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

허진석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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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허진석 기자입니다.

jameshur@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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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론 자전거’ 개발 중 나온 발상… “국산 부품으로 유럽서 호평”[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자전거 바퀴에서 더 바뀔 것이 있었단 말인가’. 바퀴살(스포크)과 바퀴축(허브)이 없는 자전거를 19일 전남 장성군 나노산업단지에 있는 코리아모빌리티(대표이사 박정석·54) 생산공장에서 탔다. 앞뒤 바퀴의 가운데가 텅 비어 있는 미래 지향적인 외관이 눈길을 확 끌었다. 오래되고 친숙하기만 한 자전거를 코리아모빌리티는 바퀴살이 없는 허브리스(hubless)의 형태로 혁신해 수출에 나선다. 올해 6월 224대를 네덜란드로 수출하는 것이 첫 출발이다. 코리아모빌리티는 2021년 8월 허브리스 전기 자전거를 개발했고, 그해 9월 독일 유로바이크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2년여 전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허브리스 자전거를 만들겠다고 했고(아직 양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올해 3월에는 국내의 한 중소기업도 개발 소식을 발표했다. 1885년 영국의 사업가 존 켐프 스탈리(J. K. Starley)가 현재의 자전거와 비슷한 형태를 내놓은 이후 140년이 다 돼서 바퀴살이 없는 자전거를 만드는 회사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시승 뒤에 이어진 3시간의 인터뷰에서 박 대표는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여러 특징들과 뒷 얘기들을 들려줬다. 허브리스 자전거는 드론 자전거(날 수 있는 자전거)를 개발하는 과정 중에 나온 것이었다. 실제로 드론 자전거는 2025년 완성을 목표로 성능을 개선 중이다. 허브리스 자전거에 광고 디스플레이를 결합해 유럽의 유명 축구 구단에 공급하는 양해각서도 체결한 상태다. 회사 이름에 ‘자전거’가 아닌 ‘모빌리티’가 있는 이유는 너무나 다양한 탈것을 개발하려는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눈길 끄는 전기 자전거코리아모빌리티의 허브리스 전기 자전거 이름은 ‘코모 바이크’다. 기본 배터리만으로는 약 40km, 뒷좌석 아래쪽에 보조 배터리를 달면 약 100km를 달린다. 차체는 모두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등이어서 녹이 슬지 않는다. 시승을 위해 자전거에 앉으니 차체가 약간 내려가면서 운전자가 앉을 때 생기는 충격을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앞바퀴와 자체 중간에 충격흡수장치 외에도 안장 바로 아래에 있는 작은 원 모양의 관절형 구조물이 지형이나 운전자의 몸무게에 따라 조금씩 따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덕분이다. 페달을 밟으면 자연스럽게 전기모터가 함께 구동이 됐다. 회생 제동 기술이 적용돼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거나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는 배터리에 충전이 된다. 같은 배터리 용량이어도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 모터를 소비자가 탈부착할 수 있도록 모듈화했다. 자전거만 구매했다가 나중에 모터가 포함된 업그레이드 키트를 사서 전기 자전거로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반 자전거는 차체가 역삼각형 구조인 데 비해 코모 바이크는 가로로 긴 스틱형이다. 운전자의 키에 비례해 운전대와 안장 간의 거리를 최적으로 맞추기 위해 고안한 차체다. 박 대표는 “스틱형 차체는 생산 과정에서 길이만 맞춰 절단하면 맞춤형 자전거가 된다”며 “운전자의 전신 사진과 신체 정보를 앱을 통해 분석하고, 그 정보가 스마트 공장에 전송되면 그에 맞춘 차체가 제작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통상 튜브를 사용해 펑크가 나는 자전거 바퀴와 달리 이 자전거의 바퀴는 일반 튜브타이어에 비해 30% 더 가벼운 합성고무 재질로 통으로 성형돼 펑크가 나지 않는다. 유럽에 수출한 자전거는 국내 무역상사인 STX를 통해 판매된다. 2021년 9월 ‘코모 바이크’를 세상에 처음 선보인 유로바이크 전시회에서 국내 무역상사인 STX와 연결돼 해외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유럽 수출을 위해 인증(TUV라인란드 인증)을 신청했고, 지금까지 없던 독특한 외양과 구동 방식 때문에 1년 2개월이나 지난 작년 12월 22일에야 인증이 나왔다. 박 대표는 “소비자 가격은 약 3000유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프랑스와 독일이 각각 친환경 자전거에 2000유로와 1000유로의 보조금을 주는 등 보조금 정책을 취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아 소비자가 부담은 훨씬 낮을 것”이라고 했다.●현대차 ‘빌트인 전동킥보드’ 불발 후 새 길 찾아국민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박 대표는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다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충남 당진에 있는 신성대에서 교수로 지내며 전기모터를 연구했다. 2020년에 설립된 코리아모빌리티는 원래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에 빌트인으로 제공할 전동 킥보드를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개발을 마치고 양산을 준비하던 중에 전동 킥보드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져 아이오닉5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당시 대표이사가 크게 다치면서 기술자문을 해 주던 그가 대표이사의 책임을 맡게 된 것이 창업의 길로 이어졌다. 킥보드를 상용화시키지 못했지만 킥보드를 개발하며 축적한 기술로 연구진들은 친환경성 등을 고려했을 때 전기 자전거 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힘이 센 ‘파워 모터’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던 덕분이다. 박 대표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드론 자전거 개발을 검토했다. 자전거 앞쪽 양옆 2곳과 뒤쪽 양옆 2곳에 큰 프로펠러를 달아서 운전자가 탄 자전거를 드론처럼 띄우는 모델을 구상했다. 지상에서 달릴 때는 프로펠러를 접어 자전거 가까이 붙여야 했기에 바퀴축이 있던 공간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바퀴축과 바퀴살이 없는 자전거의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전류량을 늘려 힘을 키운 파워모터로 기어 구조물을 구동토록 하는 방식으로 허브리스 바퀴를 만들었다. 코리아모빌리티는 전기 모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과 관련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소형 모빌리티용 전기모터를 별도로 생산해 판매하는 사업도 펼친다. 최근 모터 양산 라인을 구축했다. 현재 국내 전기자전거 모터는 모두 중국 혹은 일본산이다. 코리아모빌리티의 자전거 모터가 양산되면 수입 대체 효과도 기대된다. 코리아모빌리티는 모든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조달한다. 공기튜브가 없는 타이어도 국내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했다. 운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호남대로부터 회생 제동 기술을 이전받아 제품의 상품성을 높였다. 광주지역 대학들이 주축이 돼 만든 광주연합기술지주의 투자도 받았다.●“허브리스 전기자전거는 시작일 뿐”코리아모빌리티는 허브리스 자전거로 이미 유럽에 1만5000대, 일본에 1000대 수출 계약을 한 상태다. 월 500대인 코모 바이크 생산 대수를 올해 연말에는 2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역삼륜 킥보드와 전기 오토바이도 개발을 마친 상태다. 전기 오토바이는 국내의 한 대기업에 5000대를 판매할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허브리스 자전거가 유로바이크 전시회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 유럽 축구 구단들이 연락해 왔다. 바퀴의 빈 공간에 구단 로고와 광고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한 제품을 개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광주에 있는 한국광기술원과 협업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허브리스 자전거를 활용한 광고 플랫폼 사업, 지자체와 협업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며 “협업 체계를 잘 마련해 국내에서는 허브리스 자전거를 광고와 결합한 구독 형태로 아주 싸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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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소득층 입맛 살리고 국산 농산품 수요 늘려”

    농식품바우처(전자카드) 사업이 4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치고 2025년 본사업 전환을 앞두면서 그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식품바우처 제도는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채소·과일·육류 등 신선하고 품질 좋은 국내산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농식품바우처 지원사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2022년 시범사업 결과 분석에 따르면, 농식품바우처 지원 이후 수혜자의 식품 섭취 횟수가 증가(5품목 기준 평균 8.69회→9.30회)했고, 식품을 충분히 섭취했다는 평가는 11.5%포인트(66.9%→78.4%), 식품을 다양하게 섭취했다는 평가는 21.4%포인트(51.9%→73.3%) 올랐다. 또 농식품바우처 지원을 통해 식생활 만족도가 증가(3.18점→3.34점)했고, 국내산 농산물 관심도(3.6점→3.7점) 및 지역산 농산물 관심도(3.52점→3.6점)도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농식품바우처 사업은 2017년 제도 도입 타당성 연구를 시작으로 2018년에는 강원 춘천시, 전북 완주군을 대상으로 실증 연구를 했다. 시범사업은 2020년 4개 시군구의 1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시작해 2022년 15개 시군구 4만7000가구로 늘었다. 올해는 18개 시군구의 6만5000가구를 대상으로 지원 중이다. 경남 거제시에서는 수혜자들을 찾아가는 행복장터(마차)를 운영 중이고, 밀양시에서는 필요한 농산물을 배달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시범사업 기간에 수혜자들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졌다. 2020년에는 채소·과일·흰우유·신선란만 살 수 있었으나 2021년에는 육류·잡곡·꿀을 추가했고, 2022년에는 두부·단순 가공 채소류·산양유를 추가해 수혜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했다. 2023년에는 구매처를 더 확대해 GS25 편의점에서도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농식품바우처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50% 이하인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가구다. 지원금액은 가구원 수에 따라 차등해 지급하고 있다. 시범사업에서는 1인 가구에 월 4만 원을, 4인 가구면 월 8만 원을 농식품바우처 카드에 충전해주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원 대상인 저소득층은 소득이 낮아 식품 구매력이 충분하지 않고, 필수 영양소 섭취량이 권장량에 못 미치는 등 영양 섭취가 부족하다”며 “저소득 취약계층의 식품 접근성을 강화하고, 영양을 보충적으로 지원해주며 국산 농산물의 지속 가능한 소비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농식품바우처’ 사업을 추진했다”고 했다. 정부는 농식품바우처 지원사업을 국정 과제 중 하나로 관리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먹거리 지원 및 국산 농산물 수요 확대에 대한 중요성이 반영된 결과다. 농식품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농식품바우처 제도를 본사업으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농식품바우처 시범사업에서 본사업으로의 변경 협의를 지난해 8월 완료했고, 그해 10월 말 제5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농식품바우처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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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퀴 파손 조짐 실시간 감지… “안전과 비용절감 혁신 자신”[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차량이 자율주행하는 시대가 되면 차를 이동형 회의실이나 침실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 관점의 전망은 많이 나왔다. 그렇게 차량의 활용 시간이 늘어날 때 생기는 새로운 사업 기회는 없을까. 주행 분석 안전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 반프(BANF)의 유성한 대표(40)는 자율주행의 시대를 예상하면서 차량 운행 시간 증가에 주목했다. 운행이 가장 늘어날 차는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트럭 같은 상용차라고 봤다. 물류 트럭은 고속도로 구간을 많이 달리기 때문에 자율주행 구현이 상대적으로 쉬워 이르면 2024년부터 가능(레벨 4)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자율주행 트럭 개발회사들은 실제로 24시간 운행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트럭의 타이어는 관리 측면에서 보면 비싼 소모품(1개당 약 700달러)이다. 교통사고 원인 측면에서는 ‘운전자의 부주의’ 다음이 ‘타이어의 이상’일 정도로 관리가 중요하다. 유 대표는 8일 서울 강남구 반프 본사에서 “자율주행의 시대가 되면 운전자의 부주의 요인은 사라지는 셈이어서 사고 예방을 위한 타이어 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지게 된다”며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들이 타이어 내부에 센서를 넣어 실시간으로 타이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도전했다”고 했다.● 글로벌 타이어 회사들보다 앞서 개발반프는 타이어의 내부에 부착하는 내구성이 뛰어난 타이어 센서(iSensor)를 개발했다. 가로세로 각 1.5cm, 높이 0.5cm 크기의 센서는 타이어의 상하좌우 움직임과 내부 압력, 온도 등을 측정해 트럭 바퀴 위쪽 차체에 부착된 수신기로 데이터를 송출한다. 그 데이터는 이동통신망을 타고 반프의 서버에 저장된다. 반프의 센서 개발은 사실상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 한 곳과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반프는 2년여 동안 국내에서 센서를 조금씩 개선했고, 테스트는 타이어 회사가 있는 국외에서 진행했다(비밀 유지 계약 때문에 이름을 밝히지는 못한다). 상용화를 앞두고 현재 미국 텍사스에서 트럭에 적용해 막바지 데이터 수집 시험을 진행 중이다. 반프는 자율주행 트럭 개발 스타트업으로 유명한 미국의 투심플(tusimple)과도 협업해 올해 상반기 중 타이어 센서를 장착한 트럭을 확대할 예정이다. 서비스 정식 출시는 내년 하반기로 계획하고 있다. 유 대표는 “미쉐린 브리지스톤 굿이어 콘티넨탈 피렐리 같은 세계 타이어 회사들이 모두 이런 센서를 개발 중이지만 제품화가 가능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하고 데이터를 송출하는 곳은 아직 없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업체들은 타이어의 실시간 데이터 획득을 위한 다중 무선 네트워크 아키텍처 설계, 센서 경량화, 센싱에 필요한 에너지 솔루션 개발 부문에서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타이어 내부 환경은 실시간 데이터를 얻기에는 혹독한 조건이다. 고속으로 운행되는 조건에서 견디는 내구성을 갖춘 센서가 필요하다. 또 가속도를 측정해 타이어의 상하좌우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 솔루션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측정한 데이터를 타이어 외부로 내보내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타이어 내부에는 철심들이 들어 있어 무선 통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프의 센서는 타이어의 이상 정보(평크, 타이어 파손, 편마모 정도, 탈거 조짐, 교체 시기 등)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사고의 조짐이 보이면 운행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휠얼라인먼트(바퀴의 정렬 상태)를 그때그때 파악해 연비가 나빠지는 것을 예방한다. 적재량에 따른 연비와 타이어 수명도 예측해 준다. 타이어는 차량이 지면과 직접 닿는 유일한 부위라는 점에서 도로의 이상 유무를 파악하는 도구로도 제격이다.● 시장부터 먼저 찾고 관련 기술 개발유 대표는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다. 03학번인 그는 재학 시절 창업에 관심을 두고 ‘서울대 창업네트워크’ 동아리 활동을 했다. 병역 특례로 대기업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창업 아이템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가 창업 아이템을 찾은 방식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방식이다. 여느 기술 창업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중심으로 시장을 찾는 방식인데, 유 대표는 달랐다. 시장이 있을 만한 곳을 먼저 찾았다. 평소 다양한 회사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는 유 대표는 영업이익률이 높은 업종을 물색했더니 타이어 회사들이 눈에 띄었다. 제조업은 5%의 이익률도 내기 힘든데 10%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곳이 세계적으로 많았다.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타이어 업계 사람들을 만났다. 그때 세계적인 타이어 업체들 모두가 타이어의 디지털 혁신을 위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센서를 개발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통신과 데이터에 자신이 있었던 그는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2020년 12월 하드웨어와 운영을 맡아 줄 동료 2명과 함께 반프를 창업했다. 반프(BANF)는 ‘Begin A New Future’(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라)의 머리글자에서 나왔다. 유 대표는 “자본금 1억 원은 3명이 갹출했고, 이후 필요한 경비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여러 창업 지원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센서 부착 무료… 구독 모델로 혁신 불러올 것”반프의 무대는 해외다. 미국 시장을 특히 눈여겨보고 있다. 미국은 국내와 달리 트럭의 소유와 관리를 트럭 물류회사(fleet)가 하는 구조다. 국내는 트럭 운전사들이 개인사업자로 자신의 트럭을 관리하면서 물류의 한 축을 맡고 있다. 반프에 따르면 컨테이너를 싣는 대형 트럭의 경우 지금도 1년에 1번은 타이어를 교체한다. 타이어 1개의 가격은 700달러 수준. 트럭 1대에 18개가 들어가니 1년에 1만2600달러나 된다. 반프는 24시간 운행 시대가 되면 타이어 교체 주기가 2, 3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타이어 결함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타이어 수명을 연장해주고 사고를 낮춰주는 실시간 모니터링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프는 센서는 무료로 제공하고 트럭 1대당 구독 비용을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유 대표는 “지금까지 데이터 분석 결과 센서를 달면 트럭 1대당 연료비 15%, 타이어 교체 비용 10%, 정비비 25%, 보험료 5% 등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했다. 도로 노면의 파임 정보나 결빙 정보 등을 확보해 도로를 관리하는 기관이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에 서비스할 계획도 있다. 반프는 한발 더 나아가 트럭 물류정보업체(FMS)를 인수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센서를 활용한 차별화된 관리 서비스로 관련 시장을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 대표는 “국내에 있으면서 미국이나 유럽의 물류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새로운 비즈니스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현지화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바퀴는 5500여 년 전 벽화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된 인류의 혁신품이다. 그 바퀴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혁신은 국내 스타트업 반프가 주도하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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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증권, 인공지능·로보틱스 분야 랩 어카운트 판매

