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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 국가를 갖지 못한 세계 최대 민족인 쿠르드의 분리·독립을 위한 국민 투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는 이라크 중앙정부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투표를 강행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라크의 경제적 불안정, 시리아 내전, 이슬람국가(IS)의 붕괴 등 지역 정세의 변동이 맞물리는 지금이 독립의 최적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IS가 잠잠해진 중동 지역에 쿠르드발 격랑이 몰아칠 분위기다. 이라크는 올해 6월 29일 IS의 최대 근거지인 모술을 3년 만에 탈환했다. 그러나 이날의 승전보는 이라크 내 민족 갈등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모술 탈환에 앞서 마수드 바르자니 KRG 수반이 트위터를 통해 “쿠르디스탄(쿠르드 독립 시 국가 명칭) 독립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9월 25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5일 국민투표를 위한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KRG와 이라크 중앙정부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14일 쿠르디스탄 독립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결정한 키르쿠크주의 나즈말딘 카림 주지사의 해임안을 의회에 건의했고, 의회는 곧바로 가결했다. 이라크 중앙정부가 본격적으로 KRG의 독립 투표를 저지하기 위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이튿날 쿠르드자치지역 의회는 이번 독립투표의 법적 효력을 보증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맞섰다. 오메드 코슈나우 쿠드르민주당(KDP) 의원은 결의안이 통과되자 “우리는 100년 이상 독립투표를 기다려 왔다”며 환호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군사 개입’까지 거론하고 있다. 하이다르 압바디 이라크 총리는 16일 “(KRG가) 헌법과 이라크의 영토, KRG의 자치 지역의 경계를 지키지 않으려 한다면 이라크를 침범하려는 국가들에 공개 초청장을 보내는 셈”이라며 “이라크 국민이 불법적인 힘에 위협받는다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도 쿠르드의 독립을 반대하고 있다. 터키와 이란, 시리아 등은 자국 내 쿠르드족의 동요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1470만 명의 쿠르드 주민을 보유한 터키는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RG가 생산하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주요 구매자인 터키는 최근 “KRG가 독립 투표를 강행한다면 제재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KRG 지도부는 “우리는 독립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르드 민병대인 페슈메르가는 IS가 활개를 쳤던 지난 3년간 이라크 정부군을 대신해 북부 키르쿠크주와 니네베주를 최전선에서 사수했다. 투표가 시행되고 독립이 가결된다 해도 KRG가 곧바로 쿠르디스탄을 수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투표 가결을 동력으로 이라크 내 자치권을 확대하고 미국의 군사 지원을 약속받는 등 국제사회로부터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스페인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이 올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유럽연합(EU)의 국경을 관리하는 기구인 프론텍스는 올해 스페인에 도착한 난민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파브리스 레제리 프론텍스 국장은 “올해 들어 모로코 등 서부 마그레브에서 출발해 스페인에 도착한 후 등록한 난민이 1만40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루트를 이용해 유럽 땅을 밟는 난민이 증가하는 현상은 국제이주기구(IOM)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지중해를 통해 스페인에 도착한 난민은 1만29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05명)보다 6493명 증가했다. 반면 단속이 강화된 그리스와 이탈리아 루트는 크게 위축됐다. 스페인 루트를 통해 유럽에 들어오는 난민은 대부분 모로코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주요 테러의 핵심 용의자들 중에 모로코 출신이 많다는 점이다.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와 이듬해 3월 벨기에 브뤼셀 공항 폭탄 테러는 물론이고, 올해 영국 런던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브릴스, 핀란드 투르쿠에서 발생한 테러에 모로코 출신들이 연루됐다. 모로코 당국에 따르면 약 1800명의 모로코인이 리비아, 이라크, 시리아 등지로 떠나 이슬람국가(IS)의 전사가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중동의 IS 거점이 무너지면서 이들 가운데 300명 정도가 고향으로 돌아와 모로코를 유럽 공격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유럽의 시각이 바뀌었다. 북핵 문제를 지금껏 지구 반대편 의제로 치부하던 각국 정상들이 앞다퉈 유럽연합(EU)의 ‘중재자 역할론’을 펴고 있다. 이란 핵협상 타결 방식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 유럽의 입지를 다지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기능을 유지하는 한편, 이란 핵협상을 흔들고 있는 미국의 리더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유럽의회는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동북부 스트라스부르에서 본회의를 열고 북한의 6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유럽의회가 북한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하고 6차 핵실험까지 강행하면서 유럽의 기류는 완전히 달라졌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0일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유럽, 특히 독일은 (북핵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이란의 핵개발 동결과 대이란 제재 해제를 동시에 이뤄낸 핵합의안(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대해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하며 “북핵 문제 해결도 이와 같은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교장관이 “세계 반대편의 분쟁”이라며 중재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최근 외국 주재 프랑스대사와 정책 간담회에서 “프랑스는 평양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다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구상 역시 과거 이란 핵협상에서 보였던 프랑스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영세 중립국인 스위스의 도리스 로이트하르트 대통령도 최근 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중재자로서 훌륭한 봉사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의 이 같은 입장 변화가 미국이 북핵 문제를 다루는 협의체로서 유엔 안보리를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벽에 부딪혀 원하는 대북 제재 수위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군사적 해결책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처드 고원 유럽외교협회(ECFR) 연구원은 “유럽인들은 미국이 욱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란 핵협상 타결을 이끈 EU는 중재자 역할에 자신감도 가지고 있다. 