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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활 20년 하면서 이런 간신들은 처음 봤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이 한창이던 2023년, 실무를 맡고 있던 한 정부 당국자는 이렇게 말했다. 부산이 경쟁 도시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크게 열세인 상황인데도 윤석열 전 대통령 입맛에 맞는 낙관적인 전망치가 계속 보고됐다는 것이다. 외교부 본부나 재외공관에서 보수적으로 표심과 교섭 상황 등을 보고하면 “외교부가 이래서 안 된다”는 대통령실 인사의 질책도 빈번했다고 한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2023년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투표에서 부산은 2차 투표도 가보지 못한 채 119표 대 29표로 대패했다. 엑스포 유치 실패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보 역량 부실뿐만 아니라 경직된 보고 체계와 오판에 기인한 처참한 결과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7월 유치위원회가 출범한 뒤 민관은 1년 4개월 동안 ‘원팀’으로 지구 495바퀴나 되는 거리를 움직이며 유치전을 벌였고 윤 전 대통령은 투표 전날까지 각국 정상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객관적인 ‘열세’ 분석은 ‘박빙’ 분석으로 뒤바뀌어 보고가 이뤄졌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야당 의원의 공개로 논란이 된 외교부의 3급 비밀 문서에도 ‘1차 투표에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며 2차 투표에서 한국이 과반을 득표해 유치에 성공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BIE 투표 불과 1주일 전 각 공관에 뿌려진 문서였다. 유치 실패에 결국 윤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저의 부족 탓”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보고받은 판세와 동떨어진 결과가 나오자 윤 전 대통령은 당시 화가 많이 나 있었다는 게 참모들 증언이다. 하지만 외교 및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에도 책임지는 이는 없었고, 당시 대통령실 담당 기획관은 여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호 국정브리핑’으로 직접 발표했던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가스전 개발사업)도 불확실성이 큰 사업을 장밋빛으로 포장해 ‘한탕주의식’으로 밀어붙인 대표적인 사례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 등 담당 기관들은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 프로젝트 가치를 11조 원 정도로 추정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최대 140억 배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약 2200조 원) 등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정부 일각에선 발표가 성급하다는 담당 기관 의견에도 대통령실이 이를 강행했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총선 패배 이후 국정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상황이었다. 윤 전 대통령 발표 8개월 뒤인 올해 2월 산업부 고위 당국자는 1차 탐사 시추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6월) 1차 발표는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정무적인 영향이 많이 개입되는 과정이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국면 전환용으로 이 프로젝트를 밀어붙이자 담당 기관들이 경제성 등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웠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이 본격화된 가운데 12·3 비상계엄 관련 자료들이 비공개 기록물로 지정될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탄핵된 전직 대통령의 대통령기록물 비공개를 막는 법안을 발의했다.8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대통령기록관은 4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직후 곧바로 기록물 이관 작업에 착수했다. 기록관은 탄핵 인용 직후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에 이관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생산기관은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 보좌·경호·자문 기능을 수행하는 총 28개 기관이다. 9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각 기록물 생산기관에 대한 현장점검도 진행한다. 기록물 이동·재분류 금지 등 공문 이행 여부, 기록물 유형별 이관 수량, 정리 현황 등이 점검대상이다. 일각에선 12·3 비상계엄 관련 기록이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은 보안 수준과 공개 가능성에 따라 △일반기록물 △비밀기록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구분한다. 일반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다. 국가안보나 경제 안정, 정치적 혼란 등이 우려되는 경우 대통령이 최대 15년간 비공개로 지정할 수 있는데, 이를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고 한다. 사생활 관련 기록일 경우 최대 30년까지 비공개가 가능하다. 열람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나 고등법원장 영장이 필요하다. 지정기록물 지정 여부에 대해선 사후 검토나 이의 제기 절차도 따로 없다.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지정 권한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넘어간 상태다. 정치권에선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지정기록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대행은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비상계엄 관련 피의자 신분이기도 하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을 당시에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보고 내용을 포함한 세월호 7시간 문건 등을 지정기록물로 분류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전체 기록물 약 1106만 건 중 20만4000여 건이 지정기록물로 분류됐고, 기록물 이관에는 50여 일이 소요됐다.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탄핵된 전직 대통령은 지정기록물 지정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안을 8일 발의했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관련 문건이 장기간 봉인되는 상황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시민단체 4·16연대는 지난 2월 15일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기록 봉인 반대’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물 공개’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으며, 전날까지 2만7000여 명이 참여했다고 이날 밝혔다.한편 윤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서울 한남동 관저에는 이날부터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이삿짐이 옮겨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11일 전후로 관저를 떠날 예정이다. 당분간 아크로비스타에 머문 뒤 수도권 내 단독주택 등 제3의 장소로 이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송진호 기자jin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최근 경기 수원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인근에서 우리 군 전투기를 무단 촬영했다가 적발된 중국인 고교생 A 씨 등 2명이 평택 오산공군기지에서도 무단 촬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미 공중 전력의 운용 상황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한 것. 