    삼성증권(사장 장석훈)은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분야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하는 자문형 랩어카운트 상품 ‘삼성POP골든랩―AI&로보틱스’를 판매 중”이라고 4일 밝혔다(사진). ‘삼성POP골든랩’은 삼성증권의 대표 자문형 랩어카운트로, ‘AI&로보틱스 랩’은 프랑스에 있는 ‘시매틱자산운용’이 자문을 맡았다.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고객과 증권사가 투자 일임 계약을 맺고 고객의 자산을 운용 인력들이 운용하는 일임 자산관리 서비스다. 자문을 맡은 시매틱자산운용이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중에서 구조적인 성장 동력이 확인된, 저평가된 우량 성장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먼저 분석하는 상향식 종목 선정을 통해 투자 성과를 노린다. 또 투자 기업을 선정할 때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기준을 적용한다. 시매틱자산운용은 혁신 투자 테마 주식 전략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톱 운용사 중 하나인 나틱시스의 계열 운용사다. 2022년 9월 기준 약 3조5000억 원을 운용 중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시매틱자산운용이 자문을 맡은 국내 인공지능 및 로보틱스 분야 랩어카운트는 이 상품이 유일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AI&로보틱스 랩은 ‘의료 자동화’, ‘소비자&서비스 자동화’, ‘오피스 자동화’ 등과 관련한 AI&로보틱스 내 소수의 우량주를 선별하여 벤치마크인 MSCI 세계 주가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추구하는 상품”이라며 “시매틱자산운용사의 투자 자문과 더불어 삼성증권의 리스크 관리, 리서치 및 운용 역량이 합쳐져 좋은 시너지를 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해당 랩어카운트의 최소 가입 금액은 1억 원으로 삼성증권 오프라인 지점에서 가입이 가능하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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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터리 방열 소재 日 앞질러 상용화… “반도체에도 적용 가능”[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전기차의 급속 충전 성능을 높이거나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배터리 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다. 급속 충전을 하면 배터리에서 열이 더 많이 발생하는데 이를 빨리 배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주행거리 연장에도 배터리 온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배터리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전기차에 쓰이는 여러 소재와 부품 중에서 배터리 열 관리 부문의 개발 경쟁이 뜨거운 배경이다. 경북 경산시에 있는 소울머티리얼(대표이사 정인철)은 높은 열전도성을 갖는 첨단 방열(放熱) 소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좀 더 정확히는 방열 성능이 좋은 분말 형태의 방열 필러(충전재)다. 방열 소재는 배터리뿐만 아니라 열이 나는 전자 부품 어디에든 쓰인다. 세계 산업계는 지난 50여 년간 알루미나(산화알루미늄)를 주원료로 한 방열 필러를 써 왔는데, 소울머티리얼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마그네시아(산화마그네슘)를 활용한 방열 소재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마그네시아는 알루미나보다 열전도성이 2배가량 높고, 무게는 더 가벼워 전기차에 쓰기에 좋다. 마그네시아는 습기에 취약해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일본의 화학·소재 기업들이 앞서 개발에 나섰지만 결승선에는 소울머티리얼이 먼저 들어서고 있다. 제품은 평균 지름이 각각 100, 60, 20, 3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인 하얀 세라믹 입자들이다. 이 작은 입자의 양산을 위해 지금 10명의 임직원이 뛰고 있다.●첨단 ‘마이크로 세라믹’소재는 전체 상품에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지만 상품 전체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이 자국 첨단 소재의 수출 금지를 외교적인 카드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소울머티리얼이 만든 방열 소재는 전기차의 배터리 모듈과 하부 냉각 모듈 사이에 들어가는 재료다. 배터리에서 난 열을 냉각 장치로 제대로 전달하려면 열전도성이 좋은 물질을 주원료로 한 ‘열계면소재’로 빈틈없이 채워 줘야 한다. 소울머티리얼의 마그네시아는 묽은 치약 같은 점성을 가진 열계면소재의 주원료로 쓰인다. 소울머티리얼은 자사 마그네시아 제품에 ‘엑시알(ExiAl)’이라는 이름을 붙여 시리즈로 내놨다. ‘엑시트 알루미나(Exit Alumina)’라는 의미로 기존 알루미나를 대체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엑시알의 열전도율은 55W/m·K로 기존 알루미나보다 2배가량 높다. 무엇보다 엑시알은 습기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마그네시아는 열전도성이 알루미나보다 좋다는 점은 알려져 있었지만 습기에 약하다는 것이 큰 단점이었다. 알갱이들의 표면이 습기로 인해 변질되면 열전도성이 크게 떨어져 방열 소재로서 기능을 못 한다. 정인철 대표이사(49)는 “일본 기업들은 아직 습기에 취약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엑시알은 또 제조공정에서 필요한 최고 온도가 기존 마그네시아 제조 때에 비해 300도나 낮다(저온 소결 기술). 그만큼 제조비용을 낮출 수 있다.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지름을 가진 알갱이들이 얼마나 공처럼 둥근 형태를 갖추고 있는지도 중요한데, 엑시알은 단위 부피당 98% 이상의 알갱이들이 구형을 갖추고 있다. 정 대표는 “작은 알갱이 입자들이 구형을 띠지 않으면 이 알갱이들을 주원료로 만드는 열계면소재의 점성이 안정적으로 나오지 않고, 이는 배터리를 만들 때 열계면소재를 주입하는 공정을 방해하게 된다”고 했다.●한국재료연구원 특허기술 이전받아 창업정 대표는 2012년 영남대에서 무기재료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세라믹 제조 전문 기업인 세라트랙에서 기술연구소장으로 세라믹 공정 기술을 10년 가까이 개발했다. 업무 파트너 중에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재료연구원이 있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습기에 강한 새로운 마그네시아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대기업에 이 기술을 팔기 위해 마그네시아 샘플의 제조를 정 대표에게 의뢰했다. 이후 대기업으로의 기술 판매는 조건이 맞지 않아 차질을 빚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세라믹 공정 전문가인 정 대표에게 사업화를 제안했고, 정 대표가 고심 끝에 수락하면서 2021년 소울머티리얼이 설립됐다. 한국재료연구원은 특허 기술을 출자했다. 정 대표는 이 기술에 대한 독점적인 권한을 갖고, 자본을 끌어들이고 양산을 위한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등 사업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마그네시아 제조 공정 중 알코올을 용매로 사용하던 과정을 물로 바꾸고, 과립화 공정을 최적화했다. 덕분에 마그네시아 분말을 거의 다 공처럼 둥글게 만들 수 있었다. 기존보다 공정을 하나 줄이고, 더 낮은 온도에서 제조함으로써 제조 단가를 낮추고 제조 과정의 친환경성도 높였다. 정 대표는 “세라믹을 오래 연구하고 제조한 경험으로 볼 때, 내습 문제를 해결한 한국재료연구원의 새 마그네시아를 경제적으로 생산한 기술을 개발해 1970년대 초부터 쓰여 온 알루미나의 제조단가만큼 낮추는 것은 도전해볼 만한 목표였다”며 “아직 제조 단가를 더 낮추기는 해야 하지만 자본을 투입해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세계적인 부품기업들 5곳의 성능 인증 시험을 통과했다”고 했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 정 대표뿐만 아니라 한국재료연구원과 기술을 개발한 연구원들에게도 수익이 배분된다. 정 대표는 “한국재료연구원을 비롯한 많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은 사업화가 가능한 보유 기술들을 소개하는 행사들을 많이 연다”며 “정부가 많은 예산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창업을 하는 방안을 예비 창업자들이 생각해 볼 만하다”고 했다.●“올해 하반기 추가 투자받아 설비 증설 계획”소울머티리얼의 당면한 과제는 대량 생산 체제 구축이다. 현재는 경북테크노파크에 있는 830m²(약 250평) 규모의 공장에 월 9t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작년 하반기 투자받은 재원을 활용해 연말에는 월 40t의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창업 1년 6개월 만에 양산 기술을 개발하고 소규모 양산 체제까지 갖추고 덩치를 키우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울머티리얼의 능력을 믿고 57억 원을 투자한 기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재료연구원 10억 원(기술 출자), 기술보증기금이 20억 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배터리 전문 기업 그룹인 에코프로그룹의 창투사 아이스퀘어벤처스가 20억 원을 투자했다. 올해 하반기 추가 투자 유치도 계획 중이다. 소울머티리얼은 한국재료연구원과 협업해 마그네시아의 전도성은 높이고, 무게는 더 가볍게 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후속 연구개발에서도 연구원의 고급 인력과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원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은 기업의 장점이다. 소울머티리얼은 2025년이면 전기차에 쓰일 열계면소재용 방열 소재 시장이 9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량을 바탕으로 한 추산이다. 정 대표는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에도 쓰일 수 있는 소재여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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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 기술로 누구나 창업 가능하게… 수백억 받는 ‘기술백만장자’ 더 배출”[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이과 인재의 의과대학으로의 쏠림을 우려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크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술을 갖춘 반도체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기회조차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첨단 기술의 축적이 없으면 부가가치와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의 해법을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시도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일자리를 창출할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가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갖추면 된다. 정부는 2000년 공공(대학, 정부출연연구소 등) 기술 사업화 정책을 시작했다. ‘기술 이전·사업화 촉진 계획’으로 불리는 이 정책은 3년마다 갱신된다. 작년 말 8번째로 새로 마련됐다. 민간이 기술을 독점적으로 이전받을 수 있게 되고, 창업을 위해 연구자들에게 최대 6년이나 휴·겸직이 허용되는 등 20여 년 만에 획기적인 틀을 마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 등 17개 부처에 걸친 사업이다. 이 정책을 총괄하는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57)을 14일 만나 연구 기술의 사업화 정책의 변화와 그 함의에 대해 들었다. ―제8차 기술 이전·사업화 촉진 계획 중에서 예비 창업가나 스타트업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중요한 제도적 변화는 뭔가. “20여 년 만에 공공연구기관 기술 이전·거래 제도를 전면 개편했다. 지금까지는 공공연구기관 보유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더라도 독점적으로 넘길 수 없었는데, 이를 폐지했다. 기술 특성, 민간의 현장 수요, 활용 계획 등을 고려해 독점 이전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넘길 수 있도록 했다.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시대에 민간이 과감하게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연구자가 기술을 직접 사업화할 수 있도록 창업 여건을 크게 개선했다. 공공연구기관 연구자가 최대 6년간 휴직이나 겸직을 할 수 있고, 사업화를 목적으로 설립한 창업 기업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도 마련키로 했다. 사업화 대상 기술과 관련해 권리화되지 않은 지식(노하우)이나 정보, 연구기관 시설의 사용 등을 허용했다. 지금까지 이해충돌 문제 때문에 창업이나 사업화를 주저했던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기술이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의 기술 이전·사업화 촉진 계획을 되돌아본다면…. “2000년에 제1차 기술 이전·사업화 촉진 계획을 세우면서 기술 거래 인프라, 사업화를 위한 연구개발(R&D), 기술금융, 기술의 판로 개척 등 기술 거래에 관한 전체 틀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기술 이전 건수로 보면 최근 5년간 6%씩 증가해 2021년의 경우 1만5383건이 기업에 이전됐다. 기술이전율(공공연구기관 보유 기술 대비 이전 실적)도 꾸준히 증가해 2021년에 처음으로 40%를 넘었다. 지금까지 신규로 개발한 기술 10개 중 4개 이상이 이전됐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기술이 중소기업에 이전(76%)됐다.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중소기업의 기술 발전에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우리 산업과 사회에 보다 뚜렷한 이득을 가져다줄 경제적 임팩트가 있는 기술을 이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는 앞으로 이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다.” ―왜 공공 기술 사업화가 중요한가. “기업에는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새 혁신기술을 도입해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업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그에 필요한 기술은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식이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지금 시대에 맞는 방식이다. 미국 등 창업 선진국에서는 이런 문화가 보편화돼 있다.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 등 공공연구기관은 기술 이전과 자체 창업으로 더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아이디어와 자본을 만들 수 있다. 연구자에게는 더 많은 보상 혹은 창업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이공계 인력이 의대로 쏠리는 현상도 막을 수 있다. 수백억 원의 기술이전료를 받는 연구자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2021년 기준 기술 이전 계약 건당 이전료는 2580만 원에 불과했다. 앞으로 연구소와 연구자는 기술이전료 외에 기술의 사업화를 지원해 주고도 현금, 주식, 채권, 스톡옵션 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공공 기술 사업화의 성공을 위해 중요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민간 수요 중심의 기술 개발과 민간과 함께하는 사업화다. 앞으로는 연구개발 과제를 정할 때부터 민간의 수요를 반영할 계획이다.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수요를 파악해 이를 개발할 연구자와 스타트업이 협업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식이다. 향후 이들이 대기업에 기술을 파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 재직 때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와 대기업 기술 개발 담당자들을 연결하는 모임을 만든 경험이 있다. 쌍방 모두에게 그런 교류가 절실하다는 걸 느꼈다. 벤처캐피털 및 사업화 전문기관 등 민간이 먼저 발굴한 프로젝트에 정부가 연구개발 자금을 우선 투자하는 방식(민간투자 연계형 R&D)은 더 확대한다. 아울러 기술의 사업화 지원을 위해 올해부터 3년간 3조 원 규모 민관 합동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기술을 사업화하는 혁신 스타트업 등에 대기업과 중견기업,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장과 산업에 초점을 맞춘 기술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딥테크와 함께 달리기(Colab4DeepTech) 프로그램’도 중요한 시도다. 