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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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zsh75@donga.com

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남북한 관계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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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3%
  • 축구장 7개 크기 페이스북 신사옥… 뻥뚫린 하나의 사무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업체인 페이스북이 지난달 30일 새로 지은 사옥에 입주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회사 이전 사실을 밝히고 공중에서 찍은 새 사옥의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머테오 카운티의 소도시 멘로파크에 들어선 신사옥은 소통과 개방, 연결이라는 페이스북의 기업 철학을 충실히 담고 있으면서도 단순하고 소박하게 건설됐다. 가장 큰 특징은 2800여 명의 직원이 일하는 사무실이 칸막이 없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점. 사옥 전체가 하나로 뻥 뚫린 초대형 사무실 하나인 셈이다. 사무 공간은 단층으로 돼 있고 면적은 약 4만 m²로 축구장 7개를 합쳐 놓은 것과 맞먹는다. 개방형 실내 사무 공간으론 세계에서 가장 넓다. 저커버그 CEO는 “우리 목표는 팀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완벽한 엔지니어링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전 세계에 걸쳐 우리 서비스를 통해 만들려고 하는 것과 동일한 공동체의 분위기, 연결의 분위기를 우리 업무 공간이 반영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이날 오후 저커버그 CEO와 2인자인 마이크 슈뢰퍼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신사옥에서 첫 번째 회의를 하는 사진도 올렸다. 회의 공간의 바닥과 테이블에는 알록달록한 짐볼이 가득 차 있어 흡사 아이들의 놀이터와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페이스북 신사옥의 또 다른 특징은 단순함이다. 우주선을 본떠 만드는 애플의 쿠퍼티노 본사나 거대한 유리 천막 형태로 만든 구글 본사 등 최첨단 분위가 물씬 풍기는 다른 정보기술(IT) 회사 건물과는 달리 페이스북의 신사옥은 화려한 맛은 없다. 저커버그는 “이 건물은 의도적으로 매우 간단하고 소박하게 지어졌다”며 “사람들이 우리 건물에 들어설 때면 세계를 연결하려는 우리의 사명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느끼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신사옥의 높이는 21m로 밖에서 볼 때는 낮아 보인다. 그러나 내부에서 보면 전체 공간이 툭 터져 있고 천장이 매우 높아 시원한 느낌이 든다. 건물 옥상에는 야외 정원이 펼쳐져 있다. 사무 공간 면적보다 약간 작은 3만6422m²의 옥상정원에는 400그루의 나무가 자란다. 직원들은 옥상에 펼쳐진 1.6km의 산책로를 걸으며 아이디어를 재충전할 수 있다. ‘MPK20’(페이스북 소유의 20번째 건물)이란 이름이 붙은 페이스북 신사옥은 로스앤젤레스의 명물인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등을 지은 건축계의 거장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을 맡았다. 새 사옥은 미국 그린빌딩위원회(GBC)가 부여하는 친환경 건축물(LEED) 인증을 획득했다. 페이스북은 앞으로 사옥에 각종 벽화도 추가로 그릴 예정이다. 페이스북의 첫 사옥 벽화를 그렸던 재미교포 그래픽 아티스트 데이비드 최 씨가 15명의 아티스트를 지휘해 신사옥의 벽화도 그리게 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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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아프리카까지 60개국 연결… 유라시아 패권 겨냥한 ‘중국굴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보아오(博鰲) 포럼에서 아시아 운명 공동체 구상을 발표하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강조한 직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외교부 상무부는 기다렸다는 듯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일대일로’ 세부 계획을 지도와 도면을 통해 소개하면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가 지나는 길목에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과 영토 갈등 중인 남중국해를 분명히 포함시켰다. 또 기존의 인도양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해상 실크로드 노선 외에 남태평양도 포함됐다. 이곳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일본의 영향력 확대를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21세기 유라시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중국 굴기(굴起)의 원대한 도전이 마침내 새 막을 올렸다는 평가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영향권 중국의 일대일로 건설 범위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대륙과 주변 해역까지 아우른다. 육로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유럽 대륙으로 가는 노선과 중앙아시아에서 중동을 거쳐 지중해 연안까지 이어지는 크게 두 갈래 길이다. 해로는 중국 연해에서 동남아시아와 인도양, 아라비아 만과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아라비아 만을 거치기 전에 케냐 등 아프리카 동부 해안 일부도 거치면서 아프리카 대륙도 들어간다. 포함되는 국가는 줄잡아 60여 개국에 인구는 44억 명에 이른다. 일대일로는 중국 각 지방에 막대한 건설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 31개 성시 자치구 중 18곳이 일대일로와 관련되며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푸젠(福建) 성은 각각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구’ 역할을 한다. 해상교역로 확충을 위해 톈진(天津),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15개 연안 도시에 항구 시설이 새로 건립된다. 민성(民生)증권이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신규 ‘일대일로 인프라’ 건설 규모는 1조400억 위안(약 185조 원)에 이른다. 또 관련국에서 막대한 규모의 건설 붐을 일으킬 수도 있다. 현재 20여 개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이며 사업 규모는 524억7000만 달러(약 58조 원)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실크로드 기금 유한공사’를 설립하고 400억 달러의 기금 운용에 들어갔다. 이 자금 운용 등을 통해 실크로드 건설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국의 경제 영토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5가지 소통 방안 이번에 발표된 행동 계획에는 이 국가들을 어떻게 관계 맺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이 나와 있다. 중국은 관련국 간의 ‘5가지 소통’ 방법을 제시했다. 각국의 전략과 대책을 충분히 교류하는 ‘정책 소통’, 교통 에너지 통신 등 사회기초 시설을 서로 잇는 ‘인프라 연통(聯通·연결)’, 투자와 무역 장벽 제거 등을 통한 ‘무역 창통(暢通)’, 금융 분야에서는 국가 간 통화스와프 확대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브릭스(BRICS) 개발은행 설립 등 ‘자금 융통’, 그리고 민간의 활발한 상호 교류 등 ‘민심 상통’ 등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외국 정부와 기업 및 금융기구의 중국 내 위안화 채권 발행을 권장하고 자국 금융기구와 기업들도 국외에서 위안화 또는 외국 통화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확대키로 했다. 중국은 문화 학술 인재 미디어 등 분야를 아우르는 전면적인 교류를 확대하며 매년 1만 명 상당의 정부 장학금을 외국인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일대일로는 2049년까지 30년 넘게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중국은 28일 발표문을 통해 “세계의 다극화, 경제의 글로벌화, 문화의 다양화, 사회의 정보화 등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더 큰 범위, 더 높은 수준, 더 깊은 단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이런 구상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가는 거의 없다. 신흥국의 경우 이 프로젝트에 발을 담그는 순간 자연스럽게 중국이 주도하는 이슈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추진했던 ‘마셜 플랜’(유럽부흥계획)에 비교되기도 한다. 마셜 플랜이 서유럽에 대한 경제 군사적 원조를 통해 소련의 팽창을 막았던 것처럼 일대일로에는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속내가 담겼다는 것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영어로는 ‘One belt, One road’. 중앙 및 서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육로(一帶)와 인도양에서 유럽, 남중국해에서 남태평양까지 가는 바닷길(一路)을 합친 개념. 바닷길은 한정돼 있는 반면 육지가 커버하는 지역은 더 광범위해서 바다의 ‘road’에 비해 육지에 ‘belt’라는 더 넓은 개념을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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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땅속으로 사라지는 김일성 父子동상의 비밀

