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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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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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동혁 “차기작 준비… ‘오겜’보다 폭력적일 것”

    “새 영화로 ‘노인 죽이기 클럽’(Killing Old People Club·가제)을 발전시키는 중입니다. ‘오징어게임’보다 더 폭력적인 내용이 될 겁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황동혁 감독(51·사진)이 ‘오징어게임2’ 이전에 제작할 것으로 보이는 차기작에 대해 입을 열었다. 4일(현지 시간)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황 감독은 이날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방송콘텐츠 마켓 ‘MIPTV’ 행사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차기작은 황 감독이 움베르토 에코(1932∼2016)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감독은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미 25페이지 분량의 트리트먼트(시놉시스보다 더 구체화된 개요)를 써놓은 상태”라고 했다. 황 감독은 이 외에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작품이 공개된 뒤에 나는 아마도 노인들을 피해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덧붙여 노인들이 희생자가 되는 내용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황 감독이 에코의 어떤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가 ‘노인 죽이기’라는 단어를 언급했고, 폭력성 수위가 높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 볼 때 에코의 유작 에세이집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이 책에는 에코가 2011년 집필한 ‘늙은이들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포함돼 있다. 에코가 미래를 상상해 쓴 이 글엔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 가보면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죽지 않고 버티는 노인들”, “이들 탓에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죽인다. 자신의 부모도 예외는 아니다. 노인들이 숨기 시작하면서 ‘노인 사냥’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내 노인들은 전쟁을 부추겨 젊은이들을 죽이는 방법 등으로 역습에 나선다. 이 같은 내용으로 볼 때 황 감독이 초고령화로 인해 노인층과 젊은층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미래 사회에서 ‘노인 사냥’이 벌어진다는 설정으로 차기작을 만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황 감독은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오징어게임2’에 대해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 ‘오징어게임2’ 시나리오를 쓸 것이다”라며 “2024년 말까지는 넷플릭스에서 이 시리즈가 공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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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동혁 감독 “차기작은 ‘노인 죽이기 클럽’… 오겜보다 더 폭력적”

    “새 작품으로 ‘노인 죽이기 클럽(Killing Old People Club·가제)’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오징어게임’보다 더 폭력적인 내용이 될 겁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황동혁 감독(51)이 ‘오징어게임2’ 이전에 제작할 것으로 보이는 차기작에 대해 입을 열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황 감독은 이날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방송콘텐츠 마켓 ‘MIPTV’ 행사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차기작은 황 감독이 움베르트 에코(1932~2016)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감독은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미 25페이지 분량의 글을 써놓은 상태”라고 했다. 황 감독은 이 외에는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 작품이 공개된 뒤에 나는 아마도 노인들을 피해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덧붙여 노인들이 희생자가 되는 내용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작품이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어떤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황 감독이 에코의 어떤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가 ‘노인 죽이기 클럽’이라는 단어를 언급했고, 폭력성 수위가 높다고 말한 것을 미뤄볼 때 에코의 유작 에세이집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 하는 방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이 책에는 에코가 2011년 집필한 ‘늙은이들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짧은 에세이가 포함돼 있다. 미래를 예측한 이 글엔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 가보면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죽지 않고 버티는 노인들”, “이들 탓에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젊은이들이 자식 없는 노인들을 죽이는 방법이 제시된다. 이를 위해 ‘제거 명단’부터 작성해야 한다는 등 ‘노인 사냥’ 방법도 나와 있다. 이 같은 내용으로 미뤄볼 때 황 감독이 초고령화로 인해 노인층과 젊은층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미래 사회에서 ‘노인 사냥’이 벌어진다는 설정으로 차기작을 만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황 감독은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오징어게임2’에 대해선 “이제 집으로 돌아가 ‘오징어게임2’ 시나리오를 쓸 것이다”라며 “2024년 말까지는 넷플릭스에서 이 시리즈가 공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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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신, 집착, 때론 이기적… 봄맞이 스크린 속으로 다양한 엄마들이 온다

    엄마들은 다 같지 않다. 자식에게 헌신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이 자식보다 먼저라고 여기는 엄마도, 무서운 집착을 보이는 엄마도 있다. 올봄 극장가에는 각양각색 엄마들을 다룬 영화들이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관객에게 각자의 엄마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며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괴팍함 아래 숨겨둔 모성애 “뭐 한다꼬 자꾸 내려온다고 캐 싸.” 85세 말임(김영옥)은 아들(김영민)이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오겠다고 하자 버럭 소리를 지르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그래 놓고는 장을 보러 간다. 찌개를 끓이고 고기를 볶고 계단 청소까지 해 놓는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는 동네 사람들에게는 다정하지만 아들에겐 걸핏하면 화를 내고 위악을 부리는 엄마 이야기다. 뭐 하나 아들 하라는 대로 하는 법 없는 고집불통이지만, 모성은 누구보다 깊다. 아들을 기다리다 넘어져 병원에 실려 가도 아들이 걱정한다며 한사코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영화는 아들이 고용한 요양보호사 미선(박성연)과 말임, 아들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어디에나 있는 노년의 엄마를 세밀화처럼 그려낸 85세 배우 김영옥의 연기는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전기료를 아끼겠다고 밤중 불을 꺼놓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바람에 아들을 놀라게 하는 모습 등 감독이 살린 ‘생활 디테일’은 평범한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며 웃음을 끌어낸다. 박경목 감독은 “모두의 가슴에 얹혀 있는 엄마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뒤틀린 모성애가 주는 공포 이달 개봉하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UMMA(엄마)’도 눈길을 끈다.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엄마 아만다 역을, 한국계 감독 아이리스 심이 연출을 맡았다. 장르는 예상 밖의 공포물. 미국 시골 마을에서 양봉을 하는 1세대 이민자 아만다에게 한국에서 살던 엄마의 유골함이 도착한다. 아만다는 엄마를 혐오한다. 그는 과거 엄마에게 충격적인 수준의 학대를 받고 자랐다. 아만다는 자신의 딸에게는 더없이 다정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깊은 트라우마로 딸을 외부와 철저히 단절시키는 등 또 다른 방식으로 딸을 옭아맨다. 뒤틀린 모성애의 무서움을 공포물 형식을 빌려 보여준다. 20일 개봉하는 한국 영화 ‘앵커’의 소정(이혜영)은 딸 세라(천우희)의 메인 뉴스 앵커 자리에 집착한다. 딸의 기상 시간, 의상 등 모든 것에 관여하며 군림한다. 딸을 자신을 빛나게 해줄 수단으로 여기고 조종하려는 모습을 통해 광기로 변질된 모성애를 표현했다. 현재 상영 중인 스페인 영화 ‘패러렐 마더스’는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딸을 낳은 싱글맘 야니스(페넬로페 크루스)와 아나(밀레나 스미트)의 이야기를 다룬다. 야니스는 아이를 키우던 중 아이가 바뀐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나가 친딸로 알고 키웠던 야니스의 딸은 이미 돌연사했다. 야니스는 아이를 아나에게 돌려보낼 것인가. 영화는 강한 모성애를 지닌 두 여성에게 집중하는 동시에, 자신의 꿈이 최우선이어서 스스로도 “나는 모성애가 없다”고 말하는 아나의 엄마를 보여준다. 모성의 정도가 각자 다를 수 있고 거기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보여주는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담담한 연출력이 돋보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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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 극장가, 각양각색 모성애 담은 ‘엄마 영화’들이 온다