기업과 공공연구기관, 투자자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출한 솔루션에 대해 비즈니스 모델 수립 단계부터 R&D 투자, 민간 투자 유치까지 전(全) 주기를 지원한다. 민간 수요 중심의 시장 친화적인 개발 및 사업화로, 경제적 임팩트가 있는 기술이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하겠다.”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은 기술 사업화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해 1980년에 베이돌 법(法)(Bayh-Dole Act)을 제정했다. 대학과 연구기관에 특허 등 연구 성과의 소유·활용권을 보장하고, 기술 사업화 전담조직(TLO)을 적극 지원 중이다. 기술 선진국들은 개발한 기술의 단순한 이전뿐만 아니라 공공연구기관이 직접 사업화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찍 깨닫고 시행 중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내부 인력이 사업화를 직접 지원하고,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일본 도쿄대는 출자회사를 두고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민간 전문회사를 통해 사업화를 지원하는 방식도 있는데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 등이 그렇게 한다. 우리도 이번 계획에 사업화 민간 전문기관의 참여를 높이는 등 공공 연구기관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 출연연 같은 공공 연구기관을 연구만 하는 곳이 아닌 창업의 요람으로 변화시키고, 꾸준한 제도 개선과 인센티브를 통해 ‘스타 연구자’나 ‘기술백만장자’가 배출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겠다.”공공 보유 기술 알아보려면… 국가기술은행에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 등이 보유한 기술 정보가 망라돼 있다. 현재 32만8000여 건의 정보가 등록돼 있다. 회원 가입 후 로그인을 하면 인공지능 기반의 기술 관계망 그래픽을 볼 수 있다. 키워드를 넣으면 연관 기술들로 연결된 기술 관계망이 보이는 방식이다. 특정 기술의 특허 정보와 판매자 연락처 등도 나오고, 대략의 기술 가격도 알 수 있다. 작년 기준으로 일평균 방문자는 6만4000명 정도다. 아직 연구원들 중심으로만 알려져 있어 정부가 예비 창업가와 대학생 등 창업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기술의 완성도를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계속 보완할 계획이다. 장영진 차관은…2022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에 임명됐다. 직전에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 그 이전에 산업부 기획조정실장, 산업혁신성장실장, 산업기술융합정책관, 주미 대사관 경제공사 등을 지냈다. 행정고시 35회. 뉴욕주립대 경제학 석사, 경희대 학사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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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길 CCTV에 ‘두뇌’ 심는 기술 개발… “미래 자율주행 인프라 될 것”[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소방차에는 1분 1초가 소중하다. 골목길로 진입을 했는데 길을 막고 있는 차량이 있다면 누군가의 생명은 위태로워진다. 차량이 막고 있지는 않더라도 교통량이 많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사상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커진다. 실시간 골목길 교통정보가 있다면 우회로를 선택해 대처하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내비게이션에는 아직 골목길 교통량 정보가 없다.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 티맵 등을 켜보면 골목길에는 교통 흐름 정도를 보여주는 색깔 선이 표시되지 않는다. 큰길을 따라서만 교통 정체에 따른 녹색과 적색 등의 색깔선이 안내될 뿐이다. 스타트업 알트에이(대표이사 이태우)는 골목길의 실시간 교통정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많은 노력과 자본이 필요할 것 같은 분야를 개척하는 방식이 지혜롭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보안 등을 위해 골목길 곳곳에 설치해 둔 일반 폐쇄회로(CC)TV를 ‘지능화’해 교통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골목길 교통량을 파악하고 있다. 일반 CCTV에 알트에이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기(알트 플러스)를 달아 골목길을 지나는 사람과 차량, 킥보드,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구별해 낸다. 이런 정보를 활용해 운전자나 보행자가 잘 보지 못하는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차량이나 보행자를 서로에게 알려준다. 이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골목길 교통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지자체와 ‘윈윈’하는 전략인 셈이다. ●“골목길 교통사고 줄이고, 불법 주·정차 관리도”알트에이가 개발한 시스템은 골목길이나 사유지(아파트 단지 안 주차장이나 물류센터 내 도로 등)에서 교통 사고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알트에이는 골목길과 사유지를 ‘라스트 마일’이라고 부른다. 교통이나 물류 흐름의 마지막 단계를 의미한다. 알트에이는 라스트 마일의 교통 안전을 위해 만든 시스템에 ‘알트 세이프’라는 이름을 붙였다. CCTV에 연결할 손바닥만 한 크기의 AI 프로세스가 갖춰진 기기, 운전자에게 주변 교통 상황을 알리는 전광판과 빔 프로젝터, 보행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스피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골목길 대부분은 차량과 보행자가 함께 사용해 혼잡한 곳이 많다. 운전자가 골목에서 갑자기 나오는 사람을 놓치기 쉬운 환경인 셈이다. 알트에이가 지능화한 CCTV가 달린 곳에서는 알림판에 ‘우회전, 보행자 주의’ 같은 정보가 나타나 사람을 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보행자에게는 스피커로 옆 골목에 차량이 오고 있음을 알린다. 주변이 주택가여서 보행자가 있는 쪽으로만 소리를 전달하는 지향성 스피커를 쓰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만난 이태우 대표이사(31)는 “우리나라 교통사고의 60∼70%는 골목길에서 발생할 정도로 골목길은 위험한 곳”이라며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보다 명확하게 교통 정보를 제공해 사고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9년 알트 세이프를 도입한 서울 금천구에 따르면 우회전 모퉁이 길에서 차량이 감속을 시작하던 거리가 시스템 도입 전에는 교차 지점 5m 정도 전이었지만 시스템 도입 후에는 15m로 늘었다. 그만큼 안전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알트 세이프 시스템을 기반으로 불법 주정차 등 골목길을 관리할 수 있는 도시 관제 플랫폼 ‘알트 콘솔’도 만들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보이면 전광판과 스피커를 통해 경고를 보내고 5분이 지나도 차를 옮기지 않으면 주차관리 요원이 바로 주차위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야간에 골목길 주차 환경은 더욱 열악한 편으로 소방차가 지나갈 수도 있는 길에 주차를 하는 차량이 있으면 운전자가 내리는 시점을 인식해 빔프로젝터로 차량 전체를 감싸는 큰 빛을 쏴 경고한다. 운전자가 경고 문구를 보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알트에이의 교통안전 시스템은 현재 서울 서대문구와 강서구, 양천구, 금천구 등에 적용되고 있다. 이태우 대표는 “유지 보수가 필요한 분야여서 본사가 가까운 곳 위주로 영업을 하고 설치를 해 왔다”며 “올해부터는 관리 역량이 늘어나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로 설치 지역을 넓히려 한다”고 말했다.●대학 창업 동아리 때 동료들과 창업알트에이의 이 대표와 최상일 운영팀장(31), 안형준 개발팀장(35), 최성현 수석연구원(32) 등 4명이 2016년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이들은 한국외국어대(컴퓨터공학, 통계학 전공)에 재학 중이던 이 대표가 2015년경 만든 대학생 연합 창업동아리에서 같이 활동하던 사이다. 이 대표는 교내 창업 동아리에 가입했다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나누고 싶어 연합 동아리를 만들었다. 동아리 공간은 전기통신 공사업을 하는 이 대표 아버지의 경기 성남시 모란역 인근 8평짜리 낡은 사무실이었다. 이 대표는 “주 7일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내고 구현하는 일을 반복했다”며 “모두 너무 재미있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버 보안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 공모전에 참여해 상금도 탔다”고 했다. 창업할 때는 결국 교통 아이템이 선택됐다. 적외선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보행자를 미리 감지해주는 안내판이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있으면 좋은 아이템이 아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기술과 서비스라고 모두들 느낀 아이템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처음에 만든 보행자 감지 장치 아이디어는 창업보육회사인 스파크랩의 심사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이 대표는 “우리 아이디어만으로는 사실상 불합격이었다”면서도 “우리 아이디어를 심사했던 이한주 현 베스핀글로벌 대표이사가 골목길 교통 데이터의 중요성을 심사장에서 강조하면서 그 데이터 확보를 목표로 투자받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알트에이가 만든 인공지능 기반 기기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산업용 컴퓨터다. 온도와 습도 변화가 심한 외부 환경에서 24시간 작동한다. 이런 기기를 만드는 것은 스타트업의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이 대표는 “한 대기업 계열사 직원이 ‘대기업도 만들지 못한 안정적인 기기를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묻더라”며 “서울 서대문구에 처음 설치를 하고 나서 창업자 4명이 각자 구역을 맡아 24시간 붙어 있다시피 하면서 고장에 대처했다”고 말했다. 기기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순간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원인을 파악하기 쉬웠고, 계속해서 보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알트에이의 사업 대상은 공공기관으로 무엇보다도 납품 실적이 중요했다. 처음에는 이들의 기기를 믿고 써주는 곳이 없었다. 다행히도 단국대에서 교내에 설치해 시범 운용을 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 대표는 “단국대의 관용 덕분에 자치구 공무원들을 현장으로 초대해 설명할 수 있었다”며 “스타트업의 새로운 시도를 단국대처럼 받아주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택배 배달시간 더 줄어들 것”알트에이는 올해 우수조달 업체 자격을 따는 데 도전한다. 조건이 까다롭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알트에이의 교통안전 시스템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수조달기업이 되면 10억 원 이하 규모까지는 수의계약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알트에이는 지방자치단체 다음으로는 소방차와 응급차, 경찰차 등에 골목길 교통 정보를 제공하고, 물류유통 회사으로 대상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골목길 교통 정보 데이터를 집적해 여러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물론 자율주행 자동차 등에서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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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금연과 더불어 연초 흡연자를 더 나은 대안제품으로 이끌길”

    담배 업계가 궐련형 전자담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민영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의 한국 법인 한국필립모리스는 작년 말과 올해 잇달아 3개의 전자담배 기기를 선보였다. 국내 담배회사인 KT&G는 전자담배 수출 확대를 위해 PMI의 국제적인 유통망을 활용하는 15년 장기 협약을 최근 PMI와 맺었다. 여기에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도 한국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담배 업계는 ‘태워서 피우는 담배(연초)’가 수백 년 만에 없어지는 전환점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을 몇 년 전부터 내놓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발생이 적어서 연초 흡연자에게는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물질을 태우면 유해물질이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방향 전환이지만 비연소 제품인 전자담배(크게 궐련형과 액상형으로 나뉨)를 대하는 각국 정부의 태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PMI의 토마소 디 조반니 부사장(49)을 서울 영등포구 한국필립모리스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세계 약 180개 시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PMI의 국제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고 있다. 대외업무를 맡은 경험도 있어 담배 규제와 정책에도 정통하다. 각국 정부의 전자담배에 대한 태도와 담배 사업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자리에 있는 셈이다. -연초든 전자담배든 해로운 건 마찬가지 아닌가. “흡연은 중독성이 있고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연초의 연기에 존재하는 유해물질의 대부분은 연소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궐련형 전자담배처럼 연소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가열형 제품 등은 분명히 연초보다 더 나은 선택이다. 이런 제품들은 유해물질 배출을 크게 낮춰 준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이런 장점을 이해하고 두 제품의 카테고리를 차별적으로 규제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연초처럼 태우는 연소 제품과 궐련형 전자담배, 액상형 전자담배, 스누스(구강흡수형 담배 제품) 같은 비연소 제품을 구분해서 규제하는 것이다. 연초 흡연자들을 더 나은 대안으로 유도하려는 의도다.” -어떤 나라가 어떤 차별적 규제 정책을 펴고 있나. “연초와 비연소 제품에 대한 차별 규제의 선두 주자는 미국이다. 2008년 미국 의회는 식품의약국(FDA)에 공중보건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규제를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2012년에는 FDA가 이를 실행했고, 이후 차별 규제 정책을 선도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주장하는 건강상 이점에 대해 FDA가 여러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에 인가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PMI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쳤고, 아이코스는 연초에 비해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을 상당히 줄여준다는 사실과 함께 위해저감담배제품(MRTP)으로 인가를 받았다. 그리스는 우선 제조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주장에 근거가 없다면 규제 당국이 사후에 인가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연초와 전자담배를 차별화해 규제할 뿐 아니라 흡연을 지속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 덕분에 영국 연초 흡연자의 3분의 1이 전자담배로 전환했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불가리아, 필리핀과 뉴질랜드 등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 역시 차별적인 규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것이 확실하기는 한가. “회사 내부는 물론 수많은 외부 및 독립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있다. 연초와 비교하면 비연소 제품은 유해 화합물의 배출이 90∼95% 줄어든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회사가 진행한 여러 건의 임상연구 또한 일정 기간 아이코스를 사용한 사람과 일정 기간 금연한 사람이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우리는 역학적인 연구 조사도 시작했다. 일본에서 심혈관 질환 입원율을 조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연구에서는 아이코스로의 전환과 입원율 감소 간에 명백한 상관관계를 볼 수 있었다. 또 미국 FDA 외에 네덜란드와 독일을 포함한 많은 정부의 연구기관들과 독립 연구기관들의 증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들의 연구 결과 비연소 제품은 연초에 비해 유해 화합물의 발생을 낮춰주고 또 연초보다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PMI는 비흡연자에게 전자담배를 권하는 것을 절대 금하고 있다. 계속 흡연 의사가 있는 성인 흡연자에게만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권유토록 돼 있다. PMI의 모토는 ‘연초를 안 피운다면 시작하지 말고, 흡연한다면 금연하고, 계속 흡연하려 한다면 전환하라’다. -한국은 어떻다고 파악하고 있나. “영국과 일본은 연초 흡연자의 3분의 1이 전자담배로 전환했다. 리투아니아의 경우 연초 흡연자의 아이코스 전환율이 40%에 달한다. 한국도 초반에는 전환에 있어 선두 주자였다. 규제당국이 소비자들에게 ‘혼란스러운 정보(PMI는 한국 규제당국은 전자담배도 연초와 똑같이 유해한 담배라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고 본다)’를 전달하기 시작한 2018년 이전까지는 전환의 속도가 매우 빨랐다. 하지만 그 이후 전환 속도가 둔화됐고 일부 흡연자들은 전자담배로 전환했다가 연초 흡연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공중보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해 왔던 한국이 금연에 힘을 쏟는 동시에 연초 흡연자들이 더 나은 대안으로 전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를 바란다.” -전자담배도 100% 안전한 것이 아니라면 모두 끊으라고 하는 방향도 맞지 않나. “우리는 규제당국이 새로운 데이터와 과학적 증거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전적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규제 당국이 기존의 선입관에 의해 이런 제품을 바라본다면 중요한 사실과 메시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만약 정부의 메시지가 연초와 비연소 제품이 동일한 수준으로 유해하다는 부정확한 내용이 전달된다면, 이는 흡연자들을 혼란하게 만들어 이들이 건강을 위한 더 나은 대안으로 전환하는 것을 줄이는 동시에 계속 연초를 피우도록 만들 것이다. 