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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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5-06-23~2025-07-23
문학/출판27%
인사일반23%
문화 일반20%
사회일반10%
연극7%
음악7%
대통령3%
언론3%
  • 신문협회 등 “AI 학습데이터 공개 의무화를”

    한국신문협회 등 5개 언론단체는 인공지능(AI) 사업자가 학습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와 정부에 16일 전달했다. 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제정안에 “생성형 AI 사업자가 AI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사용한 학습용 자료에 관한 기록을 수집·보관하고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학습 데이터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는 것은 생성형 AI 사업자의 데이터 무단 이용을 허용해 저작권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것. 다만, “해당 법안이 AI 사업자가 지켜야 할 투명성, 안전성, 의무사항과 딥페이크 범죄 예방을 위한 AI 생성물 워터마크 의무화를 규정한 것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언론단체는 학습 데이터의 출처가 공개되지 않을 경우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 권리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정당한 대가 요구도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언론단체들은 “생성형 AI 사업자 입장에서도 본인들의 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학습 데이터와 학습 방식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I 기본법 제31조에 △AI 사업자는 생성형 인공지능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사용한 학습용 자료에 관한 기록을 수집·보관 및 공개 △AI 사업자는 저작권자가 학습용 자료에 대해 열람을 요청할 경우 관련 자료 제공 등의 조항을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주요국들에선 관련 입법이 이미 이뤄진 상태다. 미국에선 올 4월 하원에서 발의된 ‘학습 데이터 공개 법안’에 의해 AI 사업자가 학습 데이터 요약본을 저작권청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유럽연합(EU)도 AI 사업자가 학습 데이터 내용을 공개하도록 한 ‘AI 법’을 올 3월 제정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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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캠핑장 장작 운반, 호텔 룸서비스… “로봇으로 인력난 해결”

    14일 경기 가평 연인산에 있는 한 캠핑장. 네 바퀴가 달린 배달 로봇이 20kg이 넘는 장작과 캠핑용품들을 싣고 캠핑장 곳곳을 분주하게 누빈다. 손님들이 각자 배정된 텐트에서 QR코드를 통해 장작 등 받으려는 물품을 주문하면 로봇이 텐트 바로 앞까지 이를 가져다준다. 로봇을 도입하기 전까지 이곳을 찾은 캠핑족들은 손수 무거운 장작을 들고 오르막길을 올라야 했다. 하지만 배달 로봇 도입 후 이 같은 부담이 크게 줄었다. 가족 단위로 캠핑장을 자주 찾는다는 한 손님은 “배달 로봇 덕분에 캠핑이 편리해진 것은 물론이고 캠핑을 더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캠핑장에 로봇이 등장한 건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2024년 관광기업 혁신 바우처 지원 사업’ 덕분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 사업을 통해 숙박, 캠핑, 호텔, OTA(Online Travel Agency) 등 관광산업 분야 다양한 중소기업들이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업무 효율성을 개선하고, 마케팅·홍보 등을 지원해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업 공모에 선정된 전응식 산으로간니모 캠핑장 대표는 “로봇 덕분에 구인난을 개선하고 손님들 사이에 ‘로봇 배달부’ 입소문까지 타면서 매출도 20%가량 늘었다”고 답했다.강원 강릉의 한 호텔에서도 서비스 로봇이 톡톡히 효과를 내고 있다.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에 비치된 로봇은 복도를 오가면서 손님들이 주문한 룸서비스 음식을 싣고 객실 문 앞으로 이동한다. 올 7월 서비스 로봇 두 대를 도입해 취약 시간대인 야간 룸서비스에 제한적으로 활용 중이다. 4개월간 700건 이상 주문을 받았다. 김헌성 세인트존스호텔 대표는 “팬데믹 이전 2, 3명이 전담했던 업무를 로봇이 맡아주며 효율성이 크게 늘었다. 향후 로봇 추가 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00여 점의 그림이 전시된 강원 동해의 한 펜션은 이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전시관 내에 특수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카메라는 방문객의 동선, 표정까지 분석해준다. 펜션 측은 카메라가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고객들이 좋아하는 전시물을 선정해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그 결과 재방문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온라인 세금 환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플랫폼 기업은 중국 온라인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해 해외 관광객 대상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관광기업 혁신 바우처 지원 사업은 팬데믹으로 침체된 관광업계를 부흥시키고 업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다는 취지로 2020년 처음 시작됐다. 사업 5년 차인 올해까지 약 700개 업체가 수혜 기업으로 선정됐다. 예산 규모도 2020년 37억 원에서 올해 63억4000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로봇 도입뿐만 아니라 중소업체들이 비용, 인력 부족 등으로 시행하지 못했던 온라인 플랫폼 구축, 빅데이터 활용 서비스, ICT 솔루션 도입 등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내년 2, 3월 진행되는 공모에선 기업의 체계적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디지털 전환 특별 프로그램’도 도입된다. 한국관광공사 권종술 관광기업지원실장은 “관광객을 편하고 행복하게 해야 하는 관광산업에서 신기술 도입은 필수적”이라며 “사업을 통해 서비스 로봇 같은 최신 기술 및 인공지능(AI) 관련 신기술을 집중 지원해 육성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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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대 언론단체 “AI 학습데이터 공개 의무화해야”

