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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정부군이 동(東)구타 내 두마 지역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나온 지 이틀 만에 시리아 공군기지가 공습을 받았다. 미국과 서방국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유엔 차원의 전면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제사회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그 비호세력인 러시아,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되풀이되는 화학무기 참사를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9일 새벽 시리아 중부 홈스의 정부군 T-4 공군기지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7일 두마 지역에 염소가스가 투하돼 최소 70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지 이틀 만이다. 러시아와 시리아 측은 이번 공습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9일 오전 3시 25∼53분 이스라엘 공군 F-15기 2대가 시리아 영공에 진입하지 않고 레바논 영공에서 T-4 비행장에 미사일 8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미 국방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우리가 수행한 것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시리아에서 아무 생각도 없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며 “러시아와 이란은 짐승 같은 아사드 정권을 지원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지난주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한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동구타 현지에서 화학무기의 참상을 직접 목격한 현지 기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어쩔 줄 몰라 멍해진 사람들이 거리를 걸어 다니고 여인들은 울고 있었다”며 현장은 마치 ‘최후의 심판의 날’ 같았다고 전했다. 한 의무 요원은 “모든 삶의 축이 파괴됐다”며 “매일매일 죽음을 맛보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역시 “우리가 (배후가) 아니다”고 밝히면서도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프랑스는 전날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가장 먼저 요청했다. 국제사회는 1년 전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아사드 정권과 러시아를 압박했다. 지난해 4월 4일 시리아 이들리브주 칸샤이쿤에서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린가스 공격으로 80여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유엔 차원의 전면 조사를 요구했다. 특히 미국은 이틀 만에 시리아 정부군의 공군기지를 공습해 응징했다. 그러나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을 규탄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되면서 국제사회의 대응은 무력하게 끝났다. 시리아는 2013년 9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했다. 이듬해에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사찰까지 받고 화학무기 전량 폐기를 선언했지만 끔찍한 참사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유엔과 OPCW는 공동 조사를 통해 시리아 정부군이 2014년과 2015년에도 반군에 염소가스를 사용한 증거를 확보해 2016년 보고서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토대로 마련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은 지난해 3월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중동의 뜨거운 태양이 ‘석유 왕국’의 에너지 지형을 바꿔 놓고 있다. 중동은 풍부한 일조량과 넓은 용지 면적을 갖춰 태양광발전에 최적화된 지역이다. 최근 중동에서 발주한 태양광발전소의 발전 단가는 지난해 전 세계 평균 태양광발전 단가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화석연료는 물론 원자력발전 단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바야흐로 태양광 시대가 열린 것이다. 풍부한 석유 자원에 의존해 경제 발전을 이뤄낸 중동 산유국들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실업률 상승으로 위기를 맞았다.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던 국제유가는 2016년 초 20달러까지 급락했다가 최근 6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석유 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서 국가 경제가 휘청거렸다.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 속에 경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일본 소프트뱅크와 2030년까지 2000억 달러(약 214조 원)를 투자해 200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사우디에 짓기로 합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사우디는 소프트뱅크와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 10만 개를 확보하고 국내총생산(GDP)도 120억 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가 추진하는 장기 경제계획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사우디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일정한 풍속 △풍부한 일조량 △긴 일광시간 △적은 강수량 △광활한 토지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췄다. 사우디의 연평균 태양복사에너지는 m²당 2100kWh 이상으로 한국(m²당 1318kWh)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GCC 국가 면적의 60%가 태양광발전에 적합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해당 면적 중 1%만 개발된다 하더라도 470GW 규모의 발전용량 건설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발전 단가가 급속히 떨어지는 추세다. IRENA가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 균등화발전비용(LCOE) 평균은 MWh(메가와트시)당 100달러로 2010년보다 73% 감소했다. 2020년에는 6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LCOE는 원전과 태양광 등 서로 다른 발전원의 경제성을 비교하고자 발전원가에 포함되지 않은 다양한 외부비용을 반영한 지표다. 특히 중동 지역의 태양광발전 단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가 발주한 300MW급 태양광발전소 건설 입찰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미래에너지공사가 제시한 LCOE는 MWh당 17.86달러로 사상 최저가였다.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는 물론 원자력발전 단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중동 태양광 시장이 전 세계 에너지기업의 격전지가 됐지만 한국은 이런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 방한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한국 정부에 사우디 태양광발전 사업에 한국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태양광 LCOE가 20달러 밑으로 떨어졌지만 국내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여전히 30달러 선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동(東)구타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한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알자지라 방송과 BBC 등 외신은 동구타에서 활동하는 의료진과 구호활동가를 인용해 7일 동구타 두마에서 발생한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최대 10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내전 구호단체 ‘하얀 헬멧’은 트위터를 통해 “7일 오후 10시 22분 헬리콥터가 두마 지역에 화학물질이 담긴 폭탄을 투하했다”며 “100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지하실에 숨어 있다 화학 공격을 받아 입과 코 주변에 하얀 거품을 물고 사망한 주민들의 모습도 공개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어린이와 여성들이었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는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이 같은 보도가 “두마 지역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반군 자이시 알이슬람에 의해 날조됐다”며 “테러단체를 소탕하는 정부군의 전진을 저해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에서 많은 사람이 화학무기 공격으로 사망했다”며 “러시아와 이란은 동물 같은 아사드 정권을 지원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미국이 시리아에서 철군을 준비하는 사이 터키의 ‘올리브가지’ 군사 작전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리아 내전의 혼돈 속에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지역인 아프린을 완전히 점령한 터키는 러시아, 이란의 묵인 아래 이라크 접경지대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4일 수도 앙카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와 우리 지역의 미래를 소수 테러리스트에게 맡길 수 없다”며 “우리는 만비즈로부터 시작해 ‘인민수비대(YPG)’가 통제하는 모든 지역을 안전하게 만들 때까지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터키는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 이란이 지지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아닌 수니파 반군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민병대 YPG와 손잡으면서 터키는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 터키의 입장에서 YPG는 자국 내 분리주의를 자극하는 최대 안보위협이기 때문이다.