    세상의 엄마들은 다 같지 않다. 자식에게 헌신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생과 꿈이 자식보다 먼저라고 여기는 엄마도 있다. 학대로 트라우마를 심어준 엄마도,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며 무서운 집착을 보이는 엄마도 있다. 봄 극장가에는 각양각색의 엄마상을 담은 ‘엄마 영화’가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각자의 엄마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며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하는 극장가에 미약하게나마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괴팍함 아래 숨겨둔 모성애“뭐 한다꼬 자꾸 내려온다고 캐 싸. 나는 개안아.” 85세 말임(김영옥)은 아들 종욱(김영민)이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오겠다며 전화하자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전화를 끊어버린다. 그래놓고는 장을 보러 간다. 찌개를 끓이고 고기를 볶고, 계단 청소까지 해놓고 아들을 기다린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는 혼자 사는 엄마를 다룬다. 아들을 기다리다 계단에서 넘어져 병원에 실려가도 아들이 걱정한다며 한사코 아들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동네 사람들에겐 다정하지만 아들에겐 “오지 말라”고 화내며 위악을 부린다. 뭐 하나 아들 하라는 대로 하는 법 없는 고집불통이다. 영화는 혼자 있을 말임을 위해 아들이 고용한 요양보호사 미선(박성연)과 말임, 아들 가족간에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어디에나 있는 노년의 엄마를 세밀화처럼 그려낸 85세 배우 김영옥의 내공 꽉 찬 생활 연기는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전기세를 아끼겠다며 한밤 중 불을 꺼놓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바람에 아들을 놀라게 하고 색색의 봉지로 싼 식재료들을 냉동실 가득 저장해놓고 얼리면 평생 가도 상하지 않는다고 믿는 모습까지. 감독이 되살린 ‘엄마 실생활 디테일’은 다소 뻔한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한편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이끌어낸다. 박경목 감독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영화 속 이야기는 올해 91세가 된 우리 엄마 이야기”라며 “모두의 가슴에 얹혀있는 엄마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 공포가 된 뒤틀린 모성애할리우드 영화 ‘Umma(엄마)’도 이달 중 개봉한다. 한국어 발음 그대로 ‘엄마’다. 한국계 배우 산드라 오가 엄마 ‘아만다’ 역을, 한국계 감독 아이리스 심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에는 “That’s my 엄마”라는 대사 등 ‘엄마’라는 단어가 종종 나온다. 장르는 예상 밖에 공포물이다. 딸과 단 둘이 고립된 채 살며 미국 시골마을에서 양봉을 하는 1세대 이민자 아만다에게 어느 날 한국에서부터 엄마의 유골함과 영정 사진이 도착한다. 아만다는 엄마를 극도로 혐오한다. 아만다는 과거 어머니에게 충격적인 수준의 학대를 받고 자랐다. 아만다는 반대로 자신의 딸에게 더 없이 다정한 엄마처럼 보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의 깊은 트라우마로 집에서 일체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딸은 외부 세계와 철저히 단절시키는 등 또 다른 방식으로 딸을 옭아매며 학대한다. 엄마의 잘못된 양육방식이 한 사람의 정신을 얼마나 황폐화시킬 수 있는지, 뒤틀린 모성애가 얼마나 공포스러울 수 있는지를 공포물 형식을 빌려 보여준다. 20일 개봉하는 한국영화 ‘앵커’에도 집착형 엄마가 나온다. 배우 이혜영이 분한 ‘소정’은 딸 세라의 메인 뉴스 앵커 자리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세라가 위험천만한 일을 해서라도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길 바란다. 딸의 기상 시간, 옷차림, 식사, 발음까지 모든 것에 관여하며 군림한다. 딸을 자신을 빛나게 해줄 수단처럼 여기고 딸을 로봇처럼 조종하려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광기로 변질된 모성애를 보여준다. ● 뒤바뀐 아이, 절절한 모성애지난달 31일 개봉한 스페인 영화 ‘패러렐 마더스’는 같은 날 같은 병실을 쓰며 각자의 딸을 낳은 두 엄마 이야기를 다룬다. 야니스(페넬로페 크루즈)와 아나(밀레나 스밋)는 퇴원한 뒤 열심히 아기를 돌본다. 두 사람은 모두 싱글맘이다. 야니스는 자신도, 아이 아빠도 닮지 않은 아이 외모에 의문을 품고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다. 그 결과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생아 치료실에 있던 두 아이가 뒤바뀐 것. 아나가 친딸로 알고 키웠던 야니스의 딸은 이미 돌연사했다. 야니스는 사실대로 말하고 아이를 아나에게 돌려보낼 것인가. 영화는 나이도 직업도 사는 환경도 다르지만 모성애만큼은 똑같이 지극한 두 여성 이야기에 집중한다. 동시에 배우로서의 자신의 꿈을 펼치는게 최우선으로 스스로도 “나는 모성애가 없다”고 말하는 아나 엄마도 보여주며 모성의 크기가 다를 수 있음을, 각자의 이유가 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불안함과 슬픔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크루즈의 명연기도 관전 포인트. 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이에 앞서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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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쉬운 영화의 역습… ‘코다’의 영리한 클리셰 활용법