    북한 나진특별시 시내 중심 광장은 요즘 김일성·김정일 동상 건립 막바지 공사로 분주하다.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을 계기로 성대한 제막행사도 열릴 것이다. 사실 나진 동상 건설은 많이 늦은 것이다. 평양 만수대 언덕에 있었던 김일성 동상은 김정일 사망 4개월여 만인 2012년 4월 코트 차림의 김일성과 김정일이 나란히 서 있는 동상으로 바뀌었다. 이듬해 김정일 동상은 잠바 차림으로 교체됐다. 김정일이 생전에 코트를 입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이후 각 지방도 경쟁적으로 김일성 동상을 김 씨 부자 동상으로 바꾸었다. 충성 경쟁에서 나진이 지각한 셈이다. 나진의 동상 공사장은 흰 가림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북한에서 가림막의 의미는 곧 “김 씨 일가 관련 시설물 공사이니 남이 보면 안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워낙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 충성심을 강요당해 늦은 밤까지 동원되다 보니 가림막 뒤의 ‘비밀’은 외부로 솔솔 샌다. 나진의 가림막 뒤에서는 크고 깊은 지하 대피소 공사가 벌어진다고 한다. 유사시엔 특수 제작된 승강기가 작동해 수십∼수백 t에 이르는 화강석 단과 동상을 땅속으로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란다. 동상 아래에 지하 대피소가 있는 곳은 비단 나진뿐만은 아닐 것이다. 만수대의 초대형 동상도 전쟁이 나면 땅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1993년 초반 김정일 지시로 전쟁이 벌어지면 김 씨 일가의 동상 석고상 초상화 등을 대피시킬 ‘지하 보관고’ 건설이 전국적으로 진행됐다. 동상 지하 대피소도 이때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김일성 동상 안보(安保)는 골치 아프지만 반드시 풀어야 할 오래된 숙제다. 대다수 동상은 시내 중심부에 있다. 주변엔 주요 기관 청사가 몰려 있어 전쟁이 나면 폭격이나 함포의 집중 공격을 받을 곳이기도 하다. 북한 당국엔 동상 파괴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과거엔 전쟁 발발 시 각 지방 노동당 조직의 최우선 임무는 동상을 안전한 내륙으로 피란 보내는 일이었다. 그런데 동상은 너무 무겁다. 그렇다고 동상을 분해하는, 용납할 수 없는 ‘불경’을 저지르긴 엄두가 안 나는지라 결국 지하 대피소에 감추는 것으로 결론 낸 것 같다. 밖에서 보면 “그까짓 동상이 뭐라고” 싶지만 북한에서 동상은 ‘영생’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살아있는 김 부자를 상징한다. 그래서 만수대창작사에서 새 동상이 제작되면 김 부자를 맞이하듯이 거수경례를 붙이며 영접 의전이 벌어지고, 동상이 세워질 곳까지 이동할 때도 최고 호위를 받는다. 밤에 동상을 비추는 조명은 동상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북한은 수십 년래의 기록적인 가뭄으로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전깃불을 구경하지 못한 곳도 많고 기차도 달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속에서도 전국의 동상은 전기를 최우선적으로 공급받는다. 그럼에도 발전소가 고장 나거나 태풍으로 송전선이 끊기는 등의 사고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동상 공급 전기를 도중에 몰래 따서 쓰다 합선을 일으키는 ‘반동놈’도 있다. 이런 사태를 대비해 디젤 발전기가 준비돼 있다. 이 발전기는 사고가 발생하면 지체 없이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발전(發電) 대기 상태로 항상 돌아간다. 이게 다가 아니다. 디젤 발전기 고장 대비용 발전기가 또 있다. 돈이 적지 않게 들지만 여러 간부들의 목이 걸린 중요한 일이다. 북한이 연평도에 포사격을 했을 때 남쪽에선 “해주 김일성 동상을 깨부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타격하려는 순간 그 동상은 땅 위에 있을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외부에서 동상을 깨부수겠다는 주장엔 찬성할 수 없다. 다른 일은 몰라도 동상의 처분은 무조건 북한 주민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 남이 동상을 깨준다고 우상화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 우상화가 무너져야 동상도 무너진다. 이게 순리다. 해외에 파견됐다 탈북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인터넷을 안 순간부터 구글 검색창에 김일성, 김정일의 이름을 쳐보고 싶었습니다. 일주일을 고민했습니다. 알게 되면 집에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 예감 때문이었죠.” 그는 결국 진실을 알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했다. 예감도 맞았다. 동상이 상징하는 우상화가 단단해 보여도 실상은 진실의 볕이 쬐면 한순간에 녹는 얼음에 불과하다. 우상화가 사라진 땅이라면 동상을 지하에 감춘들, 지옥에 감춘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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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프라스, 취임 두달만에 獨에 무릎