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이 사실상 마무리되자 터키는 1월 20일 국경을 넘어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 공습을 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쿠르드에 대한 군사공격을 자제하라”고 요청했지만 터키는 앙카라 주재 미국대사관 앞 거리 이름을 ‘올리브가지’로 바꾸면서까지 “간섭하지 말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터키는 지난달 18일 군사작전을 개시한 지 두 달 만에 아프린을 완전히 장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프린 인근의 탈리파트와 만비즈로 군사작전을 확대할 것을 선언했고, 이라크의 쿠르드 지역 신자르까지 넘보고 있다. 터키가 시리아 북서부를 손쉽게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와 이란의 암묵적인 용인 덕분이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슬람주의 독재를 경계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터키는 러시아와 군사·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서구에 각을 세웠다. 최근에는 이란이 주도하는 전후 시리아 구상에 힘을 실어주면서 시리아 북서부에서 실리를 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아사드 대통령을 ‘살인자’로 지칭했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이란 정상과 발표한 3국 공동성명에서 “시리아의 주권과 독립, 영토적 통합성 강화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3일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 철수를 준비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병력을 좀 더 유지하는 데 동의했지만 비교적 빨리 철수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리아에는 약 2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 내 IS와 극단주의 세력은 영토의 98%를 잃었다. 그러나 IS는 시리아 동부 유프라테스강 유역에 일부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군 수뇌부와 정보당국은 과거 이라크에서 조기 철군하면서 알카에다를 뿌리 뽑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IS라는 악마를 만들어낸 과거를 되풀이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인도 정부가 ‘가짜 뉴스’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하려다 언론의 반발에 부닥쳐 없던 일로 했다. 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가짜 뉴스와 관련한 정부 조치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스므리티 이라니 인도 정보방송장관도 “이번에 발표한 제도가 물의를 빚었다”며 “정부는 가짜 뉴스의 위협에 맞서 싸우고 저널리즘의 도덕성을 지키기 위해 언론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전날 인도 정보방송부는 가짜 뉴스를 보도한 기자의 취재를 제한하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가짜 뉴스를 보도한 기자는 6개월간 취재활동을 할 수 없다. 해당 기자가 다시 가짜 뉴스를 보도하면 취재활동 정지 기간은 2년으로 늘어나고 3번째는 취재 인가가 영구 박탈된다. 가짜 뉴스로 적발된 언론인에 대한 심사는 인도언론협의회와 인도뉴스방송연합이 맡기로 했었다. 이 같은 정부 지침이 공개되자 인도 언론인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가짜 뉴스의 기준을 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기자들이 제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자이 푸갈리아 더퀸트힌디 편집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 제도는 집권당에 언론의 비판을 억누를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며 “특히 선거기간 주류 언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를 자처하고 있지만 언론에 대한 통제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 언론단체 국경없는기자회가 최근 발표한 2017년 세계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인도는 180개국 가운데 136위로 전년보다 3계단 하락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가 20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2기를 건설할 예비사업자를 이달 안에 선정한다. 사우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총괄하는 ‘킹압둘라 원자력·재생에너지 시티(KACARE)’는 “4월까지 예비사업자 2, 3곳을 선정하고 올해 안에 최종사업자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 5개국 원전 사업자로부터 의향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10년간 중동 원전시장이 4배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각국 정상들은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상황이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온 문재인 정부의 자원외교가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 자원외교 격전지 중동 사우디는 세계에서 석유 매장량(2670억 배럴·15.7%)이 베네수엘라(17.5%) 다음으로 많은 나라다. 그동안 전력 생산은 천연가스와 석유 등 화석연료에 거의 100% 의존해 왔다. 그러나 최근 6년간 평균 전력소비 증가율 7%로 에너지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1.4GW(기가와트) 원전 2기를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국경 인근인 움 후와이드 또는 코르 두웨이힌 지역에 지을 계획이다. 이번 사우디 원전 사업자 입찰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사우디는 204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17.6GW까지 높이기로 했다. 전체 발전 비중의 약 15%로 이를 위해서는 약 16기의 원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사우디의 원전 사업비는 최소 1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사우디 최초의 원전 사업자로 선정되면 앞으로 있을 원전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사우디뿐만 아니라 중동지역 원전 시장은 향후 10년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생산된 중동지역 전력의 97%가 천연가스와 석유에서 나왔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은 2028년 중동지역 전기 수요가 지난해보다 30%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평균(1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발 벗고 나선 ‘스트롱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UAE 바라카 원전 1호기 완공식에 참석했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해외에 처음 건설한 원전이자 중동지역에 세워진 최초의 원전이다. 한국은 바라카 원전 완공을 통해 ‘한국형 원전’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세계에 입증했다. 사우디의 전통적 우방 UAE는 사우디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을 지원하기로 약속해 한국과 UAE 양국은 컨소시엄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경쟁국 ‘스트롱맨’들이 발 벗고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백악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왕세자와 만난 자리에서 ‘우라늄 농축을 허용해 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쇠락한 미국 원전 업계를 되살리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이행할 기회로 본 것이다. 미국이 원전을 수출하려면 미국 원자력법에 따라 수입국은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를 포기해야 한다. 이란과 역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사우디로서는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트럼프의 파격적인 제안으로 선택지가 늘어난 셈이다. 