    한국신문협회 등 5개 언론단체는 인공지능(AI) 사업자가 학습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와 정부에 16일 전달했다. 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제정안에 “생성형 AI 사업자가 AI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사용한 학습용 자료에 관한 기록을 수집·보관하고 공개하도록 하는 규정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학습 데이터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는 것은 생성형 AI 사업자의 데이터 무단 이용을 허용해 저작권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것. 다만, “해당 법안이 AI 사업자가 지켜야 할 투명성, 안전성, 의무사항과 딥페이크 범죄 예방을 위한 AI 생성물 워터마크 의무화를 규정한 것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언론단체는 학습 데이터의 출처가 공개되지 않을 경우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권리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정당한 대가 요구도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언론단체들은 “생성형 AI 사업자 입장에서도 본인들의 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학습 데이터와 학습 방식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AI 기본법 제31조에 △AI 사업자는 생성형 인공지능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사용한 학습용 자료에 관한 기록을 수집·보관 및 공개 △AI 사업자는 저작권자가 학습용 자료에 대해 열람을 요청할 경우 관련 자료 제공 등의 조항을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언론단체들에 따르면 국내외 생성형 AI 개발에 학술 자료와 함께 언론 보도가 주된 학습 데이터로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최근 AI 검색엔 언론 보도를 인용한 데이터가 포함돼 있다. 주요국들에선 관련 입법이 이미 이뤄진 상태다. 미국에선 올 4월 하원에서 발의된 ‘학습 데이터 공개 법안’에 의해 AI 사업자가 학습 데이터 요약본을 저작권청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유럽연합(EU)도 AI 사업자가 학습 데이터 내용을 공개하도록 한 ‘AI 법’을 올 3월 제정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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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비로소 죽음이 가르친 것, 모든 순간이 눈부시다는 것

    4개월째 이어진 인질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는 듯하다. 콩고 스탠리빌을 점령한 반군 무리는 결국 인질 중 한 명인 주인공을 트럭에 강제로 태운다. 목적지는 사형장. 트럭이 멈추자 12의 집행인이 사형대 앞 흙바닥에 그를 내동댕이친다. 이윽고 이들은 총으로 일제히 그를 조준한다. 그는 “눈앞에 지난 삶의 각 순간이 줄지어 지나가는 게 보이느냐고? 내가 느끼는 유일한 것은 하나의 놀라운 혁명,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다”라고 속으로 되뇐다. 그의 생에 대한 열망은 계속될 수 있을까.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사형장의 한 장면에서 시작해 ‘살아있음’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이 번역 출간됐다. 벨기에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그는 이 작품으로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르노도(Renaudot)’상을 거머쥐었다. 그가 스물다섯 살인 1992년 발표한 첫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은 단번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2015년엔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벨기에 왕실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았다.데뷔 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거의 매년 작품을 낼 만큼 다작을 했는데, 신간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외교관이던 아버지가 실제 콩고에 파견돼 외교부 영사로 일할 당시 겪은 ‘1964년 콩고 반군 인질극’을 모티브로 삼아서다. 소설 도입부의 사형대에 선 주인공은 그의 아버지 파트릭 노통브를 모델로 했다. 작가 스스로 아버지의 삶에 ‘빙의해’ 1인칭 시점으로 일대기를 써 내려간다. 노통브의 아버지는 벨기에 인질들의 대표이자 정부 대표 자격으로 수개월 동안 반군과 협상한다. 이때 목숨을 겨우 부지한 그는 3년 뒤 작가를 낳는다. 노통브는 2020년 팬데믹으로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이듬해 그를 그리워하며 ‘아버지 영전에 바치는 추도사’로 신간을 펴냈다. 200쪽 내외로 길지 않은 신간은 담담한 문체로 후반부까지 속도감 있게 흘러간다. 한 사람의 일대기나 회고록을 빠르게 훑는 느낌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로 남은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갈구하던 주인공 파트릭. 아버지 부재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강해지려고 노력한 유년기부터 첫 연애를 시작한 학창 시절, 결혼, 외교관 입문 등의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인질극 외에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작은 에피소드들이 촘촘히 모여 작가가 그린 아버지의 모습이 완성된다. 다만, 실제 사건이던 인질극 외에 소설 속 어느 대목이 노통브 아버지의 실제 모습이고, 어느 부분이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는 문장들 속에서 독자는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생에 대한 집착’을 되새기게 된다. 책의 마지막에선 처음의 사형장 장면이 다시 등장한다. 그를 향해 총탄이 발사되려던 순간, 그와 협상하며 많은 대화를 주고받은 반군 지도자가 나타나 “집행 중단”을 외친다. 파트릭은 “나는 살아있고, 계속 살아있을 것이다. 얼마나? 2분, 2시간, 50년? 그건 중요하지 않다”며 삶에 대한 열망과 쾌감을 고백한다. 기승전결의 뚜렷한 줄거리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밋밋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아버지의 삶을 반추하는 거장의 묵직한 문장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의 존엄과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전달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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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개화기 땐 사치품, 이제 없인 못살죠

    한겨울 추운 거리에 놓인 커피 자판기. 달달하고 따뜻한 밀크커피 한 잔이면 얼었던 몸도 스르륵 녹는다. 이 유용한 ‘친구’는 언제 우리 곁에 왔을까.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자판기는 1973년 2월 서울 시민홀에 설치된 ‘커피·홍차 자동판매기’였다. 10원짜리 동전 세 개를 넣고 커피나 홍차를 선택하면 한 잔씩 나왔다. 인스턴트커피를 취향대로 선택해 마실 수 있는 지금과 같은 자판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77년 롯데산업이 일본의 샤프사에서 자판기 400대를 수입하면서다. 싸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커피 자판기의 인기는 날로 높아졌고, 1979년에는 서울 시내에 4000여 대가 설치됐다. 이들 자판기에서 하루 팔리는 커피만 102만 잔이었다. 개화기 때 들어온 국내 커피가 약 140년 만에 한국인이 가장 사랑받는 음료가 된 과정을 풍부한 사료와 함께 풀어갔다. 개화기 땐 사치와 선망의 대상이었던 커피가 믹스커피의 탄생으로 보급화되고, 다시 스타벅스를 위시한 체인 커피점 시대를 거쳐 한국인의 일상이 되어가는 과정을 조목조목 그렸다. 커피를 즐기고, 그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책. 다만 역사서에 치우쳐 저가 커피와 같은 최근의 커피 트렌드까지 다루지는 않았다. 또 한국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세계 평균의 2.6배나 된다. 이렇게 한국 사회가 ‘커피 중독’이 된 원인을 분석한 부분은 찾아보기 어려워 다소 아쉽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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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력 부족 獨 합법적 이주 필수… 난민 수용 후회 안해”