당국은 A 씨 부모가 중국 공안인 점도 확인해 대공 용의점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최근 중국 국적 외국인이 안보를 위협하는 사건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들을 보다 엄격하게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북한)을 넘어 중국 등 제3국까지 확대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8일 안보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관광비자로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 고교생 2명은 오산공군기지 인근에서 미군 전력 등을 촬영했다. 이들은 이후 지난달 21일 10전투비행단 인근으로 이동해 휴대전화와 DSLR 카메라로 이착륙중인 우리 군 전투기를 무단 촬영하다 주민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경찰은 이들을 일단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하고 출금조치를 하는 한편 “비행기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다”는 이들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대공용의점 등을 수사하고 있다. 특히 A 씨 부모가 중국 공안인 것으로 확인돼 이들이 입국한 배경과의 연관성 등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현역 군인을 포섭해 군사기밀과 비공개 자료를 수집해온 중국인 일당 중 행동책이 체포되기도 했다. 이들에 포섭된 한 병사는 군 내부망에 게재된 한미 연합연습 진행 계획 등을 넘겼다. 지난해 11월에는 국가정보원 건물을 드론으로 촬영한 중국인이 검거됐다. 입국 당일 국정원 인근 헌인릉으로 와 드론을 띄웠던 그는 경찰 조사에서 “세계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아 헌인릉을 촬영한 것”이라며 범죄 혐의를 부인했다.지난해 6월엔 부산에 입항한 미 항공모함을 드론으로 불법 촬영하던 중국인 3명이 체포됐고 올해 1월에도 국가 중요시설 최고 등급(가급)에 해당하는 제주국제공황을 드론으로 무단 촬영하던 중국인이 적발된 바 있다.다만 이들과 중국 당국과의 연계성이 포착돼도 간첩죄 적용은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상 북한에 한정된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제3국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과거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습니까?” 2022년 6월 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회견) 중 ‘검찰 편중 인사’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이같이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변 출신 인사들이 요직에 임명됐는데 검찰을 중용하는 게 그리 대수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검사 출신 대통령이었던 윤 전 대통령은 2년 11개월간 권력의 핵심 곳곳에 자신과 인연이 있던 검찰 출신 인사들을 전면 배치했다. 검찰총장을 제외하더라도 검찰 업무와는 거리가 먼 방송통신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에 검찰 선후배들을 임명했다. 정권 내내 ‘검찰 공화국’이란 비판이 쏟아졌지만 “적재적소에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한 것”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했다. 특정 직역에 국한된 ‘인의 장막’을 스스로 치면서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과 내각에도 상명하복의 문화를 이식하려 했고, 그 영향으로 비상계엄 파국에 이르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내각·대통령실 요직에 ‘검수완판’임기 초부터 윤 전 대통령의 검찰 편중 인사는 두드러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포함해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검찰 후배들이 정권 핵심 포스트에 배치됐다. ‘문고리 권력’으로 꼽힌 강의구 대통령부속실장과 대통령실 및 정권 요직 인사를 관장하는 복두규 인사기획관, 대통령실 살림을 책임지는 윤재순 총무비서관 등은 모두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검찰 수사관 출신이다. 대통령실의 살림과 인사를 책임지는 요직에 검찰 수사관 출신이 배치된 것을 두고 ‘검수완판(검찰과 수사관의 완전한 판)’이라는 말도 나왔다. 윤석열 사단의 막내 격인 이복현 전 부장검사의 금감원장 발탁도 파격이었다. 이 원장 인사를 두고 윤석열 행정부는 굵직한 경제범죄 수사를 다뤄 본 ‘특수통’이자 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등 전문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임기 내내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시장 금리 등 정책 현안에서 월권 논란을 빚었다.윤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비서진도 ‘벼락 출세’를 했다. 검찰총장 시절 비서관(4급)이었던 강 부속실장은 단번에 3단계를 뛰어넘어 비서관(1급)이 됐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과 검찰총장 부속실에 근무했던 수사관 등도 대통령부속실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6급에서 3급으로 올라갔다. 과거 검찰 출신이 맡지 않았던 행정부 요직에도 과감히 검찰 측근 인사를 단행했다. 윤 전 대통령이 평소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라고 칭했던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을 국민권익위원장에 이어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실은 김 전 위원장을 당시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소년 가장으로 세 동생의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는 등 늦깎이로 대학에 진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방송 통신 분야와는 동떨어진 설명을 내놨다.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검찰 출신으론 이례적으로 총리 비서실장을 맡아 논란이 됐다. 보수 편향 논란이 제기됐던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임명 또한 ‘검찰 챙기기’ 인사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고위 인사조차 사석에서 “능력보다는 보수적 이념 색채가 투철해 인권위원장이 된 것 아니냐”며 “이 정부 인재 등용의 난맥상을 보여준다”고 한숨을 쉬었다.● 상명하복 문화로 尹 독단 강화검찰 편중 인사는 결과적으로 윤 전 대통령의 독단과 독선을 강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과의 검찰 재직 당시 근무연이나 친소 관계가 중요한 인선 기준으로 작용했고,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가 윤석열 행정부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핵심 요직을 직연, 학맥 등으로 연결된 인물들로 채우면서 윤 전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이들은 설자리를 잃었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조차 윤 전 대통령의 격노에 직언을 못 하고 입을 닫는 상황에서 정권의 취약점을 찾아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는 ‘레드팀’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초기 장관을 지낸 고위 관계자는 “내 목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깊은 연결고리가 없으면 대통령에게 무슨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은 사적 관계와 공적 관계가 뒤섞여 자신이 대하기 편한 사람, 검찰 순혈주의를 고수했다”며 “검찰 출신 인사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인재를 폭넓게 쓰지 못하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게 큰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윤 전 대통령이 척결하겠다고 즐겨 썼던 게 ‘카르텔’인데 역설적으로 ‘윤석열 패거리 검찰 카르텔’이 모든 것을 장악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의료계 카르텔, 노동 카르텔, 사교육 카르텔 등을 개혁하겠다고 했지만 검찰 내 ‘윤석열 카르텔’이 정부 발전을 막았음을 꼬집은 것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면 사흘째인 6일에도 서울 한남동 관저에 머물면서 퇴거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전후 윤 전 대통령이 관저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번 주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해당 사저가 주상복합인 탓에 경호동 설치가 쉽지 않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키우는 반려동물이 많아 수도권 단독주택 등 제3의 장소로 거처를 옮기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사실상 윤 전 대통령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탄핵심판 선고 당일 봉황기를 내린 대통령실은 홈페이지 운영도 5일부터 중단했다. 