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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무어사이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한국형 차세대 원전 모델(APR-1400)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국내에서 강하게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와중에 해외에서는 21조 원 규모의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탈원전을 실행에 옮긴다면 한국형 원전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12일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북서부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뉴젠’ 컨소시엄에 한국의 APR-1400을 채택해도 된다고 통보했다. 뉴젠 지분 60% 인수를 추진하는 한전이 한국형 원전을 설치하자고 강하게 설득하면서 APR-1400 도입이 유력해졌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이후 두 번째 한국형 원전 수출이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한전은 물론이고 정부에서는 관련 내용을 쉬쉬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언급하지만 정부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 일시 중단을 추진하는 와중에 원전 수출 내용을 알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향후 원전 수출 길 역시 막힐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정부가 주력 수출 모델로 밀고 있는 APR-1400이 논란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 수출을 추진 중인 APR-1400은 최근 건설 중단 여부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신고리 원전 5, 6호기와 한전 컨소시엄이 UAE 바라카에 짓고 있는 원전에 도입된 모델이다. 영국으로서는 본국에서도 갈등이 빚어져 한국 정부가 직접 건설 중단을 지시한 원전을 굳이 수입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품을 가능성이 크다. 원자로 부품 생산 자체가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라 원전 건설이 중단될 경우 부품업체부터 사업이 중단되면서 ‘원전 생산체인’이 끊기게 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원자력발전을 모두 멈춘다면 한국 원전을 수입한 UAE 등은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진다”며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이 현실화된다면 한국의 원전 수출은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 설비 용량은 350GWe(1GWe는 원전 1기 설비 용량)를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일본이 멈춰 놓은 원전까지 합치면 391GWe로 이 역시 역대 최대다. 전 세계 원전은 448기로 2015년(441기)보다 7기 늘었다. 새로 짓고 있는 원전은 총 61기로 이 중 20기가 중국에 건설되고 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김준일 기자}
정부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의 건설 중단을 요구했더라도 한국수력원자력이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다는 법률 검토 결과가 나왔다. 한수원은 13일 경북 경주시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중단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11일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이 공개한 한수원의 ‘신고리 5, 6호기 건설 일시 중단 관련 법률 검토’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 법무실은 내부 검토를 거쳐 정부의 원전 건설 중단 요구를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행정지도’로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7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법률 검토 자료를 보고했다. 한수원은 검토 자료를 통해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을 위해 필요한 이행조치를 취해 달라는 정부의 요구는 법률상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따라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9일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이행조치를 신속하게 취해 달라”는 내용의 한 장짜리 공문을 한수원에 보냈다. 한수원은 이 공문을 공사에 참여한 17개 업체에도 그대로 전달했다. 한수원은 원전 건설이 중단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각종 소송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이사진의 책임 문제에 대해 한수원은 “이사회가 공사 일시 중단 결정을 내려도 형사상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수원 노동조합은 이사회가 원전 건설을 중단시킬 경우 배임 등의 혐의로 이사진을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 등 건설업체에 대한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한수원은 검토 자료에 “이사회 결의로 공사 일시 중단을 할 경우 이를 불가항력 사유로 보기 어렵다”며 “계약서에 따라 손실에 대한 비용 부담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에 따른 총 손실 규모를 현재까지 투입한 1조6000억 원에 공사 중단에 따른 보상비용 1조 원을 합쳐 약 2조6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한국수력원자력은 14일까지 올해 범죄 예방을 위해 ‘안심가로등’을 설치할 지역 공모를 받을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한수원은 2014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전국 15개 지역에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가로등 607개를 설치했다. 그동안 가로등이 없어 안전 문제가 있었던 지역 위주로 설치했다. 한수원이 설치하는 태양광 LED 조명은 기존 가로등보다 1.5배 이상 밝고 수명도 5배 이상 길다. 낮에 충전된 태양광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료도 절약할 수 있다. 한수원은 최근 3년 동안 태양광 안심가로등으로 아낀 전기료가 1억84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안심가로등 설치는 공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시작했지만 지역 주민 등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안심가로등 설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9%가 “범죄 예방과 안전에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범죄예방 관련 부문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한수원은 올해 전국 7개 지역에 지역별 최대 5억 원 규모로 안심가로등을 설치한다. 