당시 EU는 이란과 핵협상을 주선하는 역할을 맡아 회담 대표 국가들 사이의 갈등과 이해관계를 탁월하게 조정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던 독일 역시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유럽 지도자들이 이란 핵협상식 해법을 거론하는 데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마이 웨이’ 외교정책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독일, 프랑스의 평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을 ‘재앙적’이라고 표현해 왔다. 이란 핵협상을 현행대로 유지하면 이란도 북한처럼 미국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럽의 중재자 역할론은 미국의 이란 핵협상 흔들기를 저지할 수단이기도 하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북한이 비밀리에 이란으로부터 핵무기 개발을 지원받고 있으며 시리아와는 화학무기에 관해 협력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9일 영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도왔을 것으로 의심되는 국가들 명단 최상위에 이란이 있다”며 “러시아 또한 의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과학자들 스스로 이 같은 기술적 진보를 이뤘다고는 믿을 수 없다. 북한의 과학자들도 어느 정도 능력이 있겠지만 그들이 완전한 진공상태에서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 외교부는 ‘현재와 과거의 핵보유국’이 북한의 김정은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도록 도왔는지 조사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은 지난주 하원에서 “최근 수소폭탄을 개발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조사가 이미 시작됐다”며 “북한이 어떻게 기술적 능력을 향상시켰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 전문가패널도 이날 공개한 대북제재 이행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금지된 핵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리아와 화학무기에 관해 협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전두환 정권 초기 부림사건을 그린 영화 ‘변호인’을 본 뒤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국밥집 아들 진우 역을 맡은 임시완이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지독한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다. 깍지 낀 손을 무릎 아래로 집어넣고 그 사이에 막대기를 넣어 거꾸로 매달아 몽둥이로 때리는 ‘통닭구이 고문’ 장면은 특히나 충격적이었다. 고문으로 망가진 몸을 표현하기 위해 임시완은 당시 체중을 50kg까지 감량했다고 한다. 부림사건의 실제 피해자들은 통닭구이를 가장 잔인한 고문으로 꼽았다. 모진 고문으로 없는 죄를 뒤집어씌웠던, 참으로 엄혹한 시대였다. 지금의 이집트가 딱 그 꼴이다.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은 물론이고 정치적인 색깔이 없는 소시민들까지 소리 소문 없이 끌려가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있다. 최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공개한 63쪽짜리 보고서에는 이러한 고문의 실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학생 카림은 2015년 10월 카이로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에 연행됐다. 그는 양팔을 뒤로 꺾인 채 문 꼭대기에 매달아 두는, 일명 ‘비둘기 고문’을 당했다. 그는 “어깨가 밖으로 빠져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며 “팔에서 느껴지는 고통, 어떻게 하면 문에서 내려올 수 있을지 오로지 두 가지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살렘은 죽음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통닭구이 고문’을 받는 동안 “뭐든 원하는 대로 불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회계사로 일하던 칼레드는 2015년 1월 국가안보국에 긴급 체포돼 11일 동안 전기충격기를 비롯한 각종 고문에 시달렸다. 한겨울에 옷이 벗겨진 채 에어컨이 최저 온도로 설정된 ‘냉장고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조 스토크 HRW 중동 부국장은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이 경찰과 보안당국자들이 언제든 고문할 수 있도록 ‘그린 라이트’를 줬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집트에서는 짧았던 ‘아랍의 봄’이 끝난 뒤 군부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2011년 시민혁명 이후 이듬해 대선에서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무함마드 무르시가 최초의 민선 대통령이 됐지만 지나친 이슬람 근본주의 정책이 화를 불렀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재개됐고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시시 장군은 “시민들을 지지한다”며 2013년 7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당시 과도정부는 무슬림형제단과 민주화 세력에 대한 ‘피의 숙청’을 단행했다. 군부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1300여 명이 사망했고, 법원은 무르시 지지자 1200여 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신군부가 집권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이집트 시민사회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국제사회는 시시 대통령이 30년 독재자인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보다 더 잔혹한 통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30일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시시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대한 데 이어 5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테러와의 전쟁’에 힘을 실어주면서 아랍 국가의 인권이 더욱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시 대통령은 5월 비정부기구(NGO)를 강력히 규제하는 관련 법안을 승인했고 ‘국경 없는 기자회(RWB)’를 포함해 424개 웹사이트를 폐쇄했다. 최근 유엔 조사위원회는 이 같은 조치가 “대테러리즘보다는 억압에 가깝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7월 한 달 동안 인권단체 이집트권리와자유위원회(ECRF)에 보고된 비사법적 살인(고문치사, 즉결처형 등)은 61건으로 상반기(1∼6월) 보고 건의 두 배가 넘는다. 이집트 시민사회가 이토록 혹독한 계절을 보내고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신군부 정권이 갖고 있는 두려움 때문이다. 시민들이 맛본 짧지만 강렬했던 민주주의 혁명이 또다시 들불처럼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도저히 떨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군부 권위주의로는 민주주의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980년 ‘서울의 봄’을 앗아갔던 한국의 신군부 정권의 권위주의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7년 만에 스러졌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운 법이다. 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minwoo@donga.com}
