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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은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진드기에게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으로 확진된 환자는 없다고 18일 밝혔다. 현재까지는 의심 사례만 접수된 상태다. 1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관 등을 통해 SFTS 의심환자로 신고된 사례는 사망자 1명을 포함해 5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부산 전북 대구 제주에서 의심 사례가 접수됐다. 대부분 발열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였고 환자가 진드기에게 물렸다고 말했거나 진드기에게 물린 흔적이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의심환자 중 제주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16일 오전 숨진 강모 씨(73)의 혈액을 채취해 현재 국립보건원에 역학조사를 맡겼다. 이번 주에 강 씨의 사망 원인이 SFTS 바이러스인지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의심환자 4명 중 2명은 증상이 가벼워 이미 퇴원했다. 나머지 2명은 아직 입원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 상태가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질병관리본부는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신고가 접수된 SFTS 의심 사례와는 별도로 역추적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는 보건당국이 확보한 7000여 건의 검체 중 환자의 증상이나 상황 등이 SFTS와 조금이라도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모두 검토하고 있다. 주로 진드기에게 물려 감염되는 SFTS의 증상은 발열과 구토 설사 두통 경련 등이다. 치사율은 10%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 연구 초기 단계여서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현재까지 SFTS 환자 15명이 확인됐고 이 중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직 SFTS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는 없다. 진드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풀숲이나 덤불 등 진드기가 많은 장소에서 활동할 땐 긴 소매나 바지를 입어 피부가 노출되는 부위를 줄이라고 보건당국은 조언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체중이 정상 수준인 여자 중고생 10명 중 4명은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질병관리본부의 ‘2012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정상 체중인 여학생 중 35.6%가 본인이 살이 찐 상태라고 생각했다. 정상 체중인 남학생 중 이렇게 생각하는 비율은 22.2%로 여학생에 비해 13.4%포인트 낮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고생 7만2229명 중 80.7%는 정상 체중이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정상 체중 비율은 각각 79.6%, 82.1%로 여학생이 조금 더 높았다. 또 여학생의 약 절반은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여자 중고생 3만5965명 중 43.5%가 최근 1개월간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고2 여학생은 살을 빼려는 시도를 한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8.5%에 이르렀다. 체중을 줄이려고 노력한 여학생 5명 중 1명인 20.1%는 부적절한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의 처방 없이 살 빼는 약이나 설사약, 이뇨제 등을 먹거나 단식, 식사 후 구토, 한 가지 음식만 먹는 다이어트법을 사용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유엔평화대학(유피스) 아태센터 학생들이 제기한 A 교수의 성희롱 및 성추행 의혹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15일 열린 소위원회에서 이같이 논의한 뒤 학생과 아태센터에 다음 주 중으로 권고결정문을 보내기로 했다. 교육부는 인가를 받지 않고 교육기관처럼 운영한 아태센터에 다음 달 초 폐쇄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아태센터 학생들은 A 교수가 지속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며 지난달 2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인권위는 성폭력과 관련된 사안 중에서 차별 행위에 해당하는 ‘성희롱’ 여부에 대해서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성추행 또는 성폭행은 검찰이나 경찰 같은 수사기관이 밝힐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성희롱 가해자와 피해 학생들을 아태센터에서 분리하라는 내용을 결정문에 담을 계획이다. 또 성희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아태센터에 권고할 예정이다. 아태센터는 지금까지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지 않았다. 피해 학생들은 손해배상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인권위 관계자는 “성희롱의 경우 보통 피해자에게 1인당 100만∼300만 원의 손해배상을 하도록 가해자에게 권고했다”며 “이런 사례에 준해서 권고가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10시간가량 조사하는 과정에서 A 교수는 가해 사실을 끝까지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진정이 제기된 지 한 달 반 만에 마무리됐다. 인권위가 지난해 발간한 ‘성희롱 진정 사건 백서’에 따르면 성희롱 사건에 대해 권고조치를 내리는 데 평균 160.7일이 걸렸다. 다른 사건에 비해 훨씬 빨리 마무리된 셈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학생들이 겪는 2차 피해가 너무 심각해서 조사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16일 배포할 방침이었다. 보통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를 내지 않지만 본보의 잇따른 보도로 사회적으로 파장이 커졌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까지 논의를 거듭한 끝에 보도자료를 만들지 않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피진정인(가해자)이 권고결정문을 받아보기 전에 보도자료가 나가는 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본보는 A 교수의 성희롱 의혹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아태센터가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고 운영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14일 아태센터를 현장조사한 뒤 폐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이샘물·김도형 기자 evey@donga.com}

가만히 지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피해자가 더 많이 생길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다른 피해자가 연락하면 언제든 돕기로 결정했다. 교수가 자신에게만 그런 행동을 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자신 말고도 다른 피해자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처음부터 이렇게 나설 마음은 아니었다. 작년 9월 유엔평화대학(유피스) 아태센터의 A 교수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한 직후 B는 더이상 다니지 않았다. 국제기구 진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입학한 지 1주일 만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올해 3월, 다른 학생과 연락하다가 A 교수 얘기를 들었다. “나만이 아니었구나….” 용기를 냈다. 두려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의심하는 버릇까지 생겨 B는 MT에서 당한 일을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에 알렸다. 구석으로 불러 어깨를 주무르던 순간, 집에 가겠다고 나섰는데 따라와서 손을 잡던 장면, 버스정류장에서 갑자기 껴안고 볼에 뽀뽀를 하던 모습…. 다른 여학생도 비슷한 내용을 진정서에 담았다. C는 “교수가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에서 손을 잡아 깍지를 낀 뒤 주머니 속에 넣었다. 해외에 출장 갔을 때는 잘 곳이 없으면 자기 호텔에서 자라고 했다. 자신에게 시집오라고 한 적도 있다….” 언젠가는 낯선 여성이 전화를 걸었다. “유피스 학생인데 한 번 만나자.” B는 같은 피해자인 줄 알고 응하려 했다. 뭔가 사연이 있다고 생각해 이야기를 나누려 했다. 왜 자신을 만나려는지 다시 확인하려는데 상대방은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도움을 좀 줄 수 있냐”고만 얘기했다. 뭔가 미심쩍어 전화를 끊었다. 다른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A 교수와 가까운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 문제의 여성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제야 “(A) 교수님이 모함을 당하고 있다. 도움을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피해자인 줄 알았던 여성이 알고 보니 사건을 무마하려는 교수와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소름이 끼쳤다. B는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집 근처의 지하철역 출구를 알려준 점이 마음에 걸렸다. 