    ‘코다’는 쉬운 영화다. 보이는 게 다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 거라는 생각을 접어뒀던 이유다. 이 영화는 감독이 심연에 숨겨놓은 메시지를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된다. 줄거리 서너 줄만 보면 이야기 전개가 다 보인다. 클리셰까지 갖췄다. 명작의 주적, 클리셰를 곳곳에 배치한 영화가 최고상을 받을 가능성은 낮지 않을까 한 것이다. 아카데미의 최고상을 타려면 모름지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고급 은유가 어딘가에 깔려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범인(凡人)들이 지적 능력을 자책하게 만들거나 반대로 ‘예술 뽕’만 차오른 감독을 힐난하게 하는 그런 유의 영화 말이다. 전문가들은 ‘파워 오브 도그’의 수상 가능성을 높이 봤다. 이 영화는 클리셰를 깨부순다. 1925년 미국 몬태나주 초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겉모습은 서부극. 그러나 이는 고도의 위장술이다. 영화엔 총잡이, 결투 등 뻔한 장면이 하나도 없다. 그 대신 카우보이들의 리더 필과 그의 동생 조지, 남편과 사별한 후 조지와 결혼하는 로즈와 그의 아들 피터 등 네 사람의 심리 묘사가 매 장면을 꽉 채운다. 영화 속 대자연은 장엄함의 끝. 심리 묘사는 정교함의 절정이다. 한 모금씩 번갈아가며 나눠 피우는 담배, 눈빛만으로 숨 막히는 긴장감을 빚고 동성애 코드를 은유해내는 제인 캠피언 감독의 연출 솜씨는 마법이다. 감독은 영상으로 대작 시를 써내려간다. 그런 만큼 짐작의 영역이 많다. 명쾌한 답은 없다. 이 때문에 소름 돋는 반전마저 반전인지 모르고 넘어가는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일부 관객에겐 ‘내 해석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영화를 다시 보고 되짚어본 뒤에야 ‘뒷북 전율’을 느끼고 호들갑을 떨게 된다. 자백하자면 필자 이야기다. ‘코다’는 해석이 필요 없다. 루비는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집 딸. 농아인인 부모, 오빠 등 가족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다. 가족들과 일하며 입과 귀가 되느라 학교생활도 버겁다. 친구들은 장애와 비린내를 조롱한다. 그러다 합창단에 들어가 재능을 발견한다. ‘참스승’은 루비를 음대에 보내려 한다. 얼핏 클리셰 범벅이다. 그러나 클리셰를 활용할 뿐이다. 친숙한 설정으로 긴장을 놓게 하되 “영화 참 편하게 만드네”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디테일로 차별화한다. ‘뻔한데 뻔하지 않게’ 줄타기 한다. 사실 클리셰와의 전면전에 나섰다가 영화가 산으로 가버리고 감독의 나 홀로 공감으로 끝나버린 영화를 여러 번 봐왔다. 클리셰를 배척만 할 수도 없는 이유다. 루비는 자신의 희생에 대한 불만을 곧잘 토로한다. 루비 부모는 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이기적인 면모도 보인다. 부모는 사타구니 가려움증 진료에 딸을 수어 통역사로 데려가고 “2주간 성관계를 하지 말라”는 진단에 “그렇게는 못 한다”고 손사래 치는 철없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현실적인 디테일을 더해 자애로운 부모, 천사 같은 딸이라는 클리셰를 영리하게 변주한다. 가장 큰 장점은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이래도 안 울면 사람도 아니다”라고 압박하는 클리셰 중무장 신파 영화를 많이 봐 왔다. 주인공들은 오열하는데 혼자만 울지 않는 짐승이 돼버린 경험이 숱하다. 반면 이 영화는 주인공들은 울지 않는데 관객은 대놓고 울게 된다. 여기엔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가 큰 몫을 한다. 딸의 콘서트에 가지만 부모에겐 무음의 현장일 뿐. 부모는 조금 당황하다 관객들 반응을 유심히 살핀다. 뒤늦게 박수를 치고 엄마는 환하게 웃는다. 감독은 이를 담담히 보여주되 음을 소거한다. 눈물의 선택권은 관객에게 던진다. 관객들은 협박당한 것처럼 운다. 한 편은 클리셰를 거부했고, 한 편은 적절히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두 전략은 모두 성공적이었다. 아카데미는 월드컵이 아니기에 ‘코다’가 이겼다고 ‘파워 오브 도그’ 제작진이 잔디를 쥐어뜯으며 울 일도 아니다. 다만 아카데미가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골든글로브에서 ‘코다’를 제치고 작품상을 받은 ‘파워 오브 도그’ 대신 ‘코다’에 힘을 실어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치적 올바름’을 의식한 결과라고 하기엔 ‘파워 오브 도그’도 그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짐작건대 이번만큼은 ‘해석의 영역’에서 벗어난 장벽 낮은 영화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닐까. 뻔해서 모두가 즐길 수 있되 공들인 디테일로 모두를 울리는 보편적인 작품에 보내는 찬사 아니었을까. 완전히 다른 두 걸작이 벌인 대결과 이변은 영화제 이후로도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시상자의 흔한 농담 클리셰를 파괴하겠다는 듯 따귀를 날려버린 윌 스미스 덕(?)에 여운이 금세 휘발해버린 점은 아쉽지만 말이다.손효주 문화부 기자 hjson@donga.com}

    •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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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폭 피해자의 보복 살인극… ‘연상호 디스토피아’ 영역 확장

    《‘지옥’ ‘부산행’ ‘반도’를 흥행시키며 확장을 거듭해 온 ‘연상호 디스토피아’가 또 한번 영역을 넓혔다. 그의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년)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12부작 오리지널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드라마 ‘돼지의 왕’은 18일부터 매주 금요일 2회씩 공개되고 있다. 현재 4회까지 공개됐다.》 원작자인 연 감독은 29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원작은 내가 처음 쓴 장편 시나리오였다”며 “당시 한국 계급사회의 비극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96분 분량의 원작은 중학교에서 일어난 야만적이고 지능적인 폭력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중1 교실은 한국 사회의 축소판. 아이들은 물리적 힘과 성적, 집안 형편을 기준으로 계급화돼 있다. 교사는 통제의 효율성을 명분으로 이를 묵인한다. 세 요소를 모두 가진 최상위 계급은 ‘사냥개’, 이들의 먹잇감이 되는 약자들은 ‘돼지’로 묘사된다. 권력에 순응할 것인가, ‘돼지의 왕’이 돼 싸울 것인가. ‘돼지’들은 투쟁을 시도하지만 곧 무기력에 빠진다. 작품은 이듬해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초청을 받았고 “충격의 수작”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드라마 역시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학교 폭력에 대한 현실감 넘치는 재현, 섬세한 심리 묘사로 호평을 받고 있다. 드라마 대본을 쓴 탁재영 작가는 이날 간담회에서 “나도 원작의 엄청난 팬”이라며 “원작을 좋아하는 분들이 드라마를 보며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원작은 학교 폭력이 일어난 당시의 시점에 초점을 맞춘다. 성인이 된 이들의 비중은 작다. 반면 드라마는 20년이 지나 성인이 된 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원작과 달리 가장 큰 피해를 당했던 경민(김동욱)은 성인이 된 뒤 가해자들을 연쇄 살인하고, 또 다른 피해자였던 종석(김성규)이 담당 형사가 돼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추가됐다. 탁 작가는 “원작의 메시지를 살리면서 재미를 더하려면 스릴러 같은 몰입감 있는 장르와의 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연 감독은 “원작을 만들었을 당시 관객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가해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느냐’였는데 그 답이 드라마에 있다”고 했다. 원작과 드라마 모두 학교 폭력을 묘사하는 수위가 매우 높다. 드라마는 가해자들에 대한 유혈 낭자한 복수 장면까지 더해져 일부 시청자는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탁 작가는 “끔찍한 사건을 겪은 인물들이 트라우마로 인해 현재 하는 행동을 시청자들이 납득하려면 과거 사건을 현실감 있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사적 복수의 정당성과 카타르시스만을 강조하진 않는다. 연 감독은 “(원작도 드라마도) 카타르시스를 통한 대리만족을 목적으로 만든 작품은 아니다. 그런 카타르시스가 정당한가, 피해와 가해를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가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라고 했다. 원작이 11년 전 나온 만큼 드라마는 현 시점에 맞게 설정과 배경을 많이 바꿨다. 다만 잔인한 학교 폭력과 가해자들, 이로 인해 정신을 갉아 먹힌 나머지 괴물이 된 이들은 그대로다. “사회가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어떤 의지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의지가 있는지 개인적으론 잘 못 느끼고 있습니다. 11년 전 ‘돼지의 왕’이 보여준 디스토피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죠. 폭력은 예전보다 오히려 더 고도화되고 복잡해진 거 아닐까요?”(연 감독)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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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정의 품격… ‘축하합니다’ 수어에 오스카 객석 환호성