    1월 취임 당시 “2차 세계대전 배상금이나 내놓으라”며 독일에 강경 목소리를 내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두 달 만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절박하게 매달리는 신세가 됐다. 23일 독일 베를린에선 치프라스 총리와 메르켈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열렸다. 국제 금융계는 치프라스 총리가 독일에서 추가 금융 지원을 얻어 낼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회담 직후 메르켈 총리는 “자금 지원과 그리스 개혁안 결정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목적을 이루지 못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치프라스 총리의 독일 방문은 그리스가 자금난으로 국가 파산의 위기에 몰려 있는 시점에서 이뤄졌다. 그리스는 4월 9일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4억6700만 유로(약 5640억 원)의 채무를 갚아야 한다. 그러자면 당장 이달 말부터 공무원 임금과 연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 궁지에 몰린 치프라스 총리는 취임 초기의 당당한 기세를 버리고 돈을 얻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다. 이달 15일 메르켈 총리에게 그리스의 사정을 설명하며 추가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5쪽 분량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고, 19, 20일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참가해 72억 유로의 추가 구제금융을 요청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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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싱가포르 접촉’ 이뤄질까

    북한이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타계 조문단을 파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조문단을 보낼 경우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리 전 총리의 국장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만큼 박 대통령 측과 현지에서 접촉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보 소식통은 24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리 전 총리의 아들인 데다 싱가포르는 북한의 각종 돈 세탁은 물론 다양한 무역 교류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가치가 있는 나라”라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또는 박봉주 내각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북한 조문단이 파견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1975년 싱가포르와 수교했다. 북한은 이날 박 총리 명의로 “우리 인민의 친근한 벗인 리관유(리콴유) 각하가 애석하게 서거했다는 슬픈 소식에 접해 가장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조전을 보냈다. 박 대통령 역시 조문단을 이끌고 29일 싱가포르국립대에서 개최되는 리 전 총리의 국장에 참석한다. 소식통은 “외교부 관계자 및 정치인들이 조문단에 합류할 경우 남북 간 현지 ‘비공식’ 고위급 접촉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아직까지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북한 측 인사와의 비공식 접촉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밀 접촉’을 금기시하는 정부 내 분위기가 여전히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한미 독수리훈련이 진행 중이고 북한 역시 대북 전단 문제 해결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만큼 양측이 비공식적으로라도 당장 특정 의제를 갖고 만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남북이 싱가포르 현지에서 자연스럽게 접촉해 “앞으로 만나자”는 교감만 나누더라도 진일보한 성과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밀 접촉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비공개 공식 라인’ 가동에 대해 정부도 여지를 남겨 놓은 만큼 향후 남북 접촉의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김정안 jkim@donga.com·주성하 기자}

    • 201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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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콴유 “박정희 대통령은 亞 3대 지도자”

    2013년 12월 100여 개국 전·현직 정상이 모여 사상 최대 규모의 ‘조문외교’가 펼쳐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장례식 때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를 대신 보냈다. 하지만 29일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열리는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국장(國葬)에는 직접 참석한다. 파격적 예우다. 현직 대통령의 전직 해외 정상 장례식 참석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이후 15년 만이다. 리 전 총리는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모두 만났다. 그가 처음 한국을 찾은 건 박 전 대통령 재임 때인 1979년 10월 16일.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 대통령은 리 전 총리를 직접 맞았다. 이날 리 전 총리는 “만약 (박 전 대통령) 각하께서 눈앞의 현실에만 집착했다면 오늘 우리가 본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경의를 표했다. 일주일 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을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최고지도자,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일본 총리와 함께 ‘아시아 3대 지도자’로 꼽았다. 박 대통령은 한국의 첫 부녀(父女) 대통령이고, 리셴룽(李顯龍) 현 총리는 싱가포르 첫 부자(父子) 총리라는 인연도 있다. 둘은 1952년생 동갑내기이며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도 닮았다. 리 전 총리는 김대중(DJ) 전 대통령과도 1994년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에서 ‘아시아적 가치’라는 주제로 설전을 벌였다. 당시 정계를 떠나 있었던 DJ는 아태평화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리 전 총리의 주장에 대해 “문화가 숙명인 게 아니라 민주주의가 숙명”이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5년 뒤인 1999년 10월 두 사람은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고인은 회고록에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 관련해 “그들은 집권했던 시기에 통용되던 당시의 기준에 따라 행동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그들은 ‘악한(villain)’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두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것을 두고는 “지금 집권한 다른 나라 군부 지도자들에게 대중적 지지를 추구하는 민간 정치인들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하는 그릇된 메시지를 전했다”고도 했다. 리 전 총리는 1981년 현대건설이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건설에 참여할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집무실로 불러 5분짜리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기도 했다.이재명 egija@donga.com·주성하 기자}

    • 201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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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시진핑 취임이후 反부패로 장·차관급 99명 낙마”…올해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 취임 이후 반(反)부패 캠페인으로 낙마한 ‘성부급(장차관급)’ 관료가 9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인민일보(人民日報) 해외판이 운영하는 웨이신(微信·중국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 매체인 ‘협객도(俠客島)’가 18일 보도했다. 99명 중 당과 정부의 고위관료는 69명, 군 고위관료는 30명으로 조사됐다. 낙마된 관료의 절대 다수가 남성이지만 여성도 2명 포함돼 있다. 바이윈(白雲) 전 통일전선부장, 가오샤오옌(高小燕) 전 인민해방군 소장이 여성이다. 당과 정부의 부패 고위관료 69명의 평균 연령은 58세였다. 40대가 3명, 50대 45명, 60대 19명, 70대 2명 등이다. 낙마한 부패 관료 중 가장 연장자는 72세인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고, 가장 나이가 적은 부패 고위관료는 48세인 지원린(冀文林) 전 하이난(海南)성 부성장이다. 지원린은 저우융캉의 핵심측근 중 한 명이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이미 11명의 성부급 관료가 낙마했다. 이 매체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에도 6명의 ‘호랑이(부패 고위관료)’가 잡혀갔다”며 “시진핑 체제의 ‘호랑이 사냥’은 올해에도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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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갑지? 목 잘릴때 상상해봐” IS 인질 기자의 끔찍한 기억

