼저 술자리를 제안한 적이 거의 없어 매우 이상하게 여겼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의 어머니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분석 작업을 끝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새벽 A 씨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손 씨가 잠들었는데 깨울 수가 없다”는 내용으로 통화했다고 한다. 11일부터 경찰은 A 씨에 대한 신변보호를 시작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최근 자신과 가족의 신상 정보가 인터넷 등에 노출돼 힘들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신변보호에 들어가면 거주지 바깥으로 외출할 때 경찰이 동행하거나 임시 숙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경찰 측은 “A 씨에게 어떤 유형의 보호 조치를 취할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오승준 ohmygod@donga.com·조응형 기자}

    • 202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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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합과 포용의 정치, 당신이 그립습니다”

    “협치와 포용, 통합의 정치인이었다.”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광진구 능동로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이틀째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10일 오후 빈소를 찾은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고인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고등학교 선후배로 인연을 맺어 동창회도 함께하곤 했다. 이런 큰 어른은 다시 없을 것 같다. 대단한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이수성 김황식 전 국무총리도 이날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한국 현대 정치사의 거목으로 꼽히는 고인의 추모에는 여야 구분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민주당 양기대 윤영찬 의원과 함께 빈소를 찾아 “따뜻하셨고 당을 뛰어넘는 통 큰 정치인이었다”며 “새해 첫날 세배하러 염곡동 고인 댁에 가면 항상 포천 순대가 가득 있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원내대표단과 함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여야가 가파른 대치 전선을 형성하는 요즘 정치 상황에 비춰보면 큰 정치를 해주신 분이라 참 그리워진다”고 회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통합과 포용의 상징이었던 고인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정치인도 많았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갈등의 정치가 횡행할 때 통합과 포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셨던 분”이라며 “이 시대에 필요한 정치인이 아닐까 싶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는 “중도와 실용을 앞서서 실천하셨던 분”이라며 “선이 굵은 정치를 추구하셨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과 한광옥 전 대통령비서실장, 민주당 정대철 전 상임고문, 원혜영 전 의원,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등도 조문했다. 또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인제 전 의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김회선 전 의원, 미래한국당 원유철 전 대표 등이 빈소를 찾았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12∼14대 국회의원을 같이하며 각별한 관계를 갖고 지냈다”며 “나라가 상당히 걱정스러우니 나에게 책임지고 잘해서 정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고인이 자유민주연합 총재를 맡아 당을 이끌던 시절 함께 정치를 했던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정우택 전 의원 등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고인과 11대 의원 시절부터 함께 의정 활동을 했던 8선 의원 출신의 국민의힘 서청원 전 의원은 “10년은 더 사셨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빈소를 찾아 “별명은 단칼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뵈면 참 온화한 분이었다”며 “후배들에게 참 잘해주셨다”고 했다. 재계 주요 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등이 이날 빈소를 찾았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방준오 부사장, 윤세영 SBS미디어그룹 창업회장,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도 이날 조문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도 빈소를 방문해 “(고인이) 총리 시절 중국 지도자들과 친교도 있었고, 중한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신 분”이라며 “고인의 업적을 후배로서 빛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뜻을 기렸다. 발인은 11일 오전 6시이며 오전 7시 반 경기 포천시 고인의 생가에서 노제를 지낸다.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이다.강경석 coolup@donga.com·김지현·조응형 기자}

    •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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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부겸 “IMF 국난극복 큰 역할”… 정세균 “협치 잘한 진짜 정치인”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광진구 능동로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는 9일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각계 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유가족이 모여 입관식을 치른 뒤 낮 12시부터 외부 조문 행렬이 시작됐다. 고인을 기리는 여러 정·재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거나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고,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철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조문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모습도 보였다. 정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오후 3시경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도와 민심을 수습하고 국난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신 분”이라고 회상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한동 선배님이 국회에 계실 때는, 총리를 하실 때도 그렇고 정치가 제 역할을 했었다. 그 이후 정치가 실종된 느낌이 있다”며 “협치를 잘해주셨던 진짜 정치인”이라고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등도 빈소를 찾았다. 송 대표는 “보수 진보 간의 소통과 통합을 위해 노력하셨다”며 고인을 기렸다. 박병석 국회의장, 전임 총리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도 조화를 보냈다. 인촌기념회 이사장인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빈소를 방문해 고인을 애도했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과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등도 조문했다. 이 전 총리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를 지낸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내내 빈소를 지켰다. 재계 인사들도 추모의 뜻을 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 이날 조화를 보내 고인을 애도했다. 유족은 부인 조남숙 여사와 아들 이용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딸 지원 정원 씨, 사위 허태수 GS그룹 회장과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 며느리 문지순 동덕여대 영어과 교수 등이 있다. 빈소는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202호실(02-2030-7902), 발인은 11일 오전 6시다.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정해졌다.조응형 yesbro@donga.com·홍석호 기자}