참여를 원하는 지방자치단체는 14일까지 밀알복지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탈(脫)원전 정책이 한국 사회의 주요 갈등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력 학계 등에서 “제왕적 조치” “법적 근거가 없다”는 등 반발이 커지고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원전 건설 중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시민·환경단체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원전 건설 영구 중단을 결정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전력 수급 대안, 에너지 안보,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구성해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지만 공론화위원회 구성 방침만 밝힌 채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학계, 업계에 이어 노조까지 반발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13일 오전 경북 경주시 본사에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의 일시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연다. 한수원은 7일에도 이사회를 열었지만 관련 내용을 논의하지 못했다. 한수원 노동조합은 이사회 원천 봉쇄를 예고했다. 한수원 노조는 “회의실을 점거해 이사회를 무산시킬 것”이라며 “건설 일시 중단은 법적인 근거가 없으며 (정부가) 공기업에 비용을 떠넘기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수원 노조는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결정이 내려질 경우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신고리 원전 건설 잠정 중단을 밝히며 갈등을 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14일 동안 이를 둘러싼 찬반 갈등은 되레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5일에는 대학교수 417명이 모여 “대통령 결정만으로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것은 제왕적 조치”라는 내용의 비판 성명을 냈다. 신고리 5, 6호기를 짓고 있는 건설업체들 역시 최근 “구체적인 공사 중단 범위를 명시하고 보상 방안을 알려 달라”고 요구했다. 탈원전 반대 진영이 속속 집결하는 모습이다. 반면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환경단체는 “기존 원자력 카르텔에서 자유로운 사람들로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 결정을 지원하는 논평을 내고 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에너지법에 따라 원전 건설 중단은 문제가 없다”며 찬성 편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정치권이 ‘이해 당사자’…분쟁 장기화 우려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는데도 정부조차 수수방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대표적인 사회갈등이었던 밀양 송전탑 사태나 2013년 철도파업의 경우 정부와 정치권이 욕을 먹으면서도 중재 역할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들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로 참여하면서 조정 여지를 잃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 추진 주체는 산업부가 아니라 국무조정실이다.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보상 규정을 마련하는 등 대책 발표 역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직접 담당했다. 국무조정실은 이제까지 정부부처와 국민 간 갈등 조정을 맡아 왔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직접 나섰던 밀양 송전탑 사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엔 정책 추진에 직접 나서다 보니 갈등이 커져도 조정자 역할을 하기 쉽지 않게 됐다. 정치권 역시 진영 논리에 갇혀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신고리 5, 6호기 건설 현장을 찾아 “정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탈원전 정책 속도 조절을 요구한 교수들과도 이미 국회에서 만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당 의원들은 탈원전 정책이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 ‘정책 후퇴’를 의미하는 분쟁 조정에 개입하기 쉽지 않다. 만약 탈원전 정책에서 파열음이 계속될 경우 조정할 주체도 여의치 않다는 의미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독일이 국가 수준의 윤리위원회를 만들어 탈원전을 결정한 것은 단순한 이해관계를 초월해야 결론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해관계를 떠나 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이건혁 / 최혜령 기자}
지난해 감소한 국내 금융사 임직원 수가 280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가 발간한 ‘2016년도 금융정보화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 보험, 카드 등 국내 153개 금융사의 총 임직원 수는 23만2621명으로 1년 만에 1.2%(285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금융권에서 추진된 온라인 거래 확산 등에 따른 결과다. 실제로 전체 금융사 임직원 가운데 정보기술(IT) 인력은 지난해 9182명으로 2015년 말보다 0.1% 줄었다. 금융권 IT 인력이 감소한 것은 2010년(―7.1%) 이후 6년 만이다. 반면 거래 자동화를 위한 금융기관 IT 예산은 지난해 5조6919억 원으로 해당 통계를 작성한 1992년 이후 최대치로 집계됐다. 또 전체 금융사에서 IT 인력 아웃소싱 비율도 57.4%에 달하며 전년(56.3%)보다 높아졌다. 거래 자동화의 영향으로 전자금융 비중은 커졌다. 국내 36개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은 하루 평균 3778만5000건으로 전년보다 27.6% 늘었다. 이용 금액도 하루 평균 4조95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인터넷보험 이용건수도 하루 평균 328만6000건으로 전년보다 25.3% 증가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올여름에는 전기요금 누진제가 완화된 영향으로 전력 수요가 지난해 여름보다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공급량 역시 늘어나면서 전력 예비율 11.7% 수준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6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여름 전력 수급대책을 확정했다. 정부에 따르면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지난해(8518만 kW)보다 1.6%(132만 kW) 늘어난 8650만 kW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수요의 절반 이상인 80만 kW가 누진제 개편에 따른 증가분이다. 전력 최대 공급능력 역시 신규 발전소 증설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늘었다. 올여름 전력 최대 공급능력은 전년보다 420만 kW(4.5%) 늘어난 9660만 k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 최대 공급능력에 최대 전력수요를 뺀 예비전력은 1010만 kW로 예비율 11.7% 수준이다. 