    “‘느껴봐, 차갑지 않아? 네 목이 잘라질 때 고통을 상상해봐.’ 지하디 존이 내 목에 칼을 대고 빙빙 돌리며 말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체포돼 6개월 간 시리아 락카에서 인질생활을 했던 스페인 기자가 참수전문가 ‘지하디 존’의 살해 위협에 시달렸던 끔찍했던 과거를 터놓았다. 스페인 일간 엘문도의 기자 하비에르 에스피노사는 15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의 기고문에서 “지하디 존은 서방 인질들에게 참수 위협을 자주 가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일종의 사이코패스였다”고 썼다. 에스피노사는 2013년 시리아 내전 현장을 취재하다가 동료 사진 기자와 함께 지하디 존 일당에게 체포돼 외국인 인질들과 함께 생활했다. 지하디 존은 인질들에게 참수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도 했고 참수 후에 잘린 머리를 어디에 갖다놓을지도 설명했다고 에스피노사는 회상했다. 또 그가 참수 위협에 골동품 같은 칼을 사용했다면서 칼로 위협한 뒤 탄환이 없는 권총을 머리에 대고서 세 차례 격발하는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끔찍한 기억은 처형된 러시아 엔지니어 세르게이 고르브노프의 시신을 파내게 한 뒤 인질들을 머리에 총알자국이 선명한 시체와 나란히 누워 자게 했던 것이라고 에스피노사는 회고했다. 에스피노사는 지하디 존이 자신들에게서 빼앗은 돈을 한 방에 가져다 넣는 것을 봤는데, 그 방에는 이미 수백 만 달러가 넘는 돈이 쌓여있었다고 증언했다. 에스피노사는 억류 194일 만인 지난해 3월 풀려났다. 동료 사진 기자도 시간차를 두고 풀려났다. 스페인 당국이 몸값을 주고 이들을 구한 것이다. 이때는 아직 IS가 국가 선포를 하지 않고 테러조직으로 존재하던 때였다.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인질도 돈을 주고 풀려났다. 하지만 몸값 지불을 거절한 미국과 영국 인질들은 참수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에스피노사는 자신이 석방된 직후, 같이 갇혀 있던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가 지하디 존에 의해 잔인하게 참수되는 영상을 지켜봐야 했다. 유럽인으로 최초로 참수당한 영국인 구호요원 엘런 헤닝과 데이비드 헤인스도 에스피노사와 함께 인질생활을 했다. 에스피노사는 이들은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고 남을 배려하던 진정한 신사들이라고 회상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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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美-러 이어 세계 3대 무기 수출국 부상…최대 고객 국가는?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대 무기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16일 펴낸 국제무기거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4년 사이 5년간 중국의 무기 수출은 143% 증가해 독일과 프랑스를 제쳤다. 중국 독일 프랑스가 전 세계 무기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똑같이 5%이지만, 금액에서 중국이 두 나라를 조금 앞섰다. 중국은 이전 5년 기간(2005~2009년)에는 세계 무기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 수준으로 독일(11%) 프랑스(8%) 영국(4%)보다 낮았다. 중국 무기를 수입하는 주요 국가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 아시아 국가들이다. 특히 파키스탄은 중국 무기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국이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중국 무기를 주로 수입하고 있다.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 미국은 전체 무기 수출 시장의 31%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지켰다. 러시아는 세계 무기 수출 비중 27%로 2위를 유지했다. 두 나라는 전 세계 무기 수출 시장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최대 고객은 한국, 러시아의 최대 고객은 인도인 것으로 각각 조사됐다. 미국 무기 수출의 9%를 한국이 구매한다.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인 인도는 무기의 70%를 러시아에서 사온다. SIPRI는 지난 5년간 세계 무기거래 규모는 이전 5년(2005~2009)의 기간보다 16% 늘어났다고 밝혔다. 아시아와 중동 국가들이 무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 떠올랐다. 세계 무기 수입국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인도(1위·15%)와 중국(3위·5%), 파키스탄(5위·4%), 한국(9위·3%), 싱가포르(10위·3%) 등 아시아 5개국은 전 세계 무기 수입의 30%를 차지했다.주성하 zsh75@donga.com}

    • 2015-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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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뇌물 주고 군대 탈출하는 북한 군관들

