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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6시 반부터 서울 신라호텔에서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정상회담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안보와 과거사 문제에 대한 갈등은 남기되 경제에서 구체적으로 협력한다’이다. 아베 총리 취임 후 처음 이뤄진 양자 정상회담에서 두 사람 모두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리 총리는 아베 총리에게 “이번 회담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아베 총리도 “지금까지 리 총리와 서서 짧게 대화할 기회는 있었지만 이번에 정식 회담을 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10시 30분경 서울에서 일본 취재진에게 한 브리핑을 통해 “당초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긴 55분간 진행됐으며 흉금을 터놓고 솔직한 의견 교환이 이뤄진 매우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정상은 관계 개선의 방향과 지침까지 합의했다. 우선 향후 관계 개선의 방향으로 ①서로 전향적인 정책을 취하고 관계 개선을 함께 추진한다 ②과거 일중 간의 합의에 따라 현안에 대처한다 ③이 과정에서 특히 협력의 파트너이며 서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2008년 중일 공동성명에서 한 합의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옮긴다 ④경제를 비롯한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 등 네 가지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한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는 외교장관 상호 방문을 재개하고 둘째 고위급 경제대화를 내년에 조기 개최하며 국방당국 간 연락 메커니즘의 운용 개시를 위해 서로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임은 물론이고 동중국해 자원 개발 문제와 관련해 2008년 합의된 회담 재개를 목표로 한다는 것 등이다. 경제 금융 분야의 협력을 심화시키기로 합의한 점도 주목된다. 하지만 남중국해 안보법제 등 안보 문제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신경전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리 총리는 “일본이 평화 발전을 계속 걷고 ‘군사 및 안전보장’ 면에서 아시아 이웃나라의 우려를 존중하기 바란다”며 “(과거사 문제도) 13억 중국 인민의 감정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했다. 아베 총리 역시 리 총리에게 영토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미국을 대신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우려도 직접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법제에 대해서도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의 심각한 반성 위에서 평화 발전의 길을 걷고 있으며, 전수방위(오직 방어를 위한 무력만 행사)를 견지한다”고 적극적으로 답했다. 일본 관계자는 ‘남중국해 문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안들에 대해서는 내용을 서로 공표하지 않기로 합의해 회의를 끝낼 수 있었다”며 “구체적인 설명은 피하고 싶다”고 답했다. 회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두 정상은 전략적 호혜 관계에 기초해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더해 경제 분야에서의 관계 복원을 위한 구체적 실천들을 이끌어낸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정상회담과는 별도로 열린 이날 양국 외교장관회담은 막판까지 의제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양국 외교장관은 이날 오전 일본 대표단 숙소에서 만나 최종 조율에 착수했다. 정상회담을 12시간도 남겨 놓지 않은 가운데 각료급 협의를 해야 할 만큼 조율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조숭호 기자}
중국 정부가 일본인 민간인 4명을 스파이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히면서 이 문제가 양국 간 외교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2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주일 중국대사관의 허전량(何振良) 보도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법에 따라 일본인 4명을 스파이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남성 2명과 여성 1명은 당국에 구금된 상태이며 남성 1명은 호텔에서 연금된 채 조사를 받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말 아사히신문이 중국에서 일본인 민간인 2명이 5월부터 구속돼 있다고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추가로 일본인 2명이 중국 당국에 구속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는데 중국 당국이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이다. 아이치(愛知) 현에 거주하는 남성(51)은 중국 저장(浙江) 성의 해안 군사시설을 찍다가 붙잡혔다.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북-중 국경지대에서 체포된 남성(55)은 탈북자 출신의 일본 국적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베이징(北京)에서 체포된 60대 남성은 항공사 출신으로 중국 인맥을 활용해 기업에 전문 지식을 제공하고 있었으며, 상하이(上海)에서 붙잡힌 50대 여성은 도쿄(東京) 일본어 학교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보도 직후 이들의 구속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스파이를 보낸 일은 절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들이 일본 공안조사청의 정보 협력자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본 민간인이 중국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장기간 구금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언론은 중국 당국이 조사 대상 일본인들을 향후 외교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31일 한중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다음 달 1일 한중일 정상회의, 2일 한일 정상회담은 동북아 정세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 회동은 그 자체가 ‘빅 이벤트’다. 과거사, 영토 분쟁으로 갈등을 빚어왔던 한국 일본 중국이 3년 반 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3국 정상의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한일 정상회담의 향배가 주목된다. ○ 아베, 일본군 위안부 문제 언급할까 한일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수위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일본이 한일관계, 미일관계를 고려해 어떤 방식으로든 위안부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양국 간 견해차 조율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도쿄 하네다(羽田) 공항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그런 과제를 포함해 솔직한 의견 교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의미 있는 발언을 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서로 자국 내 보수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 만큼 “반성하지 않는 나쁜 아베를 왜 만났나” “언제까지 반성만 해야 하나”라는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선뜻 물러서기 어려운 처지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한국은 일본에 대해 전향적인 책임 표명을, 일본은 한국에 대해 위안부 동상 철거나 최종적인 사과라는 확답을 듣고 싶어 한다”며 “아베 총리가 ‘아시아 국가에 고통을 주었다’ 같은 기존 발언 수준에서 유감 표명이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과거사와 경제 분리한 ‘투 트랙’ 필요 전문가들은 과거사와 안보·경제를 분리한 ‘투 트랙’ 접근을 주문했다. 