정부는 8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도 이상 크게 오르는 등 예상을 넘어서는 폭염이 발생하더라도 예비력 810만 kW(예비율 9.2%)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정부는 10일부터 9월 8일까지 60일을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발전사 등과 공동으로 전력 수급상황을 관리하기로 했다. 만약 예비전력이 500만 kW 이하로 떨어질 경우 하반기(7∼12월)에 준공할 예정인 발전기를 시운전해 전력을 확보하고 운전 중인 석탄 화력발전기의 출력을 높여 비상 대처할 방침이다. 이 총리는 “올여름에 폭염이 예상돼 전력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차질 없는 전력 공급을 위해 관계 기관들이 만전을 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400명이 넘는 대학교수들이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반대성명을 내고 정책 중단을 요구하는 등 집단 반발에 나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전국 60개 대학 교수 417명으로 구성된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표한 성명서에서 “국민에게 ‘보편적 전력 복지’를 제공해온 원자력 산업을 말살시키는 탈원전 정책의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 “국회 등에서 합리적인 공론화를 거쳐 장기적인 전력 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1일에도 성명서를 냈지만 당시에는 23개 대학의 교수 230명이 참여했다. 또 원자력 분야 교수들이 중심이 됐지만 이번엔 경제학, 수학 등 타 전공 교수들과 미국 퍼듀대와 미시간대 등 해외 한인 교수들까지 동참했다. 학계의 반발이 커진 것은 정부가 지난달 27일 에너지 비전문가 위주의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게 빌미를 제공했다. 이들은 “(정부 방침에) 통탄을 금치 못한다. 책임질 수 없는 비전문가들이 3개월간 논의해 결정하는 것은 속전속결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의 선언만으로 탈원전 계획을 기정사실화하는 것도 제왕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성풍현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스위스는 국민투표를 5차례 한 끝에 탈원전을 결정했는데 우리는 대통령이 홀로 결정했다”며 “3개월 만에 건설 중단을 결정하겠다는 것은 결론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교수들은 이날 기자회견 후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들을 만났다. 미국 환경단체인 ‘환경의 전진’도 이날 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의 탈원전 정책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 한울 5호기 냉각재 문제로 가동중단 한편 경북 울진군에 위치한 한울 원자력발전소 5호기가 이날 오후 6시 11분 냉각재 문제로 가동이 중단됐다. 원자로 안에 설치된 냉각재 펌프 4대 가운데 2대가 멈추면서 자동으로 원자로가 정지된 것이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박희창·이건혁 기자}

당초 지난해 대비 2%대 중반으로 예상되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승하고 있다. 국내외 기관이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2% 후반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한국 경제가 2014년(3.3%) 이후 3년 만에 3% 이상 성장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서는 가계부채 관리가, 대외적으로는 국제유가 추이가 하반기 성장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 전망치 잇따라 상향 4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영국계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스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당초 2.6%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2017년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고 한국 경제성장률을 2.9%로 제시하면서 이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끌어올렸다. 연초 2%대 중반대 전망이 주류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상승한 수치다.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은 주로 해외 IB 중심으로 흘러나온다. 정부(2.6%)와 한국은행(2.6%)이 아직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잡는 데 반해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일찌감치 2.9% 성장 전망을 내놨다. 이들이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것은 실적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올해 1분기(1∼3월)에 전 분기 대비 1.1% 성장하면서 6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2분기(4∼6월) 역시 1% 가까운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회복과 설비투자 증가, 기업이익 상승 등이 최근 성장률 전망치 제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아직 신중한 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성장률 상향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 가계부채와 부동산 대책 등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3% 성장률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5년 동안 한국 경제가 성장률 3%를 넘긴 해는 2014년 단 한 해뿐이다. 현실적으로 3% 성장은 그만큼 한국 경제에 쉽지 않은 과제가 되었다는 의미다.○ ‘3% 달성’ 좌우할 요인은 유가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는 국제유가가 꼽힌다. 연초 상승하던 국제유가는 미국산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배럴당 46.4달러로 50달러 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국내외 에너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전망치를 배럴당 55달러에서 47.5달러로 하향 조정하고 국제유가를 잘못 예측했다면서 반성문을 내놓기도 했다. 유가 하락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국 경제 전체로 놓고 보면 꼭 좋다고만 볼 수는 없다. 무엇보다 국제유가 하락이 산유국 등 신흥국 경제 둔화로 이어져 한국 수출 부진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하락이 계속되면 석유 수출국의 경제가 둔화되고 신흥국 자금 이탈 현상이 생기며 세계 경제가 나빠진다”며 “유가 하락이 계속될 경우 올해 3% 성장은 쉽지 않은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성장률 제고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올해 경제성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추경 편성이 공무원 추가 채용 등에 집중되어 있어 경제성장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 부문 투자와 소비가 증진될 수 있는 분야에 추경 효과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김 부총리 주재로 지금까지 취임한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과 경제현안 간담회를 열고 8월 초까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조정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당국 안팎에서는 현행 2.6%보다 높고 3%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로 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또 이달 중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재정전략회의를 열고 향후 5년 동안의 정부 재정정책과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신민기·김준일 기자}