    “나는 다시 한번 분명히 깨달았다. 푸틴은 러시아를 ‘지역 강대국’이 아닌 미국과 대등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사람임을.” 2015년 2월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을 찾았다. 2014년 2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 내 군사 분쟁을 끝내는 휴전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저녁 식사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두 정상에게 각각 러시아어-독일어, 러시아어-프랑스어로 된 고대 군사학 사전을 선물했다. 푸틴은 메르켈이 며칠 뒤 미국에 방문한다는 걸 알고 러시아어-영어로 된 사전도 하나 더 전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메르켈은 “푸틴이 비록 우릴 만나고 있지만, 실은 미국만 대등한 협상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암시했다”고 떠올렸다. 당시 우크라이나도 참여한 민스크 협정으로 군사적 충돌은 일시 중단됐다. 하지만 메르켈은 “유럽에 냉전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우크라이나의 삶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하는” 푸틴은 메르켈 퇴임 이듬해인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국제 외교무대의 막전막후가 담긴 메르켈 전 총리의 회고록이 출간됐다. 전 세계 30개 언어로 출간된 이번 회고록엔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메르켈이 16년 동안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겪은 일화가 빼곡히 담겼다. 불과 3년 전까지 세계 외교무대에서 각국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이의 이야기인 만큼 출간 전부터 외신들도 들썩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메르켈은 “부동산 개발업자의 눈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사람”이라며 “협력을 통한 공동 번영이라는 개념 자체를 믿지 않는다”고 평했다. 또 트럼프가 푸틴 같은 독재자들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기록도 남겼다. 퇴임 전까지 메르켈과 트럼프는 불편한 관계였다. 메르켈은 총리로 있으면서 중동지역 난민 수용을 적극 옹호했다. 2015년 100만 명 이상의 중동, 아프리카 지역 난민을 독일에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회고록에서 “독일 내 인력 부족으로 합법적인 이주는 필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이런 방침에 대해 일각에선 유럽 내 극우 정당의 약진과 치안 불안을 야기했다는 시각을 제기한다. 메르켈은 2016년 독일 내 이슬람 세력의 테러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자신의 난민 정책을 믿고 따라준 지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의 일화도 흥미롭다. 그가 총리에 오른 지 몇 달 만에 2006년 독일 월드컵이 열렸다. 당시 독일 축구 대표팀 사령탑이던 클린스만은 그때도 12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있는 가족을 자주 찾아 ‘자리를 너무 오래 비운다’는 비판을 받았다. 축구에 광적인 독일 민심을 생각할 때 메르켈에게도 대표팀 성적은 상당히 신경이 쓰였을 터. 하지만 메르켈은 “그에게는 가족의 품이 필요한 듯했다”고 두둔했다. 결과는 월드컵 3위. 메르켈은 “2006년 여름은 모든 게 완벽했고 ‘여름 동화’로 기록됐다”고 했다. 책의 초반부엔 정치 입문 전 유년, 청년기 이야기가 담겼다. 동독 거주 시절 가족사부터 물리학도 시절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정치인 메르켈 이전에 ‘인간 메르켈’의 면모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회고록 제목 ‘자유’에 대해선 “나의 한계를 알아내고 한계까지 나아가는 것”이라며 “은퇴 후에도 배움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감을 의미한다”고 썼다. 중국 외 한국, 일본 등의 내용이 적은 것은 아쉽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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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활자속 우리 이야기’ 신문홍보 영상 공모 대상

    한국신문협회는 ‘신문홍보 영상 공모전’ 및 ‘신문홍보 만화 공모전’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신문의 사회적 기능과 저널리즘의 가치를 알리고, 미래 세대에게 신문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문홍보 영상 공모전 대상은 조규대 씨가 응모한 ‘작은 활자 속 우리 이야기’(사진)가 선정됐다. 우수상으로는 김준영 씨의 ‘신문, 소리 없는 이야기꾼, 영원한 파수꾼!’과 오상우 씨의 ‘난 여전히 종이 신문이 좋다’가 각각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영상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널리 퍼져 나가 신문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인 만큼 시인성, 화제성, 간결성 등을 주요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신문홍보 만화 공모전에선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각 부문별로 대상, 우수상이 선정됐다. 초등부 대상은 김태양(서울사범대부설초), 우수상은 윤은하(서울 북성초)가 수상했다. 중등부에선 대상 강주은(광주 효천중), 우수상 이나희(대구 사수중), 고등부에선 대상 구민진(대구 운암고), 우수상 주성진(대전 반석고)이 각각 선정됐다. 영상 공모전 수상자는 상패와 함께 대상 200만 원, 우수상 각 100만 원을 받는다. 만화 공모전 수상자는 상패와 함께 대상 각 100만 원, 우수상 각 50만 원이 지급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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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스스럼 없이 말해보는 ‘스스로 죽음’