냉정하게 국익을 따져 북핵·통일 등 북한 문제, 안보협력 문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현안과 과거사는 분리해 접근하라는 것이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한미일 3각 협력 복원을 원하고 있고, 한국도 일본과 협력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며 “과거사를 잊지 않되, 과거사 틀 안에서만 양국 관계를 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양국 외교장관이 자주 오가는 이른바 셔틀 외교를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의 첫 한국 방문, 6월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첫 일본 방문 등이 있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셔틀 외교를 정착시켜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오찬 없는 한일 정상회담 3년 반 만에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 간 ‘신경전’은 개최 합의 발표 이후에도 이어졌다. 회담 날짜를 ‘11월 2일 오전’이라고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시작 시간을 못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당초 30분 정도 정상회담을 한 뒤 바로 오찬 회동을 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오찬 불가’라는 한국 정부의 통보 이후 회담 개최 합의 발표를 미루면서 ‘딴전’을 부렸다. 결국 오찬은 하지 않되 회담 시간을 늘리는 절충점을 찾았다. 중국과 일본도 힘겨루기를 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내에서는 정상회담 날짜가 1일로 거론되고 있지만 중국 측은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일본에서 언급한 중일회담 개최 시간에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한국과 관련된 일정이 예정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일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박민혁 기자 /도쿄=장원재 특파원}

“광복 후인 1950년 한국에 돌아가는 배를 타려고 부모님과 함께 마이즈루(舞鶴) 항 대기소에서 석 달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출항 하루 전 6·25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발길을 돌렸습니다.” 윤건차 가나가와대 명예교수(71·사진)의 첫 기억은 65년 전 교토(京都) 부 마이즈루의 수용소 같던 대기소에서 시작된다. 당시 나이는 6세. 한국에 돌아가지 못한 그와 가족은 교토에 돌아왔고 윤 교수는 평생 재일교포로서의 삶을 살게 됐다. 재일교포의 삶은 쉽지 않았다. 명문 교토대를 졸업했지만 직장을 잡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는 “실업자가 되지 않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도쿄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방대인 가나가와대에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그는 대학에서 한반도 및 일본의 근대사와 사상사를 연구했으며 지난달에는 ‘재일교포 사상사’ 1권을 냈다. 그는 이 책에서 식민지 시대 재일교포들이 어떻게 일본으로 건너와 어떻게 자리를 잡았는지를 자신의 경험과 함께 풀어냈다. 또 지난해 퇴직 후에는 고향인 교토로 돌아와 지난달 재일교포 잡지 ‘항로(抗路)’를 창간했다. 윤 교수는 잡지 제목을 항로로 정한 이유에 대해 “일본 남한 북한 등 어느 한 나라에 의지하기보다는 자신을 둘러싼 모순과 억압에 저항하면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재일교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에서 지은 제목”이라고 설명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다음 달 2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일본 내 한국 기업과 교민 사이에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3년 동안 양국 관계 악화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기 때문. 이번 정상회담이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모습이다. 24일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역. 일본 내 한류의 거점이라 불리는 신오쿠보(新大久保)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 안에는 주말 오후임에도 기자를 제외하고 3명뿐이었다. 이 무료 버스는 한일 관계가 냉각되며 손님이 줄자 한인들이 ‘거리를 활성화시키자’며 도입한 것이다. 중심가에 내리자 면세점으로 몰려 들어가는 일단의 중국인 관광객이 보였다. 이곳은 한때 한류 최대 복합시설이었던 K-플러스가 있던 장소다. 대형슈퍼와 화장품 매장, 케이팝 공연장 등이 합쳐진 이 시설은 2012년 개점 직후 한일 관계가 악화돼 경영난에 시달리다 1, 2층이 중국인 대상 면세점으로 변신했다.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면세점을 시작으로 이 일대에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은 벌써 8개나 들어섰다. ‘대사관’ ‘오작교’ 같은 대표적 한국 음식점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오영석 신주쿠한인상인연합회장(63)은 “거의 대부분 한인 상점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신오쿠보 역 건너편만 해도 한국 식당이 20개가 있었는데 3개만 남고 17개가 중국 식당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한류 거리가 차이나타운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류는커녕 신오쿠보 거리는 주말마다 반한(反韓) 시위가 열리는 곳으로 변했다.▼ 한국 여행 급감… 김치 日수출 반토막, 식당 손님들 “왜 한국술 내놓나” 항의 ▼○ 한국 찾은 일본 관광객 3년 전의 절반도 안돼 반한 감정이 확산되면서 가장 피해를 본 기업들은 여행업계다. 올 들어 9월까지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 수는 133만 명으로 3년 전 같은 기간(277만 명)의 절반도 안 된다. 국내에서 역사가 가장 긴 대한여행사는 그동안 일본 관광객 비중이 높았는데 결국 지난달 문을 닫고 말았다. 강중석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일본 공기업 같은 곳에서 단체여행을 먼저 없앴고 학부모들 입김이 미치는 수학여행은 예전의 3분의 1로 줄었다”며 “일본 내 한국 여행사들은 월급을 못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직원을 줄이거나 문을 닫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한때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라 기대되던 식품 수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9월 막걸리 수출은 477만 달러였는데 2011년 같은 기간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라면 수출은 3분의 1로 줄었고, 김치 수출은 반 토막 났다. 엔화 약세 영향도 있지만 반한 감정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식당에 영업을 하러 가면 ‘왜 한국 술을 내놓느냐는 손님들이 많아서 들여놓기 어렵다’고 말하는 주인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도쿄에 진출해 있는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대형마트 영업을 가면 지배인들이 ‘한국 상품을 진열하면 일본 경쟁업체들이 반일업체를 키워 주는 곳이라는 식으로 매도한다’며 손사래를 쳐 매대 유지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글을 지워라 삼성 스마트폰은 2012년만 해도 일본 시장 점유율이 15% 안팎이었지만 지난해 4.7%까지 떨어졌다. 결국 삼성은 4월 갤럭시를 출시하면서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일본 시판제품인 S6와 S6엣지의 삼성 로고를 지우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그 덕분인지 올해 2분기(4∼6월)에는 점유율이 12%까지 회복됐다. 일본 내 삼성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 일본 진출 50주년을 기념해 2003년 도쿄 도심 한복판에 지었던 27층짜리 빌딩도 올해 매각했다. 건물에 모여 있던 삼성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전 세계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국내 화장품 업계도 일본에서는 찬바람이다. 