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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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hjson@donga.com

취재분야

2026-05-27~202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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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6부작 드라마에 도전장

    명대사 “살아있네”로 유명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년)를 만든 윤종빈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 ‘수리남’이 9일 공개된다. 현실세계를 맛깔 나게 세공해내는 윤 감독이 만든 작품인 만큼 그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담아낸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은 제작비 350억 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실화를 토대로 만들었다. 제목 그대로 브라질 북부에 있는 인구 약 60만 명의 다소 생소한 나라 수리남에서 벌어진 마약 범죄 사건을 다뤘다. 드라마는 한국에 홍어를 수출해 큰돈을 벌겠다며 수리남으로 건너간 사업가 강인구(하정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홍어가 잡히면 모두 갖다버리는 수리남은 홍어 어획의 노다지와 다름없는 곳. 그러나 꿈에 부푼 것도 잠시. 현지 교회 목사로 위장한 전요환(황정민)에게 속아 강인구는 홍어에 코카인을 넣어 한국에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현지 교도소에 수감된다. 요환은 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아 도피처로 최적인 수리남으로 달아난 뒤 현지 마약 유통을 장악한 마약왕이다. 인구는 사업을 망쳐버린 요환에게 이를 갈고, 그런 인구에게 국가정보원 요원 최창호(박해수)가 접근해 요환을 체포하자고 설득한다. 거액을 줄 테니 요환 곁으로 위장 잠입해 함께 수사하자는 것.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윤 감독은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2시간 조금 넘는 영화 시나리오로 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빠져 아쉬웠다”며 드라마에 도전한 배경을 밝혔다. 실제 ‘수리남’은 영화로 시작했다가 8부작 드라마로 노선을 바꾼 뒤 다시 6부작으로 축약됐다. 윤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하정우가 작품 기획을 시작해 윤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했다. 하정우는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가 주는 힘이 굉장했다”며 “남미의 그 작은 나라에서 한국인이 마약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재밌어서 영화든 드라마든 작품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인구가 가족에게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생존 본능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1968년 인구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가 살아온 과정을 축약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인구의 입장을 이해하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남미의 도미니카공화국은 물론이고 제주와 전주 등 국내 곳곳을 남미처럼 꾸며 담아낸 이국적인 풍광을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윤 감독은 “촬영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너무 심각해 예정된 해외 촬영을 다 할 수 없어 눈물이 났다”며 “제주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문득 남미처럼 꾸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했다”고 말했다. 악인 중의 악인을 연기한 황정민과 ‘오징어게임’의 상우에 이어 작품마다 다른 사람처럼 연기하는 천의 얼굴 박해수 등 주요 출연진의 연기는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빚어낸다. 황정민은 “완성된 드라마를 보니 각자 맡은 캐릭터를 너무나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자기만의 아우라가 다 보였다”며 후배들의 연기를 극찬했다. 6시간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빠져들게 하는 밀도 높은 연출력을 보고 있으면 윤 감독이 그간 2시간 안팎의 짧은 러닝타임 탓에 다 펼쳐보지 못한 능력을 모두 갈아 넣은 듯하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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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아이들이 전화로 “탈출해” 단서 주는데…

    1970년대 미국 덴버의 한 마을. 동네 남자 아이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실종된 아이는 다섯 명. 온 동네에 실종자를 찾는다는 벽보가 붙었지만 돌아오는 이는 없다. 납치 현장에서 검은색 풍선과 밴을 봤다는 목격담만 나돌 뿐이다. 13세 피니(메이슨 테임스) 역시 무사하지 못하다. 피니는 하굣길 검은색 밴을 타고 나타난 그래버(이선 호크)에게 납치된다. 깨어나 보니 침대 매트리스와 벽에 설치된 검은색 전화기가 전부인 지하실. 전화기는 선이 빠져 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건 이는 실종된 아이. 이미 그래버에게 살해된 5명은 차례로 전화를 걸어 피니에서 탈출 단서를 알려준다. 7일 개봉하는 영화 ‘블랙폰’에서 주인공 메이슨 테임스의 연기는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공포에 비명조차 나오지 않아 덜덜 떨기만 하는 모습과 긴장으로 가득한 숨소리까지 세밀하게 표현한다.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의 인기로 로맨스 스타 이미지가 강한 이선 호크의 사이코패스 변신도 관람 포인트. 가면으로 얼굴을 가려 얼굴이 다 나오는 장면이 거의 없지만 섬뜩함과 기괴함, 잔혹함이 가면을 뚫고 나온다. 영화는 언뜻 죽은 아이들이 전하는 단서, 오빠를 구하려는 여동생 그웬이 꾸는 기묘한 꿈 등에 힘입어 피니가 살아남는 단순한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그러나 감독은 뻔한 공포물의 외관을 내세워 또래끼리의 연대와 초자연적인 현상 외에 기댈 것이 없는 아이들의 외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잔혹한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되고 그런 폭력을 직접 행하는 아이들을 보여주며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와 어른들을 비판한다. 감독은 그래버가 허리띠를 무기로 쓰고 작은 소리에도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피니와 그웬의 아버지가 아이들을 학대할 때 보여준 모습. 이 같은 장치를 이용해 아이들을 학대하는 아버지와 아이들을 죽일 궁리만 하는 사이코패스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흘리듯 보여주는 연출력은 감탄스럽다.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출해 호평받은 스콧 데릭슨 감독의 작품이다. 공포에 압도당하다가 영화가 끝난 뒤엔 몇몇 장면을 곱씹으며 어른의 역할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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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장애는 신이 주신 선물… 덕분에 배우로 성공”