3일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일자리수석,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금융위원장이 임명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팀 라인업이 완성됐다. 대선 캠프에서 정책 개발에 참여한 진보 성향 교수들이 약진하면서 부처 관료들과 원활하게 호흡을 맞추는 게 향후 정책 추진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첫 경제수석에 임명된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대표 진보 경제학자다. 홍 수석은 문 대통령의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 담론을 체계화해 문 대통령에게 조언한 인물이다. 최근 들어 다소 ‘우클릭’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 등과 달리 정부에 참여한 학계 출신 가운데 가장 좌파적 생각을 고수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홍 수석은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주도한 학자였다. 2006년 한국사회경제학회가 협상 중단을 촉구할 때 성명서를 직접 작성하며 주도했다. 국내 대표 진보 경제학계인 학현학파 학자로 2012년 학현학술상을 수상했다. ‘학현’은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의 아호다. 균형성장론과 분배 우선 정책을 주창한다. 노무현 정부 때 등용된 이정우 전 정책실장, 강철규 전 공정위원장,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등이 학현학파의 대표 학자다. 일자리수석으로 임명된 반장식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은 대표적인 자수성가 관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마찬가지로 고교 졸업 후 외환은행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1977년 행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기획예산처에서 근무한 전형적인 경제기획원(EPB) 라인이다. ▽ 홍장표 경제수석 △대구(57) △서울대 경제학과 △동 대학원 박사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 반장식 일자리수석 △경북 상주(61) △덕수상고 △국제대 법학과 △고려대 행정학 박사 △행시 21회 △기획예산처 재정운용실장, 차관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박희창 기자}

시대가 바뀌면 직업도 바뀐다. 앞으로 반려동물 훈련사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프로그래머 등은 국가 통계상 정식 직업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 오던 섬유 기계 관련 직업 상당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통계청은 국가 통계의 기본이 되는 한국 표준직업분류 개정안을 3일 고시해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직업분류 개정은 1963년 처음 제정됐으며 이번이 7차 개정이다. 각종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수를 집계하기 위한 통계상 분류이지만 개정할 때마다 시대상을 반영해 새로운 직업을 넣거나 기존 직업을 빼고 있어서 ‘한국의 직업 사전’으로 일컬어진다. 내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직업은 최근 한국 사회의 변화상을 반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반려동물 훈련사, 요리연구가, 입학사정관 등이다. 입학사정관은 2008년 한국에 도입됐지만 이제까지 ‘그 외 교육 전문가’ 항목으로 분류되다가 이번에 별도로 분류된다. 정보기술(IT) 발달에 따라 생겨난 직업명도 있다. 모바일 앱 프로그래머, 로봇공학 시험원,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도 내년엔 독립된 직업으로 인정받는다. 상대적으로 낯익은 직업인 큐레이터는 학예사로 이름을 바꾼다. 손해사정인, 부동산 중개인 역시 내년부터 각각 손해사정사, 부동산 중개사로 이름을 바꿔 부른다. 통계청 당국자는 “각 직능단체와 국립국어원 등의 의견을 종합해 이름을 바꾼 것”이라며 “1992년에도 통계청의 직업 분류를 간호원에서 간호사로 바꾼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 생겨나는 직업이 있으면 사라지는 직업도 있다. 통계청은 실을 뽑거나 옷을 만들 때 사용하는 연조기, 조방기, 정방기, 권사기 등 기계 조작원을 통폐합해 ‘섬유 제조 기계 조작원’으로 분류하기로 했다. 모두 일제강점기부터 한국 섬유산업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 초까지 신문지면 등에 자주 등장하던 기계 이름이다. 또 화물열차 차장, 철도 신호원, 철도 수송원 등은 ‘철도운송 관련 종사원’으로 뭉뚱그려 분류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으로 통계청이 분류하는 한국의 직업 수는 기존 1206개에서 1231개로 늘어났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경기 불황의 여파로 지난해 문을 닫은 국내 사업체 수가 12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세청의 ‘2017 국세통계 조기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폐업신고를 한 사업자 수는 90만9202명이었다. 1년 만에 15.1% 늘어난 것으로 2004년(96만4931명)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창업자 수는 122만6443명으로 전년보다 3.0% 늘었다. 폐업자 수가 늘어난 것은 국내 자영업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창업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경쟁이 심화된 일부 시장을 중심으로 폐업자 역시 양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수입이 적어 부가가치세 납부 의무면제가 된 사업자 수는 지난해 120만8448명으로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편 소득세, 법인세 등이 많이 걷히면서 정부가 거둬들인 국세 수입은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세수는 233조3000억 원으로 전년(208조2000억 원)보다 12.1% 늘었다. 소득세 수입이 연간 70조 원을 넘어선 70조1194억 원으로 2015년보다 12.3% 늘었다. 이어 부가세(61조8282억 원·전년 대비 14.2% 상승), 법인세(52조1154억 원·15.7% 상승) 등 주요 세목이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고액 체납으로 출국 금지된 사람은 지난해 6112명에 달했다. 