후회됐다. A 교수가 그 여성과 함께 집 근처에 나타날지 몰라 벌벌 떨었다. 이때부터 지하철이 아니라 버스를 탔다. 불가피하게 지하철을 이용해야 할 때는 일부러 집이 아닌 다른 방향의 출구로 나갔다. 신변의 위협을 느낄 때마다 느꼈다. 이래서 성추행 피해 사실을 쉬쉬하는구나. 피해 사실을 괜히 알렸던 걸까…. 어느 날에는 교수가 직접 문자를 보냈다. 일생일대의 위기에 빠져 있으니 도와달라는 얘기였다. B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교수가 연락할 때마다 MT에서의 악몽이 떠올랐다. 교수의 이름이 휴대전화에 뜨면 하루 종일 기분이 불쾌했다. 전에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와도 잘 받았다. 일을 겪으면서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택배기사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가 상품을 늦게 받으면 화가 났다.○ 인권위 진정도 문제 삼아 C 역시 피해 사실을 알린 뒤 고통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사건이 불거진 뒤 유피스 AP재단이 임명한 교학과장 정모 씨의 e메일을 잊지 못한다. 정 씨는 발령 직후 ‘문제 진상 파악을 위해 진상위원회 출석 요청 건’이라는 e메일을 보냈다. 비밀리에 진상을 파악하는 중이니 재단 이사회가 구성한 진상위 조사에 응하라는 내용이었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협박을 받는 느낌이 들어 불쾌했다. 얼마 후에는 더 황당한 일이 생겼다. 유피스 AP재단의 이사가 C의 집으로 서류를 보냈다. 학교 내에서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제3기관에 의뢰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같은 내용의 서류는 다른 피해자 D의 집에도 도착했다. 그는 화가 나서 곧장 인권위를 찾아갔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평소 알지 못하던 재단 이사진에까지 피해자들의 집주소와 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에 놀랐다.” 그 역시 교학과장에게서 이사회의 진상조사에 관한 e메일을 받았다. D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협박 투의 e메일을 받는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헤아리기 어렵다. 이사회가 자체 구성한 진상위에 출두해 진술하라고 해서 불쾌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성추행과 성희롱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주변에서 알아주지 않는 현실이 괴로웠다. 특히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아태센터의 다른 학생이 얘기할 때마다 상처를 받았다. D는 기자에게 전했다. “평화와 인권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이번 사건을 다른 사람이 인권을 침해당하는 걸 모두의 문제로 생각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학교 폐쇄되면 시정조치는? 인권위의 권고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권위는 성희롱이 확인된 단체나 기업의 감독기관에 시정조치를 권고한다. 아태센터는 국제조약기구이자 고등교육기관이라고 주장했지만 코스타리카의 유피스 본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동아일보에 밝혔다. 형식적으로 센터의 감독기관은 유피스 AP재단이다. 문제는 재단 설립을 주도하면서 이사진을 섭외한 인물이 성추행과 성희롱의 가해자인 A 교수라는 점이다. 본보 취재 결과 대부분의 이사진은 재단이나 센터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사실상 A 교수가 전권을 가진 셈. 이런 상황에서 인권위가 AP재단에 시정조치를 권고해도 A 교수를 제재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인권위는 시정조치를 권고만 할 수 있지 명령이나 강제할 순 없다. 교육부가 다음 달 초 아태센터를 폐쇄할 예정이라는 점도 변수다. 인권위는 다음 주에 권고 결정문을 보낼 예정이다. 문서가 도착한 직후에 센터가 폐쇄되면 결정문대로 시행할 대상이 없어진다. 성추행 및 성희롱 의혹에 대해 A 교수는 지금까지 “나를 몰아내기 위한 날조극”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우리가 바라는 점은 상급기관의 엄중하고 객관적인 조사 결과를 따르는 일이다.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바란다”고 거듭 밝혔다. 인권위는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국가기관이 교수의 가해행위에 대해 공식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의미가 있다. B는 “이제야 발을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아태센터를 졸업하고 국제기구에 진출하려던 계획은 잠시 접어야겠지만…. ▼ “기자가 다니던 학교서… 침묵할 수 없었다” ▼■ 본보기자, 펜을 들기까지기자는 유엔평화대학(유피스) 아태센터 교수의 성추행과 성희롱, 불법적 교육기관 운영을 3일부터 7차례 보도했다. 취재와 기사 쓰기가 힘들었다. 아태센터를 다니는 25명 중 한 명이었기에. 국제대학원을 알아보다가 아태센터에 들어갔다. 언젠가는 외교와 국제 문제를 심층취재하고 싶어서였다. 올해 3월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기사를 쓸 줄은 전혀 몰랐다. 동료 대학원생들에게는 “난 이곳에 기사 쓰러 온 게 아니니 학생으로 봐 달라. 조용히 공부만 하겠다”고 말했다. 사건을 처음 접한 건 지난달 초였다. 내 주변에서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학생대책회의에 참석했다. 문제의 교수를 개강파티와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금전협박 사건이니 동요 마세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피해자들은 “돈 얘기는 꺼낸 적이 없다”며 펄펄 뛰었지만 교수는 당당했다. 그는 매주 1회인 ‘평화와 갈등’ 과목을 계속 가르쳤다. 진상조사팀에 참여한 교수는 해임됐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학생은 퇴교당했다. 펜을 들지 않으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했다. 기사를 쓰는 일은 부담스러웠다. 다른 기자에게 제보해서 쓰게 하면 어떨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자료를 넘겨준들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겪은 나보다는 자세하고 정확하게 쓰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학위 대신 기사를 선택했다. 취재하다가 아태센터가 국제조약기구도, 고등교육기관도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태센터와 직간접 관계를 맺은 전현직 고위 관료 및 저명인사들은 “센터의 성격과 실체가 애매모호하다는 말을 외교부와 교육부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다”고 기자에게 전했다.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 당국이 지금까지 실태를 조사하거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에 더 놀랐다. 정확히 말하면 거창한 조사가 필요 없는 사안이었다. 기자가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e메일을 보내자 유피스 본부는 이틀 만에 명쾌한 답변을 보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세 번째 신장을 혈액형이 다른 사람에게서 이식받은 환자가 무사히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5월 수술을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최종원 씨(55) 사례를 13일 공개했다. 신장을 세 번 이식받는 것 자체가 드문 데다 혈액형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아 건강을 되찾은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이 병원은 밝혔다. 최 씨는 만성신부전증으로 1991년과 2000년에 신장 이식을 두 차례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신장은 더 나빠졌다. 결국 또다시 신장 이식을 받아야 했다. 최 씨의 혈액형은 O형이다. 그전까지 두 차례 수술에서 신장을 기증해준 사람들도 모두 O형이었다. 이번에는 B형인 아들(25)이 자신의 신장을 기증해 주겠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의 양철우 교수(신장내과)는 수술 한 달 전부터 최 씨에게 항체 주사를 놓았다. 어느 정도 사전 조치를 끝낸 후인 지난해 5월 3일 아들의 신장을 최 씨에게 이식했다. 혹시나 했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둘 모두 건강을 회복했다. 1년이 지난 9일 부자는 병원을 찾아 건강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코스타리카에 있는 유엔평화대학(유피스) 본부가 “한국의 유피스 아태센터는 국제기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프란시스코 아길라르 유피스 총장대행은 11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 “유피스와 아태센터가 합의각서(MOA)를 맺었다고 해서 아태센터가 국제기구로 인정받는다는 A 교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 합의는 유피스 본부가 인정하는 교육과정의 운영 가능성(possibility)에만 관련이 있을 뿐이지, 한 국가의 주권을 절대 대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본보는 학내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유피스 아태센터가 불법 운영 중이라는 사실을 외교부와 교육부로부터 공식 확인해 보도했다. 프란시스코 총장대행은 “아태센터는 국제기구가 아니지만, 설령 국제기구로 인정되더라도 유치국(한국)의 법적인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태센터가 한국의 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틀린 주장이다”고 덧붙였다. 아태센터와의 협력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을 거라는 이해와 가정 하에 합의를 체결했다. 