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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던 살아있는 사람의 폐 부분 이식이 앞으로 허용된다. 지금까지 장기이식법상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받을 수 있는 장기는 간, 신장, 골수, 췌장, 췌도, 소장 등 6가지였다. 폐는 뇌사자에게서만 기증받을 수 있었다. 정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폐나 뇌사자의 얼굴, 팔 등의 이식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생체 폐 이식은 지난해 11월 서울아산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지만 법에서 허용하지 않으면서 의학의 발전을 법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말기 폐부전으로 폐 기능을 잃은 20대 딸에게 부모의 폐 일부를 떼어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말기 폐부전으로 뇌사자 폐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상당수가 제때 이식을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른다. 2016년 이식 대기자 149명 중 뇌사자로부터 폐 이식을 받은 사람은 89명으로 이식진행률이 60%다. 10명 중 4명이 제때 이식을 못 받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장기이식윤리위원회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면 생체 폐 이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말기 폐환자에게는 희소식이다. 단, 폐암 환자는 이식 대상에서 제외된다. 암세포가 이미 다른 곳으로 전이돼 폐를 이식해도 생존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종원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소아 뇌사자 발생이 적어 소아 말기 폐부전 환자는 폐 이식 대기 등록 후 기다리다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아는 부모의 폐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 폐 이식이 적절한 치료여서 소아 말기 폐부전 환자들을 살릴 기회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암과 에이즈 등에만 허용한 유전자 치료 연구를 질환에 관계없이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유전자 치료 연구는 유전질환과 암, 에이즈 및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를 만성질환 등 일반 질환으로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앞으로 벤처회사에서 하고 있는 각종 임상이 훨씬 탄력을 받아 만성질환의 치료법 연구가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규제 혁신이 체감 성과를 내는 데 실패한 점을 언급하면서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던 과감한 방식, 그야말로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문병기 기자}

Q. 신생아 영양 주사제인 스모프리피드가 위험하다는데 병원에서 우리 아기에게 계속 사용하고 있어 걱정이 됩니다. A. 최근 이대목동병원 사고 원인이 세균에 오염된 지질주사 영양제(지방유제)인 스모프리피드(SMOFlipid)로 밝혀졌습니다. 지방유제는 정맥영양 성분의 하나로 모유나 분유를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운 작은 미숙아나 장 수술로 금식이 필요한 신생아 중환자에게 꼭 필요합니다. 또 작은 용량으로 많은 열량을 줄 수 있어 신생아 성장에 효율적인 영양 성분이며 뇌 세포 성분을 구성하는 필수 지방산 공급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사실 스모프리피드는 지방유제의 일반적 명칭이 아니라 독일 특정 회사의 제품명입니다. 과거에는 주로 대두유(콩기름)로 만들었지만 현재는 여러 종류의 지방이 혼합돼 있습니다. SMOF는 Soybean(콩), MCT(중간사슬중성지방), Olive(올리브), Fish oil(생선기름)의 첫 알파벳을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스모프리피드엔 염증억제나 뇌 발달에 좋다고 알려진 오메가3과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지만 소아나 미숙아에게 어떤 종류의 지방유제가 더 좋은지는 아직 충분히 연구돼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스모프리피드를 성인과 달리 소아를 대상으로 아직 승인하지 않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미숙아 및 환아에게 2000년대 이후 스모프리피드를 널리 사용해 임상 자료가 축적돼 있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됩니다. 수년 전부터 대두유 기반 단독 제형의 지방유제 공급이 중단돼 국내 대부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스모프리피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담즙정체성 간질환인 소아에게 어떤 제품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최근 스모프리피드에 미숙아 사망 경고문이 붙어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스모프리피드뿐 아니라 모든 지방유제 설명문에 공통적으로 기술된 내용입니다. 작은 미숙아는 지질 대사 능력이 떨어져 일부 환자의 경우 혈액 내 지방 농도가 과다하게 증가하고 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숙아를 포함한 소아는 일일 투약 용량이 제한돼 있습니다. 또 반드시 24시간에 걸쳐 천천히 투여하고 수시로 혈액을 검사해 지방 농도를 모니터링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권고사항을 충실히 지키는 한 스모프리피드는 안전하다고 판단돼 이의 사용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신생아학회의 입장입니다. 또 지방유제는 다른 정맥영양 성분에 비해 감염위험이 높아 환자 한 명당 제품 한 병을 개봉 즉시 수액 라인에 연결해 투여할 것을 권장합니다. 문제는 이런 권장사항대로 시행할 경우 주사 펌프 조작 오류나 오작동으로 많은 양이 투여돼 신생아가 또 다른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모프리피드는 가장 작은 제품 병이 100mL 입니다. 예를 들어 체중 1kg인 미숙아는 최대 하루 15mL만 필요하고 나머지 85mL는 버리게 됩니다. 중환자실에서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지방유제를 작은 주사기에 옮겨 정밀펌프를 이용해 투여합니다. 체중 1kg 미숙아의 경우 시간당 투여량은 0.63mL입니다. 현재 많은 국내 신생아 중환자실은 인력이나 시설이 열악합니다. 특히 약제 조제 및 투약을 전적으로 간호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 이들의 숙련도에 따라 환자의 안전이 좌우됩니다. 이상적인 신생아 치료 환경은 작은 아기들에 맞춰 다양한 소용량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차선책으로 원내 약국에서 무균 조작을 통해 정밀한 용량을 주사기에 나눠 각 신생아에게 공급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런 시스템을 가진 병원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런 조제 과정은 보험 수가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 미래의 주역으로 자라날 작은 아기들의 안전을 지키려면 성인 중심으로 생산하는 의료기구나 약물 공급 시스템을 소아 맞춤형으로 바꾸는 과감한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겠습니다.이병섭 대한신생아학회 총무위원장(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

Q. 신생아 영양 주사제인 스모프리피드가 위험하다는데 병원에서 우리 아기에게 계속 사용하고 있어 걱정이 됩니다. A. 최근 이대목동병원 사고 원인이 세균에 오염된 지질주사 영양제(지방유제)인 스모프리피드(SMOFlipid)로 밝혀졌습니다. 지방유제는 정맥영양 성분의 하나로 모유나 분유를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운 작은 미숙아나 장 수술로 금식이 필요한 신생아 중환자에게 꼭 필요합니다. 또 작은 용량으로 많은 열량을 줄 수 있어 신생아 성장에 효율적인 영양 성분이며 뇌 세포 성분을 구성하는 필수 지방산 공급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사실 스모프리피드는 지방유제의 일반적 명칭이 아니라 독일 특정 회사의 제품명입니다. 과거에는 주로 대두유(콩기름)로 만들었지만 현재는 여러 종류의 지방이 혼합돼 있습니다. SMOF는 Soybean(콩), MCT(중간사슬중성지방), Olive(올리브), Fish oil(생선기름)의 첫 알파벳을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스모프리피드엔 염증억제나 뇌 발달에 좋다고 알려진 오메가3과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지만 소아나 미숙아에게 어떤 종류의 지방유제가 더 좋은지는 아직 충분히 연구돼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스모프리피드를 성인과 달리 소아를 대상으로 아직 승인하지 않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미숙아 및 환아에게 2000년대 이후 스모프리피드를 널리 사용해 임상 자료가 축적돼 있고, 안전성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됩니다. 수년 전부터 대두유 기반 단독 제형의 지방유제 공급이 중단돼 국내 대부분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스모프리피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담즙정체성 간질환인 소아에게 어떤 제품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최근 스모프리피드에 미숙아 사망 경고문이 붙어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스모프리피드뿐 아니라 모든 지방유제 설명문에 공통적으로 기술된 내용입니다. 작은 미숙아는 지질 대사 능력이 떨어져 일부 환자의 경우 혈액 내 지방 농도가 과다하게 증가하고 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숙아를 포함한 소아는 일일 투약 용량이 제한돼 있습니다. 또 반드시 24시간에 걸쳐 천천히 투여하고 수시로 혈액을 검사해 지방 농도를 모니터링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권고사항을 충실히 지키는 한 스모프리피드는 안전하다고 판단돼 이의 사용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신생아학회의 입장입니다. 