다만 중동 핵개발 경쟁을 우려하는 이스라엘과 미국 내 유대인의 반발이 트럼프의 결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살만 사우디 국왕을 모스크바로 초청해 원전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대표적인 친미 국가인 사우디 국왕이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외국 순방 때마다 원전 수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신규 원전의 40%를 짓고 있다. 2030년까지 1조 위안(약 173조 원)의 원전 수주를 목표로 내건 시 주석이 조만간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해 직접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독일의 탈원전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프랑스의 원전 기술력을 다시 홍보하고 있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최근 경쟁사 아레바의 원전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이 동네에는 슈퍼마켓이 없어요. 그래서 자동차가 없으면 불편해서 살 수가 없어요. 주거시설은 물론이고 편의시설도 변변치 않아서 거주민이 거의 없습니다.” 지난달 11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의 혁신도시 ‘마스다르시티’를 찾았을 때 한 주민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마스다르(Mas-dar)는 아랍어로 ‘자원’이라는 뜻이다. UAE는 2008년 마스다르시티를 세계 최초의 ‘탄소 제로’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곳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여 세계적인 에너지기업들을 유치해 2016년까지 매일 6만여 명이 이곳에 출퇴근하고 4만5000명이 거주하게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이 마스다르시티에 거주하는 주민은 1300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920명은 UAE 국영 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 직원이다. 마스다르시티는 아부다비 국제공항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에티하드항공 승무원 한국인 김모 씨(30)는 “올해 초 기숙사가 완공돼 마스다르시티로 옮겼다”며 “공항과 가까운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불편한 곳”이라고 말했다. 마스다르시티 거리는 황량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본부와 독일 지멘스 중동지부 등이 입주한 도심 중앙을 제외하면 허허벌판이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건설 공사가 계속되고 있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그나마 눈에 띄는 사람은 보안요원이나 공사장 인부들뿐이었다. ‘탄소 제로’ 도시라는 이름도 무색했다. 마스다르시티 방문객들은 도시 외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이곳에서 태양광 에너지로 충전된 무인운행 ‘개인궤도자동차(PRT)’를 타고 1.7km를 달려 도시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도시 내부 공사로 PRT 운행이 중지돼 압축천연가스(CNG) 자동차로 방문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방문객들은 도심 중앙의 PRT 정거장 건물을 한 바퀴 도는 방식으로 PRT를 체험할 수 있을 뿐이었다. 현재 마스다르시티는 당초 계획한 사업 면적(370만 m²)의 7%만 완공된 상태다. 마스다르시티 관계자는 “UAE의 경제성장률 추이 등을 고려할 때 2030년에야 완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UAE의 마스다르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한 것은 글로벌 경제의 침체 때문이다. 당초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는 220억 달러(약 23조3200억 원)를 투자하겠다며 사업을 시작했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민간자본 유치가 어려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까지 급락하면서 정부 재정적자가 심화돼 투자 목표금액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탄소 제로’ 목표 역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아부다비=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이집트에서 처음 피라미드를 봤을 때 한동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그 크기가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기원전 2560년, 그러니까 약 4600년 전 세워진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밑변의 길이가 230m, 높이는 147m에 달한다. 이 피라미드를 짓는 데 쓰인 돌의 개수만 230만 개.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무덤이다. 이집트에는 ‘모두가 시간을 두려워하지만 피라미드만이 세월을 비웃는다’는 속담이 있다. 수천 년이 흘러도 무너지지 않는 피라미드에서 영생을 꿈꿨던 파라오의 열망이 전해졌다. 오늘날 이집트에는 또 다른 절대자의 야망이 꿈틀거린다. ‘현대판 파라오’로 불리는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64)은 장기 독재의 길을 걷고 있다. 이집트 대선 결과가 공식 발표되는 2일은 시시 대통령의 ‘파라오 대관식’과 다름없다. 투표율은 41.5%에 불과했지만 시시 대통령이 약 92%를 득표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군부 출신 시시 대통령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30년 독재가 2011년 이집트 시민혁명으로 끝나고 이듬해 무슬림형제단의 지도자 무함마드 무르시가 최초의 민선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무르시 정권의 극단적인 이슬람주의 정책과 심각한 경제난으로 시민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이집트 내부의 혼란이 극에 달하자 당시 국방장관이던 시시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는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하고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차별 발포해 2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실권을 손에 넣은 시시는 2014년 대선에 출마해 손쉽게 당선됐다. 거대한 피라미드를 건설했던 파라오처럼 시시 대통령은 집권 첫해부터 대규모 토목공사를 진행했다. 그는 외환보유액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채까지 발행해 가며 총 80억 달러(약 8조4800억 원) 규모의 ‘제2 수에즈운하’ 공사를 감행했다. 정부는 새 운하가 개통되면 연간 약 50억 달러인 수입이 2023년까지 연간 13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착공 1년 만인 2015년 8월 새 운하가 완공됐다. 시시 대통령은 대규모 국가 기반시설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는 오명까지 떨쳐버릴 수 있다고 믿었다. 이집트 정부는 2015년 3월 카이로 동부에 최대 7년간 450억 달러를 투자해 700km² 규모의 신행정수도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사막을 개간해 농작물 자급자족을 달성하겠다며 ‘150만 팟단(6300km²)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와 210억 달러 규모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약에 최종 합의했다. 시시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일련의 프로젝트들을 재선을 위한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시 대통령이 짧은 시간에 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정작 이집트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수에즈운하관리청(SCA)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수에즈운하를 통과한 선박 수는 1만6833척으로 2015년(1만7483척)보다 되레 줄었다. 지난해도 새 운하 개통 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결국 시시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신행정수도 건설에 3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던 중국 회사는 지난해 계획을 철회했다. 농지 개간 사업도 진척이 없다. 정부 재정 적자 탓에 원전은 2020년에야 착공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40%대 초반의 낮은 투표율로 시시 정권의 국정동력은 더욱 약화됐다. 시시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효과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면 이집트 시민들은 ‘아랍의 봄’ 때 그랬던 것처럼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minwoo@donga.com}