아태센터가 한국 정부로부터 필요한 허가를 받는다는 가정 아래 아태센터의 교육과정을 유피스가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프란시스코 총장대행은 “유피스 본부는 A 교수 측이 자신들이 한국의 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놀랐다. 동아일보 보도를 접하고 유피스 본부가 조사를 시작했다”고 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여학생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유엔평화대학(유피스) 아태센터의 A 교수에 대해 코스타리카의 유피스 본부가 모든 직무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키고 조사에 착수했다. 본부는 8일(현지 시간) A 교수를 포함한 유피스 아태센터 관계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윤리위원회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A 교수의) 아태센터와 관련된 모든 직무와 책임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본부는 공문을 통해 A 교수에게 “이미 알고 있다시피 한국과 코스타리카의 유피스 학생들과 교수들이 당신에게 항의를 제기했다. 혐의는 성(性) 및 업무와 관련된 괴롭힘(sexual and labour harassment)에서부터 권한 남용까지 다양하다”고 알렸다. 또 “이것들은 심각한 사안이며 최대한 진지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또 본부는 A 교수에게 “당신은 36시간 안에 혐의에 대해 상세한 정보가 담긴 서류를 받게 될 것이다. 윤리위원회가 제기한 질문들에 대해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본부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A 교수가 아태센터에 출입하거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학생들과 연락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유피스 본부의 통보로 A 교수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아태센터에서 강의를 할 수 없게 됐다. A 교수는 올해 3월부터 ‘평화와 갈등’을 주제로 매주 1회씩 강의를 했다. 이에 앞서 아태센터를 운영하는 유피스 AP재단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뒤 A 교수의 재단이사직을 정지시켰지만 교수직은 유지시켰다. 그동안 A 교수는 교내 성추행 의혹에 대해 “이 모든 혐의는 나를 쫓아내기 위해 만들어낸 날조극”이라고 주장해왔다. 한편 교육부는 9일 오전 외교부 관계자와 만나 유피스 아태센터가 국제조약에 근거해 설립된 학교가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외교부로부터 이 사실이 담긴 공문이 10일 도착하면 다음 주 초부터 현장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샘물·김도형 기자 evey@donga.com}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사진)이 A 교수를 처음 만난 건 2009년경이었다. 스위스 대사관저에서 열린 만찬장. 영어를 잘하고 매너가 좋은 데다 국제관계를 잘 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잘 모르지만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국제회의에서 두어 번 만났다. 국무총리실장직에서 2010년 8월 물러난 뒤에 A 교수한테서 연락이 왔다. 그는 “좋은 목적으로 유엔평화대학 아태센터를 만드니 유피스 AP재단 이사장을 맡아 달라”고 했다. 한국이 유피스 국제협정에 가입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별도의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월급도 없으니 그냥 명예이사장으로 이름만 걸어 달라고 부탁했다.○ 곧바로 그만뒀지만 행정처리 안 해 권 전 실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2011년 3월 아태센터 입학식에서 축사도 했다. 당시 학생은 10명이 안 됐다. 고개를 갸우뚱하자 A 교수는 “초기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아태센터의 학교 운영허가를 받기 위해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권 전 실장은 아태센터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총리실을 통해 외교부와 교육부에서 답변이 왔다. “허가를 안 받은 학교인데 정체가 불분명하다. 이사장을 관두는 게 낫다.” 당시 아태센터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한대학원대 건물 안에 있었다. 권 전 실장은 이곳에 재직하던 친구에게도 문의했다. 비슷한 내용을 들었다. “좀 이상한 것 같으니 이사장직을 안 하는 게 좋겠다.” 그는 사임하기로 결심했다. 두 사람은 그해 5월 3일 만났다. 이사장직을 그만두겠다며 인감증명서를 건네주고 도장을 찍었다. 이후 권 전 실장은 A 교수를 만난 적이 없다. 이사장직 사임 절차가 행정적으로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런데 아니었다. 2년여가 지난 8일, 권 전 실장은 아태센터의 불법 운영 사태를 보도한 동아일보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2012년 5월까지 이사장으로 돼 있었음을 알았다. A 교수가 사임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권 전 실장은 “A 교수로부터 이용당하고 직함을 도용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인 전 AP재단 이사는 “대부분의 이사장이 매우 짧게 재임했고 계속 바뀌었다. 이사로 등재된 사람이 형식적으로 이사장직을 대행한 적도 있었다. 이사회는 1년에 서너 차례 열렸고 매번 모이는 이사 수도 들쭉날쭉했다”고 말했다.○ 센터 측, 국제기구로 인정 요구 A 교수는 AP재단과 아태센터의 추진 및 설립 과정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태센터를 국제기구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A 교수 측이 아태센터를 국제기구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국제기구의 직원은 면책특권을 인정받는 외교관 신분이 된다. 외교부는 아태센터에 “이건 교육기관이고 학생들이 학위를 받는 문제다. 외국대학도 국내에 분교를 세울 때 필요한 법령이 있으니 그에 따라서 하면 좋겠다”고 안내했다. 한국 정부가 유피스 국제협정에 가입해 평화교육을 지지할 순 있지만 아태센터 운영에 관한 문제는 교육당국이 정한 법적인 요건을 지켜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초 비공식적으로 학교 설립에 관한 문의가 와서 일반적인 사항을 설명했다. 국제조약에 따른 설립 근거가 있으면 외교부에서 확인을 받아 오라고 했지만 그 이후 더는 문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대학원대도 아태센터 문제로 골치를 썩였다. 이 대학 관계자는 “유엔과 관련이 있다고 해서 연구협조 차원에서 2011년경 무료로 사무실을 내줬다”고 말했다. 북한과 통일, 유엔은 연구를 연계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막상 사무실을 빌려주니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학생이 별로 보이지 않았고 학교의 정체가 불분명했다. 이 대학 관계자들은 교육부에 문의한 결과 아태센터가 정식 인가를 받지 않은 곳임을 알게 됐다. 공동연구를 할 만한 여건도 안 됐다. 마침 대학 강의실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서 지난해 초부터 사무실을 비우라는 공문을 보냈다. 아태센터는 순순히 응하지 않다가 3월에야 나갔다. 북한대학원대 관계자는 “한 번 사무실에 들어오고 나니 계속 나가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아 고생했다”고 말했다. 본보는 A 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이샘물·김도형·이철호 기자 evey@donga.com}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고 운영 중인 유엔평화대학(University for Peace·유피스) 아시아태평양센터에 고위직 출신 인사들이 직간접으로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센터는 유피스 AP재단이 운영한다. 이들은 대부분 아태센터의 정확한 실체를 몰랐으며 평화교육을 한다는 취지에 동의해 직책을 맡거나 강의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이사는 재단의 실체를 알고도 교육 과정의 불법 운영을 문제 삼지 않았다.○ 장관과 대사 출신이 강의 맡아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은 2010년 11월에 유피스 AP재단 이사장에 선임됐다. 권 전 실장은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사장직을 두세 달 했다. 내용을 잘 몰라서 했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재단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그는 2012년 5월 물러날 때까지 1년 6개월간 이사장직을 맡았다. 권 전 실장은 “(재단에서) 대학을 하자고 해서 한 거다. 좋은 뜻이라서 했지만 하다 보니 별로 안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는 “외교부와 문제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난 잘 모르는 사항이다. 그만 이야기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아태센터의 홈페이지에 ‘고문변호사/석좌교수’라는 직책으로 나온다. 여기에 강 전 장관은 “많은 역할을 해주실 것을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격려사를 남겼다. 본보 취재 결과 강 전 장관은 2011년 4월 석좌교수로 위촉됐다. 강 전 장관은 “석좌교수 직을 맡는 데 동의했지만 교육기관 인가를 받지 못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지난해 임용 동의를 취소했다. 현재 공식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다”면서 “학생들의 피해를 구제할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선준영 전 유엔대표부 대사와 박경서 초대 인권대사도 동영상에 등장한다. 이들은 아태센터에서 공식 직책은 맡지 않았지만, 수업시간에 몇 차례 특강을 했다. 