이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이는 지난해 체납 명단 공개 기준을 기존 5억 원에서 3억 원으로 확대하면서 체납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의 수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30일(현지 시간)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북핵 문제보다 무역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이 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정부는 ‘한미 FTA 발효 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늘어 손해가 크다’고 주장하는 미국을 합리적 근거로 설득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역 격차 해소를 두고 한미 양국 간의 견해차가 예상보다 커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논의” vs “필요 없어”… 정반대 메시지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한미 양국은 한미 FTA와 관련해 180도 다른 메시지를 내놨다. 백악관 핵심 관계자는 28일 전화 브리핑에서 한미 간 무역 이슈가 이번 회담에서 집중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문제를 한국과 솔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은 한미 무역관계가 불균형한 상황에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 문제에 대해 미국 측이 공세적인 입장을 띨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축소와 한미 FTA 재협상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무역 문제’라고 표현했지만 미국 측이 협상에서 요구하는 것은 한미 FTA의 재논의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회담 사전 브리핑에서 무역 이슈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무역 이슈를 통한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분명히 밝히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한국은 회담 직전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FTA 재협상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으로 향하는 전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의 한미 FTA는 양국 간 이익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의 효과를 강조하면서 회담 의제로 한미 FTA 재논의를 꺼낼 필요가 없음을 에둘러 표시한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FTA 문제를 꺼내면 올해 들어 미국의 무역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고 한국의 대미 투자가 늘면서 고용이 늘었다는 점을 충분히 납득시킨다면 올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자동차 철강 등 구체적 품목까지 거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이던) 2011년 한미 FTA를 강행 처리했다. 그 협정은 재앙이었다”며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드러냈다. 올해 4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는 “끔찍한 한미 FTA는 조만간 재협상하거나 폐기하겠다”고도 했다. 미국 측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는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은 구체적인 품목까지 꼽아가며 FTA 개정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자동차 문제, 그리고 한국에서 미국 자동차 판매에 여전히 장벽이 존재하고 때로는 한국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 제품의 양이 과도하다는 사실 등에 관해 솔직 담백하게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와 철강 등 한미 FTA 재논의를 위한 각론까지 준비해 두었다는 의미다. 미국은 또 정상회담에서 쇠고기 등 농산물의 관세 인하 기간을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한국 내 빗장을 열라는 압박을 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이 문제를 제기한 법률, 금융 등 서비스 시장 추가 개방 문제 역시 회담장에서 다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압박은 강해지는데 주무 부처 장관도 임명 안 돼 미국이 한미 FTA 재개정 요구를 하는 이유는 양국 간 무역 역조 때문이다. 2011년 116억 달러 수준이던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2015년 258억 달러로 늘어났다. 한국 측은 무역 역조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3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9.7%가량 줄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무역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며 설득에 나섰다. 여기에 중국 일본에 비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작고 서비스 수지는 한국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도 미국 측에 강조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가 한미 양국 통상 문제에 제대로 준비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한미 FTA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아직도 임명되지 않았다. 경제부처 장관급 인사 모두 방미단에서 제외된 채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재개정 요구에 맞서야 하는 점도 문제다. 정부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상교섭 기능이 산업부에 남는지 외교부로 이관되는지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었고, 지금은 사실상의 장관 부재로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산업부가 한미 FTA 문제를 충분히 검토했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천호성 기자}