    “윤여정 선생님을 제일 먼저 뵙고 싶어요. 내공 깊은 연기도 배우고 싶습니다.” 올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농아인 배우 트로이 코처가 제19회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 위촉식 참석차 6일 한국을 찾았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한국에서 누굴 만나고 싶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윤여정을 여러 번 언급하며 “꼭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윤여정은 당시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와 수어로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표현한 뒤 코처를 호명해 화제가 됐다. 코처는 “윤 선생님이 트로피를 들어줘서 내가 수어로 편안하게 소감을 발표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농아인 배우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건 그가 두 번째다. 그는 “상을 받기 전 무명배우였지만 수상 이후 영화 출연 제의가 많아져 바쁘게 살고 있다”며 “나에게 아카데미상은 힘들게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딴 것과 같다”고 했다. 이어 “할리우드는 이제 농아인 역할을 비장애인이 맡는 일이 많이 줄었다”며 “한국도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를 맡아 대회 홍보에 나서는 한편 한국에서 농아들을 위한 교육자 역할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수어 보전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등 대회 개최를 계기로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것. “제 장애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그 선물 덕분에 배우 생활도 성공했고요. 저처럼 배우를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자신 안의 열정과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꼭 말해주고 싶네요.”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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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겜’ 美에미상 4관왕… 非영어 드라마 최초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지닌 에미상에서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본상(프라임타임)을 받았다. 게임 참가자 지영 역할을 맡은 배우 이유미가 게스트 여배우상을 수상하는 등 4개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4일(현지 시간)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이유미는 게스트 여배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게스트 여배우상은 드라마의 여러 에피소드 중 특정 에피소드에 주연급으로 출연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여배우에게 준다. 극 중 지영은 구슬치기 에피소드인 6화 ‘깐부’편에서 새벽(정호연)을 위해 희생한다. 이유미는 삶에 미련이 없는 지영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아시아 국적 배우는 이유미가 처음이다. 이유미는 미국 HBO 드라마 ‘석세션’의 호프 데이비스 등 후보에 오른 쟁쟁한 미국 드라마 출연자들을 제쳤다. 이유미는 이날 시상식 직후 “너무 행복하다. 믿어지지 않는다. 상의 무게 이상으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징어게임’은 스턴트 퍼포먼스상과 시각효과상(‘VIPS’ 편), 프로덕션디자인상(‘깐부’ 편)도 받았다. 후보에 오른 7개 부문 중 4개 부문을 석권한 것이다. 이 역시 비영어 드라마 사상 최초다. 1949년 제정된 에미상은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ATAS)가 주관하며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은 작품상,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감독상 등 연기 및 연출 주요 부문에 대한 시상을 진행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에 앞서 진행된다. 예술·기술 부문 제작진을 대상으로 시상하되 일부 프라임타임 연기상도 포함한다. 현지 시간으로 12일 열리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오징어게임은 △작품상 △감독상 및 각본상(황동혁)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박해수, 오영수) △여우조연상(정호연)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이에 앞서 게스트 여배우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면서 작품상이나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의 수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올해 1월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을 받았고, 올해 3월엔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이정재와 정호연이 한국 배우 최초로 SAG 남녀주연상을 받는 등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잇달아 새로 쓰고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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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석의 부모님이 “끝내고 싶다” 말한다면…

    “끝내고 싶으니 도와다오.” 병석에 누운 백발의 아버지가 중년의 딸을 보며 입을 뗀다. 무뚝뚝한 아버지가 딸의 손까지 붙잡고 부탁한다. 놀란 딸은 병실에서 뛰쳐나가 버린다. 7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다 잘된 거야’(사진)는 초반부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반신이 마비된 84세 아버지 앙드레(앙드레 뒤솔리에)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앙드레는 글씨조차 스스로 쓸 수 없다. 배변도 해결할 수 없어 변이 묻은 침대 위에서 몇 시간이고 도와줄 이가 오길 기다려야 한다. 공장을 운영하고 미술품을 수집하며 품격 있는 삶을 살아온 앙드레는 “숨만 쉰다고 사는 것이냐”며 비참한 신세를 한탄한다. “이건 내가 아니다”라며 딸 에마뉘엘(소피 마르소) 앞에서 아이처럼 울기도 한다. 딸은 아버지가 마음을 바꾸길 바라지만 아버지는 완강하기만 하다. 결국 스위스로 가 의료진이 마련한 약물을 환자 스스로 투여하는 ‘의사조력사’를 시행하기로 하고 날을 잡는다. 그런데 앙드레는 손자의 연주회를 보고 가야겠다며 조력사 날을 미루는가 하면 딸에게 직접 전화를 걸 수 있을 만큼 몸이 회복됐다고 기뻐하는 등 도통 알 수 없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때때로 누구보다 강한 삶의 의지를 보이며 딸을 의아하게 만든다. 아버지는 결국 마음을 바꾸게 될까. 영화는 아버지와 딸이 작별을 준비하는 과정과 죽음의 날이 다가오며 겪게 되는 심리 변화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차멀미로 구토하는 어린 딸을 다독이기는커녕 “많이 먹어서 그렇다”며 면박을 주기 바빴고, 가족에게 엄청난 비밀로 큰 상처를 줬던 애증의 대상인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해야 하는 딸의 복잡한 심경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원조 하이틴 스타 소피 마르소는 한층 깊어진 내면 연기로 애증을 표현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비뚤어진 한쪽 입 등 반신이 마비된 환자를 연기한 앙드레 뒤솔리에의 연기도 관람 포인트다. 지난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로, 프랑스 작가 에마뉘엘 베르넴이 딸로서 직접 겪은 일을 녹여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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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200년 전 ‘식물 이주’의 역사적 순간

    1829년 영국 런던. 호기심 많은 외과의사 너새니얼 워드의 집에서 인류의 역사를 바꿀 새싹이 고개를 내밀었다. 번데기가 나방이 되는 모습을 보려고 유리병 속에 마른 잎, 번데기, 흙을 넣어뒀는데 흙 표면 위로 새싹이 튼 것. 이 식물은 병 속에서 무려 3년을 살았다. 4년 뒤 워드는 양치류 등을 넣은 밀폐형 유리 상자를 호주 시드니까지 배에 실어 보냈다. 이후 호주 자생 식물 풀고사리 등을 같은 상자에 넣어 런던으로 보내는 실험도 진행했다. 두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식물을 살아있는 상태로 원거리를 이동시키는 일명 ‘워디언 케이스’가 발명된 순간이었다. 워디언 케이스는 식물을 종자 형태로 운반할 때 말라 죽거나 곰팡이가 피는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살아있는 식물을 그대로 운반하는 건 다른 대륙의 환경을 고스란히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워디언 케이스는 바닐라 후추 등 온갖 식물을 유럽으로 들여오는 ‘마법의 상자’로 대활약하며 종묘업계와 식물학자들에게 각광받았다. 그러나 19, 20세기 제국주의 열강들은 식민지에 플랜테이션(대규모 상업농장)을 조성하기 위한 도구로 이를 악용했다. 독일은 카카오를 포함한 각종 식물 묘목을 이 상자에 실어 카메룬 등 식민지로 대량 운송했다. 식민지의 넓은 농경지와 인부들을 활용해 각종 식물을 재배하며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다. 게다가 이 상자는 바이러스나 병충해까지 그대로 이동시켜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인간이 위디언 케이스로 식물을 자유롭게 운반한 결과를 빛과 그림자로 나눠 균형 있게 조명한 저자의 통찰력과 낯선 식물 상자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 쓴 솜씨가 돋보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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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 키우고 웃음 더한 ‘공조2’, 추석 극장가 점령하나

