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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어선 단속정이 8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갔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6분경 백령도 동족 해상에서 중국 어선 단속정 한 척이 NLL을 1노티컬 마일(약 1.8㎞)을 침범했다. 우리 군 고속정은 이 배를 북한의 단속정으로 판단하고 경고방송 6회 뒤에 10발의 경고사격을 했다. 이 배는 오후 3시 8분경 백령도 서해상으로 돌아갔다. 군은 이 배가 퇴각하는 과정에서 북한 단속정이 아닌 중국 어선단이 자체적으로 만든 단속정으로 결론 내렸다. 중국 단속정이 NLL을 침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NLL 지역에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돈 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조남풍 재향군인회장(77·육사 18기)이 구속된 뒤 향군 조직 내부에서도 조 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향군의 13개 시도 회장 등으로 구성된 ‘재향군인회 정상화모임’은 7일 “이사회를 소집해 조 회장 퇴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부회장단과 사무총장에게 어떤 뜻을 갖고 있는지 명확한 의견을 물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향군정상화모임은 8일 서울 성동구 향군 본부에서 이사회를 열어 부회장단과 사무총장이 조 회장 퇴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이들의 퇴진도 함께 요구할 방침이다. 향군정상화모임은 “구속된 조 회장이 대법원의 최종 판결 때까지 옥중 결재를 추진하는 등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조 회장의 강제 퇴진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대의원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향군인회법에 따르면 회장의 해임은 향군 최고 의결기관인 총회를 통해 가능하다. 총회를 열기 위해선 대의원 3분의 1 이상의 소집 요청이 있어야 한다. 향군정상화모임 관계자는 “현재 380여 명의 대의원 중 3분의 1이 넘는 13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총회에서 해임을 의결할 수 있게 전체 절반이 넘는 대의원의 서명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군 총회 의결은 정관 변경을 제외하면 재적 과반 출석에 출석 과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올 4월에 당선된 조 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돈 봉투를 돌리고 향군의 수익사업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조 회장을 5억 원대의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조 회장 구속 후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직접 부회장단 등을 만나 “향군 스스로 정상화하기 위한 신속한 조치를 취해 달라”며 조 회장 사퇴를 촉구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북한의 장사정포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스텔스 무인항공기(UAV) 개발이 추진된다. 6일 국방부에 따르면 ‘체공형 스텔스 무인기 전술 타격 체계’를 포함한 31개 연구과제가 창조국방 과제로 선정됐다. 이들 과제는 내년까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체공형 스텔스 무인기는 기본적으로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유선형 모양에 레이더 전파를 흡수할 수 있는 도료를 발라 제작한다. 이 무인기는 북한 대공포 무기의 사거리보다 높은 고도에 머물면서 갱도 등에 숨어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를 탐지할 수 있다. 타격은 직접 무인기로 자폭하거나 여러 개의 자탄(子彈)으로 분리되는 모탄(母彈)을 발사하는 방식이다. 이 탄은 내부에 음향·적외선 센서가 있어 자체적으로 목표물을 찾아가는 유도무기로 개발된다. 군 당국은 내년까지 기본 개념을 세우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구체적인 응용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본 개념 연구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맡으며 3억8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북한의 장사정포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스텔스 무인항공기(UAV) 개발이 추진된다. 6일 국방부에 따르면 ‘체공형 스텔스 무인기 전술 타격체계’를 포함한 31개 연구과제가 창조국방 과제로 선정됐다. 이들 과제는 내년까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체공형 스텔스 무인기는 기본적으로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유선형 모양에 레이더 전파를 흡수할 수 있는 도료를 발라 제작한다. 이 무인기는 북한 대공포 무기의 사거리보다 높은 고도에 머물면서 갱도 등에 숨어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를 탐지할 수 있다. 타격은 직접 무인기로 자폭하거나 여러 개의 자탄(子彈)으로 분리되는 모탄(母彈)을 발사하는 방식이다. 이 탄은 내부에 음향·적외선 센서가 있어 자체적으로 목표물을 찾아가는 유도무기로 개발된다. 군 당국은 내년까지 기본 개념을 세우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구체적인 응용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본 개념 연구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맡으며 3억8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무인기를 활용해 아군의 군사시설을 경계하는 체계도 이번 31개 과제에 포함됐다. 고성능 영상 카메라가 달린 무인기가 24시간 떠 있으면서 지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수상한 사람 등의 접근을 사전에 막는 방식이다. 군 당국은 무인기 감시체계 개발을 내년까지 마치면 산업자원부와 협의해 조기 전력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 내년 나라의 예산이 누더기로 전락한 것은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은 무 자르듯 과감히 삭감하면서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은 부지런히 챙겼기 때문이다. 