카타르 단교 사태의 핵심 당사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3개월 만에 접촉했지만 언론 보도 과정에서 자존심 싸움을 벌이면서 곧바로 대화의 문을 닫아걸었다. 8일 BBC와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은 이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우디 외 3개국이 작성한 요구사항에 대해 논의할 의사가 있다”며 “모든 사람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이 직접 접촉한 것은 6월 5일 사우디 등 아랍권 4개국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뒤 처음이다. 당시 사우디와 바레인,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카타르가 테러조직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국교 단절을 선언했다. 카타르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교착상태는 3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다. 양국 간 통화 직후 SPA통신은 “이날 통화가 단교 사태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사우디가 바레인, 이집트, UAE와 합의한 후 세부사항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얼마 후 SPA통신은 외교부 성명을 인용해 “모든 대화가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언론이 이들 사이의 통화 내용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앞서 카타르 국영통신사 QNA는 “이날 통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이뤄졌다”며 “알사니 국왕은 ‘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단교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특사 2명을 임명하자’는 사우디 왕세자의 제안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들의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UAE, 카타르 정상과 각각 대화한 이후 진행됐다. 그러나 SPA통신은 9일 “QNA가 통화 사실을 먼저 보도했고, 사우디 왕세자와의 통화를 원한 것은 알사니 국왕이었다는 사실을 왜곡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사우디의 공식 입장이 정해질 때까지 카타르와의 어떤 대화와 소통도 유보한다”고 보도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를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사이 러시아가 북한을 감싸 안고 있다. 중국의 공백을 틈 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중국과 러시아는 중국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공들여 준비한 국제회의 개막일에 북한의 도발에 뒤통수를 맞은 중국은 당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그동안 대화를 강조해온 중국의 체면에 흠집이 났고 북핵 문제에 있어서 ‘중국 책임론’이 더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나라와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북한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을 타깃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미국의 대북제재 동참 압박으로 중국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러시아와 북한의 교역액은 6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9% 늘었다. 특히 교역액의 80% 이상이 유연탄(3600만 달러), 갈탄(1100만 달러) 등 러시아의 대북 에너지 수출로 북한의 산업 동력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러시아는 외교적 해법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5일 기자회견에서 “정권 안전 보장받지 못한다면 북한은 풀뿌리를 뜯어먹을지언정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대북 제재는 이미 한계선에 도달했으며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며 “군사적 히스테리를 강화하는 것은 막다른 길로 가는 지름길이며 국제적 재앙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푸틴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군사적 옵션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그는 미국 의회가 최근 북한, 이란과 함께 러시아를 제재 명단에 올리고서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UN) 안보리 차원의 ‘최대의 압박’에도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11일 표결하자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급히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원유공급 중단과 노동자 송출 금지 등 강력한 대북 제재안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러시아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카이로=박민우특파원 minwoo@donga.com}

이란이 무인항공기(UAV) 전용 기지(사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란의 대공 방어 주력부대인 하탐 알안비야는 3일 다양한 기종의 무인기 수십 대가 활주로에 도열한 장면 등이 담긴 동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무인기 기지의 구체적인 위치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전용기지 완공과 무인기 실전 배치를 공식 발표한 파르자드 에스마일리 하탐 알안비야 사령관은 이란의 무인기를 “영웅적인 국가에 대한 상”이라고 표현했다. 또 그는 “적들은 우리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떻게 하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최근 몇 년간 정찰, 첩보, 폭격, ‘가미카제’식 작전 등을 수행할 수 있는 10여 종의 무인기를 개발했다. 무인기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과 전투를 치르고 페르시아만에서 미군 군함을 감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이란은 자체 무인기 개발을 위해 자국에 침투한 무인기를 포획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격추된 무인기가 손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이를 분해해 핵심 기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은 2011년 12월 아프가니스탄과 가까운 동부 국경지대 카슈미르를 정탐하던 미군 무인기 RQ-170 센티널을 격추해 포획했다. 이로부터 5년 뒤인 지난해 10월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를 본떠 만든 공격용 드론 ‘사에게(천둥)’를 공개했다. 사에게는 레이더 회피(스텔스) 기능이 있고, 고정밀 유도폭탄 4개를 장착하고 장거리를 비행해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당시 IRGC는 이란이 무인기 분야에서 세계 4위 안에 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꼬마 알란 쿠르디가 2015년 9월 2일 터키 남서부 해안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지중해의 비극은 현재 진행형이다. 당시 쿠르디 가족은 다른 난민들과 함께 배를 타고 에게해를 건너던 중 보트가 침몰해 알란과 어머니, 형이 숨졌다. 특히 엎드린 채 잠자는 듯한 알란의 싸늘한 주검은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고 유럽 국가들이 난민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 캐나다에 정착한 알란의 고모 티마 쿠르디는 2일 터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알란의 모습에 함께 울고 누구나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지만 그 후 2년간 상황이 비극적으로 전개됐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사람들은 테러 공포에 질려 난민도, 이주민도, 무슬림도 원치 않는다고 말하거나 난민 문제를 외면한다”며 “말만 하지 말고 난민을 만드는 근본 원인인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티마의 말대로 난민들은 여전히 위험에 처해 있다. 세계 난민의 날을 하루 앞둔 6월 19일 리비아 해안에서 고무보트가 침몰해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 126명이 숨졌다. 