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이승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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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승헌 부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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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2025-12-06
칼럼100%
  • “대입 나이에 대졸”…재미교포 학생, UW 수석졸업 화제

    대학에 입학할 나이인 19세에 대학을 수석 졸업하는 재미교포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 워싱턴 주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UW) 4학년인 김준식(사진·영어명 조슈아 김) 군은 13일(현지 시간) 이 대학의 ‘최고 졸업생(Top Undergraduate Student)’에 선정돼 사회과학대 학장상을 받는다. 이 대학은 단과대학별로 수석 졸업생에게 학장상을 수여한다. 사회과학대에서 경제학, 수학을 복수 전공한 김 군은 올해 발표한 경제학 관련 논문이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유명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졸업에 앞서 4월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에 합격한 김 군은 201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앨빈 로스 박사의 지도를 받을 예정이다. 정보기술(IT) 회사에 재직 중인 아버지와 음악가인 어머니 사이의 외아들인 김 군은 10학년(고교 1학년) 때인 15세에 월반해 워싱턴대에 입학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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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에볼라 진압’이 주는 교훈

    메르스 사태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대립, 부처 간 혼선 등으로 혼란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에볼라 사태를 극복한 미국 정부의 위기 대처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사태 초기에는 우왕좌왕했지만 곧 정부 차원의 대처 매뉴얼을 정립하면서 사회적 동요를 막아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메르스와 에볼라는 발병 원인과 처방도 다르고 한국과 미국을 동일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국가적 보건 비상사태에 국정 최고 책임자와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시사하는 대목은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에볼라 사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통령이 상황을 책임지고 조율할 전문가를 임명해 과감히 권한을 부여했다는 점. 오바마 대통령은 에볼라 사태가 터진 지 20여 일 만에 ‘에볼라 차르(총괄조정관)’로 앨 고어 전 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론 클레인을 지명해 모든 정보 조율과 실무 조치를 전담케 했다. 임명 당시 ‘레볼루션’이라는 벤처투자회사 대표였던 그는 에볼라 관련 주요 회의가 열릴 때마다 대통령 바로 옆 자리에 앉았다. 론 클레인이 의사 같은 보건 전문가가 아닌 정무적 감각을 갖춘 행정 전문가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당시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에볼라 사태 해결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지만 오히려 국민 입장에서 균형 있는 판단력을 내려 유연한 조치가 가능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줄리 피셔 조지워싱턴대 공공보건학과 교수는 당시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에볼라 사태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무부 등 관련 부처를 조율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정무적 행정 능력이지 의학 지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시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쉬운 언어’로 대국민 메시지를 던진 점도 사태 해결에 주효했다. 에볼라 사태 때 미국은 ‘피어볼라(Fear+Ebola·에볼라 공포)’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한동안 큰 혼란에 빠졌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주례 라디오 연설 등을 통해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졌다. 그는 에볼라 공식 발병 후 12일 뒤인 지난해 10월 19일 20여 분의 라디오 연설을 모두 에볼라 사태에 할애하며 “에볼라는 심각한 질병이지만 우리가 히스테리에 빠져서는 안 된다. 매년 수천 명의 미국인이 감기로 죽는다. 이럴 때일수록 사안을 합리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파격적인 이벤트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특히 에볼라 환자 치료 과정에서 자신도 감염된 간호사 니나 팸 씨가 미 국립보건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에볼라에서 완치되자 그를 백악관 집무실로 초대해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현재 메르스 대처 과정에서 한국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정보 공개도 필요하면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는 점을 미국의 에볼라 사태는 보여주고 있다. 미 정부도 사태 초기 에볼라 확진 환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다가 투명한 정보 공개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자 첫 감염자인 토머스 에릭 덩컨 씨의 사망 이틀 후 곧바로 실명은 물론이고 집 주소와 사망 직전까지의 여행 동선까지 자발적으로 공개했다. 감염됐다가 나은 팸 씨의 경우 애완견이 에볼라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공개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사태 초기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오바마 대통령은 에볼라 사태가 진정된 뒤 오히려 효과적으로 대처했다는 평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지난해 1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에볼라 정책을 지지한다’는 의견은 49%로, 그렇지 않다는 41%보다 8%포인트 많았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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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러리 독주 흔들… 대세론의 저주?

    2016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정부 기밀을 주고받았다는 ‘이메일 게이트’에도 별 흔들림 없던 지지율이 최근 정치 자금 조성 과정에 대한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는 것.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가 4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주자 중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율은 57%로 이 방송사가 올해 실시한 조사 중 처음으로 50%대로 하락했다. 지난달 조사에선 63%, 4월에는 62%였다. 이에 앞서 ABC와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 시간) 공동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정직하고 신뢰할 만한가’라는 질문에 긍정적 답변은 38%에 그쳤다. 부정적 답변은 56%였다. CNN과 여론조사기관인 ORC가 지난달 29∼31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하락세가 감지됐다. ‘클린턴 전 장관이 부정직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비율은 57%로 올 3월 49%에서 8%포인트가 늘었다. 선호도는 3월 53%에서 46%로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클린턴 전 장관이 대선 레이스 초반 여야를 막론하고 별다른 경쟁자 없이 독주하면서 온갖 스포트라이트와 의혹 제기를 한 몸에 받으면서 벌어진 측면이 크다는 게 미 언론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른바 ‘독과점 후보의 저주’인 셈. CNN은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마틴 오맬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 등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할 정도로 대선판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고 3일 분석했다. 이에 클린턴 전 장관 캠프에서 여론조사를 총괄하고 있는 조엘 베넨슨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조사가 진행된 시기의 문제일 뿐 지지율에 거의 변화가 없다고 본다”며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 미 정가에선 클린턴 전 장관의 향후 지지율 추이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클린턴 재단’에 대한 여론에 달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동딸 첼시가 실무 운영을 맡고 있는 이 재단은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선 베이스캠프와 같은 곳이다. WP는 3일 “부자와 힘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여 20억 달러(약 2조2100억 원) 규모의 천문학적 후원금을 조성한 재단의 성과가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선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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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방미 앞두고 ‘남중국해 암초’ 돌출