또 지방유제는 다른 정맥영양 성분에 비해 감염위험이 높아 환자 한 명당 제품 한 병을 개봉 즉시 수액 라인에 연결해 투여할 것을 권장합니다. 문제는 이런 권장사항대로 시행할 경우 주사 펌프 조작 오류나 오작동으로 많은 양이 투여돼 신생아가 또 다른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모프리피드는 가장 작은 제품 병이 100mL 입니다. 예를 들어 체중 1kg인 미숙아는 최대 하루 15mL만 필요하고 나머지 85mL는 버리게 됩니다. 중환자실에서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지방유제를 작은 주사기에 옮겨 정밀펌프를 이용해 투여합니다. 체중 1kg 미숙아의 경우 시간당 투여량은 0.63mL입니다. 현재 많은 국내 신생아 중환자실은 인력이나 시설이 열악합니다. 특히 약제 조제 및 투약을 전적으로 간호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 이들의 숙련도에 따라 환자의 안전이 좌우됩니다. 이상적인 신생아 치료 환경은 작은 아기들에 맞춰 다양한 소용량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차선책으로 원내 약국에서 무균 조작을 통해 정밀한 용량을 주사기에 나눠 각 신생아에게 공급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런 시스템을 가진 병원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런 조제 과정은 보험 수가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 미래의 주역으로 자라날 작은 아기들의 안전을 지키려면 성인 중심으로 생산하는 의료기구나 약물 공급 시스템을 소아 맞춤형으로 바꾸는 과감한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겠습니다.이병섭 대한신생아학회 총무위원장(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

사상 초유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은 결국 몇몇 의료진에 의한 병원 내 감염 문제로 정리되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을 한 의료기관의 문제로 국한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사건의 해결책은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먼저 그동안 병원에서 관행적으로 해온 의료 행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미숙아에게 주입하는 종합영양수액(TPN), 스모프리피드(지질영양주사제) 등은 병원 약제부의 약사가 멸균 공간인 ‘클린벤치’에서 조제하거나 소분(小分)한 뒤 포장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많은 병원은 약사 부족을 이유로 간호사가 영양주사제를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조제하는 작업을 관행적으로 해 왔다. 대부분 간호사들이 100mL 병 속에 들어 있는 스모프리피드를 직접 주사기로 10∼20mL씩 빼내 미숙아들에게 투여한다. 해당 제약사가 스모프리피드의 최소 용량을 100mL만 생산하기 때문이다. 주사기로 빼내는 과정에서 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적은 용량의 제품을 생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대부분 병원에서 전공의 4년 차는 전문의 시험 준비를 이유로 한 달 넘게 병원 일을 면제받는 게 관행이다. 결국 이들이 해야 할 일들을 고스란히 후배들이 나눠 한다. 그러잖아도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사의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동안 정부는 신생아 중환자실의 수가를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로 올렸다. 이에 병원들은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수를 늘렸고, 현재 1887병상으로 국내에서 필요한 병상 수에 도달했다. 하지만 병상 수가 늘어난 만큼 의사의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아니 턱없이 부족하다. 미숙아에게 잘 생기는 질환인 뇌출혈이나 괴사성대장염, 심장질환 등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신생아 중환자실이 설치된 병원은 전국 99곳에 이른다. 하지만 장천공을 실제로 수술하는 소아외과 의사는 이 병원들을 통틀어 12∼20명, 심장질환을 수술하는 소아흉부외과 의사는 15∼20명, 뇌출혈을 치료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는 10∼15명 등에 불과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런 전문 의사들이 학회에서 관리하는 세부 전문의라는 이유로 근무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여러 질환을 갖고 있는 미숙아가 태어났을 때 이를 치료해줄 의사가 어느 병원에 있는지 몰라 일일이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한다. 병원마다 미숙아에게 어떤 수술이 가능한지 미리 알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정부 차원의 알림지원 시스템이 절실하다. 또 신생아 환자가 서울에 집중되다 보니 이 지역 대형 병원의 신생아 중환자실은 늘 북새통을 이룬다. 따라서 일본이나 미국처럼 의료기관별 신생아 중환자실의 시설과 의료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등급을 매기는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전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가령 의료진과 시설 등을 잘 갖춘 우수 등급의 병원이라면 28주 미만의 아주 위급한 미숙아들이 우선적으로 입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큰 병원에 ‘심각한 미숙아’와 ‘건강한 미숙아’가 함께 섞여 입원해 있다. 작은 병원에서 심각한 미숙아가 발생해도 큰 병원에 입원할 병상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유독 신생아 중환자실에 경험이 부족한 신입 간호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인력 조건이 좋은 ‘간호 1등급’ 병원이라도 한 달 평균 6, 7번의 잦은 야근을 버텨낼 간호사는 많지 않다. 간호사 한 명당 신생아 3, 4명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신생아 중환자실의 간호사들은 3년 이내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경험이 많은 간호 인력이 중환자실을 지키는 체계를 만들려면 간호사 한 명당 돌봐야 할 신생아 수를 줄이고, 3년 이상 된 의료진에게 정부가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미숙아에게 사용하는 융포나 주사기, 기저귀, 산소포화도 센서기, 석션팁(suction tip) 등은 일회용 소모품인 만큼 의료수가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병원은 감염에 취약한 값싼 제품을 쓰거나 기저귀와 물티슈 등을 보호자에게 직접 사 오도록 하기도 한다. 이는 의료수가를 조정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많은 의료진은 간호사 한 명이 신생아 1, 2명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각한 중증 미숙아라면 간호사 2명을 배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감염 관리를 잘한 병원엔 가산점을 줘 이것이 수익과 이어지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제라도 정부와 관련 학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신생아 중환자실은 중증외상센터 못지않게 중요하면서도 열악한 곳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중증외상환자를 신속히 이송할 수 있도록 야간에도 닥터헬기(응급의료 전용헬기)를 운영한다. 또 외과계 전공의 수련 과정에 중증외상센터 근무를 의무화한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권역외상센터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이다. 지난해 11월 13일 귀순 과정에서 중증외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권역외상센터의 인력 및 장비 부족을 호소하자 같은 달 17일 센터 지원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 답변 기준인 추천인 20만 명을 넘으면서 16일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청와대 공식 소셜미디어에 출연해 직접 답변했다. 복지부의 개선안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주간에만 운영 가능했던 닥터헬기를 야간에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소방헬기와 권역외상센터의 연계체계를 마련해 중증외상환자의 이송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둘째, 권역외상센터에 적용하는 의료수가와 인건비 기준액을 인상할 예정이다. 셋째, 외과계 전공의가 일정 기간 권역외상센터에서 수련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우수한 권역외상센터에는 충분한 보상을, 그렇지 못한 기관에는 제재를 줄 방침이다. 하지만 대책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는 논란이 적지 않다. 닥터헬기를 밤에 띄우려면 조종사가 24시간 대기해야 한다. 현재보다 운영 지원비가 2배 이상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운영 중인 닥터헬기 6대에는 대당 30억∼4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야간 운영을 하려면 유도조명을 설치해야 해 이를 위한 예산도 별도로 필요하다. 수가 인상도 쉽지 않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일명 문재인 케어)에 맞서 수가의 전반적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권역외상센터 수가만 올릴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는 대목이다. 외과 전공의의 수련 과정에 권역외상센터를 포함하는 방안 역시 논란이 예상된다. 서경석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은 “수련의 입장에서 외상센터에 가면 배울 점이 많겠지만 요즘 외과 수련의 자체가 적어 과연 장기간 센터에 파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관련 예산을 확충하고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외상센터 수가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있다”며 “(외상센터에서) 동시에 2가지 이상의 수술을 하면 서로 다른 수가(각각 100%, 70%)를 적용받아 병원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미지 image@donga.com·김윤종 기자·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임신할 확률이 낮은 세쌍둥이가 출생연도가 다르게 태어났다. 