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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9일 정부가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을 사실상 백지화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백지화가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사회적 공감대 확보를 위해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적으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판단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참여해 온 전문가 그룹인 개선기획단(학계·노동계·정부 인사 16명으로 구성)과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개선안 논의 중단’ 결정으로 사실상 현 정부에서는 개선안과 관련된 논의를 더이상 진행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는 일단 올해 안에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을 더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건보료 부과 체계같이 ‘국민 돈을 더 걷는 작업’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당장 내년 4월에 총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최근 ‘연말정산 파동’의 홍역을 심하게 앓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 같은 민감한 이슈를 선거가 있는 시기에 적극적으로 다시 꺼낼 가능성은 더더욱 높지 않다는 것이다. 또 2017년은 현 정부의 집권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현 정부의 보건의료 분야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이 사실상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개선기획단의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이규식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건보료 부과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부가 한순간에 논의 중단을 선언한 건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도 있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개선안 논의가) 밀렸다는 뜻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선기획단의 일원인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도 “(개선기획단이) 29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었던 개선안들은 ‘결정된 정책’이 아니라 공론화를 시작하기 위한 자료였다”며 “공론화 없이는 사회적 공감대를 찾기도 어려운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논의를 중단한다’는 정부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개선안 논의 중단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2013년 7월부터 활동해 온 개선기획단에도 제대로 된 사전 설명을 하지 않고, 향후 어떻게 논의를 진행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약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 형성 과정에서 꼭 필요한 예측 가능성과 공론화 단계를 완전히 무시한 조치”라며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무력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개선기획단과 상의하거나 사전 설명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개선안 공개(당초 29일로 예정) 하루 전 논의 중단을 발표하자 개선기획단 관계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 교수는 정부의 논의 중단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개선기획단 입장 발표’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현재 개선기획단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정부의 주요 정책 연구를 이끌었던 인사가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입장 발표를 고민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이세형 turtle@donga.com·이재명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을 발표하기 하루 전에 이를 무기한 연기한 것은 건보료를 더 내게 될 집단의 반발을 우려해서다. 현 건강보험료 책정 기준을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면 소득이 없는데도 재산 때문에 과도하게 건보료를 내던 은퇴자 등 지역 가입자 약 600만 명의 부담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하지만 연금, 임대, 금융소득 등이 있는 고소득 직장인 가입자와 직장인의 부모 형제라는 이유로 건보료를 내지 않았던 피부양자 등 약 45만 명은 부담이 갑자기 늘어난다.○ 단칼에 개혁하려는 조급증이 문제 전문가들은 보건의료계의 숙원사업인 건강보험 부과 체계 개선이 좌초된 이유가 ‘개혁에 대한 조급증’에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소득, 재산, 가족 수 등 다양한 기준으로 건보료를 책정하던 것을 단칼에 소득 중심으로 전환하려 했다는 것이다. 5년 이상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소득 중심으로 전환했다면, 국민들의 건보료 인상 체감도도 낮아지고 고소득 직장인과 피부양자들의 반발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기획단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김종대 전 건보공단 이사장이 소득 중심의 부과 체계 개편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였고, 보건복지부가 이에 휘둘린 것이 화근이 됐다”며 “복지부가 개선안 자체를 백지화할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부과 체계를 개선하는 식의 접근을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인상 대상 단계적으로 늘렸어야 전문가들은 건보료를 더 내야 하는 사람의 수를 단계적으로 늘렸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초 기획단은 현재 금융, 연금, 임대 등 추가 소득이 연 7200만 원 이상인 직장인 가입자에게 건보료를 더 걷던 것을 연 2000만 원으로 대폭 낮추는 것을 추진해왔다. 이럴 경우 고소득 직장인 약 26만 명의 건보료가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건보료를 추가로 내야 하는 소득 기준을 내년 6000만 원, 내후년 5000만 원 등 매년 1000만 원씩 낮췄다면 건보료가 인상되는 사람의 수가 점진적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직장인의 부모 형제라는 이유로 건보료를 내지 않았던 피부양자의 경우 연소득 2000만 원 이상일 경우 건보료를 납부시키려 했지만, 이 기준도 3∼5년의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었다.○ 보험료 변동폭 10%로 제한해야 부과 체계 개편으로 건보료가 오르거나 내리는 액수를 현 보험료의 10% 수준으로 제한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너무 갑작스럽게 건보료가 내려가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고, 갑작스럽게 인상되면 가계 부담이 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건보료를 10만 원 냈다면 내년에는 11만 원, 내후년에는 12만1000원, 그 다음 해에는 13만3100원 식으로 단계적으로 올려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약 5년이면 현재 개편안 수준의 개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소득을 중심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면 혜택을 보는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장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지역 가입자의 약 80%가 연소득 500만 원 이하다. 이 때문에 소득만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책정하게 되면 지역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대폭 내려가게 된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면 건보 재정 적자시대가 온다는 점을 감안해 소득을 중심으로 건보료가 개편됐을 경우 소득이 낮아 보험료를 내지 않는 지역 가입자에게 1만 원가량의 기본 보험료를 책정하자는 견해가 우세하다. 기초연금(20만 원)이 시행됐기 때문에 기본 보험료를 납부할 능력은 있다는 판단에서다.유근형 noel@donga.com·이세형 기자}