    •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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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친구 폰 찾아라” 한강공원 대대적 수색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던 의대생 손정민 씨(22)의 발인식이 5일 열린 가운데 경찰은 해당 공원에서 손 씨가 실종될 당시 함께 있었던 친구 A 씨의 휴대전화를 찾는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경부터 경력 30여 명을 투입해 손 씨가 실종된 한강공원을 수색했다”고 5일 밝혔다. 특히 경찰은 손 씨 실종 당시 함께 있었던 친구 A 씨가 “술에 취해 손 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가며 놓고 갔다”고 진술한 A 씨의 휴대전화와 고인의 유류품을 찾는 데 주력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손 씨가 실종됐던 지난달 25일 새벽 한강공원 인근 폐쇄회로(CC)TV와 주변에 주차된 차량들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는 데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손 씨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오전 3시 40분 이후의 행적을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A 씨가 갖고 있던 손 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포렌식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5일 반포한강공원에서는 경찰 외에 손 씨의 시신을 가장 먼저 발견한 민간구조사 차종욱 씨(54)와 시민 20여 명도 자체적으로 수색을 벌였다. 이들은 오후 5시경 A 씨의 것과 같은 기종의 휴대전화를 또 하나 찾아내 민간업체에 분석을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에 참여한 한 시민은 “주말에는 손 씨 부모님도 수색에 동참하신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경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손 씨의 발인식이 치러졌다. 손 씨의 아버지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 정민아. 네가 없다면 우리는 행복이란 단어의 의미를 몰랐을 거야”라며 “엄마는 걱정하지 마. 아빠 믿지. 사랑한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도 운구 차량으로 가는 아들의 영정을 뒤따르다 “정민아, 가지 마”를 거듭하며 크게 오열했다. 손 씨의 친구들은 평소 고인이 좋아하던 게임캐릭터와 e스포츠 팀 유니폼을 영전에 바쳤다. 실종 당일 한강공원에서 같이 보기로 했던 친구 최모 씨도 발인식에 참석했다. 최 씨는 당일 손 씨와 A 씨에게 함께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으나 피곤해서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조응형 yesbro@donga.com·오승준 기자}

    •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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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사망 대학생 발인…휴일에도 수사 이어져

    “하늘이 내려준 선물 정민아. 네가 없다면 우리는 행복이란 단어의 의미를 몰랐을 거야.” 미리 준비한 편지를 꺼내들었지만 목소리는 처음부터 떨려왔다. 아버지는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엄마는 걱정하지 마. 아빠 믿지”라고 했지만 “사랑한다”고 말하며 목 놓아 흐느꼈다. 5일 오전 9시경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손정민 씨(22)의 발인식은 시종일관 무겁고 애통했다. 지난달 25일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30일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사흘만이다. 덧없이 가버린 손 씨를 배웅하기 위해 참석한 유족과 친구 등 50여 명은 하나같이 눈물이 가득했다. 손 씨의 어머니는 운구 차량으로 가는 아들의 영정을 뒤따르다 “정민아, 가지 마”만 반복하며 크게 오열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손 씨의 친구들은 평소 고인이 좋아하던 게임캐릭터와 e스포츠 팀 유니폼을 영전에 바치기도 했다. 손 씨는 평소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 나오는 캐릭터 이렐리아를 좋아해 주변에서 별명이 ‘정렐리아’였다고 한다. 손 씨의 대학 동기는 “정민의 미소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고인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며 살겠다”며 울먹거렸다. 발인식에는 실종 당일 한강공원에서 같이 보기로 했던 친구 최모 씨도 참석했다. 최 씨는 당일 손 씨 등에게 함께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으나 피곤해서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손 씨의 주량은 소주 2병 정도로 평소 술을 마시면 활발해졌다가 이내 잠이 들곤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기다리며 손 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손 씨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던 친구 A 씨는 “술에 취해 휴대전화를 바꿔들고 온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포렌식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한강공원에서는 A 씨의 휴대전화를 찾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물론 민간구조사 차종욱 씨(54), 시민 서너 명도 수색을 벌이고 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 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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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사망 의대생 의혹 풀자” 시민들이 제보-수색까지 나섰다