    “Aging Disgracefully(추하게 나이 먹기).” 호주 퍼스의 한 대학에서 평생 생태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데이비드 구달은 이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2018년 5월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그의 나이 104세. 이날 기자회견은 그가 안락사를 택하기 하루 전에 열렸다. 그는 “삶을 끝낼 기회를 얻어 기쁘다”며 죽음을 하루 앞둔 사람답지 않게 갑자기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해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90세까지 테니스를 즐기고 102세에 논문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삶이 즐겁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하고 시력이 나빠진 것도 원인”이라며 죽음을 원했다. 다음 날 그의 안락사를 도운 기관 ‘이터널 스피릿’은 “구달 박사는 평온 속에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안락사, 존엄사, 자살 등 인간이 세상을 등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늘 논쟁적이다. 신간은 사회에서 구체적 언급조차 터부시되던 ‘자살의 언어’들을 담담하게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자살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저자는 스웨덴 공립 의대인 카롤린스카대의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다. 이 대학은 1901년 이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기관 중 하나다. 이 책은 역사, 문학, 철학, 사회학 등 다양한 기록을 통해 문화적으로 자살이 어떻게 해석돼 왔는지 변화 과정을 살핀다. 고대 로마에서 자살은 금기시됐으나 죄악으로 여겨지진 않았다. 기독교의 확산과 함께 죄악시된 자살은 ‘지옥행’과 마찬가지로 여겨졌다. 스웨덴에선 1908년에야 처음으로 자살한 사람의 시신을 교회 묘지에 묻었다고 한다. 또 최근 구달 박사의 죽음 같은 현시대 논쟁적 사례들도 소개한다. 저자는 자살에 대한 특정 결론을 강요하진 않는다. 대신 여러 사례들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질 뿐이다. 무엇이 유의미한 삶을 구성하는가. 무엇이 우리를 죽음으로 내모는가. 누군가의 자살을 내버려 두는 것은 괜찮은가. 삶을 더 살 만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 저자의 물음에 답해 보며 죽음에 관해 고찰할수록 삶의 중요성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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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에 스며드는 K-문화예술…‘2024 코리아시즌 UAE’ 양국 교류 확대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한국 예술이 스며드는 ‘2024 코리아시즌 UAE’가 진행된다. 현대무용, 오케스트라, 시각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문화예술이 UAE의 관객들과 만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다음 달까지 무용, 클래식, 미술 등 13개의 한국 문화행사가 아부다비 일대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UAE 첫 국빈 방문과 올해 5월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문화 분야 협력이 확대됐다. 앞서 16일에는 쇼케이스 공연으로 루브르 아부다비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이 신작 ‘플로우 와일 스틸(Flow While Still)’을 선보였다. 20일에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정글’이 뉴욕대 아부다비 극장 레드홀에서 열렸다. 각 무용수들의 개성 넘치는 몸짓으로 UAE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정글’은 앞서 ‘2024 코리아시즌 프랑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 후 유럽 4개국 투어를 마쳤다. 21일엔 박남희 백남준 아트센터 관장과 미디어 아티스트인 김아영 작가, 권병준 작가 등이 과학, 미디어, 예술,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토크쇼를 열어 관객들과 소통했다. 27일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꿈의 오케스트라’와 UAE 아부다비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첫 합동 공연을 연다. 다음달 6일엔 한국의 창작 국악 그룹인 ‘신박서클(SB Circle)’ ‘고래야’ 등이 아부다비 문화재단 야외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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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몸속 세포 37조개의 경이로운 융합과 해체

    인간의 몸 형상으로 표현된 물체가 수십억 개로 잘게 쪼개졌다가 다시 합쳐진다. 우리 몸의 신경망과 세포를 하나하나 뽑아내듯 0.1초 단위로 융합과 해체가 끝없이 반복되는 영상은 우리 몸속 약 37조2000억 개의 세포를 인공지능(AI) 데이터와 결합해 시각적으로 재해석한 융합예술 작품 ‘휴먼 셀 아틀라스’. 인간의 미래 자화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튀르키예의 아우치(Ouchhh) 스튜디오가 제작한 이 작품은 올 2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파일 형태로 실린 채 우주 항해를 마치고 지구로 복귀했다. 우주로 발사된 최초의 AI 예술작품으로 기록됐다. 19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린 전시에서 작품을 마주한 관객들은 “경이롭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과 디파이브에서 ‘미래풍경(FUTURESCAPE)’이라는 주제로 ‘2024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융합예술 및 예술산업 특화 종합 지원 플랫폼인 아트코리아랩의 1주년을 맞아 그간 성과를 공유하고, 예술과 기술, 산업의 융합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자리다. ‘휴먼 셀 아틀라스’를 비롯해 융합예술 및 예술산업의 최신 경향을 느낄 수 있는 국내외 초청작을 소개하고 전문가, 창작진들의 식견도 들을 수 있는 콘퍼런스, 워크숍, 예술 기업의 아이디어 발표, 네트워킹 행사도 마련됐다. 아트코리아랩은 아직은 한국에 낯선 융합예술과 예술산업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개관 후 1년간 아티스트, 예술산업 종사자, 일반 방문객 등 6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이곳을 찾았다. ‘예술-기술 융합 테스트베드 지원’ 사업을 통해 총 120여 건의 융합예술 작품을 발굴했다. 작품 21건에 대한 해외 진출과 입주 기업 인큐베이팅을 지원하는 등 융합예술 생태계 저변 확대에 집중했다. 프랑스 퐁피두센터 IRCAM, 스페인 Sonar 등 해외 융합예술 분야 유관 기관과 7건의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19일 열린 개회식과 콘퍼런스에는 국내외 융합예술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했다. 캐서린 터프 캐나다 모먼트팩토리 총괄디렉터, 셉 챈 호주 ACMI 관장, 안드레아 파로파 스페인 Sonar+D 총괄 등이 융합예술의 사회적·문화적 가치에 대해 논의했다. 20일에는 사운드와 AI 결합을 주제로 권혜원 미디어 아티스트, 김영선 서울대 음대 교수, 무라드 베나세르 캐나다 SAT 프로젝트 매니저가 대담을 연다. 22일엔 ‘AI 휴머니티’를 주제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페르디 알리치 아우치 스튜디오 디렉터 등이 대담에 참여한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빠르게 변모하는 예술-기술 융합의 흐름 속에서 진화하는 예술 생태계를 조망하기 위한 자리”라며 “아트코리아랩이 향후 한국 예술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요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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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온난화가 투수의 보복성 사구 비율을 높인다?