정부가 올해 추진하기로 한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은 28일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년에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개편 뒤)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이 줄어드는 건 이견이 없지만 추가 소득이 있는 근로소득자와 (소득이 높은) 피부양자의 부담이 늘어나면 솔직히 불만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개선안은 일정 수준 이상의 추가 소득이 있는 직장인과 소득이 높은 피부양자들의 보험료 부담은 올리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내리는 등 형평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에 따라 복지부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개선단)은 7개 개선안을 마련했고, 이를 29일 복지부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7개 개선안 중 가장 유력했던 안은 근로소득 외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현재는 연 7200만 원 초과) 추가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26만3000여 가구에 월평균 19만5000원의 건보료를 추가 부담시키는 것이다. 피부양자 중에서도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현재는 금융소득 또는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을 합쳤을 때 연 4000만 원 초과) 총소득이 있는 19만3000여 명을 지역가입자로 전환시켜 월평균 13만 원의 건보료를 걷으려고 했다. 결국 최근 불거진 ‘연말정산 폭탄’이 건보료 체계 개편까지 무산시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직 연말정산 사태의 여파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일부 계층이더라도 또다시 건보료가 올라갈 경우 민심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선안 논의 중단으로 지역가입자들의 건보료 부담을 줄일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많다. 복지부와 개선단은 개선안이 추진되면 지역가입자 약 600만 가구의 보험료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최근 중소기업을 그만둔 A 씨(43)는 월 6만 원 정도였던 건강보험료(건보료)가 18만 원 정도로 올랐다. 수입은 없어졌는데 오히려 건보료가 오른 것. 직장에 다닐 땐 월급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부과됐지만 직장이 없는 현재는 아파트와 자동차 등 재산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부과되는 것이다. A 씨는 2억 원대 아파트와 중형차를 가지고 있다. B 씨(63)는 금융소득과 지인의 사업을 중간 중간 돕는 활동을 통해 연 2000만 원 정도를 벌고 있다. 2억 원 중·후반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역시 중형차를 타고 있다. 하지만 B 씨는 건보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직장을 다니는 아들이 있어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은 A 씨와 B 씨 같은 ‘불평등 사례’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더 많은 소득이 있어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이들에게서 건보료를 더 걷겠다는 것. 반대로 소득이 없거나 적어 생활이 힘든 이들의 건보료를 내리겠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현재는 직장 가입자 중 근로소득(월급) 외에 연 7200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이 있는 사람들만 추가로 건보료를 내고 있다.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등을 이용해 수천만 원(7200만 원 이하)의 월급 외 소득을 올리는 직장인들도 월급이 소득의 전부인 직장인들과 같은 수준의 건보료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피부양자 자격도 문젯거리였다. 금융소득이 연 4000만 원을 초과하거나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을 합쳤을 때 연 4000만 원을 초과해야만 피부양자 자격에서 제외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연 4000만 원을 벌어도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받으면 건보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작업은 현행 체계가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인 형평성을 맞춘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은퇴자, 연금 생활자, 실업자 등 ‘직장이 없는 사람’들을 주택과 자동차 같은 재산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게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아 이를 개선하는 데 큰 기대를 걸었다. 실제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연구했던 개선기획단은 7개 개선안을 마련했고, 이 안들을 적용할 경우 소득이 없거나 낮은 이른바 ‘저소득층 지역가입자’들을 중심으로 전체 지역가입자의 80% 수준인 600만여 가구의 건보료가 낮아질 수 있었다. 복지부와 개선기획단 안팎에서 개선안 논의 중단을 두고 ‘지역가입자들의 건보료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고려대 안암병원이 환자 중심의 혁신에 다시 한 번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최근 ‘환자 최우선-디자인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환자가 병원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의 ‘경험’을 관리하고 디자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병원장을 포함한 병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환자 경험의 날’까지 실시해 환자들에게 적합한 병원 환경을 갖춰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의 2015년 키워드는 ‘희망’. 이에 걸맞게 암 환자, 호스피스 환자, 외국인 환자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더욱 공을 들일 계획이다.최고 시설의 암 치유 희망병동과 외국인병동 ‘암 치유 희망병동’과 ‘글로벌 HUB 외국인병동’은 환자 최우선-디자인위원회가 고심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두 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병원 측은 국내외 유수 암병원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고, 1년간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관계자는 “병동에 들어올 때부터 공간에서 치유와 희망의 기운을 얻을 수 있도록 시설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아늑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 자연 친화를 모티브로 치유 분위기를 강조했다고 병원 측은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병원은 답답한 곳’이란 인식도 개선하려고 했다. 특히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두 병동의 상담실을 24시간 개방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이곳에는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어 환자와 보호자들이 언제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낮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휴게실 데이룸’을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 이처럼 암 치유 희망병동과 글로벌 HUB 외국인병동의 환경을 고급스럽게 구축한 배경에는 김영훈 병원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김 병원장은 “암 환자, 외국인 환자, 호스피스 환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까지 고려해 공간을 구축하려 했다”고 말했다.정신적 배려와 따뜻한 메시지 시설뿐 아니라 메시지 측면에서도 환자를 배려했다. 우선 암 치유 희망병동의 또 다른 이름을 ‘안암동’이라고 지었다. 고려대 안암병원의 소재지인 안암동(安岩洞)을 안암동(安癌洞)으로 재해석해 암환자들이 내 집같이 편안하게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을 담은 것이다. 암 치유 희망병동에는 3개의 세부 병동이 있다. 희망을 가지고 질병과 겨뤄 이길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의 ‘희망겨룸’ 병동, 희망으로 사랑을 나눈다는 의미의 ‘희망나눔’ 병동, 희망으로 건강을 이어간다는 의미의 ‘희망이음’ 병동이다. 국내 병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고려대 안암병원이 병동 이름에서부터 환자들에 대한 감정적 배려를 적절히 표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희망 우체국’을 마련한 것도 환자에 대한 감정적, 정신적 배려로 꼽힌다. 