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에게 더 거세진 ‘죽음의 파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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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배기 알란 쿠르디의 비극 2년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꼬마 알란 쿠르디가 2015년 9월 2일 터키 남서부 해안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지중해의 비극은 현재 진행형이다.

당시 쿠르디 가족은 다른 난민들과 함께 배를 타고 에게해를 건너던 중 보트가 침몰해 알란과 어머니, 형이 숨졌다. 특히 엎드린 채 잠자는 듯한 알란의 싸늘한 주검은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고 유럽 국가들이 난민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

캐나다에 정착한 알란의 고모 티마 쿠르디는 2일 터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알란의 모습에 함께 울고 누구나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지만 그 후 2년간 상황이 비극적으로 전개됐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사람들은 테러 공포에 질려 난민도, 이주민도, 무슬림도 원치 않는다고 말하거나 난민 문제를 외면한다”며 “말만 하지 말고 난민을 만드는 근본 원인인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티마의 말대로 난민들은 여전히 위험에 처해 있다. 세계 난민의 날을 하루 앞둔 6월 19일 리비아 해안에서 고무보트가 침몰해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 126명이 숨졌다.

지난달 9일과 10일에는 예멘 앞바다에서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난민 53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3일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할 확률은 올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한 난민은 총 30만4009명, 도중에 사망한 난민은 3602명으로 사망 확률은 1.2%였다. 그러나 올해는 도착 11만9069명, 사망 2410명으로 집계돼 사망 확률이 2%로 상승했다.

올해 유럽이 난민 단속을 강화하면서 난민들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난민들은 지중해를 건너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브로커들에게 쥐여 줘야 하고, 해양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더 위험한 항로를 이용해야 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브로커들이 난민들을 망망대해에 남겨둔 채 달아나거나 바다에 수장시켜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강력한 단속으로 최근 지중해 난민 사망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9일 이후 이달 3일까지 25일간 사망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올해 8월 지중해 난민 사망자는 19명으로 2015년(689명)과 2016년(62명)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그러나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비아를 통해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루트가 크게 위축됐을 뿐 지브롤터 해협을 이용하는 모로코∼스페인 루트는 오히려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중해 난민의 규모가 커지고 브로커들의 횡포가 심해지면 희생자들의 수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난민#알란 쿠르디#시리아#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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