    추석 연휴 개봉하는 유일한 한국영화 대작 ‘공조2: 인터내셔날’(7일 개봉)은 시작부터 관객의 혼을 빼놓겠다고 작심한 듯하다. 미국 뉴욕 한복판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공조1’에 비해 스케일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미 연방수사국(FBI) 소속 잭(다니엘 헤니)은 뉴욕에서 마약을 유통하는 조직 우두머리인 북한 출신 장명준(진선규) 일당을 검거한 뒤 미국에 파견된 북한 형사 철령(현빈) 등에게 이들을 넘겨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북-미 수교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첨예한 외교적 상황 때문이다. 장명준 일당이 도피를 시도하면서 뉴욕 한복판에선 FBI 요원 및 북한 형사들과 장명준 일당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진다. 차량 폭발, 추격전 등 화려한 장면은 이 영화가 한국영화인지 할리우드 영화인지 헷갈릴 정도다. 공조2는 2017년 설 연휴 당시 개봉해 관객 781만 명을 모은 전작을 뛰어넘기 위해 곳곳에 공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뉴욕 장면은 실제 뉴욕에서 촬영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크게 놀라게 된다. 국내에서 6개월 넘게 걸려 만든 세트를 활용한 것으로, 컴퓨터그래픽(CG) 및 촬영·미술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실감케 한다. 영화는 몰입도를 끌어올린 뒤 철령과 한국 형사 진태(유해진)가 재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속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낸다. 장명준 일당이 한국으로 숨어들자 노동당 지시를 받은 철령이 5년 만에 돌아온 것. 1편에서 진태와 철영 두 사람을 주축으로 남북 공조가 이뤄졌다면, 2편에선 잭까지 가세해 남북미 공조 수사가 진행된다. FBI 요원을 더해 판을 키운 것이다. 유해진은 이번에도 ‘웃음 일등공신’으로 활약한다. 전편에서 아내를 잃고 복수심에 불탔던 현빈 역시 2편에선 코믹한 모습이 부각된다. 현빈은 1일 언론 인터뷰에서 “1편에선 복수심이 주요 감정이었다면 이번엔 시간이 흐르면서 철령이 여유로워졌다”며 “그런 점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유해진 역시 이날 “현빈 씨는 실제로도 재밌어졌더라. 그래서 극 중에서 철령에게 ‘재밌어졌어’라는 대사를 한 것”이라고 했다. 1편 흥행 요인 중 하나였던 진태의 처제 민영(윤아)의 분량은 크게 늘었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철없는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내며 큰 호평을 받았던 그는 이번엔 잭과 철령 두 사람 모두에게 반하는 역할로 웃음의 한 축을 담당한다. 민영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벌이는 신경전도 웃음 포인트. 후반부 고층 호텔 외벽과 곤돌라를 활용해 손에 땀나게 만드는 액션 장면은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로 꼽을 만하다. 짬뽕 국물을 묻힌 파리채 등 생활 속 소품을 활용한 창의적인 액션도 돋보인다. 반면 관객을 웃기려는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라는 혹평도 예상된다. 전편에서 웃음이 터졌던 몇몇 장면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등 ‘웃음 안전장치’를 과도하게 배치한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유해진은 “공조2 제작 소식을 듣고 걱정했던 점이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려먹는다’고 하는데 혹시 전편에 기댄 방식으로 구성돼 있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 그런 것 때문에 속편을 선호하지 않는데 공조2의 이석훈 감독과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을 같이한 경험이 있어서 출연을 결정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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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만영화 감독들 “정당한 저작권 대가 받고싶어”