지난달 9일과 10일에는 예멘 앞바다에서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난민 53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3일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할 확률은 올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한 난민은 총 30만4009명, 도중에 사망한 난민은 3602명으로 사망 확률은 1.2%였다. 그러나 올해는 도착 11만9069명, 사망 2410명으로 집계돼 사망 확률이 2%로 상승했다. 올해 유럽이 난민 단속을 강화하면서 난민들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난민들은 지중해를 건너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브로커들에게 쥐여 줘야 하고, 해양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더 위험한 항로를 이용해야 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브로커들이 난민들을 망망대해에 남겨둔 채 달아나거나 바다에 수장시켜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강력한 단속으로 최근 지중해 난민 사망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9일 이후 이달 3일까지 25일간 사망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올해 8월 지중해 난민 사망자는 19명으로 2015년(689명)과 2016년(62명)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그러나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비아를 통해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루트가 크게 위축됐을 뿐 지브롤터 해협을 이용하는 모로코∼스페인 루트는 오히려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중해 난민의 규모가 커지고 브로커들의 횡포가 심해지면 희생자들의 수는 더욱 커질 수 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케냐 대법원이 지난달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무효화했다. 케냐 대법원은 1일 라일라 오딩가 후보와 야권엽합 인 국민슈퍼동맹(NASA)이 제기한 대선 결과 불복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케냐 대법관 6명 가운데 4명이 오딩가 후보가 제기한 청원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마라가 대법원장은 “이번 대선이 헌법에 따라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표된 결과를 무효화 한다”며 60일 이내에 새로 선거를 치를 것을 요구했다.앞서 오딩가 후보는 케냐 독립선거관리위원회(IEBC)의 컴퓨터가 해커의 공격을 받아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제임스 오렝고 NASA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최종 변론에서 “우리 측이 제출한 증거자료를 보면 변칙적인 무제투성이”라며 “투표소 관리자의 서명이 없거나 적법한 날인이 없는 집계표 등 유효 투표수의 3분의 1 가량인 최대 500만 표가 조작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선관위가 발표한 오딩가 후보와 케냐타 대통령의 득표 차는 약 140만 표였다. 대법원의 결정으로 케냐는 대선 결과를 무효화한 최초의 아프리카 국가가 됐다. 오딩가 후보는 “케냐 국민과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있어서 매우 역사적인 날”이라며 “우리는 현재 선관위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 케냐 국민들에게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를 선관위 관계자를 모두 기소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카이로=박민우특파원 minwoo@donga.com}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4개국 정상이 28일 프랑스 파리에 모여 G4(grand 4) 정상회의를 가졌다. 유럽연합(EU)을 이끌어 가는 4개 강국이 별도로 모인 건 유럽으로 몰려드는 아프리카 난민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니제르 차드 리비아 등 아프리카 3개국 정상도 논의에 동참했다. G4와 아프리카 정상들은 이 자리에서 사전심사를 통과한 난민에게만 망명을 허용하는 ‘예비 망명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난민 신청자나 불법 이민자들이 유럽 땅을 밟기 전에 니제르와 차드에서 망명 부적격자를 가려내는 심사 절차를 새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사전심사 관련 비용은 EU가 지원한다. G4는 아프리카 3개국이 국경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올해 들어 12만 명의 아프리카 중동 난민이 이탈리아나 스페인으로 몰려드는 과정에서 브로커나 폭력 조직에 불법 인신매매나 성폭행을 당하는가 하면 익사 등으로 2만 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다. 사전심사 제도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함이지만 난민들 사이에 섞여 유럽 침투를 꾀하는 잠재적 테러리스트들을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난민 수를 통제하기 위한 고육책 성격도 있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선별적이나마 아프리카 난민을 받아들이려 하는 G4 국가와 달리 같은 EU 회원국인 동유럽의 정서는 전혀 다르다. 동유럽을 대표하는 V4(비셰그라드 4개국·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국가는 “우리는 단 한 명의 난민도 받을 수 없다”는 ‘제로 난민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내무장관은 23일 “2015년 EU가 회원국에 난민을 할당한 정책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취소됐다”며 “안보, 사회 이슈에 대해 개별 국가에 개입하지 마라”고 EU를 비판했다. 동유럽은 아프리카 난민은 기필코 막으려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면서도 정작 자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계속 서유럽으로 보내고 있다. 서유럽은 이 점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주 취임 후 첫 동유럽 방문에서 “파견 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EU는 분열에 이를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서유럽 기업이 동유럽 출신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임금 부담이 작을 뿐만 아니라 EU 협약에 따라 사회보장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반면 서유럽 노동자를 고용하면 고임금에다 사회보장세까지 납부해야 해 역차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폴란드는 당장 “프랑스가 EU 정신에 역행하는 보호주의 정책을 펴려 한다”고 반발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이 “폴란드는 EU를 대표하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일축하자 베아타 시드워 폴란드 총리가 “정치 경험이 부족한 마크롱 대통령의 오만한 발언”이라고 맞받아쳤다. EU를 주도하는 서유럽 G4와 EU 내 야당 역할을 하는 동유럽 V4의 분열과 갈등은 경제, 국방, 사회 등 전방위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치·경제적 환경이 전혀 다른 회원국들을 하나로 통합하려던 EU의 노력이 창설 60주년을 맞는 올해 본격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유럽 분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는 올해 3월 EU 창설 60주년을 맞아 G4 국가들이 일률적인 EU 통합을 포기하고 국가별로 현실에 맞춰 통합 수준을 달리하는 이른바 ‘멀티스피드’ 통합을 선택하면서 예견됐던 바다. 최근 들어 폴란드와 헝가리에 독재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 사법 통제 등 EU의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면서 그 간극은 더 커지고 있다. 