쌍둥이인데 서로 나이가 다른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세쌍둥이를 임신한 손지영 씨(35)가 지난해 11월 13일 첫째(임신 25주)를 낳은 뒤 2개월가량이 지난 올해 1월 8일 나머지 두 명의 쌍둥이(임신 33주)를 출산했다고 11일 밝혔다. 손 씨는 지난해 6월 시험관아기 시술로 세쌍둥이를 임신했고, 이번이 첫 출산이다. 손 씨는 임신 25주 만에 ‘조기양막파수’(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진통이 오기 전 양막이 파열하여 양수가 흐르는 상태)로 첫째를 조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둘째, 셋째가 나오지 않았다. 억지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보다 산모 배 속에서 좀 더 자랄 수 있게 분만을 늦추는 ‘지연간격 분만’을 선택했다. 늦게 태어나는 아이들의 질병과 사망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쌍둥이 출산에서 지연간격 분만은 이례적이다. 쌍둥이를 임신하고 자연분만을 하는 산모만 가능하다. 태아 성장에 최적의 환경인 자궁 속에서 가능한 한 오래 머물도록 할 목적으로 시행된다. 의료진은 손 씨의 자궁경부를 봉합하는 수술을 하고, 자궁 수축 억제제를 통해 분만을 지연시켰다. 서울대병원 내 연간 수술 건수도 2, 3건 정도로 흔치 않다. 담당 주치의인 전종관 산부인과 교수는 “첫째 출산이 너무 빨라 나머지 쌍둥이에게 성장할 시간을 주기 위해 지연간격 분만을 결정했다”며 “병원에서 8주 이상 간격을 두고 지연 분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세쌍둥이는 모두 임신 37주 이전에 태어난 조산아다. 첫째는 출생 때 몸무게가 780g에 불과했다. 둘째, 셋째는 각각 1.82kg, 2.04kg이다. 모두 출산 뒤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고 있다. 세쌍둥이는 모두 남아다. 해가 바뀌면서 생일뿐만 아니라 세쌍둥이의 입학연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현재 산모는 건강하며, 첫째 몸무게도 1.6kg까지 늘었다. 신생아중환자실에 머물고 있는 세쌍둥이는 35주를 채워 퇴원할 예정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한국인의 잇몸질환(치주염)이 본격적으로 악화되는 나이가 처음 밝혀졌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박준범 교수, 한경도 박사는 2012∼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건강한 19세 이상 한국인 1만8382명을 대상으로 나이에 따른 치주염의 발생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남성은 43세, 여성은 49세에 치주염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를 통틀어보면 평균적으로 46세에 치주염이 악화되는 셈이다. 건강한 한국인이란 당뇨병이나 고혈압, 대사증후군, 비만 등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질환이 있다면 치주염이 더 빨리 올 수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서 ‘덜 심한(moderate)’ 치주염에서 ‘심한(severe)’ 치주염으로 옮겨가는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기는 46세부터다. 심한 치주염의 경우 40∼44세에서는 10.1%였으나 45∼49세에서는 15.2%로 증가했다. 특히 75세가 넘어가면 심한 치주염이 28.3%로 급증했다. 치주염은 구강 내 치석 및 세균이 잇몸 밑의 치조골에 침투해 치조골을 파괴하는 질환이다. 풍치라고도 불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잇몸 질환으로 치과를 찾은 외래환자 수는 2014년 1000만 명에 이른다. 대개 잇몸이 붓거나 칫솔질을 하면 잇몸에서 피가 나는 증상으로 조기발견이 쉽지 않다. 특히 눈으로 직접 확인이 힘들어 치과에서 X선 등으로 진단해야 한다. 박 교수는 “치주염은 염증이 심해지기 전에 치과를 방문하면 상태에 따라 치석 제거만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하지만 대부분 상태가 악화된 50대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남성은 40대 초반에, 여성은 40대 중반에 치주염 예방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게 좋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남녀 간 치주염 악화 시기가 다른 데 대해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구강 건강에 관심이 많고, 치아 관리를 상대적으로 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치주염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치석제거(스케일링)다. 박 교수는 “일단 형성된 치석은 칫솔질만으로는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소 1년에 1, 2회 정도 정기적으로 치과에서 전문적인 스케일링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메디신 최근호에 게재됐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다. 200여 개 지방의료원과 국공립의료기관을 통솔하는 컨트롤타워다. 또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총괄하는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두고 있다. 이뿐 아니라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이국종 교수가 근무하는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등 전국 8개 권역외상센터의 본부 역할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감염병 격리병상(25병상)도 국립중앙의료원에 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환자 30명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국립중앙의료원엔 임시로 지은 외상센터와 50년 이상 된 노후한 가건물 수준의 건물들이 즐비하다. 말만 외상센터 본부일 뿐 환자 이송에 필요한 헬리콥터가 착륙할 장소조차 없다. 행정동 건물의 화장실은 ‘남녀공동’으로 사용할 정도로 열악하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머지않아 서울 서초구 원지동으로 이전한다. 의료원 신축 건물은 내년 착공해 2022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전 후에는 수장의 의지에 따라 의료원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이에 국립중앙의료원은 7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과 국가중앙외상센터 설립, 100병상 규모의 국내 최대 감염병센터, 국내의료기관 최초의 최첨단 BL4(생물안전 4등급 밀폐 병실) 설치 등 공공의료의 랜드마크가 되기 위한 구상을 진행하고 있다. 예산만 6000억∼7000억 원으로 추정한다. 만일 의료원 규모를 현재 논의 중인 1200병상으로 확장하면 1조 원 이상이 든다. 최근까지 이를 기획한 안명옥 원장은 21일 퇴임한다. 안 원장 후임으로 서울대병원 박노현 교수(전임 서울대병원 기조실장), 김민기 서울의료원장, 정기현 현대여성아동병원 원장 등 3명이 최종 후보자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중 한 명을 차기 원장으로 낙점한다. 현재로서는 전남 순천에서 자신의 병원을 운영해 온 정 원장이 임용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덕분인지 의료원 이사회에서 차기 원장 후보자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정 원장은 공공의료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이 거의 없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복지부는 11월 17일 공공보건의료 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그에게 임기 3개월짜리 공동위원장 감투를 씌워줬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 원장은 보건소 소장을 하는 등 의료 현장을 누구보다 많이 알아 위원장을 맡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했다. 떠나는 안 원장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후임으로 공공의료 발전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줄 인물을 원했다. 기자가 구체적 호명을 요청하자 조심스럽게 김용익, 김춘진 전 의원 등을 거명하기도 했다. 2010년 4월 법인화된 국립중앙의료원은 초대원장과 2대 원장으로 서울대병원 교수를 임명했고 3대 원장인 안 원장은 친박(친박근혜)계 국회의원 출신이다. 이번에도 서울대병원 경영진은 서울대병원에서 차기 국립중앙의료원장 후보를 추천하고자 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으로부터 ‘지금까지 서울대병원 출신이 원장을 맡아 공공의료 발전을 위해 제대로 한 게 무엇이냐’는 핀잔만 들었다”는 게 서울대병원 관계자의 말이다. 상황을 파악한 서울대병원 측은 원장 추천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 대신 공공의료 관련 의사와 간호사로 파견팀을 구성해 국립중앙의료원의 공공의료 역할 확대를 지원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차기 원장 최종 후보에 오른 박 교수는 서울대병원 경영진과 교감 없이 독자적으로 원장 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국립중앙의료원은 1조 원까지 소요될지 모르는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를 쏟아부으면서 명실상부한 공공의료 대표기관으로 거듭나야 하는 매우 중차대한 시점에 서 있다. 먼저 외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당장 내년에 신축될 새 병원의 기초 설계와 실지 설계가 남아있다. 건물 기초공사를 위한 시공사 선정도 해야 한다. 시공사를 선정하면 연이어 건물을 올려야 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공사 현장인 만큼 자칫 관리를 잘못하면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내용적인 측면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의 당면 과제인 중앙외상센터, 중앙감염병센터, 중앙응급의료센터 등의 규모를 정하고, 공공의료를 위해 일할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원을 설립하는 일들을 모두 내년에 해야 한다. 