현재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점검 기간 동안 홈페이지 서비스가 일시중단됩니다’라는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X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의 안내문도 전날까지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입니다’로 표기됐으나 이날부터 ‘제20대 대통령 윤석열입니다’로 변경됐다. 윤 전 대통령이 주말 동안 관저에서 퇴거하지 않은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 자정 청와대 개방을 압박했던 그 잣대를 자신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취임식이 열린 2022년 5월 10일 밤 12시 청와대를 개방하기로 하면서 9일 청와대에서 퇴거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서울 모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윤 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향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 당일 아침까지 청와대에 머문 뒤 취임식에 참석하고 퇴거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무슨 이상주의자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검사 시절부터 가깝던 한 인사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됐을 때와 취임했을 때 “여소야대 상황인 만큼 2024년 4월 총선 전까지는 대통령 됐다고 생각하지 말라. 야당과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지만 이 같은 핀잔을 들었다고 전했다. 야당과 소통하지 못하고 정치 실패를 불러온 윤 전 대통령의 기본 인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 선언 9개월 만에 국회 경험 없이 대통령에 당선된 윤 전 대통령은 집권 내내 야당과의 불통은 물론이고 수직적 당정관계를 형성하며 여권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부패범죄 등을 주로 다뤄온 특수부 검사 경험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상명하복의 수직적 문화를 갖고 있는 검찰 조직에 30년 가까이 몸담아온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영국 윈스턴 처칠 총리와 클레멘트 애틀리 노동당 당수를 거론하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푸른색 넥타이도 맸다. 하지만 이 같은 초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은 야당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야당도 국정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줄탄핵’ 등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영수회담 제안을 거부하고 야당 주도로 통과한 법률안에 25차례 거부권 행사로 맞받았다. 여당과의 갈등도 정권 내내 이어졌다. 대선 과정에선 손을 잡았던 친윤(친윤석열) 진영을 동원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사실상 내쫓으며 선거연합을 해체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2023년 1월 전당대회가 시작되자 ‘윤심(尹心) 논란’을 일으키며 당을 좌지우지하려고 했다. 친윤계와 대통령실은 나경원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했고 안철수 의원을 향해서 “가짜 윤심팔이”라며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아끼는 검찰 후배였던 한동훈 전 대표와는 김건희 여사 문제를 계기로 갈라섰다. 윤 전 대통령은 시민사회계와 언론과도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뉴라이트 성향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해 죽마고우인 연세대 이철우 교수의 아버지 이종찬 광복회장과도 결별했고 지난해 광복절 기념식은 사상 처음으로 정부와 독립운동단체들이 기념식을 따로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언론과의 도어스테핑을 도입하며 소통을 강조했지만 2022년 9월 미국 뉴욕 방문 기간에 불거진 비속어 논란 이후 61회 만에 중단됐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은) 자기편이면 무조건 선이고 자기편이 아니면 악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판단을 했다”며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없고 훈련돼 있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지적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면 사흘째인 6일에도 서울 한남동 관저에 머물면서 퇴거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9일 윤 전 대통령이 관저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경호처 등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번주 중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해당 사저가 주상복합인 탓에 경호동 설치가 쉽지 않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키우는 반려동물이 많아 수도권 단독주택 등 제3의 장소로 거처를 옮기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대통령실은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4일 고위 참모진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일괄 사의를 표했으나 한 권한대행은 이를 모두 반려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직무 정지 이후 일요일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도 6일 열리지 않았다.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사실상 윤 전 대통령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탄핵심판 선고 당일 봉황기를 내린 대통령실은 홈페이지 운영도 5일부터 중단했다. 현재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점검 기간 동안 홈페이지 서비스가 일시중단됩니다’라는 안내문이 게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X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의 안내문도 전날까지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입니다’로 표기됐으나 이날부터 ‘제20대 대통령 윤석열입니다’로 변경됐다.윤 전 대통령이 주말 동안 관저에서 퇴거하지 않은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 자정 청와대 개방을 압박했던 그 잣대를 자신에게 동일에게 적용하라”고 비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헌법재판소의 4일 탄핵 인용 결정으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경호를 제외하고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예우를 박탈당하게 됐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7조에는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 이 법에 따른 예우를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재임 당시 대통령 연봉의 95%에 달하는 연금 지급과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비서관 3명 및 운전사 1명 지원, 교통·통신·사무실 지원, 본인 및 가족에 대한 병원 치료 등의 예우가 사라진다. 