기초 화장품을 수출하는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일본 고객들이 포장지에 한글이 적혀 있으면 구입을 꺼린다”며 “궁리 끝에 한글을 모두 지웠다”고 했다.○ 한류(韓流)가 한류(寒流)로 일본 교민들은 반한 감정이 점차 고착화되면서 한국이 더 이상 일본에 필요하지도 않고, 한국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다는 무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가 한일 직장인 6000명을 조사한 결과 일본인 중 무려 77.3%가 “한국이 사업상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한국인 68.8%는 “사업상 일본은 필요한 나라”라고 답했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2003년 ‘겨울연가’가 히트하자 ‘올인’, ‘대장금’ 등을 연이어 틀면서 한국 드라마(한드)의 메카로 불렸던 NHK도 올 8월 12년 만에 한드 방영을 중단했다. 현재 지상파 채널 중에는 TV도쿄만 오전에 한드를 틀고 있다. 케이팝의 인기도 주춤하다. 일본 콘서트프로모터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당 관객 수는 전년 대비 32%나 줄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의미가 깊은 한 해였는데 한일 관계에 이렇다 할 반전이 없었다”며 “곧 있을 한일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간절히 빌고 있다”고 했다.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배극인 특파원}

일본 후쿠오카(福岡) 현 미이케(三池) 탄광에서 일하다 숨진 한반도 출신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기리는 위령비가 일본 우익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낙서 테러’를 당했다. 이 위령비는 일본 지방자치단체와 강제징용에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이 협조해 1995년 후쿠오카 현 오무타(大牟田)에 세운 것으로 한일 화해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한국 정부는 일제강점기 미이케 탄광과 미이케 항에 조선인 9200여 명이 동원돼 32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이케 탄광은 또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일본 메이지(明治) 시대 산업혁명 유산 23곳 중 한 곳으로 한국 측은 등재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강제징용 사실을 표기할 것을 요구해 왔다. 25일 후쿠오카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23일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관계자가 오무타 시내 공원에 있는 ‘징용 희생자 위령비’ 비문이 검은 페인트로 훼손된 사실을 발견한 뒤 곧바로 일본 경찰에 신고했다. 강제징용자들이 숙소의 벽장에 남긴 ‘한 맺힌’ 등의 글귀와 이에 대한 설명을 새긴 비석에 검은 페인트가 분사돼 있었고 아래에 일본어로 ‘거짓말’이라는 큰 글씨가 적혀 있었다. 또 다른 위령비에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일본의 산(山)을 더러운 비석으로 오염시키지 말라’는 글귀도 적혀 있었다. 심지어 ‘(한국은) 라이따이한(한-베트남 혼혈 자녀) 문제에 대해 베트남에 사죄하라’는 내용의 글귀도 남겨져 있었다. 이 위령비 설립을 주도한 현지 시민단체 ‘재일코리아 오무타’의 우판근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5일 위령비를 찾았을 때는 괜찮았다”며 “이후에 (낙서 테러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위령비 훼손은) 비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할 말이 있으면 얼굴을 마주하고 정정당당하게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우 대표는 오무타 시가 위령비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미이케 탄광을 운영했던 미쓰이 계열 3개사가 건립비용을 부담한 점을 지적하며 “행정당국과 기업이 시민단체와 협력해 위령비를 세운 곳은 전국적으로도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이른바 혐한 분위기를 타고 최근 유사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3월에는 도쿄(東京) 한국문화원에 39세 남성이 라이터용 기름을 뿌린 뒤 불을 붙였고 지난해 4월에는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 한일 학생들이 우애를 다짐하며 심은 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이런 가운데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증언을 처음으로 보도했던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강의를 하던 대학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그가 비상근 강사로 재직 중인 삿포로(札幌)의 호쿠세이가쿠엔대가 최근 그의 신변 안전을 위한 경비 비용이 급증했다면서 “계약 중단도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는 것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내년 정상회의를 일본에서 열고 3년 반 동안 중단됐던 3국 정상회의를 다시 정례화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일본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할 경우 취임 후 첫 일본 방문이 된다. 이 신문은 “다음 달 1일 서울에서 열릴 박 대통령,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내년에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일본에서 연다는 것을 명기하는 방향으로 3국이 조율 중이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중일 3국 간에 조율하고 있으며 합의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일본 측은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예정인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아직 한국 측으로부터 공식 요청이 오지 않은 것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날 “한국이 정식으로 일정을 제안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를 고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전하며 “의장국답지 않은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측은 일정이 잡히지 않을 경우 29일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외무심의관이 한국 측에 정식으로 양자 회담을 요청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양국은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고위급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NHK는 23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이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위안부 문제 등을 협의할 예정”이라며 “법적 해결이 끝났다는 일본과 양보를 요구하는 한국의 의견 차가 메워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29일경 스기야마 심의관이 참여하는 한중일 고위급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도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한일 간 현안에 대해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일한(日韓) 간의 현안에 대해서는 국장급 협의 등을 진행하며 앞으로도 끈질기게 협의한다는 기존 자세에 전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조숭호 기자}