주요 법안 처리와 관련해 국회에 목줄이 잡힌 정부는 많은 ‘정치성 사업’들을 슬그머니 수용했다. 이 때문에 대북 정찰위성 사업 등 국방 관련 예산이 직격탄을 맞았고 선심성 사업 예산이 대거 반영됐다. 》○ 예산안 삭감 ‘속전속결’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들은 국회가 정부 예산안을 자르고 늘리는 과정을 ‘표 안 나게 치고받는 작업’이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올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386조7000억 원과 국회가 통과시킨 386조4000억 원은 국민이 보기에 큰 차가 없어 보이지만 물밑에서 사업을 빼고, 끼워 넣는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이번 예산안 심의에서도 이런 과정이 반복됐다. 3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 예산안을 쳐 내기 위해 국채 이자 상환 자금에 적용하는 기준금리를 내리는 방식을 자주 써 왔다. 올해도 당초 3.5%였던 이자율을 2.8%로 내렸다. 정치권은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를 고려해 이자 상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배정된 예산만으로 메울 수 없는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야당의 반대로 정부안이 크게 줄어들기도 한다.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 사업 중 비무장지대(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은 원래 정부안에 324억 원이 배정돼 있었지만 야당의 반대로 300억 원으로 삭감됐다. 대북 정찰위성 사업은 당초 국방부가 643억 원을 요구했지만 20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 사업은 우리 군이 2020년대 중반 구축을 목표로 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킬체인(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사전에 탐지해 선제 타격하는 체계)의 핵심이라 향후 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런 정치권의 삭감 요구에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예산 삭감은 국회의 권한”이라며 “삭감된 예산에 대해 재심의를 요구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 보통은 그대로 내버려 둔다”고 말했다.○ 정치적 나눠 먹기에 누더기가 된 예산 정부 예산안의 삭감으로 확보된 재원은 정치권 실세들의 지역구로 속속 배분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과 서병수 부산시장 등 여권 핵심 인사가 포진한 부산권 예산이 대폭 늘었다. ‘명지 독일 캠퍼스’ 조성 사업(25억 원)을 비롯해 부산 글로벌웹툰센터 구축(15억 원), 부산신항 개발 어업 피해 보상비 300억 원 등은 당초 정부안에는 없었지만 국회를 통과하며 새로 반영됐다.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소방안전박람회 예산은 당초 2억1900만 원에서 1억1000만 원이 증액됐다. 예산 시즌을 거치면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사업 타당성 조사는 급증했다. 백령도공항, 새만금공항 등 공항 사업뿐 아니라 경북 상주시 뽕 생산건강산업단지, 전북 익산시 3D프린팅 소재 기술 지원 파일럿센터 등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시작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산안에 지역 사업을 새로 올리려는 시도가 늘어난 것이다. 전국의 각종 사찰, 공원, 축제 관련 사업 예산도 예산안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충남 공주시 마곡사 전통문화체험관 건립에 9억 원을 비롯해 경남 진주시 청곡사, 전북 장수군 성관사, 충북 청주시 화림사, 경북 안동시 선찰사 등의 보수 정비에 각각 2억 원이 새로 반영됐다. 막판 ‘쪽지 예산’의 영향으로 전국 각지에는 각종 ‘센터’와 ‘타운’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대구 패션창조거리(25억 원) △충북 오송시 임상시험센터(8억3000만 원) △전남대 마이크로 의료로봇센터(70억7900만 원) △대전 디자인센터(50억 원) △대구 한방의료체험타운(10억 원) △부산 영도구 해양낚시복합타운(1억 원) 등의 예산이 증액됐다. 0∼2세 보육료의 경우 당초 정부안은 동결이었지만 당정협의를 통해 3% 인상으로 바뀌었다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3%포인트가 추가돼 총 6%가 증액됐다. 이기일 복지부 보육정책국장은 “보육 교사들이 요구했던 바가 상당 수준 수용된 것”이라고 밝혔다.황인찬 hic@donga.com·정성택·백연상 기자}

“다리가 없는 상태에서 깨어났습니다. 암담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잘 걷고 뛸 수 있어서 기쁘기 그지없네요. 행복합니다.” 2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중앙보훈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마친 김정원 하사(23)의 표정은 밝았다. 8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을 나가다 북한군이 묻어놓은 목함지뢰에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잃은 그는 56일 동안 재활치료를 받고 이날 퇴원했다. 김 하사는 “그동안 걷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며 “비록 수색대대에서 (원래 하던) 임무는 못 하더라도 군에서 내 능력을 크게 쓰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의족을 착용한 김 하사는 이날 전투복 차림으로 병원 2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거동이 괜찮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하사는 좌우로 뛰어다니기도 하고 수십 cm 높이로 점프를 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병원 관계자 50여 명은 박수를 보냈다. 치료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물었다. 그는 “자신과의 싸움, 그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하사는 병원에서 엉덩관절(고관절) 근력운동을 포함한 재활운동과 함께 화상 부위에 이식한 피부의 통증완화 치료를 받았다. 하우송 중앙보훈병원장은 “다리 및 피부 등 외적인 부분과 함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진료했다”며 “가능한 한 조기에 일상생활 및 현역에 복귀할 수 있도록 맞춤형 재활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건물 밖으로 나서려던 김 하사는 류건상 보장구센터장을 보더니 힘껏 껴안았다. 