    ‘야구 경기장의 기온이 높아질수록 투수의 고의적인 사구(死球) 비율도 늘어난다?’ 2011년 미국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약 6만 건에 달하는 메이저리그 경기 자료를 분석해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심리 작용의 기제를 들여다봤다. 연구진이 흥미를 느낀 부분은 투수가 타석에 선 상대편 타자를 맞히는 사구다. 상대팀 투수의 고의성을 판단할 때는 아무래도 주관적 해석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때 영향을 끼치는 가장 결정적 요인은 뭘까? 연구진은 팀의 승패, 경기 결과도 아닌 기온이 가장 결정적 요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예를 들어 섭씨 13도인 날에는 투수가 상대 타자에게 보복할 확률이 22%인데 섭씨 35도인 날에는 보복 확률이 약 27%까지 오른다는 것. 연구진은 “열기는 도발에 대한 반응을 강화하고, 보복 행위를 예고한다”고 말한다. 야구의 사구 얘기는 흥미로운 얘깃거리 정도로 그칠지 모르겠다. 그런데 기후가 일상 속 우리의 정신 건강은 물론이고 몸 상태, 신경질환, 질병 감염 여부도 좌우한다면 그냥 흘려듣기 어려워진다. 저자는 내 삶과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기후 위기가 우리 몸, 일상, 사회에 얼마나 직접적이고 내밀하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조목조목 설명한다. 다소 멀게 느껴지는 지구 환경 변화가 아니라 기후로 인한 자신의 몸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실제로 기온이 오르면 몸에선 세로토닌의 양이 줄어든다. 세로토닌은 행복감을 느끼는 데 기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양이 감소하면 개인의 충동성이 늘어나는데 폭력성과 보복행위 등 증가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 책은 방대한 데이터를 예로 들며 여러 위험 사례를 소개한다. 산불, 허리케인 등 대규모 기후 재난을 겪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성인이 된 뒤에도 신경, 정신 질환을 겪을 확률이 높았다. 기온 상승으로 활동 폭이 커진 동물들이 대규모 감염병을 인간 사회에도 전파시킨다. 매일같이 수영하던 호수에선 수온 상승으로 ‘뇌를 먹는 아메바’인 ‘N. 파울러리’가 깨어나며 수막뇌염으로 숨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기후 변화는 전 사회적 위기 상황도 불러온다. 경제학자 매슈 랜슨은 주변 온도가 섭씨 2도 상승할 경우 폭력범죄 발생 비율이 약 3%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인 2만여 건, 강간 18만 건, 가정폭행 12만 건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후 재난이라는 괴물이 이미 우리 몸과 사회를 좀먹기 시작했다”며 “우린 이 현실을 무시무시하게 느껴야만 한다”고 경고한다. 과거 대통령 재임 시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하며 ‘기후 위기는 허상’이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내년 1월 20일 백악관에 재입성한다. 오늘날 세계의 소수 정치인, 기업가들의 의사에 따라 전 지구적 기후 위기 대응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독자들은 책을 읽고 과도한 걱정이나 무력감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책은 당신을 겁주기 위함이 아니라 손을 내미는 것이다. 이 손을 꼭 붙잡아 달라”고 호소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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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걸어다니는 대기업’ 팝스타의 사업 기술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경제학이라는 뜻의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친 신조어다. 그가 투어를 다니는 도시마다 공연을 보러 온 팬들이 대거 몰려 돈까지 ‘펑펑’ 쓰고 간 덕분에 지역 경제까지 덩달아 살아나는 그의 막대한 경제적 파급력을 뜻한다. 현재 그에겐 음악으로만 억만장자가 된 최초 뮤지션, 재산 2.1조 원을 가진 최고 여성 부자, 팝의 아이콘, 그래미상의 ‘올해의 앨범상’ 역대 최다 수상자 등 수식어들이 차고 넘친다. 미국은 물론 세계 유명 인사로 거듭난 스위프트가 어떻게 지금과 같은 독보적 문화 아이콘이 될 수 있었는지 조명한 신간이 나왔다. 그가 걸어온 인생, 음악 이야기 등 기존에 잘 알려졌던 내용과는 다르다. 신간은 철저히 사업적 관점에서 그를 조명해 풀어냈다. 원제는 ‘테일러 스위프트를 통해 배운 사업 교훈(Business Lessons From Taylor Swift)’으로 한국 제목보다 직관적이다. 스위프트는 문화 영역을 넘어 사회, 정치적으로도 영향력이 크다. 최근 미국 허리케인 ‘헐린’으로 미 남동부가 피해를 입자 기꺼이 68억 원을 구호자금으로 내놓으며 젊은층으로부터 막대한 지지를 받았다. 6일 판가름 난 미 대선 국면에선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지지를 공표하며, 세몰이에 성공하는 듯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폭풍’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20여 년간 조명 프로그래머로 팝스타들의 투어에 참여했던 경험을 토대로 스토리텔러이자 브랜드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저자는 스위프트와 관련한 15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스위프트 제국’이라는 하나의 사업체를 설명한다. 그가 꼽은 키워드는 ‘스토리텔링’ ‘브랜드 정체성’ ‘위기 관리’ ‘지식재산권’ ‘파트너십’ 등이다. 저자는 “음표, 화음이라는 음악적 도구 넘어 스위프트에겐 스토리텔러로서 천재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아티스트들과 달리 스위프트는 창작과 경영이 합쳐진 일체형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한다. 부정적 여론을 딛고 일어선 스위프트의 리스크 관리 능력도 높게 평가한다. 카녜이 웨스트 등 동료 연예인과의 불화에 의도적으로 침묵하다 음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성추행 피해로 법정 다툼에 휘말렸을 땐 ‘1달러’ 배상금을 청구하며 “금전적 이득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문제”임을 강조했다. “논란이나 위기를 새로운 성장을 위한 촉매로 활용하는 것은 스위프트와 성공한 기업들이 맞닿은 지점”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스위프트가 성공한 가수임에는 틀림없으나 그의 여러 이야기들을 모두 성공을 위한 토대로 끼워 맞춘 ‘견강부회식’ 해석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저자가 스위프트의 측근이 아니어서 내밀한 얘기가 담기지 않은 점도 아쉽다. 하지만 지금 ‘팝 세계의 지배자’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봤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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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의 황제’ 만든 ‘팝의 대부’, 전설이 되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를 이끄는 등 전설의 프로듀서로 불렸던 퀸시 존스가 3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1세. AP통신 등에 따르면 존스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유족은 성명을 내 “존스의 음악적 본질이었던 사랑과 기쁨이 그가 만든 모든 것을 통해 세상과 공유되었다는 것을 알고 자부심을 느낀다”며 “그의 음악을 통해 존스의 심장은 영원히 뛸 것”이라고 추모했다. 1933년 시카고 출신인 고인은 부모의 이혼 뒤 아버지와 함께 워싱턴주로 이사했다. 14세 때 시애틀의 클럽에서 전설적 음악가 레이 찰스의 밴드에 들어가 트럼펫을 연주하며 음악가로서 여정을 시작했다. 1950년대부터 클리퍼드 브라운, 듀크 엘링턴 등 유명 재즈 아티스트의 앨범을 작업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후 70년 넘게 프로듀서뿐 아니라 뮤지컬, 영화음악, TV 프로그램 제작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고인은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를 이끈 명프로듀서로 유명하다. 1979년 약 2000만 장이 판매된 잭슨의 첫 솔로 앨범 ‘오프 더 월(Off The Wall)’을 시작으로 ‘스릴러(Thriller)’, ‘배드(Bad)’ 등을 프로듀싱했다. 당시 외신은 “퀸시 존스의 마법의 손과 마이클 잭슨의 신비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뤘다”고 평했다. 특히 ‘빌리 진’ 등이 포함된 스릴러 앨범은 올해의 앨범상과 올해의 레코드 트로피 등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1억10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또한 존스는 80번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이는 팝가수 비욘세와 제이 지에 이은 역대 세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그중 28번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고인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첫 취임 축하 행사를 맡기도 했으며, 1985년 아프리카 기근 구제를 위한 자선 기록인 ‘위아 더 월드’의 녹음을 총괄하기도 했다. 1995년에는 흑인 아티스트 중 최초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진 허스홀트 인도주의상을 수상했다. ‘퀸시 존스 재단’을 설립해 사회 공헌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존스는 2011년 첫 방한 당시 한국 아티스트 등을 만난 뒤 “한국의 전통 음악을 비롯해 한국 대중음악에는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고유의 한과 음악적 진정성이 있다. K팝은 세계 음악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3년 첫 내한 공연 때는 “(2년 전) 환대 때문인지 신기하게도 시카고의 내 집에 와 있는 듯하다. 한국의 친구 등이 모두 따뜻한 가족 같다”며 한국에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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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읽는 기쁨으로 폭발 사고 트라우마 털어낼수 있을것 같아요”[작은 도서관에 날개를]