신한은행의 재일교포 주주들이 주식 배당 등으로 한국에서 발생한 소득 및 상속재산 총 28억 엔(약 270억 원)을 신고하지 않았다가 일본 세무당국에 적발돼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사카(大阪), 아이치(愛知) 등에 거주하는 자산가 9명은 최근 나고야(名古屋) 및 오사카 세무당국으로부터 배당 및 주식 매각 등으로 생긴 소득에 대해 신고를 누락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본 거주자가 한국에서 소득을 얻은 경우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에서 과세된 분을 빼고 나머지를 일본에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해까지 소득 25억5000만 엔(약 240억 원)과 상속재산 2억5000만 엔(약 24억 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들은 세무당국의 지적을 받은 뒤 과소신고 가산세를 포함해 약 5억 엔(약 48억 원)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국세국은 한국 정부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토대로 신한은행 주주 450명, 총 2조 원의 주식자산에 대한 일제 조사에 착수했다. 이 신문은 “주주가 도쿄(東京)뿐 아니라 홋카이도(北海道), 후쿠오카(福岡) 등 전국에 걸쳐 있다”며 “이 정도 규모의 해외자산이 파악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며 세무당국이 전국 조사에 착수한 모양새”라고 전했다. 일본 국세국은 한일 조세협정에 따라 한국 국세청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조회하다 신고 누락분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소득세법은 일본 거주자의 국외재산 소득도 과세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5000만 엔(약 4억8000만 원) 이상의 국외 자산을 보유한 자를 대상으로 국외재산조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신한은행은 1982년 재일교포 자금을 바탕으로 설립됐으며 당시 참여한 주주들이 자식이나 손녀에게 주식을 넘기는 과정에 있어 유사한 일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미국이 지정학적 요충지인 남중국해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어떤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놓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은 이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공섬 매립과 군사시설 건설을 강행하는 중국을 향해 국제법상 허용된 ‘항행(航行)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인공섬 12해리(약 22.2km) 내에 미군을 파견하는 작전을 조만간 실행할 것이며 이를 위해 4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21일 보도했다. 검토 중인 첫 번째 안은 미 전함을 보내 지나가게 하는 것이다. 다른 안에 비해 긴장감을 높이지 않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중국 측이 인공섬 매립 등을 멈추지 않은 채 ‘항행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말하며 선전의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전함을 동원한 조사·훈련으로 미국 정부의 의지를 보다 강하게 보여주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작전 종결 후 중국이 “미국이 영해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수용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어 부담이다. 나머지 두 안은 원자력 잠수함이나 초계기를 투입하는 것인데 자칫하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서 선뜻 고르기가 쉽지 않다. 이 신문은 “미 국방부가 6월부터 작전을 검토했지만 백악관이 미중 관계를 고려해 신중했다. 하지만 9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인공섬 조성이 계속되자 지금은 작전 실행이 다가온 상태”라고 전했다. 작전은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난사 군도)에 조성하고 있는 7개의 인공섬 인근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인공섬에 3000m 길이의 활주로와 50m 높이의 등대 등을 속속 건설하고 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이날 군사소식통을 인용해 “지금까지 중국이 다롄(大連)의 조선소에서 첫 국산 항공모함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하이(上海)에서도 또 다른 항공모함을 제조하고 있다”며 “두 항공모함 모두 완성된 후 남중국해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14일 한일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광윤사(光潤社)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그동안 쓰던 ‘시게미쓰 히로유키(重光宏之)’라는 일본 이름을 버리고 ‘辛東主’라는 한국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19일 일본 법무성에서 확인한 광윤사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14일 자신의 이름을 일본 이름에서 한국 이름으로 바꿨다. 거주지도 ‘도쿄 시부야 구’로 시작하는 기존 주소가 아니라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성북구’로 시작하는 한국 주소를 사용했다. 광윤사는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가진 최대주주다. 신 전 부회장이 한국 이름으로 등기한 것은 앞으로 일본에서도 한국 이름으로 활동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는 한국말은 못하지만 국적은 한국이다. 일본에서 불편을 겪더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한국 롯데그룹 경영권 확보의 의지를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롯데그룹 총수 일가는 일본에서 활동할 때 편의상 일본 이름을 사용해 신격호 총괄회장은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시게미쓰 아키오(重光昭夫)였다. 공식 서류는 물론이고 행사에 참여하거나 언론과 인터뷰할 때도 일본 이름을 썼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는 롯데를 일본 기업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았다. 등본에는 동생인 신 회장에 대해 ‘시게미쓰 아키오 10월 14일 해임’이라고 적혀 있었다. 감사역으로는 7월 롯데홀딩스에서 신 총괄회장을 퇴임시킬 때 일조했던 이마무라 오사무(今村修) 씨가 해임되고 히로와타리 요시히데(廣渡嘉秀) 씨가 선임됐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꼭 하고 싶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9일 후쿠시마현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1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해 “조만간 열릴 예정인데, 그 때 꼭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한일 사이에는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도 존재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상이 서로 흉금을 열고 회담을 할 필요가 있다”며 “정상회담이 열리면 정치 외교 뿐 아니라 경제와 인적교류, 문화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1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화답한 것이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의 발언 직후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전 자민당 간사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박 대통령이 요구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성의 있는 태도 변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단 정상회담을 열고 논의하자는 기존 태도에서 한 발자국도 바뀌지 않은 것이다. 외교소식통은 “한국을 찾은 아베 총리가 8월 발표한 아베 담화 수준에서 우회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 의류업체 크로스 컴퍼니 인사부에서 일하는 세쿠라 가오루(瀨倉薰·33) 씨. 그는 2010년 10월 출산을 하면서 7년 동안 일하던 회사를 그만둘지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사이타마(埼玉) 현의 집에서 도쿄(東京) 사무실까지 1시간 반이나 걸리다 보니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고 출퇴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육아휴직 중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회사가 정규직 신분을 유지한 채 4시간이나 6시간만 일할 수 있는 ‘단시간 정사원 제도’를 2011년부터 도입했다는 것. 