류 센터장은 김 하사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의족을 쓸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류 센터장은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하사는 “2개월 가까이 정성 어린 치료를 받으며 다친 몸도 치료했고, 마음도 치료받고 퇴원한다”며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하사는 앞으로 국군수도병원에서 본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추가 치료를 받는다. 황일웅 국군의무사령관(준장)은 “치료가 다 끝나면 부대로 복귀하겠다는 김 하사의 뜻을 최대한 반영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의무사령부 관계자는 “중앙보훈병원에 입원한 하재헌 하사(21)는 현재 실내 보행과 계단 보행 등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며 “12월 말까지 집중 치료를 받은 뒤 퇴원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하사와 하 하사는 내년 11월 중사로 진급할 예정이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해군 제주방어사령부가 1일 해병대 9여단으로 재편됐다. 해병대는 내년 초 제주해군기지 완공에 맞춰 이날 구 제주방어사령부 연병장에서 9여단 창설식을 열었다. 초대 여단장에는 구 제주방어사령관 김승호 준장(해사 41기)이 취임했다. 해병 9여단의 가장 큰 특징은 포항 해병대에 있던 대대 규모의 신속기동군을 상시 배치한다는 점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신속기동군을 통해 적의 침투나 테러 등 유사시에 즉각 대응하고 재난재해 상황에도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다”며 “신형 제독차를 활용해 화학 테러에 대비할 화생방 신속대응팀도 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도에 해병대 지휘 부대가 창설되는 것은 해병이 주둔한 1949년 이후 66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제주방어사령부는 해군 지휘 아래 해병과 해군이 함께 편성돼 있었다. 해병 9여단은 해병 1000여 명 규모로 제주방어사령부와 비슷한 규모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북한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온 ‘화전양면(和戰兩面·화합을 꾀하면서 전쟁을 준비한다는 뜻)’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한 정황이 포착된 28일은 남북이 26일 밤 12시 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한 지 48시간도 안 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SLBM 발사는 유엔이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 행위다. 다음 달 11일 남북 차관급 당국 간 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북한이 또다시 우리의 대응을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北매체, 5월과 달리 관련보도 안해 군 당국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이번 SLBM 사출시험을 참관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북한 노동신문은 27일 김정은이 강원 원산의 구두공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신포급(2000t급) 잠수함이 있는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와 원산은 하루 만에 오갈 수 있는 거리다. 북한 매체들은 29일까지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5월 발사 당시 대대적 보도를 한 것과 달리 이번엔 실패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르면 2~3년 안에 SLBM을 전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비대칭 전력인 SLBM 실전 배치에 성공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더 은밀한 방법으로 한반도 등을 기습 타격할 수 있는 발사 수단을 갖추게 된다. 북한은 앞으로도 SLBM을 잠수함 내 발사관에서 무사히 내보내는 사출시험을 수십 차례 계속할 것으로 군 당국은 전망했다. 5월 북한이 SLBM 사출시험에 처음 성공했을 때 ‘북극성-1’이라고 적힌 모의 탄도탄은 신포 앞바다 수중에 있던 잠수함의 수직발사관에서 나와 수백 m를 날아갔다. 북한은 28일 전보다 거리와 발사각 등에서 진전된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개발 중인 SLBM 발사 방식은 보호캡슐이 물 밖으로 나온 뒤 깨지면서 탄두가 점화되는 ‘콜드 론칭(Cold Launching)’이다. 적의 레이더 포착을 피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작은 잠수함에서도 발사할 수 있어 위협적이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하면 발사관이 1개밖에 없는 현재의 신포급 잠수함보다 크고 발사관을 3개 설치할 수 있는 3000t급 이상의 잠수함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北 당국 회담 합의 직후 안보리 결의 위반 한국과 미국은 5월 북한의 SLBM 발사 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은 다음 달 열리는 당국 간 회담과 관련해 “남북 대화를 하고 싶으면 SLBM 발사를 문제 삼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대화의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측은 26일 남북 실무접촉에서 남측의 대북 대결 태도 때문에 남북 관계 개선이 안 된다면서 공동보도문에 ‘남북 대화 분위기 조성’ 항목을 넣자고 주장했다. SLBM 발사 비판도 “남북 관계 개선을 저촉하는 대결적 언행”으로 몰아붙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29일 SLBM 발사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5월 발사 때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해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안정을 저해하는 심각한 도전”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단호하게 응징하라”고 지시한 것과는 사뭇 다른 대응이다. 