    “25일 새벽 한강공원 출입구 쪽 도로에 주차했던 분들은 차의 블랙박스 확인을 부탁드립니다.” 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단지에는 애절한 호소를 담은 공고문이 붙었다. 공동현관은 물론이고 아파트 건물의 모든 엘리베이터에도 같은 글이 부착됐다. 반포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22)를 언급하며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제보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손 씨의 아버지 블로그 주소도 함께 담겨 있다. 이 공고문은 손 씨의 유족이 붙인 게 아니었다. 아파트관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몇몇 주민이 관리실에 요청한 뒤 직접 일일이 붙인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손 씨 가족과 아무 관계도 없으며 자발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의 한 50대 주민은 “손 씨 소식을 듣고 비슷한 나이대의 조카가 떠올라 많이 울었다. 꼭 관련 증거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25일 오전 3시 전후 공원을 방문한 차량의 블랙박스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실종 5일 만인 지난달 30일 숨진 채 발견된 손 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사건 당일 손 씨의 흔적을 찾아 유족을 도우려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장 주변 주민들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증거가 될 만한 정보들을 모으는가 하면, 온라인에서도 손 씨의 아버지에게 다양한 제보를 보내오고 있다고 한다. 손 씨의 시신을 가장 먼저 발견한 민간구조사 차종욱 씨(54)도 자발적으로 현장에서 무료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은 차 씨를 위해 간식 등을 준비하겠다고 나섰으나, 차 씨는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4일 차 씨는 공원에서 손 씨와 술을 마셨던 친구 A 씨의 것과 같은 기종의 휴대전화를 찾았지만 경찰이 확인한 결과 A 씨의 휴대전화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5일 다시 한강에 나가 수색하겠다”며 “자원봉사자 20, 30명이 도와주시기로 했다. 오전 9시부터 수중과 잔디밭, 수풀 등을 수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손 씨의 사인을 밝혀 달라’는 글에는 4일 오후 6시 기준 24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인터넷에는 “유족이 최고의 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성금을 모으자” “한강 수색을 도울 금전적 지원 수단을 알아보자”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은 고마운 일이나 일부에선 허위 제보를 하거나 억측을 부풀려 경찰 수사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 씨의 아버지도 4일 동아일보와 만나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추측을 바탕으로 제보하는 분들이 많은데,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인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셈”이라고 호소했다. 아버지는 또 “4일 오후 1시경 서울중앙지검에 진정서를 냈다”며 “수사가 미흡한 일이 없도록 해 달라는 요청과 증거 소실 전에 조치를 취해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관련 가짜뉴스도 범람하고 있다. 익명게시판 ‘에브리타임’에는 “손 씨와 같은 과에 다닌다. 당시 공원에 함께 있었다. 경찰에 제보하겠다”는 글이 올라왔지만 지어낸 얘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씨의 아버지가 강남세브란스병원 의사라거나 퇴직한 강남경찰서장이라는 신상 털기식 게시물들도 쏟아졌다. 역시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의 여러 억측은 진실을 밝히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리면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는 이달 중순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 법의학자는 “부검을 통해 시신에 있는 상처의 발생 시점이 언제인지 밝힐 수 있다. 외부 압박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비교적 약한 힘으로 밀치는 등의 충격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오승준·박종민 기자}

    • 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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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서 대학생활 시작… “과방이 뭐예요” 코로나학번의 눈물