또 이런 일은 흡연자들의 건강과 한국의 공중보건에도 해가 될 것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 과학적인 증거를 공유할 것이다. 한국의 규제 당국이 기존의 결론을 재검토할 것으로 희망한다. 한국의 흡연자들은 비연소 제품의 리스크와 이익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받을 권리가 있다.”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은…비연소 제품에 14조원 투자헬스케어-웰니스 분야도 진출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은 1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1위 민영 담배 회사다. 1847년 영국 런던의 한 담배 가게에서 시작됐다. 20세기 초 미국으로 이전해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2008년 미국 알트리아그룹에서 분사해 PMI가 생겼다. 현재 PMI의 운영본부는 스위스 로잔에 있다. PMI는 2008년부터 연초 판매를 완전히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비연소 제품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105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PMI 순매출의 32% 정도가 이미 비연소 제품에서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담배 비즈니스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헬스케어와 웰니스 분야를 주목하며 관련 분야 기업들을 인수했다. 구강을 통해 약물을 전달하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퍼틴 파마, 에어로졸 형태의 약물 흡입 제품을 보유한 벡추라와 오티토픽 등이다. 비연소 제품 개발 및 연구과정에서 얻은 성과와 이들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2025년까지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PMI의 현지법인으로 1989년 설립됐다. 서울 본사와 경남 양산 공장, 그리고 전국의 영업 사무소에서 약 10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양산 공장은 2018년부터 아이코스의 전용담배 ‘히츠’를, 2022년부터는 아이코스 일루마 시리즈의 전용담배 ‘테리아’를 생산하고 있다. 조반니 부사장은…△1994∼1999년 이탈리아 보코니대 경영학 및 행정학 전공 △2001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 사업개발팀 입사 △2002∼2013년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대외업무 담당 매니저로 프랑스 스위스 미국 브라질 근무 △2013∼2016년 비연소 제품 커뮤니케이션팀 글로벌 헤드 △2016∼2018년 위험감소제품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2019년∼현재 국제커뮤니케이션 부사장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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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운영 가능한 ‘치킨집’ 개발… “주방일, 이제 로봇이 할 때 됐다” [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주방은 적잖이 위험한 곳이다. 날카로운 칼과 뜨거운 불이 주요 도구들이니 말이다. 반복되는 작업들로 힘든 노동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량 생산을 하는 식품공장에서는 조리 과정에 로봇이나 자동화 기기가 일찌감치 도입됐다. 하지만 도시의 수많은 식당 주방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런 시대가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인난으로 사람이 귀해진 탓이다. 공장 자동화와 로봇 개발에 쓰이던 기술들이 식당 주방에도 적용될 요인이 생긴 것이다. 퓨처키친(대표이사 한상권)은 로봇으로 주방의 혁신을 꿈꾸는 스타트업이다. 위험하고 힘든 주방일은 로봇에 맡기자는 생각이다. 2020년에 설립돼 튀김용 닭(치킨)을 조리하는 로봇을 만들었다. 이 로봇을 이용해 조리한 치킨 판매도 하고 있다. 판매를 하면서 완전 자동화에 필요한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 KAIST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한 한상권 대표이사(37)는 “로봇 관련 기술은 언제나 시대보다 앞서 준비돼 있다가 임금이 높아지거나 인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오면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됐다”며 “로봇을 만드는 값은 싸지고 노동력은 비싸지는 지금이 주방 로봇이 확산될 때”라고 했다.● 닭고기 부위×반죽 두께별로 세분화된 메뉴 가능 퓨처키친이 만든 치킨 튀기는 로봇의 정식 이름은 ‘로봇 주방 자동화 플랫폼―치킨조리버전 MVP(최소 기능 제품)’이다. 상용화를 할 수 있는 최소 기능을 갖췄고, 앞으로 더 고도화가 진행된다는 의미다. 최소 기능만 갖췄음에도 이 로봇을 활용해 작년부터 치킨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퓨처키친은 자사 치킨 브랜드 ‘왓어크리스프’ 이름으로 서울 강남에 2곳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로봇이 설치된 매장 1곳에서 일하는 인력은 1명이고, 다른 한 곳은 3명이다. 고객이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을 하면 로봇 시스템에 주문이 자동으로 입력된다. 메뉴는 여느 치킨집과 달리 닭고기 부위(닭다리, 윙, 봉 등)별로 조합할 수 있는 메뉴가 많다. 독특하게 튀김옷의 두께를 얇게 한 메뉴도 섞어서 주문할 수 있다. 또 튀김옷도 맥주발효반죽 등 3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사람이 튀긴다면 이런 다양한 메뉴에 손길이 많이 가 운영하기 힘들겠지만 로봇 시스템을 활용하면 복잡한 메뉴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다”며 “다양한 조합의 이런 메뉴들을 3월부터 더 많이 선보일 것이다”라고 했다. 현 시점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다 튀겨진 닭고기에 양념을 바르고 상자에 담는 일이다. 양념과 포장을 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인데, 기존 시스템에 결합시킬 예정이다. 한 대표는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메뉴와 조리법은 더 다양해질 것이고 사람의 손길이 가는 일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작년 7월에 로봇으로 치킨을 처음 튀길 때는 닭고기의 순살만 활용했다. 로봇 팔이 닭고기를 잡는 기술이 초기 단계여서였다. 뼈가 포함된 다양한 부위를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는 그리핑 기술을 개발하면서 메뉴가 다양해졌다. 한 대표는 “로봇은 치킨 부위, 반죽, 두께에 따라 각기 다른 최적의 튀김 시간을 적용한다. 일부 품목에는 두 번 튀기는 기법을 적용하는 등 상품마다 가장 바삭하고 맛있는 튀김옷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배달앱을 통해 얇은 반죽의 치킨을 먹어 본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협동 로봇 활용 대신 ‘실용적인 로봇’ 새로 설계 6일 서울 강남구 왓어크리스프 가로수길점에서 한 대표를 만났다. 주방 한쪽에서 뜨거운 기름통 위로 6개의 로봇 집게들이 닭고기를 집어 반죽에 담그더니 일정한 두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옆 칸으로 재빠르게 이동해서는 닭고기를 기름에 안정적으로 담갔다. 사람은 주문이 오면 필요한 부위를 선반에 올려두고는 고객 주문이 떠 있는 모니터를 보면서 양념을 준비했다. 다 튀겨진 닭고기가 바구니째 기름 위로 올라오자 양념 그릇에 옮겨 버무렸다. 한 대표는 “튀기는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화상 걱정을 줄일 수 있고, 모니터에서 지시하는 대로만 하면 되기 때문에 혼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로봇 시스템에는 카메라를 설치해 조리 과정별로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주문한 고객은 영수증에 프린트된 QR코드를 찍어 보면 자신에게 배달돼 온 닭고기가 어떻게 조리되고 포장됐는지를 볼 수 있다”며 “더 안심하고 먹으면 더 맛있지 않겠냐”고 했다. 한 대표는 “로봇 주방이라고 하면 흔히들 사람 팔 모양의 협동로봇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며 “가장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주방을 혁신하기 위해 치킨을 튀기는 과정을 별도로 분석해 그 과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움직임만 있는 로봇 자동화 플랫폼을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주방의 면적이나 필요한 생산 속도 등에 맞춰 로봇 집게와 튀김그릇, 반죽그릇 등의 수를 조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퓨처키친은 작년에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초기에는 왓어크리스프 브랜드를 중심으로 닭고기 브랜딩과 판매에 사업의 무게 중심이 있었다. 투자자들과 내부 구성원들의 논의 결과 로봇 주방 자동화 플랫폼 기술 개발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이 바뀌었다.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그가 대표이사로 전면에 나선 배경이다.● 잡초 뽑는 로봇 개발 경험 살려 스타트업에 합류 한 대표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나와서 KAIST 대학원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했다. KAIST에 있을 때 국책연구과제에 참여해 논에서 잡초를 제거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그리노이드’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다. 2016∼17년 당시에는 배터리의 밀도가 낮아 로봇이 무른 논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어려워 고생을 많이 했다. 한 대표는 “학교에 있을 때는 로봇 기술 개발 자체에 의의가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되면 달려들곤 했다”고 했다. 이후 농기계 회사에 스카우트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농업 분야에서는 아직 로봇을 도입할 만큼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즈음에 스타트업 육성 회사(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의 제안을 받았다. 퓨처플레이는 로봇 기술자와 유명한 셰프, 식음료 브랜딩 전문가들을 모아서 창업하면 점점 더 구인난에 시달리게 될 요식업계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 대표는 세분화되는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구인난을 해결할 길은 로봇이라고 보고 제안에 응했다. 스타트업 육성 회사가 주도해 세운 이런 회사는 ‘컴퍼니 빌딩 스타트업’이라 불린다. 한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본과 마케팅, 기술 등의 영역에서 액셀러레이터의 도움을 전폭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스타트업 육성 회사들은 창업자 및 핵심 구성원들이 사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분과 스톡옵션 등을 통해 충분하게 동기를 부여하는 편이다. 퓨처키친은 로봇 주방 자동화 플랫폼이 필요한 곳에 렌트 방식으로 로봇 시스템을 설치해 주고 원격지에서 시스템의 유지와 보수 관리를 해줄 계획이다. 로봇의 움직임과 작업 프로세스, 조리 레시피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각 매장에 제공하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거대한 요식업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대표는 “향후에는 주방에서 쓰이는 다른 도구들을 로봇으로 자동화할 것이다. 하지만 우선은 임직원들과 함께 ‘치킨을 튀기는 일은 로봇이 하는 시대’를 열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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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방일 로봇이 할 때 됐다” 로봇으로 주방 혁신 꿈꾸는 ‘퓨처 키친’[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탁월한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주방은 적잖이 위험한 곳이다. 날카로운 칼과 뜨거운 불이 주요 도구들이니 말이다. 반복되는 작업들로 힘든 노동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량 생산을 하는 식품공장에서는 조리 과정에 로봇이나 자동화 기기가 일찌감치 도입됐다. 하지만 도시의 수많은 식당 주방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런 시대가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인난으로 사람이 귀해진 탓이다. 공장 자동화와 로봇 개발에 쓰이던 기술들이 식당 주방에도 적용될 요인이 생긴 것이다. 퓨처키친(대표이사 한상권)은 로봇으로 주방의 혁신을 꿈꾸는 스타트업이다. 위험하고 힘든 주방일은 로봇에게 맡기자는 생각이다. 2020년에 설립돼 튀김용 닭(치킨)을 조리하는 로봇을 만들었다. 이 로봇을 이용해 치킨 판매도 하고 있다. 판매를 하면서 완전 자동화에 필요한 데이터도 쌓아가고 있다. KAIST에서 로봇 공학을 전공한 한상권 대표이사(37)는 “로봇 관련 기술은 언제나 시대보다 앞서 준비돼 있다가 임금이 높아지거나 인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오면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됐다”며 “로봇을 만드는 값은 싸지고 노동력은 비싸지는 지금이 주방 로봇이 확산될 때”라고 했다.●닭고기 부위×반죽 종류×반죽 두께별로 세분화된 메뉴 가능 퓨처키친이 만든 치킨 튀기는 로봇의 정식 이름은 ‘로봇 주방자동화플랫폼-치킨조리버전 MVP(최소 기능 제품)’이다. 상용화를 할 수 있는 최소 기능을 갖췄고, 앞으로 더 고도화가 진행된다는 의미다. 최소 기능만 갖췄음에도 이 로봇을 활용해 작년부터 치킨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퓨처키친은 자사 치킨브랜드 ‘왓어크리스프’ 이름으로 서울 강남에 2곳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로봇이 설치된 매장 1곳에서 일하는 인력은 1명이고, 다른 한 곳은 3명이다. 고객이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을 하면 로봇 시스템에 주문이 자동으로 입력된다. 메뉴는 여느 치킨집과 달리 닭고기 부위(닭다리, 윙, 봉 등)별로 조합할 수 있는 메뉴가 많다. 독특하게 튀김옷의 두께를 얇게 한 메뉴도 섞어서 주문할 수 있다. 또 튀김옷도 맥주발효반죽 등 3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사람이 튀긴다면 이런 다양한 메뉴에 손길이 많이 가 운영하기 힘들겠지만 로봇 시스템을 활용하면 복잡한 메뉴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다”며 “ 다양한 조합의 이런 메뉴들을 3월부터 더 많이 선보일 것이다”고 했다.현 시점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다 튀겨진 닭고기를 양념을 바르고 상자에 담는 일이다. 양념과 포장을 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인데, 기존 시스템에 결합시킬 예정이다. 한 대표는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메뉴와 조리법은 더 다양해질 것이고 사람의 손길이 가는 일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작년 7월에 로봇으로 치킨을 처음 튀길 때는 닭고기의 순살만 활용했다. 로봇 팔이 닭고기를 잡는 기술이 초기 단계여서였다. 뼈가 포함된 다양한 부위를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는 그리핑 기술을 개발하면서 메뉴가 다양해졌다. 한 대표는 “로봇은 치킨 부위, 반죽액, 두께에 따라 각기 다른 최적의 튀김 시간을 적용한다. 일부 품목에는 두 번 튀기는 기법을 적용하는 등 상품마다 가장 바삭하고 맛있는 튀김 옷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배달앱을 통해 얇은 반죽의 치킨을 먹어 본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협동 로봇 활용 대신 ‘실용적인 로봇’ 새로 설계 6일 서울 강남구 왓어크리스프 가로수길점에서 한 대표를 만났다. 주방 한켠에 뜨거운 기름통 위로 6개의 로봇 집게들이 닭고기를 집어 반죽에 담그더니 일정한 두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옆 칸으로 재빠르게 이동해서는 닭고기를 기름에 안정적으로 담갔다. 사람은 주문이 오면 필요한 부위를 선반에 올려두고는 고객 주문이 떠 있는 모니터를 보면서 양념을 준비했다. 다 튀겨진 닭고기가 바구니 채로 기름 위로 올라오자 양념 그릇에 옮겨 버무렸다. 한 대표는 “튀기는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화상 걱정을 줄일 수 있고, 모니터에서 지시하는 대로만 하면 되기 때문에 혼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로봇 시스템에는 카메라를 설치해 각 과정별로 조리된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표는 “주문한 고객은 영수증에 프린터된 QR코드를 찍어보면 자신에게 배달돼 온 닭고기가 어떻게 조리되고 포장됐는지를 볼 수 있다”며 “더 안심하고 먹으면 더 맛있지 않겠냐”고 했다. 한 대표는 “로봇 주방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들 사람 팔 모양의 협동로봇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며 “가장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주방을 혁신하기 위해 치킨을 튀기는 과정을 별도로 분석, 그 과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움직임만 있는 로봇 자동화 플랫폼을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주방의 면적이나 필요한 생산속도 등에 맞춰 로봇 집게와 튀김그릇, 반죽그릇 등의 개수를 조정할 수 있는 방식이다. 퓨처키친은 작년에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초기에는 왓어크리스프 브랜드를 중심으로 닭고기 브랜딩과 판매에 사업의 무게 중심이 있었다. 투자자들과 내부 구성원들의 논의 결과 로봇 주방자동화플랫폼 기술 개발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사업 방향이 바뀌었다.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그가 대표이사로 전면에 나선 배경이다.사업 내용주방 자동화 플랫폼주요 제품 및 서비스치킨 조리 자동화 로봇 및 자동 주문 인식 프로그램주요 기술다양한 치킨 부위 로봇 그리핑 기술 및 정밀 배터링, 프라잉 기술, 자동 주문 인식 프로그램 및 생산 알고리즘투자받은 금액누적 45억 원(시드 5억 및 pre-시리즈A 40억) 투자 기관퓨처플레이, 해시드, 스톤브릿지벤처스, (주)농심, 농심엔지니어링(주), 본촌인터내셔날(주)대표이사 및 임직원 수대표이사 한상권 총 8명(연구 및 개발 4명, 운영 3명, 경영지원 1명)설립일/소재지2020년 5월 서울시 강남구●잡초 뽑는 로봇 개발 경력…제안 받고 스타트업에 합류 한 대표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나와서 KAIST 대학원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했다. KAIST에 있을 때 국책연구과제에 참여해 논에서 잡초를 제거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그리노이드’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다. 2016~17년 당시에는 배터리의 밀도가 낮아 로봇이 무른 논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어려워 고생을 많이 했다. 