한 의료원 관계자는 “국립중앙의료원은 양적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전국의 공공의료를 관장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며 “새 원장이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공의료기관을 신축하고 이를 위해 수많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에 누구를 앉히고, 그가 이 과제를 얼마나 잘 추진할지 지켜볼 일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19일 서울 A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NICU). 인큐베이터 안에서 ‘손바닥’만 한 생명이 꿈틀대고 있었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이 아이는 입원한 다른 아이들보다 몸집이 작았다. 체중은 1kg도 안 됐다. 옆에선 마스크와 장갑을 낀 간호사가 아이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가 전국 NICU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NICU 의료진은 어느 때보다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집단사망의 원인이 병원 내 감염 관리 소홀, 투약 오류 쪽으로 무게가 쏠리면서다. NICU는 병원 내에서 감염 관리에 가장 신경을 쓰는 곳이다. 환아 대다수가 임신 기간 37주 미만인 조산아나 극소(極小) 저체중아(체중 1.5kg 미만)라 감염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출입 허가를 받은 의료진과 지정된 환자 보호자만 출입할 수 있다. A병원 NICU 입구에서 신생아들이 있는 구역까지 가려면 문 2개를 통과해야 한다. 면회 온 환자 가족들은 입실 전 마스크와 가운, 라텍스 장갑을 착용했다. 입원실은 5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상태가 가장 위중한 신생아들이 모여 있었다. 구역별 전담 간호사가 따로 있었다. 감염 사태가 생겨도 다른 구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NICU 중앙에는 음압시설이 갖춰진 격리병동이 있었다. 감염이 의심되거나 다른 병원에서 전원 온 환아가 머무는 곳으로 격리병동 3개 병상이 모두 차 있었다. 간호사들은 환아의 상태를 살피고 엄마를 대신해 미리 받아둔 모유를 먹이고 있었다. A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다른 병원보다 규모가 크고 시설이나 인력 사정이 그나마 좋은 편”이라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NICU 입원실 역시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고, 상태가 위중한 신생아는 별도 구역에 모여 있었다. 하지만 신생아 4명의 집단사망을 막지 못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근본적으로 열악한 NICU 실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의료진 1명당 환아 수는 선진국보다 많다. 그만큼 치료에 집중하기 어렵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NICU 간호사 1명이 환아 1명을 돌보지만 국내는 최소 2명 이상이다. 2015년 기준 전국 평균 병상당 간호사 수는 1.04명이다. 하지만 교대근무를 하는 만큼 실제 간호사 1명이 환아 2명을 돌본다. 이대목동병원 역시 사망 사건 당시 간호사 5명이 환아 16명을 돌보고 있었다. 의사 사정은 더 열악해 전문의 1명이 환아 10명을 맡고 있다. 과거 병원이 적자를 이유로 운영을 기피하던 NICU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크게 늘었지만 의료진은 그만큼 충원되지 않은 탓이다. 이태규 대한신경과의사회장은 “의사가 환아를 제대로 돌보기 힘든 환경”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의사당 환자 수를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어린 시절 병원에 대해 가진 가장 두려운 기억은 무엇입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삿바늘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환자의 치료를 위해 필요한 수액이나 약물을 몸속에 주입하는 주사기는 의료기기 가운데 가장 기본이며 의료진과 환자 모두 한 번 이상은 반드시 접해 보았을 물건입니다. 두려움과 친숙함이 교차하는 의료기기라 하겠습니다. 주사기의 역사는 고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 이미 피스톤 형태의 주사기로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현대적인 형태의 주사기는 19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처음 발명했습니다. 유리 재질의 주사기는 의사가 정확한 양의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비슷한 시기 아일랜드에서 발명한 속이 빈 금속 재질의 바늘이 주사기에 적용돼 현재의 주사기 원형이 사실상 완성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주사와 관련된 의료기기는 작은 주사기부터 크게는 혈관 카테터(약물, 수액 등 혈관 진입을 위한 통로를 확보하는 바늘), 약물 주입 세트(수액 세트)까지를 포함합니다. 이 의료기기들은 병원 내 감염 문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특히 수액 세트는 중증환자나 면역력이 약해진 환자의 몸속으로 직접 약물 등을 주입하는 역할을 하므로 작은 감염에도 환자가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의료진도 주사기를 두려워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의료인 10명 중 7명은 주삿바늘에 찔려본 경험이 있습니다. 드물지만 의료인이 주삿바늘에 찔려 B형 및 C형 간염, 심지어는 에이즈에 감염된 사례가 있습니다. 바늘에 찔린 간호사가 신경계 이상으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걸렸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안전한 주사기’, 정확하게는 ‘안전한 수액 세트’의 등장은 환자와 의료진의 원내 감염 우려를 덜어주었습니다. 정맥주사나 카테터를 통한 약물 주입에 쓰이는 많은 의료기기에 단계별로 안전기능이 속속 적용되고 있습니다. 벡톤디킨슨 등 유수의 의료기기 회사들이 주사기의 안전성을 높이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먼저 환자의 혈관에 직접 들어가는 안전 주사 카테터와 안전 나비 바늘세트(나비침으로 불리며 채혈 등에 사용)가 있습니다. 이 제품들은 사용 뒤 간단한 조작만으로 주사침이 안으로 숨어 버려 의료진의 찔림 사고를 크게 줄였습니다. 주사기와 수액세트를 바늘 없이 연결해 주는 커넥터의 등장도 안전한 사용에 한몫했습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을 추가하거나 여러 약물을 동시에 사용할 때 필요한데, 단순히 수액 세트에 새로운 약물을 넣는 것뿐만 아니라 자동 개폐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바늘을 통한 연결이나 오염 우려 없이 약물을 주입할 때 쉽게 중단하거나 재개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환자의 혈관을 통해 병원균이 침투할 기회가 현격히 줄고 의료진의 부담도 덜합니다. 미국에서는 주사기와 관련해 의료인의 위험을 줄이는, 안전 기능이 반영된 이 제품들을 반드시 사용하도록 아예 법으로 정해 놓았습니다. 그 결과 카테터 관련 혈류 감염은 법안 시행 이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원내 감염은 엄청난 추가 비용이나 환자 예후 악화를 부르는데 이런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줄이니 결과적으로 국가적 차원의 의료비 경감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likeday@donga.com}

“인공지능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게 놀랍고 신기할 뿐이죠.” 13일 가천대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에서 대장암 환자 김모 씨(71)가 주치의인 외과 백정흠 교수 주도 아래 ‘왓슨암다학제’ 진료를 받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왓슨암다학제 진료는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와 함께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혈액종양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등의 주치의를 포함한 여러 진료과 의사 5, 6명이 환자를 진료해서 최상의 치료법을 찾는 것. 김 씨는 지난달 대장암 수술을 받았고 추가 항암 치료가 필요했다. 김 씨는 “다학제 진료 시 인공지능의 의견과 주치의 선생님을 비롯한 의료진 6명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들었다”며 “치료 방법, 계획, 기대 효과 같은 ‘왓슨 진료 가이드라인’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봤고 오랜 시간 충분한 설명을 들어 내가 받을 치료에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 인공지능 헬스케어 선도적 도입 가천대길병원이 국내 최초로 왓슨을 도입한 지 1년이 지났다. 가천대길병원이 인공지능 암센터를 설립한 후 국내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공지능 헬스케어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가천대길병원에 이어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조선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6개 병원이 왓슨 포 온콜로지를 확대 도입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인 국립보훈병원이 왓슨 도입을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1년 만에 8대의 왓슨이 도입된 것이다. 왓슨은 중국이 50곳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21곳, 인도 16곳, 그리고 한국이 네 번째다. 이외에 캐나다, 일본, 네덜란드, 네팔, 방글라데시, 태국이 각각 1곳에서 도입했다. 