    스스로 ‘고5(고교 5학년)’ ‘미개봉 중고품’이라 부르는 대학생들이 있다. 지난해 입학해 올해 2학년이 된 ‘20학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새내기 1년을 통째로 날리다시피 한 그들은 여전히 제대로 대학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이들은 선배에겐 평범한 일상이었던 ‘과방’(학과 자치 공간) ‘학식’(학생식당)조차 생소하다. “엠티, 축제는 꿈도 안 꾼다. 동기들이랑 학식 가서 수다 떨고 싶다”는 소박한 꿈도 이루지 못했다. 2학년이 됐는데 캠퍼스는 두세 번 가본 게 전부. 동기 선배는 물론이고 올해 입학한 후배 ‘21학번’도 랜선 친구일 뿐이다.20학번은 올해 더 큰 절망감을 느낀다. 1년만 참으면 벗어날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그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내년에 상황이 나아진다고 해도 현실과 취업 고민을 맞닥뜨리는 3학년이 된다. “대학생은 돼보지 못한 채, 고7로 졸업하는 셈”이라 자조하는 비운의 20학번들을 만나봤다. 코로나 직격탄… 비운의 2020학번 대학생들“‘과방’요? 그게 대학 모든 과에 다 있는 거예요?”지난해 성신여대 20학번으로 대학 생활을 시작한 김태림 씨(20).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아는 학과의 학생 자치 공간인 과방이 그에겐 너무나 낯선 말이다. 대학에 입학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정작 학교 캠퍼스는 두 번밖에 가보질 못했기 때문이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입학식은 취소됐고, 신입생 ‘오티(OT·오리엔테이션)’는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김 씨는 “결국 1학년 때는 학교를 아예 못 갔고, 최근에야 실습수업 등을 이유로 등교했다”며 “캠퍼스를 제대로 거닐어 본 적도 없으니 과방이란 환상 속에서나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올해 2학년이 된 김 씨에게 대학은 여전히 일상과 동떨어진 존재다. 그는 학식(학생식당)은커녕 학교에서 약 12km 떨어진 집 근처만 전전하고 있다. 집에서 500m 거리에 있는 카페나 식당에 가는 게 외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학생 기분을 내고파 한껏 차려입고 나설 때도 있지만, 그가 꿈꾸던 ‘대학의 낭만’은 머나먼 얘기다.“사실 제가 생각하던 낭만도 대단한 건 아니었어요. 축제나 엠티(MT) 같은 ‘거창한’ 걸 떠올린 게 아니에요. 공강 때 동기들과 웃으며 시시콜콜한 얘기 나누기, 선후배와 오붓하게 학식 먹기…. 그런 ‘평범한 일상’을 기대했죠.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점심을 집에서 먹고, 집 근처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수업을 듣는 삶을 살고 있네요.”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20학번’은 코로나19로 대학생활에 직격탄을 맞으며 ‘저주의 학번’이라 불렸다. 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1년 정도만 참으면 나아질 거라는. 하지만 2학년이 된 그들은 여전히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 어떤 세대도 겪지 못한 ‘소포모어 징크스’(2년 차 혹은 두 번째에 부진을 겪는 경우)에 일부는 심각한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가장 빛나야 할 시기에 가장 어두운 통로를 지나가고 있는 대학 2학년생들을 만나봤다.○“대딩 2학년이 아니라 고딩 5학년”“우리끼린 스스로를 ‘미개봉 중고 새내기’ 또는 ‘고딩(고교생을 일컫는 속어) 5학년’이라 불러요.”우스갯소리지만 별로 우습지가 않았다. 말투에서도 짙은 자조가 묻어났다. 이미 새내기를 지났지만 한 번도 새내기 생활을 해보지 못했다. 고교 때와 별 차이 없는 시간을 보낸 그들. 대학 2학년생들은 스스로가 불쌍했다.김 씨는 대학에 가면 학회나 동아리 활동을 하며 다양한 만남과 경험을 얻길 바랐다. 당연히 그 역시 허락되지 않았다. 학교 선배라곤 ‘줌’을 통해 화면으로 얼굴 본 몇몇이 전부다. 지금 그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선배는 다섯 살 많은 친언니뿐이다.요즘 언니는 김 씨에게 ‘학년별 스펙 쌓는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마케팅 기획에 관심이 많은 김 씨는 언니의 조언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관련 공모전 준비를 하고 있다. 동아리, 봉사활동 등이 다 막혀버린 상황에서 유일하게 ‘스펙’을 쌓을 기회라는 판단이었다. 공모전 정보를 얻는 법이나 기획안 작성법 등도 언니에게 배웠다.원래 공모전은 대학 동기나 선후배와 함께 하기 마련. 하지만 김 씨는 고교 동창들과 준비하고 있다. 사실 가끔이라도 함께 밥을 먹는 친구 역시 그들뿐이다. 