    “영화 ‘최종병기 활’(2011년)을 준비할 때 케이블 방송에서 내 전작들이 방영되는 걸 봤다. 그걸 보며 ‘나도 배가 많이 고픈데 (방영 수익을) 좀 나눠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천만영화 감독들 마침내 국회로: 정당한 보상을 논하다’ 정책토론회 현장. 국내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 흥행(1761만 명 관람) 기록을 세운 영화 ‘명량’(2014년)과 후속작 ‘한산: 용의 출현’으로 700만 명 이상 관객을 모은 김한민 감독이 초기작의 잇단 흥행 실패로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 감독 외에도 한국영화감독조합(DGK) 공동대표인 윤제균 감독을 비롯해 강제규 김용화 등 대표적인 천만 감독들과 ‘오징어게임’의 주역 황동혁 감독 등 조합 소속 감독 200여 명이 참석했다. 윤제균 감독은 “영화를 20년 했는데 이렇게 많은 감독들이 모인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감독들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건 저작권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감독이나 작가 등의 저작자가 영상저작물(영화)의 저작재산권을 제작자 등에게 양도했더라도 향후 영화의 TV 방영이나 디지털 매체를 통한 유통 등으로 발생한 수익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현행 저작권법에는 이런 조항이 없어 별도 특약이 없는 한 감독과 작가는 저작재산권 양도 대금 등 영화 제작 초기에 받는 대가 외에 별도의 수익 배분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황 감독은 넷플릭스로부터 일정 부분 보상을 받았지만 이는 관련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흥행 이후 넷플릭스와의 별도 협의를 거친 결과였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윤 감독은 “한국영화감독조합 회원이 500명이 넘는데 평균 연봉이 채 2000만 원이 안 된다”며 “저작권법 개정으로 정당한 보상을 보장해야 좀 더 능력 있고 열정 있는 후배들이 K콘텐츠 창작에 뛰어들고, 이로 인해 K콘텐츠가 세계에 더 오래 널리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해외 촬영차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감독들도 힘을 보탰다. 박찬욱 감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독과 작가가 저작자로서의 위치를 돌려받고 창작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국 창작자들도 세계적인 수준의 환경 속에서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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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각도서 ‘1988년’을 소환해보고 싶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직전의 서울, 그중에서도 노원구 상계동을 주요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울대작전’은 26일 공개 직후부터 혹평이 쏟아졌다. 가장 많은 지적은 영화 속에 구현된 1980년대가 한국의 1980년대 같지 않다는 것. 1960, 70년대 미국 디트로이트 등의 슬럼가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빵꾸(펑크)사’란 이름의 자동차 정비소를 아지트로 활약하는 ‘빵꾸팸’ 멤버 동욱(유아인)과 우삼(고경표) 등 주인공들 역시 30여 년 전 미국 힙합 뮤지션처럼 꾸며 시간과 공간적 배경에 의문이 들게 한다. 영화를 연출한 문현성 감독은 29일 화상 인터뷰에서 “기획 단계부터 그런 지적을 많이 들었다”며 “1980년대를 다룬 기존 영화들이 진중한 분위기였는데 당시 그런 분위기만 있었던 건 아니다. 유별난 캐릭터들을 앞세워 다양한 당시 모습 중 한 부분을 집중 조명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빵꾸팸’이 안 검사(오정세)의 지시로 비밀수사에 투입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의 임무는 500억 원이 넘는 군사정권의 비자금 실체를 밝히는 것. 안 검사는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동욱과 친구들의 전과를 없애주고 이들이 원하는 대로 미국에 보내주겠다고 제안한다. 극중 우삼이 ‘학살 전문 독재자’라고 칭하는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고 직을 내려놓자마자 사채시장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강 회장(문소리)과 함께 비자금 세탁에 돌입한다. ‘빵꾸팸’ 멤버들은 강 회장의 운전사로 위장 취업해 비자금을 운반하며 관련 장부 등 결정적 증거 찾기에 나선다. 영화는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1980년대 ‘사채 시장의 큰손’ 장영자 씨의 실명을 언급하진 않는다. 그러나 누가 봐도 전 전 대통령이 확실한 초상화와 뒷모습을 보여주는 등 실제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 감독은 “과거 역사적 사실에서 일부 모티브를 가져온 건 맞다”며 “실제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에선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있었다. ‘서울대작전’은 그중 한 조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블랙코미디 요소는 영화 속에서 단편적으로 소비되는 데 그친다. 영화가 앞세우는 자동차 추격 액션은 속도감이 나지 않고, 추격 장면에 적용된 컴퓨터그래픽(CG)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것이 티가 날 정도로 어색하다. 문 감독은 “하나부터 열까지 아쉬운 것이 많지만 제작진은 나름의 큰 포부를 가지고 특히 기술적인 부분에서 시도할 수 있는 해결책을 총동원해 촬영했다”며 “그간 접해온 시각과는 다른 각도에서 1988년을 소환해보는 게 영화의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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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로 닥쳐온 재난물, 영화 같지 않은 영화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3년 전에 영화 ‘락다운 213주’(원제: Songbird·사진)가 개봉했다면 반응이 어땠을까. 관객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 코웃음 쳤을지도 모른다.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세상이 저 지경이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지만 지금은 미소조차 쉽게 나오질 않는다. 영화는 2024년이 배경. 제목처럼 ‘코로나-23’이란 신종 바이러스가 확산돼 록다운(봉쇄) 조치가 시행된 지 213주가 지났다. 봉쇄 4년이 넘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는 전쟁이 훑고 간 폐허 지역을 방불케 한다. 주 정부는 “허가 없이 집 밖으로 나오면 사살하겠다”고 경고하고 실제로도 총을 드는 데 거리낌이 없다. 가정집들도 문 앞에 “무단침입자 사살”이란 경고를 붙여놓았을 정도다. 그나마 통행이 가능한 건 당국으로부터 면역력을 지녔다고 인정받은 극소수뿐이다. 니코(KJ 아파)는 면역자라 우편물 배달원으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허락받지 못한 여자친구 세라(소피아 카슨)는 만날 수 없다.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은 얼마 전까지 격리가 일상적이던 우리네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락다운 213주’는 촬영기법에서도 현장감이 넘친다. 많은 장면을 스마트폰 카메라와 레저스포츠용 카메라 등으로 촬영하고, 폐쇄회로(CC)TV 감시카메라로 촬영된 장면도 활용했다. 흔들림까지 그대로 담아내 실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살렸다. 특히 세라의 할머니가 열이 나자 보건당국이 격리구역으로 가족들을 강제 이송하려고 무장한 채 들이닥치는 장면은 온몸에 털이 솟구친다. 중국 상하이 등에서 벌어진 고강도 봉쇄 조치를 떠올리면 영화에서나 일어날 일이라 치부하기 어렵지 않나. 미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대가인 마이클 베이 감독이 제작을 맡은 작품. 실제 LA 등 미국 여러 주에서 팬데믹으로 통행금지가 내려졌을 당시에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공포영화 ‘행맨’(2015년) 등을 연출했던 애덤 메이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메이슨 감독은 “이 영화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담은 ‘타임캡슐’”이라 설명했다. 다만 인물의 선악 구도가 지나치게 단순화된 점은 이 세상을 제대로 담았다고 보기엔 다소 아쉽다. 31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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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여름 극장가 얼어붙었다… 한국영화 빅4 흥행 부진

    가을의 문턱에 막 들어선 것과는 달리 극장가에는 겨울 냉기가 돌고 있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에 ‘빅4’로 불리는 한국영화 대작 4편이 개봉했지만 흥행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은 것. 예상을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든 주요 배급사들은 팬데믹 기간 창고에 쌓아둔 대작들의 개봉일을 잡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다. 25일 현재 가을 시장 개봉을 확정한 순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대작은 ‘공조2: 인터내셔날’(9월 7일)이 유일하다. ‘정직한 후보2’ ‘인생은 아름다워’(이상 9월 28일) 등 일부 중소 규모 영화들만 개봉을 확정한 상태다. ‘한산: 용의 출현’ ‘헌트’ ‘비상선언’ ‘외계+인’ 등 ‘빅4’ 한국영화 중 24일까지 ‘한산’만 관객 682만 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한산’은 전작 ‘명량’이 박스오피스 사상 가장 많은 관객인 1760만여 명을 모았고, 개봉 초기 호평이 쏟아지면서 ‘1000만 예약 영화’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결과는 예상을 밑돌았다. 여전히 남아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와 비싼 관람료 탓에 ‘빅4’ 중 한두 편만 엄선해 관람하는 분위기가 퍼진 점 등은 여름시장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빅4’로 분위기를 띄운 다음 가을부터 쌓인 대작들을 하나둘 풀어내려던 영화 배급사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비싼 관람료에 따른 반발 심리인지 관객들이 어느 때보다 냉철해지고 빈틈이 보이는 영화에 대한 혹평 수위가 가혹한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수작급 영화가 아닌 이상 개봉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빅4’ 중 하나라도 잭팟을 터뜨렸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가을 개봉을 결정할 텐데 ‘한산’마저 애매한 성적을 거두면서 배급사 대부분이 자신감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추석 연휴 극장가에 신작 대작 대신 이례적으로 지난해 개봉한 ‘모가디슈’를 재개봉하기로 한 것도 여름시장 대작 정면 대결의 결과가 ‘관객 나눠먹기’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각 배급사에는 개봉하지 못한 영화가 쌓여 있다. 대표적인 영화가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이다. 우주인 이야기를 다룬 김용화 감독의 영화 ‘더 문’, 강제규 감독의 복귀작 ‘보스턴 1947’ 등도 언제 빛을 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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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극장가 대작 씨가 말랐다”…빅4 예상밖 성적에 개봉일 못잡아