한승희 국세청장(사진)은 29일 “세수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납세자의 성실한 세금 납부를 도와주는 데 세정(稅政)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 시각에서 국세 행정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혁해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청장은 또 “차세대 국세전산시스템(NTIS) 고도화와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납세자 신고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더욱 다양하게 제공하고 모바일 납부 등 성실 납세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금 신고 과정에서 납세자 불편이 있는 부분을 적극 발굴해 납세자 시각에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탈세에 대한 엄정한 조치 방침도 공개했다. 한 청장은 “대기업, 대재산가의 변칙적 상속·증여는 그 과정을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며 “기업자금 불법 유출, 역외탈세 등 성실 납세자에게 허탈감을 주는 지능적 탈세는 조사 역량을 집중해 엄단하겠다”고 지적했다. 세무조사 부담은 줄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한 청장은 “중소납세자에 간편조사를 확대하는 등 세무조사로 인한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부가 매년 적용 대상을 늘리던 가업상속공제 수혜자를 올해 처음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부(富)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상속·증여세 부담을 늘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기조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인 중견기업까지 회사를 물려받을 때 세금을 깎아 주는 것이 과하다고 보고 공제 대상 기준을 낮추고 한도 역시 축소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해당 공제가 축소될 경우 기업 성장과 투자,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이 야당은 물론 정부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속공제 축소 방침은 확정…폭은 미정” 28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등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가업을 물려받을 때 최대 500억 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가업상속공제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인 축소 기준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며칠 내에 축소 대책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무 부처도 해당 공제의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의뢰를 받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9일 ‘상속·증여세제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가업상속공제 제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의견을 수렴한다. 발표에는 현재 국내에서 시행 중인 가업상속공제를 프랑스, 독일, 일본과 비교·분석한 결과 등이 담긴다. 가업상속공제는 1997년 처음 도입됐다. 높은 상속세율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가업을 물려줄 때 세금 부담이 크다는 산업계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2007년 적용 대상과 공제한도를 크게 늘려준 이후 꾸준히 확대되면서 현재는 중소기업 이외에 매출액 3000억 원 미만 중견기업까지 공제 대상에 포함됐다. 공제한도도 늘었다. 현재 20년 이상 이어온 기업의 경우 500억 원까지 세금을 깎아준다. 기재부는 이명박 정부 이후 늘어난 공제 대상을 환원시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보다는 주로 중견기업의 혜택이 줄어든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이미 가업상속공제제도 대상을 2000억 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축소하고, 공제한도를 최대 300억 원으로 낮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역시 이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금을 깎아주는 게 아니라 기업을 물려주는 데 발생한 세금 납부를 당분간 미뤄주는 ‘과세이연’ 방식으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제액 급증에 대선 공약 이행이 축소 검토 원인 정부 입장에서는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줄이면 세수(稅收) 증대의 효과가 작지 않다. 특히 최근 관련 세금의 공제액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면 더욱 그렇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1∼2015년 5년 동안 가업상속공제로 깎아준 세금은 4064억 원으로 연평균 813억 원 정도다. 특히 2015년 공제금액은 1645억 원으로 2013년(867억 원)보다 2년 만에 2배 가까이로 늘었다. 공제기업 기준이 매출 2000억 원 미만에서 3000억 원 미만으로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상장기업을 포함한 중견기업까지 확대되면서 제도의 도입 취지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늘어나는 재정지출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세법 개정으로 5년 동안 31조5000억 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증여에 대한 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향의 세법 개정을 공약했다. 그 구체적인 대상의 하나로 가업상속공제가 꼽힌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내부선 신중론 대두 이런 국정기획위의 방침에 정부 내부에서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세제혜택이 주로 중소기업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경유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바로 ‘백지화’ 선언을 한 직후라 실무 부처에서는 제도 도입을 망설이는 분위기도 강하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상속·증여세 혜택에 대해서는 저마다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가업상속공제의 장점을 주장하는 목소리 역시 만만찮기 때문에 공청회 등을 통해 최대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현재 가업상속공제 혜택이 과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업상속공제는 재산 상속을 통한 부의 대물림을 완화한다는 상속·증여세의 본래 기능에 맞지 않다”며 “전문 경영인이 기업을 이끌어 가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효율적이라면 가업상속에 많은 혜택을 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경영권이 문제라면 세금을 깎아주는 게 아니라 돈이 마련된 이후 낼 수 있도록 세금 납부를 연기해주면 된다”고 말했다.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박재명 기자}