    《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 정부 고위 관리가 한국에 미국 입장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해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이달 16일 미 워싱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발언이어서 미중 사이에 놓인 한국 정부의 외교력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3일(현지 시간)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대화 세미나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다시 한번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 경쟁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니엘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3일(현지 시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한국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과 미국이 추진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이어 또다시 미중 양국의 이익이 충돌하는 첨예한 지점에서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러셀 차관보의 언급은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다. 미 정부와 의회는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토 확장 야욕을 막기 위해서는 동맹국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팔꿈치 공격’에 비유하며 비판했고,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같은 날 중국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 공해상에서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미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 소위원장인 랜디 포브스 의원(공화·버지니아)도 지난달 26일 외교안보 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에 실은 기고문에서 “남중국해에 대해 어떤 주장도 하지 않고 있는 일본 같은 국가와 국제기구 등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이 문제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동맹국들의 관심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3일 러셀 차관보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외교와 대화, 국제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 온 만큼 전략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아시아 동맹국들을 결집하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역사적인 관계와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중국을 경원시하고 마냥 미국 편을 들 수만은 없는 한국에까지 협조를 요청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미 정부의 심각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셀 차관보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함께 중국과 한국을 방문한 뒤인 지난달 21일 외신기자들과의 회견에서도 이 지역에서 미군의 정찰 활동을 비난하는 중국을 향해 “남중국해에서의 정찰 활동은 정상적인 임무다. 모든 나라가 항해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미군의 임무를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측에서는 이달 1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과연 논의될지, 된다면 어느 정도 비중 있는 의제로 다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대응이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되겠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안보 현안으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한국의 역할과 기여가 비중 있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러셀 차관보가 정면으로 제기하지 않은 만큼 비중을 두고 검토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kyle@donga.com·이승헌 특파원}

    • 201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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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7년만의 훈장… 오바마 “늦더라도 감사 표해야”

    “아무리 늦더라도 국가가 감사를 표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2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명예훈장(medal of honor) 수여식.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빛바랜 사진 속의 헨리 존슨 사병과 윌리엄 셔민 사병을 가리키며 엄숙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명예훈장은 전장에서 영웅적인 업적을 보인 군인에게 수여하는 미국 최고 등급의 훈장. 이들은 무려 97년 전인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에서 보여준 공로를 인정받아 사후(死後)에 명예 메달을 받게 됐다. 흑인인 존슨은 1918년 프랑스 아르곤에서 동료 병사와 단둘이 10여 명의 독일군에게 포위됐지만 부상을 입은 채 총칼로 육탄전을 벌여 동료를 살려냈다. 러시아계 유대인인 셔민은 같은 해 프랑스 엔마른 전투에서 기관총 공격을 피해 부상한 동료를 구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미국이 있다”며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국가에 헌신한 당신이 누구인지 안다. 우리를 위해 뭘 했는지도 안다. 그리고 영원히 감사하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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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자유법 통과…美국가안보국, 무더기 도·감청 못한다

    미국 상원은 2일(현지시간) 법원의 허가 없이 대량의 통신기록 수집을 금지하는 미국자유법(USA Freedom Act)을 찬성 67표 대 반대 32표로 원안 처리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에게 통신기록의 대량 도 감청을 허용하는 애국법(Patriot Act)의 효력도 1일 0시에 만료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NSA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리즘과 무관한 시민까지 대상으로 삼은 광범위한 도 감청을 할 수 없게 됐다. 미국자유법에 따라 미국 시민의 통신기록은 통신회사만 보유하고, 정부는 집단이 아닌 개별 통신기록에만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미국자유법안은 하원에서는 일찌감치 통과됐으나 상원에서는 애국법 원안 연장을 고수한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의 반대로 난항을 겪어왔다. 2013년 NS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이 기관의 무차별 도·감청 실태가 드러나자 민주당과 함께 자유법안을 마련한 오바마 대통령은 법안 통과를 환영했다. 그는 성명에서 “자유법이 미국 시민의 자유와 국가 안보를 동시에 지켜줄 것”이라며 “안보 전문가들이 국가를 보호해나가는 데 필요한 도구를 완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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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국방수권법 ‘北은 핵무장국’ 표현 논란