그는 둘째를 낳은 지금도 하루 6시간씩 일하며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다. 16일 도쿄의 사무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세쿠라 씨는 “오후 4시에 일을 끝내고 퇴근하면서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데려온다. 그러면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고 가사 및 육아를 할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단시간 근무 도입 현재 크로스 컴퍼니 정규직 사원 3000여 명 가운데 4시간이나 6시간만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는 약 450명. 15%가 ‘짧은 근무시간’을 택했지만 업무 차질은 거의 없다. 이들 중에는 육아 간호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한 이들도 있고, 아예 ‘이만큼만 일하겠다’며 영구적으로 단시간 근무를 선택한 이들도 있다. 자녀가 어릴 때는 4시간만 일하다 점차 근무시간을 늘리는 이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단축 근무한 만큼 급여는 줄어들지만 복리후생 면에서는 단시간이든 풀타임이든 차이가 없다. 또 단시간에서 풀타임으로의 전환 혹은 그 반대로의 전환도 자유로운 편이다. 간다 미쓰노리(神田充敎) 인사본부장은 단시간 정규직 도입 이유에 대해 “결혼 육아 등을 이유로 단시간 근무를 원하는 사원들이 있었고, 매장을 확장하면서 일손이 부족하던 차에 이 제도를 통해 외부 인재를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직원 비율이 93%에 이른다”며 “그렇다 보니 단시간 근무의 필요성을 남들보다 먼저 절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단시간 정규직 제도 도입과 동시에 전사적인 ‘업무 효율화’에 매달렸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였다. 사무직에게는 해야 할 모든 업무를 적어내게 한 뒤 필요 없는 일을 지우게 했다. 회의실에는 알람시계를 놓고 당초 설정한 시간이 지나면 시끄럽게 울리게 했다. 관행적으로 하던 야근을 없애기 위해 오후 6시 반이면 사무실 전기를 끊었다. 매장에는 ‘쿼터 컷’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사무 업무 시간을 매년 25%씩 줄이도록 했다. 간다 본부장은 “1시간에 하던 일을 45분에 하도록 초시계를 들고 일일이 매장을 돌아다녔다. 업무 효율성을 높였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줄어도 고객 응대에는 지장이 없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초반에는 다소 혼란도 있었지만 지금은 단시간 근무자들의 일정에 맞춰 사내 회의를 여는 등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 간다 본부장은 “이직률이 낮아지면서 채용과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게 됐고 사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높아졌다”며 “앞으로 하루 5시간 근무, 주 3일 근무 등 좀 더 다양한 근무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근무방식 확산 ‘단시간 정규직 제도’의 확산은 연공서열 종신고용 잔업으로 대표되던 일본의 근로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정규직 신분이어서 파트타임보다 안정적이면서 복리후생과 급여 산정방식은 풀타임 직원과 동일해 근로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 기업 중 절반가량이 단시간 정규직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육아 간호 등을 이유로 정규직 직원이 일시적으로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게 한 기업은 전체의 46.6%였다. 일본은 법적으로 만 3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는 노동자가 원할 경우 하루 근무시간을 6시간까지 단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단시간만 일하는 정규직 사원 제도를 둔 곳도 13.5%에 이른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제도를 도입한 기업 절반가량(49.3%)이 ‘종업원이 정착하게 됐다’고 밝혔다. ‘종업원의 만족도가 증가했다’(30.4%) ‘인재 확보에 도움이 됐다’(25%) ‘고령자 고용 유지에 도움이 됐다’(16.5%)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효과 때문에 시간을 더 줄여 4시간만 일하는 정규직 사원을 두는 곳도 늘고 있다. 글로벌 의류업체 유니클로는 지난해부터 여성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정규직 직원들이 하루 4시간만 일하거나 주 3일만 출근하도록 하는 등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공직사회에도 확산 일본 정부는 이런 경향을 공직사회에도 확산시키기 위해 내년 4월부터 ‘플렉스 타임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한 달 단위로 근무시간을 정하고 이를 지키면 오전 7시∼오후 10시 중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육아나 간호 중인 공무원의 경우 하루에 4시간만 일할 수도 있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평일에 쉬는 날을 만들 수도 있다. 이 같은 정부와 기업의 노력 덕분에 결혼과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두는 이들도 점차 줄고 있다. 일본의 경우 올해 조사에서 25∼34세 여성 중 일하는 비율이 75.1%로 10년 전보다 무려 7.5%포인트나 늘었다. 35∼44세 여성 중 일하는 비율도 73.1%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상징하는 ‘M자 커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생산-효율성이 관건… 잔업 분위기 없애야” ▼단시간 근무제 정착하려면 전문가들은 단시간 근무제 확산을 위해선 업종과 직무의 특성을 고려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의 글로벌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는 잡지 닛케이우먼이 선정한 ‘여성이 활약하는 회사’ 순위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여성 친화기업이다. 1991년 단축 근무제를 도입했으며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하루 근무시간을 2시간 단축 근무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이런 시세이도에서 지난해 언뜻 반대로 보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단축 근무 중인 매장 직원들에게 “야근과 주말 당번은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회사 방침을 전달한 것. 대부분이 여성인 매장 직원 약 1만 명 중 1200여 명이 단축 근무를 하다 보니 저녁 시간에 매장을 찾는 고객을 응대하는 일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홍보부 나가이 쇼타로(永井正太郞·46) 씨는 “단축 근무는 여성 인재가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망인데 언젠가부터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고 동료에 대한 감사와 배려의 의식이 옅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매장 영업직은 현장에서 고객 응대 기술을 키워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줄면 결국 당사자의 경력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한국이나 일본 기업처럼 잔업이 많은 환경에선 단축 근무제 뿌리내리기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능률협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단시간 근무 직원과 함께 일한 경험을 가진 이들 중 51%가 ‘곤란했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일본에서는 육아 때문에 단축 근무를 선택한 이들을 난도가 낮고 승진 기회가 적은 ‘마미 트랙’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최근에는 육아휴직을 7개월 이상 쓰고 단시간 근무까지 활용할 경우 소득이 종전보다 17%가량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제도를 만들어도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단시간 근무 등 다양한 방식의 근무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 및 회사 분위기가 정착돼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경제단체인 경단련(經團連) 관계자는 “단시간 정규직 등 다양한 근무 형태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먼저 잔업을 줄이고 근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 프로야구에서 ‘철인’으로 불리는 한국계 가네모토 도모아키(金本知憲·한국명 김지헌·47·사진)가 오승환이 소속된 명문 한신 타이거스의 감독으로 취임하게 됐다고 NHK 등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재일교포 3세인 가네모토는 1991년 히로시마에 신인 드래프트 4순위로 입단해 21년 동안 통산 476홈런, 2539안타, 타율 0.285를 기록했다. 