총선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국내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 등 G4 지도자들의 국내 사정도 동유럽을 배려할 정도로 여유롭지 않아 당분간 G4와 V4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태권도가 저를 국회로 이끌었어요.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다양한 기술을 제게 가르쳐 줬거든요.” 카롤리네 마헤르(31)는 이집트에서 가장 성공한 운동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이집트 태권도 국가대표로 38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해 130개의 메달과 트로피를 휩쓸었다. 2013년에는 아랍-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태권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 말 총선 때는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28명에 들어 현역 의원이 됐다.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후보는 투표 없이 당선된다. 거침없는 발차기로 이집트의 ‘유리천장’을 깨뜨린 마헤르 의원을 24일(현지 시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만났다. 마헤르는 “또래 여자애들이 발차기를 하는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며 10세 때 태권도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태권도를 배운 지 한 달 반 만에 독일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며 “운이 좋았던 건지 재능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능을 입증하기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는 가장 어린 나이에 이집트 주니어 국가대표가 됐다. “대표팀에 처음 입단했을 때 여자 선수들은 일찍 결혼해 가정을 꾸릴 거라는 생각들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어요. 하지만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많은 메달을 따기 시작하면서 그런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마헤르는 주장을 맡아 대표팀을 이끌었다. 그는 “태권도를 통해 배운 것은 자기 방어 기술만이 아니었다”며 “팀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법,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내하는 법 등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헤르는 ‘평화가 승리보다 귀중하다’는 태권도의 가르침도 잊지 않았다. 장애인을 돕는 자선단체 헬름에서 인사관리 컨설턴트로 일하며 1000명이 넘는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줬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이런 일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현재 이집트 국회에선 마헤르를 포함해 90명의 여성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마헤르는 “이집트 여성 의원의 비율은 15%로 역대 최고”라며 “여성들이 정치적으로 존재감을 나타내면서 조금씩 인식의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헤르는 이집트에서 진취적인 여성들의 롤 모델이 됐다. 마헤르에게 영감을 받은 많은 여성들이 태권도를 배우며 유리천장을 향해 끊임없이 발차기를 하고 있다.샤름 엘 셰이크=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이슬람국가(IS)가 최근 교황을 위협하는 선전 영상을 배포해 바티칸에 비상이 걸렸다. 교황을 수호하는 스위스 근위대 수장조차 로마와 바티칸 일대에 테러가 일어나는 건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앞서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에 대한 폭탄 공격을 계획했던 IS는 교황 테러를 천명하면서 ‘종교 전쟁’ 구도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이자 교황청의 서열 2위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은 26일 바티칸에서 기자들과 만나 “교황을 겨냥하는 듯한 IS의 선동 비디오를 봤다. 무엇보다 그들의 무분별한 증오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앞서 20일 IS의 선전 매체인 알하야트미디어센터는 약 7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필리핀 남부 마라위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에서 IS는 교회의 성물을 무참히 파괴했다. IS 전사들은 전임 교황인 베네딕트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을 찢으며 “불신자들이여 기억하라. 우리는 로마에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IS는 바르셀로나 테러 이후 “다음 목표는 이탈리아”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IS는 최근 암호화된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을 통해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들에게 차량 등을 이용해 테러를 저지르라는 지령을 이탈리아어로 남겼다. 중동의 거점을 잃은 IS는 기독교의 정점에 서 있는 교황을 타깃으로 삼아 서방과의 대결 구도를 이슬람과 기독교 간 종교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IS는 성당과 교회에 대한 테러를 ‘성전(聖戰)’으로 포장해 유럽 내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소외된 무슬림들을 추종 세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IS는 올해 4월에도 이집트에서 콥트교의 교황을 노린 연쇄 폭탄테러를 감행했다. 당시 교황은 무사했지만 이집트는 3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교황에 대한 테러가 발생할 경우 충격과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이탈리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국제사회가 난민과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민자의 자손인 교황에 대한 테러가 발생할 경우 이슬람에 대한 서구의 반감은 더욱 깊어지고 국제사회가 난민에게 더욱더 커다란 장벽을 쌓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이슬람국가(IS)의 거점 시리아 락까에 대한 미군 주도의 공습으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20∼22일 약 48시간 동안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의 공습으로 민간인이 최소 100명 사망했다고 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도 20일 국제동맹군의 공습으로 27명이 숨진 데 이어 21일에도 어린이 19명, 여성 12명을 포함해 4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SOHR는 국제동맹군의 락까 공습으로 최근 8일 동안 최소 167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민간인 사상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건 국제동맹군의 현지 정보가 정확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IS의 잔인한 ‘인간 방패’ 전술 때문이기도 하다. IS는 공습을 피하기 위해 민간인 아파트나 병원 건물 등을 지휘통제실로 삼고 있다. 라미 압둘라흐만 SOHR 대표는 “공습이 민간인들이 밀집한 시내 중심가를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와 시리아 공습을 분석하는 매체인 에어워스는 2014년 이후 국제동맹군의 공습으로 최소 4887명에서 최대 7528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에 2500명 수준의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을 요청했다고 23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앞서 AP통신 등은 미국이 아프간에 최대 3900명의 병력을 증파할 예정이며 며칠 내로 배치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추가 파병이 이뤄지면 아프간 주둔 미군은 1만2000여 명으로 늘어난다. 