윤 전 대통령의 올해 연봉은 2025년 공무원 보수 규정에 의해 2억6258만 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월 연금 수령액은 1533만843원이었으나 탄핵 인용으로 이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상실됐다. 대통령 연금은 탄핵에 의한 파면뿐만 아니라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될 경우에도 지급되지 않는다. 이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제외한 박근혜 이명박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 모두 대통령 연금을 받지 못했다.윤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무궁화대훈장도 받지 못하게 된다. 무궁화대훈장은 상훈법이 규정한 최고 등급 훈장으로 현직 대통령과 배우자, 우방국 원수 등에게 수여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노무현 이명박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이 훈장을 받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현직 때 이 훈장을 받지 못한 전직 대통령에게는 수여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자격도 잃게 됐다. 전직 대통령의 경우 서거 시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예우를 받지만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탄핵이나 징계 처분에 따라 파면 또는 해임되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윤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경비는 계속 이뤄질 예정이다. 대통령경호처와 관련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이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에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경비는 유지된다. 다만 경호 수준은 현직 대통령 때와 달리 낮아진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퇴임 후 5년간 경호처의 경호 대상이 된다. 이 기간이 지난 뒤에도 경호 기간을 5년 연장할 수 있고, 그 이후에도 경호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경호 유지가 가능하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파면 전 헌법재판소나 법원에 출석할 때처럼 대통령 탑승 차량 주위에 경호 차량이 둘러싸고 운행하는 ‘기동 경호’는 제공되지 않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헌법재판소의 4일 탄핵 인용 결정으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경호를 제외하고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예우를 박탈당하게 됐다.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7조에는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 이 법에 따른 예우를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재임 당시 대통령 연봉의 95%에 달하는 연금 지급과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비서관 3명 및 운전사 1명 지원, 교통·통신·사무실 지원, 본인 및 가족에 대한 병원 치료 등의 예우가 사라진다.윤 전 대통령의 올해 연봉은 올해 공무원 보수 규정에 의해 2억6258만 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한 월 연금 수령액은 1533만843원이었으나 탄핵 인용으로 이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상실됐다. 대통령 연금은 탄핵에 의한 파면뿐만 아니라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될 경우에도 지급되지 않는다. 이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제외한 박근혜 이명박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 모두 대통령 연금을 받지 못했다.윤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무궁화대훈장도 받지 못하게 된다. 무궁화대훈장은 상훈법이 규정한 최고등급 훈장으로 현직 대통령과 배우자, 우방국 원수 등에게 수여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노무현 이명박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말 이 훈장을 받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현직 때 이 훈장을 받지 못한 전직 대통령에게는 수여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자격도 잃게 됐다. 전직 대통령의 경우 서거 시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예우를 받지만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탄핵이나 징계 처분에 따라 파면 또는 해임되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윤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경비는 계속 이뤄질 예정이다. 대통령경호처와 관련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이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에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경비는 유지된다. 다만 경호 수준은 현직 대통령 때와 달리 낮아진다.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퇴임 후 5년간 경호처의 경호 대상이 된다. 만약 이 기간이 지난 뒤에도 경호 기간을 5년 연장할 수 있고, 그 이후에도 경호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경호 유지가 가능하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이 파면 전 헌법재판소나 법원에 출석할 때처럼 대통령 탑승 차량 주위에 경호 차량이 둘러싸고 운행하는 ‘기동 경호’는 제공되지 않는다. 경호처는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관련 법률과 규정 등에 따라 전직 대통령에 맞는 경호 활동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사진)은 미국이 한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 “협상의 신호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한미 협상 과정에서 관세를 낮추기 위해선 조선업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등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에서 한국이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플라이츠 부소장은 3일 세종연구소 주최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동아시아 안보’ 주제 포럼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협상을 거치면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유럽과 달리 한국은 협상 과정에서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냈고 최근까지 트럼프 2기 정권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다.