한 대표는 “학교에 있을 때는 로봇 기술 개발 자체에 의의가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되면 달려들곤 했다”고 했다. 이후 농기계 회사에 스카웃됐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농업 분야에서는 아직 로봇을 도입할 만큼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즈음에 스타트업 육성 회사(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의 제안을 받았다. 퓨처플레이는 로봇 기술자와 유명한 셰프, 식음료 브랜딩 전문가들을 모아서 창업하면 점점 더 구인난에 시달리게 될 요식업계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 대표는 세분화되는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구인난을 해결할 길은 로봇이라고 보고 제안에 응했다. 스타트업 육성 회사가 주도해 세운 이런 회사는 ‘컴퍼니 빌딩 스타트업’이라 불린다. 한 대표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본과 마케팅, 기술 등의 영역에서 액셀러레이터의 도움을 전폭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스타트업 육성 회사들은 창업자 및 핵심 구성원들이 사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분과 스톡옵션 등을 통해 충분하게 동기를 부여하는 편이다. 퓨처키친은 로봇 주방자동화플랫폼이 필요한 곳에 렌트 방식으로 로봇 시스템을 설치를 해주고 원격지에서 시스템의 유지와 보수를 관리 해 줄 계획이다. 로봇의 움직임과 작업 프로세스, 조리 레시피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에 각 매장에 제공하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거대한 요식업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대표는 “향후에는 주방에서 쓰이는 다른 도구들을 로봇으로 자동화할 것이다. 하지만 우선은 임직원들과 함께 ‘치킨을 튀기는 일은 로봇이 하는 시대’를 열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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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손놀림에 춤추는 멋까지… “사람과 교감하는 로봇세상 만들것”[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엑스와이지(XYZ·대표이사 황성재)’는 로봇팔로 커피를 제공하는 사업을 2019년에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드립커피를 로봇으로 만들어 제공했는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시도였다. 서울 성수동에 첫 매장을 낸 이후 자회사 ‘라운지엑스’를 통해 사람과 협업하는 매장(회사명과 같은 ‘라운지엑스’를 브랜드로 사용)과 로봇으로만 운영하는 매장(엑스익스프레소)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마포와 경기 용인 에버랜드, 세종, 대전, 제주 등 8곳에서 운영 중이다. 엑스와이지의 커피 로봇을 처음 본다면 물 흐르듯 능숙한 놀림으로 커피를 제공하는 동작에 신기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내 ‘사람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작업을 굳이 로봇으로 하는 것은 경제적 낭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인다. 사람이 컵을 놓고, 추출이 끝나면 가져가기만 하는 되는 편의점 커피와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 사람의 눈길을 끄는 화려한 움직임, 커피 외에 다른 식음료를 다룰 수 있는 확장성 등은 차별적 요소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엑스와이지 본사에서 만난 황 대표는 무인 로봇 카페가 고급 자판기와 같다는 질문에 “사람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그 ‘고급의 요소’들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당초 예상의 2배인 3시간이 걸렸다. 그는 로봇으로 인해 만들어질 새로운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자신이 오랫동안 다듬었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생각들을 들려줬다.●미처 몰랐던 카페 일의 애로그는 공동 창업한 인공지능 회사 ‘플런티’ 가 2017년 삼성전자에 매각이 되면서 성공적인 엑시트를 한 경험이 있다. 이후 카페를 차려 유유자적한 삶을 꿈꿨다. 하지만 카페를 차리고 나서야 카페 운영에는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적절한 아르바이트 인력을 구하고 붙잡아 두는 것도 큰 어려움 중 하나였다. 이 문제를 풀고 싶었다. 그는 “조사를 해보니 인구가 줄고 있는 데다 젊은 세대들은 어딘가에 얽매여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여러 연구 결과에서 나타나고 있었다”고 했다. 앞으로 노동력을 대체할 로봇의 수요는 계속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마침 로봇 가격이 떨어지고 있었다. 다시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황 대표는 “협동로봇(사람과의 협업용으로 만들어져 주로 사람 팔 형태인 로봇)의 단가는 2012년에는 대당 4만∼5만 달러나 했는데 2017∼18년 계속 하락 중이었다. 범용 제품이 되면서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며 “지금은 대당 1만 달러 정도이고 싼 것은 5000달러도 한다”고 했다. 그는 자회사 카페가 작지만 벌써 이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매장이 일반 카페에 비해 작고,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해서다. 황 대표는 “국내 중형 카페 창업 비용은 평균 2억 원 중반 수준인데 라운지엑스에는 이보다 적게 들어간다. 매장 평균 매출은 작년에 월평균 4050만 원으로 국내 월평균 1640만 원보다 높았다. 커피 스테이션이 모듈화가 되어 있어 폐점 시 원상복구도 용이하다”고 했다. 드라이브스루 로봇 카페 모델도 개발해 3∼4개월 후 선보일 예정이다. 낮에는 사람이 근무를 하다가 밤에는 무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라운지엑스 브랜드로 모두 직영할 예정이다.●인간과 로봇을 이어줄 ‘잘 보이지 않는 기술들’엑스와이지가 운영하는 로봇 카페에는 여느 로봇 카페와 달리 손님과 로봇 사이에 칸막이가 없다. 여기에는 로봇을 이용해 커피 사업만 하지 않겠다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칸막이 없이 운영하려면 그만큼 안전해야 한다. 엑스와이지는 협동 로봇을 활용해 이 로봇이 생활 공간에서 인간과 더 친숙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금까지 협동 로봇은 산업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 적합한 로봇의 움직임이나 사람들이 로봇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감성 기술’ 개발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커피잔을 집을 수 있는 그리퍼(로봇의 손)를 개발해 정교화하고 있다. 다양한 모양의 커피잔뿐만 아니라 향후 다른 식음료까지 서비스하려면 적절한 악력으로 안전하게 집을 수 있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뜨거운 커피를 옮길 때는 더 천천히 움직이면서 고객에게서 더 멀리 떨어져 움직이도록 하는 등의 안전기술도 개발한다. 최근에는 비전 기술을 접목해 사람이 로봇에게 가까워지면 이를 회피하는 기술까지 제품에 적용했다. 엑스와이지는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도 몇몇 매장에서 함께 운영 중이다. KAIST에서 컴퓨터 분야 사용자경험(UX)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황 대표는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옮겨지던 시기에 여러가지 편리한 입력 방식이나 보기 좋은 화면 전환 디자인이 개발되고 특허로도 출원됐다”며 “지금은 로봇이 스마트 로봇으로 옮겨가는 시기로, 로봇이 생활 속에 매끄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 개발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또 하나 중점을 두는 기술은 이른바 ‘감성 기술’이다. 엑스와이지의 로봇팔은 손님이 오면 잽싸게 다가와 인사를 하는 동작을 취하고, 커피를 만들다가 대기를 해야 하는 짧은 시간에는 리듬에 맞춰 아래위로 조금씩 바운싱을 한다. 멈춘 게 아니라 대기 중이라는 신호를 세련되게 보내는 것이다. 에버랜드 같은 곳에서는 매장 바깥을 지나는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호객용 춤도 춘다. 황 대표는 매장의 음악에 맞춰 춤까지 출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로봇의 특정 움직임들에도 높은 가치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 그는 “어느 회사보다 빨리 로봇으로 고객들과의 접점을 넓혔고, 그간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로봇의 어떤 동작, 어떤 형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엑스와이지의 강점”이라고 했다. 엑스와이지는 로봇 카페를 로봇 기술 개발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또 카페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회사의 재무 상태에도 도움이 된다. ●빌딩을 활보하는 로봇 거쳐 사람에게 친숙한 가정용 로봇까지 엑스와이지는 작년 11월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빌딩 층간을 오갈 수 있는 배달 로봇 ‘스토리지’를 공개했다. 커피잔을 담을 수 있는 상자들을 포갠 실용적인 모습을 했다. 그 안에는 자율주행 기술이 담겼다. 빌딩의 특정 사무실에서 고객이 앱을 통해 음료를 주문하면 스토리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 배달해 줄 수 있다. 엑스와이지는 이 로봇을 일단 자사 커피 매장이 들어 있는 빌딩에 적용할 예정이다. 배달 로봇이 가세하면 매장의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토리지의 개발로 엑스와이지의 사업 영역은 카페라는 공간을 넘어 빌딩 전체로 확대됐다. 엑스와이지는 가정용 도우미 로봇까지 개발하는 꿈을 꾸고 있다. 로봇 카페에서 그리퍼의 기능 고도화에 집중하고, 감성 기술을 개발하고, 자율주행 기술을 갖추는 이유다. 가정용 도우미 로봇이라면 집 안의 어떤 물건도 집을 수 있어야 하고, 주인과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어야 하고, 집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당분간은 카페 로봇과 배달 로봇의 사업을 더 탄탄하게 다져야 하는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엑스와이지는 올해부터 카페 로봇, 아이스크림 로봇 등을 일반에 판매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또 올해부터 로봇 카페의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시스템의 언어만 바꾸면 되는 정도여서 해외 유명 카페 회사를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 대표는 “회사의 비전은 ‘로봇이 일하게 하고, 사람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자’”라며 “사람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로봇에 관한 기술과 데이터를 최대로 축적해 이 비전의 실현을 앞당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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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公, 2년간 1조3890억 부채 감축

    한국석유공사(사장 김동섭)가 최근 2년 동안 경영 혁신 및 자구 노력의 성과로 총 1조3890억 원의 차입금을 감축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2년간 감축한 연도별 차입금 규모는 2021년 6793억 원, 2022년 7097억 원(잠정치)으로 역대 연간 감축 규모로는 1,2위다. 석유공사는 과거 정부의 석유 개발 대형화 정책에 따른 해외 사업 인수합병(M&A) 투자 등으로 증가한 차입금으로 재무 건전성 및 안정성 제고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2020년 6월 취임한 김동섭 사장은 재무 건전성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경영 개선과 자구 노력을 체계적으로 추진했다. 해외 사업장의 성과를 높이고 비핵심 자산의 매각, 한국수출입은행과 협의해 해외 자회사에 본사의 신용을 공여하는 방식을 통한 투자금 회수(1조34억 원) 등으로 부채를 줄일 자금을 마련했다. 영국 톨마운트 가스전이 작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갔는데 하루 1만7000배럴의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성공시킴으로써 매출액을 늘릴 수 있었다. 2006년 라이선스 취득 이후 2011∼13년 탐사와 시추를 진행했고, 2019년부터 생산설비를 구축한 사업장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난제가 많은 북해 해상광구에서 개발 및 생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석유공사는 2019년 6월 생산을 시작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외곽 사막에 위치한 육상 광구인 할리바 유전의 생산량도 늘렸다. 아울러 수익성이 떨어지던 카자흐스탄 아다(ADA) 광구를 지난해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운용 비용 절감으로 공사 전체의 현금 흐름을 개선하는 효과를 낳았다. 공사는 해외 자회사에 신용을 공여하는 방식으로 자회사의 자본 조달 금리를 낮추는 등 글로벌 자금관리 체계도 근본적으로 혁신했다. 기존에 자회사는 자체 신용등급으로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담보부 은행 차입을 실행 중이었다. 자회사의 낮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높은 금리 조건, 차입 한도 제한, 본사 투자 회수 제약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장애가 됐다. 이에 공사는 수출입은행이 공사에 지원하고 있던 금융지원한도를 해외 자회사 현지 대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자회사가 본사와 비슷한 수준의 금융 혜택을 받게 했다. 이렇게 해서 생긴 여유 자금을 회수해 부채 감축에 활용할 수 있었다. 공사 관계자는 “잉여 현금 흐름을 차입금 감축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투자 회수 이행 체계 및 절차를 정립하고 글로벌 현금 흐름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와 차입금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고 했다.최근 2년간 달성한 외부 차입금 감축 성과는 매년 해외로 지급되는 외화 이자비용 연 6800만 달러(연 6% 가정)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는 지속적인 차입금 감축 추진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재무위험기관 재정 건전화 정책에도 부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사장이 주재하는 재정건전화위원회를 통해 재정건전화 계획의 추진 경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함과 동시에 장기간의 구조조정 추진으로 피로감이 누적된 구성원들에게 재무 성과 등 경영 현안을 직접 설명하는 타운홀 미팅을 개최해 가며 차입금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내부 공감대 형성을 주도했다. 김 사장은 “최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금융환경에서 공사 모든 임직원이 경영 혁신과 고강도 자구 노력에 동참해 이룩하게 된 대규모 차입금 감축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향후 공사의 재무 건전성 강화 및 경영 체질 개선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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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석유공사에서 ‘타운홀 미팅’이 열리는 이유

    한국석유공사(사장 김동섭)가 최근 2년 동안 경영 혁신 및 자구 노력의 성과로 총 1조3890억 원의 차입금을 감축했다. 31일 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2년간 감축한 연도별 차입금 규모는 2021년 6793억 원, 2022년 7097억 원(잠정치)로 역대 연간 감축 규모로는 각각 1, 2위다. 석유공사는 과거 정부의 석유 개발 대형화 정책에 따른 해외 사업 인수합병(M&A) 투자 등으로 증가한 차입금으로 재무 건전성 및 안정성 제고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2020년 6월 취임한 김동섭 사장은 재무 건전성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경영 개선과 자구 노력을 체계적으로 추진했다. 해외 사업장의 성과를 높이고 비핵심 자산의 매각, 한국수출입은행과 협의해 해외 자회사에 본사의 신용을 공여하는 방식을 통한 투자금 회수(1조34억 원) 등으로 부채를 줄일 자금을 마련했다. 영국 톨마운트 가스전이 작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갔는데 하루 1만7000배럴의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성공시킴으로써 매출액을 늘릴 수 있었다. 2006년 라이선스 취득 이후 2011~13년 탐사와 시추를 진행했고, 2019년부터 생산설비를 구축한 사업장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난제가 많은 북해 해상광구에서 개발 및 생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석유공사는 2019년 6월 생산을 시작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외곽 사막에 위치한 육상 광구인 할리바 유전의 생산량도 늘렸다. 아울러 수익성이 떨어지던 카자흐스탄 아다(ADA) 광구를 지난해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운용 비용 절감으로 공사 전체의 현금 흐름을 개선하는 효과를 낳았다.구분2018년2019년2020년2021년2022년*차입금121억3000만119억5000만131억2000만125억5000만119억9000만증감―2억―1억8000만+11억7000만―5억7000만―5억6000만 공사는 해외 자회사에 신용을 공여하는 방식으로 자회사의 자본 조달 금리를 낮추는 등 글로벌 자금관리 체계도 근본적으로 혁신했다. 기존에 자회사는 자체 신용등급으로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담보부 은행 차입을 실행 중이었다. 자회사의 낮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높은 금리 조건, 차입 한도 제한, 본사 투자 회수 제약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장애가 됐다. 이에 공사는 수출입은행이 공사에 지원하고 있던 금융지원한도를 해외 자회사 현지 대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자회사가 본사가 비슷한 수준의 금융 혜택을 받게 했다. 이렇게 해서 생긴 여유 자금을 회수해 부채 감축에 활용할 수 있었다. 공사 관계자는 “잉여 현금 흐름을 차입금 감축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투자 회수 이행 체계 및 절차를 정립하고 글로벌 현금 흐름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와 차입금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고 했다. 