독일은 미국의 추가 파병 계획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부 장관은 “미국이 선거를 의식하기보다 현실적인 상황에 기초해 한 걸음 나아간 결정을 내렸다”며 “아프간에서 군사적인 활동과 경제적 지원, 외교적인 노력 등이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기독민주당(CDU) 소속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한 해외 정책에서 처음으로 일관성 있고 이성적이며 책임을 지는 전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테러 공포에 떠는 유럽이 이슬람국가(IS)에 합류했던 자국 출신 테러리스트들의 귀환을 앞두고 초긴장 상태다. 지난주 일어난 스페인 바르셀로나 테러를 포함해 북아프리카나 중동에서 건너온 이민 2, 3세대의 테러가 잇따르는 가운데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가 패퇴한 이후 유럽 출신 전사들이 유럽 땅에서 일을 벌이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올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대테러대응기구 ‘유럽 급진주의 인식 네트워크(RAN)’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시리아-이라크 전투에 참전한 IS 테러리스트 전사와 그의 가족 1200∼3000명이 유럽으로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2011∼2016년 IS에 합류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로 날아간 외국인 전사는 120개국 4만2000명에 이른다. 유럽에서 최근 5년간 합류한 이는 5000여 명으로 15∼20%는 이미 사망했다. 30∼35%는 이미 유럽으로 돌아왔으며 나머지 50%가량은 아직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모술이 이라크 정부군에 함락된 것처럼 이라크와 시리아 내 IS 근거지가 위협받으면 이들도 결국 유럽으로 피신할 것이 유력하다. 보고서는 살아남은 IS 전사의 귀환 목적지가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칸디나비아 국가 등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영국, 덴마크, 스웨덴은 비상이다. 보통 외국 테러 전사들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비율이 약 20∼30%인 데 반해 이들 세 국가는 절반 이상이 복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이미 국가가 관리하는 급진주의자 리스트에 오른 잠재적 위험인물이 1만8550명이다. 2015년 11월 파리 연쇄 테러 당시 1만1400명에 비하면 2년도 안 돼 60% 이상 늘어났다. IS 전사들이 대거 귀국할 경우 긴장도는 더 높아질 게 분명하다. 2015년 11월 프랑스 연쇄 테러 용의자 중 상당수가 귀환한 IS 전사 출신이었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IS에 합류한 이는 약 700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프랑스로 돌아온 이는 269명으로, 그중 223명이 사법처리됐다. 46명은 미성년자였다. 프랑스 정부는 감옥에 있는 이들이 다른 수감자에게 급진주의를 전파할 우려가 있어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으로 돌아올 이들은 이미 돌아온 1세대보다 더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세대가 주로 테러에 대한 인간적인 환멸 등의 이유로 귀환했다면 2세대는 이데올로기로 무장돼 있어, 시민들을 해치기 위한 폭력적인 동기로 돌아오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과 함께 올 여성과 아이들도 잠재적 위협 요소가 크다. 여성은 미래 IS 전사의 어머니로 전사 모집책과 세뇌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IS에 깊이 세뇌된 아이들 역시 9세부터 전투 활동에 이용되고 정신적으로 심각한 트라우마에 빠져 불안정한 상태가 많다.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러시아가 지난달 30일 자국 내 미국 외교 종사자 3분의 2를 추방하는 초강수를 두자 미국이 이번에는 비자 발급 중단이라는 카드로 맞대응했다.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며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면서 시작된 미러 외교전쟁이 점점 격화되는 양상이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주재 미대사관은 21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 내 모든 미국 공관에서 러시아인에 대한 비(非)이민비자 발급 업무를 23일부터 일제히 중단하고, 다음 달 1일부터 모스크바 대사관에서만 해당 업무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측의 조치가 유지되는 한 모스크바를 제외한 다른 지역 미국 외교 공관에서 비자 발급 업무가 무기한 중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주장은 한마디로 러시아가 자국 외교관의 3분의 2인 755명을 감축했으니 비자를 발급할 인력이 없다는 뜻이다. 비이민비자는 공무 사업 출장 치료 관광 투자 연수 등 영주권 취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자를 말한다. 지난해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예카테린부르크에 있는 미국 공관들은 18만2958건의 비이민비자를 발급했고, 모스크바에선 13만6665건을 발급했다. 하지만 앞으로 모스크바에 사는 러시아인이 미국 비자를 받으려면 최소 6개월을 기다려야 하며, 그 외 지역 주민의 미국 여행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같은 날 “미국의 비자정책은 러시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러시아 측은 동등한 조치로 미국 공민을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신임 주미 러시아대사에 대미 강경매파인 아나톨리 안토노프 외교차관을 임명했다. 미국과는 당분간 화해 모드로 지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영국 프랑스 독일 서유럽 중심으로 터지던 이슬람 급진주의자 테러가 지난주 스페인과 핀란드에서도 터지면서 유럽에서 더 이상 테러 청정지대는 사라졌다. 14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넘는 부상자를 낸 1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는 발생 초기만 해도 외로운 늑대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6개월 넘게 치밀하게 대규모 자살 폭탄 공격을 준비해온 테러 조직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2명으로 구성된 조직원이 머물던 바르셀로나 외곽 알카나르에서는 가스통 120개가 발견됐다. 이들은 이 가스통들을 렌터카 세 대에 실어 자살 차량 폭탄 테러를 계획했지만 17일 뜻밖에 폭탄이 터지면서 차량 공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경찰이 밝혔다. 스페인의 후안 이그나시오 소이도 내무장관은 19일 “바르셀로나 테러 뒤에 있던 조직은 완벽하게 해체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경찰이 파악한 조직원 12명 중 사살된 5명, 체포된 4명을 제외하고 3명은 아직 잡지 못했다. 특히 바르셀로나 테러 당시 흰색 밴을 운전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로코 출신인 유네스 아부야쿱(22)의 행방도 오리무중이다. 스페인과 국제사회를 더욱 충격으로 몰아넣은 건 청정지대로 믿어 온 카탈루냐 지방이 사실은 10년 넘게 지하디스트들의 허브 역할을 해 온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과 파리에서 테러가 잇달아 터지며 안전한 스페인으로 가자는 인식이 퍼져 올해 1∼5월 관광객 2800만 명이 몰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가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할 태세였다. 카탈루냐 지방에 있는 바르셀로나는 지난해 32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 지방정부에서 올해 1월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킬 정도였다. 그러나 2013∼2016년 스페인 전역에서 체포된 이슬람 근본주의자인 살라피스트와 지하디스트 178명 중 4분의 1이 16∼18일 3건의 테러가 연달아 터진 카탈루냐 지방 출신이다. 