    가을의 문턱에 막 들어선 것과 달리 극장가에는 겨울 냉기가 돌고 있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에 ‘빅4’로 불리는 한국영화 대작 4편이 개봉했지만 흥행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은 것. 예상을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든 주요 배급사들은 팬데믹 기간 창고에 쌓아둔 대작들의 개봉일을 잡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다. 25일 현재 가을 시장 개봉을 확정한 순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대작은 ‘공조2: 인터내셔날(9월 7일)’이 전부. 이 외에는 ‘정직한 후보2’ ‘인생은 아름다워’(이상 9월 28일) 등 중소규모 영화들만 개봉을 확정했다.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가을 극장가에 한국영화 씨가 말랐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 ‘헌트’ ‘비상선언’ ‘외계+인’ 등 ‘빅4’ 한국영화 중 25일 현재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682만 명을 모은 ‘한산’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한산’은 전작 ‘명량’이 박스오피스 사상 가장 많은 관객인 1760만여 명을 모았고, 개봉 초기 호평이 쏟아지면서 ‘1000만 예약 영화’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결과는 예상을 밑돌았다. ‘한산’은 29일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에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이로인해 최종 관객 수는 700만 명가량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남아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감염 공포와 폭우, 비싼 관람료 탓에 ‘빅4’ 중 한 두 편 정도만 엄선해 관람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점 등은 여름시장 흥행 부진 원인으로 꼽힌다. ‘빅4’로 분위기를 띄운 다음 가을부터 쌓인 대작들을 하나 둘 풀어내려던 영화 배급사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비싼 관람료에 따른 반발 심리인지 관객들이 어느 때보다 냉철해지고 빈틈이 보이는 영화에 대한 혹평 수위가 가혹한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수작급 영화가 아닌 이상 개봉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빅4’ 중 하나라도 잭팟을 터뜨렸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가을 개봉을 결정할 텐데 ‘한산’마저 애매한 성적을 거두면서 배급사 대부분이 자신감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추석 연휴 극장가에 신작 대작 대신 이례적으로 지난해 개봉한 ‘모가디슈’를 재개봉하기로 한 것도 여름시장 대작 정면대결의 결과가 ‘관객 나눠먹기’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각 배급사에는 개봉하지 못한 영화가 쌓여있다. 대표적인 영화가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이다. 2019년 말 촬영을 끝냈지만 팬데믹 여파에 이어 여름시장 대작 흥행 부진이 이어지면서 연말쯤에야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인 이야기를 다룬 김용화 감독의 영화 ‘더 문’, 강제규 감독의 복귀작 ‘보스턴 1947’ 등은 언제 빛을 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대작 4편의 경쟁 과열이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피로도를 높인 만큼 당분간 대작 개봉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작 적체가 해소되지 않으면 신작 제작이 계속 밀리면서 한국영화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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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자기 시간이 멈췄다… 아, 사랑에 빠졌군

    의대생 율리에(레나테 레인스베)는 의학에 싫증을 느끼고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꾼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듯 기뻐한 것도 잠시, 또 싫증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이제야 깨달았다”며 이번엔 사진작가가 되겠다고 나선다. 충동적이고 변덕스러운 성격은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파티에서 열다섯 살 위의 유명 만화가 악셀(아네르스 다니엘센 리)을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세대 차이와 성격 차이로 갈등을 겪는다. 성공한 남자친구는 무엇 하나 이룬 것 없는 자신을 초라하게 만든다. 율리에는 곧 악셀과 정반대되는 매력을 가진 또래의 평범한 남성 에이빈드(헤르베르트 노르드룸)에게 사랑을 느낀다. 25일 개봉한 노르웨이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제목만 볼 땐 왠지 뻔한 로맨스물 같지만, 로맨스 자체에 집중하지 않는 작품이다. 로맨스는 율리에가 자아를 찾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리는 데 활용되는 일종의 장치다. 관람 포인트는 “내 인생인데 조연 역할을 하는 기분”이라며 연애와 일에서 모두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율리에가 삶의 주연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 이 영화로 지난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레인스베는 연인에 대한 애정이 미묘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잘나가는 남자친구에게서 박탈감을 느끼는 모습을 대사 없이 표정으로만 나타낸 장면은 그가 왜 상을 받았는지를 설득시킨다. 명쾌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입체적인 연기가 돋보인다. 율리에가 에이빈드를 만나기 위해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거리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두 사람 외에 모든 사람들이 멈추게 하는 방식으로 담았다. 사랑에 빠진 이들의 마음을 판타지처럼 담아낸 명장면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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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적 선택 빈번한 모텔서 치매노모가 사라지는데…