선 전 대사는 “(학교 측에서) 센터와 재단을 만들고 필요한 협정에 가입했다고 해서 제안을 받아들였다. 유엔대사 경험이 있기에 유엔 관련 강의를 이곳저곳에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7일자 동아일보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다. 유엔이나 국제기구에 대한 꿈을 품고 돈을 많이 내고 공부하고 있는데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사는 “지난해부터 유엔 시스템에 대해 특강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면서 배우는데, 이들을 잘 가르쳐서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게 의무라고 생각했을 뿐 다른 것은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재단이사로 취임한 이명희 공주대 교수(역사교육과)는 “지난해 비공식적으로 교육부와 상의했을 때 현행 기준을 적용하면 학교가 폐쇄되고 학생 모집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국제협약이 체결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일단 불거진 문제는 분명하게 처리해 나가되, 적합한 인물을 찾아서 빨리 조직을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게 학생은 물론이고 나라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폐쇄명령 나오면 학생들 피해 교육부는 교내 성추행에 이어 불법 설립 운영 문제까지 불거진 아태센터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불법 운영 사실을 확인하면 이달 폐쇄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아태센터가 폐쇄되면 재학생들은 그동안 이수한 학점을 인정받을 수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7일 “아태센터가 국제조약에 근거해 설립된 학교가 아니라는 사실을 외교부가 공식 확인해주면 바로 현장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외교부에 이 같은 내용의 문서를 요청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교육부로부터 받은 공문의 내용을 검토해 이번 주 안으로 아태센터가 국제조약에 근거해 설립된 학교가 아니라는 공식 답변을 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에 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아태센터가 학교로 운영됐다는 증거를 확보해 이달 폐쇄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교육부는 조사에서 아태센터가 그동안 학생을 모집해 대학원 교육과정을 운영했는지, 정규 학위를 주는 고등교육기관이라고 허위로 홍보했는지를 점검할 계획이다. 전임교수의 성추행 의혹이 본보 보도(3일자 A1·5면)를 계기로 불거지자 교육부 직원들은 5일 아태센터를 찾아가 강의실과 행정실을 갖추고 학교 형태로 운영 중이라는 사실을 이미 확인했다. 고등교육법 62조는 학교 설립이나 분교 설치 인가를 받지 않은 채 학교의 명칭을 사용하거나 학생을 모집해 학교 형태로 시설을 운영하면 폐쇄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태센터가 폐쇄되면 그동안 수업을 들은 학생이 이수한 학점은 효력을 잃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학교가 아니므로 학생 신분이 인정되지 않아 보호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태센터는 2010년 문을 열면서 석·박사 과정을 개설했다. 아태센터는 “유엔이 인정한 국제조약기구이자 고등교육기관이고 국제조약을 근거로 설립됐으므로 교육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해 왔다.이샘물·김도형·이철호 기자 evey@donga.com}

6월 19일부터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범위가 현재의 읍면동 단위에서 도로명과 건물번호까지로 확대된다. 아울러 해당 범죄자가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했는지, 성폭력 범죄 전과가 얼마나 있는지도 공개한다. 정부는 7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제15차 여성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제4차 여성정책기본계획 2013년도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지금까지는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해당 동의 △가구주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만 우편으로 보내 왔다. 앞으로는 교습학원,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수련시설에도 우편이 배달된다. 내년부터는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모바일 기기로도 열람할 수 있게 된다. 가족친화 인증기업을 늘리기 위해 인센티브도 주기로 했다. 인센티브 방안은 앞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2008년부터 근로자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문화를 지닌 기업에 대해 ‘가족친화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141개 기업(대기업 36곳, 중견기업 29곳, 중소기업 76곳)만 인증을 받았다. 아울러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법정 근로시간이 적용되지 않는 ‘근로시간 특례업종’ 범위를 축소하기로 했다. 어린이집 보육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정보는 더 많이 공개하기로 했다. 현재는 어린이집이 평가인증을 받았는지, 평가점수가 90점 이상인지만 공개한다. 앞으로는 어린이집 평가결과를 현행 3등급에서 5, 6등급으로 좀 더 세분하고 실제 점수를 공개할 예정이다. 6월에는 현재 직장에 다니는 여성 중 중간관리자급을 대상으로 리더십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여성인재 아카데미’를 설치한다. 올해는 2000명, 2014년부터는 연간 7000명씩 참여하게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많은 중간관리자급 직장여성이 핵심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 또 올해 신규 여성 인재 1만 명을 발굴하고, 향후 5년 동안 여성 인재 1만 명을 발굴해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DB)에 올리기로 했다. 아울러 2017년까지 정부 위원회의 여성 비율을 40%가 되도록 부처별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학내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유엔평화대학(University for Peace·유피스) 아시아태평양센터가 정부의 인가를 받지 않고 운영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곳의 석·박사과정 학생들은 유엔이 인정한 국제조약기구이자 고등교육기관이라고 알고 다니다가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고 해명을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인가를 받지 않고 교육과정을 개설한 이 센터에 대해 폐쇄명령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외교부는 센터를 운영하는 유피스 AP재단의 실태를 조사해 문제점이 드러나면 설립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이 센터는 성추행 사건 진상조사에 참여한 교수를 해임하고 관련 학생을 퇴교시켰다. 유피스 AP재단이 2010년 설립한 유피스 아태센터 홈페이지는 ‘유엔총회가 설립한 인재 양성의 전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연혁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한국 정부가 2010년 유피스 협정에 가입하고 유엔 사무총장에게 가입서를 맡겼다고 설명한다. 이곳을 다니는 학생은 석·박사과정을 합쳐 25명. 아태센터 관계자는 “국제조약에 따라 설립된 유피스와 AP재단이 합의각서(MOA)를 체결했으므로 AP재단이 운영하는 아태센터는 국제조약기구 모체의 일부분이다. 그에 따라 한국에서 학문의 자유(학위수여 포함)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이 코스타리카에 들어선 유피스 설립 협정에 2010년 가입했지만 이는 평화교육 활동을 국제적으로 지지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협정에 가입했다고 해서 아태센터를 인가한 적이 없고, 그럴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센터 설립을 정부가 허가했거나 유엔이 관여한 바가 없다는 뜻이다. 아태센터는 외교부에 재단법인으로 등록한 AP재단이 운영한다. 문제는 국내 고등교육법상 재단법인이 학교를 운영하지 못한다는 점. 학교법인이나 외국 교육기관이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단법인이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본래 목적을 벗어난 행위다. 아무 인가를 받지 않고 학교를 운영하면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 역시 아태센터가 유엔 기구도, 국제고등교육기관도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피스 본부는 국제조약기구이지만 아태센터는 국제조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AP재단이 만든 비인가 사설교육기관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이샘물·김도형 기자 evey@donga.com}