이미 2001년 9·11테러 두 달 전 마지막 모의를 했던 장소가 18일 2차 차량 테러가 발생했던 캄브릴스였다. 카탈루냐 지방이 지하디스트 집결지가 된 건 무슬림 이민자가 많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무슬림 인구 규모는 약 51만 명으로 스페인의 4분의 1 규모다. 세비야 파블로데올라비데대의 지하디즘 전문가 마누엘 토레스는 “살라피스트 운동의 중심인 카탈루냐 지방에는 원리주의를 강조하고 스페인의 가치와 법, 질서를 부정하는 강연을 하는 모스크와 센터가 많다”고 전했다. 카탈루냐 항구 도시 타라고나 주변은 유럽에서 살라피스트 모스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추적하고 있는 용의자 중에는 이 지역 이슬람 성직자(이맘)도 포함돼 있다. 유럽의 주요 테러는 무슬림 집결지에서 주로 일어났다. 지난해 3월 브뤼셀 공항 테러 용의자가 머문 곳은 브뤼셀 근교 몰렌베이크, 2015년 11월 바타클랑 테러는 파리 근교 생드니가 집결지였다. 두 도시는 무슬림 인구가 3분의 1을 넘는다. 스페인의 싱크탱크 레알 인스티투토 엘카노의 국제 테러리즘 시니어 디렉터 카롤라 가르시아는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지하디즘이 주로 출현하는데 가장 영향을 쉽게 받는 이들은 무슬림 국가로부터 온 이민 2, 3세대”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프랑스인이나 스페인인으로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모나 조부모의 나라를 가깝게 느끼는 것도 아닌 정체성의 위기를 겪으면서 지하디스트의 메시지는 매우 강력한 힘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실제 신원이 밝혀진 바르셀로나 테러 가담 용의자 9명 중 10대가 2명, 20대 6명, 30대 1명으로 대부분 모로코 출신 이민자 2, 3세였다. 특히 이슬람국가(IS)는 최근 들어 중동의 주요 거점인 이라크 모술과 시리아 락까에서 수세에 몰리자 유럽을 향해 더욱 적극적인 테러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에서 세력이 약해진 IS가 북아프리카를 거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 용의자 12명 중 6명이 북아프리카 모로코 출신이고, 핀란드 남부 도시 투르쿠에서 18일 발생한 흉기 난동 테러 용의자 역시 모로코 난민이었다. 영국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서버는 20일 “중동의 전장에 있던 모로코 출신 IS 전사 300여 명이 본국으로 돌아와 유럽을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북아프리카가 유럽 공격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S는 테러 공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여성과 아이를 공격하는 잔혹함도 드러내고 있다. 핀란드 경찰은 18일 흉기 테러는 여성을 겨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피해자의 나이는 15세부터 67세까지 다양했으나 부상자 8명 중 6명이 여성이었고, 사망자 2명도 모두 여성이었다. 바르셀로나 테러에는 어린이 피해자도 많았는데, 호주 7세 아이가 아직도 행방불명이어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편 IS는 선전매체인 아마끄통신을 통해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19일 벌어진 흉기 공격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베리아 도시 수르구트 거리에서 괴한이 흉기를 휘둘러 8명이 다쳤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레바논 형법 522조. “만약 성폭행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유효한 결혼 계약이 성립되면 기소가 중지된다. 이미 판결이 났을 경우에는 처벌의 집행이 정지된다.” 자신을 강간한 범죄자와 결혼하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실제 중동의 많은 국가에선 “가문의 명예를 지키는 방식”이라며 피해자에게 강간범과 결혼할 것을 강요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모로코 소녀 아미나 필라리 양은 15세 때 길거리에서 납치돼 성폭행당했다. 하지만 부모와 법원 관계자는 강간범과 결혼할 것을 그녀에게 강요했다. 강제 결혼 후 5개월 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그녀는 결국 쥐약을 삼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형법 개정 운동이 거세게 일면서 2년 뒤인 2014년 모로코는 강간범 면책 조항을 폐지했다. 16일 레바논 의회도 일명 ‘강간범과 결혼하라’ 법으로 불리는 형법 522조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시행된 지 거의 70년 만이었다. 이날 법안 폐지가 확정되자 레바논 여성 인권단체 아바드 설립자인 기다 아나니 씨는 “기존의 사고방식과 전통을 깨는 첫걸음”이라며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근 중동에서는 유사한 법률 개정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레바논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튀니지가, 이달 1일에는 요르단이 강간범 면책 조항을 삭제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관련 법 개정 요구에도 리비아, 바레인, 시리아, 알제리, 이라크, 쿠웨이트, 팔레스타인 등은 여전히 피해자와 결혼하는 강간범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그간 중동 지역에서 피해자와 결혼하는 강간범에게 면죄부를 줘 왔던 건 ‘명예 살인’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명예 살인을 “가족에게 불명예를 가져다줬다고 생각되는 여성을 남성 구성원들이 죽이는 행위”로 규정한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5000명이 넘는 여성이 명예 살인으로 희생된다. 요르단에서는 1998년 형부에게 강간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여동생을 한 남성이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잔인하게도 그는 총으로 여동생의 머리를 겨냥해 총 4발을 쏘았다. 그러나 그가 받은 처벌은 고작 징역 6개월형에 불과했다. 지금도 요르단에서는 매년 20∼30건의 명예 살인이 발생한다. 요르단 최초의 여성 검시관인 이스라 타왈베 씨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족에게 명예 살인을 당하는 것보다 강간범과의 결혼을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며 “강간범 면책 조항이 우리 사회의 현실에 맞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르단 여성들은 살해 위협을 무릅쓰더라도 가족이 아닌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로 했다. 최근 강간범 면책 조항을 폐지한 요르단에서는 명예 살인을 정당화하는 근거 조항인 형법 340조 폐지 운동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등 전 세계에서 여성의 인권이 가장 열악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사우디의 젊은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여성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면서 개혁적인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사우디가 유엔여성지위위원회(CSW)의 4년 임기 13개 위원국 가운데 하나로 처음 선출된 여파도 크다. “여성 차별 국가를 성 평등 위원회에 앉혔다”며 비판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라도 눈에 보이는 변화가 필요했다. 사우디 국왕은 5월 여성이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때 남성 후견인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칙령을 발표했다. 사우디 여성들은 남성 후견인의 허락 없이는 일상적인 외출조차 할 수 없었다. 논란이 됐던 여성 운전 금지도 최근 국왕의 정책자문기구가 운전 허용 쪽으로 돌아섰다. 이와 함께 사우디 법무부는 이달 들어 △미성년자 결혼 승인 절차 강화 △이혼 여성 지원 △여성의 양육권 보호 △여성 법대 졸업생 지원 등 4개 법안을 잇따라 통과시켰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성(性)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사우디의 성 격차 지수는 0.583으로 조사 대상 144개국 중 141위다. 레바논(135위)과 요르단(134위), 튀니지(126위)를 포함해 대부분의 중동 국가가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여성 인권을 유린해 온 악법이 폐지되고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가 CSW 위원국이 되면서 중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minwoo@donga.com}