    시골 국도변 외진 곳에 자리한 허름한 모텔. 이 모텔에선 1년이면 서너 번 극단적 선택을 한 손님이 발견된다. 모텔을 운영하는 40대 미혼 남성 도우(이중옥)는 목맨 시신을 보고도 별 반응이 없다. 익숙한 듯 시신을 보는 공허한 눈은 그가 얼마나 심리적으로 황폐한지를 보여준다. 객실을 개조한 방에선 치매에 걸린 노모가 짐승처럼 울부짖고 주기적으로 난동을 부린다. 도우에겐 절망이 곧 일상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일이 거의 없다. 누르고 삭여내길 거듭할 뿐이다. 18일 개봉한 영화 ‘파로호’는 도우가 노모가 실종된 후 더 깊은 절망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도우는 효자상까지 받았지만 동네 사람들은 그를 의심한다. 오랜 간병에 지쳐 노모를 살해했을 것이란 의심이다. 임상수 감독(41·사진)은 장편 데뷔작인 ‘파로호’에서 기존 스릴러물처럼 긴박한 속도로 이야기를 끌어가지 않는다. 도우의 무기력한 눈빛과 소심한 행동을 무심히 보여주는 한편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등 적막을 깨는 음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긴장감이 천천히 스미게 만든다. 임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불안과 긴장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데 중점을 뒀다”며 “관객들이 무심코 영화를 보다가 자세를 살짝 고쳐 앉으며 어느새 몰입하게 하는 것이 연출 목표였다”고 했다. 감독은 노모는 어디로 간 것인지, 도우가 범인이 맞는지 좀처럼 답을 알려주지 않고 혼란을 증폭시킨다. 도우와 정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미스터리한 젊은 남성 호승(김대건)을 모텔 손님으로 등장시키며 범인이 누구인지 더 헷갈리게 만든다. 임 감독은 “노모의 실종 이후 도우의 신경쇠약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설정을 더해 호승이 실존하는 인물인지 아닌지조차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파로호는 강원 화천에 있는 호수 이름. 6·25전쟁 당시 중공군 시신이 대거 수장된 곳이다. 임 감독은 제목을 ‘파로호’로 정한 이유에 대해 “파로호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호수지만 그 아래에 부패된 것들이 침전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며 “스스로를 가둔 채 억눌린 욕구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살아가는 도우와 닮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이 각자의 심연에 억눌러 둔 게 무엇인지, 이를 애써 가라앉혀만 두고 외면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밑바닥에 쌓아두기만 하다가 언젠가는 수면 위로 폭발하듯 올라오는 순간을 맞닥뜨릴지도 모르니까요.”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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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모든 게 부모 탓? ‘정상적 양육법’에 던지는 물음표

    엄마 ‘라비’는 생후 4개월 된 딸을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이 딸의 손가락을 마구 만져도 관심이 없다. 모유 수유를 할 때가 돼서야 무표정한 얼굴로 젖을 먹일 뿐이다. 나이지리아 하우사족 여성들은 자신의 장남이나 장녀와 이야기하거나 눈을 마주치는 것을 금지하는 ‘친족 회피 관습’을 따른다. 라비도 이를 따른 것. 일부 선진국 부모들은 경악할지도 모른다. 영아가 엄마와의 애착 형성에 실패하면 정서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의 부부 인류학자. 이들은 하우사족 장남 장녀들에게 별다른 정서적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전한다. 이 중 똑똑하고 매력적인 이들을 소개하며 제대로 된 양육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케냐의 구시족은 아기가 울면 즉각 반응한다. 반면 미국 엄마들은 아기가 울면 잠깐이라도 그대로 두는 편이다. 무엇이 옳을까. 각자의 양육 목표와 문화, 인구학적 맥락 등이 다를 뿐이다. 1997년 뉴욕 경찰은 덴마크 출신의 한 엄마가 식당에서 밥을 먹는 동안 아기를 유모차에 태워 식당 밖에 있게 했다며 그를 체포했다. 그는 “내 고향에선 관례”라고 주장했고 이는 사실이었다. 한 사회에서 허용될 수 없는 일이 다른 사회에서는 정상적인 육아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과학적이라는 이름하에 제공된 기존 (양육 및 아동발달 관련) 이론들은 부모가 아동발달에 미치는 영향력과 아이를 기를 때 직면하는 위험을 극도로 과장해왔다.” 저자들의 주장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부모의 양육태도가 자녀의 정신을 병들게 할 수 있다며 공포감을 키우는 정신건강의학적 관점 중심의 육아법이 부모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것. 아기가 커가며 얻게 되는 회복 탄력성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도 강조한다. 이들은 남미, 유럽,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인류학적 관점에서 양육법이 얼마나 다양한지 보여준다. “양육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미숙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양육은 과학이 될 수 없고 ‘정상적 양육법’은 매우 다양하다는 것. 자녀에게 애정을 쏟아붓고도 자신이 자녀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과 걱정을 달고 사는 부모들의 죄책감을 덜어줄 ‘부모 위로서’라 할 만하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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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만에 방한한 ‘빵 형’…“영화보다 한국 음식 먹으러 왔어요”