    북한군이 스스로 와해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군관들의 ‘탈군(脫軍) 바람’이다. 먹고살기 힘든 데다 김정은 시대 들어 군 생활은 더욱 고달파지니 사회에 빨리 나가 돈 버는 것이 최선이라 인식하는 것이다. 연대장쯤 되면 나이가 있기 때문에 정년까지 버티려고 애를 쓰지만 대대장급 이하 군관들은 생각이 다르다. 군관 출신은 노동당이나 보안부 등 권력 기관에 배치되는 데 유리하다. 군에서 힘들게 살기보다는 뇌물 받을 수 있는 직업을 하루라도 빨리 얻는 것이 더 실속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당연히 군 당국은 제대를 강력히 막는다. 그래서 제대를 위한 뇌물이 공공연하게 오고간다. 40대를 넘으면 200달러 정도면 가능하지만 30대 군관은 500달러까지 주어야 한다. 군에서 매관매직이 아니라 ‘탈관탈직’이 트렌드가 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북한에서 500달러는 일반 4인 가정이 1년은 잘 먹고 살 수 있는 돈이다. 달러를 구경하기 어려운 초급 군관에겐 평생 만지기 어려운 거액이다.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달러가 모아지는 것도 아니고, 대출 받을 곳도 없다. 군의소에 뇌물을 주고 ‘감정제대(의가사제대)’되는 ‘우회로’도 물론 있다. 하지만 뇌물이 적게 드는 대신 사회에 나가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단점도 있다. 요즘은 군관에게 시집오겠다는 여성도 없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전엔 군관이 처녀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배급과 월급이 꼬박꼬박 잘 나오고 궂은일은 병사들이 다 해주기 때문에 거의 ‘사모님’처럼 살 수 있어서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엔 병사들을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게 하라고 군관들을 다그치니 군관 아내가 되면 돼지 기르기나 콩 농사 따위로 세월 다 보내야 한다. 요즘 북한에서 군관에게 시집가겠다는 처녀 대다수는 산골 농민이다. 자식에겐 농민 신분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다. 간혹 좋은 집안에 장가가는 군관도 있지만, 이는 사위를 일찍 제대시켜 간부로 밀어주겠다는 처갓집의 속셈 때문이다. 군관 가치가 땅에 떨어지니 군관학교에 자원자도 없다. 그러니 요즘은 쭉정이가 군관이 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다. 군관부터 군에서 제대하지 못해 안달이 났으니 군 기강도 말이 아니다. 북한 병사들의 목표는 오래전부터 “도둑질해먹고, 강도질해먹어도 10년 동안 영양실조만 걸리지 말자”이다. 부모들부터 그렇게 요구한다. 영양실조를 피하기 위해선 훔치는 기술보다 어떤 부대에 배치되는가가 더 중요하다. 최근에 탈북한 북한 군인 대다수가 전투부대는 편제의 70%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단 편제가 1만 명이라면 실제 병력은 7000명도 채 안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영양실조로 집에 치료하러 간 병사, 돈 벌어오라고 집에 보낸 병사까지 빼면 가용 병력은 더 줄어든다. 한국 국방백서엔 북한군 병력이 120만 명이라고 언급돼 있지만 탈북 병사들의 말을 들으면 전쟁 나면 60만 명은 동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와중에도 편제의 110%가 넘는 부대도 있다. 해안경비대가 대표적이다. 해안경비대는 어부 단속 권한이 있다. 어선에서 생산물의 20% 정도 뜯어내고, 안 주면 출항시키지 않는다. 그러니 해안경비대에 가면 최소한 영양실조에 걸릴 가능성은 낮다. 부모는 자식을 이런 부대에 보내기 위해 온갖 연줄을 다 동원한다. 그런데 편제 정원이 넘친다는 것은 언제든 전투부대로 쫓겨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좋은 부대에서 쫓겨나면 ‘데꼬당했다’고 한다. 좋은 부대 가려고 뇌물을 쓰고, ‘데꼬’ 당하지 않으려 뇌물 쓰다 보니 병사들부터 돈에 환장해 있다. 지난해 탈북한 한 군관은 이렇게 말했다. “대다수 북한 병사들이 전쟁을 원합니다. 죽든지 살든지 이 힘든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다는 거죠. 하지만 충성심이나 애국심 따위는 머릿속에서 날아간 지 오랩니다. 부하들에게 전쟁이 벌어지면 뭘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남쪽에 가서 은행을 털겠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은행은 국가가 해먹을 거니 나는 집집을 돌며 냉장고를 훔쳐 땅에 묻었다가 전쟁이 끝나면 집에 가져가겠다는 병사도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군인과 마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물론 남북의 압도적 전력차를 감안하면 냉장고를 훔친다는 북한 병사의 ‘소박한’ 욕심은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런 와중에 김정은은 최근 군에 “10월까지 미국과 전쟁할 준비를 마치라”는 지시를 하달한 뒤 부대를 돌며 “미제와 추종세력들을 걸레짝처럼 만들겠다”고 기세등등하다. 문득 궁금해진다. 서울 사는 나도 아는 북한군의 속살을 김정은은 알고나 있을까.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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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급 27만원중 근로자 몫은 11만원

    중국 기업은 북한 여성 근로자들에게 통상 월 1500위안(약 27만 원) 정도의 임금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금은 낮지만 북한 여성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 데다 기술 습득이 빠르고 합숙생활을 하기 때문에 결근도 거의 하지 않는다. 돈을 벌어 고향으로 가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정작 중국 현지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직접 손에 쥐는 돈은 600∼750위안(약 11만∼13만 원) 선. 중국 공장에서 12시간 정도 일하면 600위안, 특근까지 하면 750위안을 가져갈 수 있다. 나머지 임금은 식비나 생활비 명목으로 일부 쓴 뒤 북한 당국이 모두 가져간다. 결국 북한 당국과 여성 근로자는 중국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을 반씩 나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비율에서 북한 당국이 더 뜯어가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나진선봉의 북한 소식통은 “현재 나진선봉 지역에서 여성을 고용하려면 최소 300위안은 줘야 한다. 중국에 건너가 12시간 넘게 일해 600위안도 못 번다면 지원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훈춘(琿春) 등 동북지역에 파견되는 북한 근로자들은 북부 나진선봉지역을 중심으로 함경북도 지역에서 모집하고 있지만 요즘에는 중국 쪽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 평양 등에서도 인력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송출된 북한 여성 근로자는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나온 행정 책임자와 조직생활 담당자가 통제한다. 하지만 보위부 요원도 보통 공장별로 파견돼 탈북을 감시한다. 이들은 여성 근로자 중에서 몰래 첩자를 뽑아 다른 근로자들을 감시하게 한다. 중국에 파견되는 보위원은 ‘꽃보직’으로 보위부 내에서도 매우 경쟁이 치열한 자리다. 별로 하는 일도 없을뿐더러 근로자들이 외출 나가는 것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외화를 뇌물로 받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 근로자를 통제하기 때문에 성 상납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작업장에서 도주자가 생기면 처벌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도 따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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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광물 외화벌이 ‘고난의 행군’