외국의 유명 회사를 가정하자. 이 회사의 제품이 자기 나라에서 또는 국제적으로 높은 품질을 인정받아도 한국에서 영업하려면 한국의 법과 절차를 지켜야 한다. 직영을 하든, 대리점을 내든 마찬가지다. 유엔평화대학 아태센터는 이러지 않았다. 유엔이라는 국제적 권위를 빌려 한국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유엔평화대학 아태센터는 한국 정부가 ‘평화대학 설립을 위한 국제협정 및 평화대학 헌장’에 2010년 6월 가입한 사실을 설립 근거로 내세웠다. 국제조약이 근거이니 교육 당국의 인허가를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이런 점을 들어 센터는 자체 학위 과정을 이수하면 유엔이 인정하는 외국 학위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또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같은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안내했다. 그럴듯한 말이어서 대부분의 학생이 넘어갔다. 취재기자도 헷갈렸던 부분이다. 아태센터의 해명을 전했더니 외교부와 교육부 관계자들은 말이 안 된다고 분명히 밝혔다.○ 국제조약이 적용되지 않는 민간기관 한국 정부가 평화대학 설립에 관한 협정에 가입한 것은 사실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아태센터는 이 협정과 무관하다. 유엔총회 결의(1980년)를 통해 나온 협정은 코스타리카에 들어선 유엔평화대학의 본부에만 적용된다는 뜻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평화교육 활동을 지지한다는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가입했을 뿐이지, 아태센터의 한국 유치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정에 가입할 당시 정부가 아태센터를 유치하겠다거나 관련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아예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태센터는 유엔평화대학 코스타리카 본부와 합의각서(MOA)를 맺으면서 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민간 재단이 유엔평화대학과 합의를 해서 자체적으로 민간 대학을 설립했다. 정부는 전혀 관계하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대학이나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려면, 즉 고등교육기관이 되려면 교육 당국의 인허가가 필수다. 아태센터는 여기에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국제조약인 평화대학 협정에 가입했으니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된다는 논리에서다. 아태센터는 “별도의 조약이 없을 때 국내법을 적용받는다. 한국 정부가 유엔평화대학 협정에 가입했으니 교육부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아태센터는 민간단체가 세운 민간학교인 만큼, 국내의 교육 관련 법을 모두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센터 측에 교육 관련 법령을 지켜서 그에 따라 법적 지위를 충족시킨 뒤 그 범위 내에서 활동하는 것은 좋다고 했다. 최소한의 조건을 못 맞춰서 교육부의 인가를 못 받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피스AP재단에는 현재 6명의 이사가 등록돼 있다. 이사 중 한 명은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적으로 (아태센터가) 분명한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은 알고 있다. 교육부의 일반적인 기준에 따르면 폐쇄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기당 등록금이 700만∼800만 원대 아태센터에는 대학을 졸업한 대학원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다닌다. 이들 중 상당수는 ‘유엔총회가 설립한 인재 양성의 전당’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학교를 선택했다. A 씨는 “유엔평화대학의 지위에 대해 센터가 명확하게 얘길 해 주지 않았다. 정식으로 학위를 주는 학교라고 교수가 얘기해 철석같이 믿었는데, 불법 운영이 사실이라면 사기를 당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등록금은 첫 학기에 석사 과정은 705만6000원, 석·박사 통합과정엔 820만 원이다. B 씨는 “입학해 보니 고액의 등록금에 상응하는 교육환경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계속 다녀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자퇴를 고려했는데 등록금을 반환해 주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의 여러 국제대학원을 물색하다 올해부터 아태센터를 다니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엔에 진출하려는 꿈을 갖고 학문적 기초를 닦기 위해서였다.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껴 선택한 곳인데 매우 실망스럽다.” C 씨 역시 센터가 법적인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채 운영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은 학교가 폐쇄 위기에 처하자 한편으로는 걱정하고 한편으로는 반발하는 분위기다. 재단이 학교를 잘못 운영한 것에 대해서 교육부의 제재 조치가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정부가 피해자인 학생을 구제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D 씨는 “학생들은 모두 평화와 인권에 대해 배우며 유엔이나 국제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할 꿈을 품고 수업을 받아 온 젊은이들이다. 새로운 재단을 설립하든지, 제대로 된 학교를 새로 만들든지 해서라도 학생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평화대학 아시아태평양센터 ::외교부에 등록한 유피스 AP재단이 설립해 운영하는 교육기관. 유피스 아태센터로 줄여 부른다. AP재단이 2009년 코스타리카의 유피스 본부와 합의각서(MOA)를 체결하면서 이듬해 문을 열었다. 현재 평화와 개발, 환경과 녹색성장 등 2개 분야에 석·박사과정을 운영한다.이샘물·김도형 기자 evey@donga.com}

60대 후반의 최민섭 씨(가명)는 얼마 전 우울증 증세로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은행에서 간부로 일해 온 최 씨는 원래 몸도 건강했고 성격도 쾌활했다. 퇴직한 뒤에는 증권투자로 돈도 많이 벌었다. 등산과 여행을 다니고 시도 썼다. 부인과의 금실도 좋았다. 그는 항상 배우자를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로 여겼다. 그러던 부인이 몇 년 전 폐암에 걸렸다. 투병 끝에 3년 전 세상을 떴다. 최 씨는 부인을 잃은 뒤 1년 가까이 우울하게 보냈고 식욕을 잃어 체중까지 감소했다. 이때 직장 없이 집에서 놀고 있던 맏아들과 크게 다퉜다. 최 씨는 흥분하다가 발을 헛디뎌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고 1년간 깁스를 하기도 했다. 어느새 이전의 밝은 모습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피골이 상접할 정도가 되기도 했다. 최 씨는 김도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서 우울증을 진단받고 한 달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항우울제를 꾸준히 복용한 뒤 회복됐다.○ 자아존중감 상실이 우울증으로 노인이 되면 많은 것을 잃어 간다. 청춘을 바쳐서 일하던 직장에서도 물러나야 하고 건강하던 신체도 쇠약해진다. 오랫동안 함께해 온 배우자나 친구를 잃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이런 스트레스는 나이가 들면 흔히 발생하는 뇌혈관질환이나 미세뇌경색 등과 겹쳐지면서 노인들에게 우울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을 찾았다면 혹시 우울증을 앓고 있는지 체크해 보도록 하자. 우울증을 앓는 노인은 대화나 사고의 주제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갑자기 짜증을 낼 때가 있다. 이런 기분을 이기기 위해 지나치게 흡연을 하거나 알코올 약물 등에 의존하기도 한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주위의 사소한 자극에도 민감해질 수 있다. 간혹 “집중이 안 되고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인지기능 저하나, “가슴이 답답하고 배가 아프다”는 신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소화장애, 변비, 설사, 두통, 뒷목의 뻣뻣함, 팔다리 저림, 전신 피로감, 근육통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노년층이 이런 증상을 나타낼 때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노인들이 우울증을 앓으면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미국 볼티모어 지역의 요양소에 거주하는 454명의 노인 환자들을 1년간 추적해 연구한 결과가 그랬다. 우울증을 앓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2배 높았다. 노인 우울증은 생물학적 요인도 있지만 사회적인 요인도 크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역할이 점점 작아지면서 자아존중감이 상실되고 삶에 대한 의미를 잃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이유 찾도록 도와줘야” 우울증은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효과도 좋을뿐더러 합병증이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그렇다면 노인에게 발생하는 우울증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우선 가족이 항상 관심을 갖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많이 나눠 주는 게 좋다. 오병훈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가족의 정서적인 지지도 필요하지만 노인이 사회적인 활동을 통해 삶에 대한 이유를 찾도록 도와 줘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원봉사 종교활동 재취업 등을 하도록 소개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 취미활동이나 운동을 통해 인생의 즐거움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울증 치료법은 다양하다.