가천대길병원 인공지능병원추진단의 이언 단장은 “왓슨암다학제 등 인공지능 헬스케어를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좀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향후 고령화로 발생할 막대한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환자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천대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가 10월 26일∼12월 1일 왓슨으로 진료받은 환자 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왓슨암다학제 진료 만족도 조사’ 결과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이 94%에 달했다. ○ 인공지능 암센터, 의료진과 의견 일치율 향상 왓슨 도입 1년을 맞이한 가천대길병원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의료진과 인공지능 시스템의 의견 일치율 향상 부분은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대장암(결장암)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한 의료진과 왓슨의 ‘강력 추천’ 분야 의견 일치율이 55.9%로 과거 후향적 연구 48.9%에 비해 7%포인트 높아졌다. 게다가 올해 이뤄진 인공지능 암센터의 의견 일치 분야를 ‘강력 추천’뿐만 아니라 ‘추천’으로 확대시키면 대장암(결장암) 환자의 의료진과 왓슨의 의견 일치율은 78.8%로 높아진다. 왓슨은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과거 임상 사례를 비롯해 선진 의료기관의 자체 제작 문헌과 2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교과서, 1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바탕으로 ‘강력 추천’ ‘추천’ ‘비추천’으로 나눠서 해당하는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이 중 ‘강력 추천’과 ‘추천’이 실제 환자에게 권장되고 있다. 백 교수는 “과거에 비해 ‘강력 추천’ 의견 일치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의료진이 왓슨의 의견에 동조했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일부라도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암센터, 환자 수도권 쏠림 현상 개선 기대 지역 대형병원의 인공지능 암센터 도입은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헬스케어를 통해 병원 간 편중 문제를 해소해 의료의 평준화를 이끌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언 단장은 “국내 암환자 70%가 이른바 ‘빅4 병원’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 환자들이 큰 병원에 가는 이유는 많은 경험을 보유한 만큼 실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빅4 병원이 아닌 병원에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병원 쏠림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환자의 사례가 담긴 왓슨을 잘 활용하면 진료의 정확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시행한 결과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덧붙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1년 동안 가천대길병원에서 인공지능(AI)의 ‘왓슨 암 진료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해본 결과, 환자 치료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17일 가천대길병원에서 만난 이길여 이사장은 국내 첫 AI 왓슨시스템을 도입한 지 1년 즈음해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이사장은 “왓슨시스템이 암 치료에 결정적 도움을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 치료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는 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의사만큼이나 AI를 신뢰한다는 말이다. 또 의술의 인공지능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 이사장은 “IBM에선 이미 유전체를 분석하는 ‘왓슨 제노믹스’를 내놓았고, 구글에서는 영상 의학인 ‘알파고 인셉션’과 ‘알파고 안과’를 준비 중이다”라면서 “필립스에서는 ‘AI 병상’을 곧 내놓을 정도로 외국에선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왓슨시스템은 현재 8가지 암을 진료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대부분의 암을 진료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일반 질병 진료도 시간문제다”라면서 “신경망을 입힌 각종 첨단의료장비의 인공지능화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AI 병원도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품질의 새로운 ‘AI 의술’은 머지않아 ‘치료의 평준화’를 가져와 국민건강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많은 시간과 치료비를 들여 이 병원 저 병원 쇼핑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의사의 역할도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다만 의사와 AI 의술 간에 역할 분담이 달라져 진료 구조가 재편성될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의 미납 치료비 1억6700만 원을 국가가 대신 지불하기로 했다. 치료비 논란이 불거진 지 6년 만이다. 13일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국가적 차원에서 벌어진 일을 민간병원에 맡긴 상황에서 치료비조차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다”며 “비록 늦었지만 치료비는 정부 차원에서 지불하는 것이 맞다. 석 선장이 총상으로 응급치료를 받은 만큼 응급의료기금에서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대병원은 2011년 1월 두 다리와 손목, 복부 등에 심각한 총상을 입은 석 선장의 수술과 재활 치료를 도맡았다. 10개월 만에 회복한 석 선장은 그해 11월 무사히 퇴원했다. 당시 석 선장의 치료비는 모두 2억5500만 원이었다. 아주대병원은 이 중 국민건강보험에서 지불된 8800만 원을 제외한 1억6700만 원을 누구에게도 받지 못한 채 결손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원칙적으로 석 선장이 소속된 삼호해운이 이 비용을 지불해야 했지만 당시 경영난이 겹쳐 파산하면서 치료비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가를 대신해 민간병원에서 주요 환자를 맡을 수 있다”며 “국가가 치료비를 보전해주면 민간병원은 환자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어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오청성 씨(25)의 치료비는 현재까지 1억 원 이상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 씨는 극도로 상태가 악화된 상황에서 병원으로 후송돼 진료 초기 체외순환기(에크모)와 1만2000cc의 혈액 투입 등 각종 응급처치와 치료제가 총동원됐다. 또 주치의인 아주대병원 이국종 외과 교수로부터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여러 부위에 총상을 입은 데다 폐렴, B형 간염, 패혈증 등의 증세를 보인 만큼 치료비가 짧은 기간에 급증했다고 한다. 최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귀순병사의 치료비는 국방부에서 지불하도록 돼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국가정보원이 탈북주민 지원대책기금으로 내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김윤종 기자}

《 한국인에게 위암은 떨치기 힘든 공포다. 남자 암 발생률 1위고, 암 사망률은 폐암에 이어 2위일 정도로 높다. 여자는 위암이 암 사망률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인에게 대표적으로 발생하는 위암의 원인, 치료, 예방 등을 한눈으로 볼 수 있는 인포그래픽을 소개한다. 》 Q. 위암은 유전이라는데, 아버지가 위암이었으니 저도 걸리겠네요?A: NO. 대부분 암은 외부의 환경요인에 의해서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위암처럼 식이 습관과 헬리코박터균이 원인이 되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위암은 유적적인 요인보다는 외부환경의 영향이 약 90%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10% 정도는 유전적인 요인이 있기 때문에 가족 중에 유난히 위암이 많다면 유전상담이 필요하다. Q. 위염진단을 받았는데, 장차 위암에 걸리겠네요?A: NO. 위염은 말 그대로 위에 염증이 있다는 말이다. 위염의 종류는 다양하다. 즉 미란성 위염, 출혈성 위염, 표재성 위염, 위축성 위염, 급성위염, 만성위염, 화생성 위염 등이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포함한 다양한 자극과 담배, 술, 약물 등의 유해한 물질 때문에 위염이 유발되며, 보통은 일시적이며 스트레스나 자극이 사라지면 정상으로 회복된다. 다만 위축성 위염으로 알려진 위염은 화생성 위염으로 진행하고 이는 다시 위암으로 진행하는 위험인자다. 하지만 위축성위염이라도 모두 위암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며 보고에 따르면 위축성 위염을 가진 사람의 2% 미만이 위암으로 진행한다. 위축성 위염은 특히 헬리코박터 균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헬리코박터 균의 치료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진료와 상담이 필요하다. Q. 매운 음식이 위암을 유발하는 직접 원인이 되나요?A: NO. 일본은 전통적으로 매운 음식을 먹지 않는데도 위암이 우리나라만큼 많다. 우리보다 매운맛을 즐기는 인도나 태국은 반대로 위암환자가 적다. 매운 음식이 위에 좋지 못하다는 일반인의 믿음과는 달리 매운 음식은 위암에 크게 상관이 없다. 하지만 짠 음식은 위암과 많은 관련이 있다. 최근 일본의 논문에서 3만 여명을 14년 동안 관찰한 결과 짠 음식을 먹은 사람이 싱겁게 먹는 사람에 비해 위암이 30% 더 많이 발생했고 더 짜게 먹을수록 최대 60%까지 증가했다. 강한 위산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위점막 세포는 자체 방어막을 가지고 있는데 짠 음식은 이 방어막을 약하게 만들어 위염증을 더욱 유발하고 헬리코박터균이 침투해있다면 암을 유발하는 염증까지 쉽게 일으킨다. Q. 위암을 수술없이 치료할 방법은 없나요?A. 예전부터 위암은 위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이다. 