    ‘펑, 펑, 펑!’ 강원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 주민들은 올 새해 첫날을 잊지 못한다. 새해를 고요하게 맞던 이날 오후 9시경. 천지가 뒤흔들리는 듯한 폭발음이 귓가를 때렸기 때문이다. 큰 화염과 연기가 불과 몇 초 만에 마을을 뒤덮었다.지난달 31일 장평리에서 열린 ‘해피700용평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한 주민들은 “지금도 작은 소리에 깜짝깜짝 놀랄 정도”라며 “LPG 가스통만 봐도 떨린다”고 털어놨다. 당시 가스 누출로 폭발 사고를 일으킨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방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 사고로 주민 1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이재민 30여 명이 발생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일부 피해 주민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사고 지점 근처에 있던 옛 용평도서관도 창문이 깨지고 외벽이 그을리는 손상을 입어 올 초부터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그런데 9개월여 만에 마을 도서관이 장소를 옮겨 새로 문을 열게 됐다. 화마의 상처가 아직 남긴 했지만 사고 이전의 평화로운 마을로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 이날 주민과 자원봉사자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도서관 개관식은 마을 축제를 방불케 했다. 마을 사랑방이자 주민들의 배움터 역할을 하던 도서관이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주민들은 간단한 먹거리를 나누며 서로 안부를 물었다. 도서관 외벽에는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나부꼈다. 개관식을 찾은 주민 최성규 씨(68)는 도서관을 둘러보고 “책 읽는 기쁨으로 폭발 사고의 트라우마를 털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주민들이 아픔을 잊고 다시 행복하게 독서를 즐겼으면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은 화재로 문을 닫은 용평도서관을 올해 4월 작은도서관 조성 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KB국민은행,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을 받아 이전 개관했다. 김수연 대표는 개관식에서 “‘책을 읽으면 행복해진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40여 년 전국을 다니며 도서관을 건립해 왔다”며 “용평면민들도 이곳에서 책을 읽고 다시 행복을 찾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재개관한 ‘해피700용평도서관’은 주민들의 어울림문화센터로 쓰이던 2층 건물의 1층을 리모델링해 333㎡(약 100평) 규모로 자리 잡았다. 일반·유아·아동 도서는 물론이고 최신 문학작품까지 약 8000권의 장서를 비치하고 있다. 도서관을 찾은 심인숙 씨(46)는 “평창은 문화 소외 지역이라 도서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고 책 한 권, 한 권이 귀하다”며 “도서관 문이 닫힌 9개월여 동안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려고 원주, 강릉까지 갔는데 이젠 그러지 않아도 돼 기쁘다”고 했다. 심 씨는 도서관 개관 소식을 누구보다 기다린 두 자녀를 곧 데려올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날 개관식에 앞서 인근 어린이집 아동 50여 명이 도서관을 먼저 둘러봤다. 친환경 자재와 고급 목재로 단장한 도서관을 둘러보던 아이들은 “와! 책 많다” “진짜 넓다”고 환호하며 동화책을 집어 들었다. 성인들을 위한 강의실과 학습공간도 별도로 마련됐다. 도서관은 향후 다양한 교육, 강좌 프로그램도 선보일 계획이다. 심재국 평창군수는 “도서관이 주민들의 새 문화 향유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평창=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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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술과 약물, 어느 할리우드 스타의 비극