우편물을 보내면 1년 뒤에 배달되는 느린 우체국으로 환자가 자신의 투병생활을 돌아보거나, 가족 곁을 떠나기 전 메시지를 전달해 추억과 감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 김신곤 고려대 안암병원 기획실장은 “환자들의 삶에 희망을 더해주는 가치가 구현되도록 준비한 조치”라고 말했다.외국인 환자, 호스피스 환자에 대한 배려 고려대 안암병원은 2년 연속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외국인 환자들이 선호하는 병원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 환자의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2013년 기준 외국인 신장이식 국내 1위, 간이식 국내 2위를 차지했고, 외국병원에서 포기한 난치성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하기도 했다. 글로벌 HUB 외국인병동은 국제진료센터의 범위를 확장한 의미를 지닌다. 총 33병상을 갖췄고, 아랍권 환자들을 위한 가족실을 마련했다. 또 각 종교에 적합한 기도실, 문화와 종교에 따라 특화된 별도의 식단 등도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들의 진료 예약 지원부터 영어, 몽골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 의료 통역서비스와 비자 발급 신청, 숙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호스피스 병동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도 고려대 안암병원의 특징 중 하나다. 적지 않은 대형 병원들이 호스피스 병동의 수익성 문제 때문에 운영을 꺼리고 있다. 일부 병원은 호스피스 병동을 없애기도 한다. 하지만 고려대 안암병원은 오히려 관련 투자를 늘렸다. 호스피스 병동의 독립적인 임종실과 기도실을 마련했고,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호스피스 팀’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통증 조절과 증상 완화 관리는 물론이고 환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치료 프로그램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입원 환자뿐 아니라 환자 가족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병원 측은 환자가 세상을 떠난 뒤 가족들이 함께 슬픔을 나누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호스피스 병동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는 기업 문화의 핵심 요소로 ‘다양성 존중’을 강조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성, 인종, 나이 등 특정 요소만을 놓고 구성원을 구분 짓거나 평가하는 것을 철저히 지양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화이자제약 역시 이 같은 다양성 존중의 기업 문화를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한국화이자제약은 여성 인재 활용을 통해 적극적으로 다양성 존중을 구현하고 있다. 현재 한국화이자제약의 전체 직원 750여 명 중 여성은 절반 정도다. 중요한 건 임원진과 매니저급에서도 여성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데 필요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개발·적용한 결과 여성 인력들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화이자제약은 육아 부담이 큰 여성 직원들을 위해 8년째 ‘근무시간 조정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정생활에도 충실해야 하는 여성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중심으로 근무 스케줄을 짤 수 있게 된 것이다. ‘해피 맘 클럽’ ‘패밀리 데이’ 같은 여성 및 가족 배려형 직원 복지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 결과 한국화이자제약 여성 직원들의 육아 휴직 후 복직률은 지난해 기준 93%에 이르고 있다. 또 2011년에는 여성 인력을 배려하고, 잘 활용한다는 점이 인정돼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여성 인력 활용과 배려 외에도 다양성 존중 프로그램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회사는 구성원들의 주인의식을 강조하기 위해 ‘스트레이트 토크(Straight Talk)’를 장려한다. 직급, 연차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른바 스트레이트 토크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직급이 낮은 직원도 ‘스트레이트 토크 코인’이라는 동전을 테이블 위에 올리면 자유로운 의견 개진 상황이 열리는 것이다. 적어도 눈치 때문에 꼭 해야 할 말을 못하는 상황은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게 회사의 방침인 것이다. 나아가, 자유롭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언제든 가능한 기업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신경호 한국화이자제약 인사부 상무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기업 문화를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며 “이런 기업 문화가 회사 깊숙이 자리 잡을 때 직원과 회사 모두 혁신적인 발전이 가능하고 경쟁력 향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화이자제약은 최근 직원들이 본사와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로 진출하고 있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 있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현재 사내에서 추진 중인 크고 작은 다양성 존중 프로그램과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보건복지부가 성형외과 전문의 과정을 밟는 전공의들에 대한 윤리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을 일부 개정하는 과정에서 성형외과 전공의들은 수련기간 중 윤리교육을 1회 이상 받는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27일 밝혔다. 복지부 안팎에서는 그동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무분별한 성형수술과 이로 인한 의료사고 등을 반영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지난해 말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발생한 ‘수술실 생일파티 사진 인터넷 게재’ 같은 사건도 윤리교육 강화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에 개정된 내용을 3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3월부터 수련을 받는 성형외과 전공의 1년차들부터 윤리교육을 받아야 한다. 현재 2~4년차 전공의들은 이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정부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첫 번째 ‘아동학대 근절 방안’ 관련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보육교사들의 인성 교육 강화와 처우 개선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에 따라 기존 보육교사들에 대한 인성 테스트가 실시되고, 신입 보육교사들에 대해선 인성 교육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보육교사로 활동 중인 인력 중 인성 테스트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이들에게 정부가 어떤 조치를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서울 용산구 한국보육진흥원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 황 부총리,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강신명 경찰청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 참석자들은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와 아동학대 발생 시 처벌 강화 못지않게 보육교사들의 자질 관리와 처우 개선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황 부총리는 모두 발언을 통해 “보육교사 양성 과정을 엄격히 하고 자격을 강화해 자질을 높여야 한다”며 “처우와 근무 여건도 개선해 아이를 정성껏 돌보는 데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육교사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3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어린이집(4만3770개)의 87.7%(3만8383개)를 차지하는 민간과 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월평균 임금은 각각 175만9000원과 165만3000원으로 국공립 어린이집(211만9000원)과 직장 어린이집(217만1000원)에 비해 약 20%나 낮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임금 수준을 단기간에 올리는 건 쉽지 않은 만큼 보조교사 확충 같은 방법을 통해 근무 시간과 강도를 줄이는 방식의 처우 개선 방안을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회관계 장관회의에서는 △2세 미만 영아들의 가정 양육 확대를 위한 지원 방안 △유치원·어린이집에 공통 적용이 가능한 아동학대 감시 가이드라인 △수사기관 간 아동학대에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 △가정 양육 확대에 따른 ‘아이 돌봄이 서비스’ 개편 등도 논의됐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 참석한 부처 중심으로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한 뒤, 2월 초 다시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아동학대 근절과 관련된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희균 기자}