    “사실 영화 때문이 아니라 한국 음식 먹으러 온 겁니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불릿 트레인’ 홍보 차 방한한 배우 브래드 피트(59)의 첫마디는 한국 음식 예찬이었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취재진 100여 명 앞에서 너스레로 분위기를 띄웠다. 청색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선 그는 환갑을 앞둔 나이에도 20, 30대 시절 못지않은 건재함을 과시했다. 피트가 방한한 건 2014년 영화 ‘퓨리’ 개봉 당시 방한한 이후 8년 만. 이번이 4번째 방한이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 ‘빵 형’으로 불리는 그는 “한국 같은 좋은 나라에 오면 시간이 금방 가버린다. 한국에서의 시간은 엄청난 마법 같다”고 말하는 등 들뜬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며 휴대전화 카메라로 취재진들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피트는 할리우드 제작사 ‘플랜B’를 이끌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와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영화 ‘미나리’를 제작하는 등 한국인 및 한국계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에 대한 애정을 보여왔다. 봉 감독의 차기작인 ‘미키7’ 제작도 플랜B가 맡았다. ‘불릿 트레인’은 피트가 특급 킬러 ‘레이디버그’로 출연한 영화로 3년 만의 주연 작. 레이디버그가 서류가방 하나를 찾아오면 된다는 간단한 임무를 받은 뒤 올라탄 일본 고속열차에서 세계에서 몰려든 일류 킬러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도쿄에서 교토로 향하는 고속열차 내 일등칸 등 다양한 공간에서 킬러들의 화려한 고난도 액션이 펼쳐진다. 피트는 “팬데믹으로 인한 록다운(봉쇄) 기간이라 어렵게 촬영했다”며 “여름에 딱 들어맞는 액션 영화로 엄청난 액션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 기간 힘들고 외롭고 기이하기까지 한 시간을 보내셨던 만큼 이 영화를 통해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는 과거 그가 출연한 ‘파이트 클럽(1999년)’ ‘오션스 일레븐(2002년)’ 등에서 스턴트 대역을 맡으며 오랜 기간 피트와 우정을 쌓아온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이 연출했다. 피트는 “과거에 내가 레이치 감독의 상사 격이었다면 이번엔 입장이 바뀌었다. 스턴트를 하던 사람이 감독으로 성장하는 건 흔치 않은 일”라고 말했다. 또 “이번 영화의 액션과 연기는 나와 감독이 존경하는 배우 성룡과 찰리 채플린을 벤치마킹했다”며 “이 영화를 통해 그분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었다”고 했다. 함께 방한한 배우 에런 테일러 존슨(32)은 피트에 대한 존경심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영화에서 피트와 정면대결을 벌이는 킬러 탠저린 역할을 맡았다. 존슨은 “그는 전설이고 아이돌이며 훌륭한 멘토”라며 “영화에서 여러 액션신을 소화했는데 그중에서도 피트와 맞붙었던 액션이 최고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로 꽉 차있는데다 피트라는 대배우가 나오는 만큼 믿고 기대해도 좋다”고 강조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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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산 직전 가장 앞에 나타난 시신-돈다발, 전혀 모범적이지 않은 ‘모범가족’ 운명은?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K드라마 ‘모범가족’은 주인공 가족이 얼마나 모범적이지 않은지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대학교 시간강사 동하(정우)는 교수가 되겠다며 어린 아들의 심장 수술비를 뇌물로 갖다 바치지만, 결국 교수도 되지 못하고 돈도 다 날린다. 온갖 빚을 끌어 쓰던 가족은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다. 아내 은주(윤진서)는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남편에게 지쳐 이혼을 요구한다. 중학생 딸은 나쁜 길로 빠진다. 겉으로는 법 없이도 살 남편과 똑 부러지는 아내가 만든 모범가족 같지만 실제로는 부스러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가족이었던 것. ‘모범가족’을 연출한 김진우 감독은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외부에서 모범가족이라고 평가받는 가족의 실제 모습이 그렇지 않은 데는 가족 간의 소통 부재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들 가족이 겪는 문제를 사실적인 우화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10부작인 드라마는 1부 초반부터 동하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몬다. 한적한 도로 차량 안에서 절망에 몸부림치던 동하의 차 뒤를 다른 차가 들이받는다. 문제의 차엔 시신 두 구와 거액의 돈이 실려 있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 동하는 돈을 모두 챙긴다. 이 돈은 동하는 물론 동하 가족을 더 깊은 수렁으로 내몬다. 문제의 돈은 마약 조직의 검은돈이었던 것. 동하와 가족들은 마약 조직 2인자 광철(박희순) 등의 추격에 목이 죄이는 신세가 된다. 김 감독은 주인공들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지만, 음악은 컨트리풍의 서정적인 음악을 사용했다. 음악으로 불안감을 고조시키던 기존의 한국 범죄 스릴러물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김 감독은 “음악이 배우들 연기보다 앞서 가는 것도, 시청자들에게 특정 감정을 몰아붙이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발 떨어져 상황을 관조하는 듯한 담담한 음악은 시청자들이 극 중 인물들과 그들의 심리에 한층 더 몰입하게 만든다. 범죄 조직이 시리즈의 주요 축을 담당하지만 이들을 폼 나지 않게 그린 점도 돋보인다. 김 감독은 “조폭의 외형에 집중하면 조폭만 보일 뿐 사람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며 “사람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긴장감을 10부까지 이끌어가는 일등공신은 배우 정우다. 그는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로 얼굴 근육이 마구 떨리는 연기를 선보이는 등 ‘벼랑 끝 동하’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그는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시청자들이 ‘이 이야기는 진짜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연기에 정성을 쏟았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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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둘이서 팝콘 먹으며 영화보면 4만원 훌쩍… 극장 가기 겁나요”