그를 대표하는 기록은 1999∼2010년 세운 1492경기 무교체 연속 출장이다. 메이저리그 칼 립켄 주니어의 기록인 904경기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기네스 최고기록으로 올라가 있다. 이후 그는 ‘철인 중의 철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은퇴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야구인생에 대해 “7, 8할은 고통이었고 2, 3할은 기쁨이었다. 그 2, 3할의 기쁨을 잡기 위해 지금까지 왔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그는 2001년 일본인 여성과 결혼하며 일본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진화하는 한미동맹’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통일 한국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한국 미국 일본의 ‘3각 안보협력’을 복원하기를 원하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고, 통일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얻겠다는 것이다.○ “통일 한국은 평화의 산파” 박 대통령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모든 한반도 구성원이 자유와 존엄을 보장받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한반도가 되길 바란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이 같은 한반도를 만드는 궁극적인 길이 바로 통일이고, 통일은 분단된 한반도를 기회의 땅으로 전환시킬 것이라는 통일 한국의 미래상이다. 박 대통령은 “통일 한국은 평화의 산파가 될 것”이라며 “그래야 핵무기, 장거리미사일이 더 이상 국제사회를 겨냥하지 못하게 되고 자유, 민주주의, 인권 수호의 굳건한 보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일을 토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한미동맹은 ‘인류를 위한 동맹’으로 더욱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한 한미중 3자 협력도 새롭게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기존 한미일에 한미중을 더한 다양한 형태의 3각 외교는 동북아 지역에선 새로운 시도로 양자관계와 다자협력 증진에 중요한 기여를 할 거라는 얘기다. ○ 아베 총리, 어떤 방식이든 위안부 문제 언급할 듯 한국과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회의’를 9차례 열어 실무적으로는 의견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사과 표명에도 진전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어떤 방식으로든 이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이제 연세가 거의 평균 90이 되시고, 그 많던 분들이 마흔일곱 분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며 진지한 해결을 촉구했다. 아베 총리 역시 다음 달 1일경 서울에서 열릴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반드시 한일, 일중 양자회담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16일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전 자민당 간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을 방문해 일중 간, 일한 간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15일 오후 1시 10분. 일본 도쿄(東京) 남쪽 사가미 만 수역. 해상자위대 소속 호위함 구라마(5200t)가 이끄는 선단 옆으로 ‘잠수함 킬러’로 불리는 대잠초계기 P-3C 3대가 나타났다. 이들이 대잠 폭탄을 투하하자 잠시 후 커다란 물보라가 치솟았다. 이어 일본이 개발한 최신형 대잠초계기 P-1 2대가 미사일을 따돌리기 위해 사용하는 섬광탄을 연이어 발사하자 수십 개의 불꽃이 연기를 내며 낙하했다. 불꽃놀이를 보는 듯한 풍경에 배 위에 있던 관람객 사이에서는 “와∼” 하는 탄성이 나왔다. 이날 사가미 만 수역에서는 18일 열리는 관함식의 시범행사가 열렸다. 관함식은 군함의 전투태세를 검열하는 해상 사열의식으로 일본은 3년마다 연다. 18일 행사 당일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기함 구라마에서 사열을 한다. 이날 시범행사에서는 일본의 첨단무기들이 선보였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최대 규모의 호위함 이즈모(1만9500t)였다. 올해 취역해 처음 관함식에 등장한 이 배는 갑판 길이 248m, 최대 폭 38m로 헬기를 9대까지 실을 수 있다. 건조비가 약 1200억 엔(약 1조1400억 원)에 이른다. 갑판을 부분적으로 개조하면 전투기까지 이착륙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항공모함과 다를 바 없어 중국의 항모에 대항하는 전력으로 꼽힌다. 관함식에 참여한 외국 전함도 관심을 끌었다. 이번 관함식에는 13년 만에 참여하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호주 프랑스 인도 등 5개국 함선이 참여했다. 3년 전 관함식에 미국 싱가포르 호주만 참가한 것에 비하면 참가국이 늘어난 것이다. ‘해양굴기’를 내세운 중국에 국제공조로 맞서겠다는 아베 정권의 의지가 반영됐다. 한국형 구축함인 대조영함(4500t)은 호주 인도 프랑스에 이어 4번째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의 참여는 5월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결정됐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찾았다는 마쓰모토 시로(松本史朗·48) 씨는 “몇 번이나 관함식을 보러 왔었는데, 한국 함선이 참여한 것은 처음 봐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2013년 2차 아베 정권이 발족한 이후 처음 개최되는 관함식이다. 지난달 안보법제가 국회를 통과한 직후 열리는 것이기도 해서 일본 정부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 36척을 포함해 40여 척의 군함과 전투기 17대, 헬리콥터 10대 등이 동원됐다. 18일 행사는 자위대 홈페이지와 주요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며 라이브 공연, 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도 진행된다. 일본 국민의 관심도 높았다. 사전행사와 본행사를 합쳐 16만 명이 응모했는데 이는 예년의 2배에 달하는 것이라고 NHK는 전했다. 인터넷에서는 탑승권 1장이 8만 엔(약 76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실제로 둘러본 행사장은 마치 축제를 방불케 했다. 관람객들은 친구, 연인, 부모 손을 잡고 온 아이들까지 다양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배 위에서 자위대원들이 준비한 공연을 즐겼다. 일본 다른 지역에서 관함식을 보기 위해 몰린 이들로 시내 호텔은 빈방이 없었고 쇼핑센터 등도 인파로 붐비는 모습이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14일 롯데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광윤사의 주주총회를 열어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이어 이사회를 열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맡고 있던 광윤사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또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갖고 있던 광윤사 주식 1주를 사들였다. 기존에 보유한 자신의 광윤사 지분 50%에 더해 명확한 과반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게 신 전 부회장 측의 설명이다. 신 전 부회장은 주총을 마친 뒤 “지금부터 롯데그룹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바로잡고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으로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에 당장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이자 한국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지분 19.07%)이며,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은 1.62%뿐이다.