매주 수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는 채널A 신규 건강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이하 몸신)가 흥미롭고 유익한 내용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21일 방송된 ‘몸신’ 5회는 동시간대 지상파 포함 예능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2위를 기록했다. 이 날 ‘몸신’의 전국 평균 시청률은 5.16%(닐슨코리아).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6.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이었다. 강호동이 출연하는 KBS2 ‘투명인간’(3.2%), SBS ‘에코빌리지-즐거운가’(3.5%)를 앞섰다. ‘나는 몸신이다’는 자신만의 건강비책으로 몸을 다스리는데 성공한 사람들이나 쉽고 유익한 건강정보를 가진 전문가들이 특급 비책을 재미있게 소개하는 프로그램. 방송인 정은아가 진행하고 코미디언 이용식, 배우 엄앵란, 변우민, 조민희가 패널로 출연한다. 또 건강 전문가 패널로는 본보의 의사출신 이진한 기자, 오한진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소연 전 김일성 주치의, 한진우 한의사 등이 참여한다. ‘몸신’의 첫회가 방송된 것은 지난해 12월 17일이었다. 종합편성 채널을 중심으로 각종 건강프로그램이 이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몸신’은 후발주자인 셈. 그럼에도 ‘몸신’이 첫회 시청률 3.7%를 시작으로 방송 5회 만에 5%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럼 ‘몸신’ 인기의 비결을 무엇일까. 무엇보다 일반인의 관심이 많은 건강질환과 관련해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공부해 자신만의 비책을 가진 몸신을 등장시킨다는 점. 이들 몸신은 돈 안 들이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건강 정보를 제공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몸신’ 1회 때엔 오다리를 5분 만에 교정하는 간단한 운동법을 소개해 오다리 교정 열풍을 일으켰다. 2회 방송에선 다리에 의료용 테이프를 붙이는 테이핑 요법을 소개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비법을 널리 알림으로써 눈길을 끌었다. 방송을 거듭할수록 비법들은 연일 화제가 됐다. 특히 5회에 방영된 ‘수건으로 5분 만에 뱃살 빼기’가 소개되자 직장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회사 사무실에서 수건 돌리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김진 PD는 “이러한 비책이 의학적으로도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사와 한의사 등 의료 전문가들이 나와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형식”이라면서 “여러 질병을 쉽고 간편하게 예방, 완화할 수 있는 비법이나 체조 등을 소개해 건강 프로그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윤 작가는 “매회 시청자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건강 아이템을 계속 발굴해 100세 시대 국민건강에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28일 오후 11시 방송되는 ‘나는 몸신이다’ 6회에선 ‘단 10분 만에 줄어든 키 찾아내기’ 비법이 소개된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이르면 다음 달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아동학대 근절과 안심 보육 대책위원회’(위원장 남윤인순 의원)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2월 국회에서 어린이집 CCTV 설치와 아동학대 교사 및 어린이집 영구 퇴출 등을 담은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아동학대근절특별위원회’ 안홍준 위원장도 이날 정책 간담회에서 “보육교사의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CCTV 설치 의무화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6일 본회의나 3월 3일 본회의에서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도 이날 대통령 업무 보고를 통해 한번이라도 아동학대를 한 보육기관은 즉시 폐쇄하고, 해당 원장이나 교사에 대해서는 영구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유치원과 유아 대상 학원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유치원과 유아 대상 학원에도 CCTV 설치를 확대하기로 하고 2013년 기준 68%인 CCTV 설치 유치원 비율을 내년까지 90%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희균 기자}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22일 발표한 ‘2015년 대통령 업무보고’는 제2, 제3의 ‘인천 K어린이집 아동학대 사태’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 부처 모두 보육기관(어린이집·유치원·유아 대상 학원)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확대해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한 번이라도 아동을 학대한 적이 있는 보육기관을 즉시 폐쇄하고, 아동학대 교직원에 대해선 영구히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복지부는 △평가인증 과정에 부모 참여 △아동학대 관련 정보 공시 △안전인증제 도입 △보육교사 인성과 적성검사 의무화 등의 대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6일 발표했던 ‘아동학대 근절대책’ 내용들을 대통령 업무보고에 다시 담은 것이다. 교육부는 유치원과 유아 대상 학원의 CCTV 설치 비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또 의사 표현이 어려운 연령대가 낮은 아이들이 있는 학급부터 CCTV 설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교육부는 조만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사회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아동학대 방지 종합대책(종합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종합대책에는 보육교사 양성과 처우 개선 방안 같은 중·장기적인 대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도 중·장기적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0∼2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을 낮추는 것을 근본적 해결책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0∼2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6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2.6%)의 2배 수준이다.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가정 양육 때는 월 10만∼20만 원만 받지만 어린이집에 보낼 땐 22만∼77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이러한 비용 차 때문에 집에서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전업주부들도 어린이집부터 보내는 ‘일단 어린이집 보내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집이 난립했고 수준 낮은 보육교사도 양성돼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21일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제도적으로 불필요한 보육시설 이용을 유인하는 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 안팎에선 ‘제도적으로 불필요한 보육시설 이용’이 전업주부들의 장시간 어린이집 이용을 지적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실제로 복지부는 가정양육 지원금을 지금보다 크게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맞벌이 부부들의 어린이집 이용은 지원하고 전업주부들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복지부는 올해 이와 관련된 정책 연구를 진행한 뒤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워킹맘·워킹대디 지원센터’ 6곳을 올해부터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맞벌이 부모를 위해 야간상담 또는 찾아가는 육아상담 등도 실시한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민병선 기자}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22일 발표한 ‘2015년 대통령 업무보고’는 제2, 제3의 ‘인천 K어린이집 아동학대 사태’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 부처 모두 보육기관(어린이집·유치원·유아대상 학원) 내 폐쇄회로(CC)TV 설치를 확대해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한 번이라도 아동을 학대한 적이 있는 보육기관을 즉시 폐쇄하고, 아동 학대 교직원에 대해선 영구히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복지부는 △평가인증 과정에 부모 참여 △아동학대 관련 정보 공시 △안전인증제 도입 △보육교사 인성과 적성 검사 의무화 등의 대책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6일 발표했던 ‘아동학대 근절대책’ 내용들이 대통령 업무보고에 다시 담은 것이다. 