    올해 북한의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의 핵심 수출품목인 무연탄과 철광석이 중국의 소비 감소와 환경 규제 강화,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이라는 3대 악재에 부딪쳐 수출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광물은 2014년 기준 북한 전체 수출액의 50%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 비중이 높다.○ 중국의 석탄 소비 감축 및 환경 규제 강화 6일 발표된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2015∼2020년 석탄 소비 계획’에 따르면 중국의 석탄소비량은 2017년까지 8000만 t, 2020년까지 1억6000만 t 이상 각각 줄어들 예정이다.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에 대처하고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중국이 연도별 석탄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이번 결정의 최대 피해자는 북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체 광물의 97.4%가 중국에 수출될 정도로 의존도가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북한의 대중 무연탄 수출액은 북한 전체 수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초부터 시행된 중국의 강화된 환경 규제도 또 다른 복병이다. 공업정보화부는 2020년까지 석탄 분진 배출량은 100만 t을, 아황산가스 배출량은 120만 t을 각각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해 9월 ‘무연탄 품질관리 잠정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이 조치의 시행에 따라 중국 기업에서는 오염물질이 많은 저질 무연탄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중국으로 수입되는 무연탄은 주요 오염물질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전량 반송되고 있다. 문제는 북한산 무연탄 대다수가 강화된 중국의 환경규제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 실제로 지난달 27일 북한산 무연탄을 적재한 화물선이 중국 산둥(山東) 성 르자오(日照) 항에 도착했다가 수은 함량 기준치 초과로 검역을 통과하지 못해 북한으로 되돌아갔다. 중국에 도착한 북한 무연탄이 반송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제 광물 가격 하락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광물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북한 수출이 큰 타격을 받았다. 3, 4년 전만 해도 t당 100달러를 넘었던 무연탄 수출 가격이 2013년 83.4달러, 2014년 73.4달러로 점점 하락하더니 올해 1월엔 65달러까지 폭락했다. 철광석 수출 가격 역시 2011년 t당 129.3달러였지만 올 1월엔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53.9달러까지 떨어졌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따르면 북한의 올해 1월 철광석 수출은 827만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급격히 위축됐다. 이처럼 수출에 큰 차질이 빚어지자 북한 당국은 근로자들의 주머니를 쥐어짜고 있다. 8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올 들어 자국 내 외국 기업에 취직한 근로자들이 국가에 내는 ‘충성자금’ 규모를 과거보다 20%포인트 높였다. 예전에 외화로 받던 월급의 60%를 북한 당국에 바쳤다면 지금은 버는 돈의 80%를 뜯어가고 있다는 것. 근로자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북한이 최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이달부터 5.18%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한국 기업들에 통보한 것도 돈줄이 급격히 말라가는 데 따른 다급함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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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3대 악재에 수출 비상, 근로자 외화 80% 뜯어가…

    올해 북한의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의 핵심 수출품목인 무연탄과 철광석이 중국의 소비 감소와 환경 규제 강화,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이라는 3대 악재에 부딪혀 수출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광물은 최근 북한 전체 수출액의 60%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 비중이 높다. ○중국의 석탄 소비 감축 및 환경 규제 강화 6일 발표된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2015년~2020년 석탄 소비 계획’에 따르면 중국의 석탄소비량은 2017년까지 8000만 톤, 2020년까지 1억6000만 톤 이상 각각 줄어들 예정이다.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에 대처하고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중국이 연도별 석탄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이번 결정의 최대 피해자는 북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체 광물의 97.4%가 중국에 수출되고 있을 정도로 의존도가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북한의 대중 무연탄 수출액은 북한 전체 수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초부터 시행된 중국의 강화된 환경 규제도 또 다른 복병이다. 공업정보화부는 2020년까지 석탄 분진 배출량은 100만 톤을, 아황산가스 배출량은 120만 톤을 각각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해 9월 ‘무연탄 품질관리 잠정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이 조치 시행에 따라 중국 기업에서는 오염물질이 많은 저질 무연탄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중국으로 수입되는 무연탄은 주요 오염물질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전량 반송되고 있다. 문제는 북한산 무연탄 대다수가 강화된 중국의 환경규제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 실제로 지난달 27일 북한산 무연탄을 적재한 화물선이 중국 산둥(山東) 성 르자오(日照) 항에 도착했다가 수은 함량 기준치 초과로 검역을 통과하지 못해 북한으로 다시 돌아갔다. 중국에 도착한 북한 무연탄이 반송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제 광물가격 하락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광물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북한 수출이 큰 타격을 받았다. 3,4년 전만 해도 톤탕 100달러를 넘었던 무연탄 수출가격이 2013년 83.4달러, 2014년 73.4달러로 점점 하락하더니 올해 1월엔 65달러까지 폭락했다. 철광석 수출가격 역시 2011년에 톤당 129.3달러였지만 올 1월엔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53.9달러까지 떨어졌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따르면 북한의 올 1월 철광석 수출은 827만 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급격히 위축됐다. 이처럼 수출에 큰 차질이 빚어지자 북한 당국은 근로자들의 주머니를 쥐어짜고 있다. 8일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올 들어 자국내 외국 기업에 취직한 근로자들이 국가에 내는 ‘충성자금’ 규모를 과거보다 20% 포인트 높였다. 예전에 외화로 받던 월급의 60%를 북한 당국에 바쳤다면 지금은 버는 돈의 80%를 뜯어가고 있다는 것. 근로자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북한이 최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이달부터 5.18%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한국 기업들에게 통보한 것도 돈줄이 급격히 말라가는데 따른 다급함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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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넴초프 살해용의자 체첸출신 5명 체포”

    러시아 당국이 지난달 27일 피살된 반정부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의 살해에 관여한 용의자로 체첸 출신 남성 5명을 체포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당국이 7일 사건 용의자 안조르 구바셰프와 자우르 다다예프를 북코카서스 지역에서 체포했다”고 전했다. 나머지 용의자 3명은 체첸공화국에 인접한 남부 잉구셰티야 자치공화국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바셰프와 다다예프는 넴초프를 살해한 인물로 지목됐으며, 잉구셰티야에서 체포된 3명은 넴초프 살해를 공모한 인물들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범행 차량에서 발견된 증거와 통화기록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이름, 나이, 동기와 누가 총을 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용의자 체포 소식에 넴초프의 딸 자나 넴초바는 “용의자가 체첸 출신이라는 당국의 주장은 놀라운 일도 아닐뿐더러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며 당국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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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대기오염 고발 다큐 접속 차단

    중국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다뤄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고 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전직 중국중앙(CC)TV 여성 앵커 차이징(柴靜·39) 씨가 자비를 들여 제작한 104분짜리 다큐 ‘돔 지붕 아래에서’가 6일 중국 주요 동영상 사이트와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일제히 삭제됐다. 주요 홈페이지에서 검색을 하면 ‘이 다큐멘터리는 이 사이트의 검열을 통과하지 않았다’는 경고 오류 메시지가 나타난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다큐는 중국 대도시에서 일상화된 스모그의 위험성을 일깨우고 환경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대형 국유 에너지기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들 기업을 엄격히 단속하기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는 중국 환경보호부 공무원들의 인터뷰도 포함됐다. 다큐의 앵커로 나오는 차이 씨는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수치들을 제시하면서 2013년 양성 종양을 가진 채 태어난 첫딸의 건강에 스모그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솔직하게 토로해 중국인 부모들의 공감을 샀다. 이 다큐는 공개 첫날에만 인터넷에서 200만 회 가깝게 조회됐다. 다큐에 대해 처음에는 “환경보호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뒤바꾼 레이철 카슨(1907∼1964)의 명저 ‘침묵의 봄’에 비견할 만하다”고 찬사(1일 천지닝·陳吉寧 환경보호부장)를 보내던 중국 당국은 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가 시작되자 급변했다. NYT는 “다큐가 전국적인 논란을 일으키자 당국이 그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를 막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는 환경 문제를 둘러싼 중국 관료 사회 내의 정치적 민감성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다큐 영상 접속 차단을 명령했으며 언론사들에도 관련 보도를 하지 말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했다. 이에 덧붙여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 환추(環球)시보 관계자들도 다큐에 대한 기사와 사설을 실으려던 계획을 취소해야 했다고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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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대기오염 심각성 알린 다큐 상영 금지…이유는?