항암치료방법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종양을 남김없이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위암으로 진단되어 치료를 고민하고 있다면 종양을 제거하는 치료법 이외의 다른 방법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종양제거 치료법은 크게 위내시경 점막절제술 방법과 외과적 위절제 수술방법이 있다. 위내시경 점막절제술로 치료하는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위내시경 기계의 발달과 조기위암 검진의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위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는 위암은 많지 않다. 위암의 모양과 크기, 세포형태, 위치에 따라 수술방법이 달라지므로 담당의사와 상담을 통해 결정한다. 위내시경 절제술 이외에는 전통적인 개복 위절제수술 방법과 복강경 위절제술이 있다. 복강경수술은 15여년전 부터 점차 시행되어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 치료. 복강경수술은 최소침습수술이라는 개념 하에 환자에게 고통을 덜 주고 수술 뒤 회복이 빠르다. 한편 국내 위암 수술 수준은 병원마다 큰 차이는 없다. 위암으로 진단되어 치료를 고민하고 있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도움을 구하고 치료를 받으면 된다. Q.위암을 다 제거했다면 내시경 검사는 일반인들 수준으로 받으면 되나요?A.위암은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 위암의 내시경 절제술은 병변만을 제거하는 장점이 있고 5년 생존율이 96% 이상 나온다. 하지만 위가 보존되다 보니 암을 제거한 부위 외에 위의 다른 부위에서 암이 다시 생길 수 있다. 위암 내시경 절제술의 약 10%에서 위의 다른 부위에서 암이 재발한다. 재발한 위암도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수술 후 첫 1, 2년은 3¤6개월 간격, 이후는 6¤12개월 간격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 Q. 병원에서 면역항암제라는 말을 하던데…A: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기존의 항암제와 다르게 환자 자신의 면역력을 강화시켜 암과 싸우게 하는 암 치료법으로 3세대 암치료 방법이라 불린다. 다양한 암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면역항암제가 개발되고 있다. 위암분야는 옵디보, 키드루다 등이 면역항암제로서 임상 중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키드루다를 위암치료제로 승인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키드루다는 폐암에서만 의료급여가 인정되었다. 그 외의 암에 대해선 사전신청에 의해 제한적으로 허용해준다. 1회 사용에 비용이 수백 만원이 넘어 환자의 부담이 크다. 또 위암에서는 다른 암에 비해 그 효과가 못 미치는 편인데 3차, 4차 요법으로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은 전체 환자 중 20% 정도의 환자에서 생명을 연장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현재 면역항암제가 각 암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는 게 사실이지만 명확한 사용범위와 더 면밀한 효과검증이 필요하다. 도움말=대한위암학회인포그래픽=경희의료원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2000년 서울대 의대 졸업, 통합의학 박사 겸 의사. 2001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의학 건강 분야의 수많은 단독기사와 심층 해설 기사를 써왔음.}

의사 1만여 명(경찰 추산)이 1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철회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의사들의 대규모 집회는 2013년 원격의료 반대 시위 이후 4년 만이다.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해 의료비 보장률을 현재 63.4%에서 2022년까지 70%로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다. 이에 반대하는 의사들은 현재 의료수가를 높여 현실화하는 것이 문재인 케어보다 먼저라는 태도다. 한국 병원은 외국과 달리 비급여 의료행위 및 환자를 많이 봐야 겨우 수익을 내는 ‘저(低)수가 구조’다. 의료수가 보전율을 두고 의사 측은 61.9%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환자 진료 원가가 100원이라면 61.9원밖에 벌지 못한다는 거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제대로 조사한 바 없고 80%대 정도라고 추정한다. 이 큰 간극을 메우려면 정부와 의사단체가 지금이라도 함께 수가의 원가 보전율을 정확히 진단하면 된다. 국민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비싼 비급여 진료비를 건보가 대신 내주겠다는데, 왜 의사들은 환자에게 큰 부담인 비급여를 고집하는지 아직도 정확한 이유를 잘 모른다. 우리 건강보험의 의료비 보장률 63.4%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한의사가 X선 같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생각해 봐야 한다. 한의대생들은 정규 과목으로 영상의학과 수업을 듣는다. 더 큰 문제는 한의사가 손목 발목 부상 환자에게 침을 놓기 전에 환자의 통증이 뼈에 문제인지 근육의 문제인지 영상 없이는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양·한방이 머리를 맞대고 적절한 해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케어는 이렇게 국민, 환자 최우선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최근 우수 신약이 나와 환자를 돕고 있지만 너무 높은 가격이 문제다. 한 달에 1000만 원 가까이 되는 신약은 대부분 비급여여서 환자가 100% 부담해야 한다.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메디컬 푸어’가 나오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바로잡을지가 논의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날 집회에서 환자의 고통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찾을 수 없었다. 집회가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장기간 약물 복용이 필요한 만성질환 환자에게 약물의 안전성은 치료 효과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부작용이 적은 치료제는 환자의 두려움을 해소하고 의료진의 심적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치료 효과는 좋지만 출혈이나 위장관 장애를 일으켜 장기적인 사용이 어렵거나 투여 조건이 까다로운 약물이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치료 효과를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줄이는 ‘따뜻한 약물’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소염진통제인데요. 이 약은 항염증 및 진통작용으로 골관절염 환자의 통증 완화를 위해 널리 사용되는 약물입니다. 하지만 통증과 염증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위점막 손상이나 속쓰림, 소화불량 등과 함께 생명을 위협하는 위출혈이나 십이지장의 궤양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초부터 위장관 장애를 줄인 ‘COX-2 억제제’가 따뜻한 약물로 등장을 했습니다. 전통적인 소염진통제의 경우 위장관 점막 보호와 관련한 COX-1 효소와 통증 및 염증을 유발하는 COX-2 효소를 둘 다 억제했으나 COX-2 억제제의 경우 COX-1 효소를 거의 억제하지 않는 선택적 효소 치료제입니다. 또 기존 소염진통제는 종종 심혈관 질환을 유발했지만 COX-2억제제인 쎄레브렉스는 임상시험 결과 심혈관계 안전성이 입증돼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약은 보험 급여가 기존 60세 이상에서 최근 전체 성인으로 확대돼 많은 사람들이 보험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항응고제인 ‘와파린’은 60년 동안 항응고제의 거의 유일한 약물로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와파린은 뇌중풍(뇌졸중) 위험이 높은 심방세동 환자의 뇌중풍 발병 위험을 낮춰주는 데 효과적인 약물이지만 △출혈 위험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병원 방문에 따른 불편함 △일관되지 않은 치료 효과 등이 단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존 치료제의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와파린의 한계점을 개선한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가 등장했습니다. 특히 항응고 치료 시 나타날 수 있는 출혈 발생 위험을 낮춘 점이 처방 확대로 이어지면서 항응고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엘리퀴스, 자렐토, 프라닥사 등이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비염의 주 치료 약제입니다. 가려움 재치기 등에 널리 사용되는 약제인데요. 이 성분은 인체 조직 내에서 각종 염증을 일으키는 히스타민과 경쟁해 히스타민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히스타민의 작용을 차단하는 약물입니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처음 사용한 사람 4명 중 1명꼴로 졸음 증상이 나타났으며, 졸음의 주관적인 느낌이 없는 경우에도 작업 능률이 떨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일부 약제를 제외하고는 권장용량 이상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 졸음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클라리틴(바이엘) 등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환자들의 안정성과 편리를 함께 높이는, 이런 따뜻한 약물들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간단한 수술 뒤에도 관행적으로 항생제 처방이 줄을 이을 정도이다 보니 항생제 오남용 국가라는 오명을 좀처럼 벗지 못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앞으로 담낭 절제 수술 뒤 관행적으로 해왔던 항생제 처방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의료진이 담낭 절제 수술 뒤 항생제 치료의 불필요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급성충수염(맹장염) 수술에 관행적으로 해오던 항생제 처방도 한 번쯤은 고민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항생제 처방량(31.7)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3.7)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홍태호, 중환자외상외과 김은영 교수팀은 2015년 9월∼2016년 4월 서울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성바오로병원, 부천성모병원, 의정부성모병원 5곳 병원에서 급성 염증성 담낭 질환으로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항생제 처방 전후를 조사했다. 