    미국 의회가 심의 중인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북한은 핵무장 국가(a nuclear-armed country)’라는 표현이 등장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무장국 또는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 국방수권법은 미국 국가안보 관련 업무에 정부 예산이 집행되도록 하는 근거 법률이다. 미 상원에 따르면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지난달 발의한 201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본문에서 미 국방부는 “북한은 핵무장국이고 이란은 핵무기 능력을 획득하려는 야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매케인 위원장이 법안에서 국방부를 상대로 현재 세계 핵 환경에 대한 평가를 요구한 데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워싱턴 외교가는 ‘북한은 핵무장국’이란 표현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규정하는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처럼 국제법적 개념이라기보다는 핵 능력에 대한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NPT상 북한은 핵 비보유국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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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北기지 타격도 동의 얻어야”… 日 “추후 협의” 즉답 피해

    한국과 일본이 한국 정부의 동의나 요청 없이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사태에 개입할 수 없다는 데 합의하고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조건과 절차에 대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4차 아시아 안보회의에서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자위대의 타격 여부 등에 대해선 일본이 즉답을 피했다. 향후 양국 간 실무 협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집단적 자위권 적용 원칙에 합의’ vs ‘각론은 추후 논의’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이날 일본 집단적 자위권 적용 원칙을 두고 집중 협의했다. 4년 만에 이뤄진 회담 대부분을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국 영역(영토) 진입 문제에 할애했다. 미일 새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따라 유사시 자위대의 한국 출병(出兵)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한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한 장관은 “한반도 안보와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우리 측 요청이나 동의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밝혔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어떤 경우에도 국제법에 따라 타국 영역 내에서 자위대가 활동할 경우에는 해당국 동의를 얻는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방침이며 이는 한국에도 당연히 해당된다”고 답했다. 양국은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조건과 절차, 범위 등을 한미일 3자 안보토의(DTT) 등을 통해 실무적으로 협의키로 했다. 군사적 상황의 범주에는 △한국 내 일본 민간인 소개(疏開) △주일미군과 괌 기지, 미 본토로 날아가는 북 탄도미사일 요격 △주일미군과 미 증원전력, 유엔사 회원국 지원과 해상 호송작전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다른 속내를 내비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반도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놓고 특정 사안에 대해선 확답을 꺼렸기 때문이다. 한 장관이 북한 미사일 기지를 일본이 타격할 경우 한국의 사전 협의와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나카타니 방위상은 “한국 측 생각을 잘 들었다. 당장 대답하기 제한되니 추후 협의하자”고 했다. 유사시 주일미군과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연합방위체제에 따라 한미 양국 결정사안이라는 한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양국은 그간 중단했던 국방교류협력을 재개하기로 했다. 올 10월 일본 요코스카(橫須賀)에서 열리는 국제 관함식 행사에 한국 해군함정이 13년 만에 참가하기로 했다. 또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영역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협의하고 인적 교류도 발전시키기로 했다. 일본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과 한국군과 자위대 간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요구에 대해 한국은 난색을 표했다. 일본의 국방장관 회담 추가 개최 요청도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 한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역사와 안보 문제의 분리 대응이 정부 방침이지만 국민 정서와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 고위급 교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한미군 탄저균 반입 사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기지 내 탄저균 배송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에 공식 사과했다. 카터 장관은 한 장관과의 싱가포르 양자 회담에서 “이번 사건의 조사 결과를 한국과 신속히 공유하고 책임자 조치 및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미군은 이번 사태 이전에도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을 해외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은 미군이 또 다른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을 2008년 호주의 한 실험시설로도 보냈다고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살아 있는 탄저균이 보내진 곳은 미국 11개 주와 한국, 호주 등을 포함해 24개 실험시설이다. 한편 한미 양국 장관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등 군사적 위협에 주목하고, 어떤 도발에도 단호히 공동 대처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이어 한 장관과 카터 장관, 나카타니 방위상은 3자 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조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나카타니 방위상이 카터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 성사에 대해 감사하다는 취지로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국방부는 “어떤 미 측 관계자로부터도 한일 국방장관 회담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북, 지난해 이동식 ICBM 엔진 4차례 실험 북한이 지난해 KN-08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연소실험을 총 4차례 실시했다고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밝혔다. IISS는 올 3월에 펴낸 세계 군사력 평가보고서인 ‘밀리터리 밸런스 2015’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2012년 김일성 생일(태양절) 10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최초 공개된 KN-08은 최대 사거리가 1만2000km로 추정된다. IISS는 또 북한의 신형 대함 미사일(KN-01)이 한국의 포항급 초계함 등 구형함정에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이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130km로 수면 위 10∼15m 고도에서 비행하다가 목표물이 가까워지면 더 고도를 낮춰 기습 타격한다고 IISS는 분석했다.싱가포르=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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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철기 비공개 방미… 정상회담 의제 협의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달 29일부터 1박 2일간 워싱턴을 극비리에 방문해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외교안보수석은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에는 동행하지만 그 직전에 상대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워싱턴 외교가에 따르면 주 수석은 한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과 사전 정지 작업을 위해 워싱턴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도착하자마자 백악관과 국무부 고위 관계자들을 잇달아 접촉했다. 이 중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토니 블링컨 국무부 부장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박 대통령이 주 수석을 직접 미국에 보낼 정도로 이번 회담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렇지만 통상 국내에서 외교 현안을 조율하는 외교안보수석이 워싱턴에 ‘급파’될 정도로 회담 의제 조율에 진통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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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이승헌]계영배와 한미정상회담