    중국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다뤄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고 6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전직 중국중앙(CC)TV 여성 앵커 차이징(柴靜·39)이 자비를 들여 제작한 104분짜리 다큐 ‘돔 지붕 아래에서’가 6일 중국 주요 동영상 사이트와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일제히 삭제됐다. 주요 홈페이지에서 검색을 하면 ‘이 다큐멘터리는 이 사이트의 검열을 통과하지 않았다’는 경고 오류 메시지가 나타난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다큐는 중국 대도시에서 일상화된 스모그의 위험성을 일깨우고 환경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대형 국유 에너지기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들 기업을 엄격히 단속하기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는 중국 환경보호부 공무원들의 인터뷰도 포함됐다. 다큐의 행커로 나오는 차이징은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수치들을 제시하면서 2013년 양성종양을 가진 채 태어난 첫 딸의 건강에 스모그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솔직하게 토로해 중국인 부모들의 공감을 샀다. 이 다큐는 공개 첫날에만 인터넷에서 200만회에 가깝게 조회됐다. 다큐에 대해 처음에는 “환경보호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뒤바꾼 레이첼 카슨(1907-1964)의 명저 ‘침묵의 봄’에 비견할 만하다”고 찬사(1일 천지닝(陳吉寧) 환경보호부장)를 보내던 중국 당국은 5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가 시작되자 급변했다. NYT는 “다큐가 전국적인 논란을 일으키자 당국이 그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를 막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는 환경 문제를 둘러싼 중국 관료 사회 내의 정치적 민감성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다큐 영상 접속 차단을 명령했으며 언론사들에도 관련 보도를 하지 말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했다. 덧붙여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관계자들도 다큐에 대한 기사와 사설을 실으려던 계획을 취소해야 했다고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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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복을 빕니다]6·25 ‘전쟁고아의 아버지’ 美 딘 헤스 예비역 대령

    6·25전쟁 당시 미국 공군 조종사로 참전해 한국 공군의 산파 역할을 했고 1000여 명의 전쟁고아를 구한 딘 헤스 예비역 대령(사진)이 3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8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했던 헤스 대령은 1950년 6월 미 제6146기지 부대의 부대장으로 임명됐다.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미 공군의 F-51 전투기 10대를 한국 공군에 인도하기 위해 창설된 부대였다. 당시 한국 공군에는 훈련기만 있었다. 헤스 대령은 한국군 조종사 10명과 함께 일본 미 공군기지로 건너가 F-51 전투기를 대구 공군기지로 가져왔다. ‘바우트 원’이라고 불리는 이 작전은 한국 공군 건설 작전이었다. 6·25전쟁에서 250여 회 출격한 헤스 대령은 초기 항공작전을 주도했다. 공군 관계자는 “당시 미 공군 조종사는 100회 출격하면 비전투지역인 일본이나 미국으로 전출됐음을 감안하면 그의 희생정신과 사명감이 얼마나 투철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F-51 전투기 조종 교육까지 맡은 그는 한국 공군의 초석을 세웠다. 그의 전용기인 F-51D 무스탕 18번기에는 ‘信念의 鳥人(신념의 조인)’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좌우명인 ‘신념으로 비행한다(By Faith, I Fly)’를 옮긴 것. 헤스 대령은 정비사였던 최원문 일등상사에게 자신의 좌우명을 번역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글귀는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의 기상을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1982년엔 ‘신념의 조인’이라는 군가도 나왔다. 1975년 작곡된 ‘필승 공군’이라는 군가에서도 ‘하늘 높이 솟구쳐라 신념의 조인’이라는 가사가 있다. 헤스 대령은 1951년 1·4후퇴 직전 중공군이 내려올 때 미 공군 군목이던 러셀 블레이즈델 대령과 함께 1000여 명의 전쟁고아를 김포에서 제주로 피란시켰다. 버려진 고아들이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미 공군 지휘부를 설득한 것이다. 그는 ‘한국의 테레사 수녀’로 불렸던 고 황온순 여사, 공군 군의관이었던 고 계원철 장군과 함께 제주에서 10개월간 보육원을 운영했다. 1956년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고아 소녀 한 명을 입양했고, 20여 년간 전쟁고아들을 지원했다. 1975년 6·25 발발 25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헤스 대령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실수로 독일 보육원을 폭격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수많은 고아들을 숨지게 한 죄책감을 한국 고아들을 구하면서 다소 씻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헤스 대령의 전쟁고아 수송 작전은 미 국립공군박물관에서 소개되고 있다. 그는 1956년 6·25 경험을 담은 책 ‘전송가(Battle hymn)’를 펴냈다.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 록 허드슨이 주연을 맡은 같은 이름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전송가는 2000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뒤 절판됐다가 2010년 6·25전쟁 60년을 맞아 ‘신념의 조인’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됐다. 이 책에서 그는 “마지막 차례의 어린이가 수송기 안으로 걸어와 문이 닫히는 순간 내가 느꼈던 그 지극한 감사와 안도감은 내 평생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그의 공적을 기려 무공훈장과 소파상을 수여했다. 헤스 대령은 “한국이 통일되는 것을 볼 때까지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의 공적은 대한민국 공군사에 영원히 남게 됐다.정성택 neone@donga.com·주성하 기자}