교육부는 유치원과 유아 대상 학원의 CCTV 설치 비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또 의사 표현이 어려운 연령대가 낮은 아이들이 있는 학급부터 CCTV 설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교육부는 조만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사회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아동학대 방지 종합대책(종합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종합대책에는 보육교사 양성과 처우 개선 방안 같은 보다 중·장기적인 대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도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0~2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을 낮추는 것을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0~2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6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2.6%)의 2배 수준이다.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가정 양육 때는 월 10만~20만 원만 받지만 어린이집에 보낼 땐 22만~77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이러한 비용 차이 때문에 집에서도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전업주부들도 ‘일단 어린이집 보내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집이 난립했고, 수준 낮은 보육교사도 양성되면서 아동학대 사건도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21일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제도적으로 불필요한 보육시설 이용을 유인하는 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 안팎에선 ‘제도적으로 불필요한 보육시설 이용’이 전업주부들의 장시간 어린이집 이용을 지적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실제로 복지부는 가정양육 지원금을 지금보다 크게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맞벌이 부부들의 어린이집 이용은 지원하고, 전업주부들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복지부는 올해 중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한 뒤,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워킹맘·워킹대디 지원센터’ 6곳을 올해부터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맞벌이 부모를 위해 야간상담 또는 찾아가는 육아 상담 등도 실시한다. 7세 이하 자녀를 둔 지역 주민끼리 육아정보와 물품을 공유하는 공간인 공동육아나눔터도 확대된다. 나눔터에서는 부모들이 3¤5개 가정별로 소그룹을 만들어 돌아가면서 자녀를 돌보는 것도 가능하다. 2010년 시작된 나눔터는 지난해 말 현재 전국 84곳이 운영 중이다. 올해는 100곳으로, 내년에는 230곳으로 늘어나 ‘품앗이 육아’가 활성화할 것을 보인다.민병선 기자bluedot@donga.com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제도적으로 불필요한 보육시설 이용을 유인하는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5년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맞벌이 부부에 대한 지원대책을 강화하거나 시간제 보육을 활성화 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 장관의 이번 발언은 전업주부들의 과도한 ‘어린이집 아이 맡기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내비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기준 국내 0~2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6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2.6%)의 2배 수준이다.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가정 양육 때 월 10만~20만 원, 어린이집에 보낼 때 22만~77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되자 그 지원금 차이로 인해 ‘일단 어린이집 보내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어린이집이 난립했고, 관리·감독의 어려움 나아가 아동학대 사건도 많아졌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이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아동학대 어린이집 폐쇄와 교직원 영구 퇴출 △평가인증 과정에 부모 참여 △아동학대 관련 정보 공시 △안전인증제 도입 △보육교사 인성과 적성 검사 의무화 같은 단기 대책을 주로 내놓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맞벌이 부부 지원 강화’와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 줄이기’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복지부는 0~2세 영아들의 가정 양육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가정보육 지원금을 크게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 장관은 “0~2세 영아는 가정에서 양육하는 게 바람직하고, 부모도 양육 과정에서 엄청난 기쁨을 누린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영향으로 교육부도 아동학대와 관련된 중·장기 차원의 정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교육부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중심으로 조만간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아동학대 방지 종합대책(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는 아동학대 행위 발생에 대한 대책뿐 아니라 교사 양성, 근무여건, 보상 등에 대한 중·장기 조치도 담길 전망이다. 교육부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유치원과 유아대상 학원 내 폐쇄회로(CC)TV 설치 확대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한 번이라도 아동학대를 한 기관과 교직원에 대한 영구 퇴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16일 발표한 ‘아동학대 근절대책’의 주요 대책들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직장에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위해 ‘워킹맘·워킹대디 지원센터’ 6곳을 올해부터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맞벌이 부모를 위해 야간이나 찾아가는 육아 상담 등도 실시한다. 워킹맘인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정책으로 알려졌다. 7세 이하 자녀를 둔 지역 주민끼리 육아정보와 물품을 공유하는 공간인 공동육아나눔터도 확대된다. 나눔터에서는 부모들이 3¤5개 가정별로 소그룹을 만들어 돌아가면서 자녀를 돌보는 것도 가능하다. 2010년 시작된 나눔터는 지난해 말 현재 전국 84곳이 운영 중이다. 올해는 100곳으로, 내년에는 230곳으로 늘어나 ‘품앗이 육아’가 활성화할 것을 보인다.김수연기자 sykim@donga.com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이르면 3월부터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은 폐쇄회로(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아동학대 근절과 안심보육 대책위원회’(위원장 남인순 의원)는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2월 국회에서 어린이집 CCTV 설치와 아동학대 교사 및 어린이집 영구 퇴출 등을 담은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아동학대근절특별위원회’ 안홍준 위원장도 이날 정책 간담회에서 “보육교사의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CCTV 설치 의무화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26일 본회의나 3월 3일 본회의에서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도 이날 대통령업무보고를 통해 한 번이라도 아동학대를 한 보육기관을 즉시 폐쇄하고, 해당 원장이나 교사에 대해서는 영구 퇴출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유치원과 유아 대상 학원으로 확대·적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유치원과 유아 대상 학원에도 CCTV 설치를 확대하기로 하고 2013년 기준 68%인 CCTV 설치 유치원 비율을 내년까지 90%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또 유아 대상 학원에도 CCTV 설치를 늘릴 방침이다. 