    “욕심이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죠. 인생이나 정치도 그런 것 아니겠어요.” 10여 년 전인 2004년 1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가정집.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자택으로 출입기자들을 초청해 만찬을 하던 중 술잔을 내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계영배(戒盈杯)’라는 잔으로 전체 용량의 70%를 넘게 술을 따르면 아래 구멍으로 다 흘러내리도록 만든 것이었다. 처음 보는 술잔을 받은 기자는 박 대통령의 ‘계영배 메시지’를 단순한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넘어 이렇게 해석했다. “정치하면서 목표와 전략을 분명히 해라.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 추진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이후 행보는 계영배의 교훈과 일치했다. 민족중흥 식의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정권 교체라는 뚜렷한 목표하에 분명하고 간결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다. 그가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것은 냉철한 상황 판단하에 선택과 집중을 잘했기 때문이다. 계영배가 떠오른 것은 얼마 전 청와대가 미국 워싱턴에서 16일 진행될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계획을 발표한 직후였다. 청와대는 회담에서 △정무·경제 등 양자 차원 협력 방안 △동아시아 및 세계 주요 정세 평가 △북핵 문제 등 대북 공조 △한미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길어야 2시간도 안 되는 회담에서 한 달을 논의해도 결론 안 날 양국의 모든 현안을 건드리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왜 딱히 눈에 띄는 것도 없으면서 다 소화할 수도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뷔페 같은 의제들을 제시했을까. 이는 올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계기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더 자주 지적하는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전략 부재와 무관치 않은 듯하다. 전략은 목표가 분명해야 나온다. 한국이 급변하는 국제정치 지형에서 ‘뭘 해야 할지(what to do)’를 잘 모르는데 ‘어떻게 할지(how to do)’가 나오긴 어렵다. 그렇다 보니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다 갖다 붙이게 된다. 이 때문에 “정작 이번 회담에서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역설적인 하소연도 들린다. 하지만 이번 회담의 목표는 별다른 게 있을 수 없다. 다 걷어내고, 신미일관계 속에서도 한미혈맹은 굳건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워싱턴에서 ‘종합선물세트’를 받아 가겠다는 낭만적인 발상은 일찌감치 접고 아베 총리 방미 후 더 분명해진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 속에서 한미가 무엇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한다. 첨예한 이슈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도 양국 관계에 대한 회의론만 부추기는 말장난 같은 ‘밀당’만큼은 이제 끝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간 본질적 이슈를 접어두고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나 통일대박론 같은, 거창하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는 외교적 구호를 워싱턴에서 이야기해 봤자 겉으로는 환영받아도 실제로는 큰 관심 받기 어려울 것이다. 시기적으로 아베 총리의 방미 이후,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방문 전에 잡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박 대통령 취임 후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외교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목표와 전략을 잘못 세우면 성과 없이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정치 입문 후 ‘탄핵 후폭풍’(2004년)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2012년) 등 위기 상황에서 종종 선택과 집중의 한 수로 난관을 돌파하곤 했다. 이번이 다시 한 번 그럴 때다.이승헌 워싱턴 특파원 ddr@donga.com}

    •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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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軍, 오산기지에 ‘탄저균’ 잘못 배달

    미군이 살아 있는 탄저균을 주한미군 오산기지 등 다른 연구기관으로 보내는 사고가 발생했다. 생물학 무기로 사용되는 탄저균은 인체에 침입하면 혈액 내의 면역 세포를 손상시키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어 반드시 죽거나 비활성화된 상태로 옮기도록 규정돼 있다. 살아 있는 탄저균은 지난 1년여에 걸쳐 미국 9개 주에도 보내진 것으로 확인돼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성명을 통해 “미 유타 주의 군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이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 등 9개 주로 옮겨졌다. 표본 1개는 주한미군의 오산 기지 내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발송된 표본은 미생물 취급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포장된 상태였으며 규정에 따라 파기됐다”고 덧붙였다. 미군 측은 살아 있는 탄저균이 오산기지에 도착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언제 얼마나 배송됐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주한미군 측은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을 이용해 오산기지 내 ITRP에서 배양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저균이 살아 있는 상태라는 것을 뒤늦게 확인한 미군 측은 실험에 참가한 요원 22명이 감염됐을 가능성을 우려해 항생제와 백신을 투여하는 조치를 취했다. 주한미군 측은 이날 성명에서 “(조치 후) 현재까지 어느 누구도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북한군이 보유한 탄저균 등 생물학 무기 공격에 대비해 탄저균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배양 실험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탄저균이 배송된 연구소에 조사 인력을 파견해 조사하겠다고 밝혀 탄저균에 노출된 사람이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측은 문제의 탄저균 실험 과정과 폐기 처분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실제로 2001년 탄저균이 우편을 통해 미국 정부와 언론에 전달됐으며 우편물을 취급한 집배원 등 5명이 숨진 바 있다. CNN은 “탄저균을 배송받은 메릴랜드 주 한 연구소의 신고로 이번 사건이 알려졌다”고 보도해 신고가 없었다면 미군이 이번 사건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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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주한미군기지에 살아있는 ‘탄저균’ 배달 사고…후속 조치는?