    대학생 김예성 씨(23)는 올해 제 돈을 다 내고 영화관에 간 적이 없다. 통신사 무료 혜택을 받아 2번 간 게 전부다. 팬데믹 이전 한 달에 한 번꼴로 영화관에 갔다는 그는 “관람료가 크게 오른 뒤로는 영화관에 가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팬데믹 기간 영화 관람료가 세 차례에 걸쳐 가파르게 오르면서 영화관 방문을 부담스러워하는 관객들이 늘어난 분위기다. 영화 관람료는 CGV 기준 2020년 10월 1만2000원(이하 주말 일반관 기준)에서 1만3000원으로 8.3% 올랐다. 지난해 4월과 올해 4월에 걸쳐 1000원씩이 더 올라 현재는 1만5000원이다. 영화 관람료가 2001년 8000원에서 2016년 1만1000원으로 3000원 인상되는 데 15년이 걸린 반면 2018년 4월 1만2000원으로 올린 관람료가 1만5000원이 되는 데는 불과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수직 상승이라 해도 될 정도다. 16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을 찾은 장원재 씨(27)와 그의 여자친구는 이날 평일 관람료 2만8000원(2인)과 핫도그와 콜라 구입에 쓴 돈 1만1500원을 합쳐 4만 원 가까이를 썼다. 장 씨는 “관람료가 비싸다 보니 영화 관람을 예전보다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2인이 주말에 영화를 보면 팝콘 등 간식비를 포함해 4만 원이 넘게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만 원인 IMAX관 등 특별관을 이용하면 5만∼6만 원이 나간다. 여름 성수기 개봉한 한국 영화 ‘빅4’ 중 ‘비상선언’과 ‘외계+인’이 흥행에 참패한 원인 중 하나로도 관람료가 지목된다. 비싼 관람료 탓에 관객들의 눈이 높아졌고 초반 입소문이 안 좋을 경우 아예 지갑을 닫아버리게 된다는 것. 탄탄한 시나리오와 화려한 볼거리, 빈틈없는 만듦새 등으로 중무장해 호평이 쏟아지는 대작이 아니면 외면받는 분위기다. 호평받고 있는 ‘한산: 용의 출현’의 경우 개봉 22일째인 17일까지 63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과거 1000만 영화들에 비해선 흥행 속도가 느린 편이다. ‘헌트’ 등 대작 4편이 줄줄이 개봉한 영향도 있지만 관람료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높은 관람료의 영향으로 관객들의 영화관 방문 결정이 어느 때보다 신중해지면서 향후 1000만 영화는 더욱 귀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 한 편 관람료가 세계 각국 영화와 시리즈로 가득한 넷플릭스 한 달 구독료(스탠더드 기준 1만3500원)와 맞먹는 만큼 영화관에 갈 필요를 못 느낀다는 젊은층이 늘고 있는 점 역시 1000만 영화의 탄생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다. 관람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영화관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각각 1634억 원, 1224억 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냈다. CGV 매출 중 티켓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66%였다. 영화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2분기 각 극장사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지만 부채 규모가 막대해 관람료를 내릴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관람료를 내리기 어렵다면 할인 혜택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높은 관람료가 장기적으로 영화계를 침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하고 있다”며 “청년 할인권 발급 등을 통해 관람료를 내리지 않고도 영화관에 더 많은 이들이 갈 수 있게 하는 보조 방안을 강구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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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산 직전 눈앞에 거액의 돈과 시신이 나타났다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K드라마 ‘모범가족’은 주인공 가족이 얼마나 모범적이지 않은지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대학교 시간강사 동하(정우)는 교수가 되겠다며 어린 아들의 심장수술비를 뇌물로 줬지만 교수도 되지 못하고 돈도 다 날린다. 온갖 빚을 끌어 쓰던 가족은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다. 아내 은주(윤진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는 교수 자리만 고집하며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남편에 지쳐 이혼을 요구한다. 중학생 딸은 나쁜 길로 빠진다. 겉으로는 교통 범칙금 한 번 낸 적 없는 법 없이도 살 남편과 똑 부러지는 아내가 만든 모범가족 같지만 실제로는 부스러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가족이었던 것. ‘모범가족’을 연출한 김진우 감독은 최근 화상인터뷰에서 “외부에서 모범가족이라고 평가받는 가족의 실제 모습이 그렇지 않은 데는 가족간의 소통 부재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이들 가족이 겪는 문제를 사실적인 우화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10부작인 드라마는 1부 초반부터 동하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몬다. 한적한 도로 차량 안에서 절망에 몸부림치던 동하의 차 뒤를 다른 차가 들이받는다. 문제의 차엔 산 사람은 없고 시신 두 구와 거액의 돈이 실려 있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에 동하는 돈을 모두 챙긴다. 시신은 집 마당에 파묻어버린다. 이 돈은 동하는 물론 동하가족을 더 깊은 수렁으로 내몬다. 문제의 돈은 마약 조직의 검은 돈이었다. 동하와 가족들은 마약조직 2인자 광철(박희순) 등의 추격에 목이 죄이는 신세가 된다. 김 감독은 주인공들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면서도 정작 음악은 긴박한 상황과 정반대인 컨트리풍의 서정적인 음악을 사용했다. 음악으로 불안감을 고조시키던 기존의 한국 범죄스릴러물들과 차별화되는 지점. 김 감독은 “음악이 배우들 연기보다 앞서가는 것도, 시청자들에게 특정 감정을 몰아붙이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발 떨어져 상황을 관조하는 듯한 담담한 음악은 시청자들이 극중 인물들과 그들의 심리에 한층 더 몰입하게 만든다. 범죄조직이 시리즈의 주요 축을 담당하지만 이들을 폼 나지 않게 그린 점도 돋보인다. 이들의 액션은 지극히 사실적이고 대화나 행동에도 허세가 없다. ‘생활 밀착형’ 조폭에 가깝다. 김 감독은 “조폭의 외형에 집중하면 조폭만 보일 뿐 사람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며 “사람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희순 역시 힘을 뺀 연기로 광철의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긴장감을 10부까지 이끌어가는 일등공신은 배우 정우다. 그는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로 얼굴 근육이 마구 떨리는 연기를 선보이는 등 ‘벼랑 끝 동하’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유약한 가장을 표현하기 위해 5kg 가까이 감량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화상인터뷰에서 “동하가 겪는 상황을 두고 어디선가 봤을 법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 전형적인 상황을 제대로 납득시키는 건 배우의 섬세한 연기와 감정일 것”이라며 “시청자들이 ‘이 이야기는 진짜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고 정성을 쏟았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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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 형’다운 빵빵한 액션… 수위 높은 잔혹함-‘왜색’ 우려도

    감각적인 창의력이 돋보인다며 환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온갖 게 뒤엉켜 중구난방이라고 인상 찌푸릴지도 모른다. 뭣보다 ‘왜색’ 짙은 이 영화,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24일 개봉하는 영화 ‘불릿 트레인’은 여러모로 주목은 제대로 끌 작품이다. 일단 국내에서 ‘빵(브레드) 형’이라 불리는 브래드 피트가 2019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이후 3년 만에 주연으로 돌아왔다. 19일, 8년 만에 한국도 방문해 빵 형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특급 킬러 레이디버그(피트)는 일본 도쿄에서 고속열차를 탄 뒤 서류가방 하나를 찾는 간단한 임무를 받았다. 때마침 역시 일류 킬러인 레몬(브라이언 타이리 헨리)과 탠저린(에런 테일러존슨)도 같은 목적을 갖고 탑승했다. 알고 보니 이 가방의 주인은 일본 최대 야쿠자 두목 ‘백(白)의 사신(화이트 데스)’. 게다가 또 다른 킬러 울프(배드 버니)까지 가세하면서 평범했던 기차는 유혈 낭자한 잔혹 액션의 전장으로 탈바꿈한다.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초반은 등장인물의 사연 소개에 한참을 할애한다. 레몬과 탠저린이 티격태격하며 미국식 B급 유머를 꽤나 쏟아내지만, 다소 산만하면서도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면 킬러들 간의 관계가 드러나는 후반부는 고난도 액션의 성찬이다. 일등칸부터 화장실까지 열차 구석구석의 공간은 물론이고 열차 위와 역 승강장까지 활용한 액션신은 다채롭다 못해 머리가 핑핑 돌 정도로 현란하다. 뭣보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선보이는 독창적인 액션과 고속열차의 속도감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건 이 영화의 최대 장점. 여기에 피트 특유의 능글맞음을 곁들인 액션이 버무려지며 최대치의 몰입을 끌어낸다. 곳곳에서 카메오로 등장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청소년 관람 불가인 액션 수위는 상당히 잔혹한 편. 역시 일본이 주요 배경 무대였던 ‘킬 빌1’(2003년)급으로 유혈 낭자하다. 일본 TV 예능 프로그램처럼 화려한 일본어 자막이 자주 등장하고, 사무라이 의상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일본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노출되기도 한다. 2011년 국내에도 출간된 일본 소설 ‘마리아비틀’이 원작임을 감안해도, 이게 일본 영화인지 미국 영화인지 헷갈릴 정도. 요즘처럼 반일 정서가 강한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흥행은 살짝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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