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치료 중 가장 좋은 치료법은 약물 치료”라며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증상이 좋아지더라도 최소한 6개월 이상은 복용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법은 우울증의 종류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약국에서 안정제를 사먹거나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 등은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만으로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의사와 면담해 자신의 힘든 점을 말하고 심리적인 갈등을 치료하는 ‘정신치료’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인관계를 회복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우림(가명·13) 군. 최근 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들에게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 ‘리틀 싸이’ 황민우 군이 다문화가정 어린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이버 공격을 받은 직후의 일이었다. 김 군의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리틀 싸이 설레발치는 거 정말 꼴도 보기 싫어. 너도 다문화라며? 눈앞에서 꺼져.” 김 군은 갑자기 돌변한 친구들의 태도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전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어디로 돌아가야 하나요? 친구를 잃은 일도 슬프지만 저는 진짜 조국이 없는 것 같아 더 슬퍼요.” 울먹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 이후 다문화 지원 정책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차별을 경험한 다문화가족 비율은 2009년 36.4%에서 지난해 41.3%로 늘었다.○ 다문화라는 말 자체가 주홍글씨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인 지영아(가명·11) 양은 ‘리틀 싸이’가 주목을 받은 뒤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부모에게 두 나라의 문화를 배운 다문화가정 아이가 더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담임선생님의 말도 믿게 됐다. 하지만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황 군이 악성 댓글에 시달리자 자신감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지 양은 “잠시나마 리틀 싸이를 보며 자신감을 얻었는데…. 역시 나 같은 다문화가정 애는 안 되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힘없이 말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는 다문화라는 말이 정책용어가 되면서 차별이 더 심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전까지 친하게 지내다가 다문화라는 주홍글씨가 찍히는 순간, 이름 대신 “야! 다문화”라는 말을 들을 때가 많았다.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인 정희슬(가명·16) 양도 “왜 베트남 말을 못하냐는 말이 가장 싫어요. 한국에서 태어났고 안 배워서 모른다고 답하면 친구들은 영어와 베트남 말도 못하면서 무슨 다문화냐고 되물어요”라며 속상해했다. 다문화 국회의원 1호인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아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2005년 무렵에는 다른 학생과 차이가 없었는데 다문화라는 말이 생기면서 다문화 학생이 됐다면서 다문화 정책이 본격화된 뒤 구분 짓기가 심해졌다”고 진단했다.○ 다문화 구분하는 프로그램 지양해야 다문화가족지원법 제정 이후 잇따른 지원정책이 오히려 다문화가정 어린이를 위축시키는 역설적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문화 방과후활동, 다문화 책 지원사업 등 다문화가정 어린이만 따로 모아서 진행하는 행사가 구분 짓기를 심화하고 이는 보이지 않는 차별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필리핀이 고향인 메리 제인 씨는 “아들이 다문화가정 문화지원 프로그램으로 경복궁을 두 번이나 갔다 왔다”며 “이미 경복궁에 다녀온 학생이 많을 텐데 예산 낭비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는 이런 행사를 오히려 불편해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고선주 원장은 “학교에 다문화 전문가가 없는 상황에서 예산을 쓰기 위해 다문화가정 어린이만 따로 모아 행사를 진행하다가 상처를 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학생만 따로 모으지 않고 다른 학생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지원도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 같은 ‘취약계층 지원’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자스민 의원은 “다문화만 따로 떼어내 지원하면 ‘다문화가정=저소득층’이라는 인식을 고착화시킨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를 똑같은 기준으로 대우하고 지원해야 더 효율적이다”고 주문했다. ‘완득이’나 ‘마이 리틀 히어로’ 같은 영화가 다문화가정 어린이의 상처를 더 키우는 부작용 역시 고칠 부분이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를 피부가 검고 가난한 모습으로 천편일률적으로 묘사해 편견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키우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하잉 씨는 “영화 속 주인공은 항상 못난 모습으로 나오니까 마음이 씁쓸했다. 한국 어린이들이 이걸 보고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유근형·이샘물 기자 noel@donga.com}
“공부를 잘해보려고 대학원에 들어왔는데 섣불리 피해 사실을 말했다가 교수한테 찍히는 게 아닌지 걱정됐어요.” 유엔평화대학 성추행 및 성희롱 사태의 한 피해자는 “교수가 말을 잘듣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더 많이 주지 않느냐”며 “피해를 말했을 때 받게 될 불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 내 성추행은 사제관계라는 특수성 때문에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학처럼 권력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학교 차원에서 피해 구제 시스템을 갖추고 제대로 대처하도록 해야 피해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학 내 피해자들은 나이도 어리고 사건 처리 절차를 모르는 때가 많다”며 “학교는 피해자의 신변안전을 보장해주고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많은 대학에서 사제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도 이를 제대로 처리할 만한 기구가 없다는 것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전문대를 포함한 전국 350여 개 대학 중 성폭력·성희롱 상담기구가 운영되는 곳은 40여 개에 불과하다. 대학 내 성범죄를 처리할 정부 차원의 매뉴얼이나 지침서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성희롱 예방지침을 마련해 놓았고 대학은 이 지침에 준해서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해자 징계에 대한 처리 절차나 양형기준은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같은 가해 행위라도 학교 내 처리 기구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 수준에 따라 조치 내용도 천차만별이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한국은 우수한 인재를 잘 키워낸다. 하지만 성장 과정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어린이 시절에 행복하지 못한 인재는 불완전한 성인이 될 위험성이 있다. 한국 사회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정부가 어린이 행복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동복지학계의 거장인 조너선 브래드쇼 영국 요크대 교수는 한국 어린이의 현실을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 사회가 학생의 성적을 높이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삶 그 자체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아동지수 ‘키즈 카운트’를 최근까지 주관했던 윌리엄 오헤어 애니케이시 재단 전 연구원도 이렇게 언급했다. “한국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가 어린이행복종합지수가 개발되기 전까지 어린이의 삶을 조명할 지표가 없었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한국 아동예산 OECD 최하위권 세계적인 아동복지 전문가들이 한국의 실상을 잘 모르고 이런 진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아동복지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관련 예산을 들여다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가 간 아동복지예산을 비교한 2012년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아동복지 지출은 0.8%로 34개국 중 32위다. OECD 평균(2.3%)의 3분의 1 수준이다. 아동복지예산은 노인예산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정윤미 연구원이 2008년부터 2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아동복지예산을 분석한 결과 노인의 20∼30% 수준으로 나타났다. 시 단위에서는 사회복지예산 중 노인예산이 10.8%, 아동예산이 3.3% 수준이었다. 군 단위에선 차이가 더 벌어졌다. 사회복지예산 중 아동예산 비율은 3.3%로 노인예산(17.8%)에 비하면 미미했다.○ 투표권 없어 찬밥? 예산을 배정하는 정치권과 정부는 왜 아동예산 확대에 적극 나서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아동에게 표가 없어서라고 말한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얘기다. 아동 문제는 노인 이슈와 달리 투표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해 정치권이 미지근하게 대응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부모가 만 0∼5세의 보육문제에는 민감하지만 취학 아동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덜 예민한 편이다”고 말했다. 아동복지예산이 보육(만 0∼5세)에 치중된 점도 고칠 필요가 있다. 2009년 기준 복지예산 중에서 아동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8%였다. 아동예산을 나눠서 보면 5세까지를 위한 보육예산이 0.7%, 만 6∼18세를 위한 보육 외 예산이 0.1%에 불과했다. 선진국은 보육 외 아동예산을 더 확보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아동예산 중에서 보육 외 예산(1.9%)이 보육예산(1.3%)보다 많다. 영국 역시 보육 외 예산(2.8%)이 보육예산(1.1%)보다 많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국민행복시대’에서 아동의 행복은 빠져 있다. 어린이는 발언할 창구가 없어서 그런지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지적했다.유근형·이샘물 기자 noel@donga.com}