정부는 조만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사회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아동학대 방지 종합대책(종합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종합대책은 이르면 이번 주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며, 보육교사 양성과 처우 개선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황 장관은 21일 열린 대통령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근무여건 향상을 병행해야 문제가 근본적으로 근절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김희균기자 foryou@donga.com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아이 부모, 지역 내 자원봉사자와 대학생 같은 외부 사람들이 자주 수업에 참여했다는 게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죠.”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이현영(가명·45) 씨는 미국의 3∼5세 아이들이 주로 가는 보육기관인 ‘프리스쿨’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이 씨는 정보기술(IT) 관련 글로벌 기업에 다니는 남편을 따라 8년간 미국 뉴욕 교외에서 살았다. 이 과정에서 첫째 딸을 미국 프리스쿨에 보낸 경험이 있다. 이 씨는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을 교육할 때 외부 사람들은 돌출 행동하는 아이를 달래고, 무거운 교재를 날라 주는 식으로 ‘조력자’ 역할을 했다”며 “지역사회 전체가 영유아 보육을 함께 고민하고 동시에 프리스쿨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부모와 사회봉사자 참여 수업 늘려야 많은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을 외부에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린이집에 부모, 조부모, 자원봉사자 같은 외부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올 경우 아동학대는 구조적으로 발생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1년에 한두 차례 이벤트성 행사로 열리는 ‘부모 학습 참여’를 상시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스웨덴과 핀란드 같은 북유럽의 보육기관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개인 혹은 소그룹 학습 참여 활동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부모들이 혼자 혹은 친분이 있는 다른 부모들과 함께 원하는 날에 보육기관을 찾아가 ‘평상시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부모들은 이때 단순히 수업을 지켜보는 게 아니라 아이들 밥 먹이기, 교재 만들기, 옷 입히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들은 보육기관의 시설 수준을 비롯해 교사들의 교수법, 말투,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이 어떤 선생님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부모의 학습 참여가 활성화될수록 교사들로서는 평소에도 아이들을 더욱 신경 써서 대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되는 것. 당연히 역량이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교사들이 발붙일 가능성도 낮아진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시적인 부모 학습 참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자연스러운 모니터링”이라며 “결과적으로 폭력이나 폭언을 비롯해 자질 낮은 교사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문제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 상시적인 부모 학습 참여 활동이 진행되기 어려운 어린이집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등이 앞장서 우선적으로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해 주는 것이 중요한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대거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활용도 효율적이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고,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욕구도 강하다”며 “이들 중 교육과 어린이에게 관심 있는 이들은 어린이집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어린이집 모니터링 활동’ 확대를 보건복지부는 16일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어린이집 평가인증 과정에 부모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평가인증 작업을 진행하는 한국보육진흥원은 부모들로 이뤄진 ‘평가단’을 구성한 뒤 이들을 현장 평가에 투입할 예정이다. 문제는 지금처럼 3년에 한 번 진행되는 평가인증 때 부모가 참여한다고 얼마나 큰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 보육업계에서조차 ‘일회성 평가’ 혹은 ‘보여 주기 식 평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진행되고 있는 ‘부모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모 모니터링은 부모 평가위원과 지자체 담당자가 무작위로 해당 지자체에 있는 어린이집을 선정해 불시 점검을 하는 제도다. 주로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많은 어린이집들을 대상으로 활동이 이루어진다. 보육업계에서는 부모나 자원봉사자 참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닫힌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부모 모니터링 활동이 이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 양천구 B어린이집 관계자는 “외부 사람들에게 꾸준히 노출되는 어린이집에서 폭력행위 등이 발생할 확률은 낮다”며 “상대적으로 외부에 닫혀 있는 어린이집을 주로 모니터링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아이를 직접 기른다’는 인식도 필요 한편 이번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태를 계기로 부모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상보육=무조건 어린이집 보내기’란 공식을 버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0∼2세 영아들은 집에서 직접 부모가 기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보육 선진국인 북유럽과 영미권에서도 0∼2세 영아는 부모가 직접 기르는 것이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가장 적절한 것으로 검증된 상황이다. 석 교수는 “직접 아이를 돌볼 여건에 있는 부모들부터 ‘영아 때는 가정 양육을 하겠다’는 식의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임현석 기자}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이버대와 학점은행제 출신 교사들을 최대한 뽑지 않으려 한다는 겁니다.”(경기 수원시 A어린이집 원장) “각종 교구를 이용해 실습교육을 하거나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울고 보챌 때 사이버대와 학점은행제 출신 교사들의 대처 능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온라인으로 교육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아이들과의 ‘정서적 스킨십’이 전반적으로 약합니다.”(경기 성남시 B어린이집 원장)○ 자격증 시험으로 전문성 강화해야 많은 어린이집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사이버대와 학점은행제 같은 과정을 통해 보육교사를 배출하는 인력 양성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보육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에 2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발급받은 인력 중 학점은행제(3만4387명)와 사이버대(2146명) 출신은 총 3만6533명. 전체의 53.4%를 차지할 정도다. 문제는 사이버대와 학점은행제 과정을 거친 인력들은 일반대학(3, 4년제) 보육 관련 전공자에 비해 교육 기간이 짧고(빠르면 1년∼1년 반), 실습교육도 부족하다는 것. 