    • 20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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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 산악인들 ‘배설물’에…몸살 앓는 에베레스트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산악인들의 배변 때문에 재앙에 가까운 몸살을 앓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4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도전하는 산악인들은 보통 눈 속에 구멍을 파고 일을 보는 데 이 때문에 해마다 등산철이 끝나고 나면 대량의 대소변이 눈 속에 남겨진 다는 것이다. 에베레스트의 주요 등산철은 3월부터 5월까지 2개월 사이인데, 보통 매년 약 700명의 산악인들이 등정한다. 특히 오염이 심각한 곳은 해발 5297~8849m 사이에 설치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주변이다. 등산인들은 캠프 네 곳에서 수주일간 적응훈련을 하는데, 캠프에는 텐트, 필수 장비, 보급품 등이 갖춰져 있지만 화장실 설비는 없다. 네팔등산협회 앙 츠헤링 회장은 “산악인들이 보통 눈 속에 구멍을 파 화장실 대용으로 쓰고는 거기에 배설물을 남겨놓고 가버리는데, 수년간 버린 배설물이 캠프 주위에 무더기로 쌓여 있다”고 말했다. 일부 등산객들은 1회용 배설물 처리 주머니를 사용하지만, 이 역시 캠프 주변에 그대로 버려두면 환경을 파괴하긴 마찬가지다. 2008년부터 ‘에베레스트 청소 등반대’를 운영해 오고 있는 셀파 다와 스티븐은 “일부 등산객들은 1회용 배설물 처리 주머니를 빈번히 사용하지만, 이는 위생에도 좋지 않아 사용하지 않도록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네팔 정부는 한 등산객이 등정길에서 버릴 수 있는 폐기물 추정량 8㎏을 담을 주머니를 각자에게 나눠주고 하산 시 갖고 내려오도록 하는 새 규정을 만들었다. 에베레스는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와 셀파 첸징이 1953년 처음으로 오른 뒤 지금까지 4000여 명이 등정했다. 하지만 이는 정상에 도달한 산악인 숫자이며, 실제론 한번의 등정을 위해 짐꾼, 요리사 등 수많은 지원인력이 따라 온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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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 코알라 700마리 독극물 주사로 안락사…왜?

    호주에서 최근 코알라 약 700마리가 독극물 주사를 맞고 죽임을 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호주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코알라 서식지인 빅토리아 주 케이프 오트웨이는 2013년과 2014년에 3차례에 거쳐 코알라 686마리를 독극물 주사로 죽였다. 이런 조치는 환경단체들과 지역사회의 반발을 우려해 비밀리에 이뤄졌다. 코알라를 죽이는 데는 독극물 주사만 이용된 것이 아니다. 독극물 주사 처분을 받은 코알라는 나무에 있다가 붙잡힌 코알라들로 수의사들이 영양상태를 평가한 뒤 살릴 코알라와 안락사 시킬 코알라로 운명이 갈렸다. 암컷들의 운명은 수컷들보다는 좀 나았다. 건강한 암코알라는 번식력을 위축시키는 호르몬제가 투입되고 나서 풀려났다. 코알라가 죽음을 당한 이유는 개체 수가 너무 많기 때문. 케이프 오트웨이에만 최대 8000마리의 코알라가 밀집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 파괴 없이 코알라가 지속적으로 생존하려면 헥타르 당 1마리 이하가 적절하지만, 이 지역에는 헥타르 당 최대 11마리가 살고 있다. 안락사에도 불구하고 개체 수는 여전히 줄지 않아 수천 마리가 굶어 죽을 처지에 몰려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새로 취임한 빅토리아 주정부의 리사 네빌 환경장관은 코알라 개체 수를 ‘인위적으로 추가로 줄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 사안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다루겠다고 밝혔다. 호주코알라재단 측은 코알라 가죽을 얻으려는 사람들의 행위로 지난 세기에 수십만 마리의 코알라가 죽임을 당했으며 현재는 10만 마리 이하만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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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쉰 “中 시진핑 주석 제거 군사정변 발각, 38특수부대 출동해…”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에 나섰다가 6차례나 암살 위기를 넘긴 것으로 알려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제거하기 위해 이번엔 군사 정변이 준비됐다가 좌절됐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정협 개막식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돌입한 3일 정변 시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다음번 숙청리스트에 오른 일부 군부 고위 인물들이 당 총서기의 경호를 담당하는 당 중앙판공청 산하 중앙경위국(일명 9국) 병력을 동원해 시진핑을 제거하려 했다는 것. 하지만, 시 주석이 이 정변 기도 계획을 사전에 발각하고 베이징군구 38특수부대를 긴급 출동시켜 중앙경위국 영관급 이상 간부 300여 명을 무장 해제시키고 이들을 체포했다는 것이다. 이번 정변의 배후로는 ‘판창룽(范長龍)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이 지목됐다. 이들이 정변 기도에 앞서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 주석,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 부주석 등과 접촉했다’는 소문까지 나온다. 판 부주석과 창 부장은 작년 3월부터 차기 군 부패의 몸통으로 지목되면서 조만간 낙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적이 나오는 인물이다. 하지만 보쉰은 3일 오후 9시 관영 방송에 판 부주석과 창 부장이 정협 개막식 주석단에 참석한 장면이 방영된 것만큼 정변 기도설을 확인하려면 앞으로 2,3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보쉰은 중국의 일부 부패 고위 관료와 지방 관료가 시 주석 등 지도부를 암살하기 위해 미국산 저격용 소총과 사제 폭탄 등을 구입했다가 당국에 적발됐다면서 중국 당국은 이를 계기로 시 주석에 대한 경호를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암살 위기를 6차례나 넘겼다고 홍콩 월간지 개방이 1월에 보도했다. 암살을 시도하는 인물들은 대개 숙청 대상이 된 고위 인물인데, 6회 중 2회는 숙청된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이 기도했다고 한다. 회의실에 시한폭탄을 설치하는가 하면 고위층 전용병원인 301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을 때 독이 든 주사를 몰래 갖다 놓는 등 수법도 다양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부패와의 전쟁은 국가 주석이라도 목숨을 내걸어야 할 만큼 생사를 건 싸움이다. 과거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에 나서며 “100개의 관(棺)을 준비하라. 그 중 하나는 내 것”이라고 말한 일이 있다. 결사적으로 저항하는 기득권과 싸우려면 큰 용기와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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