대화 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남북 대화를 안 할 수 없지만 비판은 해야 하는 한국과 대화와 상관없이 무력 증강을 계속하겠다는 북한을 둘러싼 복잡한 변수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한 수중 사출 실험을 위해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실시한 이후 반년이 채 안 돼 실시한 두 번째 시험발사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28일 오후 동해상에서 SLBM의 수중 시험 발사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군 당국은 동해상에서 SLBM 탄두를 보호하기 위해 겉에 씌웠던 캡슐 형태의 보호막 파편을 찾아냈다. 군 당국자는 29일 “파편은 발견됐지만 레이더 등을 통해 분석한 영상에서도 미사일 발사체가 날아간 궤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번 시험 발사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험 발사에 동원된 잠수함은 5월 첫 SLBM의 사출 시험 성공 때 사용한 신포급 잠수함(2000t급)으로 추정된다. 파편이 발견된 지역은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인근 해역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달 1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강원 원산 앞 동해상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추가 SLBM 시험 발사를 포함해 다른 미사일 도발 등에 대비해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는 5월 1차 시험 발사 때와 달리 관련 사실을 전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기술 이전 논란이 뜨거운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에 대한 국회의 감사원 감사 요구 여부를 놓고 여야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야당은 “기술 이전 협상이 불투명하다”며 감사를 촉구하고 나섰으나 여당은 “아직도 협상이 진행 중인데 감사원 감사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25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도 KFX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 여부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이 팽팽히 맞섰다. 국방위 의결이 된다고 해도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해야 되기 때문에 사실상 감사 요구안 가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여당 의원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어 국방위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감사보다는 ‘사업리스크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사업 진행 과정을 점검하자는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감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실제 감사원 감사로 불똥이 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25일 국방위 회의 도중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감사 개시는 위법사항이 확실할 때 실시함. 위법사항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곤란함’이라는 내용의 메모를 건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KFX 사업 관련 대면보고를 거쳐 일단 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준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추가 협상이 문제다. KFX의 핵심기술 4개에 이어 나머지 21개 기술의 이전 협상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측이 기술 이전에 난색을 표할 경우 KFX 사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지면 감사원 감사 압력도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방위사업청이 지난달 2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에 대한 대면보고를 할 때도 주요 21개 기술의 이전은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대면보고 때 21개 기술에 대해 어떻게 보고했나”라고 질문하자 장명진 방사청장은 “(기술 이전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미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은 18일 방사청과 21개 기술 이전 협상을 하면서 KFX를 쌍발엔진 대신에 단발엔진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이 “21개 기술에 대해 록히드마틴 측이 또 시비를 걸 수도 있다는 것이냐”고 질의하자 장 청장은 “계약상으로는 그렇다”고 말했다. 방사청이 장담했던 21개 기술 이전을 미국 측이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진 의원이 “결국 대통령에게 허위 보고를 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장 청장은 “아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방사청은 9, 10월 국정감사에서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장비통합 기술은 유럽 업체 등을 통해 이전이 가능하고 개별 장비는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면서 21개 기술 이전에 문제가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박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는 얘기다. 결국 박 대통령은 부실한 보고를 토대로 KFX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당부한 셈이 된다. 정부 소식통은 “아직 21개 기술에 대한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지만 최종적으로 주요 기술들의 이전이 무산되면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의 거취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절충교역 형식으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21개 기술을 이전받는 데 관건은 미국 국무부의 승인여부이다. 방위사업청은 30일 진양현 방사청 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실무협의단을 미국에 보내 계속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쉽게 결론 내기 어려워 보인다. 