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로 성큼… “軍서 크게 쓰이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北지뢰도발 부상 김정원 하사 퇴원

북한의 지뢰 도발로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잃은 김정원 하사가 2일 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면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북한의 지뢰 도발로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잃은 김정원 하사가 2일 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면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다리가 없는 상태에서 깨어났습니다. 암담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잘 걷고 뛸 수 있어서 기쁘기 그지없네요. 행복합니다.”

2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중앙보훈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마친 김정원 하사(23)의 표정은 밝았다. 8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을 나가다 북한군이 묻어놓은 목함지뢰에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잃은 그는 56일 동안 재활치료를 받고 이날 퇴원했다. 김 하사는 “그동안 걷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며 “비록 수색대대에서 (원래 하던) 임무는 못 하더라도 군에서 내 능력을 크게 쓰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의족을 착용한 김 하사는 이날 전투복 차림으로 병원 2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거동이 괜찮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하사는 좌우로 뛰어다니기도 하고 수십 cm 높이로 점프를 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병원 관계자 50여 명은 박수를 보냈다. 치료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물었다. 그는 “자신과의 싸움, 그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하사는 병원에서 엉덩관절(고관절) 근력운동을 포함한 재활운동과 함께 화상 부위에 이식한 피부의 통증완화 치료를 받았다. 하우송 중앙보훈병원장은 “다리 및 피부 등 외적인 부분과 함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진료했다”며 “가능한 한 조기에 일상생활 및 현역에 복귀할 수 있도록 맞춤형 재활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건물 밖으로 나서려던 김 하사는 류건상 보장구센터장을 보더니 힘껏 껴안았다. 류 센터장은 김 하사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의족을 쓸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류 센터장은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하사는 “2개월 가까이 정성 어린 치료를 받으며 다친 몸도 치료했고, 마음도 치료받고 퇴원한다”며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하사는 앞으로 국군수도병원에서 본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추가 치료를 받는다. 황일웅 국군의무사령관(준장)은 “치료가 다 끝나면 부대로 복귀하겠다는 김 하사의 뜻을 최대한 반영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의무사령부 관계자는 “중앙보훈병원에 입원한 하재헌 하사(21)는 현재 실내 보행과 계단 보행 등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며 “12월 말까지 집중 치료를 받은 뒤 퇴원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하사와 하 하사는 내년 11월 중사로 진급할 예정이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김정원#北지뢰도발#퇴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