시리아 정부군은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마지막 반군 근거지 동(東)구타 탈환을 눈앞에 뒀다. 사실상 ‘시리아 내전의 승전국’인 러시아와 이란, 터키의 정상들은 이달 4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만나 시리아 사태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시리아 철수’를 언급하면서 7년 넘게 지속된 시리아 내전은 정부군의 승리로 끝나는 형국이다. 그러나 군사적 해법으로 내전이 종식되더라도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지 않고서는 또다시 ‘재앙적 분열’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리아 정부군은 지난달 31일 국영TV를 통해 “다마스쿠스 동쪽의 자말카, 에인타르마, 아르빈, 조마르 등 4곳에서 반군을 모두 몰아냈다”며 “반군을 상대로 한 전략적 승리이자 전환점을 맞았다”고 말했다. 반군 대부분은 러시아가 중재한 협상을 통해 북서부 반군 지역 이들리브로 자진 퇴각했다. 동구타의 마지막 반군 거점 두마에서도 현재 퇴각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정부군이 동구타의 95%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두마마저 시리아 정부군에 넘어가면 시리아 북서부인 이들리브가 사실상 반군 최후의 거점이 된다. 이들리브는 지난해 9월 러시아와 이란, 터키가 ‘긴장완화지대(안전지대)’로 설정해 휴전이 유지되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에서 발을 빼려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오하이오주 산업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중동 지원에 7조 달러(약 7420조 원)를 썼는데, 그 대가로 무엇을 받은 줄 아느냐.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시리아에서 곧 나올 것이다. 이제 다른 사람들이 처리하도록 하자”며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약 2000명의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달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2억 달러에 달하는 시리아 재건 예산의 집행을 동결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 같은 조치는 “기존 시리아 개입 전략에 비판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시리아에서 철수할 경우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와 이란, 터키 등 반미(反美) 진영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정부군이 동구타를 완전히 손에 넣으면 조만간 내전 종식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러시아와 이란이 주도하는 ‘시리아 평화회담’이 제대로 작동할지 미지수다. 이들이 구상하는 전후 질서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현상유지인 반면 반군은 평화협상 조건으로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드 정권도 정치적인 타협 없이는 국정 운영이 어렵다. 7년에 걸친 내전으로 기본적인 국가 인프라가 완전히 파괴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원조 없이 나라를 일으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국제금융기구는 시리아 정권이 전향적으로 정치민주화를 이행하지 않으면 3250억 달러에 달하는 시리아 재건 비용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극심한 경제난이 지속된다면 오랜 내전으로 고통받은 시리아 국민은 아사드 정권에 맞서 다시 저항할 것이 뻔하다. 종파 간 분열로 이슬람국가(IS)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사드 정권은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로 군과 정부 요직을 장악한 채 수니파 국민 70%를 지배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가 유지된다면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은 언제든 발호할 수 있다. 특히 이란의 세력 팽창을 견제하는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부 세력이 개입해 극단주의 반군의 결집을 지원할 여지가 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걸프의 뜨거운 햇살이 거대한 돔 지붕에 뚫린 7850개의 패널 사이로 쏟아졌다. 해가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내리쬐는 빛의 모습도 서서히 변했다.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프랑스의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루브르 아부다비’의 모습은 몽환적이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분관 루브르 아부다비를 도심 인근의 사디야트섬에 개관했다. 2007년 프랑스 정부와 분관 설립에 합의한 지 10년 만이다. 공사비만 1억800만 달러(약 1156억 원). 프랑스에 루브르 브랜드 사용을 위해 지불한 로열티와 작품 대여료, 전문가 파견비용 등을 합치면 1조5000억 원이 넘게 들었다. 아부다비 문화관광부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약 5000억 원)로 사들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도 올여름부터 이곳에 전시된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프랑스 루브르의 첫 번째 해외 분관이면서 중동에 자리한 최초의 세계적인 박물관이다. 13일 루브르 아부다비의 출입구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아바야(검은 망토 모양의 이슬람권 전통의상)를 입은 여학생들이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끊이질 않았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온 줄리아 로그빈 씨는 “루브르 아부다비는 정말 놀라운 곳”이라며 “전 세계에서 온 훌륭한 작품들로 채워져 있는데 예술적인 관점에서도 새롭다. 나중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와야겠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파리 루브르 등 프랑스 13개 박물관에서 건너온 소장품 300점과 그 밖의 세계적인 작품 300점이 전시돼 있다. 인류 역사의 시작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을 볼 수 있다. 마누엘 라바테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장은 전시된 고려청자를 가리키며 “이곳에서 한국인으로서 당신이 속한 문화를 느끼는 동시에 전 세계의 예술작품과도 교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부다비는 약 20조 원을 들여 사디야트섬 일대를 문화 특별 관광지구로 조성하고 있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7배 규모의 구겐하임 아부다비를 비롯해 자이드 국립박물관, 해양박물관 등 세계적인 랜드마크들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무함마드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관광문화청장은 “사디야트섬이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국제적 문화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의 롤모델은 인구 35만 명의 작은 도시 스페인 빌바오다. 스페인 북부의 쇠락한 산업도시였던 빌바오는 1980년대 후반 구겐하임 분관을 유치해 기사회생했다. 당초 시민의 95%가 반대했지만 막대한 예산을 들여 1997년 구겐하임 분관을 연 빌바오는 5년 만에 총 투자액 1억3500만 유로(약 1800억 원)를 모두 회수했다. 매년 105만 명의 관람객이 구겐하임 빌바오를 찾고 있다. 루브르 분관이 문을 연 뒤 아부다비를 찾는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아부다비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과 12월 아부다비 호텔 투숙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6.2%, 17.6% 증가했다. 아부다비 정부는 ‘포스트 오일(Post-oil) 시대’에 경제다각화를 위한 장기개발계획 ‘경제비전 2030’을 수립하고 관광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인프라 건설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아부다비=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26일 카이로 시내 곳곳에 이집트 국기가 휘날렸다. 트럭에 올라탄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64)의 지지자들은 이집트 국가를 틀어 놓고 국기를 흔들었다. 거리의 시민들은 감흥 없는 표정으로 지지자들을 바라봤다. 이집트 대통령 선거 첫날의 풍경이다. 이집트에선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고 사흘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대선 첫날인 이날 ‘얄라 시시’(시시와 함께 가자)라는 구호를 내건 플래카드가 도로 위를 점령했다. 카이로 주요 도로에는 20m마다 시시 대통령의 사진이 내걸렸다. 반면 시시 대통령의 유일한 대선 경쟁 후보인 무사 무스타파 무사 엘가드당 대표(66)의 플래카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선거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이집트 프레스센터에서 취재 허가증을 발급받은 뒤 카이로 남부 마디 지역의 한 투표소를 찾았지만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투표소 앞을 막아선 군인과 경찰은 “들여보낼 수 없다”고 했다. 지금 투표를 하는 시민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자가 투표소를 찾은 시간은 시민들이 투표소로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퇴근 시간대였는데도 투표소 앞은 적막했다. 두 번째로 찾은 투표소도 마찬가지였다. 시시 대통령 지지자들이 투표소 앞에 커다란 스피커를 가져다 놓고 투표를 독려하고 있었지만 투표소로 발길을 옮기는 시민은 드물었다. 이곳 역시 총을 든 군인이 투표소 내부 취재를 막았다. 그나마 투표소 규모가 큰 다르엘살렘 지역에서 투표 현장을 취재할 수 있었다. 이날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50대 이상이었다. 콥트교 사제복을 입은 미하일 이브라힘 씨는 “둘 중에 한 사람을 뽑는데 고민할 이유가 없다”며 “시시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이집트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왔다”고 말했다. 장년층 유권자들은 대부분 이집트의 ‘안정’을 위해 시시 대통령을 선택했다. 투표소 밖에서 만난 무스타파 사이드 씨는 “당연히 시시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며 “그는 위기에 처한 이집트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시 대통령 지지 열기에 눈살을 찌푸리는 유권자도 있었다. 올해 스무 살의 모하메드 씨는 “투표소 앞의 시시 지지자들은 대부분 돈을 받고 동원됐다”고 지지자들을 비난했다. 그는 “권위주의 군부 정권의 거짓 선거에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집트에서는 2011년 시민혁명 이후 이듬해 대선을 통해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무함마드 무르시가 최초의 민선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지나친 이슬람 근본주의 정책과 경제난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2013년 7월 당시 국방장관이던 시시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 과도정부는 이집트의 안정을 되찾겠다는 명목하에 무슬림형제단과 민주화세력을 철저히 탄압했다. 