김 씨는 “인터넷에서 대학 선배가 직장에 들어간 높은 선배를 소개해 공모전 준비를 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너무 먼 옛날 얘기 같아 실감이 잘 안 난다”고 했다.대학에서도 사귄 친구가 있긴 하다. 3명. 코로나19로 과에서 ‘짝꿍’으로 이어준 선배 1명과 후배 1명,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타(에브리타임)’에서 알게 된 동기 1명이다. 하지만 서로 얼굴을 본 건 두세 번이 전부다.“후배가 실습수업 정보를 물어보는데 난감했어요. 하나도 모르는 내용이었어요. 동아리활동이나 대면수업도 해본 적이 없으니 뭘 일러줄 말도 없네요. 그래도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선배는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선배에게 물어보고 답을 전해줬어요.”4, 5월이면 대학마다 열린다는 축제도 20학번들에겐 공상에서나 존재한다. 숭실대 2학년인 유정민 씨는 대학에 가면 꼭 음악밴드 활동을 하고 싶었다. 대학 축제에서 자우림의 ‘매직 카펫 라이드’를 연주하길 오랫동안 소원했다. 하지만 꿈은 꿈으로 끝나버렸다.코로나19로 힘겨운 상황에서도 유 씨는 입학 뒤 곧장 단과대 밴드에 가입했다. 어떻게든 꿈을 이루고 싶었다. 하지만 밴드는 ‘감염 확산 위험’에 5명 이상 모일 수가 없었다. 4명씩 합주하면 비는 파트 탓에 제대로 된 연습이 어려웠다. ‘줌 합주’도 시도해 봤지만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는 밴드 가입 1학기 만에 꿈을 접었다.○갈라파고스 대학생… 정(情)이 뭔가요대학 2년생들은 섬과 같은 존재였다. 그것도 멀리 떨어진 외딴섬. 가끔 오고가는 배들이 있긴 해도 홀로 바다에 둘러싸인 건 바뀌지 않는다. 그렇게 파편화된 대학생활은 학생들끼리 갈등이 벌어지는 악순환마저 낳고 있다.최근 대학생 사이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인 ‘학점 인플레이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대면 강의로만 이뤄지다 보니 성적 평가는 아무래도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1, 2학년 때 쉽게 학점을 따지 못했던 선배들은 “불공정하다”며 불만을 쏟아낸다. 서울의 한 대학 2학년인 한모 씨(20)는 학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가 엄청난 악플 세례에 시달렸다.“별거 아니었거든요. 지난해 2학기 학점이 평점 4.3(4.5 만점)이었는데 중위권에 그쳤거든요. 그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는데, 거센 성토가 이어졌어요. ‘코로나 덕에 좋은 성적 받고 배가 불렀다’ ‘혜택 입어놓고 징징거리지 마라’ 등등. 얼굴도 모르긴 해도 학교 선배들인데….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선배들도 ‘코로나 학번’들이 편하지는 않다. 같은 학교 4학년인 박모 씨(22)는 “코로나 피해는 다 같이 입었는데 20, 21학번만 학점 프리미엄을 누리는 게 형평성에 어긋나는 건 사실”이라며 “얼굴도 제대로 본 적 없는 후배들인지라 살갑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어차피 취업시장에선 모두 다 경쟁자라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1년 넘게 대학을 다녔지만 제대로 가본 적도 없는 20학번. 당연히 자기 학교에 대한 애착도 크지 않다. 그렇다 보니 20학번 중에는 ‘반수’(대학을 다니며 재수 등 입시 준비)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 기계공학과 2학년인 이모 씨(20)도 고민 끝에 6월부터 반수를 시작했다.“1학년 때 계속되는 녹화 강의에 지쳐가다 보니 게임 등에만 빠지고 낮밤이 바뀐 생활을 하는 친구가 많아요. 저도 엇비슷했죠.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으면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거든요. 요즘 동네 독서실을 끊어서 다시 수능 준비를 하는데 훨씬 값진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에요. 이것저것 다 싫다며 군대에 가버린 친구들도 꽤 돼요.”20학번들은 또 다른 걱정도 앞선다. 이대로 가다간 코로나가 끝난 뒤에도 ‘고딩 6학년’ ‘고딩 7학년’으로 지내다 대학을 졸업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다. 자칫하면 그들에게 대학은 평생 지우고 싶은 기억으로 남을지도 모른다.“학교에 가본 적이 거의 없죠. 교수님이나 선배들도 ‘실물로’ 본 적이 없네요. 낯설다 보니 진로 상담을 받아보겠다는 생각도 못해봤어요. 벌써 2학년이긴 한데, 한 번도 포장을 뜯어본 적이 없긴 21학번과 마찬가지잖아요. 이대로 한번 펼쳐보지도 못한 채 대학생활이 끝날 수도 있고요. ‘미개봉 중고 새내기’란 말이 얼마나 슬픈 농담인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실 거예요.”(건국대 2학년 이모 씨)유채연 기자 ycy@donga.com·조응형 기자}