교수팀은 이들은 각각 절반으로 나눠 100명에게는 수술 뒤 항생제를 투여했고 다른 그룹은 수술만 시행해 비교한 결과 이들 두 그룹에서의 수술 합병증과 수술 뒤 입원 기간에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미열 같은 가벼운 합병증 발생은 항생제 처방군과 미처방군에서 각각 15.1%, 14.7% 나왔으며 입원 일수는 각각 3.5일, 3.2일로 나와 오히려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은 그룹에서 합병증과 입원 일수가 적게 나왔다. 통계적으로는 큰 차이는 없었다. 급성염증성 담낭질환은 세계적으로 전체 병원 입원 환자의 3∼5%를 차지하는 흔한 질환이다. 주로 담석이 있거나 고령 환자에게 잘 생기며 심하면 복막염 또는 패혈증으로 이어져 사망할 수도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만 9000여 건의 수술이 시행됐다. 한 해에 9만여 건에 달하는 맹장염 수술도 마찬가지로 항생제 처방이 많은 만큼 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급성염증성담낭질환 시 흔히 시행하는 복강경 수술 등의 간단한 수술은 항생제의 일괄적인 사용이 필요하지 않고 항생제의 실질적인 효과도 없었다”면서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내성 문제점을 고려했을 때 수술 뒤 항생제 사용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지금까지 수술 뒤 항생제 치료의 필요성 및 효과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와 유사한 맹장염 수술 등의 치료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최근에 열린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수백 편의 연구 논문 중에서 최우수 논문으로 뽑혔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북한 귀순 병사 오모 씨(25)를 극적으로 살려내면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등 국내 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이 또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외상센터의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국내 외상센터장들은 하나같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의 절대적 부족 문제를 첫손에 꼽았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조영중 외상센터장은 “중증 외상 환자는 다른 응급 환자에 비해 출혈, 감염 등으로 혈압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용하는 약이 많고 인공호흡기, 에크모(체외 순환기), 혈액투석기, 정맥줄 등 투입되는 의료기기가 많다”며 “그래서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 병원의 중환자와 비슷한 업무 강도가 아니라는 것. 외상센터 대다수는 간호 등급이 2등급이다. 1등급이면 간호사 한 명당 환자를 1, 2명꼴로 볼 수 있지만 병원에선 추가 인건비 문제로 겨우 2등급에 맞춰져 있다. 즉, 간호사 1명이 환자 2, 3명을 보는 셈이다. 게다가 이직률이 50%에 이를 만큼 심해 대략 환자 3명 이상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상센터는 원래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1 대 1이 돼야 한다. 그래야 환자를 24시간 집중 관찰할 수 있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외상센터만이라도 정부의 지원을 통해 간호 등급을 1등급으로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외상센터의 노동 강도가 훨씬 센 만큼 보상체계도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대병원 조현민 외상센터장은 “현재 의사에 대해서만 1인당 1억2000만 원 정도 지원받지만 간호사 지원은 아예 전무하다”면서 “간호사 인력은 병원이 알아서 해야 된다. 적자가 나는 구조에서 병원이 간호 인력을 충원시켜 줄 순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외상센터를 만든 목적은 병원에서 치료받으면 살릴 수 있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낮추는 일이다. 현재는 예방 가능한 사망률(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했을 환자 비율)이 30.5%로 선진국의 10%에 비해 턱없이 높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이송체계. 병원의 전 단계에서 환자를 외상센터에까지 이송하는 시스템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배금석 외상센터장은 “사설 앰뷸런스의 경우 외상 환자가 발생하면 외상센터보다는 근처에 있는 병원에 이송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다발성 외상의 경우 외상센터로 우선 이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환자를 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외상은 일반 응급환자와는 달리 외상센터 도착이 30분 늦으면 절반이 사망하고, 1시간 늦으면 대부분 사망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의 경우 환자를 빠르게 이송할 수 있는 헬리콥터가 착륙할 공간이 아예 없는 실정이다. 외상에 대한 인식 부족도 문제다. 부산대병원 조 센터장은 “일반 국민이나 심지어 의료진조차 외상이 생기면 큰 병원 응급센터에 가지 외상센터에 왜 가냐고 말한다”라며 “외상 의료진들은 세부적으로 보는 정형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와는 달리 환자 상태 전체를 보도록 훈련받았다. 따라서 외상 환자 도착 즉시 진단, 치료, 수술, 중환자실 이송 등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도록 특화된 곳이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조영중 센터장은 “고귀한 희생정신만을 강조하면 결국 의료의 최전방에 있는 외상센터는 모두가 기피할 것”이라면서 “응급 중증외상환자를 진료하면 병원에 이익이 된다는 생각을 갖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무릎 수술을 잘하는 병원을 추천해 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받았다. 군에 입대한 아들이 부대에서 축구를 하다 무릎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싶다는 얘기였다.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수술비용이 무료인데 굳이 개인이 병원비를 내면서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려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정해져 있다. 군병원의 실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라졌다고 군에서 아무리 주장해도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 국민은 그렇게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가 군병원 대신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은 국내 군 의료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귀순 병사의 총상과 관련해 일반적인 궁금증을 문의해도 입에 자물쇠를 채우는 곳이 군병원이다. 군에서 많이 발생하는 총기 및 폭발물 사고의 치료법과 대처 요령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곳은 군병원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실제 그들이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솔직히 잘 모르는 것인지 의구심이 생긴다. 군병원 가운데 최고의 병원이라는 국군수도병원조차 근무하는 의사의 90% 이상이 전문의를 따자마자 군의관으로 임관한 이들이다. 의무복무 3년 동안만 있을 곳이니, 이런 구조에서 의료기술이 축적된다면 오히려 신기한 일일지 모른다. 임금도 높지 않다. 군의관으로 군병원에 근무하면 대략 300만∼40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최근에는 민간병원의 실력 있는 의사들을 영입하려고 연봉 1억 원을 내걸었지만 응모하는 의사가 많지 않다는 후문이다. 계속 군병원에서 근무할 때 얻는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군병원의 인력구조는 기형적이다. 군병원 의사는 모두 2400여 명이다. 이 중 단기 군의관이 2200여 명으로 90%가 넘는다. 반면 간호사 인력은 총 1000명이 채 안된다. 민간병원에선 간호사 인력이 의사의 3배 이상 된다. 결국 군병원에선 의료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의무병 2000여 명이 부족한 간호사를 대신하는 셈이다. 필자가 혹시라도 잘못 알고 있다면 국방부가 제대로 알려주기 바란다. 의료계 쪽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필자도 군병원의 누가 어떤 분야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갖췄는지, 또 어떤 좋은 시설을 새로 들여왔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군병원은 홍보 자체가 금지돼 있다. 아주 사소한 것을 물어봐도 ‘국방부로 공문을 보내 달라’는 말이 돌아오기 일쑤다. 민간인이 군병원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병원 시설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 또 얼마나 훌륭한 의사들이 포진해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국방부가 의학 분야 담당기자들을 초대해 설명해주면 좋겠다. 미국 군병원과 관련해 인상 깊은 사건이 있다. 2011년 아이티 지진으로 약 20만 명의 주민이 사망하는 참사가 생겼을 때 미국은 뛰어난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갖춘 미 해군지휘병원선 ‘컴퍼트호’를 파견했다. 