플라이츠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딜 메이커(deal maker)’”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로 조선업과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일방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알래스카 개발 사업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며 압박해 온 만큼 한국이 이를 토대로 관세율 조정에 대해 미 측과 협상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플라이츠 부소장은 “현재 텍사스의 LNG 선박이 한국으로 오는 데 3주 넘게 걸리지만 알래스카를 통하면 일주일로 단축된다”라면서 “한국의 장기적 에너지 안보에 크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차기 한국 정부에서 우선순위 과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해군의 성장을 따라잡기 위해 미국은 해군 함정 건조 분야에서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그는 “우라늄 농축 등 핵연료 재처리가 가능해지는 방향이 돼야 한다”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의 필요성도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각국 주한 대사관들도 자국민에게 주의령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일을 전후로 벌어질지 모르는 폭력 사태에 대비하라는 취지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2일 자국민에게 내린 지침에서 “미국 시민들은 대규모 집회와 경찰력 증강에 대비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대사관은 “한국에서 열리는 대부분 집회는 평화적이지만 집회가 벌어지는 장소는 피하고 대규모 군중 집회, 시위 장소 근처에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평화적인 목적의 시위라도 대립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폭력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사관은 또 국회나 광화문광장, 헌법재판소, 대통령실, 대통령 관저, 대학 캠퍼스 등지에서 시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에 있는 미국 시민은 현지 뉴스를 모니터링하고 정부 및 지역 당국의 지침을 따르길 바란다”고 밝혔다. 3일 오후와 4일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위치한 미 대사관의 비자 발급 등 정기 영사 업무가 중단된다. 앞서 미 대사관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자국민을 대상으로 경보를 발령하고 미국 시민권자와 비자 신청자에 대한 영사 업무를 중단했다가 하루 만에 재개한 바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도 이날 “재외국민과 단기체류자는 외출 시 집회가 열리는 장소 등에 접근을 자제하고, 만일의 경우 그 자리를 피하는 등 안전에 유의해 주길 바란다”고 공지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전날(1일) 선고 기간 중 “각지에서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열릴 가능성이 있고, 극단적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지 정세와 치안 상황에 각별히 주의하고, 위험 예방 의식을 높여 달라”고 안전 유의 공지를 냈다. 주한 러시아대사관도 전날 한국에 체류하는 자국민에게 “정치적 행동에 참여하거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방문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현역 군인을 포섭해 군사기밀과 비공개 자료를 수집해 온 중국인 일당 중 행동책이 지난달 말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현역 장병들이 참여한 오픈채팅방에 잠입해 현금 등 대가를 제시하며 군사기밀과 비공개 자료를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게 포섭돼 군 인트라넷에서 한미 연합연습 관련 정보 등 비공개 자료를 제공한 전방 부대의 한 육군 병사도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군 장병인 척 접근… “기밀 주면 돈 줄게”2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군방첩사령부는 지난달 29일 제주에서 한국군 기밀 탐지 및 수집 조직의 일원으로 행동책인 중국인 A 씨를 체포해 현재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A 씨는 조직 총책의 지시를 받고 자신들에게 기밀을 제공 중인 인물을 만나 기밀 제공의 대가를 건네기 위해 제주에 왔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A 씨는 수도권의 한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 가운데 방첩사를 오가며 수사를 받고 있다. 방첩사는 A 씨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해 이들 일당에게 기밀이나 비공개 자료를 넘긴 현역 장병이 얼마나 있는지는 물론이고 중국에 있는 조직의 실체, 국내에 있는 조력자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A 씨를 포함한 중국인 일당은 지난해 초부터 현역 장병이나 장교 지원자 등이 주요 멤버로 군 생활 등과 관련한 소소한 정보를 주고받는 오픈채팅방에 자신들도 현역 장병인 척하며 잠입했다. 이후 오픈채팅방 멤버 프로필을 살펴본 뒤 일대일 대화를 걸어 가벼운 대화로 경계를 무너뜨린 다음 군사기밀을 건네주면 금전 등의 대가를 제공하겠다며 포섭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강원 양구군에 있는 모 부대에서 복무 중인 한 병사도 이들에게 포섭된 뒤 스파이 카메라 등을 부대에 반입해 국방망(인트라넷)에 게재된 한미 연합연습 진행 계획 등 내부 자료를 촬영한 뒤 수차례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첩사는 이 병사가 금전적 대가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사는 비인가 휴대전화도 부대 내에 몰래 반입해 내부 자료를 촬영하는 데 활용했다고 한다. 다만 이 병사가 넘긴 비공개 정보 중 군사기밀로 분류되는 정보는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첩사는 이 병사 외에도 이들에게 기밀 등을 제공한 장병이 더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中 정부 연관 가능성도… “간첩죄 적용 확대 시급”수사당국은 이들이 중국 정부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 있는 총책이 군 장병들을 포섭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중국군에 소속돼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 한국 군사기밀 탈취를 설계 및 총괄하는 조직이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국가정보원과 방첩사 등 수사당국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중국인 일당이 기밀이나 군사상 비공개 자료를 받은 뒤 그 대가로 금전을 건네기 위해 국내에 있는 중국 동포 등을 동원한 증거를 확보하고 이들에 대한 수사도 곧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일각에선 이번 사건 외에도 중국인이 안보를 위협하는 사건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보다 엄격하게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북한)을 넘어 중국 등 제3국까지 확대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7월엔 국군정보사령부 군무원이 중국 정보요원에게 포섭돼 블랙요원 신상정보를 비롯한 2급 군사기밀을 대규모로 넘긴 사건이 알려졌지만 기밀 유출 상대가 중국인이어서 간첩죄를 적용하지 못해 논란이 됐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이 확정됐을 즈음 정부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모델’이 회자됐다. 아베 전 일본 총리는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해외 정상 중 처음으로 뉴욕 트럼프타워로 달려갔다. ‘트럼프의 푸들’이란 조롱에도 1기 내내 끈끈한 관계를 구축한 ‘아베 모델’은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우리가 따라가야 할 대미 전략으로 떠올랐다. 12·3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정부는 정상 간 통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대기업 채널까지 동원하는 총력전을 폈다. 하지만 일본과 인도, 호주 등 아시아 주요국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이나 전화 통화를 갖는 동안 우리 정부의 정상 소통 시도는 무위에 그쳤다. 정부 내부에서 “트럼프 청구서를 받을 바에야 차라리 눈에 띄지 않는 게 낫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다. 기류 변화의 이면엔 탄핵 정국 장기화 속에 자라난 대미 외교에 대한 무력감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과 소통하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 정치 상황이 한미일 3국 협력을 저해한다’는 취지의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후보자나 조지 글래스 주일 미국대사 후보자의 최근 청문회 발언을 그 징후로 봤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상 소통뿐만 아니라 고위급 소통까지 사실상 올스톱 됐다는 점이다. 얼마 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첫 아시아 순방에서 일본과 필리핀 등만 방문했다. 17개 정보기관을 지휘하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순방에도 한국은 빠졌다. 미 장관급 방한 ‘0건’이라는 수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던 2017년과도 대조적이다. 