최근 2년간 달성한 외부 차입금 감축 성과는 매년 해외로 지급되는 외화 이자비용 연 6800만 달러(연 6% 가정)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는 지속적인 차입금 감축 추진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재무위험기관 재정 건전화 정책에도 부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사장이 주재하는 재정건전화위원회를 통해 재정건전화 계획의 추진 경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함과 동시에 장기간의 구조조정 추진으로 피로감이 누적된 구성원들에게 재무 성과 등 경영 현안을 직접 설명하는 타운홀 미팅을 개최해 가며 차입금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내부 공감대 형성을 주도했다. 김 사장은 “최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금융환경에서 공사 모든 임직원이 경영 혁신과 고강도 자구 노력에 동참해 이룩하게 된 대규모 차입금 감축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향후 공사의 재무 건전성 강화 및 경영 체질 개선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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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마다 다른 혈관 모양, 3D로 미리 다 보고 수술… “완벽한 회복 돕는다”[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탁월한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사람 뱃속의 장기를 절제하는 수술은 의사들이라고 마냥 쉽게 하는 일은 아니다. 형우진 세브란스병원 교수(56)는 세계에서 로봇 위암 수술을 가장 많이 했고, 로봇 위암 수술의 표준을 만들시다피 한 의사다. 그런 그도 수술을 할 때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위 주변의 혈관들을 잘 구분해 잘라낼 조직으로 연결된 혈관만 잘라야 하는 데, 자칫 간과 같은 다른 장기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잘라낼 위험이 늘 있기 때문이다. 혈관을 잘못 절단하면 로봇 수술은 중단되고, 다른 수술팀이 투입돼 환자의 배를 열어 절단된 혈관을 잇는 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다.이런 위험이 상존하는 이유는 장기 주변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혈관의 분포나 개별 혈관의 모양이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의대 교과서에 나오는 장기 주변의 혈관 구조와 분포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일 뿐이다. 형 교수는 “지금까지 수천 건의 위암 수술을 집도했지만 위 주변의 혈관 모양이나 분포가 같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해도 될 정도”라고 했다. 사람들은 가족 중에 누군가 외과 수술을 받을 일이 생기면 경험이 많으면서도 유능한 의사를 찾는다. 수술을 많이 해 본 의사가 최소한의 절개로, 필요한 부분만 절제해 손상과 출혈을 줄임으로써 수술 결과를 좋게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환자나 환자 가족들의 이런 바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형 교수는 외과의사로서 의사의 경험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도 항상 좋은 수술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환자마다 다른 혈관 모양을 미리 명확하게 보여 주고, 필요하면 예행 연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주면 그런 바람들이 실현될 것이라고 봤다. 마침 인공지능(AI)의 딥러닝 기술이 개화를 하고 있었다. 형 교수가 2017년에 창업한 스타트업 ‘휴톰’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완벽한 외과 수술’을 돕는 AI 기반 수술 ‘도구’를 만드는 회사다. 형 대표는 “그간의 연구 개발이 결실을 맺어 올해 다수의 대학병원들이 휴톰의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의사 개인의 경험에 덜 의존하면서, 보다 안전하고 예후가 좋은 수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이제 열리기 시작하는 셈”이라고 했다. “환자마다 다른 환자 뱃속을 정확히 보여주는 ‘내비’ 만든 셈” 휴톰이 만든 수술용 내비게이션(러스·RUS)의 핵심 기능은 개별 환자의 CT(컴퓨터 단층촬영) 영상을 딥러닝을 활용해 자동으로 3차원 그래픽 화면으로 만드는 것이다. 특정 환자의 장기와 그 주변 혈관 분포를 디지털로 만드는 셈이다. 첫번째로 상용화되는 프로그램은 위암 등에 따른 위 절제술을 위한 용도다. 일반적으로는 수술 전에 환자가 CT를 찍으면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수술할 의사가 환자의 장기 주변 혈관 분포와 모양을 이해하기 쉽도록 화면을 보정을 해 넘겨준다. 수술을 할 의사는 그 화면들을 보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환자 장기 주변의 혈관 분포와 모양 등을 유추한다. RUS 덕분에 의사들은 수술 경험이 적더라도 장기 주변의 동맥과 정맥 정확한 분포, 이례적인 혈관의 분기 지점 등을 3차원 그래픽으로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형 대표는 “어두운 밤길을 자동차로 갈 때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몇 m 앞에서 방향전환을 해야 하는 지 알기 때문에 효율적이면서도 편안하게 운행을 할 수 있다”며 “외과 수술에서도 그런 것이 가능능해 지는 것”이라고 했다. 16일 서울 마포구 휴톰 본사에서 RUS 를 활용한 수술 장면을 직접 봤다. 연노랑색의 림프절 속에 숨어 있는 혈관을 찾을 때 RUS 화면을 참조하는 로봇 수술 기구의 움직임에는 주저함이 적어 보였다. 형 대표는 “실제로 수술을 할 때 정확한 혈관의 위치를 모르면 해당 지점까지 초음파 가위 같은 수술기구를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씩 천천히 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RUS는 모든 환자의 직경 1mm 안팎의 혈관을 100% 찾아냈다고 형 대표는 전했다.외국의 위암 환자 수술도 RUS 통해 조언 가능 CT 화면을 3차원으로 만드는 데는 휴톰이 개발한 특허 기술들이 들어 있다. 사람은 CT를 찍는 동안에 숨을 쉬기 때문에 혈관의 위치가 조금씩 변화되어 찍히게 된다. 장기 주변의 동맥과 정맥을 번갈아 찍는 동안에 먼저 촬영된 동맥의 위치가 정맥을 찍을 때는 조금 다른 곳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휴톰은 혈관의 이런 위치 이동을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정교하게 정합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기술은 환자 복부의 팽창 정도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수술을 할 때는 배에 가스를 넣어 복부를 팽창시킨다. 로봇 수술을 위한 카메라와 기구가 장기를 잘 관찰하고 다루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같은 양의 가스를 넣어도 사람마다 부풀어 오르는 정도가 다르다. 근육이 많은 젊은 남자는 적게 부풀고, 운동을 잘 하지 않은 중년은 더 많이 부푸는 식이다. 이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면 수술 기구를 집어 넣기 위해 절개해야 하는 위치를 정확하게 찾기 힘들다. 절개한 위치가 나쁘면 수술할 부위를 제대로 살피기 힘들고, 수술 기구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삽입돼 수술 결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휴톰이 복부 팽창 예측 기술까지 만든 것은 특정 환자의 실제 장기 모양과 주변 혈관 분포를 바탕으로 미리 가상의 수술을 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형 대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료기기 회사와 수술 로봇 회사 등이 장기 주변의 혈관을 3차원 그래픽으로 만드는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해부학적 구조만 보여주는 정도”라고 했다. 개별 환자의 장기 주변을 디지털 자료로 만들어내는 휴톰의 기술은 원격지에 있는 환자의 수술을 조언해 줄 수 있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 실제로 휴톰은 싱가포르의 한 병원에 입원한 위암 환자의 CT 자료를 받아 3차원 그래픽 화면으로 만든 뒤 형 대표가 해당 환자를 가상의 공간에서 수술하는 영상을 찍어 싱가포로 병원으로 보냈다. 형 대표는 “외과의사들이 자신들이 가진 수술 노하우를 멀리 외국까지도 손쉽게 전달할 수 있어 의료 기술의 전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수술의 개념을 바꿀 디지털 이노베이션, 이제부터 시작” 형 대표는 세브란스병원에 2005년에 처음 로봇 수술을 도입한 장본인 중 한 명이다. 의학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조교수로 세브란스병원에 부임하던 당시부터 시작된 셈이다. 외과의사로서 지금도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위암 수술을 집도하면서 AI 개발자 등 임직원 83명인 휴톰의 대표이사까지 맡고 있다. 휴톰은 지금까지 약 262억원을 투자 받았다. 딥러닝을 활용한 영상인식기술은 세계적인 대회에서 페이스북을 앞설 정도로 수준이 높다. 그는 “2017년에 창업할 당시에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창업 6년째인 올해 첫 상용제품이 나오는 데, 앞으로는 거의 매해 신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휴톰 개요사업 내용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한 AI 활용 수술 기술 플랫폼주요 제품 및 서비스-로봇 및 복강경 수술용 환자 맞춤형 내비게이션(RUS)-수술 동영상 AI 분석 시스템(SurgGram)-수술 동영상 녹화장치(ViHub)-수술 훈련 장치(RealSurg)주요 기술-CT 영상 속 장기·혈관 자동 분할 분석-CT 영상 속 동맥·정맥 정합 -복부팽창(기복) 예측 모델링투자받은 금액누적 261.5억 원(시드 1.5억, 시리즈A 40억, 시리즈A브릿지 50억, 시리즈B 170억 원)투자 기관IMM인베스트먼트, 삼성벤처투자, KB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퀀텀벤처스코리아, 나우아이비투자, 데브시스터즈벤처스, LSK인베스트먼트, 블루포인트파트너스대표이사 및 임직원 수형우진 대표이사, 총 83명(임원 2, 연구개발 41, 사업개발 22, 의학지원 12, 경영지원 6명)설립일/ 소재지 2017년 5월 15일/ 서울시 마포구 휴톰이 생각하는 디지털 이노베이션은 지금부터다. 올해 초 위암 수술용 내비게이션 판매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쯤에는 신장 수술용 제품을, 내년 상반기에는 폐 수술용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후로 간과 대장, 직장 수술을 위한 RUS를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휴톰은 RUS를 도입한 병원이 수술에 활용할 때 해당 건별로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수술 환자의 의학 정보는 비식별정보로 휴톰으로 전송되고, 휴톰이 3차원 그래픽 자료를 만든 뒤에 병원으로 전송해 주면 그 때 병원 내에서 특정 환자의 정보가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휴톰은 수술하는 동안 로봇 수술 기구의 움직임을 추적해 AI로 분석하는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 수술에도 세부 단계가 있는 각 단계별로 로봇 수술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분석해 예후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의사들의 외과 수술 훈련 시스템도 만든다. 형 대표는 “휴톰의 연구개발 플랜은 장기적으로는 외과 수술의 자동화로 향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자동차가 단계별로 자율주행을 실현하고 있듯이, 외과 수술도 같은 길을 가게 될 텐데 휴톰이 그 길을 개척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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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D로 혈관 분포 보며 ‘수술 리허설’… “외과수술 자동화의 길 개척”[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사람 배 속의 장기를 절제하는 수술은 의사들이라고 마냥 쉽게 하는 일은 아니다. 형우진 세브란스병원 교수(56)는 세계에서 로봇 위암 수술을 가장 많이 했고, 로봇 위암 수술의 표준을 만들다시피 한 의사다. 그런 그도 수술을 할 때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위 주변의 혈관들을 잘 구분해 잘라낼 조직으로 연결된 혈관만 잘라야 하는데, 자칫 간과 같은 다른 장기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잘라낼 위험이 늘 있기 때문이다. 혈관을 잘못 절단하면 로봇 수술은 중단되고, 다른 수술팀이 투입돼 환자의 배를 열어 절단된 혈관을 잇는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이 상존하는 이유는 장기 주변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혈관의 분포나 개별 혈관의 모양이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족 중에 누군가 외과 수술을 받을 일이 생기면 경험이 많으면서도 유능한 의사를 찾는다. 수술을 많이 해 본 의사가 최소한의 절개로, 필요한 부분만 절제해 손상과 출혈을 줄임으로써 수술 결과를 좋게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환자나 환자 가족들의 이런 바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형 교수는 외과 의사로서 의사의 경험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도 항상 좋은 수술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환자마다 다른 혈관 모양을 미리 명확하게 보여 주고, 필요하면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주면 그런 바람들이 실현될 것이라고 봤다. 마침 인공지능(AI)의 딥러닝 기술이 개화하고 있었다. 형 교수가 2017년에 창업한 스타트업 ‘휴톰’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완벽한 외과 수술’을 돕는 AI 기반 수술 ‘도구’를 만드는 회사다. ●“환자마다 다른 배 속을 정확히 보여주는 ‘내비’ 만든 셈”휴톰이 만든 수술용 내비게이션(RUS·러스)의 핵심 기능은 개별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딥러닝을 활용해 자동으로 3차원 그래픽 화면으로 만드는 것이다. 특정 환자의 장기와 그 주변 혈관 분포를 디지털로 만드는 셈이다. 첫 번째로 상용화되는 프로그램은 위암 등에 따른 위 절제술을 위한 용도다. 일반적으로는 수술 전에 환자가 CT를 찍으면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수술할 의사가 환자의 장기 주변 혈관 분포와 모양을 이해하기 쉽도록 화면을 보정해 넘겨준다. 수술을 할 의사는 그 화면들을 보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환자 장기 주변의 혈관 분포와 모양 등을 유추한다. RUS 덕분에 의사들은 수술 경험이 적더라도 장기 주변 동맥과 정맥의 정확한 분포, 이례적인 혈관의 분기 지점 등을 3차원 그래픽으로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형 대표는 “어두운 밤길을 자동차로 갈 때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몇 m 앞에서 방향 전환을 해야 할지 알기 때문에 효율적이면서도 편안하게 운행을 할 수 있다”며 “외과 수술에서도 그런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16일 서울 마포구 휴톰 본사에서 RUS를 활용한 수술 장면을 직접 봤다. 연노란색의 림프샘 속에 숨어 있는 혈관을 찾을 때 RUS 화면을 참조하는 로봇 수술 기구의 움직임에는 주저함이 적어 보였다. 형 대표는 “실제로 수술을 할 때 정확한 혈관의 위치를 모르면 해당 지점까지 초음파 가위 같은 수술 기구를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씩 천천히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RUS는 모든 환자의 직경 1mm 안팎의 혈관을 100% 찾아냈다고 형 대표는 전했다.●외국 위암 환자 수술도 RUS 통해 조언 가능CT 화면을 3차원으로 만드는 데는 휴톰이 개발한 특허 기술들이 들어 있다. 사람은 CT를 찍는 동안에 숨을 쉬기 때문에 혈관의 위치가 조금씩 변화돼 찍히게 된다. 장기 주변의 동맥과 정맥을 번갈아 찍는 동안에 먼저 촬영된 동맥의 위치가 정맥을 찍을 때는 조금 다른 곳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휴톰은 혈관의 이런 위치 이동을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정교하게 정합시키는 기술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기술은 환자 복부의 팽창 정도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수술을 할 때는 배에 가스를 넣어 복부를 팽창시킨다. 로봇 수술을 위한 카메라로 장기를 잘 관찰하고 기구들을 다루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같은 양의 가스를 넣어도 사람마다 부풀어 오르는 정도가 다르다. 근육이 많은 젊은 남자는 적게 부풀고, 운동을 잘 하지 않은 중년은 더 많이 부푸는 식이다. 이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면 수술 기구를 집어넣기 위해 절개해야 하는 최적의 위치를 찾기 힘들다. 절개한 위치가 나쁘면 수술할 부위를 제대로 살피기 힘들고, 수술 기구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삽입돼 수술 결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휴톰이 복부 팽창 예측 기술까지 만든 것은 특정 환자의 실제 장기 모양과 주변 혈관 분포를 바탕으로 미리 가상의 수술을 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형 대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료기기 회사와 수술 로봇 회사 등이 장기 주변의 혈관을 3차원 그래픽으로 만드는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해부학적 구조만 보여주는 정도”라고 했다. 개별 환자의 장기 주변을 디지털 자료로 만들어내는 휴톰의 기술은 원격지에 있는 환자의 수술을 조언해 줄 수 있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 실제로 휴톰은 싱가포르의 한 병원에 입원한 위암 환자의 CT 자료를 받아 3차원 그래픽 화면으로 만든 뒤 형 대표가 해당 환자를 가상의 공간에서 수술하는 영상을 찍어 싱가포르 병원으로 보냈다. 형 대표는 “외과 의사들이 자신이 가진 수술 노하우를 멀리 외국까지도 손쉽게 전달할 수 있어 의료 기술의 전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수술의 개념을 바꿀 디지털 이노베이션, 이제부터 시작”형 대표는 세브란스병원에 2005년 처음 로봇 수술을 도입한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의학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조교수로 세브란스병원에 부임하던 당시부터 시작된 셈이다. 외과 의사로서 지금도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위암 수술을 집도하면서 AI 개발자 등 임직원 83명인 휴톰의 대표이사까지 맡고 있다. 휴톰은 지금까지 약 262억 원을 투자받았다. 딥러닝을 활용한 영상 인식 기술은 세계적인 대회에서 페이스북을 앞설 정도로 수준이 높다. 그는 “2017년에 창업할 당시에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창업 7년째인 올해 첫 상용 제품이 나오는데, 앞으로는 거의 매해 신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휴톰이 생각하는 디지털 이노베이션은 지금부터다. 올해 초 위암 수술용 내비게이션 판매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쯤에는 신장 수술용 제품을, 내년 상반기에는 폐 수술용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후로 간과 대장, 직장 수술을 위한 RUS를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휴톰은 RUS를 도입한 병원이 수술에 활용할 때 해당 건별로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수술 환자의 의학 정보는 비식별 정보로 휴톰으로 전송되고, 휴톰이 3차원 그래픽 자료를 만든 뒤에 병원으로 전송해 주면 그때 병원 내에서 특정 환자의 정보가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휴톰은 수술하는 동안 로봇 수술 기구의 움직임을 추적해 AI로 분석하는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 수술에도 세부 단계가 있는데 단계별로 로봇 수술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분석해 예후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의사들의 외과 수술 훈련 시스템도 만든다. 형 대표는 “휴톰의 연구개발 플랜은 장기적으로는 외과 수술의 자동화로 향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자동차가 단계별로 자율주행을 실현하고 있듯이, 외과 수술도 같은 길을 가게 될 텐데 휴톰이 그 길을 개척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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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시린 얼음왕국 보며 와인 한 잔… 차갑고 달콤한 겨울 신기루[아트로드]