    미군이 살아있는 탄저균을 주한미군 오산기지 등 다른 연구기관으로 보내는 사고가 발생했다. 생물학무기로 사용되는 탄저균은 인체에 침입하면 혈액 내의 면역 세포를 손상시키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어 반드시 죽거나 비활성화된 상태로 옮기도록 규정돼 있다. 살아있는 탄저균은 지난 1년여에 걸쳐 미국 9개 주에도 보내진 것으로 확인돼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스티브 워런 미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성명을 통해 “미 유타 주의 군 연구소에서 부주의로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이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 등 9개 주로 옮겨졌다. 표본 1개는 주한미군의 오산 기지 내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발송된 표본은 미생물 취급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포장된 상태였으며 규정에 따라 파기됐다”고 덧붙였다. 미군 측은 살아있는 탄저균이 오산기지에 도착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언제 얼마나 배송됐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주한미군 측은 살아있는 탄저균 표본을 이용해 오산기지 내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에서 배양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탄저균이 살아있는 상태라는 것을 뒤늦게 확인한 미군 측은 실험에 참가한 요원 22명이 감염됐을 가능성을 우려해 항생제와 백신을 투여하는 조치를 취했다. 주한미군 측은 이날 성명에서 “(조치 후) 현재까지 어느 누구도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북한군이 보유한 탄저균 등 생물무기 공격에 대비해 탄저균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배양 실험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탄저균이 배송된 연구소에 조사 인력을 파견해 조사하겠다고 밝혀 탄저균에 노출된 사람이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을 보인다. 주한미군 측은 문제의 탄저균 실험 과정과 폐기 처분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실제로 2001년 탄저균이 우편을 통해 미국 정부와 언론에 전달됐으며 우편물을 취급한 집배원 등 5명이 숨진 바 있다. CNN은 “탄저균을 배송 받은 메릴랜드 주의 한 연구소의 신고로 이번 사건이 알려졌다”고 보도해 신고가 없었다면 미군이 이번 사건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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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 용사들 귀환때까지…” 美 현충일에 놓인 빈의자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월 31일 새벽. 미 공군 제39 비행중대 소속인 토머스 라퍼티 중위는 F-51D 머스탱 전투기를 몰고 북한군 기지를 폭격하기 위해 적진 깊숙이 침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대공포 공격을 받아 기체가 손상됐다. 그는 탈출하는 대신 북한군 기지에 전투기를 충돌시키며 임무를 수행했다. 라퍼티 중위의 생사 여부는 63년이 지나도록 확인되지 않았다. 가족들은 ‘실종자 전단’을 만들어 그의 흔적이라도 찾아달라고 미 정부에 요청했다. 미국의 현충일 격인 메모리얼데이인 25일(현지 시간) 오후 워싱턴 백악관 인근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 미군 한국전참전용사협회(US-KWVA)가 주최한 6·25전쟁 참전 미군 용사 추모 행사장엔 라퍼티 중위를 찾는 실종자 전단이 놓여 있었다. 기념공원 곳곳엔 라퍼티 중위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실종 참전용사를 찾는 전단 수십 장이 있었다. 1950년 12월 12일 실종된 로이 바로 상사, 1952년 1월 16일 비행 중 실종된 리처드 맥널티 중위, 6·25전쟁 막바지인 1953년에 실종된 도나시아노 듀어트 일병…. 이들 전단에는 ‘가족들이 아직도 (정부의)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겁니다’ 등의 문구가 선명했다. 178만여 명의 6·25전쟁 참전 미군 중 실종자는 7000여 명. 미군과 참전용사협회는 주요 추모 행사 때마다 6·25전쟁 실종자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전쟁포로를 위해 빈 의자를 마련해놓고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 6·25전쟁 참전용사인 래리 키너드 US-KWVA 회장(86)은 이날 실종자 전단들을 가리키며 “우리는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기다릴 것이며 그들의 영웅적 희생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각에서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당혹스럽다. 지금 남북한의 발전상을 비교해보면 이것은 완전히 ‘잊혀진 승리(Forgotten Victory)’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같은 날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메모리얼데이 기념식에서 “한국의 산에서, 베트남의 정글에서, 중동의 사막에서 숨진 영웅들이 있다”며 “전몰 용사들을 기리는 비석들은 우리가 절대 갚을 수 없으면서도 꾸준히 갚으려 노력해야 하는 빚의 표상”이라고 추모했다. 한국에서는 어느덧 ‘잊혀진 전쟁’으로 통하고 있는 6·25전쟁이 이역만리 미국의 수도에서는 여전히 조명되고 평가받고 있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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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가 ‘잊혀진 전쟁’? 참전 美실종자 가족들 “아직 기다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월 31일 새벽. 미 공군 제39 비행중대 소속인 토머스 라퍼티 중위는 F-51D 무스탕 전투기를 몰고 북한군 기지를 폭격하기 위해 적진 깊숙이 침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대공포 공격을 받아 기체가 손상됐다. 그는 탈출하는 대신 북한군 기지에 전투기를 충돌시키며 임무를 수행했다. 라퍼티 중위의 생사 여부는 63년이 지나도록 확인되지 않았다. 가족들은 ‘실종자 전단’을 만들어 그의 흔적이라도 찾아달라고 미 정부에 요청했다. 미국의 현충일 격인 메모리얼데이인 25일(현지 시간) 오후 워싱턴 백악관 인근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 미군 한국전참전용사협회(US-KWVA)가 주최한 6.25전쟁 참전 미군 용사 추모 행사장엔 라퍼티 중위를 찾는 실종자 전단이 놓여 있었다. 기념공원 곳곳엔 라퍼티 중위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실종 참전용사를 찾는 전단 수십 여장이 있었다. 1950년 12월12일 실종된 로이 바로우 상사, 1952년 1월16일 비행 중 실종된 리처드 맥널티 중위, 6·25전쟁 막바지인 1953년에 실종된 도나시아노 듀어트 일병…. 이들 전단에는 ‘가족들이 아직도 (정부의) 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겁니다’ 등의 문구가 선명했다. 178만여 명의 6·25전쟁 참전 미군 중 실종자는 약 7000여 명. 미군과 참전용사 협회는 주요 추모 행사 때마다 6·25 전쟁 실종자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전쟁포로를 위한 빈 의자를 마련해놓고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 6·25전쟁 참전용사인 래리 키너드(86) US-KWVA 회장은 이날 실종자 전단들을 가리키며 “우리는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계속 기다릴 것이며 그들의 영웅적 희생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당혹스럽다. 지금 남북한의 발전상을 비교해보면 이것은 완전히 ‘잊혀진 승리(Forgotten Victory)’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같은 날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메모리얼데이 기념식에서 “한국의 산에서, 베트남의 정글에서, 중동의 사막에서 숨진 영웅들이 있다”며 “전몰 용사들을 기리는 비석들은 우리가 절대 갚을 수 없으면서도 꾸준히 갚으려 노력해야 하는 빚의 표상”이라고 추모했다. 한국에서는 어느덧 ‘잊혀진 전쟁’으로 통하고 있는 6.25 전쟁이 이역만리 미국의 수도에서는 여전히 조명되고 평가받고 있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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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병 이겨낸 20세기 지성…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삶