농협은 28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농협식품㈜ 창립기념식을 열었다. 농협이 식품가공 전문기업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협식품은 협동조합형 농식품 전문회사로 △국산 농산물 소비 촉진 △농업인 소득 제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 제공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농협 관계자는 “국내에서 쌀 등 1차 농산물 소비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며 “2차 가공 농식품 소비가 늘어가는 추세에 맞춰 농협식품을 창립하게 됐다”고 전했다. 농협식품은 앞으로 국산 농산물을 원료로 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1, 2인 가구 대상 식사대용 식품, 노인 계층을 위한 시니어 식품, 청소년 급식용 식품 등이 주요 개발예정 상품이다. 농협식품은 상품 개발과 판매 중심으로 운영되고 생산은 전국 104개 지역농협 가공 공장을 활용할 예정이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농식품 전문회사 설립으로 농협의 농식품 사업이 한 단계 성장하게 됐다”며 “앞으로 농업인이 땀 흘려 키운 농산물의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2020년까지 농협식품의 거래 규모를 3000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한 나라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해마다 10%씩 줄어든다면, 그 나라는 존속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가 직면한 냉정한 현실이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월 태어난 한국의 출생아 수는 12만93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줄어들었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출산이 많은 연초에 출생아 수 감소율이 두 자릿수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감소 폭이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출산과 관련된 통계는 역대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대부분 ‘최저’ ‘최하’ 등 부정적인 것들이다. 현실에서 ‘아이들이 줄었다’며 고개만 갸웃거릴 동안, 숫자로 나타나는 통계는 이미 경고를 넘어 ‘쇼크’에 빠졌다. 한국은 2015년 12월 이후 17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가 줄었다. 특히 지난해 12월(―14.7%), 올해 1월(―11.1%), 2월(―12.3%), 3월(―13.1%), 4월(―13.6%) 등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12월에는 출생아 수가 2만7200명에 그치며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월간 최저치를 찍었다. 연간 출생아 40만 명 붕괴도 가시화됐다. 한국의 출생아 수는 지난해 40만6300명으로 1970년 연간 통계 작성 후 최저치였지만 그래도 40만 명은 넘겼다. 만약 지금처럼 10%대 감소율이 이어질 경우 올해 36만 명 출생이 현실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로 보면 향후 출산율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출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혼인 건수인데 젊은층이 결혼 자체를 안 하는 추세다. 이 과장은 “2014년 혼인 건수 급감이 지금 출산 감소에 영향을 미쳤는데, 지난해 혼인 건수는 그때보다 더 줄었다”고 말했다. 국내 혼인 건수 증감률은 2014년 ―5.4%, 지난해 ―7.0%였다. 여기에 국내 출산 평균 연령인 32, 33세 여성의 수도 매년 두 자릿수 비율로 줄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인구정책은 실패했으며 이제 ‘백약이 무효’한 단계”라며 “정부에서 아예 출생아 수 목표치를 정하고 아이 만들기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출생 감소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임환수 국세청장(사진)이 2년 10개월 만에 공식 퇴임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7일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임 청장은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퇴임식을 열고 한승희 신임 국세청장에게 바통을 넘기게 됐다. 2014년 8월 취임한 임 청장은 문민정부 출범 이후 추경석 전 청장(1991년 12월∼1995년 12월)에 이어 두 번째 장수 청장이 됐다. 임 청장은 대내외적으로 흔들렸던 국세청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청, 지방청에서 조사국장만 6번을 역임한 ‘조사통’이었지만 취임 후에는 강력한 세무조사 대신 성실신고 유도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진납세를 통한 세수 확보를 추진했다. 취임 직후 ‘생선을 익히려고 자꾸 뒤집으면 생선살이 부서진다’는 뜻의 고사성어 ‘약팽소선(若烹小鮮)’을 내세운 일은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이후 세무조사 건수는 2013년 1만8000건에서 지난해 1만7000건으로 줄었지만 세수는 2014년 195조7000억 원에서 지난해 220조 원까지 늘어났다. 이른바 ‘희망 사다리’로 상징되는 탕평 인사를 내세우며 인사를 둘러싼 잡음을 최소화시킨 것도 성과로 꼽힌다. 주요 부처들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줄줄이 연루됐을 때도 국세청은 예외였는데, 이런 결과를 낳는 데도 임 청장의 역할이 컸다. 국세청 관계자는 “임 청장이 과거 청장 비서관으로 기관 수장의 부침을 지근거리에서 보면서 청장의 역할과 처신에 대해 늘 고민이 깊었다”고 귀띔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빨리 집행되기만 하면 저성장에서 탈출해 3%대 경제성장을 열 수 있다는 게 우리 경제팀의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회에 추경안 통과를 호소하며 ‘3% 성장론’을 꺼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4년(3.3%) 이후 2%대 성장률에 묶여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목표성장률을 2.6%로 잡았는데,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1%를 기록했다”며 “아직 내실 있는 성장은 아니지만 수출이 증가하고 있어 고용과 소비만 살려낸다면 내리막길을 걷는 우리 경제를 성장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상반기에 나타난 경기 회복세에 추가경정예산을 ‘마중물’ 삼아 회복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실제로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최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10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한국 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4월 말 현재 평균 2.6%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2.6→2.7%), 한국금융연구원(2.5→2.8%) 등 3%에 가까운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 기관도 나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현재 2.6%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낙관적 전망의 바탕에는 공통적으로 ‘추경 효과’가 깔려 있다. 추경 집행 이후에 성장률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추경 논의가 지체되면서 최악의 실업난과 분배 상황 악화로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일자리 추경은 민생 안정과 소비를 진작하는 고용 확대 정책으로, 하락 추세의 경제성장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도 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추경안 통과와 함께 야당에 정부조직법 처리를 요청했다. 