미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이 18일 서울에서 방사청과 21개 항목의 기술 이전에 대한 협의에서 보인 태도에서도 이런 기류가 감지된다. 방사청은 아직 21개 기술에 대한 이전 논의가 시작 단계여서 어떤 결론도 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논의가 길어질수록 10년 안에 개발을 끝내야 하는 갈 길 바쁜 KFX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술 이전 결정은 록히드마틴이 계약한 21개 기술에 대해 미 정부의 수출 승인(EL)이 가능한지 문의하고 미 국무부가 허가하면 이전해 주는 방식이다. 방사청은 그동안 “미국이 이전을 거부하면 다른 기술로 대체하거나 이행보증금을 몰수할 것”이라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이전이 거부된다고 해서 당장 KFX 개발이 무산되는 건 아니지만 약 18조1000억 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국방사업은 주먹구구식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절충교역을 통해 이전받는 것이 불가능하면 기술 이전에 대한 본계약을 다시 체결해 다른 국가로부터 이전받거나 해당 장비 및 기술을 미국에서 사서 적용해야 한다. 그만큼 추가 비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KFX 우선협상대상자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사외이사들이 19일 이사회를 소집해 KFX 개발사업 투자금 회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KAI 측에 요구한 것도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산은은 KAI 주식의 26.75%를 보유하고 있다. 산은은 KAI가 이 사업으로 매년 3000억∼4000억 원가량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KAI 측이 이사회에 제시한 투자금 회수 방안을 포함한 미국과의 계약서는 기대치의 70%에도 미치지 못해 다음 달 이사회에 보완하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특히 사외이사들의 문제 제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KFX 기술 이전 문제가 불거진 이유는 방사청이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을 지나치게 쉽게 생각하고 성과를 과대 포장했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미 정부가 거부 방침을 (공식적으로) 통보하지 않았다. 미 측은 KFX 사업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기술 이전 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정성택 neone@donga.com·김준일 기자}
미국이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에 필요한 핵심 기술 4개 이외에 나머지 21개 기술 중 일부 주요 기술도 이전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해 온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미국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18일 서울에서 방위사업청과 21개 항목 기술 이전에 대한 첫 실무협의를 진행하면서 이 같은 기류를 전달했다고 한다. 미국 측은 쌍발엔진 및 스텔스 형상 관련 등 주요 기술을 이전 거부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당초 21개 기술은 지난해 9월 록히드마틴의 스텔스 전투기 F-35A를 공군의 차기 전투기로 결정하면서 절충교역(무기를 사는 대가로 받는 기술 이전 등을 말함)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설명해 왔다. 미국이 4월에 이전을 거부한 4개 기술은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이 필요한 것이지만 21개 기술 이전은 합의된 것이라던 방사청의 설명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KFX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사외이사들은 KFX 사업 투자금 회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KAI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21개 품목에 대해 수출 승인이 났는데 4개 품목(핵심 기술)에 대해서는 승인이 안 됐다는 사실을 6월 청와대 국방비서관과 토의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21개 기술 중 일부라도 이전을 거부하면 2025년 KFX 개발 완료 일정이 늦춰져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5주년인 23일 해병대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백령도와 연평도 등 우리 측 서북도서 해역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약 40분 동안 K-9 자주포 300여 발을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쐈다. 전날 ‘응징보복’을 거론하며 위협했던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없었다. 군 관계자는 “해상사격훈련은 통상적인 연례 훈련”이라며 “북한군이 도발하면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 5주년을 맞는 상징성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날 훈련에는 K-9 자주포뿐만 아니라 사거리 23∼36km인 130mm 다연장로켓 ‘구룡’과 사거리 25km인 ‘스파이크 미사일’도 동원할 예정이었지만 기상여건이 나빠 사거리 40km인 K-9 자주포만 동원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도발 5주년 행사’에 취임 이후 처음으로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우리 영토와 국민의 생명을 지켜낸 연평부대 장병 모두가 국민들의 영웅”이라며 “앞으로도 완벽한 군사대비 태세를 확립해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흔들림 없이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철통같은 안보태세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고, 올바른 남북관계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토대”라고도 했다. 행사에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도 “정부와 군은 어떤 경우에도 우리 국민의 안전과 평화가 위협받지 않도록 강력한 방위역량을 갖춰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연평도 부근 방어력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군은 최근 우리 군에 서북도서 지역을 포함한 주요 지역에 다연장로켓 전력 증강을 강조했다고 한다. 