    “어머니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엄마 말을 들었어야 했나 봐요.” 27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현장.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윤여정(75)이 겸연쩍게 웃으며 영어로 말했다. 그는 “지난해 내 이름을 틀리게 발음하는 이들에 대해 불평했는데 정말 죄송하다”며 “이번엔 내가 후보들 이름을 발음해야 하는데 용서해 달라”고 했다. 지난해 4월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을 당시 그는 “내 이름을 ‘유정’ 등으로 (틀리게) 부른다”고 했다. 그런 그가 1년 만에 남우조연상 후보들의 각양각색 영어 이름을 호명해야 하는 입장이 되자 이를 재치 있게 표현한 것. 검정 롱드레스를 입고 백발을 그대로 드러낸 노배우의 솔직한 고백에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고 이내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윤여정은 왼쪽 어깨에 ‘#With Refugees’(난민과 함께)라는 문구가 인쇄된 파란 리본을 달았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진행하는 우크라이나와 난민 지지 캠페인에 참여한 것. 윤여정은 후보 5명을 소개한 뒤 빨간색 카드를 열어 수상자 이름을 확인하더니 말을 잇지 못했다. “‘미나리’는 아니에요”라고 농담한 뒤 수어로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표현했다. 객석에서는 감탄이 터져 나오다 곧 환호가 쏟아졌다. 이후 윤여정은 육성으로 호명했다. “트로이 코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의 ‘코다’에 출연한 농아인 배우 코처가 무대에 올라서자 윤여정은 수어로 축하했다. 코처가 양손을 사용해 수어로 소감을 밝힐 수 있게 윤여정은 트로피를 대신 받아 들며 배려했다. 윤여정을 포함한 객석 참석자들은 두 손을 반짝이는 수어 박수를 보내며 축하했다. 농아인 배우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건 두 번째다. 최고상인 작품상도 ‘코다’에 돌아갔다. 대사의 40% 안팎이 수어로 된 ‘코다’는 농아인 부모, 오빠와 살며 이들의 입과 귀가 돼주는 딸 루비가 음악을 하려는 꿈을 품고 집을 떠나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4명 중 루비 아빠 역의 코처를 포함한 3명의 배우가 농아인이다. OTT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높아진 OTT의 위상과 영화계의 판도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 벌어진 것. 지난해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에 이어 올해 샨 헤이더 감독의 ‘코다’가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상이 2년 연속 여성 감독 작품에 돌아갔다. 감독상 역시 OTT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를 연출한 제인 캠피언 감독이 받으며 지난해 자오에 이어 2년 연속 여성 감독이 수상했다. 여성 감독이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받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국제장편영화상은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던 일본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에 돌아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실린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에는 박유림 진대연 안휘태 등 한국 배우도 출연했다. 백인 남성 중심으로 운영돼 ‘화이트 오스카’라 비판받았던 아카데미 측이 성별, 인종, 장애 등 다양성의 문을 한층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음향상 음악상 시각효과상까지 6개 부문 상은 SF영화 ‘듄’에 돌아갔다. 듄은 최근 수익이 4억 달러(약 4900억 원)를 돌파해 듄과 함께 작품상 후보에 오른 나머지 9개 영화의 수익을 합한 것보다 많은 수익을 거뒀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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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모증 삭발’ 아내 조롱에… 윌 스미스, 시상자 뺨 때려