특히 사이버 강의의 맹점이 크다. 강의를 틀어놓고 딴 일을 할 수 있는 데다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누구든 온라인에서 시험을 볼 수 있어 대리 시험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일반대학 보육 관련 전공자들에 비해 실무 능력,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떨어지고 근속 기간도 짧다는 평가가 많다. 게다가 인천 K어린이집 양모 씨같이 온라인 학점은행제를 통해 보육교사가 된 사람의 아동학대 사례가 나오면서 그 인식은 더욱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보육업계 안팎에서는 사이버대와 학점은행제 출신들이 지금처럼 일정 교육과정만 이수하면 자동적으로 보육교사가 되는 자격 취득 방식을 폐지하고 ‘공인된 평가’를 거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이버대와 학점은행제 등을 거친 인력은 국가 주관 ‘보육교사 자격시험’을 통과할 경우에만 보육교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국가 자격시험을 도입하면 주요 실습과 전공과목을 중심으로 실력과 인성을 평가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인력도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 자격시험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일반대학 보육 전공학과를 나오지 않은 보육교사들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고, 지금처럼 보육교사 자격증이 남발되는 상황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보육진흥원에서 열린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 대책 추진 방안 현장 간담회에서 이런 의사를 내비쳤다. 문 장관은 “보육교사 실습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필요하면 보육교사 자격증의 국가고시 전환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내부 고발자 보호 및 인센티브 필요 내부 고발 활성화도 어린이집 원장이나 보육교사의 아동 학대 행위를 막는 데 효과적인 조치로 꼽힌다.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아동 학대 행위는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동료 교사들에 의해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육업계 관계자들은 소수 인력이 근무하는 어린이집 특성상 내부 고발자 신분이 철저히 보호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평소의 인간관계와 문제의식 등을 토대로 신고자가 누구인지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것. 실제로 2013년 기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직 보육교직원(보육교사와 원장)이 신고한 아동 학대 건수는 91건 중 8건(8.8%)에 불과했다. 또 오랜 기간 한 지역에서 운영해 온 어린이집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등의 담당 공무원들과 유착 관계를 형성해 내부 고발이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경기 북부 지역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했던 이모 씨(31)는 평소 아이와 교사들에게 욕설을 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간식을 아이들에게 주는 원장을 신고하려다 마음을 접었다. 교사들을 상대로 주기적으로 “내가 이쪽에서 활동한 지가 오래돼 이미 지자체 사람들은 다 내 편이다”, “신고하면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식의 협박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신고를 해도 ‘과연 제대로 조사가 진행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며 “해당 어린이집을 그만두는 과정에서도 신고를 못한 건 ‘업계 블랙리스트’에 올려질 게 두려워서였다”고 말했다. 입소문이 빠른 보육업계 특성상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사실상 재취업은 어렵다. 실제로 2013년에는 한 어린이집 관련 단체가 내부 고발자 명단을 정리해 놓은 ‘보육교사 블랙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어린이집이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50가지 진실’이란 책을 출간한 사회복지법인 ‘큰하늘어린이집’의 이은경 대표는 “평생 일자리를 잃을 각오를 하지 않는 한 내부 고발은 불가능하다”며 “적절한 내용을 제보한 내부 고발자의 경우 단순 포상금 지원보다는 국공립 어린이집 취업 시 가산점을 주거나 다른 어린이집 재취업 때 지원을 해주는 식으로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 교사 및 자원봉사자 늘려 근무 강도 줄여야 보육교사 처우 문제도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당장 임금 수준을 인상하는 건 어렵더라도 근무환경 개선이나 재교육 기회 제공 등은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루 평균 10∼12시간 동안 소통도 쉽지 않은 아이들을 상대하고, 주말이나 1∼2주의 짧은 방학 기간을 이용해 자격 승급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수준 높은 교육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석 교수는 “교육 서비스 수준은 제공하는 사람의 정서적 안정과 상관관계가 크다”며 “보조교사, 수업 지원 학부모, 지자체 자원봉사자 등을 늘려 보육교사들의 근무 강도를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에볼라 치료 지원을 위해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파견됐다 지난해 12월 30일 에볼라 환자 채혈 중 장갑이 찢어지면서 주삿바늘이 피부에 닿았던 한국 긴급구호대 의료대원 A씨가 최종적으로 에볼라 비감염 판정을 받았다. 외교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A씨는 4일부터 입원해 있던 독일 베를린 샤리테 병원에서 3주(에볼라 잠복기) 간 에볼라 감염 증세를 보이지 않아 19일 퇴원했고,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와 주 독일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샤리테 병원을 직접 방문해 A씨 상태를 확인했고,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부건복지부에 따르면 A씨는 에볼라 환자를 채혈하던 중 환자가 몸을 크게 움직여 주삿바늘이 장갑을 찢었고 맨살에 닿았다. A씨의 에볼라 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았지만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에어 앰뷸런스를 이용해 독일 베를린 샤리테 병원으로 A씨를 후송했었다. 한편 10일 출국해 영국에서 사전훈련 중인 긴급구호 2진은 18일 시에라리온에 도착했고 1주일간의 현지 적응 훈련 뒤 의료 활동을 개시할 예정이다. A씨가 속해 있던 긴급구호대 1진은 24일 의료 활동을 최종 마무리한 뒤 26일 귀국한다. 이들은 별도의 의료 시설에서 3주간 생활한 뒤 퇴원할 예정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폐쇄회로(CC)TV 의무화, 아동학대 발생 시 교사 및 어린이집 운영자 퇴출, 보육교사 양성 시스템 개선…. 인천 K어린이집 교사가 네 살 여자아이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뒤 정부와 정치권이 긴급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보육시설 관계자들을 질책하는 것만으로는 제2의 아동학대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보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가장 시급한 것은 민간 어린이집(가정 어린이집 포함)과 국공립 어린이집의 격차를 줄이는 일이다.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보육 수요를 민간 어린이집 확대로 해결했다. 그 결과 민간 어린이집은 2013년 현재 전체 어린이집의 87.7%에 육박한다. 그러나 K어린이집과 같은 민간시설은 경영난을 겪는 곳이 많고 이로 인해 교육의 수준이 열악한 경우도 많아 부모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 반면 전체의 5.3%에 불과한 국공립 어린이집은 수개월에서 1, 2년까지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과잉 공급 상태인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구조조정과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미화 육아정책연구소 기획경영실장은 “막연한 지원금 확대보다는 서비스 품질에 따른 차등 지원을 통해 경쟁력 없는 민간 어린이집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 어린이집의 국공립 전환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5년 안에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이 30%까지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박근혜 정부는 매년 국공립 어린이집을 150개씩 확충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민간 어린이집이 3만8000여 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보육교사 양성 체계도 전면 조정이 불가피하다. 온라인에서 주로 수업을 듣고, 한 학기 실습만 하면 2, 3급 보육교사 자격증을 주는 현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단순 근로자가 아니라 교사라는 직업 윤리의식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유치원은 교육부가 관리하는 현 체계를 통합(유아교육과 영아교육 통합)하는 절차가 속도를 내야 한다.유근형 noel@donga.com·김수연·이세형 기자}