주한미군은 내년부터 주둔 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더라도 다연장로켓 전력을 운용하는 제2보병사단 210화력여단은 전방인 경기 동두천에서 빼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다연장로켓은 여러 개의 발사관이 하나의 포대를 구성하기 때문에 한 번의 공격으로 넓은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2014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5500여 문의 방사포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300mm 방사포를 처음 공개했다. 군 당국의 파악하고 있는 북한 300mm 방사포의 사거리는 140여 km로 천무의 사거리(80km)보다 약 1.8배 길다. 우리 군의 다연장로켓은 200여 문으로 북한 방사포 전력의 3.6% 수준. 그나마 우리 군의 차세대 다연장로켓 ‘천무’는 올해 하반기 들어서 전방지역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서북도서엔 내년에야 배치가 시작된다. 연평도 포격 5년이 지났지만 군의 전력 증강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재임 중 문민화 개혁은 전광석화 같았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한 언론에서 “우회로를 택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쳐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군부에 대한 무혈혁명’ 하나회 숙청 “모두 깜짝 놀랬재(‘놀랐지’의 경상도 사투리).” 1993년 3월 9일 YS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이렇게 말했다. 전날 하나회 핵심이던 김진영 육군참모총장과 서완수 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한 뒤였다. ‘하나회 척결’의 서막이었다. 하나회는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주축으로 한 육사 11, 12기 출신들의 군 사조직이었다. 이들은 주요 군 보직을 장악하고 있었다. ‘문민 대통령’이라는 기치를 내세운 YS로서는 하나회를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군을 장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후 한 달도 안 돼 수도방위사령관과 특전사령관을 전역시키고 1·3군사령관과 2작전사령관, 군단장과 사단장에 이르기까지 하나회 장성들의 옷을 벗겼다. 하나회 척결은 1995년 하나회 수장 격이던 전·노 두 인사의 ‘반란죄’ 처벌로 이어졌다. YS는 이후 “내가 하나회를 해체하지 않았다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군 개혁으로 평화적 정권교체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역사를 바꾼 명예혁명’ 공직자 재산공개 YS는 1993년 2월 27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정치자금은 주지도 받지도 않겠다”고 선언하며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전격 공개했다. 당시 재산은 17억7822만6070원이었다. YS는 “우리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먼저 고통을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역사를 바꾸는 명예혁명”이라며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를 추진했다. 이후 한 달여 동안 여론에 밀린 국회의원, 차관급 이상 고위공무원, 군 장성, 판검사 등이 줄줄이 재산을 공개했다. 김재순 전 국회의장과 박준규 당시 국회의장이 부정축재 의혹에 휩싸여 결국 정계를 은퇴했다. 김 전 의장은 유명한 ‘토사구팽(兎死狗烹·토끼를 잡은 사냥개도 쓸모가 없어져 잡아먹는다는 뜻)’이란 말을 남겼다. 또 YS 자신이 임명한 초대 내각의 일부 장차관, 정치인, 고위 법조인도 부동산 투기 정황이 드러나 사퇴하거나 당을 떠나야 했다. 그해 5월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돼 정무직 및 1급 이상 공직자의 재산을 관보에 공개하고 이를 거부하거나 허위 등록하면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 ‘교육시스템 지각변동’ 5·31 교육개혁 YS는 1995년 5·31 교육개혁으로 교육시스템 수술에 나섰다. 개혁의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현재 초중고교 시스템과 대학 구조의 근본 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YS는 앞선 1994년 2월 5일 대통령직속 교육개혁위원회를 만들었다. 세계화, 정보화 시대 전환에 대비하고, 당시 교육 병폐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한 것. 3대 과제로 교육재정 확충, 대학 경쟁력 강화, 사학의 자율성과 책임 제고를 설정했다. 대학 설립과 정원, 학사 운영에 자율성이 확대됐고 대학 평가와 정부 재정지원 연계도 시작됐다. 학점은행제, 전문대학원 도입도 이뤄졌다. 전국에 의대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20년이 흐른 지금 평가는 엇갈린다. 공급자 중심의 교육시스템을 학생과 학부모 중심으로 바꾸고, 학교 간 경쟁을 통해 대학과 초중고교 경쟁력이 향상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현재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고교 서열화, 일반고 황폐화, 부실 지방대 난립 등의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날치기 처리 오점’ 노동관계법 YS가 정리해고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한 노동관계법을 1996년 12월 26일 새벽 날치기 처리했다. 이날 오전 5시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 의원 154명은 미리 준비해 둔 버스를 타고 국회 본회의장에 몰래 모였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노동 관련 법률과 안기부법 등 11개 법안을 7분 만에 단독으로 처리했다. 당시 경제위기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로 대응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날치기에 대한 반발은 거셌다. “야당이 노동개혁을 가로막았다”던 정부 여당은 “노동법을 재개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여야는 정리해고 도입을 2년 뒤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후폭풍이 거세 당시 여당은 1997년 대선에서 패했다. 