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를 열어도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 신동주측 “롯데홀딩스 지분 과반 확보에 총력” ▼ 신동빈, 광윤사 이사 해임롯데홀딩스의 과반 지분을 얻기 위해 신 전 부회장 측이 노리는 것은 27.8%의 지분을 가진 종업원지주회다. 종업원지주회와 광윤사의 지분을 합치면 55.9%가 된다. 신 전 부회장 측의 자문역을 맡은 민유성 전 산업금융지주 회장은 “종업원지주회는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를 장악한 상황이라면 종업원지주회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측은 “이미 8월 주총 때 종업원지주회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 측이 자기모순을 범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 전 부회장 측은 8일 기자회견 때 ‘종업원지주회는 주식을 액면가로 취득하고, 지주회 대표 혼자 의결권을 행사하는 점 등에서 경제적 지분 가치가 없다’는 생소한 논리의 주장을 폈다. 이어 경제적 지분으로 보면 광윤사는 이미 과반의 지분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당시에 종업원지주회 소유 지분의 실제 가치가 지분보다 낮다고 말해놓고, 지금은 종업원지주회의 지지를 얻어 일본 롯데를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이번 광윤사 주총으로 롯데그룹이 우려하는 것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미칠 영향이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올해 특허권이 만료되는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수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영권 다툼이 장기화될 경우 선정 심사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 신 회장이 약속한 순환출자 고리의 80%를 해소하고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7일 일본 도쿄 뉴오타니 호텔에서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KOTRA가 함께 주최한 ‘일본 취업 수기 공모전이 열렸다. 이날 같은 자리에선 KOTRA가 주관하고 주일 한국대사관과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후원한 ‘제7회 유학생 취업박람회’도 함께 개최됐다. 박람회에는 일본 기업과 일본 진출 한국 기업 30여 곳이 참여했고 유학생과 한국 학생 200여 명이 모였다. 일본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한국 청년들은 선배의 경험담을 듣는 멘토링에도 참여해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 열정과 철저한 준비 최근 글로벌 인재 채용의 일환으로 한국에 손을 내미는 일본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일본 청년층에 비해 영어 등 어학실력이 뛰어나고 도전정신이 강한 데다 문화가 비슷해 쉽게 적응하기 때문이다. 일본 신입사원과 달리 해외근무나 지방근무를 기피하는 일도 없다. 그러면 일본 취업의 매력은 무엇일까. 장려상을 받은 윤혜정 씨(26·기린 근무)는 자신이 일본 취업에 도전한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①기업 선택의 폭이 넓다 ②스펙이 없어도 좋은 회사에 지원할 수 있다 ③교통비, 집세 지원 등 복리후생이 탄탄하다 ④충실한 직원 교육이 이뤄진다 ⑤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 일본 취업을 결심했다면 일단 일정 수준 이상의 일본어 능력이 필요하다. 일부를 제외하면 아직 일본 대기업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정보 수집이다. 올해 J호텔 린쿠에 취직한 장형준 씨(우수상 수상)는 정부에서 해외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월드잡(www.worldjob.or.kr) 사이트를 추천하며 “기본적인 회사 검색, 비자 확인, 이력서 작성 시 유의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 취업하기’ 등 인터넷 카페도 유용하다. 개별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KOTRA 취업박람회 등에서 얻을 수 있다. 장 씨 역시 KOTRA 글로벌취업상담회를 포함한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140개 기업에 원서를 낸 결과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는 “면접만 60∼70곳을 봤고 비행기로 양국을 오간 것만 8번”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이날 박람회를 찾은 김가영 씨(25·여)는 “일본어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일본에 왔다”며 “KOTRA의 온라인 카페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승희 KOTRA 일본지역본부 차장은 “약간의 전문성과 도전정신 그리고 KOTRA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만 정확히 파악해도 일본 현지 기업 취업은 어렵지 않다”고 전했다.○ 기본적 예의는 필수 일본 기업은 취업박람회에서 서류전형과 1차 면접까지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2, 3차 면접으로 이어지고 그 중간에 인적성시험(SPI)도 봐야 한다.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윤 씨는 “일본은 비즈니스 매너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입실하고 의자에 앉을 때, 일어서서 나갈 때 인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면접에서 실무지식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지만 잠재력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 더 많다. 청년드림센터장상(최우수상)을 받은 홍성윤 스미토모중기계프로세스기기 엔지니어는 “자기 분석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명확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 어떤 질문에도 답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어 실력이 다소 부족했지만 회사에선 기계공학 전공에 높은 점수를 줬고, 일과 일본어 배울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의 급여 수준은 한국 대기업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 종신고용을 보장하고 복리후생이 좋은 데다 점차 급여가 오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결코 나쁜 조건이 아니다. KOTRA가 수기를 제출한 이들(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39명)들은 ‘스펙보다 가능성을 우선시한 채용’(13명)을 일본 취업 결심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지방대 출신이 수도권 대학 출신보다 약간 많았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는 SPI(14명)와 면접(12명)을 꼽은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입사 이후 문화 차이와 경어 등 비즈니스 일본어가 힘들었다고 답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만족한다는 답변이 70%를 넘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이동영 기자}