    《캐나다의 주요 도시들은 동부에 대부분 몰려 있다. 북미 5대호 중 하나인 온타리오 호수를 남쪽으로 두고 토론토, 몬트리올, 퀘벡 같은 도시가 같은 물길로 연결돼 있다. 토론토 인근의 나이아가라 폭포 겨울 모습까지 감상한다면 캐나다 동부의 겨울은 다 느낄 수 있지 싶다. 8박 10일의 일정은 웅장한 자연과 세련된 현대 도시와 고풍스러운 중세 시가지, 달콤한 와인과 독특한 현지 음식, 세인트로렌스강을 바라보며 피로를 푸는 스파 등으로 채워졌다.》 ○ 나이아가라 폭포, 그 쉼 없는 위대한 ‘흐름’비행기로 토론토에 내린 뒤 바로 자동차를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나이아가라폴스시(市)로 향했다. 자동차로는 1시간 3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다. 폭포는 오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에서 출발한 물이 온타리오호로 가는 길목에 있다. 이구아수 폭포, 빅토리아 폭포와 더불어 세계 3대 폭포인데, 이 중 유일하게 겨울 풍경을 가진 폭포다. 여름에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내려다볼 수 있는 호텔방을 잡기가 어렵지만, 겨울에는 전망 좋은 방에 여유가 있다. 엠버시 스위트 바이 힐턴 호텔의 고층에서 짐을 풀자마자 내려다본 나이아가라 폭포는 탄성을 불러일으켰다. 커피 한 잔을 내린 뒤 침대에 걸터앉으니 세상의 잡념을 씻기에 이만 한 장소가 있을까 싶다. 1분 1초도 쉬지 않고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과 웅장한 소리는 인간의 존재는 그저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고 느껴지게 만든다. 폭포 가까이로 가면 나무와 풀에는 온통 투명한 ‘얼음 옷’이 입혀져 있다. 겨울 나이아가라의 독특한 풍경이다. 다만 바닥에 잘 보이지 않는 투명한 얼음이 얇게 얼어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나이아가라폭포 일대는 거대한 위락지구다. 나이아가라 공원 발전소를 비롯해 2000여 마리의 나비가 있는 나비온실, 대관람차 등이 있는 놀이공원 등이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몰려 있다. 특히 지난해 여름 처음 관광지로 개방된 발전소 지하의 670m에 달하는 터널형 물길은 1901년 당시 등불과 곡괭이, 삽, 다이너마이트 등으로 굴착됐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크다. 인근은 캐나다의 유명한 아이스와인 산지다. 이니스킬린 와이너리 등 많은 와이너리가 음식과 함께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토론토, 전통시장과 문화예술지구의 ‘맛’웅장한 폭포와 넓은 와이너리 지대를 지나 차를 달리면 머지않아 캐나다의 최대 경제도시인 토론토와 마주하게 된다. CN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바다같이 광활해 보이는 온타리오 호수 덕분에 가슴이 탁 트인다. 페리로 15분 거리의 토론토섬, 토론토의 중심 역할을 하는 유니언역 등을 내려다볼 수 있다. 유니언역에서 걸어서 7분 거리에 있는 세인트로렌스마켓은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곳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토론토 사람들이 즐기는 ‘피밀(peameal) 베이컨 샌드위치’, 피시앤드칩스 등을 즐길 수 있다. 시장 1층 끝 쪽에 있는 가게 ‘버스터스 시 코브(Buster‘s sea cove)’가 맛집이다. 랍스터가 듬뿍 들어간 ‘이스터코스트 랍스터 롤’을 추천한다. 1층 입구 쪽에 있는 과일가게 한 곳에서는 각종 베리류를 씻어서 판매한다. 여행 중에 들고 다니면서 먹기에 좋다. 세인트로렌스마켓에서 미식 투어를 진행하는 스타트업 ‘컬리너리 어드벤처’의 관계자는 “염소 치즈와 커피 치즈 등 다양한 치즈, 여러 방식으로 훈제한 연어, 그리고 토론토에서 시작해 유명세를 얻고 있는 발자크 커피 등을 맛보기를 추천한다”고 했다. 세인트로렌스마켓에서 20분 정도 동쪽으로 걸어가면 디스틸러리 히스토릭 디스트릭트가 나온다. 양조공장으로 쓰이던 건물들을 재활용해 갤러리와 토론토의 유명 레스토랑, 카페 등이 들어서 있다.○성당의 화려한 장식이 빛나는 몬트리올온타리오주의 토론토에서 퀘벡주의 몬트리올까지는 캐나다 장거리 국영철도 회사인 비아(VIA)레일의 비즈니스석 기차를 이용했다. 비즈니스석 승객은 커피와 주스, 스낵 등이 갖춰진 역사 내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고, 열차 탑승 때는 긴 줄을 서지 않고 탑승대로 들어갈 수 있다. 5시간 동안 열차 1칸에 1명의 승무원이 승객을 챙겼다. 기차가 빠르지는 않고, 가다가 중간중간 다른 열차를 비키느라 섰다가 가기도 한다. 느긋한 마음으로 창 밖의 설경을 즐기고 있으면 비행기에서와 같이 음료와 스낵은 물론이고 식사까지 나온다. 몬트리올에서 단연 눈에 띄는 매력적인 장소는 바실리카 노트르담 성당이다. 성당 내부의 정교한 나무 장식과 인물 조각상, 스테인드글라스가 매우 화려하다. 더 볼만한 것은 이런 화려한 장식을 배경으로 저녁 7시경에 시작해 40여 분 동안 진행되는 ‘아우라(AURA)’ 공연이다. 성당 내부의 천장까지 모든 공간을 활용하고 파이프오르간까지 동원돼 공연 내내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빛과 음악의 협연이었다. 몬트리올미술관에서는 팝아트 계열의 천재적인 자유구상화가인 장미셸 바스키아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상설 전시관에서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사이렌’ 등을 비롯해 중세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풍스러운 호텔과 스파를 즐길 수 있는 퀘벡 몬트리올에서 퀘벡까지는 비아레일로 3시간 30분 걸렸다. 198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퀘벡 구 시가지는 걸어서 돌아다닐 만한 규모다. 토론토와 몬트리올의 세련된 분위기와 대비되는 중세 도시 같은 분위기다. 세인트로렌스 강가에 있는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나크 호텔은 호텔 자체가 유명한 관광지다. 1893년부터 1924년까지 31년 동안 지어졌고, 금빛으로 꾸며진 화려한 로비와 600개가 넘는 고급스러운 유럽풍 객실을 갖췄다. 2016년 말에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 김신(공유 분)이 소유했던 그 호텔이다. 프티 샹플랭 거리에 있는 드라마 속 ‘빨간 문’ 앞에서는 세계 각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거리에는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파는 가게는 물론이고 크리스마스용품 전문점, 저마다 특색을 자랑하는 레스토랑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2월 3∼12일 퀘벡에서는 1894년부터 이어져 온 겨울축제가 열리고, 1∼3월에는 아이스호텔이 문을 연다. 택시로 5분 정도 가면 세인트로렌스강을 바라보며 목욕을 즐길 수 있는 ‘스트롬 스파’라는 곳이 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찬 공기를 쐬며 여독을 풀기에 좋다. 이번 여행은 자유여행 방식이었다. 캐나다 여행 프로그램을 짜 본 경험이 많은 샬레트래블앤라이프의 신수경 실장은 “캐나다 동부 겨울 여행은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면서도 한적한 여유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추천한다”고 했다. ○여행 팁 도심에도 눈이 쌓인 곳이 많다. 방수가 되면서 잘 미끄러지지 않는 바닥을 가진 부츠형 신발을 준비해 가면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다. 물가가 한국에 비해 비싸다. 1캐나다달러를 980원 정도에 사서 갔다. 현지에 표시된 가격은 대부분 세금 13%와 팁 15∼20%가 빠져 있는 가격이니 계산할 때 유의해야 한다. 한국도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귀국해서 보니 한국의 물가가 싸게 여겨졌다. 팁을 주는 문화가 아닌 한국인으로서 쇼핑몰의 테이크아웃 매장에서도 팁을 요구하는 문화가 적응하기 쉽지 않다. 그것도 서비스를 받기도 전에 선결제를 하는 단계에서 카드 단말기에 팁 15%, 18%, 20% 등을 선택하는 단추가 나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항공사 선택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에어캐나다의 지연 출발 등으로 당초 13∼22일 일정이었는데, 24일 오후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수하물 가방은 일주일 뒤 못 쓸 정도로 부서져 왔다. 갈 때도 평소의 2배인 24시간이나 소요됐다. 날씨가 나쁜 상황도 아니었다. 글·사진 토론토·몬트리올·퀘벡=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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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백만원대 수질측정기 싸고 작게 만들어 가정-산업계에 깨끗함 선물[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마시는 물에 대한 불안감은 좀체 사라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더 나은 물을 마시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정수기와 생수 산업이 만들어진 지 오래다. 하지만 수돗물과 정수기물, 생수 모두 가끔씩 터지는 물 오염 관련 사고에서 자유롭지 않다. 마시는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내가 원하는 때에 측정할 수 있다면 그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을까. 정수기의 경우 필터를 통과하는 물의 양 등에 따라 필터의 적절한 교체 시기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수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교체하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안내될 뿐이다. 정수기에 수질검사센서를 넣어 정수 전후의 탁도(혼탁한 정도로 수질검사의 기본 항목)를 비교·표시해 주면 해결될 문제인데, 지금까지는 그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정밀 측정이 가능한 탁도계의 가격이 수십만∼수백만 원에 달해서다. 스타트업 ‘더웨이브톡’은 액체 속에 섞인 이물질이나 세균의 양을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분석·예측하는 솔루션을 갖고 있다. 정밀 수질측정 센서를 주문형반도체(ASIC)로 만들어 가로 4cm, 세로 3cm, 높이 6.5cm 크기로 소형화하면서 센서의 가격을 수만 원대로 낮추는 데 성공해 물 산업과 진단의료기기 산업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정수기 거친 물이 항상 더 깨끗하진 않아”필터를 적절한 때에 교체하지 않으면 정수기에서 나온 물의 탁도가 정수기로 들어가기 전 상태인 수돗물보다 더 탁해지기도 한다. 김영덕 더웨이브톡 대표이사(55)는 2일 “자체 조사 결과 국내의 정수기 10대 중 1대는 정수기에서 나온 물의 탁도가 정수 전보다 더 높다”고 했다. 2021년 초와 2022년 초, 두 번에 걸쳐서 전국 약 300곳의 정수기를 조사한 결과다. 탁도는 이물질의 총량인데 세균이 많으면 탁도도 높아진다. 김 대표는 “사용 기간이 길수록 정수기 내부에 쌓이는 물이끼와 같은 이물질이 늘어나고 필터 교체도 적절하지 않으면 생기는 문제다”며 “특히 정수기의 필터는 수돗물에 있는 염소를 걸러내기 때문에 세균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된다”고 했다. 물론 정수 후에 나온 물이 더 탁하다고 해서 마시기에 부적합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나라 먹는 물 수질 기준의 탁도는 0.5NTU(탁도 단위·높을수록 탁함) 이하다. 김 대표는 “통상 수돗물이 0.03∼0.04NTU 정도 나오는데, 정수 후에 0.06∼0.07NTU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더 나은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를 사용하는데 오히려 탁도가 더 높게 나올 수 있다면 소비자도 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옳다”고 했다. 더웨이브톡은 자사 센서를 활용해 만든 휴대용 수질 측정기 ‘와톡’을 지난해 국내에 내놓은 데 이어 올해는 미국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머그컵처럼 생긴 장비에 측정 대상이 되는 물을 담기만 하면 되는 측정기다. 김 대표는 “물속 이물질의 양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범용장비가 없었는데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존과 월마트에 입점은 마친 상태고, 마케팅 계획을 짜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의 경우 상수도관 관로가 국내보다 훨씬 더 노후한 곳이 많아 수질에 더 민감하다”고 미국 시장 진출 배경을 밝혔다.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시에서는 2014∼15년 수돗물에서 기준치의 1000배가 넘는 납이 나와 어린이 3000명이 납 중독 판정을 받았고, 10여만 명은 납중독이 의심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휴대용 수질 측정기는 약 99달러에 판매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자사 센서가 들어간 정수기를 대기업 제품을 통해 올해 선보일 계획이다. 수질측정센서가 부착된 정수기는 지금까지 없었다. 김 대표는 “정수기를 만드는 국내 대기업 2곳과 프랑스 상수도 관리 기업이 우리 센서의 품질을 테스트했는데, 600만 원대 외산 장비와 99.9% 성능이 비슷한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레이저 신호 분석·예측하는 기술이 핵심더웨이브톡이 물속 이물질의 양을 측정하는 기술은 공동창업자인 KAIST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의 연구 결과물에서 시작됐다. 레이저를 외벽에서 반사시키는 방식으로 용액을 수없이 통과하도록 만들면 용액 속의 작은 입자들의 존재도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아이디어다. 미세먼지가 크기는 작지만 광투과 경로가 길면, 눈에 뿌옇게 보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여러 번 반사된 레이저는 산란이 되면서 잡음이 섞인 신호를 내게 되는데,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물질의 양을 계산해 낸다. 더웨이브톡은 이 기술을 활용해 특정 용액에 존재하는 세균을 검출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세균을 검출할 수 있는 분석 기술을 올해 안에 완성할 계획”이라며 “여러 가지 의료진단기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제품은 완성했고, 여러 병원과 협업 중이다.○리튬이차전지 회사에 이은 2번째 창업한양대 화학공학과 87학번인 김 대표는 KAIST 신소재공학과에서 레이저로 물질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경 리튬이차전지를 만드는 ‘루트제이드’를 창업해 14년가량 운영하다 2014년 회사를 약 1000억 원 가치로 인정받고 자신의 지분을 팔았다. 루트제이드를 운영할 때는 48억 원까지 빚을 지고, 거주하던 아파트까지 처분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엑시트(EXIT)한 경험이 있다. 이후 1년 반가량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해 투자에 전념하다 KAIST 박 교수와 인연이 닿았다. 2016년 KAIST 박 교수와 더웨이브톡을 설립한 뒤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전력했다. 창업 후 지금까지, 레이저 산란을 분석·예측하는 알고리즘이 담긴 전용 반도체칩까지 만들어 수질검사 정밀센서를 소형화했다. 김 대표는 “첫 창업을 엑시트한 후 투자업을 하다가 수질검사센서를 혁신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 창업에 뛰어들게 됐다”며 “6년여에 걸쳐 센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관련 기술을 주문형반도체에 담게 돼 이제 정밀 탁도계를 여러 상품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샤워기, 해수담수화플랜트 등으로 확대 적용더웨이브톡은 값싸고 부피가 작은 센서를 개발함으로써 한편으로는 기존 외국산 제품을 대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질검사센서를 부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올해 출시를 목표로 자사 센서를 넣은 휴대용 간편 정수기(주전자형 정수기)와 샤워기 헤드 제품을 개발 중이다. 휴대용 간편 정수기는 1, 2인 가구 등에서 물통에 간편한 정수 필터를 넣어 사용하는 제품인데, 필터의 적절한 교체 주기를 알기 힘들었는데, 여기에 더웨이브톡의 센서를 넣어 교체 주기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녹물이 걱정되는 가정에서는 샤워기 헤드에도 필터를 넣어 사용하는데,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자사 센서를 넣어 소비자들이 적절한 필터 교체 시기를 알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웨이브톡은 자사의 센서가 정밀하면서도 가격이 싸다는 장점을 부각해 산업용 시장도 개척 중이다. 프랑스 상수도 회사인 ‘수에즈’가 자사 제품을 정수장 등에 설치하기 위해 테스트를 마쳤다고 밝혔다. 해수담수화플랜트 설비에도 자사 센서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해수담수화 설비에는 길이가 2m나 되는 거대한 필터가 수만 개씩 사용되는데 자사 센서를 부착하면 이 필터들의 교체 주기를 개별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사 제품을 통해 수질 빅데이터를 수집, 지역별 계절별 가구별 수질 데이터 맵을 만드는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올해 미국 스타트업과 협업해 미국에서 취수원인 강부터 가정 수도꼭지까지의 수질 데이터를 모을 예정이다. 김 대표는 “물에 함유된 이물질과 세균을 경제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센서로 사람들의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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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S 신호 활용 ‘선박용 내비’ 만들어 도착시간 예측 정확도 75% 높여[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세계 화물의 90%가량이 해상으로 운송되지만 해상 구간의 화물 이동 정보는 이제야 ‘깜깜이’ 상태를 벗어나는 수준이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화물선은 10여 곳의 항구를 들르고, 운항 기간은 40일가량이나 된다. 