종합병원 못지않은 수술장과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이 가능한 최신 의료장비들을 갖췄다. 또 미국의 의학전문기자인 산다이 굽타가 지진 당시 머리 손상을 입은 아이티 꼬마를 미 해군함정에 마련된 수술장에서 수술해 큰 화제가 됐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미 해군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그만큼 미 해군병원의 수준은 세계적으로 공인돼 있다. 우리는 어떤가. 아쉽게도 국가공공의료의 중추기능을 담당하는 국군수도병원뿐 아니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보훈병원, 국립경찰병원 등은 모두 중증질환을 다루는 상급종합병원에 포함돼 있지 않다. 중소병원급에 해당하는 2차 병원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박재갑 국립암센터 초대원장은 군병원의 의료 발전을 위해 국방의대를 제안한 적이 있다. 당시 그의 말대로 국방의대를 추진했다면 지금 국군수도병원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박 전 원장은 지금도 국방의대 설치를 위해 뛰고 있다. 최근 논의되는 소방병원 신설 검토 시 국군수도병원의 법인화 등 공공의료기관 혁신방안을 함께 논의해 달라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내기도 했다. 국방부는 얼마 전 총상 등 중증외상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2020년까지 ‘국군 외상센터’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드웨어만 키우는 게 능사가 아니다. 민간병원에 건립된 외상센터조차 인력을 구하지 못해 힘들게 꾸려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군병원 의료 인력의 질을 높이고 체계적인 인력공급시스템 마련이 우선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대한폐암학회 ‘폐암의날’ 행사. 대한폐암학회는 24일 오후 1시부터 잠실 롯데호텔 사파이어룸에서 ‘폐암의 날’ 행사를 갖는다. 행사는 ‘여성폐암, 당당하게 이겨내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환자와 담당 주치의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항암치료 부작용 관리 등 유용한 강좌들로 이뤄진다. 이번 행사는 학회 홍보대사로 활동중인 탤런트 변우민 씨가 사회를 맡는다.누구나 참여 가능하고 사전예약과 문의는 대한폐암학회로 하면 된다.》여성 폐암환자가 늘고 있다. 중앙암등록자료에 따르면 2001∼2005년 1만7562명이였던 여성 폐암환자는 2011∼2015년 2만8306명으로 늘었다. 전체 폐암의 30%는 비흡연 폐암으로 대부분 여성 환자였다. 여성의 폐암 발생률은 2014년 기준 10만 명당 15.3명으로 갑상샘(선)암을 제외하고는 전체 암 중 4위이지만 사망률은 1위다. 여성 폐암환자 85% 이상은 흡연 경력 무(無) 폐암은 흡연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 여성 폐암환자의 85% 이상은 비흡연자다. 대한폐암학회에서는 ‘비흡연 여성 폐암’을 주제로 발생원인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2003∼2015년 폐암으로 수술을 한 여성 환자 957명을 분석한 결과 92.7%(887명)가 비흡연자였다. 10명 중 9명이 흡연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에 폐암이 발생한 것이다. 최은영 대한폐암학회 회장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 여성에게서 특히 비흡연 폐암환자가 많다”며 “유전적 요인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의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는 40∼50%에서 EGFR라는 종양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견되는데 서양의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에게서는 10∼15%만 발견이 된다. EGF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흡연 여부와 상관없이 폐암의 원인이 된다. 여성, 발암물질에 취약해 류정선 대한폐암학회 홍보이사(인하대병원 폐암센터장)는 “비흡연 여성에서 폐암 환자가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이 존재한다”며 “하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폐암 전문가들은 ‘음식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를 비흡연 여성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어류·육류 등 모든 단백질 식품은 탈 때 다환방향족탄화수소 같은 발암물질이 발생한다. 식용유가 탈 때도 벤조피렌 같은 발암 가능 물질이 발생한다. 이들 발암물질이 섞인 연기나 그을음이 폐에 침투해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승준 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장(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가 폐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폐암 전문가들의 보편적인 견해”라며 “튀김요리를 즐겨 먹는 대만·중국에도 비흡연 폐암이 많아 대만에서는 튀김 요리와 폐암 발생에 관한 대규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회는 전국 10개 대학병원에서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 226명과 비흡연 여성 환자 76명을 조사해 여성 폐암 원인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가 육체적, 심리적으로 피곤하다고 느끼는 날이 많았지만 운동량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들은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요리할 때 눈이 따가울 정도로 연기가 자욱한 환경에 많이 노출됐다. 또 튀기거나 부침 요리 등 기름을 많이 쓰는 요리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들은 가정 또는 직장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된 적이 많았고 노출시기도 빨랐다. 집 안에서 흡연하는 비율도 높았다. 부모 형제 중에 폐암이 있었던 비율은 6.8%였고 주로 어머니와 여자 형제의 비율이 높았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담배의 발암물질에 취약했다. 남성에 비해 폐가 작고 노폐물을 분해시키는 능력도 약하기 때문이다. 담배 필터로 걸러지지 않은 간접흡연 연기, 즉 담배의 끝이 탈 때 나오는 연기가 더 위험하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과 대기 중 라돈 가스, 직업적 노출에 의한 석면 등의 물질도 유력한 폐암 발생 원인으로 지목된다.조기 진단 어려운 폐암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사망률이 높다. 조기 진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폐암 초기에는 전혀 증상이 없다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도 감기와 비슷한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암 발생 위치에 따라 피가 섞인 가래나 흉부 통증, 쉰 목소리, 호흡곤란, 두통, 오심, 구토, 뼈의 통증과 골절 등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다른 질환과 혼동하기 쉽다. 다만 폐암 환자의 75%가 잦은 기침을 호소할 만큼 기침은 폐암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기침을 할 때 출혈이나 피가 섞인 가래와 같은 증상이 생겼을 때는 바로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하다. 여성 폐암은 흡연으로 생기는 남성 폐암과는 세포 형태와 발생 부위가 다르다. 남성 폐암은 기관지점막을 구성하는 세포의 변형으로 폐 중심부에서 발생하는 편평상피세포암이 많다. 반면 여성 폐암은 폐의 선세포에서 생긴 선암이다. 이는 국내 폐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대개 간접흡연과 관계가 깊다. 선암은 비소세포폐암에 속하는데, 비교적 서서히 진행되므로 조기에 발견되면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여성 폐암 환자, 우울 등 정서적 고통 심각 대한폐암학회는 전국 7개 대학병원, 386명의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괴로움, 불안, 우울정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환자 중 남성은 270명, 여성은 116명이었고 평균 연령은 64세였다. 환자가 겪고 있는 괴로움 정도 평가에서 전체 폐암환자의 54.4%가 상당한 수준의 정신적 고통을 의미하는 4점 이상으로 나왔다. 성별로는 여성 폐암환자가 56.1%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남성 폐암환자의 53.6%보다 다소 높은 경향을 보였다. 여성 폐암환자들은 우울, 두려움, 슬픔, 걱정과 같은 정서적 고통과 폐암에 의한 소화불량, 손발저림 등 신체적 고통을 남성 환자보다 더 심각하게 호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류 교수는 “여성 폐암환자는 폐암이 흡연자에게서 발생하는 병이라는 사회적 편견 속에 남성 환자보다 더 많은 정서적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며 “의료진, 가족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폐암환자 발생을 예방하려면 우선 간접흡연에 대한 노출을 피해야 한다. 간접흡연은 폐암 위험을 약 2배로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방에서 요리할 때는 창문을 열고 환풍기를 작동하는 등의 관리수칙을 지켜야 한다. 요리 시에는 오염물질이 확산될 수 있으므로 미세먼지 등에 민감한 노약자나 아이들은 방에서 문을 닫고 머무르게 하는 것이 좋다. 볶기, 구이 등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되는 요리를 할 땐 뚜껑을 덮고 요리가 끝난 뒤에도 창문을 바로 닫지 말고 30cm 정도 열어서 최소 15분 이상 자연환기를 한다. 최 회장은 “조리 시 연기로 인한 폐암 위험은 1.6∼3.3배가 된다”며 “레인지 후드 같은 환기 장치를 켜고 창문을 열어놓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비흡연 여성 폐암의 원인을 여성의 생활 패턴과 주변 환경에서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며 “여성 폐암환자에 대한 사회적인 재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