당시 여당 소속이면서도 법안 처리에 반대했던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훗날 “YS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었다”고 평가했다.정성택 neone@donga.com·이은택·유성열 기자}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 명칭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國家葬)’으로 결정됐다. 장례위원장은 황교안 국무총리, 장례집행위원장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맡는다. 정재근 행자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실무추진단이 구성돼 영결식과 안장식 준비, 분향소 설치 지원 등의 업무를 맡는다. 김 전 대통령의 국립서울현충원 묘소는 장군 제3묘역의 우측 능선에 마련하기로 유족 측과 협의됐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의 묘소 크기는 264m²(약 80평)로 조성된다. 정부는 “앞으로 구성될 장례위원회를 중심으로 유족 측과 긴밀히 협의해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장이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장 도입은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국장(國葬)과 국민장(國民葬)을 놓고 벌어진 논란이 계기가 됐다. 전직 대통령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른 전례가 없었던 탓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1년 두 방식을 통합해 국가장을 만들었다. 국가장은 장례 기간이 5일로 국장(9일) 국민장(7일)보다 짧고 정부가 장례비용을 지원한다. 조문객 식사와 노제 삼우제 49재 등의 비용은 제외된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국장이 치러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국장이 진행됐다. 당시 장례 기간은 6일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최규하 전 대통령은 국민장, 이승만 전 대통령과 윤보선 전 대통령은 가족장으로 진행됐다. 기독교 신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는 기독교 방식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김혜영 행자부 의정관은 “유족들이 기독교 장례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족들의 뜻을 받들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국가장 기간에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는 조기가 게양된다. 또 재외공관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분향소가 운영된다. 서울시는 23일 정오부터 서울광장에 야외 분향소를 차리고 시민의 조문을 받을 계획이다. 부산시는 시청 1층 로비와 부산역 광장에, 인천시는 시청 2층 대회의실에, 광주시는 청사 1층 시민 숲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경기도는 도청 신관 4층에, 전남도는 도청 1층 윤선도홀에, 충남도는 도청 1층 로비에, 충북도는 도청 대회의실에, 강원도는 도청 별관 4층 회의실에 분향소를 마련했다.황인찬 hic@donga.com·정성택 기자·전국 종합}
국방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5주년(23일)을 맞아 공식 명칭을 포격 ‘도발’에서 ‘포격전’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김민석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아직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연평도 포격전으로 공식 명칭을 바꾸는 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를 포격전으로 바꾸는 것은 당시 우리 군의 대응 등을 정확하게 국민에게 알리자는 취지에서다. 포격 도발이라고 하면 우리 군이 일방적으로 당한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포격전은 서로 치열하게 공방을 벌인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평도 포격 전사자 5주기 추모식에 희생자들을 위한 영상 메시지를 보낸다. 당초 박 대통령은 2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추모식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외국 순방 일정 때문에 영상 메시지로 대체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연평도 포격 추모식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추모식에는 전사자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유족 및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을 포함해 4000여 명이 참석한다. 이에 앞서 국가보훈처는 16일 연평도 포격전 두 전사자의 합동묘역을 국립대전현충원 제2연평해전 6용사 합동묘역 옆에 새로 만들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우리 아들 광욱이, 이제 형들 곁에서 외롭지 않을 거예요.” 안개가 낮게 깔린 1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아들 문광욱 일병(당시 19세)을 잃은 이순희 씨(49)는 합동묘역으로 새로 마련된 아들의 자리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연평도 포격 5주년을 앞두고 목숨을 바친 해병 서정우 하사(당시 21세)와 문 일병의 합동안장식이 이날 열렸다. 이들의 자리는 9월에 마련된 제2연평해전 6용사 합동묘역 바로 옆이었다. “예전 자리는 천안함 46용사 합동묘역 맞은편이었어요. 대전현충원에 올 때마다 아들이 홀대를 받는다는 기분이 들곤 했어요. 이제라도 합동안장식을 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합니다. 이제 또래 형들도 옆에 있어 광욱이도 든든할 거예요.” 합동안장식 시작 전에는 담담히 소감을 말했다. 하지만 봉안식에선 아들의 유골함을 안고 눈물을 참지 못했다. “합동안장식을 하면서 다시는 안아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아들을 안을 수 있었어요. 평소에도 가족을 많이 위하던 애였는데…. 지금 앞에 있다면 ‘천국에서 우리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보살펴 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서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 씨(55)도 안장식이 끝난 뒤 아들의 새 묘소를 어루만졌다. 