가족과 휴가를 온 케빈 크와스트 씨는 17일 오후 5시경 바르셀로나 명소인 보케리아 시장 근처에서 식사 중이었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흰색 대형 밴이 보행자들을 향해 치닫자 사람들이 시장 쪽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우리도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땅에는 이미 차에 치여 쓰러진 사람이 즐비했다”고 전했다. 흰색 피아트 밴은 카탈루냐광장 지하철역에서부터 차도를 이탈해 서울의 명동거리에 해당하는 람블라 거리(1.2km)를 지그재그로 달리며 보행자를 치었다. 이 밴은 500m를 달려 신문판매대를 들이받고 멈췄다. 목격자 엘렌 베르캄 씨는 “사람들이 차에 치이며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고 테러 순간을 전했다. 피해자 중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독일, 벨기에 등 34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죽거나 다쳤다. 특히 프랑스인 관광객 26명이 다쳤고 11명은 중태다. 이번 테러는 지난해 7월 프랑스 니스 테러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여덟 번째 차량 테러다. 스페인에서는 17, 18일 양일간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반경 약 300km 내에서 세 차례의 테러가 발생했다. 바르셀로나 테러 8시간 후인 18일 오전 1시. 120km 떨어진 해안 관광도시 캄브릴스에서는 아우디 A3 차량이 보행자들에게 돌진해 경찰 1명 등 7명이 다쳤다.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차량이 전복된 뒤 밖으로 나오는 용의자 5명을 사살하고 1명을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몇 차례 폭발이 발생했는데, 용의자 중에는 폭탄 벨트를 착용한 이들도 있어 자살 폭탄 테러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17일 밤 바르셀로나에서 200km 떨어진 알카나르의 한 주택에서는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곳에 폭발 장치가 미리 설치돼 있었던 걸로 보아 테러라고 발표했다. 1차 폭발로 소방 인력과 경찰이 현장을 찾은 가운데 2차 폭발이 발생해 피해가 컸다. 1명이 죽고 16명이 다쳤다. 스페인 경찰은 바르셀로나 테러 용의자 4명을 체포했다. 테러 발생 3시간 뒤 사건 현장에 남겨진 공격 차량 속 서류를 바탕으로 바르셀로나에서 110km 떨어진 리폴에서 모로코 출신 드리스 우카비르(28)를 체포했다. 그는 테러 차량인 밴을 렌트한 당사자로 추정된다. 그러나 본인은 “누군가가 내 서류를 훔친 것으로 테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 명은 모로코 북동부 스페인령 항구인 멜리야 출신의 호세프 유이스 트라페로로 알카나르에서 체포됐다. 그러나 정작 바르셀로나 테러를 일으킨 뒤 뛰어 달아난 운전자는 잡지 못하고 있다. 운전자는 드리스의 남동생인 무사 우카비르라고 스페인 언론이 전했다. 스페인은 2004년 마드리드에서 알카에다 세력이 저지른 통근열차 폭탄 테러로 192명이 사망한 이후 테러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지하디스트는 지중해 인기 관광지에서 테러를 벌이겠다고 계속 경고해 왔다. 이슬람국가(IS)는 바르셀로나 사건 4시간 만에 선전매체인 아마끄통신을 통해 “연합군 국가를 타깃으로 삼아 달라는 요청에 의한 IS 군인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은 IS와의 지상전에 군사고문관을 파견하고 군사시설을 지원하는 등 IS 격퇴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연합군에 동참하고 있다. 경찰이 체포해 구금 중인 스페인 지하디스트 수는 2015년 75명, 지난해 69명에 이어 올해는 벌써 51명에 이를 정도로 늘었다. 최근 스페인은 모로코와 알제리를 통해 유입되는 난민이 크게 늘면서 난민을 위장한 테러리스트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3일까지 지중해를 건너 스페인에 온 난민은 838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76명)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미국에 대한 이란의 반격 수위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직접 미국을 겨냥해 이란에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 핵 협상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핵 도발 위협에 미국의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미국을 압박하면서 내부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발언으로 분석된다.로하니 대통령은 15일 의회 연설에서 미국을 향해 “위협과 제재의 언사로 회귀하려는 이들은 스스로 과거의 망상에 붙잡힌 죄수들”이라며 “그들이 (핵 협상 이전으로) 되돌아가기를 원한다면, 몇 주나 몇 달이 아니라 ‘몇 시간’ 만에 훨씬 더 강력하게 복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핵 협상을 이행하기를 더 원하지만, 그것이 이란에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로하니 대통령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최근 몇 달 새 세계는 미국이 이란과 핵 협상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적인 합의를 반복적으로 파기하고 무시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란 핵 협상은 물론 파리 협약과 쿠바 합의를 깨뜨린 트럼프 행정부는 신뢰할만한 파트너가 아니라고 꼬집은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이 같은 발언에 대해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란이 핵 협상을 빌미로 세계를 인질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서를 통해 미국의 추가 제재는 이란 핵 협상과 관련이 없다며 “이란 핵 협상이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헤일리 대사는 다음 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엔 핵 감시기구와 이란 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이란 의회는 앞서 13일 미사일 개발과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특수부대에 6000억 원의 예산을 추가 배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미국을 자극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은 “이번 결정은 미국의 모험주의와 제재에 맞선 우리의 첫 행동”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또 이란은 최근 무인항공기를 지속적으로 미국 항공모함에 접근시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미국에 대한 이란의 핵 위협은 점증할 전망이다. 이란의 군부와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강경파들이 로하니 2기 내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제 막 새 정부의 조각을 매듭지은 로하니 대통령 입장에서는 초기부터 보수 강경파들과 충돌해 국정 운영 동력을 약화시킬 이유가 없다”며 “당분간 강경 발언을 통해 내부 결집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이란은 ‘미국이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 핵 협상을 파기하겠다는 단서를 달아 미국에 공을 넘겼다. 북한의 도발 국면을 이용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란 핵 협상을 평화와 안보를 위해 이뤄낸 가장 훌륭한 외교적 성과로 보고 있다”며 “핵 협상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한다”고 말했다.카이로=박민우특파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