    “내 안은 항상 외로움과 갈망으로 가득하고, 내 존재 바깥의 무언가 나를 제대로 고쳐주리라는 생각에 나는 자꾸 집착한다.” 1990년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프렌즈’에서 유쾌한 캐릭터 ‘챈들러’를 연기해 인기 스타 반열에 오른 매튜 페리. 주체할 수 없는 막대한 부를 한순간에 거머쥐었고, 이미 20대에 세계적 인기와 영예를 얻은 화려한 인생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엔 유년 시절부터 꾹꾹 눌러온 아픔이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뒤 어머니와 캐나다로 이주했다. 이후 어머니마저 자신을 버리고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다. 이는 성인이 돼서도 누군가 언제든 자신을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이어졌다. 그가 성공한 후에도 내면의 공허함과 우울감을 채우기 위해 ‘무시무시한 그것’인 알코올에 계속 손을 댄 이유다. 안타깝게도 그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영원한 챈들러’ 매튜 페리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대중에게 남긴 마음속 이야기가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됐다. 신간은 미국에선 2022년 11월 나왔는데, 지난해 10월 28일 숨진 그의 1주기에 맞춰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주변 동료, 방송 스태프, 친구, 과거 연인과 얽힌 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냈다. ‘프렌즈’ 팬이라면 그가 어느 시즌을 촬영할 때 어떤 동료 배우와 친했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촬영했는지 등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생전 그에게는 ‘알코올 및 약물 중독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는 이 꼬리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중독으로 번민하다 재활, 치료시설을 방문한 뒤 결국 다시 약에 손을 댄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았다. 대중 앞에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까지 고인에게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은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생전 마지막 기록이 됐다. 그를 추억하는 팬들에겐 좋은 추억 여행이, 남모를 아픔과 중독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에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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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구 선생 독립 의지를 태극기에 담아

    백범 김구의 친필이 담긴 태극기를 독립기념관의 기증자료 특별전 ‘순간에서 영원으로―기증자료, 영원한 유산이 되다’에서 마주할 수 있다. 개관 37주년을 맞아 12월 1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선 보물 및 국가등록문화유산 등 기증자료 62점을 선보인다. 이 중 한국광복군에 대한 동포들의 지원을 당부하는 내용의 백범 친필이 담겨 보물로 지정된 ‘김구 서명문 태극기’가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이던 백범은 이 태극기를 1941년 미우스(梅雨絲) 신부에게 전달했는데, 도산 안창호의 장녀 수산 안(Susan Ahn Cuddy)이 이를 입수해 기증했다. 1950년 6·25전쟁 당시 경주에서 자원 입대한 학도병 19명이 출정 전 태극기에 소감과 함께 서명한 ‘경주 학도병 서명문 태극기’도 전시된다. 전시 1부 ‘기증의 순간, 역사가 되다’에서는 주요 기증자료를 ‘개관 전후의 자료 기증운동’과 2009년 추진된 ‘범국민 역사자료 기증운동’ 등 시기별로 살펴본다. 1985년 수산 안이 기증한 ‘대한독립여자선언서’(국가지정기록물 제12호), 한국스카우트연맹이 기증한 ‘조선소년군 단보(朝鮮少年軍 團報)’ 등이 소개된다. 2부 ‘기증자료, 영원한 유산이 되다’에서는 의열단원 김지섭의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최근 보존 처리한 ‘김지섭 옥중 편지’와 대미 외교활동을 전개하며 의사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서재필의 진료 가운이 공개된다. 기록물 중에선 일제강점기 우리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 원고(보물)와 3·1운동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김병조(1877∼1948)가 저술한 ‘한국독립운동사략(韓國獨立運動史略)’을 주목할 만하다. 앞서 10월 30일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한말 의병장 김도현, 1910년 경술국치에 항거해 순국한 정재건(1843∼1910), 1919년 충남 당진 일대에서 3·1운동을 벌인 남상락 등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참석했다. 독립기념관은 “기증자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앞으로도 지켜나갈 기증자료의 역사적 의미를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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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협회 ‘NIE 패스포트’ 대상… 조시현-백인영-문정원 학생 선정