시시 대통령이 2014년 대선으로 정권을 잡은 이후 이집트의 민주주의는 ‘아랍의 봄’ 이전으로 뒷걸음질쳤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해 시시 정권의 엄혹한 인권 탄압 실태를 폭로하는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시시 군부 정권이 다음 달 2일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를 통해 4년 더 집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만약 투표율이 2014년 대선(47.5%)보다 낮을 경우 시시 정권의 국정 동력은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이모, 모든 물건이 불에 타고 있는데 문이 안 열려요. 어떻게 하죠.” 25일 오후 러시아 시베리아 도시 케메로보의 ‘겨울 체리’ 쇼핑몰. 봄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같은 반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왔던 빅토리야 비카 포찬키나 양(12)이 이모 예브게니야 씨에게 전화로 울부짖었다. 이모는 “옷을 벗어서 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소녀는 힘없이 “이모, 가족들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줘. 엄마한테 내가 사랑한다고 전해줘”라고 대답했다. 그 직후 전화는 끊겼다. 예브게니야 씨는 러시아 영자지 시베리안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방학을 맞아 같은 반 친구들 거의 모두가 영화관에 있었다. 애들과 동행한 학부모 두세 명과 교사가 있었지만 애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쇼핑을 하러 간 참이었다. 어른들은 모두 목숨을 건졌지만 아이들은…”이라고 말했다. 시베리안타임스에 따르면 현장은 어린아이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부모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현장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한 여성은 “내 아이 다섯이 모두 쇼핑몰 안에 있는데 생사를 모른다”며 아이들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부모들은 소셜미디어에 실종된 아이들의 사진을 올리며 목격자를 찾고 있다. 타스통신, 러시아투데이(R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재난당국인 비상사태부는 쇼핑몰 꼭대기인 4층에 위치한 영화관 3곳 중 2곳이 (화재로) 3층으로 무너져 내렸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어린이 11명을 포함해 최소 64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어린이 놀이시설과 영화관이 있는 쇼핑몰 꼭대기 층에서 불이 시작되는 바람에 어린이 사상자가 많았다. 불은 쇼핑몰 4층에 있는 어린이 놀이시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케메로보주의 블라디미르 체르노프 부지사는 “트램펄린이 있는 어린이 놀이시설에서 불이 시작됐다”며 “초동 수사에 따르면 휴대용 라이터를 가진 한 어린이가 스펀지 재질의 물체에 (장난 삼아) 불을 붙였는데 갑자기 불길이 번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린이 놀이시설 내부 전깃줄에서 화재가 시작됐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건물 내부는 새카만 연기에 휩싸였다. 다수의 사망자가 쇼핑몰 4층의 어린이 놀이시설과 영화관 등에서 나왔는데, 대부분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목격자가 찍은 영상에는 한 젊은이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3층 창문 아래로 몸을 던지는 장면도 나온다. 화재 초기 10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소방 당국의 진화 과정에서 20명을 구조했으나 대형 참사를 막진 못했다. 화재경보기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당시 가족과 함께 쇼핑몰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던 안나 자레치네바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 영화관 내부에 불이 켜지지 않았고, 영화가 계속 재생됐다”고 전했다. 자레치네바 씨 가족은 주변 사람들이 화재 사실을 알려줘 간신히 쇼핑몰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화재가 난 쇼핑몰은 2013년 문을 연 2만3000m² 규모의 현대식 상가로 내부에 어린이 놀이시설과 영화관, 볼링장, 동물원, 푸드코트 등이 있다. 비상사태부로부터 쇼핑몰 화재에 대해 보고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화재를 진압하고 피해자들에게 최대한의 지원을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아만 툴레예프 케메로보 주지사는 “희생자 1인당 100만 루블(약 1894만 원)을 유가족에게 지급하고 심리학자와 전문 의료진의 치료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 위은지·조은아 기자}

전 국민의 4분의 1이 문맹인 이집트에서는 대통령 선거 투표용지에 후보자를 상징하는 그림을 새겨 넣는다. 26일부터 3일간 실시되는 이집트 대선 1차 투표에서 유권자 대부분은 압둘팟타흐 시시 현 대통령(64·사진)이 자신의 상징으로 선택한 ‘별’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를 진행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자가 단 2명밖에 없어 결선투표 없이 다음 달 2일 곧바로 당선자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시시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적인 분위기라 이번 대선은 일찌감치 ‘시시한 대선’이 됐다. 시시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로 나선 무사 무스타파 무사 후보(66)가 유권자들에게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이자 사업가인 무사는 후보자 등록 마감 15분 전 입후보했다. 그가 2005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는 엘가드(내일)당은 의회에 단 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무사가 이번 대선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나선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시시 대통령의 공식적인 지지자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시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2014년 대선에는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시시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이집트 선거는 안정을 위해 민주주의를 희생한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실었다. 선거가 끝난 뒤 시시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이 4년 임기 대통령의 3연임을 제한하는 헌법을 개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국회에서 헌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시 대통령은 지난해 헌법에 반하는 3선 도전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스트롱맨’들을 모델로 한 장기집권 야망은 다음 임기 중 언제든 표출될 수 있다. 시시 대통령은 최근 1년 동안 폭압 통치를 강화해 왔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포함해 수백 개의 웹사이트를 차단했고, 야권 인사와 반정부 세력을 투옥했다. 대선을 앞두고 잠재적인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낙마하거나 출마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탄압 때문이다. 워싱턴 중동연구소의 폴 살렘 연구원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시 정부는 경제와 안보를 이유로 안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단기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겠지만 향후 정권 교체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전 국민의 4분의 1이 문맹인 이집트에서는 대통령 선거 투표용지에 후보자를 상징하는 그림을 새겨 넣는다. 26일(현지 시간)부터 3일간 실시되는 이집트 대선 1차 투표에서 유권자 대부분은 압둘팟타흐 시시 현 대통령(64)이 자신의 상징으로 선택한 ‘별’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를 진행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자가 단 2명밖에 없어 결선투표 없이 다음 달 2일 곧바로 당선자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시시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적인 분위기라 이번 대선은 일찌감치 ‘시시한 대선’이 됐다. 시시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로 나선 무사 무스타파 무사 후보(66)가 유권자들에게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이자 사업가인 무사는 후보자 등록 마감 15분 전 입후보했다. 