S대 소속의 K 교수가 유엔평화대학으로부터 강의를 부탁받은 날은 지난달 29일이었다. 연구방법론을 담당하는 교수가 갑자기 자리를 비웠으니 대신 맡아달라는 얘기였다. 유엔평화대학은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 있다. K 교수가 하루 뒤에 201호 강의실에 들어갔다. 오후 6시 반이었다. 학생 8명이 보였다. 분위기가 이상했다. 아니, 어수선했다. K 교수는 자기소개를 하면서 강의를 시작하려 했다. “저는 법학을 공부했고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학생 A가 손을 들었다. “교수님, 잠깐만요. 지금 이 학교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시나요?” K 교수는 머쓱해졌다. “전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학생들은 돌아가며 얘기했다. 학교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서…. 이날 강의는 1시간 반짜리. K 교수가 연구방법론에 대해서 가르친 시간은 20분이 안 됐다.○ 학생의 사명을 항상 강조했다 A를 비롯한 학생들은 지난해 9월 경기 양평군의 펜션으로 MT를 갔다. 회식이 시작됐다. 교수가 A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자리를 옮겼다. 교수는 또 다른 여학생 B를 구석으로 불러 어깨를 주물렀다. B는 불쾌했다. 집에 가겠다고 일어섰다. 교수가 같이 가겠다며 따라나섰다. 조금 걷다가 교수가 B의 손을 갑자기 잡았다. 뿌리치면서 따지고 싶었다. 뭐하는 거냐고. 주변엔 도와줄 사람이 보이지 않았고, 깜깜한 밤길이라 그렇게 못했다. 결국 손을 잡고 버스정류장까지 함께 갔다. 교수는 “키스해도 돼요?”라며 다가왔다. “악!” B가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돌린 사이 교수는 볼에 뽀뽀를 했다. 그러고는 “잠깐 안고 있자”며 껴안았다. 교수는 깍지를 껴서 잡은 B의 손을 본인의 다리 사이에 갖다댔다. 자신은 자제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교수가 말했다. B가 깍지 낀 손을 가리키며 “이건 뭐죠?”라고 하니까 그제야 놓아줬다. B는 집에 돌아가서 대학 교학처에 e메일을 보냈다. 개인 사정으로 자퇴를 하겠다고 했다. 마지막 부분에 이렇게 언급했다. ‘어깨 마사지 등 이상한 분위기 연출하고 버스정류장 데려다 준다며 손잡고 껴안고 과도한 스킨십 장난 아니던데… 교수로서, 인간으로서, 도덕적 자질이 의심된다.’ 며칠 뒤, 교수가 문자를 보냈다. ‘변명 없이 사과드린다.’ B의 e메일을 학교의 다른 관계자가 읽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일은 다른 여학생에게도 계속됐다. C는 자신의 경험을 기자에게 전했다. “교수가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에서 손을 잡아 깍지를 낀 뒤 주머니 속에 넣었다. 해외에 출장 갔을 때는 잘 곳이 없으면 자기 호텔에서 자라고 했다. 자신에게 시집오라고 한 적도 있다….” 교수의 이상한 행동은 올해 3월 초에 드러났다. 학생 몇몇이 모여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는 자리에서였다. 유엔평화대학은 유엔총회가 설립한 국제조약기구이자 고등교육기관. 한국이 서울로 유치한 아시아태평양캠퍼스는 2010년 개교했다. 석·박사 과정에 25명이 다닌다. 유엔의 이념을 실천할 인재를 양성한다는 곳에서 성추행이 계속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이 파악한 피해자는 4명이었다. 가해자는 한 명이었다. 문제의 교수는 평화와 갈등에 대해 가르쳤다. 강의시간에는 늘 올바른 마음자세를 가지라고, 평화를 사랑하는 유엔평화대학 학생답게 살라고 강조했다. 위치(position)보다 사명(mission)이 중요하다면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는 니체의 말도 가끔 인용했다. 학생 7명이 나섰다. 피해자 4명을 대신해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교수의 공개사과와 사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까지 요구했다. 학생들은 생각했다. 학교가 제대로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하겠지…. 학생들은 믿었다. 교수에게 당연히 책임을 묻겠지….○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요구했다 유엔평화대학 홈페이지를 보면 교수 13명이 있다. 이 중에서 전임교수는 2명이다. 학생들이 문제 삼은 교수는 전임이다. 그는 재단과 대학 설립 과정에 초기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개교하면서 상임이사와 사무총장을 맡았다. 학교는 3월 말에 진상조사팀을 만들었다. 이은욱 부총장, 다른 전임인 김모 교수 등 2명이 참여했다. 학생 측 대표는 안모 씨(31)가 맡았다. 문제의 교수는 부인했다.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를 들이밀자 포괄적으로 인정한다고 했다.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과문과 사임서를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상조사팀은 며칠 뒤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교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휴대전화도 꺼놓은 상태였다. 며칠이 더 지난 뒤, 교수는 180도 다른 태도로 나왔다. “나를 이 자리에서 몰아내려는 음모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학생들은 지난달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상조사를 의뢰했다. 학교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학생들은 이날 저녁,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와중에 C는 휴학했다. 유엔평화대학은 유피스(UPEACE)AP재단이 운영한다. 재단 이사회는 교수의 이사 직무를 정지시켰다. 교수직은 유지시키고 강의를 계속하도록 했다. 이어 정모 씨를 학교 교학과장으로 발령 냈다. 정 씨는 피해자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진상 파악을 위해 진상위원회 출석 요청 건’이라는 제목.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진상위원회와 학생 간 개별 만남을 요청한다. 불참석 시 불이익이 생길 수 있으며 학생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비밀리에 진상 파악 중이니 외부에 유출하는 걸 자제해 달라.’ 피해 학생들은 반발했다. C는 e메일에서 따졌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 이미 진상 규명 결과가 나온 걸로 알고 있으니 귀찮게 좀 하지 마세요. 불참석 시 어떤 불이익이 생긴다는 거예요? 어떤 피해가 가는지 말 좀 해주시죠. 정신적인 피해는 이미 충분히 받고 있으니 정신적인 피해 외에 재산적인 피해입니까, 물질적인 피해입니까. 메일을 받자마자 위협을 느껴서 밖에도 못 나갈 것 같아요.” 정 씨는 답장을 보냈다. “교수님은 항상 학생들과 친구처럼 어울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오해들도 받습니다. 이 상황이 개인적으로 너무 안타깝습니다.” 피해자들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해임과 퇴교 조치가 이어졌다 재단 이사회는 지난달 9일 이은욱 부총장 겸 이사를 퇴임 처리했다. 계약이 만료됐다는 이유였다. 이어 이강렬 이사장이 교수와 학생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내부 절차를 찾지 않고 외부기관에 이 사건을 조사하도록 한 것은 국제기관인 대학의 신뢰와 자율성을 해치는 일이며, 이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학생들은 다시 반발했다. 지난달 12일 성명을 내고 재단 이사회가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사태가 불거지자 이번 학기에 처음 강의를 맡은 강사 P 씨는 지난달 20일 “더이상 유엔평화대학과 연루되고 싶지 않다. 앞으로 강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학생들은 다시 모였다. 여기서 피해자 D가 말했다. “여러분, 주변에 소중한 사람이 성추행 피해를 당했으면 절대 신고하지 말라고 하세요. 피해 사실을 알린 뒤 이렇게 고통을 당하게 될 줄 정말 몰랐습니다.” 첫 진상조사팀에 들어갔던 김 교수는 지난달 29일 해임됐다. 통지서에는 ‘학생들 선동 자극, 등록금 반환투쟁 종용 등으로 학사 운영에 심대한 악영향 및 손실 발생, 인사 불복…’이라고 써있었다.김 교수와 함께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안 씨는 하루 뒤에 퇴교통지서를 받았다. ‘(피해자) A에 대하여 사실 확인 없이 국가인권위에 피해자라는 진정서를 고의로 제출해 명예 및 학교기구의 위상 실추, 학생 선동, 학습권 침해 및 면학 분위기 저하, 불신 조장 성명서 배포로 학교 불안감 조성 등 학사 운영에 심대한 악영향과 손실 발생.’ 유엔평화대학에 갈등과 혼란을 부른 교수는 기자와 2일 통화할 때 이렇게 설명했다. “이 모든 사태는 김 교수가 나를 쫓아내기 위해 학생들과 한통속이 돼 만들어낸 사건이다. 성추행 피해자들도 모두 김 교수와 한통속이다. 나는 나름대로 깨끗하게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다. 