    쇼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다. 27일(현지 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윌 스미스(54)가 시상자를 폭행한 것. 장편 다큐멘터리 시상자인 배우 크리스 록(57)의 농담이 화근이었다.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핑킷 스미스(51)의 삭발한 머리를 보고 “영화 ‘지. 아이. 제인 2’가 당신을 기다린다”고 한 것. ‘지. 아이. 제인’(1997년)은 데미 무어가 삭발하고 출연한 영화. 스미스의 아내는 탈모증 진단을 받은 뒤 삭발했다. 스미스는 무대로 올라와 록의 뺨을 가격했고 “아내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외쳤다. 스미스는 눈물을 글썽였고 생방송은 중단됐다. 덴절 워싱턴과 타일러 페리가 그를 진정시켰다. 이후 스미스는 ‘킹 리차드’에서 테니스 스타 윌리엄스 자매를 키운 아버지 역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내 소명이다. 아카데미와 동료들에게 사과한다”고 했다. 아카데미는 트위터에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그의 남우주연상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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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미는 견디고 또 견뎠다… 내 새끼를 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견뎠다.” 25일 전체 8화 중 3화까지 공개된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는 1화 도입부에 나오는 영어 문구처럼 견딤에 관한 대서사극이다. 견딤의 주체는 ‘선자’로 대표되는 여성과 그의 가족. 특히 내 새끼를 먹이고 살리겠다는 어미의 강인함은 그와 가족이 근현대사의 격동을 견뎌낸 힘의 원천이었다. 드라마는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시작된다.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가난한 하숙집 딸 어린 선자(전유나)의 얼굴은 절망의 시대에 떠오른 희망처럼 말갛다. 선자는 자신을 아끼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좌절하지만 곧 일어선다. 선자는 열다섯 열여섯 남짓한 어린나이에 오사카에서 온 수산물 중개상 한수(이민호)를 만난다. 그와 사랑에 빠져 임신하지만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아직 소녀에 불과한 그는 아이를 배 속에 품은 채 단단한 얼굴을 드러낸다. “허리가 뽀사지는 한이 있어도 내 아는 부족한 거 하나 없이 키울 깁니다.” 드라마는 어린 선자, 젊은 선자(김민하), 오사카에 사는 노년의 선자(윤여정)까지 70년 넘는 세월을 담아낸다. 선자 부모부터 선자, 아들, 손자까지 일본에 정착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4대에 걸친 삶을 그린다. 1910년대부터 1989년까지 시대는 물론이고 선자의 손자가 일하는 뉴욕부터 오사카, 부산까지 공간을 수시로 넘나든다. 이 같은 구성은 이야기 전개에 역동성을 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할리우드 제작진이 되살려낸 바다 갈대밭 등 일제강점기 조선의 풍경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신비롭다. 활기 가득 찬 영도 어시장을 세공해 낸 제작진 솜씨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배우들 연기 역시 빼어나다. 선자 엄마 역의 정인지부터 김민하 윤여정까지…. 엄마 역을 맡은 세 배우는 절제에 절제를 거듭한 모성애를 보여준다. 일제의 만행은 노골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선자가 오사카로 건너간 뒤 겪는 차별 등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고초와 이방인의 한을 그리는 데 주력한다. 억압의 시대를 이겨내는 한국인의 모습은 담담할 뿐 비장하게 그리지 않는다. 그래서 더 와 닿는다. 10대 때나 노년이 돼서나 제 핏줄에게 열심히 밥을 지어 먹이고 그러느라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하는 선자는 모두의 어머니다. 역사 그 자체다. 한 어머니를 통해 한국의 민족사를 절제미를 살려 담아낸 미시사(微視史) 드라마의 걸작이라 할 만하다. 드라마가 공개되자 일본의 일부 누리꾼은 “한일합병은 한국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고 주장하는 등 파친코의 내용이 허구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반면 외신은 극찬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 조용한 작품은 우리 TV드라마를 부끄럽게 한다”라고 평했다. 미국 CNN은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의 연기에 대해 “추가로 수상 논의를 해야 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한편 10여 년 전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 할머니들을 불법 촬영한 사진과 성희롱 글을 올려 논란이 된 솔로몬 역(선자의 손자)의 배우 진하는 26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내 행동을 후회하며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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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견뎠다”…담담하게 그려낸 억압의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견뎠다. 가족들은 견뎠다.” 25일 전체 8화 중 3화까지 먼저 공개된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는 첫 화 도입부에 나오는 자막의 영어 문구처럼 견딤에 관한 대서사극이다. 견딤의 주체는 ‘선자’로 대표되는 여성. 내 새끼들을 먹이고 살리겠다는 어미의 본능은 일제강점기부터 1989년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의 격동을 온몸으로 견뎌낸 강인함의 원천이었다. 드라마의 시작은 1915년 일제강점기의 부산 영도. 아이 여럿을 돌도 되지 않아 잃은 양진(정인지)은 이번만큼은 아이가 살수 있게 해달라며 무당에게 굿을 부탁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선자다. 언청이에 다리를 절어 무시받기 일쑤지만 누구보다 사려 깊은 성품을 가진 아버지 밑에서 선자는 사랑받으며 자란다. 영도 앞바다에서 물질을 하고 갈대밭에서 잠자리를 잡는 어린 선자(전유나)의 말간 얼굴은 절망의 시대에 내비친 희망이다. “니 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 내 뭔짓을 해서라도 이 세상 더럽은 것들이 니 건들지도 못하게 할끼다”라고 약속한 아버지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자 선자는 절망한다. 그러나 이내 일어선다. “선자 니는 할 수 있다. 니를 믿는다”라던 아버지 말을 되새기며 10대로 성장하고 한 남자를 만난다. 오사카에서 온 수산물 중개상 한수(이민호)다. 그와 사랑에 빠져 임신을 하지만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이 역시 선자를 완전한 절망을 몰아넣진 못한다. 아직 10대 소녀에 불과한 그는 아이를 뱃속에 품고서 “허리가 뽀사지는 한이 있어도 내 아는 부족한 거 하나 없이 키울 깁니다”라며 어미의 단단한 얼굴을 드러낸다. 드라마는 어린 선자, 1930년대를 사는 10~20대의 젊은 선자(김민하), 1989년 오사카에서 인생 말년을 보내는 노년의 선자(윤여정)에 이르기까지 80년에 가까운 세월을 담아낸다. 선자 부모부터 선자, 그의 아들, 손자에 이르기까지 한미일을 오간 4대에 걸친 격동의 가족사가 담겼다. 이를 담아내기 위해 1910년대부터 현재인 1989년까지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넘나든다. 선자의 손자가 일하는 뉴욕부터 선자와 그의 아들이 거주하는 오사카에 이어 도쿄 부산까지 공간 역시 3개국을 오간다. 배우 윤여정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시점과 공간 변환이 잦아 시청자들이 혼란스러워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이는 이야기 전개에 역동성을 더해 시청자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할리우드 제작진이 고증한 뒤 되살려낸 일제강점기 조선의 풍경은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 미국 드라마가 담아낸 부산의 선창과 바다, 해변 마을 등 자연 풍광은 “한국이 이토록 아름다웠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이국적이고 신비롭다. 억압받는 일제강점기에도 사고파는 이들의 활기로 가득한 어시장을 되살려낸 제작진의 세공 솜씨는 박수를 보낼 만하다. 드라마의 백미는 배우들 연기에 있다. 양진부터 젊은 선자, 노년의 선자까지 엄마 역을 맡은 세 배우가 보여주는 모성애는 절제에 절제를 거듭한 흔적이 역력하다. 여러 번 삼켜낸 슬픔이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세 배우는 누구보다 잘 아는 듯하다. 선자의 손자로 일본에서 자란 뒤 10대 때 미국으로 건너가 교육을 받고 취업까지 한 손자 솔로몬 백을 연기한 배우 진 하는 경상도 억양과 일본어 억양이 절묘하게 섞인 어색한 한국어 연기를 실제 자이니치(在日·재일 한국인)처럼 소화해낸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드라마는 일제강점기를 다룬 그간의 한국 콘텐츠에서 고문 등 일제의 만행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과 달리 이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선자가 오사카로 건너간 뒤 겪는 고초 등 당시 한국인들의 겪은 고초와 이들의 생존력, 한의 정서를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억압의 시대를 이겨내는 한국인들의 모습은 담담할 뿐 비장하게 그려지지 않아 오히려 가슴에 더 와닿는다. 10대 때나 노년이 돼서나 제 핏줄에게 열심히 밥을 지어먹이고 그러느라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하는 선자의 모습은 시대를 떠나 모두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가슴 한 편이 먹먹해지는 이유다. 이 드라마는 선자라는 한 여성을 통해 한국의 민족사를 담아낸 미시사 드라마의 걸작이라 할만하다. 일제강점기를 담아낸 탓에 애플TV 트위터 등엔 일본 네티즌들의 항의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들은 “한일합병은 한국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라는 등 파친코의 내용이 허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신은 극찬을 쏟아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 조용한 한국작품은 우리 TV드라마를 부끄럽게 만든다”라고 평가했다. 영국 BBC 역시 “눈부신 한국의 서사시”라고 극찬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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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속마음들