그는 “역대 정부를 돌아봐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추경을 통해 정책 기조를 펼칠 수 있게 국회가 협조했고, 정부조직 개편도 최대한 협력하는 게 정치적 도의”라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사진)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개최한 인사청문회에서 국내 부동산 다주택자를 모두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국의 기대에 비해 부동산 임대소득 신고가 부실한 상황에서 국세청이 다주택자 전수 조사에 나설 경우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전체 다주택자 가운데 임대소득 등을 신고하는 사람의 비율이 2.6%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부동산 다주택자 조사는 실제 과세로 이어지는 대상만 추려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다주택자 세무조사를 할 때 자금 출처가 의심스럽거나, 탈세 혐의가 짙은 경우 등에 한해 선별적으로 진행했다. 전체 다주택자에 대해 조사에 들어갈 경우 2015년 통계청 주택소유통계 기준으로 2주택자 이상 272만5000명의 주택 보유 및 관련 소득 신고 현황을 들여다봐야 한다. 3주택자 이상으로 좁혀도 대상자는 71만1000명에 이른다. 한 후보자는 부동산 전세자금 출처 조사 기준을 현행 9억 원보다 더 낮출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 “전세자금 출처조사 기준 9억서 낮출수도”… “최순실 재산 세무조사 진행중”국세청은 그동안 고액 편법 증여 및 상속이 의심되는 부동산 전세자금에 대해 출처 조사를 했다. 하지만 지역이 서울 강남 지역과 신도시, 부산 해운대구 등에 국한됐고 고액 자금에 대해서만 조사를 진행했다. 이 때문에 2013년 시작된 전세자금 출처 조사 건수는 현재까지 연간 100건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 후보자가 밝힌 이 같은 방침은 부동산 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대책과 일맥상통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취임 일성(一聲)으로 “최근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집을 산 비율은 떨어졌지만 집을 3채 이상 가진 사람들의 거래가 늘었다”며 “주택시장의 과열은 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이름이 거론됐다. 한 후보자는 최 씨의 은닉 재산을 조사하고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질문에 “조사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 자금이 최 씨 은닉 재산으로 흘러간 의혹을 묻는 질문에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국세청이 파악한 최 씨의 은닉 재산 규모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최 씨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말부터 최 씨의 은닉 재산이 독일 내 8000억 원을 비롯해 영국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등 4개국 최대 10조 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세청은 물밑 점검 결과 조 단위의 금액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태민 일가의 재산이 2730억 원 수준이며 이 중 최 씨의 재산을 230억 원으로 파악했다.한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에서 밝힌 재원 조달에 대해 “연간 35조6000억 원이 필요하고 이 중 연평균 5조9000억 원을 탈루 세금 과세 강화로 거두겠다”고 밝혔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문재인 정부의 세법개정 추진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 경유값 인상, 근로소득공제 축소 방안, 주세 개편 등 정부가 검토했던 내용들이 서민 증세라는 비판 여론에 맞닥뜨리자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제도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첫해(2013년) 세법개정 때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정부가 선제 조치를 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당시 정부는 의료-교육비 등의 근로자 세액공제를 추진하면서 증세를 ‘거위 깃털 뽑기’에 비유했다가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세법 개정 등으로 매년 6조3000억 원을 조달하겠다던 문 대통령의 공약 재원 마련은 예상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서민 증세 논란 불거지자 “도입 안 해” 기재부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올해 세법개정안에 경유세 인상안을 넣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영록 기재부 세제실장은 “아직 의견수렴 공청회를 열지 않았지만 경유 세율 인상이 미세먼지 절감에 실효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앞으로도 인상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경유세 인상 외에 면세 근로소득자 축소,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에 높은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從量稅) 등 최근 도입 여부가 논란이 된 다른 세금 역시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세법개정 검토 내용에 대해 당국자가 나서 백지화를 선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경유세 인상 방안은 다음 달 4일 공청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그만큼 증세 논란을 민감하게 판단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아주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청와대와 협의한 사실이 없다”며 서둘러 논란 진화에 나섰다. 기재부는 표면적으로 “도입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기재부 당국자는 “경유세 인상은 처음엔 미세먼지 줄이기 차원에서 추진됐지만 국내 미세먼지는 나라 밖에서 들어오는 게 더 큰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형 화물차 등 경유차 상당수를 영세 자영업자들이 운행한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공약 이행 재원 마련은 “글쎄” 하지만 관가 안팎에서는 2013년 세법개정안 파문이 이번 빠른 대처의 ‘반면교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정부는 국내 전체 근로자 28%의 세금이 늘어나는 내용의 세액공제 개편을 발표했다. 납세자들이 반발하자 조원동 당시 대통령경제수석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낸 것”이라며 티 안 나게 세금을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고 이것이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것처럼 논란을 키웠다. 경유세 인상, 종량세 도입 등 이번에 문제가 된 방안들이 전임 정부에서 추진하던 것이라 현 정부에서 추진할 이유가 크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증세 방안이 잇달아 철회되면서 정부의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공약 이행을 위해 연평균 35조6000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상속·증여 신고세액 공제 축소 △초고소득 법인의 법인세 최저한세율 상향 등으로 증세 추진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공약 이행에 들어갈 재원을 마련하기는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마스터플랜을 내놓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