어린이집과 관련된 각종 문제의 해결책으로 ‘육아 공동체’ 구성을 꼽는 이들도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대신 5, 6명의 엄마가 각자 자기의 아이를 데리고 와서 함께 돌보는 모임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상보육 실시를 ‘무조건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여건에 있는 사람들은 직접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아이를 집에서 직접 돌볼 수 있는 여건에 있는 엄마들부터 ‘내 아이는 내가 기른다’는 인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영유아들에게 엄마만큼 훌륭한 교사도 없다”고 말했다. 육아 공동체는 엄마들이 각자 관심 혹은 재능이 있는 분야의 교육 활동을 담당하는 교사 역할을 하고, 식사와 간식 등도 직접 마련한다. 엄마들이 공동으로 지도를 하는 만큼 폭행이나 먹거리 관련 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서울 은평구의 지역 내 육아 공동체들을 위한 공간인 한빛마을센터 김미희 대표는 “엄마와 아이가 같은 공간에서 모든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에 항상 안심할 수 있다는 게 육아 공동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엄마가 육아에 전념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간관계 단절’ 같은 상황도 예방할 수 있다. 육아 공동체 활동이 불가능한 ‘맞벌이 부부’들은 협동조합형 어린이집도 고민해 볼 수 있다. 10∼20개 가정이 공동 출자해 어린이집을 구성하고 교사와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선 30여 개의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이 운영 중이다. ‘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12월 말 기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는 기업과 기관은 총 1074개. 이 가운데 직접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과 기관은 534개(49.7%·일부는 복수의 어린이집 설치)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보육수당 지급이나 인근 지역에 위탁보육을 하는 곳은 각각 242개(22.5%)와 101개(9.4%)다. 197개(18.3%) 기업과 기관은 △설치 △보육수당 지급 △위탁보육 제공 중 어느 것도 시행하고 있지 않다. 이들 중에는 유명 금융사와 대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재정적 여건이 되는 기업과 기관들도 직장 어린이집 설치와 관련된 사항들을 이행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현재로서는 ‘직장 어린이집 설치의무 미이행 사업장 명단 공표’ 외에는 특별한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보육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어린이집 교육의 질을 개선하려면 재정이 풍부한 기업들이 앞장서서 직장 어린이집을 직접 설치·운영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아동학대자 어린이집에 발 못 붙여.’(2010년 12월 20일) ‘앞으로 다시는 아동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겠습니다.’(2015년 1월 16일) 1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어린이집 아동 폭력 근절대책’이 과거 정책을 재탕하거나 실효성이 의문시되는데도 별다른 보완책이 없어 발표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수년 전 유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내놓은 정책을 처벌 강도만 높이거나 그대로 베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날 대책에서 “아동학대 교사와 해당 어린이집 원장이 어린이집의 설치, 운영, 근무를 영구히 할 수 없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책은 2010년 12월 인천 남구 D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 폭행 사건 때 이미 추진했던 내용이다. 당시 D어린이집 원장과 원장의 어머니가 6세도 채 안 된 어린이들을 마구 때리는 폐쇄회로(CC)TV 화면이 공개돼 사회적으로 공분이 일자 복지부는 ‘아동학대자 어린이집에 발 못 붙여’라는 제목의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 “폭력교사 퇴출” 엄포… 전문성 강화-처우개선에는 시늉만 ▼어린이집 폭행대책 재탕1년과정 보육교사 배출 제한땐 인력수급 차질로 혼란 더 커져사회공분 휩쓸려 묻지마式 처방당시 복지부는 “어린이집 영유아에 대한 폭언, 체벌, 폭행 등 일체의 아동학대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위반 시 어린이집에서 영구 퇴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시 영구 퇴출을 시도했지만 업계 반발이 극심한 데다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관철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영구 퇴출은 무산되고 그 대신 10년 동안 설치, 운영, 근무를 할 수 없도록 축소됐다. 복지부는 이번에도 영구 퇴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과거 발목을 잡았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답하지 않은 채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겠느냐”는 장밋빛 전망만 내놓았다. 시설 폐쇄도 마찬가지다. 2010년 당시에도 복지부는 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에 대해 시설 폐쇄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규정은 입법 과정에서 ‘생명을 해치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로 축소됐다. 이유는 마찬가지로 업계의 강력한 로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직후에야 국민적 관심으로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만 법안이 통과되려면 몇 달씩 걸리다 보니 관심에서 멀어지고 초기의 강력한 처벌은 솜방망이가 되곤 한다는 것. 당장 이달 안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동학대 사건 발생 시 늘 등장하는 것이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다. 이날 발표에서도 복지부는 “CCTV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규 시설은 CCTV 설치를 인가 요건으로 규정하고, 기존 시설은 일정 유예기간(법 발표 후 1개월) 내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도 국회에는 의원발의로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여러 개 계류돼 있다는 점이다. 동일한 법안이 수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부처가 설치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복지부 내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복지부 공무원은 “행정부처가 할 수 있는 일은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고 통과를 기다리는 것”이라며 “제출된 법안도 처리가 안 되는데 새 개정안을 만든다는 게 꼭 일을 위한 일을 만든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회적 공분에 휩쓸려 단기 처방에 급급한 대책도 눈에 띈다. 복지부는 어린이집 교사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 1년 과정인 ‘3급 양성과정’ 출신 보육교사들의 신규 배출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이버대와 학점은행제 교육기관 출신 보육교사들의 실습교육을 늘리고, 단계적으로는 이들의 자격 취득도 제한할 예정이다. 교사의 질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육교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이버대, 학점은행 출신자 수를 줄일 경우 당장 전국 4만3000여 곳의 보육교사 인력 수급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도 어린이집은 열악한 임금과 근무환경으로 교사 수급이 어려운 분야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급여, 근무환경 등이 열악해 쉽게 그만두는 교사가 많다 보니 어린이집은 인력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자격만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