    정신분열증을 극복하고 게임 이론으로 20세기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천재 수학자 존 내시 박사(사진)가 23일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그의 영화 같은 인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향년 87세.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내시 박사는 20대 후반부터 30년간 정신분열증에 시달렸지만 이를 지성의 힘으로 극복하며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움켜쥔 인물. 이날 사고도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벨상을 받기 위해 노르웨이에 다녀온 뒤 미국 뉴저지 주 뉴어크 공항에서 귀가하던 중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내시 박사는 22세 때인 1950년 ‘비협력 게임’이라는 27쪽짜리 논문으로 명문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며 인생의 정점으로 치닫는 듯했다. ‘내시 균형’으로도 불리는 그의 게임 이론은 당시 독보적인 성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소련과 냉전을 치르던 미 정부는 그에게 신문과 잡지에 숨겨진 소련의 암호를 풀어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수락한 그는 소련 스파이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정신분열증을 앓게 된다. 이날 사고로 함께 숨진 평생의 반려 얼리샤 내시 씨도 간병에 지쳐 그의 곁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내시 박사는 최근 미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숫자를 집중적으로 보다 보니 나중엔 하늘에서 숫자를 통해 어떤 계시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었다”고 토로했다. 내시 박사는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로 서서히 정신분열증과의 싸움에서 이겨 갔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 전 인터뷰에서 “지성의 힘이 서서히 환각을 거부했고 다시 내 안의 이성을 작동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사망 소식에 미 언론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이론의 창시자이자 인간 승리의 상징이 우리 곁을 떠났다”고 애도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내시 역을 맡았던 배우 러셀 크로는 24일 트위터에서 “존과 얼리샤는 경이적인 파트너십을 보여 줬다”고 애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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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137발 총격’ 백인경관 무죄 판결… 흑인들 분노

    2012년 11월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경찰이 무려 137발의 총을 쏴 비무장 상태의 흑인 용의자들을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현지 법원이 23일 이 사건에 관여한 백인 경관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다시 흑백 갈등이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클리블랜드를 관할하는 오하이오 주 쿠야호가 카운티 법원은 이날 마이클 브릴로 경관에게 적용됐던 고의적 살인과 중상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미 다른 경관들이 100여 발의 총을 용의자들이 탄 차에 쏜 상태에서 브릴로 경관이 다시 총을 쐈다”며 “이는 용의자들을 위협적으로 느낀 상황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적시했다. 경찰이 총격을 가할 만큼 흑인 용의자들이 여전히 위협적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사망한 용의자인 티머시 러셀, 멀리사 윌리엄스가 경찰의 검문을 피해 도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을 경찰이 총성으로 착각해 추격전 끝에 총격을 가하면서 발생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클리블랜드 경찰에서 최근 몇 년간 지나친 무력 사용이 만연해 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 사건을 대표적인 경찰력 남용 사례 중 하나로 지목한 바 있다. 이날 판결에 대해 유족들과 지역 흑인 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윌리엄스의 동생 알프레도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흑인들이 죽어가는 상황에 진저리가 난다. 다른 도시였다면 경관이 유죄 판결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앞에서는 흑인 30여 명이 브릴로 경관의 무죄 판결 소식에 “정의 없이 평화 없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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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미엄 리포트]美 인기직종… 리퍼트도 보좌관 출신