아무리 캐도 안 나오니까 주관적인 성추행 문제를 잡고 늘어졌다.” 성추행 또는 성희롱에 대한 학생들의 주장을 전했더니 “사실이 아니거나, 격려해준 행동을 왜곡하고 과장했다. 김 교수가 나를 몰아낸 뒤 본인이 유엔평화대학 아태센터장 자리에 앉으려고 학생들을 선동했다”고 반박했다. 코스타리카의 유엔평화대학 본부는 이 사안을 다룰 윤리위원회를 1일(현지 시간) 열었다. 외교부와 국가인권위는 자체 조사 결과를 이달 발표한다.:: 유엔평화대학(University for Peace·UPEACE) ::유엔 총회 결의(1980년)에 따라 설립된 국제조약기구이자 고등교육기관. 유엔의 이념을 실천할 차세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므로 이곳을 졸업하면 국내외에서 학력을 인정받는다. 대학본부는 코스타리카 캠퍼스에 있다. 한국은 2010년 유엔 사무총장에게 가입서를 내면서 아시아태평양 캠퍼스를 유치했다. 평화와 개발, 환경과 녹색성장 등 2개 분야에 석·박사 대학원 과정을 운영한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PA로 불리는 불법의료인에 대해 어떻게 제보해야 할지 몰라서요. 조언이라도….” 간호사 박가영(가명·33) 씨가 이달 초 기자에게 보낸 e메일은 이렇게 시작했다. 진료보조인력(PA)의 불법의료행태를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박 씨는 이후 수차례 “병원에서 환자를 마루타 취급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은밀하게 벌어지는 불법의료 때문에 환자들이 너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애타게 소식을 전해왔다. 박 씨의 제보로 본보 29일자 A23면 건강신문고에 실린 PA 문제는 18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주최한 ‘환자샤우팅카페’에서도 거론됐다. 이날 참석한 최모 씨(37·여)는 1월에 경기 지역 대학병원에서 자궁근종 수술을 받은 뒤에야 불임이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수술동의서를 쓸 때 불임에 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그는 당시 흰 가운을 입고 설명한 사람이 담당의사가 아닌 PA였음을 뒤늦게 알고 눈물을 훔쳤다고 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자는 1년 전에 PA와 관련된 기사를 세 차례 보도했다.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사단체로는 처음으로 PA의 불법의료 실태를 두 차례 검찰에 고발했고 이를 본보에 제보했다. 1년 전 취재수첩을 뒤적여보니 당시 병원에서 PA로 일한다는 A 씨(31·여)를 만난 기록이 있었다. 그는 “난 병원에서 의사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고 환자들도 날 의사선생님이라고 부른다”고 고백했다. 이어 “내가 환자라면 의사가 판단하고 처방도 내린 뒤 책임도 지길 원할 것”이라며 “내가 우리 병원에 아이를 맡긴 부모라면 굉장히 속상하고 화가 날 것 같다”고도 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똑같은 문제가 일어난다는 얘기다. 외국에선 장기간 훈련받은 진료보조인력을 PA라고 부른다. 정식 교육과정과 자격요건도 규정돼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아무런 규정을 만들지 않았다. 이러는 동안 간호사도, 응급구조사도, 심지어 무자격자도 PA라는 이름으로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뜨뜻미지근하기만 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9일 “아직 PA를 어떻게 할지 협의가 시작되지 않았다. 이해당사자 간 의견이 다양하기 때문에 언제 이 문제가 정리될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씨가 보낸 e메일의 말미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저는 간호사입니다. 생명윤리와 인간의 존엄성을 배웠습니다. 경제적인 목적으로 비의료인에게 시술법을 가르쳐서 이윤을 남기는 비윤리적인 병원을 그냥 바라보고 꾹 참고 있어야 할까요?” 계속 문제가 되는 현실을 알면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 이제라도 박 씨의 말을 새겨듣고 행동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이샘물 교육복지부 기자 evey@donga.com}
지난해 학업이나 진로 문제로 고민하다 전문상담기관을 찾은 청소년은 9명 중 1명에 불과했다. 가장 상담이 많았던 분야는 정신건강이었다.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상담경향분석보고서’를 28일 발표했다. 이 기관에서 지난해 24세 이하 청소년이 받은 개인상담은 모두 3500건이었다. 중학생(1351건) 고교생(1132건) 초등생(577건) 대학생(440건) 순으로 많았다. 성별로는 남학생 1685명, 여학생 1815명이다. 상담 내용을 종류별로 분석하니 정신건강 문제가 882건(25.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인관계 873건(24.9%), 가족문제 496건(14.2%) 순이었다. 학업이나 진로 문제는 401건(11.5%)으로 한참 낮았다. 학생들이 공부 외의 문제로 더 많이 고민한다는 얘기다. 정신건강 상담의 비율은 2008년 12.3%에서 지난해 25.2%로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우울한 느낌이나 위축감을 호소하는 상담 비율이 같은 기간 4.3%에서 12.6%로 증가했다. 자살이나 자해 시도에 대한 상담도 0.5%에서 3.1%로 늘었다. 반면 충동적, 공격적 성격으로 인한 상담은 4.8%에서 1.8%로 다소 줄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 따뜻한 햇살, 활짝 핀 꽃잎, 시원한 바람…. 바야흐로 봄나들이의 계절이다. 누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나선다. 즐겁게 놀다 돌아온다면 더없이 기쁘겠지만, 부주의하다간 뜻하지 않은 사고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병원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야외활동 도중 사고가 났을 땐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나들이 중에 일어나기 쉬운 불상사는 어떤 게 있을까. 그리고 각각의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오상훈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와 박인철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 기절한 사람, 얼굴 옆으로 돌려야 기도 안막혀 햇볕이 뜨거운 날에는 고체온증으로 갑자기 기절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등이 아래로 가도록 똑바로 눕혀야 한다. 물을 비롯해 어떤 음식도 입에 넣어서는 안 된다. 의식을 잃으면 기도가 막혀서 질식하기 쉽다. 기절한 사람의 얼굴을 옆으로 해 입속의 이물질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환자의 입에 귀를 대고 숨소리가 약하거나 느린지 관찰해야 한다. 호흡과 맥박이 약해졌거나 멈췄다고 판단되면 단순 기절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즉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쓰러진 사람이 숨을 쉬면 다리를 머리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자세는 중력을 이용해 혈액이 머리로 가도록 도와준다. 또 허리띠나 목의 옷깃 등 몸을 조이게 하는 옷 부위를 느슨하게 풀어 주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빨리 회복된다. 기절하기 전에 자신의 몸 상태를 스스로 가늠할 수는 있다.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주저하지 말고 바닥에 눕는 편이 좋다. 마땅한 장소가 없다면 앉은 자세에서 머리를 무릎 아래로 수그려야 한다. 이런 자세는 머리의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이런 자세를 유지하는 중에도 기절할 수 있다. 자신의 상태를 미리 알려야 하는 이유다. 기절한 뒤에 의식이 돌아오면 안색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이때 잠시 동안은 기운이 없는 느낌이 든다. 몇 분 정도는 조용히 누워 있는 게 바람직하다. 동시에 다른 증상은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슴의 통증이나 두통은 없는지, 호흡이 곤란하진 않은지, 감각에 이상은 없는지 체크해 보자. 이런 증상이 있을 땐 즉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탈수증세 땐 물-이온음료 반반씩 섞어 먹여야 자가용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이동할 때는 쉬엄쉬엄 가야 좋다. 도로에 장시간 갇히게 되면 아이들은 멀미로 인해 구토하기 쉽다. 음식물이 기도에 걸렸을 때는 아이를 뒤에서 껴안은 자세로 양팔로 감싼 뒤 양손으로 아이의 명치 아래 부위를 압박해야 한다. 이때 한 손은 주먹을 쥐고 배에 닿도록 하고, 다른 한 손은 주먹 쥔 손을 감싼다. 아이가 1세 미만이라면 몸을 엎어 머리가 땅 쪽으로 향하게 하고, 등을 쳐야 효과적이다. 햇볕이 뜨거운 날에는 아이들이 노는 데 정신이 팔려 탈수증에 걸릴지 모른다. 초기에는 땀을 많이 흘리고 물을 찾는다. 증세가 심해지면 몸에 힘이 빠지고 땀도 안 날뿐더러 숨을 가쁘게 쉬게 된다. 말과 행동이 부자연스럽게 된다. 이런 증상을 막으려면 놀다가도 적당히 쉬도록 하는 한편, 수분 공급을 수시로 해 줘야 한다. 탈수 증상을 보이면 즉시 아이를 그늘로 데려가 편안히 눕히고, 신발과 옷을 느슨하게 해 주고 부채질로 몸을 식혀 줘야 한다. 아울러 이온음료와 물을 반반씩 희석시켜 먹이는 게 좋다. 탄산음료나 아이스크림은 오히려 갈증을 야기할 수 있다. 야외활동 중에 아이가 부상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는 다친 부위가 흔들리지 않게 고정한 뒤 의료진을 찾는 게 최상이다. 살갗이 까지거나 찢겼다면 소독을 이유로 과산화수소수나 베타딘과 같은 소독제를 무작정 발라선 안 된다. 바를 때 통증이 심하고, 세균뿐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나쁜 영향을 줘 상처가 아무는 걸 더디게 한다. 심하게 오염된 상처나 다른 처치 약물이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삼가는 게 좋다. 상처가 생기면 생리식염수나 흐르는 물로 씻어 내고 항생제 연고를 발라야 한다. 또 상처부위를 깨끗이 하고 흉터가 생기지 않도록 돕는 국소 처치용 재료를 사용하는 게 좋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