    한국신문협회는 ‘2024 신문이 들려주는 숲 이야기 NIE 패스포트 공모전’ 수상자를 30일 발표했다. 공모전은 학생들이 숲의 가치와 중요성을 배우기 위해 기획됐으며 탄소중립 실천 등에 관한 12개 활동 과제를 수행한 결과물을 심사했다. 대상은 조시현(경산압량초 5학년), 백인영(한국삼육중 1학년), 문정원(나주영산고 1학년) 학생에게 돌아갔다. 단체상에는 대구 월암초교 4∼6학년 학생 10명이 선정됐다. 최우수상은 김소정(경산진량초 5학년), 김근우(대구영남중 1학년), 이형민(성남성일고 2학년) 학생이 수상했다. 우수상에는 하주환(부산여고초 6학년), 박수아(부산내산초 5학년), 진영후(한국삼육중 1학년), 유소민(부산동래여중 2학년), 이석준(부산동인고 1학년), 김백선(원주육민관고 2학년) 학생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11월 초 수상자 소속 학교에서 열린다. 수상자들은 상장과 총 88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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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신문협회, ‘2024 신문이 들려주는 숲 이야기 NIE 패스포트 공모전’ 수상자 발표 “10대들이 고민한 숲의 가치” 

    한국신문협회는 ‘2024 신문이 들려주는 숲 이야기 NIE 패스포트 공모전’ 수상자를 30일 발표했다. 대상은 조시현(경산압량초 5학년), 백인영(한국삼육중 1학년), 문정원(나주영산고 1학년) 학생에게 돌아갔다. 단체상에는 대구 월암초등학교 4~6학년 학생 10명이 선정됐다. 이번 공모전은 기후변화 대응 시리즈로 기획됐다. 학생들이 숲의 가치와 중요성을 배우기 위해 탄소중립 실천 등에 관한 12개 활동과제를 수행한 결과물을 심사해 이번 수상자를 결정했다. 최우수상은 김소정(경산진량초 5학년), 김근우(대구영남중 1학년), 이형민(성남성일고 2학년) 학생이 수상했다. 우수상에는 하주환(부산여고초 6학년), 박수아(부산내산초 5학년), 진영후(한국삼육중 1학년), 유소민(부산동래여중 2학년), 이석준(부산동인고 1학년), 김백선(원주육민관고 2학년) 학생이 선정됐다. 초등 부문 대상 수상자인 조시현 학생은 ‘숲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주제별로 짜임새 있게 구성한 점이 돋보였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중등 부문 대상 수상자인 백인영 학생은 ‘기사 요약, 헤드라인 붙이기 등 NIE(신문활용교육)의 기본 활동부터 기사문 작성과 인포그래픽 표현 같은 창의적인 활동까지 매우 충실히 소화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고등 부문 대상 수상자인 문정원 학생은 ‘모든 주제를 완성도 높게 정리하고,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단체상을 받은 대구 월암초등학교는 패스포트 과제 수행에 참여한 4~6학년 학생 10명들이 10대의 눈으로 본 숲에 대한 의견과 고민을 각자의 특색에 맞게 구성했다. 모든 학생이 활동 주제별 탐색, 표현, 편집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단체상에 선정됐다. 시상식은 11월 초 수상자 소속 학교에서 열린다. 수상자들은 상장과 총 88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단체상 수상 학교는 100만 원, 개별 수상자는 대상(3명) 100만 원, 최우수상(3명) 50만 원, 우수상(6명) 30만 원, 장려상(30명) 5만 원을 각각 받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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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신구-강부자 은관문화훈장

    배우 신구(88)와 강부자(83)가 은관문화훈장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3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024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을 열고 훈장을 수여한다고 28일 밝혔다. 올해 15회째인 대중문화예술상은 대중문화예술인의 사회적 위상과 창작 의욕을 높이고, 공을 기리는 상이다. 배우 신구는 1962년 연극으로 데뷔해 60년 넘게 영화와 드라마, 연극을 넘나들며 활약했고, 배우 강부자 역시 1962년에 데뷔(KBS 공채 2기 탤런트)해 다수의 작품에서 왕성하게 활동한 점이 평가돼 각각 은관문화훈장을 받게 됐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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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평생 갇혀 우는 것이 생의 전부라면

    전 세계 농장에는 10억 마리의 돼지, 15억 마리의 소 그리고 200억 마리의 닭이 살아가고 있다. 하나의 종(種)의 진화적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의 손에 의해 가축화돼 대규모로 번식하고,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은 이 종들에겐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개별 동물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몸을 반대 방향으로 돌릴 수도 없는 좁은 우리에 갇혀 밀집 사육된 뒤 도살당하는 동물의 삶 말이다. 저자는 공장식 축산농장과 연구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행태로 동물들이 받는 고통은 더 커졌다고 역설한다. 신간은 1975년 첫 출간 당시 비인도적인 동물 도축에 반대하며 이후 동물권 분야의 교과서로 평가받았다. 농장 안에서 동물들에게 닥치는 일에 대한 생생한 설명으로 윤리적 논쟁을 촉발했다. 이를 계기로 동물 학대를 금하는 운동이 세계적으로 일었다. 올해 초판 발행 50주년을 맞아 개정판이 출간됐다. 저자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1999년부터 인간가치연구센터 교수로 재직하며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내용의 ‘동물권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책은 서두에서 동물권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2, 3장에선 동물실험과 공장식 양식, 도축 시스템의 실태를 지적한다. 후반부에는 ‘인간 우위론’에 기반한 종 차별주의의 부당성에 대해 논한다. 채식주의자의 사망률이나 발병 비율이 현저하게 낮음을 근거로 들면서 ‘비건 식단’을 권하기도 한다. 렌틸콩 수프, 채소·두부 볶음 등 간단한 조리법도 담았다. 49년 전 이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때와 비교하면 최근 동물권에 대해 사람들이 훨씬 민감해진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인간이 과거보다 동물의 의식과 육체적·심리적 필요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동물 해방’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먼 듯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여름 국내의 공장식 축사에 갇혀 있다가 더위를 피하지 못하고 폐사한 동물 수는 약 115만 마리에 달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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