    미국 워싱턴에서 연방 상·하원 의원 보좌관들은 흔히 ‘선출되지 않은 의원(unselected lawmaker)으로 통한다. 의회 내 입법 절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입법 권한을 의회에만 부여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는 ‘정부 입법’이 없다. 그만큼 의원을 도와 실무적으로 입법을 진행하는 보좌진들의 판단과 결정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미국 의원들은 한국 의원들보다 더 많은 보좌진을 두고 있다. 435명의 하원의원은 평균 15명, 100명의 상원의원은 33명에서 많게는 44명의 보좌진을 두고 있다. 숫자 못지않게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보좌관별로 임무가 비교적 뚜렷이 구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원의원의 경우 비서실장에 해당하는 선임 보좌관을 축으로 입법 보좌진과 지역구 관리 담당 보좌진을 둔다. 비서실장은 주요 사안에 대한 의원의 정무적 판단을 돕고 주요 입법의 방향을 총괄한다. 개개인이 ‘미래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상원의원의 보좌관은 더 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워싱턴 내 주요 로비스트 사이에서 상원의원 보좌관은 ‘사실상의 의원’으로 통한다. 로비스트는 보좌관에게 줄을 대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도 서슴지 않는다. 올해부터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화당 존 매케인 의원 보좌관들의 경우 워싱턴 인근에 산재한 ‘보잉’ ‘록히드마틴’ 등 군수업체가 고용한 로비스트로부터 수시로 “한번 만나자”는 러브콜을 받는다. 이 때문에 연방의원 보좌진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 직종으로 꼽힌다. 보좌관 경험을 바탕으로 의원으로 도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 현재 70여 명의 연방의원이 의회 보좌관 출신.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미 최고 명문 중 하나인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뒤 톰 대슐 전 상원의원 보좌관으로 워싱턴에 발을 들였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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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라덴 죽기 직전까지 美추가테러 계획 골몰

    9·11테러를 주도한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리더 오사마 빈라덴(사진)이 사살되기 전까지 다양한 책을 탐독하며 미국에 대한 추가 테러에 광적으로 사로잡혀 있던 동시에 가족에게는 지대한 애정을 쏟는 다중인격적 측면을 보였던 것을 알려주는 문건이 20일 공개됐다. 미 국가정보국(ODNI)은 2011년 5월 미군 특수부대를 동원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빈라덴을 사살한 뒤 현장에서 입수한 문건 103건을 포함한 총 409건의 자료를 이날 공개했다. 빈라덴이 가족이나 알카에다 지도자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빈라덴이 읽은 서적은 물론이고 미 정부 자료까지 망라하고 있다. ○ 책벌레 빈라덴 ODNI가 ‘빈라덴의 서재’라는 제목을 단 서적 목록에서는 39권의 영어 서적이 우선 눈에 띈다. 미국의 군사 정책, 반미 성향의 이론서는 물론이고 음모이론과 관련된 책까지 있어 빈라덴이 은신 중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목록에는 진보 성향의 세계적 석학인 놈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의 ‘필요한 환상-민주사회에서의 사고 통제’ ‘패권이냐 생존이냐’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 5세기 동안 열강의 경제·군사력 성쇠를 다룬 역사학자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전략을 비판한 ‘오바마의 전쟁’도 있다. 이 밖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알카에다와 9·11테러를 공모했을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한 데이비드 그리핀의 ‘새로운 진주만’도 있었다. ODNI는 은신처에서 누드 사진 등 다량의 포르노그래피도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ODNI 측은 “포르노그래피는 일반에 공개할 내용이 아닌 만큼 비밀 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영국 가디언 측이 밝혔다.○ 추가 테러 골몰하며 가족 사랑 이날 공개된 문건은 빈라덴이 9·11 이후에도 미국에 대한 추가 테러에 골몰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날짜가 분명하지 않은 한 편지에서 북아프리카의 테러조직원들에게 “이슬람국가(IS) 설립을 중단하고 서아프리카 남쪽의 시에라리온과 토고의 미국대사관과 정유회사를 공격하라”고 주문했다. 예멘의 알카에다 조직에도 미국인을 타깃으로 삼으라고 촉구했다. 알카에다 리더답게 은신처에서는 ‘알카에다 입단 지원서’로 보이는 문서도 다량 발견됐다. 빈라덴은 대량 살상을 목표로 테러에 골몰하면서도 가족에 대해서는 넘치는 애정을 과시했다. 4명의 부인과 20명의 자녀를 뒀던 그는 자주 가족들과 편지를 교환했는데 여기서 맹목적인 사랑을 쏟아붓는 아빠로 묘사되고 있으며 한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선 사랑에 빠진 청년의 모습이었다고 CNN은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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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범 빈 라덴, 가족에게는 ‘다정다감’…은신처 문건 공개