그가 2005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는 엘가드(내일)당은 의회에 단 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무사가 이번 대선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나선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시시 대통령의 공식적인 지지자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시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2014년 대선에는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시시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지지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이집트 선거는 안정을 위해 민주주의를 희생한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실었다. 선거가 끝난 뒤 시시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이 4년 임기 대통령의 3연임을 제한하는 헌법을 개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국회에서 헌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시 대통령은 지난해 헌법에 반하는 3선 도전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스트롱맨’들을 모델로 한 장기집권 야망은 다음 임기 중 언제든 표출될 수 있다. 시시 대통령은 최근 1년 동안 폭압 통치를 강화해 왔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포함해 수백 개의 웹사이트를 차단했고, 야권 인사와 반정부 세력을 투옥했다. 대선을 앞두고 잠재적인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낙마하거나 출마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탄압 때문이다. 워싱턴 중동연구소의 폴 살렘 연구원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시 정부는 경제와 안보를 이유로 안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단기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겠지만 향후 정권 교체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해 솟는 백두산은 내 조국입니다. 제주도 한나(한라)산도 내 조국입니다. 백두와 한나가 서로 손을 잡으면 삼천리가 하나 되는 통일이어라.” 평창 겨울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달 11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서울 국립극장 무대에 올라 불렀던 이 노래를 기억한다.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는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이라는 곡으로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노래가 끝나자 ‘앙코르’를 세 번이나 외쳤다고 했다. 이 노래를 한반도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북한 냉면집 ‘옥류관’에서 다시 들었다. 노래를 부르던 북한 여종업원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즐비한 곳에서 유일한 ‘남조선 테이블’에 계속 눈을 맞췄다.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노래가 절정에 다다를 때 무대 위에 있던 여종업원이 꽃다발을 들고 우리에게 다가와 건넸다. 이상하게 마음 한편이 저릿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실향민이라던 동료는 어느새 눈시울이 불거졌다. 서울에서 평양냉면집을 수없이 다녀봤지만 진짜 북한 냉면집 문턱을 넘으려니 어색하고 불편한 마음이 앞섰다. UAE에는 옥류관 3곳이 영업 중인데 모두 북한 외교부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묘한 긴장감 속에도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이라던 북한 여종업원의 진심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북조선과 남조선이 (남북 회담 등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UAE 옥류관의 북한 노동자들이 내년에도 계속 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10월 UAE 정부가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신규 취업비자를 발급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기존 북한 노동자의 비자와 북한 기업의 사업 허가를 갱신할 것인지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UAE를 포함해 쿠웨이트, 카타르 등에 노동자 1만 명 이상을 파견해 외화벌이를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강화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은 본국으로 잇따라 송환돼 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현재 중동 지역에 남아 있는 북한 노동자 수는 수백 명에 불과하다. 북한에서 해외로 파견하는 노동자들은 주로 북한 내 중산층이다. 북한 당국은 주체사상이 투철하고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 2명 이상이어야 파견 노동자로 선발한다. 최근에는 북한 노동자들의 이탈 사례가 늘면서 평양 출신만 모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해외에서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하루 12∼16시간. 휴가는 꿈도 꿀 수 없고 휴무는 월 1, 2일 정도다. 북한 노동자들은 파견된 국가의 근로기준법이나 상해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이들은 공동숙소에서 생활하며 북한 국가보위성 소속 감시원으로부터 철저한 감시를 받는다. 1인당 급여는 월 1000달러(약 107만 원) 수준이지만 절반을 충성자금 명목으로 북한에 송금하고 보위성 소속 감시원과 건설사 브로커 등의 몫까지 떼고 나면 고작 200달러 정도가 남는다. 가족에게 송금하긴커녕 본인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힘든 수준이다. 남의 나라에서 죽도록 일만 했던 북한 노동자들은 임금까지 떼인 것으로 파악된다. 쿠웨이트와 카타르의 북한 노동자들은 추가로 돈을 벌기 위해 중국 브로커 회사를 통해 부업을 해왔다. 그러나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송환 압박이 커지면서 브로커 회사들은 의도적으로 8개월에서 1년 가까이 임금을 체불했고, 북한 노동자들은 울면서 중동을 떠났다. 북한 당국은 중동에 파견된 노동자들을 러시아로 이동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한다. 많은 지역에서 이미 북한 노동자의 철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는 3만5000명에 달한다. 지난달 말에는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 도시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 5명이 영하 20도 이하의 혹한에 숙소 난방시설이 고장 나 양동이에 석탄불을 피워 놓고 자다가 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세계 곳곳에서 외화벌이에 희생되는 북한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기회의 4월 봄바람이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라에서 백두까지 퍼져 나가길 기원한다. 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minwoo@donga.com}

“이곳 옥류관에서 평양냉면만 파는 게 아닙니다. 북한에서 유명한 그림 작품을 공수해 와서 갤러리를 운영하는데 일부 작품은 억대에 팔립니다.” 지난해 3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진출한 북한 식당 옥류관이 북한 예술품 판매로 외화벌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조선화가 최근 중국에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가격이 급등하자 중동 지역으로 판매시장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 시간) 저녁 때 찾아간 아부다비 옥류관(5성급 호텔 그랜드밀레니엄 알와다 호텔 2층)은 수십 명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평양냉면 한 그릇 가격은 60디르함(약 1만7400원). 세금을 포함하면 2만 원이 훌쩍 넘는 고가였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은 북한 여종업원들의 공연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겼다. 옥류관은 두바이에도 분관 2곳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늦게 문을 연 아부다비 옥류관이 특별한 것은 최초로 해외 5성급 호텔에 입점한 데다 로비와 연결된 1층에 북한 미술품 갤러리까지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갤러리에는 백두산 호랑이 등을 그린 동물화를 비롯해 금강산 풍경화, 자수, 도자기 등이 전시돼 있었다. 북한 큐레이터는 기자에게 “북한에서는 김훈 화가(50)의 그림을 최고로 쳐준다. 그의 화폭 속 동물들은 마치 살아 숨쉬는 것 같아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훈은 북한 미술 창작단체인 만수대창작사 유화 실장이자 가장 인기 있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갤러리에는 만수대창작사의 1급 화가 리금혁이 2년에 걸쳐 작업했다는 대형 호랑이 그림도 걸려 있었다. 이 작품의 가격은 무려 14만 디르함(약 4060만 원)에 이른다. 만수대창작사는 지난해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371호에 따라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KOTRA는 이 같은 제재에도 만수대창작사가 중국에서 활동하는 데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북한의 미술작품은 그 수준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알려지면서 중국 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옥류관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예술품 시장을 중동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959년 평양에 설립된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최고 미술가 1000여 명을 비롯해 약 4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만수대창작사는 조선화, 벽화, 거대 동상, 조각상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제작해 산하 기관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MOP)’을 통해 해외로 수출한다. 