    중증 정신질환을 앓는 어머니의 증세가 급격히 악화돼 가는 와중에 딸은 정신없이 성(性)을 탐닉한다. 그것도 매춘이 이뤄지는 한 호텔에서 유부남과 말이다. 저자가 1998년 발표한 에세이인 표제작은 단순하게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문제의 딸인 저자는 해명한다. “쪼그라들어가는 어머니의 몸뚱이와 배설로 얼룩진 속옷의 이미지를 견뎌내려면 오르가슴이 필요했던 듯하다.” 갑자기 노인이 돼 버린 어머니의 모습은 강한 충격이었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더 강한 방어기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2011년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프랑스 최고 작가들의 작품을 묶어 내놓는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된 저자는 프랑스 현대문학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 책은 총서에 포함된 선집 ‘삶을 쓰다’ 중에서도 저자의 주제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난 작품 12편을 다시 추려낸 ‘선집의 선집’이다. 저자가 2002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게재한 글 ‘슬픔’은 그해 별세한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를 기리는 내용이다. 부르디외의 업적에 의례적인 찬사를 보내는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고 그의 글들이 자신의 집필 활동에 얼마나 큰 용기를 줬는지를 말한다. 지인의 결혼 전 축하연에 간 하루를 그려낸 단편소설 ‘축하연’은 특유의 직설적인 문체가 두드러진다. 직접 경험한 개인적이고 내밀한 사건을 통해 시대와 사회를 담아내는 저자의 작품 세계가 한 권에 응축돼 있다. 다만 자신의 경험을 폭로하는 수위가 매우 높고 감정 표현이 거침없어 일부 독자는 거부감이 들 수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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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친코’ 출연배우, 女노인 성희롱 게시물 논란

    배우 윤여정 주연의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에 출연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진 하가 한국 여성 노인들을 촬영한 사진과 더불어 성희롱 글을 인터넷에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진 하는 이 드라마의 주연 중 한 명으로 극중 선자(윤여정)의 손자 솔로몬 백을 연기했다. 드라마가 공개된 25일 더쿠 등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진 하가 2010년부터 약 2년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여성 노인 사진과 영어로 쓴 글들이 올라왔다. 이에 따르면 그는 “한국의 나이든 여성들은 꽃무늬 옷을 매우 열심히 입는다”며 “한국의 매혹적인 패션 트렌드를 보여주기 위해 ‘만개한 꽃(flowers in bloom)’이라는 제목의 사진 시리즈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썼다. 그는 국내 지하철, 백화점 등에서 꽃무늬 옷을 입은 여성 노인들을 촬영한 뒤 일부 사진에 “욕정(concupiscence)을 통제하기 힘들었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사진에는 “이제 우리에게는 그녀의 오른쪽 젖꼭지를 똑바로 쳐다볼 구실이 생겼다”라고 쓰는 등 성희롱 글을 덧붙였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파친코를 보지 않겠다”며 시청 거부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여성 노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논란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진 하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 자신의 SNS에서 해당 게시물을 모두 내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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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 착한 사람 없지 않나, 누구라도 악한 면이 있죠”

    마블이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히어로는 어쩌면 인간 본성을 가장 잘 그려낸 캐릭터일지도 모른다. 무작정 정의롭지도, 밑도 끝도 없이 악하지도 않다. 완벽한 히어로로 분류하기도 애매해 정확히는 ‘안티 히어로’로 분류된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모비우스’의 주인공 모비우스 이야기다. “이렇게 복잡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늘 목말라 있었다.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 모비우스 역의 배우 재러드 레토는 24일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모비우스’는 마블 원작 만화에서 ‘스파이더맨’과 대적하는 생화학자 모비우스 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첫 번째 실사영화다. 모비우스는 자신이 앓고 있는 희귀 혈액병을 치료하기 위해 동료 과학자 마르틴(아드리아 아르호나)과 함께 흡혈박쥐 연구에 나선다. 마침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해 초인적인 힘을 얻는다. 세상을 구원할 힘을 갖게 된 것. 그러나 동시에 세상을 파괴하려는 본능으로 인해 예측불허의 히어로가 된다. 레토는 “100% 착한 사람은 없지 않나. 누구라도 악한 면이 있다. 모비우스의 이중적인 면에 매력을 느꼈다. 모비우스는 선과 악 사이의 흥미로운 회색지대에 있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전적인 작업을 좋아한다. 한 작품에서 이렇게 극단적인 변신을 보여줄 수 있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다. 내게는 완벽한 캐릭터”라고 덧붙였다. 레토는 앞서 영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DC 코믹스의 대표 빌런 조커를 연기하며 히어로물과 인연을 맺었다. 2014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는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그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천의 얼굴로 꼽힌다.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은 이날 “마블 세계관의 진정한 아웃사이더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길 수 있게 돼 영광이다. 영화에 냉철하고 거친 리얼리즘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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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독성 가스테러 발생”… 日영화로 리메이크 된 ‘시그널’

    일본 내각정보조사실 고위 관료와 운전사가 차량 추락 사고로 사망한다. 그런데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다. 누군가 차량에 맹독성 가스를 주입했던 것. 두 사람은 추락 전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문제의 가스는 2001년 도쿄 도심에서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에 쓰인 독극물과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과거 테러 사건 당시 테러 조직을 모두 소탕했고, 가스도 전량 압수했다며 사건 종결을 선언했었다. 하지만 과거 발표와 달리 20년 만에 같은 가스를 사용한 테러가 발생했다. 일본 영화 ‘극장판 시그널’은 2016년 tvN에서 방영한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시그널’을 2시간 분량으로 영화화한 것이다. 2018년 일본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데 이어 이번엔 일본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로 제작됐다. 영화는 러닝타임 제약 탓에 드라마처럼 아동 유괴 사건, 연쇄 살인 사건 등 여러 미제 사건을 촘촘히 다루진 못한다. 그 대신 맹독성 가스를 사용한 고위 관료 연쇄 살인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집중한다. 현재의 미제사건수사팀 형사 사에구사(사카구치 겐타로)와 2009년의 형사 오야마(기타무라 가즈키)는 무전기로 현재의 정보와 과거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초월한 공조 수사를 벌인다. 원작인 드라마는 범죄 수사와 시공간을 초월한 선후배 형사들 간의 깊은 인연을 적절히 안배하며 전개된다. 하지만 영화에선 시간 제약상 주인공들의 인연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각기 다른 시공간에 있는 이들이 어떤 이유로 무전기로 연결돼 미제 사건을 공조 수사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원작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각 캐릭터나 설정을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영화는 버릴 건 버리는 대신 범죄 수사물과 오락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사에구사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총격 신, 차량 추격 및 폭발 신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액션에 방점을 찍고 한 사건에 집중해 원작을 변주한 만큼 드라마 팬들은 새로운 확장판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작곡에 참여한 영화 주제곡 ‘Film Out’도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31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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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션-폭발신 등 볼거리 풍성…日영화로 리메이크 된 ‘시그널’