    •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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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공원 실종’ 의대생, 5일만에 숨진채 발견

    지난달 25일 새벽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행방불명됐던 의대생 손정민 씨(22)가 실종 5일 만인 30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오후 3시 50분경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손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실종 당일부터 기동대 및 한강경찰대를 투입하고 헬기와 드론 등을 동원해 한강공원 일대를 수색해왔다. 30일 오후 함께 주변을 수색하던 민간구조사의 구조견이 물 위로 떠오른 시신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흰 셔츠와 검정 바지 등 손 씨가 실종 당시 입었던 옷차림을 바탕으로 신원을 확인했다. 유족은 손 씨를 찾은 뒤 경찰에 부검을 요청했다. 시신에 일부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해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부검은 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 측은 “시신에 상처가 생긴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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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최대 피해 MZ세대 “작은 성취감 맛보며 우울감 이겨내요”

    “아무런 의욕이 없어서 하루 종일 집에서 누워만 있는 날이 많았어요. 하지만 ‘우울증 초기일 수 있다’는 얘길 들고선 덜컥 겁이 났어요.” 서울에 있는 한 대학 2학년생인 A 씨(20)는 최근 학교 심리상담센터에서 비대면 상담을 받고 깜짝 놀랐다. 뭘 해도 처지기만 하는 게 이상해서 상담했는데 ‘우울증’ 얘기까지 들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A 씨는 “센터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받아보기를 권했다”며 “자칫 마음의 병을 얻을 수 있었단 생각이 드니 보통 일이 아니다 싶었다”고 말했다. 1년 넘게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감염만이 무서운 게 아니다. ‘코로나 블루(우울)’는 대학 생활을 제대로 못하며 무력감을 느끼는 대학생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상실과 좌절이 반복되면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며 “입시를 마치고 자유와 낭만을 기대했을 20학번들은 코로나19로 실망이 더 컸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학생들의 ‘자기효능감’ 상실도 문제다. 심리학 용어인 자기효능감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을 일컫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학은 고교 때와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 아래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수업을 듣고 동아리 활동을 하며 성취감을 느낄 기회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런 활동이 제한되면서 학생들은 스스로 위축돼 자기효능감을 느낄 계기조차 잃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학생들이 자기계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미라클 모닝’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라클 모닝이란 2016년 출간된 동명의 책에 등장한 개념으로 새벽에 일어나 명상이나 운동, 공부 등을 하면 놀라운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 소셜미디어에는 해시태그 ‘#미라클모닝’을 달고 자기계발에 열중하는 모습의 게시물을 올리는 청년이 많다. 고려대 2학년인 박모 씨(20)도 “한 달 전부터 매일 오전 5시에 집 앞 공터에서 줄넘기를 했다”며 “한동안 모든 일에 짜증이 늘어 힘들었는데, 아침 일찍 작지만 뭔가를 해냈다는 기쁨을 배운 뒤로는 하루 종일 기분이 상쾌하다”고 전했다. 작은 일상의 변화가 삶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도 중요하다. 임 교수는 “기상 시간이나 식사 시간,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며 “주변 상황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은 자기효능감을 회복할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도 “젊은이들이 미라클 모닝으로 절망적인 현재 상황을 타개해 보려는 의지가 엿보인다”며 “작더라도 반복적으로 성과를 이루다 보면 생각의 전환도 얻을 수 있다”고 격려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유채연 기자}

    •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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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공원 실종’ 의대생, 5일만에 숨진채 발견…유족, 경찰에 부검 요청