만수대창작사는 2010년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대서양 연안에 약 49m 높이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을 제작해 최소 12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나미비아 짐바브웨 앙골라 등에도 수천만 달러어치의 동상을 수출했다. 만수대창작사가 최근 10년간 벌어들인 외화는 1억6000만 달러(약 170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부다비=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크림반도 반환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6)은 11일 공개된 다큐멘터리 ‘푸틴’에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에 거듭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4주년이 되는 18일, 러시아 시민들은 거리로 나설 예정이다.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2014년 당시 살짝 휘청거리던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은 크림반도 합병 이후 지지율 80%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4선 성공은 지난해 12월 그가 출마를 선언하기 전부터 거의 확정적이었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그에 만족하지 않고 압도적인 당선을 노리고 있다. 사실상 푸틴의 마지막 대선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푸틴은 2000년부터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수행하고 2008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총리를 대통령으로 내세운 뒤 자신은 잠시 총리로 물러났다. 헌법상 ‘3연임 금지’ 규정 때문이었다. 푸틴은 총리 재직 중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려 2012년 대선에서 다시 대통령이 됐다. 새 헌법도 대통령 3연임은 금지해 푸틴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4선에 성공해 2024년까지 집권해도, 5선 도전은 78세가 되는 2030년에나 가능하다. ○ 역대 최고 득표율 노리는 크렘린궁 최근 성인 남성 잡지 ‘맥심’ 러시아판은 선정적인 속옷 모델을 고용해 투표 독려 캠페인 광고를 찍었다. 특정 후보의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광고에 크렘린궁이 직간접으로 연관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크렘린궁은 “사기업에 이 같은 활동을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하지만 최근 러시아 내 상점과 주유소, 영화관 등도 대선 투표 캠페인에 유례없이 적극적인 모습이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투표율 70% 이상, 득표율 7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2년 ‘65% 투표율에 63.6%의 지지율’보다 높아야 한다는 얘기다. 푸틴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 진보당 대표(42)가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일찌감치 출마가 좌절된 것도 크렘린궁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크렘린궁은 유권자들의 흥미를 끌어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의 패리스 힐턴(힐턴호텔 상속녀)’으로 불리는 유명 방송인 출신 크세니야 솝차크(37)를 선거에 내보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 옛 소련 향수 자극하는 푸틴 지난달 전러시아여론연구센터(VTsIOM)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푸틴을 제외한 후보 7명 중 지지율 10%를 넘긴 후보는 한 명도 없다. 푸틴의 지지율은 69.1%. 이번 대선에서 80% 이상 득표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푸틴은 옛 소련 시절을 경험하지 않은 러시아의 젊은층에서도 인기가 높다. 유럽외교협회(ECFR) 보고서는 “러시아의 25세 미만 청년들은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급진적인 변화가 국가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18∼24세 러시아 청년의 86%가 ‘푸틴을 지지한다’, 67%가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빈곤과의 싸움 △삶의 질 개선과 경제 성장을 위한 기술 개발 △기업 환경 개선 등을 통해 러시아를 6년 안에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냉전시대 옛 소련을 그리워하는 유권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푸틴은 2일 친(親)여권 사회단체 러시아인민전선이 주최한 미디어포럼에서 ‘할 수 있다면 어떤 역사를 바꾸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소련의 붕괴”라고 답했다. ○ 미러 대결구도 강화… 신(新)냉전 우려 푸틴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슬로건은 ‘강한 대통령, 강한 러시아’. 미국과 대결구도를 강화해 애국심을 자극하고 지지층을 더욱 견고하게 결집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1일 연례 국정연설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뚫을 수 있다”며 ‘초강대국 비전’을 들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요격이 불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등 차세대 신형 무기 6종을 공개했다. 이어 10일 그중 하나인 극초음파 킨잘(Kinzhal) 미사일이 시범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적대적 공생’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친분 관계를 과시했던 두 정상은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스캔들로 서먹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러시아와 미국은 대립각이 커졌다. 그러나 그만큼 푸틴 대통령도 ‘마이웨이’ 강대국 외교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터키, 시리아,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세력을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매체 ‘러시아투데이’는 “푸틴의 이데올로기는 복잡하지만 ‘러시아 퍼스트’(러시아 우선주의)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카이로=박민우 minwoo@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우리 땅을 훔친 범죄자들에게 보상은 있을 수 없다.” 토지개혁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뜨거운 감자다. 국가가 토지 무상몰수를 허용하는 헌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남아공 백인들은 이 법안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경제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흑인들은 백인 정권의 뿌리 깊은 유산을 청산할 기회라며 반기고 있다. 좌파 성향의 경제자유전사당(EFF)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지지를 얻어 지난달 27일 통과됐다. 지난달 새 대통령으로 취임한 시릴 라마포사(66)와 ANC는 최근 급진적 토지개혁에 찬성하는 쪽으로 노선을 틀었다. 일각에선 ANC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과 경제 실정으로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남아공 전체 인구의 약 8%(4만5000명)에 불과한 백인들은 2016년 기준으로 전체 농지의 73.3%를 소유하고 있다.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 분리정책) 정권이 종식된 1994년 백인 토지 비율은 85.1%에 달했다. 남아공 흑인(반투족)들은 17세기 이후 네덜란드계 백인 정착민(보어인)과 영국 제국주의에 땅을 빼앗겼다.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흑인들을 보호구역(반투스탄)으로 쫓아냈고 백인들은 빼앗은 땅에 대규모 농장을 지어 자본을 축적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된 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백인에서 흑인으로 소유권이 바뀐 토지는 전체의 10%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서와 화합을 강조한 ‘국부(國父)’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무상몰수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배제한 시장 주도적인 토지 재분배 프로그램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남아공 당국은 그간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보고 국가 주도의 강력한 토지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백인 농장주들은 농장 인프라와 기계, 기타 투자 등을 고려했을 때 “토지 가치는 실질적인 농장 가치의 10%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90%의 농장 자산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대부분의 토지가 은행 대출 담보로 묶여 있어 정부가 해당 부채까지 떠안게 되는 것도 재정적으로 부담이다. 콜린 콜먼 골드만삭스 아프리카 담당 국장은 “남아공의 토지 개혁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연초부터 액땜을 제대로 했다. 