당시엔 2월부터 4월까지 매달 미 국방장관과 외교장관, 부통령이 한국을 찾아 안보와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코리아 패싱’이 심화된 건 미국의 우선순위가 달라진 데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된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정부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트럼프 2기는 장관급 방한에 긍정적인 기류였다. 헤그세스 장관 방한은 미국이 먼저 타진했고 이 과정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방한 가능성도 언급됐지만 결국 불발됐다고 한다. 한 당국자는 “방한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한국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미국의 반응”이라고 했다. 정부 일각에선 빠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도 국방비 증액과 관세의 표적이 된 일본 사례를 들며 “소통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표현하며 대화를 제안하고 있고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은 주한미군의 중국 견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유연성 구상을 띄우고 있다. 안보와 통상을 망라한 트럼프 청구서가 한국에 언제 어떻게 날아올지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각급에서 긴밀한 소통 채널에 구축돼야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고, 문제가 터져도 신속하게 바로잡을 수 있다. ‘비공식 제보’를 받고도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 확인하는 데 열흘이나 걸린 ‘민감국가’ 지정 논란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대미 채널이 지금보다 더 견고해져야 한다. 신규진 정치부 기자 newjin@donga.com}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각국 주한 대사관들도 자국민에 주의령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일을 전후로 벌어질지 모르는 폭력사태에 대비하라는 취지다. 주한미국대사관은 2일 자국민에게 내린 지침에서 “미국 시민들은 대규모 집회와 경찰력 증강에 대비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대사관은 “한국에서 열리는 대부분 집회는 평화적이지만 집회가 벌어지는 장소는 피하고 대규모 군중, 집회, 시위 등 근처에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평화적인 목적의 시위라도 대립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폭력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사관은 또 국회나 광화문 광장, 헌법재판소, 대통령실. 대통령 관저, 대학 캠퍼스 등지에서 시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에 있는 미국 시민은 현지 뉴스를 모니터링하고 정부 및 지역 당국 지침을 따르길 바란다”고 밝혔다.3일 오후와 4일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위치한 미 대사관의 비자 발급 등 정기 영사업무가 중단된다. 앞서 미 대사관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자국민을 대상으로 경보를 발령하고 미국 시민권자와 비자 신청자에 대한 영사 업무를 중단했다가 하루 만에 재개한 바 있다.주한일본대사관도 이날 “재외국민 및 단기체류자는 외출 시 집회가 열리는 장소 등에 접근을 자제하고, 만일의 경우 그 자리를 피하는 등 안전에 유의해 주길 바란다”고 공지했다.주한중국대사관은 전날(1일) 선고 기간 중 “각지에서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열릴 가능성이 있고, 극단적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지 정세와 치안 상황에 각별히 주의하고, 위험 예방 의식을 높여달라”고 안전 유의 공지를 냈다. 주한러시아대사관도 전날 한국에 체류하는 자국민에게 “정치적 행동에 참여하거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방문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외교부는 1일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A 씨가 국립외교원과 외교부 직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 자녀의 외교부 공무직 근로자 채용과 관련해 제기된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구하기 위해 오늘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올 때까진 채용에 대한 결정을 유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A 씨는 외교부의 정책조사 공무직 근로자(연구원직)에 응시해 서류와 면접 전형을 통과한 뒤 신원조사 단계를 밟고 있었다. 외교부의 자발적인 감사 청구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한 해명에도 논란이 거세지자 외부 감사를 통해서라도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감사 결과 시정 사항이 있으면 감사원은 해당 기관에 처분을 내리거나 개선을 권고한다. 규정상 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감사를 종결해야 한다. 당국자는 “감사원 판단을 기다리는 가운데 채용을 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결정인 것 같다”며 채용 결정을 유보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한정애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은 지난해 A 씨가 석사 취득 예정자 신분으로 국립외교원 연구원에 채용된 점을 비롯해 외교부 연구원 전형 당시 채용 공고상 응시 자격이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된 점을 문제 삼았다. A 씨 전공인 국제관계학과에 맞춰 응시 자격이 재공고됐다는 것. 또 실무경력 2년 이상 요건에 인턴 활동 기간 등까지 포함시켰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외교부는 채용 절차에 하자가 없고 “부당한 주장”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외교부는 1일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A 씨가 국립외교원과 외교부 직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 자녀의 외교부 공무직 근로자 채용과 관련해 제기된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구하기 위해 오늘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올 때까진 채용에 대한 결정을 유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A 씨는 외교부의 정책조사 공무직 근로자(연구원직)에 응시해 서류와 면접 전형을 통과한 뒤 신원조사 단계를 밟고 있었다.외교부의 자발적인 감사 청구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한 해명에도 논란이 거세지자 외부 감사를 통해서라도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감사 결과 시정 사항이 있으면 감사원은 해당 기관에 처분을 내리거나 개선을 권고한다. 규정상 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감사를 종결해야 한다. 당국자는 “감사원 판단을 기다리는 가운데 채용을 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결정인 것 같다”며 채용 결정을 유보하는 배경을 설명했다.앞서 한정애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은 지난해 A 씨가 석사 취득 예정자 신분으로 국립외교원 연구원에 채용된 점을 비롯해 외교부 연구원 전형 당시 채용 공고상 응시자격이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된 점을 문제삼았다. A 씨 전공인 국제관계학과에 맞춰 응시 자격이 재공고됐다는 것. 또 실무경력 2년 이상 요건에 인턴 활동 기간 등까지 포함시켰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외교부는 채용 절차에 하자가 없고 “부당한 주장”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기 위한 ‘총력전’ 태세에 들어갔다. 다음 달 1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이르면 2, 3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쌍탄핵’을 추진하겠다는 것. ‘쌍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승계하는 모든 국무위원에 대해서도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즉각 탄핵으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내각 총탄핵’도 불사한다는 기류다. 