    25일 새벽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행방불명됐던 대학생 손정민 씨(22)가 실종 5일째인 30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오후 3시 50분경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손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실종 당일부터 기동대 및 한강경찰대를 투입하고 헬기와 드론 등을 동원해 한강공원 일대를 수색해왔다. 30일 오후 함께 주변을 수색하던 민간구조사의 구조견이 물 위로 떠오른 시신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흰 셔츠와 검정바지 등 손 씨가 실종 당시 입었던 옷차림을 바탕으로 신원을 확인했다. 유족은 손 씨를 찾은 뒤 경찰에 부검을 요청했다. 시신에 일부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해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부검은 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 측은 “시신에 상처가 생긴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손 씨는 24일 오후 11시경부터 다음날 오전 2시경까지 친구 1명과 함께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셨던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있던 친구는 술에 취해 잠에 들었다가 오전 4시 반경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A 씨는 “오전 3시경 처음 잠에서 깼을 때는 (손 씨가) 옆에서 자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깼을 때는 보이지 않아 먼저 간 줄 알고 귀가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손 씨의 부모는 실종 뒤 매일 한강공원에 나와 전단지 수천 장을 공원과 인근 아파트 단지 등에 붙이고 곳곳에 현수막을 걸며 애타게 행방을 찾아 헤맸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도 “목격자를 찾는다”는 내용의 글들을 게시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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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로 늘어난 무인점포 “또 털렸다”… 청소년 절도 타깃으로

    29일 오전 1시경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한 무인빨래방. 인적이 드물어진 새벽을 틈타 고교생 A 군(16) 등 청소년 3명이 점포에 들어왔다. 수상한 거동을 보이던 이들은 곧장 세탁기에 달려 있는 현금보관함에 다가가 도구를 이용해 자물쇠를 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성공하지 못했다. 서초구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늦은 시간에 10대들이 빨래방에 들어가는 걸 수상하게 여겨 인근 파출소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곧장 출동한 경찰은 A 군을 현장에서 체포했으며, 외투와 모자 등을 내버려둔 채 달아난 나머지 2명의 뒤를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군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경기 안산에 사는 청소년들로 파악됐다. 도주한 2명도 곧 검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크게 늘어난 ‘무인점포’에서 절도 등 범죄 발생이 잦아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28, 29일 수도권 무인점포 20곳에 ‘최근 절도 등을 당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17곳이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며 인건비 절감과 비대면 서비스 차원에서 상주 직원을 두지 않는 가게가 증가했지만, 지키는 이가 없다 보니 손쉽게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무인점포가 크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국내 편의점체인 4개만 기준으로 해도 2018년 94개였던 무인점포는 지난해 말 743개로 8배 가까이로 늘었다. 최근엔 무인빨래방과 무인커피전문점, 무인아이스크림가게 등도 선보이며 그 수가 훨씬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당연히 CCTV 등의 보완장치가 있겠지만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심리적 부담을 덜어줘 쉽게 범행을 마음먹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는 무인점포에서 절도를 저지르는 이들 가운데 청소년이 적지 않은 점과도 이어진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이 없다 보니 10대도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조용한 주택가 점포들이 특히 취약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충남에선 청소년 5명이 대전과 청주, 천안 등을 돌아다니며 5차례에 걸쳐 300만 원어치 금품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구에서 무인아이스크림가게를 운영하는 B 씨(41)는 “10대로 추정되는 4명이 2분 정도 현금보관함을 뜯으려다가 실패하고 나가는 모습이 CCTV에 잡힌 적이 있다”고 전했다. 무인점포는 절도의 고충만 겪는 게 아니다. 술에 취한 시민들이 가게에 들어와 노상방뇨나 구토를 저지르고 가는 일도 빈번하다. 최근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무인빨래방에선 20대 4명이 새벽에 술판을 벌이고 흡연까지 하다가 경찰에 붙잡힌 적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경찰들은 “무인점포 탓에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지구대 경찰은 “범죄가 잦다 보니 무인점포는 반드시 순찰 루트에 포함시킨다. 순찰차에서 내려 직접 살펴보는 치안 진단 활동도 벌인다”고 전했다. 한 파출소 측은 “범죄예방은 당연히 경찰 업무지만, 무인점포는 직원이 없어 사사로운 것까지 다 챙겨야 해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무인점포라 사람이 없더라도 항상 감시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그래야 범행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유채연 ycy@donga.com·조응형 기자}

    • 20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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