극심한 두통에 서둘러 향한 종합병원에서 골치 아픈 진단이 나왔다. 젊은 나이에 대상포진이라니.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이집트의 황당한 교통안전 시스템 때문이다. 방문했던 카이로 나일 강변의 종합병원은 꽤 컸다. 규모나 위치를 봤을 때 우리나라로 치면 올림픽대로변에 있는 서울아산병원쯤 될까. 병원을 나와 길을 건너려 하는데 병원 앞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육교가 없었다. 도로에 낮은 분리대가 이어져 있어 유턴조차 되지 않는 탓에 반대편에서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왕복 8차선 규모(차선이 없음)의 도로를 눈치껏 가로질러야 했다. 이집트는 교통 무법지대다. 웬만해선 차선, 인도, 신호등, 횡단보도를 찾아볼 수 없다. 이집트인 친구들은 길을 건널 때 “절대 뛰지 말고 여유롭게 걸으면서 마주 오는 운전자와 눈을 마주쳐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대상포진의 고통을 견디면서 시속 80km로 쌩쌩 달리는 차들 사이를 건너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이집트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교통사고 건수는 약 1만4000건. 교통신호와 과속방지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안전띠 규제 등 교통안전 법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도로 유지보수 작업도 제때 이뤄지지 않아 곳곳에 요철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카이로와 남부 지역 미니아를 연결하는 도로에서 차량이 연쇄 추돌하면서 최소 11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대중교통도 안전하지 않다. 지난해 8월에는 이집트 남부 베니수에프주에서 다리를 건너던 소형 버스가 트럭과 충돌했다. 카이로에서 승객 62명을 태우고 미니아로 향하던 이 버스는 나일강으로 추락해 14명이 사망했다. 장거리 열차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7월 알렉산드리아 출장을 위해 처음으로 이집트 열차를 타 본 이후로 다시 열차에 탑승하기가 꺼림칙하다. 정확히 보름 후에 알렉산드리아 인근에서 41명이 사망하고 179명이 다치는 대형 열차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카이로에서 출발한 열차가 역에 정차 중이던 열차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았다. 당시 사고 목격자들에 따르면 두 열차의 머리 칸과 꼬리 칸이 부딪히면서 공중에 피라미드 모양을 만들었을 정도로 충돌이 강력했다. 이집트에서는 부실한 선로 관리와 취약한 안전 기준 탓에 매년 1000건이 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도 베히라주에서 여객 열차가 선로를 이탈해 화물 열차와 부딪히면서 최소 16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사고 후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집트 전역의 철도시스템 점검을 지시하면서 “낙후된 철도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2000억∼2500억 이집트파운드(약 12조∼15조 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집트 정부는 현재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어 이 정도의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 놀랍게도 이런 이집트의 교통사고 사망률이 중동 지역에선 낮은 편에 속한다. 이집트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12.8명으로 중동 21개 국가 및 지역 가운데 가자지구(5.6명) 바레인(8.0명) 다음으로 낮았다. 역내에서는 이란(32.1명)과 사우디아라비아(27.4명)의 사망률이 높았다. 리비아(73.4명)는 세계에서도 압도적으로 교통사고 사망 위험이 높은 국가로 꼽혔다. 교통안전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9.3명)은 최근 10년간 사망률이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상대적으로 가난한 아프리카(26.6명) 중동(19.9명)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사망률을 유지하고 있었다. 중·저소득 국가는 전 세계 자동차의 54%를 보유하고 있지만 교통사고 전체 사망자의 90%가 이들 국가에서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5년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에서 매년 125만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25초마다 누군가의 소중한 삶이 도로 위에서 허무하게 끝나는 셈이다. 교통사고는 전 세계 청년층(15∼29세) 사망의 첫 번째 원인이기도 하다. 교통사고로 다치는 사람은 연간 5000만 명에 달한다. 교통안전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개발도상국은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 교통사고로 가족이 죽거나 다친 가구는 절대 빈곤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세계은행(WB)은 도로 안전에 투자하지 않는 국가는 24년간 잠재적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7∼22%를 놓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로 위의 국민이 안전해야 경제도 발전한다. 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minwoo@donga.com}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지나다 나포된 북한 선박 ‘지선호(JIE SHUN)’ 안에 실린 3만 발의 북한산 로켓 수류탄(PG-7)의 구매자가 이집트 국영 복합방위산업체 ‘아랍산업화기구(AOI·Arab Organizaion for Industrialization)인 것으로 드러났다. 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은 지선호에서 압수된 무기와 관련한 새로운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이달 발표할 예정이다. 이집트 당국은 2016년 8월 수에즈 운하에서 2600만 달러(약 281억 원) 상당의 북한산 로켓 수류탄 3만 발을 불법 운송하던 지선호를 적발했다. 지선호는 캄보디아 국적의 선박으로 등록돼 캄보디아 국기까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이 선박에는 북한 선원 23명이 탑승해 있었으며 황해남도 해주에서 출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북한 선원들은 수 톤에 달하는 철광석에 밑에 선적된 로켓 수류탄 상자를 ’수중 펌프 장비‘라고 주장했다. NYT는 유엔 관계자를 인용해 “이집트가 북한 무기를 구입해왔으며 북한 외교관들이 카이로 주재 북한대사관을 중동과 아프리카에 무기를 판매하기 위한 거점으로 삼은 걸 묵인했다”고 보도했다. 국제 사회에서 고립돼 자금줄이 막혔던 북한은 이 같은 거래를 통해 현금을 달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비밀리에 이집트와 북한의 거래를 추적해왔고, 이집트 정부가 지선호를 나포하도록 강력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지난해 8월에는 이집트가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2억9100만 달러에 달하는 군사 원조를 삭감하거나 보류했다. 트럼프 정부의 원조 삭감 조치 이후 이집트는 즉시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축소했다. 이집트 정부는 북한과 군사협력은 물론 카이로 주재 북한대사관 규모를 줄이고 북한 외교관의 활동을 감시했다. 지난달 카이로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만난 사메흐 쇼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는 제한적이며 경제적 또는 기타 협력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집트에 오랫동안 탄도미사일 기술을 공급해온 북한이 여전히 미사일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의 안드리아 베르거 연구원은 “북한은 탄도 미사일 고객들을 가장 신경쓰고 있다”며 “이집트가 그 고객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집트 군부 정권은 원조 삭감 등의 결과를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며 결국에는 미국의 압박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보당국에 따르면 이집트와 북한은 1970년대부터 옛 소련 스커드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리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협력해왔다. 미국은 1990년대 후반 이집트가 사거리 1300km에 달하는 북한의 노동미사일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했다. 이집트가 북한으로부터 노동미사일을 확보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2013년 중국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이 사거리 300km의 스커드 B 미사일 부품을 ’수산물 가공기계‘로 속여 카이로행 항공기 실어 보내려다 적발됐다. 스커드 B 미사일은 이집트 내륙에서 이스라엘은 물론 나일강 상류 댐 건설로 분쟁을 벌이고 있는 에티오피아까지 타격할 수 있다. 유엔 기록에 따르면 이집트 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과거 경제 제재를 받고 있던 수단에 위성유도미사일 판매를 지원했다. 이들은 시리아에서는 화학무기 생산에 필요한 물품도 제공했다. 박춘일 전 주이집트 북한대사는 이집트 내에서 북한의 불법 무기거래 주요 통로인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 활동을 이집트 지원한 혐의로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포함돼 카이로를 떠났다. 이집트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북한 외교관들은 달러를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잠비크에서 북한 외교관들은 코뿔소 밀렵에 연루됐다. 나미비아에서는 거대한 동상과 탄약 공장을 짓고, 앙골라에서는 대통령 경호원들을 대상으로 무술을 지도해 돈을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