탄핵 드라이브로 인한 역풍 가능성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초강경 대응을 공식화한 것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헌재의 고심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야당 추천인 마 후보자를 임명해 늦어도 다음 달 18일 문형배·이미선 헌재 재판관이 퇴임하기 전 헌재가 ‘9인 체제’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결론 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마 후보자를 자동 임명하고, 문 재판관과 이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고발전과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등을 예고해 정국 혼란이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野, 줄탄핵 이어 헌법재판관 임기 연장 추진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권한대행이 헌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고의로 임명을 지연하고 있다”며 “다음 달 1일까지 헌법수호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한 결심이 탄핵 추진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엔 “이 혼란을 막기 위한 어떤 결단도 내릴 수 있다. 모든 행동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의원은 “4월 2, 3일엔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탄핵 속도전에 나선 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문 재판관과 이 재판관의 퇴임일까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은 다음 달 18일까지 마 후보자 임명을 지연하려는 속셈”이라며 “두 명의 재판관이 퇴임한 뒤 대통령 몫인 2명의 헌재 재판관을 임명해 헌재 기각 결정을 만들어 내려는 공작”이라고 했다. 특히 민주당은 헌재가 24일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를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가 아닌 과반수(151명)로 판결한 만큼 이후 권한대행을 맡을 국무위원들을 모두 탄핵해서라도 마 후보자 임명을 관철시키겠다는 태도다. 다만 당 일각에선 “현실성이 없다”며 총탄핵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과유불급”이라며 “이런 때는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한 자세로 오직 국가의 내일을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헌재 재판관의 임기를 후임자 임명 시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국회 몫 헌재 재판관을 7일 이내 미임명하면 임명한 것으로 간주해 임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재판관이나 이 재판관, 마 후보자부터 개정안이 적용되도록 법안에 시점을 적시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관련 법안이나 내각 총탄핵 등 추진을 위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다음 달 18일까지 상시 본회의를 개최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다만 우 의장은 여전히 한 권한대행 등에 대한 탄핵에 신중한 기류다. 하지만 우 의장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계속 미뤄질 경우 민주당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與 “총탄핵은 내란 음모”… 韓은 무대응 민주당의 ‘마은혁 임명’ 총력전에 총리실은 대응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은 직무 복귀 후 마 후보자 임명 문제를 언급한 적이 없다”며 “재판관 임명에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소신이 바뀌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특히 산불과 미국발 관세전쟁 등 대내외적 위기상황 대응이 급선무인 상태에서 마 후보자 임명 공세에 대응하는 것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류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9일 “행정부를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반역”이라며 “행정부를 상대로 협박하는 것 자체가 내란 음모죄이자 내란 선동죄”라고 비판했다. 또 헌재 재판관 임기 연장과 마 후보자 임기 강제 개시 법안에 대해선 “단순 법률 개정으로 헌법기관 임기를 임의로 개시하고 연장할 수 있다면, 다른 헌법기관의 임명과 임기 역시 다수당의 입맛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며 “정부는 민주당의 위헌·불법적 시도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기자회견에서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가 마비되고 행정부 기능이 정지되기 전에 ‘내란 정당’ 민주당의 정당 해산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미국 국방부가 중국의 대만 점령 대응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전 세계 미군 재편을 추진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 대한 대응으로 인해 동아시아와 유럽에서 미군의 억제력에 한계가 생기면 동맹들이 북한, 러시아 등에 대한 억제를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서명한 이 문서에는 동맹을 상대로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는 방침도 포함됐다. 인도태평양에 배치된 미군이 중국 억지에 집중하면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은 불가피해질 수 있다. 그동안 북한 침략 대응에 초점이 맞춰진 주한미군의 역할이 일부 조정되거나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의 즉각 대응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中 대만 침공 등 억제 위해 “다른 전장서 위험 감수”2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작성한 ‘국방 잠정 전략 지침’에는 중국과의 잠재적 전쟁을 준비하고 승리하기 위한 내용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이 담겼다. 총 9쪽 분량의 이 문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을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을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했지만, 이 문서는 이를 다른 모든 위협에 앞서 우선시해야 할 ‘유일한 동기부여 시나리오’로 설정한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WP는 짚었다. 특히 국방부는 문서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 및 미 본토 방어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다른 전장에서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대응으로 인력 및 자원에 한계가 생기면 유럽, 중동, 동아시아 동맹들에 러시아, 이란, 북한 등에 대한 억제를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것. 또 이를 위해 동맹들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중국에 대한 대응을 최우선으로 삼을 경우, 북한 핵과 미사일을 제외한 재래식 전력에 맞서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도발 등에 대한 억제를 한국이 주도하도록 압박할 경우 한국의 안보 부담이 커질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 작년 헤리티지재단 보고서도 中 대만 침공 억제와 분담금 확대 강조 WP에 따르면 국방부의 이번 지침은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 정권 인수 계획인 ‘프로젝트 2025’를 주도한 헤리티지재단의 ‘우선순위의 필수성(The Prioritization Imperative)’ 보고서의 일부 대목을 그대로 담았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알렉산더 벨레즈그린은 현재 국방부 정책차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헤리티지 보고서에는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와 미국 본토 방어 강화, 동맹국 분담금 확대 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 보고서는 한국과 관련해 “최선의 방법은 한국이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거나 방어하는 역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과의 갈등에 휘말리더라도 한국이 자체 방어를 주도할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의 변화가 있으면 미국이 한국과 소통하도록 돼 있다”며 “하지만 중국 견제 강화와 관련해 미국과 소통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기 위한 ‘총력전’ 태세에 들어갔다. 