    9·11 테러를 주도한 국제 테러단체 알 카에다의 리더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되기 전 까지 다양한 책을 탐독하며 미국에 대한 추가 테러에 광적으로 사로 잡혀 있던 동시에 가족에게는 지대한 애정을 쏟는 다중 인격적 측면을 가졌던 것으로 보여주는 문건이 20일 공개됐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2011년 5월 미군 특수부대를 동원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빈 라덴을 사살한 뒤 현장에서 입수한 문건 103건울 포함한 총 409건의 자료를 이날 공개했다. 자료는 빈 라덴이 가족이나 알카에다 지도자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빈 라덴이 읽은 서적은 물론 미 정부자료까지 망라하고 있다. ●책벌레 빈 라덴 DNI가 ‘빈 라덴의 서재’라는 제목을 단 서적 목록에는 39권의 영어서적이 우선 눈에 띈다. 미국의 군사 정책, 반미 성향의 이론서는 물론 음모이론과 관련된 책까지 있어 빈 라덴이 은신 중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빈 라덴은 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킹압둘아지즈대에서 경영학석사까지 마쳤다. 목록에는 진보 성향의 세계적 석학인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좌교수의 ‘필요한 환상-민주사회에서의 사고 통제’ ‘패권이냐 생존이냐’ 등이 포함돼있다. ‘필요한 환상…’은 미 정부가 기성 언론을 통해 교묘한 여론 조작을 시도하고 있음을 비판한 촘스키 교수의 대표작이며 ‘패권이냐 생존이냐’는 미국의 팽창주의적 대외 정책을 비판한 책이다. 지난 5세기 동안 열강의 경제·군사력 성쇠를 다룬 역사학자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전략을 기술한 ‘오바마의 전쟁’도 있다.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빈 라덴이 자신의 책을 읽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WP와의 인터뷰에서 “빈 라덴이 그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언젠가는 자신의 은신처를 공격할 것을 간파하고 아프가니스탄 산 속으로 도망쳤어야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밖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알카에다와 9·11 테러를 공모했을 것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한 데이비드 그리핀의 ‘새로운 진주만’도 있었다.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 등 비밀결사조직 등을 다룬 책도 발견됐고 미 9·11 위원회 보고서, 심지어 ‘델타포스 익스트림 2’같은 온라인 게임의 안내 서적도 포함됐다. DNI는 은신처에서 누드 사진 등 다량의 포르노그래피도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DNI 측은 “포르노그래피는 일반에 공개할 내용이 아닌 만큼 비밀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영국 가디언 측이 밝혔다. ●추가 테러 골몰하며 가족사랑 이날 공개된 문건에는 빈 라덴이 9·11 이후에도 미국에 대한 추가 테러에 골몰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날짜가 분명하지 않은 한 편지에서 북아프리카의 테러조직원들에게 “IS(이슬람 국가) 설립을 중단하고 서아프리카 남쪽의 시에라리온과 토고의 미국 대사관과 정유회사를 공격하라”고 주문했다. 예멘의 알카에다 조직에도 미국인을 타깃으로 삼으라고 촉구했다. 알카에다 리더답게 은신처에는 ‘알카에다 입사 지원서’로 보이는 문서도 다량 발견됐다. 지원서에는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 “자살 작전을 수행하기를 원하는가” “(자살 작전으로) 순교자가 된다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가” 등의 구체적인 질문이 있었다. “기소되어 재판받은 적이 있는가” “만성적이고 유전적인 질병이 있는가” 등 ‘부적절한’ 조직원을 미리 걸러내기 위한 질문도 있어 그가 얼마나 치밀하게 테러를 구상해왔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빈 라덴도 가족에 대해서는 넘치는 애정을 과시했다. 4명의 부인과 20명의 자녀를 뒀던 빈 라덴은 자주 가족들과 편지를 교환했는데 여기서 맹목적인 사랑을 쏟아 붓는 아빠로 묘사되고 있으며 한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선 사랑에 빠진 청년의 모습이었다고 CNN은 전했다. 빈 라덴은 이란에서 10년 간 가택 연금 후 풀려나온 부인 중 한 명인 카이리야에게 쓴 편지에서 “이란에서 당신이 나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속삭였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 201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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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중남미-아프리카 젊은층 마음 사로잡아”

    미국과 중국이 경제 이익을 놓고 패권 다툼을 벌이는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미국에서 나왔다. 특히 이들 지역에선 향후 주력 세대인 20, 30대가 중국 선호 여론을 이끌고 있어 미국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워싱턴 유력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와 공동으로 지난해 12월 조사해 작성한 ‘중국에 대한 세계의 인식’ 보고서를 19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중남미 9개국 중 8개국에서 중국에 우호적이라는 의견이 비우호적이라는 의견보다 많았다.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베네수엘라는 중국에 우호적이라는 의견이 67%로 중남미에서 가장 높았다. 남미의 경제대국인 브라질은 우호와 비우호 의견이 각각 44%로 팽팽했다. 또 다른 신흥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경우 조사 대상 7개국 전체가 우호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프리카 최대 경제대국인 나이지리아는 70%가 우호적이라고 답해 비우호적이라는 답변 14%보다 56%포인트 많았다. 세대별로 보면 국가를 불문하고 젊은 세대인 20, 30대가 중국 우호 의견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의 경우 중국에 대한 호불호가 44%로 반반이지만 세대별로는 20대 52%, 30대 45%가 우호적이라고 답해 우호론이 더 많아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브루킹스연구소는 내다봤다. 이와 함께 이들 국가는 아직까지는 미국이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지만 곧 중국에 그 자리를 내줄 것으로 봤다.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결코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은 조사 대상인 중남미 아프리카 16개국에서 평균 32%인 반면 ‘중국이 결국 미국을 대체할 것’이라는 응답은 50%였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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