출발할 때 선사가 유럽에 있는 항구 도착 예정 시간을 알리기는 하지만 길게는 일주일이나 틀리곤 한다. 항로상의 기상 조건, 항구에 도착해서 대기하는 시간 등 변수가 많아서다. 실시간으로 추적되는 육지와 비교하면 해상 구간은 정보가 비어 있는 구간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화물을 유럽으로 보내는 물류 회사들은 해운 선사가 제공하는 수일 간격의 업데이트 정보로 정확한 도착 시간을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면 배를 빌리는 기간과 항구에 도착했을 때 연계 운항할 화물기차나 화물트럭 대여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씨벤티지(대표이사 송형진)는 선박이 의무적으로 송출토록 돼 있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신호를 활용해 전 세계 대양에 떠 있는 약 30만 척의 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목적지 도착 예상 정보까지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단순히 선박의 현재 위치를 표출해주는 회사는 종종 있어 왔지만 목적지 도착 시간 정보까지 예측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곳은 없었다. 인류는 최근에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해양 화물추적 내비게이션을 가지게 된 셈이다.○저궤도 위성이 만드는 새 데이터에 주목홍콩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던 송형진 대표이사(64)는 1997년 한국으로 돌아와 2000년경부터 코리아오브컴을 운영해 오고 있다. 씨벤티지는 60세에 추가로 창업한 기업이다. 본사인 미국 오브컴은 저궤도(LEO) 위성을 활용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테러 방지를 위해 해양에 떠 있는 선박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필요성이 커졌다. 미국 정부는 이전까지는 수집할 수 없었던 대양에 떠 있는 선박의 AIS 신호를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모으기로 하고 오브컴과 손을 잡았다. AIS 신호는 각 배들이 주변으로 무조건 송출토록 돼 있는데, 기상 악화 등으로 주변이 보이지 않을 때 다른 배들의 위치와 속도 등을 서로 인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충돌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오브컴은 2004년부터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선박 위치 데이터를 생산하기 시작해 시험 검증 등을 거쳐 2014년부터는 상업적인 판매에도 나섰다. 송 대표는 새로 나오기 시작한 대양에 떠 있는 선박의 위치 정보에 주목했다. 추가 창업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송 대표는 “펀드매너저로 활동하던 당시 인맥을 활용해 유럽과 미국 현황을 파악해 봐도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활용해 사업을 시작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았고, 국내 대형 물류회사와 접촉해 보니 수요가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씨벤티지는 오브컴을 포함해 저궤도 위성 데이터 2개를 구입해,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가시화한 지리정보시스템을 만들었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선박의 도착 시간까지 예측하고 있다. 송 대표는 문과 출신으로 코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지리정보시스템을 만들려고 외주를 맡겼던 곳의 전문가인 박동일 씨를 영입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앉혔고, 해운사 HMM 출신인 정영배 씨를 영입해 최고연구책임자(CRO)로 두고 있다. 현재 기술자 16명을 포함해 20명이 일하고 있다. 송 대표는 자신이 일하던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본 뒤 필요한 기술과 사람을 찾는 방식으로 추가 창업을 했다.○배의 종류-기상조건까지 예측에 활용6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송 대표는 자사의 선박 시각화 웹 화면을 보여주며 자사 서비스를 설명했다. 송 대표는 5년 가까이를 소프트웨어 개발과 선박 도착 예측 AI 시스템 개발에 매달렸다. 12년간의 AIS 정보 등을 학습시켜 작년 말부터 상업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삼성SDS, LX판토스, 현대글로비스,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물류기업과 포스코, 한솔, 현대건설 등 대기업, KOTRA와 해양경찰청 같은 기관 등 국내외 45곳이 씨벤티지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씨벤티지는 연 단위로 추적할 수 있는 화물 개수에 따라 사용료를 받는데 연간으로 수백만 원을 내는 기업부터 수억 원을 내는 곳이 있다. 수백∼수천 개의 화물이나 선박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씨벤티지는 전 세계 대양에 떠 있는 평균 30만 척의 배는 물론이고 4000여 개의 항구까지 커버한다. 김지구 씨벤티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기존에 선사들이 제공하는 도착 예정 시간보다 정확도를 평균 75% 이상 높였다”며 “기존 정보로는 76시간 정도의 넓은 범위로 도착 시간이 정해졌다면 우리는 12시간 범위로 도착 시간을 특정할 수 있다”고 했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 씨벤티지는 컨테이너선, 벌크선, 탱크선 등 배의 종류와 몇 t급인지에 따른 규모별로 그 배들이 다닐 수 있는 항로를 35종류로 세분해 도착 시간 예측에 활용한다. 육지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에 있는 내비게이션 앱에 자동차와 자전거, 도보용 길이 다르듯이 선박의 종류와 규모별로 길을 구분해 예측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다른 기업이나 기존 선사들은 단순한 1개 항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항로의 기후 조건에 따른 이용 가능 선박, 특정 구간의 일반적인 운항 속도 등도 세세하게 반영해 도착 시간을 예측한다. 기상 조건도 주요 변수다. 위도 경도로 각각 0.5도 간격으로 풍향 풍속 파고 기온 등의 기상 자료를 입력해 선박의 운항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AI가 학습해 예측 시간을 산출한다. 송 대표는 “해상 운송에 들어가는 비용의 60∼70%가 연료비다. 기상 조건과 항로에 따라 연료비가 크게 차이가 나는데, 이를 미리 가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씨벤티지의 서비스는 선박 임차 기간을 줄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데도 큰 효과를 낸다. 씨벤티지에 따르면 포스코의 경우 철광석 수입을 위해 호주 포트헤들랜드시의 항구로 배를 보내는데, 그곳에는 항상 많은 배가 대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추가로 내는 추가 임차비용(체선료)이 한 해에 2000억 원이나 된다. 송 대표는 “포스코는 우리 기술을 활용해 체선료를 30% 정도 감축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바다 육지 가리지 않는 공급망 가시화 솔루션 기업 될 것”씨벤티지는 사업 특성상 태생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뒀다. 아직 본격적인 해외 마케팅은 하지 않고, 예측 시스템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씨벤티지가 예측하는 항구 도착 시간은 배가 항구에 정박하는 때까지인데, 여기에 더해 대기하는 배들의 수 등을 고려해 배가 항구에 접안하는 시간, 화물을 내린 뒤 화물차가 항구 출입문을 나서는 시간까지도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현재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본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은 지금 현재 해외 고객사는 2곳 정도인데,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보고서 밸류에이터스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공급망 분석 시장은 2027년이면 2020조 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지금부터 매년 연평균 17.9%의 성장이 예상된다. 경영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공급망 시각화 솔루션을 도입한 대기업은 작년 기준으로 2%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씨벤티지에는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송 대표는 “현재 육지 물류는 빈틈없이 실시간 관리가 가능하지만 바다와 항구에는 ‘그림자 지역’이 많다”며 “그림자 지역을 없애 글로벌 물류의 처음과 끝을 모두 실시간으로 분석 및 예측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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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동현 창성그룹 장학회 이사장, 서울대에 MBA 장학기금 2억 기부

    창성그룹 산하 재단법인 창성장학회는 국내 글로벌 경영전문가 양성을 위해 배동현 창성장학회 이사장(창성그룹 부회장)이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 장학기금 2억원을 기부했다고 20일 밝혔다.이번 장학기금은 서울대 MBA과정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서울대 측은 이 기금을 장학금과 해외연수, 연구문화 선진화, 비전활동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장학회 측은 밝혔다.창성장학회 측은 “한순간의 긴장도 허락하지 않는 총성 없는 전쟁터인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국가 경쟁력은 기업이 얼마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이번 기부를 통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정신으로 기업과 국가 발전을 주도할 글로벌 인재 육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장학회는 이번 기부가 끊임없는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고 따뜻한 사회를 실현할 가치 있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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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다리 복합보행, 자동-보조-수동 조절로 빠른 회복 돕는 ‘재활특급’[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뇌중풍(뇌졸중)으로 병원을 가게 되면 막히거나 터진 뇌혈관에 대한 응급 치료가 시행된다. 이후 중요한 과정은 재활훈련이다. 재활의학계에 따르면 환자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재활훈련은 3일 정도 지난 후 가급적 이르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후 6개월까지 뇌 기능의 회복과 재활훈련 효과가 맞물려 다친 뇌 부위를 대신할 다른 뇌 부위가 빠르게 발달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뇌의 가소성’을 활용해 환자가 최대한 다치기 이전 상태에 가까운 운동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휴카시스템(대표이사 김형식)은 로봇 기술을 활용해 보행 재활 훈련이 필요한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2019년 설립됐다. 보행 재활 로봇은 뇌중풍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을 앓거나 치매증상, 발달장애 등을 가진 이들에게 필요하다. 기존 보행 재활 로봇은 사람이 바르게 걷는 자세를 익힐 수 있도록 발판과 관절지지 부위를 갖추고 있는데, 모터 등을 이용해 자동으로 구동토록 돼 있다. 환자가 아무런 힘을 주지 않아도 구동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 휴카시스템은 오히려 수동을 기본으로 하는 로봇을 구상해 자동과 보행보조, 수동기능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방식으로 보행 재활 로봇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환자의 “오랜만에 땀 흘렸다”는 말이 창업 계기창업자인 김형식 대표이사(47)는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산업디자인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유니버설디자인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그 전인 2013년 국립재활연구원의 재활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한 경험이 휴카시스템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재활연구소 연구원으로 있을 당시 휴카시스템 보행 재활 로봇의 전신인 보행기기를 만들어 환자의 재활치료에 적용한 경험이 있다. 기존의 보행 재활 로봇의 단점을 개선하는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김 대표는 “유럽산 보행 재활 로봇은 단가가 몇억 원대에 달해 보급이 잘 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환자나 장애인들이 접할 기회도 적었다. 그리고 모든 관절마다 모터가 달려 모든 동작을 자동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물리치료사들이 환자들을 운동에 집중시키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 대표는 오히려 수동을 기본으로 한 재활보행을 창안해냄으로써 재활 로봇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수동을 기본으로 설계함에 따라 기존 제품과 달리 환자의 능력에 따라 자동부터 보행보조, 수동보행 등으로 단계를 조절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개발원가도 낮춰 당시 외국산 제품의 30% 수준으로 보행 재활 로봇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당시 제품을 사용해본 환자가 ‘다리가 불편해진 지 수년 만에 처음 땀 흘리는 운동으로 기분이 좋아져 너무 기쁘다’고 말해 보행 재활 로봇을 더 발전시켜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후 2016∼2019년 서울과기대에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여러 연구 프로젝트 등을 통해 보행 재활 로봇을 업그레이드했고, 2019년 2월 휴카시스템을 창업했다.○“유산소 운동을 더해 치료 효과 높일 것”휴카시스템의 대표적인 보행 재활 로봇은 크게 3종류다. 팔과 다리의 복합 재활 훈련을 돕는 로봇(GTR 시리즈)은 개발을 마치고 판매 중이다. 전기 자극으로 재활 훈련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는 로봇(HUCA-Go·휴카고)은 내년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휴카고의 경우 의료보험 수가 적용이 가능하도록 개발해 환자들이 더 적은 부담으로 재활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휴카고는 대당 3억∼4억 원씩 하는 외산 장비와 비교했을 때 그 절반 이하의 가격이 될 것 같다”며 “기기를 도입할 병원의 부담도 작아질 것”이라고 했다. 운동 기구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로봇(GTR-T)도 개발 중인데, 재활운동센터나 집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로봇이다. 휴카시스템의 모든 제품은 기본적으로 유산소 운동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땀을 흘리는 유산소 운동이 충분히 동반된 보행 재활 훈련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뇌중풍과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에게 유산소성 운동 프로그램을 적용했더니 심장과 호흡, 체력이 좋아졌다는 연구와 보행이나 운동 능력이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 등이 있다. 김 대표는 “자체 시험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고, 팔과 다리의 재활 훈련을 모두 돕는 로봇 2대가 국내 대형병원 2곳에 도입돼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보행 재활 로봇 시장 “내년이면 2조 원대”5일 세종시 산학연클러스터지원센터에 있는 휴카시스템을 찾아 보행 재활 로봇을 체험했다. 자동과 주행보조, 수동보행 모드 등으로 선택해 훈련을 하면서 모니터 화면이나 가상현실(VR) 기기로 숲속 길을 보며 달릴 수 있었다. 더 빨리 걸어보자고 마음을 먹고 조금씩 다리에 힘을 주니 로봇의 구동 속도에 맞춰 조금씩 빨라졌다. 휴카시스템에 따르면 보행 재활 대상자가 될 수 있는 뇌중풍이나 심혈관계 질환,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와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6억6000만 명이나 된다. 뇌중풍으로만 매년 약 500만 명이 장애를 겪는다. 이에 따라 보행 재활 로봇 시장도 계속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 등에 따르면 보행 재활 로봇 시장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9.3%씩 시장이 커져 2023년 말이면 18억 달러(약 2조3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카시스템은 재활 로봇에 장착한 모니터와 증강현실(AR) 기기를 통해 앞으로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예컨대 집중적인 치료와 기본적인 재활훈련을 받고 퇴원할 환자가 자신의 집 근처에 있는 시장까지 갈 수 있는지 등을 영상 기기를 통해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자신이 가보고 싶은 유명 여행지를 선택해 걸어서 여행하는 게 가능한지도 가늠해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영상 기기를 활용해 여러 가지 인지능력 향상 게임을 하면서 재활훈련을 하는 방식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비대면 재활 운동 플랫폼까지 개발휴카시스템은 장기적으로는 비대면 재활운동 플랫폼까지 구축할 계획을 갖고 ‘휴카버스’라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운동 기능에 초점이 맞춰진 GTR-T 로봇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필요한 가정에 보급한 뒤 의료기관과 협업해 원격으로 환자의 자세 및 운동 상태 등을 모니터링하고 지도하는 방식이다. 심박수 측정 센서와 보행 동작 측정 센서 등을 낙상방지 하니스와 함께 공급하고 환자의 휴대전화를 통해 교신한다. 비교적 가벼운 재활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이다. 휴카시스템은 2025년 중반까지 GTR 시리즈 및 휴카고를 중심으로 한 의료 기기 분야, GTR-T를 중심으로 한 재활 운동 기기 분야, ‘휴카버스’를 중심으로 한 비대면 재활 운동 플랫폼을 완벽하게 만든 뒤 세계 시장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로봇이라고 하면 딱딱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휴카시스템은 로봇 기술을 사람을 돌보는 분야에 집중해 ‘따뜻한’ 로봇과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로 남고 싶다”고 했다.세종=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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