다음 달 1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이르면 2, 3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쌍탄핵’을 추진하겠다는 것. ‘쌍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승계하는 모든 국무위원에 대해서도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즉각 탄핵으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내각 총탄핵’도 불사한다는 기류다. 탄핵 드라이브로 인한 역풍 가능성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초강경 대응을 공식화한 것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헌재의 고심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야당 추천인 마 후보자를 임명해 늦어도 다음 달 18일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이 퇴임하기 전 헌재가 ‘9인 체제’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결론 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마 후보자를 자동 임명하고, 문 재판관과 이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고발전과 위헌정당 해산 심판 청구 등을 예고해 정국 혼란이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野, 줄탄핵 이어 헌법재판관 임기 연장 추진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권한대행이 헌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고의로 임명을 지연하고 있다”며 “다음 달 1일까지 헌법수호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한 결심이 탄핵 추진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엔 “이 혼란을 막기 위한 어떤 결단도 내릴 수 있다. 모든 행동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의원은 “4월 2, 3일엔 한 권한대행과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고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민주당이 탄핵 속도전에 나선 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문 재판관과 이 재판관의 퇴임일까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은 다음 달 18일까지 마 후보자 임명을 지연하려는 속셈”이라며 “두 명의 재판관이 퇴임한 뒤 대통령 몫인 2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해 헌재 기각 결정을 만들어내려는 공작”이라고 했다.특히 민주당은 헌재가 24일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를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가 아닌 과반수(151명)로 판결한 만큼 이후 권한대행을 맡을 국무위원들을 모두 탄핵해서라도 마 후보자 임명을 관철시키겠다는 태도다. 다만 당 일각에선 “현실성이 없다”며 총탄핵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과유불급”이라며 “이런 때는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한 자세로 오직 국가의 내일을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민주당은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후임자 임명 시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국회 몫 헌재 재판관을 7일 이내 미임명하면 임명한 것으로 간주해 임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재관관이나 이 재판관, 마 후보자부터 개정안이 적용되도록 법안에 시점을 적시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관련 법안이나 내각 총탄핵 등 추진을 위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다음 달 18일까지 상시 본회의를 개최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다만 우 의장은 여전히 한 권한대행 등에 대한 탄핵에 신중한 기류다. 하지만 우 의장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계속 미뤄질 경우 민주당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與 “총탄핵은 내란 음모”…韓은 무대응민주당의 ‘마은혁 임명’ 총력전에 총리실은 대응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은 직무 복귀 후 마 후보자 임명 문제를 언급한 적이 없다”며 “재판관 임명에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소신이 바뀌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특히 산불과 미국발 관세전쟁 등 대내외적 위기상황 대응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마 후보자 임명 공세에 대응하는 것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류다.여당은 민주당을 ‘위헌정당’으로 규정하며 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9일 “행정부를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반역”이라며 “행정부를 상대로 협박하는 것 자체가 내란 음모죄이자 내란 선동죄”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30일 “내각 총탄핵은 통진당보다 더 위험한 제도적 체제 전복”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기자회견에서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가 마비되고 행정부 기능이 정지되기 전에 ‘내란 정당’ 민주당의 정당 해산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다음달 1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사실상의 재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시사한 가운데 한 권한대행은 주말에도 마 후보자 임명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산불 대응 등에 주력했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30일 “한 권한대행이 직무에 복귀한 뒤로 내부 회의 등을 포함해 마 후보자 임명 문제를 언급한 적이 없다”면서 “헌법재판관 임명에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기존 소신이 변화하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총리실은 이날 민주당의 ‘최후 통첩’에도 관련 입장을 내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줄탄핵을 거론하는 게 산불 대응뿐만 아니라 미국발 관세 전쟁을 앞둔 엄중한 시기에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일각에선 한 권한대행이 또다시 탄핵소추를 당할 경우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 자진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내부적으로 관련 검토가 이뤄지진 않았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장 등 과거 자진 사퇴 카드는 직무정지 기간을 줄이기 위한 차원인데 그게 지금 무의미한 상황 아니겠느냐”고 했다.앞서 한 권한대행은 29일 산불 대응 8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고 “산불 피해를 본 분들의 상처가 빨리 치유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해야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면서 “산불 이재민들이 온전한 일상을 회복할 때까지 모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