    일본 내각정보조사실(한국 국가정보원격) 고위관료와 운전기사가 차량 추락 사고로 사망한다. 그런데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다. 누군가 차량에 맹독성 가스를 주입했던 것. 두 사람은 추락 전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문제의 가스는 2001년 도쿄 도심에서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에 쓰인 것과 같은 독극물로 밝혀진다. 정부는 당시 테러 조직은 모두 소탕됐고 가스도 전량 압수했다며 사건이 완전히 종결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과거 발표와 달리 20년 만에 같은 가스를 사용한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일본영화 ‘극장판 시그널’은 2016년 tvN에서 방영한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시그널’을 2시간 분량으로 영화화한 것이다. 2018년 일본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데 이어 이번엔 일본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로 제작됐다. 영화는 러닝타임 제약 탓에 드라마처럼 아동 유괴사건, 연쇄 살인사건 등 여러 미제사건을 촘촘히 다루진 못한다. 대신 맹독성 가스를 사용한 고위관료 연쇄 살인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데 온전히 집중한다. 현재의 미제사건수사팀 형사 사에구사(사카구치 켄타로)와 2009년의 형사 오야마(키타무라 카즈키)는 무전기로 현재의 정보와 과거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초월한 공조수사를 벌인다. 드라마는 범죄 수사, 현재와 과거 형사들의 깊은 인연을 보여주는 드라마를 두 축으로 이를 적절히 안배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영화는 시간 제약으로 주인공들의 인연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각기 다른 시공간에 있는 이들이 어떤 이유로 무전기로 연결돼 미제 사건을 공조수사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각각의 캐릭터나 설정을 이해하기가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영화는 버릴 건 버리는 대신 범죄수사물과 오락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사에구사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차량 추격신, 총격신, 차량 추락 및 폭발신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액션에 방점을 찍고 한 사건에 집중해 원작을 변주한 만큼 드라마 팬들은 새로운 확장판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작곡에 참여한 영화 주제곡 ‘Film Out’도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31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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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적 모호’ 영화? “호기심 자극해 다국적 관객 노린다”

    빨간 벽돌집이 늘어선 주택가와 남대문시장, 서울 명동거리와 도심의 경찰서까지…. 영화 속 배경은 모두 한국이다. 주인공을 포함해 굵직한 배역 대부분을 유연석 예지원 최무성 등 한국배우들이 꿰찼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이하 배니싱)’은 언뜻 한국영화 같지만 한국영화가 아니다. 드니 데르쿠르 감독 작품으로 국내 영화사가 수입한 프랑스 영화다. 배니싱은 형사 진호(유연석)가 심하게 훼손된 변사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프랑스 법의학자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알리스는 심포지엄에 참석하려 한국에 왔다. 그 결과 잇달아 발견되는 변사체는 장기 밀매 조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두 사람은 사건 해결을 위해 의기투합한다. 영화는 100% 한국에서 촬영됐다. 서구권 영화가 모든 장면을 한국에서 촬영한 건 이례적이다. 데르쿠르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 한국 촬영과 한국배우 출연을 염두에 두고 ‘추격자’ ‘살인의 추억’ 등 한국의 대표 범죄스릴러 영화를 참고했다고 한다. 데르쿠르 감독은 “한국은 영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며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 작업하는 건 모든 감독들이 꿈꾸는 일”이라고 밝혔다. 배니싱처럼 국적이 헷갈리는 영화는 또 있다. 현재 개봉시기를 저울 중인 ‘브로커’다.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감독을 맡아 일본영화라 생각하기 쉽지만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한국영화다. 출연 배우도 송강호 배두나 강동원 이지은(아이유)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스타들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무엇을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을 것인가’를 깊이 모색해 보고자 한다”며 연출 배경을 밝혔다. 과거엔 한국 스타 감독들이 해외로 진출해 현지 배우들과 현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대세였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가 대표적이다. 두 영화는 모두 미국영화다.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런 흐름은 조금씩 반대로 바뀌는 분위기다. 외국 감독이 한국에서 자국 영화를 찍거나 아예 한국영화를 만드는 식이다. 이에 따라 콘텐츠의 국적이 모호해지고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한국배우들이나 한국 제작 환경이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영화 ‘미나리’나 그의 차기작으로 25일 공개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역시 한국 콘텐츠로 여기게 만드는 미국 작품이다. 파친코에는 한국인 또는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나온다.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 시나리오 작가 수 휴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다. 콘텐츠의 모호한 국적은 다국적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해 이들을 영화관 등으로 이끄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배니싱 배급사도 이 영화가 프랑스 국적임을 내세우는 대신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을 앞세워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작품이 결국 한국 관객이나 시청자들과 얼마나 정서적인 교감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정서적·문화적 장벽을 허물 수 있다면 ‘국적 모호’ 콘텐츠는 마케팅 측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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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 경영악화 속 새로 문 여는 영화관 증가, 왜?

    지난해 1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에 39석 규모의 작은 영화관 ‘라이카시네마’가 문을 열었다. 팬데믹으로 영화관 산업이 존폐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도 새로 영화관을 연 것. 이곳에선 주로 독립·예술영화가 상영된다. 서기분 라이카시네마 대표는 21일 “어려운 시기지만 청춘들의 창작 활동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고강도 방역대책의 영향으로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이 고사 직전에 내몰렸지만, 지난해 영화관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영화관은 542개로 2020년(474개)에 비해 14.3%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영 악화로 영화관 수가 대폭 줄어들었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지난해 늘어난 영화관 가운데 2020년 팬데믹 여파로 폐관했다가 사업 주체를 바꿔 재개관한 경우를 빼고 말 그대로 신규 개관한 곳이 39개나 된다. 경북 의성군의 ‘의성작은영화관’도 새로 문을 연 영화관 중 하나다. 작은영화관주식회사가 의성군으로부터 위탁받아 지난해 7월부터 운영 중이다. 작은영화관주식회사는 “영화 관람비가 7000원으로 저렴해 군민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문화 향유 같은 대의를 갖고 개관한 일부 영화관들을 제외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신규 개관한 경우가 상당수다. 지난해 전국 CGV 영화관 수는 190개로 전년 대비 11개 늘었다. 롯데시네마도 지난해 전년 대비 10개 늘어난 143개였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팬데믹을 이유로 최대한 개관 시기를 미루다 건물 입점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극장 수만 늘었을 뿐 업계가 경영 악화로 인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건 여전하단 분석이 나온다. 업체들이 영화관 수를 줄이는 건 팬데믹이 끝난 후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영화관 업계 관계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중소 위탁 극장주가 운영하는 비율이 40%가량 된다”며 “방역지침 조정으로 인한 피해 보상금 같은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 영화관이 줄줄이 폐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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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카데미인지 오카데미인지… 난 그냥 윤여정”