세계 3위 D램 제조사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마이크론이 2013년에 인수한 옛 엘피다의 히로시마 공장에 앞으로 1년간 1000억 엔(약 95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최신 메모리반도체 제조 설비를 도입하고 내년 상반기(1∼6월) 양산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이크론은 이를 포함해 자사의 2016회계연도(2015년 9월∼2016년 8월)에 전년 대비 4% 증가한 58억 달러(약 6조612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올해도 히로시마 공장에 1000억 엔을 투자한 바 있다. 같은 공장에 2년 연속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히로시마 공장에 대한 투자는 16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에 집중된다. 양산기술이 확보되면 일본, 미국, 대만 등의 공장 중 일부에도 증산을 위한 추가 투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론의 16nm D램 공정 투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는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꾀할 수 있는 최선의 ‘반전 카드’로 꼽힌다. 현재 삼성전자는 20nm, SK하이닉스도 20nm대 초반급의 미세공정 기술을 D램 제조에 적용하고 있다. 미세공정 기술력이 좋을수록 한 장의 웨이퍼(반도체의 재료인 실리콘 원판)에서 뽑아낼 수 있는 제품 수가 많아져 원가 경쟁력이 올라간다. 마이크론은 20nm대 후반에 머물러 있다. 이런 차이 때문에 D램 시장의 점유율도 약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마이크론의 D램 시장 점유율은 20.6%로 지난해 3분기(7∼9월)에 비해 3.1%포인트 떨어지며 간신히 20%대를 지켜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5.1%, 27.7%를 기록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1강 2중’의 D램 시장이 ‘1강 1중 1약’ 구도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크 더컨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6월 인터뷰에서 “16nm 공정으로 옮겨갈 때쯤이면 삼성전자와의 차이를 확실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투자 계획을 이번에 발표한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론이 내년 상반기 계획대로 16nm 제조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대한 긍정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최근 실적 부진에 실망한 투자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내놨다. 마이크론은 이달 초 발표한 2015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에서 전 분기보다 4.5%포인트 하락한 11.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그동안 예외적으로 상납 의무를 면제해왔던 체육성에도 상납금을 내도록 지시했다고 일본의 도쿄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해 7월 측근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통해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해외에 근무하는 체육성 관계자들은 1인당 연간 3만~3만5000달러(약 3400만~4000만 원)를 의무적으로 상납하게 됐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마식령 스키장 등 체육시설 건설에 힘을 쏟는 과정에서 2013년까 체육성에 예외적으로 상납 의무를 면제해줬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잇달아 부진한 실적을 보이자 화가 나 상납금을 내도록 명령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하는 등 거액의 자금을 썼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상납금 징수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북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도쿄신문에 “본국에서 거액의 상납을 요구해 해외 근무자들 사이에 불만이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어를 배운 인연으로 종종 연락을 주고받던 일본인 어학당 선생님으로부터 얼마 전 부탁을 받았다. 기자가 일본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주간동아에 연재한 기사를 일본에 사는 외국인을 위한 수업 자료로 쓸 테니 번역자를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다. 감사한 마음에 알던 한국인 번역자와 연결해줬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번역자가 강제징용 관련 내용을 번역하면서 ‘한(恨)’을 ‘원한(恨み·우라미)’으로 번역한 것이 발단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번역하면 ‘한’이 매우 개인적이고 낮은 레벨의 감정이 된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무념(無念)의 마음’이라는 단어로 바꾸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무념’은 불교에서 유래한 단어로, 일본어에서는 ‘정념을 잃고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유감인 상황’ 정도의 뜻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번역자가 발끈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하면 역사 왜곡이라고 본다. 강제로 끌려온 수십만 명의 원한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은 것은 일본인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양측의 감정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 필자가 의견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한’을 어떻게 번역하느냐고 물었더니 모두 “적당한 단어가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 애써 내놓은 해법들은 제각각이었다. “번역자가 고른 단어가 그나마 비슷한 것 같다” “어학당 선생님의 제안대로 고쳐야 한다” “한자로 쓰고 각주를 달아 설명하면 어떻겠느냐”…. 어학당 선생님과 번역자, 필자가 20차례 이상 e메일을 교환했지만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분하고 슬픈 마음’으로 번역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하지만 못내 찜찜한 마음이 남았다. ‘한’은 한국인 특유의 감정이어서 외국어로 옮기기 가장 어려운 단어 중 하나다. 일본어 번역자들은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해 고민하다 이번처럼 ‘우라미(원한)’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두 단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한’에는 ‘복수’의 감정이 그다지 포함돼 있지 않지만 ‘우라미’에는 강하게 내포돼 있다. 결국 ‘한’을 ‘우라미’로 번역하면 일본인들에게 ‘언젠가 한국이 복수를 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며 오해가 쌓이게 된다.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이 편리하게 활용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한국은 과거사의 원한 때문에 언젠가 일본에 복수할지 모른다, 그러니 대비해야 한다 등으로 반응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일본에서 ‘우라미’는 공존을 허용하지 않는 감정이다. 지난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개각에서 새로 임명된 이들의 면면을 보면 한국과 공존하려는 의도가 읽히지 않았다. 야스쿠니(靖國)신사 단골 참배 의원,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 부정에 앞장선 의원,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참석해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의원…. 아베 총리의 ‘마이 웨이’에 가속도를 붙일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지한파인 오구라 기조(小倉紀藏) 교토대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우라미’가 상대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이라면 ‘한’은 자신 안에서 자아내는 것”이라며 “‘우라미’는 복수에 의해 해소되지만 ‘한’은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면서 해소된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한’을 얘기했지만 아베 총리를 필두로 한 일본 우익 세력은 ‘위안부 역사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응어리’는 이제 식민지의 아픔을 상징하는 것이 됐다. 일본 정부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피해자들을 계속 외면하다 ‘한’이 정말 ‘원한’으로 바뀌는 날이 올지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자꾸 드는 대목이다.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