김 씨는 “대전현충원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아들도 안식을 찾을 것 같다”며 “아들이 어린 나이에 떠나서 안타까웠고 때로는 억울했다. 이번 합동안장이 아이들의 희생을 다시 기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묘소가 북한의 무모한 도발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음을 일깨워 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합동안장식에는 당시 연평부대 포7중대장이었던 김정수 소령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 소령은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 지뢰도발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적은 반드시 도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러한 정신무장이 굳건한 안보태세 확립의 중요한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두 전사자의 묘비 오른쪽에는 세로로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참전’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군 당국은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는 표현이 북한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당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포격전’으로 용어 수정을 추진 중이다. 당시 북한군은 2차례에 걸쳐 기습적으로 방사포(다연장포) 170여 발을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했고 해병대는 13분여 만에 K-9 자주포로 80여 발의 대응사격을 했다. 당시 휴가를 떠나려던 서 하사는 포격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부대로 복귀하다 적 포탄 파편에 전사했다. 문 일병은 가장 먼저 나가 전투 준비를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우리 측의 사상자는 20명이었다. 북한군의 공식적인 피해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4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천안함 폭침과 달리 연평도 포격과 제2연평해전 두 사건은 우리가 당하지만 않고 응전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나란히 조성한 두 묘역을 찾는 분들은 그 의미를 되새기고 안보의식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대전=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국가보훈처는 16일 일본의 을사늑약에 항거해 비밀결사를 만들고 ‘파리장서운동’의 문안을 작성한 곽윤 선생과 미주 지역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과 독립운동을 펼친 임초 선생 등 67명의 순국선열을 독립유공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17일 제76회 순국선열의 날에 이들의 유족에게 훈·포장을 수여한다. 보훈처가 새로 발굴한 67명의 독립유공자 중 건국훈장은 43명(애국장 9명, 애족장 34명), 건국포장 10명, 대통령표창은 14명이다. 곽윤 선생에겐 애족장이 추서된다. 을사늑약 체결 소식을 듣고 상경해 반대 상소를 올렸던 선생은 ‘파리장서운동’의 숨은 조력자였다. 파리장서운동은 1919년 경북 지역 유림들이 유럽 열강들의 파리 강화회의에 한국의 독립을 호소하는 서한을 보낸 일을 말한다. 선생은 이 서한을 정서(正書·초안 글을 정식으로 씀)한 인물이다. 그뿐만 아니라 선생은 비밀결사 ‘신건동맹단’을 만들어 서울과 경상도 일대에서 독립운동 자금을 모았다. 임초 선생에게도 애족장이 추서된다. 평북 정주 출신인 선생은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뒤 이른바 ‘105인 사건’(일제가 총독 암살미수 사건을 조작해 105인의 독립운동가를 감옥에 가둔 사건)에 연루돼 6개월 이상 옥고를 치렀다. 선생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민족운동단체 흥사단에서 활동하며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북한이 1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강원도 원산 앞 동해상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 등을 대비하고 있다. 15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한 해역은 4월(동해)과 6월(동·서해)에 설정한 것보다 더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다탄두 미사일이나 신형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8월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이후 매달 동해상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해왔다고 한다. 북한은 현재 다탄두 미사일 관련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의 개량형을 공개했다. 개량형 미사일은 기존 KN-08보다 탄두 모양이 뭉툭하고 탄두 표면에 작은 구멍과 날개가 달려 있다고 한다. 당초 북한은 김일성 생일(태양절·4월 15일)이나 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ICBM 시험발사를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발사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시험 발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5월 SLBM의 사출시험에 성공했다. 북한이 6월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했을 때에는 강원 원산 인근에서 KN-01 단거리 미사일 3발을 동해 공해상에 발사했다. 북한이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한다고 해서 꼭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아니다. 이후엔 함대함 미사일이나 300mm 방사포 등을 배치했지만 실제 시험발사는 하지 않았다. 현재 동해상에 북한의 이동식 발사차량(TEL)이 배치되는 등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LBM 시험발사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함남 신포조선소 부두에 설치된 SLBM 해상 발사대도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아직 시험발사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군 관계자는 “이번 항행금지구역 설정이 북한군의 연례 훈련을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