    “달라진 거 하나도 없어요. 아카데미인지 오카데미인지를 30, 40대에 탔으면 둥둥 떠다녔겠죠. 내 나이에 감사해본 건 처음입니다.(웃음)” 지난해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사상 첫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75)은 18일 “상은 나를 변화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냥 나로 살다가 죽을 거다”라며 웃었다. 세계적 배우로 우뚝 선 윤여정이 글로벌 드라마 ‘파친코’로 1년 만에 돌아온다. ‘미나리’에선 ‘순자’였는데 이번엔 ‘선자’다.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화상을 통해 한국 기자들과 만난 윤여정은 “이름은 비슷해도 순자와 선자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에서 25일 공개되는 8부작 드라마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선자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해 1989년에 이르기까지 약 80년에 걸친 이야기를 담았다. 선자를 중심으로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한국, 일본, 미국을 오가며 억척스럽게 생존한 과정을 다룬 대서사극이다. 윤여정은 또다시 이민자 이야기를 택한 것에 대해 한국계 미국인인 두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에 와도 이상하고 미국에서도 생김새가 다르니까…. 젊은 한국계 미국인들은 국제고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나리 때도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 우리 아들인데’ 하는 마음에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 것 같아요.”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 선자의 손자로 나오는 배우 진하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다. 이날 코고나다 감독은 “윤여정 얼굴은 한국의 역사가 담긴 지도 같다. 그의 표정과 연기에 정말 감탄했다”고 극찬했다. 윤여정은 “나이가 많아서 그런 것”이라며 웃었다. “자이니치(在日·재일 한국인)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에 제대로 알고 그분들에게 미안했어요. 이 작품으로 역사를 많이 배웠죠. 봉준호 감독 말처럼 자막이라는 1인치의 벽만 넘으면 더 많은 역사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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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정 “‘파친코’ 선자, ‘미나리’ 순자와 전혀 다른 이야기”

    “달라진 거 하나도 없어요. 아카데미인지 오카데미인지를 30, 40대에 탔으면 둥둥 떠다녔겠죠. 내 나이에 감사해본 건 처음입니다.(웃음)” 지난해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사상 첫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75)은 18일 “상은 나를 변화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냥 나로 살다가 죽을 거다”라며 웃었다. 세계적 배우로 우뚝 선 윤여정이 글로벌 드라마 ‘파친코’로 1년 만에 돌아온다. ‘미나리’에선 ‘순자’였는데 이번엔 ‘선자’다.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화상을 통해 한국기자들과 만난 윤여정은 “이름은 비슷해도 순자와 선자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에서 25일 공개되는 드라마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동명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선자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해 1989년에 이르기까지 약 80년에 걸친 이야기를 담았다. 선자를 중심으로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한국, 일본, 미국을 오가며 억척스럽게 생존한 과정을 다룬 대서사극이다. 젊은 선자는 배우 김민하가, 노년의 선자는 윤여정이 연기한다. 윤여정은 또다시 이민자 이야기를 택한 것에 대해 한국계 미국인인 두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에 와도 이상하고 미국에서도 생김새가 다르니까…. 젊은 한국계 미국인들은 국제고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나리 때도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 우리 아들인데’ 하는 마음에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 것 같아요.”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 선자의 손자로 나오는 배우 진하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다. 이날 코고나다 감독은 “윤여정 얼굴은 한국의 역사가 담긴 지도 같다. 그의 표정과 연기에 정말 감탄했다”고 극찬했다. 윤여정은 “나이가 많아서 그런 것”이라며 웃었다. 스스로를 “노배우”라고 소개한 윤여정이 가장 우려하는 건 이 작품에 회상장면이 많다는 점이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그런 게 걱정”이라고 했다. 드라마는 1900년대 초반부터 1989년에 이르기까지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오간다. 그러나 그의 걱정과 달리 공간적 배경이 명확히 구분돼 시청자들이 헷갈려할 만한 부분은 없다. “자이니치(在日·재일 한국인)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에 제대로 알고 그분들에게 미안했어요. 이 작품으로 역사를 많이 배웠죠. 봉준호 감독 말처럼 자막이라는 1인치의 벽만 넘으면 더 많은 역사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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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천명관 영화감독 데뷔작… “똥밭서 투쟁하는 남자 이야기”

    약 30년 전, 서른 즈음에 충무로에 들어섰다. 연출을 해보겠다고 직접 써서 들고 다닌 시나리오는 10여 편. 그를 감독으로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거듭된 실패 끝에 충무로를 떠났다. 이후 20년 가까이 소설가로 살았다. “내가 소설가라고?”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던 소설가의 인생을 살았더니 유명 작가가 됐다. 하지만 영화감독의 꿈은 청춘이 한참 지나서도 포기할 수 없었다. 환갑을 목전에 두고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함께 영화계에 있던 또래들은 거장이 되거나 은퇴했거든요. 제가 신인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인생 재밌다’ 싶어요.” ‘고래’, ‘고령화 가족’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천명관(58·사진)이 영화감독이 됐다. 그의 첫 영화 ‘뜨거운 피’가 23일 개봉한다. 김언수 작가(50)가 2016년 출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천 감독은 17일 화상 인터뷰에서 “(김 작가 작품을 택한) 이유는 하나다. 이야기가 너무 재밌으니까. 영화로 만들면 근사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뜨거운 피’의 무대는 부산 변두리 가상의 작은 포구 ‘구암’. 1993년을 배경으로 구암을 장악한 손영감(김갑수)과 그의 수족 희수(정우) 이야기가 주축이다. 건달 생활을 해온 희수는 빚에 시달리며 산동네 낡은 집에서 비루한 삶을 산다. 성인오락기 납품으로 큰돈을 번 뒤 구암을 떠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러나 영도파 건달들이 구암을 노리기 시작하면서 치열한 생존싸움이 시작되고 희수의 계획도 틀어진다. 언뜻 그간 숱하게 나온 조폭 영화들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천 감독은 “보통 조폭 영화에는 거대한 조직과 검은 양복을 입은 멋진 남자들이 나온다”며 “이 영화는 조직이랄 것도 없이 근근이 먹고사는, 똥밭 같은 곳에서 치열하게 투쟁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라며 차별 점을 강조했다. 배우 정우 역시 “어깨에 힘을 주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천 감독이 영화 작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2시간 내외의 제한된 시간에 이야기를 몰아넣는 일이었다. 천 감독은 “나는 길게 쓰는 편이니까 소설에선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할 수 있지만 영화는 시간이 정해진 장르더라. 그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폼이라고는 나지 않는 밑바닥 건달들의 세계를 날것 그대로 보여준 점은 호평할 만하다. 허름한 세탁공장을 운영하는 건달들 모습은 전에 없이 극사실적이다. 그러나 개연성 없이 튀는 카메라 앵글, 경상도 출신이 들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부산 사투리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천 감독은 “이제 성적표를 받아들 시간만 남았다. 성적이 어떻든 내가 이 과정을 다 해냈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영화감독의 삶은 계속된다. 그가 2016년 출간한 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연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작업을 더 할 생각은 없다. 그의 대표작 ‘나의 삼촌 브루스리’와 ‘고래’는 현재 각각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그에게 연출과 각본을 맡아 달라는 제안이 왔지만 거절했다. “소설을 쓰느라 엄청 많은 시간을 들였는데 이걸 다시 영상화하겠다고 붙잡고 시간을 또 보내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제 소설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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